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영

곽도영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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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의 중심, 주요 대기업 그룹의 오늘과 내일을 알려드립니다. 2012~2014년 사회부 사건팀, 2015~현재까지 산업부 IT팀, 유통팀, 자동차팀, 재계팀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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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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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1조 3800억 현금 마련하려면 보유 지분 매각이나 담보대출 불가피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직후 SK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소송 관련 담당 임원들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재계에서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나올 거라곤 예상치 못했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이날 재판부에서 밝힌 최 회장의 보유 추정 재산은 3조9883억 원이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가운데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약 2조555억 원이다. 이 중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가치가 2조514억 원(17.73%)으로 대부분이다.여기에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SK실트론 당기순이익 2340억 원에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해 산정한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보면,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1조3800억 원가량이다.결국 최 회장의 재산 3조9883억 원 중 부동산, 현금 등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5000억 원대 안팎이 된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 금액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충당하려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최 회장은 SK㈜ 보유 주식 금액 중 31%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상태다.2003년 ‘소버린 사태’를 겪었던 최 회장에게 지주사 지분 매각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쳐지며 전날 대비 9.26% 오른 15만8100원에 마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담보 대출과 SK실트론 주식 처분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경우 SK㈜ 주식의 일부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항소심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향후 최 회장의 경영 활동에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고심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대내외적 행보에 제약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규모의 재산분할 금액이 나온 데다 전 정권 비자금, 개인사적인 부분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총수 리더십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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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태우 자금, SK에 유입… 최태원 지분 노소영에 나눠줘야”

    최태원 SK그룹 회장(64)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금으로 약 1조38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혼 소송 재산분할금 중 최대규모다.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김현정)가 인정한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금 665억 원보다 2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재판부는 “노 관장이 SK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에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회사 지분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로 건네졌다는 사실도 인정했다.SK그룹은 충격에 빠졌고 총수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최 회장의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인 SK주식회사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회장의 경영권이 직접 영향권에 드는 셈이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법원, ‘노태우 비자금’ 유입 인정항소심에선 SK주식회사의 주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노 관장 측이 기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노 관장 측 기여가 인정된다면 재산분할금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1심에서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50%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관장이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SK주식회사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들 주식 형성 기여만 일부 인정해 재산분할금을 665억 원으로 산정했다.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1991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 상당양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SK가 모험적인 사업과 경영을 시도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가 되어 사업을 성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43억 원이 최종현 전 회장 등에 전달돼 증권사 인수와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1988년 결혼 당시 양쪽 모두 재산이 없었으므로 현재의 재산은 대부분 혼인 생활 중 ‘부부공동체’가 형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노 관장은 2심에서 위자료를 30억 원으로 높이고, 재산분할금도 주식이 아닌 ‘현금 2조 원’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일부일처제 전혀 존중 안 해”항소심 선고는 이혼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 사유 △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등을 세세히 언급하며 최 회장을 질타했다.재판부는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1심과 같이 혼인 생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원고(최 회장)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최 회장을 질타했다.재판부는 또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면서 “최 회장은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219억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고 꼬집기도 했다.선고 후 노 관장 측 변호인단은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재판부의) 훌륭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늦게 갚으면 연 5% 이자도”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로 계산한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만약 최 회장이 재산분할금을 1년 동안 주지 않는다면 노 관장에게 줘야 하는 이자만 690억 원이 넘는 것이다. 