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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케이팝(K-pop)만큼 뜨겁습니다. 단지 한국어 콘텐츠를 번역해 해외 출간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한국문학의 위상을 재정립할 때가 왔습니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63·사진)이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지난 20년간 40개 언어권에 1500여 종의 한국문학을 번역·출간했다”며 “이제 한국 작가가 생산한 문학뿐 아니라 북한문학, 교포문학 같은 해외 한인 문학까지 아우르는 한국문학의 총체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총체성에 대한 고민의 배경에는 북한이 자리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해외에서 한반도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방탄소년단과 북한”이라며 “우리의 ‘특산품’과 같은 분단과 이산의 역사를 세계문학의 장 속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김석범, 중국의 김학철, 북한의 이기영 한설야까지 한국문학의 윤곽을 넓힐 때 우리 민족의 고달픈 삶과 사상, 이념을 생생히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번역원은 올해 문학진흥본부를 신설하고 이산문학 교류를 본격화한다. 4월 13일 일본, 5월 4∼6일 중국에서 현지 한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5월 19∼23일 국내에서는 소설가 최실(일본), 극작가 박본(독일), 소설가 미하일 박(러시아) 등 이산문학 작가들과 이창동, 임철우, 심보선 작가 등을 초청해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행사를 연다. 번역원은 ‘설계자들’(김언수), ‘82년생 김지영’(조남주)처럼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현대 문학뿐 아니라 박상용 채만식 염상섭 등이 쓴 고전 작품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모성, 생명, 자연의 소중함과 입양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순원 작가(62)가 신작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1만4800원)을 펴냈다. 뱁새로 알려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뻐꾸기의 기묘한 관계를 인간사에 빗댄 우화 소설이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4일 만난 이 작가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는데 당시 새집을 많이도 뒤졌다”며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오랜만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뱁새는 제 몸집보다 열 배나 큰 뻐꾸기 새끼의 부리 깊숙이 먹이를 찔러 넣는다. 제 알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뱁새들은 뻐꾸기 알을 쪼아버리지만, 열에 둘은 날갯짓을 익힐 때까지 뱁새 어미에게 몸을 의탁한다. 이 작가는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1만4000km를 날아 뱁새 둥지에 알을 낳는다”며 “둥지를 떠난 뻐꾸기를 찾아가는 뱁새의 여정을 그리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고 했다. “뻐꾸기는 뱁새를 속여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크기 12cm, 무게 10g의 가녀린 뱁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뻐꾸기가 얄밉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인간이 모르는 어떠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생모와 양모, 낳은 정과 기른 정 같은 것들요.” 주인공인 뱁새 육분이는 사랑으로 키운 앵두가 떠나자 깊은 비감에 빠져든다. ‘보다 큰 알을 품고 싶은 자신의 욕심에 속은 건 아닌지. 뻐꾸기는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날아와 우리 둥지에 알을 낳는지. 앵두는 무사한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망, 그리움, 사무침에 육분이는 앵두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앵두의 생모는 아프리카로 가던 길에 목숨을 잃고 말아요. 무책임해 보이는 뻐꾸기도 자연 속에서 따라야 할 나름의 법칙이 있었던 거죠. 낙태나 입양에도 숱한 사연들이 있을 거예요. 중요한 건 생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겁니다.”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 중이다. 이정근 드림리퍼블릭 대표는 “몸집이 작은 새가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는 여정이 어드벤처 소재로 적합하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그레이 크러시, 그레이 문학, 그레이 실용서…. 1955∼1963년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를 맞아 이른바 ‘그레이 세대’를 겨냥한 책이 서점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레이 세대는 노년이지만 청년 못지않게 건강에 관심이 많고 왕성하게 문화활동을 즐기는 연령층. 이들을 겨냥한 ‘부머책’은 노년을 삶을 정리하는 시기로 바라보던 기존 시니어 도서와 달리 그레이 세대의 매력, 꿈, 젊음을 향한 열망을 당당히 드러낸다. ○ 그레이 크러시 부머책의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그레이 크러시’다. 20대 뺨치는 노년의 열정과 카리스마를 내세운다. 젊은 감각을 뽐내는 일본인 노부부의 생활을 그린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혈기왕성한 할머니를 세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청년 세대도 연륜이 주는 노년의 깊이에 주목한다. 100세 일본인 정신과 의사가 쓴 ‘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 잡힌 마음’,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100년을 살아보니’, 판타지 문학 작가인 어슐러 K 르 귄의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세대를 불문하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보경 지와인 대표는 “젊은층은 지식과 지혜를 갖춘 이들을 선망한다. 나이 듦이 주는 편견을 깨는 반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는 노년 청춘만 아픈 게 아니다. 흔들리는 노년에 주목한 책도 대세를 이룬다. 노인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쓴 ‘노인은 없다’, 미국의 두 석학인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 대담집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마스다 미리가 쓴 ‘영원한 외출’이 있다. 부머 세대의 관심이 인문·심리 분야로 확장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호빈 다산북스 콘텐츠개발5팀장은 장수 시대와 연결지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부머 세대도 청년 세대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며 “소통, 배움, 자존감 회복 등 이들이 원하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그레이 실용서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에 특화된 ‘그레이 실용서’도 막 걸음마를 뗐다. 