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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 3·3 침입에 대해 흑은 81, 83으로 차단한다. 백을 넘겨주면 실리로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백 84로 달린 것은 정수. 참고 1도 백 1로 미는 것은 흑이 귀를 살려주고 8로 침입해 백돌의 수습이 쉽지 않다. 백은 84, 86으로 귀와 상변을 모두 수습하려 하고 있다. 흑 87로 젖힌 수는 상변 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넘겨주지 않는 데만 급급해 참고 2도 흑 1로 내려빠지면 백은 2, 4로 귀를 살고 백 6으로 상변도 지켜 대만족이다. 흑 87에 대해 백은 당장 귀에 가일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변 보강이 필수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상변을 소극적으로 지키는 수로는 부족하다. 한돌은 이 장면에서 백 90으로 끊어 흑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추궁하고 나섰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내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신진서 9단은 인공지능(AI)에 가까운 기사로 평가받고 있다. 신 9단이 대국 검토를 할 때 제시하는 그림이 인공지능의 그것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전은 다르다. 초반에 이리저리 노선을 바꾸다가 벌써 주도권을 한돌에 넘겨줬다. 흑 ●로 째고 나왔을 때 백 66으로 밀고 70으로 지킨 것은 튼튼한 행마. 흑 71로 우변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꾸로 백이 그곳을 뒀다고 가정하면 흑은 수습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 72를 선수해 중앙 백 대마를 더욱 튼튼히 하고 백 74로 우상 귀에 걸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행마. 흑에게 전혀 빈틈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백 78의 3·3 침입은 실리에 균형을 맞추는 수. 요즘은 참고도 백 1, 3으로 많이 둔다. 만약 흑이 4, 6으로 받으면 백 7로 귀를 취한다. 백 15까지 두는 것도 백으로선 훌륭한 작전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일관성 없는 작전 탓에 중앙 흑 대마가 약해져 앞으로 시달림을 좀 받을 것 같다. 중앙 흑으로 인해 흑의 행마는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백 58로 하변의 품을 넓히자 신진서 9단은 즉각 흑 59로 뛰어들었다. 형태상의 A로 끊는 수를 노리고 있다. 백 60으로 A를 방비할 때 흑 61도 가시 같은 수. 하변을 지키려면 참고도 백 1로 눌러 막아야 하는데 흑은 사석작전을 펼친다. 참고도 백 21까지 흑 다섯 점이 잡혔지만 우하귀를 도려내고 우변까지 점령해 흑이 좋다. 한돌은 어차피 하변은 지키기가 힘들다고 보고 백 62, 64로 상변에서 터를 잡는다. 이 수들은 멀리 중앙 흑 대마도 은근히 노려보고 있다. 신 9단은 내친김에 흑 65로 하변 백 진에 한발 더 들어섰다. 중앙 흑 대마를 보강하고 있다가 하변 백 집이 크게 나면 낭패를 본다. 하변 백 집을 깨면 실리로는 흑이 앞서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역전을 도모해 보려는 생각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수. 보통은 참고 1도 흑 1로 중앙을 보강하고 뒷날 ‘가’ 혹은 ‘나’로 뛰어드는 수를 노린다. 흑 ●에 대해 실전처럼 백 50으로 흑 한 점을 끊어잡으면 흑에게 어떤 대책이 있는 걸까. 이 의문은 흑 51로 진득하게 나가자 어느 정도 풀렸다. 현재 흑의 고민거리는 허약한 중앙 말. 그런데 흑 51, 백 52를 교환하고 참고 2도 흑 1부터 5까지 두면 중앙 흑은 더 이상 걱정할 일이 없을 정도로 탄탄해진다. 그래서 신진서 9단의 안목에 감탄했는데, 정작 신 9단은 참고도처럼 두지 않고 흑 53으로 하변 백 세를 견제하고 나섰다. 겨우 이해했는데 그걸 뒤엎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백 54가 적절한 한 방. 흑 55로 지켰지만 중앙 흑은 여전히 약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32부터는 평범해 보이는 진행이지만 이것이 인간에겐 어렵다. 근접전의 득실 계산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넓은 공간에서 한 수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해 내기란 정말 힘들다. 인간은 오랜 경험에 의한 ‘감’으로 판단할 뿐인데 인공지능은 계산을 해낸다. 고수의 바둑에선 이 차이가 크다. 백 36은 이례적인 수. 보통 참고 1도 백 1처럼 좌변을 바로 벌린다. 백 40의 붙임에 흑 41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중앙 흑을 응원하고 있어 실전보다 낫다. 흑 43도 좋지 않은 행마. 