노 관장 요구대로 재산분할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최 회장 측이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사 사건은 3심까지 가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3심에 가더라도 원심 판결이 잘 뒤집히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 소송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다양한만큼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양측이 일정 금액에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도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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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 역대 최고치… 삼성 1위 탈환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이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하량에서 애플에 1위를 내줬던 삼성전자도 신제품 ‘갤럭시S24’의 흥행에 힘입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한 2억9690만 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7% 증가하며 1분기 사상 최고치를 냈다. 특히 800달러(약 109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부문은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의 1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1분기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20%로 애플(17%)을 따돌리며 1개 분기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샤오미(14%), 오포(8%), 비보(7%) 등 중국 업체들이 뒤를 이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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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대통령, 韓 주요 총수 9명과 ‘마즐리스’ 방식 경협 대화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기업인 20명이 2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 총출동했다. UAE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1시간가량 국내 기업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양국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AE 측이 초청 대상 기업의 대부분을 직접 지명해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주요 재계 총수와 함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등 ‘K컬처’ 관련 기업인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초청됐다.● 주요 총수와 ‘마즐리스’…일대일 스킨십도 이날 예정된 간담회 시간을 40여 분 앞둔 낮 12시 48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총수들이 속속 도착하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간담회는 주요 그룹 총수 9명이 참석한 1세션과 패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투자회사 등 다양한 산업계 대표 11명이 참석한 2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세션은 UAE 측 요청에 따라 마즐리스 방식으로 예정보다 10여 분 늦은 오후 1시 43분 시작됐다. 마즐리스는 아랍인들의 회의체에서 따온 것으로 편안한 좌석에 둘러앉아 순서대로 발언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국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현준 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순서대로 2분씩 UAE와 협력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총수들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원전과 그린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방산, 조선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앞서 정기선 부회장은 회담장에 입장하기 전 취재진에게 “저희는 일반 상선과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분야나 건설기계,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예정 시간을 10분 넘겨 40분간 진행됐다. 곧바로 2세션은 스탠딩 방식으로 전환해 20분간 진행됐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장을 돌아다니면서 참석한 CEO들과 일대일 스킨십을 하며 인사하고 각 회사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을 마무리할 땐 참석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패션,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문화 분야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한 만큼 양국 간 문화 콘텐츠 교류 및 관련 사업 투자 협력 논의들이 주로 이뤄졌다. 막대한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UAE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문화 영역에서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과 패션 분야에서 중동지역 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UAE “韓 엔터, 미디어, 방산에 관심” 이날 행사 참석자에 따르면 회담을 전후로 UAE 고위 관계자는 투자하고 싶은 한국 산업 분야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방산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UAE 측은 국내 기업들에 자국 산업에 투자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자국 유통 및 건설 등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과의 합작법인(JV)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UAE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 낸 상황에서, 이번 회동으로 투자 관련 세부 협의와 추가 계약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탄소 중립 스마트시티 ‘마스다르 시티’와 관련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UAE가 2032년 가동을 목표로 두 번째 원전단지 건설을 위한 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바라카 원전에 이은 추가 원전 수주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총수들은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이었던 분위기를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좋은 말씀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앞으로 같이하자는 말씀을 많이 했다. (한국에) 애착을 많이 갖고 계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조현준 회장은 “양국 발전을 위해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만호 총괄대표도 “좋은 분위기로 잘 얘기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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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기업투자는 한중일 관계 안전판… 예측 가능한 환경 조성을”

