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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 시간) 오후 4시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웨스트필드 토팽가 쇼핑몰 내 노드스트롬 백화점. 후드티의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를 낀 30여 명이 뛰어들어 왔다. 이들은 1층에 진열된 명품 가방과 옷가지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는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진열대 수십 개가 무너지고 백화점은 아수라장이 됐다. 소셜미디어에 확산 중인 ‘LA 떼도둑’ 영상 속 장면이다. 13일 LA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BMW, 렉서스 같은 고급 차량을 타고 나타나 백화점 보안요원들에게 야생곰을 쫓을 때 쓰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침입했다. 훔쳐간 물품은 10만 달러(약 1억3300만 원)어치였다. 미국 대도시에서 최근 이 같은 조직적 절도 및 강도가 잇달아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래시몹’ 같은 절도 확산 대낮에 떼도둑을 맞은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둑 무리에게 털렸다. 지난주에는 LA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아메리카나 쇼핑몰 생로랑 매장에 도둑 30여 명이 몰려들어 30만 달러(3억9900만 원)어치의 제품을 훔쳐 갔다. 지난달 말 시카고에서는 청소년 400여 명이 상점가를 약탈했다. 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갑자기 모여 손쓸 틈 없이 훔쳐 가는 것이다. 치안 위기에 시민 불안이 치솟자 캐런 배스 LA 시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LA 경찰은 이번 사건 범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상자가 나지 않은 절도는 저소득층의 생계형 범죄로 보고 통상 관대하게 다룬다. 이 같은 미 법체계의 허점을 악용한 떼도둑이 LA뿐 아니라 뉴욕 시카고 워싱턴 등 미 전역 대도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LA는 절도나 약물 복용같이 폭력이 개입하지 않은 경범죄에 대해서는 보석금을 일절 물지 않는 ‘제로 보석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절도범을 붙잡아도 사실상 바로 놔주는 셈이다. 팬데믹 기간 비상 조치로 도입한 이 제도의 유효기간은 지난달로 만료됐지만 LA 카운티는 이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해 반발을 샀다. 유명 래퍼 50센트는 지난달 “LA는 끝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도심 ‘파멸의 악순환’우려 떼도둑 기승에 월마트를 비롯한 미 유통업체들은 각 주에 ‘조직적 소매 절도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시에 소매점이 사라지면 지역경제뿐 아니라 치안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조직적 절도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직적 절도범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온라인 재판매로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버지니아주는 올 초 1명 이상이 90일 동안 누적 액수 5000달러 이상 절도에 관여하면 중범죄로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보기술(IT) 혁신 중심지에서 치안 공백으로 인한 ‘무법천지’라는 불명예를 안은 샌프란시스코는 도심 노숙인과 마약 문제뿐 아니라 조직적 차량털이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퇴직 경찰관을 동원해 다운타운 순찰에 나설 정도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산업 쇠퇴로 파멸의 악순환(Doom Loop)에 빠진 디트로이트처럼 샌프란시스코도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공포에 지역 지도자들이 도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2일(현지 시간) 오후 4시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웨스트필드 토팽카 쇼핑몰 내 노드스트롬 백화점. 후드티의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를 낀 30여 명이 뛰어들어 왔다. 이들은 1층에 진열된 명품 가방과 옷가지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는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진열대 수십 개가 무너지고 백화점은 아수라장이 됐다.소셜미디어에 확산 중인 ‘LA 떼도둑’ 영상 속 장면이다. 13일 LA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BMW, 렉서스 같은 고급 차량을 타고 나타나 백화점 보안요원들에게 야생곰을 쫓을 때 쓰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침입했다. 훔쳐간 물품은 약 10만 달러(1억3300만 원)어치였다. 미국 대도시에서 최근 이 같은 조직적 절도 및 강도가 잇달아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래시몹’ 같은 절도 확산대낮에 떼도둑을 맞은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둑 무리에게 털렸다. 지난주에는 LA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아메리카나 쇼핑몰 생로랑 매장에 도둑 30여 명이 몰려들어 30만 달러(3억9900만 원)어치 제품을 훔쳐갔다. 지난달 말 시카고에서는 청소년 400여 명이 상점가를 약탈했다. 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갑자기 모여 손쓸 틈 없이 훔쳐가는 것이다.치안 위기에 시민 불안이 치솟자 캐논 배스 LA 시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LA 경찰은 이번 사건 범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상자가 나지 않은 절도는 저소득층의 생계형 범죄로 보고 통상 관대하게 다룬다. 이같은 미 법체계 허점을 악용한 떼도둑이 LA뿐 아니라 뉴욕 시카고 워싱턴 등 미 전역 대도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특히 LA는 절도나 약물 복용 같이 폭력이 개입하지 않은 경범죄에 대해서는 보석금을 일체 물지 않는 ‘제로 보석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절도범을 붙잡아도 사실상 바로 놔주는 셈이다. 팬데믹 기간 비상 조치로 도입한 이 제도의 유효기간은 지난달로 만료됐지만 LA 카운티는 이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해 반발을 샀다. 유명 래퍼 50센트는 지난달 “LA는 끝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도심 ‘파멸의 악순환’우려 떼도둑 기승에 월마트를 비롯한 미 유통업체들은 각 주에 ‘조직적 소매 절도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시에 소매점이 사라지면 지역경제뿐 아니라 치안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조직적 절도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직적 절도범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온라인 재판매로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버지니아주는 올 초 1명 이상이 90일 동안 누적 액수 5000달러 이상 절도에 관여하면 중범죄로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정보기술(IT) 혁신 중심지에서 치안 공백으로 인한 ‘무법천지’라는 불명예를 안은 샌프란시스코는 도심 노숙자와 마약 문제뿐 아니라 조직적 차량털이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퇴직 경찰관을 동원해 다운타운 순찰에 나설 정도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산업 쇠퇴로 파멸의 악순환(Doom Loop)에 빠진 디트로이트처럼 샌프란시스코도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공포에 지역 지도자들이 도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뉴욕 및 뉴저지주 일대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11, 12일(현지 시간) 양일간 뉴저지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는 최소 10만 명이 몰렸다. 이들이 뉴욕 맨해튼에 개장한 블랙핑크 팝업스토어에서 ‘굿즈’를 사들이고 관광에 나서자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등 팝스타의 공연 때 가능했던 ‘콘서트 이코노미’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내일 블랙핑크 콘서트 가요!” 1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 문을 연 블랙핑크 팝업스토어 ‘본 핑크 팝업 익스피리언스 인 뉴욕시티’. 