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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 시간) 두 달 만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연준이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10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정책금리를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전개 상황의 함의를 고려했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잠재적 하방 리스크에 대한 보험성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다.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며 “경제가 나빠져서 더 공격적인 인하를 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금리 인하가 불충분했다며 “파월과 연준은 또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맹비난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자본유출 우려가 낮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출근길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며 “여타 국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연준이 경기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 여지를 닫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이미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진입했을 뿐 아니라 대내외 악재가 쌓이며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깊어진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가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0%대 금리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로 한 번만 더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도달한다. 다만 저금리의 부작용도 심각한 만큼 한은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고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도 계속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지금껏 가보지 않은 최저 금리의 길을 가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홍콩은 19일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낮췄고,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두 달 만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연준이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10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정책금리를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전개 상황의 함의를 고려했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잠재적 하방 리스크에 대한 보험성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다. 파월 의장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며 “경제가 나빠져서 더 공격적인 인하를 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금리 인하가 불충분했다며 “파월과 연준은 또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고, 비전도 없다. 끔찍한 소통자”라고 맹비난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자본유출 우려가 낮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해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며 “여타국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연준이 경기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 인하 여지를 닫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10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이미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진입했을 뿐 아니라 대내외 악재가 쌓이며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 깊어진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가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0%대 금리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로 한 번 만 더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도달한다. 다만 저금리의 부작용도 심각한 만큼 한은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고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도 계속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금리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지금껏 가보지 않은 최저 금리의 길을 가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 조정을 저울질 하고 있다. 홍콩은 19일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낮췄고,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 지하철역 쪽 입구, 직원의 티셔츠, 메뉴판 모니터 등 매장 곳곳에 신제품 햄버거 광고가 요란했다. 쇠고기 대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가 개발한 ‘식물육(plant-based meat)’ 패티를 쓴 햄버거였다.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진짜 고기보다 맛있다고 좋아한다”며 연신 이를 권했다. 선홍빛이 도는 패티 속살과 노릇노릇하고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표면이 일반 쇠고기 패티와 비슷했다. 맛은 어떨까.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고기 특유의 식감과 고기 맛이 한껏 느껴졌다. 별도 표시된 포장지가 아니었다면 일반 햄버거와 구별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올해 7월 이 식물육 햄버거를 선보인 버거킹은 지난달 판매망을 미 전역 73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특별 음식’쯤으로 여겨지던 식물육이 ‘육식의 대명사’ 햄버거 시장까지 접수한 셈이다.○ “채식은 맛없다”는 고정관념 깨 또 다른 햄버거 체인 칼스주니어는 올해 1월 임파서블푸즈의 라이벌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손잡고 식물육 메뉴를 선보였다. 도넛 전문점인 던킨도 7월 뉴욕 시내 160개 점포에서 식물육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다. KFC도 ‘식물육 너깃’을 시험 판매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5시간 만에 일주일 치 재료가 동나기도 했다.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정크 푸드’ 비판을 받던 햄버거와 도넛이 식물육과 결합해 ‘헬스 푸드’로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임파서블푸즈와 비욘드미트의 식물육을 사용하는 미국 내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레스토랑은 현재 2만여 곳에 이른다. 미 식물기반식품협회(PBFA) 등에 따르면 4월 현재 미 식물기반 식품 매출은 45억 달러(약 5조4000억 원)로 2년 전에 비해 31.3% 늘었다. 1980년대 등장한 콩, 두부로 만든 1세대 ‘대체육(alternative meat)’은 고기를 싫어하는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맛은 진짜 고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육식파 소비자까지 사로잡진 못했다. 이 고정 관념을 깬 기업이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즈다. 2009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등장한 비욘드미트는 콩, 쌀, 식물성 단백질 등 다양한 재료로 육류 특유의 식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붉은색 채소 비트를 사용해 불그스름한 고기 색까지 재현했다.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홀푸즈 등 미 주요 식품매장의 채식 코너가 아닌 육류 코너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등 진짜 고기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올해 5월 나스닥 상장으로 전 세계에 ‘식물육 돌풍’도 일으켰다. 임파서블푸즈는 2011년 채식주의자인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서 설립했다. 동물 혈액에 있는 ‘헴(heme)’이란 비(非)단백질 분자를 콩류에서 추출해 고기 맛을 냈다. 맥주 효모에 ‘헴’을 만드는 콩 유전자를 유전공학 기술로 결합시킨 결과다. 브라운 교수는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동물을 쓰지 않고 고기 맛, 향, 식감, 육즙이 있는 고기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가 찾은 답이 ‘헴’”이라고 밝혔다.