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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위해 오랫동안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른 주요 국제기구에 비해 재정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못 되는 유네스코를 적극 지원했다. 왕실의 주요 관계자들은 막강한 ‘가스머니’를 앞세워 세계적인 교육·문화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직접 기획했다. 카타르재단(카타르 정부가 설립한 교육·문화·과학 분야 지원 비영리재단), 에듀케이션시티(글로벌 명문대 분교를 유치한 교육특구), 이슬람예술박물관 설립 같은 대형 프로젝트 등 교육·문화 부문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보여주는 ‘스펙’을 쌓았다. 이런 배경을 업은 하마드 빈 압둘아지즈 알카와리 전 문화장관은 오랜 기간 가장 유력한 유네스코 사무총장 후보로 여겨졌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탈퇴로 재정적, 국제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유네스코 주변에서는 “기구의 운영만 놓고 보면 알카와리가 사무총장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달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 결과 프랑스의 오드레 아줄레 전 문화장관이 30 대 28로 알카와리 전 장관을 눌렀다. 아랍권 국가들의 반(反)카타르 세를 집결하는 또 하나의 ‘중동전(戰)’이 됐기 때문이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카타르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이 알카와리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적극 움직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나라들이 프랑스를 지원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들과 재정적, 군사적으로 관계가 밀접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프랑스 후보를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부 이집트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프랑스를 지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두고 국제 교육·문화계의 수장을 선출한 이번 선거가 올 6월 시작된 ‘카타르 단교 사태’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중동 출신 유네스코 사무총장 배출을 눈앞에 뒀던 카타르는 결과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를 지켜본 외교가에서는 이번 선거의 정치적 성격 못지않게 ‘걸프협력회의(GCC)’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라비아반도 6개 왕정 산유 국가(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UAE, 바레인, 오만)들이 1981년 결성한 GCC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경제·협력 동맹체제 중 하나였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으로 발생한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해 수많은 안보와 경제 이슈에서 GCC는 영향력을 발휘했고,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해 왔다. 그러나 카타르 단교 사태로 촉발된 GCC의 균열이 비(非)안보·경제 이슈인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분열이 갈 데까지 갔다’와 ‘날카로운 신경전이었다’는 말들이 많다. 올 12월로 예정돼 있는 GCC 정상회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알자지라방송은 19일 단교 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만약 이번 GCC 정상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GCC가 사실상 붕괴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이 매체는 쿠웨이트가 중동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미국을 이용해 ‘미국-GCC 정상회의’를 열어 돌파구를 찾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 등이 미국까지 중재자로 활용해 카타르와 반카타르 진영의 화해를 도모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GCC의 균열, 나아가 붕괴는 △이슬람국가(IS) 퇴치 △쿠르드족 독립 움직임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이란 갈등 같은 핫이슈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중동 정세에 또 다른 ‘빅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또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경험해 본 중동 리스크와는 양상이 다른 ‘형제국 간 심각한 갈등’이기도 하다. 약 두 달 남은 GCC 정상회의를 둘러싼 물밑 교섭과 외교적 줄다리기에 다시 한 번 국제사회가 긴장하는 이유다. 또 한동안 비안보·경제 이슈인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가 계속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로 ‘미스터 에브리싱’ 혹은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사진)가 지난달 비밀리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미들이스트모니터와 AFP 등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난달 초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의 미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들이스트모니터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스라엘 방문 때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고 일부 내용은 곧 발표될 수 있다. 양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우려를 공감했다”고 보도했다. 아유브 카라 이스라엘 공보장관도 “걸프 국가들 중 다수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이스라엘이 아닌 이란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실제로 관계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매체들은 이스라엘 측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정부 모두 공식적으로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지는 않고 있지만 사실일 경우 사우디 왕실의 최고위급 관계자가 이스라엘을 사실상 처음 방문한 것으로 향후 중동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권의 리더 국가’인 사우디가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을 바꿀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전체 아랍 국가들의 외교안보 정책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외교가에서는 향후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이란에 대한 적대심과 우려가 크다.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마련된 뒤부터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비공식적인 정보 교환과 외교안보 부처 관계자들 간 접촉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많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지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품목 중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입니다. 