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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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6-04-10~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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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
문화 일반3%
  • 나이탓이라고 방심했는데…노안과 안과질환 구분하는 법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이선애(가명·65·여) 씨는 1년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눈을 자주 깜빡였다. 가까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얼마 후 눈꺼풀 안쪽과 눈동자 부분에서 통증이 나타났다. 날카로운 것으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인공눈물을 사서 매일 두 세 차례 눈에 넣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안과에서 제대로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 씨가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를 찾아 궁금증을 풀었다. ● 노안이라 방심 말고 안과 검진부터 받아야 정 교수는 우선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시행했다. 안과에서 가장 기본적인 검사로, 빛을 쏘아 현미경으로 눈 상태를 체크한다. 눈꺼풀, 결막, 각막, 수정체 등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검사를 통해 이 씨의 눈물막 상태와 염증 유무도 살펴봤다. 검사 시간은 5분 남짓. 정 교수는 “약간의 안구건조증이 있지만 일단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간헐적인 통증이나 깜빡임 또한 노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정 교수는 이어 “당분간은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면 추가 검진을 하는 게 좋겠다”고 처방했다.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지만 사실 노안 자체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요리하는 일에서부터 자동차 운전할 때 계기판을 읽는 일까지,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행동이 위축되고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정 교수는 노안에 대처하는 요령을 일러줬다. 우선 눈의 피로부터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피사체와 눈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두고 글씨를 키워서 눈을 찌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두운 데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는 것은 절대 금물. 밝은 곳에서 사물을 보면 동공의 크기가 작아져 피로감이 덜하다. 30분 동안 집중했다면 단 몇 분이라도 눈을 감고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 정 교수는 이 씨의 눈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만 지금까지 안과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진단했다. 정 교수는 더 정확한 눈 상태를 알기 위해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안저검사는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심각한 질병까지 찾아낼 수 있다. 주변의 작은 병원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 ● 백내장, 수술로 간편하게 치료 이 씨는 “사실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 혹시 그런 병에 걸릴 수도 있는지 물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안과 질환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인과 증세가 모두 다르다”라고 말했다. 백내장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눈다. 후천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노화에 따른 질병이란 이야기다. 때로는 외상이나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추가로 박 교수는 “다른 질환 때문에 복용하는 약들이 백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관절염 스테로이드 약, 정신과 분야와 심장 계통의 약이 그렇다. 백내장 진단을 받고 치료할 경우에는 이런 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백내장은 초기부터 증세가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40대 이후 갑자기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간혹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노안이려니 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백내장은 수술로 치료한다. 뿌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과거에는 복잡한 수술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학병원의 경우 대부분 20~30분 이내에 끝난다. 따라서 굳이 입원하지도 않는다. 눈을 보호하는 것이 백내장 예방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외출하도록 한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로는 깨끗이 얼굴을 씻고, 안구건조증을 막기 위해 습도를 조절하는 정도다. 물론 금연은 필수다. ● 3대 실명 질환, 조기 발견이 중요 많은 사람들이 백내장과 녹내장이 비슷한 질병이라 여긴다. 아니다. 백내장은 빨리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하지만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을 3대 실명질환이라 부른다. 3대 질환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흡연이다. 담배부터 끊어야 할 이유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40대 이상 중년 50명 중 1명꼴로 녹내장에 걸린다. 하지만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도 의외로 많다.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녹내장에 걸렸는데도 방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다고 느낀다면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으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압이 정상범위(10~21mmHg)를 넘어섰다면 안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한안과학회는 만 40세 이후로는 매년 1회 이상 안과 검진을 받기를 권고한다. 안저검사를 통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추가로 시신경검사와 시야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정 교수는 “한국인에게는 정상 안압인 데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니 검진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녹내장으로 진단되면 하루 1회 혹은 2회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눈에 넣는다. 다른 치료법은 없다. 안압을 낮춰 시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만약 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술을 통해 안압을 낮춘다. 황반변성은 황반이란 조직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시세포의 대부분이 황반에 모여 있어 이곳에 손상이 일어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병이다.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이 두 질환 또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경우 시력이 떨어지는 증세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진단과 상담을 마친 이 씨는 “그동안 눈 건강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방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안저검사부터 예약해야겠다”라고 말했다. <눈 건강을 위한 9대 생활수칙>① 40세 이상 성인은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는다. ② 성인의 눈 건강에 위협이 되는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한다. ③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안과 의사와 상담한다. ④ 담배를 끊는다.⑤ 외출 시에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다.⑥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하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을 자제한다.⑦ 지나친 근거리 작업을 피하고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한다. ⑧ 작업과 운동 시에 적절한 안전보호 장구를 착용한다. ⑨ (어린이의 경우) 만 4세 이전에 약시 조기 발견을 위한 시력검사를 받는다. 자료 : 대한안과학회 ▼ 노안과 안과질환 구분하는 법은? ▼ 40대를 넘어서면 눈의 노화가 당연히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노안과 안과질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증세별로 노안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노안에 대해 정소향 교수의 추가 설명을 들었다. ● 노안과 질병을 구분하라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눈물이 생기면 눈 주변의 근육이 움직여 코 뒤쪽의 ‘눈물길’을 통해 흘려보낸다. 나이가 들면 이 길이 종종 막힌다. 그러니 눈물이 고였다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증세가 자주 나타나거나 심해진다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통증이 가끔 나타나는 것도 노안의 증세다. 피로나 스트레스, 안구건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일단 인공눈물을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게 좋다. 하루 4회 정도가 적당하다. 다만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스스로 처방을 내려 인공눈물만 넣다가 각막 손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눈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눈 깜빡임도 방치하면 얼굴 전체로 확산되거나 안검경련이라는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증세가 반복되면 이 또한 검사가 필요하다.● 수술로 노안 고칠 수 있나 최근 의원이나 안과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노안 수술을 적극 홍보한다. 수술을 받으면 노안이 사라질까. 정 교수는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통 노안 교정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방법 △각막 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각각의 방법이 모두 부작용이 따른다. 노안의 원인인 ‘수정체와 섬모체근의 조절력 약화’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저 시술의 경우 곧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보형물은 각막혼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아 현재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은 백내장이 있는 환자를 상대로 수술할 때 동시에 진행한다. 이 경우에도 근거리 시력은 향상되지만 원거리 시력은 큰 변화가 없으며 야간의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부작용이 있다. 정 교수는 수술이 아닌 안경을 이용해 노안을 교정할 것을 권했다. 안과 검사를 통해 본인의 눈에 맞는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을 맞추어 착용하는 것이 좋다. 2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경을 바꾸도록 한다. ▼ 정소향 교수는 누구? ▼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교수(45·여)는 치료와 연구의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베스트닥터’로 꼽힌다. 정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백내장이나 노안을 동반한 백내장 수술, 각막 이식이 필요한 백내장 수술 등 고난도의 백내장 수술 전문가다. 현재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의 학술 이사를 맡고 있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정보를 직접 세세하게 살핀다. 환자의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수술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믿기 때문이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배려해주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정 교수는 현재 서울성모병원 CS(고객만족) 센터의 부장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한 번쯤은 걸려본 눈 마름(안구건조) 치료를 위해 ‘건성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치성 각막·결막 질환 치료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알레르기 결막염, 안구 표면의 점막 면역체계 이상 등에 대한 연구를 여러 국제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줄기세포를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미국 뉴욕줄기세포연구소에서 2년간 ‘윤부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돌아온 후 각막 질환 환자에게 이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주도하고 있다. 윤부 줄기세포는 각막 상피세포의 재생을 도와 각막을 투명하게 한다. 이밖에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의 발병 원리와, 환자별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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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3km 이상만 걸어도 치매위험 70% 낮아져

