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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와 아트에 대한 구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가구이면서도 그 자체가 조각처럼,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의 선구자이자 현대 디자인의 선두인 최병훈 홍익대 명예교수(69·사진) 가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A Silent Message’는 정통 미술관에서 열리는 공예작가 초대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예술적인 조각을 방불케 하는 ‘아트 퍼니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미국),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독일), M+ 미술관(홍콩)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관한 미국 휴스턴 미술관 신관에는 ‘선비의 길(Scholar’s Way)’이라는 조각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 화제를 모았다. 휴스턴 미술관 측에서 최병훈과 세계적인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 웨이웨이를 포함한 거장 8명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해 성사된 것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 작가는 대량 생산품과 전통 공예품만이 가구로 여겨지던 1980년대부터 가구 디자인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인 동시에 자연의 형상을 간직한 조각이자 설치 예술작품을 보여준다. 단단함과 유연함, 거칢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가구와 콘솔, 벤치 등 대표작 30여 점을 소개한다. ‘사일런트 메시지’라는 제목처럼 그의 가구들은 화려한 장식이 없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과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를 사색하며 작품의 본질까지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나무책장에는 현무암, 자연석, 수석 등을 수납공간 중간 중간 삽입하거나 아랫부분 지지대로 활용해 안정감을 전달한다. 특히 거대한 인도네시아산 현무암으로 만든 ‘아트벤치’는 인상적이다. 2008년에는 덕수궁 돌담길에 설치되었으며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도 설치됐다. 마치 폐사지에 굴러다니는 돌처럼 황량한 느낌이지만 도심의 최첨단 빌딩의 로비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1979년도에 이탈리아 로마의 폐허가 된 고대도시 ‘포로 로마노’에 갔어요. 커다란 돌기둥이 폐허처럼 남아 있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국내에서도 폐사지를 무척 많이 찾아갔습니다. 원주의 거돈사지 폐사지에 불상을 받쳤던 거대한 돌덩이인 ‘불대좌’가 있는데 장관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세월을 버텨낸 돌입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제 몸에 새겨져 있다가 어느 날 작업 중에 표현돼 나오는 것이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글진흥원(원장 손수호)은 29일 ‘2021년 공공문장 바로 쓰기 자치단체장’ 대상 수상자로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교육 부분), 맹정호 충남 서산시장(소통 부분),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문화 부문)을 선정했다. 이 상은 바르고 쉬운 공공 문장을 일선 행정에 구현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상으로 2013년 제정됐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읽는 각종 안내문 등을 알기 쉽고 정확한 글로 선보이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에 애쓰는 등 공공문장 바로 쓰기에 모범을 보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우리글진흥원은 또 ‘공공문장 바로 세우기 시민운동상’ 대상 수상자로 유진서 양(우신고 2년)을 선정했다. 유 양은 공공기관에서 잘못 쓴 공공문장을 지난 1년간 58회에 걸쳐 바로잡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개에게 목줄을 채워’를 ‘개의 목줄을 착용해주시고’라고 적은 서울 구로구청 능골산 자락길 안내판을 비롯해 ‘햇빛을 가려주세요’를 ‘햇볕을 가려주세요’로 잘못 적은 보건복지부 안내문, ‘허리를 편다’를 ‘허리를 핀다’로 적은 양천구청 걷기 안내문, ‘불을 피우는’을 ‘불을 피는’으로 적은 영등포구청 안내문 등이다. 시상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찾아가는 시상식’으로 진행된다.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말글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공공언어 사용에서 전 국민의 모범이 되게 하자는 운동이다. 공공기관이 만드는 공문서 등을 사전 감수하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며, 잘못된 공공문장을 시민들이 바로잡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 지역은 ‘샴페인(Champagne)’의 고장이다. ‘모에&샹동’ 샴페인하우스 앞에는 17세기 수도승 돔 페리뇽 동상이 서 있다. 1668년 베네딕틴 오빌레르스 수도원저장고에서 와인 병이 폭발한 뒤 맛을 본 페리뇽은 동료에게 “저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샴페인은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열린 33명의 프랑스 왕 대관식 축하 파티에 쓰이며 왕실의 품격을 상징하게 됐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예년보다 이른 추위에 국물라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요즘, ㈜오뚜기가 ‘진라면’과 ‘육개장 컵’의 광고 모델로 배우 남궁민을 선정하고 새 광고를 공개했다.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검은태양’에서 맡은 국가정보원 요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14kg 벌크업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오뚜기 측은 “남궁민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건강한 이미지가 ‘진라면’과 ‘육개장 컵’의 특장점을 살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롭게 공개된 ‘진라면’ 광고는 ‘진라면이 라면의 진리’라는 콘셉트로, 담백한 순한맛과 얼큰한 매운맛이 지닌 두 가지 매력을 담아냈다. 특히 순한맛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미소와 매운맛에 어울리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남궁민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진라면’은 1988년 출시된 오뚜기의 대표 제품으로, 올해 8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67억 개에 달한다. 해당 제품은 진한 국물 맛과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으며,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로 출시돼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속적인 리뉴얼을 통해 맛과 품질을 개선한 점도 ‘진라면’의 인기 요인이다. 오뚜기는 2005년부터 수차례 리뉴얼을 진행해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쇠고기맛 플레이크, 당근, 대파, 버섯 등 건더기 양을 늘렸다. 또한 하늘초 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강화하고, 국물 맛의 균형을 맞추고자 라면 수프의 소재를 다양화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해왔다. 함께 공개한 ‘육개장 컵’ 광고는 ‘양은 20%, 맛은 200% 벌크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남궁민의 탄탄한 건강미를 활용했다. 검은 민소매 차림의 남궁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운동에 집중하는 장면을 통해 양과 맛 모두 업그레이드된 ‘육개장 컵’의 매력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광고 속 ‘육개장 컵’은 5월 오뚜기가 20% 증량해 리뉴얼 출시한 제품이다. 육개장라면의 양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 제품 대비 면과 건더기, 분말수프의 양을 모두 늘렸으며, 특히 계란 스크램블의 크기와 개수를 늘려 한층 풍부하고 진한 맛을 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과 ‘육개장 컵’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남궁민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뤄 차별화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뚜기 라면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필리핀은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청정한 여행지입니다. 