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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4·10총선 출마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몇몇 후보는 지역구 내 오피스텔을 여러 채 보유한 채 월세를 받거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로 퇴직한 지 닷새 만에 세종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구 출마 후보 312명 가운데 10억 원 이상 재산을 신고한 후보 184명의 부동산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34명은 보유 재산이 50억 원 이상이었다.● “청년 주거 부담 줄이겠다”더니 월세 장사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후보(서울 관악갑)는 출마 지역구인 봉천동에 오피스텔 11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11채 중 9채는 전용면적이 26.6㎡였고, 나머지 2채는 각각 26.51㎡, 25.56㎡였다. 재산 신고서에 총 8억 원 상당의 임대보증금이 15건 채무로 기재된 점으로 미뤄 최근까지도 임대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취재팀이 박 후보가 보유한 오피스텔을 방문해 보니 같은 건물의 비슷한 전용면적(26.45㎡)의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5만 원, 관리비 13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박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올 1월부터 거듭 20, 30대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주택 도입 등 맞춤형 주거 정책 도입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는 26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악 청년들을 만나 보니 월세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요청들이 있다”며 “단발성 정책보단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개발할 것에 대해 의견도 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박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 기재부 퇴직 닷새 후 세종시 땅 매입 국민의힘 박수민 후보(서울 강남을)는 2018년 8월 31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기재부 국장급)로 공직에서 퇴직했다. 박 후보는 퇴직 닷새 후인 2018년 9월 5일 세종시 장군면 대교리 일대 임야와 대지, 도로, 공원 등 토지 14건을 20여 명과 공동 매입했다. 총 9719.96㎡(약 2940평) 규모다. 박 후보가 매입한 땅은 정부세종청사로부터 약 4km 떨어진 곳이다. 박 후보는 “아는 공무원들과 함께 나중에 실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전원주택 용지이고, 실제로 몇 명은 현재 (그 땅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며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됐지만 별문제가 없어서 넘어간 사안”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미래 이기한 후보(경기 용인정)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보유한 상태로 13억 원을 대출받아 강남구 아파트를 한 채 더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국대 법대 교수 시절인 2019년 5월 15일 강남구 소재 본인 소유 상가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닷새 후인 같은 달 20일 강제경매를 통해 매물로 나온 압구정동 아파트를 사들인 것. 이 후보 측은 이날 다주택 보유 경위 등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후보자 직계존속은 신고 거부 가능”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국회마다 반복되는 실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논란이 발생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여야 양당의 요청으로 각 당 의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사퇴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 출마자는 후보 등록 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본인, 배우자는 물론이고 직계 존비속 가족에 대한 재산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회의원과 다르게 피부양자가 아닐 경우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고지 거부가 가능하다. 신고한 내역에 대한 별도의 증빙자료도 요구되지 않는 등 기준이 느슨하다. 이에 재산 신고 과정을 일원화해 재산 미신고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한 재산 공개를 위해 직계 존비속 재산 명세까지 다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후보와 의원 간) 제출 부서가 나뉘어 있고 소관 법령도 다르니, 일부러 누락한 정보를 당선 이후 싣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후보가 제출한 재산 관련 자료를 선관위가 바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민원 릴레이’에 참여하면 치킨 경품을 드려요.”지난달 경기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아파트 인근 도로 보수 등을 관할 시청과 국토교통부에 요구한 뒤 이를 게시판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치킨 주문 교환권을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게시자는 민원 접수 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까지 첨부했다.● 해운대구, 전국 최초로 직원 이름 비공개최근 경기 김포시의 한 9급 공무원(주무관)이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 방식으로 민원에 시달린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악성 민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로도 특정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안으로 여러 차례 민원을 접수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26일 취재팀이 포털 사이트에서 ‘민원 릴레이’를 검색하자 이처럼 집단 민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수십 건 검색됐다. 그중엔 공무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전화를 유도하는 글도 있었다. 경북 지역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주무관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달 초 관내 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벌인 집단 민원의 표적이 됐다. 해당 주무관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하루에도 30통 넘게 받느라 업무가 마비됐다”며 “대부분 구청이 해결할 수 없는, 개인 간 계약 갈등을 중재하라는 내용이어서 무력감이 들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임용 5년 미만 퇴직 공무원은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3321명으로 2배로 늘었다. 주로 일선에서 민원 처리 등을 담당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이다. ‘공무원 신상털이’가 문제가 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구책을 찾아나섰다. 부산 해운대구는 21일 홈페이지 내 공개된 행정조직도에서 담당 직원의 성만 남기고 이름을 모두 ‘○○’으로 익명 처리했다. 또 청사에 설치됐던, 직원 이름과 사진이 담겨있는 좌석배치도를 모두 철거했다. 이런 정보보호 조치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악성 민원에 악용되는 걸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美선 공무원 신상 유포시 48시간 내 삭제해야행안부는 26일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온라인으로 마음건강을 자가 진단해본 뒤 상담이나 병원 진료를 연계해주는 내용이다. 민원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의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직원은 민원 업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승진 시 가점을 부여하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또 민원 공무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17개 기관이 협업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4월 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다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공무원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움직임 자체를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신상 유포자 등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일부 지역에선 공무원 개인정보의 온라인 유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의 개인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위해선 미리 허락받아야 하고, 만약 해당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유포되면 SNS 운영 업체는 피해 신고를 접수한 지 48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업체가 벌금을 물거나 해당 공무원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전문가들은 이처럼 민원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공무원들의 ‘숨을 권리’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름 역시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공무원이 위축될뿐더러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무와 내선 번호만 공개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유출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참가인원 뻥튀기 집회’ 몸살 봄이 되면서 날씨가 풀리자 각종 단체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달 서울 도심에서 3000명 이상 참석하겠다고 신고한 집회 4곳의 현장을 둘러본 결과 1만 명 규모로 신고한 집회에 불과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만 참석하는 등 신고 인원에 미치지 못하는 ‘뻥튀기 집회’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존중하되, 참가자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집회 신고에 대해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2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북문 앞 한강대로.