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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고래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다. 1971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반구대 암각화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절벽이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 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 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한 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한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을 물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스킨 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 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바다로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과정(탐색-사냥-인양-해체)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 그물에 걸려 있는 고래는 사냥을 하는 모습이다. 작살이 꽂혀 피를 흘리다 힘이 빠져 죽은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식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현대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가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톤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창녕 비봉리 신석기 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가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계절에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서 화려한 색깔을 만들어낸 암채화(岩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 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한 것만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서 수많은 바다와 육지 동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서 그린 그림입니다.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마치 처마처럼 비를 피해주고 있고, 왼쪽에 튀어나온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 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덕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1년에 4~8개월 동안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 속에서 얼었다 녹기도 하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여 곳 이상이 부서져 내려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현실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포르투갈 북동쪽 코아계곡의 구석기시대 암각화 보존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코아강을 따라 17km 가량 이어진 바위에 약 2만년 전의 구석기인들이 염소, 사슴, 들소 등을 바위에 새긴 암각화로 외부에 노출된 유적지였다. 그런데 1995년 1월 수력댐 건설 공사가 시작돼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에 의한 암각화 보존 운동이 벌어졌다. 마침내 포르투갈 정부는 1997년 3억 달러 규모의 댐공사를 중단하고, 코아강 상류 지역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대체 댐을 건설했다. 결국 1988년 코아계곡의 선사시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시대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장생포 앞바다는 예로부터 고래가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고, 1962년 천연기념물 제126호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됐다. 귀신고래는 왜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새끼를 낳으러 왔던 것일까? 홍명숙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은 “울산에 고래가 많이 찾아온 이유는 울산의 명품인 돌미역과 관련이 있다”며 “옛 문헌에도 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기위해 찾아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설명했다. 당나라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려 사람은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누군가가 고래의 배 속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새끼를 막 낳은 어미고래의 배 속은 미역으로 가득했다. 미역으로 인해 악혈, 즉 굳은 피가 묽고 맑아져 있었다. 천운으로 살아 돌아온 그 사람에 의해 고래가 산후조리에 미역을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도록 했다”는 것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마을’에는 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고래마을에는 또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고래 해체장과 고래 기름을 짜는 고래 착유장, 고래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 그리고 포경선 선장과 포수, 선원의 집, 고래 연구를 위해 장생포에 머물렀던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 등 건물 23채가 들어서 있다.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책방 전파사 다방 등도 들어서 있다.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 공간도 상설로 꾸며져 있는 이곳에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달고나, 오징어게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가볼만한 곳=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과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 기념은화 3만 개 중 현재 5000여개가 남아 있는데 곧 소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 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인류 최초의 고래사냥 유적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수직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 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은 물론이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스킨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각종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 과정이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사냥), 