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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집권여당인 자민당을 넘는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저한 격차로 승리할 경우 고이케 지사의 ‘돌풍’은 ‘태풍’으로 바뀌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1강(强)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3∼25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도민퍼스트회의 지지율이 26%로 자민당(23%)을 앞섰다고 26일 보도했다. 도민퍼스트회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반면에 자민당은 2%포인트 떨어져 지지율이 역전됐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도 도민퍼스트회의 지지율(27%)이 자민당(26%)을 앞섰다. 니혼게이자이와 산케이신문 조사에서도 도민퍼스트회가 근소하게 자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각 25%로 양 진영이 동률이었다. 도민퍼스트회의 약진은 아베 정권과 자민당에 대한 실망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아베 총리가 지인이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총리가 19일 직접 사과했음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내각 지지율은 최대 10%포인트 급락하면서 일부 조사에서 30%대로 추락했다. 22일에는 ‘아베 키즈’로 불리는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 중의원 의원이 비서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은 녹취 파일이 등장해 충격을 줬다. 도요타 의원은 열두 살 많은 비서에게 ‘이 대머리야’, ‘너는 살 가치도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 고이케 지사의 개혁적 언행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지난해 취임 후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깎은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공용차 폐지, 정무활동비로 식사 금지, 상임위 인터넷 중계 등 의원 특권 폐지를 약속했다. 또 공천 후보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웠다. 정계의 관심은 50명의 후보를 낸 도민퍼스트회가 공명당과 함께 과반수(64석) 의석을 차지할지에 쏠린다. 공명당은 전통적으로 자민당과 공동보조를 취해 왔으나 이번에는 고이케 진영과 손을 잡았다. 과반 목표를 달성할 경우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정계 개편 움직임이 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에 ‘올인(다 걸기)’ 한 고이케 지사는 26일에만 세 곳을 돌며 “우리 후보 중에는 폭언, 폭행을 하는 여성 후보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23일 선거 고시 이후 한 번도 지원연설을 하지 않았다. 스캔들에 시달리는 처지다 보니 오히려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지방 선거’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다만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5일 지원유세에서 “급하게 설립된 정당에 도정을 지지할 힘은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변수는 아직 의향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자체 조사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57%에 이르는데 각 진영이 앞으로 이들을 얼마나 설득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이 60%대로 다소 떨어진 것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고이케 지사가 이달 초 자민당 탈당계를 내면서 자민당 지지자 일부가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과 고이케 진영의 대립이 격화될 경우 추가로 자민당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69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4일 도쿄(東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제외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이사 8명을 재선임했다. 신 총괄회장은 ‘명예회장’이라는 직함만 갖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 1세대 중 가장 마지막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설립한 이래 롯데그룹을 경영해 왔다. 이날 신 총괄회장이 이사직을 잃은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19%가량 보유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퇴임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돼 왔지만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의 배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해 8월 한국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올 초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부터 일본 롯데와 한국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차례로 물러났다. 마지막 남은 한국 롯데그룹의 롯데알미늄 이사직도 8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형제간의 네 번째 표 대결도 있었다.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안한 경영진 교체 안건이 부결돼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지분 28.1%) 대표인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 등을 해임하고 자신을 포함한 새 경영진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등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지속적인 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꾸준히 경영진 교체를 계속 시도하겠다”고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김현수 기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일본에서 ‘반도체 기술이 한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SK하이닉스는 자금을 빌려주는 것뿐이다. 의결권이 없고, 경영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 유출 걱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3000억 엔(약 3조6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SK하이닉스가 앞으로 경영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펀드가 향후 차익을 실현할 때 SK하이닉스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전력(前歷)을 거론하며 경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년 전 도시바 엔지니어를 통해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도시바에 의해 소송을 당해 330억 엔(약 3400억 원)을 내고 합의한 바 있다.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 전까지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8월부터 도쿄증권거래소 2부 강등이 결정된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매각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합류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06년 자신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국가의 골격은 일본 국민의 손으로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야 한다. 