○ 온난화 및 인구 증가 해결사로도 주목 전통 육류 가공회사들도 속속 식물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가공회사 스미스필드푸즈, 세계 2위 육가공회사인 타이슨푸즈가 식물육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타이슨푸즈는 이미 비욘드미트의 지분 6.25%도 보유하고 있다. 식품업체 네슬레도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으로 새우와 랍스터 등을 만드는 ‘식품 기반 해산물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타이슨푸즈는 해초를 이용해 새우를 재현하려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뉴웨이브푸즈에 투자했다. 미셸 울프 뉴웨이브 공동 창업자는 WP 인터뷰에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채식을 주로 하지만 육류, 해산물도 먹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1세대 ‘대체육’, 2세대 ‘식물육’에 이은 3세대 미래 식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험실 고기’를 꼽는다. 살아 있는 동물에서 추출한 동물 세포를 배양해 쇠고기, 닭고기, 해산물 등을 대량생산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기후 변화로 전 세계 경작지가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계 인구 및 육류 소비 증가를 감당하려면 혁신적인 대량생산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각에서는 2050년경 실험실 고기가 세계 육류 소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문제는 복제 고기의 맛과 생산 가격. WP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회사 랄렘프 팜스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 생산 단가를 파운드당 100달러 선에 맞췄다. 미 기업들은 이를 다시 50달러로 떨어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실험실 고기를 연구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26곳, 미국에만 9곳이 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는 중국도 실험실 고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 전쟁… 한식에는 새로운 기회 대체식품 급성장에 따른 논란 및 영역 다툼도 한창이다. 시장조사회사 지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119억 달러인 세계 식물육 시장은 2025년 212억 달러로 2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80만 미국 목장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장에서 만든 식물육과 실험실 고기가 기존 고기 시장을 잠식한 탓이다. 축산농가 단체들은 아몬드, 귀리 등 식물성 대체 유제품에 시장을 빼앗긴 우유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는 전통 방법으로 사육하거나 도살하지 않은 동물에서 나온 고기가 아니면 ‘고기, 버거, 소시지, 육포, 핫도그’ 같은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중부 미시시피주는 “배양된 동물 세포, 식물 기반, 곤충 기반 음식은 고기 및 고기 제품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인근 미주리주도 이 법을 위반하면 1000달러 벌금 및 1년의 징역형을 부과한다. 식물육을 반대하는 이익단체들은 ‘고도로 가공 처리된 식품이어서 유전자 변형식품(GMO)의 일종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정크 푸드여서 건강과 거리가 멀다’고 공격한다. 이런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는 신문 광고도 심심치 않게 게재하고 있다. 식물육 기업들도 반격에 나섰다. 1980년 창업한 1세대 채식 브랜드 ‘토퍼키’ 등 채식 지지 단체 및 기업들은 7월 식물육에 대해 고기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한 남부 아칸소주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냈다. 미 수정헌법 1조와 14조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체육 거품’ 논쟁도 뜨겁다. 일각에서는 신상품 특성상 식물육이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받아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또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일부 회사는 생산 역량이 부족해 소비자에게 제때 물건을 납품하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 및 세포 배양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 당국은 식물육 회사들과 축산농가의 갈등이 커지자 관련 법규를 손질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식품의약국(FDA), 농무부 등 주요 담당 부처의 책임 소재 및 관할, 대체육의 정의 및 표시 방법 등을 총망라한 제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식물육과 채식주의 인기는 채식 요리에 강점을 보이는 한식에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뉴욕시는 학교나 병원 등에서 채식 식단을 권장하는 ‘고기 없는 일요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자우마 비아르네즈 샘표 뉴욕 연두컬리너리스튜디오 수석 요리사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채소 섭취율이 1위인 이유는 식물로 만든 한국의 장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장을 활용한 식물 기반 요리를 제안한다면 한국 식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한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장관은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석유)시설의 운영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지 이해하기 전에 전략비축유의 필요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앞서 페리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긴급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부각되자 선을 그으며, 시장 상황을 파악한 뒤 검토하는 방식으로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순 에너지 수출국이며 현재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고 자찬한 뒤 “우리는 중동산 원유 및 가스가 필요하지 않으며 거기에 유조선도 거의 없지만 동맹국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된 미국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아진 미국이 전략비축유와 관련해 전략적 선택지를 달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략비축유 언급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미국의 세계 에너지 전략 향방을 가늠할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지만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7%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 값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미국 내에서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주의 이날 일반 휘발유 갤런당 평균 가격은 3.631달러로 일주일 전, 1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출을 늘려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부 텍사스와 걸프 해안을 잇는 새로운 송유관이 거의 완성됐으며 한국과 일본 등 사우디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 수출이 곧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철강과 시추 장비회사, 대체연료인 에탄올 원료를 생산하는 중서부 옥수수 농가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에너지 기업 주가는 10%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다만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등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느냐가 관건이다. 17일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석유시설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해 정상화에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시설 복구에 6주 이상 걸릴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석유 애널리스트인 존 킬더프는 “(이란과) 전쟁으로 이어지면 100달러 유가가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다시 압박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 긴장 완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 등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동결’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증가하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세계 