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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의 최대 묘미는 눈꽃여행이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하얗게 피어난 ‘설화(雪花) 터널’을 만나는 순간 평생 잊을 수 없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강원 평창과 홍천의 경계에 선 계방산은 겨울철 눈꽃을 잘 볼 수 있는 설화 명산으로 유명하다. 백두대간의 서편에 우뚝 서서 시베리아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계방산은 높이도 높을뿐더러 눈꽃이 만들어지기 좋은 여러 조건을 갖춘 산이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켓 요정의 추억 강원 평창군 계방산(해발 1577m)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산행은 의외로 쉽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운두령 정상(해발 1089m)까지 차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계방산 정상까지 표고차는 488m도 되지 않아 5, 6시간 정도면 왕복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간밤에 약간의 눈이 내린 다음 날 새벽. 서울에서 차를 몰고 오전 8시 반쯤 운두령 쉼터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맞은편 계방산 탐방로 계단을 올라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요정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듯했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온 산의 나뭇가지에 은빛 구슬이 맺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 이 장면 어디에선가 본 듯한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피켓 요원들이 입고 있던 의상이 떠올랐다. 흰색 와이어에 반짝이는 구슬을 엮은 드레스와 손에 든 나뭇가지는 흡사 겨울나라에 사는 공주와 같은 우아함과 화려함으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가 디자인했던 ‘눈꽃 요정’ 의상은 평창 계방산의 눈꽃터널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쌓인 산속에서는 아이젠을 끼운 등산화로 걸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 등산로 중간쯤에서 만나는 물푸레나무 군락지에서는 몸통까지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설악산과 오대산, 태기산, 가칠봉 등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가 떠오르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순백의 눈꽃터널 사이로 코발트색 하늘이 비친다. 겨울 계방산을 더욱 청초하고 오묘하게 하는 시그니처 풍경이다. 상고대를 두툼한 솜옷처럼 입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영락없이 푸른 바닷물 속에서 춤추고 있는 하얀 산호의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수심 45m 바닷속에 본 은빛 해송(海松·천연기념물 456호)을 산속에서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계방산의 ‘상고대’는 눈꽃이 아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생기는 눈꽃과 달리 상고대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꽃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면 상고대는 녹아서 사라진다. 상고대가 녹으면서 나뭇가지에 얼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눈 위로 떨어진다. 부스러지는 얼음조각이 흰 눈에 떨어진 모습은 시루에서 막 꺼낸 백설기 떡 같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 바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산에 눈이 쌓여 있고, 눈이 녹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나 잎에 엉겨 붙어 상고대가 생기지요. 눈이 온 다음 날 눈꽃과 상고대가 함께 피어나는 게 최고입니다. 일기예보를 잘 보고 산행 날짜를 고르면 돼요.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 부근에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커피볶는 계방산장’ 박대원 대표)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세 개의 갈림길로 나뉜다. 다시 운두령으로 돌아가는 길과 계방산 삼거리 방면, 그리고 계방산 오토캠핑장 쪽으로 하산 길을 잡을 수 있다. 오토캠핑장 방면으로 내려오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를 볼 수 있고, 노동계곡과 이승복 생가를 볼 수 있다. ○밀브릿지 방아다리 약수터 계방산 입구에서 차로 20여 분 만에 갈 수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는 조선 숙종 때부터 약수의 효험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한국관광공사의 7대 약수에 선정된 곳으로 위장병과 빈혈증, 신경통,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폐쇄돼 마셔볼 수는 없다.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는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됐는데 고(故) 김익로 선생이 1950년대부터 숲을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 60여 년간 가꾼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나무, 낙엽송 등 10만 그루 넘는 나무가 이곳에 인공으로 심어졌다. 밀브릿지 입구부터 약수터까지 이어진 300m가량의 전나무 숲길이 그 결실이다. 방아다리 약수터는 주변 지형이 디딜방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들어선 ‘밀브릿지(Mill Bridge)’도 ‘방아다리’의 영문명이다. 이곳에는 숙박시설, 산책로, 약수 체험장, 명상원, 미술관,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밀브릿지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평창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소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전나무 숲길과 갤러리를 닮은 모던한 숙소가 관광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나무 숲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톤의 건물들은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 18개 객실로 이뤄진 숙박시설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넓은 창에는 전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긴다. 커플 여행객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창밖 숲속 풍경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 ○평창 송어 맛집 평창은 송어 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송어는 12도 이하 맑은 물과 조용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냉수성 어종으로 1급수가 아니면 살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이 쉽지 않다. 소나무 색깔처럼 분홍빛을 띠기에 송어(松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살색이 연어와 비슷하지만 고소한 맛이 나며 훨씬 탄력이 있다. 평창 송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다. 힘이 세서 손맛도 좋다. 해마다 진부면 오대천에서는 얼음을 깨고 송어를 낚시로 잡는 평창송어축제가 펼쳐졌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속사 나들목에서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계방산 가는 길에는 송어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한 곳인 남우수산은 1980년 무렵부터 송어 양식장과 송어횟집을 연 노포다. 가게 앞 계곡에 설치된 송어 양식장에는 여름에는 송어가 헤엄을 치지만, 현재는 얼어 있어 송어를 볼 수는 없다. 잘게 썬 양배추 더미에 콩가루, 초장, 들깨가루, 들기름을 살살 섞어 입맛에 맞는 꾸미를 만든 다음, 주홍빛이 선연한 송어 한 점을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채소와 함께 먹는다. 적당히 회를 남겨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고, 매운탕으로도 끓여준다. 머루주, 오디주, 더덕주 등 평창산 민속주도 판다. 글·사진 평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유럽에선 상부에 건축물이 있는 다리가 많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에 있는 베키오 다리가 대표적이다. 1345년에 지어진 이 다리에는 2층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금은세공품 상점이 가득하다. 이곳은 시인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처음 만난 운명적 장소로도 유명하다. 피렌체의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이 다리를 걷는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아르노강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맞춰 고속도로 관련 인프라를 활용한 탄소중립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고속도로에서 1년간 소요되는 예측전력량 700GWh(기가와트시) 이상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4만 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우선 비탈면·녹지대·폐도 등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 설치를 시작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현재 395개소(182MW 규모)까지 늘어났다. 