이곳에서 만난 초등학생 이제키엘 라잔스키 군(10)은 5월부터 기다렸던 콘서트라며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타이틀인 ‘본 핑크(Born Pink)’ 티셔츠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라잔스키 군 옆에서 아버지 에런 씨는 “나는 힙합을 들으며 자랐는데 아들은 K팝에 빠졌다. 한글로 ‘비티에스(BTS)’라고 쓰는 법도 배웠다”며 “블랙핑크 공연장 근처에 호텔을 잡아 인근 워터파크에도 놀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랙핑크가 11, 12일 이틀에 걸쳐 미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자 미 동부 일대가 들썩였다. 1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블랙핑크 팬들이 몰려 뉴욕 팝업스토어에서 쇼핑을 하고, 지역 관광에 나섰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콘서트가 뜨면 소비가 폭발해 지역경제가 들썩이는 ‘콘서트 이코노미’ 효과가 블랙핑크 월드투어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467만 원 블핑 자전거도 완판 9∼12일 열린 뉴욕 맨해튼 팝업스토어에는 물건이 진열돼 있지 않았다. 계산대에서 안내문을 보고 고르면 ‘굿즈’(기념품)를 내어 주는 식이다. 팬들은 물건을 보기도 전에 70달러짜리 반팔 티셔츠, 500달러짜리 점퍼 등을 주문해 핑크색 봉투에 쓸어 담았다. 유일하게 진열돼 있던 3499달러(약 467만 원)짜리 한정판 전기자전거는 이미 ‘완판(sold out)’ 표시가 돼 있었다. 팝업스토어는 한쪽 인도를 길게 점령한 ‘오픈런’(개점 전 줄 서 있다가 문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것)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온 캐럴라인 맥기 씨(24)는 “콘서트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산 티셔츠와 스카프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했다. 핑크색 매니큐어로 새로 네일아트를 한 손톱도 보여줬다. 앞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개장한 블랙핑크 팝업스토어에도 유럽 각지에서 팬들이 몰려들었다. YG PLUS는 당시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팬들이 오랜 시간 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응원봉에 핑크빛으로 물든 공연장이날 저녁 뉴욕시에서 약 15㎞ 떨어진 공연장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주변까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수만 명의 관람객이 일제히 양쪽으로 핑크라이트가 켜지는 뿅망치 모양의 응원봉 ‘뿅봉’을 들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 공식 응원봉은 미 아마존에서 50∼6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이 응원봉을 들고 콘서트를 찾았다. 마침 뉴저지 상공을 지나던 비행기 승객들이 ‘저 아래 핑크빛이 반짝인다’며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오를 정도였다. 미 미식축구 스타 톰 브레이디가 딸 비비언과 함께 콘서트를 찾은 사진도 화제가 됐다. 브레이디는 공연장에서 자신을 찍은 팬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이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블랙핑크 콘서트 참석 사실을 인증했다. 다소 놀란 표정을 한 자신의 사진에 그는 “역대급으로 ‘딸과 그 친구들을 데리고 온 아빠’를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농담 글을 올렸다. 콘서트 여파는 비단 공연장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블랙핑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뉴저지의 시코커스 정션 기차역에 마련된 76개의 스크린을 통해 블랙핑크 7주년 기념 영상을 상영하고, 팬들은 또 이를 보기 위해 이곳에 몰려든다. 지역 일대를 거대한 이벤트장으로 활용하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블랙핑크는 이달에만 뉴저지를 시작으로 18일 라스베이거스, 22일 샌프란시스코, 26일 로스앤젤레스 등 미 주요 지역 대형 공연장을 순회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블랙핑크가 11, 12일(현지 시간) 양일간 공연한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2주 전엔 은빛 물결로 일렁였다. 세계적 가수 비욘세의 월드투어 ‘르네상스’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때에도 이틀 공연에 10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렸다. 주변 호텔 예약률이 치솟고 ‘비욘세 스타일’로 꾸미려는 팬들로 화장품과 옷가게, 미용실 등이 상당한 경제 효과를 누렸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뷰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레이븐 부어히스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테네시주 내슈빌 등 미 전역에서 온 비욘세 팬들이 콘서트 주제에 맞게 네일아트를 해갔다”며 고객당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슈퍼스타의 월드투어가 재개되자 콘서트가 열리는 전 세계 곳곳마다 이들의 팬을 중심으로 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비욘세가 올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첫 공연을 하자 북유럽 최대 은행 단스케방크는 “비욘세 월드투어로 호텔 수요가 치솟아 스웨덴 물가를 0.2∼0.3%포인트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올 3월부터 이달 9일까지 미국에서만 52회 공연을 진행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도 등장했다.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5월 필라델피아 지역 숙박업 매출이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고 진단했다. NYT는 스위프트 콘서트가 북미에서만 46억 달러(약 6조13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2008년 중국 베이징 여름올림픽이 거둔 수익 수준이다.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박람회(CES) 방문객이 5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콘서트 개최가 웬만한 박람회나 스포츠 행사를 뛰어넘는 셈이다. 스위프트와 경제학의 합성어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 월드투어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투어인플레이션’ 같은 신조어도 생겼다. 각국 정상도 세계적 스타를 향한 구애에 나섰다. 지난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스위프트에게 “캐나다에서 보길 희망한다”고 했다. 스위프트는 내년 캐나다에서 공연을 열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6월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BTS 10주년 축제에 40만 명이 몰려 일대의 호텔 예약률이 치솟았다. 여의도 상점가, 여행업계 등도 쏠쏠한 특수를 누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는 BTS의 콘서트 1회당 최대 1조2207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미일이 공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공개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돼 온 북한 인권 공개회의가 열린다면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안보리에서 한미일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0일(현지 시간) 미 유엔 뉴욕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대한민국과 일본, 알바니아와 함께 북한 인권 유린 및 침해에 대한 안보리 공개회의를 요청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안보리 의제임을 강조했다. 예정된 공개회의 날짜는 17일로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이다. 안보리 이사국이 안건에 반대하면 회의 당일에 절차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그대로 회의가 진행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미일이 공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룰 공개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돼 온 북한 인권 공개회의가 열린다면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안보리에서 한미일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미 유엔 뉴욕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대한민국과 일본, 알바니아와 함께 북한 인권 유린 및 침해에 대한 안보리 공개 회의를 요청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안보리 의제임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대사 등도 참여했다. 