    치매는 일단 걸리면 완치가 불가능하다. 약물 치료를 통해 증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 예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이다. 혼자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뜻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로는 자주 걷고 라디오를 많이 들으라고 했다. 이런 신체 활동이 뇌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 김 교수는 “치매 예방법에 대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많다. 대체로 맞을 수도 있지만 의학적 근거가 있는 예방법을 따르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 치매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 의학자들이 개발한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건강수칙’은 좋은 예방법”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이 수칙은 크게 6가지로 돼 있다. 해당 수칙이 어느 정도의 의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근거수준(Level of evidence)이라 한다. 근거수준은 A, B, C, I 등 4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최고)은 연구의 80% 이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란 뜻이다. B등급(매우 우수)은 연구의 60∼79%에서, C등급(우수)은 연구의 50∼59%에서 효과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I등급(불명확)은 연구의 50% 미만에서 효과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6가지 수칙을 충실히 따른다면 치매는 예방 가능하다”라며 “특히 A등급에 주목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라 친구나 친척을 꾸준히 만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때때로 여행도 즐기는 중년과 노년 세대라면 치매 걱정을 덜 해도 좋을 듯하다. 이런 사회활동이 뇌 기능을 촉진하고 신경세포 간 연결을 활발히 해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뇌 손상이나 기능 저하에 맞설 수 있는 저항력도 커진다. 그 결과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사회활동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판단의 근거수준은 A등급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란 뜻이다. 주변 사람도 자주 만나는 게 좋다. 지인들을 자주 만나면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은 30% 낮아진다. 치매에 걸릴 위험도 만나는 횟수에 따라 15∼43% 낮아진다. 반면 홀로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아진다. 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좋다. 친목 모임도 좋고, 자원봉사 활동도 좋다. 종교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런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치매에 걸릴 위험을 15% 이상 낮춘다. 2가지 이상의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면 치매 위험도는 59%까지 낮아진다. 만약 3개 이상의 모임에 가입해 적극 활동한다면 이 위험도는 80% 줄어든다.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중년에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은퇴 후에 홀로 지내는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9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을 만나 즐겁게 떠들고 웃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무엇이든지 적극 임하는 자세가 중년 이후에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적극적으로 두뇌활동을 하라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라디오를 많이 듣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 TV를 시청할 때는 뇌가 수동적으로 변한다.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를 청취할 때는 귀를 기울이면서 상상을 하게 되고 그동안 적극적인 두뇌 활동이 일어난다. 그러니 치매가 걱정된다면 TV 시청을 줄이고 라디오 청취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두뇌를 적극적으로 쓰게 하는 활동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수준도 A등급이다. 사회활동과 더불어 치매 예방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두뇌 활동은 적잖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르면 신문이나 잡지, 책을 읽는 것이다. 이런 독서활동은 인지장애에 걸릴 위험을 20% 낮춘다. 반면 이런 독서활동과 글쓰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4배가량 높다. 이른바 ‘생각을 많이 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창작 활동이나 퀴즈, 퍼즐 맞히기 같은 게임도 좋다.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컴퓨터, 악기, 외국어 같은 것에 몰입하면 뇌가 꾸준히 자극된다. 때로는 여가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연극이나 공연 등을 관람하거나 여행을 다니고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정원을 가꾸거나 뜨개질을 하고, 집 안 청소나 요리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도 치매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뇌도 마찬가지다. 뇌의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뇌신경이 보호되며 신경세포 간 연결도 원활해진다. 결과적으로 운동은 뇌 기능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 이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려면 운동은 필수다. 이 수칙의 근거수준은 B등급이다. 다만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운동 요령을 정확히 숙지하는 게 좋다. 우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을 31% 낮춘다. 매일 운동한다면 이 위험도는 80% 줄어든다. 1주일에 3회 이상 숨차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 만약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치매에 걸릴 위험도는 높아진다. 한 달에 30분 이하로 운동하는 사람은 10년 후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3.5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전거, 등산, 수영, 헬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일상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걷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1주일에 3회 이상 3km 이상 걸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1% 낮아진다. 만약 매일 이렇게 걷는다면 위험도는 70%까지 낮아진다. 최소한 1주일에 한 시간 반 이상은 걷도록 하자. 다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만약 질병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운동 종목을 결정하는 게 좋다. ○ 금주가 어려우면 절주라도 하라 과음과 폭음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과음과 폭음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수칙의 근거기준은 B등급이다. 실제로 지나친 술은 뇌 건강에도 치명타를 입힌다. 과음 혹은 폭음을 하면 뇌가 위축되며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이 1.7배 높아진다. 젊었을 땐 술을 덜 마셨다가 중년부터 술을 많이 마셨다면 노년기에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은 2.6배로 더 높아진다. 몸에 해롭지 않은 음주도 있다. 소량의 알코올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치매가 생길 확률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포도주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제와 폴리페놀 성분은 뇌 기능과 심혈관계 기능을 개선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한 번에 소주 기준으로 1, 2잔을 마시고 음주 횟수를 1주일에 3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절주 요령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식으로 술을 마실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45%, 혈관성 치매의 위험을 7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소량이라 하더라도 알코올 자체의 긍정적 기능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서양의 경우 소량의 포도주를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마신다. 그런 문화가 뒷받침됐기에 소량의 음주가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혼자 집에서 매일 조금씩 술을 마시는 것은 치매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활동과 연결해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 식사와 체중도 관리하라 잘 먹는 것이야말로 치매 예방에 필수적이다. 다만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육류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육류를 주로 먹는 사람은 채식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근거기준은 B등급이다. 필요하다면 비타민제를 복용해도 좋지만 음식으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선이 대표적이다. 생선에는 뇌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생선을 자주 먹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60% 낮출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으로는 정어리, 참치, 고등어, 꽁치, 삼치, 연어 등이 있다. 항산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을 30% 낮출 수 있다. 우유도 곁들이는 게 좋다.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이 신경기능을 조절함으로써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은 충분히 마셔주는 게 좋다. 녹차나 커피 형태로 마셔도 괜찮다. 녹차를 하루에 1∼3잔 마시면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26% 낮아진다.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30% 낮아진다. ○ 금연도 하는 게 좋다 금연의 근거수준은 I등급이다. 연구의 50% 미만에서만 금연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금연의 치매예방 효과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담배연기가 유해산소를 만들고 염증반응을 유발해 신경세포를 퇴화시키며, 그 결과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흡연이 뇌 건강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흡연과 치매의 연관 관계를 입증한 논문에 따르면 흡연을 시작한 지 25∼30년이 지난 후부터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중년에 흡연한 사람은 노인이 된 뒤 기억력 장애에 걸릴 위험도도 높아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모두 감소할 위험이 2.9배 높다. 전체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나중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은 3배,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은 2배 더 높다. 담배를 덜 피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연이 최선이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금연해서 6년을 이어간다면 인지장애가 생길 위험은 41% 줄어든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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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용 주택 임차 이어 직접 건설까지… 제주도개발공사 사회공헌사업 본격화

    제주도개발공사의 지역 사회공헌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50%를 제주도에 배당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사는 21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 사회공헌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분야는 서민 주거 안정 사업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정부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주택을 매입해 사회적 소외계층과 서민에게 임차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현재까지 365채를 공급했다. 11월에는 추가로 100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직접 서민용 주택을 건설하는 ‘행복주택 사업’도 벌이고 있다. 제주형 행복주택 ‘마음에온 아라’는 정성을 다해 지은 집이란 뜻이다. 입주자들의 주거 안정을 통해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해주는 집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스마트 시스템을 갖춘 미래 주택이란 점을 부각시켜 ‘미래를 품은 집’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마음에온 아라’는 올 8월 처음 완공됐다. 대지면적 2269m², 건축면적 834m²로 지하 1층, 지상 4층 39채 규모다. 이달에 입주까지 완료됐다. 추가로 짓고 있는 48채 규모의 함덕 행복주택과 26채 규모의 삼도1동 행복주택 등도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2월에는 한림 행복주택도 입주할 수 있다. 이 밖에 삼도2동에도 행복주택을 짓기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노후화된 공공기관을 임대주택, 편익시설 등의 용도로 개발하는 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문화 여가 서비스 제공, 주거 위기 가구 지원, 주거복지센터 운영 등 도민의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역 인재 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공사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중고교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현재까지 960명에게 21억 원 규모의 장학금이 제공됐다. 2004년에는 재단법인 삼다수 장학재단을 세워 제주도 출신 인재들을 후원하고 있다. 제주 지역 대학생들의 국제적 마인드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한 사업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제주지역 대학생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190명의 학생이 해외 현지에서 인턴 생활을 경험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지역 인재들도 지원하고 있다. 주거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사 ‘탐라영재관’과 소규모 셰어하우스 ‘탐라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탐라영재관은 2001년 개관했으며 현재까지 6000여 명의 제주 출신 학생이 이용했다. 단순히 숙식만 제공하는 기숙사를 넘어 제주 학생들의 커뮤니티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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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기업과 손잡고 아이들에게 ‘기회의 장’ 선물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6월 정식 출범한 이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쳤다. 특히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많은 사회공헌 사업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컬처웍스의 사회공헌사업 신규 브랜드인 ‘해피 앤딩’(HAPPY ANDING)이다. 이 말은 ‘해피 엔딩(행복한 결말·Happy Ending)을 위해 행복을 이웃과 함께 지속적으로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제작교실, 장학금 공모전, 서포터스 운영, 문화 나눔,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국내외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들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청소년 영화제작교실 운영 롯데컬처웍스는 청소년들의 영화 도전을 적극 지원했다. 사실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은 기부나 영화관람권 제공 등의 편의를 지원하는 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왔다. 롯데컬처웍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들이 미래의 영화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작교실’이다. 롯데컬처웍스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은 지난해 2개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형식으로 영화제작교실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고 성과물도 뛰어나 올해에는 이 프로그램을 4개 학교로 확대했다. 영화제작교실에서는 영화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직접 시나리오를 써보고 촬영, 편집의 과정을 거쳐 실제 영화를 만드는 실습수업도 진행했다. 자유학년제 대상 학교로 선정되지 않아 영화제작교실에 참여할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전국적으로 1일 오픈강좌와 캠프를 진행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영화 관련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은 지방 도시에서 주로 진행돼 큰 호응을 얻었다. 토크콘서트 열고 서포터스 활동 지원 청년들을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영화인의 꿈을 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비토크: 청춘, 영화 꽃을 film(핌)’이란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롯데컬처웍스의 프로그램 담당자, 영화 전문기자,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강연자로 나섰다. 롯데컬처웍스의 대학생 서포터스 ‘캐롯’의 활동도 눈에 띈다. 캐롯은 △20대 젊은 세대가 사회 진출에 앞서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재기발랄한 젊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기업 활동에 참고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범한 캐롯 2기는 롯데시네마 및 롯데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이벤트를 취재하고 홍보했다. 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임직원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서포터스들에게는 영화관람권, 영화 행사 초대, 공연 관람, 장학금,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아르바이트 직원인 ‘드리미’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 3회와 4회가 올해 진행됐다. 드리미 공모전은 안정적이고 쾌적한 근무환경과 업계 최고 수준의 지원제도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1회와 2회는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반면 3회는 ‘우리 영화관을 소개합니다’라는 주제의 사진 공모전이었다. 4회는 ‘영화관 쏙! 아이디어’를 주제로 실제 아이디어를 얻는 형태로 진행됐다. 4회까지 총 320여 명이 참여했고, 이 중 40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 전달식에 참석한 수상자들은 롯데컬처웍스 대표 및 임직원과 함께 수상작을 공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롯데컬처웍스는 앞으로도 주제와 형태를 다양화해 이런 기회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나눔 활동 대상 지속적 확대 롯데컬처웍스는 영화관이란 ‘인프라’와 영화 및 공연이란 ‘콘텐츠’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적은 어린이, 청소년, 다문화가정, 노인 1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나눔 활동을 펼쳤다. 또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매달 한 번씩 막 개봉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사회복지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롯데컬처웍스 임직원들이 한뜻으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 어린이날과 이달 5일에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직원이 ‘롯데컬처웍스와 함께하는 행복한 나눔’ 행사에 참여해 전국 2300여 명의 어린이에게 선물을 직접 만들고 전달했다. 이 밖에도 아동센터 소속 어린이들과의 소풍, 어르신들에게 전할 부채 만들기 등 여러 행사를 가졌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앞으로도 문화 나눔,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받은 많은 사랑을 돌려주려 한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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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건 집착-의심증-폭력성 심해지면 치매 의심해야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간병비가 2000여만 원. 치매에 드는 사회적 비용만 연간 14조 원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이 된다. 4060세대부터 치매 예방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에 걸쳐 치매의 진단과 예방 방법을 다뤄 본다.》 송년회다 뭐다 해서 술자리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때마다 물건을 잃어버린다면 속이 탄다.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탄식까지 나온다. 직장인 황금고(가명·52) 씨가 딱 그런 사례다. 황 씨는 최근 지인들과 송년회를 하다 만취한 뒤 택시를 탔다가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다. 두 달 전 장만한 최신 제품인 것도 안타깝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모두 날리게 돼 더 속상했다. 돌이켜 보니 술을 마시던 중간부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른바 필름이 완전히 끊기는 현상(‘블랙아웃’)인데 최근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있음도 느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사람들 이름도 자주 잊어버리며,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황 씨는 이 모든 게 치매의 전조 증세처럼 여겨져 걱정이 됐다. 황 씨가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알코올, 장기적으로 치매에 치명타 김 교수는 황 씨에게 술부터 끊으라고 했다. 김 교수는 “술이 당장 치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랙아웃이 잦다면 아주 위험하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블랙아웃은 뇌의 ‘해마’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마는 기억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부위다. 컴퓨터의 저장장치와 같다. 저장 버튼을 누를 때 컴퓨터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것처럼 해마가 이 저장 버튼을 수시로 작동시켜야 다음 날에도 기억은 온전히 살아난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해마가 알코올에 취약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당시의 일들은 뇌피질, 시각중추 등 뇌의 여러 부위에 분산돼 임시로 저장된다. 그러니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멀쩡히 행동하고 대화하지만 기억장치에 저장되지 않고, 이튿날 전날 상황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화와 치매 구분해야 황 씨가 “주변 지인들 중에 50세를 넘어서면서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는 친구들이 많다. 치매와 관련이 있나”라고 물었다. 반찬을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휴대전화를 넣은 채로 닫았다는 중년 여성들 얘기도 꺼냈다. 이 모든 증세에 대해 김 교수는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은 단순 노화에 따른 현상이라 보면 된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폭음을 하지 않더라도 해마 기능은 약해진다. 해마 기능뿐 아니라 ‘작업 기억’ 기능도 떨어진다. 이는 일을 할 때의 기억을 뜻하는 것으로, 일종의 단기 기억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보통 7개까지의 단어를 동시에 저장하고 꺼낼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3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했다. 물건을 분실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전두엽의 세포 수가 줄어든다. 그 때문에 뇌에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는 기능이 약해진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건망증이 이렇게 해서 생긴다. 스트레스가 커질 때도 일시적으로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냉장고 속에 휴대전화를 넣는 순간에도 아픈 아이나 친정집 일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작업 기억을 갉아먹는다. 나이가 들면서 화를 자주 내는 것 또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비슷한 이치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해당 파일을 어느 폴더에 저장했는지 즉각적으로 알아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평소에 시각적 기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 정보를 기억하는 시각 영역과 이름 정보를 저장하는 언어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심하다면 동맥경화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두 영역을 연결해 종합적으로 정보를 인출하려면 신경섬유가 튼튼해야 한다. 이 신경섬유를 연결하는 미세혈관이 동맥경화 때문에 많이 끊겨서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탓일 수도 있다.○ 조기 검사로 빨리 발견하는 게 핵심 언어활동에 문제가 있는 사례는 어떨까. 이를테면 ‘선풍기’를 ‘풍선기’라거나 ‘강아지’를 ‘아강지’라고 발음하는 일이 많아지는 경우다. 이럴 때는 횟수를 세 봐야 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자주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그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치매일 가능성이 있다. 황 씨는 “주변의 어른 중에 갑자기 면도날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었다. 비싼 면도날을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특정 사물에 대해 집착하거나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폭력적인 경향이 심해졌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치매 진단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혈액검사부터 시행한다. 뇌에 혈액이 고인 뇌결막하혈종이 원인인지, 갑상샘의 기능이 떨어져서인지, 혹은 뇌에 필요한 비타민 결핍으로 인한 것인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만약 치매로 보이는 현상의 원인이 이런 질병들이라면 치료는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이런 검사를 통해 다른 질병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한다. 뇌의 영역별로 인지검사를 진행한다.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그 이후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치매를 확진한다. 위축된 해마를 펴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치매와 싸우기 위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춘다. 최근에는 뇌 세포를 새로 만드는 방법에 의학적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뇌의 에너지 대사 증진, 치매치료 신약개발 주력▼치매 베스트 닥터 김어수 교수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는 치매 환자를 주로 상대한다. 주 연구 분야도 치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행동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2년여 근무하다 최근 돌아왔다. 김 교수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보통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뇌 조직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에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 교수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독성 단백질 자체가 치매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뇌의 에너지 대사 장애가 원인이라 본다. 따라서 뇌의 대사를 증진시키는 원리의 항치매 약물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며, 현재 국제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발휘했지만 인체실험에서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대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인지행동평가를 하는 방법과 기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또 이 방법을 실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치매 환자의 유전자를 주입해 만든 치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행동장애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뇌과학(뉴로사이언스)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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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망증 심해진다고 치매로 악화되지는 않아