노년의 패션 팁을 전하는 ‘근사하게 나이 들기’,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가 눈길을 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시중의 라이프스타일 잡지나 도서는 대부분 젊은층을 위한 것”이라며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를 갖춘 노년에 특화된 실용서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건강 도서는 신체별로 분화되는 추세다. ‘백년 허리’ ‘백년 목’ ‘완전 소화’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처럼 고령을 강조한 제목을 짓는 것도 트렌드가 됐다. 뇌 건강에 주목한 ‘백년 두뇌’나 치매 예방 워크북도 최근 판매량이 많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예비 그레이를 위한 ‘마흔’ 키워드의 책과 ‘두 늙은 여자’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같은 그레이 문학 등으로 부머책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정체성을 지닌 이른바 ‘그레이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대한독립 만세, 아우내 장터, 유관순, 태극기…. 명색이 한국 근대사의 하이라이트인데 머릿속 연관 검색어는 얄팍하기 그지없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쏟아지는 저작물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반갑다.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화사 맥락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신문조서와 재판기록, 잡지, 논문을 총망라해 당일의 실체에 바짝 다가섰다. 3월 1일의 만세 시위는 기실 당일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일강제병합 이후 9년간 응축된 에너지가 터져 나온 일성이요, 이후 이어진 숱한 사건들의 자궁이다. 이날의 경험으로 공화정 체제에 대한 필요성이 싹텄고, 혁명을 꿈꾸는 무리가 생겨났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전개한 건 나름의 체계 덕분이었다.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민족은 독립을 선언한다. 조선 지식인들도 “전체적 조직이 결여된 상태에서 국제 정세를 감지하고 독립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한 여러 주체들은 연결 없이, 소통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언’을 계획한다.” 다양한 버전의 선언서는 종교·학교 조직을 타고 전국으로 배포돼 변형을 거듭한다. 평안북도 안주군의 20세 조성룡은 ‘자유신보’와 ‘2000만 동포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아침 8시 30분 남대문역 앞’으로 시위 일정을 구체화했다. 독립에의 열망 속에 자발적 대표들도 여럿 탄생했다. 강화도의 은세공업자 유봉진은 ‘결사대표’를, 군산 사람 양봉식은 ‘국민대표’를 자처하며 식민권력에 맞섰다. “1910년대는 세계적으로 혁명의 연대였지만 3·1운동만큼 자발적인 동시에 전국적인 봉기 양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인은 독립에 각자의 불만과 희망을 투영했다. 조선인이란 이유로 모멸의 일상을 살던 이들은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세금과 부역 동원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생활주의’적 기대도 도드라졌다. 천도교도들은 독립 뒤 사회적 역할을 꿈꾸기도 했다. 3·1운동은 정치적 공론장 역할도 했다. “모든 정치적 논의가 금지된 공백 속에서 (3·1운동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했다. 뜬금없이 3·1운동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최고 난도의 퍼즐 앞에 여러 번 현기증을 느낀다. 하지만 끝내 책임을 다해 실감나게 당대를 되살려냈다. “장군과 대신을 바라던 청년들의 꿈이 식민 통치 이후 교사와 순사보 정도로 졸아들었다”, “소외계층이 3·1운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입신을 추구하는 효과를 거뒀다”, “약소국으로서 사회진화론은 위험한 자극제”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1910년 누군가의 생애를 상상해 보자. … 거리에 나가면 오직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일본인이 많았고 오직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모멸이 다반사였다.” 저자는 거듭해 역사학의 기초를 아쉬워한다. 하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틈새를 메운 전략이 아니었더라면, 이토록 따듯한 3·1운동 책은 만나지 못했을 테다. 역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눈과 만나 풍요로운 서사를 일궈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대한독립 만세, 아우내 장터, 유관순, 태극기…. 명색이 한국 근대사의 하이라이트인데 머릿속 연관 검색어는 얄팍하기 그지없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쏟아지는 저작물들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반갑다.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화사 맥락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신문조서와 재판기록, 잡지, 논문을 총망라해 당일의 실체에 바짝 다가섰다. 3월 1일의 만세 시위는 기실 당일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일합방 이후 9년 간 응축된 에너지가 터져 나온 일성이요, 이후 이어진 숱한 사건들의 자궁이다. 이날의 경험으로 공화정 체제에 대한 필요성이 싹텄고, 혁명을 꿈꾸는 무리가 생겨났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전개한 건 나름의 체계 덕분이었다.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민족은 독립을 선언한다. 조선 지식인들도 “전체적 조직이 결여된 상태에서 국제정세를 감지하고 독립의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한 여러 주체들은 연결 없이, 소통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언’을 계획한다.” 다양한 버전의 선언서는 종교·학교 조직을 타고 전국으로 배포돼 변형을 거듭한다. 평안북도 안주군의 20세 조성룡은 ‘자유신보’와 ‘2000만 동포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했다. 경성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아침 8시30분 남대문역 앞’으로 시위 일정을 구체화했다. 독립에의 열망 속에 자발적 대표들도 여럿 탄생했다. 강화도의 은세공업자 유봉진은 ‘결사대표’를, 군산 사람 양봉식은 ‘국민대표’를 자처하며 식민권력에 맞섰다. “1910년대는 세계적으로 혁명의 연대였지만 3·1운동만큼 자발적인 동시에 전국적인 봉기 양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인은 독립에 각자의 불만과 희망을 투영했다. 조선인이란 이유로 모멸의 일상을 살던 이들은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세금과 부역 동원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생활주의’적 기대도 도드라졌다. 천도교도들은 독립 뒤 사회적 역할을 꿈꾸기도 했다. 3·1운동은 정치적 공론장 역할도 했다. “모든 정치적 논의가 금지된 공백 속에서 (3·1운동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했다. 뜬금없이 3·1운동과 사랑에 빠진 저자는 최고 난도의 퍼즐 앞에 여러 번 현기증을 느낀다. 