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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없는 물가 안정인)연착륙은 우리의 예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올해에도 경기 침체는 이어질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를 보이자 미 경제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상황)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에릭 로버트슨 스탠더드차터드(SC)그룹 글로벌 리서치 헤드 겸 수석전략가(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섣부른 기대에 선을 그었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올해도 약한 수준(mild)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미국의 노동시장과 소비자 심리가 견고해 경기 침체를 피할 경우 연착륙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우리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지만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연말 쇼핑 시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했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미 금리와 달러 가치는 정점을 찍었다”고 단언하며 “연준이 올해 말 금리를 0.5%포인트 소폭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연준의 긴축 정책에 타격을 입은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압력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과 그 기업들의 금융 조달 비용 상승을 야기했고, 달러 가치에도 상당한 상승을 가져오면서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며 “한국은 미 금리와 달러로 이중 고통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금리와 달러는 최고점을 찍었기에 신흥시장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국가 간 기술 패권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는 이른바 ‘기정학(Tech-politics·技政學)’ 시대에 전 세계 공급망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생길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 국가에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경제에 위험하다는 사실을 배운 미국은 세계 무역의 다각화를 확대하고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재고 관리시스템의 변화를 거론하며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할 때 제품을 공급하는 일명 ‘적시 생산(Just in Time)’ 시스템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재고 보유(Just in Case)’ 시스템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재고 관리 구조가 비용 최소화와 효율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위험 관리’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로버트슨 전략가는 “세계화는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 신흥 경제국 간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 재개방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경제와 무역은 회복될 것이고, 이는 분명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테라·루나 폭락 사태, 미국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지난해 혹한기를 겪은 가상화폐 시장에 새해 들어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공포가 완화되고 FTX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국내 대형 거래소 고팍스 인수 협상 소식도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 비트코인 연초 이후 37% 폭등, 전망은 엇갈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1만6548달러(약 2041만 원)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5일 오전 9시 2만2639달러(약 2792만 원)까지 치솟으며 연초 이후 약 37% 상승했다. 설 연휴 기간인 21∼24일에는 최고 2만3269달러까지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FTX 유동성 위기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8일 이후 두 달여 만이고, 2만3000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완화된 것이 가상화폐 상승 랠리를 이끈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들의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했으나, 가격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해 다시 집중 매수하는 것)가 가격 상승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가상화폐 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거시경제가 개선되면서 위험자산인 가상화폐 시장이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자산관리회사 IDX의 CEO인 벡 맥밀런은 25일 야후파이낸스에 “지금은 가상화폐의 장기적 상승 추세의 시작”이라며 “비트코인의 다음 가격 저항선은 2만5000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4일 “유동성이 작은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유동성만으로도 가격을 빠르고 높이 끌어올릴 수 있지만 가격 하락 역시 그만큼 가파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고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상승 랠리를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 ‘새로운 변수’ 바이낸스 특히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아직 양사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고팍스는 20일 공지에서 “고팍스와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의 협의는 막바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국내에서는 바이낸스 수익의 원천인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진출에는) 규제를 준수하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거래소라는 평판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상 본사 주소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케이맨제도로 등록돼 있고, 기본적인 재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보호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6일 “가상자산 발행·보유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을 정립하겠다”며 시장 투명성 제고 의지를 내비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은 소득이 비슷한 남녀끼리 결혼하는 일명 ‘끼리끼리 결혼’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수준이 다른 남녀의 결혼비율이 높아 가구 소득불평등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과 허정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조사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과 대만 등 3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비슷한 남녀가 가정을 꾸리는 ‘소득동질혼’ 경향은 한국이 34개국 중 최하위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경향이 가구 소득불평등을 줄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봤다. 