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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시한을 나흘 앞두고 의회가 국경장벽 예산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추가 셧다운 우려는 사라진 셈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장벽 예산으로 13억7500만 달러(약 1조5459억 원)가 배정된다. 이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약 6조4085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새로 건설되는 장벽 길이는 88.5km(55마일)로 합의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3.6배 정도 긴 321.9km(200마일) 장벽을 요구했다. 또한 환경 보전 등을 이유로 장벽 설치 장소에 대한 제한 규정도 신설됐다. 불법 이민자 수용 인원은 현재 4만9057명에서 17% 하락한 4만250명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수용 인원 3만4000명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불법 이민자 수용 인원이 줄어들면 자연히 국경지대에서 체포할 인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용 인원 문제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미국이 국경지대에서 체포하는 불법 이민자는 지난 수십 년간 월 2만5000∼4만 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수개월 동안 역대 최고 수준인 4만9000∼5만 명까지 치솟아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왔다. 이번 합의안은 하루 만인 12일 법안으로 상정돼 상원과 하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경장벽이 설치될 예정인 텍사스주 엘패소 카운티 콜리시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아직 합의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장벽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위원회에 참여한 의원들을 비롯해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백악관은 최근 공화당에 당초 요구한 예산안보다 더 적은 금액에도 합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셧다운이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판단하에 협상에서 맹공을 펼쳤다. 한편 강경 보수 의원들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셧다운 종료 때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에 양보하면 안 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에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정치인인 존 딩걸 전 하원의원(민주·미시간)이 9일 92세로 별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respect(존경)’란 단어를 두 번이나 써가며 가슴에 와닿는 추모사를 남겼습니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50개 주 청사도 모두 조기를 달았습니다. 일개 하원의원이 왜 이런 국가원수급 의례를 받을까요. 59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고인은 최장수 의정활동 기록을 지녔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의회를 거쳐 간 주요 법안 중 딩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은 희귀종이 됐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인의 소명을 워싱턴에서 가장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The skies must be safe.” 2002년 워싱턴 공항에서 딩걸 의원이 보안검색대를 지나가자 계속 ‘삑’ 소리가 납니다. 젊은 시절 엉덩이 수술로 금속을 박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검색요원들은 믿지 않고 그를 사무실로 데려갔죠. 그는 거기서 바지를 벗고 수술 부위를 보여줬습니다. 수차례 검색대를 지나고 바지까지 벗는 동안 자신이 의원임을 밝히지 않습니다. 특혜를 바라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사무실을 나와 허허 웃으며 말합니다. “미국의 하늘은 안전하구나(이렇게 철저히 조사하는 것을 보니).” △“You‘re not important. It’s what you can now do to help others that’s important.” 딩걸의 동료 테드 도이치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의 추모사 구절입니다. 자신이 처음 의원이 됐을 때 딩걸 의원이 이런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중요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당신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I don’t know about you, but I’m feeling 92.” 그는 ‘트위터 달인’으로 통하는 발랄한 할아버지였습니다. 92세 생일을 맞은 그는 트위터에 “당신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92세 먹은 느낌이야”라고 올렸습니다. 인기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히트곡 ‘22’에 나오는 구절 “I’m feeling 22”를 비튼 겁니다. 스위프트의 노래를 아는 90대 할아버지. 흔치 않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앙숙 관계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정보 유출로 인해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다. 9일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일정 정보가 해킹돼 백악관이 범인 색출에 나섰다. 유출된 개인일정에는 TV 시청, 트위터 보내기 등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취미활동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을 ‘국정활동 시간’으로 정해놓고 TV와 트위터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비난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오전 6시 45분에 업무를 개시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오전 7시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가 돼서야 ‘늑장 출근’을 한 것.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TV와 트위터 중에도 회의하고 장관들과 대화한다”고 해명했다가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최근 이혼을 발표한 베이조스는 애인 로런 샌체즈와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이 유출돼 망신살이 뻗쳤다. 거대 기업 CEO답지 않게 유치하고 야한 내용들이 상당수였다. 사설 조사팀까지 만들어 메시지 유출 경로를 추적해온 베이조스는 범인으로 연예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지목했다. 