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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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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3~2026-03-25
칼럼100%
  • [광화문에서/이진영]KBS 사장 잔혹사

    “나는 KBS 최초의 민선 사장이다.” 서영훈 전 KBS 사장(1988년 11월∼1990년 3월)은 재임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로 KBS엔 자율적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생겨나 사장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서 전 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최초의 사장이었다. 집권당이 KBS 사장을 내려보내는 관행을 끝내려는 의미 있는 제도 변화였다. 그러나 최초의 민선 사장은 최초로 해임된 민선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났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약 17억 원의 수당을 부당 지급한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KBS가 정부에 비협조적이어서 일어난 일”로 보고 “사임 압력을 느껴”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고, 이사회는 사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서 전 사장부터 지금의 길환영 사장까지 KBS의 ‘민선’ 사장은 모두 9명이다. 이 중 3년 임기를 다 채운 사장은 서기원(1990년 4월∼1993년 3월), 김인규 전 사장(2009년 11월∼2012년 11월) 둘뿐인데 이들도 험한 꼴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조는 친정부적 인물이라며 사장의 출근길을 막아섰고, 서 전 사장은 경찰의 무력 진압과 직원 연행에 힘입어 출근할 수 있었다. 노조는 36일간 제작 거부를 했다. 김인규 전 사장도 같은 이유로 노조의 출근 저지를 당했고, 임기 후반엔 노조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3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홍두표(1993년 3월∼1998년 4월) 박권상 전 사장(1998년 4월∼2003년 3월)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자진 사퇴했다. 연임된 정연주 전 사장(2003년 4월∼2008년 8월)은 정권이 바뀐 뒤로도 임기를 채우려다 쫓겨났다. 그는 이사회가 해임한 두 번째 사장이다. 이번엔 길 사장 차례다. 양대 노조가 파업 중인 가운데 이사회는 5일 길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논의한다. 해임 사유는 사장의 보도 통제 논란으로 KBS의 공신력을 훼손했고, 세월호 부실 보도의 최종 책임자이며, 올 3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KBS 사장의 잔혹사가 27년째 되풀이되는 이유는 민선 사장제가 도입된 후로도 정치권이 방송으로 재미 보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아서다. 여야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 이사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감독자가 아니라 정치적인 대리인 역할을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온다. 지난달 19일 시작된 방송 파행은 3일까지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KBS 구성원들이 자인했듯 ‘재난이 돼 버린 재난 주관 방송사’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민선 사장이 임기를 채우기 힘들고, 노조가 시청자를 볼모로 연례행사처럼 파업하고, 부실 방송을 보면서도 수신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KBS 문제는 국정 개혁 과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이 꼭 있어야 하나. 만약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면 사장은, 그리고 이사회는 어떻게 뽑는 것이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KBS의 방만 경영과 무책임한 파업을 수신료 거부운동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수신료와 전기료 통합 징수제를 폐지할 필요는 없는가. 막장 드라마보다도 더 막나가는 KBS 사장 잔혹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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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과 그림자 흑백의 대화… 내게 사진은 소설이 아닌 詩”

    소설이 아니라 시(詩)다. 그의 사진은 수다스러운 법이 없다. 빛과 그림자가 건축 공간에 그려내는 움직임을 아날로그 필름에 조용히 담아낼 뿐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건축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독립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건축 사진작가 헬렌 비네(55)가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와 SPLK건축사사무소의 경북 청도 혼신지 주택 촬영을 위해 2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진과 예술사를 공부한 뒤 영국 런던에서 일한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스위스의 페터 춤토르와 영국의 자하 하디드,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 마스터플랜 설계자인 미국의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비네의 눈으로 본 내 건물이 궁금하다”며 촬영을 맡기는 단골 고객이다. 혼신지 주택과 DDP를 4일씩 찍은 뒤 호텔에서 쉬고 있는 그를 SPLK의 김현진 소장과 함께 출국 전날인 지난달 31일 만났다. ―DDP(8만6574m²·약 2만600평)와 혼신지 주택(200m²·약 60평)은 규모가 다르다. 왜 사진 찍는 데 똑같은 시간이 걸리나. “빛에 따라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은 건물도 시간이 필요하다. 빛은 공간을 드러내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필수적이다. 내겐 보스(Boss) 같은 존재다. 사진가는 농부 같다. 해 뜨면 일어나 해질 때까지 일하고, 겨울보다 여름에 오래 일하고.” ―DDP는 서울의 역사와 주변 맥락을 무시한 건물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모여 즐기는 건물이다. 그럼 된 것 아닐까. DDP는 제스처가 강한 건물이다. 그래서 반응도 강렬한 것이다. 무난하게 지었다면 아무런 반응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하 하디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독일 비트라소방서(1993년) 촬영 때 만나 지금껏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년 지기에 대해 “결코 돌아가지 않고, 타협하는 법이 없다. 그는 아름답게 직선적인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을 보고 건물이 예뻐 보러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리베스킨트는 “비네의 사진은 건물에 아양 떨거나 건물을 예쁜 그림으로 바꿔놓지 않는다. 건물 내면의 긴장감을 개념적으로 드러낸다”고 했다. 좋은 건축 사진이란…. “건물에 대해 비평하려는 게 아니다. 건물에 대해 꿈꾸게 하고, 건물이 내 고유의 목소리로 노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적이어야 한다.” ―왜 필름만 고집하나. “아날로그 사진은 하루 20∼30장밖에 못 찍는다. 수정도 못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100%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로 찍어 수정 작업을 하니 요즘 사진을 보면 모든 사람과 건물이 똑같아 보인다. 난 리얼리티를 원한다.” ―흑백 사진을 주로 찍는 이유는…. “건축에서 받은 감정을 전달하기란 매우 어렵다. 거기에 색까지 들어가면 더욱 방해받는다. 나는 많은 걸 보여 주려 하지 않는다. 하나에만 집중한다. 어둠 속에서 잘 들리듯 단순해야 강렬해진다.” ―세계 여러 도시와 건축가를 경험해봤다. 어디서 누가 설계한 집에 살고 싶은가. “강한 과거에 기대어 사느라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에너지가 없는 로마보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런던이 일하기엔 좋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키운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지은, 디자인이 과한 집은 싫다. 여기저기 고장 났더라도 오래된 집이 좋다. 집이란 그런 거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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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사장 선임 방식 바꿔야” 한목소리