이는 1년간 약 17만 명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239GWh의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연간 약 11만 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한 도로공사는 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설비’도 새로 구축한다. 연료전지는 화력발전 대비 탄소 배출량이 50% 수준이며 고속도로 내 작은 부지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울산을 비롯한 수소시범도시 3개소에 48MW(메가와트) 규모의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 중이며, 향후 발전공기업과 민간참여를 통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모빌리티 정책의 핵심인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친환경 충전소’를 확충키로 했다. 공사는 현재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등 총 14기의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총 60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환경공단, 한국전력공사 등과 협력해 휴게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구축해 왔으며, 작년 4월에는 현대자동차와 협약을 통해 휴게소 12곳에 각각 6기의 초급속 전기차충전기 72기를 설치했다. 특히 아이오닉5 등 E-GMP 기반의 차종은 18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총 554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운영 중이며, 공사는 2022년 말까지 120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초급속 충전기가 240기 이상 포함될 예정이어서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편의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고속도로와 연계된 탄소중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컨설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제시될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국도로공사 2050 탄소중립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 세계 도·교통 관련 공기업 최초로 발행한 ESG채권(5억 달러 규모)을 바탕으로 △기존 대비 전력량을 40% 이상 절감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 도로조명 교체 △탄소 흡수·생태복원을 위한 ‘탄소중립 숲’ 조성 △임목폐기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활용 △신규 단터널(1000m 이하) 자립형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미래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확산, 탄소중립 실천을 고속도로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모나코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 중 하나다. 인구 3만3000명 중 세 사람당 한 명꼴로 백만장자가 있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로 꼽힌다. 세금도, 군대도 없다. 주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관광업과 F-1 자동차 경주와 카지노다. 매년 5월이면 도로가 F-1 경주차의 굉음으로 가득 찬다. 그랑 카지노 입구 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 가게가 즐비하고, 지중해의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항구엔 세금을 피해 이사 온 부호들의 요트가 빼곡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쌀쌀한 겨울.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의 갯벌. 새해를 맞아 흰색 큰고니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시베리아에서부터 날아와 이곳에서 월동하는 겨울의 진객(珍客)인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 떼다. 해변에 가득 차 있는 2500여 마리의 고니들이 합창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를 방불케 한다. 강진만은 1131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남해안 최고의 생태서식지이자 겨울철 별미(別味)를 즐길 수 있는 맛의 고장이다.》○ 강진만의 명물, ‘짱뚱어 갯벌탕’월출산과 탐진강, 다도해가 연결된 남도의 끝자락. 사람의 다리 모양으로 갈라진 땅덩어리 틈으로 강진만 바닷물이 깊숙이 파고든다. 강진의 옛 이름은 탐진(耽津). 탐라(옛 제주도)로 가는 나루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탐진나루는 강진의 청자를 수출하거나 한양으로 보내는 출발점이었고, 제주와 뭍을 잇는 창구였다. 제주도에서 싣고 온 말이 나루에 내려졌고, 귀양 가는 선비가 탐진나루에서 제주도로 가는 돛단배에 올라탔다. 강진만 남쪽의 마량(馬良)이 대표적인 포구다. 마량은 제주도에서 온 말이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육지 적응과 함께 살찌워 보내는 역할을 했다. 최근 가수 임영웅이 TV프로그램에서 ‘마량에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전국에서 몰려온 팬들로 강진이 들썩였다. 요즘 마량의 횟집에는 임영웅 얼굴이 새겨진 플래카드가 지천이다. 1978년 청정수역으로 지정된 강진만 생태공원에는 66만1000m²(약 20만 평)의 갈대 군락지와 청정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꼬막, 맛조개,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뿐 아니라 장어, 숭어, 도미, 굴 등 천혜의 수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강진의 대표적인 명물은 바로 짱뚱어다. 지난여름 강진만 생태공원을 찾았을 때 갯벌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짱뚱어를 만났다. 눈이 툭 튀어나온 짱뚱어는 가슴에 붙은 짧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걷고, 뛰도, 춤추고, 심지어 날아오르기도 한다. 갯벌 속에 7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순식간에 이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저 구멍으로 튀어 오르는 짱뚱어의 점프 공연을 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12월에 갔더니 분주했던 갯벌이 조용하다. 짱뚱어가 11월에 서리가 내리자 겨울잠을 자러 갯벌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세상에 5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생선이 있다니! 짱뚱어의 별명이 ‘잠퉁이’인 이유다. 짱뚱어는 내년 봄에 벚꽃이 필 때쯤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짱뚱어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맛을 보기 위해 강진읍내에 있는 ‘갯벌탕(짱뚱어탕)’ 전문 음식점을 찾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짱뚱어의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고 불렀다. 갯벌 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살기 때문에 오염된 곳에서는 살 수가 없고 양식도 되지 않아 100% 자연산으로만 존재한다.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보다 높아 기운을 차리게 만드는 전설적 음식으로 불린다. 실제 짱뚱어탕을 시켜 보니 추어탕과 비슷하게 생겼다. 짱뚱어의 살을 발라내고 머리뼈를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펄펄 끓인 탕이다. 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 ‘갯벌탕’이다. 짱뚱어튀김은 빙어나 미꾸라지튀김과 비슷했는데 씹을 때 훨씬 고소한 맛이 났다. 짱뚱어는 전골로도, 구이로도, 회로도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강진 갯벌탕’ 주인 이순임 할머니(71)는 무려 58년 동안이나 강진 갯벌에서 직접 뻘배를 밀어가며 짱뚱어를 잡아왔다. 짱뚱어는 ‘훔치기 낚시’라고 해서 미끼를 끼우지 않고 7m 길이의 낚싯줄을 일순간 던져 바늘로 낚아채서 잡는다고 한다. 자칭 타칭 ‘짱뚱어 박사’로 통하는 이 할머니는 “장어는 뱀처럼 기어만 다니지만 짱뚱어는 토끼처럼 뛰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물고기”이라며 “온몸에 단백질이 83%를 차지하는 데다 피부호흡으로 햇볕을 쬐고 살기 때문에 비린내도 나지 않는 최고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강진의 겨울철 보양식강진 앞바다를 구경하려면 마량부터 가우도까지 낚싯배를 타면 좋다. 선상에서 낚시를 하면 자연산 장어가 쏠쏠하게 올라온다. 가우도 꼭대기에는 강진을 상징하는 대형 청자조형물이 절경을 뽐낸다. 특히 석양 때 찾아가면 섬과 다리에 주홍빛 노을로 젖어드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가우도 북동쪽 해상협곡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마량포구의 서중어촌체험마을에 있는 이국적인 카페 ‘벙커’는 요즘 강진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열대 야자수 사이에 매달린 그네를 탄 채 노을이 지는 바다를 감상하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싱싱한 강진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는 모습은 그대로 액자 속 인생 포토샷이 된다. 