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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남북협력 사업의 대북 제재 면제를 조율하는 워킹그룹 종료 여부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는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중이던 22일 “워킹그룹 종료에 한미가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 미 국무부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것. 우리 정부가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기 위해 북한이 극렬 반발해온 워킹그룹의 종료를 부각한 데 반해, 미국은 ‘워킹그룹’이라는 이름만 사용하지 않을 뿐 남북 협력 사업이 제재를 넘어 지나치게 속도를 내는 걸 막는 기능은 유지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terminate)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협의와 조율은 대북정책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핵심 부분”이라면서 “우리는 이 관여를 계속할 것이고 확실히 여기서 끝나지는(ending)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외교적 메커니즘에 어떤 이름을 붙이건 간에 대북정책 시행에 있어 한국과 긴밀한 조율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김 대표 역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한미 워킹그룹 ‘종료(termination)’라는 표현을 쓰자 ‘재조정(readjustment)’이라고 바로잡았다. 워킹그룹 폐지를 둘러싸고 양국이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대북 제재에 대한 시각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임기 말 제재 대상이 아닌 인도적 협력뿐 아니라 제재 저촉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경제 협력까지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방한 중인 김 대표를 만나 대북 제재 면제가 필요한 금강산 방문까지 한미가 협력하자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불러오기 위해 대북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요청으로 미국이 워킹그룹이란 이름을 쓰지 않도록 합의한 것뿐이지 대북 제재 면제를 위한 절차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이 합의한 영어 표현은 ‘종료(conclude)’로 지금까지 해온 워킹그룹을 종료하고 새로운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는 의미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조정(readjustment)에 더 가까운 표현”이라면서 양국 간 견해차가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자국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문제 삼아 이란의 국영 TV매체 웹사이트를 포함한 36곳의 도메인을 압류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고 이란과 서방국가들 간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중단된 직후 나온 조치다. 미 법무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이란이슬람라디오(IIR)와 텔레비전 유니언(IRTVU)이 소유한 33개 웹사이트와 카타입헤즈볼라(KH)가 운영하는 3개 웹사이트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압류했다(seize)”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란 정부의 일부인 이 기관들은 언론사나 뉴스 기관으로 위장해 미국을 겨냥한 허위정보 (유포) 캠페인을 벌였다”고 압류 이유를 설명했다. IRTVU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소유 혹은 통제해왔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이다. KH는 2009년부터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미 국무부의 해외테러단체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다. 이 조치로 접속이 봉쇄된 웹사이트에는 이란 국영TV의 영어서비스 부문인 프레스TV와 아랍어 채널인 알알람 등도 포함됐다. 프레스TV는 이슬람 지도자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달하면서 미국 영국 등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이 매체들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에 영어로 “이 웹사이트의 도메인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연방수사국(FBI) 등의 법 집행 일부로서 압류 영장에 따라 미 정부에 압류됐다”는 문구와 함께 FBI와 BIS의 로고가 뜬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IRTVU가 사용해온 33개 도메인은 미국 기업 소유이고 이 도메인들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이용돼 왔다.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IRTVU 등의 기관은 OFAC의 허가 없이는 미국에서 웹사이트와 도메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독자를 대상으로 정치적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이용하는 사이트 92개를 압수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반미(反美)를 외쳐온 라이시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이란 압박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핵합의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라이시는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은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 언론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파르스통신은 지난해 1월 미국 정부 제재 대상으로 등록되면서 ‘닷컴(.com)’ 도메인이 압류된 바 있다. 이후 이란 국가 도메인(.ir)으로 전환해 뉴스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미국이 자국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문제삼아 이란의 국영 TV매체 웹사이트를 포함한 36곳의 도메인을 압류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고 이란과 서방국가들 간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중단된 직후 나온 조치다. 미 법무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이란이슬람라디오(IIR)와 텔레비전 유니언(IRTVU)이 소유한 33개 웹사이트와 카타이브헤즈볼라(KH)가 운영하는 3개 웹사이트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압류했다(seize)”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란 정부의 일부인 이들 기관은 언론사나 뉴스 기관으로 위장해 미국을 겨냥한 허위정보 (유포) 캠페인을 벌였다”고 압류 이유를 설명했다. IRTVU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소유 혹은 통제해왔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이다. KH는 2009년부터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미 국무부의 해외테러단체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다. 이 조치로 접속이 봉쇄된 웹사이트에는 이란 국영TV의 영어서비스 부문인 프레스TV와 아랍어 채널인 알알람 등도 포함됐다. 프레스TV는 이슬람 지도자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달하면서 미국 영국 등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이들 매체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에 영어로 “이 웹사이트의 도메인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연방수사국(FBI) 등의 법 집행 일부로서 압류 영장에 따라 미 정부에 압류됐다”는 문구와 함께 FBI와 BIS의 로고가 뜬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IRTVU가 사용해온 33개 도메인은 미국 기업 소유이고 이들 도메인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이용돼 왔다.