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교사 10명 가운데 6명은 학교에서 ‘여성 혐오’ 표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의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636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모두 59.2%였다. ‘드물게 경험했다’ 31.9%(202명), ‘가끔 경험했다’ 17.9%(113명), ‘자주 경험했다’ 7.4%(47명) 순이었고 ‘항상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2.1%(13명)나 됐다. 이번 조사 응답자 가운데 여성은 447명(75.5%), 남성은 142명(24.0%)이었다. ‘여성 혐오’ 표현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김치녀’(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같은 여성 비하 발언, ‘여교사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컵스카우트 대장이 여자인데 믿을 수 없다’ 등 여성 능력을 차별하는 발언, ‘못 생겼다’ ‘가슴이 빈약하다’ 등 외모를 지적하는 발언 등이 모두 포함됐다. 여성혐오 표현을 한 사람(복수응답)으로는 남교사(194명·48.5%)가 가장 많이 꼽혔다. 관리자나 남학생에게서 여성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각각 180명(45.0%)이었다. 특히 여교사는 남학생으로부터 여성 혐오 표현을 들은 비율이 초등학교(36.7%), 중학교(51.7%), 고등학교(62.1%) 등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급증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 여성혐오가 학교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대, 사범대학, 교원 연수에서 ‘성-성인지 감수성, 성평등’을 필수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2016년 미국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게재 논문 수 4841편’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꿈꾸는 성균관대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성균관대 교수의 SCI 게재 논문 수는 1996년 92편에 불과했지만 2016년 4841편으로 10년 만에 무려 52배로 늘어났다. SCI 게재 논문 수로만 보면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한 비약적인 성장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연구성과 매년 기록 경신 중 성균관대는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성균관대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996년 43명에서 올해 17.5명으로 줄었다. 매년 수십 명씩 채용을 늘려온 덕분에 교원 수는 1437명(2015년 기준)까지 늘었다. 교원인사제도를 손질해 특성화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채용했고, 교육·연구중심의 성과급을 도입했다. 우수교원은 책임 학점을 감축해 강의 부담을 줄였고, 연구조교 장학금을 별도로 운영했다. 연구 지원액도 1996년 82억 원에서 2016년 3565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다 스타트업 펀드, 특별연구비 지원을 통해 다각도로 연구 지원도 하고 있다. 박사 연구원에게 연간 5000만 원씩 지원해 미래의 연구자로 키워내는 리서치펠로(RF)사업에는 지난해 113명이 선발됐고 올해 32명이 추가로 선발됐다. 학부 재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성균관대 재학생 1인당 장학금액은 지난해 354만 원으로 전국 4년제 종합대학에서 최고 수준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최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삼성장학금을 포함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1인당 평균 장학금은 인문사회계열 292만 원, 예체능계열 244만 원, 자연과학계열 359만 원, 의학계열 995만 원, 공학계열 318만 원에 달한다. 유지범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은 “연구력이 세계 50위권에 드는 목표를 담은 ‘비전2020’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국제화된 교육환경으로 글로벌 인재 양성 성균관대는 현재 76개국 940개 대학과 교류하고 있다. 외국 대학들과 복수학위와 교환학생 제도를 확대하고 학술교류협정을 꾸준히 체결해 왔다. 재학생들의 해외 진출과는 별개로 외국인 교수 및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글로벌 캠퍼스’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교수 10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 교수다. 지난해 외국인 교수 비율이 11.9%로 주요 사립대의 평균을 웃돌았다. 외국인 학생도 단순 어학연수생이 아닌 학위과정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학생 비율은 0.7%(1996년)에서 9.7%(2016년)로 뛰어 역시 국내 대학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2008년부터 매년 여름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계절학기인 국제하계대학(ISS)도 국내외서 호응을 얻고 있다. 구자춘 국제처장은 “올해는 ‘새로운 경험, 새로운 연결’을 주제로 국제하계대학을 진행한다”며 “매년 전 세계 2000명의 학생이 한 달간 한국을 찾아 한국의 수준 높은 교육시스템과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도 최고 수준 정부 부처 및 산하 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 사업 실적도 급증했다. 지난해 성균관대 18개 연구센터는 모두 877억 원의 연구사업에 신규로 선정됐다. 이어 올해 6월까지 14개 연구센터가 새로 선정돼 총 386억 원의 연구비를 새로 지원받는다. 정부가 각종 연구사업을 선정할 때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연구력 및 연구 성과를 중점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성균관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단(IBS) 2개 분야(뇌과학이미징연구단, 나노구조물리연구단), BK21플러스 미래기반 창의인재 양성형에 16개 사업단, 글로벌인재 양성형 2개 사업단, 특성화 전문교육사업단 3개 등 총 31개 사업단은 매년 약 19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자사고·외고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취임 1주년(10일)을 맞는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7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현장의 우려부터 쏟아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자사고·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일반고로의 자율적인 전환을 유도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다음 달 출범할 국가교육회의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한다. 이와 관련해 하 회장은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기보다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하고 일반고의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교 서열화는 ‘학벌주의’로 인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인데, 자사고·외고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국정기획위에 이러한 의견을 담은 제안서를 3차례 제출했고 당초 일괄 폐지안보다 상당히 유연해졌다고 평가했다. 자사고·외고가 전기 전형에서 학생을 먼저 선발하는 우선선발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놓고 “자사고·외고는 수월성 교육의 수요에 따라 도입됐다. 특권교육 폐지가 하향평준화를 의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일반고와 특목고 동시선발 효과에 대해 자체 정책연구소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 하 회장은 또 “고교학점제 도입 전에 학생 수요에 맞는 교과목이 신설돼야 하고, 이를 가르칠 교사가 양성돼야 한다”며 “20, 30년을 내다보고 교사가 중심이 된 교육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성과급 폐지를 찬성하는 등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차등성과급은 도입 취지와 달리 교사 간 갈등만 일으킨다”며 “차등성과급 대신 담임이나 학생부장 등 어려움이 큰 직무, 기피 업무를 맡은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교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큰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내신 상대평가 문제에 대해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수능은 대입자격시험으로 하되, 내신은 상대평가로 변별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수능 절대평가는 51.9%, 내신 절대평가는 55%가 찬성했다. 