내년 상반기 관광 재개를 위해 현재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대사(사진)는 10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필리핀대사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국제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되길 기원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필리핀의 현재 접종 완료율은 30% 정도이지만 보홀과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등 국제공항이 있는 관광지 업계 종사자들의 접종률은 90%가 넘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관광부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의 7개 패키지투어 여행사와 함께 ‘필리핀 온라인 사전 예약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관광부는 이번 사전 예약 상품 유효기간을 항공이 재개된 시점으로부터 1년으로 제공하고, 취소나 예약 변경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그는 코로나19로 국제 관광이 끊긴 상황에서 필리핀 관광청은 자연 생태 보호에 최선을 다하면서 새로운 친환경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새롭게 국제공항을 오픈한 ‘비콜’ 지역을 추천합니다. 마닐라에서 동남쪽 377km 가량 떨어진 루손섬 남부 반도지역인 비콜은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맛있는 요리로 입소문이 난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원뿔’로 불리는 활화산 ‘마욘산’에서 용암길을 트레킹하고, 온천과 ATV 체험, 미시비스베이에서 고래상어, 만타레이(초대형 가오리)를 보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칠리 아이스크림 등 고추를 베이스로 한 음식이 많아 한국인들 입맛에도 맞는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보홀의 ‘초콜릿힐’도 추천했다. 키세스 초콜릿 모양 언덕 1200여 개가 모여 있는 이곳은 12월∼5월 건기 시즌에 방문하면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초콜릿을 닮은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루손 섬 북쪽인 ‘바나우에 계단식 논’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소다. 2000년 전에 이푸가오족이 코르딜레라스 산맥의 해발 700∼1500m 고지대의 산등성이에 만든 이 논은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생활문화경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논두렁을 모두 이으면 그 길이가 2만 km가 넘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골프 여행지로 알려진 클라크와 ‘필리핀 미식의 수도’로 꼽히는 팜팡가 지역도 추천했다. “필리핀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환경보호입니다. 팔라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하강이 있는데, 동굴에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었습니다. 보라카이 해변은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한 결과 2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이후 관광이 재개된 후에도 계속 청정한 상태를 유지해 나가도록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주뉴욕 총영사, 주독일 대사를 역임한 그는 올해 10월 한국에 부임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기생충’을 좋아하는 K팝과 한류 드라마, 영화 팬이기도 하다. “경북 영주의 국립산림치유원에 다녀왔는데, 숲이 아름다워 인상 깊었습니다. 차를 좋아해 부임 기간 동안 제주, 보성 등의 녹차밭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K팝 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한류 드라마 촬영지 등을 가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관광이 재개되면 필리핀에서도 한국 여행에 대한 인기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필리핀은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청정한 여행지입니다. 현재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율은 90%입니다. 내년 상반기 관광 재개를 위해 현재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필리핀대사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국제관광이 하루 빨리 재개되길 기원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주 뉴욕총영사, 주 독일대사를 역임하는 그는 올해 10월 한국에 부임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기생충’을 좋아하는 K팝과 한류드라마, 영화 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필리핀에서는 K팝 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한류드라마 촬영지 등을 가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며 “비빔밥, 김밥 등 한식과 한복을 입고 즐기는 궁궐 투어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데 관광이 재개되면 필리핀에서도 한국 여행에 대한 인기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전세계에서 점차적으로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필리핀으로의 여행은 언제쯤 가능할지. “필리핀의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30% 정도다. 그러나 보홀과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등 국제공항이 있는 유명 관광지의 관광 업계 종사자들의 접종율은 90%가 넘는다. 일일 확진자수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하는 등 다시 여행 업계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해외 관광객들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예방접종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적인 예방 접종 운동과 건강 및 안전 지침의 지속적인 준수로 여행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리핀 관광부는 지난 5일부터 12월5일까지 교원KRT, 노랑풍선, 보물섬투어, 인터파크투어, 웹투어, 참좋은여행, 한진관광 (가나다 순) 등 7개의 패키지투어 여행사들과 함께 ‘필리핀 온라인 사전 예약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는 고객들에게는 여행 상품 예약과 관련된 유효기간을 항공이 재개된 시점으로부터 1년으로 제공하고, 취소나 예약 변경에 대한 수수료가 없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필요시 여행에 필요한 비자 발급 및 PCR 테스트 비용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는 등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필리핀 지역 중 여행하기 좋은 곳이 있다면? “지난 10월 새롭게 국제공항을 오픈한 ‘비콜’ 지역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면이 조심스러운 코로나 시대에 알맞게 공항에서 기계로 체크인과 짐을 부칠 수 있다. 루손 지역 남쪽에 있는 비콜은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맛있는 요리로 현지인들과 유럽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원뿔’로 불리는 활화산 ‘마욘산’이 대표 명소이다. 용암과 화산재의 흔적이 남아 있는 트레일을 산책하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최고의 전망을 구경하고, ATV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미시비스 베이의 태양과 바다, 모래를 즐길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백사장 해변과 무수한 폭포의 차가운 물, 그리고 아름다운 숨겨진 동굴을 탐험할 수도 있다. 고래상어, 만타를 보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스노클링, 서핑 등 해상 액티비티도 인기다. 또 필리핀 지역에서 드물게 매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칠리 아이스크림 등 이곳에서 재배되는 칠리 고추를 베이스로 한 음식이 많아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 필리핀에서 가장 청정한 여행지를 꼽는다면? “필리핀은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서 깨끗하고 안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휴양지이다. 특히 청정한 추천 여행지를 꼽으라면 보홀과 팔라완을 소개하고 싶다. 70여여 개 작은 섬으로 구성된 보홀의 대표적인 여행지로는 ‘초콜릿 힐’이 있다. 