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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자 수가 출시 1년 만에 3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삼성증권의 중개형 ISA 잔액은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계좌에 ‘고배당주’와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담는 전략으로 절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형’ 4조 돌파하며 큰 폭 성장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중개형 ISA 가입자 수는 306만5938명, 누적 투자금액은 4조41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품 출시 초기인 지난해 2월 말 1만4950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매달 10만∼30만 명씩 불더니 올해 1월에는 73만5424명이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규 투자액도 1월에만 8000억 원 가까이 불어 잔액이 4조 원을 넘어섰다. ISA는 예금, 펀드,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하는 상품이다. 2016년 처음 도입돼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렸지만 정작 국내 주식에는 투자할 수 없어 자산운용 범위,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2월부터 증권사에서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ISA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및 보험사 가입자들이 대거 증권사 계좌로 갈아탔다. 지난해 2월 말 190만 명 정도였던 은행권 ISA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말 10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부터 중개형 ISA에서 발생하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전면 비과세하기로 한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중개형 ISA 잔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한 곳도 나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중개형 ISA 잔액은 1조1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의 중개형 ISA 가입자 수는 85만3655명으로 업계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 고배당주 담으며 장기투자 방향중개형 ISA 투자자들은 배당 이자 등 순소득에 대해 최대 200만 원(서민형은 400만 원)까지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 85만여 계좌를 분석한 결과 주식 잔액 상위 10개 중 4개 종목이 연간 배당수익률 3% 이상인 이른바 고배당주였다. 가장 많이 사들인 KT&G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6.1%였고 POSCO(3위·6.2%), 맥쿼리인프라(5위·5.3%), 제이알글로벌리츠(8위·7.1%) 모두 배당수익률이 5%를 넘었다. 중개형 ISA의 고배당주 비중은 일반 주식 계좌에 비해 뚜렷하게 높았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에서 연간 배당수익률 3% 이상 종목 비중은 15.3%로 일반 주식투자 계좌(4.4%)의 3배 수준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수익률이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종목에 투자가 집중됐다는 건 그만큼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형 ISA를 통한 ETF 투자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증권 중개형 ISA ETF 잔액 상위 종목은 ‘KINDEX 미국S&P500’을 포함해 모두 해외주식형이었다. 김상훈 삼성증권 디지털마케팅담당은 “해외주식형 ETF의 양도차익은 국내주식형과 달리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비과세와 분리과세(200만 원 초과분 9.9%) 혜택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禁輸) 조치를 검토하면서 국제유가가 단숨에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7일(현지 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 초반 18% 급등해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장중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 뛰어 130.50달러까지 올랐다. 두 원유 모두 2008년 7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는 서방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이자 최강의 제재 옵션으로 꼽힌다.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지만 세계 공급량의 11%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틀어막으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와 세계 경제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가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7일 코스피는 2.29% 급락한 2,651.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1800억 원, 96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일본(―2.94%) 홍콩(―3.57%) 중국(―2.17%)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3% 안팎 급락했다.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2.9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227.1원에 마감해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섰다. 러시아가 7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이달 16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상승은 기업 제조원가부터 공공요금까지 전방위 물가를 끌어올린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원유 제재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청이 오면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에 이어 초강력 에너지 제재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물가 급등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에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지고 있다. ○ “국제유가 올해 200달러 갈 수도”7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나란히 14년 만에 장중 130달러를 돌파했다. 60달러대 중후반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역대 최고가였던 2008년 7월의 147달러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차단되면 공급이 500만 배럴 넘게 감소해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150달러를 내다봤던 JP모건은 국제유가 전망치를 185달러로 올렸다. 전 세계 원유, 천연가스 수출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25%에 이른다.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검토하면서 이미 시장에선 공급업체들이 ‘셀프 제재’로 러시아 원유를 사실상 퇴출하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는 원자재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소재인 팔라듐은 이날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장 초반 MWh(메가와트시)당 345유로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이어지며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1조1860억 원)과 기관(―9600억 원)이 2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2.29% 끌어내렸다. 개인이 7개월 만에 최대치인 2조110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락한 코스피 종목은 900개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 유가-환율 동반 급등 부담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 가치는 치솟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도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급등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3월도 되지 않아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가장 직접적 타격을 입는 곳은 정유·화학업계다. 