최대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한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6일 “시기상조”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페리 장관은 16일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라며 “이란의 악의적인 노력에도 우리는 시장이 회복력이 있으며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설의 운영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해하기 전에 전략비축유 필요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페리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부각되자 선을 그은 것으로, 최소한 시장 상황을 파악한 뒤에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기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 이어 16일에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순 에너지 수출국이며 현재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고 자찬한 뒤 “우리는 중동산 원유 및 가스가 필요하지 않으며, 거기에 유조선도 거의 없지만, 동맹국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된 미국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낮아진 미국이 전략비축유와 관련해 전략적 선택지를 달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7%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체감하는 휘발유값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미국 내에서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 주의 이날 일반 휘발유 갤런당 평균 가격은 3.631달러로 1주일 전, 1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출을 늘려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부 텍사스와 걸프 해안을 잇는 새로운 송유관이 거의 완성됐으며 한국과 일본 등 사우디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 수출이 곧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철강과 시추 장비회사, 대체연료인 에탄올 원료를 생산하는 중서부 옥수수 농가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10%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다만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기간과 미국과 이란의 갈등 정도에 따라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 시설 복구에 6주 이상 걸릴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애널리스티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이란과 긴장이 고조돼 전쟁으로 이어지면 100달러 유가가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을 틈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다시 압박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에상하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 등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동결’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31개 공장 직원들이 임금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GM에서 12년 만에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서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인 한국GM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 사측과 4년 전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15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59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미국 자동차 항공우주 농업기계 분야를 대표하는 노조로, 한국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처럼 상급단체 역할을 하며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UAW에 가입된 GM 노조원은 4만6000여 명이다. 미국 GM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GM은 이틀 동안 이뤄진 파업 탓에 일평균 3억 달러(약 357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부품 생산 공장 등이 멈추면 GM의 캐나다·멕시코 조립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GM 노사 갈등은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측이 공장 4곳의 폐쇄를 발표하면서 고조됐다. 실제 GM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997만 대에서 지난해 838만 대까지 줄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GM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로 생산시설에서만 4만9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트위터를 통해 GM과 UAW를 향해 “만나서 합의하라”고 촉구한 것도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GM 노사가 다시 양보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이번 미국 GM의 파업이 한국GM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 본사가 미국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하면 한국GM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GM 본사에 엄청난 타격인 만큼 사측이 양보를 해서라도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5년 연속 적자가 난 상황이어서 타결이 급할 게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국GM 노조(조합원 8000여 명)는 추석 연휴 전인 9∼11일 사흘간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18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의 전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1만 대, 매출 손실은 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GM 노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하면 상대적으로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GM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인천 부평구, 경남 창원시 공장을 방문한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판매량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계속 폐쇄할 것”이라면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본사에 (구조조정) 빌미를 제공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이 예멘 시아파 반군의 공격으로 파괴되면서 국제유가가 장중 20% 가까이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1970년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줬던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 수입의 약 30%를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수급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국내 유가 급등 시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에 거래됐다.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직전 거래일보다 유가가 19.5% 급등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하며 원유 공급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9% 가까이 오른 6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 초반 17% 오른 배럴당 64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석유시설 파괴와 관련해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시장의 공급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원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했다. 이어 16일에는 “미국은 중동의 석유나 가스가 필요하지 않지만 우리의 동맹은 돕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략비축유 카드를 꺼낸 것은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가 지연되고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져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 공급 충격에 대비해 원유를 비축해 왔다. 