    “기업의 투자는 3국 관계의 안전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함께 참석해 “외국 투자가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3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국 기업의 투자와 경영 활동이 국제 정세나 자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3국 관계를 변함없이 지탱할 수 있는 확고한 매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칫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발언은 중국 내 한국 기업 차별에 대한 지적, 최근 네이버를 향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중일 교역, 상호 존중과 신뢰 바탕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서밋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3국 간 교역 투자 플랫폼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일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 경제협력 기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밋은 상의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각국 대표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280여 명(한국 90여 명, 일본 90여 명, 중국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밋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4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서울 행사는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중 3국은 이제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원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무탄소 에너지의 강점을 보유한 우리 3국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글로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출범한 무탄소 에너지 연합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한일중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국가들과의 포용적 동반 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태원, ‘3국 민간 협력 플랫폼’ 제안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는 지금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5% 가까이를 차지하는 글로벌 성장 센터”라며 “그중에서도 세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3국은 아시아의 성장을 견인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프런티어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3개국 협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친선혜용(親善惠容·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을 언급하며 “경제 글로벌화의 대세를 잘 파악하고 산업 협조를 심화해 포괄적 연결 수준과 요소 배치 효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지속적으로 역내 통합 가속화를 견인하고 더욱 평화하고 안정하며 발전 번영하는 새 국면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3국 경제인들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내실 있는 논의를 통해 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민간 차원의 3국 협력 플랫폼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그간 코로나 팬데믹 등의 공백으로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추진이 어려웠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3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3국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3국 경제계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과 교역 활성화, 공급망 안정화 분야에서 협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린 전환과 고령화 대응, 의료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3국 간 민간 경제협력 회의체로 내실화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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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재계 총수들, 방한 UAE 대통령 만난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난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총수들을 비롯한 기업인들은 2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무함마드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28, 29일 이틀간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UAE 대통령이 국빈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 7개 토후국(土侯國) 중 최대국인 아부다비의 국왕인 동시에 UAE 대통령이다.총수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양국 간 민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UAE는 중동 국가들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UAE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00억 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양국 협력 분야는 에너지와 국방·방산, 건설, 첨단 기술 등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함께 UAE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4월 로이터통신은 UAE가 2032년 가동을 목표로 두 번째 원전 단지 입찰에 나설 것이라 보도했다. SK는 SK에너지가 UAE로부터 원유를 도입하는 한편 UAE 국부펀드와도 다양한 투자 협력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는 UAE 현지 비아그룹과 손잡고 수소트럭 시범 운영 사업에 나섰으며 한화의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UAE에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를 수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신사업 분야의 시장 역동성이 큰 만큼 교류 확대를 통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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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5개월만에 모인 3국 경제인들 “공급망 협력 잠재력 커”

    27일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회관 국제회의장에는 3국 경제인과 정부 관계자 280여 명에 취재진, 경호원 등 400명 가까이 모였다.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모인 3국 경제인들은 각국 대표의 발표를 경청하다 장내 정리 시간에는 자리에서 일어서 국내외 인사들과 환담했다. 서로 명함을 나누고 악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회장은 개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 9시경 상의회관에 도착했다. 행사장 이곳저곳을 사전에 둘러보며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한중일 경제인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단련 회장, 런훙빈(任鴻斌) CCPIT 회장 뒤로 한국 경제5단체장이 앉았고 그 뒤로 중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 대표들이 자리했다. 비즈니스 서밋에선 ‘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등 두 가지 주제로 각국 연사들의 기조연설과 기업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세계적으로 유별난 인구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세 국가는 정책 대응 측면에서 그 어느 나라 국가보다도 서로 배울 점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파이낸셜 수석고문은 “한일중 3국이 아세안을 커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더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슌제(林舜傑) 중국국제전시센터그룹 동사장(대표이사)은 “아시아 3대 경제 주체로서 공급망 협력 분야에서 큰 잠재력과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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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친 ‘우애’ 유언에도… 봉합 힘든 ‘효성 형제의 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가족과 의절 상태인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사진)에게도 유류분 이상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6일 조 전 부사장 측이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 간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모양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대리인단을 