지난해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전체 수입량의 4.7%를 러시아에서 사왔다. GS칼텍스의 러시아산 비중은 9.3%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5월부터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2, 3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비축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고 대체 수입처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자, 자동차업체들은 유가 급등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이 끼칠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부담”이라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와 수출 통제에 이어 초강력 에너지 제재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물가 급등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에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지고 있다. ● “국제유가 올해 200달러 갈 수도”7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나란히 14년 만에 장중 130달러를 돌파했다. 60달러대 중후반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역대 최고가였던 2008년 7월의 147달러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차단되면 공급이 500만 배럴 넘게 감소해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150달러를 내다봤던 JP모건은 국제유가 전망치를 185달러로 올렸다. 전 세계 원유, 천연가스 수출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25%에 이른다.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검토하면서 이미 시장에선 공급업체들이 ‘셀프 제재’로 러시아 원유를 사실상 퇴출하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는 원자재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소재인 팔라듐은 이날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천연가스 4월물도 2% 가까이 올라 이달 들어서만 15% 이상 급등했다.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이어지며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1조1860억 원)과 기관(―9600억 원)은 2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2.29% 끌어내렸다. 개인이 7개월 만에 최대치인 2조110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락한 코스피 종목은 900개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았다. ● 유가-환율 동반 급등 부담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 가치는 치솟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도 1년 9개월 만에 1220원을 넘어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폭등하는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급등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3월도 되지 않아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다. 가장 직접적 타격을 입는 곳은 정유·화학업계다. 지난해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전체 수입량의 4.7%를 러시아에서 사왔다. GS칼텍스의 러시아산 비중은 9.3%다. 정유업체들은 유가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5월부터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2, 3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비축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고 대체 수입처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자, 자동차업체들은 유가 급등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이 끼칠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부담”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2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크게 올랐고 외식 등 다른 물가도 상승세다. 글로벌 공급망 경색 속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도 자극받고 있어 물가 상승 압박은 계속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전방위적 물가 상승세 지속통계청이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2012년 2월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뒤 약 10년 만이다. 브렌트유가 3일(현지 시간) 배럴당 110.46달러로 2014년 7월 이후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게 주원인이다. 석유류가 19.4%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자극했다. 휘발유가 전년 대비 16.5% 오른 것을 비롯해 경유(21.0%), 등유(31.2%),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3.8%) 등이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3일 보고서에서 “올해 내내 러시아산 물량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아직 직접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의 약 70%가 구매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가 불안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외식 부문은 6.2% 올라 2008년 12월(6.4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공요금은 2.9% 올랐고 보험서비스료(13.4%), 공동주택 관리비(6.2%) 등을 합친 개인서비스 물가도 4.3%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 영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 유가-환율 동반 상승에 물가 불안 장기화물가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큰 요인은 환율이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수입 비중이 높은 농축수산물, 에너지, 원자재 등의 원화 환산 가격이 덩달아 오른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병목,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 품목들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격을 받아 물가 불안이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물가 고공행진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이날 5년여 만에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최근 물가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해서다. 