강진의 겨울철 바다 보양식으로 ‘목리 장어’와 ‘회춘탕’도 빼놓을 수 없다. 목리는 강진만 북쪽 꼭대기와 연결된 탐진강 하류 마을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라는 목리 장어는 민물장어(뱀장어)의 기름진 맛과 바닷장어(붕장어)의 쫄깃함까지 갖춘 최고의 장어로 꼽힌다. 20세기 초에는 목리에 장어통조림 공장이 있었을 정도로 광주 전남지역의 최대 장어 생산 가공 유통 지역이었기 때문에 ‘목리이장이 면장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강진 회춘탕은 한약재로 우려낸 육수에 토종닭과 문어, 전복 등을 넣은 보양식이다. 회춘탕의 역사는 600년 전 마량포구에 조선 수군이 진영을 설치한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강진읍내의 ‘은행나무식당’에서 맛본 회춘탕은 문어가 너무 커 냄비가 넘칠 듯했다. 12가지 한약재뿐 아니라 몸에 좋다는 것은 육해공에서 다 가져다 넣은 탕이라 이름처럼 입에 한 숟가락 넣을 때마다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하멜과 병영성 불고기강진에는 조선시대 번성했던 두 마을이 있다고 한다. 남쪽 해안의 마량과 북쪽 내륙의 병영이다. 두 마을 모두 군사도시로 시작했다. 마량에는 수군 진영이 구축됐고 병영은 전라병영성이 설치됐던 호남 최대의 군사도시였다. 한때 2만 명이 살았다는 병영성의 9만9000m²(약 3만 평) 규모의 문화재구역 내에는 성루 4개와 담벽, 해자가 있고 남쪽 성문 인근에 현대식 탱크가 세워져 있어 이채롭다. 병영성에서는 17세기 남해안에 표류했던 네덜란드 상인 하멜이 구금생활을 하기도 했다. 전라병영성에서 풀려난 하멜 일행은 마을에 터 잡고 네덜란드식 흙과 돌이 섞인 토석담 쌓기를 알려준다. 병영마을 돌담 산책로는 국내 유일의 네덜란드 마을길인데 담 안쪽 집은 기와집이거나 초당이다. 병영시장에는 병영성의 화려했던 음식문화가 전해진다. 연탄불에 구운 양념돼지불고기가 대표적이다. ‘병영불고기’는 연탄불 석쇠에 구워 불맛이 확 나지만 고기는 매우 부드럽다. 강한 연탄불에 구워 내니 외피의 기름만 빠질 뿐 한 입 씹으면 입안에서 육즙이 터진다. 강진의 묵은지에 싸 먹거나 토하젓을 한 젓가락 올려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글·사진 강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농업 면적 비중을 전체 경지면적의 30%까지 확대하고, 논물관리 저메탄사료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27일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정밀농업 기술을 전체 농가의 60%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밀농업이란 불필요한 농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농작업 효율을 향상해 수확량을 극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농법을 말한다. 농식품부는 특히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 기술을 확산하고 2024년부터 지능형 농기계, 로봇 등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화학 비료 절감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50년까지 친환경농업 면적도 전체 경지면적의 30%까지 확대한다. 토양용수 등 농업자원의 체계적 관리로 온실가스 배출원 감축 기반을 마련하고 바이오차 투입, 경운 최소화 및 피복작물 식재 등 저탄소 농법을 보급해 토양 저장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식량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비료 감축과 논물 관리 확대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논물 관리로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의 배출량을 2018년 630만 t에서 2050년 431만 t으로 32% 감축한다. 또 적정 비료 사용으로 농경지 아산화질소 배출량은 같은 기간 547만 t에서 450만 t으로 18% 감축한다. 저메탄 사료 보급과 적정사육밀도 유지, 사육기간 단축 등을 통해 가축 사육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447만 t에서 2050년 198만 t으로 56% 감축하기로 했다. 축산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같은 기간 494만 t에서 437만 t으로 11% 줄인다. 농식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554개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2050년까지 18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는 전국단위 온라인 거래소를 출범하고 거래소 품목과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농가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나서 에너지 저감 시설 보급을 확대하고, 2050년까지 모든 농기계의 전기 동력화를 통해 19만 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보전주민 수용성농촌환경 등을 고려해 확대하고 유휴부지와 생산유통 시설 등을 활용한 재생 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은 “지금도 화학비료나 농약 양을 줄이는 것은 공익직불의 의무 준수사항”이라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더 줄였을 때 농가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공익직불제의 선택 직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를 처음 맛보았을 때 그 풍미와 부드러움을 잊지 못합니다. 한우는 미국식 스테이크처럼 퍽퍽하지 않으며, 일본 와규처럼 기름지지도 않은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매력적인 맛의 고기입니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의 총주방장인 에티엔 트루터 씨(39)는 스테이크 요리의 달인이다. “요리의 비법은 늘 ‘재료’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스테이크 요리에도 ‘한우’가 최고라고 손꼽았다. “황금 빛깔의 윤기와 최상위 퀄리티를 자랑하는 한우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소품종입니다. 와규의 경우 지방 함유가 약 70%인 반면에 한우는 40∼50%의 지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우의 지방은 소고기 자체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줍니다. 균형 잡힌 마블링을 자랑하는 한우는 미국산 소고기와 와규의 장점을 모두 가진 최고의 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02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바이, 몰디브, 홍콩 등의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아왔다. 이후 하얏트리젠시교토, 파크하얏트부산 등에서 총주방장을 거쳐 올해 2월 아코르그룹의 럭셔리 브랜드호텔인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 총주방장으로 부임했다. 그에게 한우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을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는 숯불에 소금과 후추만 사용해서 굽는 방법을 추천했다. “레스팅을 거치면 육즙이 입안에서 쫙 하고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안심을 불에 구운 후 팬 바닥을 보면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나 지방이 눌어붙게 마련입니다. 거기에 레드 와인을 조금 넣고 졸이면 소스가 만들어집니다. 안심 스테이크는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내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이 레드와인 소스를 부어서 굽게 되면 고기의 육즙이나 풍미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방이 적은 채끝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통후추를 뿌려 구운 후 크림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그는 2012년 ‘그랜드하얏트서울’ 부총주방장을 맡아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음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소주’였다고. 그는 “소주를 마신 후 한우 소머리국밥으로 해장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장법은 다소 기름질 수 있지만 한우 스테이크 위에 반숙 계란 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는 요리”라고 귀띔했다. 트루터 씨는 한우를 요리할 때 완도산 전복, 의성 흑마늘 등 다양한 제철 한식재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에서 맛본 소고기 요리 중 참기름에 찍어 먹는 ‘육회’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얇게 썬 한우를 양념에 재운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중적인 요리라 예전부터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 “한우 요리는 날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한우 요리에 매운 고추장이나 레드와인을 주로 활용하고, 여름에는 화이트와인과 참기름을 주로 활용합니다. 소고기는 꼭 레드와인과 어울린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신선한 한우에는 상큼한 화이트와인도 잘 어울립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 선물세트의 40% 이상이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소비됩니다. 