쇠고기 수출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州)들에 중요하고요.”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인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58)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한미 FTA 폐지 논의가 나오지만 이 협정이 미국에도 이득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한미 FTA가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완전히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다음 달 7, 8일)이 양국 간 경제 협력과 한미 FTA의 중요성을 더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런드 부소장은 외교부가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공동 주최하는 ‘제1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양국 간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된 이 포럼에는 아리 호리에 위민스스타트업랩 대표, 클레어 디비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지부 경제성장 이니셔티브 총괄, 폴 휴스 GE 글로벌디지털정책 대표 등이 참석한다. 놀런드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한국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상 정책 협의 과정에선 경제는 경제, 안보는 안보 식으로 나눠서 거론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감정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라며 “현재 한국과 미국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여러 이슈가 있고 한 이슈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분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으로서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잇따른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악화된 북-미 관계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놀런드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유엔 총회에서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강한 표현을 쓰고, ‘이란 핵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모습을 보이는 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여성 인력 개발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꼽았다. 한국 여성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기관들의 여성 인력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한국도 우수한 여성 인력이 많은 만큼 공공부문과 민간 모두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 모두 기술 기반 산업이 강하고,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이 변화는 일자리와 무역 분야에서 많은 것을 바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매우 긴밀히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IS가 2014년 1월 장악한 뒤 3년 9개월 동안 최대 거점지로 삼아 왔던 시리아 락까에서 17일 패퇴했지만 IS로 인한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거점지였던 락까와 이라크 모술(올 6월 탈환) 탈환은 IS의 물리적 기반이 붕괴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 완전 퇴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크 린치 조지워싱턴대 중동학연구소장은 이달 초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IS에 대한 군사적 승리 뒤 또 다른 반란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꼭 정치적, 경제적 재건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락까 탈환 등이 IS 퇴치를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할 뿐 구조적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IS 잔당이 전 세계로 퍼진다 가장 가시적인 위험은 IS 잔당들의 지속적인 저항과 테러다. 당장 락까 종합운동장 지하 터널에서 최후의 저항을 했던 IS 전투대원 수십 명이 전부 제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국제동맹군 대변인인 라이언 딜런 미군 대령도 “우리는 이 도시의 작은 주머니 안에 IS 전투대원들이 아직 숨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락까에 남아 있는 수천 개의 지뢰와 부비트랩(위장폭탄), 난민들에 대한 식량과 의료 지원도 만만찮은 숙제다.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험도 있다. 이른바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Foreign Terrorist Fighter)’으로 불리는 시리아와 이라크 이외 지역 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것. 이미 FTF들이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파키스탄 등으로 대거 이동해 현지의 극단주의 단체와 연합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형태의 조직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경제 침체나 부의 불평등 같은 사회불안 요소가 많은 튀니지와 모로코 출신 FTF들이 자국에 돌아가 소요 사태 등을 기획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방은 물론이고 법, 화폐, 교육 제도까지 자체적으로 운용했던 ‘칼리프 국가’가 존재했다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성과”라며 “어떤 형태로든 이를 재현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발성 테러 위협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S의 영향력은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와 ‘2016년 벨기에 브뤼셀 테러’ 같은 대형 테러들을 통해 확대됐다. FTF들의 확산은 언제든지 세계 각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IS는 오랜 기간 자발적으로 테러를 저지른 뒤 중앙에 보고하는 ‘선 테러, 후 보고’ 시스템을 인정해 왔다”며 “IS 중앙지도부가 무너진 건 통제나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IS가 남겨 놓은 상처의 부작용은 계속된다 락까와 모술 같은 거점지에서 잔인하게 주민들을 처형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극단주의를 세뇌시키는 교육을 강하게 실시한 것도 IS로 인한 구조적인 후유증으로 꼽힌다. IS는 자신들이 장악했던 지역에서는 비(非)이슬람교도를 증오하고, 중앙정부를 적으로 여기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수학 교과서에서는 기독교 상징인 십자가를 연상시킬 수 있다고 ‘더하기(+)’ 표시를 없애기도 했다. 이라크에서는 모술 탈환 뒤 일부 어린이들이 이라크의 국기를 보고 ‘적의 깃발’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큰 충격을 줬다. 