비축량은 약 6억4500만 배럴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은 1991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2011년 6월 아랍의 봄 사태 등 3차례에 걸쳐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원유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BCA리서치의 밥 라이언 수석 원자재 및 에너지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이 발생했고 세계는 미국 전략비축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이어질 경우 시장은 매우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 때문에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17일 복구 상황에 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생산 능력을 회복하는 데는 최소 몇 주가 걸려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독자적인 산유국 지위를 유지해 중동발 원유 리스크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반면 사우디 생산 원유의 절반가량을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원유 수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급 불안 여파로 국내 유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측과 ‘석유 수급 및 유가 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국내 유가가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출렁일 경우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약 2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원유 규모는 하루 기준 약 40만 배럴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우디가 아닌 다른 산유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예맨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며 국제유가가 치솟자 1970년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줬던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수입의 약 30%를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한국도 수급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는 등 공급 대책에 나서며 당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줄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의 성장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석유시설 파괴와 관련해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시장의 공급을 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원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략비축유 카드를 꺼낸 것은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가 지연되고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져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16일까지 유실된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복구 시점은 미정이다. 미국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 공급 충격에 대비해 원유를 비축해 왔으며 비축량은 약 6억4500만 배럴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사례는 1991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2011년 6월 아랍의 봄 사태 등 3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원유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BCA리서치의 밥 라이언 수석 원자재 및 에너지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이 발생했고 세계는 미국 전략비축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며칠이 아닌 몇 주간 이어질 경우 시장은 매우 경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을 끌어내리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독자적인 산유국 지위를 유지해 중동발 원유 리스크에서 한 발 물러서 있지만 사우디 생산 원유의 절반가량을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수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중동 사태의 추이와 원유 수급 동향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날 정부와 가진 긴급회의에서 사우디와 최대 20년의 장기계약 형태로 원유를 공급받고 있어 단기적으로 원유 물량과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계약이 공급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유가가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공급 안정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수급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약 2억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 계획이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수입에 차질이 생긴 원유 규모는 약 40만 배럴로 이론적으로는 약 500일간 공급 가능한 물량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 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31개 공장 직원들이 임금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미국 GM에서 12년 만에 노사 분규가 발생하면서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인 한국GM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 사측과 4년 전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15일(현지 시간) 오후 11시59분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미국 자동차 항공우주 농업기계 분야를 대표하는 노조로 한국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처럼 상급단체 역할을 하며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UAW에 가입된 GM 노조원은 4만6000여 명이다. 미국 GM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GM은 이틀 동안 이뤄진 파업 탓에 일평균 3억 달러(약 357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부품 생산 공장 등이 멈추면 GM의 캐나다·멕시코 조립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GM 노사 갈등은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측이 공장 4곳의 폐쇄를 발표하면서 고조됐다. 실제 GM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6년 997만 대에서 지난해 838만 대까지 줄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GM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이자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로 생산 시설에서만 4만9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트위터를 통해 GM과 UAW를 향해 “만나서 합의하라”고 촉구한 것도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외신들은 GM 노사가 다시 양보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이번 미국 GM의 파업이 한국GM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GM 본사가 미국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하면 한국GM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GM 본사에 엄청난 타격인 만큼 사측이 양보를 해서라도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5년 연속 적자가 난 상황이어서 타결이 급할 게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국GM 노조(조합원 8000여 명)는 추석 연휴 전인 9~11일 사흘 간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18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의 전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1만 대, 매출 손실은 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GM 노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하면 상대적으로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GM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 인천 부평구·경남 창원시 공장을 방문한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판매량 확대에는 관심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계속 폐쇄할 