    ‘지배구조를 개선하자.’ KBS의 정치적 외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대책이다. 이 역시 수년째 되풀이돼 온 ‘KBS 공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회의 다양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해 3월 여야 의원 18명이 참여하는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여야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 선임 절차부터 문제 삼았다.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이 7 대 4이고, 사장 선임은 재적이사 과반수로 결정하다 보니 여권이 선호하는 인물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여야 5명씩 동수로 추천한 방송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은 △사회적인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 수를 11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 비율을 7 대 6으로 조정해 과도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며 △사장 임명 제청과 같은 ‘정치성 짙은’ 안건은 재적이사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 또는 5분의 4가 합의해야 하는, 일명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11인 체제에서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경우 사장 임면 제청권을 행사하려면 8명 이상, 다시 말해 야당 추천 이사가 최소한 1명은 동의해야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활동을 종료했다. 18, 19대 국회에서도 특별다수제 도입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의 방송법 개정안이 5건 제출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야당은 언제나 특별다수제를 요구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어왔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학자는 “여당 추천 자문위원들도 합의한 특별다수제를 위원회에서 채택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차기에 집권할 것을 기대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미온적인 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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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다양한 사진에 담긴 자연 속 ‘나무 위의 집’

    저자는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일을 한다. 트리하우스 빌더다. 그동안 작업했던 트리하우스를 사진 위주로 소개한 책이다. 트리하우스의 시초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밀림에 사는 코로와이족이 나무 위에 지은 집이다. 이들은 지상에서 46m 높이로 올라가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이는 아찔한 절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맹수와 모기와 적들을 피해 안전하게 쉴 곳이 필요했을 뿐이다. 생존을 위한 주거 유형이 ‘새로운 아웃도어의 세계’로 해석된 때는 15세기 후반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다. 유럽인들은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게 부러웠던지 귀향해 트리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저자에게 트리하우스 제작을 의뢰한 이들의 사연은 가지가지다. 숨진 딸의 생전 소원이었다며 집 옆 나무 위에 집을 지어달라는 부모, 매장 홍보를 위해 도시형 트리하우스를 지어달라는 패션 브랜드, 태풍에도 끄덕 없는 트리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오키나와 사람…. 도쿄 아가리에 유치원의 트리하우스엔 계단이나 사다리가 없어 가운데 봉처럼 생긴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한다. 아이들의 체력과 담력을 키워주기 위한 ‘배려’란다. 트리하우스가 세계적인 유행이라지만 원폭과 패전, 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일본의 경우 다른 해석이 나온다. 폐허에 대한 트라우마가 원시적인 건축물을 찾게 했다는 것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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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종 욕심에 피해자 배려 잊은것 반성”

    “특종 욕심 때문에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기자정신과 직업적 민폐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해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나도 가해자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관훈클럽이 주최한 세미나 ‘재난보도의 현주소와 과제’는 세월호 참사를 보도했던 기자들이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드는 자리였다. 먼저 방문신 SBS 8시뉴스 편집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매몰돼 있다가 막 구조된 사람에게 조명을 들이대며 취재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이번 재난보도는 개선됐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국 언론은 뭇매를 맞았다.” 방 부장은 그 원인으로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살 수도 있었던 생명들(대부분 학생)이 숨져 안타까움과 분노가 컸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모든 언론 보도가 검증 대상이 됐으며 △정부의 잘못된 발표 내용을 언론이 그대로 전달해 불신을 자초했고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의 부재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홍은희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방송사들은 세월호가 서서히 가라앉는 장면을 쉴 새 없이 보여줬다”며 “피해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심리적 충격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취재 경쟁으로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후회했다. “구조된 생존자들에게 사고 당시 상황과 친구들의 안부, 휴대전화 동영상이 있는지를 물었다. 방송기자들은 ‘방금 했던 얘기를 다시 한번 해달라’며 카메라를 들이댔다.”(강은지 동아일보 기자) “현장 취재기자들이 어리다 보니 피해자들을 배려하기보다 서울에 있는 데스크의 지시를 따르기 급급했다.”(박기용 한겨레신문 기자) “유족들에게 왜 언론을 불신하는지 물었다. 그들은 ‘이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은 보도하지 않고, 이제 와서 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아들고 울고 불며 공무원의 멱살을 잡는 우리 모습만 보도하느냐’고 반문했다.”(박소영 한국일보 기자) 방청석에서는 “왜 대형 사고가 났는데 경험이 없는 신참 기자들만 현장에 갔느냐” “재난보도 준칙이 있음에도 왜 재난보도는 나아지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기자들은 몇 가지 개선책을 제안했다. 박만원 매일경제 지방팀장은 “현장에 취재진이 수백 명 몰려와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들이 무제한 취재 경쟁에 돌입했을 때 결과는 뻔하다”며 “앞으로는 재난지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협의체를 꾸려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연합뉴스 사진부 기자는 “배 위에서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취재하다 바다에 빠질 뻔했다. 재난 취재 장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방 부장은 “참사보도일수록 정확해야 하고 피해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론에 ‘닥치고 책임’을 요구한다. 감시와 견제라는 기본으로 되돌아가라는 메시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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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KBS사장 논란