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IRTVU 등의 기관은 OFAC의 허가 없이는 미국에서 웹사이트와 도메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독자를 대상으로 정치적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이용하는 사이트 92개를 압수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반미(反美)를 외쳐온 라이시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이란 압박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핵합의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라이시는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은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 언론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파르스통신은 지난해 1월 미국 정부 제대 대상으로 등록되면서 ‘닷컴(.com)’ 도메인이 압류된 바 있다. 이후 이란 국가 도메인(.ir)로 전환해 뉴스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미국 백악관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대통령 당선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21일 밝혔다. 세계 패권국 미국 대통령의 이란 측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임을 상기시키며, 이란의 대통령 당선자 에브라힘 라이시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한 발언을 맞받아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라이시 당선자의 발언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란의 의사 결정권자는 최고지도자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이라며 “이는 선거 전에도,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이기 때문에 이란에서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취지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이란과 외교적 관계가 없고 지도자급 수준에서 만날 어떤 계획도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변한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서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설명과 함께 이란의 대통령 교체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강경 보수파인 라이시는 대통령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라이시가 당선된 지 하루 만에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사키 대변인은 그동안 이란과 6차례 협상이 끝났고 7번째 협상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협상팀들이 본국과의 협의를 위해 돌아가 있고 이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해외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을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쓰인 관타나모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신문사 기자인 야스민 아부탈렙과 데이미언 팔레타는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대유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란 제목의 책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29일 출간되는 이 책에서 두 기자는 백악관 고위 참모와 정부 보건 책임자 등 180명 이상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실정과 좌충우돌식 코로나19 대응을 폭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당시 외국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을 자국에 데려올지에 대한 회의를 하던 도중 참모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섬이 있지 않으냐”며 “관타나모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우리는 상품을 수입하지, 바이러스를 수입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쿠바의 관타나모는 9·11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했던 수용소가 있는 곳. 수감자들을 가혹하게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며 한때 미국 인권침해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던 곳이다. 트럼프의 제안에 경악한 참모들은 트럼프가 이를 두 번째로 언급했을 때 반발 여론을 우려해 재빨리 그 생각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트럼프는 연방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죽겠다. 검사 때문에 대선에서 질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어떤 멍청이가 연방정부에 검사하도록 시켰느냐”며 코로나19 책임이 정부로 넘어오면서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질책했다. 고함 소리가 너무 커서 백악관 참모들은 전화 밖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을 언급하며 “재러드를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닷새 전 쿠슈너 고문이 민간 분야 도움을 받아 미국의 검사 전략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해외에서 이에 감염된 미국인들을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쓰였던 관타나모 만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자사 기자인 야스민 아부탈렙과 데이미언 팔레타는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대유행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란 책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이달 29일 출간되는 이 책에서 두 기자는 백악관 고위 참모와 정부 보건 책임자 등 180명 이상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실정과 좌충우돌식 코로나19 대응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2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당시 외국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을 자국에 데려올지 여부에 대한 회의를 하던 도중 참모들에게 “우리가 소유한 섬이 있지 않으냐”며 “관타나모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우리는 상품을 수입하지 바이러스를 수입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쿠바의 관타나모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했던 수용소가 있는 곳이다. 가혹한 수감자 대우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며 한 때 미국 인권침해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던 장소다. 트럼프의 제안에 경악한 참모들은 트럼프가 이를 두 번째로 언급했을 때 반발 여론을 우려해 재빨리 그 생각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트럼프는 연방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화에서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죽겠다. 검사 때문에 대선에서 질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어떤 멍청이가 연방정부에 검사하도록 시켰느냐”며 코로나19 책임이 정부로 넘어오면서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질책했다. 고함 소리가 너무 켜서 백악관 참모들은 전화 밖으로 터져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언급하며 “음, 재러드를 말씀하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쿠슈너 고문이 통화 닷새 전 민간 분야 도움을 받아 미국의 검사 전략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져서 문제가 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탔던 14명의 미국인 감염자들을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허용한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의 해고를 요구했다. 대선 전 백신이 승인될 수 있게 서두르라는 지시를 거부한 스티븐 한 당시 식품의약국(FDA) 국장에 대한 교체도 추진했으나 해당 부처가 버티면서 끝내 해고는 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참모들도 아랫사람들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코로나19 대응을 닥달했다. 