옆에는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시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인양),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해체)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오늘날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 t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 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 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 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창녕 비봉리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로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 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계절에 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 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 화려한 색상을 만들어낸 암채화(巖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를 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해야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 수많은 동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 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처마처럼 비를 막아 주고 있고 왼쪽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 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떡 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연간 4∼8개월간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속에서 얼었다 녹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곳 이상이 떨어져나가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 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 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661만 m²(약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33만 m²(약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도전자들이 나서고 있다. 글·사진 울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랜만이야!”.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는 단 하루도 오랜만으로 느껴지고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는 오랜만이지만 어제 만난 듯 느껴진다. 10년이라는 세월도 그렇다. 십년 동안 준비해 온 새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김태규, 사마손, 정직성 작가의 3인전 ‘오랜만이야’(Long Time No See)가 열린다. 28일까지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최세영 갤러리. 자연순환운명학을 창시한 호호당(好好堂) 김태규 작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자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여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하는 단위’라고 설명한다. 암담한 시절을 겪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희미하게 빛이 비추기 시작하게 되는 시간이고,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좌충우돌의 시절을 지낸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사람이라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이고,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은 인생의 허무함과 방향 상실을 맛보는 세월이기도 하다. 김태규 작가는 다양한 경험 끝에 이제 60대 중반에 새로운 길에 나섰다. 어린 시절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화가를 꿈꿨지만 바램대로 미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명문대 법대에 진학했고,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고 잠시 컨설팅 사업에 몸담기도 했다. 동서고금의 문화와 과학을 섭렵하여 ‘자연순환운명학’을 만들어낸 그는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작년에 첫 전시회를 열면서 무려 60년 만에 이루었다. 호호당이라는 별호(別號)를 짓고 남부끄럽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수만 번이라도 붓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딱 10년 만의 일이다. 김태규 작가의 풍경화는 지난 세월 속에서 만났던 오래된 풍경들이다. 수채화 물감과 함께 전통 재료인 먹을 써서 산수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순간순간 변하지만 늘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람과 구름과 물의 흐름을 통해 작가의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찬란한 순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사마손 작가는 청년 시절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2011년까지 네 차례 개인전을 열며 활동하다가 지난 10년 간 침묵하면서 자신의 소망과 염원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탐구하였다. 두텁고 꼼꼼한 채색을 통해 만들어진 층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형성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탄생한다. 이 공간은 소중한 의미를 담은 사물들을 보관하는 비밀의 방이기도 하면서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면 소중한 사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은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물들은 대개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익숙하지 않더라도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작가의 삶의 여러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보는 이에게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정직성 작가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중견 화가. 