이어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인 AMI가 자신과 샌체즈의 ‘사적인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메시지 출처에 대한 조사를 중단할 것을 협박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 연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 섹스 스캔들 입막음용 돈 15만 달러를 플레이보이 모델 등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AMI에 대해 베이조스 건으로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AMI는 친트럼프 성향의 매체로 CEO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자랑한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묘한 웃음과 함께 두 팔을 내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박수. 2019년 국정연설에서 ‘몸짓의 정치학’을 보여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짧은 박수 한 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각종 패러디를 낳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5일 하원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간에 기립박수를 쳤다. 상원의원들이 잇달아 박수와 연호로 화답할 때에도 냉소적인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눈을 내리깔고 서류를 쳐다보기만 하던 펠로시 의장이 일어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수의 정치’를 언급한 시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복수의 정치’와 저항, 응징을 끝내고 타협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을 겨냥해 발언했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표정과 박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격려와 꾸중의 메시지를 섞어 보내는 부모를 떠올리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 폴리티코 등은 “펠로시 의장이 이런 제스처로 기존의 어떤 발언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기죽였다”고 평가했다. SNS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박수 치는 모습을 잘못을 저지르고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 옆에 붙이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힐난하는 영화배우의 표정과 비교하는 패러디가 쏟아졌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환영한다는 의미였을 뿐 냉소는 아니었다”고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국정연설의 내용을 팩트 체크하는 데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을 일단락시킨 임시예산안 시한(15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신경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 언론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로 ‘만약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우리는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를 꼽았다. CNN은 이 문구를 제목으로 뽑았고, WP는 팩트 체크 기사에서 “전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가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공공연히 제기했던 초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라고 꼬집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밀리에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분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5일 밝혔다. 대북제재위원회의 비공개 보고서를 열람한 A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들은 ‘건재(remain intact)’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북한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고 미국의 ‘참수(decapitation)’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핵·미사일 조립 보관 및 시험 시설들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항 등 민간시설에서 미사일이 조립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폐기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변 핵시설의 상당 부분이 벌써 다른 지역으로 이동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유엔 대북제재위가 지난해 북한이 최소 570만 달러(약 63억7830만 원)에 달하는 57만6000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불법 환적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연간 북한에 반입될 수 있는 석유와 휘발유 등 정제유 공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북한이 예멘의 후티 반군이나 리비아, 수단 등에 소형 무기와 군사 장비 등을 제공하려고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비공개로 작성한 것으로 1일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회람됐다. 이사국들은 25일 관련 회의를 개최해 보고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 차기 미국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잭 킨 전 육군참모차장은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신고와 폐기·검증의 시간표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핵프로그램 신고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킨 전 차장은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의 반복이 돼선 안 된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중단 외에 의미 있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의미 있는 양보를 할 경우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을 몇 시간 앞두고 가진 언론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민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는 ‘통합’을 강조했지만 정작 8시간 전쯤 열린 TV 앵커들과의 오찬 회동에서는 민주당 유력 정치인과 차기 대선 주자들을 악담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며 정치권 분열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바보(dumb)’, 최근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때 민주당의 양보 불가 원칙을 주도했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못된 놈(nasty son of bitch)’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 후보이자 인디언 원주민 후손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포카혼타스’란 기존의 조롱 섞인 별명으로 계속 불렀다. 최근 인종차별적 사진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민주)에 대해서도 ‘제 풀에 자빠진 놈(choke like a dog)’이라고 비웃었다.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 당일 점심에 언론을 불러 연설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는 전통이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영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왕실(royal family)입니다. 