유니세프 등은 IS 점령지역 어린이들의 학습능력 저하나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한 사회 부적응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에서 IS 확산 억제에 큰 역할을 해온 이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고, 쿠르드족 독립 등 새로운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IS 붕괴 뒤 재정비 작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이란 외교장관은 트위터 계정을 삭제해야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트위터 메시지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준수를 인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친미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자신보다 낮은 직급인 외교장관을 직접 비난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이스라엘 영자지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자리프 장관의 트위터 메시지는 14일 게재된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지’ 발언이었다. 자리프 장관은 당시 “오늘 이란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IRGC다. 이 지역을 공격과 테러로부터 지켜주는 이들과 꿋꿋하게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IRGC를 비난하고,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나는 이란인들이 (자리프의) 트윗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지만 슬프게도 (이란) 정부는 트위터를 차단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IRGC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와 인권 유린 등을 거론한 뒤 “언젠가는 이란 국민도 자유롭게 되고, 트위터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란 외교장관에게 간단하게 할 말이 있다.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6일 이라크에서 분리·독립하겠다고 선언한 쿠르드자치정부(KRG)와 이라크 정부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2014년 이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이라크 중앙정부와 KRG가 큰 갈등 없이 지내온 점을 감안할 때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KRG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지난달 25일 ‘쿠르디스탄’(쿠르드 독립국가 명칭) 설립을 위한 분리·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긴장이 고조돼 온 상태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이라크 정부군이 대표적 유전 지대인 쿠르드족이 장악한 키르쿠크 남부로 진입하면서 발생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키르쿠크의 유전과 군사 기지 반환을 요구했지만 KRG가 이를 거부해 군사작전을 시행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일부 원유 플랜트 등 산업시설과 K1 공군기지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키르쿠크 유전 인프라 전반을 통제하고, KRG의 군사력을 몰아내는 것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족 간 군사 충돌은 서로에 대한 포격을 위주로 진행됐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KRG 측 관계자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해 교전이 치열했음을 시사했다. 이라크 정부군도 “부대가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군사적 충돌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KRG의 분리·독립 선언 뒤 키르쿠크 지역은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꼽혀 왔다. 이곳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이 아니지만 쿠르드족이 많이 살아 KRG가 분리·독립 투표를 진행해 이라크 중앙정부의 분노를 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40만 배럴(이라크 전체 원유 생산량의 10%)의 원유가 키르쿠크에서 생산된다.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 모두 안정적인 국가 운영과 재정 확보를 위해 키르쿠크를 포기할 수 없다. 특히 KRG의 경우 분리·독립이 성공할 경우 신생 국가로 연착륙하는 데 키르쿠크 유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쿠르드의 군사 조직인 ‘페슈메르가’가 IS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키르쿠크 유전을 지키려 한 배경에는 이 지역이 쿠르디스탄 설립 뒤 ‘돈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 간 충돌이 계속되면 올해 7월 제2의 도시인 모술에서 IS를 겨우 몰아낸 뒤 재건 작업에 나선 이라크 내부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쿠르드족의 독립 의지가 매우 강하고 페슈메르가의 군사력도 만만찮아 무력 충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서도 쿠르드족 관련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터키와 이란의 쿠르드족들이 이라크 사태로 동요할 경우 중동 전체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정세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로라 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폭력에 반대하고, 이라크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이 지금의 명성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지역의 유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랜 역사와 문화재를 자랑하는 아시아 박물관들도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한국 박물관 및 고고학계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최근 방한한 아마드 모힛 타바타바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이란위원회위원장(58·사진)은 서울 용산구 장문로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아시아 박물관들은 각각 자국의 대표급 문화재들을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에 전시하고, 공동 발굴 등을 진행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각 페르시아와 신라 시대 만들어진 고대 문화재가 풍부한 이란과 한국이 아시아 박물관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며 “특히 한국은 정보기술(IT) 수준이 높은 만큼 미래 박물관의 가상현실(VR) 시스템 같은 것을 수준 높게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이란은 올해 수교 55주년을 맞았다. 이란 내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한류 열풍’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테헤란의 이란 국립박물관에서는 신라 관련 유물 전시회가 열린다. 