    19일 KBS 노조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역대 KBS 사장들은 취임식을 갖기 전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출근 저지 투쟁의 주인공이 됐다. 임기를 온전히 채운 사장도 드물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의 인사 및 보도 통제가 이명박 정부 때인 김인규 KBS 전 사장 시절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나 KBS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극에 달한 때는 이념 갈등이 격렬했던 노무현 정부의 정연주 전 사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정부 출범 후 첫 KBS 사장으로 노 전 대통령 후보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낸 서동구 씨가 임명됐다. 하지만 그는 임명장을 받은 지 8일 만에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속에 사표를 썼다. 서 전 사장의 후임으로 2003년 4월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지낸 정연주 전 사장이 임명됐다. 그는 이후 ‘인물 현대사’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드라마 ‘서울 1945’ 등을 통해 정권 편향적인 방송을 내보내 KBS는 그의 임기 내내 ‘코드 방송’이라는 비난을 샀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방송은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한국언론학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 때는 메인 뉴스에서 이를 축소해 다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전 사장은 2006년 11월 연임됐지만 KBS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8월 부실 경영을 이유로 해임됐다. 후임자인 이병순 전 사장 때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되풀이됐으며 그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채우고 물러났다. 이 전 사장과 함께 KBS 사장에 응모했다 사장이 된 김인규 전 사장은 드물게 임기를 채웠다. 그러나 노조는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전략팀장을 지낸 전력을 문제 삼아 그의 출근을 막았으며, 본관 공개홀에서 열린 취임식 때는 조명을 꺼버려 김 전 사장은 비상등을 켜고 취임식을 했다. 김 전 국장은 “김인규 사장 시절부터 사장이 메인 뉴스의 큐시트를 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KBS가 바람 잘 날 없는 이유는 KBS 사장 자리를 집권에 따른 전리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KBS 사장은 방송법상 여당 쪽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KBS 이사회의 임명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런 임명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누가 사장이 되건 정치적 외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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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경제이론으로 들여다본 해적사회

    해적은 묘한 직업군이다. 해상 강도질로 먹고사는 범법자이지만 숱한 소설과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다. 학자들도 해적 사회를 오랫동안 추적해왔는데 이들의 연구 결과는 놀랍다. 해적 무리들이 17, 18세기에 일찌감치 민주주의를 시행했고, 분권을 통해 민주적 견제와 균형을 꾀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해적들의 정치 사회 의식이 남달랐기 때문일 리는 없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한다. 범죄적인 이기심이 해적선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원제가 ‘보이지 않는 후크’(The invisible hook)다. 애덤 스미스 경제론의 해적판인 셈이다. 해적들은 1인 1표제의 원칙하에 선장을 다수결로 뽑았다. 이는 당시의 상선들이 선장의 독재체제로 운영됐던 것과는 대조된다. 그 원인은 소유 구조에 있다. 상선의 경우 선주가 있고, 배에 타지 않는 선주는 선장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선원들을 감시하게 했다. 반면 훔친 배인 해적선엔 선주가 없다. 해적선은 바다를 항해하는 주식회사 같은 것이었다. 해적들은 사무장을 따로 뽑아 선장의 권력 남용을 견제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전시엔 선장이 해적선을 진두지휘했지만, ‘평시’에 전리품과 음식을 공평하게 나누고, 분쟁의 시시비비를 가려 징계하는 권한은 사무장에게 있었다. 해적 규약의 경제학, 해골과 뼈다귀가 그려진 무시무시한 해적 깃발의 브랜드 전략, 해적선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까지 경제이론으로 들여다본 해적 사회가 흥미롭다. 해적 얘긴 데다 문장이 쉬워 경제학 개념이 낯선 청소년에게도 쥐여주고 싶은 책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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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부끄러움도 기억하자