실제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개인 근로소득 기준 0.547인 반면에 가구 근로소득 기준으로는 0.361이었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로, 0.5를 넘으면 ‘심각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결혼을 통해 두 개인이 만나 가구를 형성할 때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1인 가구 및 한부모 가구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것 역시 가구 소득불평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한부모 가구 비중은 2019년 기준 각각 14.7%, 4.0%로 주요국 평균(22.6%, 7.4%)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남성이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여성이 가사, 육아를 전담하는 한국 가구 내 분업의 이점이 줄어들면 고소득 남성 배우자를 둔 여성의 취업률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에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았으며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국가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5%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 연말 3% 수준까지 둔화하겠지만 한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주요국보다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로 지역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요금 상승률은 40%를 넘었지만 한국은 13%에 그쳤다.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부터 전기·가스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기 및 금융 안정과 관련해 이 총재는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과 구조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저금리 및 팬데믹 환경에서 빠르게 증가했다”며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이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주택가격 하락에 가계 소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장이 큰 폭으로 제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세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파편화로 인한 수출 부진 △부동산시장 경착륙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다”며 “한은이 정부와 함께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2조6414억 원 가치의 화폐(지폐와 동전) 4억1268만 장이 훼손 또는 오염돼 폐기 처분됐다. 폐기된 화폐를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5만2418km로 경부고속도로(413km)를 63차례 왕복하는 거리고, 쌓으면 높이가 롯데월드타워(555m)의 233배에 달하는 12만9526m가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폐기된 손상 화폐는 전년 대비 915만 장(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예·적금 가입자가 늘면서 은행으로 환수된 화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화폐 손상 원인은 화재, 침수 등이었다. 경북에 거주하는 권모 씨는 집이 불에 타면서 훼손된 지폐 1169만5000원을 교환했다. 전남에 사는 정모 씨는 장판 아래 2886만5000원을 보관하다 수해로 부패하자 새 지폐로 바꿨다. 화재 등으로 화폐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화폐 면적이 4분의 3 이상 남아 있으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신아형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액수가 전년보다 7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횡령 사고로 금융감독원이 자체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은행권 배임·횡령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금융권 내부 통제 및 외부 감사 제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은행에서 발생한 배임·횡령액은 854억4430만 원이었다. 2021년(115억6750만)의 7.4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 전국 은행의 횡령액은 724억658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51억8930만 원 늘어났다. 그중 환수 금액은 9억9930만 원으로 전체 횡령액의 1.4%에 그쳤다. 지난해 4월 직원 한 명이 700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이 적발된 우리은행의 횡령액이 701억3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은행(14억9340만 원)과 신한은행(3억8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권 배임액도 2020년 9억4000만 원, 2021년 42억9100만 원, 지난해 129억7850만 원으로 지난 3년간 크게 불어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드러난 대출 담당 직원의 120억 원대 배임으로 지난해 총 배임액이 123억7850만 원에 달했고, 하나은행에서는 6억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8일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PF 대출 과정에서 횡령 사고가 이어지자 전체 저축은행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잇따른 금융권 배임·횡령 사고에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비롯해 외부 감사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처벌을 강화해야 배임·횡령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 금액 이상의 배임·횡령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은행 역시 책임을 지고 일명 ‘봐주기 감사’를 하는 곳의 경우 금감원 등 외부 개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약 두 달 만에 2만 달러대를 넘어섰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 유동자산 회수 소식 등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은 2만714달러(약 2573만 원)에 거래됐다. 오전 8시 30분에는 2만1037달러(약 2613만 원)까지 치솟아 24시간 전보다 6%, 일주일 사이 24%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FTX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8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연초 1만6000달러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둔화세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속도 조절론이 나오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12일(현지 시간) 지난해 1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대로 떨어졌다는 발표가 나온 다음 날에는 전날 최저치 대비 약 11% 상승한 1만9964달러까지 올랐다. 11일 FTX 청산인들이 50억 달러의 유동 자금을 회수했다는 소식도 비트코인 상승 랠리에 일조했다. 