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가 참가자 1만 명 규모로 신고해 점거해놓은 편도 2개 차로에는 빈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머지 편도 3개 차로에선 차량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신고 인원의 1%도 채우지 못한 집회 때문에 1시간가량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각종 단체의 집회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집회 인원과 시간을 실제보다 크게 차이 나게 신고하는 집회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다 보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고의성이 인정되는 뻥튀기 집회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 빈 거리에 시민 불편만 가중돼 이날 신자유연대 집회는 같은 날 오후 3시경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중구 숭례문에서 이곳으로 행진해오는 집회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열렸다. 동아일보가 9∼20일 ‘3000명 이상 참가하겠다’고 신고한 주요 집회 4곳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모두 인원과 시간이 경찰 추산 인원, 실제 집회 시간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2곳은 경찰 추산은 물론이고 주최 측 추산 참석 인원마저 신고 인원보다 적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집회는 무대 설치 등을 이유로 본집회 시간보다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열겠다고 신고하고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 편도 3개 차로를 사용했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인근 버스정류장 3곳은 상당 시간 이용할 수 없었다. 주부 김모 씨(56)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진보성향 단체 모임인 전국민중행동은 9일 오후 3시경부터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열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 편도 전 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0명 규모였지만 경찰 추산 700명(주최 측 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신고해 오전 11시 반경 무대 설치가 끝난 뒤 본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3시간 넘게 이곳 도로는 텅 빈 채 방치됐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도로가 비어 있길래 의아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인근 차로를 지나는 차량의 통행 속도는 시속 7∼9km에 그쳤다. 16일 촛불행동 집회 역시 1만 명 신고에 경찰 추산 3000명(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가했다.● 전문가들 “고의성 있으면 과태료 부과해야” 집회 단체들은 당일 참가 인원을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 인원이 많을 뿐 집회의 자유 내에서 허용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국내 집회는 신고제이며 허가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조직 점검을 통해 예상한 만큼의 신고 인원을 내는데 사정상 못 오거나 더 오는 조직원도 있는 것”이라며 “무대 설치에 몇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하지 못하기에 안정적 진행을 위해 시작 시간도 여유를 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집회 신고 단체의 과거 집회 전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 통제 등을 집행하지만 현실적으로 신고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헌법 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따라 국내 집회 신고는 미국 등과 달리 준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르면 통제 차로 등을 줄이는 제한은 반드시 서면으로 집회 주최자 등에게 송달해야 한다”며 “참가 인원이 적어도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이를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고의적인 허위 신고 집회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부득이하게 신고한 규모보다 실제 집회에 적게 참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무조건 제재하는 규정을 둘 순 없다”면서도 “참가 인원의 50% 이하, 70% 이하 등 관련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뻥튀기’ 집회 신고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행령이나 규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2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북문 앞 한강대로. 보수성향 단체 신자유연대가 참가자 1만 명 규모로 신고해 점거해놓은 편도 2개 차로가 텅빈 채 방치돼 있었다. 나머지 편도 3개 차로에선 차량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70명(주최 측 추산 2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신고 인원의 1%도 채우지 못한 집회 때문에 1시간 가량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각종 단체의 집회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집회 인원과 시간을 실제보다 크게 차이 나게 신고하는 집회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다보니 제재할 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고의성이 인정되는 뻥튀기 집회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텅빈 거리에 시민 불편만 가중돼이날 신자유연대 집회는 같은 날 오후 3시경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중구 숭례문에서 행진해오는 것에 맞불을 놓기 위해 열렸다.동아일보가 9~20일 ‘3000명 이상 참가하겠다’고 신고한 주요 집회 4곳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모두 인원과 시간이 경찰 추산 인원, 실제 집회시간보다 많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2곳(전국민중행동·신자유연대)은 경찰 추산은 물론 주최 측 추산마저 신고 인원보다 적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집회는 무대 설치 등을 이유로 본 집회 시간보다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열겠다고 신고하고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 편도 3개 차로를 사용했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인근 버스정류장 3곳은 상당 시간 이용할 수 없었다. 주부 김모 씨(56)는 “경기 고양시 일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앞서 전국민중행동은 9일 오후 3시경부터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열고 중구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 편도 전차로를 점거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0명 규모였지만 경찰 추산 700명(주최 측 추산 2000명) 만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집회를 신고해 오전 11시 반경 무대 설치가 끝난 뒤 본 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3시간 넘게 이곳 도로는 텅빈 채 방치됐다.대학생 이모 씨(24)는 “도로가 계속 비어 있길래 의아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인근 차로를 지나는 차량의 통행 속도는 시속 7~9km에 그쳤다. ● 전문가들 “고의성 있으면 과태료 부과해야”집회 단체들은 당일 참가 인원을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 인원이 많을 뿐 집회의 자유 내에서 허용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국내에서 개최하는 집회는 신고제이며 허가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부풀려서 신고하진 않는다. 조직 점검을 통해 예상한 만큼의 신고 인원을 내는데 사정상 못 오거나 더 오는 조직원도 있는 것”이라며 “무대 설치에 몇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 못하기에 안정적 진행을 위해 시간도 여유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집회 신고 단체의 과거 집회 전력 등을 토대로 실제 인원을 예측해 도로 통제 등을 집행하지만 현실적으로 ‘뻥튀기 신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 헌법 21조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집회 및 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따라 국내 집회 신고는 미국 등과 달리 준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된다.