국가교육회의는 헌법 기구로 명시돼야 교육 현장에서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이념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헌법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교육회의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간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6월로 다가온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비용이 크고 투표 참여율도 저조한 만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교육감 직선제로 이념 갈등만 키우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교육 현장과 교육 주체의 혼란이 크다”며 “직선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일괄 폐지 대신 ‘단계적 폐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내용을 13일 대통령 보고에 포함하기로 했다. 7일 복수의 국정기획위 및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교육 분야는 6대 과제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교육의 공공성·공정성 강화’ 과제 실행 계획으로 ‘자사고·외고 단계적 폐지’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자사고·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더라도 교육부가 정책일몰제 도입 등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할 것인지, 5년 주기의 평가 주기가 도래하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연차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것인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고교 입시 혼란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괄적인 폐지보다는 단계적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며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교육부가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을 개정하든, 평가 체계를 손질하든 자사고 폐지는 2020년 이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0, 2011년 대거 지정된 자사고 평가 시기가 2019, 2020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외고에는 사업비용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해 자율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단계적 폐지’에 앞서 국정기획위는 먼저 자사고·외고의 우수 학생 독점을 막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교 유형별 선발 시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해 특수목적고·자사고·일반고가 동시에 신입생을 선발해 특정 학교 우수 학생 쏠림 현상을 막는다는 것. 고교입시 전형이 단순해지면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학생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일반고 배정 과정에서는 아무런 불리함이 없다. 하지만 동시 선발 방식으로 바뀌면 특목고·자사고 불합격자는 지원자가 적어 미달된 비선호 일반고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 인터뷰에서 자사고·외고 폐지에 따른 ‘강남 8학군’(현재 명칭은 강남학교군) 쏠림 우려에 대해 “통합학교군제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단계별 고교 선택제는 학생이 1단계(통합학교군)에서 서울지역 전체 고교 중 2곳, 2단계(거주지학교군)에서 거주지학교군 내 학교 2곳에 지원하면 시교육청이 배정하는 식이다. 2단계까지 학교 배정이 안 되면 거주지학교군과 인접학교군 내 고교로 배치된다. 배정 비율은 1단계 20%(단, 용산구 종로구 중구는 40%), 2단계 40%, 3단계 40%다. 조 교육감의 제안은 1단계 통합학교군 선발 비율을 높여 강남구 서초구에 거주하지 않아도 8학군 내 고교에 입학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 교육감은 현재 20%인 통합학교군 선발 비중을 40%까지 높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학교군 선발을 강남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학교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하는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중동고 교장)은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국가교육국민감시단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자사고 폐지론자들이 자사고에 고교 서열화 등 누명을 씌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은 시대착오적 교육 역주행”이라고 주장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덕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데 주력함으로써 미 워싱턴 조야의 ‘중국 경사(傾斜)론’ 우려를 해소시켰다. 그러나 본격적인 외교전은 지금부터다. 7, 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만남부터 문 대통령으로선 만만찮은 부담을 갖게 됐다. 미국은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대중 압박 동참 여부를 주시할 것이고,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뒤집기 위해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 中 ‘사드 배치 철회’ 압박 지속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단언했다. 2일(현지 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못 박은 데 이어 중국의 경제 보복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중 외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강한 어조로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가진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역내 전략 균형을 훼손한다”며 “사드 배치에 단호히 반대하며 관련국이 배치를 중단하고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방안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 병행 추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등을 언급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한미 정상의 공감대가 양국 간 갈등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언론들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통상부 차관)는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는 불편했을 것이고,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미국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할 것”이라며 “한미중 삼각관계를 관리해야 할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고 분석했다. ○ 미중 간 긴장 고조도 한국에 부담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두 정상은 역내 관계들을 발전시키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을 비롯해 ‘3국 안보 및 방위협력’ ‘3자 메커니즘 활용’ 등 5번이나 한미일 공조가 강조됐다. 중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미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고 비유하며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부담을 더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동성명에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고 적시한 것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 정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해 (한미일이) 함께 협력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점은 중국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중 간 ‘마러라고 밀월’이 끝나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 우린 문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무엇인지, 미국의 대중 정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듣고 싶어 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 제재 동참을 압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이제라도 사드 철회에 대한 중국의 기대를 확실히 접게 하고, 조속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손효주·한기재 기자}