키세스 초콜릿 모양 언덕 1200여개가 모여있는 이곳은 12월~5월 건기 시즌에 방문하면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초콜릿을 닮은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밖에도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팡라오섬,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로복강 등이 유명하다. 루손 섬 북쪽인 바나우에 있는 계단식 논(Banaue Rice Terrace in Cordilleras)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소다. 2000년 전에 이푸가오족이 코르딜레라스 산맥의 해발 700~1500m 사이 고지대의 산등성이에 만든 이 논은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생활문화경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새벽에 방문하면 안개와 구름이 어우러져 영적인 분위기를 낸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가파른 산을 깎아 바닥을 다지고 논을 만든 뒤에 돌이나 진흙으로 물을 가두기 위한 논두렁을 만들었다. 이 논두렁을 모두 이으면 그 길이가 지구 둘레의 절반에 해당하는 2만km가 넘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마지막으로 골프 여행지로 알려진 클라크와 다이빙 명소로 꼽히는 수빅이 있는 팜팡가(Pampanga) 지역을 소개하고 싶다. 이곳이 내 고향이라 개인적으로 더욱 애착이 있다. 팜팡가 지역은 ‘필리핀의 미식(美食) 수도’라고 불릴 만큼 다채로운 식문화를 자랑한다. 한때 필리핀을 지배했던 스페인처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조화롭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다소 복잡한 조리법을 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근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고 팜팡가 강이 범랑하면서 이 지역 토양은 수분이 많고 기름지기로 유명했다. 기름진 토양에서 재배된 작물은 품질이 좋아 훌륭한 식자재가 풍부하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팔라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있는데, 환경 파괴를 우려해 동굴에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물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었다. 총 8.5km 중 1.5km만 관광을 제안하고 하루에 12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또한 관광 및 환경 관련 부서가 힘을 합쳐 청정한 보라카이 해변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현재 해변은 2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영향도 크겠지만, 다시 관광이 재개된 후에도 계속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한국의 여행지는 어디인가 “경북 영주의 국립산림치유원에 다녀왔는데, 숲이 아름다워 인상깊었다. 필리핀도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지속가능한 여행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터라 자연여행지에 관심이 많다. 차를 좋아해 부임 기간 동안 제주, 보성 등의 녹차밭도 꼭 가보고 싶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남부의 도시 아비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물은 옛 교황청인 ‘팔레 데 파프(Palais des Papes)’다. 14세기 ‘아비뇽 유수’ 기간에 교황청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68년 동안 7명의 교황이 머물렀는데, 모두 프랑스인이었고 와인 애호가였다. 그중 요한 22세는 인근의 작은 마을 ‘샤토뇌프 뒤 파프’(프랑스어로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에 여름 궁전을 짓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교황의 와인’으로 지금도 유명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을지대는 1967년 개교 이래 연구하고 봉사하는 보건의료인을 양성하며 헬스테크놀로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 3월 교육과 의료의 융합 및 복합을 이끌 의정부캠퍼스(경기)가 문을 열면서 의료서비스 기반 연구 중심 대전캠퍼스, 산학협력 기반 실무 중심 성남캠퍼스와 함께 3대 캠퍼스 체제를 갖췄다. 을지대는 서울 노원구와 대전, 의정부에 각각 있는 을지대병원과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과 책임지도 교수제를 통한 일대일 맞춤형 진로 지도로 믿을 수 있는 보건의료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이는 각종 고시 합격률과 취업률로 입증된다. 을지대는 20년 연속 간호사국가시험 100% 합격을 달성했다. 올 2월 기준 보건의료계열 국가시험 평균 합격률 94.7%를 기록했다. 2018년 대학 취·창업 역량평가에서 1위(졸업생 1000∼2000명 대학)를 차지했다. 을지대는 국내 최초로 보건의료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의료융합학과를 신설했고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5G인공지능시스템을 구축했다. 교내에 EU컨버전스센터를 설립하는 등 보건의료와 정보기술(IT) 분야를 끊임없이 접목시켜 미래 성장동력 모색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속적으로 교육에 투자해 실무 중심형 보건의료 전문가를 길러낼 계획이다. 을지대는 교육부 주관 올해 기본역량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 공공성과 자율성 확대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3년마다 시행한다.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면 정부 재정이 지원되며 모든 국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같은 학생을 위한 혜택도 계속 받게 된다. 앞서 2018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을지대는 이듬해 100억 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수주해 교육 연구, 산학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원의 대학기관평가인증도 획득했다.정시모집 선발 73명 늘려 을지대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 선발 인원을 지난해 271명에서 73명 증가한 344명으로 늘렸다. 전체 모집인원 가운데 30.4%(지난해보다 6.4%포인트 증가)를 정시에서 선발한다. 전형 유형별 모집 인원은 지난해 일반전형Ⅰ 200명, 일반전형Ⅱ 68명이었으나 2022학년도에는 일반전형Ⅱ 모집 인원을 112명 늘려 180명을 뽑는다. 반면 일반전형Ⅰ은 36명 줄어든 164명을 모집한다. 정시모집은 ‘가’군 125명, ‘나’군 169명, ‘다’군 50명을 선발한다. 다군에는 장례지도학과, 빅데이터의료융합학과 외에 중독재활복지학과, 의료경영학과, 아동학과, 유아교육학과가 포함된다. 가산점은 과학탐구 1과목 3%, 2과목 5%(중독재활복지학과, 의료경영학과, 장례지도학과, 아동학과, 의예과,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의료홍보디자인학과 제외)를 반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0%, 학생부교과 10%로 선발하는 일반전형Ⅰ은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 영어를 필수로 반영한다. 국어 및 탐구영역 상위 취득 성적은 자동 반영한다.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를 필수 반영하고 수학과 탐구영역 상위 취득 성적을 자동 반영한다. 일반전형Ⅱ(의예과,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의료홍보디자인학과, 유아교육학과 제외)는 필수 반영 영역 없이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상위 등급을 취득한 2개 과목이 자동 반영된다. 일반전형Ⅱ는 일반전형Ⅰ보다 경쟁률이 높고 충원 합격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수능 성적 상위 2과목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모집 단위별 필수 반영 영역 가운데 한 영역이라도 응시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 탐구영역은 2과목 평균을 적용한다. 한국사 영역은 총점에 등급별 가산점을 부여한다. 역시 한국사 영역을 응시하지 않으면 정시모집 지원이 불가능하다. 의예과는 과학탐구 2과목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의예과를 제외한 자연과학 학과에서는 한국사 가산점 외에 과학탐구 1과목 선택할 때 3%, 2과목 선택할 때 5% 가산점을 부여한다. 수능 필수 선택 영역은 없다. 유아교육학과는 일반전형Ⅱ로 선발한다. 수능 90%, 인·적성면접 10%를 반영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년별 가중치 없이 1∼3학년 교과 영역을 100% 비율로 반영한다. 반영 교과목은 인문·자연계열 구분 없이 석차등급이 표기된 국어, 외국어(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다. 학생이 이수한 전 과목을 반영하기 때문에 교차 지원에 따른 가점이나 감점은 없다. 지원자는 전년도 경쟁률과 수시모집 충원 합격자 발표 이후 수시에서 넘어온 인원이 반영된 최종 선발 인원을 확인한 다음 지원하면 좋다. 정시 합격자에게는 다양한 장학 혜택이 주어진다. 캠퍼스별 전체 수석에게는 전 학년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2년간 기숙사비를 면제해준다. 