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37

추천

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여종업원 송환 논란에… 美 “탈북자 보호해야”

    미국 국무부가 2016년 중국의 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종업원들을 송환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모든 국가는 탈북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모든 국가들이 자국 내에 들어온 북한 난민이나 망명 희망자들을 보호하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국무부의 이런 입장 발표는 최근 북한이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내라고 공세를 강화하고, 한국 내 일부에서도 이들을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탈북자 등 난민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미 정부가 북한 송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이들 여종업원이 자유의사로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과거 발표를 유지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에 출석해 “현재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탈북한 지배인 허강일 씨가 10일 한국의 한 방송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의 요구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여종업원 입국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쿠바 여객기 추락 110명 사망… 한국인 탑승객은 없어

    113명이 탑승한 쿠바 국내선 항공기가 18일 수도 아바나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해 110명이 사망했다. 20, 30대 쿠바 여성 3명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으나 심각한 화상으로 중태에 빠졌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경 공항을 이륙한 보잉 737 항공기는 12시 8분 공항에서 20km 떨어진 숲속에 추락했다.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화염에 휩싸인 것을 본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어 기체 결함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망자 국적은 쿠바인 99명, 멕시코인 7명(승무원 6명), 아르헨티나인 2명, 서사하라 출신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은 사고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여객기는 1979년 제작된 기령 39년의 노후 기종이다. 현지 언론은 사고 여객기가 과거 위험 수준의 화물 과적과 운행 노선 이탈로 여러 차례 경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온두라스 소재 저비용항공사 이지스카이가 이 여객기를 임차해 쿠바행 여객기로 사용했는데, 화장실에도 짐을 싣고 운항하다가 적발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악관, 北발표 직후 NSC 소집… 美정가 “北의 전통적 협상각본”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며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아침(현지 시간) 평소처럼 트윗을 부지런히 올렸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뿐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북한의 발표를 전달받은 뒤에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북한의 발표 직후인 오후 2시경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한미 군사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 사실을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이번 발표가 몇 달간 한반도에서 조성된 해빙 무드에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남측 특사단의 방북 때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어느 정도 놀라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간의 대화가 급진전되는 데 대한 북한 내부의 ‘속도 조절’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70년간 독재정권이 지배하고 있지만 완전히 획일적인 사회는 아니며, 북한에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고 전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북한의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한미 연합훈련을 끝내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전통적 ‘협상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는 많은 전문가가 북한의 이번 발표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미 연합훈련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임을 암시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회담 의제를 통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이 있다”며 “김정은은 동맹의 균열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으며 북한이 한국을 모욕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돌변을 중국과의 관계와 연결 지은 분석도 있었다. 보니 글레이저 CSIS 아시아 선임고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도 CNN에 “이번 주 워싱턴에서 미중 관세협상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북한이 중국에 백악관에 대한 레버리지를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일방적 핵포기 강요말라” 北의 으름장

    북한이 연일 고조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드라이브에 반발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한미 당국은 “정상회담은 추진한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의 파악에 나섰다. 북한은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다가오는 조미 수뇌(북-미 정상) 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김 제1부상은 이어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특히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실명을 세 차례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김 제1부상은 볼턴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표현하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북-미 대화의 판을 깰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외에는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으로 직책을 표기했다. 사실상 외교 2선으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김계관을 통해 담화를 낸 것도 향후 실제 북-미 협상을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날 0시 반경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이날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으며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하에서 고위급 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훈련은 11일부터 시작된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을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북한의 고위급 회담 연기 통보 후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등 관계자를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며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갈 것”이라고 말한 뒤 “만약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지금의 상황은 (비핵화라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내선 TV예능 통해 오프그리드 생활 소개… “도시 탈출” 대리경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오프그리드’의 삶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tvN에서 지난달부터 방영되는 ‘숲속의 작은 집’이 대표적이다. 