작가는 10여 년 전 우연히 얻은 옛 자개장에서 나전칠기 기법의 매력에 빠져들어 자개장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나전칠기 기법을 회화의 맥락으로 전용하여 새로운 그림으로 재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옛사람들의 상징물을 사물에 장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개와 옻칠로 자연의 힘과 역동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자개의 파편으로 명멸하는 생명력과 숭고함을 표현하는 회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에게 모두 뜻깊은 ‘오랜 시간’에 대한 전시이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펼치고, 오랜 침묵 끝에 다시 비밀의 방을 열었으며, 사라져가는 기법을 되살려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세 작가가 보낸 오랜 시간의 의미를 작품으로 즐기는 전시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629km 이상 떨어진 에든버러성은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가파른 절벽이 성의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벌인 수많은 전쟁사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매해 8월 국제페스티벌이 열려 골목마다 연극, 퍼포먼스, 마술쇼, 군악, 연주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요즘 같은 쌀쌀한 가을 카페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를 탄 커피 한 잔이면 몸이 따뜻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원장 이주명)은 지난달 27일 ‘2021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우수사례’ 13건을 선정했다. 농산물우수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s·GAP) 제도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유통 단계에서 농약이나 유해미생물 등으로 인한 농산물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토양 용수 등 재배 환경과 종자 비료 등 농업자재, 선별 포장 등 작업 과정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사례 13건은 생산 부문 7건, 유통 부문 4건, 학교급식 부문 2건이다. 생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충북 진천의 ‘농업회사법인 ㈜썬메이트’는 GAP 인증 이후 천적 및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이용한 농산물과 토양 등 재배 환경의 위해 요소 제거, 수확 시기 통일을 통한 등급별 품질 고급화 등으로 수출량이 29% 증가한 성과로 선정됐다. 금상을 수상한 ‘금성인삼연구회’(충남 금산)는 GAP 인증 기준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농약 사용 시 3차에 걸쳐 살포 시기 및 방법 확인, 재배지에 위험물질 유입 차단을 위한 인증표시 및 안전관리 표지판 설치 등을 통해 출하량이 39% 증가했고, ‘문산최고품질쌀단지’(경기 파주)는 GAP 인증 기준 종자, 농약 관리, 병충해 방제 관리, 작업환경 자체 점검, 전문검사원의 벼 품질관리 컨설팅을 통해 매출액이 32% 증가했다. 은상은 ‘가고파수출영농조합법인’(경남 창원), ‘송라보경산딸기영농조합법인’(경북 포항)이 수상했고, 동상은 ‘㈜머쉬텍’(강원 횡성)과 ‘임실군조합공동사업법인APC’(전북 임실)가 수상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4곳이 수상했다. 온라인 유통 부문 금상에는 GAP 전담 인력 운영 및 GAP 인증 농산물 특별관을 운영한 ‘남도장터’(전남 무안)가, 은상에는 ‘11번가’(서울 중구)가 선정됐다. 오프라인 유통 부문 금상은 GAP 인증 시설을 통한 위생·안전관리 등으로 청과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현대그린푸드’(경기 용인)가 받았고, 은상은 ‘고맛나루공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충남 공주)이 선정됐다. 올해 처음 선정한 학교급식 부문에서는 GAP 농산물 구매 실적, 취급 확대 노력,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등을 고려하여 2개 학교를 뽑았다. 금상은 예산전자공업고교(충남 예산), 은상은 대구도원초교(대구 달서)가 수상했다. 대상(1건)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과 500만 원의 포상금이 수여되며 금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300만 원, 은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200만 원, 동상(2점)은 농관원장상과 각 150만 원이 수여된다. 또한 우수사례집(e-book)을 제작해 배부하고, 농관원 홈페이지와 GAP정보서비스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농관원 이주명 원장은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GAP 인증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GAP 인증 우수사례 발굴 및 소비자 신뢰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지난달 31일 폐막한 제6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전 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였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인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 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비건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현지 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각광을 받았다. 이날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코르동 블뢰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턴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스’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원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 동아시아영화제는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이 6일 미래의 화이트햇 해커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가디언즈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선도할 청소년 대상으로 개최하는 ‘사이버 가디언즈 콘퍼런스’는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 차를 맞이했다. △기조강연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국가보안기술연구소 김인중 박사) △진로특강 ‘클라우드 보안 로드맵과 인재 육성’(양혁재 테이텀 대표) △선배와의 대화(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서호진 학생)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의 노르망디에 있는 항구도시 옹플뢰르에는 요트와 수많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를 따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옹플뢰르는 인상파의 선구자 외젠 부댕,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에리크 사티, 상징주의 선구자 보들레르 등이 살았던 곳이다. 항구 주변 카페에서 칼바도스(브랜디)로 절인 사과를 얹은 크레페에 시드르(발포성 사과 주스)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운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거지.”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영화 ‘밀양(密陽)’의 영어 제목은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이다. 이 영화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은 극 중에서 상대역 배우 송강호에게 ‘밀양’에 와서 살게 된 이유를 밝힌다. ‘비밀의 햇볕’은 신(神)의 은총과 구원, 용서,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영화 ‘밀양’ 덕분에 경남 밀양은 여행자들에게 비밀 같은 신비로움 가득한 곳으로 다가온다. 원래 ‘밀양’의 ‘밀’자는 ‘빽빽할 밀(密)’이라고 한다. 볕이 빽빽하고, 촘촘하게 드는 양지 바른 곳이라는 의미다. 밀양강가 영남루에 앉아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비스러운 빛이든, 빽빽한 볕이든, 밀양은 가을날의 따스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시크릿 호수, 위양못 거울처럼 물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 숲.