입학성적 우수(A)자인 단과대학 수석에게는 1년간 등록금 전액 및 기숙사비를 면제한다. 2022학년도 정시모집 원서는 다음 달 30일부터 2022년 1월 3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고, 직무에 필요하거나 은퇴 후 삶을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자격증을 딸 수 있어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와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장년층 모두에게 주목받는다. 평생교육이나 재교육을 넘어 직업교육 과정으로 변화하는 건양사이버대는 4년제 학사 학위 및 유망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 건양사이버대는 최첨단 차세대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PC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를 수 있다. 모든 신·편입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혜택은 또 다른 장점이다. 교내 장학금을 확대해 직장인, 군(軍) 가족, 다문화가정, 만 60세 이상 만학도를 대상으로 하는 ‘새출발 장학금’은 1학년으로 입학하면 3년간 수업료 20% 감면되고 2, 3학년으로 입학할 때는 2년간 수업료 20%를 면제해준다. 건양사이버대와 산업체 위탁교육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방자치단체, 협회, 기업은 물론 5인 이상 사업장 구성원과 고교, 전문대학 졸업생이 산업체 위탁 전형으로 입학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1학년으로 입학할 경우 4년간 수업료 25%, 2학년으로 입학하면 3년간 30%, 3학년으로 입학하면 2년간 수업료 30%를 각각 감면받는다. 특성화고 일반고 방송통신고를 졸업한 지 3년 이내이거나 검정고시 합격자는 3년간 수업료 30%를 장학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들 장학금은 국가장학금과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소득분위 8구간 이하일 경우에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건양사이버대는 12월 1일부터 2022학년도 전기 신입생과 편입생을 모집한다. 복지학부(사회복지학과 노인복지학과 보건의료복지학과) 휴먼학부(다문화한국어학과 상담심리학과 아동복지학과 군경상담복지학과 행동재활치료학과) 실용학부(글로벌뷰티학과 재난안전소방학과 IT비즈니스학과)의 모두 11개 학과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입시 절차는 건양사이버대 입학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며 PC와 모바일로 지원하면 된다. 전형은 지원서 작성, 전형료 납부, 인·적성검사로 이뤄진다. 자세한 내용은 대표전화로 문의하면 알 수 있다. 고졸 학력 이상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생부 점수 없이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했거나 4년제 대학에서 35학점 이상 이수한 사람은 2학년으로, 4년제 대학에서 2년 또는 4학기 이상을 수료하고 70학점 이상 이수했을 경우는 3학년으로 지원할 수 있다. 임옥진 입학홍보처장은 “건양사이버대는 ‘가르쳤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설립자 김희수 박사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전국 4년제 사이버대 가운데 중도탈락률(7.1%)이 가장 낮다”며 “건양사이버대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해 새로운 꿈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 최초 종합 국립대인 부산대(총장 차정인)는 개교 75주년인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삼아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 울산 경남으로 구성된 동남대도시권 대표 대학이자 1위 국가 거점 국립대 위상을 갖추고 인재를 키워내는 데 역점을 뒀다. 다양한 변화와 혁신으로 대학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대학 경쟁력을 배가시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균형발전을 더 높은 수준에서 이끌어 내기 위해 대학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 인재가 출생지에서 교육받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해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펼치고 있다. 김해영 부산대 입학본부장은 “‘대학을 바꾸는 대학,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추구하는 부산대는 창조적 지식인 양성을 위해 학문의 영역을 허물어 새로움을 만드는 융합과 통섭(統攝·consilience)형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고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 리더, 세계 지성을 이끌어갈 국제 전문가, ‘나눔과 봉사’ 정신을 전파하는 사회적 리더를 길러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대학 혁신 주도하는 부산대 부산대는 각계 연구·교육 분야 변화와 혁신, 입학전형 변화, 지역대학과 국립대학 역할 강화를 위한 실질적 법제도 개선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역대학에 적용될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50% 확대를 위한 ‘혁신도시법’ 개정, 국립대 역할과 재정 및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인 ‘국립대학법’ 제정, 국립대 재정 확보에 활력을 줄 ‘국립대학회계법’ 개정 등을 이끌고 있다. 지역 우수 인재에게 대학 문을 넓혀주는 획기적인 입학전형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2학년도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을 504명으로 늘렸다. 의예과 입학정원 125명 가운데 80명(64%), 6년제로 전환한 약대 60명 중 36명(60%)을 지역 인재로 선발한다. 이 기준은 2023학년도에 더욱 넓히기로 했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 여건 변화 등에 주력한 결과 2022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 10.81 대 1에서 올해는 14.03 대 1로 크게 올랐다.2019년 유지취업률 거점 국립대 1위 부산대는 창의와 융합 교육 역량을 크게 높여 ‘학생이 행복한 대학’으로 만들고 있다. 교육 역량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체계화하고 미래를 대비한 융·복합 교육 및 비교과·교양교육 과정을 강화했다. 학문 단위를 최적화해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취업의 질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대학 졸업자가 일정 기간 후에도 취업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지를 나타내는 취업률) 지표에서 2019년 88%를 달성해 2년 연속 거점 국립대 1위를 차지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같이 졸업생 진로를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지역에 살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정부 ‘BK21 사업’(4단계)에서는 부산대 36개 교육연구단(팀)이 선정돼 서울대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한 결과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교육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다. 졸업생 활약도 두드러졌다. 올해 국내 30대 기업 신임 최고경영자(CEO) 수 전국 2위, 100대 기업 CEO 배출 4위였다.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모두의 번영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국립대 ‘맏형’ 부산대는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는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중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대학을 바꾸는 대학’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정시모집 1451명 선발 부산대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군 812명, ‘나’군 639명 등 모두 1451명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과 실기 전형으로 나눠서 뽑는다. 전년도와 비교해 수시모집 자연계 모집 단위인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도시공학전공이 정시모집에서는 인문·사회계로 선발한다. 의예과 모집군은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됐다. 6년제로 바뀐 약학부는 ‘나’군에서 24명을 선발한다. 인문·사회계 및 자연계 모집 단위는 수능 100% 전형으로 선발한다. 예술계, 체육계 모집 단위는 수능과 실기 성적을 합산해 뽑는다. 수능 활용지표로 국어, 수학 영역은 표준점수를 사용하며 영어 영역은 등급 환산점수, 탐구 영역은 백분위를 활용한 부산대 자체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 한국사 영역은 필수 응시 영역으로 모집계열별 등급 환산점수를 전형 총점에 가산한다. 