명절 기간이라도 우리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두 배로 늘려주는 법률안 개정으로 한우산업계에만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우산업의 숙원이었던 청탁금지법 개정을 관철한 김삼주 제10대 전국한우협회장(54·사진)은 “전국의 농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낸 법률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설 명절부터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의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상향된다. ―현행 10만 원으로 제한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 원으로 늘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의 통과 의미는…. “법 적용 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원론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실적인 여건에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수요 감소로 8.8%가량의 한우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됐습니다. 이후 20만 원 상향 임시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추석 명절 매출은 7% 증가했습니다. 전체 농축수산물 선물 증가율은 30%가 넘었습니다. 한우협회 정책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이번 청탁금지법 20만 원 상향 개정으로 한우산업 경제활성화 효과는 생산 단계에서 약 2000억 원, 도소매 유통 분야를 포함하면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한우업계가 발 벗고 나섰던 이유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국내 한우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우 선물세트는 10만 원 이내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소고기 선물세트가 명절 시장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육 장려법’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죠. 명절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우리 농수산물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법률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어떻게 설득했나. “그동안 만난 국회의원들은 비공식 만남까지 합하면 50명이 넘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농촌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환경친화적인 한우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한우산업은 전체 축산농가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축산업 생산액의 약 25%를 책임지는 한국 농업과 농촌경제를 지키고 있는 기둥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우를 중심으로 ‘강소농(强小農)’을 육성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는 볏짚과 쌀겨, 콩비지 등 농업부산물을 먹고 고품질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순기능(업사이클링)’이 탁월하다는 점도 설득했습니다.” 김 회장은 “전국 10개 도지회와 142개 시군지부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역구 의원과의 교섭 등도 이번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에 큰 동력이 됐다”며 “모든 공은 전국한우협회 농민들이 결집해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우산업안정법’ 또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전환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 선물세트의 40% 이상이 설과 추석 명절기간에 소비됩니다. 명절기간이라도 우리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두 배로 늘려주는 법률안 개정으로 한우산업계에만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우산업의 숙원이었던 청탁금지법 개정을 관철한 김삼주(54) 제10대 전국한우협회장은 “전국의 농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낸 법률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설명절 전후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 원료 50% 이상 사용)의 선물가액이 20만원으로 상향된다. ―현행 10만원으로 제한된 농수축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늘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의 통과 의미는. “법 적용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원론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실적인 여건에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수요 감소로 8.8% 가량의 한우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됐습니다. 이후 20만원 상향 임시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추석명절 매출은 7%증가했습니다. 전체 농축수산물 선물 증가율은 30%가 넘었습니다. 한우협회 정책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이번 청탁금지법 20만원 상향 개정으로 한우산업 경제활성화 효과는 약 생산단계에서 2000억원, 도소매 유통분야를 포함하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한우업계가 발벗고 나섰던 이유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국내 한우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우선물세트는 10만원 이내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소고기 선물세트가 명절시장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육 장려법’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죠. 명절 선물가액이 20만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우리 농수산물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법률안 개정안을 위해 국회를 어떻게 설득했나. “그동안 만난 국회의원들은 비공식 만남까지 합하면 50명이 넘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농촌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환경친화적인 한우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한우산업은 전체 축산농가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축산업 생산액의 약 25%를 책임지는 한국 농업과 농촌경제를 지키고 있는 기둥입니다. 한우 농가 중에 100두 미만의 소를 키우는 비율이 거의 75% 정도인데, 이런 농가들이 만약에 무너져 버리면 농촌은 황폐화됩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우를 중심으로 ‘강소농(强小農)’을 육성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끔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산업이 친환경적이라는 뜻은. “일각에서는 소의 트림이나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한우가 먹는 사료 중 곡물은 30%가 채 안되고, 나머지는 볏집, 쌀겨, 두부를 만들고 버리는 비지, 콩기름 짜고 남는 대두박 등 사람들이 먹지 않는 농업 부산물입니다. 만약 이러한 농업 부산물을 그대로 버렸을 때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소는 이러한 부산물을 먹고 1차 소화를 해놓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순기능(업싸이클링)’이 탁월한 것이죠.” ―한우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올해 미국 USA투데이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는 한우다-와규는 잊어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우는 미국, 유럽, 일본 소고기에 비해 지방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고, 고소한 맛과 풍미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일본 와규는 지방이 거의 75~80%를 차지해서 느끼하고, 미국이나 호주산은 지방이 20~30%인데 비해, 한우는 지방이 50~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당한 마블링을 가진 맛있는 고기라는 뜻이죠.” 김 회장은 “전국 10개 도지회와 142개 시군지부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역구 의원과의 교섭 등도 이번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에 큰 동력이 됐다”며 “모든 공은 전국 한우협회 농민들이 결집해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우산업안정법’ 또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전환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 “우리 농민의 땀이 깃든 농축산물로 수확의 기쁨과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은 우리 명절의 전통이고 풍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문화에서 한우선물은 최고의 존경과 감사를 의미합니다. 