왕실 구성원 중에서도 지난해 해리 왕손과 결혼한 미국 여배우 출신 메건 마클 왕손빈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녀에 대해 ‘패셔니스타’ ‘할리우드 글래머’ 등의 찬사는 줄어들고 ‘왕실 부적응자’ ‘성격 이상자’ 등의 비난이 크게 늘었습니다. △When did the world turn against Meghan Markle?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묻습니다. ‘언제 세상이 마클 왕손빈에게 등을 돌렸나?’ 마클 왕손빈이 결혼식 때 여왕이 정해준 왕관을 쓰지 않겠다고 반항했을 때? 손위 동서인 케이트 미들턴 세손빈과 싸워 그녀를 눈물짓게 만들었을 때? 인디펜던트는 훨씬 전부터라고 합니다. 2016년 해리가 교제 사실을 공식 발표할 당시 마클을 싸고돌면서 세간의 관심이 지나치다고 비난할 때부터 세상은 마클 편이 아니었다고 하는군요. △Meghan Markle’s High-Maintenance Ways Have Made The Normally Jovial Prince Harry Grumpy and Aloof. 영국 데일리메일의 기사 제목은 ‘평소 쾌활한 성격의 해리 왕손이 투덜거리고 냉담한 사람이 됐다’입니다. 마클 왕손빈은 오전 5시부터 왕실 스태프에게 온갖 주문을 해대는 통에 비서건 보디가드건 모두 떠나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마클 왕손빈은 손이 많이 가는(high-maintenance) 사람입니다. 마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 해리가 나서서 무마하다 보니 우울 모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Inside Meghan Markle’s Royal Work Ethic: She is Very American and Wants to Get Things Done. 모든 일을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마클 왕손빈의 성격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미국 쪽 시각이지요. 이럴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work ethic(직업윤리)’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에는 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을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주말에 쉬는 미국 특유의 직업관을 말합니다. 미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마클 왕손빈에게는 왕실의 일원이 됐다는 것이 혜택이 아니라 직업이라는 것이죠. 미 연예잡지 피플의 기사 제목입니다. ‘메건 마클의 왕실 직업윤리: 그녀는 매우 미국적인 사람이고, 일을 해내고 싶을 뿐이다.’ 기사 제목도 참 미국적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2019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에서 한국이 29위에 올랐다. 27일(현지 시간) 발표된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72.3점으로 평가 대상 186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17년 23위(74.3점)까지 올랐지만 2018년 27위(73.8점)에 이어 2019년 29위에 머무르면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항목은 정부 청렴도(50.5점)이다. 이 밖에 노동자유(57.4), 사법적 효율성(57.5)도 5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헤리티지재단은 한국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면서 정부의 경제 관여가 커졌다”며 최저임금 상승, 기업세 부담 증가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계약이나 세금 문제에서 아직도 특혜 관행이 자주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자유지수 1위는 홍콩(90.2점)이 차지했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가 그 뒤를 이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기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달 29일로 예정된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보비 피드 백악관 대통령일정 담당 국장은 이날 하원 경호위원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연두교서 발표에 대비한 사전연습을 재개하기 위해 백악관 의전팀과 하원 경호팀 간 회의를 소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전연습은 16일 펠로시 의장이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로 인한 경호 부족을 이유로 “연두교서 발표를 연기하거나 의회에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제안한 직후 중단됐다. 백악관 고위 관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두교서 발표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계획으로 두 가지 안(案)의 연두교서 발표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에서 발표하거나, 워싱턴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지지 집회를 열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한 백악관 관리는 “두 안의 내용이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권한과 영향력 또한 막강하기 때문. 특히 연두교서 발표 장소가 하원 본회의장이기에 반드시 하원의장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본회의장 사용에 대한 결의안 표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표결에 부치더라도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하원 내 연두교서 발표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최종 허가를 받아야만 본회의장에 입장해 단상에 올라갈 수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더라도 펠로시 의장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면 컴컴하게 불 꺼진 텅 빈 본회의장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원 규칙에 따르면 대통령이 허락 없이 본회의장에 나타날 경우 하원의장은 대통령을 견책하거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강행 움직임이 견책과 퇴장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연두교서 발표는 매우 ‘일상적인 이벤트’로 간주돼 왔다.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한 달 넘게 셧다운으로 대치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두교서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발표 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펠로시 의장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공화당도 전열을 가다듬겠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연두교서 논란의 배경인 셧다운 정국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타협안(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불법체류 자녀 추방 유예를 3년 연장)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장벽 예산을 아예 제외시키고 지출법안 통과를 재차 시도한다. 셧다운을 해결하려면 단일법안으로 상정해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한다. 현재 태평양만큼 벌어진 상하원 및 여야 관계를 감안한다면 협력을 도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에서 오후 10시 반 또는 11시 반이 되면 TV 심야 토크쇼가 시작됩니다. 