쿠슈너는 6억 개의 마스크를 계획했던 시기 내에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무자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욕설과 함께 벽에 펜을 집어던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백악관은 21일(현지 시간) 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새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이란 측 상대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임을 상기시키며 이란의 대통령 당선인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한 발언을 맞받아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라이시 당선자의 발언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란의 결정권자는 최고지도자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이라며 “이는 선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이기 때문에 이란의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는 취지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이란과 외교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지도자급 수준에서 만날 어떤 계획도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변한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서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설명과 함께 이란의 대통령 교체가 핵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강경 보수파인 라이시는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라이시가 당선된 지 하루 만에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사키 대변인은 이란과 현재까지 6차례 협상이 끝났고 7번째 협상 일정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면서 “협상팀들이 본국과의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돌아가 있고 이 협상이 어떻게 풀려갈지를 지켜보고자 한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성김 “北에 조건없는 대화 제안… 긍정 반응 희망”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서 첫 공개“곧 답변 기대” 여러 차례 강조… 방한기간 판문점 접촉 여부 관심 한국을 방문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사진)가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북특별대표로서 처음 방한해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사실을 처음 공개하면서 호응을 촉구한 것이다. “곧 긍정적인 답을 얻기를 희망한다”고도 여러 차례 강조해 김 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23일까지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첫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해나가는 정밀하고 실용적인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는 “우리는 평양으로부터 대화 제안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언급이 우리가 조만간 긍정적인 답을 들을 것임을 의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과 협상을 전담하는 김 대표가 협상 재개의 공을 북한에 넘긴 것. 김 대표는 이날 북-미 대화를 위해 판문점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18일 폐회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다만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여러 차례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에 다시 공넘긴 美 “‘좋다, 협상하자’는 분명한 신호 기다려” 북-미 모두 대화 재개에 열려 있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 4개월 동안 멈춰 있던 북-미 대화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것은 방한 기간 동안에라도 북한이 답을 주면 바로 만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대표는 한미, 한미일 간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과 한미 협의 이후 약식 기자회견 등 공개된 세 번의 발언에서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준비 관련 언급을 주목했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곧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같은 대화 재개 조건을 내걸지 말라며 공을 북한으로 넘긴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0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이 방향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좋다, 해보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해 보자는 분명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방한한 시점에 나온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에 당 전원회의 발언이나 담화문 같은 형식의 간접 메시지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대화에 나와 북한의 의도와 생각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밝히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날 처음으로 열린 한미,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각각 45분, 1시간씩 이어가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때 직접 제기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요구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미 협의에서 “우리는 대화와 대결을 거론한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화와 대결) 어느 쪽이든 준비돼 있다”고 했다. 특히 한미일 협의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에(대북제재) 동참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회담에서는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3자 협력을 강조한 한미일 회담에서는 대북 제재 유지도 강조하면서 제재의 구멍으로 의심받는 중국과 러시아에 철저한 이행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 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진정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북-미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해 미국이 20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패키지 제재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강경조치다. 이에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미-러 관계는 회담을 갖자마자 다시 삐거덕거릴 조짐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해 “이 사안에 적용할 또 다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정확한 (제재) 대상을 정하는 대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화학무기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관련된 러시아 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 연결 사업이다. 