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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가 자국 내 북한과의 합작기업 설립과 기존 합작기업의 투자 확대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비자 갱신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종업원들을 중국에서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오후 10시경 상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전격 공개된 공고에 따르면 지난달 말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이행하기 위해 25일부터 북한의 기업과 개인은 중국에서 합작기업, 합자기업, 외자기업을 설립할 수 없다. 북한이 이미 설립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금지했다. 상무부는 “조치를 위반해 북한에 투자하거나 증자하려는 (중국 기업의) 신청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밤중에 대북제재 공고가 공개된 데 대해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를 중국이 적극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비자에 대해 “적합한 비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갱신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공연비자를 발급받아 중국에 들어와 실제로는 손님을 접대하는 서비스 노동자로 일한다. 현재 중국에는 북한 식당 종업원을 포함해 1만9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파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당과 군, 국가안전보위성 등의 소속이다. 중국의 조치가 이어지면 현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잇달아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북한이 다음 달 23일부터 이틀간 원산에서 개최하기로 한 에어쇼를 돌연 취소했다고 NHK가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은 갑작스러운 취소에 대해 “안보리 제재 결의로 북한으로의 항공연료 수출이 금지되면서 연료 낭비를 피하고자 에어쇼를 취소했다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2014년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폐지한 뒤 본격적으로 방위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일본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최신형 C-2 수송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항공자위대의 지상방공레이더를 수출하기 위해 다음 달 말 태국의 방공레이더 시스템 입찰에 참가하기로 했다. 성사될 경우 첫 대규모 무기 수출 사례가 된다. 일본은 그동안 호주에 잠수함을, 영국에 대잠초계기를 수출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방위성이 항공자위대 신형 수송기 C-2를 UAE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UAE의 요청에 따라 수송기 성능 정보 등을 이미 제공했다고 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이 만든 C-2는 항속거리가 7600km, 탑재량은 20t에 이른다. 수륙양용차, 기동전투차 등도 실을 수 있다. 신문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C-130 수송기에 비해 항속거리는 약 2배, 탑재량은 약 4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대당 190억 엔(약 1960억 원)으로 UAE 측이 “여러 대를 사고 싶다”는 구매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2014년 ‘무기수출 3원칙’을 대체해 만들어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이 분쟁 당사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점은 걸림돌이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에 대한 무력침공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관계 기관 및 UAE 정부와 협의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일본이 태국에 수출하려는 레이더는 미쓰비시전기가 만든 ‘FPS-3’이다. 안테나를 회전시키지 않고도 여러 방향에서 전파를 송수신할 수 있다. 항공기 탐지 추적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태국에 자위대의 기간장비를 수출한다면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가 될 것”이라며 “레이더 운용 정비 등을 위해 자위대가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중국 공군 동향에 관한 정보 공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태국이 올 들어 중국으로부터 잠수함 1척을 구입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중국이 자위대의 레이더 도입을 반대하면서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관례를 깨고 다음 달 1일 열리는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방침을 두고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주최 측은 27일 항의 성명을 내고 “대지진 당시 발생했던 학살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고이케 지사를 비판했다.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도 25일 “고이케 지사가 지혜와 성의를 갖고 추도문을 지금까지처럼 보내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사에게 보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이케 지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매년 봄·가을 도위령협회가 주최하는 추모행사에서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고 밝히고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특별한 형태로 추도문을 내는 것을 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추도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관례적 사무적으로 내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이번에는 스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두고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해와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재일동포 문제 전문가인 니와 마사오(丹羽雅雄)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전체 희생자의 추모에 학살당한 이들을 포함시켜 버리면 가해의 역사를 보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들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했다. 