저녁 뉴스만큼이나 3대 지상파 방송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심야 토크쇼 진행자의 특징은 조금씩 다른데 가장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CBS ‘레이트쇼’의 스티븐 콜베어입니다. 콜베어가 보여주는 신랄하면서도 유쾌한 정치 풍자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The T is silent. Like you were during the Roger Ailes scandal.” 콜베어(Colbert)는 발음이 독특한 성(姓)입니다. ‘콜버트’가 아니라 조상 대대로 ‘콜베어’로 발음한다고 합니다. ‘폭스 앤드 프렌즈’ 앵커 브라이언 킬미드는 콜베어를 비난하면서 계속 ‘콜버트’라고 부릅니다. 은근히 무시하는 거죠. 기분이 상한 콜베어가 킬미드에게 한방 먹입니다. 발음이 되지 않는 묵음을 ‘silent’라고 합니다. “철자 T는 침묵(묵음)이야. 당신이 로저 에일스 스캔들 때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야.” 폭스뉴스 최고경영자였던 에일스의 직장 내 성희롱 스캔들이 터졌을 때 상당수 직원들은 그를 비난했지만 킬미드가 침묵을 지킨 것을 조롱한 겁니다. △“Whoa! Pump the brakes.”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콜베어가 김정은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잠깐! (우리 사랑을) 천천히 이어 갑시다.” 한 번 만난 70대 아저씨(혹은 할아버지)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속도 조절하라”고 건방지게 충고하는 거죠. ‘pump the brakes’는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 운전할 때 반복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가며 속도를 줄이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I’m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수차례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 작전을 폈습니다. 첫 회동은 ‘토크 배틀’ 난타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아무 말도, 거동도 없이 앉아있었습니다. 콜베어가 펜스 부통령의 속마음을 읽어봤습니다. 마닐라 봉투는 노란색 봉투를 말합니다. 마닐라 봉투를 베이지 색깔의 벽에 붙여놓으면 잘 구별이 안 갑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투명인간이야. (저 난장판에 끼기 싫어).” 사실 석고상처럼 앉아있으면 더 눈에 잘 띄는데도 말이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민주당과의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대치에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즉각 제안에 대해 수용 거부를 밝혀 해결 가능성이 다시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 29일째인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의회가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 주면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3년 연장하겠다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또 대규모 자연재해나 내전을 겪은 남미·아프리카 국가 출신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보호지위(TPS)’ 갱신 중단 조치도 유예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2년 만들어진 ‘다카’는 불법체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자녀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다카’를 폐지하면서 “6개월 동안 추방을 유예하겠으니 의회는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었다. 의회가 대체 입법 마련에 실패하면서 ‘다카’ 신청이 재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을 겨냥해 ‘거지 소굴’ 운운하며 맹렬히 비난해왔다. 취임 후 불법체류자 문제에 인정사정없이 대응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정국에서 ‘다카’ 이슈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동안 주장해온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경장벽을 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공화당 내에서조차 “장벽 건설 예산권을 가진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전부터 이번 타협안은 ‘도착 시 사망(DOA)’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드리머’(추방 유예된 불법체류 자녀들)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유예 기간만 늘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제안은 이미 예전에 거부됐던 것”이라며 “애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한편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피자 특수’도 생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19일 셧다운으로 월급 없이 자신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소속 경호원들에게 피자를 직접 전달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나와 아내 로라는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경호팀과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지도자들은 정쟁을 옆으로 치워두고 초당적 협력을 이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달 13일에는 캐나다 관제사들이 무급으로 일하는 미국 동료 관제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미 전역 관제탑 49곳에 피자 350판 이상을 돌렸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정지(셧다운)로 이달 29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발표가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 업무가 재개되지 않는 한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에 따른) 경호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적절한 날로 연기하든지, 서면으로 의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CNN에도 출연해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 때 수백 명의 경호요원이 동원된다. 현재 셧다운으로 인해 경호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통령은 (경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펠로시 의장의 연두교서 연기 제안은 셧다운 문제로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정치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공화당은 즉각 “비열한 정치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는 것으로 연두교서를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백악관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제안에 허를 찔렸다”고 전했다. 