헌법 개정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1946년 공표된 평화헌법이 패전 후 연합국총사령부(GHQ)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베는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재임기간 1957∼1960년) 전 총리로부터 개헌에 대한 신념을 물려받았다. A급 전범으로 기소돼 3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기시 전 총리는 ‘자주헌법 개정’을 내걸고 1955년 자민당 창당을 주도했고 마지막까지 개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베는 정치에 입문한 후 줄곧 “헌법 개정은 자민당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이라며 개헌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2006년 총리에 취임한 후 의욕에 불타 ‘2010년 헌법 개정’ 목표를 내걸었다가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1년 만에 물러났다. 절치부심 끝에 2012년 말 다시 총리가 된 뒤에는 좀 더 신중하게 개헌 문제를 다루고 있다. 2013년에는 “헌법 개정 절차가 너무 어렵다”며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개헌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를 ‘과반수’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개헌 발의의 문턱을 낮춘 뒤 핵심인 헌법 9조(무력행사와 군대 보유 금지)를 개정하겠다는 이른바 ‘2단계 개헌론’이었다. 하지만 ‘꼼수’ ‘사기’라는 비판 여론에 힘을 얻지 못했다. 그 대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고 2014년 7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헌법 해석을 바꿨다. 이듬해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새 안보법을 통과시키며 실질적으로 헌법 9조를 무력화했다. 아베 총리는 또 경제 살리기와 외교적 성과에 힘입어 어느새 중·참의원 3분의 2를 개헌 세력으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 총재 3선을 금지한 자민당 당규를 바꿔 2021년까지 장기 집권을 할 발판도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은 지난달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2020년에 새 헌법을 시행하고 싶다. 9조 개헌에도 정면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도 이를 받아 헌법개정추진본부를 가동해 올가을 초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개헌세력이 중·참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개헌안을 발의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찬반 여론이 엇갈려 국민투표 장벽을 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분명히) 헌법 위반입니다. 법적 안전성을 크게 흔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6월 일본 중의원에서 열린 헌법심사회 회의에 불려 나온 헌법학자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당시 59세) 와세다대 교수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자민당 의원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는 집단적 자위권을 골자로 한 새 안보법안이 최대 이슈였다. 이를 추진하던 집권당이 부른 참고인이 국회에서 “이 법안은 위헌”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 자민당은 “참고인을 잘못 골랐다”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언론에선 ‘자민당이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저명한 헌법학자 3명이 모두 법안이 위헌이라고 밝힌 것은 안보법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이후 12만 명이 국회를 둘러싸는 대형 시위로 발전했다. 하세베 교수는 요즘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 시도를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일본 헌법학자 5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전국헌법연구회 대표도 맡고 있다. 15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 와세다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하세베 교수는 “아베 총리는 합리적 설명 없이 어디든, 어떻게든 고치겠다는 집착에서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아베 정권, 할 일 안 하고 안 해도 될 일에 몰두” 여러 차례 헌법을 바꾼 한국과 달리 일본이 70년 동안 한 번도 헌법을 바꾸지 않은 배경부터 질문했다. “국내외 사정이 달라진 만큼 시대에 맞게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하세베 교수는 “헌법은 중장기적으로 지켜야 할 사회와 정치의 대원칙이기 때문에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 교체)’와 함께 전면적으로 바뀐다”며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까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70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세탁기, 냉장고와는 다르기 때문에 연한이 됐다고 바꾸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헌법을 고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발의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 등 자민당 우익 진영에선 ‘지나치게 바꾸기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하세베 교수는 “헌법을 바꾸기 힘들게 한 것은 누가 정권을 잡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룰이기 때문”이라며 “아베 정권은 막대한 재정적자 같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내버려두고, 바꾸지 않아도 될 헌법에만 몰두한다.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화헌법 개정하면 자위대 제어 못할 것” 현행 헌법은 9조에서 무력 사용과 전력(戰力·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전력’에 해당하는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세베 교수는 자위대의 존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헌법학자 중 70%가량은 지금의 자위대가 위헌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다 같은 견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조직을 갖는 자체를 위헌이라 하고, 일부는 자위 조직은 괜찮지만 지금처럼 큰 규모는 위헌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개별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조직은 합헌이라고 보지만 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에 대한 침략 행위로 보고 반격할 권리)을 행사하는 지금의 자위대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자위대를 없애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자위대를 없애지 말자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위헌이라는 헌법학자들조차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9조에 자위대 관련 규정을 추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계획에 대해선 “자위대의 존재를 지금까지 명기하지 않은 것에 의의가 있다”며 반론을 폈다.