같은 달 이란 남부 차바르에서는 ICOM 아시아태평양박물관지역협의체(ASPAC)의 콘퍼런스가 열린다. ASPAC 위원장은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다. 타바타바이 위원장은 “약 30개 국가가 참석하는 이번 행사는 이란과 한국이 주축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국과 이란 박물관들이 더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과 고고학을 전공한 타바타바이 위원장은 테헤란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란 정부의 문화재 관련 자문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이란에 관심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 가장 추천하는 장소로 예즈드를 꼽았다. 예즈드는 사막 한가운데 진흙 벽돌로 만들어진 고대 도시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페르시아와 조로아스터교 관련 문화재도 풍부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이슬람국가(IS)’가 2014년 6월부터 수도로 삼아온 시리아 락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중 공습을 당해 세력이 크게 약화된 IS 조직원들의 탈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이라크 모술 탈환에 이어 락까에서도 IS를 몰아내면 IS는 사실상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연합군 등 반(反)IS 진영은 최근 락까 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IS 조직원들의 철수를 허용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IS는 락까를 더 이상 장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퇴각’을 요구하고 있다. 반IS 진영은 IS 조직원들이 완전히 고립돼 민간인을 대거 희생시키는 식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으려고 IS의 락까 탈출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현재 락까에는 IS 조직원이 300∼500명 남아 있고 이들은 최대 4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여성과 어린이를 인질로 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락까에서 저항 중인 IS 조직원 중 외국인 지하디스트들의 처리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락까시민위원회(시리아 민주군이 락까 일부 지역에서 IS를 몰아낸 뒤 구성한 기구)의 오마르 알루시는 “외국인 조직원들도 (철수 관련) 협상에 포함됐다”고 말했지만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 민주군(SDF) 측은 “외국인 전사들은 항복 외에는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시리아 안팎에서는 락까 탈환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IS 조직원들의 숫자도 줄었고 탄약 등 무기도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락까 탈환 뒤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많다.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에서도 IS 잔당 척결을 위한 전투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 락까를 비롯한 IS 점령 지역들이 워낙 심하게 파괴돼 복구 작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지뢰와 부비트랩(위장폭탄) 제거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거점지를 잃은 IS 조직원들이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 국가, 아시아, 아프리카로 대거 흩어지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IS란 거악을 없애기 위해 손을 잡았던 SDF 참여 세력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합의’ 파기 시사로 IS와의 전쟁에서 크게 기여해온 이란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선 락까와 모술 탈환이 IS와의 전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뜩이나 복잡한 중동 정세에 만만찮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사진)이 올해 5월 전 세계를 혼란시켰던 ‘워너크라이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워너크라이는 MS 윈도 운영체제를 교란시킨 랜섬웨어로 단기간 내 150여 개국에서 23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14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스미스 사장은 이날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워너크라이 공격 배후가 북한이라는 것을 매우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 문제에 정통한 이들은 북한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훔친 사이버 도구나 무기로 워너크라이 공격을 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 사장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가가 주도하는 사이버 공격도 더욱 늘어났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위협이 많아지고 있으며 새롭고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가 주도형 사이버 공격이 장차 핵심 공공 서비스와 선거 등을 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이버 공격은 금지돼야 하고, 국제법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분명히 한 ‘디지털 제네바 협약’을 만들었을 때처럼 각국 정부가 다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북한의 워너크라이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보건의료 체계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 정부는 북한이 외화 탈취 등을 목적으로 런던 등 국제금융 중심지를 대상으로 워너크라이 공격을 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경매에 부쳐진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억만장자이며 미술품 수집가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다음 달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을 1억 달러(약 1140억 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1억 달러는 지금까지 경매에 나왔던 다빈치의 그림 중 가장 높은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빈치가 1500년경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예수의 상반신을 담았다. 