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르면, 통제 차로 등을 줄이는 제한은 반드시 서면으로 집회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해야 한다”며 “참가 인원이 적어도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이를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고의적인 허위 신고 집회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부득이하게 애초 신고한 규모보다 실제 집회에 적게 참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무조건 제재하는 규정을 둘 순 없다”면서도 “참가 인원의 50% 이하, 70% 이하 등 관련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뻥튀기’ 집회 신고로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행령이나 규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한참을 못 들어가더라고요.” 24일 오전 10시경 경기 광주시 도척면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목격자는 주차구역 밖에 세워진 차량 다섯 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아파트 차원에서 단속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주민들 항의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날 새벽 이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일가족의 가장이 숨지고 두 자녀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전체 380여 가구 중 78가구가 거주하는 동이었다. 하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하는 데 5분 넘게 걸렸다.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입로 막혀 쪽문으로 돌아간 대원들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2시 56분경 13층짜리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났다는 맞은편 아파트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시간 20여 분 만인 오전 4시 19분경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 불로 집 안에 거주하던 이모 씨(45)와 아들(10), 딸(7)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 씨는 끝내 숨졌다. 두 자녀 역시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6분경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따라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6대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끝에 약 7분 뒤 소방차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섰지만 이번에도 주차구역 밖에 세워진 차량 때문에 소방차는 사고가 난 건물 공동현관 앞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뒤늦게 차량 주인이 차를 옮겼지만 이미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쪽문 계단을 통해 현장으로 진입한 뒤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차량 진입은 지연됐지만 다행히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로가 가까워 빠르게 달려가 초동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파트 내부 소화전이 노후해 고장나 있는 경우도 많아 소방차가 반드시 아파트 공동현관 앞까지 진입해야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으면 부순다”…실제론 6년간 4건 불과 사고 다음 날 다시 찾은 현장에는 여전히 차량 5대가 오르막길 노면에 표시된 ‘소방차전용’ 구역을 차지한 채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주민 김모 씨(68)는 “늦게 퇴근하면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이처럼 소방차의 화재 현장 진입을 막는 차량을 부수는 등 강제처분할 수 있도록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올 1월 공개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약 6년간 실제 주차된 차량을 강제처분한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강제처분 훈련은 2022년 약 4000회, 지난해 약 5300회 실시했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강제처분이 어려운 이유로 사후 처리 과정의 행정적 부담을 꼽고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제처분이 면책되려면 소방 당국이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입증해야 해 이 과정에서 소방관 개인이 시달릴 여지가 있다”며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의 경우 배상을 받으려는 이들이 책임 소재를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광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빵을 훔치고 감옥에 갇힌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처럼, 생계형 소액 범죄에 내몰리는 극빈층이 늘고 있다. 인권단체 ‘장발장 은행’은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노역을 할 위기에 놓였을 때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월평균 이용자는 올해 들어 100명이 넘는다. 2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이 겹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2024년 한국의 장발장들을 만나봤다.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연명하던 이무재 씨(84)는 지난해 4월 ‘도둑’이 됐다. 그는 평소처럼 경기 부천시의 한 가게 앞에 쌓인 상자들을 손수레에 실었는데, 그 사이에 50L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10장 끼워져 있었던 것. 버린 건 줄 알고 이를 고물상에 내다 판 이 씨는 가게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총 1만5000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달 18일 기자와 만난 이 씨는 백내장으로 희뿌예진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며 “평생 범죄는 저지른 적이 없다”며 “수사에, 재판에 끌려다니는 4개월 동안 건강이 더 악화됐고, 그 사이 돈을 벌 수 없어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이 씨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퇴직할 즈음 아내와 아들과 소원해졌고 그 후 연락이 끊겨 홀로 산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이 씨는 한 달에 27만 원을 지원받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허리 협착증을 앓고 있지만 수술비 300만 원은커녕 진통제를 살 돈도 부담된다. 그는 경기 부천시 중동에 있는 한 사찰에서 공양하거나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으로 때운다. 이 씨는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벌금 낼 돈 없는 극빈층, 9년 새 최다최근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극빈층이 범죄를 저지르는 등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20일 인권단체 ‘장발장은행’에 따르면 이 씨처럼 벌금형을 선고받은 극빈층에게 담보나 이자 없이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사업에 올 1월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307명이 신청했다. 월평균 신청자는 102.3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26.2명)의 3배가 넘는다. 장발장은행이 처음 만들어진 2015년(151.3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장발장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형편이 어려워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할 위기인 이들이 대다수다. 최모 씨(21)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임신 중 극심한 생활고로 여러 날 굶주리자 온라인 중고장터에 ‘아기 침대를 판다’고 가짜 매물을 올렸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80만 원이 선고됐다. 최 씨는 지금도 벌금을 갚느라 분윳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극빈층 범죄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생계가 끊겨 더 큰 빈곤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다시 범죄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훔친 금품이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2018년 3만1114건에서 2022년 5만6879건으로 4년 새 82.8% 늘었다. 법무부 분석 결과 절도범은 2명 중 1명(50.0%·2022년 기준)꼴로 출소 후 3년 안에 다시 범행해 교도소에 수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일용직 노동자 김모 씨는 2020년 10월경 울산의 편의점 3곳에서 총 2만 원 남짓한 깻잎 통조림과 도시락을 훔치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또다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치다가 같은 해 10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벌금형 집유-조건부 기소유예 늘려야”생계형 범죄의 경우 엄하게 벌하는 것만으로는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 없으며,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계기를 살펴 이를 해소하는 대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의 경우 생계형 범죄자가 오랜 사법 절차 속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2018년 1월 ‘장발장법(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벌금형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중 단순절도 등 생계형 범죄자 비율은 매년 4~6% 수준에 그친다.