백 44로 밀리고 나니 흑 43이 백의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흑이 조금씩 꼬이는 느낌인데 흑 47이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수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끊으면 백 18은 ‘오직 이 한 수’다. 흑 21로 젖혔을 때 백 22로는 참고 1도 1로 호구하는 것도 두터운 수법이다. 백 9까지 실전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 2도 백 1로 젖히는 수도 있다. 이때는 흑 2로 버텨 수상전이 벌어진다. 21까지 백은 귀를 잡아 실리를 취하고 흑은 빵때림을 하며 두터움을 얻는다. 다른 변화도 많다. 젊고 공부하는 프로기사들이 아니면 함정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백 22로 이으면 흑 29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여기까지 이 정석의 1라운드가 끝났다. 백 30부터 2라운드가 시작됐다. 1라운드는 복잡하긴 해도 갈 길이 정해져 있지만 2라운드에는 길이 다양하다. 한 수만 삐끗해도 인공지능에 그대로 밀릴 수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돌이 프로기사 톱 5와의 대결에서 4연승을 거두고 마지막으로 랭킹 1위(2018년 12월 기준) 신진서 9단과 만났다. 한돌은 4연승 과정에서 초반에 우세를 굳혔다. 신 9단으로선 초반에 대등하게 둘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백 10은 인공지능(AI)이 좋아하는 수법. 백 16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좌하 귀 정석은 신민준 9단과의 1국에서도 나왔다. 수순 중 흑 11로는 참고 1도 1, 3으로 두어 천천히 두는 것도 호각이다. 백 12로도 참고 2도처럼 둘 수 있다. 실전은 가장 복잡한 변화다. 흑 17부터 1국 때와 달라졌다. 1국에선 신민준 9단이 A로 뒀다. 백의 다음 수는 절대의 한 수다. 어느 곳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중국 푸저우시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대회 결승전에서 한국 ‘바둑이’가 중국 ‘싱전(星陣·Golaxy)’에게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싱전과 바둑이 모두 프로기사를 이길 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 한돌이 국내 정상급 프로를 이기는 것도 이젠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이 바둑의 결과는 백 2집 반 승이었다. 백이 막판에 필요 없는 수를 여러 번 뒀지만 승리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던 셈이다. 이 바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는 참고도 백 4. 박정환 9단이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해 결행한 흑 1, 3의 승부수를 가볍게 방어하는 맥점이었다. 이후로도 박 9단이 계속 흔들기를 시도했으나 한돌은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 212·218·237=200, 215·221=201, 220=185, 223·276=51, 236=60, 251·257·262=97, 254·260=94, 258=245, 259=123. 280수 끝 백 2집 반 승.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 패는 승부와 무관하다. 백은 패를 하지 않고 그냥 끝내기만 해도 낙승할 수 있다. 사실 흑 13의 팻감은 백이 받지 않아도 된다. 백이 손을 빼 참고 1도 흑 1, 3으로 둬도 백 8까지 수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백은 만사 튼튼하게 둔다. 백의 여유로운 태도는 백 22의 가일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곳 역시 수가 나는 자리는 아니다. 백 24와 흑 25는 맞보기의 곳. 흑 33으로 파호한 수로 참고 2도 흑 1로 두면 어떻게 될까. 수상전이 일어나는데 백 10까지 흑을 잡는다. 백 38도 확실한 가일수. 백은 이번 보에서만 이런 식의 손해 보는 가일수를 2번이나 했으나 형세는 변동 없다. 이후 수순은 총보. 18·37=◎, 21=15, 36=○.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패싸움으로 대형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상변은 백이, 우변은 흑이 차지한 상황. 이 결과는 흑이 좀 만회한 것 같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흑 93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서는 무조건 참고도 흑 1로 밀어야 했다. 거의 선수의 의미가 있는 곳. 백 2, 4로 나와 끊는 것은 흑 11까지 별다른 수가 없다. 따라서 93은 그저 흑 한 점을 살린 작은 끝내기에 불과하다. 이 기회를 놓치자 잽싸게 백 94로 상변을 보강하면서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다. 