예수는 이 그림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고 축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살바토르 문디는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게 알려지지 않았던 1958년에는 45파운드(약 7만 원)에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팔렸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호주가 다음 달 4∼8일 빅토리아주 셰퍼턴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 대회에 북한 대표팀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11일(현지 시간) 더 뉴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은 “북한팀 초청은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호주) 정부 방침과 모순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주, 북한, 홍콩, 북마리아나제도가 속한 AFC U-19 챔피언십 J조 예선 경기는 호주가 아닌 제3국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워싱턴 외교가가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백악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개월을 맞아 미국에 주재한 12개 유럽, 중남미, 아시아 우방 국가 외교관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고위 외교관은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워싱턴 외교관들은 트위터 메시지가 정책이 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불명확한 가운데 어렵게 마련된 무역과 기후변화 관련 합의들이 폐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을 거칠게 비난하고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워싱턴 외교가의 실망과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워싱턴 외교가의 정보 공유 모임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 외교관은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누구와 거래를 하고 있느냐’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고 묻는다”며 “누가 트럼프를 만났다고 하면 ‘그(트럼프)가 뭐라고 했느냐’ ‘이방카(트럼프의 장녀)가 거기 있었느냐’ ‘켈리(백악관 비서실장)의 얼굴 표정이 어땠느냐’ 등의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의 ‘표정’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 건 그가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어하고 백악관 주요 정책의 실질적인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켈리는 또 아버지의 신임이 두터운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같은 핵심 측근들을 관리하는 등 백악관의 업무 체계와 기강을 잡는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일부 외교관은 예측 불가능한 백악관 대신 미 의회와 주정부를 대상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WP는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했던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 의회 산하 평화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에서 활동한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6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트럼프)와 맞추려 했지만 잘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 이슈들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려 했다”며 “(디테일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했을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매티스(국방장관) 등을 믿고 싶다. 하지만 이들도 100% 방탄(전쟁을 막아줄 수 있는)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해 계속 수수께끼 같은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김정은의 계산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그(김정은)가 미국으로부터 공격이 임박했다는 두려움을 가지면 선제 타격을 명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최근 유엔 총회 연설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거친 설전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워싱턴 정가의 중진급 인사와 맞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 상대는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 의원(테네시주). 코커 위원장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부동산 사업가 출신이고, 지난해 대선 때도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 북한 문제 대응, 감세안 등을 놓고 코커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둘 사이가 멀어졌다. 코커 위원장은 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튀는 언행’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수습생·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를 진행하는 것처럼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을 무모하게 위협하는 것은 “제3차 대전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 등에서 북한과 이란에 대해 “김정은은 로켓맨이다” “완전히 파괴하겠다” “불량국가다” 식의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난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코커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NYT 보도가 있기 전에도 각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코커 의원은 나에게 재선을 지지해 달라고 ‘구걸’했지만 나는 ‘싫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탈락했고, 국무장관도 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자신이 소속된 당 중진 의원을 개인적으로 있었던 일까지 거론해 가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건 심했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대해 코커 위원장도 트위터에서 “백악관이 성인 탁아소처럼 바뀐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꼬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왜 사실이 아닌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지 모르겠다. (그의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국제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알 만 한 외교관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거래’라며 폐기를 운운하는 ‘이란 핵 합의’의 주역들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에 내줬지만 자리프와 모게리니는 막판까지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공직을 떠난 케리와 달리 현직에 있는 자리프와 모게리니는 앞으로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이란 핵 합의 파기 방침이 확고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란 핵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게리니는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파기 의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는 “핵 합의가 제 역할을 하고 있고, 재협상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게리니는 2015년 이란 핵 협상 막판에 이란과 서방 측의 입장 차이를 적절히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훌륭한 중재자’란 평가를 받았다. 