한국의 안보리 이사국 임기는 내년부터라 이번 회의 요청은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예정된 공개회의 날짜는 17일로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 날이다. 안보리 이사국이 안건에 반대하면 회의 당일에 절차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그대로 회의가 진행된다. 안보리 북한인권회의는 2014~2017년 까지 매년 공개회의를 열어왔지만 2018년 부터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비공개회의에 그쳐 왔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일이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각 이사국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침해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키워왔다”며 “안보리는 김정은 정권이 자국민뿐 아니라 한일 국민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인건 탄압과 범죄에 대한 공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에 따라 중국 테크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들어 해외 벤처캐피털(VC)의 중국 투자가 50% 이상 급감하며 한때 교류가 활발했던 미중 스타트업 생태계도 급격히 거리가 멀어지는 추세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가 VC나 사모펀드 투자를 타깃으로 규제를 결정한 것은 투자 과정에서 돈뿐 아니라 다른 기술 기업이나 전문가를 (중국 기업들에) 소개해주는 무형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 지역 등의 스타트업을 이어주던 자본과 기술 인맥 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은 미국 VC의 적극적 초기 투자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대표적인 미 VC 공룡인 세쿼이아는 바이트댄스, JD닷컴, 알리바바뿐 아니라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 비야디의 반도체 자회사에도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백악관과 의회의 압박 속에 결국 세쿼이아는 지난해 중국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투자를 중단했고, 중국 법인의 경우 올 6월 이름까지 바꿔 분사하기로 했다. 다른 VC들도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우려로 중국 투자를 대폭 줄여 왔다. 영국 리서치기업 프레킨은 올 2분기(4∼6월) 중국에 대한 VC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4.2% 급감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지역 투자자 루이 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벤처 투자는 위험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양국 투자는 이미 단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추가 규제를 발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중국 테크 기업들은 AI용 반도체 사재기에도 나서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테크 기업인 바이두 등은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내년까지 쓸 6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 규모 AI용 반도체 ‘A800’을 주문했다. 미국은 지난해 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에 대해 중국에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이 규제 기준을 우회해 중국 수출용으로 A800을 개발했다. 그러나 미 자본의 중국 직접투자 제한 조치에 이어 이 칩 또한 곧 수출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미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동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공개 회의를 소집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비공개 회의로만 열려왔던 북한 인권 관련 공식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안보리에서의 한미일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미 유엔 뉴욕본부에서 “안보리 의사국 자격으로 알바니아, 대한민국, 일본과 함께 북한 인권 유린과 침해에 대한 안보리 회의를 요청했다”며 “(개최시) 2017년 이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공개회의는 처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 발표 자리에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대사도 참여했다.유엔 안보리는 2014년 이후 매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 회의를 열어왔지만 2017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로 무산돼 비공개 회의로만 열려 왔다.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공개회의 개최에 이의가 있을시 회의 당일에 절차투표를 실시해 15개국 중 9개국이 찬성하면 예정대로 회의가 개최된다. 올해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한미일 공조로 절차투표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고, 비상임이사국인 일본, 이해당사국인 한국이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회의 개최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예정된 공개회의 날짜는 17일로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과 침해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키운다고 본다”며 “우리는 북한 정권이 자국민뿐 아니라 한일 국민들에게 주는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한 공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한편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임기 개시는 2024년 1월부터로 임기 개시 5개월 전인 이달부터 안보리 이사국 대상 문서 배포망에 포함된다. 10월부터는 예비 이사국 자격으로 이사국간 비공개회의, 결의안· 의장성명 문안협의 등 안보리의 모든 회의를 참관할 수 있다. 한미일이 동시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미일 공조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로 시장 전망치(3.3%)를 밑돌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계속됨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금리 점정론’에 힘이 실린다. 9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7월 CPI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각각 0.2%, 3.3% 상승을 전망했는데 헤드라인 CPI는 전망치를 소폭 하회한 수치다. 3.0%를 기록했던 6월 CPI 비교하면 소폭 올랐지만 추세적으로는 미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CPI 발표 직후 미 뉴욕증시 주요 지수 선물은 일제히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7%로 시장 전망치(4.8%)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0.2%로 이는 2년 만에 최소폭 상승이다.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 상승이 미 CPI 상승의 90%를 차지했다. 에너지(-12.5%)나 중고차(-5.6%) 등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주거비(7.7%), 교통 서비스비(9.0%), 식료품(4.9%) 등은 강세를 보였다. 