하지만 악화되는 글로벌 정세 때문에 자극받은 물가를 정부 대책으로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올해 4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기름값이 더 오르면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에너지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제3국 수입 등 대체물량 도입을 추진하고 필요 시 석유공사가 해외 생산하는 원유 3000만 배럴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3일(현지 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세계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언급하며 “최소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실은 에너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은 상당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단기간에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 형태로 미국 경제를 관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우리가 염두에 뒀던 노선대로 가는 게 적절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행 중임에도 이달 중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만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회의에서 금리를 더 많이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이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연준이 이달 0.50%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 월가 일각은 안도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긴축 경계감이 커졌다. 연준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15, 16일 열린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금리를 현행 0.00∼0.25%로 낮춘 뒤 정확히 2년 만에 ‘제로(0) 금리’를 벗어나게 된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6원 뛴(원화 가치는 하락) 1214.2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210원을 넘어선 건 1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2%(33.65포인트) 내린 2,713.43으로 장을 마쳤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 3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경기 회복세에 힘입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물가가 오른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02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7.0% 늘었다.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대에 진입한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년 연속 뒷걸음쳤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면서 3년 만에 반등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 10위 경제 강국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경제 성장보다 환율과 물가 요인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실질 GNI는 경제성장률(4.0%)보다 낮은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GNI 증가분을 요인별로 보면 경제 성장이 1272달러, 환율 하락이 1061달러, 물가 상승이 762달러 기여했다”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경기 회복세와 원화 강세 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4.0%를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2020년(3만1881달러)에 비해 1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02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7.0% 늘었다. 한국이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처음으로 3만 달러대에 진입한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1881달러) 2년 연속 뒷걸음쳤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하락하면서(원화 가치는 상승)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4.0%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았다. 지난해 1~4분기 내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한 덕분에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은 보였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1.2%로 속보치(1.1%)보다 높아졌다. 부문별로는 수출이 반도체·석탄·석유 제품 중심으로 5.0%, 수입은 원유·화학제품 등 위주로 4.8% 늘었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가 줄었지만 숙박음식·오락문화 등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 소비가 늘면서 1.6% 증가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3% 확대됐고, 건설투자도 2.9%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다만 국민의 평균 소득 수준을 드러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실질 GDP 성장률(4.0%)보다 낮은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교역 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한은의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1년 만에 3만 달러를 돌파한 후 4년 만에 3만5000달러도 넘어선 것”이라며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코로나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자평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들의 환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40% 넘게 폭락한 가운데 1600억 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묶이게 돼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 주식형펀드 중 러시아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9개이며 설정액은 1628억 원에 이른다.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3%로, 올 들어서만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났다. 전쟁이 발발한 24일 러시아 증시가 39% 이상 폭락하는 등 현지 증시가 고꾸라진 탓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증시가 문을 닫은 데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자산 회수를 제한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무기한 중단하고 나섰다. 규모가 가장 큰 ‘한화러시아’(590억 원)를 운용하는 한화자산운용은 2일 해당 펀드의 신규 설정과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펀드의 러시아 주식 투자 비중은 56.6%로, 지난달 28일 신청분부터 환매 중단이 적용된다.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이날 러시아 펀드의 환매 중지를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은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펀드 환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러시아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 5곳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설정액 기준 1183억 원의 투자금이 당장 묶였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당사 펀드가 투자한 러시아 주식의 90%가 영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아직 환매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영국에서 러시아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 펀드 환매도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주식 ETF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 ETF의 괴리율(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이 30%를 넘자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이날 이 ETF는 16.68% 급락했다. 