    4·16 세월호 참사는 미국 뉴욕의 9·11 테러와 비교된다. 9·11은 외적의 공격을 받은 비극이고 세월호는 우리의 무능이 부른 참사지만, 9·11이 그러하듯 세월호 참사도 한국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분기점이 됐다. 본토는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자신감은 자살 테러로 무너졌고, 세계 15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던 우리는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도망가는 나라로 전락했다. 2001년 발생한 9·11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공간이 사고 현장에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9·11 추모공원이다. 이스라엘 출신 미국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 건축가 피터 워커의 작품이다. 이들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자리에 각각 깊이 9m, 면적 4000m²(약 1210평) 규모로 쌍둥이 연못을 만들었다. 테러 희생자 약 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가장자리에서 그라운드 제로 쪽으로 물이 떨어지는 분수 연못이다. 연못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 가운데는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아 ‘생존 나무’라 불리는 배나무가 있다. 15일에는 공원 인근에 완공한 추모박물관 헌정식도 열린다. 송하엽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땅값이 비싼 맨해튼에 조성된 대형 추모시설은 테러의 아픔을 드러내며 세계인들에게 교훈을 주는 상실의 기념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자리엔, 사고 몇 시간 뒤면 말끔해지는 교통사고 현장처럼 여전히 더 높은 빌딩이 지어지고 더 빠르게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사고를 기억하는 데 인색하다. 선원을 모두 살리고 배와 함께 침몰한 선장을 기리는 추모 동상은 있지만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참사를 증언하는 시설물은 없다. 502명이 숨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32명을 잃은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마찬가지다. 9·11 추모공원은 쌍둥이 빌딩 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9·11 당시 항공기가 건물 벽을 들이받아 184명이 목숨을 잃은 펜타곤은 파괴된 부분을 복구한 뒤 희생자들을 기리는 예배당과 추모의 복도를 짓고, 건물 밖엔 추모공원을 만들었다. 한국 국방부라면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남기는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부끄러움을 기억하기로는 독일이 한 수 위다. 베를린 중심의 2만 m²가 넘는 땅엔 2711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묘지처럼 늘어서 있다. 유대인 출신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먼의 설계로 종전 60주년인 2005년 5월 개관한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다. 수도 한복판에 ‘우린 가해자’라고 어두운 과거를 공언하는 이 상징물은 독일의 성숙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세계 평화를 호소하는 명작으로 꼽힌다. 우리도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자. 그곳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의사자들의 살신성인 정신과 구조작업에 나섰던 이들의 희생적인 활동을 기록하는 곳이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왜 일어났고, 구조를 책임진 이들은 소임을 다했는지 낱낱이 따져 묻는 곳이어야 한다. 뱃일을 하려는 이들에겐 ‘시맨십(뱃사람 정신)’을 다짐하고, 우리 모두가 다시는 못난 어른이 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유족들은 소중한 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 공간이어야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할 용기가 없다면 부끄러운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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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노조 “간부 물갈이”… MBC 기자들도 비판성명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싸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자사 보도가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보도국장의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가 하면, 사석에서 한 간부의 발언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1997년 이후 MBC에 입사한 기자 121명은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박상후 전국부장의 보도가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세월호 피해자)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박 부장은 당시 보도에서 민간잠수부 이광욱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또 “사고 초기 일부 실종자 가족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 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며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돼 대륙 전역이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고,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MBC 기자들은 성명에서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며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MBC 3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박 부장이 세월호 피해자에 대해 ‘그런 ×들은 (조문)해 줄 필요 없다’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한다’며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는 “해당 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허위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는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했다는 논란을 빚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이에 KBS 2개 노조 중 진보성향인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는 백 국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고교(광주 살레시오고교) 동문인 인물을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은 뉴스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사내 구성원들의 요구에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길환영 사장은 물러나기 전에 뉴스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한 보도본부 간부들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하라”고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저녁 길 사장의 보도 통제와 퇴진 문제 등을 다루는 긴급 기자총회를 열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와 MBC의 내분 사태에 대해 “방송사의 지배구조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다 보니 보도국이 주류와 비주류로 분열되고 뉴스 가치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하면서 이런 소모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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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석유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세계의 도시들

    저자만 보고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 생태도시에 관한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로 알려진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이 격월간지 ‘녹색평론’에 쓴 글을 위주로 묶어 낸 책이다. 고속성장에 기댄 블링블링한 라이프스타일을 버리고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자는 내용이다. 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피크오일(Peak Oil)’ 때문이다. 이는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시점을 뜻하는데 이미 이 지점을 지났다는 사람도 있고 곧 닥친다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남아 있는 석유가 북극이나 깊은 바다 같은 곳에 묻혀 있어 싸고 쉽게 빼내 쓸 수 없고, 마땅한 대체 에너지원도 없다는 데 있다. 책은 석유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도시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한다. 먼저 자동차를 몰아내고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내주는 노력이다. 미국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재임 시절 상습 정체구역인 브로드웨이 대로의 포장을 걷어낸 뒤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고 문화 이벤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꿨다. 해마다 여름이면 3주 연속 토요일 오전 7시∼오후 1시 시내 일부 도로를 폐쇄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저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지하철보다는 간선도로를 달리는 급행버스 시스템을 제안한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는 간선급행버스 체계의 성지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00년 간선급행버스 개통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89% 줄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0% 줄었다고 한다(2006년 기준). 석유 없는 세상을 경험한 나라는 일본(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경제봉쇄) 북한 쿠바 등 세 곳인데, 저자는 이 중 쿠바를 석유 위기를 극복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쿠바의 친환경 도시농업은 인류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주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쿠바의 환경오염이나 빈부 격차,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막 벗어난 현실을 생각하면 균형 잡힌 평가인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남의 성공 비법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순 없겠지만 피크오일에 대비한 도시 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서울의 버스 준공영제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나온 무상버스의 문제점도 짚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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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의 섬’ 가파도, 자연-인문사 박물관 된다