이란 핵 합의 ‘당사자’인 자리프는 더 강한 목소리로 합의 준수를 외친다. 그는 중재자였던 모게리니보다 핵 합의에 대한 애착과 위기의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자리프는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상황을 진단하고, 자국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리프는 6일(현지 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국제적 합의는 부동산 협상보다 더 복잡하다. 재미나 취미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국제적 합의는 재미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성향과 배경이 공직자로는 부적합하고, 핵 합의 파기 방침은 잘못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란을 ‘불량 국가(rogue state)’로 표현한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지난달 19일) 뒤에도 “트럼프의 무지한 혐오 발언은 21세기 유엔이 아닌 중세 시대에나 어울리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해 트럼프의 격을 떨어뜨리는 반격을 가했다. 자리프는 핵 협상뿐 아니라 다른 중동 이슈에서도 전략적이며 동시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6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들이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 때 카타르를 적극 도우면서도 이란에 적대적인 단교 선언 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았다. 사태 직후 “이웃은 영원하고, 지리는 바꿀 수 없다”라는 그의 발언은 이란이 카타르를 돕는 것의 정당성과 사태 해결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수준 높은 외교적 수사로 평가받았다. 자리프는 미국의 협상 파트너로 괜찮은 배경을 갖췄다. 학부(샌프란시스코주립대)와 박사과정(덴버대)을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영어에 능숙하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유엔 주재 이란 대사를 5년간 지내 국제정세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대로 이해한다. 성향도 과격·보수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중동 전문가 중에는 최근 자리프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파기가 결정되고, 이란 봉쇄 정책이 거세질 경우 자리프와 그의 ‘보스’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같이 비교적 온건한 중도 성향을 가진 세력들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하니와 자리프 체제에서 이뤄진 변화를 반대하는 강경파의 입김이 세지는 건 트럼프가 원하는 이란의 모습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지난달 말 한국중동학회가 연 ‘불확실 시대, 중동의 화합과 번영의 길 모색’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로하니와 자리프 체제가 미국에 긍정적이다”, “트럼프가 이미 변화가 시작된 이란을 다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트럼프의 ‘폭풍 전 고요’ 발언이 이란과 북한 중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만약 그 대상이 이란이라면 로하니와 자리프의 정치적 위기, 나아가 국제사회가 13년간 노력한 끝에 얻은 성과(핵 합의)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발언이 북한이 아니라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안도해선 안 된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이 마음에 안 드는 나라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란 사례를 주시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한국 측 고위관계자에게서 자리프를 연상시키는 외교적 발언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 긴장이 커질 때 우리의 상황과 지향점을 세련되고, 분명한 외교 수사로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커질 것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일(현지 시간) 총기를 난사해 58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범죄자’ 스티븐 패덕(64)은 사건 전 더욱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워싱턴이그재미너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패덕이 총기 난사 범행을 저지를 때 머물던 맨덜레이베이 리조트 앤드 카지노의 호텔 스위트룸(32층)에서 손으로 ‘사격 거리’와 ‘자신의 방의 높이’ 등을 계산한 쪽지를 발견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공인회계사로 활동해 온 패덕은 수학에 재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거리 등을 정밀하게 계산했기 때문에 400야드(약 366m) 떨어진 거리에서도 총기 난사로 인한 피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 경찰국의 데이브 뉴턴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패덕이 거리와 높이 등을 계산한) 쪽지는 패덕이 총을 쏘기 위해 깨뜨렸던 창문 옆에서 발견됐다”며 “목표물을 향해 어떻게 총을 쏘아야 할지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덕은 또 총으로 맞히면 폭발하는 폭약인 ‘테너라이트’를 23kg 정도 구해 자신의 차에 실어 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패덕이 총기 난사 중 자신의 차까지 총으로 맞혔다면 테너라이트가 터지면서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패덕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AP통신 등은 패덕이 범행 전 며칠 동안 성매매 여성을 불렀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하지만 패덕이 묵었던 호텔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지 경찰은 패덕이 불렀던 성매매 여성들과 범행이 연관성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부 여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패덕이 쏜 총에 사망한 존 피펜(56)의 가족들은 변호사를 통해 패덕의 재산 동결 청원서를 캘리포니아주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패덕은 다양한 부동산을 소유한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패덕의 재산 동결 요구 소송은 패덕의 재산이 동거녀인 매릴루 댄리나 다른 가족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1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은 부유하고 단조로운 은퇴 생활에 염증이 난 성공한 백인 남성의 살인 파티였던 것으로 드러나 미국과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회 주류에서 활동하던 은퇴자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잃는 것에 대한 불만이나 박탈감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는 ‘외로운 