민간단체들은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1973년 도쿄 스미다(黑田) 구 요코아미(橫網) 정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도행사를 갖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5일 외신들은 이날 재판을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표현하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해외 언론들이 가장 주목한 점은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의 공석이 삼성에 미칠 영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판결로 삼성의 글로벌 명성과 장기 전략 수립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을 승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판결로 투자자들은 삼성이 핵심적인 전략 결정 능력이 훼손돼 리더십에 진공상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CNBC는 “그동안 한국의 재벌 총수에 관련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 재계와 정치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재판에는 정부 관료와 재벌 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한국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도 판결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뇌물수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의 핵심”이라며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힘든 전개가 됐다”고 분석했다. NHK도 “이날 판결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우크라이나가 7년 전 자국의 미사일 기술 관련 문서를 훔치려던 북한 공작원을 함정 수사를 통해 체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뒤 이 미사일의 엔진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우크라이나는 기술 유출 관련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 시간) CNN이 입수해 방영한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차고 안에서 가짜 미사일 기술 관련 문서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공작원들은 현장을 덮친 우크라이나 요원들에게 체포돼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체포 사건 당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유출 시도를 모두 막아 왔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미국의 암살 작전을 우려해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전직 요원 10명 정도를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요원들은 김정은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부원들에게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막는 훈련을 시켰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미국 재무부에서 테러자금과 금융범죄 등을 담당한 전직 관료 앤서니 루지에로를 인용해 “재무부가 북한 미사일 개발에 든 자금 흐름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중국 국유 은행에 벌금 수십억 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가나자와(金澤)시 ‘겐로쿠엔(兼六園)’ 옆에는 ‘교쿠센엔(玉泉園)’이라는 또 다른 정원이 있다. 수령이 400년 가까이 된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조선오엽이라는 품종이다. 묘목을 조선에서 가져와 심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가가(加賀)번의 중신 와키타 나오카타(脇田直賢). 한국 이름은 김여철이다. 한양에서 태어난 그는 임진왜란 때인 1592년 일본군에 부모를 잃고 7세의 나이로 일본에 끌려왔다. 포로였지만 특유의 총명함으로 번주 부인의 총애를 받았고, 성인이 된 후엔 탁월한 무공과 행정능력으로 성의 책임자인 마치부교(町奉行)에 올랐다. 가가번은 당시 도쿠가와 막부 다음인 100만 석의 영토를 보유했다. 지금으로 치면 재일동포가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의 지사를 맡은 셈이다. 그가 얼마나 번주의 신임을 받았는지는 74세에서야 은퇴를 허락받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은퇴 후 “옛 이름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고, 이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철’이라는 호로 불렸다. 자신이 죽으면 조선식으로 땅에 묻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와 자손들이 100여 년 동안 만든 정원은 그 기품과 아름다움으로 수백 년 동안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주 도쿄(東京) 신오쿠보에 있는 고려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임진왜란 때 끌려온 포로에 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 관계자는 “김여철은 시가에 조예가 깊었고, 후손들도 문화 분야에서 대대로 업적을 쌓았다”고 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11대 자손인 와키타 가즈(和)는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서양화가라고 한다. 12대인 와키타 사토시(智)는 동물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끌려온 포로들이 모두 그와 같은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다. 10만 명으로 추정되는 포로 중 일부는 배 안에서 죽어 바다에 던져졌고, 일부는 유럽 등에 노예로 팔려갔다. 조선에 돌아갈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은 약 750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일본에서 노비처럼 지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중 일부는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서예가로 이름을 날린 홍호연, 구마모토(熊本) 혼묘지의 주지가 된 여대남…. 그들에게 조선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국 생활이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홍호연이 유언으로 ‘참을 인(忍)’자를 남긴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역사에 남은 이들 중에는 특히 도공이 많았다. 이날 전시의 이름도 ‘아리타야키(有田燒·아리타 도자기) 400년, 망향과 동화의 사이에서’였다. 당시 일본에선 다도가 유행했지만 도자기는 몹시 귀했다. ‘명품 찻잔 하나가 일국일성(一國一城)에 필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일본군은 퇴각할 때 도공을 무더기로 잡아갔다. 도공들은 일본 각지로 퍼졌고, 이들이 만든 도자기는 세계에 수출됐다. 이삼평과 백파선이 일으킨 아리타 도자기, 심당길과 박평의가 주도한 사쓰마(薩摩) 도자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조선의 기술에 일본의 감각을 더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박물관에 따르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한 해에만 5만6700개의 아리타 도자기를 수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금액은 현재 가치로 200억 엔(약 2080억 원)에 달한다. 도자기 수출로 번 돈은 이후 일본 근대화의 종잣돈이 됐다. 역사의 불행을 딛고 이국땅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김여철과 도공들. 박물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입에 올렸다. 말은 안 했지만 기자도 같은 심정이었다. 한일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양국에서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장원재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자위대 대공포가 적군 헬기 격추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전차 부대가 돌진합니다. 