미국은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부터 매년 1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대통령이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1년간의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인가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55)가 결혼 26년 만에 부인 매켄지와 이혼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인과 수십 년 잘 살다가 인생의 상실감을 느꼈는지 갑자기 이혼하고 새로운(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거나 결혼하는 남자 유명인을 미국에 체류할 때 많이 봤습니다. 왜 중년의 위기는 주로 남성에게 찾아올까요. 어쨌든 요즘 초특급 화제를 뿌리고 있는 베이조스 이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Can The Soon-To-Be Former Wife Of Jeff Bezos Wreak Havoc On Amazon?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기사 제목입니다. 매켄지는 위자료를 주식으로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자료가 어마어마한 만큼 아마존의 주요 주주로 부상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는데요. 만약 곧(soon-to-be) 전 부인이 될 매켄지가 ‘복수 모드’라면 아마존 경영에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wreak havoc’는 ‘난장판을 만들다’ ‘대혼란을 야기하다’라는 뜻입니다. △Bezos Divorce Might Be Handled as Quickly as An Amazon Delivery. 블룸버그뉴스가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들은 이혼을 질질 끌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사 제목은 ‘베이조스 이혼은 아마존 배송만큼 빨리 처리될 수 있다’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가 위자료 액수를 걱정하겠습니까. 재산이 너무 많으면 돈의 가치에 무감각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저나 요즘 한국에서도 아마존 직구하는 분들 꽤 있죠. 해외 배송은 시간이 좀 걸리지만 미국 내에서 주문하면 정말 빠릅니다. △“I wish him luck. It’s going to be a beauty.”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묻습니다. “베이조스 이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정에 바쁜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도 있네요. 트럼프 대통령의 답입니다. “그에게 행운을 빈다. 이혼 과정은 아름다울 거야(잘 풀릴 거야).” 잠깐!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 소유의 워싱턴포스트를 너무나도 싫어하고, 아마존이 우체국에 배송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베이조스에게 이런 덕담을 건네다니요. 아마도 동병상련이겠죠. 비싼 위자료 지불하고 두 차례 이혼한 경력이 있으니까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불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연방수사국(FBI)이 2017년 ‘러시아 스캔들’ 연루 혐의로 자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오자 “부패한 FBI 국장들의 근거 없는 행동”이라며 분노의 트윗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시간여 동안 15개의 트윗 메시지를 올렸다. 특히 오전 7시대에는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10개의 폭풍 트윗을 날렸다. 트윗 메시지는 모두 자신에게 따라붙는 러시아 내통 문제에 대한 것으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까지 폭넓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트윗 메시지에서 “내가 제임스 코미를 해고한 후 나쁜 이유로 조직을 떠났던 부패한 전직 FBI 국장들이 아무런 이유나 증거 없이 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는 걸 방금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알았다”며 “완전히 추잡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앞서 NYT는 전직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직후 FBI는 트럼프가 러시아를 위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해왔는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폭로했다. FBI 고위 관리들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를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이 사안이 갖는 민감성 때문에 조사 개시를 미뤄왔다가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되자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동안 자신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백악관 고위 관리들에게 숨기기 위해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는 단독 기사를 올렸다. 트럼프 측 관리들은 대화 내용을 기록한 통역사의 노트를 최소 한 차례 압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사에게 당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다른 행정부 관리 누구와도 의논하지 말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FBI와 뮬러 특검을 비난하면서 ‘실패한 뉴욕타임스’ ‘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을 비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와 WP의 기사 내용을 부인하는 인터뷰를 폭스뉴스와 했다며 많은 시청을 바란다는 당부로 폭풍 트윗을 마무리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9일 오전 10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시상황실로 불리는 시추에이션룸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국경장벽 협상에 돌입했다. 전날 국경장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국민 연설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웃으며 시추에이션룸에 들어갔다. 정확히 30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완전히 시간낭비(total waste of time)”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집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지난해 말부터 국경장벽 설치 예산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벌인 협상은 벌써 7번째.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아무리 “셧다운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유권자들의 표와 직결되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는 말이 안 통하고, 협상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 연출을 염두에 둔 듯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은 ‘국경장벽은 필요 없다’ ‘국민들은 국경장벽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협상이 결렬된 것도 “(셧다운이 끝나) 정부 업무가 재가동되건 아니건 간에 국경장벽 예산을 줄 수 없다”는 펠로시 의장의 한마디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척과 낸시’로 통하는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이 단결된 모습으로 ‘양보 불가’를 외칠 수 있는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온 우정 덕분이다.