이는 도시의 소음이 없는 공간에서 미니멀 라이프와 오프그리드한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tvN 예능을 이끌고 있는 ‘나영석 사단’은 ‘삼시세끼’ ‘신혼일기’ 등에서 보여 준 자급자족 시골 라이프에서 오프그리드 생활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인이 꿈꾸지만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오프그리드 생활을 소지섭과 박신혜라는 연예인을 내세워 대리 경험을 하게 해준다. 출연진은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없는 제주도의 한 숲속 집에서 장작 패기부터 요리까지 스스로 해내며 살아간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골에서 전기도 가스도 없이 사는 삶은 행복할까”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비슷한 의도로 제작된 MBN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케이블 방송임에도 평균 시청률 5%대를 유지하며 6년째 장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윤택이 산속에 위치한 자연인의 집을 방문해 함께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심신을 치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 덕분에 한국의 경우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이 언제든지 오프그리드 삶을 제대로 알고 대리만족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북한 재건에 통찰력을 더하라

    요즘 남한 언론을 열심히 본다고 하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시한 북한 지도부가 이 글도 자세히 읽어줬으면 좋겠다. 북한이 북-미 수교를 통해 정상국가로 나가면, 남한과 국제사회의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다. 역사상 처음 오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절대로 허겁지겁 지원을 받아오는 것에만 급급해선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통찰력과 결단에 따라 똑같은 지원으로 몇 배의 효과를 만들 수도 있고, 물에 풀린 설탕처럼 지원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평소에 북한 개발과 관련해 생각했던 것 중 세 가지만 적어본다. 첫째로, 1석2조의 효과가 나는 분야에 외부의 지원을 집중하길 바란다. 실례를 든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더불어 남쪽에선 한반도 통합 교통망 실현이 우선적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지난해 만든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터플랜’을 보면 비전문가인 나는 이해 불가다. 경의선 고속철도 건설 비용을 무려 24조5100억 원으로 계산했다. 노선 길이는 더 길고, 터널과 교량이 70%나 되는 경부선 고속철도(KTX) 건설에도 20조 원 정도 든 걸로 아는데, 평야가 대다수인 경의선이 더 비싸다. 북한에선 총사업비의 30∼50% 정도인 토지 수용비도 필요 없고, 인력은 값싸고, 환경영향평가나 반대 시위와 같은 사회적 비용 지출도 없다. 중국의 고속철 km당 건설비를 단순 대입해도 10조 원 이상 나올 수 없다. 그럼에도 남쪽에서 24조 원을 투자해주겠다면, 북쪽은 여러 필수 사업을 철도 건설과 동시에 해결하면 된다. 가령 이왕 땅을 파는 김에 지하에 가스관과 전력선을 함께 묻게끔 설계하고, 그 위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같이 건설할 수 있다. 1석3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도로 밑에 전력선을 묻으면, 나중에 자동충전식 자율주행차 도로로도 쉽게 개조할 수 있다. 둘째로, 대담하게 농경사회에서 벗어나 ‘스마트 메가시티’ 시대로 도약하길 바란다. 현재 북한의 농축산·어업 종사자는 약 440만 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농촌에 1000만 명 이상 묶여 있다. 그런데 1년 곡물 생산량은 500만 t도 안 된다. 농가 인구 530만 명이 매년 곡물 4억 t 이상을 생산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북한 농업은 비효율의 극치다. 북쪽은 농사에 적합한 지형도 아니다. 농촌을 버려야 북한이 산다. 강력한 인구 이동 통제 정책으로 북한의 도시화율은 남한의 1970년대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남한의 현재 도시화율은 90%에 육박한다. 도시화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북한도 빨리 도시화를 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재건비가 많이 드는 낡은 소도시와 농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 메가시티’를 받아들여 도입해야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인 남한은 이를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북한은 인구 300만 명 규모의 권역 6개 정도만 집중 건설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동해엔 인구 수억 명의 중국 동북 지역을 배후로 한 청진-나진 권역, 자원 개발이 유망한 단천 권역, 일본을 겨냥한 함흥-원산 권역을 키우면 된다. 또 서해엔 남쪽과 협력하는 해주-개성 권역, 중국을 배후로 한 신의주 권역, 대규모 공단 조성이 가능한 평양-남포 권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지역을 선택해 투자를 집중하면 막대한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 셋째로, 자존심을 버릴 땐 과감히 버려야 한다. 가령 현재 북한에 제일 시급한 것은 전력인데,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반면 남쪽은 1년에 며칠을 제외하면 1000만 kW 이상의 전기가 남아돈다. 200만 kW로 버티는 북한이 흥청망청 쓰고도 남을 양이다. 남한도 전력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이 순식간에 멈춰 서는, 일종의 대북 지렛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력 공급에 인색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에 충분한 발전소를 지을 때까지 자세를 낮추며 남한과 사이좋게 지내면 북한 경제를 최대한 빨리 재건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북-미 수교에 자신이 있다면, 이제 경제 및 국토개발 계획도 제대로 상상하며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북한이 고속 성장의 기적을 쓰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하원 “주한미군 감축 의회승인 받아라”… 트럼프 협상카드 봉쇄

    북-미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을 의회 승인 없이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가 대(對)한반도 방위공약을 지키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7080억 달러(약 761조 원) 규모의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수정안(H.R.5515)이 9일(현지 시간) 하원 군사위원회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했다. 찬성은 60표, 반대 1표였다. 당초 원안에는 주한미군 2만2000명 하한선 조항이 없었으나 민주당의 루번 가예고 의원(애리조나)이 추가했다. 