아파치(AH-64D) 공격헬기도 지원에 나섭니다.”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히가시후지 군사연습장. 일본의 최신 전차 20여 대가 한꺼번에 돌진하자 땅이 흔들렸다. 잠시 후 공격용 헬리콥터 10여 대가 하늘을 뒤덮었고 장내에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자위대 지휘관은 “적을 격퇴했다. 작전 완료”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어느 때보다 안보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일본 자위대가 최대 규모의 실탄사격 연례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을 실시했다. 자위대원 약 2400명, 전차와 장갑차 80여 대, 화포 60여 문, 비행기 20여 대가 동원된 이날 훈련은 외딴섬을 점령한 적군을 육해공 자위대가 힘을 합쳐 물리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 다분히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가상의 적군에게 섬이 점령되자 자위대는 수송용 헬기를 띄워 정찰용 오토바이 부대를 섬에 투입했다. 관측헬기 OH-6도 긴급 출동했다.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F-2 전투기 편대가 레이저 유도 미사일로 적진 중심부를 공격했다. 첨단 레이더와 항법장치를 갖춰 야간과 악천후에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현존 최강의 공격헬기인 아파치도 공격에 가세했다. 적군은 진지를 구축하고 전차와 공격헬기 기관포 등으로 맞섰으나 첨단 무기로 무장한 자위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적이 혼란에 빠진 사이 최신형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와 함정들이 전투부대를 부지런히 섬으로 실어 날랐다. 돌격 신호와 함께 전차 부대가 진격하자 적은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했다. 자위대는 이날 최신 무기와 빈틈없는 기술을 과시했다. 지난해 개발된 신형 ‘16식기동전투차’가 처음 훈련에 투입됐고, 조만간 실전 배치될 수륙양용차도 선보였다. 사거리가 다른 포탄 수십 개를 이용해 공중에 후지산 모양의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회자는 “100분의 1초 단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기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겉보기만 화려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일본 국방력은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국방예산은 2013년부터 매년 늘어나 지난해 처음으로 5조 엔(약 5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대폭 증액하고 있다. 내년 방위비를 사상 최대인 5조2551억 엔(약 54조7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전년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이날 훈련에는 약 3만 명의 시민이 몰렸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탓인지 안보에 대한 관심도 커진 듯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27일 주말 훈련 참관인은 인터넷과 엽서로 지원한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했는데 경쟁률이 29 대 1에 이른다. 가족들과 함께 훈련장을 찾았다는 쓰루이 레온 군(11)은 “전차가 발사한 포탄이 눈에 보였는데 박력 만점이었다”고 말했다. 자위대는 태평양전쟁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66년부터 매년 훈련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고텐바=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살이 급증했다. 여기에는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해결하려면 종합적인 자살 대책이 필요하다.” 모토하시 유타카(本橋豊·63·사진) 일본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장은 22일 낮 일본 도쿄(東京) 포린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얻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센터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만든 조직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자살 전문가인 모토하시 센터장은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7.3명으로 자살대책기본법이 시행된 후 10년 동안 23% 줄었다. 여기에는 중년 남성의 자살을 줄인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8년 일본에서도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자살이 급증했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빚에 시달리다 가장이 목숨을 끊거나,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경영자가 자살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며 “대부업규제법 개정, 다중채무 개선 프로그램 실시 등의 경제 정책과 함께 지역 차원에서 채무·경영 상담을 포함한 종합상담 창구를 확충해 자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자살에 대해서는 농촌을 중심으로 고립을 막고 복지망을 강화하면서 대응했다. 그는 “지역에서 마을 살리기의 일환으로 각종 대책을 실시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문화적 배경이 다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31일 한국자살예방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일본의 자살률 감소 비결을 설명한다. 일본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동안 자살률을 다시 30% 이상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지난달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015년 12.1명)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모토하시 센터장은 “자치단체 간 자살률 격차가 큰데 이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인터넷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임산부와 장시간 근로자 등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로 개인청구권도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가 ‘국가 간 합의에도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1990년대까지 반복적으로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소(日蘇)공동선언의 청구권 포기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 고위 관리가 국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것을 일본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속기록에서 찾아내 공개한 것이다. 이를 놓고 배상 책임이 어느 국가에 있느냐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는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에 책임이 있으면 개인청구권은 이미 끝난 문제라고 둘러대고 일본이 받아낼 여지가 있는 옛 소련(현 러시아)엔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로 강제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보상 청구권이 인정되고 있다”고 밝히자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즉각 항의한 바 있다. 