생계형 범죄자가 취업 지원이나 직업 훈련, 심리 상담 등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지금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202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을 훔친 20대 남성에게 기소를 유예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지원을 연계해주는 등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다만 현재는 담당 검사와 소속 검찰청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려, 이무재 씨처럼 절도 초범인데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존걸 전주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처럼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근거를 형사소송법 등에 마련해야 한다”며 “또 재범 방지와 함께 치료, 배상 등을 기소유예 조건으로 활용해 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근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에 파견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의 태업을 종용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파견 공보의 중 일부의 신상정보가 담긴 명단도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한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병원에서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 병원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없다. 어떻게 도망다닐지 고민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상사의 전화를 받지 말거나, 일부러 환자를 자극해 민원을 유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커뮤니티는 의사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곳이다. 논란이 커지자 14일 글이 삭제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해당 글에 대해 “병원의 정상적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부 파견 공보의들의 이름과 원소속, 파견 병원 정보 등 신상정보가 담긴 명단도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한편 11일부터 대형병원에 파견된 공보의 상당수는 여전히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정부는 12일 각 병원에 보낸 지침에 “병원장이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정하라”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 번도 안 해 본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는 “인턴 경험이 없는데 이틀 동안 배액관 제거 등을 마네킹으로 연습하고 투입됐다”며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골반에 바늘을 삽입해 골수액을 채취하는 과정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 공보의에게 맡기기로 했다가 공보의들의 항의로 철회하기도 했다. 공보의들은 의료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박 차관은 14일에야 “공보의 법적 보호 장치에 대해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근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에 파견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의 태업을 종용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파견 공보의 중 일부의 신상정보가 담긴 명단도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1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한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병원에서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 “병원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없다. 어떻게 도망다닐지 고민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상사의 전화를 받지 말거나, 일부러 환자를 자극해 민원을 유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해당 커뮤니티는 의사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곳이다. 논란이 커지자 14일 글이 삭제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해당 글에 대해 “병원의 정상적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일부 파견 공보의들의 이름과 원소속, 파견 병원 정보 등 신상정보가 담긴 명단도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업무방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한편 11일부터 대형병원에 파견된 공보의 상당수는 여전히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정부는 12일 각 병원에 보낸 지침에 “병원장이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정하라”고 했는데 그러다보니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는 “인턴 경험이 없는데 이틀 동안 배액관 제거 등을 마네킹으로 연습하고 투입됐다”며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골반에 바늘을 삽입해 골수액을 채취하는 과정을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 공보의에게 맡기기로 했다가 공보의들의 항의로 철회하기도 했다.공보의들은 의료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박 차관은 14일에야 “공보의 법적 보호 장치에 대해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왜 현장을 떠났냐고요? 환자 살리는 긍지 하나로 버텨왔는데, 그게 짓밟혔기 때문입니다.” 30대 의사 한지성(가명) 씨의 목소리는 착잡했다. 그는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임의(펠로)로 일하다가 지난달 29일 병원을 떠났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도, 반대도 않는다”면서도 “정부가 의사를 ‘제 밥그릇만 아는 악마’로 만들어 버린 게 허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8∼12일 한 씨를 포함한 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의사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지난달 19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환자가 피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와 비뇨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5명은 모두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보면서 환자를 위한 노력이 부정당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심장혈관흉부외과 펠로였던 지태민(가명) 씨는 “격무를 버텼는데 돌아온 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건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오민준(가명) 씨는 “(집단행동이) 밥그릇(수입)과 무관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다만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재원 계획도 없어서 믿을 수 없는 게 진짜 이유”라고 했다. 서울의 한 비뇨의학과의원에서 일하는 30대 안도윤(가명) 씨는 “의사가 늘면 (의사 개개인의) 수입은 당연히 작아질 수 있겠지만 그게 최우선은 아니다”라며 “낮은 수가와 지원 미비 등 필수의료 현장에 누적된 불만에 의대 증원이 기름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의협은 우리 대표 못해, 젊은 의사 협상 참여시켜 출구 찾아야” [의료공백 혼란]MZ의사 5명 심층 인터뷰“편의점-택시서 싸늘한 시선 느껴… 정부도 의사도 국민도 모두 진 것이번 사태로 의료체계 환부 드러나… 상설협의체 객관적 지표로 토의를” “바이털 진료과(환자 생명과 직결된 진료과) 의사 입장에선 ‘우리 좀 살려 달라’고 정부에 계속 개선을 요구했는데, 그동안 안 들어주더니 이제는 (의사) 면허를 갖고 협박하면서 벼랑으로 모는 겁니다. 이런 정부에선 의사 못 하겠다는 거예요.” 비수도권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손정훈(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전공의를 마쳤지만 ‘지방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며 이곳 근무를 자청했다. 하지만 최근 사태를 보며 “이젠 환자가 오면 ‘밥그릇만 챙기는 의사’로 볼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깨진 후유증이 한참 갈 것 같다. 정부도 의사도 국민도 졌다”고 했다. 한 씨도 “편의점이나 택시에서도 (의사인 나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대책이 ‘가짜 당근’ 아니라는 확신 줘야” 동아일보 심층 인터뷰에 어렵게 응한 ‘필수의료’ 분야 MZ세대 의사 5명은 ‘의대 증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필수의료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소송 부담 완화 △지역의료 지원 등을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부의 실행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오 씨는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돈을 쓰겠다는데 이미 (정부가) 전공의를 ‘악마화’한 상황에서 어떻게 믿냐”고 반문했다. 