가예고 의원실은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유지 목적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한선 설정 이유에 대해선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3400명에서 2만8000명 사이를 오르내린다”며 “행정부에 충분한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2만2000명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 하한선 조항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켰으나 공화당에서도 별다른 반대가 없어 하원 본회의에 이어 상원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법률로 확정되면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크게 감축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려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의 동맹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방장관이 상·하원 군사위와 세출위에 증명해야 한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포린어페어스 기고와 뉴욕타임스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영원히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2019년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내년 9월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검토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 3개월이 되는 내년 9월이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정상국가화 이행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여서 해당 법안의 연장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국방수권법 수정안이 오히려 향후 주한미군을 6500명가량 감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도 일부 부대의 순환배치 과정에서 5000명가량의 편차가 수시로 발생한다”며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잖은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북-미 수교까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주한미군의 임무와 규모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손효주 기자}

    • 2018-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민간자본 北에 흘러가게”… 마셜플랜式 정부원조는 배제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핵심 당국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를 전제로 북한에 제공할 경제적 보상책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핵심은 미국의 대규모 민간 투자를 허용해 북한의 경제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을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시 김정은 체제를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북한판 마셜플랜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지만 유·무상 원조 같은 정부 자금보다는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셜플랜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마셜플랜은 2차 대전 후 미국이 유럽의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대규모 원조를 제공한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내밀 ‘당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인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국의 민간 자본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에 견줄 만한 실질적인 경제적 번영의 조건을 북한인을 위해 창출할 수 있다”며 “북한은 에너지 지원, 주민을 위한 전기, 농업 장비와 기술이 절실하다. 우리는 그걸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ABC방송과 CNN에 출연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한국처럼 경제가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야간에 한반도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밝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은 서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최대한 빨리 북한과의 교역과 투자의 문호를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 빈곤의 나라에 무역과 투자가 허용되길 바란다면 이것(완전한 비핵화)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를 더 빨리할수록 다른 세계의 개방과 한국과 같은 정상국가가 되는 길이 빨라질 것”이라며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에 대한 대가로 민간 기업의 무역과 투자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나라면 우리에게 경제적 원조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세금 투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들의 발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전까지 “보상은 없다”고 최대 압박을 다짐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이후 경제 보상의 밑그림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의회에서 북한에 더 나은 삶과 원조를 제공하고 제재를 덜어주는 데 대한 많은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원조 가능성을 언급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루살렘 美대사관’ 충돌, 피의 월요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이 14일 오후 4시(현지 시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면서 이날 오후 5시 현재 최소 43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숨지고 16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이후 1일 사망자 수치로는 최대치다. 사망자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시위에 합세하면서 1987년과 2000년에 이어 ‘제3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유혈사태 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지를 전투기로 공습하며 강경 진압 의지를 천명했다. ‘예루살렘의 날’ 51주년이던 전날까지만 해도 기자가 둘러본 예루살렘 시청 광장은 유대교 전통 모자 키파를 쓰고 있는 유대인 남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아랍 국가들과의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東)예루살렘을 강제 병합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루살렘 거리를 행진한 수만 명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상가 앞에서 “아랍인들은 예루살렘에서 떠나라”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 가자지구를 비롯해 라말라 등 요르단강 서안 주요 도시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 검문소를 향해 반(反)이스라엘 행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북쪽 분리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타이어를 태워 연기를 일으키며 접근하자 발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3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위대한 귀환 행진’ 시위가 이어졌다. 14일 이전까지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팔레스타인 시위대 42명이 숨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14일 아침에도 “이스라엘엔 커다란 날이다. 축하한다”란 트윗을 남겼다.예루살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라마단 하루 앞두고 유혈사태… 3차 인티파다로 번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중동의 화약고에 불씨를 던진 것일까. 미국이 이스라엘의 70주년 건국기념일인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던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한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묵은 갈등을 폭발시킬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로 불리는 예루살렘은 14일부터 팽팽한 전운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날까지 예루살렘은 유대인 축제의 장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는 4만5000명의 시위대가 시청 앞을 시작으로 유대교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 방향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행진에 참가한 유대인 3분의 2 이상은 10대였다. 