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까지 자위대의 개별 활동에 대해 일일이 국회에 설명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가 명기되면 앞으로는 자위대를 제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아베 총리, 비합리적으로 개헌에 집착”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해양 진출을 거론하며 “일본의 안보 환경이 불안해졌으니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하세베 교수는 “과거 냉전 때가 더 불안했다. 그때는 당장이라도 소련이 침공해 올지 모르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자위대의 존재를 그대로 헌법에 넣을 뿐인데, 그게 어떻게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넣으면 자위대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복무하게 될 것”이란 개헌 세력의 주장에 대해선 “거꾸로 자위대의 존엄을 짓밟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안보 문제에 자위대원의 긍지 같은 정서론을 들고 나오는 건 위험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정서론을 들이대면 하게 된다. 전전(戰前)의 일본이 그랬다”고 강조했다. 하세베 교수는 “아베 총리가 제안한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일본 국내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그대로의 자위대를 인정해 달라는 제안이 국민에 의해 부결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위대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건지, 집단적 자위권이나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이 부정당한 건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 아베 총리는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대학교육 무상화, 긴급사태 조항 ‘필요 없어’ 아베 총리는 개헌 때 대학교육 무상화 조항과 대규모 재해 발생 시 긴급사태 조항 등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9조(무력 사용과 군대 보유 금지) 변경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술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세베 교수는 “헌법에 고등교육 무상화라고 써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다. 반대로 재정이 뒷받침되면 굳이 헌법에 쓰지 않아도 된다”며 개헌의 이유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절반가량이 대학에 진학하며 졸업 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미래가 보장된 사람을 위해 국민 전체가 세금을 부담하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학 등록금을 재정에서 부담하면 정부 입김이 대학의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지금 아베 정부라면 분명히 정부에서 말하는 대로 가르쳐 달라고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긴급사태 조항에 대해서도 “현재대로라도 문제가 없다는 게 여러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정치가, 공무원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거꾸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가케(加計)학원 스캔들(아베 총리가 지인이 이사장인 학교법인에 수의학과 신설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보듯 “사회 일반의 이익보다 주변 사람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일본 헌법학자 95%는 집단적 자위권 위헌이라 생각” 2년 전 국회에서 소신을 밝힌 후 하세베 교수는 아베 정권의 반대편에 선 대표적 지식인이 됐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참고인석에 앉기 전까지 자민당 추천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진술이 바뀌진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당시 참고인 3명이 모두 여당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자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 학자도 많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정작 이름을 대 보라고 하자 몇 명 대지 못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하세베 야스오는… 헌법학자. 1956년 히로시마(廣島)현 출생.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가쿠슈인(學習院)대 법학부 교수, 도쿄대 법학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와세다대 법학학술원 교수. 국제헌법학회(IACL) 부회장을 지냈으며 일본 헌법학자 단체인 전국헌법연구회 대표. 아베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는 시민단체 ‘입헌민주주의 모임’의 발기인.}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풀려난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정부 내부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대외창구인 북한 외무성이 건강 악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자 아사히신문은 한·미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5월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의 석방을 요구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알아본 끝에 웜비어의 건강이 악화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신문에 “북한 외무성이 (건강악화) 사실을 알고 당황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웜비어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북한이 무리하게 억류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에 억류당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의 발언을 인용해 “억류된 미국인들은 아주 중요한 외교 카드이며 이는 북한이 형을 선고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지적했다. 또 이 미국인은 북한에서 억류를 담당하는 비밀경찰 조직 국가보위부가 지위 상 외무성에 일일이 보고하는 관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예전에는)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 억류자와 정기적으로 영사면회를 해 건강상태를 확인했다”며 “지난해 7월 외무성 성명으로 미국과의 접촉 차단을 선언하고 영사면회를 거부했던 탓에 웜비어의 건강상태 파악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년 전 크리스마스 날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쿄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4월 회사에 입사했지만 한 달 200시간 이상의 시간외근무, 53시간 연속 근무 등 살인적 업무에 지쳐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자고 싶다는 것 말고는 감정을 잃었다’ 등 그가 생전 트위터에 남긴 글은 많은 일본인을 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과로사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당시 적잖은 이들이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목숨을 끊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시오마치 코나(汐街コナ) 씨가 4월에 낸 <‘죽을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가 안 되는 이유>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과로사하는 이들의 심리 상태와 위기 탈출 방법을 다룬 만화책이다. 