수능 영역별 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은 국어 영역, 자연계열은 수학·과학탐구 영역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하다. 자세한 내용은 2022학년도 부산대 정시모집요강을 참고하면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기업을 넘어 대학에까지 퍼지고 있다. 캠퍼스에 부는 ESG 열풍은 고려대(총장 정진택)를 뜨겁게 달궜다. 고려대 총장 직속 ESG위원회가 개최한 ESG아카데미가 높은 호응 속에 5일간의 과정을 마쳤다. ESG 가치 탐구에 대한 열정 ESG가 사회에 전하는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실제 경험을 맛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고려대 ESG아카데미가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2시간씩 모두 10회에 걸쳐 ESG 관련 강의를 했다. ESG아카데미 과정은 ESG 기본 개념, ESG 경영·지표, ESG컨설팅 과정과 실제 등 기업 현장 중심 강의로 이뤄졌다. ESG 개념과 현실 적용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그룹 활동도 과정 중 이틀 동안 펼쳐졌다. 대학원생 20명, 학부생 60명 등 80명이 이번 ESG아카데미 과정에 참여했다. 지원자 115명 가운데 선정된 학생들이다. 이들은 5일간 강의 출석률 90%를 넘을 정도로 ESG에 대한 학구열을 보였다. 과정이 마무리된 다음에도 후속 ESG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ESG위원회에 요청하는 열정을 드러냈다. 고려대는 앞으로 ESG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하고 학생들이 실제 기업 ESG 평가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학생들은 ESG최고경영자 과정에 개설되는 고려대 트리니티 ESG아카데미에 재학생 팀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ESG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ESG담당자와 팀을 이뤄 기업별 ESG 행태 및 실적 평가, 토의,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사회적 책임 강조, ESG위원회 고려대 ESG위원회는 올 4월 신설됐다. 인류와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ESG 가치를 논의하고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위협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교육 불평등 심화, 양극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했다. ESG위원회를 토대로 고려대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행을 위한 사회혁신 생태계 모델을 캠퍼스에 구축하고 있다. 또 한국사회는 물론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제시라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지식 기술 연구 인재 네트워크 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ESG 가치를 교육 연구 봉사 행정 운영 서비스 의사결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대학 밖으로도 확산시켜 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 혁신 방안을 제시, 지원하는 솔루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진택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ESG위원회는 사회 공헌, 국제 협력, 환경 연구 같은 ESG 관련 대내외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교무부총장과 사회공헌원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기획예산처장 인권·성평등센터장 다양성위원회위원장 국제개발협력연구원장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 지속발전연구소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외 위원으로 이형희 SK SUPEX 위원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한국대표가 참여한다. ESG위원회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에 부합하는 활동을 펼치거나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E) 관련 활동으로 환경 회복 연구 및 교육, 교내외 환경 협력 네트워크 구축, 내외 ‘Net Zero’ 운동, 지역사회 환경 캠페인, 국내 환경보호기관 협력, 국제 환경 콘퍼런스 활동을 전개한다. 사회(S) 해당하는 활동으로는 참여 및 봉사 연계 학습(Engaged/Service Learning) 강화, 사회 혁신 및 공헌 연구, 교내 사회혁신생태계 구축, 사회공헌원 활동 강화, 글로벌 사회공헌 강화 등을 역점 추진한다. 지배구조(G) 관련해서는 교내 ESG플랫폼 구축, 국내외 사회공헌 거점 마련, 교내외 사회혁신 협력네트워크 구성 및 활동, 거버넌스 중심 사회공헌 활동 강화, ESG 기반 대학경영에 나선다. 교내외 ESG 가치 실현 위한 노력 고려대는 ESG위원회 설치에 발 맞춰 2008년 지역사회 봉사와 글로벌 사회 공헌을 위해 만든 사회봉사단을 사회공헌원으로 격상했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더 높은 단계에서 수행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마친 셈이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한 대학 혁신’ 심포지엄을 열어 대학의 역할을 토론했다.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네이처 포럼을 개최해 플라스틱 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지속가능발전과 환경’ ‘인공지능 기반 KU-SDGs 실험실습을 위한 교육’ 같은 전공 관련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사회공헌원은 SDGs 이해와 대학 교육에 대한 전문 서적을 번역, 출간했고 고려대 SDGs 연구와 교육 활동을 엮은 SDGs 보고서를 국·영문으로 펴냈다. 지난해 8월에는 교육 및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 행정업무에도 ESG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각 대학 부서에서 ESG 가치 실천 방안을 연구했다. 그 결과 ESG 관련 핵심 교양 교과목 편성, 교내 구성원 참여 ESG 캠퍼스 구축 방안 제시, 학생 중심 플랫폼 구축을 통한 ESG 가치 실현, 대학 및 의료원 ESG 관련 사회공헌 방안 제안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끌어냈다. 고려대는 ESG 가치가 교육 연구 행정 전 분야에 스며들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할 예정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달 역대 최고의 매출액(650억 원)과 관람객(8만8723명)을 기록했던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대한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이 ‘공예트렌드페어’로도 이어질까. 18~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사흘간 열리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는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원장 김태훈)이 주관한다.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에도 KCDF는 처음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전시회에 공예작품을 출품했다. 최명훈, 장연순 등 국내 최고의 공예작가 24점을 선보였다. 공예트렌드페어는 ‘비즈니스’에 특화된 공예 전시로 한국 공예 문화의 대중화, 사업화, 아시아 공예문화를 선도하는 전문적인 박람회다. 올해 ‘2021 공예트렌드 페어’의 주제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이다. 특히 올해는 패션디자이너 출신이자, 최근 ‘리움미술관’ 재개관 자문을 맡으며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스타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을 맡았다. 정 씨는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로 패션·인테리어 디자인·가구·조명·공연·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12년 국립발레단 ‘포이즈’, 2013년 국립무용단 ‘단(壇)’, 2015년 ‘향연(饗宴)’, 2019년 ‘묵향(墨香)’ 등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수 많은 무용 공연의 아트 디렉터 겸 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또한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전시에서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미니멀한 무대 위에 한국적 색감을 펼쳐 온 정 씨가 총감독을 맡은 공예트렌드 페어 전시장을 어떻게 꾸밀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주제관 기획 전시는 약 1,200㎡에 달하는 공간에서 현대공예 분야와 전승공예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공예가 71명의 작품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인다. 