것”이면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본사에 (구조조정) 빌미를 제공할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간단계 합의(interim deal)’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년 대선 전 성과를 내야만 하는 트럼프 행정부,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 모두 ‘빅딜(일괄 타결)’이 아닌 ‘스몰딜(부분 합의)’ 카드로 무역전쟁 탈출구를 모색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美 ‘10월 관세’ 연기, 中 추가 관세 면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완전한 합의(Whole deal)를 해내고 싶다”면서도 “(중간단계 합의는)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어떤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쉬운 것부터 먼저, 일부만 하는 것을 의미하는 중간단계 합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트위터를 통해서도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10월 1일에서 다음 달 15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0월 고위급 협상의 걸림돌로 거론된 ‘관세 폭탄’을 2주간 연기하며 ‘중간단계 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는 관세 연기에 대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요청 및 중국이 건국 70주년 국경절(10월 1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미국산 돼지고기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로 화답했다. 중국은 11일 농약, 윤활유 등 16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7월부터 부과한 추가 관세(25%)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13일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도 미국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대두와 돼지고기를 비롯한 일부 농축산물을 제외할 것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류 부총리도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 시기를 늦춘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역 vs 안보’ 분리한 투 트랙 협상 가능성 양국의 태도 변화는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해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일자리 30만 개를 잃었다. 올해 연말까지 잃어버린 일자리가 45만 개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10월 고위급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이 대중 관세를 연기하거나 완화하는 ‘스몰딜’ 성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국가 안보 문제를 제외한 무역 문제로만 협상 의제를 좁히는 ‘투 트랙’ 접근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이 ‘투 트랙’ 접근법을 시도하더라도 중국의 구조개혁, 화웨이 문제 등 국가 안보 사안에 관한 미국의 양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2조5000억 달러(약 2경6798조 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가 부채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 50년물, 100년물 초장기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초장기채권(Ultra-long bond)’으로 불리는 50년물 채권 발행을 살펴보고 있다”며 “내년에 매우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부채를 차환(refinancing)하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초장기 채권을 발행해 연방정부 부채 상환 부담을 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50년물에 적절한 투자수요가 있다면 100년물 발행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0년물이 미국 국채 최장기물이다. 캐나다가 2014년 50년물 채권을 발행했다. 멕시코 벨기에 아일랜드 등은 최근 100년물 채권을 선보였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11개월간 재정적자는 전년 동기대비 19% 증가한 1조7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연간 재정적자는 2012년 이후 7년 만에 1조 달러 이상 늘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투자비용만 58억 달러(약 6조9142억 원) 이상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체결한 대체투자 인수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내 주요 거점 지역에 있는 5성급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58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 15곳은 안방보험이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자산이다. 해외 고급 호텔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던 안방보험은 경영진이 불법 자금 모집과 사기 등 혐의로 체포되고, 경영권이 중국 보험당국으로 넘어가는 등 경영난이 심화하자 보유 호텔들을 매물로 내놓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초 시작된 인수전에서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을 누르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인수하게 된 호텔들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주요 도시 9곳에 있다.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리츠칼턴 하프문베이 리조트,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등이 포함됐다. 15개 호텔의 객실은 6912개, 연회장 면적은 6만6000여 m²(약 2만 평) 이상이다. 7조 원에 육박하는 인수 자금은 미래에셋그룹 자기자본 투자와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 등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에서 2조4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투자와 현지 대출로 조달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1조 원은 지분 형태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미래에셋그룹이 2000년대 초반부터 선도해 온 대체투자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04년 국내 최초 부동산 펀드를 선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후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 핵심 지구에 위치한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호주의 ‘포시즌스 시드니’, 하와이의 ‘하이엇 리젠시 와이키키’ 등 세계 곳곳의 유명 호텔과 부동산을 인수해 왔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겸 글로벌투자전략고문은 최근에도 임직원에게 “철저하게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높은 수익만 좇는 익숙한 투자보다는 불편하고 힘든 의사결정이 되더라도 글로벌 분산투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호텔 인수 또한 휴양을 위한 리조트와 도심 내 호텔 비율을 동일하게 맞췄고, 여러 브랜드로 이뤄져 분산투자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다. 희소성으로 인해 향후 매각 차익도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관광산업이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 중 호텔업이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세계 최대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016년 CNN의 모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한 미국 2대 통신사 AT&T에 대해 자산 재검토, 임원 교체, 구조조정 등을 요구했다. 9일 CNBC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런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에서 “(AT&T가 여러 방법으로) 사업을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역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엇이 미디어 회사로 다각화를 추진하는 경영진의 전략을 비판하고 일부 자산 매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워너 인수를 두고 “계약 후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략에 대한 혼란이 있다”고 비판했다. 디렉TV 인수 등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엘리엇이 확보한 AT&T 지분은 약 1.2%다. 엘리엇은 AT&T 경영진 승계 등을 문제 삼고 외주화, 사무실 및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AT&T 주가는 전일 대비 1.49% 오른 36.79달러에 마쳤다. 