여기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지수에서 제외되면 대규모 자금 이탈로 러시아 증시와 관련 펀드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러 수출대금 못받으면 어쩌나” 비상 한국 은행들도 일제히 러 금융기관과 거래 중단일부는 전직원 무급휴가도 검토유학생들도 생활비 못받아 애로러시아 유학생 아들을 둔 A 씨는 지난달 28일 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러시아 현지 스베르방크 계좌로 아들의 생활비를 보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A 씨는 “오늘부터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은행으로 송금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2일부터 국내에서도 러시아 주요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러시아 현지와 수출입 대금과 유학비 등을 주고받아야 하는 기업과 개인들은 송금 길이 막혀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금융 제재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재 대상인 7개 러시아 은행별로 거래 중단 시기를 다르게 정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 대부분은 당장 2일부터 제재 대상인 러시아 7개 은행과의 거래를 일제히 중단했다. 5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은행은 제재가 유예된 현지 5개 은행에 대해서도 거래를 중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제적으로 모든 제재 대상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며 “개인 송금과 기업 간 신규 거래는 할 수 없고 기존 계약만 유예기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과 금융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 친척이 있는 B 씨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송금까지 갑자기 막히니 걱정이 크다”며 “가상자산을 보내거나 교민들을 통해 암암리에 돈을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화장품을 수출하는 C사는 수출대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전 직원 무급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부산 중소기업 D사도 수출대금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선박으로 수출한 수산물이 다음 달 초 러시아에 도착해도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8일까지 금융감독원 비상금융애로센터 등에 접수된 러시아 수출통제, 무역투자, 금융제재 관련 기업 애로사항은 총 374건이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발 긴축 공포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세계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내 증시는 최근 두 달 새 10% 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162조 원 넘게 증발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6% 오른 2,676.76에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2,640대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한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2,977.65)과 비교하면 10.10%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작년 말 2203조3665억 원에서 2103조9633억 원으로 100조 원 가까이 사라졌다. 기술·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하락세가 더 가팔랐다. 지난해 말(1,033.98) ‘천스닥’에서 15.57% 급락해 25일 현재 872.98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시장 시총도 446조2970억 원에서 383조2338억 원으로 63조 원 넘게 줄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총은 두 달 새 162조4664억 원 사라졌다.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시총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추락했다.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25일 현재 7만1900원으로 지난해 말(7만8300원)보다 8.17%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상장과 동시에 시총 2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은 42만 원으로 한 달 새 16.83% 급락했다. 네이버(―16.91%) 카카오(―16.09%) 등도 올 들어 16% 이상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초중반까지 증시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며 “코스피가 2,600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면서 2년간 대외채무가 1500억 달러(약 179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대외채무는 사상 처음 6000억 달러(약 715조 원)를 돌파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대외채무는 6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외채무는 1년 전보다 836억 달러 늘었는데 단기외채와 장기외채가 전년 말보다 각각 69억 달러, 767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채무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추경 등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원화채권을 많이 사들이면서 정부의 부채성증권이 1년 전보다 234억 달러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채 증가의 주요 원인은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국내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장기외채가 늘어난 것”이라며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금이 역대 최대로 유입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채성증권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 부채성증권의 증가 규모는 2020년(282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6년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일반 정부는 물론 중앙은행(197억 달러), 예금취급기관(191억 달러), 기타부문(219억 달러) 등 모든 부문에서 대외채무가 증가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채건전성은 개선됐다. 외채건전성을 보여주는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6.4%로 같은 기간 2.8%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말 단기외채 비율은 78.4%였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장기채권은 천천히 빠지고 단기채권은 빠르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외채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건전성 측면에서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대외채권도 1년 전보다 502억 달러 증가한 1조77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449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34억 달러 줄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발 긴축 우려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에 몰리고 있다. 미국 배당주를 찾는 서학개미들이 늘고 있고 덩달아 미국 배당주 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주주환원정책이 가장 잘 발달된 국가로 평가된다. 최근 10년간 미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기업의 순이익 중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쓴 돈)은 90%에 육박한다. 한국은 30% 수준이다. 12월에 배당이 몰린 국내 배당주와 달리 미국은 대부분 분기 배당을 지급하고 월 배당도 있다. 배당주 투자는 배당수익률뿐 아니라 실정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 특히 표면적 배당률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 고배당주 중에는 이익의 질과 성장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적지 않고,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배당수익률만 높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천하는 미국 배당주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한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로 25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미국 기업에 투자한다. 