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풍경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알 수 없다. 1.8km에 이르는 위양못 둘레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고목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야말로 ‘시크릿 선샤인’처럼 느껴진다. 밀양시 부북면의 ‘위양못’은 통일신라 때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다. 어느 곳을 보아도 서정적이고 동화 같은 풍경에 조선시대부터 풍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곳이다. 팽나무, 소나무, 이팝나무 고목들이 우거져 있고, 버드나무가 호수에 머리를 감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묵 담채화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위양못에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시기는 이팝나무 꽃이 피는 5월이다. 그러나 붉은 단풍이 들어가는 가을에도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남녀 주인공인 이준기와 아이유가 다정한 모습으로 거니는 장면을 촬영할 정도로 풍류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걸리는 호수 둘레길 걷기는 칠암교를 건너 저수지의 섬에 있는 완재정(宛在亭)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안동 권씨의 재실로 1900년에 지어진 정자인데, 팔작지붕 건물 주변으로 돌담을 쌓아 그 너머로 보이는 위양못이 그림 같은 풍경을 던져준다. 특히 저수지 풍경이 내다보이는 정자 앞 쪽문은 ‘인생 샷’을 남기는 포토존으로 인기다.○돌 물고기 떼가 퍼덕퍼덕 뛰는 만어사 운해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사를 찾아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었다. 해발 674m 만어산 8분 능선까지 차로 올라가 만어사 절 앞에 서니 구름에 싸인 영남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발아래 놓여 있다. 그런데 절집보다 먼저 수만 개의 돌들이 여행객을 맞는다. ‘시커먼 돌 물고기 떼가 퍼덕퍼덕 산꼭대기로 뛰어 오르는 곳’이라고 해서 이 절의 이름이 ‘만어사(萬魚寺)’다. 실제로 만어사 대웅전 아래를 내려다보니 중형차, 소형차만 한 크고 작은 바위들이 폭 100m, 길이 500m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돌들이 마치 고래나 상어, 참치처럼 헤엄치며 산에 오르고 있는 형상이다. 운해(雲海)가 가득한 날이면 영락없이 바닷물 위로 돌들이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물고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맞배지붕 형식으로 지어진 만어사의 대웅전과 3층 석탑은 소박하지만 기품이 있다. 그러나 만어사에서 더 중요한 가람은 ‘너덜겅’(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이다. ‘삼국유사’ ‘동국여지승람’에도 이곳 너덜바위 이야기가 나온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한 뒤 길을 떠나니 수많은 물고기 떼가 그 뒤를 따랐다. 그가 멈춘 곳이 이곳 만어사였다. 왕자는 미륵불로,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바윗돌로 변했다. 절에서는 수많은 돌들을 미륵의 설법을 듣는 물고기에 비유한다. 실제로 미륵전 아래 첩첩이 쌓인 경석(硬石)을 두드려 보면, ‘땡땡땡’ ‘탁탁탁’ 등 맑은 종소리가 나거나 목탁 소리가 난다. 만어사의 바위들을 보면 돌로 두드린 하얀 자국들이 보인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도 경석으로 만들어서 쇳소리가 난다. 만어사의 돌은 미륵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중생들의 깨달음을 향한 끊임없는 정진을 뜻하는 게 아닐까. 돌을 두드리는 청명한 소리가 가을의 산사에 울려 퍼진다. ○은행나무가 물들어 가는 금시당 밀양시 활성동으로 들어서면 굽어 흐르는 밀양강을 건너 산자락에 금시당(今是堂)이 보인다. 금시당은 1566년 조선 명종 때 학자로 좌승지를 지낸 이광진 선생(1517∼?)이 만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산수와 함께 조용히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돌아가자!/전원이 점점 황폐해지려는데/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 아직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으니/지난 것 잘못되었음에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이광진 선생의 호인 금시당은 중국 당나라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구절이다. 젊은 시절 벼슬을 하며 세파에 시달렸으니,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더불어 바른 길을 가겠다는 그의 단호한 의지가 읽힌다. 옛날 중국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강론하던 단을 행단(杏檀)이라 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서원이나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어 학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금시당에도 이광진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450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몸통 둘레가 5.1m, 높이는 22m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담장 너머로 밀양강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금시당은 해마다 11월이면 황금빛 단풍잎을 우수수 쏟아내는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가볼 만한 곳 밀양 시내를 관통하는 밀양강은 요즘 노란색 해바라기와 분홍, 빨강, 보랏빛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꽃밭이 여행객을 부른다. 밀양강 주변인 산외면에 있는 기회송림 유원지는 캠핑장으로 인기가 높다. 입구에는 영화 ‘밀양’에서 신도들의 야외집회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유원지에는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숲속에서 향긋한 솔잎향을 맡으며 텐트 치고 야영할 수 있다. 기회송림 유원지 근처에는 밀양 맛집 ‘솔밭만두’가 있다. 숙성된 남해마늘과 표고버섯 육수로 만든 꽃새우만두와 영덕게살수프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인근 ‘솔솔카페’에서 ‘솔잎향 그득 에이드’를 마시면 소나무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경남 양산시 대운산 자연휴양림에 있는 ‘숲애서’는 명상과 요가, 영양관리를 통해 휴식과 산림치유, 건강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숲 치유길은 편도 600m 길이로,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글·사진 밀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연일 저격하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젼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인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인 ‘셀프리지 시네마’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우선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음식으로 영국인들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 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 (Soon Ramyun in Croquette)’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런던의 거의 모든 레스토랑엔 비건 메뉴가 있을 만큼 유럽에서 비건은 보편적인 음식이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채식음식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영국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 세계의 온갖 다양한 문화가 꽃피는 런던에 걸맞는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9년 런던 아시아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면서 런던 시민들이 컵라면과 소주를 시식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는 신라면 시식회 때 셰프에게 자세한 조리법을 묻는 푸드 인플루언서들의 질문이 쏟아져 한국 영화 속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분위기였다. 