또한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과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 등 총 6개 관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보다 아트&헤리티지관의 규모가 확장되어 생활 공예 이외에도 아트 오브제로서의 예술 공예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페어 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개방된 형태의 주제관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시 이외에도 라이브 쇼핑이나 우수작가상 및 대학관 우수작품상 시상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정구호 총감독은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공예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료, 형태, 기법, 색감을 가진 작품의 향연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일까? 미셸 푸코의 말처럼 ‘인간은 최근의 발명품’이며, 이제 그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갖춘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호모 사피엔스’와 공생하는 시대가 임박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세원 교수의 신간 ‘포스트 휴먼의 초상’(미다스 북스)은 SF영화 속 장면을 통해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진화 인류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담은 책이다. 포스트휴먼의 시대는 인간 자신과 인간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대격변의 시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미래에 적응하려면 고착된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낯설고 이질적인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또 다른 존재의 창조’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수만 년 문명의 역사 속에서 그 욕망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신화와 같은 이야기나 ‘투르크인’, ‘지남차(指南車)’와 같은 자동기계장치로 시작하여 현재의 딥블루, 알파고, 소피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전해왔다. 신을 대신해 생명 창조를 재현하려는 이 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SF 영화’를 통해 제시한다. 인간을 가장 우월한 존재로 간주해온 근대 휴머니즘과 자체 진화를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 탈인간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을 비교하고 인공지능, 리플리컨트, 사이보그, 복제인간, 로봇 등 SF영화에 등장하는 탈인간적 존재들을 살펴봄으로써 미래 인간의 조건을 짚어본다. 1부에서는 로봇의 기원인 오토마타와 인간과 기계의 조합 사이보그, 인공지능의 역사를 살펴보고 유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주장을 살펴본다. 2부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립을 처음으로 그려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공지능컴퓨터 할9000부터 2020년 시즌2가 제작된 드라마인 ‘얼터드 카본’의 타케시 코바치까지 지난 50여년 간 제작된 주요 공상과학영화속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SF영화가 그려내는 미래사회의 초인공지능은 인류에 위협이 되거나 공존이 가능한 두 가지 양상으로 그려진다. 첫째는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지적 능력과 물리력을 지닌 초인공지능이 인간들에 대한 살인 혹은 대량 학살을 자행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노동에서 해방시켜주었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생활 곳곳에서 인간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인간과 기계의 엄격한 변별점은 모호하게 되었다. 이성적인 존재로서 가치를 부여받았던 인간은 이성적 판단까지 가능해진 기계의 진화로 기계와 인간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지켜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기술발달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이 미래에서 추방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인간 사회의 모든 기술과학적 진보는 ‘인간 종의 변형’을 향해 맞추어져 있다. 근대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면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현 인류의 생물학적 조건을 초월한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인간을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라고 부르며 인간의 진화를 인간 스스로 디자인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현 인류의 종말과 트랜스휴먼의 등장 그리고 아직 그 모습이 흐릿한 포스트휴먼의 모습을 조금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상상하고 예측하는 ‘진화인류’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미래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 더 예리하게 느끼고 깊게 사유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긴 여정을 돌이켜보면, 사실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던 시기에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데니소바 같은 다양한 계통의 인간 종이 있었지만 대부분 멸종하고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계통만 살아남아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했다.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은 아니다.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알토 다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에서처럼 지금도 이곳은 유리공예품, 귀금속, 가죽 제품을 파는 상점이 번성하고 있다. 1591년 완공된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 대운하 최초의 석조다리이자 19세기까지 유일한 다리로 명성을 날렸다. 넓이 26m, 길이 48m에 이르는 아치 밑으로 지나는 수상버스와 택시, 곤돌라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자! 떠나자 고래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다. 1971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반구대 암각화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절벽이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 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 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한 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한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을 물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스킨 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 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바다로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과정(탐색-사냥-인양-해체)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 그물에 걸려 있는 고래는 사냥을 하는 모습이다. 작살이 꽂혀 피를 흘리다 힘이 빠져 죽은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식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현대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가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톤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창녕 비봉리 신석기 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가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계절에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서 화려한 색깔을 만들어낸 암채화(岩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 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한 것만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서 수많은 바다와 육지 동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서 그린 그림입니다.