    뇌의 감정 기능은 노화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간호사가 짜증을 부리면 치매 환자도 싫어한다. 반대로 간호사가 애정으로, 엄마처럼 대하면 치매 환자는 말을 잘 듣는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김어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치매에 대한 오해들을 정리한다. [1] 건망증은 치매로 악화하지 않는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의 저하라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건망증은 의학 용어로 ‘단기 기억장애’다. 뇌가 일시적으로 검색이나 추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건망증은 치유가 가능하다. 반면 치매는 인지 기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다.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해서 치매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2] 치매와 섬망은 다른 질환이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헛것을 보거나 다른 사람, 시간, 장소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질병을 ‘섬망’이라고 한다. 큰 수술을 받은 환자가 회복 단계나 장기 입원 시에 자주 나타난다. 치료 후유증일 수도 있고 약물 부작용일 수도 있다.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10∼20%에서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이다. 섬망은 밤에 증세가 심하며 낮에는 비교적 덜한 것이 특징이다. [3]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해 주지는 않는다 평소 고스톱을 많이 쳤다면 치매 후에도 고스톱은 칠 수 있다. 다만 고스톱 자체가 치매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뇌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하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똑같은 활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집과 병원을 오가는 활동을 많이 하면 치매에 걸리더라도 그 활동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치매 초기 환자라면 꼭 필요한 활동은 반복 훈련시키는 게 중요하다. [4] 일부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 치매를 절대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원인에 따라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뇌종양, 뇌출혈, 뇌수종 등의 뇌 질환과 감염성 질환, 만성 알코올성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 같은 것이 원인이라면 그 질병을 치료함으로써 치매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원인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5] 치매 환자 간호 원칙을 지켜라 치매 환자가 있다면 환경을 갑자기 바꿔서는 안 된다. 성격이 날카로워지므로 논쟁을 해서도 안 된다. 대화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하는 게 좋다. 위험한 물건은 모두 치워야 한다. 낮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시간표를 짜야 한다. 목욕탕과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달고 바닥에는 매트리스를 깔아둬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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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진출 지원… 장애인 기업이 웃는다

    장애인 기업의 해외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8년 들어 다양한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는 장애인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 11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11개 장애인 기업이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진출했다. 이들 11개 기업은 올해에만 56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장애인 기업은 장애인이 소유 혹은 경영하거나 근로자 중 장애인 비율이 3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장애인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 원까지 외국어 홈페이지 제작비를 지원한다. 또 해외 규격 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컨설팅과 인증, 심사 등의 비용도 최대 500만 원까지 제공한다. 해외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을 주선하는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 사업도 도와준다. 올해의 경우 36개 장애인 기업이 이런 지원을 받았다. 지원 사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마스크 팩을 제조하는 ‘씨엘라인’은 마케팅 지원을 받아 중국, 홍콩, 베트남에 6만500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스마트 세러피 조명을 생산하는 ‘정감’은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장애인 기업 수출상담회에 참가했고, 현지에서 여러 건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두바이 행사에는 정감을 포함해 장애인 기업 8개사가 참가했다. 40여 건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는데 2개사가 즉석에서 수출 계약 체결에 성공했고, 일부 기업은 현재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모든 계약이 성사되면 160만 달러의 추가 수출이 가능해진다. 김수한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장은 “이들 기업의 수출 성공 사례는 장애인의 창업을 촉진하고 나아가 장애인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가 크다”며 “UAE 두바이에서 결실을 맺은 수출 진행 사항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유럽 지역으로 장애인 기업 무역사절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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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부비만이 적… 섭취열량 낮추고 몸무게 5~10% 줄여야

    직장인 조홍진(가명·49)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배 위쪽에 압박감을 느껴 병원에 갔다가 발견했다. 어린 나이에 지방간이 생긴 이유는 뭘까. 우선 어느 정도 가족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당시 의사는 추정했다. 조 씨의 외할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데다 조 씨의 할아버지는 심장 계통에 이상이 생겼다. 하지만 가족력이 전부는 아니었다. 조 씨의 동생에겐 지방간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력, 체질,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 나왔다. 조 씨는 이후 많은 병을 앓았다.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수치가 모두 높았다. 요로 결석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에는 당화혈색소 수치도 높아 당뇨병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씨는 키 168cm, 몸무게 77kg으로 비만이다. 조 씨는 “한때 체중을 70kg까지 줄였을 땐 몸이 덜 피곤한 것 같았는데, 다시 체중이 늘어나니 피로감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조 씨가 백용한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50)를 만났다. 백 교수는 조 씨의 최근 3년 동안의 검진 결과지를 보고 나서 생활습관, 체질, 유전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결론지었다. 백 교수는 “조 씨의 병명을 굳이 하나로 말하자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한국 중년 남성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병”이라고 소개했다. ○ 간세포 효소 수치만 믿지 마라 혈액 검사를 통해 간이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를 알 수 있는 검사가 있다. 보통 ‘간수치’라 부르는 ALT와 AST 수치다. 이 둘은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효소다. 간세포가 손상을 받으면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치도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ALT와 AST 수치가 각각 40 미만이면 간의 상태가 정상이라 판단한다. 백 교수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남자는 30, 여자는 20 미만일 때만 정상으로 규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씨의 경우 ALT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했다. 47까지 올라갔다가, 운동하면서 관리하니 28로 떨어졌다가, 조금 방치하니 다시 45로 나빠졌다. 사실 조 씨는 이 수치에 민감하지 않다. 조 씨는 “지방간 진단을 받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40을 넘어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치를 간 건강의 척도로 여긴다. 하지만 검진하는 날의 몸 상태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최고 1000까지 치솟기도 한다. 백 교수는 “일단 간수치가 높아지면 긴장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방간이 있나 없나를 어떻게 확인할까. 바로 복부초음파 검사다. 일반적으로 간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됐을 때 지방간이라 진단한다. 경증, 중등도, 고도 지방간으로 나눈다. 백 교수는 “초음파 검사로 웬만한 것은 알 수 있다. 다만 더 정밀하게 알고 싶으면 간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방간이 심혈관계 질환을 부른다? 백 교수에 따르면 지방간은 단순지방간과 지방간염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지방간은 지방이 축적돼 있는 상태로, 아직 다른 질병으로 악화하지 않은 경우다. 지방간염은 염증이 동반된 상태다. 지방간염의 경우 향후에 간이 굳어지는 섬유화현상이 시작되면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다. 고지혈, 당뇨, 비만 등이 지방간염의 위험인자다. 이런 질병이 있다면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5년 혹은 10년 이후에 간경화로 악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초음파를 통해 정기적으로 간 검사를 하는 게 필수다. 백 교수는 조 씨를 단순지방간으로 진단했다. 안심해도 되는 걸까. 백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단순지방간이 지방간염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질병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지방간이 간경화로 악화할 확률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백 교수는 “단순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간이 건강한 사람보다 심근경색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최근 입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학계에서는 최근 들어 단순지방간이라 하더라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직접적인 위험인자로 규정하는 추세라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 검증된 약을 먹어야 미국인의 경우 성인(만 20세 이상)의 50% 정도에서 지방간이 발견된다. 국내는 지방간 환자 비율이 성인의 25∼40% 수준이다. 낮지 않은 수치다. 국내나 해외나 비슷하게 지방간 환자의 10% 정도가 지방간염을 동반한다. 이 비율을 낮추는 것이 의료계의 숙제다. 현재 전 세계 제약업체들이 지방간염 치료용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신약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10여 개의 신약 후보 물질이 추려진 상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단순지방간에서 지방간염으로 악화하기 전에 생활습관 교정을 중심으로 한 치료가 더 중요하다. 생활습관을 통해 고지혈증, 비만, 당뇨 등의 위험인자를 줄이자는 취지이다. 백 교수는 조 씨와 같은 단순지방간 환자들에게 필요한 대처법도 알려줬다. 첫째로 섭취 열량을 낮춰야 한다. 1년 동안 자기 체중의 5∼10% 감량을 추천했다. 만약 체중이 80kg이라면 1년에 4∼8kg만 줄이라는 얘기다. 체중을 줄이겠다고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염증 반응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지나친 감량은 금물이다. 동시에 가벼운 근육운동을 포함해 매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의 운동을 권했다. 간 기능을 개선한다고 알려진 약물에 대해서는 무조건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 일부 약품의 경우 간에 좋은 효능을 지나치게 강조하지만, 나머지 성분이 간 독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방치땐 간경화로 악화▼지방간에 관한 궁금증 ABC지방간은 40대 이후 장년층에게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술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론 술을 많이, 자주 마시는 40∼60대라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확률이 높다. 문제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 40대 이후 세대도 지방간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방치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하는 게 확인됐다. 최근에는 소아나 청소년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백용한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의 도움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 알아보자.1. 비알코올성 지방간 왜 생기나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에서는 정상 체중인데도 지방간이 나타날 때가 많다. 복부에 특히 살이 많은 사람이라면 지방간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간에도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비만인 사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 서서히 간을 망가뜨린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하면 단순지방간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지방간염으로 악화한다. 실제 진료실에서 이런 환자는 흔히 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큰 증세가 없고, 조금만 신경 쓰면 경과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서서히 간을 망가뜨릴 수 있다. 3. 어떤 증세가 나타나나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별다른 증세가 없다. 간이 상당히 손상된 후에야 황달, 복수, 피로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제야 대처하려면 늦다. 지방간염을 찾아내려면 조직 내 지방 세포 사이에 염증 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간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4.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다른 병을 동반하기 때문에 더 무서운 질환이다. 대체로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대사 질환이 함께 나타난다. 문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대사 질환이 서로 악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환자가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면 악성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5. 탄수화물 섭취 줄여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그중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게 첫걸음이다. 간에 쌓인 지방만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나 시술은 현재로서는 없다.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동시에 복부에 쌓인 지방을 걷어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간 내 염증을 호전시키려면 체중의 10% 이상 감량이 필요하다.  ▼환자와의 유대감 중시… 간섬유화 치료법 연구 ‘학구파’▼지방간 베스트 닥터 백용한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백용한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진료실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환자를 만나기 전에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려 애쓴다. 사소하지만 단정한 옷차림이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백 교수는 환자와의 유대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유대감을 바탕으로 백 교수는 환자에게 쓴소리도 자주 한다. 사실 지방간뿐 아니라 간질환의 특성상 의사와 환자는 장기전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환자는 곧 지칠 수밖에 없다. 백 교수는 간 전문의들 사이에서 ‘학구파’로 불린다. 여러 학회 활동을 할 때에도 주로 학술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대한간학회에서는 학술위원과 간행위원, 연구기획위원을 맡았다. 대한간암학회에서는 학술위원장을 맡았다. 2011년 대한간학회가 간경화와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때에도 참여했고 2017년 대한간학회 간경화 가이드라인 개정 때는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 서울에서 국제간암학회의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도 위원장으로서 행사를 주도했다. 간섬유화와 간경화의 확실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백 교수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바로 이 치료법 개발이다. 지방간을 포함한 만성 간질환은 간섬유화를 거쳐 간경화로 악화된다. 백 교수는 간섬유화 과정에서 질병 악화를 차단하는 기초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는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바이오마커(지표)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혈청을 이용해 간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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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적-사적 연금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 필요”