엘리엇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월가 유명 투자자 폴 싱어(75)가 1977년 설립했다. 블룸버그 기준 지난해 약 35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합병은 결국 성사됐지만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그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2018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무산시키며 경영 간섭을 노골화하고 있다. 2001년에는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 수년 뒤 막대한 이윤을 챙겨 국가 부도에 일조했다. ‘벌처(vulture·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 펀드’의 대표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NN에 줄곧 적대감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엘리엇의 행보를 두둔했다. 그는 트위터에 “한 행동주의 투자자가 AT&T에 개입하고 있다는 훌륭한 뉴스가 있다. 그들은 매우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CNN에서 나오는 가짜뉴스를 당장 중단시킬 것”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싱어의 관계에 주목했다. 2016년 대선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에 있던 싱어가 선거 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대통령 쪽으로 돌아섰다고도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기자회견에서 “싱어가 전폭적 지원을 했다”고 밝혔고 그를 백악관에서도 만났다고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7월 말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에서 굶주림을 걱정하는 학생들을 만난 건 큰 충격이었다. 부자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럭셔리 세단 1대 값인 7만 달러(약 8300만 원)를 매년 학비로 내야 하는 명문 사립대에 다니면서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 대학생들이 있다니. 듣고도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누군가는 “굶주리면서까지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을 다녀야 하느냐”고 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난하니까 더 나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건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특출한 재능을 가진 엘리트에 대한 차별적 보상을 정당화하는 ‘미국식 실력주의(meritocracy)’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장의 가치를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명예, 권력,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실력주의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동등한 출발선에서 동일한 규칙으로 경쟁하는 실력주의의 믿음은 부모에게 재산 권력을 물려받는 전근대사회 세습적(hereditary) 특권에 대한 대안이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며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는 신화도 만들어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이 실력주의가 요즘 위기에 직면했다. 땀과 노력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실력주의의 운동장’이 부와 권력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 등이 저소득층이 많은 아프리카계나 히스패닉계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실력주의의 대표 평가 수단인 표준화된 시험을 없애야 한다는 ‘반시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가 특목고 입시에서 시험을 없애려는 게 대표적이다. 다른 쪽에서는 표준화된 시험만큼 실력주의 원칙에 충실한 수단도 없다고 맞선다. 오히려 리더십 등 비교과 성적이나 고교 교과 성적을 우선시하는 입시가 실력주의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하버드대 입시에서 리더십 평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소송을 냈다. 출신 가정, 부모 재력 등 명문대 입시의 ‘특별 고려사항’의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은 체육 특기자 전형을 악용해 스펙과 시험 성적까지 조작했다. 실력주의의 위기는 입시 문제를 넘어선다. 자동화, 세계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실력주의 변질에 따른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는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우리나라의 잊혀진 남성과 여성들이 더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때 엘리트에게 짓눌려 있던 미국 서민들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을지 모른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재산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당신도 책을 쓰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을 때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미국 서민들의 억장은 무너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건 실력주의의 보상을 누리면서도 무너진 중산층과 공명하지 못한 ‘엘리트 좌파’의 독선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10여 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사립학교 현관에서 “부모가 재산은 물려줄 수 있어도 지식은 물려줄 수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엘리트 부모들이 주거니 받거니 자식들을 서로의 높은 어깨 위에 올려놓고 스펙을 만들어주는 요즘엔 믿기지 않는 얘기다. 실력주의로 포장한 ‘신종 카스트 제도’가 ‘개천용’들을 질식시키는 진보의 역설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다. 구(舊)체제의 모순을 개혁하기는커녕 오염된 실력주의에 편승하고 옹호하는 엘리트들이 서민들의 분노에 답할 차례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7월 말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뉴욕 맨해튼 컬럼비아대에서 굶주림을 걱정하는 학생들을 만난 건 큰 충격이었다. 부자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럭셔리 세단 1대 값인 7만 달러(약 8300만 원)를 매년 학비로 내야 하는 명문 사립대에 다니면서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 대학생들이 있다니. 듣고도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누군가는 “굶주리면서까지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을 다녀야 하느냐”고 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난하니까 더 나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건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특출난 재능을 가진 엘리트에 대한 차별적 보상을 정당화하는 ‘미국식 실력주의(meritocracy)’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장의 가치를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명예, 권력,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실력주의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동등한 출발선에서 동일한 규칙으로 경쟁하는 실력주의의 믿음은 부모에게 재산 권력을 물려받는 전근대사회 세습적(hereditary) 특권에 대한 대안이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며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는 신화도 만들어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이 실력주의가 요즘 위기에 직면했다. 땀과 노력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실력주의의 운동장’이 부와 권력 쪽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 등이 저소득층이 많은 아프리카계나 히스패닉계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실력주의의 대표 평가수단인 표준화된 시험을 없애야 한다는 ‘반시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욕 시가 특목고 입시에서 시험을 없애려는 게 대표적이다. 다른 쪽에서는 표준화된 시험만큼 실력주의 원칙에 충실한 수단도 없다고 맞선다. 오히려 리더십 등 비교과 성적이나 고교 교과 성적을 우선하는 입시가 실력주의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하버드대 입시에서 리더십 평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소송을 냈다. 출신 가정, 부모 재력 등의 명문대 입시의 ‘특별 고려사항’의 특혜 시비도 일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은 체육 특기자 전형을 악용해 스펙과 시험 성적까지 조작했다. 실력주의의 위기는 입시 문제를 넘어선다. 