미 인플레이션 안정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동결 가능성을 90% 수준으로 평가했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내려가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내년에는 인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9월 중순까지 놀랄게 할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금리를 동결한 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며 “금리를 즉각 내려야 할 이유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내년 어느 시점에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물가에서 에너지, 식료품, 주거비도 제외한 서비스 중심의 ‘코어 근원 물가’는 상승폭이 늘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추산에 따르면 코어 근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고, 전녀 대비로는 4.1%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는 양파와 같다며 가장 ‘끈적끈적하게’ 하락에서 버티고 있는 서비스 물가 하락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텍사스에서 “학교에서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한 10대가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됐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각 주마다 ‘살인 예고’를 중범죄로 보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추세다. 8일(현지 시간)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주 유밸디에 거주하는 네이선 크루즈(17)는 자신의 누이에게 “나도 사촌이 한 일을 할 것이다. 학교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이를 향해 “너를 죽이겠다”고도 위협했다. 크루즈의 사촌인 살바도르 라모스(18)는 지난해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19명과 교사 2명을 살해한 총격범이다. 딸에게 크루즈의 살인 예고 발언을 전해들은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불법 개인 판매를 통해 AR-15 총기를 구매하려 하는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R-15는 그의 사촌이 무차별 총격에 사용했던 총기였다. 크루즈는 즉시 체포돼 구금됐고, 경찰은 그에게 3급 중범죄인 공공장소에 대한 테러 위협 혐의를 적용했다. 텍사스주에서 최대 7년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어머니는 옳은 일을 했다”며 “안전한 개학을 위해 모든 협박이나 위협을 심각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10대를 중심으로 대형 범죄를 모방하겠다는 예고 글이나 폭탄을 설치했다는 등의 허위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학내 총격 사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국은 개학 시기 연방수사국(FBI)이나 각 지역 교육청이 단속 강화와 더불어 ‘(가짜 위협은) 농담이 아닌 범죄’라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FBI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게시글뿐 아니라 문자, 이메일을 통한 어떠한 형태의 위협이나 협박도 모두 중범죄다. 연방법으로 최대 5년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텍사스주는 최대 7년, 플로리다주는 최대 15년형으로 더 무겁게 처벌한다. 실제로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가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2018년 켄터키주에서는 18세, 19세 남성이 타인 계정을 도용해 ‘학교에 총을 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각각 21개월, 27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2021년 뉴욕의 19세 유튜버는 식당에서 “폭탄이 있다”고 외친 뒤 사람들이 혼비백산 도망가는 영상을 생중계하다 곧바로 구속됐다. 그는 23일간 구금된 이후 건강 문제로 9개월 가택연금과 3년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도 미 플로리다주에서 여러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장난전화를 돌린 19세 고등학생이 체포됐다. FBI는 “가짜 위협은 경찰력과 세금을 빨아들이고, 사회적 고통을 야기하는 범죄”라며 “생각 없이 쓴 글로 인해 평생 중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은행 10곳에 대해 무더기로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미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확산되고 있다. 무디스 보고서는 3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5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파산 당시 제기됐던 은행 부실 우려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미 은행 업종 위주의 KBW 나스닥 은행 지수를 비롯해 주요 은행주 주가가 1% 안팎으로 하락했다. 전날 오후 늦게 무디스가 M&T은행, 웹스터파이낸셜, BOK파이낸셜, 올드내셔널뱅코프 등 10여 개 미 중소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계단씩 강등했기 때문이다. 미 뉴욕주 버펄로에 본사가 있는 M&T은행은 미국 내 19번째로 큰 중량급 은행이다. 게다가 미 자산 규모 6위 은행인 트루이스트를 비롯해 뱅크오브뉴욕멜론 등 대형은행 6곳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의 ‘하향 검토’ 리스트에 올랐다. 미 자산 규모 7위 은행인 PNC 등 11개 은행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무디스는 “(등급 조정) 대상 은행들이 불안한 예금자와 투자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약화 등에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미 은행은 더욱 강하게 자금 조달 및 예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고금리에 따른 자산 손실과 예금주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으로 파산한 SVB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갖고 있던 문제가 여전히 미 은행 시스템 전반에 남아있다는 의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까지 끌어올렸고,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의 은행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은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자체 평가대로 내년 초 경기 침체가 온다면 은행이 더욱 신용을 조이며 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은행의 (신용) 긴축과 관련된 경기 침체는 더 깊고 장기적”이라고 덧붙였다. 미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액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2분기(4∼6월) 말 1조 달러(약 1300조 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 연체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30일 이상 연체된 신용카드 연체율은 2분기 기준 7.2%로, 1분기(1∼3월)의 6.5%에서 올랐다. 이는 2012년 1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총 가계부채도 2분기 160억 달러(약 21조 원) 증가한 17조6000억 달러(약 2경3152조 원)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CNBC는 “팬데믹 기간에 시행된 상환 유예 같은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와 낮은 저축 잔액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3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말리부 바비 카페’ 앞. 간판은 물론이고 화분 등 소품이 온통 핑크색인 이곳에 핑크색 옷을 입은 어린이가 핑크색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핑크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영화 ‘바비’ 홍보를 위해 올해 5월 뉴욕에 차려진 식당이다. 사전 예약제로 2인용 이상 테이블을 잡으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카페 점원은 “고객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엄마와 딸 혹은 친구들끼리 차려입고 사진을 찍으러 온다”고 말했다. ● 낙태권 폐지에 뿔난 美여성들 “내 얘기” 지난달 개봉한 영화 바비의 열기가 미국을 달구고 있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꼭 봐야 할 영화’로 주목받으며 할머니와 엄마, 손녀들까지 3대가 같이 봤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다.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6일 전 세계 누적 매출이 10억3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최단 기간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라는 기록도 세웠다. 감독인 그레타 거위그는 세계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여성 감독이 됐다. 할리우드 역사상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던 감독은 28명인데 모두 남성이었다. 