첫 직장으로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던 저자는 매달 100시간씩 야근을 하며 매일 밤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생활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문득 자살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침 우연히 만난 소꿉친구로부터 ‘그딴 회사 그만두면 되잖아’라는 말을 듣고 회사를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과도한 업무가 사고력을 빼앗고 시야를 좁힌다고 지적한다. 건강할 때는 이직, 퇴직, 휴직 등 다양한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만 과로할 때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장 난 것처럼 계속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는 무조건 참고 노력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주변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200시간, 300시간 시간외근무를 하는 동료가 주변에 있다고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고 스스로 택한 일이라며 무한노동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다. 책에는 감수를 맡은 전문의의 충고도 들어 있다.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식욕부진·불면에 시달리거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잦아진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다. 뼈가 부러진 사람에게 “힘을 내 끝까지 달려”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과로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도 무작정 ‘힘을 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퇴직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 일단 쉬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지난해 다카하시 씨의 자살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만화를 올렸는데, 이를 30만 명이 리트윗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단행본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돼 두 달 만에 벌써 10만 부 넘게 찍었다. 2015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과로사·과로자살 건수는 482건이다. 매일 1명 이상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연간 근무시간은 2015년 기준으로 일본보다 400시간가량 많다. 얼마 전 한국의 케이블방송사에서 조연출로 일하던 젊은 PD가 “하루에 20시간 넘게 일을 시키고 2∼3시간 재운 뒤 다시 불러내는 삶은 가장 경멸하던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혹시 지금 과로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세상은 충분히 넓다. 그리고 자신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후 의결권 3분의 1(33.4%)을 보유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이나 사업양도 등 중요 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보도에 대해 SK하이닉스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된 한미일 컨소시엄은 이날부터 도시바와 매매 계약을 위한 세부 협의에 착수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의결권 있는 보통주의 과반수(50.1%)를 보유하게 된다.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16.5%)을 포함하면 일본 측이 3분의 2가량의 의결권을 갖는 것이다. 이는 기술 유출을 막고 국내 고용을 유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는 6000억 엔(약 6조2000억 원)가량 발행되며 나머지 중 8500억 엔(약 8조8000억 원)은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조달한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우선주에서 4분의 3을 부담하기로 했다. 여기에 은행에서 5500억 엔(약 5조7000억 원)을 빌려 인수금액 2조 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 전에 계약을 매듭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욧카이치 공장에서 도시바와 반도체를 공동 생산해 온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매각 중지’를 요청하며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제소한 것이 걸림돌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추진 중인 일본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도시바 측은 “기업 가치, 국외 기술 유출 우려 등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도시바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35.4%)에 이어 2위(19.6%)다. 낸드플래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대세’로 꼽히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 모두 상당량의 메모리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도시바는 28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한미일 컨소시엄과 세부적인 협상을 마치고 매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SK그룹 최태원 회장(사진)의 ‘실리 경영’이 돋보인 승부였다. 21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역전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3000억 엔(약 3조10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로 참여한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인수금액으로 총 2조1000억 엔(약 21조6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도시바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인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10위 안쪽을 꾸준히 유지했다. 일본 경제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인 도시바를 한국 기업에 넘길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단순히 돈을 주고 도시바를 사겠다는 뜻이 아니다. 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양사뿐 아니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주길 바란다.” 최태원 회장은 4월 일본 도시바 본사를 찾아 이번 매각 작업을 이끈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사장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목적은 도시바의 경영권이 아니라 양사의 시너지, 반도체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실익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해법으로 성공을 거두게 됐다. “기술 유출 우려가 있으니 한국, 중국 특정 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일본 반대 여론도 피했다. SK하이닉스는 경영권이나 지분을 가지지는 않는다. 