한미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공동성명과 공동언론발표에 사드 배치를 명시하지 않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미 워싱턴 조야를 향해 ‘사드 배치 철회는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가 ‘그런 의도(사드 철회)로 절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당연히 거치는 절차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니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해 대화가 오갔으나 미국 측에서 이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자고 요구했고 우리도 수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측이 “정상 간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는 뜻을 미국 측에 타진했고, 미국이 이에 응하면서 공동성명에서 사드를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명시된 ‘두 정상은 역내 관계들을 발전시키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내용도 주목된다. ‘3국 안보 및 방위협력’ ‘3자 메커니즘 활용’ 등 한미일 공조 강조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다.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국에 경제 보복 철회를 요구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사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한미일 협력을 원하는) 미국 요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에서 미 상·하원 지도부와 잇달아 간담회를 갖고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 국가이므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이고 그만큼 사드에 대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도 크다”며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배치)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합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치 시기도 당초보다 미뤄지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는 한미 동맹에 기초한 합의이고 한국민과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 조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사드는 북한 도발 때문에 필요한 방어용이므로,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핵·미사일이 더 고도화되는 것을 막고 종국적으로 완전한 폐기가 한미 공동의 목표로, 강력한 한미 동맹으로만 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기에 어느 때보다 해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역할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가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중국의 역할 때문”이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좀 더 역할을 할 여지가 있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도 한미 공조 속에서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시장경제나 남한 체제가 우월하다는 교육 효과도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며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대화 국면에 들어설 때만 논의할 수 있고, 이는 당연히 국제적 공조의 틀 속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미 의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만큼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과거에 방북했을 때) 북한이 ‘미사일을 판매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미국이 구입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었다. 북한 무기 판매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가”,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북핵 문제를 전임 대통령들은 해결하지 못했는데 문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워싱턴=문병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 원로정치인 자문그룹 ‘디 엘더스(The Elders)’에 가입했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디 엘더스’는 반 전 총장이 입회 초청을 수락해 신규 회원이 됐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디 엘더스와 유엔은 정의, 연대 및 평화, 인권 수호에 대한 의지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다”며 “전임자인 코피 아난과 함께 디 엘더스에서 활동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07년 설립된 디 엘더스는 현재 반 전 총장의 전임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 전 세계 원로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 이후 기후변화, 양성평등, 난민 등 국제사회 당면 과제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디 엘더스는 2011년 4월 방북 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현지 시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두 장관은 한미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고히 견지하는 가운데 앞으로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핵 해법을 위한 공동의 전략을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강 장관은 미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인 오후 4시부터 30분간 국무부 청사에서 틸러슨 장관을 만나 한미동맹과 북핵 해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했다. 틸러슨 장관은 회담 시작 전 ‘북한의 고삐를 죄는 것에 대해 (한미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하며 대북 압박에 대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또 두 장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와 동맹 강화뿐 아니라 두 정상이 우의와 신뢰를 돈독히 하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크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강 장관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에 애도를 표하고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대사관 주변에서 벌인 이른바 ‘인간 띠’ 시위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대사관은 ‘인간 띠’ 집회가 허용된 것은 외교 공관 보호 의무를 규정한 빈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최근 외교부에 보냈다. 