연말연시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한우사랑을 당부드립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삼성증권(사장 장석훈)은 올해 말까지 개설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모 투융자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 개설 이벤트를 2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이벤트는 조건을 만족한 고객 선착순 1000명을 대상으로 신세계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 3만 원권이 제공된다.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이벤트 기간 중 신청 후 ‘투융자 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를 개설한 후 ‘맥쿼리인프라’ 종목을 3000만 원 이상 매수하면 된다. ‘투융자 집합투자기구 전용계좌’를 최초로 개설한 투자자가 1년 이상 계좌 가입기간을 유지하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해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다. 계좌 가입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2022년까지만 세제혜택이 적용돼,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올해 12월 말까지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분리과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꼭 챙겨야 할 혜택이다. 이자 및 배당 등으로 얻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돼 이자·배당소득과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을 합산한 총소득에 최고 49.5%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합과세 대상인 투자자가 이 계좌를 통해 1억 원을 투자해 배당금 530만 원을 수령한다면 과표세율에 따라 납부할 세금을 연간 5만8000원에서 최대 약 181만 원까지 줄일 수 있다. 이 계좌는 개인투자자만 개설 가능하며,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 1계좌로 최대 1억 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현재 이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종목은 ‘맥쿼리인프라’로, 2002년 설립 후 2006년 증시에 상장됐으며 지난 10년간 기업 신용등급 AA0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서울춘천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14개의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며 시총 4조5000억 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코모호수는 베르사체, 조지 클루니, 아랍 왕족 등 부호의 별장이 즐비한 휴양지다. 멜빵바지 모양으로 호수가 갈라지는 부분의 ‘벨라조’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코모호수의 둘레는 180km. 유람선을 타면 아름다운 별장들을 보게 된다. 히치콕의 영화에 등장했던 빌라 데스테, ‘오션스12’를 찍은 빌라 에르바…. ‘007 카지노 로열’에서 제임스 본드가 보트를 몰고 별장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코모에서 찍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원 양구에서 살았던 박수근이 즐겨 그린 나무는 ‘겨울나무’다. 잎이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목(裸木)이다. 그래서 박수근이 그린 나무를 찾아 그 감정을 느끼려면 겨울에 양구에 가봐야 한다. 소스리 바람에 떠는 나목 뒤로 하늘이 회색빛이다. 금세라도 눈이 내릴 듯 하늘은 어두침침하고, 희부옇다. 강원도 양구의 겨울 하늘빛이 박수근의 그림 속에 있다. 나무 밑에 지나가는 여인의 함지박 속에는 절인 배추라도 들어 있는 것일까. 소설가 박완서는 이 그림을 보고 ‘김장철의 나목’이라고 해석했다. “이제 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의 수심엔 봄에의 향기가 애닯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가지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박완서 소설 ‘나목’, 1976)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의 모델이 됐던 나무는 양구 시내 양구교육지원청 뒷동산에 있다. ‘박수근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령 300년 된 느릅나무다. 그림에서처럼 중간에서 옆으로 휘어진 모습이 똑같다. 박수근은 양구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놀며 그림을 그렸다. 내가 양구를 찾았을 때도 세 남매가 놀고 있었다. 나무 밑에 함지박을 이고 있는 여인은 없지만, 누나와 동생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애틋했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근 전시회의 이름도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다. 박수근의 그림 속에는 6.25 이후의 강원도 양구와 서울 창신동 판자촌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어머니는 짐을 머리에 이고 산동네 길을 걸어올라가고, 시장에는 노인들과 아주머니들이 물건을 판다. 거리의 사람들 중에는 노숙자도 있고, 청소부도 있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포대기에 동생을 업고 있는 소녀를 그린 그림도 발길을 붙든다. 큰 누나에게 업혀서 컸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감상에 젖는다. 엄혹한 세월을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사진작가 한영수의 ‘서울 1956~1963’에 나오는 창신동 사진을 함께 전시해 당시의 풍경을 전한다. “나는 워낙 추위를 타선지 겨울이 지긋지긋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도 채 오기 전에 봄 꿈을 꾸는 적이 종종 있습니다. 이만하면 얼마나 추위를 두려워하는가 짐작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계절의 추위도 큰 걱정이려니와 그보다도 진짜 추위는 나 자신이 느끼는 정신적 추위입니다.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러면 사람도 늙어가는 것이려니 생각할 때 오늘까지 내가 이루어놓은 일이 무엇인가 더럭 겁도 납니다. 하지만 겨울을 껑충 뛰어넘어 봄을 생각하는 내 가슴에는 벌써 오월의 태양이 작열합니다.” (박수근 ‘겨울을 뛰어넘어’, 경향신문 1961년 1월19일자) 프랑스에서 여행할 때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인상파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장소에 가는 것이었다. 클로드 모네가 그린 지베르니 연못과 노르망디 해변의 에트르타 코끼리 바위, 고흐가 죽기 직전에 그렸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성당과 까마귀 날아다니는 밀밭…. 그림 속 현장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재개발돼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박수근 전시회에서 고인의 드로잉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양구에서 우연히 물오른 버들가지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박수근 작가가 그린 그림과 분위기가 거의 비슷한 것이었다. 박수근 작가가 연필로 그린 드로잉이었기 때문에,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내가 카메라 뷰파인더로 본 장면을 박수근 작가도 똑같이 보고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영화처럼 시간을 초월해서 나와 작가가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버들가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묘한 감정이었다. 추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버들가지였으리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소 중 하나로 2000년 이상 한반도에 살았다. 고베 비프와 같은 느끼한 일본 와규처럼 마블링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국 프라임 소고기의 살코기 풍미까지 전부 갖춘 완벽한 균형감을 갖고 있다.” 올해 3월 5일자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는 ‘한우가 지구상 최고의 고기가 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인 케이트 스프링어가 한우를 처음 취급하기 시작한 홍콩 레스토랑에서 일본, 미국, 홍콩, 프랑스산 소고기와 비교 시식한 결과를 기사화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상급 식재료는 여전히 한우다. 지역별 다양한 한우 요리를 즐기는 ‘한우 미식(美食) 여행’을 떠나 보자.》 ○ 눈꽃한우비빔밥과 한우육회물회 “마치 바다에 떨어진 눈처럼 혀 위에서 녹아 불현듯 목구멍으로 사라져 버리는 그 육즙의 맛을 찾습니다.”(허영만의 만화 ‘식객-소고기전쟁’) 선홍빛 살코기에 눈꽃처럼 흩뿌려진 마블링. 전남 함평의 해월축산·식육회관에서 만난 한우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잘 달궈진 불판에 두툼하게 썰어낸 꽃등심을 한 점 구워 입안에 넣는 순간, ‘바다에 떨어진 눈처럼 혀 위에서 녹는다’는 말이 현실로 느껴졌다. 씹을 때마다 폭발하는 육즙! 입안에서 코끝까지 맴도는 풍미가 진한 육향을 남긴다. “고기는 소금, 참기름, 와사비, 양념장 등 취향에 맞게 찍어 드시면 돼요. 그러나 ‘투뿔 넘버나인(1++ No.9)’ 등급의 최상급 친환경 한우는 어떤 양념도 찍지 말고, 먼저 고기 맛 자체를 즐겨 봐야 합니다. 숯불에 구우면 어떤 고기도 다 맛있게 되니까, 그냥 불판에 구운 후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느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이다윤 대표(52)는 인근 농장에서 가족이 직접 기른 미경산 한우(출산 경험이 없는 36개월 전후 암소)의 신선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소고기 코스 요리 중에 제일 처음에 즐기는 생고기는 숙성이나 양념 여부에 따라 육회, 육사시미로 나뉜다. 