공개된 일본 국회 의사록에 따르면 다카시마 유슈(高島有終) 외무성 외무대신관방은 1991년 3월 참의원에서 “일소공동선언에서 청구권 포기는 국가 자신의 청구권 및 국가가 자동적으로 갖는 것으로 생각되는 외교적 보호권(정부가 개인의 재판을 도와 줄 수 있는 권리)의 포기”라며 “일본 국민 개인이 소련이나 소련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인 피해자가 소련에 대한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은 같은 해 8월 참의원에 출석해 “한일협정은 양국이 국가로서 갖고 있는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했다는 것일 뿐 개인청구권 자체를 소멸시켰다는 건 아니다”라며 한국인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한일협정 직후인 1965년 11월에도 시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 외상이 중의원에서 “개인의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했다’는 쪽으로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2000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와 달리 강제징용은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또 골대를 옮기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의 발언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는 70만 명으로 추산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담당 장관(2+2) 회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지상배치형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신규 도입 방침을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즉각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매티스 장관이 이지스 어쇼어를 중심으로 한 미사일 방위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이지스함에 배치된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지상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지스함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기권 밖에서 요격한다. 1기 가격이 800억 엔(약 8240억 원)가량이며 2기를 배치하면 일본 전역을 감시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본격적인 방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일본 정부가 2019∼2023년 연평균 방위비 인상률을 직전 계획(2014∼2018년)의 0.8%보다 상당히 높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방위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5년 연속 증가세이며 최근 3년간은 매년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조만간 일본이 40년 넘게 지켜온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1% 미만’ 원칙을 깨고 군사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에서는 최근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 필요한 양조나 발효 등의 업무까지 인공지능(AI)에 맡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장인의 기술을 AI를 통해 데이터화해 전승 재현하려는 것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린맥주는 미쓰비시종합연구소와 함께 올해 중 양조 공정에 AI를 도입할 방침이다. 만들고 싶은 맛, 향기, 색깔, 알코올 도수 등을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원료와 온도 등의 조리법을 자동으로 계산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신문은 “맥주 제조는 기술 습득에만 10년 이상이 필요한 장인의 기술 세계”라면서 “과거 20년 동안의 데이터를 기초로 최적의 방법을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에선 ‘크래프트’(수제) 맥주 열풍이 불면서 맥주 회사들이 앞다퉈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기린맥주 측은 AI를 통해 신제품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 기업 아지노모토는 아미노산 생산 공장의 발효 공정 무인화에 AI를 활용할 방침이다. 2019년까지 AI를 이용해 생산 효율이 좋았던 때의 발효 조건을 수치화하고 이를 재현해 공유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아미노산 생산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라며 “국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제조업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숙련자를 대체하거나 기술을 전승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솔루션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2015년 말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불량품 발생을 탐지하는 공정을 AI로 대체했다. 그 전까지는 숙련공이 전압의 시계열 그래프를 보면서 미세한 변화를 관측해 불량품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미일 외교 국방장관들이 핵·미사일 도발을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 제재 압력을 강화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모여 미일 외교·국방(2+2) 안보협의회를 개최하고 최대 현안인 대북 정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전면 이행하는 등 국제사회를 통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합의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미일 간 긴밀하게 소통 협력하기로 했다. 미일 간 2+2 회의가 열린 것은 2015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에게 “이지스 어쇼어를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 어쇼어는 현재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지상에 배치하는 것으로 2기를 들여오면 일본 전역을 감시·방어할 수 있다. 일본은 그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자위대의 탄도미사일 방어(BMD) 강화의 일환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또는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검토해 왔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또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가진 이지스함을 4척에서 올해 안에 5척으로 늘리겠다고 미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내년 3월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긴박해지자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한편 고노 외상과 오노데라 방위상은 2+2 회의에 앞서 16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났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을 외교적 노력으로 그만두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예상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환기, 채광 등 사무실 환경을 기준으로 민간 사무용 건물을 평가해 ‘일하기 좋은 빌딩’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직원 수 부족에 대비해 사무실 환경 개선으로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은 부동산업계 및 금융기관과 협의해 연내에 근로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사무실 환경 평가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환기, 채광, 쾌적도, 물, 식사, 운동, 건강 등 크게 7개 분야가 평가 기준이다. 