영화 바비는 전형적인 금발 여성인 바비가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핑크빛’ 바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영화 전반에 가부장제를 풍자하는 페미니즘 메시지가 녹아 있다. ‘작은 아씨들’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의 성장기를 주로 다뤄 온 거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바비는 특히 북미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매출의 절반(4억5940만 달러)을 미국에서 거뒀다. 지난달 21일 경쟁작 ‘오펜하이머’를 누른 이후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장남 그자비에(16)와 핑크색 옷을 맞춰 입고 바비 상영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우리는 팀 바비”라는 메시지와 함께 X(옛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혼 발표 직후 가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바비 관람을 통해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남성 중심 현실 비판” vs “남성 혐오 조장” 미국 언론은 여성주의를 담은 블랙코미디, 그것도 인기가 시들해진 인형 바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 같은 돌풍을 일으키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수전 펄루디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해 미 대법원이 판결한) 낙태권 폐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영화 저변에 깔려 있다. 아마도 미국 여성들은 최근의 역사를 지켜보며 느낀 충격과 공포,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바비랜드에서는 여성만 법관이 될 수 있다.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영화를 봤다는 워킹맘 그레이스 스니더 씨(37)는 기자에게 “우리 또래는 어릴 때 바비와 함께 놀면서 상상력을 키워 왔다. 영화 속 평범한 워킹맘이 그런 바비에게 ‘여성으로서 사는 것의 고단함’을 토로할 때 뭉클했고, 남성 중심 기업 이사회를 비꼬아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도 바비를 일단 봐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영화에 트랜스젠더 배우가 여성 바비로 등장하거나 남성 중심의 미국 정치를 풍자하는 등 현실의 문제점을 영화에 담은 것도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인기 보수 논객인 벤 셔피로는 “워크(woke·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 무비”라는 비판 영상을 올리고, 바비 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화에 ‘가부장제’ 단어가 나올 때마다 술을 한 잔씩 마시면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뻗을 것”이라고 비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그랜드센트럴 지하철 역내.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이곳 입구에선 무장한 뉴욕 경찰(NYPD) 2명이 출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시민의 일상 공간인 지하철이 출근길 총격, 대낮 칼부림에 이어 선로 밀침 사건 등 공포의 장소가 되자 뉴욕시가 경찰 1200여 명을 추가로 지하철 곳곳에 배치한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의 존재 자체로 안심이 된다는 분위기다. 실제 범죄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 뉴욕 경찰은 올해 3월 “지하철 순찰을 43% 늘리자 1, 2월 지하철 범죄율이 19.4%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뉴욕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묻지 마 범죄 공포는 확산 중이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등 정치적 사상에 경도된 테러에 더해 최근에는 ‘사회 혐오형’ 묻지 마 범죄까지 잇따르면서 범죄 장소나 시간을 특정하기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타깃이 일상 공간이 된 것이다. 지난달엔 20대 남성이 뉴욕에서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총을 쏴 1명이 사망했다. 5월 텍사스 댈러스 교외 프리미엄 아웃렛에선 주말 쇼핑객 8명이 무차별 총격에 살해당했다. 6월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인근 시내 중심지 도로에 정차된 차도 묻지 마 범죄의 대상이 됐다. 차에 타고 있던 한국계 임신부가 사망했다. 지난해 21명을 살해한 18세 총격범은 자신이 다녔던 텍사스 유밸디 지역 초등학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올 초 미 비밀경호국 국가위협평가센터가 2016∼2020년 피해자가 3명 이상인 무차별 공격 173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 동기의 절반 이상이 정치적 신념보다 개인적 불만이나 피해의식에 따른 보복과 관련 있었다. 또 범행 장소는 식당이나 백화점, 슈퍼마켓, 쇼핑몰 등 유통매장이 가장 많았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던 노동시장이 과열이 완화되고 있지만 실업률은 떨어지는 등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강력한 회복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8만7000건 늘어 미 월가 전망치인 20만 건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6월의 18만5000명에서 늘어난 수치다. 실업률은 3.5%로 떨어져 시장 전망치(3.6%)를 하회했다. 이는 1969년 말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의료 부문에서 가장 많은 6만3000건 신규고용이 일어났고, 이어 사회복지(2만4000 건), 금융활동(1만9000건), 도매업(1만8000건) 부문 순이었다. 그간 노동 시장 과열을 이끌던 여가 및 접객업에선 1만7000여 건에 그쳤다. 물가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달 대비 0.4% 올랐고, 연간 기준 4.4%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약간 상회한 수치지만 임금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에선 골디락스에 가까운 지표라는 해석이다. 연준이 11차례에 걸쳐 미 금리를 5.25%포인트까지 끌어올렸지만 노동시장은 매우 서서히 완화되고 있고,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덕에 미국 소비가 미 경제회복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까지 이어졌던 미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연준이 의도한 연착륙 방향을 시사한다. LH 마이어 모니터리 폴리시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급여 증가율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아주 좋은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디락스를 시사하는 미 고용보고서와 전날 아마존 깜짝 실적 등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그랜드센트럴 지하철 역내.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이 곳 입구에선 무장한 뉴욕경찰(NYPD) 2명이 출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시민의 일상인 지하철이 출근길 총격, 대낮 칼부림에 이어 선로 밀침 사건 등 공포의 공간이 되자 뉴욕시가 1200여 명 경찰을 추가로 지하철 곳곳에 배치한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의 존재 자체로 안심이 된다는 분위기다. 실제 범죄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 뉴욕경찰(NYPD)은 올해 3월 “지하철 순찰을 43% 늘리자 1~2월 지하철 범죄율이 19.4%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뉴욕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묻지마 범죄 공포는 확산 중이다.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등 정치적 사상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최근에는 ‘사회 혐오형’ 묻지마 범죄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범죄 장소나 시간을 특정하기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일상 공간이 타깃이다. 지난달엔 20대 남성이 뉴욕애서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총을 쏴 1명이 사망했다. 5월 텍사스 댈러스 교외 프리미엄아웃렛에선 주말 쇼핑객 8명이 무차별 총격에 살해당했다. 6월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인근 시내 중심지 도로에 정차된 차도 묻지마 범죄의 대상이 됐다. 차에 타고 있던 한국계 임산부가 사망했다. 