통해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중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유언장에 대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언장에서 조 명예회장이 형제간의 우애를 당부한 데 대해서는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생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3월 별세한 조 명예회장은 대형 로펌 변호사의 입회하에 유언장을 작성해 형제간 화해를 당부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법에 따라 각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하며 직계 비속의 경우 상속분의 50%에 해당한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가(家) 형제간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2013년 보유 지분을 매도하며 그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2014년 7월부터는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50건 이상 고소·고발해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이에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2017년 맞고소로 응대했다. 가족과 의절한 조 전 부사장은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유족 명단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고 5분가량 조문객 신분으로 조문하고 빈소를 떠났다. 효성 측 관계자는 이날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 “부친의 유언이 언론에 공개됐는데도 이를 왜곡시켜 본인의 형사재판에만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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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조석래 회장 유언장에… 의절 차남에게도 유산 남겨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사진)이 ‘형제의 난’을 이어온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유언장을 통해 의절 상태에 있는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 유류분을 상회하는 규모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대형 로펌 변호사의 입회하에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장에서 조 명예회장은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 간 우애를 지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 앞으로 유류분을 상회하는 규모의 유산을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2013년 보유 지분을 매도하며 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2014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해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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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경제인들 “양국 정부, 새로운 파트너십 선언을”

    한일 양국 경제인들이 14, 15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마무리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정부 간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새로운 파트너십 선언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5일 한일경제협회에 따르면 양국 경제인 220여 명은 이날 더 오쿠라 도쿄 프레스티지타워에서 △경제 연계·협력의 확대 △폭넓은 다양한 교류의 실현 △양국 정부 간 새로운 파트너십 선언을 기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국 대표는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일본 대표는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다. 한일 경제 연계와 관련해서는 일체화된 공급망 구축 및 공동 자원 개발,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전환(DX) 및 녹색전환(GX), 수소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또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육성에서도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 경제인은 차세대 문화, 지역 간 각종 교류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하고 공헌하겠다고 다짐했다.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첫 회의 개최 이후 매년 중단 없이 열리며 한일 협력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 형식으로 행사를 개최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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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60만원대 AI 스마트폰 ‘픽셀 8a’ 출시

    구글이 60만 원대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 ‘픽셀 8a’(사진)를 출시하며 대중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구글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24’에서 픽셀 8a를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시 가격은 모델별로 499달러(약 68만 원)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플래그십 AI폰인 ‘픽셀 8’에 이어 보급형 모델을 추가로 내놓으며 AI 스마트폰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픽셀 8a는 구글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텐서 G3’를 통해 플래그십 모델에서 제공하는 생성형 AI 기능을 대부분 구현한다. 여러 장의 사진 중 가장 좋은 사진을 뽑아주는 ‘베스트 테이크’ 기능이나 오디오 잡음을 없애는 ‘오디오 매직 이레이저’, 텍스트 요약, 화면에 원을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등 대부분의 생성형 AI 기능이 들어갔다. 구글의 대표 AI 모델인 ‘제미나이’도 픽셀 8a에 탑재됐다. 기존의 픽셀 8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하반기(7∼12월)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 16’ 등 시중 주요 브랜드의 플래그십 AI폰 제품들이 모두 100만 원 안팎임을 감안할 때 이번 60만 원대 픽셀 8a는 가격 면에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이날부터 바로 공식 판매가 시작되며 한국 출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반기 글로벌 AI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 애플이 ‘아이폰 16’을 출시해 참전한다. 화웨이와 아너,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도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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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조석래 회장, 차남에게도 재산 상속…형제 화해 당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형제의 난’을 이어온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유언장을 통해 의절 상태에 있는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도 주요 계열사 주식 등 유류분을 상회하는 규모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15일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대형 로펌 변호사의 입회 하에 유언장을 작성했다. 유언장에서 조 명예회장은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 앞으로 유류분을 상회하는 규모의 유산을 남겼다. 