이 상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배당귀족지수 수익률 추종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 펀드다. S&P 배당귀족지수는 S&P500지수에 속한 시가총액이 30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배당이 25년 연속 증가했고 3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500만 달러를 넘는 종목을 추린 지수다. 펀드를 운용하는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퀀트운용팀장은 “미국 배당주는 지급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재투자를 통한 자본수익, 즉 투자수익률의 복리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 A등급 이상 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높고 주가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에서 하락 방어력이 높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 기업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수한 대표기업에 분산투자하고 중장기적으로 배당수익률과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수익률을 함께 얻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펀드는 환헤지를 하는 ‘H형’과 하지 않는 ‘UH형’, 미국달러화로 투자하는 ‘USD형’이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부터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동성 파티’가 끝난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센 데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위협까지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몸을 실었던 투자자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금리인상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 투자 피신처를 찾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특정 자산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주식처럼 쉽고 빠르게 사고팔 수 있으면서 펀드처럼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과거 금리인상기에 강세를 보였던 자산들에 주목하고 있다. “중남미 에너지 금 리츠 유망”최근 전 세계는 급격한 물가 상승 압력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5%로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1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6%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가는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 압력이 동반된 금리 인상기는 2004∼2006년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당시 가장 양호한 성과를 나타낸 국가·권역 ETF는 중남미였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주 수출 품목으로 하는 중남미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했다. 국제유가와 함께 물가가 급등하며 에너지와 금 ETF도 좋은 성과를 보였다. 금리인상기에 이자 비용을 임대료에 전가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도 강세를 나타냈다. 고공행진하는 브라질 ETF실제로 올해 약세장 속에 브라질 ETF의 성과가 돋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던 브라질 ETF는 올해 펄펄 날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브라질 ETF는 11일 기준 연초 대비 15.9% 올라 주요 지역별 ETF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브라질의 주요 철광석, 석유 기업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책으로 브라질 증시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레(14.8%)와 페루(14.4%) 등 중남미 지역 ETF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 원 이상) 중에서도 브라질 펀드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펀드는 16일 기준 연초 이후 13.93% 올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8.86% 하락했다.전쟁 위기에 치솟는 에너지와 금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짙어질수록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80달러 선 수준이던 유가는 이달 들어 90달러를 훌쩍 넘었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세를 타고 에너지 ETF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가운데 엑손모빌·셰브런 등 미국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가 연초 이후 21일까지 20.31% 올라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선물 ETF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USO)’도 연초 이후 18% 넘게 뛰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8일 기준 금 시세는 g당 7만2430원으로 2020년 9월 21일(7만2760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6만8950원)과 비교하면 5%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KINDEX KRX금현물’ ETF는 4.71%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해 금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2000달러에서 2150달러로 올려 잡았다. 현재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00달러 수준이다. 미카일 스프로기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쳐 금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며 “금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소식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코스피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증시는 1%대 하락세를 보였고 국제유가와 금값은 급등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세가 계속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긴장이 장기화되거나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하루 만에 한국 증시에서 29조 원 증발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5%(37.01포인트) 내린 2,706.79에 마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을 파병했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하루 새 29조 원이 증발했다. 투자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50억 원, 382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3%(16.14포인트) 내린 868.11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71% 떨어졌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표 종목과 유럽 관련주의 하락 폭이 컸다. 홍콩 H지수는 2.19%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6%)와 대만 자취안지수(―1.38%)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대표 지수인 모엑스는 10.5% 급락하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은 치솟고 있다. 이날 오후 3시(한국 시간) 기준 영국 런던ICE 선물시장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03% 오른 배럴당 97.33달러에 거래되며 100달러 선에 육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값도 이틀 연속 상승했다. 