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척이 문장을 시작하면 낸시가 끝맺는다”라는 농담이 유행일 정도로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둘은 국경장벽 협상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비해 모의 질의응답 세션까지 준비하며 치밀한 사전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대응 전략 수립 오찬을 하며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는가 싶더니 오후 A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 번 폭발했다. 인터뷰하던 ABC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연방공무원들이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셧다운을 종료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 법안)에 서명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내가 그래야 하나? 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 존? 당신의 왜곡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며 몰아 붙였다. 트럼프와 ‘슈머-펠로시’의 극한대결에서 판세는 ‘슈머-펠로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셧다운을 인질로 국경장벽 예산을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만나 국경장벽 예산을 확보하는 대신 불법이민자 자녀들의 시민권 획득을 보장하는 ‘드리머 법안’ 서명을 민주당에 약속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만약 북한 열차에서 실수로 떨어졌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시 열차에 뛰어오를 시간은 충분하다. 그만큼 열차가 거북이 걸음으로 간다는 뜻이다.” 영국 철도회사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60대의 마이클 도란 씨는 북한에서 철도 여행을 하던 중에 일행들과 이런 농담을 나눴다. 열차는 녹슬고 덜컹거렸다. 그리고 느렸다. 평양에서 북한 북쪽 끝 라선까지 가는데 36시간이 걸렸다. 웬만한 고속열차를 탔다면 4,5시간 걸릴 거리였다. 창 밖으로 북한의 시골 모습을 보자 마치 40, 50년 전에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도란 씨는 여행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와 함께 지난해 9월 북한을 방문해 철도 여행을 했다.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투어스의 철도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도란 씨의 북한 철도 여행기가 8일(현지 시간) 내셔널 지오그래픽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외국인들이 기차를 타고 북한에 갈 때는 주로 모스크바-울란바토르-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가는 노선을 이용한다. 국제선 열차는 외국인들이 탑승하므로 비교적 깨끗하고 열차 속도도 느리지 않다. 그러나 도란 씨가 탄 열차는 평양에서 청진을 거쳐 라선까지 가는 국내선이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국내선 열차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월 1회 정도씩 예외적으로 외국인 탑승을 허용한다. 외국인 승객을 허용한 것은 매우 최근이다. 라선행 국내선 열차의 한 량이 외국인 전용으로 꾸며졌다. 국내선 열차는 1950, 60년대 만들어진 옛 소련제 열차였다. 반세기를 넘긴 열차의 외관은 심하게 녹이 슬어 비가 올 때면 녹물이 줄줄 흘렀다. 외국인 전용칸 내부는 상태가 괜찮았다. 바닥은 깨끗했고 화장실에 휴지도 있었다. 도란 씨와 동행한 고려투어스의 닉 보너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타는 칸은 사정이 좋지 않다. 매우 더럽다(filthy)”고 말했다. 보너 씨는 2004년 북한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이 노선을 이용했다. 지금 탄 열차가 당시에 탔던 열차란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열차만 더 고물이 됐을 뿐. 외국인 전용칸에 탔다고 행동이 자유로운 것 아니었다. 감시인들이 같은 칸에 타고 지켜보고 있다. 감시인들은 외국인 승객이 ‘모범적으로’ 행동했는지 나중에 당국에 보고한다. 도란 씨는 열차에서 북한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외국인 전용칸과 북한 주민칸 사이에 문은 잠겨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 정차역에 잠깐 내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국인 승객들이 내릴 수 있는 정차역이 정해져 있다. 국내선은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당연히 식당칸은 없었다. 이럴 줄 알고 도란 씨 일행은 미리 평양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과 맥주를 사왔다.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북한 철도 여행이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평양을 벗어나자 개발의 손길을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돼 있었다. 라선으로 갈수록 자연의 절경이 펼쳐졌다. 창 밖으로 만나는 북한 시골 주민들은 외국인을 처음 봤는지 신기하게 쳐다봤다. 러시아와 중국을 접하고 있는 종착지 라선은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해 만든 경제무역지대다. 외국인들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도시 분위기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여기서 자유시간이 허용됐다. 도란 씨는 술집에 가서 맥주를 시켰다. 외국인이 왕래하는 곳인데도 여종업원이 영어를 몰라 그는 다른 손님이 마시고 있는 맥주를 가리키며 주문했다. 철도 전문가인 도란 씨는 북한이 한계 수명을 지난 열차와 철로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로 중간에 푹 꺼진 곳도 있어 위험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철도 연결사업을 논의하면서 북한 철도 상황에 대해 “창피하다(embarrassing)”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도란 씨는 “물론 남북간 철도 연결이 상징적 수준의 연결이기는 하다. 그래도 만약 성사될 경우 북한과 남한 사람들이 서로 열차에서 얘기를 나누는 때가 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정미경 전문기자mickey@donga.com}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7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아마존이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3.44% 오른 1,629.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아마존의 시총은 7967억8000만 달러(약 892조 원)로, 전날까지 1위였던 MS의 7835억6700만 달러를 추월했다. 아마존은 올해 미 증시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해 시총 1위에 올랐다. 온라인 매출 호조, 클라우드 사업 확대가 아마존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으며 중국시장 노출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MS의 시총 1위는 ‘6주 천하’로 끝났다. MS는 지난해 11월 26일 8년 동안 시총 1위를 유지하던 애플을 꺾고 1위에 올랐다. MS는 최근 주가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향후 언제라도 다시 시총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아이폰 매출 부진, 중국시장 축소 등 악재가 겹친 애플은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날 시총 기준으로 애플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보다도 뒤진 4위로 밀려난 상태이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올해 첫 각료회의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시간 95분 내내 혼자 열변을 토했습니다. 