    “노후소득 보장 체계와 관련한 제도만 놓고 보면 형식적으로는 우리나라나 선진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질적 측면에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재정 불안, 낮은 급여 수준 등 개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 실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한국 연금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연금(0층)에서부터 비연금 자산인 주택·농지연금(5층)까지 다층 구조를 갖춰는 놓았지만 각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게 설계돼 있다. 40년 이상 가입했을 때 생애 평균 소득의 40%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입 기간이 평균 23년밖에 되지 않아 실제 소득대체율은 더 낮다는 게 강 실장의 설명이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17%였다. 쉽게 말해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는 뜻이다. 사적연금도 노후생활 안전판으로 기대기엔 신통찮다. 가입률은 2016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은 50%, 개인연금은 13%에 불과하다. 운용 수익률도 낮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가는 사례가 너무 많다. 퇴직연금이 노후생활 안전판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모든 연금을 통합해 관리한다면 그나마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가 관리한다. 이에 강 실장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연계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최근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적립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됐다. 종전의 추계보다 고갈 시점이 3년 앞당겨지면서 재정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복합적으로 미래의 전체 그림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하게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를 조정해 개혁을 이루려는 식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을 잡으려면 기초연금과의 관계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주면 소득대체율이 15%포인트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모두 받을 경우 소득대체율은 55%(40%+15%)가 된다. 이 정도의 소득대체율이라면 유럽 선진국 못지않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경우 10∼20년 후에는 기초연금 재정 압박이 더 커진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개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험료를 인상해 재정을 안정시키자는 방안에 대해서 정 교수는 반대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내는 소득 상한선이 없다. 그런데 왜 국민연금은 상한선을 두는 것이냐”라며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기준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해선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개혁은 옳지 않다. 전문가들의 심층적 논의를 거쳐 설계해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10년 이상 개혁이 중단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성급하게 국민연금 제도의 결함만 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제도가 아직 국내에서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사적연금보다 공적연금 개혁에 더 몰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서 공적연금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노인빈곤율을 많이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도 노인빈곤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김상훈 corekim@donga.com·김지영 기자}

    • 201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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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벅뚜벅 ‘침묵의 살인자’… 당화혈색소 수치에 주목하라

    직장인 정연석(가명·48) 씨는 올 2월부터 목마름 증세가 심해졌다. 소변 양도 많아졌다. 감기 후유증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병원에서 혈당을 측정했더니 공복혈당이 326mg/dL이었다. 공복혈당이 125를 초과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이미 정 씨는 중증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사실 정 씨는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이미 당뇨병 초기라는 데이터가 나왔다. 다만 결과지에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이 적혀 있지 않아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결과지에는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만 담겨 있었다. 정 씨는 “병이 아니라는데 유난 떨고 싶지 않았다. 회사 일도 바쁘고 개인적으로 정신이 없던 때이기도 해서 진료를 받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씨가 당시의 검진 결과지를 들고 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53)을 만났다. 김 소장은 “결과지를 꼼꼼히 봤다면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당화혈색소는 당료병 진단 으뜸 지표 지난해 4월 건강검진 당시 정 씨의 공복혈당은 113이었다. 공복혈당이 99 이하이면 정상이다. 그러니 정 씨는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100∼125)에 해당하지만 당뇨병은 아니다. 식후 2시간 혈당으로도 당뇨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식후 2시간 혈당은 139 이하일 때 정상이다. 이 혈당이 140∼199이면 당뇨병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 200을 초과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정 씨는 식후 2시간 혈당을 따로 측정하지 않았다. 어쨌든 공복혈당이 당뇨병 전 단계이기 때문에 정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정 씨가 당화혈색소(HbA1c) 수치에 주목했다면 대응은 달라졌을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의 혈색소가 얼마나 ‘당화(糖化)’되었는가를 가리키는 지표다. 당뇨병 환자라면 혈액 안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당화된 혈색소도 많을 것이고, 당화혈색소 비중도 올라갈 것이다. 의학적으로 당화혈색소가 5.6% 이하이면 정상이다. 당뇨병 전 단계는 5.7∼6.4%이며 6.5%를 넘어서면 당뇨병에 걸린 것으로 판단한다. 당시 정 씨의 당화혈색소는 6.5%였다. 이미 당뇨병에 걸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화혈색소에 주목하지 않아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물론 당시 의사도 그 점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김 교수는 “당화혈색소는 최근 2, 3개월의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다. 예전에는 검사 표준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임상 현장에 잘 적용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당뇨병 초기에는 공복혈당이 잘 안 올라가고 식후혈당만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공복혈당만 재니까 초기 당뇨병을 놓치기 쉽다. 당화혈색소 수치로 이런 초기 당뇨병을 찾아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편한 마음만으로도 치료 효과 정 씨의 2월 검사 기록을 보면 공복혈당은 326, 당화혈색소는 11.3까지 치솟아 있었다. 당장 치료가 시급한 상황. 정 씨는 세 종류의 약을 처방받았다. 갑자기 치솟은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의사는 약을 ‘강하게’ 처방했다고 한다. 이후 5개월 동안 집중 치료를 받은 결과 공복혈당은 106으로 떨어졌다. 당화혈색소도 5.5%로 낮아졌다. 놀라운 성적표다. 우선 약을 꾸준히 복용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잘못된 식습관을 고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정 씨는 폭식을 줄이기 위해 안 먹던 아침 식사를 챙기기 시작했다. 매 끼니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였다. 한두 달은 배고픔 때문에 서글펐다. 그 고통을 넘기니 곧 익숙해졌다. 고기의 지방은 제거하고 살코기만 먹었다. 그토록 싫어하던 채소를 먹기 위해 쌈을 식탁에 올렸다. 김 교수는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원칙’을 강조했다. 채소는 씹어 먹어야 한다. 과일과 섞어 즙을 내면 당이 농축된다. 그런 즙을 먹으면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또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추천했다. 껍질을 다 벗겨낸 ‘고운 곡물가루’는 좋지 않다. 편식도 금물이다. 가급적 여러 반찬을 조금씩 먹기를 추천한다. 간편식이나 외식은 피해야 한다. 덜 달고, 덜 짜고, 덜 기름진 것을 먹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를 ‘맛없는 음식 먹기 운동’이라 부른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한 점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정 씨는 사직서를 쓸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로 직장 내 스트레스가 컸다. 당뇨병을 치료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애썼다. 마음이 편해지자 스트레스가 줄었고, 혈당이 떨어졌다. 김 교수는 “환자의 50% 정도는 혈당이 확 올라가기 전에 갈증을 느끼면서 음료수나 주스, 과일을 많이 찾는다. 그런데 20% 정도는 정 씨처럼 스트레스 때문에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라고 설명했다. ○ 당뇨 치료는 평생 해야 정 씨는 “조금 더 좋아지면 약을 끊어도 되나”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약을 줄이더라도 끊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운동하라는 처방도 내렸다. 정 씨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후 운동 장비를 사놓았지만 거의 써 본 일이 없다. 김 교수는 “약만으로 완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몸 상태는 조금씩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있다”고 충고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집중 상담이 끝났다. 정 씨는 “혈당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솔직히 곧 당뇨병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일했던 것 같다. 당장 운동부터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범은 단 음식 아닌 비만… 술-지속적 스트레스 치명적▼당뇨병에 관한 궁금증 ABC당뇨병은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병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원인. 많아진 혈당은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니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합병증이 생긴다. 자칫 장기와 신경 손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과장되게 알려진 부분도 있다. 김민선 교수의 도움을 받아 당뇨병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정리해봤다.1. 단 음식이 주범은 아니다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당뇨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 음식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다만 간접적 원인은 될 수 있다. 단 음식은 열량이 높아 비만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단 음식이 아니라 비만이 당뇨병의 주원인이다. 2. 술은 치명적이다 ―만성적이며 과도한 음주는 당뇨병뿐 아니라 알코올성 간질환, 고혈압,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병에 걸리면 남자는 200mL 잔으로 맥주 2잔, 여자는 1잔 이내로 제한한다. 만약 간 질환이나 다른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알코올 섭취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3.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금물이다 ―단기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혈당도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런 현상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만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당뇨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혈당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4. 꾸준한 운동은 즉효약이다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뿐 아니라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체중 조절은 필수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체중을 줄이면 혈당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연구에서 입증됐다. 다만 체중 감량 이후 요요 현상이 나타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그러니 당뇨병 환자들은 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5. 무리한 운동은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거나, 심장 혈관에 이상이 있다면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몸 상태에 따라 운동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니 담당 의사와 꼭 상의해야 한다. 6. 육식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올바른 식사 요법의 기본 원칙은 제때, 골고루, 알맞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잡곡밥과 채식 위주로만 식단을 구성하면 단백질 섭취 부족이 생길 수 있다. 육류, 생선, 두부 등을 첨가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7.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가 중요하다 ―혈액 속에 당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관이 조금씩 좁아지다가 나중엔 아예 막혀버린다. 미세혈관이 가장 파괴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자각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따라서 미세혈관이 많은 눈과 발에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적극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환자 말 속에 치료법’ 소신… 한마디 하소연에도 귀 기울여▼당뇨병 베스트 닥터 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소장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은 환자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인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환자의 말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소장은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영국 런던대 부속 해머스미스병원에서 식욕조절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블룸 교수와 비만 및 당뇨 치료법을 공동으로 연구했다. 김 소장은 블룸 교수와 함께 식욕을 증가시키는 단백질과 관련해 11편의 논문을 썼다. 이 논문들은 내분비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저널 오브 클리니컬 인베스티게이션(JCI)’ ‘당뇨(Diabetes)’ 등에 실렸다. 김 소장은 2002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했다. 이 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식욕을 조절하는 물질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이 ‘네이처 메디신’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최근 김 소장은 뇌의 이상으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하는 기전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주로 한다. 2013년에는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클러스테린’과 ‘LRP2 단백질’이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임을 밝혀냈다. 2014년에는 뇌 신경세포에서 안테나 역할을 하는 섬모의 길이가 짧아지면 뇌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며 그 결과 비만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규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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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진행 멈추는 NK치료, 한국선 못해 일본行