이스라엘 전역의 유대인 전통 교육기관 ‘예시바’는 학생들을 예루살렘의 날 행사에 참가시키기 위해 이날 휴교했다. 학생들을 태운 버스 수백 대가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이들은 예루살렘 올드시티(옛 시가지)의 팔레스타인 지구로 이어지는 다마스쿠스 게이트를 통과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점가 앞을 한동안 점거한 채 히브리어로 노래를 불렀다.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들은 유대인들이 행진하는 동안 바리케이드를 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팔레스타인 지구의 상인 마르완 기넴 씨는 “유대인들이 ‘올드시티에 아랍인들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며 행진하는데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들은 유대인 보호를 위해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루살렘 미국대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대사관 건물에 걸린 푸른 가리개가 내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스라엘은 항상 끝이 없는 자유의 힘을 보여준다. 이 땅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유대인, 이슬람인, 기독교인 등 믿음을 지닌 모든 사람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숭배하면서 함께하는 곳이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 개관식에 앞서 녹화된 영상에서 “오늘 우리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을 개관한다. 축하한다. 여기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대인들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동안 가자지구를 비롯해 라말라 등 요르단강 서안 주요 도시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예루살렘 검문소를 향해 반(反)이스라엘 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 시작하면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5월 15일∼6월 14일)을 앞두고 벌어진 것이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혈 사태가 ‘3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과 싸워야 하는 애매한 형국이어서 투쟁 동력이 약화됐으며,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오랜 내분으로 조직적 항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2010년 12월 한 청년의 분신이 중동에 ‘아랍의 봄’ 혁명을 일으켰듯이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응축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경우 저항의 강도가 예전과 크게 달라져 3차 인티파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예루살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원산에 프레스센터… 특별열차로 270km 떨어진 풍계역 이동

    ‘금단의 땅’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가 마침내 전 세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6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이곳은 그동안 북한 주민조차 출입이 철저히 금지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시작한 뒤 풍계리 흙 한줌, 물 한 병을 외국 정보기관에 빼돌리려다 체포돼 처형당한 주민도 한둘이 아니다. 이런 풍계리에 불과 열흘 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이 다수 들어가 취재하게 된다. 오지에 자리 잡은 이곳까진 비행기와 열차, 버스를 갈아타며 꼬박 하루 정도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의 12일 발표를 통해 외국 기자단의 동선을 미리 살펴본다.○ 왜 원산국제공항인가 북한 외무성은 “국제기자단을 전용기에 태워 원산까지 데려와 숙소와 기자센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산은 풍계리에서 직선거리로 270km 이상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직선거리와 맞먹는다. 그럼에도 북한이 원산에 기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해에 여객기가 착륙할 만한 곳은 원산국제공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원산 이북 함경남북도에 비행장이 10개나 있지만 모두 군용비행장이다. 반면 원산공항은 2013년부터 2년 동안 홍콩 공항건설 전문회사가 공사를 맡아 활주로 길이 3500m의 현대적 공항으로 탈바꿈시켰다. 원산공항에 착륙하면 활주로 옆에 유명한 명사십리 백사장이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만 해도 북한이 “남조선 것들을 쓸어버리겠다”며 수백 문의 장사정포를 집결시켜 바다를 향해 일제히 불을 뿜던 곳이다. 원산엔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고급 숙소도 평양 다음으로 많다. 원산공항 바로 옆에는 군 장성 초대소(휴양시설)와 미사일 전담 부대인 전략군 사령부의 초대소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건물이라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북한이 기자단에 제공할 숙소 및 기자센터 후보지 1순위다. 전략군 초대소를 기자단에 제공한다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던 부대 간부들이 휴식하던 곳에서 미국 기자들이 핵실험장 폐쇄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하게 되는 셈이다. 매우 깨끗하게 꾸려진 송도원국제야영소도 기자들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이 야영소 바로 옆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출생지로 알려졌고, 지금도 그가 가장 애용하는 휴양시설인 ‘602초대소’가 있다.○ 숙박용 특별열차로 풍계리로 원산에서 짐을 푼 기자들은 버스를 타고 원산역으로 이동해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로 이동하게 된다. 이 특별열차가 기자들에게 숙소 역할까지 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 북한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침대칸이 보장된 국제열차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력사정이 열악해 디젤 기관차가 특별열차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철로 사정도 좋지 않아 열차 시속은 40∼50km로 제한된다. 원산을 출발해 선진국 기자들에겐 귀에 익지 않을, 꽤 요란한 ‘덜커덩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5∼6시간 동안 달려야 한다. 그래도 동해안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경치는 나쁘지 않다. 신포를 지나 약 10분 달리면 짓다만 신포 경수로가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난다. 원산∼길주 철로 구간은 터널이 매우 많은데, 일부 터널들 입구엔 6·25전쟁 때 미군 전투기들의 기총 사격을 받아 움푹 파인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길주역을 지나 특별 열차는 풍계리 쪽으로 선로를 변경해 꺾어든다. 이 선로는 원래 양강도 백암노동자구로 연결된 지선인데, 풍계역은 중간역이다. 주변에 온통 민둥산밖에 보이지 않는 한적한 풍계역에 특별열차가 정차할 가능성이 높다. 풍계역에서 핵실험장까진 다시 20km 남짓 떨어졌다. 황량한 산골짜기를 따라 인적 하나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 외진 오르막길을 버스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달리다 보면 세상 끝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지 모른다. 그 길의 끝에 10년 넘게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가 꺼먼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단됐던 北사이트, 9일부터 일제히 접속 가능해져