양념을 하지 않은 육사시미는 전라도에서는 ‘생고기’, 대구와 경북에서는 ‘뭉티기’로 부른다. 함평에서는 접시에 담긴 생고기가 거꾸로 뒤집고 흔들어도 절대 안 떨어진다고 해서 ‘찰떡 생고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기름기가 적은 앞다리살과 보통은 얼려서 구워 먹는 차돌박이도 생고기로 먹는다. 참기름을 약간 묻힌 후 새콤하게 익은 묵은지에 싸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한우 생고기와 구이로 약간 느끼해질 무렵 입맛을 개운하게 만드는 강력한 반전의 요리가 나온다. ‘한우 육회 된장물회’다. 물회에 갓 잡은 생선회나 해물이 아닌 육회가 들어간다고? 처음엔 의아했지만 먹어 보니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된장을 베이스로 한 육수가 한우와 잘 어울린다. 양념 속에는 사과, 배, 오이, 파프리카, 양파 등 각종 과일과 채소가 들어가고, 한우 육전도 들어 있다. 첫맛은 시원한데 얼굴에서는 땀이 난다. 청양고추를 삭힌 양념이 들어가 은은하게 매운맛이 깔끔하게 뒷맛을 잡아준다. 한우된장물회는 소면을 넣거나, 밥을 말아 먹어도 고소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한우 요리의 마지막 코스는 ‘한우 눈꽃비빔밥’이다. 밥 위에 9가지 야채와 해초가 쌓여 있고, 그 위에 ‘눈꽃 같은’ 한우 육회가 소복이 올라간다. 소고기 선지국물을 한 스푼 넣고 수저로 꼭꼭 눌러가며 비빈다. “밥물과 나물물이 하나로 비벼져야” 한우 육회 비빔밥의 풍미가 제대로 완성되기 때문이란다.○서울, 광양, 언양식 3대 불고기 우리나라에서 소고기는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표현이 있었다. 한 마리 소에서 100가지 맛이 난다는 뜻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영국 프랑스는 소를 35부위로 나눠 먹는데, 한국은 120부위로 먹는다”며 감탄했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 조선시대 양반들 사이에서는 ‘난로회’를 여는 문화가 유행했다. 김홍도의 그림 ‘설중난로도’에는 양반과 기녀가 소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앉아 소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1980년대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소고기 맛집을 찾아다니는 한우 외식여행이 시작됐다. 대표 주자는 불고기였다. ‘한국의 3대 불고기’는 서울식, 광양식, 언양식 불고기가 꼽힌다. 서울식 불고기는 얇게 썬 등심을 양념한 후에 달콤한 육수를 자작하게 내어서 야채와 당면을 넣어 먹는다. 반면 광양식 불고기는 고기를 굽기 직전에 양념한 다음 석쇠에 올려 참숯불에 구워 먹는 바싹불고기다. 언양불고기는 1960년대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이 언양의 고기 맛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에서 만난 언양불고기는 인근 언양우시장에서 도축한 지 24시간 이내의 신선한 한우 불고기를 언양미나리와 곁들여 먹는 별미였다. 간장과 마늘 등 최소한의 양념만을 사용해 3일간 숙성시켜 고기 자체의 맛을 살렸으며, 석쇠 위에서 타지 않도록 살짝 굽는 것이 특징이다.○담양떡갈비와 너비아니궁중요리인 떡갈비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전남 담양 떡갈비이다. 전라도 한우는 연하고 육즙이 많아 두꺼운 정육면체로 부쳐서 갈비의 쫀득한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 소쇄원 인근에 있는 ‘전통식당’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다. 이곳에서 ‘소쇄원한상’을 시키면 담양떡갈비를 비롯해 육전, 홍어찜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고산 윤선도의 11대 후손인 친정어머니에 이어 27년째 식당을 운영해 온 김난이 대표(69)는 반가(班家)의 음식상 차림을 전승해 왔다. 그는 “담양식 떡갈비는 오직 한우 갈빗살만 가지고 만든다”며 “집안에 내려오는 오래된 간장으로 양념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너비아니’는 소고기를 얇고 넓게 저며서 양념장에 재워 석쇠에 구운 음식이다. 너비아니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기를 너붓너붓 썰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인데 서울 지역 사투리의 하나다. 너비아니는 소고기의 등심이나 안심을 넓적하게 저며서 간장 위주로 양념하여 불에 구운 음식으로 서울 지역 양반가에서 주로 즐기던 고기구이다.○한우 여행 정보 전국 곳곳에 있는 우시장과 직판장, 한우마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즐길 수 있다. 복잡한 유통 절차가 대폭 축소돼 비교적 싼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 마장동 우시장은 한우 오마카세(메뉴를 주방장에게 맡기는 요리)로 유명하고, 전북 정읍의 산외한우마을, 충남 예산 광시암소한우타운, 경북 예천 지보참우마을, 강원 영월, 경기 김포의 다하누촌, 울산 봉계언양 한우 불고기 특구 등도 많이 찾는다. 전국 한우 농가들이 만든 한우자조금이 운영하는 ‘한우 유명한 곳’에서는 한우 판매점으로 공식 인증받은 직판장과 맛집을 소개해 준다. 한우명예홍보대사인 조리기능장 엄유희 교수는 “지역별 음식 특색이 다른 것처럼 한우도 어떤 지역에서 키우느냐에 따라 맛도 다르다”며 “코로나 시대 지역별 한우 요리의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아 맛으로 여행 기분을 대신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그리스 본토 남동쪽 200km 정도 떨어진 에게해 산토리니는 푸른색과 흰색의 섬이다. 푸른 대문의 집들은 미로 같은 하얀 골목을 만들고, 그 끝에는 파란 지붕의 교회당이 들어서 있다. 해질 녘이면 산토리니 여행자들은 서북쪽 이아마을로 모여든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에 풍덩 빠지는 일몰을 보는 사람들은 박수치며 환호하고, 연인들은 입맞춘다. 밤이 이슥해지면 포도향 가득한 그리스 술인 ‘우조(ouzo)’를 마신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미래. 사람들은 차를 만든다. 탁한 공기를 빨아들여 깨끗한 공기로 정화해주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에서는 식량을 만들어낸다. 유한결 어린이(광주 본촌초 6년)가 설계한 ‘레퓨지시티’는 미래의 모빌리티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피난처이자 도시가 되는 것까지 상상해낸다. 현대자동차가 주최한 ‘제6회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Brilliant Kids Motor Show)’는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의 모터쇼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번뜩였다. ‘상상 속 꿈의 모빌리티를 그려보세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 코로나, 환경오염, 에너지 부족 등을 해결할 다양한 미래의 자동차 모습이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일들이 많은 요즘, 우울하고 지친 마음을 뻥 뚫어줄 모빌리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았어요. 나의 비밀 이야기도 들어주며 상담도 해주고, 꽉 막힌 도시를 지날 땐 내부 전체에 스크린을 쏴 멋진 자연을 보여주고.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도 틀어줘요. 자율주행 기능으로 편히 휴식할 수 있도록 저와 우리 가족을 멋진 곳으로 데려다줘요.”(안서율 어린이의 ‘마음 치유 모빌리티’·아산 배방초 1년) “근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불이 나 뉴스에 나왔어요. 주차장에 소화기가 있어도 불을 보고 당황하면 쓰지도 못하고, 스프링클러도 바로 작동되지 않아 큰 불이 됐대요. ‘비치용 소방 모빌리티’는 열을 감지하자마자 야구공처럼 빠르게 날아 출동해서 초기에 불을 꺼주고 연기도 빼주는 기능이 있어 질식사고도 막아줘요.”(한윤준 어린이의 ‘비치용 소방 모빌리티’·아산북수초 1년) 눈길을 끈 작품 중 하나는 김학준 어린이(서울홍연초 5년)의 ‘환경을 지키는 자동차’. 음식물 쓰레기통과 자동차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식물 쓰레기를 자동으로 수거하고, 곧바로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자동차다. 심사위원 이순종 서울대 디자인학부 명예교수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동차의 연료로 전환시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윤재원 어린이(분당 하탑초 2년)는 “세상을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는 ‘바이러스 백신 카(Car)’를 타고 전 세계에 있는 힘센 바이러스들을 다 물리치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고 싶다”며 로봇 모양의 백신카를 선보였다. 내년 1월 8일까지 진행되는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는 2016년 세계 최초 어린이 상상력 모터쇼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행사다. 특별상을 수상한 5점은 2차로 나눠 서울과 부산지역 주요 공공장소에서 제작 및 전시되며, 자신이 그린 미래 모빌리티를 실제 모형으로 볼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한다. 1차는 12월 3∼7일 서울 북촌 학고재, 성동구 카페 쎈느, 부산역 광장에서 완료했고, 2차는 12월 10일∼내년 1월 8일 F1963(부산 수영구)에서 5개 작품이 모두 전시될 예정이다. 올 7∼9월 총 3200여 점이 접수된 출품작은 예비심사를 통해 본선 진출작 150점을 확정했다. 이후 ‘키즈 모터쇼’ 홈페이지에 상위 50점을 올려 온라인 투표 및 전문가 심사를 통해 우수작 45점과 특별상 5점을 선정했다. 현대자동차 토마스 쉬미에라 고객경험본부장은 “어린이들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상상력과 꿈을 응원하는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는 현대차의 대표적 성장세대 캠페인”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가 주관하는 ‘제6회 대한민국 농촌재능나눔 대상 시상식’이 1일 세종시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농촌지역에서 봉사를 실천해 온 개인과 단체에 대해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국회 표창,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표창 등이 수여됐다. 