    6일 일본 후쿠오카 중심가에 위치한 한 세포치료 클리닉. 70대 일본인 환자가 의사에게 세포치료와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의사의 설명을 한참 듣던 환자는 암 예방용 세포치료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의사 고즈미 다쿠야 씨는 ‘슈퍼NK’ 치료법을 제안했다. 설명을 다 들은 환자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자연살해세포라 불린다.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슈퍼NK는 이 NK세포를 이용해 만든 항암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NK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다시 주사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일본 기술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엔케이맥스가 개발했다. 엔케이맥스는 이 클리닉에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고즈미 씨는 “환자의 70%가 한국에서 온다. 한 달에 50회 이상 한국인을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전화나 이메일 문의가 더 늘어났다. 그러다가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오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에도 서울에 사는 유방암 4기 환자가 몇 번 문의한 끝에 곧바로 이곳으로 와 진료를 받았다. 고즈미 씨는 “최근에는 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슈퍼NK 치료를 받으려는 한국인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의 암 환자들 암 환자들은 왜 일본까지 가서 이 치료를 받는 것일까. 환자 A 씨는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세포치료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6일 클리닉을 찾은 한국의 더엔케이의원 정양수 원장은 “치료 성적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라며 “암 치료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즈미 씨와 정 원장에 따르면 NK세포 치료 이후 증세가 많이 호전된 암 환자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수술과 표적항암제 치료까지 마쳤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50대 여성 유방암 환자 B 씨가 그렇다. B 씨는 4월부터 이 클리닉에서 총 5회 치료를 받은 후 국내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암이 더 진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B 씨는 다시 직장에 취업했다. 70대 남성 폐암 환자 C 씨는 올 1월 오른쪽 폐 윗부분을 절개했다. C 씨 또한 3회 세포 치료를 받았고,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 규제 폐지 후 일본 세포치료제 시장 커졌다 세포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였지만 연평균 20.1%씩 성장해 2020년에는 1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세포치료제는 줄기세포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면역세포인 T세포와 NK세포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세포치료제 시장의 절반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특히 일본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일본이 관련 규제를 풀고 세포치료 기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14년 1월부터 재생의료법을 시행했다. 위험도가 낮은 세포치료의 경우 의약품이 아닌 ‘첨단재생의료 제품’으로 규정했다. 이런 치료는 의약품 허가가 떨어지기 전이라도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무분별하고 위험한 시술을 막기 위해 세포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을 열어주고 필요한 규제만을 하는 셈이다. 이 법이 시행되자 아시아의 바이오 기업들이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 여러 바이오 기업이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일본의 세포치료제 시장은 연간 5000억 원 정도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는 여전히 규제에 발 묶여 재생의학은 말 그대로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치유하는 의학을 말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암 같은 중증질환, 희귀질환,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성장세가 높다. 이 때문에 일본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서는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일본과 비슷하게 첨단 바이오의약품은 기존의 의약품과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첨단재생의약품에 대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우선 심사하고 승인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 규제를 줄였다. 유럽에서는 환자를 위해 전문가가 책임 감독한다면 아직 시판되지 않은 첨단의약품이라도 지정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세포치료 주사조차 맞을 수 없다. 약사법상 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정식 허가를 받기 전까진 시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품 관리를 깐깐하게 하려는 측면은 이해되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재생의료법과 같은 법을 마련해 환자의 치료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이 제출되기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9월에 발의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몇몇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모두 국회에 묶여 있다. 가장 먼저 이 법안이 제출된 것은 2016년.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으로 발의됐지만 국민 건강 위협과 부작용 등을 이유로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법안이 공포되고 1년이 지나야 법이 시행되는데,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한 셈이다. 정 원장은 “우수한 국내 기술이 있는데 그냥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일본에까지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10년 연구로 결실… 국내 판매 막혀 해외 눈돌려▼日에 NK세포 추출-배양기술 수출하는 바이오벤처 엔케이맥스일본 후쿠오카의 클리닉에 NK세포를 추출하고 배양하는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는 엔케이맥스는 국내의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NK세포 활성도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에이티젠의 자회사다. 일본에서는 도쿄에 먼저 법인을 열었고, 최근 후쿠오카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엔케이맥스는 국내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인 NK세포를 배양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은 고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이경미 교수팀이 2016년 개발했다. 무려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 면역 세포에서 NK세포만을 분리해서 배양하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의 기술이다. 비용 또한 많이 들어간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을 적용하면 적은 양의 혈액으로 수천억 개의 NK세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NK세포의 순도도 99%로 매우 높다. 고려대는 이 기술을 엔케이맥스에 이전했고, 엔케이맥스는 해외 상품화에 성공했다. 첨단 국내 기술이 글로벌 기업에 팔리는 사례는 많지만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에 이전돼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흔치 않다. 엔케이맥스는 추출한 NK세포를 20일 이내에 1000∼1만 배 배양할 수 있게 됐다. 우수한 기술력은 해외에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엔케이맥스는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멕시코 병원과도 치료제 공급 계약을 끝낸 상태다. 후쿠오카 현지에서 만난 엔케이맥스 조용환 대표는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여러 국가와 동남아시아 진출도 현재 타진 중이다. 구체적인 성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도 2022년까지 슈퍼NK 면역항암제의 의약품 허가 취득을 목표로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슈퍼NK 자가 면역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항암기능 극대화… 초기에 써야 효과 커▼‘기적의 항암제’ NK세포 치료법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이른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를 내놓고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면역력을 높임으로써 항암 치료를 한다는 원리다. 다만 극적 효과를 보는 비율이 10명 중 2, 3명에 그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NK세포를 대량 주입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암세포와 싸울 ‘전투병’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항암력을 높인다는 것.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NK세포를 함께 쓰는 병행 요법이 치료 효과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 규제와 관련해 최 교수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있지만 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포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 항암제와 비교한 연구 데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데이터를 얻으려면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추가로 세포치료제를 투입해 비교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세포치료제는 암 발견 초기에 투입해야 효과가 있는데, 모든 비교 연구를 끝내려면 초기 환자에게 써야 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몇몇 바이오 벤처기업이 NK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했다. 일부 기업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국내의 여러 규제 등으로 인해 상품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재호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상품화 속도가 늦어지면 결국에는 기존 면역항암제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에 로열티를 주고 써야 한다”며 “임상시험 절차를 줄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검토했을 때 문제가 없다면 빨리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가 나왔을 때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빨리 상품으로 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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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뉴질랜드 꿇어!… 日시장 석권한 ‘코리아 파프리카’

    1995년 전북 김제에서 처음으로 수출용 파프리카가 재배됐다. 당시만 해도 재배 면적은 1만1000m²(약 3300평)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2015년 파프리카 재배 면적은 707ha(707만 m²)로, 무려 64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2000년 총생산량은 약 8000t. 2015년에는 7만2950t으로 9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제 파프리카는 대표적인 수출 작물로 자리 잡았다. 파프리카는 처음 도입될 때부터 수출용으로 선택됐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의 45%가 수출되고 있고, 가장 많이 수출되는 신선 농산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만 8950만 달러어치가 해외로 팔려 나갔다. 일본이 국내 파프리카의 최대 수입국이다. 국내 수출 파프리카의 99.7%가 일본으로 간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이 또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거둔 성과다. 2001년 이후 한국산 파프리카는 일본 시장에서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에서 수입된 파프리카와 경합을 펼쳤고 승리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산 파프리카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78%로 압도적인 1위다. 이런 성과는 수출업체와 생산농가의 긴밀한 협력이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업체와 생산업자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수출 선도 기업이 있다. 바로 ‘코파’다. 코리아 파프리카의 줄임말이다. 현재 코파에는 21개의 업체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코파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업체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한다. 코파는 올 5월부터 한 달여 동안 일본의 대형 유통 매장에서 한국산 파프리카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열리는 행사다. 현지 TV에 한국산 파프리카 광고도 진행했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시식 행사에 일본 현지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고 매출은 2, 3배 늘었다. 5월의 행사에 참여했던 농산물 수출업체 경남무역의 김영도 부장은 “한국 마트에서는 시식 행사가 보편적인데 일본에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이벤트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한국형 홍보 전략이 먹힌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경남무역은 지난해 1400만 달러어치의 파프리카를 수출함으로써 코파에 등록된 20여 개 수출업체 중에 실적 1위를 기록했다. 경남무역 전체 수출액의 28%가 파프리카다. 파프리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일본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 일본 시장 상황에 따라 수출 실적이 요동칠 수 있어서다. 업체들도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대만, 러시아, 캐나다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과도 검역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된다면 시장은 훨씬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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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팜이 되살린 토마토 수출… 日시장점유율 53%로 1위