하지만 끝내 책임을 다해 실감나게 당대를 되살려냈다. “장군과 대신을 바라던 청년들의 꿈이 식민 통치 이후 교사와 순사보 정도로 졸아들었다”, “소외계층이 3·1운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입신을 추구하는 효과를 거뒀다”, “약소국으로서 사회진화론은 위험한 자극제”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1910년 누군가의 생애를 상상해보자. …거리에 나가면 오직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일본인이 많았고 오직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모멸이 다반사였다.” 저자는 거듭해 역사학의 기초를 아쉬워한다. 하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틈새를 매운 전략이 아니었더라면, 이토록 따듯한 3.1운동 책은 만나지 못했을 테다. 역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눈과 만나 풍요로운 서사를 일궈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덕무(1741∼1793). 18세기 최고의 문장가. 박제가의 절친한 벗. 서얼 출신으로, 조선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실력파다. 고전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번역한 ‘열여덟 살 이덕무’(민음사·1만5000원·사진)가 출간됐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26일 만난 정 교수는 “열여덟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이덕무의 글을 묶은 책”이라며 “한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청년의 글에 여러 번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했다. 책에는 결연한 자기 다짐 격인 ‘무인편’, 세월과 정신을 아껴 소중하게 쓰자는 ‘세정석담’, 인생에서 거쳐야 할 여덟 단계를 정리한 ‘적언찬’, 어린 누이에게 건네는 조언인 ‘매훈’까지 모두 네 편의 글이 담겼다. “맑고 섬세한 이덕무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글을 번역하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덕무는 ‘내 허물 듣기를 음악소리 듣는 듯이 하고, 허물 고치기를 도적을 다스리듯 한다’(무인편 ‘허물’) ‘처음 사귈 때는 걸핏하면 지기라 하더니, 사귐이 조금만 성글어지면 툭하면 절교를 말한다. 어찌 이다지도 경박하고 조급하단 말인가’(세정석담 ‘사귐의 도리’)라고 썼다. 이덕무는 평생 생활고에 시달렸다. 어머니와 누이를 폐병으로 잃었고, 자신도 영양실조로 인한 병에 걸려 세상을 등졌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성찰했다. 정 교수는 “신분 차별의 서러움을 울분으로 토해낸 박제가와 달리 이덕무는 평생 자기 절제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응축된 슬픔이 한 자락 깔려 있다”고 했다. “시간에 휘둘려 한순간도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현대인이 적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 진학을, 그 이후에는 취업과 승진을 목표로 고속질주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과 대면하기 두려워지죠. 이덕무처럼 평생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회사원 심지연 씨(33)는 퇴근 후 휴대전화와 TV부터 연결한다. 북튜브(Book+Youtube)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다루는 북튜브는 드라마, 영화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내용도 유익하다”며 “라디오처럼 흘려듣기에도 ‘딱’ 좋다”고 했다. 북튜브 전성시대, 기자가 20여 개 채널을 직접 구독한 뒤 맞춤형 가이드를 정리했다.○ 초보 독서인 ‘겨울서점’의 김겨울은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에서 조곤조곤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가 매력 포인트. 그는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감상은 솔직히 전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흥 강자다.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사월이네 북리뷰’와 ‘책선비’는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 ‘사월이네…’는 고전을 주로 다룬다.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방송하는 ‘책선비’는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한다. 잘난 척하지 않고 지식을 나눠주는 친구 같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CEO·수험생 지식 교류가 중요한 리더들에게는 책의 핵심만 떠먹여주는 채널이 유용하다. ‘책그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디오스크라이브 방식을 사용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읽찌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책그림’ 성격으로, 경제·경영서를 주로 다룬다. “성장하고 싶은데 퇴근 후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라는 게 운영자 이가희 씨의 설명이다.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룬다. 투박한 PPT를 배경으로 성우가 작품 특징, 줄거리, 소감을 들려준다.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 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 번아웃된 이들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 채널은 어른들의 자장가 역할까지 해낸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 문학, 한국 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 떡메 치는 소리, 참숯 익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같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도 볼 수 있다. ‘루나 펄스(lunar pulse)’는 고전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이 주 메뉴.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하는 ‘쏭아지네’도 있다.○ 영어+지식 획득 해외 북튜브를 꾸준히 보면 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코믹, 차분함, 동화책,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국내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영어 초보자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베키(StoryTimeWithMsBecky)’를 추천한다.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도 밝은 분위기로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회사원 심지연 씨(33)는 퇴근 후 휴대전화와 TV부터 연결한다. 북튜브(Book+Youtube)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다루는 북튜브는 드라마, 영화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내용도 유익하다”며 “라디오처럼 흘려듣기에도 ‘딱’ 좋다”고 했다. 