개인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신효중 강원대 교수(62)는 강원지역에서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로 지정받고자 하는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9년 동안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해 왔다. 단체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울진료회’는 1965년 서울대와 이화여대 의대생이 연합해 창립한 의료 봉사 동아리로, 42년 동안 매년 1, 2회씩 농촌지역 의료 봉사활동을 해왔다. 개인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신철원고 전문상담교사 정희순 씨(58)는 문해교육사로 10년간 활동해 오면서 농촌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단체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기능올림픽전라북도동우회’는 33년 동안 낙후된 농촌마을을 찾아 1만3600건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외에도 ‘우렁각시도배봉사단’은 도배 전문 봉사자 16명이 연간 50회 이상 농촌마을과 수해지역을 찾아가 도배, 장판 등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펼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김인식 사장은 “도시에 비해 농촌지역은 상대적으로 의료 문화 교육 등에서 혜택이 적은데, 지속적인 재능나눔 봉사를 실천해 온 수상자들을 통해 배우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에서 65km 떨어진 퐁텐블로 궁전의 ‘말발굽형 계단’은 인상부터 강렬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수없이 오마주된 우아한 곡선형 계단이다. 드레스를 입은 왕비나 공주가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 같다. 1814년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유배되면서 고별 연설을 한 곳이기도 하다. 198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퐁텐블로성 ‘프랑수아 1세 갤러리’가 유명하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원래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숲속의 작은 연못. 물 위에 붉은색, 갈색, 노란색 낙엽이 가득 떨어져 있다. 우수에 젖은 늦가을 습지 위로 비친 하늘빛이 신비롭다. 톡톡 토로로…. 어디선가 숲속의 괴물처럼 생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다. 전북 정읍시의 소나무숲 오솔길에서 만난 월영습지. ‘월영’은 달그림자라는 뜻이다. 천 년 전 장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정읍사 여인이 바라보던 달도 이 습지에 휘영청 달그림자를 띄웠을 것이다. 천 년의 아름다운 사랑과 문학,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을 걸었다. 새암바다 마을의 부부나무지난달 17일 저녁 정읍시내 공연장인 연지아트홀. 국악인 오정혜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농담’의 초청 게스트인 재즈 가수 ‘말로’는 관객들에게 “정읍에 와서 받은 첫인상은 ‘정이 넘치는 마을’이라는 느낌”이라고 인사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내장산의 애기단풍이 절경을 이루고, 애틋한 가시버시 사랑을 노래한 백제가요 ‘정읍사’와 조선 선비의 풍류가 깃든 가사문학 ‘상춘곡’의 고향인 정읍은 역사와 문화가 깃든 ‘정(情)이 넘치는 동네’가 맞다. 그러나 정읍(井邑)의 원래 뜻은 ‘우물(井)이 있는 마을’이다. 예로부터 삽을 들고 땅을 파기만 하면 곳곳에서 차고 맑은 물이 솟아 ‘샘고을’이라고 불렸다. 내장산에서 발원한 정읍의 물은 김제평야를 적시고 동진강을 따라 서해안으로 흘러간다. 정읍은 지금도 물이 맑은 동네로 유명하다. 백제가요 ‘정읍사’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은 ‘정해마을’에서 시작한다. ‘정해(井海)’는 말 그대로 샘물이 바다처럼 흐르는 ‘새암바다’다. 백제시대 ‘정촌현(井村縣)’으로 불렸던, 정읍의 시원이 된 마을이다. 윤기 흐르는 감들이 익어가는 마을 한가운데에는 큰 우물이 있고, 그 옆에는 정읍사의 애틋한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부부나무’가 서 있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팽나무가 마치 탱고를 추는 듯한 모습이다. 허리를 한껏 꺾은 버드나무 옆에 배를 맞댄 팽나무는 손을 잡고 있다. 400년 넘게 얼싸안고 춤을 추던 나무는 서로 몸이 붙어 연리목(連理木)이 됐다. 마을 인근에 있는 ‘정촌가요특구’ 테마공원에 가면 정읍사 여인의 망부석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 맞은편으로는 내장산 봉우리들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내장산의 능선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인의 눈썹과 콧날, 입술과 가슴, 손까지 형상이 또렷이 드러나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달하 노피곰 도다샤/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칠백 년 넘게 구전돼 오다가 악학궤범(1493년)에 실려 전해오는 ‘정읍사’는 한글로 표기된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다. 해는 이미 기울었고 어둠은 깊어가는데, 행상을 나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는 아양산 고개에 올라 달님에게 빌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제발 달님이시여 높이 솟아 밝은 빛을 멀리까지 비춰주소서. 저자(시장) 거리를 헤매고 있을 남편이 혹시나 진 데를 밟지 않게 해주소서. 내 사랑하는 님이 곱게 깔아놓은 달빛을 밟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소서…. 그중에서도 가장 절절한 구절은 ‘어느이다 노코시라(어느 곳에나 다 내려놓고 오세요)/어긔야 내 가논대 졈그랄셰라(아, 내 님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는 노랫말이다. 일이고, 돈이고, 물건이고…. 힘겹게 지고 있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저 몸 성하게 집으로만 돌아오라는 말이 가슴을 적신다. 정읍사문화공원에서 내장저수지까지 이어지는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1코스’(6.4km)는 정읍사 여인을 테마로 역사와 문화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는 걷고 싶은 길이다. 달님약수터에서 출발해 전북과학대를 지나 천년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월봉(月峰) 등산로’다. ‘달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듯한 소나무숲 달맞이 고개다.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내장산과 칠보산, 방장산 등 산세와 평야를 구경하고, 두꺼비바위에서 쉬어가기도 한다. 산굽이마다 만남과 환희, 고뇌, 언약, 지킴, 배려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글귀도 꾸며져 있다. “기다림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꽃과 같다. 그러므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가 있다. 사랑받을 수 있다.”(문순태 설화소설 ‘정읍사-그 천년의 기다림’ 중에서) 오솔길을 계속 걷다보면 ‘월영습지’를 만난다. 늦가을 정취가 가득한 월영습지는 2014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저층형 산지습지로 과거에 벼농사를 했던 폐경지가 자연 천이에 의해 복원된 습지다. 월영습지에는 구렁이, 수달,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수달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 평지와 산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독특한 생태계로 절대보전등급 1등급을 받은 습지로, 인근의 솔티마을숲과 함께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월영습지에서 더 걸어가면 시누대숲이 나오고, 내장호로 이어진다. 내장호 수변 덱(deck)길을 한 바퀴 도는 2코스(3.5km),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강변을 따라 정읍사공원으로 회귀하는 3코스 자전거길(6.2km)도 있다. 정읍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둘레’의 안수용 이사장은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은 연인이나 부부가 사랑의 의미를 찾고, 소나무와 호수가 어우러진 생태를 탐방하는 힐링 숲길”이라고 말했다. 내장산과 무성서원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의 끝에는 내장산이 있다. 늦가을 내장산의 애기단풍 터널은 마지막 힘을 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장산의 ‘내장(內臟)’은 안에 보물을 품고 있다는 뜻.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 805권을 정읍 태인의 선비 손홍록과 안의가 내장산으로 옮겨와 석벽의 ‘용굴’에 감추고는 1년이 넘도록 머물며 지켰다. 서울, 충주, 성주에 나눠 보관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이 모두 다 불타고 사라지고 남은 마지막 실록이 내장산 선비들 덕분에 지켜질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올 3월에 방화로 전소됐던 내장사 대웅전의 현재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내장산의 수려한 봉우리와 전각들로 둘러싸인 대웅전이 철제 컨테이너박스로 임시로 지어진 모습은 마치 현대미술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컨테이너 대웅전에 걸린 ‘큰 법당’이라는 현판의 글씨에서는 힘이 넘쳐 그나마 관람객의 마음을 달랜다. 