유류분은 법에 따라 각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직계 비속의 경우 상속분의 50%에 해당한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뒤 2013년 보유 지분을 매도하며 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2014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해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유언장 작성 사실은 조 명예회장 사망 후 담당 변호사들을 통해 상속인들에게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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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37%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주주가치 향상 효과 없어”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기업 156개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관련 의견’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과반수(57.1%)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13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36.5%)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10.9%는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9.7%는 ‘정부의 경영 간섭이나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기업의 87.2%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하거나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35.9%)하거나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섀도보팅 방식으로 행사(10.9%)할 것 등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12.8% 나왔다. 대기업들은 주총을 앞두고 가장 큰 압박을 받는 대상으로 ‘국민연금’(5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내 기관투자가(21.4%) 및 소액주주 연대(21.4%)가 뒤를 이었다. 중소·중견기업은 소액주주 연대(39.0%), 국내 기관투자가(18.6%), 국민연금(16.9%) 순으로 응답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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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0대그룹 총수들, 日-中 기업인들과 9년만에 서울 회동

    국내 10대 그룹 주요 총수들이 일본, 중국 기업인들과 9년 만에 서울에서 회동한다. 27일 열리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3국 재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동아시아 경제권 교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을 비롯한 10대 그룹 주요 총수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27일 개최되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 참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에선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주관으로 스미토모화학, 미즈호은행, 미쓰비시 등 주요 기업 회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주관으로 마융성(馬永生) 중국석유화학공업그룹 회장, 류징전(劉敬楨) 중국국약그룹 회장, 덩젠링(鄧建玲) 중국화능그룹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은 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 경제 협력과 교류 확대를 다짐하는 자리다. 3국의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국에서 머리를 맞대는 건 2015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서밋엔 3국 재계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리커창 총리가 10대 그룹 총수를 따로 만나는 등 물밑 네트워킹도 활발했다. 이후 2018년 일본 도쿄, 2019년 중국 청두에서도 각각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이 열렸으나 총수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여파 등으로 한동안 성사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대규모로 열리는 것이다. 정부도 2019년 이후 5년 만에 한일중 경제통상장관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서밋을 계기로 3개국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경제인회의를 계기로 13일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을 단장으로 한 한일경제인회의 단장단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한다. 단장단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가미카와 요코 외상 등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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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성, 5월 10일 바다식목일 맞이… 완도에 생태계 복원 잘피숲 조성

    효성그룹은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기념해 전남 완도군 신지면 동고리 어촌마을에서 연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고 10일 밝혔다. 효성 임직원과 완도군,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남해본부, 동고리 어촌 주민 등 총 60여 명은 9일 바다숲 조성을 위한 잘피 2000주를 직접 바다에 이식하고 버려진 쓰레기 등을 수거하며 정화 활동을 펼쳤다. 잘피는 해양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처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초류로 탄소 흡수 저장 능력이 뛰어나다. 앞서 지난달 8일 효성은 완도군청에서 완도군 및 FIRA 남해본부와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바다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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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바구니 물가, 몇백억 들이면 잡아… 5만달러도 꿈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수백억 원의 할인 지원 등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면서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농축수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먹거리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국민소득도 7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구조개혁 등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가격 떨어뜨리는 것 아닌 착시 효과” 9일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장바구니 물가는 저희가 큰돈을 안 써도 몇백억 원 정도만 투입해 할인 지원을 하고 수입품 할당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을 활용해 치솟은 물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잡기’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정부가 올 3월부터 1500억 원 규모의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배 소매가격은 10개에 5만1553원(신고·상품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87.2% 높은 수준이다. 