이날 영국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꼬르동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튼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즈 (Galvin at Windows)’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미슐랭 스타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선정 과정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호텔레스토랑 평가 지표다. 곽호건, 조수진 셰프도 런던에서 일하며 현지 입맛과 한식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요리를 선보여왔다. 농심의 특별 메뉴 개발을 담당한 원주영 헤드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며 “영국인들도 집에서 농심 라면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메뉴는 런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The Cinema at Selfridges)과 대표적인 주거지역에 위치한 치즈윅 시네마(The Chiswick Cinema)에서 영화제 마지막 날인 10월 31일까지 제공된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21~31일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스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파트 관리비, 이동통신, 렌털, 보험, 스쿨뱅킹, 학습지, 넷플릭스, 왓챠, 멜론…. 매달 납부해야 하는 생활요금에 대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 달달할인’(사진) 신용카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월 내야 하는 생활요금을 자동납부로 결제하면 자동납부 연결 건수 및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3만5000원 할인해 주는 신용카드다. 혜택이 적용된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전월 실적에서 제외하는 최근 출시된 할인형 카드들과 달리 ‘삼성카드 달달할인’은 할인 혜택이 적용된 생활요금 결제 금액도 모두 전월 실적에 포함시켜 보다 쉽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점, 주유, 병원·약국 등 생활필수 업종 이용 시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1만5000원까지 5%의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최근 언택트 추세에 맞추어 디지털구독 서비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몰 멤버십 비용을 정기결제로 이용할 경우 최대 5000원까지 5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 달달할인’의 연회비는 국내 전용, 해외 겸용(마스터카드) 모두 2만9000원이다. 할인 항목별 전월 실적 금액에 따른 할인 한도 및 자세한 할인 대상 가맹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원도와 동해시가 주최하는 ‘2021 동해바다 국제 아트 프리비엔날레’가 23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춘천 강원디자인진흥원과 동해시에서 열린다. ‘물결(WAV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국내외 유명 작가 200여 명이 참가해 포스터(동해문화예술회관), 일러스트레이션(연필뮤지엄), 깃발(해랑전망대 주변 야외) 등의 작품을 공개한다. 동해문화관광재단 심규언 이사장은 “2021 동해바다 국제 아트 프리비엔날레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펼쳐지는 동해시로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여행 위주로 관광산업이 재편됐다. 특히 제주도와 강원도 같은 곳에서 공유숙박으로 집을 빌려 잠시 머물거나 살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며 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유숙박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주류’ 여행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한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한국에서 유발된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은 한 해 약 1조37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공유숙박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10조 원에 이른다. 공유숙박이 단순한 민박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유숙박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같은 도시지역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제도 때문이다. 도시지역의 공유숙박은 관광진흥법 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만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마저 끊기자 도심 내 공유숙박 개인사업자들은 2년간 잠정 폐업상태에 몰려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16년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도시지역 ‘공유민박업’ 신설을 추진한 이후 국회에서 총 4회 도심 내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을 위한 발의가 이루어졌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정부에서도 공유경제 활성화, 혁신성장, 관광산업 규제혁신 추진 방안 중 하나로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진전이 없다. 또한 기존 숙박업계(모텔업계 등)의 반발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내국인 공유숙박’의 경우 연간 180일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수년째 유사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광주 대구 인천 울산 대전)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도심 내 공유숙박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의 87.8%는 외국인 입국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도시민박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숙박업이 은퇴자들, 전업주부, 청년층 등 구직이 어려운 개인에게 남는 방 등 유휴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77.4%가 동의했다. 