내장산을 구경한 후 발길을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무성서원(武城書院)’으로 옮긴다.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857~?)과 조선시대 ‘상춘곡(賞春曲)’을 지은 선비 정극인(1401~1481) 등이 배향돼 있는 서원이다.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넷 사람 풍류랄 미찰가 맛 미찰가’로 시작되는 ‘상춘곡’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안분지족을 노래한 최초의 한글 가사문학이다. 주변에는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택도 많다.정읍 시내의 유명한 ‘쌍화차 거리’엔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뜨겁게 달군 곱돌 찻잔에 담겨 나오는 정읍식 쌍화탕은 지황 생강 등 20여 가지 약재를 달인 뒤 밤 은행 잣 등의 고명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정읍은 쌍화탕 주원료 약재인 지황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산지였다고 한다. 한 잔에 7000원인 쌍화차를 주문하면 가래떡구이와 누룽지 등 업소마다 다양한 간식거리도 준다. 글·사진 정읍=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숲속의 작은 연못. 물 위에 붉은색, 갈색, 노란색 낙엽이 가득 떨어져 있다. 우수에 젖은 습지 위로 비친 하늘빛이 신비롭다. 톡톡 토로로…. 어디선가 숲속의 괴물처럼 생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다. 전북 정읍시의 소나무숲 오솔길에서 만난 월영습지. ‘월영’은 달그림자라는 뜻이다. 천 년 전 장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정읍사 여인이 바라보던 달도 이 습지에 휘영청 달그림자를 띄웠을 것이다. 천 년의 아름다운 사랑과 문학,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을 걸었다.》○ 새암바다 마을의 부부나무 지난달 17일 저녁 정읍시내 공연장인 연지아트홀. 국악인 오정혜 씨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농담’의 초청 게스트인 재즈 가수 ‘말로’는 관객들에게 “정읍에 와서 받은 첫인상은 ‘정이 넘치는 마을’이라는 느낌”이라고 인사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내장산의 애기단풍이 절경을 이루고, 애틋한 가시버시 사랑을 노래한 백제가요 ‘정읍사’와 조선 선비의 풍류가 깃든 가사문학 ‘상춘곡’의 고향인 정읍은 역사와 문화가 깃든 ‘정(情)이 넘치는 동네’가 맞다. 그러나 정읍(井邑)의 원래 뜻은 ‘우물(井)이 있는 마을’이다. 예부터 삽을 들고 땅을 파기만 하면 곳곳에서 차고 맑은 물이 솟아 ‘샘고을’이라고 불렸다. 내장산에서 발원한 정읍의 물은 김제평야를 적시고 동진강을 따라 서해안으로 흘러간다. 정읍은 지금도 물이 맑은 동네로 유명하다. 백제가요 ‘정읍사’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은 ‘정해마을’에서 시작한다. ‘정해(井海)’는 말 그대로 샘물이 바다처럼 흐르는 ‘새암바다’다. 백제시대 ‘정촌현(井村縣)’으로 불렸던, 정읍의 시원이 된 마을이다. 윤기 흐르는 감들이 익어가는 마을 한가운데에는 큰 우물이 있고, 그 옆에는 정읍사의 애틋한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부부나무’가 서 있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팽나무가 마치 탱고를 추는 듯한 모습이다. 허리를 한껏 꺾은 버드나무 옆에 배를 맞댄 팽나무는 손을 잡고 있다. 400년 넘게 얼싸안고 춤을 추던 나무는 서로 몸이 붙어 연리목(連理木)이 됐다. 마을 인근에 있는 ‘정읍사 정촌가요특구’ 테마공원에 가면 정읍사 여인의 망부석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 맞은편으로는 내장산 봉우리들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내장산의 능선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인의 눈썹과 콧날, 입술과 가슴, 손까지 형상이 또렷이 드러나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달하 노피곰 도다샤/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칠백 년 넘게 구전돼 오다가 악학궤범(1493년)에 실려 전해오는 ‘정읍사’는 한글로 표기된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다. 해는 이미 기울었고 어둠은 깊어가는데, 행상을 나간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내는 아양산 고개에 올라 달님에게 빌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제발 달님이시여 높이 솟아 밝은 빛을 멀리까지 비춰주소서. 저자(시장) 거리를 헤매고 있을 남편이 혹시나 진 데를 밟지 않게 해주소서. 내 사랑하는 님이 곱게 깔아놓은 달빛을 밟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소서…. 그중에서도 가장 절절한 구절은 ‘어느이다 노코시라(어느 곳에나 다 내려놓고 오세요)/어긔야 내 가논대 졈그랄셰라(아, 내 님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는 노랫말이다. 일이고, 돈이고, 물건이고…. 힘겹게 지고 있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저 몸 성하게 집으로만 돌아오라는 말이 가슴을 적신다. 정읍사문화공원에서 내장저수지까지 이어지는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1코스’(6.4km)는 정읍사 여인을 테마로 역사와 문화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는 걷고 싶은 길이다. 달님약수터에서 출발해 전북과학대를 지나 천년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월봉(月峰) 등산로’. ‘달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듯한 소나무숲 달맞이 고개다.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내장산과 칠보산, 방장산 등 산세와 평야를 구경하고, 두꺼비바위에서 쉬어가기도 한다. 산굽이마다 만남과 환희, 고뇌, 언약, 지킴, 배려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글귀도 꾸며져 있다. “기다림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꽃과 같다. 그러므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가 있다. 사랑받을 수 있다.”(문순태 설화소설 ‘정읍사-그 천년의 기다림’ 중에서) 오솔길을 계속 걷다 보면 ‘월영습지’를 만난다. 2014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저층형 산지습지로 과거에 벼농사를 했던 폐경지가 자연 천이에 의해 복원된 습지다. 월영습지에는 구렁이, 수달,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 평지와 산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독특한 생태계로 절대보전등급 1등급을 받은 습지로, 인근의 솔티마을숲과 함께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월영습지에서 더 걸어가면 시누대숲이 나오고, 내장호로 이어진다. 내장호 수변 덱(deck)길을 한 바퀴 도는 2코스(3.5km),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강변을 따라 정읍사공원으로 회귀하는 3코스 자전거길(6.2km)도 있다. 정읍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둘레’의 안수용 이사장은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은 연인이나 부부가 사랑의 의미를 찾고, 소나무와 호수가 어우러진 생태를 탐방하는 힐링 숲길”이라고 말했다. ○내장산과 무성서원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의 끝에는 내장산이 있다. 내장산의 ‘내장(內臟)’은 안에 보물을 품고 있다는 뜻.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 805권을 정읍 태인의 선비 손홍록과 안의가 내장산으로 옮겨와 석벽의 ‘용굴’에 감추고는 1년이 넘도록 머물며 지켰다. 서울, 충주, 성주에 나눠 보관하고 있던 조선왕조실록이 모두 다 불타고 사라지고 남은 마지막 실록이 정읍 선비들 덕분에 지켜질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올 3월에 방화로 전소됐던 내장사 대웅전의 현재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내장산의 수려한 봉우리와 전각들로 둘러싸인 대웅전이 철제 컨테이너로 임시로 지어진 모습은 마치 현대미술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컨테이너 대웅전에 걸린 ‘큰 법당’이라는 현판의 글씨에서는 힘이 넘쳐 그나마 관람객의 마음을 달랜다. 내장산을 구경한 후 발길을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무성서원(武城書院)’으로 옮긴다.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857∼?)과 조선시대 ‘상춘곡(賞春曲)’을 지은 선비 정극인(1401∼1481) 등이 배향돼 있는 서원이다.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넷 사람 풍류랄 미찰가 맛 미찰가’로 시작되는 ‘상춘곡’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안분지족을 노래한 최초의 한글 가사문학이다. 주변에는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택도 많다. 정읍 시내의 유명한 ‘쌍화차 거리’엔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뜨겁게 달군 곱돌 찻잔에 담겨 나오는 정읍식 쌍화차은 지황 생강 등 20여 가지 약재를 달인 뒤 밤 은행 잣 등의 고명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정읍은 쌍화차 주원료 약재인 지황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산지였다고 한다. 한 잔에 7000원인 쌍화차를 주문하면 가래떡구이와 누룽지 등 업소마다 다양한 간식거리도 준다. 사진·글 정읍=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