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마치 처마처럼 비를 피해주고 있고, 왼쪽에 튀어나온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 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덕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1년에 4~8개월 동안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 속에서 얼었다 녹기도 하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여 곳 이상이 부서져 내려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현실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포르투갈 북동쪽 코아계곡의 구석기시대 암각화 보존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코아강을 따라 17km 가량 이어진 바위에 약 2만년 전의 구석기인들이 염소, 사슴, 들소 등을 바위에 새긴 암각화로 외부에 노출된 유적지였다. 그런데 1995년 1월 수력댐 건설 공사가 시작돼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에 의한 암각화 보존 운동이 벌어졌다. 마침내 포르투갈 정부는 1997년 3억 달러 규모의 댐공사를 중단하고, 코아강 상류 지역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대체 댐을 건설했다. 결국 1988년 코아계곡의 선사시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시대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장생포 앞바다는 예로부터 고래가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고, 1962년 천연기념물 제126호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됐다. 귀신고래는 왜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새끼를 낳으러 왔던 것일까? 홍명숙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은 “울산에 고래가 많이 찾아온 이유는 울산의 명품인 돌미역과 관련이 있다”며 “옛 문헌에도 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기위해 찾아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설명했다. 당나라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려 사람은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누군가가 고래의 배 속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새끼를 막 낳은 어미고래의 배 속은 미역으로 가득했다. 미역으로 인해 악혈, 즉 굳은 피가 묽고 맑아져 있었다. 천운으로 살아 돌아온 그 사람에 의해 고래가 산후조리에 미역을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도록 했다”는 것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마을’에는 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고래마을에는 또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고래 해체장과 고래 기름을 짜는 고래 착유장, 고래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 그리고 포경선 선장과 포수, 선원의 집, 고래 연구를 위해 장생포에 머물렀던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 등 건물 23채가 들어서 있다.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책방 전파사 다방 등도 들어서 있다.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 공간도 상설로 꾸며져 있는 이곳에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달고나, 오징어게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가볼만한 곳=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과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 기념은화 3만 개 중 현재 5000여개가 남아 있는데 곧 소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 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인류 최초의 고래사냥 유적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수직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 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은 물론이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스킨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각종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 과정이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사냥), 옆에는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시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인양),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해체)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오늘날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 t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 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 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 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창녕 비봉리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로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 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계절에 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 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 화려한 색상을 만들어낸 암채화(巖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를 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해야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 수많은 동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 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처마처럼 비를 막아 주고 있고 왼쪽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 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떡 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연간 4∼8개월간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속에서 얼었다 녹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곳 이상이 떨어져나가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 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 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661만 m²(약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33만 m²(약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도전자들이 나서고 있다. 글·사진 울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랜만이야!”.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는 단 하루도 오랜만으로 느껴지고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는 오랜만이지만 어제 만난 듯 느껴진다. 10년이라는 세월도 그렇다. 십년 동안 준비해 온 새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김태규, 사마손, 정직성 작가의 3인전 ‘오랜만이야’(Long Time No See)가 열린다. 28일까지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최세영 갤러리. 자연순환운명학을 창시한 호호당(好好堂) 김태규 작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자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여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하는 단위’라고 설명한다. 암담한 시절을 겪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희미하게 빛이 비추기 시작하게 되는 시간이고,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좌충우돌의 시절을 지낸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사람이라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이고,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은 인생의 허무함과 방향 상실을 맛보는 세월이기도 하다. 