외교 당국자는 “외교 사안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외교부는 관계 법령 등에 따라 주한 공관의 안정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항의 서한이 접수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24일 사드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을 2000여 명이 약 19분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벌였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주미 대사 간담회를 가졌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멘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 ‘종교 멘토’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등을 만나 광범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감에 의존한 즉흥적인 판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서류 가방 따위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이 30일 이뤄진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4개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① ‘감성 터치’로 신뢰 쌓기 청와대와 외교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자 가장 중요한 동맹 국가인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마다 ‘악수 대결’을 펼쳐온 만큼 문 대통령과의 악수에 특히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정상들 간의 회동 장면을 면밀히 살펴본 뒤 두 손을 맞잡고 따뜻한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팔목 상단을 잡는 방법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30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정상회담은 단 20분 동안 진행된다. 지루한 보고를 참지 못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 문 대통령은 논리적 설명보다 감성적 접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처사를 비판하고 애도의 뜻을 직접 전할 예정이다.② 일정 속에 숨은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 문 대통령은 29일 가족사와 연결되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로 방미 일정을 시작한다. 1950년 11월 26일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당한 미군 1만3000여 명이 17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들이 중공군 남하를 막아내면서 그해 12월 23일 흥남철수가 가능했다. 미군을 기다리던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무기를 버려가며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웠다. 이 중에 문 대통령의 부모가 있었다. 이어 30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다. 펜스 부통령의 부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로 동성훈장을 받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가 함께 피를 흘린 ‘혈맹’임을 강조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함께 번영해온 한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비즈니스 서밋’,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할 ‘정상회담’ 등 양국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그 자체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메시지다.③ 민감한 이슈 조율 이뤄지나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인 ‘핵 동결→핵 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큰 그림’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미가 막판까지 북핵 공조와 관련된 문구를 조율하고 있어 의외의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민감한 이슈는 최대한 피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과 돌발 질문과 발언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다.④ 퍼스트레이디 간의 호흡은? 성악을 전공한 김정숙 여사와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호흡도 관건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화력이 좋고 외향적인 김 여사가 만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만찬에서 오갈 맞춤형 멘트를 준비하는 등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여사는 방미를 앞두고 만찬 등 행사별 복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을 고르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연미복을, 김 여사는 한복을 입을 예정이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다. 28일(현지 시간) 장진호(長津湖) 전투기념비 헌화로 방미 일정을 시작해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한미동맹 발전방안, 근본적인 북핵 해법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민감한 이슈들이 불거진 데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정상의 첫 만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성공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난 거래 자체를 위한 거래를 한다”고 썼다. 반면 문 대통령은 실리보다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26일 전직 주미 대사 7명을 초청해 조언을 경청하는 등 한미 정상회담을 ‘열공’했다. 이들과 외교 전문가들의 제언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비책’을 정리했다.①크게, 멀리 생각하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적어도 3년 반 동안 임기를 같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큰 그림’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도 주미 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한미 동맹을 탄탄히 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공동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②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사드 배치나 한미 FTA 개정을 주요 의제로 삼지 않겠다는 전략이지만 돌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나 한미 FTA를 거론하면 대화에는 응하되 즉석에서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며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답변을 하고 실무 협의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한미 FTA 개정 문제보다 에너지, 인프라 등 대미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 논의할 여지가 있다. ③한미 동맹 스토리로 어필하라 문 대통령의 개인사에는 한미 동맹의 끈끈한 역사가 담겨 있다.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이 중공군의 남하를 막는 동안 흥남철수 작전이 이뤄졌다. 흥남철수 마지막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랐던 피란민 중에 문 대통령의 부모가 있었다. 또 문 대통령은 1976년 특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복무할 당시 아서 보니파스 미군 대위가 희생된 도끼만행 사건 보복 작전에 ‘문재인 상병’으로 투입됐다. 