흑 99로 좌하 귀를 살자고 했을 때 한돌은 바로 패를 결행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는지 백 102, 108을 두며 패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흑 111로 마지막까지 버티는 박정환 9단. 만약 흑 111 대신 패를 이으면 백이 A를 선수하고 B로 중앙 두 점을 끊어 잡아 낙승의 길로 접어든다. 흑이 살지 않고 버티자 백 112(100의 곳)로 따내 패가 재개됐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공격을 묵묵히 받아내던 백이 드디어 ◎의 역습을 감행했다. 이 수로 상변과 중앙 흑이 분단의 아픔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흑 81이 최선의 응수인데 흑 87까지 외길 수순으로 큰 패가 났다. 무난히 판을 마무리할 것 같았던 한돌이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건 아닐까. 아니다. 한돌은 분명 확실한 계산을 하고 있다. 흑 89가 현재 가장 크고 유일한 팻감이다. 패를 하지 않고 참고도 흑 1로 잇는 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백 4로 패를 해소할 때 흑 5로 귀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백 6이면 중앙 흑 대마가 살기 어렵다. 백 ◎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건 이렇게 중앙 흑 대마가 상변과 끊기면 집 모양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백은 팻감을 받지 않고 90으로 패를 해소하면서 상변을 모조리 삼켰다. 흑은 91로 우변에 죽었던 흑을 살리며 거꾸로 백 돌을 잡았다. 이 바꿔치기의 결과는?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필사적인 공격이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백은 쉽게 66으로 붙여놓고 죽죽 밀어 72까지 탈출로를 열었다. 이어 백 74, 76으로 흑의 사정권을 유유히 벗어났다. 죽을힘을 다해 버텨온 흑으로선 허망한 노릇이다. 그래도 박정환 9단은 흑 77로 덫을 놓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만약 백이 참고 1도 1로 나가면 자칫 곡소리가 날 수도 있다. 흑 10까지 대마가 다시 흑의 포위망에 걸려들기 때문이다. 백은 여기서 참고 2도처럼 두면 제일 쉽다. 백 5로 대마가 무사 귀환한다. 백 승리의 그림이다. 하지만 한돌의 생각은 좀 달랐다. 백 78을 선수한 뒤 80으로 흑을 끊고자 한다. 유리해서 은인자중하던 백이 역습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승부를 내겠다는 뜻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 때 63의 곳으로 물러서는 것은 전보 참고도에서 보여줬듯 쉽게 지는 길이다. 그래서 박정환 9단은 흑 55로 끼워 최대한 버티고 나섰다. 질 땐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사의 근성이다. 흑 59 역시 같은 의미의 버티기. 그냥 참고 1도 흑 1에 두면 백 8까지 백으로선 편안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지금 흑은 백 좌변과 좌상 귀를 살려주면 곧 패배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미생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백 62, 64로 흑 넉 점을 잡자 집 차이가 더 벌어졌다. 그렇다면 흑 65의 공격은 필수. 여기서 뭔가 얻어내야 한다. 흑 65 대신 참고 2도처럼 귀를 잡으러 가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백 14까지 백이 살아간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끊을 때, 흑이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은 앉아서 지는 길이다. 백 10까지 흑의 포위망을 알기 쉽게 벗어난다. 사실 좌상 귀에서 그냥 살아버릴 수도 있다. 박정환 9단은 흑 43으로 힘겹게 버틴다. 이 수도 여의치 않지만 희망지수가 참고 1도보다는 높다. 또 흑 43은 노림수를 품고 있다. 바로 흑 47, 49로 나와서 끊는 수. 흑의 모양도 허술하지만 이렇게 끊어서 백을 갈라놔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장면에서 실력이 나온다. 상대가 한껏 버티면서 도발할 때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해 내는지가 중요하다. 백 54가 그와 같은 수. 참고 2도 흑 1로 받아달라는 것이다. 그럼 백 2, 4로 연결한 뒤 6으로 귀의 백을 살린다. 박 9단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 귀에서 백은 34까지 평범하게 응수한다. 부자 몸조심을 하는 형국이다. 흑이 평소처럼 참고 1도 1로 두면 백 2, 4로 좌상 귀를 얼른 살아버린다. 흑에게는 내일이 없는 그림이다. 이 같은 흐름을 꿰뚫고 있는 박정환 9단은 흑 37로 좌상 백을 압박한다. 작은 실마리라도 잡으려는 것이다. 흑이 까칠하게 나오자 백은 일단 40으로 좌상 귀부터 지킨다. 이곳에 집모양을 만들어야 타개가 쉽다. 그런데 ‘돌격 앞으로’를 외치던 흑이 갑자기 41로 후진 기어를 넣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참고 2도 흑 1로 붙여 괴롭혀 볼 상황 아니었을까. 