지 씨도 “예산이 말만 한다고 뚝딱 나오냐. 실효성 없는 ‘뜬구름 잡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 발표와 비슷한 정책을 ‘재탕’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씨는 “복지부가 한다는 정책은 전부 그간 실패했거나 (오히려) 폐기한 것들”이라며 “(정책 패키지가) ‘가짜 당근’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들은 최근 정부가 실시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 등도 우려했다. 의사의 독점 권한을 침범해서가 아니라, (사직한) 의사를 압박하기 위한 설익은 대책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 씨는 “정부는 ‘간단한 (피부) 봉합은 간호사도 할 수 있다’는데, 간단한 봉합이란 건 없다”며 “환자 피해가 없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 씨는 “만약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책임을 병원장이 져야 하는 구조도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손 씨는 “사실상 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화하자’며 칼 휘둘러, 출구 찾아야” 인터뷰에 응한 의사들은 현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오 씨는 “(의대 증원 이슈로) 위기가 와서 (의료 체계의) 환부가 드러났으면 그걸 어떻게 바꿀지 정부와 의료계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도 상처받은 마음 때문에 정부가 들어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이 상황은 의사에게도 절대 달갑지 않다. 모두가 수긍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의 주장에 모든 의사가 동의하는 건 아니라며, 출구 모색을 위해선 정부가 젊은 의사에게 언로(言路)부터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씨는 “의협이 정부를 상대하는 방식이 ‘올드’해서 공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의사들은) 집단행동으로 비칠까 봐 사석에서 2, 3명 만나는 것도 꺼린다. 정부는 ‘언제든 대화하겠다’고 하면서도 고압적, 일방적으로 (수사의) 칼을 쥔 듯 행동하는데, 이게 젊은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젊은 의사를 포함해) 각계가 모인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객관적 지표를 놓고 상세사항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협 전현직 간부를 경찰이 수사하는 것도 ‘겁박용’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손 씨는 “젊은 의사들이 간부들 말을 들은 적도 없는데 저게(조사하는 게) 뭐 하는 건가 싶다. 생뚱맞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한국인 백모 씨는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현지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탈북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가 올해 초 체포될 당시 그의 아내와 현지 상사(商社)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 두 사람은 현재 풀려난 상태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러시아에 현지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요청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백 씨는 국내 한 사단법인(소외계층지원단체)의 블라디보스토크 지회 소속이다.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다 2020년 육로로 러시아에 넘어와 현지 북한 벌목공 등에게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백 씨가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선교 활동을 하며 탈북민 구출 활동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백 씨는 2020년부터 연해주에 여행사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 활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백 씨의 활동이 우리 당국과 관련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소식통은 “그렇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후 소식통으로부터 러시아 국가 기밀을 입수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간첩 혐의”라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론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군사협력 등으로 밀착하는 양국 관계 속에 북한은 올해 초 러시아에 탈북민 단속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문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받은 뒤 공관을 중심으로 영사 조력 등을 제공 중이다.“체포 선교사, 北벌목공 6명 탈출 도와”… 러, 北요청에 단속 강화 러, 한국인 선교사 이례적 체포中 추방된 뒤 2020년부터 러 활동… 北벌목공-식당 종업원 인도적 지원러매체 “작가 사칭해 기밀정보 받아… 외국 정보기관에 보내려해” 주장北, 러 당국에 직접 신고 가능성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올해 초 체포돼 구금돼 있는 선교사 백모 씨는 국내의 한 사단법인(소외계층 지원단체) 소속으로 2020년부터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벌목공 등 파견 근로자와 탈북민들을 지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지원단체로부터 의약품, 식료품 등 생필품을 제공받아 현지의 북한 노동자와 탈북민 등에게 전달한 것. 백 씨는 이러한 인도적 물품 지원 외에 탈북민 구출 등 활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북한 벌목공 등 6명의 탈출도 도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 요청에 따라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댄 연해주 지역의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백 씨가 체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씨를 구금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은 12일(현지 시간)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소식통으로부터 국가 기밀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가 이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보낼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파견 노동자 등에 인도 지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던 백 씨는 2020년부터 러시아로 넘어와 현지에 있는 북한 벌목공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 등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왔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2019년 무렵 중국에서 추방당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으로 대거 넘어왔는데 백 선교사도 그중 한 분”이라며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나왔다”고 전했다. 백 씨는 현지에서 한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북한 근로자와 탈북민들만 주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현지 한인회나 연해주선교사협의회 등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백 씨는 2020년부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유한회사 ‘벨라 카멘’(흰 돌이라는 뜻)이란 여행사를 세운 뒤 운영해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 직원은 3명인데, 영업 손실액은 450만 루블(6500여만 원) 수준이었다. 탈북민 구출 업무를 해온 한 선교사는 “탈북민 구출 및 지원 업무를 하는 선교사들이 현지 체류 자격을 얻는 동시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행사 등의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北 당국이 백 씨 활동 신고 가능성도 백 씨가 체포됐을 당시 그의 부인과 현지 상사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씨와 마찬가지로 그의 부인도 간첩 혐의를 받았지만 러시아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고 한다. A 씨도 체포 2주 만에 무혐의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당국이 한국인 선교사에 대해 추방 조치를 하지 않고 간첩 혐의로 체포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백 씨가 누군가로부터 악의적인 모함을 당해 억울하게 잡힌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북-러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관계가 긴밀해졌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백 씨 활동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에 직접 신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경이 봉쇄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인과 접촉이 의심되는 북한 근로자를 꾸준히 보고해왔다”고 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6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인 고려관 부지배인 모자가 탈북을 시도한 이후로 러시아 내 탈북민들과 이들을 돕는 한국인 지원단체에 대한 당국의 경계가 더욱 삼엄해졌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등을 늘려가자 러시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인질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외교 