    북한 웹사이트들에 대한 접속 차단이 9일 저녁부터 일제히 해제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이날 저녁부터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웹사이트들은 한국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통해 직접 접속이 가능해졌다. 현재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웹사이트는 30개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9일 저녁 이 중 28개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 모두 접속이 가능했다. 10일에도 사이트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해 사이트’로 지정돼 접속할 수 없다”는 문구가 뜨긴 하지만 접속되는 사이트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보안이 철저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도 이날 노트북으로 북한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고려항공’ ‘류경’ ‘서광’ ‘용남산’ 등 일부 북한 사이트가 바로 열렸다. 휴대전화로 강북구에서 접속했을 때에는 ‘우리민족끼리’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을 포함한 모든 사이트가 열렸다. 북한 웹사이트 접속 차단은 경찰청이 폐쇄할 사이트를 지정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통보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사 후 SKT, KT 등 모바일 및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명령해 이뤄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사이트 차단을 해제하라는 지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현재 북한 사이트들이 자유롭게 접속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민족끼리’ ‘내나라’ 등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홈페이지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국내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막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北, 폼페이오 떠나기 1시간 전에야 “석방”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출발 1시간을 앞두고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에도 이들의 석방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 머문 약 13시간 동안 김 위원장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의제 등을 조율하고 억류자 석방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확답을 받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미국인들 석방과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가락을 꼬아 ‘행운의 사인’을 보내기만 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기다려보자는 의미였다. 확실한 소식은 그가 호텔로 돌아온 뒤 전해졌다. 북한 관계자들이 직접 호텔을 찾아와 김 위원장이 김동철 씨 등 미국인 3명을 ‘사면’했다는 사실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통지하고 이들이 오후 7시께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관계자들은 석방 전 법적 절차와 같은 ‘아주 간단한 의식’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방이 “힘든 결정이었다”며 “그들(억류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부드러운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칼 리시 미 국무부 영사국장과 미국인 의사가 북한 관계자들을 따라 억류자들이 머물고 있는 평양 외곽의 한 호텔로 직접 가 이들을 공항으로 데리고 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적대행위 중지” 판문점 선언 따라 북한사이트 차단 방화벽도 풀었나

    9일부터 접속 차단이 해제된 북한 사이트들은 북한의 각 정부 부처가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나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의 웹사이트는 북한 체제와 사상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 사이트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은 볼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북한 사이트 접속 차단의 실효성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벌어졌다. 차단을 풀어야 한다는 진영은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한다고 비판해 왔다. 북한 사이트들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사이트 접속을 불허한 전기통신사업법 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차단돼왔다. 그러나 이후 해당 조항들이 각각 위헌, 개정 등을 통해 사라지면서 현재 뚜렷한 차단 근거는 없다. 다만 2015년 10월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이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웹사이트 서버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폐쇄 명령을 내리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지칭하고 북한과 관련된 저서 및 통신을 ‘이적 표현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한다. 정부가 북한 웹사이트 접속에 관한 법적 걸림돌을 풀기 이전에 국민들 모르게 북한 웹사이트 차단 해제부터 진행했다면 일각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은 “남북의 정보 교류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서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쌍방 합의에 따른 상호주의 원칙에서 접근해야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적시했다. 또 당면한 조치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선언에 북한 웹사이트 접속 차단을 푼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북한 웹사이트들의 접속 차단이 풀리게 되면 해킹 피해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은 홈페이지에 각종 악성코드를 숨겨 놓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일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인 ‘용남산’에 접속해 주체사상을 홍보하는 제목을 클릭하자 정체불명의 파일이 휴대전화에 곧바로 다운로드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3시간만에 임무 마친 폼페이오 “수십년 적국 北과 이젠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오전 8시 31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돌아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도 확정됐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도착하고 불과 12시간 뒤에 나온 소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 중간 경유지인 일본 요코타(橫田) 미 공군기지에서 “며칠 내로 (정상회담) 날짜와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 모두가 기다렸던 억류자들이 건강하게 풀려났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성공적이었다”고 적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명자 신분이던 3월 31일 첫 방북에 이어 김 위원장과의 2번째 만남이었다. 풀려난 미국인은 한국계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 씨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오전(한국 시간) 일본 요코타에서 ‘에어포스2’를 타고 출발해 오전 8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타고 간 비행기는 보잉 757기를 VIP용으로 개조한 미국 부통령과 국무장관 전용기다. 