국내 반도체 업계 및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1%라도 더 가져가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익’이 크다고 평가한다.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뉴 플레이어’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만 훙하이(鴻海)그룹 등도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눈독을 들였다. 이들은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이자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통해 단숨에 시장 진입을 노렸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등의 특정 기업이 도시바메모리를 손에 넣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벌이는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질 경우 SK하이닉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일정 부분 참여함으로써 미래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도 SK하이닉스로서는 큰 수확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도시바메모리 인수 유력 후보로 꼽혔던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은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일본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기술 유출 방지와 고용 확보 등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어 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양대 축은 D램과 낸드플래시다.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시장점유율 48%)와 SK하이닉스(23.2%)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시장점유율 35.4%·1위)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SK하이닉스(10.1%·5위)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바메모리(19.6%) 인수에 일정 부분 참여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코리아 파워’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게 됐다.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도시바와 반도체를 공동 생산해 온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동의 없는 매각은 안 된다’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컨소시엄 측은 이에 대해 계약 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돈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일 것으로 전해졌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북한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지려 할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일본 정부가 대피방법을 다룬 TV 광고를 방영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지만 연일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걸 놓고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21일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30초 분량의 TV 광고를 2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도쿄(東京)에 있는 5개 민영방송을 통해 방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광고는 미사일이 일본에 낙하할 우려가 있을 때 순간경보시스템 ‘J얼럿’을 통해 긴급 정보를 내보낸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일러스트와 내레이션으로 대피 방법을 안내한다. 구체적으로는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할 것 △주변에 건물이 없는 경우 바위나 나무 등 주변 물체 뒤에 몸을 숨기거나 지면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할 것 △실내에 있는 경우 창문으로부터 떨어지거나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방송광고 말고도 이 같은 내용을 이달 23~25일 전국 70여개 신문에 광고를 통해 알릴 방침이다. 2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는 인터넷 포털에도 광고를 게재한다. 일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도 대피훈련을 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총무성은 4월에 방재 담당자들을 불러 연수를 실시하면서 ‘한반도 유사 시’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나서자 지자체 중에서도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다. 3월에는 아키타(秋田) 현 오가(男鹿) 시, 이달에는 후쿠오카(福岡) 현 오노조(大野城) 시와 야마구치(山口) 현 아부(阿武) 정, 야마가타(山形) 현 사카타(酒田) 시 등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훈련이 이어졌다. 수도권의 가나가와(神奈川) 현은 피난 동영상을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 부추기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월 “북한이 사린가스를 미사일 탄두에 장착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일본에 오는 피난민을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4월 말에는 북한 내에서 발사돼 일본 근처로는 오지도 않은 미사일 발사 소식에 일부 도쿄 지하철이 멈추는 해프닝도 있었다. 과도하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를 두고서는 최근 아베 정권이 잇단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명예교장을 맡았던 모리토모(森友)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에 이어, 최근에는 40년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에 수의학과 신설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이 때문에 일부 조사에서 30%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총리가 안보 의식을 고조시켜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개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평화헌법 9조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민간 부문의 대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보다 일본 정부가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군과 정부기관 등은 연중 한두번씩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지만 민간 부분의 대비는 거의 없는 상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오전 9시 반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시내로 이동→세련된 거리에서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고 삼겹살로 점심식사→화장품을 사고 마사지를 받은 뒤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닭갈비로 저녁식사→오후 8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귀국.’ 일본 저비용항공사(LCC)인 피치항공에서 왕복 운임 최저 9000엔(약 9만2000원)에 판매 중인 ‘오사카(大阪)∼서울 총알 스페셜’의 추천 코스다. 