    경남 함안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승운무역은 농산물 수출업체다. 직원은 아버지와 아들, 단 2명. 처음부터 부자가 함께 사업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들 지승훈 이사(32)는 대학을 졸업한 후 어학연수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비자 문제로 귀국했을 때 일손이 부족한 아버지를 잠시 도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부자는 같이 일을 하게 됐고, 2014년 지금의 승운무역을 설립했다. 승운무역은 설립 첫해에 228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억7640만 원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수출 품목은 토마토, 밤, 아스파라거스, 송이버섯 등 10여 종류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서 주력 제품은 단연 토마토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체 수출 실적 374만 달러의 79%(297만 달러)를 토마토에서 일궈냈다. 현재 승운무역을 비롯해 5, 6개 업체가 토마토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이 업체들이 수출한 토마토는 1395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신선토마토가 1131만 달러로 81%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케첩과 같은 토마토 가공식품이다. 신선토마토의 97%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은 한국 외에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멕시코로부터 토마토를 수입한다. 한국산 토마토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53%. 비교적 시장점유율이 높은 캐나다도 12%에 불과하다. 한국산 토마토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산 토마토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40%에서 매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 비결이 뭘까. 지 이사는 “한국산 토마토가 단단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데다 당도까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지 이사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12시간 이내에 일본 바이어가 원하는 곳까지 배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마토는 첨단온실 스마트팜의 대표 품목으로 육성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약과 급수 관리, 온도와 습도 조절 등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설비와 관리 시스템을 갖춘 농장을 말한다. 이곳에선 관리일지도 모두 컴퓨터로 작성한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관련 데이터를 보며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토마토를 생산하는 단지는 11곳, 550여 농가에 이른다. 스마트팜이 확대되면서 농약의 안전성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 연속으로 수출 과정에서 농약 위반 사례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지 이사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85개 농가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팜으로 바꾸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덕분에 바이어들이 원하는 정보도 곧바로 제공할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토마토 수출의 미래는 어떤 색일까. 사실 농산물 수출업체 사이에 “토마토 수출은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다가 내리막길을 탔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산 토마토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늘어나는 데다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지 이사도 토마토 수출의 미래는 밝다고 내다봤다. 지 이사는 “2020년까지 토마토 수출 4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5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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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천국 유럽도 결단… “최소보장 택해야 모두 산다”

    독일은 1889년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1913년 세계 최초로 강제 국민연금을 시행했다. 두 나라는 노후 소득을 정부가 적극 보장해 주는 대표적인 ‘복지 천국’이었다. 이들 나라를 포함해 유럽 여러 국가의 연금 정책이 잇따라 ‘적정보장’에서 ‘최소보장’으로 바뀌고 있다. 고령화와 경기 침체, 출산율 저하 등의 위험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적연금의 재정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혁을 통해 연금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스웨덴은 유럽 국가로서는 가장 이른 편인 1998년에 적정보장에서 최소보장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스웨덴 연금청 올레 세테그렌 연금분석팀장은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최소보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등 공적연금의 혜택을 더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선 연금 생활자가 즐겁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슈발트 부부는 지쳐 보였다. 3주 일정의 동유럽과 북유럽 여행에서 막 돌아왔다 했다. 칠순의 노부부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행복했다”라며 웃었다. 슈발트 씨는 “부부가 모두 연금을 받기 때문에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여행을 못 다닐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부부 중 한 명만 연금을 받을 땐 독일도 살기가 쉽지 않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김옥희 씨(69)는 파독 간호사 출신. 38년간 근무한 덕택에 지금은 매달 1800유로(약 234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편이 일찍부터 자영업을 하는 바람에 추가 소득이 그리 많지 않다. 김 씨는 “독일이 확실히 과거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약화되면서 최근에는 생활고를 겪는 노인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굿나르 그랑베리 씨(65)는 이달로 정년을 맞았다. 일을 더 할 것인지, 은퇴해 연금을 받을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스웨덴에는 65세 정년 이후로도 일을 더 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은퇴할 경우 봉사하는 삶을 살 작정이다. 수입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소득비례연금(IP), 기업연금, 개인연금(PP)을 합쳐 종래 소득의 70∼80%가 연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엔지니어로 오래 근무한 덕택에 임금 수준이 높았고, 연금보험료를 많이 냈다. 그 덕에 받는 연금액도 많다. 다만 간호사인 아내가 걱정이다. 간호사는 임금 수준이 낮아 받게 될 연금액이 적다. 스웨덴에서는 남편이 사망해도 그 연금을 아내가 대신 받을 수 없다. 유족인 배우자가 65세 이하인 경우에 한해 1년 동안만 ‘전환연금’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원래 스웨덴에도 ‘과부연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세테그렌 팀장은 “연금 재정을 절약하고 독신자와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도를 폐지했다”라고 소개했다. ○ 스웨덴, 적자 우려에 연금 줄여 한국의 국민연금은 은퇴 후 받는 연금 액수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 액수가 줄어든다. 연금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서다. 스웨덴 연금청은 매년 2월에 바로 전해의 자산(기금 총액)과 부채(지불한 연금액)를 종합 계산한다.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이후 비율이 1 이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서서히 올린다. 쉽게 말해 재정이 악화하면 연금액을 줄이고 회복 수준을 봐 가면서 연금액을 다시 늘리는 방식이다. 2010년, 2011년, 2014년 3회에 걸쳐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연금 수령자들의 반발이 컸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달랐다. 세테그렌 팀장은 “물론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제도를 충분히 설명했고, 연금액을 줄일 경우 여러 세금을 대신 인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수긍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면 특히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사실 저소득층은 평소에도 연금만으로 생활이 벅찰 때가 많다. 스웨덴에서는 이들을 위해 최저보증연금을 지급한다. 이 연금은 집, 자동차와 같은 자산은 제외하고 연금소득만을 조사해 최저생활 보장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주는 것이다. ‘최저보장’을 위한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연금 재정 상태는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고 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큰 적자가 났다.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줄이고 있다. 연금청은 2045년에 연금 재정이 완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 독일, 정부 책임 계속 줄여 나가 독일은 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수시로 개혁한다. 당시 사민당과 녹색당 연합정부는 공적 연금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그 대신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리스터 연금’을 도입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05년 사민당은 총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줬다.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연금 개혁을 강행한 것이 국민이 등을 돌린 결정타가 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정치권을 떠난 후 자서전을 통해 “지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며 “선거에서는 졌지만 젊은이들과 미래를 위한 개혁을 단행했고, 그 결과 독일을 통일 이후 가장 좋은 경제 호황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요즘 독일은 어떨까.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대신 연금 수급액을 지속적으로 내리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2000년대 초반에 19%였던 보험료율은 2020년 20%, 2030년 22%로 인상될 예정이다. 반면 받는 연금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2020년에 46%였던 소득대체율은 2030년에 43%까지 낮아진다. 65세로 돼 있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늦춰진다. 정부의 책임은 줄인 대신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기초보장제가 그것이다. 공적연금은 축소하면서도 최저보장 기능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스톡홀름=김상훈 corekim@donga.com / 프랑크푸르트=송진흡 기자 ▼月 연금 205만원… 부부 생활비로 빠듯▼23년 근무한 남편 연금으로 사는 파독 간호사 출신 장덕자씨자녀 교육 때문에 은퇴 전에 연금을 미리 끌어다 쓴 유럽 한인이 적지 않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한국인의 ‘자식사랑’은 깊다. 장덕자 씨(70·여)는 1970년 파독 간호사로 독일 땅을 밟았다. 현재 장 씨의 주 수입원은 남편의 연금이다. 남편은 23년간 직장에 다니면서 연금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다. 그 결과 매달 1580유로(약 205만 원)를 연금으로 받는다. 추가 수입이 없지는 않다. 자녀 셋을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만 65세부터 매달 117유로(약 15만 원)를 받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 성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418유로(약 54만 원)를 받는다. 모두 합치면 한 달 수입은 2115유로(약 274만 원) 정도이다.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매달 주택 임대료와 관리비로 800유로(약 104만 원), 생활비로 500유로(약 65만 원) 등 고정 비용만 1300유로(약 169만 원)가 나간다. 교통비, 외식비까지 추가하면 지갑은 텅 빈다. 장 씨는 “남편이 외손녀들을 돌보려고 일시적으로 한국에 가 있어 생활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남편이 돌아오면 다시 생활비가 늘어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좀 벅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연금을 더 받을 기회가 있었다. 장 씨는 1990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20년간 간호사로 일하면서 연금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딸 세 명의 교육을 위해 병원을 관두면서 연금을 일시불로 받았다. 정년까지 근무했다면 지금 장 씨는 매달 700∼800유로를 더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장 씨는 후회 없는 삶이라 했다. 장 씨는 “큰딸과 셋째 딸이 의사가 됐고 둘째 딸은 변호사가 됐다. 자식들이 훌륭하게 컸으니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 큰딸은 독일과 한국 모두에서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 20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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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전문가들 “사회적 합의가 연금 개혁 성공의 관건”

    ● “연금 재정 확충위해 부가세율 인상도 검토”스벤 호트 스웨덴 린네대 명예교수 스웨덴 최고의 연금 전문가로 평가받는 스벤 호트 린네대 명예교수(68·사진)는 2012∼2015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 국회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요즘 한국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호트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그에 맞춰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가닥을 잡은 개혁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 다만 호트 교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노후 보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 조건으로 뒀다. 하지만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호트 교수는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는 “소비문화가 발달한 한국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정책이라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부가세율이 25%다. 호트 교수는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2.0명 수준으로 국내(지난해 1.05명)의 두 배 수준이다. 호트 교수는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난달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연립여당은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야권 연맹과 극우 진영인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했다. 스웨덴 안팎에서는 “보수 연정이 탄생하면 연금을 비롯해 복지 시스템이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호트 교수는 “스웨덴 연금 제도는 오랜 논의와 국민적 합의로 정착된 것이다. 보수 정권이라 해도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웨덴에서는 1990년 초반에 7개 정당이 참여해 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 작업단을 꾸렸다. 이어 8년 동안의 논의를 거쳤다.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당연히 진통이 있었다. 여당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했고, 일부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최종안을 확정한 후로는 논란이 잦아들었다. 호트 교수는 “국민은 지지하는 정당을 통해 의사 표현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긴 합의 과정이 있었기에 결론을 존중했다”라며 “이런 국민적 믿음이 개혁 과정에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 임기에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며 정치인들 폭탄 돌리기”클로제 獨 기어한앤드컴퍼니 대표해외의 다른 연금 전문가들은 한국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특히 한국인으로 해외에서 연금과 관련된 업무를 해 온 전문가들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우선 정치인들이 표만 의식한다면 연금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독일 금융상품 판매 회사인 기어한앤드컴퍼니의 노르베르트 클로제 대표는 “내 임기에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정치인이 있는 한 연금 개혁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클로제 대표는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독재자 스타일의 정치인만 연금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투자금융자산관리회사 디와이 앤파트너스를 운영 중인 윤동환 대표는 국민과 언론 모두 장기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윤 대표는 “허술한 정책을 펼친다면 선거에서 응징하면 된다. 조금의 제도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민주주의와도 어긋나고 제도 개혁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호주법인의 앤서니 세란 이사는 수익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 기업연금의 수익률은 상당히 높다. 그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투자 격언대로 위험을 감수한 만큼 그 열매는 더 달다”라고 말했다. 일본 게이오대 고마무라 고헤이 교수는 “소비세 인상 등을 통해 연금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있다”며 “이 경우에도 고소득자들은 더 세금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스톡홀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프랑크푸르트=송진흡 jinhup@donga.com / 시드니=윤영호 / 도쿄=김지영 기자}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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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고령화에 흔들리는 연금… 美-日-獨 “미래위해 수술”