자동화, 세계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실력주의 변질에 따른 계층이동 사다리의 붕괴는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우리나라의 잊혀진 남성과 여성들이 더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때 엘리트에게 짓눌려 있던 미국 서민들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을지 모른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재산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당신도 책을 쓰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을 때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미국 서민들의 억장은 무너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건 실력주의의 보상을 누리면서도 무너진 중산층과 공명하지 못한 ‘엘리트 좌파’의 독선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10여 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사립학교 현관에서 “부모가 재산은 물려줄 수 있어도 지식은 물려줄 수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엘리트 부모들이 주거니 받거니 자식들을 서로의 높은 어깨 위에 올려놓고 스펙을 만들어주는 요즘엔 믿기지 않는 얘기다. 실력주의로 포장한 ‘신종 카스트 제도’가 ‘개천용’들을 질식시키는 진보의 역설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다. 구(舊) 체제의 모순을 개혁하기는커녕 오염된 실력주의에 편승하고 옹호하는 엘리트들이 서민들의 분노에 답할 차례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과 중국이 10월 초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중국중앙(CC)TV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5일 오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다음 달 초 제13차 미중 경제무역 고위급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측도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몇 주 후 고위급 협상이 워싱턴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상대방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2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보다 5%포인트 높은 3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중국도 미국의 즉각적인 보복관세 철회 및 화웨이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가 중국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미 주가는 지금보다 1만 포인트 더 높았겠지만 누군가는 이것을 해야 했다. 그들(중국)은 통제 불능이었다. 지식재산권 절도를 포함해 매년 미국에서 5000억 달러를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거둬들였지만 미 수입상품 가격은 오르지 않거나 아주 조금 올랐다. 중국이 그 대부분 혹은 전부를 내고 있다”며 관세 부과의 타당성도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합의를 원한다면 합의하겠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 (중국 경제는) 역사상 최악이다. 내가 그들이라면 합의하고 싶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하기를 원하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 안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협상 태도에 따라 화웨이 제재 해제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검찰은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 관련 소송에서 ‘이해 상충’을 이유로 재판부에 화웨이 측 대표 변호사인 제임스 콜 전 미 법무차관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다음 달 초 협상에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요 등 기존 현안에 대한 양국의 대립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WSJ는 “백악관 측은 중국이 협상장에 무엇을 가져올지 기다려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풀어주는 일종의 ‘스몰딜’을 예상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여서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까지 무역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대선 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존 스톨츠퍼스 오펜하이머애셋매니지먼트 수석투자분석가는 CNBC에 “내년 2월 대선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시점에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엇갈린 관측을 내놓았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아동의 동영상 시청 정보 등 개인정보를 몰래 불법 수집해 ‘표적 광고’로 돈벌이를 해온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유튜브가 미국에서 약 2000억 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뉴욕 주 검찰은 4일(현지시간) 아동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표적 광고를 판매해 온 유튜브에 대해 1억7000만 달러(약 20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미국에서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연방 규제가 마련된 이후 최대 규모 벌금이다. 유튜브는 부모의 승낙을 받지 않고 아동들의 동영상 시청 등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했다. 이어 쿠키(자동으로 생성되는 사용자 정보)를 이용해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아동들에게 바비 인형을 만드는 완구회사 마텔 등의 표적 광고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유트브 측은 당국과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고 내년 1월 아동 비디오에 대해 댓글을 없애고, 아동을 상대로 한 비디오 시청 정보 수집을 중단하는 등의 새로운 아동 보호 조치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임원 처벌은 피했다. “유튜브가 모회사인 알파벳의 하루 매출액에 불과한 벌금을 내고 면죄부를 받았다”는 ‘솜방망이 제재’ 논란도 일고 있다. WSJ는 “민주당원인 로히트 초프라 FTC 상임위원이 제재가 너무 약해 구글이나 유튜브가 어린 이용자들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시도를 단념시키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실리콘밸리 기술 대기업에 대한 행정부의 규제 의지가 약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조쉬 홀리 상원의원(미주리)은 “벌금은 아동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 미국의 모든 부모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유튜브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1.11% 올랐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한국과 미국 제조업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동시에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지 3주일 만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 고용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많았다. 핵심 성장동력인 제조업에서 경고음이 울리면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제조업서 동시 경고음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가동률을 공시한 143개 제조기업의 상반기(1∼6월) 평균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실적)이 78.8%로 지난해 같은 기간(80.97%)보다 2.1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전기전자 분야 기업의 가동률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 87.54%에서 올해 78.68%로 떨어졌다. 이어 석유화학(―3.84%포인트), 철강(―2.6%포인트), 식음료(―0.74%포인트) 순이었다. 반면 제약, 건자재, 생활용품,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조선·기계·설비 분야의 가동률은 소폭 올랐다. 공장 가동률만이 아니라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자체도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년 전보다 1.6% 하락했다. 