이는 파산에 따른 고객 피해액의 약 60%에 달하는 수준으로 투자자는 손실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4일 “인플레이션이 식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녹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미 경제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금융분석업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 창업자는 “상승 랠리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추격 매수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7)는 지난해 11월 말 저축해 두었던 돈으로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이 주식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 씨는 약 6%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 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고 주식은 계속 떨어지는데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어서 만족한다”며 “앞으로 금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얘기가 있어서 여유 자금이 생기면 투자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둔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킹 달러’ 열풍은 사그라지고 금값이 연일 고공비행이다. 금으로 목돈을 굴리는 이른바 ‘금테크(금+재테크)’족도 재등장했다. 11일(현지 시간)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약 31.1g)당 1878.9달러로 지난해 5월 6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3개월 전(1686.0달러)에 비해서는 약 10% 올랐다. 통상 미국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킹 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10월∼11월 초 16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달러는 약세로 돌아선 반면 금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180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중앙은행이 금 현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금값 강세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금테크는 활기를 되찾았다.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금 통장(골드뱅킹) 가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KB국민·신한·우리 등 시중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5117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86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금 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정모 씨(38)는 “돌잔치 같은 행사에서 금 현물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보관이 용이하고 이력 관리가 가능한 골드통장에 넣을 현금을 대신 받았다”며 “금이 더 고평가되는 시점에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뱅킹은 통장을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필요할 경우 실물 인출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 펀드 수익률도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금 ETF 상품들은 3개월 사이 7∼15% 상승했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3개월 사이 15.27%, 연초 이후 6.72%의 수익률을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국내 금 ETF인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은 3개월 사이 각각 8.28%, 8.12% 올랐다. 시장에서는 당분간은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점까지는 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고 2000달러까지 가격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3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반도체 수출 부진, 해외여행 급증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 8월에 이어 세 번째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이 떠받치던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6억2000만 달러(약 7799억 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월보다 74억4000만 달러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3억7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822억4000만 달러)의 약 30% 수준에 그쳤다. 12월도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한은 전망치인 연간 25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월 경상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는 상품수지의 15억7000만 달러 적자가 꼽힌다. 연속 흑자를 보이던 상품수지는 지난해 7월 처음 적자로 돌아선 후 9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523억2000만 달러)은 전년 11월 대비 12.3% 감소한 반면 수입(538억8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억2000만 달러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8.6%), 화학공업제품(―16.0%), 철강제품(―11.3%) 순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25.5%), 동남아(―20.7%), 일본(―17.8%)에서 수출이 급감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서비스수지에서도 3억4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여행자 입국 제한 완화 영향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여행수지 적자는 1년 사이 5억 달러에서 7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던 운송수지 흑자 규모는 4억8000만 달러로, 1년 전(17억2000만 달러)과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경상수지 적자를 두고 한국 무역이 구조적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 침체와 세계화의 후퇴 등으로 수출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 나타나던 경상수지의 구조적 흑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는 적자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적자가 유지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자산운용은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를 맞아 올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투자 키워드로 ‘R·A·B·B·I·T(토끼)’을 꼽았다고 9일 밝혔다. ‘R·A·B·B·I·T’은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인공지능(AI), 채권(Bond), (중국의)일상회복(Beyond Covid-19), 인컴 창출(Income generation), 기정학(Tech-politics) 등 6가지 투자분야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커지면서 올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간을 대체할 AI도 주요 투자 분야로 선정됐다. 