사과(20.5%), 양배추(53.0%), 마른김(27.0%) 등의 가격도 여전히 1년 전보다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할인 지원은 실제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착시 효과에 가깝다”며 “기후 요인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급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냥 재정을 투입하기도 여의치 않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쌓인 나라살림 적자는 7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1∼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올해 정부 전망치(91조6000억 원 적자)의 82%에 달하는 규모에 도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26년 우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7년 3만1600달러로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지난해까지 3만 달러대에 머물렀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수출 사이클에 따라 출렁거리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이클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개혁 같은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지원, 시간이 보조금”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선 “시간이 보조금”이라며 속도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력과 용수, 기반 시설, 공장 건설 (등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정부가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투자에 대한 현금 보조금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속도전이 가능하게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며 “아직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등 곳곳에서 주민 반발 등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아닌 법인세 추후 감면 형식의 지원은 투자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장 중심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감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의사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뒤 오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번째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에는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와 정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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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곽도영]韓기업이 美기업보다 더 美정부 눈치봐야 하는 현실

    지난해 12월 한중 대표 기업인들이 4년 만에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중국 대표 석유화학, 바이오, 에너지그룹 회장들과 공식 석상에 마주 앉았다. 마음 편한 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데는 따로 이유가 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 최석영 전 외교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 등 전직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하면서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라는 ‘버퍼(완충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닥치기 전 중국에 시장과 생산기지를 동시에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파트너들과 수시로 만나며 협력했다. 중국 특성상 파트너사뿐만 아니라 중앙 당국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에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의 대중 제재 방침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기업 거래가 흔들려도, 생산기지에 문제가 생겨도 중국행(行)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간다 해도 철저히 소규모로 비밀에 부쳐야 했다. 4년 만에 열린 지난번 한중 기업인 대화에서 가장 밀도가 높았던 시간은 방한한 중국 기업 파트너들과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술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은 양국 기업인들은 사업 골칫거리와 투자 논의 건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모처럼 숨통을 틔웠다. 길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연일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외쳤지만 실상 중국 시장을 더 많이 잃은 건 미국 장비 기업들이 아닌 한국 기업들이다(본보 4월 9일자 ‘美, 반도체장비 中 수출 규제에… 韓 가장 큰 타격’). 지난해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한 금액은 2022년 대비 20.3% 급락했지만 미국산 수입액은 3.1% 감소에 그쳤다. 반면 네덜란드(150.6%), 일본(4.7%)으로부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 기업들이 소리 없이 피해를 입는 사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모인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7월 미 행정부의 중국 제재 방침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당하게 공동 성명을 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매출이 급전직하하자 올 3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상하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가서 직접 문을 여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수십 년 공들인 시장이 서서히 닫히는 걸 눈 뜨고 보면서도 미국 기업들보다 더 미국과 중국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외교적인 물꼬를 터주길 고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달 말로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은 크다. 특히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가 2019년 12월 이후 4년여 만에 열리는 만큼 한국 정부가 국가 경제 실익을 위한 ‘프레너미(frenemy·친구와 적의 합성어로 경쟁적인 우호 관계를 의미)’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격수의 입장에 서 있더라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뒷길은 열어 두는 미국처럼 이번 회담으로 한국 기업들에 최소한의 숨통이 틔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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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6년내 753조 투자”, 속도전 밀리는 K반도체

    미국·일본·유럽연합(EU)·대만이 2030년경까지 총 75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설비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내세워 기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과 SK 양대 기업을 중심으로 2047년까지의 중장기 로드맵만 수립해 놓은 상태다. 한국이 속도전에 밀리는 사이 약 6년 뒤면 미국·일본·유럽 등에 반도체 제조 공장이 줄줄이 들어서 반도체 세계 지도가 격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동아일보가 산업연구원과 함께 2021년 이후 현재까지 3년여간 발표된 미국·일본·EU·대만 반도체 관련 제조 설비 투자 계획을 취합한 결과 총투자 규모는 5524억1800만 달러(약 753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도체 수급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다. 이들 투자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2030년을 안팎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미국은 3년간 3256억 달러 이상의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기록했다. EU(884억 달러)과 일본(723억 달러), 대만(661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제조 공급망이 취약했던 미국과 일본, EU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해당 국가들에서 발표된 전체 투자액 가운데 30∼80%가 해외 기업 투자로 채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속도전에서 뒤처졌다. 