공항에서 폼페이오 장관 일행을 맞이한 북한 인사는 외교 사령탑인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올해 비핵화 협상 전면에 나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었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일할 때 물밑에서 함께 비핵화 협상을 이끌었다. 곧바로 고려호텔로 이동한 폼페이오 장관은 1시간 정도 김영철과 비공개로 회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수십 년간 우리는 적국이었다. 이제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내 북한 국민이 가능한 한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 많은 도전이 있겠지만 당신(김영철)은 우리 두 나라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의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영철은 “평양에서는 모든 게 잘되고 있다. 이제는 나라의 경제 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협상에 나선 이유가 미국의 제재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폼페이오 장관도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이 남았다”고 답했다. 북한과의 최종 담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측근들이 폼페이오 장관의 수행원으로 함께 움직였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해 왔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보좌관은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공동위원회의 미국 측 대표를 맡았던 국무부 내 핵 협상 최고 전문가다. 리사 케나 국무부 집행사무국 및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북한의 핵 폐기에 미국이 제시할 보상에 대한 조언을 맡았다. 평양에 13시간 머문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90분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카드를 전달하고 회담 의제와 일시, 장소 등을 최종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4월 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보다 강도 높은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주장하고,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자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늦춰지는 사이 김정은 위원장이 7일 중국을 찾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며 북-미 회담 성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인 억류자들과 함께 귀국하며 회담 일정과 장소 확정을 알려 북-미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손택균 soh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 2018-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첫 자국산 항모 시험항해… 美 겨냥 ‘군사 굴기’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이자 두 번째 항모인 산둥(山東)함이 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시험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가 다롄공항에서 목격돼 두 지도자가 역사적인 시험 항해를 지켜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랴오닝성 해사국은 4∼11일 보하이(渤海) 해역과 서해 북부 해역에서 군사 임무가 펼쳐진다며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강력한 해군’에 힘 쏟는 시진핑 시 주석은 최근 들어 해군력 강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도 중국군 최초의 해상 열병식을 열어 ‘강대한 해군력’ 건설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신시대의 노정에서,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실현의 분투 가운데서 강대한 인민해군을 건설하는 임무가 오늘날처럼 긴박한 적이 없었다”며 “인민해군이 세계 일류 해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10일에도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 후 인접한 하이난(海南)성 동부 해안에서 훈련하던 랴오닝함 전단을 사열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구소련 항모를 개조해 2012년 진수한 5만5000t급 랴오닝함에 이어 산둥함까지 확보함에 따라 본토 해안선에서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도 군사 작전이 가능해졌다. 중국의 2개 항모 보유는 근해 연안 방어에 치중했던 중국이 원양 해군으로 나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모 전단들은 인도양, 서태평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에너지 수송 노선을 보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전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동시에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빠른 시일 안에 항모를 6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이 향후 항모 4척을 더 확보하고 핵 항모까지 손에 넣는다면 명실상부한 대양 해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각종 국제 현안에 대한 중국의 개입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해군은 미 해군력에 비해선 양적, 질적 수준 차이가 크다. 10개의 항모전단을 갖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만 4개의 항모전단을 운용하는 미국은 군함 총톤수가 950만 t이 넘는다. 현재 중국은 군함 총톤수가 50만 t 미만으로 미국의 5%에도 못 미친다. 또 중국이 운용하는 젠(殲)-15 함재기의 전투 능력은 미 해군의 최신 함재기 F-35에 미치지 못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베일 벗은 산둥함의 전투 능력 중국은 랴오닝함을 개조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재배수량이 더 커진 산둥함(7만 t)을 만들어냈다. 모듈식 조립 방식으로 건조된 산둥함은 2013년 11월부터 건조에 착수해 지난해 4월 진수됐다. 시험 항해를 마친 뒤 내년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의 항모 이름은 바다에 접한 성의 이름을 순서대로 채용하며 산둥함 이후 진수되는 항모의 이름은 장쑤(江蘇)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젤 추진 항모인 산둥함은 길이 315m, 너비 75m에 최대 속도 31노트를 낼 수 있다. 스키점프 방식으로 이륙하는 젠-15 함재기 40대를 실을 수 있다. 함재기 24대를 탑재하는 랴오닝함에 비해 16대나 더 실을 수 있다. 중국이 그동안 상당한 능력의 최적화된 항모 설계 기술을 연마했음을 보여준다. 산둥함에는 대형 안테나 4개와 주변을 360도 감지해 해상 또는 공중 목표물 수십 개를 포착할 수 있는 S밴드 레이더가 탑재됐으며 수십 기의 중국산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실려 있다. 다만 함재기를 발진시킬 때 미국 항모가 사용하는 전자식 사출 방식이 아닌 증기 사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증기 사출 방식이나 스키점프 이륙 방식은 전자식에 비해 함재기의 이륙 거리가 많이 필요하다. 또 비행기의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무기를 탑재하기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작전 능력에 제약이 있다. 