갈등 국면에서 간첩 혐의로 외국인을 체포해 압박한 경우가 있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를 비공식적으로 만나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막판 설득에 나서고 있다. 12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조규홍 장관이 전날(11일) 전공의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며 “전공의들이 대화를 하기 매우 어려운 여건이라 비공개를 요청해 누구를 만나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직접 전공의를 만나 복귀를 설득한 건 지난달 20일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장관을 만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 장관이 만난 상대는 대표성이 없는 일반 전공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박 차관이 복귀 시한을 앞두고 전공의 대표들에게 대화를 제안했을 때도 대표자가 아닌 일반 전공의 5명만 참여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등)로 고발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전공의들의 자발적 사직은 누구의 선동이나 사주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전공 구분없이 신입생을 뽑는 ‘무전공’ 선발 전형이 대학마다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도 내년부터 300명 안팎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12일 고려대에 따르면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고려대는 자유전공 학부대학을 신설해 300명가량 선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단과대학별로 정원을 조정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대는 전체 정원 320명 중 80명을 자유전공으로 할당하겠다고 제안했고, 공과대 등 다른 단과대학이 제안한 자유전공 정원을 합치면 270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고려대는 법과대학의 이름을 자유전공학부로 바꿔 현재 정원 95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법학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이 학부와는 별도의 명칭을 붙여 자유전공 학부대학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는 것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 입학 정원 중 일정 비율을 ‘무전공 입학’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자유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 지원금 등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이에 올해 1월 서울대는 현재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옮겨 400명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대 역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문·이과 구분없이 정원 내 250명, 정원 외 외국인 80명 등 총 330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까지 교육부의 자유전공 선발 확대 방침에 호응하면서 입시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를 통합 선발하는 무전공 입학 전형에선 내신이나 수능에서 성적이 높은 이과생이 주를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반도체 등 첨단학과 신설 등과 맞물려 이과 상위권 학생들에겐 기회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필로폰 10만 명분을 집 안에 숨기고 있던 40대 남성이 모친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투약, 보관) 혐의로 윤모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9일 오후 의정부시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10일 오후 4시 반경 한 분식집에서 어머니와 식사하다가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그의 어머니는 곧장 112에 “아들이 마약을 투약했고, 지금 옆에 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윤 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간이 시약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윤 씨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고,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마약을 그만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분식집으로 데려간 후 자백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윤 씨 자택을 수색해 여행용 캐리어에서 약 3kg 분량의 필로폰을 압수했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임을 고려하면 윤 씨가 갖고 있던 필로폰은 약 10만 명이 동시 투약할 분량이었다. 시가로는 9억∼1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장에 다른 마약은 없었다. 윤 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자택 수색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약 관련 전과가 없었다. 윤 씨가 대량의 마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선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은 윤 씨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을 기다린 뒤 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윤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윤 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상선(판매상) 등을 추적할 계획이다. 최근 이처럼 대량의 마약을 취급한 일당이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 검찰은 프랑스에서 필로폰과 코카인, 대마 등 2kg이 넘는 마약을 들여와 야산에 파묻거나 인적이 드문 건물 소화전에 보관한 30대 남성 등을 구속 기소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필로폰 10만 명분을 집 안에 숨기고 있던 40대 남성이 모친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투약·보관) 혐의로 윤모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9일 오후 의정부시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10일 오후 4시 반경 한 분식집에서 어머니와 식사하다가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그의 어머니는 곧장 112에 “아들이 마약을 투약했고, 지금 옆에 있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윤 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간이 시약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윤 씨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고,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어머니가 마약을 그만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분식집으로 데려간 후 자백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윤 씨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여행용 캐리어에서 약 3㎏ 분량의 필로폰이 나와 현장에서 압수했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임을 고려하면, 윤 씨가 갖고 있던 필로폰은 약 10만 명이 동시 투약할 분량이었다. 시가로는 약 9억~1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장에 다른 마약은 없었다.윤 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자택 수색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약 관련 전과가 없었다. 다만 대량의 마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경찰은 윤 씨의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윤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윤 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상선 등을 추적할 계획이다. 최근 이처럼 대량의 마약을 취급한 일당이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 검찰은 프랑스에서 필로폰과 코카인, 대마 등 2kg이 넘는 마약을 들여와 야산에 파묻거나 인적이 드문 건물 소화전에 보관한 30대 남성 등을 구속기소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서울 시내에서 한밤에 지인을 강제로 차에 태운 20대 남성 3명이 납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9일 오후 11시 25분경 금천구 가산동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초반 남성을 강제로 차에 태운 뒤 강북구로 이동한 20대 남성 3명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감금)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피해자 지인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서울의 모든 경찰서를 대상으로 공조를 요청했다. 그 결과 강북구 미아동에서 이들이 탄 차량을 발견한 경찰은 10일 오전 2시경 일당 3명을 모두 체포했고, 피해 남성의 신변을 확보해 안전 조치를 했다. 피해 남성은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붙잡힌 일당은 경찰에 금전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당사자의 관계와 피의자들의 범행 동기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수사할 방침이다. 