올해 1월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평택 등에 총 622조 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2047년까지 이어지는 계획인 만큼 시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의존한 로드맵이기도 하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설계, 일본·유럽의 장비, 동아시아의 제조’로 글로벌 분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주요국들이 설계와 제조 등 공급망을 두루 갖춰 동아시아에 대한 제조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30년은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첨단 제조 기반을 회수해 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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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반도체 글로벌 분업… 美-日-EU, 설계서 제조까지 확장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가 사라진 자리에 753조 원 규모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이 국내 기업 투자만 바라보는 사이 주요 경쟁국들은 보조금 정책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6년 뒤를 겨냥한 속도전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입지가 위험해졌다.● 美 해외 유치가 36%, EU는 81% 8일 동아일보와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된 2021년 이후 각국에서 발표된 투자 프로젝트 중 상당 부분을 해외 기업 투자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발표된 전체 투자 계획 중 해외 기업 유치 건이 35.8%를 차지했다. 일본은 32.1%였고 유럽연합(EU)은 80.7%에 달했다. 분석에서는 반도체 관련 제조 설비 투자만 집계했으며 소재·부품·장비나 연구개발(R&D) 기지 등은 제외했다. 미국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 5∼15%, 총 390억 달러(약 53조 원)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EU도 총 430억 유로(약 63조 원)를 반도체 보조금 등에 투입하고 있다. 일본도 투자 건별로 수조 원의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그 결과 미국은 2021년 이후 총 1164억 달러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최대 사례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다. 애리조나주에 650억 달러(약 89조 원)를 투입해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및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 이 외에 삼성전자(텍사스주·450억 달러),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39억 달러), NXP(텍사스주·26억 달러)가 미국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그간 반도체 시장 입지가 약했던 EU는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인텔(독일 마그데부르크·330억 달러), 글로벌파운드리(독일 드레스덴·80억 달러) 등 미국 기업들의 파운드리 투자를 이끌어냈다. 해외 기업과의 합작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차량 반도체 1위 독일 인피니언과 네덜란드 NXP 등 전통적인 반도체 설계 강호들이 TSMC와 합작해 총 100억 유로 규모로 독일 드레스덴에 짓고 있는 공장이 대표 사례다. 엔화 약세를 무기로 투자 유치 공세를 벌이고 있는 일본도 무시 못 할 상대다. 2021년 이후 TSMC(구마모토·200억 달러), 마이크론(히로시마·32억 달러)을 비롯해 메모리·파운드리 생산 공장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국들 ‘2030년 제조강국’ 겨냥 속도전 이 같은 투자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2030년 내 집행이 완료돼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6년 뒤에는 새로운 반도체 세계 지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투자 시점뿐만 아니라 보조금 지급 규모와 공장별 세부 용도까지 대부분 윤곽이 그려진 상태다. 총 3256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미국에서 가장 대규모 건에 해당하는 인텔(1000억 달러)과 TSMC(650억 달러)의 완공 및 가동 목표 시점은 당장 내년부터 도래하기 시작한다. 인텔의 애리조나 1공장은 내년 상반기(1∼6월) 첫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TSMC도 애리조나 1공장은 내년 상반기, 2공장은 2028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모두 2030년 내 총투자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EU도 주요 팹 신·증설 계획에 가속도를 붙였다. 인피니언이 사상 최대 규모(53억4000만 달러)를 투자한 드레스덴 전력 반도체 공장은 2026년 가동을 시작한다. 인텔의 마그데부르크 팹도 2027년 완공이 목표다. 대만 역내 투자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한 TSMC의 타이난 팹은 2025년 말까지 600억 달러가 투입된다. 일본도 주요 대기업 연합체로 설립된 라피더스가 45조 원 규모의 홋카이도 파운드리 공장에서 2027년 2나노 제품 양산 목표를 밝혔다.● 삼성·SK만 바라보는 한국, 2047년 로드맵만 2030년 반도체 세계 지도 역변을 앞두고 전통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의 역내 투자 계획은 모호하다. 정부가 나서 2047년까지 이어지는 경기 용인, 평택 거점의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업황, 투자 요건에 따라 현실화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1월 정부는 ‘제3차 민생토론회’에서 2047년까지 삼성전자가 360조 원, SK하이닉스가 122조 원을 투입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삼성전자가 평택 캠퍼스에 추가로 1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20조 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짓기로 한 M15X 팹까지 총 622조 원이 국내에 투입된다. 하지만 M15X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팹의 용도나 가동 시점 등은 특정되지 않았다. 양대 기업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주요국과 달리 국내는 보조금 정책도 전무하다.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해 최대 25%를 세액공제해 주는 법안마저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팹은 전력, 용수 인허가, 지역 주민 보상 절차 등이 난항을 겪으며 착공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지연됐다. 발표 6개월 만에 건설에 돌입한 TSMC 구마모토 공장과 대조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경쟁국들이 생각보다 속도전에 강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2030년 이전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새로운 질서가 정해질 텐데, 국내의 투자 지원 속도는 느리고 인재 부족 등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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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M 거침없는 성장세… “내년 D램 매출의 30%”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1%, 내년에는 3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HBM의 판매 단가는 올해 대비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상승하고,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연결하는 기술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고부가 제품이다. 트렌드포스는 “HBM의 판매 단가는 전통적 D램의 수 배, 기존 (첨단 제품인) DDR5의 약 5배에 달한다”며 “향후 단일 디바이스당 HBM 용량을 늘리는 AI 칩 기술에 따라 D램 용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의 점유율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HBM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20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 HBM 가격 협상이 이미 올해 2분기(4∼6월)에 시작됐다”며 “D램의 전체 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어 공급업체들은 미리 가격을 5∼10%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며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월 말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으며,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HBM3E 12단 제품 최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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