북튜브 전성시대, 기자가 20여 개 채널을 직접 구독한 뒤 맞춤형 가이드를 정리했다. ●초보 독서인 ‘겨울서점’의 김겨울은 책이 빼곡히 꽂힌 서재에서 조근조근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 들여 엑기스만 추린 콘텐츠, 부드러운 저음의 여성 목소리, 깔끔한 말솜씨가 매력 포인트. 그는 “책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감상은 솔직히 전하는 게 철칙”이라고 한다. ‘공백의 책단장’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흥강자다. 하나의 주제를 프로젝트처럼 다뤄 깊이 있는 독서를 돕는다. ‘사월이네 북리뷰’와 ‘책선비’는 남성이 운영하는 채널. ‘사월이네…’는 고전을 주로 다룬다. 조선시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방송하는 ‘책선비’는 자기계발서와 공상과학(SF) 소설을 소개한다. 잘난 척 하지 않고 지식을 나눠주는 친구 같아 초보 독서인에게 적합하다. ●CEO·수험생 지식 교류가 중요한 리더들에게는 책의 핵심만 떠먹여주는 채널이 유용하다. ‘책그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비디오스크라이브 방식을 사용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책읽찌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책그림’ 성격으로, 경제·경영서를 주로 다룬다. “성장하고 싶은데 퇴근 후 에너지가 없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라는 게 운영자 이가희 씨의 설명이다.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고전문학을 다룬다. 투박한 PPT를 배경으로 성우가 작품 특징, 줄거리, 소감을 들려준다. 완독이 버거운 수험생이나 문학소양이 아쉬운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번 아웃된 이들 가만히 책을 읽어주는 낭독채널은 어른들의 자장가 역할까지 해낸다. ‘책 읽기 좋은 날’은 세계문학, 한국문학, 에세이, 신간을 두루 읽어준다. 떡메 치는 소리, 참숯 익는 소리, 고드름 낙수 소리 같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영상도 볼 수 있다. ‘루나 펄스(lunar pulse)’는 고전을 여러 편으로 나눠 끝까지 읽어준다. 톨스토이, 안중근 의사 자서전 같은 무게감 있는 책이 주 메뉴. 심리 분야 도서만 리뷰하는 ‘쏭아지네’도 있다.●영어+지식 획득 해외 북튜브를 꾸준히 보면 영어와 지식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코믹, 차분함, 동화책,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국내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영어초보자는 곰 인형을 안은 할머니가 그림책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위드미즈벡키(StoryTimeWithMsBecky)’를 추천한다.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는 코믹 북튜브로, 요가를 하면서 책꾸러미를 자랑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도 밝은 분위기로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젊음의 공간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더 노라(The Nora)’. 22일 찾은 이곳에서는 오프닝 공연을 앞둔 제이미 밴드(JME Band)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더더더더 잘 놀자는 뜻을 담아 ‘더 노라’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클럽에 가면 (나이 때문에) 물을 흐리게 되잖아요? 취향 외에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재즈 선율을 흥얼거리던 생활도자기 기업 ‘이도’의 이윤신 대표가 말했다. 그는 국내 생활도자기 1세대 도예가로 1990년대부터 활동하다 2004년 이도를 설립해 사업을 키워 왔다. 이도는 최근 이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92년부터 열어온 이도콘서트와 이도아카데미를 디딤돌 삼아 문화 행보를 확대하는 의미다. ‘더 노라’는 재단의 첫 결실. 22일 재즈 뮤지션인 장정미와 말로, 이명건 트리오, 래퍼 MC메타의 콜라보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요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최대 100석이며 주류는 팔지 않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도예와 달리 음악은 그 순간 모든 걸 쏟아붓는 시간의 예술이죠. 첼로, 재즈, 가야금, 창을 조금씩 배우다가 최근엔 힙합에 빠져 래퍼 비와이의 ‘데이데이’를 연습 중이에요. 호흡이 가빠 헉헉거리지만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이 대단해요.” 도자기와 힙합이라니 언뜻 불협화음처럼 느껴진다. 재즈 마니아인 이 대표는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노닌다는 점에서 힙합의 매력에 눈떴다고 한다. 그는 “음악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이들도 하나로 묶는 마법”이라며 “혐오의 시대에 음악으로 놀면서 세대·성별 갈등을 허물었으면 한다”고 했다. “노년에 접어들면 괜스레 클래식, 도예, 인문학 강좌 같은 걸 취미 삼아야 하나 싶죠. 하지만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따로 있나요. 한두 번씩 접하다 보면 개인의 생각이 바뀌고, 그 생각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 거라 생각합니다. 장르의 편견을 허물고 싶어 오프닝 무대에 힙합과 재즈를 함께 올렸죠.” 그는 2013년 아버지인 이우혁 창업주의 뒤를 이어 원신월드의 ‘W몰’ 회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대표, 회장 같은 직함보다 도예가 또는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예, 인문학 강의, 클래식 콘서트, 그리고 ‘더 노라’….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 좋은 것들을 앞으로 다른 이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3월 1일 오후 7시 반. 오영준 퀄텟. 3월 2일 오후 7시 반. 사자 밴드(SAZA band). 2만 원(현장 2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젊음의 공간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더 노라(The Nora)’. 22일 찾은 이곳에서는 오프닝 공연을 앞둔 제이미 밴드(JME Band)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더더더더 잘 놀자는 뜻을 담아 ‘더 노라’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클럽에 가면 (나이 때문에) 물을 흐리게 되잖아요? 취향 외에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재즈 선율을 흥얼거리던 생활도자기 기업 ‘이도’의 이윤신 대표가 말했다. 그는 국내 생활도자기 1세대 도예가로, 1990년대부터 활동하다 2004년 이도를 설립해 사업을 키워왔다. 이도는 최근 이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92년부터 열어온 이도콘서트와 이도아카데미를 디딤돌 삼아 문화 행보를 확대하는 의미다. ‘더 노라’는 재단의 첫 결실. 22일 재즈 뮤지션인 장정미와 말로, 이명건 트리오, 래퍼 MC메타의 콜라보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요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최대 100석이며 주류는 팔지 않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도예와 달리 음악은 그 순간 모든 걸 쏟아 붓는 시간의 예술이죠. 첼로, 재즈, 가야금, 창을 조금씩 배우다가 최근엔 힙합에 빠져 래퍼 비와이의 ‘데이데이’를 연습 중이에요. 호흡이 가빠 헉헉거리지만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이 대단해요.” 