일본에서 최근 LCC가 활성화되면서 ‘총알여행’으로 불리는 당일치기 해외여행이 각광받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주로 20, 30대 직장인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데 2만 엔(약 20만4000원) 안팎이면 여행비용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전환을 하러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당일치기 여행의 목적지는 서울이나 대만 타이베이 등 가까운 아시아 도시가 많다. 피치항공은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과 인천공항 왕복 티켓을 최저 9500엔(약 9만7000원), 하네다 공항과 타이베이 타오위안(桃園) 공항 왕복 티켓을 최저 7000엔(약 7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바닐라에어 등 다른 LCC에서도 당일치기 티켓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서울로 당일치기 미식여행을 다녀왔다” “무박으로 대만에 가서 마사지를 받고 왔다” 등 여행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심야나 새벽에 문을 닫기 때문에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라’ ‘하네다∼서울 편은 체류시간이 18시간이나 된다’ 등 총알여행족을 위한 다양한 팁도 나돈다. 일본 항공사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외국 항공사도 몰리면서 나리타(成田) 공항에는 6월 기준으로 16개 LCC가 취항하고 있으며 편수도 국내·해외를 합쳐 발착 횟수가 1268회에 이른다. 이는 전체 비행편의 약 30%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이르면 21일 열리는 도시바 이사회에서 반도체 사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유력했지만 구조조정 우려와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로 막판 판세를 뒤집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0일 “도시바가 이르면 21일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8일 주주총회 전까지 매각 계약을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올해 반도체 자회사를 팔아야 하는 도시바는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감안해 이달 중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각오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 매각을 둘러싼 막판 조정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후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도시바 본사 등이 출자해 2조∼2조1000억 엔(약 20조400억∼21조400억 원)의 인수액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도시바의 거래처인 일본 기업 4곳이 100억 엔(약 1020억 원)씩을 내고 대형은행이나 SK하이닉스가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의 안을 받아들일 경우 매각 후에도 일본 측이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럴 경우 일본 정부는 안보 분야 등에 널리 활용되는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지도 모른다는 그동안의 불안을 덜 수 있다. 도시바 측은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조2000억 엔(약 22조4000억 원)을 제안한 브로드컴은 금액으론 한미일 연합에 앞선다. 하지만 과거 인수합병을 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온 전력 때문에 고용 유지를 원하는 도시바 측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일 연합은 아직 최종 합의까지 유동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도시바와 욧카이치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동 생산해온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국제중재재판소 등에 매각 중지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애플, 아마존과 손잡은 대만 훙하이는 약 3조 엔(약 30조6000억 원) 이상을 써냈지만 ‘차이나 머니’를 경계하는 일본 정부의 반대 때문에 최종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내년 6월 개막 예정인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자를 동원한 사실을 러시아 측이 공식 인정했다고 도쿄신문이 19일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알렉세이 소로킨 2018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주처인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당국으로부터 3, 4차 하청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인원수는 많지 않다. 북한 노동자 고용은 양국 간 합의에 기초해 있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그동안 북한 노동자 고용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축구 전문지 조시마르는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자 최소 110명이 동원됐으며 그중 1명은 지난해 11월 숨졌다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200∼300m 떨어진 컨테이너에서 여권을 압수당한 채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일 없이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하루에 600루블(약 1만2000원)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문제가 되자 조사에 나선 FIFA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및 생활 여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강하게 규탄한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소로킨 위원장은 “노동조건에 위법성은 없다. 국제법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신문은 “세계 최대 이벤트가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하는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이 지급한 공사비의 3분의 2가량은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 중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는 등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러시아 측의 노동자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미국 이지스함이 일본 영해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하면서 오른쪽 측면이 크게 파손되고 승조원 7명이 숨졌다. 대북 미사일 방어의 핵심인 레이더까지 망가져 정상적인 임무 수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새벽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가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서 20km 떨어진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와 충돌했다. 컨테이너선은 좌측 앞 측면에 경미한 손상을 입은 반면 이지스함은 우측 가운데 측면이 들이받히면서 일부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등 크게 파손됐다. 이지스함 승조원 7명이 숨졌고 함장을 포함해 3명이 부상했다. 피츠제럴드함은 침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군 예인선 2척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돌아왔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컨테이너선은 정상 항해를 이어가 예정대로 도쿄(東京)에 도착했다. 