국내 관광객의 활발한 국내여행은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큰 토대가 된다. 실제 일본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836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1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을 부흥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내국인을 위한 국내여행 시장 인프라는 미비한 실정이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 서원석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2.6%가 공유숙박을 원하고 있는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국내 관광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국인도 자유롭게 새로운 국내 여행 트렌드를 형성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을 숙박용으로 제공하는 ‘공유숙박업’으로는 도시 지역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농어촌 지역의 ‘농어촌민박업’, 한옥을 이용하는 ‘한옥체험업’이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는 이름 그대로 외국인에게만 허용되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인 뮌헨은 맥주의 도시, BMW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뮌헨 여행은 마리엔 광장에서 시작된다. 네오고딕 양식 건축물인 뮌헨 신시청사 시계탑 인형춤은 즐거운 볼거리 가운데 하나.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펼치는 공연은 빌헬름 5세 시대 기마전이나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약 10분간 펼쳐지는 인형춤을 보려는 인파로 마리엔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SPC삼립이 대표적인 겨울철 ‘국민간식’으로 손꼽히는 삼립호빵 이미지와 잘 맞는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선정하고, 신제품 23종을 출시했다. SPC삼립은 ‘발효미(米)종 알파’를 개발해 호빵 전 제품에 적용했다. 특허받은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한 ‘발효미종’에 쌀 당화액(쌀과 누룩의 발효로 생성된 당)을 더한 ‘발효미종 알파’로 쌀 특유의 감칠맛과 촉촉한 식감을 더욱 살렸다.삼립호빵은 올해도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제품을 선보인다.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매운맛 호빵이 그중 하나다. 매콤한 고추장과 부드러운 생크림을 더한 ‘로제호빵’, 미국 내슈빌 지역의 핫치킨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알싸한 고추 맛의 ‘내슈빌호빵’, 농심과의 컬래버레이션 일환으로 매콤한 비빔면 소스를 활용한 ‘배홍동호빵’ 등을 출시한다. 제품 패키지에 유재석의 부캐(부캐릭터) 콘셉트를 반영해 재미를 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된 맛을 적용한 호빵도 내놨다. 민초단(민초와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 트렌드에 맞는 ‘민트초코호빵’, 할매 입맛을 반영한 해표 협업 ‘들기름 매콤왕호빵’과 ‘참기름 부추왕호빵’ 등이다. 2000년대 추억의 캐릭터 ‘홀맨’을 활용한 ‘꿀씨앗호빵’, ‘단호박치즈호빵’, ‘구름소다호빵’ 등 레트로 감성을 담은 제품도 출시했다. 이 외에도 최근 집밥·혼밥 문화에 따라 간편하게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식사형 호빵’도 출시했다. 100% 국내산 돼지고기와 양배추를 넣은 ‘한돈고기호빵’, 돼지고기와 부추를 듬뿍 넣은 ‘고기가득만빵’, 한국인들의 소울푸드를 모티브로 만든 ‘찜갈비호빵’, ‘김치제육호빵’, ‘오모리김치만빵’ 등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롯데GRS(대표 차우철)의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가 금천롯데타워 사옥에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특화점에 배송하고 신메뉴를 테스트하는 플래그십&안테나숍 ‘랩(LAB) 1004’를 13일 개장했다. 엔제리너스 ‘랩 1004’는 총 면적 232m²(약 70평)의 규모로 엔제리너스를 상징하는 숫자 1004를 BI(Brand Identity) 및 내부 인테리어에 접목해 독창적이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랩 1004’는 매장의 기존 세일즈 역할과 함께 로스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커피감별사(Q-Grader)가 직접 생두를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인근 매장에 배송하는 거점(HQ) 스토어 역할을 한다. 랩 1004에서 로스팅 후 생산되는 블랜딩 원두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묵직한 보디감, 부드러움이 강조된 엠버 블랜드 △아프리카 대륙 원두를 혼합해 산뜻한 산미와 깔끔한 단맛이 특징인 시트론 블랜드 등 2종이다. 생산된 원두는 ‘랩 1004’ 매장의 에스프레소 메뉴로 선보이며 롯데백화점 동탄점 엘리먼트 매장과 롯데프리미엄아웃렛 타임빌라스 매장의 특화점에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직접 공급한다. 엔제리너스 ‘랩 1004’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유형에 따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존을 구성했다. 핸드드립존은 직원과 고객 사이의 테이블의 경계를 낮춰 커피를 추출하는 브루잉 전 과정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으며 원두별 시향과 시음도 할 수 있다. 또 홈카페 문화 확산에 따라 싱글 오리진 구매 고객을 위해 라이트, 미디엄, 다크 등 세 가지 유형별 원두 그라인딩 서비스도 제공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00% 비대면 디지털로 진행된 ‘2022 S/S 서울패션위크’가 15일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라이브 패션쇼가 진행되지 못했음에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다채로운 패션 필름과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돼 색다른 흥미를 끌었다. 특히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쇼트폼 영상 플랫폼인 ‘틱톡’이 함께하며 크리에이터 라이브, 패션 챌린지 등 다양한 콘텐츠로 생생한 즐길 거리를 더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디지털화’는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부상하는 패션 콘텐츠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들은 유행하는 해시태그로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팔로하는 크리에이터의 스타일을 적극 받아들이고, 개인 계정에 자신만의 패션 팁을 공유한다. 패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플랫폼이 기존의 매스미디어(TV나 잡지 등)에서 소셜 미디어 중심으로 트렌디하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러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쇼트폼 영상 플랫폼 ‘틱톡’의 약진이 눈에 띈다. 틱톡 앱에서 영상 촬영부터 편집, 공유까지 원스톱으로 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천 피드를 통해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영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저의 패션 영상이 추천 피드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의 유저들에게 노출되고, 다른 유저가 영감을 얻은 패션 영상을 만드는 연쇄 작용으로 틱톡 앱 안에서 패션 트렌드가 확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틱톡 크리에이터가 소개한 클래식한 1990년대 디자인의 ‘GAP 후드티’가 #gaphoodie 해시태그(조회수 730만 회)와 함께 바이럴되며 미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전 세계 1020 트렌드로 떠오른 밀레니엄 패션의 해시태그 #Y2Kfashion 조회수는 틱톡에서 2억1000만 회가 넘는다. 