도자기와 힙합이라니 언뜻 불협화음처럼 느껴진다. 재즈 마니아인 이 대표는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노닌다는 점에서 힙합의 매력에 눈 떴다고 한다. 그는 “음악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이들도 하나로 묶는 마법”이라며 “혐오의 시대에 음악으로 놀면서 세대·성별 갈등을 허물었으면 한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해서 많은 분들과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클래식 위주의 이도 콘서트와 유정우의 아트클래식 강연을 진행해왔죠. 그러다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음악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공연장 '더 노라'를 기획했습니다.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가족이 다함께 음악을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2013년 아버지인 이우혁 창업주의 뒤를 이어 원신월드의 ‘W몰’ 회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대표, 회장 같은 직함보다 도예가 또는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예, 인문학 강의, 클래식 콘서트, 그리고 ‘더 노라’…. 좋아하는 걸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 좋은 것들을 앞으로 다른 이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3월 1일 오후 7시 반. 오영준 퀄텟. 3월 2일 오후 7시 반. 사자 밴드(SAZA band). 2만 원(현장 2만5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식 포화 시대. 아는 건 쌓여 가는데 자꾸만 초조해진다. 내가 아는 게 맞는지, 남들보다 지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반 지식커뮤니티 ‘뤄지쓰웨이(羅輯思維)’의 대표인 저자는 지식의 쓸모에서 해법을 찾는다. 지식을 꿰어 인지력을 높이면 지식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5개 장에서 지식의 실전 활용법이 펼쳐진다. 1장에서는 변화의 의미에 주목한다. 수박을 고무줄로 터뜨리는 모습, 별다를 것 없는 열차 안 풍경…. 언제부턴가 대중은 이상한 영상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칠 법한 현상에서 중국 투자자 장취안링은 “요즘 대중은 단순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흐름을 읽어낸다. 이러한 혜안은 절호의 투자 기회로 이어진다. 인류사를 뒤흔든 변화는 어떻게 탄생할까.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개인의 명석함과 별개로 시대에 빚을 졌다. 저자에 따르면 “(그 시대에) 우주, 미세한 생물, 수평 공간에 대한 시야가 갑자기 열리면서 과학적 방법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것”이다. 2장에서는 경제학의 중요성을 살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의 사례를 다수 소개하며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면 직관으로 점철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단언한다. 3장에서는 혁신을 탐구한다. 혁신은 천재가 아닌 사소한 발견에서 싹을 틔우는 경우가 많았다. 세균 감염을 막는 손 씻기처럼 “별것 아니지만 끈기 있게 실천해 나가다 보니 궁극에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이 적지 않다. 4장과 5장에는 각각 ‘비즈니스적 사고 기르기’, ‘이 세상은 좋아질까?’라는 제목이 달렸다. 변화무쌍한 대륙 콘텐츠업계 지식왕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같은 곳에서 같은 밥을 먹고 다니는데 여행지에서 유독 빛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여행 간지’다. 차곡차곡 쌓여 풍기는 테 같은 거라 쉽게 흉내 내기 힘들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단기간에 ‘여행꾼’으로 변신시켜줄 마법 아이템을 소개한다. ○ “느낌 있게 찰칵” 여행 토퍼 “작은 투자로 기분을 팡팡 띄워줘요.” 20대 직장인 한선주 씨는 여행지마다 토퍼(Topper)를 꼭 챙겨 다닌다. 지난해 중순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에 반해 토퍼에 입문했다. 그는 “여행 사진에 토퍼를 끼워 넣으면 여행에 대한 정보도 되고 느낌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여행 토퍼란 기념 문구나 그림을 오려 만든 종이. 들고 다니며 여행 기분을 돋우다가 사진을 찍을 때 액자처럼 끼워 쓴다. ‘다낭 호이안 부부여행 중’ ‘사랑하는 김복동 여사님 칠순 여행 중’처럼 여행 장소와 의미를 새겨서 제작한다. 2, 3년 전 처음 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토퍼 제작업체인 ‘오늘토퍼’의 김상희 대표는 “1년 만에 판매량이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제작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토퍼 디자인도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단순히 글자를 새겨 제작하던 초반 디자인은 구시대 유물이 됐다. 사진과 화려한 디자인은 기본. 유행어나 좋아하는 시 구절을 넣거나 꽃, 사탕, 구슬 등 장식물을 붙여 개성을 표현한다. 가격은 기본 디자인은 5000원, 맞춤형 제품은 1만5000원 선이다. 토퍼가 유행하면서 기계를 들여 직접 만드는 이도 늘고 있다. 30대 후반 직장인 엄모 씨는 “칼로 종이를 오려 토퍼를 만들다가 (힘든 작업 때문에) 혈압이 올라서 기계를 샀다. 실력이 쌓이면 판매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계 가격은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A4 전용 기계 기준으로 20만∼30만 원 선이다. 토퍼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자사 정체성을 새긴 토퍼를 나눠주거나 아이돌 팬클럽에서 토퍼를 제작해 콘서트 인증샷을 찍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퍼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라며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전성기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 “오래 머물며 관찰” 어번 스케치 “먹다 남은 삼겹살도 그리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도 그려요. 느낌 좋은 카페 풍경도 그리죠.” 직장인 이성은 씨(29)는 2년째 어번 스케치(Urban Sketch) 수업을 듣고 있다. 어번 스케치란 야외 풍경, 특히 여행지 풍경 그리기를 뜻한다. 그는 “볼펜과 작은 고체 물감을 들고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엽서에 그리곤 한다”며 “그림일기를 쓰는 느낌이라 여행지의 기억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고 했다. 최근 어번 스케치에 매료됐다는 40대 김모 씨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 SNS에 올리는 작업이 언제부턴가 노동으로 느껴졌다”며 “한 군데에서 천천히, 그리고 사색하는 과정이 좋아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어번 스케치는 지난해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행드로잉 작가 정승빈 씨에 따르면 1년 전부터 거의 모든 화실에서 어번 스케치 수업을 개설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시장이 성장했다. 