거래소 금시장에서 이날 금 시세는 g당 7만2990원으로 마감해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금융당국 24시간 비상체계 가동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를 수출하는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린다. 전쟁 상황에 따라 수출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분간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며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폭풍전야가 아닌 폭풍 속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국제사회가 전쟁 가능성을 예상했기 때문에 위험도 일부가 금융시장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통화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응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 불확실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성장, 물가 등 실물경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21일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가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언하며 ‘기축통화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의 차이를 아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번 논쟁은 기축통화로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기축통화란 세계 여러 국가가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때 쓰는 주된 통화를 뜻한다. 한국은행이 200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축통화국은 △세계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경제력 △환율 안정성 △폭넓은 교환성 △고도로 발전된 금융시장이라는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이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란 제목의 이 자료에서 ‘기축통화’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준’으로 판단했다. SDR에 포함된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설명한 것이다. 또 기축통화에 원화가 편입될 수 있는 근거로 한국 경제의 위상, 수출 규모 등 5가지 근거를 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경련은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경제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SDR 편입 희망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SDR를 기축통화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안화가 SDR에 포함돼도 국제시장에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미흡해 기축통화에 들지 못하는 것처럼 (SDR와 기축통화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금융시장과 학계에서는 한국이 단기간에 기축통화국이 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1월 원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0.2%에도 미치지 못해 세계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북한 문제로 안보 위험이 크고 외환 규제가 많아 국제금융허브 역할도 못한다”고 지적했다.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소식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코스피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증시는 1%대 하락세를 보였고 국제유가와 금값은 급등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세가 계속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긴장이 장기화되거나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 하루 만에 한국 증시에서 29조 원 증발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5%(37.01포인트) 내린 2,706.79에 마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을 파병했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하루 새 29조 원이 증발했다. 투자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50억 원, 3826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3%(16.14포인트) 내린 868.11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71% 떨어졌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표 종목과 유럽 관련주의 하락 폭이 컸다. 홍콩 H지수는 2.19%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6%)와 대만 자취안지수(―1.38%)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표지수인 모엑스는 10.5% 급락하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은 치솟고 있다.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영국 런던ICE 선물시장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03% 오른 배럴당 97.33달러에 거래되며 100달러 선에 육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틀 연속 상승했다. 거래소 금시장에서 이날 금 시세는 g당 7만2990원으로 마감해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금융당국 24시간 비상체계 가동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를 수출하는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린다. 전쟁 상황에 따라 수출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분간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며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폭풍전야가 아닌 폭풍 속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국제사회가 전쟁 가능성을 예상했기 때문에 위험도 일부가 금융시장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 통화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응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 불확실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성장, 물가 등 실물경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올해 들어 연이은 기업들의 횡령 소식에 ‘개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이 200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수백억 원대의 횡령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횡령·배임 사건이 보고되면 해당 기업의 주식 거래는 즉시 정지된다. 소액주주들은 투자금이 꼼짝없이 묶인 채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거래소의 심사가 길어지면 주식 매매 정지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소액주주들의 몫이다. 기업들의 내부 통제를 강화할 제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내부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오스템임플란트, 세영디앤씨, 계양전기, 휴센텍 등 4곳이다. 4개 상장사의 소액주주 수는 약 5만8000명으로, 거래 정지된 주가를 기준으로 이들의 투자금은 1조2674억 원이 넘는다. 국내 기업들의 ‘내부 횡령’에 따른 거래 정지로 투자금이 묶인 소액주주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 명이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을 포함하면 해당 소액주주 수는 28만7860명이다. 이들의 투자금은 2조1028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횡령에 따른 주식 거래 정지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횡령·배임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는 33곳으로, 전년(31곳)보다 소폭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 공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횡령 사실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2016년 8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 11곳으로 늘었다. 2019년(23곳)부터 3년 연속 20곳을 넘었다. 