늑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티븐 패덕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 빼고는 특별한 사회활동이나 인간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고립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참석자 중 백인이 다수인 행사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한 점을 고려할 때, 사회생활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이들의 다수가 백인이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은 58명을 죽이고 527명을 다치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범인 스티븐 패덕(64)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과도 연관이 없으며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6일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경찰은 패덕의 범행 동기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명확한 목표 없이 발생했다는 점에 미국인들은 경악하고 있다. 패덕은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IS 같은 테러집단과 관련이 없다. 미국으로 이민 와 어렵게 생활하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민자 출신도 아니었다. 비(非)백인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인종주의자 역시 아니었다. 패덕의 화려한 경제·사회적 배경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패덕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유한 삶을 누려왔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라스베이거스의 맨덜레이베이 리조트 카지노 호텔 등에서 한 번 판돈으로 100달러 이상을 거는 도박을 자주 즐겼을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했다. 패덕은 일명 ‘고래(whale)’로 불리는 거액 도박꾼은 아니었지만 카지노에서 별도의 게임룸이나 한 끼에 1000달러가 넘는 고급 생선초밥을 제공받는 정도의 ‘특별한 손님’으로 분류됐다. 패덕이 범행 장소로 활용한 스위트룸도 호텔 측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것이었다. 또 패덕은 우울증이나 분노조절 장애 같은 정신병을 앓은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패덕은 올해 8월 시카고 도심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인 ‘룰라팔루자’ 기간에도 이틀간 각각 두 개의 방을 예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사는 하루 10만 명까지 참석하는 행사로 시카고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패덕이 시카고에서 총기 난사를 하는 것을 검토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패덕은 당시 방을 예약만 한 채 나타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정황은 이번 사건이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노년층들이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폭력적 돌발행동임을 시사한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이뤄지고 있고, 총기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제2, 3의 패덕’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와 함께 은퇴자들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현지에서는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처럼 고속 연사가 가능하도록 바꿔주는 부품인 ‘범프 스톡(Bump Stock)’ 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스티븐 패덕도 범프 스톡을 이용해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으로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수사 당국과 총기 전문가들 사이에선 패덕이 자동 소총으로 개조하지 않았다면 사망자 수(패덕 포함 59명)가 훨씬 적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 총기 사용을 옹호하는 대표 세력인 전미총기협회(NRA)도 범프 스톡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범프 스톡을 규제해야 전체적인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NRA는 이 과정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강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미 연방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은 범프 스톡이 총기 규제와 관련된 연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결정해 이 부품의 판매를 허용했고, 패덕 같은 인물이 소총을 개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연방 의회에서도 이미 범프 스톡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어 관련 법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사진)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 오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직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여러 발의 로켓탄이 떨어져 공격이 이들을 노렸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군 테러조직인 탈레반의 자비울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IS)도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공격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CNN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로켓 공격은 이날 오전 11시경 매티스 장관 일행이 현지에 도착하고 몇 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로켓은 공항 시설 근처의 빈 땅에 떨어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특별한 시설 피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테러범들이 로켓 공격을 위해 공항 인근 주택에 침입하는 과정에서 주민 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프간 당국은 로켓이 발사된 주택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로켓 공격은 아프간 안팎에서 적잖은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신아프간 전략’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아프간을 찾은 미 국방장관 일행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아프간 전략을 발표하며 현지 주둔 미군을 증원하고, 탈레반 등 반미 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었다. 