신고를 접수한 지 3시간도 안 돼 피의자를 모두 붙잡은 이번 사건을 두고, 지난해 3월 발생한 ‘강남구 납치 살해’ 사건과 대비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약 1시간 뒤 납치 차량 번호를 확인해 전국 공조 체계를 가동했지만 피의자는 42시간이 지난 뒤에야 검거됐다. 납치 피해자는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차량번호 등이 담긴 신고 내용을 토대로 한 공조 요청으로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50대 남성이 교회에 몰래 들어가 옷걸이에 씹던 껌을 붙여 수백만 원을 헌금함에서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의정부의 한 교회 예배당에 들어가 500만 원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남모 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길에서 주운 철제 옷걸이를 펴 씹던 껌을 붙인 뒤 지난달 3일과 8일 한밤중에 열려 있던 교회 예배당에 몰래 들어갔다. 이어 옷걸이를 헌금함에 넣어 돈봉투에 붙인 뒤 꺼내는 방식으로 각각 400만 원과 100만 원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헌금함은 입구가 가늘고 좁아 봉투만 넣을 수 있고, 손은 넣을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교회 목사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적한 끝에 4일 의정부의 한 숙박업소에서 남 씨를 붙잡았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훔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무직인 남 씨의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남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2022년에도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50대 남성이 남 씨와 같은 수법으로 교회에서 현금 80만 원가량을 훔쳤다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근 현직 경찰의 음주 폭행과 미성년자 성매매 등 비위가 잇따르자 경찰청장이 ‘특별 경보’까지 내리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그로부터 약 35시간 만에 경찰관이 시민과 폭행 시비를 벌이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치안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찰 내 일각의 ‘동료 봐주기’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장 ‘엄중 경고’ 35시간 만에 또 음주 시비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3기동단 소속 박모 경위는 9일 오전 2시 40분경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행인과 시비를 벌인 혐의(폭행)로 입건됐다. 경찰은 박 경위가 노래방을 이용하고 나오다가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었고, 이후 건물 밖에서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박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오후 3시 30분 전국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화상으로 불러 모아 ‘의무 위반 근절 특별 경보’를 발령한 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연달아 발생한 경찰 비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엄중 조치를 지시했다. 4월 11일까지 특별 감찰을 벌여 음주운전과 성비위 등 의무 위반 행위자를 가중처벌하고 관리자(소속 계·팀장, 서장 등)를 문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7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역시 서울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음주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지휘관들의 ‘일벌백계’ 방침이 무색하게 경찰관이 물의를 빚는 일이 잇따르자 현장에선 ‘백약이 소용없을 정도로 기강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6일 서울청 기동단 소속의 한 경장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신고됐다. 이후 같은 기동단 소속 직원들의 음주 폭행 사건이 2건 이어지자, 조 청장은 같은 달 16일 서울청 기동본부를 찾아 소속 경찰들의 행실 관리를 당부하며 비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했다. 하지만 7일 후인 같은 달 23일 같은 기동단 소속 직원이 또다시 음주 폭행 사고에 휘말렸다. 29일엔 강북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사가 불법 성매매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달 들어서도 경찰관의 비위는 이어지고 있다. 7일 강동경찰서의 한 지구대 순경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아파트 입구의 길 위에서 술에 취해 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료 경찰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경찰은 특별 경보 발령 이후 발생한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3기동단 소속 박 경위의 경우) 지시 위반 등으로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그의) 상급자가 관리 감독의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내 ‘동료 봐주기’ 문화 탓” 전문가들은 잇달아 터진 경찰 비위가 치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주요 업무는 음주 폭력 등 각종 범죄를 단속하는 것”이라며 “비위가 계속되면 시민이 경찰의 안내를 따르지 않으려 하거나 치안 능력을 불신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처럼 ‘일벌백계’를 강조하며 징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경찰 비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경찰서와 지구대 내에서 불시에 음주 단속을 하거나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되풀이됐지만, 경찰 내 ‘동료 봐주기’ 문화와 수직적 분위기가 비위 근절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에도 윤 청장은 전국 경찰에 음주운전과 성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중징계 이상의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경찰 감찰 부서가 혹독할 정도로 내부 조사를 벌일 뿐 아니라 같은 부서 동료도 서로 모니터링하고 비위를 제보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며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동료의 비위를 눈감아 줘선 안 된다는 인식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신희 양(17)이 ‘자해 동영상’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영상 속 유튜버는 ‘힘든 인생을 왜 버텨야 하냐’라며 자해 경험을 설명했다. 당시 대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 양은 그 말을 계속 떠올리다가 직접 자해를 시도하기에 이르렀고, 중학교 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까지 했다. 이 양은 “예민한 나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살·자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니 ‘따라 해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주변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영리 단체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정신건강 리더(또래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SNS 자살 정보, 하나 지워도 2건 더 생겨 지난해 국내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198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는 최근 4년 새 신고가 9배 이상으로 증가한 SNS상 자살 유발 정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 등에서 자해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놀이’처럼 번지며 미디어에 민감한 10대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동반자 모집글 등 자살 유발 정보는 총 30만3636건이 신고됐다. 2019년 3만2588건에서 4년 새 9.3배로 증가한 것. 같은 기간 재단이 모니터링해 삭제한 자살 유발 정보도 3만2588건에서 10만5125건으로 늘었지만, 정보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재단 관계자는 “모니터링 인력이 4명뿐이라서 늘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한 SNS에서 자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신체를 훼손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이 여과 없이 등장했다. 10대라는 한 이용자에게 DM(메시지)을 보내 자해 사진을 올린 이유를 물으니 “다른 자해 글을 따라 해봤는데 사람들이 걱정해주는 것을 보고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 아동 청소년 사망 5명 중 1명, 스스로 목숨 끊어 최근 통계청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제출한 ‘자살 사망자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 사망자는 1만3661명으로 2019년(1만3799명) 이후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19세 이하 자살 사망자는 373명으로, 이 나이대 전체 사망자(약 1700명) 가운데 약 20% 수준이었다. 