환기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포름알데히드, 박테리아, 화학물질 등의 배출 기준을 엄격하게 정할 계획이다. 채광은 어느 정도의 자연광이 들어와야 일하기 좋은 상태가 되는지를 산출한다. 물 분야는 실내의 습기와 결로현상 등이 평가에 반영된다. 쾌적도 평가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일할 때 허용 가능한 소음과 냄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신문은 “종합적으로 점검해 사무실의 일하기 좋은 정도를 수치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부 평가 항목은 10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 업무는 기존에 친환경 건축물 인증 업무를 하던 재단법인 건축환경·에너지절약기구(IBEC)에 맡길 방침이다. 신문은 “사무실 환경을 개선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최근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생산성 향상을 전 정부적인 과제로 내걸고 있다. 또한 ‘일하는 방식 개혁’을 내걸고 장시간 노동 근절, 유연한 근무제도 확산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무실 환경 개선 시도도 이런 정책의 일환이다. 신문은 사무실 환경 개선에는 외국 자본이 일본 내 사무용 빌딩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개선(ESG) 등 비재무적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유럽의 연금기금 등은 부동산 등 투자 대상을 정할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전자결제 선진국인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일본 전자결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현금 사용이 대세인 일본은 제조업에 이어 IT 서비스 분야의 주도권마저 중국에 넘어갈까 봐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이르면 내년 봄 일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3년 내 이용자 1000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본 스마트폰 결제 시장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스마트폰 결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나라다. 쇼핑몰, 카페 등은 물론이고 노점상에서도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나 위챗의 모바일 결제 웨이신즈푸(微信支付)를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식이다. 반면 일본은 비현금 거래 비중이 20%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현금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사람은 6%에 불과했다. 고령화와 함께 뿌리 깊은 현금 선호,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비현금 결제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알리바바는 기존의 QR코드 스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알리페이가 아닌 새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중일 양국에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새 서비스는 편의점, 백화점 등 기존 알리페이 가맹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알리바바는 올해 말까지 가맹점을 현재 3만 곳에서 5만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선적’ 보유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조선적 보유자들은 광복 후 한국 또는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로 일본에선 법적으로 무국적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2500명가량이다. 현재 남북교류협력기본법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 외교부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한다.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한국에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의 입국을 사실상 불허했다.이는 여행증명서 발급 및 거부 건수에서 잘 나타난다. 2005~2008년 여행증명서 발급 건수는 연간 2000건을 넘었고 거부는 가장 많은 해에도 8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에는 279건이 거부됐고 이후 신청자 수도 급감했다. 2015년의 경우 신청자는 45명에 불과했고 이 중 22명이 거부됐다.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고국을 왕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후쿠오카(福岡)에 거주하는 90대 조선적 보유자는 “살아있을 때 다시 한 번 고향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잘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미 현 정부 출범 후 여행증명서 발급 기준을 내부적으로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파소나글로벌 본사. 한국에서 온 취업준비생 5명이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나리 야후저팬 부장(39)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는 문과를 졸업한 여학생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은 어떤지 궁금합니다.”(취업준비생 박유림 씨·26) “전공이 전혀 관계없다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도 인문학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점을 강조하면 어떨까요. 지금 일본 취업시장은 구직자들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한국보다 취업하기 쉬우니 자신감을 가지세요.”(우 부장) “일본에서 외국인이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취직하면 살 곳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한신대 4학년 정현기 씨·24) “일단 셰어하우스(공용주택)나 월 단위로 거주하는 먼슬리맨션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년 이상 일한 후 근무 실적을 보여주면서 찾으면 원하는 집을 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우 부장)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16년 동안 일한 우 부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맞춤형 조언을 했다. 그는 “언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잘하는 부분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야후저팬에 한국인이 많이 있는데 다른 나라 직원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IT 종사자들의 모임인 ‘K-미트업(meet up)’ 운영진 중 한 명이다. K-미트업은 재일 한국인 IT 인재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비영리 모임이다. 