외교 당국자는 “문 대통령은 미국 보수층이 한국 진보정권에 갖는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며 “이를 부각시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④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최대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핵 해법의 선택지를 ‘대화’로만 좁힐 필요는 없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금 ‘대화’만 강조하는 것은 우리 카드를 모두 꺼내놓는 것”이라며 “한미 간 조율된 대북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부터 대화를 재개하는 조건까지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관련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respect)’”고 언급하면서 한미 간 사드 난기류가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두 장관의 첫 통화에서 강 장관은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취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존중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가 누락된 경위 조사를 지시한 직후인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국의 조치를)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해한다(understand)’는 표현은 외교적으로는 적극적인 지지가 아니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이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8일(현지 시간)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미국 정부에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 간 가장 민감한 이슈였던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 최고위 당국자의 표현이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문제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존중한다’는 표현은 문 대통령이 ‘사드 철회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힌 데다 외교채널 협의를 통해 사드 이견이 좁혀지면서 나온 발언”이라며 “한미가 북핵 공조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불협화음을 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28,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파이널 터치’(최종 조율)를 위해 문 대통령보다 하루나 이틀 먼저 방미해 틸러슨 장관과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강 장관이 “회담 전에 만나 파이널 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자 틸러슨 장관이 “참 중요한 이야기다. 보좌진들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도록 하자”고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너무 일찍 출근하지도, 너무 늦게 퇴근하지도 않겠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외교부 5급 이하 직원들과 비공개 대화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대화는 외교부 청사 2층 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분 정도 ‘TED 형식’으로 열렸다. 외교부 직원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강 장관은 이날 수첩에 꼼꼼히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경청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가 쇄신될 수 있도록 제안들을 과감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저부터 6시 퇴근 지켜보려고 노력하겠다. 너무 일찍 출근하지도, 너무 늦게 퇴근하지도 않겠다”며 “조직이 의지가 있으면 흘러내려와서 (장관이) 말을 안 해도 (직원들이) 하게 되니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웃음소리가 터지기도 했다. 강 장관은 ‘워킹맘’으로서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강 장관은 “아이 셋을 위해 100%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일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일년 뒤 엄마가 학원 스케줄을 짜면서 교육을 관리하는 것보다 아이의 생김새를 잘 파악해서 생긴 대로 크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는 직원 약 400여명이 직접 참석해 강당을 꽉 채웠고, 본부와 재외공관 직원 2200여명을 위해 외교부 내부망을 통해 생중계 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당초 한미 양국이 합의한 계획에는 2017년 말까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원래 내년까지 배치하는 게 양국의 합의 사항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구체적 일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 후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정이 앞당겨졌다”며 “이런 가운데 환경영향평가라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소홀하게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밝혀온 내용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내년(2017년) 말을 목표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지만 한미가 좀 더 노력을 배가해 빠른 시기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를 늦어도 연내에 배치한다”는 방침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할 얘기가 없다.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사드 배치에 따라 국내 기업에 취한 모든 보복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으로 중국의 협력이 없다면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나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강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첫 통화를 가졌다. 강 장관은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틸러슨 장관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중 외교안보대화에 대해 “지금 우리(미국과 중국)가 하고 있는 것은 ‘평화적인 압박 캠페인’이다”라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우경임 기자}
일본 정부가 21일 독도가 자국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명시했다. 또 중학교 해설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 중인 ‘헌법 개정 절차의 이해’를, 초등학교 해설서에 자위대의 역할을 처음으로 명기하도록 해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행보를 학생들에게 교육하도록 했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각급 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쳐야 할 내용과 세부사항에 대해 정한 것이다. 교과서 제작 업체에는 편집지침이 되고 현장 교사들에게는 수업 지도의 지침이 된다. 이를 통해 일본 학생들은 ‘독도=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배우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2020년부터 초등학교, 2021년부터 중학교에 각각 도입될 예정이다. 새 해설서에는 3월 확정된 학습지도요령에 일본 영토로 명기된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더해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고유 영토로 규정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이 지시됐다. 가령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에서는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해 일본이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할 것을 명시했다. 독도는 역사적, 국제적으로 일본 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사회의 공민 분야에선 독도 및 북방영토와 관련해 방문 제한과 선박의 나포, 선원 억류 등이 이뤄져 과거 일본 측에 사상자가 나온 사실을 한국 중국의 ‘불법 점거로 인한 주권 침해 실태’로 다루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잘못된 영토 관념을 주입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기타가와 가쓰로(北川克郞)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우경임 기자}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21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시사한 워싱턴 발언과 관련해 “(학자로서 얘기인데) 이게 큰 문제가 되나”라며 개인적 의견임을 강조했다. 