지난해 21명을 살해한 18세 총격범은 자신이 다니던 텍사스 유밸디 지역 초등학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지난해 타임스퀘어 벌목용 대형 칼(마체트) 테러 등 정치 테러가 대형행사를 노린 것과 다르다. 실제로 올 초 미 비밀 경호국 국가위협센터가 2016~2020년 3명 이상이 피해자인 무차별 공객 173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 동기 절반 이상이 정치적 신념보다 개인적 불만이나 피해의식에 따른 보복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에서 60명을 살해한 총격범이 호텔의 단골고객 혜택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는 수사기록도 최근 공개됐다. 또 173건 무차별 공격 범죄자의 96%는 남성이었고, 평균나이는 34세였다. 범행장소는 식당이나 백화점 슈퍼마켓 쇼핑몰 등 유통매장이 가장 많았다. 범죄자의 28%는 공격을 암시하는 온라인 게시글이나 작별 인사 등을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 신고 유도를 통한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나 알라타리 미 국가위협센터장은 “가해자들은 사전에 문제 행동을 보인다. 폭력이나 과거 무차별 공격에 대한 관심 및 이에 대한 게시글, 학교나 직장 내 두려움을 사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라며 주변의 관심과 신고를 당부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퀄컴의 실적은) 스마트폰 수요와 중국 경제 회복에 크게 좌우될 겁니다.” 2일(현지 시간)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시장 예상보다 어두운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이같이 발언하자 퀄컴 주가의 하락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 퀄컴은 스마트폰 통신 칩 시장의 강자다. 그런 퀄컴의 어두운 전망은 곧 스마트폰 수요 저하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퀄컴의 2분기(4∼6월·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94% 폭락했다.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AMD(―7.02%)와 엔비디아(―4.81%)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나스닥 지수가 2.2% 하락하는 등 전반적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낙폭이다.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인공지능(AI) 효과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도체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반도체의 봄’에 회복 기대를 걸어 온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 겨울 길어지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말 TSMC 2분기 실적 발표 이후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종합적인 반도체 경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TSMC는 분기 순이익이 1818억 대만달러(약 7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TSMC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10% 하락했다. 2분기 실적 하락은 예견돼 왔기에 시장은 전망에 관심을 쏟았다. TSMC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거의 모든 기기 수요가 예상보다 악화됐다며 올해 매출이 기존 한 자릿수 감소에서 10%로 감소 폭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난 퀄컴은 3분기 매출 전망치 중간값이 85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8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퀄컴은 “(스마트폰)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력 감축을 비롯한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회복의 희망으로 꼽히는 AI는 시장 자체가 아직 작다. 퀄컴도 “(회사 매출에서) AI 비중은 약 6%밖에 안 된다”며 IT 기기 수요 하락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GPU 기업 AMD는 AI 수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낙관적 전망치를 내놨지만 미 투자사 번스타인은 “AMD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전망치가 너무 높다”고 밝혔다.● ‘中 리스크’ 현실화반도체 시장의 중국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침체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 중국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줄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확산되며 중국 판로 자체도 좁아지고 있다. 퀄컴은 “(미국이 제재 중인 중국 IT 기업) 화웨이에 4G(4세대) 칩은 수출할 수 있지만 더 이상 5G 칩은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CEO는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AI 반도체 수출 규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중국 고객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회복 지연과 반도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5연속 내리며 반도체 경기 침체와 중국 회복 약세를 하향 조정 원인으로 꼽았다. 대니얼 레이 IMF 연구본부 세계전망 담당 수석은 동아일보에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면 2024년 2.4%로 반등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퀄컴의 실적은) 스마트폰 수요와 중국 경제 회복에 크게 좌우될 겁니다.”2일(현지 시간)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시장 예상보다 어두운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이같이 발언하자 퀄컴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 퀄컴은 스마트폰 통신 칩 시장의 강자다. 그런 퀄컴의 어두운 전망은 곧 스마트폰 수요 저하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퀄컴의 2분기(4~6월·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94% 폭락했다.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AMD(-7.02%)와 엔비디아(4.81%)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나스닥 지수가 2.2% 하락하는 등 전반적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낙폭이다.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인공지능(AI) 효과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도체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반도체의 봄’에 회복 기대를 걸어 온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 반도체 겨울 길어지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말 TSMC 2분기 실적발표 이후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종합적인 반도체 경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TSMC는 분기 순이익이 1818억 대만 달러(7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TSMC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10% 하락했다. 2분기 실적 하락은 예견돼 왔기에 시장은 전망에 관심을 쏟았다. TSMC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거의 모든 기기 수요가 예상보다 악화됐다며 올해 매출이 기존 한 자릿수 감소에서 10%로 감소폭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난 퀄컴은 3분기 매출 전망치 중간값이 85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8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퀄컴은 “(스마트폰)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력 감축을 비롯한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회복의 희망으로 꼽히는 AI는 시장 자체가 아직 작다. 