아니 횡설수설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트럼프가 얘기한 주제가 24개라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팩트체크에 나선 결과 트럼프 발언의 75∼80%는 왜곡, 과장, 거짓 통계 인용 등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AP통신은 이런 트럼프의 발언을 ‘fact-busting(사실 때려잡기)’이라는 단어로 요약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각료들에게 말할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홀로 발언을 이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괴하다(bizarre)’고 평했습니다. 트럼프 발언 내용의 진위는 눈 질끈 감고 넘어가고, 대신 배워둘 만한 영어 표현에 집중하겠습니다. △As long as it takes. I‘m prepared. 이 두 문장은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배짱을 부릴 때 쓰는 말입니다. 지금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중입니다. 국경장벽 설치 예산 문제로 정치권이 대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불편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셧다운이 얼마나 길어진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어질 테면 길어져 봐라. 나는 각오하고 있어”라고 답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괜찮아)”라는 의미입니다. △We’re given no credit for it. 북한 얘기는 앞부분에 나옵니다. 김정은에게 받은 친서를 자랑하면서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이라며 옆에 앉은 장관들을 약 올립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나는 세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 공로를 인정하지 않아”라며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credit’는 원래 재무용어지만 일상회화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주로 ‘give for’와 함께 다니면서 ‘(누구를) 인정하다’ ‘높이 평가하다’라는 뜻입니다. △Better looking than Tom Cruise. 어떤 주제에 대해 얘기하다 이리저리 튀는 것이 트럼프의 스타일입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 얘기하다 갑자기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합니다. “국방부에서 장성들과 이란 문제에 대해 회의를 했는데 (장성들이) 너무 잘생겼더라. 톰 크루즈보다 더”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트위터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Leave Tom Cruise Alone.” “톰 크루즈 가만 놔둬. (당신 입에 올라 잘된 사람을 못 봤어)”라는 뜻이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이 2020년 캔자스주 상원의원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출마할 경우 올해 말까지 국무장관을 사퇴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비핵화 협상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24년 동안 캔자스주 상원의원을 지낸 팻 로버트슨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후임 선두두자로 폼페이오 장관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전문지 힐도 “공화당 의원과 선거 전략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출마할 경우 당선은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에게 출마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캔자스주는 현재 로버트슨과 제리 모런 등 상원의원 2명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그러나 지난해 11·6 중간선거에서 캔자스 주지사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하원에서도 교외 선거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상원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캔자스를 최우선 탈환 지역으로 정한 공화당 지도부는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폼페이오 장관을 절대 실패 가능성이 없는(failsafe) 후보로 보고 있다고 힐은 밝혔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남미의 우파 지도자들의 협공을 받아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과 다른 남미 국가들의 최종 목표는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을 축출하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베네수엘라 문제를 협의했다. 미 국무부는 “마두로 정권의 형편없는 정책 때문에 벌어진 역내 위기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서 페루 외교장관과도 만나 “민주주의 정착과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휴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부터 강력한 반미 좌파 성향을 보여왔지만 다른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속속 우파로 돌아서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특히 남미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접국 브라질에 최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일 취임식에 마두로 대통령을 아예 초대조차 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해 2025년까지 앞으로 6년간 더 통치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은 이미 다른 남미 국가들의 경제 상황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국을 떠나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 등 인접국으로 향하면서 수용국의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게다가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등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대내외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의중대로 금방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마두로 대통령의 방러 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전략폭격기를 배치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지원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바,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 남미의 다른 좌파 형제들도 베네수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어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