수강생은 20, 30대 여성이 70% 이상이며 최근에는 은퇴한 5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 씨는 “그림을 그리려면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며 “같은 곳을 여러 번 갈 정도로 여행이 보편화되다 보니 한곳을 깊이 봐야 하는 어번 스케치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이종) 같은 책으로 연습하는 독학족도 늘고 있다. 느긋할 땐 느긋한 대로, 급할 땐 급한 대로 여행 당시의 느낌을 담아 그리는 것이 포인트다. ○ “자유로운 여행 기분 쑥” 여행 타투 여행지의 랜드마크, 비행기 창문, 세계지도…. 여행 전후에 타투를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타투는 물론 질 좋은 판박이 격인 인스턴트 타투로 여행 기분을 돋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타투로 여행의 추억을 몸에 새긴다. 이솝 타투이스트는 “태연 현아 등 연예인들의 타투 사진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행을 계기로 타투를 결심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귀 뒤, 발목, 손목 등에 작은 크기로 타투를 새기는 게 보통이다. 인스턴트 타투는 스티커 형식이어서 수일 내에 제거할 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KBS △비서실장 하석필 ▽인적자원실 △인사기획부장 전영환 △인사운영〃 김성일 △인재개발원장 조성용 △심의실 심의부장 정병권 ▽시청자센터 △시청자서비스부장 예미란 △시청자사업〃 이정호 △시청자미디어〃 최용수 △지역정책실 지역혁신부장 김종환 ▽전략기획실 전략기획국 △전략기획부장 강성훈 △PSM전략〃 김강훈 △계열사협력〃 강윤규 △예산국 예산부장 허주기 ▽대외협력국 △대외협력부장 박태서 △커뮤니케이션〃 황상길 △국제협력〃 정제혁 △미디어기술연구소 미디어기술연구부장 이만규 ▽편성본부 편성전략국 △편성전략부장 한경택 △편성조사〃 이정환 △편성운영〃 이정묵 △브랜드기획〃 나원식 ▽편성국 △1TV편성부장 홍진표 △2TV〃 예경옥 △편성제작부장 이병용 ▽디지털미디어국 △디지털미디어기획부장 김창회 △디지털서비스운영〃 이광진 △디지털플랫폼개발〃 선영진 △콘텐츠아카이브〃 유용준 ▽국제방송국 △TV국제방송부장 금동설 △R〃 최수아 ▽아나운서실 △아나운서1부장 김태규 △아나운서2〃 김홍성 △한국어연구〃 정세진 △영상제작국 총감독 이학수 허정 박진형 김승환 △보도본부 보도운영부장 이병기 ▽제작1본부 △제작기획1부장 이재오 △제작운영〃 손재오 △시사교양1국 CP 이제헌 최인성 이상헌 △시사교양2국 〃 이내규 김형운 양홍선 ▽협력제작국 △협력제작1부장 고정훈 △협력제작2〃 최재복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방송단 3.1운동및임정100주년방송부장 김호상 △▽라디오센터 라디오편성기획국 △라디오기획부장 신원섭 △라디오편성〃 정일서 △디지털오디오〃 민일홍 △2FM〃 김홍철 ▽제작1본부 라디오센터 △2라디오부장 박영심 △1FM〃 이연희 △한민족방송〃 오순화 ▽제작2본부 △제작기획2부장 정연수 △콘텐츠프로모션〃 조성훈 △예능센터 CP 권용택 이황선 최재형 김광수 △예능사업부장 제태규 ▽콘텐츠사업국 △콘텐츠사업부장 신승원 △플랫폼사업〃 이석진 △지식재산권〃 양창훈 ▽광고국 △광고기획부장 신철균 △광고마케팅〃 김재윤 ▽드라마센터 △CP 황의경 이건준 배경수 강병택 △드라마사업부장 신경균 ▽기술본부 △기술관리국 기술기획부장 이택순 △〃 기술운영부장 이덕재 △〃 장비관리부장 박철배 △미디어인프라국 제작시설부장 이승호 △〃 송신시설 전성상 △〃 시스템구축부장 구기현 △방송네트워크국 네트워크운영부장 조용수 △〃 수신기술지원부장 김준호 ▽기술본부 송신소장 △소래 이강배 △남산 문창환 △관악산 강남욱 △김제 김종호 △당진 장환영 △방송네트워크국 화성송신소장 용순문 △미디어송출부장 한대복 ▽제작기술센터 △후반제작부장 오종연 △TV기술국 총감독 최종철 황인주 김창길 박경현 △보도기술국 총감독 신현욱 최인대 △중계기술국 총감독 염정동 이진식 △라디오기술국 총감독 백종업 황구연 ▽경영본부 경영관리국 △총무부장 최관호 △재무〃 박진웅 △구매〃 황종수 △후생〃 박성주 ▽수신료국 △수신료기획부장 최인섭 △수신료운영〃 서현희 ▽수신료국 사업지사장 △강북 차청문 △강남 이재덕 △인천 김수자 △경기남부 장재영 △〃동부 김규호 △〃북부 문희세 ▽경영정보국 △경영정보부장 정창기 △정보인프라〃 김경범 △자산운용국 자산개발부장 이진관 ▽시설관리국 △건축기전부장 김재수 △전력운영〃 이대국 △시설관리〃 강경철 △안전관리실장 한운호 ▽방송총국 총무국장 △부산 이학상 △창원 김종일 △대구 이종선 △광주 김의석 △전주 유창호 △대전 김진규 △청주 이정한 △춘천 고인재 △제주 임관홍 이설기자 snow@donga.com}

여덟 번째 시집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1만 원)가 출간된 다음 날, 곽재구 시인은 훌쩍 인도로 떠났다. 15일 전화로 만난 그는 “많은 이들이 봐줬으면 하는 욕심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멀리 떠났다. 탈고된 시집을 보고 눈물이 흐르기에, 이걸로 됐다 싶었다”고 했다. “제 글에 눈물 흘리긴 동화 ‘아기참새 찌꾸’(2001년) 이후 두 번째예요. 순수하게 작품과 교감했다는 뜻이기에 홀가분하게 인도로 간 겁니다. 물론 많은 이에게 시가 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요. 의식적으로 ‘한 사람이면 충분하고, 두 사람이면 행복이요, 백 명이면 위대한 일이다’ 생각합니다.” ‘눈물을 사랑할 수 없지만/생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은 없어/배낭여행자는 풀밭에 앉아/하얀 신발의 자주색 끈을 묶지’(배낭여행자) 시집엔 최근 3년간 쓴 시가 담겼다. 집 근처 샛강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 흐르는 강과 징검다리, 물고기, 꽃, 새소리와 교감하며 영근 단상의 정수만 솎았다. 생경한 단어나 꼬인 문장 없이 쉽게 읽히는데 따스하고 여운이 길다. 그는 “바보같이 착한 시”라고 했다. ‘두 손을 모아 강물을 받아요/그 물로 얼굴을 비벼요/물고기 냄새와 달빛 냄새가 나네요/아침 해가 강물에게 들려준 얘기를 느낄 수 있어요’(세수) “좋은 시는 쉬운데 깊고 따뜻한 느낌을 줘요. 그런 시를 쓰기 위해 맹렬히 노력했습니다. 지난 3년간 좋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이웃들이 어여뻐서 시집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웃이자 국민에게 건네는 일종의 ‘헌시’라는 설명. 시집에 산문을 추가한 것도 시를 친절히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ㄱ’ ‘ㄴ’…‘ㅡ’ ‘ㅣ’…. 한글 자모를 제목으로 단 조각글에는 시에 대한 설명과 윤동주 백석 정지용 같은 시인을 흠모하던 시인의 유년 시절까지 담겼다. 그가 사랑하는 두 가지는 시와 인도. 지난 20년간 1000일 이상 머문 인도는 그에게 생명수와 같다. 인도의 불결하고 가혹하고 뜨거운 기운은 그에게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가 “산문에서 윤동주 백석 정지용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시집은 거의 다 보는데, 하나같이 시들이 난해해요. 위 시인들은 달라요. 쉬운 시로 순연한 감동을 주죠. 시에 대한 애정으로 건네는 유연한 회초리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꿈과 일상 사이에서 갈팡거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같은 일을 하는 이들 간 흔한 시기와 흠모를 다룬다. 월급쟁이로 살든, 꿈을 좇아 살든, 지나고 보면 그저 아름다운 꽃시절을 다독인다. 권기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중력’은 일상의 중력을 떨쳐내려는 이들을 내세운다. 2006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 대회를 소재로 택했다. 어쩔 수 없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른다. 소설이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와 더 술술 읽힌다. 어린 시절 과학 잡지에서 본 화성 사진에 매료된 이진우. 소년의 가슴에는 인장처럼 우주인의 꿈이 새겨진다. 꿈은 꿈일 뿐, 현재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최하의 인사 고과로 궁지에 내몰린 직장인. 딴짓한다며 쏟아지는 눈총에 질세라 우주인 선발 테스트에 온 힘을 쏟는다. 