    《정부가 국민연금의 개선 방향을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적 합의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러시아 등 유럽 다수 국가와 일본 등은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캐나다는 보험료율과 연금 보험료를 내는 ‘기준소득액’ 상한선을 모두 높임으로써 실제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가 말 그대로 연금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현장을 취재했다.》 8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2057년으로 추정했다. 당초 2060년에서 3년 당겨졌다. 불안의 목소리가 커졌다. 보험료를 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에서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 온갖 논란이 무성했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장기적으로 45%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2%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만 인상하자는 주장도 여전히 강하다. 국민연금 개혁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국민적 합의가 남았다. 이에 동아일보는 해외 연금 선진국 사례를 통해 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을 탐색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연금 선진국들도 국가별 상황에 따라 해법은 약간씩 다르다. 우리의 국민연금 개혁에 참고할 수 있는 네 가지 방안을 소개한다. ① 연금 주머니를 키운다 캐나다는 한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연금의 현재 소득대체율은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용돈연금’이라는 지적이 항상 따라다녔다. 캐나다는 이 소득대체율을 2025년까지 33.3%로 끌어올리기 위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연금 주머니를 키우려면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캐나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험료율을 인상했다. 현재 9.9%인 보험료율은 2023년까지 11.9%로 높인다. 보험료 인상폭도 2%포인트 수준으로 우리와 비슷하다. 캐나다는 이어 2024년과 2025년에 ‘기준소득액 상한선’을 올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도 시행 중이다. 상한선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도 늘어나지만 그 대신 나중에 받는 연금도 늘어난다. 캐나다 연금 개혁을 통해 얻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발레리 부아소노 캐나다 퀘벡주 공무원은 “연금 개혁의 핵심은 특히 미래 세대가 적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 적정보장에서 최소보장으로 바꾼다 “현재 공적연금 제도는 파국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 용기 있는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않으면 기존 공적연금 체제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독일 금융상품 판매회사인 기어한앤드컴퍼니 노르베르트 클로제 대표의 말이다. 고령화, 저출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기존 공적연금 체제를 현 상태로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미 독일은 2001년과 2004년 공적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가 워낙 빨리 진행돼 추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 클로제 대표의 주장이다. 국가 재정만으로는 모든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연금 역사가 비교적 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여러 국가가 이미 ‘적정보장’에서 ‘최소보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연금을 지급하지만, 중산층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적연금 지급액을 줄였다. 그 대신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③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춘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의무고용 연령을 더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65세로 돼 있는 계속고용 연령을 70세까지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일본에서 법적으로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근로자가 희망하면 65세까지 고용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를 계속고용 연령이라 하는데, 이를 70세로 늦춘다는 뜻이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금 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60∼70세로 정해져 있고 70세부터는 무조건 연금을 받아야 한다. 만약 계속고용 연령이 70세가 되면 연금 수급연령도 70세 이후로 늦출 수 있다. 사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숙제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춘 게 대표적이다. 연금 선진국인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이미 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이다. 호주 정부도 지난해 7월부터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남녀 모두 65세에서 65.5세로 상향 조정했다. 또 2023년 1월까지 2년마다 6개월씩 늦춰 최종적으로 67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④ 기업연금 강화해 소득대체율 높인다 정부가 책임을 지는 공적연금의 비중이 낮아지면 아무래도 노후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부족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개인적으로 연금 상품을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이 퇴직연금(기업연금)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 기업연금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웨덴만 하더라도 기업연금 자산 규모는 전체 연기금 자산의 48%로 노령연금(43%)을 앞서고 있다. 특히 호주가 기업연금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기업연금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고용주는 근로자 연봉의 9.5% 이상을 근로자의 연금 계좌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줘야 한다. 호주 정부는 이 비율을 2025년까지 12%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에서는 퇴직연금을 개인이 직접 금융기관을 선택해 관리한다. 이를 따로 기금화하지는 않고 있다. 호주에서는 적립금을 한데 모아 기금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기금은 개별 기업 단독으로 또는 특정 산업분야에 속한 기업들이 연합해 구성할 수 있다. 기금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이사회가 운용한다. 지난해 호주 기업연금 기금의 평균 수익률은 9.1%였다.스톡홀름=김상훈 corekim@donga.com / 시드니=윤영호 / 프랑크푸르트=송진흡 기자}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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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압과 함께 맥압도 체크… 운동하며 식습관 고쳐야

    《중년 이후에 건강검진을 제때 받는 건 최고의 건강습관입니다. 취약점을 발견하고 개선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검진 결과는 전문적인 용어들로 가득 차 있고, 의사는 쉽게 알아듣게 설명해주는 일이 드뭅니다. 이에 동아일보는 국내 대형병원의 베스트닥터들에게 의뢰해 중년 독자들의 건강검진표를 ‘해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합니다.》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이성철(가명·43) 씨는 자나 깨나 고혈압 걱정이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모두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외할머니도 뇌중풍(뇌졸중)을 앓으셨고, 그게 직간접적 원인이 돼 고인이 되셨다. 뇌혈관 파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혈압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게다가 이 씨의 부친은 심근경색도 앓았다. 심근경색의 원인인 심장혈관 파열은 고혈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 씨는 “고혈압에 관한 한 나는 불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혈압 수치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그때마다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관련 수치를 기록해둔다. 2007∼2018년 데이터는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았다.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언제든 꺼내보기 위해서다. 이 씨가 이 데이터를 들고 고혈압 분야의 베스트닥터로 통하는 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장(심장내과 교수)을 만났다. ○ 고혈압 데이터 축적해 놓아야 이 씨처럼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중년들은 두렵다. 부모 모두가 고혈압이라면 그 자식이 고혈압 환자가 될 확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씨는 휴대전화에 담긴 체중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수시로 꺼내보며 스스로를 관리한다. 윤 교수는 “아주 좋은 건강습관이다. 데이터를 기록해놓고 수시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씨의 혈압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에 수축기혈압이 135mmHg로 가장 높았다. 이 혈압은 올해 초 120mmHg로 떨어졌다. 일단 크게 개선된 것 같다. 이 씨는 고혈압 환자에서 벗어난 것일까. 답은 “아직은 아니다”이다. 혈압은 크게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으로 나뉜다. 각각 심장이 수축할 때와 이완할 때 혈관에 가하는 압력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수축기혈압이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이 80mmHg 미만이면 정상 범위로 본다. 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고혈압 전 단계로 규정한다. 수축기혈압이 140을 넘거나 이완기혈압이 90을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 씨는 2007년에는 고혈압 전 단계였지만 현재는 거의 정상에 가깝다. 게다가 한 번도 병원에서 고혈압 환자로 분류한 적도 없다. 따라서 안심해도 좋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엄격한 미국 기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심장학회는 수축기혈압이 130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기준을 따른다면 이 씨는 2007년에 이미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 2018년 현재 이 씨의 수축기/이완기 혈압은 120/80이다. 미국 기준에 따르면 이 씨는 여전히 고혈압 환자이다. 이 씨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그동안 내심 방심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국 기준으로는 고혈압 환자가 된다니 지금보다 더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맥압-콜레스테롤 수치도 파악해야 고혈압에 안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맥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잘 챙겨봐야 한다. 맥압은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차다. 맥압이 높다고 해서 당장 고혈압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맥압이 높을수록 혈관의 탄력성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50 이하를 유지하는 게 좋다. 특히 맥압이 60을 넘으면 혈관의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뇌중풍이나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커진다. 윤 교수는 “말랑말랑했던 고무가 딱딱해지면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가 쉽지 않다. 맥압도 마찬가지라서 50이 넘었다면 50대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혈압 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씨의 경우 2007년 혈압은 135/80이었다가 2015년에 121/65로 낮아졌다. 일단 혈압 수치만 보면 2007년이 더 나쁘다. 하지만 맥압은 각각 55와 56으로 큰 차이가 없다. 혈관 탄력도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씨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축기혈압을 낮춤으로써 맥압을 40대 수준까지 내린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건강검진표를 보면서도 맥압은 전혀 체크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 고혈압-고지혈증 밀접한 관련 있어 혈압을 낮추기 위해 이 씨는 체중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썼다. 혈압이 135/80으로 가장 높았던 2007년 당시 체중은 74kg이었다. 이후 체중을 69∼71kg으로 유지했다. 덕분에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혈압을 130/80 이하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기간에 체중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많이 탔다. 매일 1∼2시간 자전거를 탔다. 때로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도 있었다. 운동할 때에는 스마트워치로 심장박동수를 체크해 분당 120회 내외를 유지했다. 윤 교수가 “좋은 운동 습관이었다. 이 정도면 다른 운동을 더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다. 이 씨의 수축기혈압이 다시 80을 넘어섰다. 폭음이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전 단계라면 소주 반 병, 맥주 반 병, 와인 한 잔, 위스키 한 잔 이상만 마셔도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 씨는 매주 1, 2회 술자리를 가지며 그때마다 소주 2병 정도를 마셨다. 게다가 고기, 알탕, 내장탕, 곱창과 같은 고열량 음식을 안주로 즐겼다. 그 결과 최근 체중은 74kg으로 늘었고, 혈압은 120/80으로 상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성지방이 2017년의 2배 이상으로 뛰었고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도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혈압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윤 교수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가 나오고 내장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그 결과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악화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운동만으로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모두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 교수는 “이 씨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으로 혈압을 관리하는 편이지만 식습관과 음주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악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그동안 조금은 안일했던 것 같다. 당장 절주부터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혈관 제 기능 못해 치명적 합병증 유발▼고혈압에 관한 궁금증 ABC 윤영원 교수는 고혈압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음주, 흡연을 지목했다. 최근에는 젊은 환자들도 비만, 고지혈증으로 인해 일찍 고혈압이 발병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있다면 염분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이 밖에도 고혈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은 적잖다.○ 고혈압을 조심해야 할 이유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하기 쉽다.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 혈관이 제 기능을 못 한다. 뇌혈관, 심장혈관, 신장, 눈 망막 질환 등을 유발한다. 고지혈증과 당뇨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혈압이 높아질 때 나타나는 증상 고혈압 환자의 80∼90%는 아무런 신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10∼20%는 몸이 달아오르거나 목 뒤 통증, 혹은 등 뒤가 쑤시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날따라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식당 음식을 줄여라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대체로 짜다.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많이 쓰기 때문. 특히 짬뽕처럼 자극적인 음식에는 꽤 많은 양의 소금이 들어 있기 십상이다. 국물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술 마실 때 주의할 점 안주는 고단백이면서 열량이 적은 것이 좋다. 황태나 먹태, 두부 등이 추천 음식. 육회도 많은 양이 아니라면 안주로 권장할 만하다. 다만 안주가 좋다고 술을 많이 마시면 혈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면 장애도 악영향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압이 높아진다.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려면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 컴퓨터나 TV를 꺼둬야 한다. 이들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수면 분위기를 해친다.○ 고혈압에 좋은 운동 혈압이 높을 때는 달리기, 수영, 자전거, 테니스 같은 유산소운동이 추천된다. 심장 박동 수가 천천히 올랐다가 떨어지게 40분 정도는 운동을 해야 한다. 혈당까지 높다면 유산소운동에다 근육운동을 같이 해서 당을 소비해줘야 한다. ○ 혈압을 수시로 측정하라 가정용 혈압계를 구비해 오전과 오후, 각각 일주일에 3회는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다.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측정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병원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수은혈압계보다 자동혈압계가 대체로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 약 복용은 의사와 상의 일반적으로 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고혈압의 유형이나 중증도에 따라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증세가 호전돼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의사와의 상담과 지속적 관리가 핵심이다. ▼환자 입장서 역지사지 치료… 질병예방 생활습관 직접 실천▼고혈압 베스트닥터 윤영원 강남세브란스 진료협력센터장 윤영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51)는 ‘역지사지’를 늘 생각한다. 환자의 처지에서 가장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를 늘 고민하겠다는 다짐이다. 의사니까 의례적으로 할 수 있는 ‘기계적인 처방’이 아니라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 만한 처방을 성심껏 찾아내 시행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또 의사는 환자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혈압 전문 치료 의사로서 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생활습관을 직접 실천하는 데 노력을 다한다. 윤 교수는 현재 이 병원 진료협력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여러 진료과로 나뉜 내과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 통합내과의 초대 과장도 맡아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와 통합 전공의 수련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그의 전문 분야는 고혈압을 비롯해 협심증, 심장동맥(관상동맥) 질환, 동맥경화 등이다.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이사와 대한고혈압학회 보험위원을 맡기도 했다. 대한심장학회, 중재시술학회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병원의 국제진료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주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으며 현지로 국내 의료를 수출하는 일도 담당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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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Y 페스티벌’ 열어 열악한 주거환경의 심각성 알린다