생산능력지수는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설비, 인력, 조업시간 등)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 가능량을 지수화한 것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1년 이후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세계 경제를 떠받쳐온 미국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7월(51.2)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시장 예상치(5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16년 8월(49.6) 이후 3년 만이다. PMI는 제조업 경기 확장과 수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공급관리협회는 8월 PMI가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35개월간 이어진 미 제조업의 확장 국면이 끝났다고 해석했다. 티머시 피오어 ISM 제조업경기 조사 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많은 응답자들이 제조업 활동 부진의 원인으로 세계 무역 둔화를 지적했다”고 했다. 이날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이 발표한 8월 미 제조업 PMI 최종치 역시 50.3으로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 하락 국면서 미중분쟁이 불확실성 증폭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교역을 위축시키고 불확실성을 키워 가속도를 붙였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뚜렷한 성장동력 없이 버텨오다 2016년부터 일시적 투자 증가로 반짝 반등했지만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지속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이 겹치면서 수출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제조업부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제조업 엔진마저 꺼지면 세계 경제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무역 둔화를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6%에서 올해 3.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기 사이클만의 문제라면 몰라도 무역분쟁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얽혀 있어서 글로벌 제조업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허동준 / 세종=주애진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 난타전’으로 한국 일본의 첨단 제조업 등 세계 제조업 전반에 한파가 불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Recession) 경고음도 커졌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3% 감소했다. 전체 수출도 13.6% 줄었다. 대중국 수출이 두 자릿수로 감소한 일본은 올해 2분기(4∼6월) 제조업 설비투자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했다. 일본 제조업의 분기별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일본의 자동차부품, 한국의 반도체 등을 수입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완성품을 생산한다. 중국의 8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4로 전달(49.9)보다 0.5포인트 올랐지만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진 49.5에 머물고 있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이를 밑돌면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제조업의 공급망이 구축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한국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강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IHS마킷에 따르면 미 제조업 PMI는 8월 49.9로 하락해 2009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점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8월 PMI도 43.5로 7월(43.2)보다 약간 올랐지만 기준점 50을 밑돌고 있다. CNBC는 “해외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야기된 경제 둔화 신호가 깜빡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8월 이후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 신호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와 내년 미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를 속속 하향했다. 북미 화물 선적량을 보여주는 카스화물지수(CFI)는 7월에 5.9% 하락하며 ‘경기 위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건설 자재인 구리 가격은 올해 상반기 13% 넘게 떨어졌지만 안전자산인 금값은 무역전쟁 긴장이 고조된 5월 이후 20% 이상 올랐다. 하지만 무역협상의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미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개최 일정 조율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리가 아주 잘하고 있다. (중국이 시간을 끄는 사이) 내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면 중국의 공급망은 휘청거리고 (중국의) 사업, 일자리, 돈은 전부 사라질 것이다. 중국이 매년 미국에서 6000억 달러의 돈을 뜯어가는(ripoff) 일도 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오 무렵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이 있는 32번가 근처 도심에는 전기자전거와 스쿠터 등을 탄 배달원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오갔다. 음식이 실린 가방이나 조끼에는 ‘우버 이츠(Uber Eats)’와 ‘도어대시(DoorDash)’ 등 ‘배달 공유’ 앱 로고가 적혀 있었다. 뉴욕 맨해튼 거리는 요즘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차량 공유 서비스부터 배달 공유 앱까지 신종 ‘공유 경제’ 서비스가 점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 속에서 실시간으로 요리사 등 전문직 구직자까지 구인난에 시달리는 식당에 연결해주는 ‘공유 일자리’ 앱이 급성장하고 있다.○ 승차, 배달에서 주방까지 확산된 ‘공유 경제’ 1일 리서치회사인 TDn2K에 따르면 미국 식당 체인의 93%가 주방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 틈새에서 ‘공유 일자리’ 앱은 실시간으로 이직률이 높은 서비스업에 임시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탠퍼드대 출신 요리사인 윌 파치오가 2015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공유 요리사 앱인 ‘페어드’는 요리사 등 전문 인력 약 10만 명과 샌프란시스코, 뉴욕의 식당 수천 곳을 연결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인스타워크(Instawork)와 워놀로(Wonolo)도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일자리 공유’ 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점, 숙박업계 인력 50만 명이 활동하고 있는 인스타워크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페어드는 130만 달러(약 15억7000만 원), 인스타워크는 280만 달러(약 34억 원)의 벤처캐피털 투자도 받았다. ○ 직업 안정성 대신 유연성 택한 노동자들 지난해 맨해튼 채식식당 주방장을 그만둔 요리사 크리스토퍼 모어텐슨 씨는 ‘페어드’ 앱을 이용해 주방에 일손이 필요한 식당을 돌며 시간제로 일한다. 정규직의 안정성보다 공유 경제의 직업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선택한 것이다. 맨해튼에서만 그가 일한 식당 주방이 70곳이 넘는다. 모어텐슨 씨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벌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예전의 정규직 식당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페어드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평균 19.66달러, 인스타워크 계약자들은 19.37달러(로스앤젤레스)부터 22.77달러(샌프란시스코)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 최저임금(7.25달러)은 물론이고 뉴욕 최저임금(15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식당 주인들도 구인 고민을 덜 수 있어 반긴다. 식당 주인들은 ‘공유 요리사’들의 근무 결과에 평점을 매기고 급여도 앱을 통해 지급한다. 노동자가 일을 하겠다고 했다가 24시간 이내에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공유 일자리’ 플랫폼 계정이 삭제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공유 일자리’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별 사업자로 간주된다. 의료보험,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혜택이 없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침체기에는 직업과 소득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페오마 아준와 코넬대 법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공유 일자리 앱은) 구직과 구인에 대한 신속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앱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평생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