거듭해서 “학술회의에서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인데 왜 이러냐”고 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4시경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보라는 자격으로 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보지만 내 직업은 연세대 교수이고 내 역할은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관련) 자문(조언)을 주는 것”이라며 “자문을 받고 안 받고는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누구에게서 경고를 받았나’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문 특보는 다소 불쾌한 어조로 “청와대는 모른다. 그런 거 없다. 이게 (뭐) 큰 문제가 된다고 그러느냐”고 답했다. 문 특보는 방미 중인 16일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고 청와대는 19일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21일 첫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는 일본 측 요청으로 오전 11시 20분부터 20분간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날 통화와 관련해 “양 장관은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한일 및 한미일 공조 하에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외상은 강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으며, 강 장관은 “일본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으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양국의 간극만 확인했다. 기시다 외무상이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해 강 장관은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런 점을 직시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가 밝혀온 위안부 합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강 장관이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다. 이어 양측은 올해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계기에 수시로 연락하기로 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이 공표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첫 인사를 통해 여성 보좌진을 대거 발탁했다. 강 장관은 20일 장관 특별보좌관 겸 개발협력대사에 오영주 주유엔 차석 대사(외시 22회)를 임명했다. 오 특보는 강 장관이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을 지낼 당시 국제연합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이후 주유엔 차석 대사를 지내면서 유엔에서 근무하던 강 장관과 가깝게 지낸 측근으로 꼽힌다. 장관 보좌관과 비서관에도 여성인 한우정 서기관(외시 37회)과 김면선 서기관(외시 38회)을 각각 임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은 여성 및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존 장관 보좌진이 남성 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여성 외교관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주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한 한 서기관 외에 중국·일본통인 김상훈 동북아3과장이 장관 보좌관으로 발탁됐고 미국통인 조현우 장관 보좌관은 유임됐다. 양자·다자외교 분야에서 골고루 인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외교부는 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과 인적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관계의 이상 조짐이 해소되기는커녕 확대되는 형국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논란이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 축사,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미국 조야(朝野)는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회의 도중 한국의 사드 배치 논란에 크게 화를 냈고, 욕설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한미 관계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미 관계의 균열 조짐은 결국 북한에만 득이 될 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문정인 발언은 사견? 문 특보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 주최로 열린 세미나와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했다. 문 특보의 개인 의견이라면서 공개적인 대응을 피했던 청와대는 19일 태도를 바꿔 문 특보를 향해 ‘공개 경고’를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문 특보도 이날 미국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가 한미 동맹에 주는 함의’라는 주제의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나는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대변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런 제재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반된 인식 사이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신뢰 구축 공간이 전혀 없고,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딜레마이자 걱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미 워싱턴은 문 특보의 발언을 단순히 학자적 소신으로만 여기지 않고 있다. 문 특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면서 동북아균형자론과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약했고, 문 대통령의 ‘통일 멘토’로 대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자문그룹의 좌장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문 특보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린다. 또 문 특보가 직접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누누이 밝혔던 ‘북핵 해법’과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문 대통령은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에 북한이 우선 핵 동결을 하고 충분히 검증된다면 한미 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가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북핵 해법 시각차만 드러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때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고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축사에서 북한의 핵 동결을 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북 압박 정책을 폈지만)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북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대화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완성 단계에 이른 지금 10년 전처럼 대화를 통해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유효한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또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북한은 남한이 내민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북-미 간 뉴욕 채널이 차단됐음에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1년 넘게 북한 평양과 유럽 등지에서 북한 최고 외교 당국자와 비밀 접촉을 이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 국장 등과 1년 넘게 접촉을 이어왔고, 이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뿐 아니라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외교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고 남한을 압박하면서 실리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