그는 “러시아의 해로운 행위에 대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격이든, 대선 개입이든, 나발니 문제든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런 행위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 행정명령을 내린 사실도 상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3월 나발니의 독살 시도에 개입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 러시아 고위 인사 7명과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고 했지만 나흘 만에 미국이 다시 제재 방침을 꺼내 든 것이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앵커가 ‘백악관이 제재를 부과할 시한을 놓쳤다는 의회의 비판이 나온다’며 추가 대응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생)화학 무기 통제 및 제거법’에 따른 러시아 제재 연장 시한(6월 초)을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푸틴 대통령이 독살에 대해 후회하는 빛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도 성과가 없었다는 폄하 혹은 푸틴 대통령의 반인권 정책에 정당성만 부여해줬다는 일부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줬다”고 비난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아예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회담 직후 뒤통수를 치는 듯한 미국의 움직임에 러시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회담 후에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신호가 아니다”며 “제재를 통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러 관계 악화로 3월 러시아로 돌아갔다가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16일 회담에서 두 정상은 관계 악화로 각자 소환했던 자국의 대사와 외교관들을 상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경쟁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짜 독살 문제를 갖고 법석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와 관련해 미국이 20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패키지 제재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강경조치다. 이에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미-러 관계는 회담을 갖자마자 다시 삐거덕거릴 조짐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해 “이 사안에 적용할 또 다른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정확한 (제재) 대상을 정하는 대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화학무기 관련한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과 관련된 러시아 단체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해저 가스관 연결 사업이다. 그는 “러시아의 해로운 행위에 대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격이든 대선 개입이든 나발니 문제든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런 행위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 행정명령을 내린 사실도 상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3월 나발니의 독살 시도에 개입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 러시아 고위인사 7명과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고 했지만 나흘 만에 미국이 다시 제재 방침을 꺼내든 것이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앵커가 ‘백악관이 제재를 부과할 시한을 놓쳤다는 의회의 비판이 나온다’며 추가 대응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생)화학 무기 통제 및 제거법’에 따른 러시아 제재 연장 시한(6월 초)을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푸틴 대통령이 독살에 대해 후회하는 빛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도 성과가 없었다는 폄하 혹은 푸틴 대통령의 반인권 정책에 정당성만 부여해줬다는 일부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에 책임을 묻기는커녕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줬다”고 비난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아예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회담 직후 뒤통수를 치는 듯한 미국의 움직임에 러시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담 후에 우리 모두가 기대했던 신호가 아니다”며 “제재를 통해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러 관계 악화로 3월 러시아로 돌아갔다가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16일 회담에서 두 정상은 관계 악화로 각자 소환했던 자국의 대사와 외교관들을 상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경쟁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짜 독살 문제를 갖고 법석을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힌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어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북측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후속적으로 취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발언으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것은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북한 핵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원칙에 기반한 관여정책에 준비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이 방향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 여부에 대한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좋다, 해보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해보자는 분명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외교를 대체할 것은 없다”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당 전원회의 발언이나 담화문 같은 형식의 간접 메시지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협상 재개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와 생각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밝히라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잇단 접촉 시도를 했음에도 아직 아무런 답변을 못 받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판단되는 통신장비에 대해 거래를 승인해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통신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기존에 승인했던 장비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7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판단되는 업체의 장비에 대해 향후 승인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을 검토할 것인지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문제의 장비에 대한 기존 승인 취소도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 대상은 3월 FCC가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화웨이와 ZTE,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중국 기업 5곳이다. 이는 향후 시행 과정에서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연방 기관들이 이 5개 기업으로부터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 기업들로부터 장비를 사들이는 미국 업체들은 83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기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민간 자금을 이용한 거래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제시카 로젠워셀 FCC 위원장 대행은 “이러한 조치로 우리의 통신망에서 신뢰할 수 없는 장비가 배제될 것”이라며 “승인 과정에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장비) 사용의 기회를 열어놨었지만 이제 이 문을 닫기 위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불안정한 네트워크 장비는 외국의 행위자들에게 우리의 통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면서 우리의 5세대(5G) 미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CC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승인한 화웨이 장비 사용 신청은 3000건이 넘는다. FCC는 이 방안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앞으로 수주 안에 최종 표결을 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최종 표결에서도 만장일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속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지난해 9월), 일본 NTT도코모·캐나다 