핵추진 항모가 아니기 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급유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대양 작전을 벌이려면 방어 능력이 취약한 대형 급유선 여러 대를 함께 거느리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PVID로 눈높이 높인 트럼프… 北외무성 돌연 대미경고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북-미 회담 날짜와 장소를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지만,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5일에도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 우리는 날짜를 갖고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키웠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여전히 협상 발표 내용과 장소를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회담 날짜 장소 발표 왜 미룰까 현재 북-미 간엔 미국의 달라진 북핵 폐기 조건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 국무장관은 최근 취임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북한과 논의할 것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며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을 핵과 함께 폐기할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렇게 미국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공약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완전한 핵 폐기’는 핵무기 폐기만 확인시키면 됐지만, ‘영구적 핵 폐기’라는 조건엔 북한이 보유한 핵 기술자와 연구데이터에 대한 조치까지 모두 포함된다. 북한의 핵 기술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을 다른 연구에 돌리겠다고 하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감시가 용이한 해외에 보내는 것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 외무성이 6일이 일요일임에도 이례적으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미국의 요구가 훨씬 강화된 데 따른 반발로 해석된다.○ 회담 장소로 보는 북-미 협상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면서도 이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물밑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 시점과 관련해 지난달 9일 “5월에서 6월 초”라고 했다가, 지난달 30일에는 “3∼4주 이후”라고 바꿨다. 말대로라면 5월 25일 전에 열려야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22일로 잡히면서 북-미 회담은 6월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회담 장소도 판문점과 싱가포르로 좁혀졌다는 설이 나오지만, 이 역시 물밑 협상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징성을 고려해 판문점을 선호하고 있지만 참모들은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이 있는 판문점 대신 회담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고, 경호와 행사 진행에 무리가 없는 싱가포르가 최적지라고 건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북한이 전폭 수용하면 회담 장소를 북한의 요구대로 양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사전조율이 신통치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언제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 쉽게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싱가포르가 유력해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미총기협회(NRA) 연례총회 연설에서 “지금 북한 문제에 대해 정말 잘하고 있다”며 “나는 지금은 (북한을 비난하는) 레토릭을 구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김정은의 식성 비교

    ● 트럼프, ‘효율’ 상징 햄버거에 엄지척“빅맥은 굉장하다. 쿼터파운더(치즈버거의 일종)도 그렇고. 굉장한 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인터뷰에서 밝힌 햄버거 예찬이다. 그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코리 루언다우스키는 지난해 펴낸 책 ‘Let Trump Be Trump(트럼프를 트럼프답게 둬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맥도널드에서 주로 주문하는 메뉴는 ‘빅맥 두 개, 필레-오-피시(생선버거) 두 개, 그리고 초콜릿 밀크셰이크’라고 밝혔다. 열량만 2500Cal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트럼프 전용기에는 ‘맥도널드, KFC, 피자, 다이어트 콜라’ 네 가지 종류의 음식이 상비돼 있었다고도 적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면 그의 보디가드 중 한 명이 백악관 인근 뉴욕가(街)에 있는 맥도널드로 달려가 햄버거를 사오곤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햄버거는 ‘효율’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미중 정상회담 때) 국빈만찬은 잊어버리고, 그냥 회담장에서 햄버거나 먹으면서 중국과 더 나은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자신이 풀어내겠다고 얘기할 때 ‘신속과 효율’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음식이 바로 패스트푸드인 햄버거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식 있는 자리에서 가장 즐기는 음식은 스테이크다. 그것도 딱딱해질 정도로 구워낸 ‘웰던(well done)’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대했을 때 그는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스테이크와 으깬 감자를 대접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 왕실은 ‘양고기와 함께 제공된 스테이크와 케첩’을 내놨다. 스테이크에 케첩을 발라 먹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식습관을 반영한 특별 메뉴였다. 지난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환영 만찬을 베풀 때에는 스테이크를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빈 만찬서 메인 메뉴로 등장한 음식은 ‘캐롤라이나 골드라이스 잠발라야’. 닭고기나 해물을 한데 넣고 솥에 익힌 냄비요리인 잠발라야는 18∼19세기 미국에 정착한 프랑스 이주민들의 영향을 받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다진 고기에 계란 그리고 양파, 마늘 같은 향신 채소를 섞어 식빵 모양으로 구운 미트로프와 시저샐러드, 스파게티 등을 좋아하며 디저트로는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선호한다. 술은 전혀 하지 않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단연 콜라다. ● 김정은, 서구화된 입맛에 ‘와인사랑’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맛이 서구화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김정은은 일본 최고급 쇠고기를 사용한 와규 스테이크, 생선초밥, 스위스산 에멘탈 치즈를 즐기며, 엄청난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 9월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의 만찬 테이블에서도 스테이크가 메인 메뉴였다. 후지모토는 2015년 6월 영국 더 메일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스시와 고가의 샴페인을 지목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김정일에게 스시를 만들어 올리는 날이면 늘 김정은도 빠지지 않고 함께 식사했다. 김정은은 스시를 좋아할 뿐 아니라 엄청난 애주가”라고 회상했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샴페인 두 병씩은 해치웠다는 것. 또 김정은이 좋아하는 샴페인은 ‘크리스털 샴페인’으로 불리는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라고 전했다. 오프라 윈프리, 래퍼 제이지, 퍼프 대디 등 할리우드 명사들이 좋아하는 샴페인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의 한 조각’이라고 불릴 만큼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로 짭조름하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에멘탈 치즈 공법을 배우고 오라며 2014년 초 음식 전문가 3명을 프랑스 국립유가공기술학교의 유제품 생산 집중교육 코스에 보내려 하기도 했다. 최고의 맛을 내는 치즈 생산에 계속 실패하자 현지에 직접 가서 배워 오라고 했던 것. 그러나 해당 학교가 그 요청을 거부해 좌절됐다. 2016년 방북한 후지모토는 다시 방북 수기를 통해 김정은과의 3시간 식사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의 메뉴는 프랑스 요리였다. 