    인구 280명, 동서가 1.5km, 남북이 1.6km로 중간 지점에서 출발하면 어디든 걸어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면적 87만1000m²(약 26만 평)의 작은 섬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의 섬 가파도다. 제주도는 현대카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술의 섬으로 유명한 일본의 나오시마 섬을 떠올리게 해 ‘한국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 설계자가 최욱 원오원 건축 대표(51·사진)다. “가파도는 땅 바다 하늘 바람 모두 가장 제주다운 극한의 자연 환경을 지닌 섬입니다. 바다의 식생이 다양하고, 구릉이 없는 평평한 섬이어서 시야에 막힘 없이 천문을 살필 수 있는 곳이죠. 육지에서 5.5km 떨어져 가기도 쉽고요. 가파도를 자연사, 인문사 박물관으로 설계 중입니다.” 최 대표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우선 섬 주변을 빙 둘러 닦아 놓은 도로를 없애 자연 식생을 살릴 계획이다. 어차피 섬 전체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규모여서 교통수단이 거의 필요 없다. 건물은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섬에는 105채의 집이 있는데 이 중 30채가 빈집으로 버려져 있다. 또 전교생이 3명뿐인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빈집과 학교 시설은 천문대, 도서관, 문학관, 특산물 포장 가공 시설, 숙박시설로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제주도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이 재생 프로젝트를 승인하면 완성되기까지 약 3년이 걸린다. 최 대표는 가파도 프로젝트에 붙는 친환경 ‘관광명소’라는 수식어를 불편해했다. “섬은 밀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망칩니다. 가파도의 적정 인구 수는 300명, 적정 관광객 수는 일평균 300명입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정주 인구가 줄어들지요. 가파도 고유의 생활 풍경을 찾고 마을의 문화를 만들면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녀들도 떠나지 않겠지요. 관광객만을 위한 섬으로 설계하진 않을 겁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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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전시장-달빛 사무실… 상상력이 빚은 ‘옥상의 반전’

    ‘옥상은 야누스적이다.’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저서 ‘옥상의 공간사회학’에서 옥상의 이중적인 면모를 짚었다. 옥상은 존재하면서 부재한다. 분명 존재하지만 일상생활의 눈높이에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옥상은 사용(私用)과 공유(共有)의 공간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겐 저항의 무대이고, 구조와 탈출의 관점에선 희망의 장소이지만 추락과 사고의 시각에선 절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 버리는 공간이자 가꿈의 대상이다. 부산의 부부건축가인 오신욱(44) 노정민(42) 건축사사무소 라움 공동대표는 옥상의 밝은 면모를 발견하고 신작 ‘옥상라움’을 완공했다. 옥상라움은 지난해 말 부산의 번화가인 부산진구 부전동에 14층짜리 오피스텔을 지으면서 옥상에 마련한 라움의 설계사무실과 야외 갤러리인 ‘아트스페이스 라움’으로 구성돼 있다. “공사를 하던 어느 날 옥상이라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어요. 도심 빌딩의 옥상은 엘리베이터와 주차타워용 옥탑만 덩그러니 놓고 버려두는 공간이죠. 잘만 활용하면 형편이 어려운 건축가나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개는 용적률을 꽉 채워 짓지 않기 때문에 작은 사무실을 지을 면적은 남아 있거든요.” 부부 건축가는 남아 있는 법정 용적률의 한도 내에서 사무실 면적 195.47m²(약 59평)를 뽑아내 1억 원에 분양받았다. 옥상 면적(395.12m²)의 약 절반 크기다. 이 오피스텔의 평당 분양가가 850만∼880만 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건축주로서는 어차피 버릴 공간이었기 때문에 헐값에 내준 것이다. 이들은 공사비 1억 원을 들여 7명이 일하는 설계사무실을 짓고 나머지 옥상 공간은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배롱나무 연산홍 남천이 심어져 있는 화단도 있다. 옥상라움의 배치는 이곳이 원래 옥상임을 강조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에서 내리면 하늘이 열려 있는 야외 전시장을 거쳐 사무실로 들어가게 돼 있다. 사무실 건물은 옥탑과 분리돼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이곳이 옥상임을 일깨워 준다. 옥상라움은 주변에 2.4m 높이의 난간을 설치해 불안한 전망보다는 닫힌 안정감을 택했다. 그래서 중정형 주택에 들어와 있는 듯 조용하고 아늑하다. 사무실에 있으면 야외 전시장 쪽으로 달아놓은 접이식 유리문을 통해 바깥 공기와 볕이 들어온다. 북쪽으로 낸 커다란 창으로는 도심 전망이 내려다보인다. 