김태규 작가는 다양한 경험 끝에 이제 60대 중반에 새로운 길에 나섰다. 어린 시절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화가를 꿈꿨지만 바램대로 미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명문대 법대에 진학했고,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고 잠시 컨설팅 사업에 몸담기도 했다. 동서고금의 문화와 과학을 섭렵하여 ‘자연순환운명학’을 만들어낸 그는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작년에 첫 전시회를 열면서 무려 60년 만에 이루었다. 호호당이라는 별호(別號)를 짓고 남부끄럽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수만 번이라도 붓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딱 10년 만의 일이다. 김태규 작가의 풍경화는 지난 세월 속에서 만났던 오래된 풍경들이다. 수채화 물감과 함께 전통 재료인 먹을 써서 산수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순간순간 변하지만 늘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람과 구름과 물의 흐름을 통해 작가의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찬란한 순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사마손 작가는 청년 시절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2011년까지 네 차례 개인전을 열며 활동하다가 지난 10년 간 침묵하면서 자신의 소망과 염원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탐구하였다. 두텁고 꼼꼼한 채색을 통해 만들어진 층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형성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탄생한다. 이 공간은 소중한 의미를 담은 사물들을 보관하는 비밀의 방이기도 하면서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면 소중한 사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은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물들은 대개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익숙하지 않더라도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작가의 삶의 여러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보는 이에게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정직성 작가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중견 화가. 작가는 10여 년 전 우연히 얻은 옛 자개장에서 나전칠기 기법의 매력에 빠져들어 자개장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나전칠기 기법을 회화의 맥락으로 전용하여 새로운 그림으로 재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옛사람들의 상징물을 사물에 장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개와 옻칠로 자연의 힘과 역동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자개의 파편으로 명멸하는 생명력과 숭고함을 표현하는 회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에게 모두 뜻깊은 ‘오랜 시간’에 대한 전시이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펼치고, 오랜 침묵 끝에 다시 비밀의 방을 열었으며, 사라져가는 기법을 되살려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세 작가가 보낸 오랜 시간의 의미를 작품으로 즐기는 전시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629km 이상 떨어진 에든버러성은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가파른 절벽이 성의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벌인 수많은 전쟁사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매해 8월 국제페스티벌이 열려 골목마다 연극, 퍼포먼스, 마술쇼, 군악, 연주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요즘 같은 쌀쌀한 가을 카페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를 탄 커피 한 잔이면 몸이 따뜻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원장 이주명)은 지난달 27일 ‘2021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우수사례’ 13건을 선정했다. 농산물우수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s·GAP) 제도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유통 단계에서 농약이나 유해미생물 등으로 인한 농산물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토양 용수 등 재배 환경과 종자 비료 등 농업자재, 선별 포장 등 작업 과정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사례 13건은 생산 부문 7건, 유통 부문 4건, 학교급식 부문 2건이다. 생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충북 진천의 ‘농업회사법인 ㈜썬메이트’는 GAP 인증 이후 천적 및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이용한 농산물과 토양 등 재배 환경의 위해 요소 제거, 수확 시기 통일을 통한 등급별 품질 고급화 등으로 수출량이 29% 증가한 성과로 선정됐다. 금상을 수상한 ‘금성인삼연구회’(충남 금산)는 GAP 인증 기준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농약 사용 시 3차에 걸쳐 살포 시기 및 방법 확인, 재배지에 위험물질 유입 차단을 위한 인증표시 및 안전관리 표지판 설치 등을 통해 출하량이 39% 증가했고, ‘문산최고품질쌀단지’(경기 파주)는 GAP 인증 기준 종자, 농약 관리, 병충해 방제 관리, 작업환경 자체 점검, 전문검사원의 벼 품질관리 컨설팅을 통해 매출액이 32% 증가했다. 은상은 ‘가고파수출영농조합법인’(경남 창원), ‘송라보경산딸기영농조합법인’(경북 포항)이 수상했고, 동상은 ‘㈜머쉬텍’(강원 횡성)과 ‘임실군조합공동사업법인APC’(전북 임실)가 수상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4곳이 수상했다. 온라인 유통 부문 금상에는 GAP 전담 인력 운영 및 GAP 인증 농산물 특별관을 운영한 ‘남도장터’(전남 무안)가, 은상에는 ‘11번가’(서울 중구)가 선정됐다. 오프라인 유통 부문 금상은 GAP 인증 시설을 통한 위생·안전관리 등으로 청과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현대그린푸드’(경기 용인)가 받았고, 은상은 ‘고맛나루공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충남 공주)이 선정됐다. 올해 처음 선정한 학교급식 부문에서는 GAP 농산물 구매 실적, 취급 확대 노력,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등을 고려하여 2개 학교를 뽑았다. 금상은 예산전자공업고교(충남 예산), 은상은 대구도원초교(대구 달서)가 수상했다. 대상(1건)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과 500만 원의 포상금이 수여되며 금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300만 원, 은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200만 원, 동상(2점)은 농관원장상과 각 150만 원이 수여된다. 또한 우수사례집(e-book)을 제작해 배부하고, 농관원 홈페이지와 GAP정보서비스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농관원 이주명 원장은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GAP 인증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GAP 인증 우수사례 발굴 및 소비자 신뢰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지난달 31일 폐막한 제6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전 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였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인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 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비건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현지 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각광을 받았다. 이날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코르동 블뢰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턴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스’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원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 동아시아영화제는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