상선은 멀쩡한 반면 최첨단 군함인 이지스함만 큰 피해를 본 것은 충돌 지점과 관련이 있다. 컨테이너선의 뱃머리가 이지스함의 우현 중앙 부분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배는 앞뒤에 두꺼운 철판을 두르기 때문에 중간 부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크기의 차이도 피해를 키웠다. 피츠제럴드함은 길이 154m, 배수량 8315t인 반면 필리핀 컨테이너선 크리스털호는 길이 222.6m에 배수량은 2만9060t으로 배수량이 4배 가까이나 된다. 상하이(上海)항에서 배의 접안을 돕는 업무를 해 온 전문가 천옌청(陳炎城) 도선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컨테이너 트럭이 정교한 소형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이지스함은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를 탐지하는 고성능 ‘SPY1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지만 이는 탄도미사일 등 공중 공격 탐지용일 뿐이다. 주변 선박을 탐지할 때 사용하는 대(對)수상 레이더 성능은 일반 선박과 별 차이가 없다. 사고로 ‘SPY1레이더’가 심하게 파손되면서 대북 미사일 방어 체계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탄도 미사일을 추적 탐지하는 이지스함은 미 해군 7함대와 해상자위대를 합쳐 11대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함정이 정기 점검, 훈련 등으로 수개월 단위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고는 일미 안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6일 일본 도쿄(東京) 국제전시장 빅사이트. 높이 60cm가량의 흰색 기계 윗부분에 밥을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르자 눈 깜짝할 사이에 초밥 덩어리가 줄줄이 나왔다. 로봇 제작사 스즈모(鈴茂)기공의 한국인 직원 김형준 씨는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초밥 장인이 만드는 것처럼 안에 공기를 넣으면서 부드럽게 초밥을 빚는다”며 “1시간에 4800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추냉이를 올려주거나, 접시에 옮겨 담는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요리사는 생선만 올리면 된다. 이 기업은 일본 내 초밥로봇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김 씨는 “한국을 포함해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어 중국어 영어 메뉴를 택해 누르는 강도, 밥의 밀도 등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40년째가 된 국제식품공업전(FOOMA JAPAN 2017)에는 사상 최대인 789개사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인구 감소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식당과 식품업체들이 자동화로 눈을 돌리면서 일본에선 ‘로봇이 음식을 만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고 있다. 도아공업은 1시간에 1만 개의 만두를 빚을 수 있는 로봇을 출품했다. 채소, 고기, 밀가루 등 재료만 넣으면 반죽부터 만두 소 넣기까지 모두 자동으로 진행된다. 가격은 소비세를 제외하고 2000만 엔(약 2억400만 원). 회사 관계자는 “종업원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에서도 자동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이 로봇을 활용하면 30∼40명이 할 일을 2명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화의 물결은 식품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후쿠오카(福岡)현의 후지세이키(不二精機)는 생산력을 1.5배가량 늘려 시간당 5200개의 유부초밥을 만들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고지마기켄은 1시간에 6000개의 꼬치를 만드는 로봇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의 고지마 미치히로(小嶋道弘) 사장은 “이번 달에는 한국에도 로봇을 수출했다”며 “시간당 최대 1만2000개를 만들 수 있는 모델도 개발했다. 일손 부족은 사업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곳도 눈에 띄었다. 감자 껍질을 까는 로봇은 씨눈, 흉터 제거 기술을 도입했다.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화낙은 도시락의 내용물까지 정밀하게 배치하는 로봇 팔을 선보였다. 일본에서 산업용 로봇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전자 등 대규모 제조업 공장에서 주로 활용됐다. 칸막이로 둘러싸고 직원과 격리된 장소에서 가동해야 한다는 안전 규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감속 정지하는 등 안전기능이 보강되면서 2013년 일부 규제가 완화됐다. 덕분에 식당이나 소규모 식품업체도 로봇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가와사키중공업에서 2년 전 선보인 ‘듀아로’는 두 팔을 가진 산업용 로봇이다. 당초 전자부품업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부피가 작고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어 식품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호응이 크자 회사 측은 매달 20만 엔(약 204만 원) 안팎으로 로봇을 파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의 일손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여기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로봇업계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실체 없는 괴문서’라고 주장했던 ‘사학 스캔들’의 핵심 정부문서가 실존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베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그는 40년 지기가 이사장인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과 신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과학상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 조사 결과 지난 조사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문서 14건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문서에는 ‘관저 최고 레벨의 이야기다’ ‘총리의 의향이다’는 등의 표현을 쓰며 내각부가 문부성을 압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은 52년 만에 수의학과 신설을 허가받았다. 지난달 17일 아사히신문은 해당 문서의 존재를 처음 보도했다. 그러나 이틀 후 마쓰노 문부상은 “문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정체불명의 괴문서”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당시 책임자였던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성 사무차관이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보고받은 문서”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문부성은 9일 재조사에 돌입했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마쓰노 문부상은 “새로 문서의 존재가 밝혀진 것을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아직까지 “직접 압력을 가한 사실은 일절 없다”는 입장이다. 