옥상라움의 미덕은 옥상의 혜택을 독점하지 않는 데 있다. 야외 전시장은 설치미술을 하는 작가들이 무료로 이용한다. 오피스텔 입주자들과 외부인들도 이곳까지 올라와 작품과 조경과 도심 전망을 감상한다. 격주 토요일 오전에는 접이식 유리문을 열고 회의실과 야외 전시장을 연결해 건축과 문화 세미나도 연다. 내년에 구청의 옥상 텃밭 가꾸기 사업비 지원을 받아 사무실 옥상에 텃밭을 꾸며놓으면 공용 공간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처음엔 사람들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어질러 놓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전시해 놓으니 함부로 하지 않더군요. 옥상에 문화 시설이 있고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작업실이 있다고 하니 분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옥상을 활용하면 도시 가용 면적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요. 높이가 같은 저층 건물의 경우 옥상 공간을 연결해 쓸 수도 있습니다. 옥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옥상에 대한 상상력만 있다면.”부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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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심슨가족’ 작가와 함께하는 유쾌한 수학여행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작가들이 수학자인 줄은 몰랐다. 이들의 학력은 대학 교수진보다 화려하다. 앨 진은 16세에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한 영재다. 제프 웨스트브룩은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예일대 부교수를 지냈다. 스튜어트 번스는 하버드대 수학과 졸업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수학 석사이고, 켄 킬러는 하버드대 응용수학 박사, 데이비드 코언은 하버드대 물리학 학사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 석사다.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어 수학자의 꿈을 접고 할리우드로 향한 이 수학 괴짜들은 TV 역사상 가장 ‘수학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심슨 가족’에는 무수한 수학적 코드가 숨어 있다. 천재소녀 리사 심슨은 기하학을 활용해 퍼팅 한 번으로 홀인 할 수 있는 골프공의 이상적 궤적을 계산해낸다. 야구장 에피소드에서는 스크린에 오늘의 관중 수를 맞히는 문제가 뜬다. 보기는 ‘1) 8191명 2) 8128명 3) 8208명’인데, 이들은 예사 숫자가 아니다. 8191은 ‘메르센 소수’이고, 8128은 ‘완전수’이며, 8208은 ‘나르시시즘 수’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대중적인 글쓰기 솜씨를 인정받은 저자는 수학 마니아들만 알아챌 ‘심슨 가족’의 수학코드를 수학의 역사와 야사로 살을 붙여 입담 좋게 풀어낸다. 등장인물끼리 “무한대로 아냐” “무한대+1로 아냐”라며 말싸움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무한에 관한 가장 유명한 설명인 ‘힐베르트 호텔’ 이야기로 ‘무한+1’이 ‘무한’보다 크지 않음을 설명한다. 수학 영재들이 쓰는 ‘심슨 가족’은 TV 역사상 최장기 시리즈이자 에미상을 20회 넘게 받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며 대학 교수들이 수학 강의 때 요긴하게 활용하는 교재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과에서는 ‘심슨 가족’의 가위바위보 장면을 활용해 게임이론을 가르친다. 수학자가 코미디도 잘 쓰는 비결이 뭘까. 작가들은 말한다. “수학적 사고는 조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수학의 핵심이 논리인데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모순된 상황에서 굉장한 유머를 찾아낸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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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고 NIE 워크북 ‘브라질월드컵…’ 신문協 홈피 통해 2만명 선착순 제공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전국 초중고교생 2만 명에게 신문활용교육(NIE) 워크북 ‘브라질 월드컵 패스포트’를 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를 통해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학생들은 여권 모양으로 만든 패스포트의 활동과제 15∼18개를 수행한 후 교사나 학부모의 확인 도장을 받아 7월 31일까지 협회에 제출하면 협회는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한다. 단체상 수상 학교는 상금 100만 원, 개별 수상자는 상금(대상 2명 각 100만 원, 최우수상 2명 각 50만 원, 우수상 4명 각 30만 원)이나 상품권(장려상)을 받는다. 수상작은 10월 초 개최 예정인 ‘대한민국 NIE 대회’에 전시된다.}