이날 멘토링 행사에는 우 부장을 포함해 선배 7명이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50여 명의 고민과 궁금증을 풀어줬다. 2, 3일 도쿄에선 KOTRA 도쿄무역관과 일본 인사기업 파소나글로벌이 주최하고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한 한국인재 채용상담회 ‘K-무브 잡 페어’가 열렸다. 2일에는 선배 취업자들의 멘토링과 인사 전문가의 면접코칭이 구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일 열린 본 행사에는 일본 기업 48곳이 부스를 마련했으며 한국인 취업준비생 150여 명이 1차 면접을 봤다.○ 면접은 보수적이고 무난한 복장으로 “남성분들은 면접을 보실 때 넥타이만 바꿔 매면 상갓집에 갈 수 있는 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여성분들은 단정하고 무난한 가방을 들고 오세요. 가방 안에 메모지, 펜, 우산은 필수입니다.” 멘토링에 앞서 진행된 면접코칭에선 파소나글로벌의 이연경 팀장과 김영주 사원이 면접 요령을 알려줬다. 면접 시 복장부터 노크를 하고 면접실에 들어가는 방법, 나올 때 인사하는 방식까지 구직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일본식 예의범절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팀장은 “금융, 컨설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일본 기업들은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통해 성격을 파악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왜 일본에서 일하려고 하는지, 지원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커리어 플랜이 어떤지 등은 공통 질문이기 때문에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그룹별로 나눠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다음 날 면접을 준비했다.○ 기록적인 구인난, 일본 기업 “한국 인재 환영” 인구감소가 진행 중인 일본에선 기업들이 기록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6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51배로 4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명당 1.51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문화가 비슷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한국 인재 채용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3일 행사에 참여한 통신판매업체 아이시토토의 나카이 준이치(仲井順一) 인사총괄 임원은 “한국 학생들은 일본어, 영어에 능통하고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동료들과 잘 지낸다”며 “지금까지 4명을 채용했는데 다들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1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중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유학생보다 면접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이들이 더 많아 한국의 취업난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앙대 4학년 한지호 씨(25)는 “일본 기업은 아직 정년보장이 되고 당장 일할 수 있는 능력보다 잠재력을 보고 채용한다고 들었다”며 “주변에도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강민정 KOTRA 도쿄무역관 K-무브 팀장은 “예전보다 많은 70%가량이 한국에서 온 구직자들이었다”며 “참가 기업의 절반가량이 IT 기업이었는데, 구인난이 심하다 보니 문과 출신이라도 교육을 받았거나 관련 경험이 있으면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 종전기념일(패전일)인 15일 오전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대리인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총재특별보좌를 통해 공물 대금을 납부했다. 시바야마 보좌는 아베 총리로부터 “참배에 가지 못해 죄송하다. 제대로 참배하길 바란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취임 다음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이후 매년 패전일에 공물료를 내고 있다. 다만 시바야마 보좌가 전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예년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어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총재특별보좌가 “공물료를 내고 참배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만 말했다. 한편 이날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63명은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우익 정치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대행,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 등도 참배에 동참했다. 신사 안팎에선 정치인과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를 두고 찬반 단체가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추도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만 말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때부터 역대 모든 일본 총리가 언급해 왔던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가해와 반성’을 5년째 생략한 것이다. 한편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추도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 것을 절실히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패전 70주년을 맞아 처음 사용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3년 연속 쓴 것이다. 헌법 개정 등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 지속적으로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지방도 상당한 혜택을 입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전했다.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로 왔다가 다음에는 지방을 찾는 패턴이 정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名古屋) 등 3대 도시권의 외국인 숙박객은 4185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8만 명 늘었다. 반면 3대 도시권을 제외한 지방의 숙박객은 2752만 명으로 238만 명 증가했다. 지방 숙박객의 증가 폭이 도시권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신문은 ‘리피터’라고 불리는 재방문객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4∼6월 일본을 찾은 이들의 62%가 방일 횟수가 두 번 이상이었다. 자치단체들도 숙박 시설을 확충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경쟁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오모리(靑森), 군마(群馬), 가가와(香川)현 등의 5월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에 필사적인 것은 상당수가 고령화 및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싱크탱크 일본창성회의는 2040년까지 자치단체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지난주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도쿄(東京)의 재일동포 사찰에서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와 일본에서 세상을 떠난 무연고 유골 재포장 작업을 도왔다. 