물론 백 10까지 되면 대마 공격이 쉽지 않지만 실전처럼 백 42로 끊어 확실히 타개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좋은 수라는 건 이 수가 상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백 22까지는 외길인데 흑 23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흑으로선 괴롭다. 불리한 형세를 따라가려면 참고 1도 흑 1로 가르는 수가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백 2로 젖히면 흑 3, 5로 받아야 하는데 자체로 백이 쏠쏠하게 이득을 보게 된다. 이미 실리에서 뒤져 있는 흑은 이 그림을 선택하기 어렵다. 백 26이 놓이자 반상에서 빈 곳은 좌상 귀와 중앙만 남았다. 만약 형세가 팽팽했다면 참고 2도 흑 1∼7로 두는 것도 훌륭해 보인다. 중앙이 흑의 세력권으로 변해 제법 큰 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형세를 비관적으로 본 박정환 9단은 흑 29의 양걸침으로 변화를 꾀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흑은 반발할 수 없다. 흑 9로 곱게 잇는 것이 정수. 그러자 백은 12까지 우변 흑을 손에 넣었다. 흑이 우변에서 어물쩡거리다가 우상 귀마저 빼앗기면 큰일이다. 그래서 일단 흑 13으로 우상 귀를 안정시켰다. 여기까지 결과를 보면 백은 우변 흑 석 점을 잡고, 중앙을 두텁게 했다. 흑은 우상 귀를 지키고 백 다섯 점을 추가로 잡았다. 이 같은 바꿔치기의 이해득실은 흑도 나쁘지 않은데, 그 이전에 백이 유리했기 때문에 형세는 변함이 없다. 흑의 강공을 백이 선방한 셈이다. 백 14 때 덜컥 참고도 흑 1로 나가는 건 실착. 흑이 백 두 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백 4로 중앙이 통째로 백 집이 될 확률이 높다. 이건 흑이 앉아서 지는 꼴이다. 그래서 흑 15, 17로 반발한 것은 승부 호흡상 당연한데, 한돌은 엉뚱하게 백 18로 붙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수가 상대의 신경을 긁는 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대해 직접 응수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본 박 9단은 흑 99로 단수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나섰다. 백 100으로 나오는 것이 타이밍 좋은 응수타진. 참고 1도 흑 1로 막으면 백 2로 끊어둔 뒤, 백 4로 둔다. 백 8까지 우변 흑이 빈사 상태에 빠진다. 흑 101로 받는 박 9단의 손길에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차라리 참고 2도 흑 1로 빵따냄을 하는 것이 속 편하긴 하다. 그러면 백 2로 귀의 석 점이 잡혀 실리로 크게 손해를 본다. 그래서 흑 101로 우상 백을 먼저 건드리는 식으로 나아간 것. 백은 102로 우변 쪽을 버리고 중앙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는 것으로 변신했다. 흑백 모두 상대의 의도대로 안 해주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백 108이 또 한 번의 응수타진.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뻗자 공격이 쉽게 될 돌이 아니다. 흑도 약점이 많아서다. 그러나 백 ◎로는 참고 1도처럼 좌하 귀 흑을 확실히 잡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박정환 9단은 흑 93으로 우상 백부터 건드려 본다. 백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작정이다. 백은 94의 눈목자 행마로 가볍게 뛰어나간다. 어찌 보면 우변 백이 아니라 흑이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9단은 여기서 마음을 다잡는다. 평범한 수로는 형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 흑 95, 97로 우지끈 끊어 버렸다. 백의 응수가 쉽지 않겠다 했는데 백 98이 ‘한돌’의 기량을 보여주는 수. 교묘한 응수타진이다. 참고 2도 흑 1로 받는 것이 보통인데 백 10까지 무난히 탈출해 흑이 곤란하다. 그렇다면 흑의 다음 수는?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대해선 보통 젖힌다거나 해서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계산으로 무장한 인공지능(AI)에겐 그런 회로가 없다. 냉정하게 백 76으로 우상 귀 3.3에 뛰어든다. 우상 귀가 지금 가장 크다는 판단이다. 백 76에 대해 참고 1도 흑 1로 막는 것이 상식적이다. 우변에 큰 모양을 만드는 것이 커 보이기 때문. 하지만 한돌만큼 계산력이 뛰어난 박정환 9단은 흑 77로 막고 87까지 귀를 차지했다. 큰 모양보다는 작아도 확실한 실리가 소중하다고 본 것이다. 백 88은 두터운 자리. 간명하게 처리하고 싶다면 참고 2도 백 1, 3으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흑 89로 젖혀 일단락됐나 싶었는데 백 92로 백 한 점을 움직인다. 단순한 응수타진일까, 일전을 불사하는 것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