    다음 달 27일 유엔이 정한 세계주거의날(World Habitat Day)을 맞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공원 별자리광장에서 한국해비타트가 ‘DIY(Do It Yourself)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세계주거의 날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안락한 집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유엔이 1986년 지정한 기념일이다. 해비타트는 매년 10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포럼을 진행해 전 세계 열악한 주거환경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소외계층에 주거가 기본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DIY 페스티벌에는 건축과 목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기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체험관에서는 나무를 규격에 맞게 재단하고 펀칭과 사포질을 하면서 직접 공간박스를 제작할 수 있다. 또 종이블럭을 쌓아 집을 완성시키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홍보관에서는 집짓기를 통해 해비타트가 가정의 희망을 회복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실제 집을 짓는 공정에 참여하는 미니주택 건축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마침 10월은 서울월드컵공원 억새축제도 겹쳐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 될 듯하다. 한국해비타트가 올해 들어 9월까지 진행한 어린이희망건축가 대회 시상식도 같이 열린다. 초등학생들이 그린 희망의 집 그림 중 우수작을 선발해 국제해비타트총재상 등의 기관장상을 준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은 해비타트의 독특한 자원봉사프로그램인 글로벌 빌리지를 방문해 해외 주거빈곤층을 위한 집짓기 현장을 견학하게 된다. 한국해비타트의 손미향 사무총장은 “무엇인가를 만들고, 자르고, 조립하는 창고(garage) 문화는 지금의 미국을 일으켜 세웠다. HP도 팰로앨토 에디슨 거리의 차고에서 시작되었고 스티븐 잡스와 빌 게이츠도 아버지의 창고에서 어릴 때부터 직접 물건을 만들고 부수기도 하면서 창의력을 키웠다. 이번에 개최되는 한국해비타트의 DIY 페스티벌은 공구를 만지며 창의력을 키워나가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만들어진 공간박스를 지역아동센터에 기증하는 나눔의 기쁨도 누리게 되는 감동의 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장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홍보부스도 운영된다. 이 부스에서는 어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했는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주거가 접목되었을 때 창출되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DIY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중고교생은 사전 온라인캠페인을 포함해 3시간의 봉사확인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문의는 전화 또는 이메일로 하면 된다. 한국해비타트는 저소득 가정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돕는 비영리 국제기관인 해비타트의 한국법인으로 1994년 설립되었다. 한국해비타트는 지금까지 국내외 2만2000여 가정의 집을 짓거나 고쳐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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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답답 얼굴 화끈… “명절 증후군인가?” “폐경기 증후군입니다!”

    40대 후반의 주부 C 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부터 갑자기 가슴이 확 달아오르는 증세가 나타났다. 그럴 때면 에어컨 전원부터 켰다. 그래도 열이 식지 않으면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처음엔 폐경이 임박해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증세는 곧 사라졌고, 폭염 때문이었을 거라 치부하곤 잊고 살았다. 하지만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한 얼마 전부터 똑같은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환절기라서 ‘이러다 감기 걸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부터 식혀야 했다. C 씨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공교롭게도 명절 문제로 시댁과 전화로 상의할 때마다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굳이 시댁을 피하려는 것도 아닌데, 왠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 씨의 사례를 접한 의사는 C 씨 또한 여성 갱년기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절 증후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폐경 임박에 따른 증세라는 것이다. 이 경우 성호르몬이 뇌에 작용해 불안과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증폭될 수 있다. C 씨는 폐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절이라는 특정 상황에 큰 스트레스를 느꼈고, 이 경우 갱년기 증세가 악화할 수 있다. 이를 ‘폐경기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여성 갱년기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남성 갱년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여성의 경우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나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우울한 느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는 폐경이란 ‘사건’에서 비롯된다. 폐경을 여성성의 상실로 여기면서 부정적인 마음이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가 갱년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법은 남성 갱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신체 증상이 더 심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윤재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갱년기를 피할 수 없다면 두려워하기보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게 옳다. 무조건 참지 말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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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엽 따라 가버린 청춘… “가을 타나?” “가을 우울증입니다!”

    50대 중반의 A 씨는 요즘 시간이 남아돈다. 주 52시간제 근무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회사가 야근 금지와 정시 퇴근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녁 시간에 여유가 생긴 덕에 해방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나름대로 ‘잘’ 돌아가던 생활 패턴이 갑자기 바뀐 탓이다. 퇴근 후에 동료들과 한잔 걸치고 이야기꽃을 나누던 때가 그리워졌다. 아내가 “저녁 먹고 들어올 때가 난 편했는데…”라고 농담할 때면 서운하게 느껴졌다. 후배들처럼 자기계발에 열정을 쏟을 나이도 지났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막연하다. 최근에는 환절기가 시작돼서인지 온몸이 찌뿌드드한 때가 많다. 선선한 바람이 부니 우울하기까지 하다. 소파에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날 때 자신도 모르게 “끙” 하는 소리를 내고는 스스로 놀란다. TV 리모컨을 들고 요리조리 채널을 돌리는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병원에 가고 싶지는 않다. 무슨 병이라도 걸렸다는 소리를 들으면 절망에 빠질 것 같아서다. 주 52시간제 근무가 모든 직장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회사라는 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중년 남성들에게는 박탈감을 주기도 한다. 이래저래 대한민국 중년 남성은 피곤하고 우울하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다. 심리적 원인인지 신체적 변화에 따른 원인인지 검사를 해봐야 알지만 중년 남성들은 병원 가기를 꺼린다. A 씨도 “이 정도로 유별나게 굴 거까지 있나”라며 병원을 가보라는 지인들의 권유를 거절했다. ○ 가을을 탄다? 우울증 의심해봐야 50대 초반의 직장인 B 씨는 요즘 들어 축축 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처럼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고 항상 피곤하다. 눈치도 없이 위장은 자꾸 먹을 것을 달라 한다. 폭식이 늘어난다. 환절기라서 그런지 몸이 부슬부슬 떨리기도 한다. B 씨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났으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반갑다. 곧 다가오는 명절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친척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서다. 그런데도 이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도대체 왜 그럴까. 40대 이후에서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자신도 모르게 “가을을 타는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러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해졌다면 ‘가을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질환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별도로 분류할 정도다. 가을 우울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일조량이 감소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자연현상과 관계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연 현상의 영향을 받아 뇌에서 화학물질이나 세로토닌,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의 변화가 생겨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가을 우울증은 겨울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이며 봄이 돼야 증세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가을 우울증의 증상은 일반 우울증과 비슷하다. 기분이 저하되고 우울한 느낌에 빠진다. 쉽게 피로를 느끼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긴장감과 초조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소보다 더 큰 상처를 받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 나가기 싫고, 방에 처박히려는 경향도 보인다. 다만 가을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과는 달리 식욕이 증가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탐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하기도 한다. 잠의 품질도 크게 떨어진다. 불면까지는 아니지만 잠을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고 졸리기만 하다. 매년 가을에 같은 증세가 반복되고 그 정도가 심해진다면 방치해선 안 된다. ‘봄이 되면 절로 낫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가 우울 증세가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심리적 피로가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급적 의사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 성호르몬 수치를 지켜라 50대인 A 씨의 증세를 의사에게 들려주고 간접적으로 진단을 의뢰한 결과, A 씨의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지만 일단 ‘갱년기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성 갱년기는 40대 후반 이후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면서 나타나는 신체적·심리적 증세를 가리킨다. 대한남성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40대 이상 남성의 30% 정도가 남성 갱년기를 겪는다. 50대로 가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갱년기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경윤수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팀이 2년 동안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50대 이상의 남성 3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307명)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았다.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세는 성욕 감소 같은 성기능 장애다. 하지만 우울증을 겪을 때의 증세도 나타난다. 이를테면 우울한 느낌이 커지고 무기력해지며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진다.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갱년기 증세와 우울증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의 우울한 느낌은 남성호르몬의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의 수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몸이 힘들다고 해서 근력 운동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도록 한다. 심리적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남성호르몬의 감소를 유발한다. 하지만 업무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바뀐 생활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이 또한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A 씨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60대 이후에 은퇴하는 남성의 경우 공허함과 무기력증이 겹치면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 유쾌한 중년으로 살기 남성 갱년기는 그 자체로 큰 병이 아니다. 다만 나타나는 증세들이 다른 신체적·심리적 질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울한 느낌이 만성적인 우울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중년 남성이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증세가 심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생각하지 말고, 가족과 여행할 계획을 짜보려는 전향적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갱년기 증세가 심해진다면 치료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일단 호르몬 치료가 가장 보편적이다. 치료기간은 남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먼저 검사를 한 뒤 의사와 상담해서 치료법을 결정한다. 섣불리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정력에 좋다는 정체불명의 식품을 먹는 것은 금물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갱년기에 특효인 식품이나 약은 없다.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가 정답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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