또 다른 주인공 김태우.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임을 알아본다. 둘은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다. 이진우는 꿈을 접은 채 안분지족해온 반면 김태우는 걸어온 모든 길이 우주인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선망하는 우주인도 암스트롱과 올드린으로 각각 다르다. “사실 암스트롱은 미안했던 거예요. …그래서 (인간적인) 암스트롱을 좋아해요.”(이진우) “(버즈 올드린은) 좀 이기적이고 지기 싫어했지요. 하지만 다들 그러지 않았을까요? 매일 경쟁인데.”(김태우) 꿈을 쟁취할 단 하나의 티켓. 두 사람을 비롯해 유일한 여성 후보 김유진, 심리학도 출신의 사업가 정우성이 ‘어울리며 경쟁하는’ 상황은 피를 말린다. 생업을 포기하고 날아온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승리와 패배, 고매함과 천박함, 우정과 배반 사이를 하루 열두 번씩 오간다. 설상가상, 우주의 사회생활은 더 ‘빡세다’. ‘우주에 몇 번 다녀왔고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선장이나 비행 엔지니어를 했는지, 아니면 임무 전문가나 실험과학자였는지’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 한때 대기업 부장으로 떵떵거리던 아버지는 아들 이진우에게 시들하게 말한다. “나도 말이야. 젊을 때는 미국이나 영국에 한번 가보고 싶었어. 꿈같은 일이었지.” 아버지의 생을 내려다보는 작가는 ‘봉급쟁이의 삶이란 지나간 다음에야 꽃 시절인 줄 아는 것. 퇴직하고 나면 벼랑의 낙화처럼 급전직하한다’고 읊조린다. 작가는 “단순한 우주인 선발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을 실현해 보려는 삶의 어려움과 희망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일상을 가꾸고 키우며 고속 질주하다 보면 어느덧 사회 중견. 이따금 꿈꾸던 이상에 눈 돌리지만 세속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고민을 그러모았다. 어느 쪽이 옳다 정답을 흘리지 않아 담백하다. 우주인 선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내공이 생동감 있게 넘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2년 전만 해도 일부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강자로 떠오른 와인이 있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내추럴와인(Natural Wine)’이다. 때마침 맹렬한 내추럴와인 옹호가인 이자벨 르주롱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와인 최고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에서 와인 행사를 개최하는 와인계의 슈퍼스타다.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내추럴와인을 마시는 건 자연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며 “단언컨대 내추럴와인은 삶을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할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내추럴와인이란 기성 와인의 반대말에 가깝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하며, 이산화황 인공효모 등 첨가물도 일절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비료를 뿌리지 않아 포도나무에 벌레가 끓거나 실패작인 와인 ‘식초 통’을 끌어안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르주롱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러운 생산 과정으로 본다. 일반 와인숍에서 구매 가능하며 가격은 일반 와인보다 살짝 비싼 편. “화학물질을 넣으면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순 있죠. 하지만 자연적 독창성은 사라지고 말아요. 다양한 땅의 정취를 머금은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믿습니다. 미생물이 꼬물대는 살아 있는 와인요.” 기존과 다른 생산 문법은 맛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오줌 맛 또는 마구간 냄새가 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르주롱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마시면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와인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아쉬워요. 전문가들의 평가 잣대와 마케팅이 와인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감각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색과 맛 등 모든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즐겨야 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르주롱이 쓴 책 ‘내추럴와인’(한스미디어·3만2000원)도 국내 출간됐다. 책에서 그는 ‘내추럴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본래의 와인인데, 오늘날 드문 것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00여 년 전 와인의 고향 조지아에서는 그저 포도즙과 기다림으로 와인을 빚었다. 그는 “자연은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불과 100년 사이 사라진 와인 본연의 제조 방식과 맛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2년 전만 해도 일부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강자로 떠오른 와인이 있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다. 때마침 맹렬한 내추럴 와인 옹호가인 이자벨 르쥬롱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와인 최고 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에서 와인 행사를 개최하는 와인 계의 슈퍼스타다.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건 자연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며 “단언컨대 내추럴 와인은 삶을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할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내추럴 와인이란 기성 와인의 반대말에 가깝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하며, 이산화황 인공효모 등 첨가물도 일체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비료를 뿌리지 않아 포도나무에 벌레가 끓거나 실패작인 와인 ‘식초 통’을 끌어안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르쥬롱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러운 생산 과정으로 본다. “화학물질을 넣으면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순 있죠. 하지만 자연적 독창성은 사라지고 말아요. 다양한 땅의 정취를 머금은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믿습니다. 미생물이 꼬물대는 살아 있는 와인이요.” 기존과 다른 생산 문법은 맛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오줌 맛 또는 마구간 냄새가 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르쥬롱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마시면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와인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아쉬워요. 