한국에서 온 시민단체 관계자 및 사찰 주지 스님과 함께 옛 유골함에서 신원 증명서와 화장된 유골을 꺼내 새 유골함으로 옮겼다. 문제는 기내 반입을 위해 유골을 최대한 잘게 부숴야 했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국을 그렸을 분들의 유골을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는 말에 공이를 든 손에 힘을 줬다. 이 과정을 거쳐 6일 1차로 33구의 유골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총 101구가 한국에 보내질 예정이다. 유골함 속 서류를 보면 고인들은 대부분 식민지 시절 일본에 와 광복 후 혼자 살다 세상을 떠났다. 집주인이나 관리인이 사망한 이들을 발견해 화장 후 재일동포 사찰에 보낸 것이 일반적이다. 주지 스님은 “가족이 없다 보니 왜 일본에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01구 중 1991년 78세로 세상을 떠난 이영길(李永吉) 씨는 비교적 삶의 궤적이 잘 알려진 편이다. 그는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2년 일본인 군속으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파견돼 포로수용소 감시원이 됐다. 전후 연합군에 체포돼 B·C급 전범으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인도네시아 형무소에 갇혔다. 감옥에서 정신병을 얻었고 일본에 돌아온 후 죽을 때까지 40년 동안 병원에서 생활했다. 그는 매년 여름 병원 인근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마다 ‘함포 사격’이라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반강제로 끌려가 악역을 강요당한 한반도 출신 B·C급 전범들. 이들은 일본에선 외국인이라며 보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고, 한국에선 일제의 앞잡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정신적 경제적 괴로움에 자살을 택한 이도 여럿이었다. 이 씨의 정신병도 그런 고통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 씨처럼 포로 감시원이 된 한반도 청년은 3000명에 이르렀다. 전후 군인과 군속을 포함해 한반도 출신자 148명이 전범이 됐고 23명이 처형됐다. 한국 정부는 2006년 이들 중 상당수를 피해자로 인정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줬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부터는 아직 보상을 받지 못했다.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일본에서 최근 출간된 책 ‘꿈의 전후(前後)’는 지한파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 씨가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원으로 숨진 탁경현 씨의 위령비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다루고 있다. 구로다 씨는 2008년 탁 씨의 고향 경남 사천시에 귀향기원비를 세우려 했지만 ‘반민족 행위자를 미화한다’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비석은 현재 수도권의 한 사찰에 눕혀져 있다. 지난주 책 출간 행사에서 만난 구로다 씨는 “탁 씨는 당시 조선 민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었고, 순수한 위령의 의미로 비석을 세우려 했다”며 아쉬워했다. 탁 씨는 출격 전날 단골 식당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큰 목소리로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침략전쟁에 동참했지만, 제국주의의 피해자로도 볼 수 있는 이 씨와 탁 씨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기자 역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낙인을 찍을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식민지의 모순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몸부림쳤던 이들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군함도’와 ‘박열’에 나오듯 당시 한일 양국에는 ‘나쁜 일본인’과 ‘착한 조선인’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신생아 수 40만 명 선 붕괴…. 언론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접할 때마다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떤 일이 생기기에 ‘큰일’인 걸까. 이렇게 30∼50년이 지나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인구 문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가와이 마사시(河合雅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 6월에 펴낸 ‘미래의 연표’(사진)는 앞으로 50년 동안 벌어질 일들을 시계열로 정리한 책이다. 충격적인 미래상을 그린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여성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면서 ‘할머니 대국’이 된다. 내년부터 신입생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몰리는 국립대가 나온다. 일본은 지금도 사립대의 약 절반이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2020년에는 여성 둘 중 하나가 50세 이상이 된다. 일본은 이미 출산 가능 여성이 크게 줄어 아무리 합계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인구 감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이 저출산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2022년에는 혼자 사는 가구가 3분의 1을 넘어 ‘홀몸노인’ 문제가 본격화된다. 2024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되고 2033년에는 전국 주택 3분의 1이 빈집이 된다.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고, 지방에서는 백화점 은행 등이 자취를 감춘다. 인프라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국가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된다. 혈액이 부족해 수술을 못 하는 사례가 나오고, 화장장과 납골당이 부족해 사회 문제가 된다. 2040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 위기에 처하고, 2065년에는 현재 주거지 20%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된다. 과도한 상상일까. 저자는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인구만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년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총알 한 발 없이 한 나라를 소멸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정책 담당자는 그 심각성을 모른다. 우익 성향의 신문사 소속 언론인이라서인지 이민에 대한 반감과 이웃나라에 대한 경계심이 드러나는 대목은 좀 아쉽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조만간 고령자 대국이 될 한국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한국의 고령자 비율은 13.5%로 일본의 20여 년 전과 비슷하지만 합계출산율(1.17명)은 이미 일본(1.44명)보다도 낮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