    •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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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파는 선거때 ‘여섯가지 미각’ 자극… 좌파는?

    어느 가족이 기르던 개가 집 앞에서 누군가의 차에 치여 죽었다. 가족은 죽은 개를 요리해 먹었다. 가족의 이런 행동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가족의 행위는 도덕적인가 아닌가. 첫 장에 나오는 이 질문에 낚인 사람들은 700쪽에 가까운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도덕심리학자인 저자는 데이비드 흄의 직관주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주요 토대로 방대한 실증 연구 자료를 엮어가며 도덕성 강연을 솜씨 좋게 풀어놓는다. 도덕성은 인간 이해의 열쇠어이자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인간의 특출한 능력’이다. 도덕성은 다면적이다. 서구의 고학력 중산층, 즉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권 사람들은 피해 보는 사람이 없고 공평하기만 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차피 죽은 개의 고기를 내가 먹더라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 도덕적으로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권에 따라 앞의 사례에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도덕성이 한 가지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와 같기 때문이다. 그 여섯 가지란 배려,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 자유이다. 죽은 개의 고기를 먹었다고, 그래서 아무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역겨움을 느끼는 이유는 도덕성의 고귀함이라는 미각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원적 도덕성은 글의 ‘초고’처럼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이는 진화 과정의 자연 선택에서 유리한 특성이 된다. 선거에서 좌파보다 우파가 유리한 이유도 도덕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좌파는 배려 공평 자유 3가지 도덕성에만 호소하는 반면, 우파는 충성심 권위 고귀함까지 여섯 가지 미각을 고루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미국 사회를 걱정하며 전공 분야를 파고든 끝에 도덕적 다원주의를 포함해 도덕심리학의 3가지 원칙을 도출해냈다. 이 원칙들은 양극화 해결 방안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는 데는 꽤 유용한 듯하다. 원제는 ‘The righteous mind’인데 도덕성으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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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딕’ 지우고 한옥과 어우러진 ‘열린 성당’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서 가회동성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가회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첫 미사(1795년 4월 5일)가 열린 북촌을 관할하는 성당으로 서울 천주교 순례길 제2코스의 시작점이다. 20일 부활절에는 염수정 추기경이 명동성당이 아닌 이곳에서 예수부활대축일 미사와 성당 봉헌식을 집전했다. 하지만 가회동성당은 종교적 역사적 의미를 물리적 존재감으로 과시하는 대신 북촌 특유의 풍광에 녹아드는 선택을 했다. “종교 건축이어도 동네와 어울려야죠. 새것처럼 반짝이기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듯 북촌을 닮은, 그리고 개발붐으로 사라져가는 옛 한옥과 골목길의 정겨움을 살리는 성당을 짓고 싶었습니다.”(우대성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공동대표) 원래 성당은 강모래에 시멘트를 섞어 지은 고딕 양식의 낡은 건물이었다. “진동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까 봐 종을 못 친다” “미사 드리다 순교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붕괴 위험이 컸다. 그래서 건축가 출신인 송차선 신부가 2010년 2월 가회동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재건축을 주도했다. 송 신부는 설계 공모를 하면서 ‘단아하게 한복 입은 선비와 벽안의 외국인 사제가 어깨동무 하는 형상’을 콘셉트로 제시했다. 북촌에선 가장 넓은 4차로 도로변에 있는 가회동성당은 반드시 한옥을 지어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송 신부도 건축가도 점차 사라져가는 큰길가의 한옥을 살려내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도로 쪽엔 나지막한 한옥을 배치하고 그 뒤로 덩치 큰 성전과 사제관 양옥을 숨겨두었다. 가회동성당은 크고 작은 마당 5개를 중심으로 건물이 배치돼 있는데 이것도 한옥마을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성당은 총면적이 3738.34m²(약 1130평)인 대형 건물이다. 건축가는 올망졸망한 주변 건물들과 어울리도록 성당을 세 덩어리로 나누고, 차진 암반을 깨고 건물의 상당 부분을 지하로 묻었다. 그래서 지하 3층, 지상 3층이 됐다. 가회동성당은 성당 같지 않다. 옛 성당 건물에 있던 십자가도 길가에서 한참 들여다 지은 사제관의 꼭대기에 자그마하게 세워두었다. 종교색을 지우고 문턱을 낮춰놓은 성당에는 관광명소인 북촌이 그러하듯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옥 앞의 널찍한 앞마당과 성큰가든 형식의 지하마당,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하늘마당이 모두 개방돼 있다. 한옥은 사랑방으로 내놓았고, 성당을 들어서자마자 돌담으로 가려놓은 화장실도 누구든 쓸 수 있다. “북촌은 평일에도 관광객이 가득하지만 카페나 상점을 제외하고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공중화장실도 부족하고요. 성당은 공공의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우 대표) 미사를 올리는 성전은 번잡한 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른 뒤 뒤를 돌아 문을 열어야 나온다. 조용한 기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성전 입구를 건물 뒤로 돌려놓았다. 300석 규모의 성전은 종교적 깨우침으로 무릎을 꿇리는 대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공간이다. 국내 성당에선 보기 힘든, 연주할수록 소리가 좋아지는 기계식 파이프오르간이 놓여 있다. “음악 하는 분들이 음악회 장소로 쓰실 수 있어요. 성당의 모든 시설을 종교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어드릴 겁니다. 예수님은 목숨도 내놓으셨잖아요.”(송 신부)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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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조장 논란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접속차단

    기혼 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접속이 차단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15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캐나다에 본사를 둔 애슐리 매디슨이 불륜을 조장한다며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 지난달 18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 사이트는 ‘기혼 남녀의 은밀한 만남’ ‘매일 수천 명의 바람피우는 아내와 남편들이 가입하여 애인을 찾습니다’ 등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내세워 국내 이용자 수만 명을 회원으로 모집한 뒤 회원 간 메시지 교환과 채팅을 통해 만남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위원회는 “기혼 남녀의 혼외 성관계를 중개할 목적으로 회원 가입 시 개인의 성적 취향, 성관계 의사 등을 표시하게 한 것 등은 간통을 방조하거나 조장할 우려가 크고, 청소년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 간 만남을 빙자한 성매매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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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디 가가-싸이 서울서 릴레이 콘서트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28)와 싸이(37)가 서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함께 출연한다.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8월 15, 1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2014’를 개최한다고 15일 발표했다. 15일에는 싸이 빅뱅 2NE1 위너 등 YG 소속 가수가, 16일엔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 오른다. 이 행사에는 AIA생명이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한다. 빼어난 가창력에 파격적인 의상과 무대 매너로 유명한 레이디 가가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일리지엄 클럽에서 열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음악 페스티벌의 케이팝 행사에 예고 없이 나타나기도 했다. 세부 출연진은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nowfestivalkr)에 공개된다. 입장권은 1일권 12만6000원, 2일권 18만5000원으로 21일부터 예스24와 G마켓에서 살 수 있다. 17일 오후 8시에 시작되는 조기예매 기간에 표를 사면 20% 할인해준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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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복근 사는 여자들