사스크텔(올 3월), 영국 보다폰(올 6월) 등 대형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잇달아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만 LG유플러스 등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 중인 한국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이번 FCC의 조치는 미국 내 거래 금지이지만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미국 정부의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전체 5G 통신장비의 30%가량을 화웨이 장비로 사용하고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홍석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주요 적대국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끝내고 이제 마지막 타깃인 시 주석과의 정면승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정상 레벨의 대화를 대체할 게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푸틴에 이어 시 주석한테도 적용된다”며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관여를 진행시킬 기회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될 기회가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만간 두 정상이 관여할 수 있는 적절한 형태를 계획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는 전화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국제적인 정상회의 계기의 회담 혹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후 2월 10일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고 4월 22일 미국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여러 정상들과 함께 화상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 취임 후 아직 시 주석을 1 대 1로 만난 적은 없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면 바이든 취임 후 9개월여 만이 된다.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 바이든 행정부 최대의 정치외교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인권과 무역, 민주주의, 군사, 대유행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4자 연합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 등 주요 다자회의에 잇따라 참석해 동맹 규합과 글로벌 반중전선을 구축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판단되는 통신장비에 대해 거래 승인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통신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기존에 승인했던 장비에 대해서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행에 들어갈 경우 중국 통신기업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7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판단되는 업체의 장비에 대해 향후 승인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을 검토할 것인지를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문제의 장비에 대한 기존 승인을 취소할지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 대상은 3월 FCC가 국가안보위협으로 규정한 화웨이와 ZTE,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5개 중국 기업이다. 이는 향후 시행 과정에서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연방 기관들이 이 5개 기업으로부터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사들이는 미국 업체들은 83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기금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민간 자금을 이용한 거래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장 대행은 “(검토에 들어가는) 이번 조치는 우리의 통신망에서 신뢰할 수 없는 장비들을 배제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승인 과정에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장비) 사용의 기회를 열어놨었지만 이제 이 문을 닫기 위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불안정한 네트워크 장비는 외국의 행위자들에게 우리의 통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면서 우리의 5G 미래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바이러스 투입, 사적인 데이터와 지적재산권의 탈취, 기업과 정부기관 감시 등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CC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승인한 화웨이 장비 사용 신청은 3000건이 넘는다. FCC는 이 방안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앞으로 수 주 안에 최종 표결을 할 예정이다. 최종 표결에서도 만장일치가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화웨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불필요하게 가혹하며 잘못 내려진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화웨이는 “국가나 브랜드에 대한 예측적 판단을 근거로 장비 구매를 금지하는 것은 이익이 되지 않을뿐더러 차별적”이라며 “이는 미국의 통신 네트워크나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미-러 양국의 의견 차를 확인하는 선에 머물렀다. 포옹도 덕담도 없는 싸늘한 정상회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두 정상이 서로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추가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16일 스웨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관계 악화로 각자 소환했던 자국의 대사와 외교관들을 상대국에 복귀시키기로 했다. 사이버 공격 대응과 군축을 위한 실무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인권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는 극심한 의견 차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 시간은 양국 외교장관들만 배석한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합쳐 3시간으로 당초 예상됐던 4∼5시간보다 짧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올해 5년간의 연장에 합의해 2026년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군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없이 각자 진행한 기자회견은 서로의 간극을 감추지 못한 회담의 연장전 성격이 짙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한 인프라 공격 등 선을 넘는 행위를 한다면 대응할 것이며, 결과는 러시아에 대단히 충격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그에게 우리가 뛰어난 사이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려줬다”며 같은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사이버 공격 대상에서 보호받아야 할 16개 분야의 기관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토안보부가 지정한 통신과 의료, 식량, 에너지, 금융 등 분야의 주요 기관들이 총망라돼 있다. 푸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 당국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는 “그(나발니)는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를 위반하는 등 각종 법을 위반해온 사람”이라며 “그는 체포되려고 의도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캠페인과 1월 시위대 의회 난입 사태를 언급하면서 “우린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봤다”며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었고 서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다”며 “가치와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전망이 있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제네바=김윤종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상설 해군 태스크포스(TF)’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5일 보도했다. 