삼성자산운용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을 대폭 완화한 중국이 올해 일상을 회복하면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올해 증시는 특히 국가, 자산, 섹터별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과 위험관리에 따라 수익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시베리아와 가까운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허강의 청밍(誠銘)난방유한공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3일 공급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이날 허강의 최저기온은 영하 21도까지 떨어졌다. 5일 최저기온 역시 영하 24도로 예보되면서 주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상유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청밍 측은 3일 주민들에게 긴급 통지서를 배포하며 “5일 오전 8시부터 난방 공급을 제한한다. 주민들은 추위와 서리에 대비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지난해 700만∼800만 위안(약 12억9000만∼14억8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 정말 자금이 없다”며 공급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주 난방 원료인 석탄 가격이 급등해 수차례 지방정부에 보조금 지급, 가격 인상 등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도 했다. 허강 주민들은 한겨울에 날벼락이라고 비판했다. 한 주민은 “영하 20도 이하 추위에서 난방 없이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주민위원회 측은 “업체의 난방 제한 조치가 무책임하다”며 당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고조되자 당국이 청밍 관계자들을 ‘예약 면담(웨탄·約談)’ 형식으로 불렀다고 상유신문은 전했다. 당국은 “난방 중단은 없을 것”이라며 주민들 달래기에도 나섰다. ‘약속을 잡아 대화한다’는 뜻의 웨탄은 겉으로만 면담 형태일 뿐 사실상 ‘공개 경고’ 및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당국이 청밍 측에 난방 중단 철회를 강하게 압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020년 영국 왕실과 결별한 이후 왕실의 심한 폐쇄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온 해리 왕자(38·사진)가 “아버지(찰스 국왕)와 형(윌리엄)을 되찾고 싶지만 그들은 화해할 의향이 없다”고 고백했다. 해리 왕자는 2일 공개된 영국 ITV, 미국 CBS 인터뷰 예고편에서 “나는 왕실이 아닌 가족을 원하지만 그들은 우리(자신과 부인 메건 마클)를 악당으로 여기는 게 낫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고편에서 해리 왕자는 “왕실은 출입기자들에게 정보를 떠먹여 주고 기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쓴다”며 “기자들은 왕실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기사 전체가 왕실 의견뿐”이라고 언론 탓도 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왕실로부터 ‘너희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 보도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선 (왕실이) 성명을 내기 때문에 그들의 침묵은 곧 배신이었다”고도 말했다. 해리 왕자는 ITV 인터뷰에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죽음에 대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왕자가 자신의 회고록 ‘스페어’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8일 방영될 예정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정치, 경제, 군사 등에서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우주 패권을 두고도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등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자 미국 또한 중국보다 먼저 달 기지를 건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두 나라가 모두 ‘유인(有人) 달 탐사’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향후 2년 내 우주 패권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결국 달에 먼저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는 국가가 최종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5년, 중국은 2030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 상태로만 보면 미국의 계획이 지연되거나 중국이 속도를 더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NASA “中에 쫓겨나지 않도록 먼저 달 기지 세워야”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은 1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중국이 달 표면의 비옥한 영토를 선점하고 미국을 (달에서) 내쫓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과학 연구라는 명분으로 달을 차지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며 거듭 우려했다. 넬슨 국장은 “중국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성과와 발전을 거뒀다. 그들이 달에 착륙할 시점도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두 나라가 우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향후 2년 안에 승자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우주비행사가 중국보다 먼저 달에 착륙할 수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는 “신의 뜻이 따르면 (가능하다)”이라고 답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200일간 체류했던 테리 버츠 전 ISS 사령관 역시 “달 탐사 경쟁은 누구의 체제가 더 잘 작동하는지를 가리는 ‘정치적 경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달 탐사에서 미국을 이긴다면 그들의 체제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란 뜻이다.○ 속도 내는 中 우주굴기 중국은 2007년 자국 최초의 달 탐사선 ‘창어 1호’ 발사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미국보다 앞서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다음 해에는 ‘창어 5호’를 보내 달 표면 샘플을 채취했다. 보란 듯 달에 ‘오성홍기’를 꽂은 사진까지 공개했다. 니나 아마뇨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최근 “중국이 이룬 발전은 굉장하고 빨랐다. 미국을 따라잡고 추월하는 일은 무조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해 21세기 첫 유인 달 탐사 사업 ‘아르테미스’를 공개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로 ‘아르테미스 1호’ 발사를 수차례 연기하는 등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폴리티코는 “달 탐사 계획의 (추가) 지연 및 사고는 중국에 뒤처지게 만들 수 있다”며 “이미 나사의 달 착륙 목표 시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보다 1년 늦춰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넬슨 국장은 1일 나사 유튜브 계정으로 공개한 동영상에서 “2022년은 나사 역사상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우주 탐사의 황금기이며 2023년에도 기대할 것이 많다”고 했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할 우주 비행사 선발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더라도 미국을 물리적으로 내쫓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1967년 발효된 유엔 외기권 우주조약(OST)은 ‘달 등 천체는 국가의 전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나라 중 어느 쪽이 먼저 도착하건 착륙 지점에 대한 탐사 우선권을 주장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1.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는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 80대를 190억 달러(약 24조2174억 원)에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라팔 수출 계약 사상 최고 금액이다. 