퀄컴도 “(회사 매출에서) AI 비중은 약 6%밖에 안 된다”며 IT 기기 수요 하락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GPU 기업 AMD는 AI 수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낙관적 전망치를 내놨지만 미 투자사 번스타인은 “AMD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전망치가 너무 높다”고 밝혔다. ● ‘中 리스크’ 현실화 반도체 시장의 중국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침체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으로 꼽히는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 중국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줄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확산되며 중국 판로 자체도 좁아지고 있다. 퀄컴은 “(미국이 제재 중인 중국 IT 기업) 화웨이에 4G(4세대) 칩은 수출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5G 칩은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CEO는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AI 반도체 수출 규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중국 고객 유치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회복 지연과 반도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5연속 내리며 반도체 경기 침체와 중국 회복 약세를 하향 조정 원인으로 꼽았다. 다니엘 레이 IMF 연구본부 세계전망 담당 수석은 동아일보에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면 2024년 2.4%로 반등할 수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4경 원을 훌쩍 넘긴 미 부채와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를 강등 이유로 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2년 만이다. 이 여파로 2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피치는 1일 성명에서 “미국은 향후 3년 동안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부채가 늘고 있고, 조정 능력(거버넌스)도 악화되고 있다”며 신용 강등 이유를 밝혔다. 31조 달러(약 4경130조 원)가 넘는 나랏빚과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싸고 매년 반복되는 여야 간 벼랑 끝 대치로 미국의 ‘빚 갚을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낮춘 것이다. 피치는 1994년 이후 29년 동안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서 미국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는 곳은 무디스만 남게 됐다. 무디스는 현재 미국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미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계속 지연되며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자 미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당시 일주일여 동안 미 증시는 15% 폭락했고, 코스피도 17% 떨어졌다. 미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피치 보고서는) 자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깎아내렸고,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50.60포인트(1.90%) 하락한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30% 하락한 32,707.69엔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9% 내린 3,261.69에 각각 거래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나랏빚-가계부채 늘고 고령화 가속… 한국도 신용등급 안심 못해 한국 신용도 위협하는 ‘3대 요인’피치, 이르면 내달 신용등급 재평가정치권, 재정준칙 두고 3년째 갈등“日도 나랏빚에 韓보다 2등급 낮아져”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7∼11년째(3대 신용평가사 기준) 변동이 없었던 한국 국가신용도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급 조정의 이유로 지목된 재정 악화와 정치권의 이전 투구 등은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꼽고 있는 한국의 위험 요인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피치와 S&P는 이르면 9월 한국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삐풀린 나랏빚과 가계부채 한국 신용도 위협 2일 정부에 따르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 3곳은 2012∼2016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이후 이달까지 등급 조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 무디스와 S&P는 한국을 10개 투자등급 중 3번째로 높은 ‘Aa2’와 ‘AA’로, 피치는 4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피치는 올 3월 한국의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한국 신용등급의 부정적 요인으로 급격히 상승한 국가채무 비율,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경제·금융 부문 전반의 리스크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의 나랏빚은 5년 새 400조 원 넘게 불었다. 2017년 말 660조2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1067조7000억 원으로 407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6%에서 49.4%로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년간의 증가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한국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 빚이 GDP를 넘어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미국(73.0%), 일본(65.2%), 중국(63.6%) 등 주요국보다 30∼40%포인트가량 높다. 피치는 “한국은 가계부채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높은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극한 대립과 고령화도 위험 요인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경제 강국이면서도 한국 대비 2단계 낮은 신용등급(3대 신용평가사 기준)을 받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장기간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면서 나랏빚이 주요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며 “한국도 나랏빚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가계대출 리스크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내세운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의 국가채무는 이미 1000조 엔(약 9100조 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가 재정적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었다는 점도 한국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정부도 국가 채무와 재정 적자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3년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급격한 고령화 역시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무디스는 올 5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도 “고령화가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다. 