실현되면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미 해군력이 크게 증강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사실 여부를 묻는 언론 질의에 “다수의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최종적으로 결정할 세부 사항과 특정 내용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상설 해군 TF는 냉전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운용했던 ‘상설해군 대서양’이란 조직을 본땄다. 특정 위기에 바로 대응하는 신속대응군 성격으로 구축함, 유조선 등을 포함한 6~10척의 배가 최대 6개월 간 나토 역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을 참고했다. 이 조직은 2005년 ‘상설 대서양조약기구 해양그룹1’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소말리아, 홍해 등의 해적 소탕 임무 등에 투입됐다. 미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국방장관이 자유롭게 중국 문제에 관한 비용과 자원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작전 신설도 계획하고 있다. TF와 함께 군사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TF에 미 해군 전력만 투입할지 아니면 동맹국 군대도 포함시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컨설팅사 텔레머스그룹의 분석가 겸 군사전문가인 제리 헨드릭스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소속국인 일본과 호주는 물론 태평양 해군 주둔을 늘리고 있는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동맹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항행의 자유와 자유무역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위협에 맞서 단합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덕담도 포옹도 없었다. 16일(현지 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듯했다. 웃음 띈 얼굴로 카메라 촬영에 응한 것도 잠시, 푸틴 대통령은 눈을 치켜뜨고 천장을 응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문 채 정면을 바라봤다. 이후 진행된 회담 시간은 양국 외교장관들만 배석한 소인수회담 및 확대회담을 합쳐 3시간으로, 당초 예상됐던 4~5시간보다 짧았다. ●바이든 “美인프라 공격시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 있을 것” 두 정상은 회담 후 각자 단독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상대방의 약점을 꼬집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한 인프라 공격 등 선을 넘는 행위를 한다면 대응할 것이며, 결과는 러시아에 대단히 충격적(devastating)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송유관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는다면 어떨 것 같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그에게 우리가 뛰어난 사이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려줬다”며 같은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에게 핵심 인프라 시설들은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공격대상에서 보호받아야 할 16개 분야의 기관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토안보부가 지정한 통신과 의료, 식량, 에너지 등 분야의 주요 기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러시아에서 투옥 중인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상황 등 인권 문제도 제기했다. “나는 그에게 인권문제는 언제나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단순히 러시아의 인권침해를 문제삼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DNA이자 러시아에 투옥돼 있는 미국인의 운명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비슷한 시각 따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1월 의회난입 사태 및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를 러시아 상황과 비교한 것에 대해 “웃기는 일(ridiculous)”이라고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행동을 바꾸겠느냐’는 질문에 “전 세계가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려다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다시 돌아와 날 선 반응을 보이며 “확신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훈계하듯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살인자’라고 불렀던 적대국의 지도자와 마주앉았던 회담의 중압감이 컸던 듯 예상보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푸틴 “미국이야말로 러시아에 사이버 공격” 푸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 당국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러시아의 대미 사이버 공격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는 “그(나발니)는 유죄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를 위반하는 등 각종 법을 위반해온 사람”이라며 “그는 체포되려고 의도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이로 인해 촉발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캠페인, 미국 대선 뒤 1월 의회난입 사태를 언급했다. “정치적 요구를 갖고 의회로 몰려갔던 사람들 중 400명 이상이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며 범죄자로 기소되지 않았느냐”며 나발니 상황이 다를 바 없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의 많은 흑인들이 제대로 항변도 못하고 총에 맞아 죽는다”, “우리는 파괴와 법 위반을 보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언급하면서 “국제법에도 미국 법에도 부합하지 않지만 감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건설적 대화…신뢰의 섬광 비쳤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회담 분위기에 대해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새로운 이해와 신뢰의 수준에 이르렀나’는 질문에는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아주 건설적이고 균형 잡혀 있으며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앞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 정치만 한 직업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렸던 것보다는 좋아진 평가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었고 서로가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담장을 나온 직후 리무진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제네바=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한국계 외교관인 줄리 정 미국 국무부 서반구 차관보 대행(사진)이 스리랑카 대사로 임명됐다. 백악관은 15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정 대행과 함께 이스라엘, 멕시코, 코스타리카 대사 지명자 등 모두 9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정 지명자는 1996년 국무부에 들어가 일본 과장과 캄보디아 주재 미대사관 차석대사 등을 지낸 아시아 전문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5세에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 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학사를, 컬럼비아대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외에 이라크와 콜롬비아 등지에서도 근무했다. 국무부 한국과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담당할 때는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력이 있다. 백악관은 정 지명자가 한국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캄보디아어를 할 줄 안다고 소개했다. 