매티스 장관의 이번 아프간행이 예고 없이 진행된 ‘비공식 방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로켓 공격을 진행한 조직에 미군의 핵심 정보가 흘러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아프간 방문 중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등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아프간 전략과 나토군의 임무 등에 대해 논의했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이곳(아프간)의 군사안보 기반을 세우려고 한다”며 “궁극적으로 (이 작업은) 아프간 지도층의 책임으로 인식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에는 ‘아프간 철수’를 지지했지만 최근에는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들의 피난처가 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해 파키스탄 당국이 아프간 탈레반을 간접적으로 지원, 보호하고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과 이 나라의 핵심 우방인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올해 7월 ‘윈도폰 사업’을 접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사진)는 어떤 모바일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갖춘 스마트폰을 쓸까. 게이츠는 24일 방송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폭스뉴스가 27일 보도했다. 게이츠는 자신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MS의 소프트웨어가 많이 탑재돼 있는 스마트폰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그렇다면 아이폰은 아니냐”고 묻자 게이츠는 “아이폰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답변했다. MS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윈도폰을 내놓았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윈도폰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에 완전히 밀려 올해 1분기(1∼3월) 시장 점유율이 0.1%에 그쳤고, 결국 MS는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게이츠도 이를 계기로 윈도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스마트폰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가 안드로이드폰을 쓴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애플과 MS의 묘한 라이벌 관계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두 회사는 오랜 기간 적이며 동시에 파트너이기도 했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와 게이츠는 1955년생 동갑내기로 비슷한 시기(애플 1975년, MS 1976년)에 창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동의 또 다른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했다.’ 주권 국가를 이루지 못한 세계 최대 유랑 민족 쿠르드가 ‘쿠르디스탄’(쿠르드 독립국가의 명칭)을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26일 DPA통신과 이라크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 투표에서 유권자의 90∼93%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78%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식 집계 결과는 26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찬성표가 쏟아졌지만 이번 투표로 KRG가 당장 독립 국가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쿠르드의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와 함께 대외 협상력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쿠르드 독립에 반대하는 이라크 중앙정부, 터키, 이란, 시리아 등은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미국과 유엔도 마찬가지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KRG의 일방적인 투표는 이라크 중앙정부나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엔도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불안해지는 이라크 이라크 중앙정부가 KRG의 독립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침공(2003년)과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 도시 키르쿠크가 쿠르드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키르쿠크 유전에서는 하루 약 40만 배럴(이라크 전체 원유 생산량의 10%)의 원유가 생산된다. 쿠르드가 이 지역을 차지할 경우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준 원유 생산국 2위 자리를 이란에 내주게 된다. 결국 쿠르드의 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심해지면 유전 지역에선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후 재건과 IS 잔당 퇴치를 위해 국력의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역량이 분산되는 것도 이라크 중앙정부의 고민이다.○ 쿠르드를 국가 위협으로 여기는 주변국들 터키, 이란, 시리아도 쿠르드 독립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쿠르드 독립은 심각한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다. 터키의 경우 약 1470만 명(전체 인구 8160만 명)의 쿠르드계가 거주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에는 각각 약 810만 명(8080만 명)과 170만 명(1800만 명)의 쿠르드계가 산다. 이들이 자국에서 독립을 외치거나 KRG의 독립 움직임에 가담할 경우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란의 경우 쿠르드계가 정치·사회적으로 비교적 잘 동화됐지만, 터키와 시리아는 그렇지 않았다”며 “특히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성향도 강경하고 자신의 권력 강화 필요성도 느끼고 있어 쿠르드계의 독립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터키는 제재 차원에서 KRG의 원유 수출 송유관을 막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라크의 투르크계가 공격을 받거나, 터키 국경지대에서 충돌이 일어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도 KRG 지역을 다니는 항공편 운항을 금지했고, 투표 전날에는 KRG 관할 지역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란과 아랍권이 모두 ‘주적’으로 여기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쿠르드 독립을 지지한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은 쿠르드 독립으로 이란과 아랍 국가들의 혼란스러운 구도가 심화되길 원한다.○ 정식 독립은 어려워 독립 움직임은 시작됐지만 쿠르디스탄의 정식 출범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가 반대하고 있고, 쿠르드 안에서도 정치적 성향과 거주 지역 등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KRG를 이끌고 있는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이 지나치게 독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번 국민투표 역시 바르자니가 자신의 권력 기반을 키우기 위해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쿠르드 내부의 갈등이 계속되면 정식 독립 대신 이라크 중앙정부나 주변국들과 협상을 통해 자치권과 경제권을 더욱 보장받는 방안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