해시태그를 통해 패션 스타일을 검색하고,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패션을 공유하는 MZ세대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틱톡의 패션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를 통해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방구석패션쇼(조회수 2890만 회) 등 집에서 즐기는 패션 챌린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크리에이터의 패션 콘텐츠를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챌린지에 동참하며 즐기는 패션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대표적인 패션 챌린지인 #HarryStylesCardigan(조회수 8350만 회)은 지난해 2월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공연에서 입은 JW앤더슨의 알록달록한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이 틱톡에서 화제를 모으며 시작됐다. 틱톡 유저들 사이에 스타일스의 노래를 들으며 뜨개질로 카디건을 만드는 챌린지가 유행하자 JW앤더슨은 해당 카디건의 패턴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유저들이 만든 패션 챌린지가 인기를 얻어 브랜드가 동참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한 틱톡 유저가 구찌 패션을 패러디해 올린 #GucciModelChallange가 유행하자 구찌가 직접 틱톡에서 해당 챌린지를 브랜드 공식 챌린지로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2022 S/S 서울패션위크를 맞아 국내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서울패션위크 참여 브랜드의 쇼룸에서 진행한 두 차례의 라이브는 누적 시청자 수 10만 명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도 열린 틱톡 패션의 달(TikTok Fashion Month) 기간 패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틱톡을 통해 전 세계 유저들과 만났다. 지난해에는 루이비통, 생로랑, JW앤더슨 등의 런웨이가 틱톡에서 생중계됐으며 올해는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유명 브랜드와 함께 스타일링과 뷰티 팁을 전하는 협업 라이브가 화제를 모았다. 틱톡 운영팀 김광민 매니저는 “틱톡은 유저들이 앱 안에서 쇼트폼 영상, 챌린지, 라이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을 보다 생생하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저 스스로도 이러한 기회를 틱톡과 함께 만들도록 상호 소통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무차별 공습으로 파괴됐다. 잿더미 위에 현대건축이 꽃처럼 피어났다. 주사위 같은 사각형 박스 수십 개가 45도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형태의 ‘큐브하우스(Cube House)’는 1층엔 거실과 주방이 있고, 2층엔 2개의 침실과 화장실을 갖춘 아파트다. 큐브하우스 뒤편에 있는 ‘펜슬빌딩’은 연필 모양의 15개 빌딩으로 역시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햇단풍’, ‘햇낙엽’이라는 말이 있다면 어울릴까. 강원 오대산 노인봉 정상 부근에서 만난 단풍은 생기(生氣) 있게 반짝반짝 빛났다. 빨강, 노랑 단풍잎과 낙엽 사이로 고개를 내민 싱싱한 초록잎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심지어 한 이파리 안에서도 초록색과 빨간색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만나는 거무튀튀한 낙엽과는 다른, 마치 꽃이 막 떨어진 것 같은 햇단풍, 햇낙엽이다. 오대산과 설악산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은 이번 주말부터 차츰 전국으로 남하하며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붉은 설악산, 노란 오대산 강원 오대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소금강 계곡은 천하절경의 단풍비경을 자랑한다. 소금강은 1970년에 국가지정 ‘한국명승지 제1호’로 지정된 곳이다. 지난 주말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대산 노인봉 정상∼소금강계곡(총 13km)을 걸었다. 노인봉(해발 1338m)은 진고개 정상 휴게소(960m)에서 차를 세우고 올라가면 1시간 반 정도면 오를 수 있다. 강원 평창군에서 강릉시 연곡면으로 넘어가는 진고개는 옛날에 도로가 포장되기 전에는 비가 오면 고갯길이 온통 진창이 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날도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고개를 넘지 못하고 간간이 비를 뿌렸다. 비에 젖은 갓 떨어진 단풍잎이 더욱 싱그러웠다. 찬 바람이 불면 나무는 잎으로 수분과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과 가지 사이에 ‘떨켜’를 만들고 엽록소 생산을 멈춘다. 단풍은 녹색의 엽록소가 줄어들면서 숨어있던 카로틴과 크산토필, 안토시아닌 등의 다른 색소가 빛을 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카로틴과 크산토필은 노란색 단풍을, 안토시아닌 색소는 붉은색 단풍을 만든다. 설악산과 북한산은 붉은색을 띠는 당단풍 나무가 많고, 오대산은 산 전체가 다양한 활엽수종으로 돼 있어 오렌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은은한 단풍이 대세다. 주차장에서 해발 1338m인 노인봉까지는 길이가 4.1km.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순탄한 코스다. 등산을 시작한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넓은 평야가 나타났다. 과거 화전민들이 살았다는 ‘진고개 고위평탄면’이다. 탁 트인 고원지대에 황금색 초원이 가을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노인봉 정상에 올라가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황병산(1407m)을 비롯한 연봉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노인봉은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의 모습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동해바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내 명승 1호 소금강 계곡 노인봉에서 소금강 계곡까지 총 9.6km 구간은 해발고도 1200m가량을 내려오는 하산길이다. 소금강의 옛 이름은 청학산(靑鶴山). ‘청학’이란 젊음과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빛의 학이다. 상상 속의 새인 청학이 울 때는 천하가 태평하다고 한다. 지리산 청학동처럼, 청학산은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향의 세계다. 청학산이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게 된 것은 율곡 이이 선생(1536∼1584)의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노인봉에서 급경사 구간을 1.7km 정도 내려온 뒤 만나는 낙영폭포부터 소금강 계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광폭포, 백운대, 만물상, 구룡폭포, 식당암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기암괴석과 폭포가 즐비하다. 넓고 평평한 바위가 하얀 구름 모양으로 겹쳐 있는 백운대(白雲臺)를 지나면 물도 많아지고 다양한 형태의 계곡이 펼쳐진다. 