올해 횡령·배임을 공시한 기업들의 혐의 금액도 각각 100억 원이 넘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액은 2215억 원이었다. 세영디앤씨의 배임액은 130억 원으로 확인됐다. 계양전기(코스피)와 휴센텍의 횡령액도 각각 245억 원, 259억1000만 원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이후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21일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삼정KPMG가 발간한 ‘감사위원회 저널 20호’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부적정’ 의견을 낸 감사보고서 가운데 ‘자금통제 미비’로 인한 비율은 2020년 12.4%(19곳)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같은 이유로 부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같은 해 0.3%(1곳)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기업들의 감사 의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상장사들의 일탈을 언급하며 “회계개혁의 내실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면서도 “중소기업에 회계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감사 부담을 덜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있지만 관련 처벌이나 제재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내부 통제에 소홀한 기업에 인적·물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 수준을 높여 설계·운영의 효과성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더라도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는 허상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올해 들어 연이은 기업들의 횡령 소식에 ‘개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내 임플란트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이 20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횡령‧배임 사건이 보고되면 해당 기업의 주식 거래는 즉시 정지된다. 소액 주주들은 투자금을 꼼짝없이 묶인 채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거래소의 심사가 길어지면 주식 매매 정지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소액 주주들의 몫이다. 기업들의 내부통제를 강화할 제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상장사 4곳 ‘내부 횡령’으로 거래 정지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내부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오스템임플란트 세영디엔씨 계양전기 휴센텍 등 4개사다. 4개 상장사의 소액주주 수는 약 5만8000명으로 거래 정지된 주가를 기준으로 이들의 투자금은 1조2674억 원이 넘는다. 국내 기업들의 ‘내부 횡령’에 따른 거래 정지로 투자금이 묶인 소액 주주는 적게 잡아도 수십만 명이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을 포함하면 해당 소액 주주 수는 28만7860명이다. 이들의 투자금은 2조1038억에 달한다. 문제는 횡령에 따른 주식 거래 정지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횡령·배임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는 33곳으로, 전년(31곳)보다 소폭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 공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횡령 사실을 공시한 코스닥사는 2016년 8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 11곳으로 늘었다. 2019년(23곳)부터 3년 연속 20곳을 넘었다. 올해 횡령‧배임을 공시한 기업들의 혐의 금액도 각각 100억 원이 넘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액은 2215억 원이었다. 세영디엔씨의 배임액은 130억 원으로 확인됐다. 계양전기(코스피)와 휴센텍의 횡령액도 각각 245억 원, 259억1000만 원이었다. “내부통제 강화 위해 인적‧물적 제재 강화해야”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이후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21일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삼정KPMG가 발간한 ‘감사위원회 저널 20호’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적정’ 의견을 낸 감사보고서 가운데 ‘자금통제 미비’로 인한 비율이 2020년 12.4%(19곳)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은 같은 이유로 부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같은 해 0.3%(1곳)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기업들의 감사 의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회계업계·유관기관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 회계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부담을 덜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있지만 관련 처벌이나 제재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내부 통제에 소홀한 기업에 인적‧물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 수준을 높여 설계‧운영의 효과성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더라도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는 허상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파산했다. 금융당국이 2020년 12월 라임운용의 등록을 취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17일 라임운용에 파산을 선고했다.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라임운용 재산 처분권을 갖는다. 채권자는 4월 2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다. 채권자 집회는 5월 19일 열린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라임운용 부채가 자산보다 지나치게 많아 변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라임운용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활용해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발생했다. 이후 2019년 7월 부실관리 의혹이 불거졌고 라임운용 펀드 173개가 상환되거나 환매가 연기되면서 1조7000억 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해 행방이 묘연하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펀드 환대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파산했다. 금융당국이 2020년 12월 라임운용의 등록을 취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17일 라임운용에 파산을 선고했다.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을 맡아 라임운용 재산 처분권을 갖는다. 채권자는 4월 2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다. 채권자 집회는 5월 19일 열린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라임운용 부채가 자산보다 지나치게 많아 변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라임운용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활용해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발생했다. 이후 2019년 7월 부실관리 의혹이 불거졌고 라임운용 펀드 173개가 상환되거나 환매가 연기되면서 1조7000억 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운용 자산 규모로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였던 라임운용은 설립 8년여 만인 2020년 12월 등록이 취소됐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해 행방이 묘연하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