현재 UAE 공군의 핵심 전력은 미국 F-16 전투기 68대다. #2.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진행하겠다고 이달 발표했다. 미국 최대 동맹국으로 꼽히는 일본 항공자위대 주력 전투기도 미국 F-15, F-35다. #3. 프랑스 일간 라트리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라팔 전투기 100∼200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미국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에서 F-15, E-3 조기경보기, 보잉707 공중급유기를 도입해 쓰고 있었다. 세계 무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격한 유럽 아시아 각국은 안보 위협을 체감하며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여기에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공공연하게 밝힌 중국과 대만 방어를 천명한 미국 사이의 군사적 갈등 고조는 위기감을 더했다.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은 대만을 해상 봉쇄하는 듯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고 최근까지도 중국 인민해방군(PLA) 전투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어서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동아시아 안보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을 우려하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된 평화헌법에 따른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때만 최소한으로 자위력 행사) 정책을 전면 수정하며 적(敵) 기지 공격 능력 확보에 나섰다. 국가 간 긴장과 갈등을 동력으로 삼는 세계 무기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무기 수출국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각축전 조짐이 보인다. 라팔 수출국 프랑스는 미국의 전통적인 ‘고객’을 야금야금 공략하고 있다. ‘육군 강국’ 한국도 탱크 장갑차 같은 지상 무기 수출을 늘리고 있다. 미국산 무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방위를 의존하던 유럽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자국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럽 아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한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때문에 호주에 잠수함을 수출할 기회를 잃은 프랑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같은 외교·안보 관계에서 빚어지는 알력이 무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日, 전투기 개발 파트너로 英-伊 선택최근 일본이 동맹국 미국이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외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동맹)를 주창한 나라이자 영국과 함께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이 미국산 전투기 수입이나 미국과의 공동 개발 대신 유럽과 손잡고 미래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9일 “전후(戰後)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이 대규모 무기 프로젝트를 다른 국가와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표면적으로 ‘미국과의 개발 일정이 맞지 않아서’라고 밝혔지만 외신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로맷은 “일본이 미국 5세대 전투기 F-35를 능가하는 새 전투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비용과 리스크(위험)를 낮추길 원한다”면서 “개발 과정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길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미국과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면 주도권을 쥐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영국 이탈리아와는 외교나 군사 분야에서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기술 확보나 향후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기술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개발 완료 후 일본이 아시아 판매를, 영국과 이탈리아가 유럽 판매를 담당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美 무기 의존하던 중동-유럽의 ‘배신’미국 무기에 국가안보를 의존하던 중동 국가들도 ‘무기 수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동은 미국 무기 수출의 43%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중동 맹주’를 자처하며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인 사우디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왕정 독재국가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미국 안보 우산 아래서 내부적으로 체제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 맹주 자리를 노리는 이란의 위협을 견제해 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 방위산업체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냉랭해지고 있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국가수반 총리는 2018년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그의 책임을 추궁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였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탓에 세계 원유값이 급등하며 국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진 바이든 대통령이 자존심을 굽혀 가며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거절할 정도였다. 이런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의 틈새를 프랑스가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프랑스 라트리뷴은 “유럽의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도 사우디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UAE가 프랑스와 라팔 수입 계약을 맺은 것도 미국과 유럽 및 중동 사이의 미묘한 갈등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UAE는 당초 미 F-35 도입을 추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수출 승인을 주저하면서 틀어졌다. 