특히 19세 이하 인구 100만 명당 자살자(자살률)는 지난해 46.7명으로, 통계청이 사망 원인 집계를 내기 시작한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15년(23.7명) 이후 8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저출생으로 미성년 인구는 급감했는데 자살자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누적된 정신건강 문제가 자살 유발 정보를 만나 폭발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대면 수업 등 사회 활동이 중단됐던 청소년이 등교 재개 후 부적응 등 스트레스를 마주하고, SNS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자살·자해 행동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운영업체와 함께 자살 유발 정보 삭제를 강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자살, 자해 정보를 업체의 자율 규제에 맡기고, 위반 시 기준 강화 권고에 그친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국과 업체가 자살 유발 정보를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멈춰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1일 최모 소방사(35)는 지난달 28일 마약에 취한 채 난폭 운전을 하던 한 운전자를 붙잡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3년차 119구급대원인 그는 사건이 일어난 날 오전 8시 반경 차를 몰고 경기 포천시 신북면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검은색 외제차가 S자를 그리며 1, 2차선을 넘나들었다. 해당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자 최 소방사는 음주운전 차량이라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곤 경적과 상향등을 켜고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직후 옹벽을 들이받은 차량은 이내 최 소방사의 유도에 따라 갓길에 차를 멈춰 세웠다.시동을 끄고 차량에서 내린 여성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말투가 어눌했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돌아가는 길”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이 모습을 수상히 여긴 최 소방사는 신분을 밝히고 동의를 얻어 여성의 양쪽 팔을 확인했고, 손목과 팔 등에서 다수의 멍 자국을 발견했다.출동한 경찰관들은 여성을 인계받은 뒤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실시했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운전자 여성을 상대로 마약 투약 혐의와 공범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다음 주 중 대형 사고를 막고 마약사범 체포에 이바지한 공로로 최 소방사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3년차 소방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 소방사는 동아일보에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구급대) 대장님과 동료 대원들, 어머니에게 칭찬을 들으니 뿌듯하다”고 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4년 후에는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화장(火葬)할 곳을 찾지 못하는 ‘화장 절벽’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사망자가 급증하는데도 화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해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화장 인구는 34만2128명으로, 2018년 대비 8만2781명(31.9%)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화장로는 347개에서 382개로 35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자치단체가 장사시설을 확충하려 할 때마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화장장을 60곳에서 62곳으로 2곳밖에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로에서 한 해 수습 가능한 시신은 34만6680구라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이다. 그런데 통계청 장래 사망자 추계에 화장률(90%)을 대입하면 2028년엔 35만1000명의 화장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후에는 최소 4320명의 시신이 화장할 곳이 없어 떠돌게 되는 것. 하지만 2028년까지는 전국에 새로 준공 계획이 마련된 화장장이 없다. 이대로라면 화장장의 수용 능력과 수요의 격차는 2030년 2만2320명, 2040년 13만3020명, 2050년 26만9820명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한국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장사시설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망자 증가 속도가 기대수명 연장의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며 “장사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화장장과 주민 편의시설을 한 장소에 건립하는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 줄 밀리는 화장장… 4년후 시신 4000구, 갈곳 못찾을 우려 ‘화장 절벽’ 온다 주민 반대에 화장시설 못늘려… 관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화장진행유족들 모두 모여 추모도 못해수도권은 이미 ‘원정화장’ 일상화… 日은 화장장 짓는데 15년 주민설득 최근 인천 부평구 인천시립승화원 화장장을 찾은 김모 씨(47)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의 시신이 담긴 관을 인계하고 관망실(유리벽 사이로 화장을 확인하는 공간)로 걸음을 옮겼는데, 유족이 미처 모이기도 전에 화장로의 문이 닫힌 것이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슬품에 한 유족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2시간 뒤 유골함을 넘겨받은 유족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서둘러 장지로 이동해야 했다. 다음 화장 순서가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유골함 받기도 전에 다음 순서”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도 혼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날의 열다섯 번째 화장을 앞두고 관이 줄지어 도착하자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앞서 화장로에 들어간 고인들에 대한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직원들은 다음 순서를 호명했다. 앞서 기다리던 유족이 미처 유골함을 건네받기 전부터 다음 순서 유족이 뒤섞여 장내가 혼란스러워졌고, 이들은 좁은 공간에 뒤엉킨 채 슬픔을 삭여야 했다. 일괄적인 화장과 수골(收骨)은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인천시립승화원 화장장에선 아무 관계없는 고인 2명의 유골이 뒤섞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분골기에 이미 1명의 유골이 들어있었는데 담당 직원이 이를 덜어내지 않고 다음 유골을 수습했다. 인천시설공단 측은 “앞으로 직원끼리 역할을 나누지 않고 한 시신을 직원 1명이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화장장 부족 현실화… 원정 화장도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늘어난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화장장마다 화장로의 가동 횟수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대도시 등에선 화장장 부족이 이미 현실화했다. 2022년 서울과 경기에선 지역 내 화장장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화장해야 할 시신이 각각 1만7000여 구, 2만6000여 구 더 많았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년 넘게 상조회사에서 장례지도 업무를 해온 김모 씨(49)는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겨울에는 화장장 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가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1월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화장로 52기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포화한 화장시설에 화장로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한들 늘어나는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화장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준공은 물론이고 착공을 앞둔 화장장도 없다. 경기 양주시가 추진 중인 광역 화장장이 가장 빠르지만 이마저도 타당성 검사를 마치고 착공하려면 4년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경기 이천시립화장장 등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日, 주민과 15년 대화, ‘필요 시설’ 설득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이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보고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각 지자체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나고야시는 2015년 제2화장장을 준공하기 15년 전부터 당국이 주민과 2700회에 걸쳐 대화했다. 초등학교를 찾아 “귀신이 나오는 게 무섭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우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 가와구치시는 화장장 주변에 호수공원과 키즈카페 등 선호시설 건설을 병행한 끝에 주민 동의를 얻어 2018년 화장장을 신설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유럽에서도 장사시설을 늘릴 땐 철저한 계획이 선행됐다. 벨기에는 정부가 주도해 화장장 21개를 지었는데, 인구 30만 명당 화장장 1곳을 가정하고 시설이 한 지역에 몰리지 않도록 안배하는 등 표준화된 세부 계획을 내세워 갈등을 해결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대표는 “2001년 장사법이 시행됐을 때 정한 원칙은 모든 시군이 각자 화장장을 갖추는 것이었으니 지자체들이 의지를 갖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화장로 1, 2개짜리 소규모 화장장을 여러 곳 운영하는 유럽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