부친은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의 온도 유지 장치를 개발한 재미 우주과학자 정재훈 박사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러 양측이 그동안 첨예하게 맞서 온 이슈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두 정상이 대면한 건 2011년 3월 모스크바 만남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였다. 이날 두 정상 간 회담에서는 랜섬웨어 등 러시아에 의한 사이버 공격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 그동안 미국이 집요하게 문제 삼아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슈들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 자산, 테러와의 전쟁, 정보 보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화가 부족했다. 이런 모든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일이 잦아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도 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4분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14분 뒤인 오후 1시 18분에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만남이 생산적이길 바란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 간 이해 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회담 도시 제네바에는 주요국의 스파이들이 집결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에 외교적, 경제적 영향을 받는 주변국들도 치열한 정보전을 벌인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국무부는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며 관련 정보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디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억류 중인 미국인 2명에 대해 석방을 요구할 경우 러시아가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지는 미국이 알아내야 할 핵심 정보다. 외신들은 미-러 양국이 군축과 사이버안보 등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협력하고, 서로 맞추방했던 상대국 대사와 외교관들의 상호 복귀에 합의할 가능성을 점쳤다. 러시아의 정보기관으로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대외정보국(SVR)은 냉전시대부터 미국 CIA와 치열한 정보전을 벌여 왔다. 두 기관 모두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도청과 해킹을 거침없이 지속해 왔다. 전직 CIA 요원으로 모스크바에서 5년간 정보 책임자를 지냈던 대니얼 호프먼은 미국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호텔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도청이 이뤄지는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지도자들은 (회담) 계획을 짤 때 이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회담 당사국 외에 주변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보요원들도 제네바에 몰렸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며 러시아와 밀착해 온 중국이 이번 회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외교가에서 기정사실로 통한다. 호프먼을 인터뷰한 NPR는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스파이들이 회담 장소로 몰려든 것을 두고 ‘제네바에 스파이들이 바글거린다(teeming)’고 표현했다. 미-러 정상회담 당일 제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개인 차량 이용과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대중교통 이용과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회담장 주변과 도심 통제구역 내 학교는 이날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했다. 통제구역 밖 학교들도 오전에만 수업을 했다. 15, 16일 이틀간 제네바 상공에 대해서는 비행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제네바 일대에 방공망도 설치됐다. 제네바=김윤종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러 양측이 그동안 첨예하게 맞서온 이슈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두 정상이 대면한 건 2011년 3월 모스크바 만님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였다. 이날 두 정상 간 회담에서는 랜섬웨어 등 러시아에 의한 사이버 공격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 그동안 미국이 집요하게 문제 삼아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슈들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 자산, 테러와 전쟁, 정보 보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화가 부족했다. 이런 모든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일이 잦아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도 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4분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14분 뒤인 오후 1시 18분에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시작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만남이 생산적이길 바란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과 러시아간 이해 충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틀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회담 도시 제네바에는 주요국의 스파이들이 집결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에 외교적, 경제적 영향을 받는 주변국들도 치열한 정보전을 벌인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국무부는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며 관련 정보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디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억류 중인 미국인 2명에 대해 석방을 요구할 경우 러시아가 어떤 대가를 요구할 것인지는 미국으로서는 알아내야 할 핵심 정보다. 외신들은 미-러 양국이 군축과 사이버안보 등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협력하고, 서로 맞추방했던 상대국 대사와 외교관들의 상호 복귀에 합의할 가능성을 점쳤다. 러시아의 정보기관으로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대외정보국(SVR)은 냉전시대부터 미국 CIA와 치열한 정보전을 벌여왔다. 두 기관 모두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도청과 해킹을 거침없이 지속해왔다. 전직 CIA 요원으로 모스크바에서 5년간 정보 책임자를 지냈던 대니얼 호프먼은 미국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호텔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도청이 이뤄지는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지도자들은 (회담) 계획을 짤 때 이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회담 당사국 외에 주변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보요원들도 제네바에 몰렸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며 러시아와 밀착해온 중국이 이번 회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외교가에서 기정사실로 통한다. 호프먼을 인터뷰한 NPR는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스파이들이 회담 장소로 몰려든 것을 두고 ‘제나바에 스파이들이 바글거린다(teeming)’고 표현했다. 미-러 정상회담 당일 제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개인차량 이용과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대중교통 이용과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회담장 주변과 도심 통제구역 내 학교는 이날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했다. 통제구역 밖 학교들도 오전에만 수업을 했다. 15, 16일 이틀간 제네바 상공에 대해서는 비행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제네바 일대에 방공망도 설치됐다. 제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