    ‘미스터쇼’를 봤다. 평균 키 185cm에 몸 좋고 잘생긴 남자 8명이 나오는 국내 최초의 여성 전용 성인쇼다. 쇼걸, 아니 쇼보이(show boy)들은 ‘길을 걸을 때 쏟아지는 여성들의 시선으로 보행에 불편을 느끼는 분’ ‘여성들 앞에서 댄싱머신으로 변할 수 있는 분’이라는 연출자 박칼린의 오디션 기준을 통과한 이들로, 70분간 청바지에 흰 티셔츠, 양복, 교복, 군복을 갈아입고 나와 근사한 몸매를 뽐냈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쇼는 주 10회 공연에 377석의 90%가 찰 정도로 인기다. 관람 후기를 보면 “쇼가 부실했다”는 일리 있는 비판은 “오감이 호강했다” “시즌2가 기대된다” “핫한 남자들, 불탄 여자들” 같은 환호에 묻혀 찾기 어렵다. 연출자가 ‘여성만 입장 가능’이란 조건을 단 건 신의 한 수였다. 처음 보는 성인쇼인 데다(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고민된다) 엉성한 퍼포먼스에도 박수치고 깔깔댔던 이유는 여자들끼리였기 때문이다. 마치 부산 사람이 롯데 팬들에게 둘러싸여 응원하는 재미에 룰도 모르는 야구 경기를 보는 기분이랄까. 수위가 높아질수록 “꺄악” “와우” 하는 소리도 커졌고, 쇼의 ‘절정’에 이르렀을 땐 만루홈런이 터진 듯 귀청이 떨어져라 환호를 쏟아냈다. 남자들과 같이 있었더라면 마치 한일전을 일본인들과 섞여 앉아 보는 것처럼 분위기가 썰렁했을 것이다. 반대편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면 우리끼린 더 열을 올려 응원하기 마련이다. 남자들은 미스터쇼 공연 소식에 “대체 뭘 하기에 우린 못 보게 하는 거냐”고 역정을 냈는데 이는 공연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여자와 개는 출입 금지’라는 남성 전용 클럽 시절을 떠올리며 복수의 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시각은 지배의 의도가 담겨 있어 남성적이라고 했던가. 오랫동안 바라봄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에게 남자 무희들의 야릇한 포즈를 보는 일은 어색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스터쇼의 등장은 여성용 성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예고한다. 학력과 구매력 모두 ‘남(男)부럽지 않은’ 30, 40대 여성들은 문화 시장의 큰손이다. 남자들만 나오는 뮤지컬과 연극, 주름 자글자글한 여배우가 솜털 보송보송한 남자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와 영화가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미스터쇼 관람 후기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면 ‘40대 직장인 유부녀들에게 준 선물 같은 공연’ ‘여고 동창회하기 딱 좋은 공연’을 찾는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불편하다. 여배우 벗기는 저질 연극엔 눈감고 미스터쇼만 문제 삼는, 호스티스가 나오는 드라마는 ‘15금’인데 호스트가 나오면 ‘19금’으로 분류하는 불균형도 존재한다. 하지만 “왜 너희들은 되고 우린 안 되느냐”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던 함무라비 법전의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미스터쇼가 인기 있는 건 수위 조절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입담 좋은 남자 진행자가 관객과 미스터들 사이를 오가며 흥을 돋우면서도 ‘선’을 넘지 않게 조절한다. “엄마랑 또 보러 오겠다”는 관객도 있다. 성(性) 상품화는 수요자가 남자건 여자건 나쁜 거다. 여성용 성 산업의 등장이 부끄러운 성 산업 규모를 키우기보다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돌아보게 하고 건전화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지만 미스터쇼보다 더 나가는 쇼가 나오진 않길 바란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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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잡스와 딱 하나만 안닮은 ‘애플의 천재 디자이너’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47). 디자인 신동으로 태어난 그를 산업디자인 역사를 새로 쓴 거물로 키워낸 건 아버지와 영국의 교육제도였다. 은세공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였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자신의 대학 작업실로 아들을 데려가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도록 도와줬다. 아버지는 왕립 교육장학관이 돼 초중고교생들이 학과 시간 중 7∼10%는 디자인 테크놀로지 과목을 배우도록 하는 정책을 만든다. 그리고 아들은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돼 관심분야가 넓고도 깊은 ‘T형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런던 디자인회사에 다니던 아이브가 애플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10년 후 유행할 제품을 구상하는 애플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애플은 세계의 유망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고, 여기서 두각을 드러낸 아이브를 발탁한 것이다. 27세에 애플에 입사한 아이브는 아이맥부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i’로 시작되는 히트상품을 내놓는다. 아이브의 성공으로 애플은 기술이 아닌 디자인이 주도하는 기업이 됐다. 기술자들은 지금 가능한 기술에 제한을 받지만, 디자이너들은 미래에 가능한 무엇을 상상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브는 경쟁사들이 칩의 속도나 성능 향상에 주목하는 동안 ‘사람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를 고민하며 제품에 감성을 입혔다. “우린 포커스 그룹 조사 따위는 하지 않는다. 현재의 디자인 맥락에서 내일의 기회를 간파하는 감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문하는 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성격이 좋은 점을 빼면 아이브는 사고방식까지 스티브 잡스와 판박이다. 이 책도 ‘스티브 잡스’(2011년)와 출판사가 같고 표지도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라는 부제를 빼면 거의 같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평전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실망할 것이다. 최고의 전기 작가가 주인공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집필한 ‘스티브 잡스’와 달리 이 책은 IT 전문기자가 ‘며느리도 모르는’ 애플의 무시무시한 비밀주의 장막을 뚫고 들어가 취재한 내용을 엮었다. 천재 디자이너 얘기를 하면서 작품 사진이 부실한 점도 아쉽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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