우뚝 솟은 바위가 보는 각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만물상(萬物相), 연꽃 모양의 물웅덩이가 있는 연화담(蓮花潭),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폭포(九龍瀑布),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밥을 먹었다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식당암(食堂巖)까지…. 계곡에 놓인 다리를 이리저리 건너며, 구절양장 굽이굽이 선계(仙界)를 구경하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진고개에서 소금강 계곡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총 14km의 여정인 데다, 해발고도 차이도1200m가 넘는 하산길이다.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며 쉽지 않은 돌밭길을 걸어야 하지만 황홀한 가을 풍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금강계곡 입구에서 구룡폭포 구간(3km)까지만 덱길을 왕복하며 절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대산의 가을 단풍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선재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소금강 계곡보다 규모는 작지만 울창한 숲속 길과 계곡을 넘나드는 선재길은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는 단풍 명소다. ○한국 자생식물원에서 만난 작가 조정래 월정사 입구 삼거리에서 진고개 올라가는 초입에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 국내에 살고 있는 자생식물 4500여 종 중 희귀종인 1500여 종을 수집해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요즘 수목원에는 가을꽃이 한창이다. 노오란 산국, 흰색 산구절초, 보라색 해국, 두메부추가 가을 햇살에 활짝 피어 있다. 영락없는 딸기 모양의 산딸나무 열매와 마가목 열매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이 식물원은 김창렬 원장(73)이 1989년부터 한국의 멸종위기 토종식물의 유전자 보호를 위해 꾸며 온 국내 1호 사립식물원. 올해 7월 김 원장은 7만4000여 m² 규모의 부지와 건물 5동, 자생식물까지 모두 2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식물원을 산림청에 기증했다. 자생식물원에는 꽃과 나무뿐 아니라 수많은 야외 조각품과 갤러리가 잘 꾸며져 있고, 북카페 ‘비안’에는 2만 권이 넘는 책이 있어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할 수 있다. 10일 한국자생식물원 북카페에서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소설가 조정래(78)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2년 전부터 오대산 월정사 아래 집필실에서 글을 써 온 조 작가는 한국자생식물원에 5000여 권의 장서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오대산 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투명하고 맑음이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지요. 사시사철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집사람이 자다가 깨서 ‘여보, 지금 비 와?’ 하고 물어요. 그럼 제가 ‘아, 이 사람아, 물 흘러가는 소리야’ 하고 대답하죠. 자연 오케스트라의 교향악이 들리는 이곳은 최고의 힐링 안식처입니다. 평창은 겨울에는 영하 20도 아래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여름에만 6개월씩 강원도민으로 2년째 살고 있어요. 하루에 보통 6000보에서 1만 보씩 걷다 보니 이 늙은 몸과 다리에 새로운 힘이 솟아오릅니다. 제 마지막 작품으로 불교의 사상을 토대로 한 소설을 준비 중인데, 이곳 오대산을 무대로 쓸 예정입니다.” ○가볼 만한 곳 진고개 정상에서 국도 6호선을 타고 강릉 연곡 방면으로 가다가 있는 ‘송천약수’는 탄산과 철분 성분이 많이 함유돼 톡 쏘는 맛과 약간 비린 듯하지만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피부병과 위장병, 소화불량, 숙취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약수터 바로 옆에 물이 흐르는 계곡과 마당바위가 있어 드라이브하는 여행객들의 쉼터가 된다. 월정사 입구에 있는 ‘진고개식당’은 계곡 뷰를 바라보며 곤드레밥을 먹을 수 있다. 더덕구이, 산채나물이 강원도의 향을 느끼게 한다. 글·사진 평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을에도 호텔에서 야외수영을 즐기는 ‘추(秋)캉스’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랜드마크 야외수영장인 ‘어번 아일랜드’를 11월 14일까지 연장 운영해 이색적인 ‘가을 수영’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최고 32∼34도로 유지되는 온수풀은 물론이고 열선 처리된 선베드가 놓인 ‘풀사이드 히팅존’를 갖추고 있어 도심 호텔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늦가을까지 운영을 유지한다. ‘풀사이드 히팅존’은 총 10개의 원적외선 히팅 시스템이 구비된 선베드로 구성돼 있어(객실당 2개 이용) 온몸을 감싸는 온기로 늦가을에도 추위 걱정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당 선베드는 특정 패키지 예약을 통해 체크인 당일 오후 2시 반∼7시, 혹은 체크인 다음 날 오전 9시 반∼오후 2시에 이용할 수 있다. 올봄에 처음 선보인 ‘풀사이드 히팅존’은 남산의 전경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뷰가 입소문을 타면서 봄 시즌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가을을 맞아 다시 개시된 풀사이드 히팅존은 단풍으로 곱게 물든 남산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또한 이번에 소개되는 풀사이드 히팅존은 오후와 오전 시간대별 이용에 어울리는 식음 혜택을 달리 포함해 기존에 선보였던 패키지와 차별화를 두었다. 체크인 당일 오후에 이용하는 히팅존 패키지(프리미엄 어번 아일랜드)에는 ‘어번 시그니처 세트’가 포함돼 있다. 화끈한 불맛으로 유명한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은 신선한 해산물과 고소한 한우 차돌박이를 풍성하게 얹은 메뉴다. 또한 부드러운 순살 프라이드치킨과 매끄러운 목 넘김을 자랑하는 독일 순수 밀 맥주인 ‘베네딕티너’ 생맥주 2잔도 함께 제공된다. 체크인 다음 날 오전에 이용하는 히팅존 패키지(모닝 프리미엄 어번 아일랜드)에는 이른 아침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메뉴인 ‘모닝 세트’가 포함돼 있다. 신선한 채소와 닭고기, 베이컨으로 속을 가득 채운 클럽 샌드위치, 샐러드, 감자튀김과 함께 음료 2잔(커피 혹은 주스)이 함께 제공된다. ○ ‘프리미엄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비즈니스 디럭스 객실 1박 기준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입장(2인) △어번 아일랜드 풀사이드 히팅존(체크인 당일 오후 2시 반∼7시) 이용 혜택(2인) △어번 시그니처 세트(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과 프라이드치킨, 맥주 2잔) △체련장 및 실내 수영장(2인) 혜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월 14일까지 이용 가능. ○‘모닝 프리미엄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비즈니스 디럭스 객실 1박 기준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입장(2인) △어번 아일랜드 풀사이드 히팅존(체크인 다음 날 오전 9시 반∼오후 2시) 이용 혜택(2인) △어번 모닝 세트(클럽 샌드위치, 감자튀김, 샐러드 및 음료 2잔) △레이트 체크아웃 오후 2시 △체련장 및 실내 수영장(2인) 혜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월 13일까지 이용 가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