냉야채, 콩소메 수프, 구운 대구요리, 메인 디시는 중화풍의 걸쭉한 소스를 얻은 고기, 마지막으로 케이크와 단 머스크멜론이 디저트로 나왔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는 나오지 않았다”고 썼다. 김정은에게 건배를 제안하자 그가 “며칠 전 보르도 와인을 하룻밤 10병이나 마셨더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진 듯하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김정은과 만찬할 때 테이블에는 레드와인 1병과 북한 전통주 3병이 세트로 묶여 서빙됐다. 김정은이 내놓은 와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오찬에 올랐던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미셸 피카르’로 추정되고 있다. 미셸 피카르는 프랑스 부르고뉴 코트드뉘이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이날 제공된 와인은 미셸 피카르의 와인들 중에서도 2002년산 코트드뉘이 빌라주로 알려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라이스 “트럼프, 김정은과 디테일 협상말라”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64·사진)이 1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세 가지를 조언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과 디테일을 협상하려고 하지 말고, 이 문제로 진을 빼지 말라. 디테일은 이 상황의 모든 뉘앙스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라”라고 첫 번째 조언을 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대로 첫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모든 게 해결되긴 힘든 만큼, 북-미 정상은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후속 논의는 협상 채널에 넘기라는 의미다. 라이스 전 장관은 “북핵 문제는 다른 나라들에도 중대한 일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도 당연히 이 일에 여기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조언은 주한미군 문제였다. 라이스 전 장관은 “미군 이전 문제에 대해 초조해하지 말라. 미군 병력은 단순히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를 전체적으로 안정화시키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의 진짜 본질이 뭔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이 정권은 겨우 얼마 전 미국인(오토 웜비어)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가 VX 신경가스로 말레이시아에서 이복형(김정남)을 살해하기도 했다. 잔혹한 정권이다. 인권 탄압이 일상사이며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죽음의 수용소도 있다. 이 정권의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 1기(2001∼2005년)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2기(2005∼2009년) 때 국무장관을 맡았다. 현재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다. 존 볼턴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07년 펴낸 회고록에서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등 대북 협상파들이 북한과 이란 정책에서 항복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10년만 본 父, 50년을 보는 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북한 권력자가 탄 특별열차가 중국에 갔다. 집권 후 첫 중국 방문이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수뇌부를 만나 대남정책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살길을 찾겠노라 역설했으리라. 이것은 2000년 5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이야기다. 한 달 뒤 평양에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정상이 포옹했고 획기적인 6·15 남북 공동성명도 발표됐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봤던 것과 판박이다. 그 이후의 역사는 모두가 안다.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 김정은의 파격도 아버지의 쇼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난 18년 전 김정일과 지금의 김정은 처지는 전혀 다르다고 본다. 김정은이 3월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는데”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면 김정일도 18년 전에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려고 결심했다. 그때는 사람들이 굶어죽을 때라 절박함은 더 했을지도 모른다. 2001년 1월 상하이에 간 김정일은 푸둥지구, 증권거래소, 제너럴모터스 자동차공장, 농업개발구역을 차례로 돌아봤다. 그의 입에선 “중국이 천지개벽을 했다”는 극찬이 나왔다. 귀국한 김정일은 ‘신사고’를 주문했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획기적인 경제개혁인 ‘7·1경제관리개선 조치’가 발표됐다. 두 달 뒤인 9월 중국계 네덜란드인 양빈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한 신의주특구개발계획도 발표됐다. 특구에 입법 행정 사법권을 모두 다 준 개방에 가까운 결단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김정일의 ‘덩샤오핑 되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더 나아가지 않고 얼마 뒤 주저앉았다. 중국이 국경에 마카오를 능가하는 거대한 도박 도시가 설 것을 우려해 양빈을 구속하자 김정일은 분노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낙인찍자 김정일은 좌절했다. 2004년 4월 김정일 암살 시도로 보도된 평북 용천역 대규모 폭발 사고가 터지자 그는 도입했던 휴대전화 서비스를 다시 금지했다. 이때쯤부터 북한은 7·1개혁 조치의 동력을 잃었다. 2004년 8월 부인 고용희마저 암으로 죽은 뒤부턴 김정일은 모든 의욕을 잃은 듯했다. 2006년 1월 그의 세 번째 중국 방문은 이를 입증해준다. 그때도 김정일은 대표적인 개방 지역인 광둥성과 후베이성에서 전자 첨단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중국이 대규모 경제협력도 제안했지만 김정일은 5년 전과 달리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한 가닥 가졌던 개혁의 의지가 이미 그의 몸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환갑을 넘겼을 때 김정일은 몸과 마음이 다 늙고 병들어 있었다. 그가 2008년 8월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악화된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50세 이후부터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아픈 사람은 만사가 귀찮은 법이다. 애초에 방향을 잘못 정한 북한이란 배가 이대로 가다간 경제난이란 빙산에 부딪쳐 가라앉을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그는 키를 돌리지 않았다. 모름지기 그는 “내가 죽을 때까진 빙산에 부딪치지 않을 것이고, 10∼20년만 버티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죽을 때까지 가진 것을 움켜쥐는 길을 선택했다. 지도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그렇게 북한은 침몰이 예고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김정일은 북한이 붕괴되기 전에 죽었다. 키를 넘겨받은 김정은은 아버지와 처지가 전혀 다르다. 그는 젊고, 자신만만하며 추진력도 있다. 무엇보다 최소한 50년쯤 더 선장을 해야 하는 처지다. 10세도 채 안 된 세 자녀의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더 멀리 봐야 할 것이다. 지금 갑자기 키를 돌려도 빙산을 피할 수 있을지, 배가 통제력을 잃어 전복되진 않을지 등 각종 불안한 마음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대로 가면 침몰할 수밖에 없고, 키를 돌려야만 살 확률이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바로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10년만 본 김정일과 50년을 내다봐야 하는 김정은의 근본적 차이이다. 난 김정은이 이번엔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은의 현명한 결단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