참의원은 이와 관련해 16일 아베 총리를 출석시켜 집중심의를 하기로 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인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을 방문할 경우 허가를 받지 않은 사진 촬영, 측량, 지질조사 등을 삼가라”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2015년 이후 중국에서 간첩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은 12명에 이른다. 14일 외무성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외무성은 지난달 해외안전 홈페이지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중국에서 간첩죄로 몰리지 않기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먼저 항구, 기지 등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북-중 국경의 시설과 다리 등을 찍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와 소수민족의 시위를 촬영하다 당국에 적발돼 촬영 데이터를 삭제해야 했던 경우도 있다. 신문은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군사시설인지 모르는 시설도 있고, 군민 공용 항구와 공항도 있으니 관광지 외에는 촬영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측량이나 지질조사를 할 경우 ‘국가 안보에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체포될 수도 있다. 생태 조사, 고고학 조사 등도 마찬가지다. 외무성은 “국가 안보에 해를 끼쳤다는 행위는 명확한 것은 아니고 다양한 행위가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월에 체포된 4명은 일본 지바(千葉)현의 지질조사회사 소속인데 중국 기업의 의뢰를 받고 온천 개발 지질조사를 하다 붙잡혔다. 이 기업은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지질조사를 해 왔으며 체포된 이들도 여러 차례 중국 조사 경험이 있다. 회사 측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을 했는데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는 2014년 반스파이법이 제정된 후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베이징(北京) 당국도 올해 4월부터 간첩 관련 정보를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붙잡힌 민간인들은 탈북자 출신의 50대 남성에서 중일 교류 행사를 위해 현지를 찾았던 중일 우호단체 이사장, 귀화한 중국인으로 경영 중인 일본어학교 학생 모집을 위해 중국을 찾은 50대 여성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4명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부는 2년 넘게 붙잡혀 있지만 일본 정부는 영사 면회 등 기본적 대처 외에는 속수무책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일본 정부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정부와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정도다. 더욱이 올해는 중일전쟁의 서막을 연 7·7사변(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과 난징(南京) 대학살(12월 13일) 80주년이 되는 해여서 외무성은 중국에 주재하는 일본인의 안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인수로 마무리될 것 같던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 막판 복병이 등장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펀드와 기업, 미국 자본과 한국의 SK하이닉스를 묶은 ‘한미일 연합’을 구성해 막판 뒤집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아사히신문과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기존 ‘미일 연합’의 틀을 대폭 변경한 ‘한미일 연합’을 구성해 자금 2조1000억 엔(약 21조4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뒤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3000억 엔(약 3조600억 원) 씩을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바가 1000억 엔(약 1조200억 원), 일본 기업들이 1400억 엔(약 1조4300억 원)을 내고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2000억 엔(약 2조400억 원)을 출자한다. 또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4000억 엔(약 4조800억 원)을 융자해 2조2000억 엔(약 22조4000억 원)을 제안한 브로드컴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INCJ와 KKR에 자국 기업들을 더해 ‘미일 연합’을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자 ‘한미일 연합’으로 틀을 바꾼 것이다. 신문은 “매각을 서두르는 도시바는 이르면 15일 브로드컴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결정이 다소 늦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까지는 매각처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한미일 연합’이 그때까지 조율을 마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시바는 전날 회계 부정 스캔들로 해외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438억 엔(약 4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청구된 배상액은 모두 1084억 엔(약 1조1060억 원)에 달한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도시바가 이달 말까지 해야 하는 2016 회계연도 유가증권보고서 제출을 연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투자가들에게 중요한 판단 정보가 되는 자료다. 일본 내에선 도시바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음 달 2일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여론조사에서 기존 정당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며 일본 정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10, 11일 도쿄도민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2.6%가 도민퍼스트회에 투표할 의향을 밝혔다고 13일 전했다. 이는 자민당(17.1%), 공산당(7.7%), 민진당(4.1%), 공명당(3.9%) 등 기존 정당들보다 높은 것이다. 지난달 20~21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선 자민당에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25%로 도민퍼스트회(22%)보다 높았고, 지난달 27~28일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자민당 투표 의향(17%)이 도민퍼스트회(11%)를 앞질렀다. 그러자 고이케 지사가 지난 1일 자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도민퍼스트회 대표에 취임했다. 이 승부수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다만 도쿄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부동층이 40.6%에 달해 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최종 승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은 56.6%로 과거의 선거 직전 지사 지지율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도쿄도 기초자치단체장 설문조사에서도 70% 이상이 고이케 지사의 도정(都政)을 높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전날 보도된 NHK 여론조사(9~11일 실시)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48%로 절반선이 무너졌다.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6%포인트 올라 36%였다. 아베 총리의 지인이 이사장인 사학재단에 수의학부를 신설해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가케학원 스캔들’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NHK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스캔들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