전문가들의 평가 잣대와 마케팅이 와인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감각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색과 맛 등 모든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즐겨야 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르쥬롱이 쓴 책 ‘내추럴 와인’(한스미디어·3만2000원)도 국내 출간됐다. 책에서 그는 ‘내추럴 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본래의 와인인데, 오늘날 드문 것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00여 년 전 와인의 고향 조지아에서는 그저 포도즙과 기다림으로 와인을 빚었다. 그는 “자연은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불과 100년 사이 사라진 와인 본연의 제조 방식과 맛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추럴 와인은 소규모 와인 생산자가 개성을 담아 만들어요. 책으로 와인을 공부하기보다 지인들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세요. 솔직한 맛과 느낌을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번역자가 궁금해지는 책은 드물다. 3권으로 구성된 ‘중국정치사상사’(글항아리)는 그 흔치 않은 호기심을 불렀다. 보통 책 10여 권을 쌓은 높이. 어깨가 뻐근할 정도의 무게. 심지어 한자! 무엇이 그를 완역으로 이끈 걸까.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만난 장현근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56)는 “첫눈에 후학에게 꼭 필요한 자료란 걸 직감했다. 그 믿음으로 20년 번역 가시밭길을 견뎠다”고 했다. “책이 1996년에 나왔고 1998년부터 번역을 시작했어요. 당시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어본 번역이 있긴 했지만 다소 어렵고 서양이론에 입각한 면이 컸죠. 원전 인용이 훨씬 방대한 데다 토박이 교수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봤습니다.” 책은 중국 대륙을 훑고 간 5000년 사상의 흐름을 꿰어냈다. 지난해 세상을 뜬 류쩌화(劉澤華) 난카이대 교수와 제자 7명이 함께 썼다. 총 3권에 △선진시대 △진한과 위진남북조 시대 △수당 송원 명청 시대를 차례로 다룬다. 장 교수는 “한동안 단절된 중국정치사상사의 물꼬를 튼 책”이라며 “중국에서도 엄청난 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문사철의 요체인 중국사상사에 대한 학문이 근대 이후 단절기를 겪었어요. 마르크스주의와 마오(毛澤東·마오쩌둥)주의가 학계를 지배했죠. 하지만 류 교수의 노력으로 1980년부터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고, 현재 제자 60여 명이 중국 전역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문사철 강국이다. 그 힘은 문명이 발생한 직후부터 이어온 사상경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사상사를 정치 관점에서 조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서양과 달리 중국 사상사에서는 왕권주의가 도드라지며, 왕권주의는 사회 형태와 권력 체계는 물론 관념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장 교수는 “왕권주의를 비판적으로 살핀 책”이라며 “중국을 가장 진지하게 이해하는 길은 사상사 공부”라고 했다. “정치로 세상을 구원하려 한 공자(孔子), 학문적 깨침을 중시한 왕양명(王陽明)이 주는 울림은 역시 대단해요. 황종희(黃宗羲)는 제왕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책으로 자기 성취를 이루려 한 한나라의 왕충(王充)도 인상 깊고요.” 3권 도합 15만 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구입 문의를 해오는 개인 독자가 적지 않다는 후문. “명상하듯 하루에 조금씩, 두꺼운 통사를 읽어가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게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어떤 이에게 책이 가닿길 바랄까. “중국사상사는 곧 우리 한반도의 사상사이기도 합니다. 과거 뛰어난 사상학자는 모두 조선 땅에 있었고, 지금도 지방 서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사상사를 줄줄 읊어요. 고전을 읽기 전 해당 부분을 다룬 사상사로 머리를 틔우길 권합니다. 사전처럼 옆에 두고 ‘발췌독’(필요할 때 조금씩 발췌해 읽는 독서)하면 훨씬 흡수가 빠를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세러피)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언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 홀로 힐링을 하기도 한다. 사운드 세러피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세러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세러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 씨(35)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 kimmin@donga.com·이설 기자}

시간 비용 거리의 압박으로 ‘사운드 힐링’을 진행하는 외부기관을 찾기 힘들다면? 책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론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1일 클래스로 실전을 병행할 수 있다. ▽책=전반적 개념을 잡기에 적당하다. 사운드 힐링을 다룬 책으로는 ‘사운드 힐링 파워’(젠북) ‘싱잉볼 명상’(젠북) ‘마이 네이처 사운드 테라피’(내소리연구회) 등이 있다. ‘사운드…’는 사운드 힐링 개념을 서양에 처음 도입한 암 전문의인 저자가 싱잉볼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전한다. ‘싱잉볼…’은 초보자용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 싱잉볼의 종류와 관리법, 명상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동영상=유튜브에서 ‘힐링사운드’ ‘힐링음악’ ‘자연의소리’를 최대 4시간씩 들려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소리를 빚은 ‘DIY사운드’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도 인기. 소리와 명상법을 알려주는 채널도 다양하다. ‘정민마인드풀TV’는 싱잉볼, 자연의 소리, 무음 등을 배경으로 명상을 안내하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애플리케이션=무료 명상 음악 앱이 다수 출시돼 있다. ‘사운드 힐링’ ‘슬리포’ 등이 대표적. 특히 ‘사운드…’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해 명상’ 앱은 명상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버튼을 누르면 ‘세상은 당신이 원하는 모두를 이루고자 조력하기 시작한다’ 같은 명상 메시지가 뜨면서 5분간 음악이 흐른다. ‘포레스트 사운드’ 앱은 수준 높은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인드 브리딩’은 호흡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명상 프로그램=1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 있는 악기 이름이나 ‘사운드 힐링’ ‘사운드 테라피(세러피)’로 검색하면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나 강원도 등 휴양지 숲에서 힐링 악기를 연주하는 트레킹 프로그램과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