다만 정부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단기간에 조정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정부에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적은 없다”며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재정적자나 국가채무를 개선하려는 이번 정부의 노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일(현지 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29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미 부채 규모가 매우 큰 데다 관리 능력까지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는 31조 달러(약 4경126조4000억 원)를 넘겼고, 매년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의회 대치가 반복되고 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12년 만에 피치도 등급을 내림에 따라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미국에 대해 최고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피치는 미국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던 5월 말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초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한 지 두 달이 지났고, 미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던 터라 이번 등급 조정은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미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현 시점에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기이하고(bizarre) 무능하다(inept)”고 밝혔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신용등급에 따라 채권 가격을 책정하는데 최대 안전자산 미 국채는 세계 주요 자산 가격의 기준이 된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2011년 미 신용등급 강등 당시 일주일여 동안 미 증시는 15% 폭락했고 코스피도 17% 떨어졌다. 당시 세계경제 혼란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져 오히려 미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번 미 신용등급 하향은 첫 강등이 아니고, 미 경제도 회복세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나 시장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발표 이후 아시아 증시는 줄줄이 하락했지만 달러 가치나 국채 금리는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미 국채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2011년에는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이었지만 현재 미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4% 안팎까지 올라와 있어 부담이 더 커졌다. 국채 공급 과잉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도 높다. 전날 미 재무부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조 달러(약 1288조 원) 추가 부채 계획을 발표하자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는 “국채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채권국인 일본은 금리 인상 가능성 탓에,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국채 매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4경 원을 훌쩍 넘긴 미 부채와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를 강등 이유로 들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역시 미 부채 상한 교착 상태에 빠졌던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 신용등급 강등은 향후 3년 동안 재정 악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부채 상한에 대한 반복되는 교착상태, 관리 능력 악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된 신용듭급 하락에 뉴욕 증시 선물은 소폭 하락했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상승했다. 2일 개장한 아시아 시장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1.4%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니케이 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2% 까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 피치 “20년 동안 재정 관리 악화”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는 미 재정 악화다. 피치는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2022년 3.7%였다면 2025년 6.9%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 부담 증가에 따라 내년 경기침체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 부채는 31조 달러(4경126조4000억 원)를 넘겼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강도 높게 피치의 결정을 반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피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치는) 자의적인데다 한물 간 데이터를 기반해 미국 신용을 강등시켰다”고 비판했다. 커린 잔 피에르 백악 대변인은 피치 보고서가 “미 경제 회복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미 부채 상한 대치로 사상 최초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던 5월 말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옮겨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이 상한에 합의 한 지 두 달이 지났고, 미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던 터라 이번 신용등급은 다소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장기적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것은 맞지만 미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현시점에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기이하고(bizarre) 무능하다(inept)”고 밝혔다. ●“시장 영향 미비” VS “로마도 서서히 무너져”2011년 8월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부채 벼랑끝 대치 위험성을 경고하며 미 신용등급을 AAA로 강등한데 이어 12년 만에 피치도 동참함에 따라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만 미국에 대해 최고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에 기반해 채권의 가격을 책정한다. 신용등급 하락은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 채권 금리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주택 대출 금리를 비롯해 시장 주요 자산 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국채 변동성이 커진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2011년 S&P가 최초로 미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일주일 여 동안 미 증시는 15% 폭락했고 더불어 코스피도 17% 떨어졌다. 당시는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불안하던 시기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타격이 더 컸다. 세계경제 혼란으로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져 오히려 미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번에는 첫 강등도 아닌데다 미 경제가 회복세에 있고, 기업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영향이 미비할 것이란 시각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 및 영국 캠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은 “발표 타이밍 뿐 아니라 많은 면에서 이번 강등은 의아하다”며 “미 경제나 시장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피치 발표 후 뉴욕증시 선물은 0.3% 안팎의 소폭 하락에 그쳤다. 반면 미 국채에 대한 경고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11년에는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이던 미 국채 금리가 이번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4% 안팎으로 이미 올라와 있다. 팬데믹 이후 미 국채 과잉 공급으로 시장의 피로감도 높아져 있다. 전날 미 재무부는 3분기(7~9월)에 시장 예상보다 2500억 달러 높은 1조 달러(1288조 원) 규모 자금을 더 빌리겠다고 해 바클레이는 “국채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지적했다. 누가 계속해서 국채를 사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그 다음으로 많은 중국발 불확실성 요인도 있다. 일본이 실제 금리를 인상하면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팔고 일본 국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당장 투자자들이 미 국채 의존도를 줄이진 않겠지만 신용등급 강등이 미 정부의 신뢰도도 떨어뜨린다”며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