이 과정에서 UAE는 상당한 굴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당시 UAE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어 F-35를 수출할 경우 중국으로 첨단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점에 프랑스는 오커스를 결성한 미국이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을 공유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호주와 맺은 잠수함 수출 계약이 깨졌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감정이 상한’ 프랑스와 UAE가 손잡고 전투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놓고 외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오커스의 ‘배신’에 대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복수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UAE가 설령 F-35를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운용 및 부품 사용 등에서 미국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급한 최신 버전 F-35는 수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등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독일-프랑스, 전투기 공동 개발이 같은 일련의 사건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안보 싱크탱크 국제관계위원회(CFR)는 올 10월 “미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행위는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며 이는 외교·안보 도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미국산 무기를 수입한 국가들이 미국의 기대에 벗어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한다면 미국은 무기 수출을 보류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기 수출을 통해 일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서구 유럽은 경제 성장에 매진했고 수준 높은 복지까지 이룰 수 있었다. 유럽 최강국 독일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영국 폴란드 같은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데 독일은 왜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말 제공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고 해명할 정도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부실한 국방력이 드러나며 유럽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되찾았다는 해석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독일과 프랑스는 지지부진하던 미래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SCAF)를 추진하는 데 합의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시작된 SCAF는 약 80억 유로(약 10조8550억 원)가 소요되는 차세대 유럽산 전투기 개발 사업이다. 현존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 F-35와 F-22, 중국 J-20, 러시아 수호이(Su)-57에 필적하는 ‘유럽 독자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 작업 분담, 개발 전투기 사양과 능력 등을 놓고 이견이 생겨 그동안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황이었다. FT는 “유럽 최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도 ‘무기 수출국’ 약진한국도 국제 무기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나토 회원국 폴란드가 한국 K2 전차, K9 자주포를 대량 수입하고 폴란드 대통령이 직접 무기가 들어온 항구에 마중까지 나온 장면은 외신의 깊은 관심을 끌었다. F-16 전투기 48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F-35 스텔스도 도입할 예정인 폴란드는 한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비(非)나토 국가로부터 주요 무기를 수입한 사례는 폴란드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022 세계방산시장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 이어 세계 8위 방산수출국이다. 2017∼2021년 성장률만 따지면 세계 2위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2일 “올해 한국 무기 수출액은 170억 달러(약 21조6971억 원)로 이미 지난해 두 배를 넘었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중국을 누르고 세계 4위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이 무기 판매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군사력 3위 국가 중국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자체 스텔스 전투기 J-20, 항공모함 랴오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무기 시장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6∼2020년 중국의 무기 수출은 그전 5년 동안보다 7.8% 줄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0.4%포인트 줄었다. 수출 대부분도 알제리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를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남미 국가에 집중됐다. 수출하는 무기도 첨단 고가(高價) 무기가 아니라 저렴한 재래식 무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매체 유라시안타임스는 “중국 무기는 서양 무기 복제품인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미국 무기처럼 전쟁에서 효과를 입증한 실전 경험이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의 외교 싱크탱크 ‘외교협회(CFR)’가 미국에 적대적인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불만의 축(The Axis of the Aggrieved)’으로 규정했다. 2023년 주목해야 할 5대 외교 현안 중 하나로 이들 나라 간 연대 강화를 꼽았다. 이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을 둘러싼 군사 긴장 고조, 반정부 시위로 인한 이란의 혼란을 내년 5대 현안으로 제시했다. CFR는 20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만의 축’을 공고하게 만들었다”며 “이 권위주의 세력들은 미국의 우위와 서방의 영향력에 광범위하게 분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로켓과 포탄 등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동북아시아 내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CFR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 간의 새로운 분열 전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해 미국의 동맹국들이 수출 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6일 보고서에서 북한 문제를 세계 10대 위협으로 지정했다. 북한의 위협적 발언, 핵무력 법제화, 미사일 시험 등으로 인한 긴장이 내년에 더 악화될 것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추가 시험 및 7차 핵실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하늘, 바다, 우주 등 모든 공간에서 나타난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조사하기 위해 7월 설립된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 ‘모든 영역의 이상 현상 조사 사무소(AARO)’가 최근 1년간 UFO 의심 사례 수백 건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숀 커크패트릭 AARO 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미확인 이상 현상(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에 대한 철저하고 엄격한 분석을 위해 우리만의 분석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UAP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UFO는 물론이고 육지, 수중, 우주 등 확대된 공간 영역에서 포착되는 모든 미확인 이동 물체 현상을 통칭하는 용어다. AARO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UAP를 식별하고 조사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해 6월 미 국가정보국(DNI)은 2004년 이후 총 144건의 UFO 관련 사례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AARO까지 출범하면서 더 많은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정보·안보 담당 차관은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거나 우주선이 불시착했다는 등의 주장과 수집 자료를 연결지을 근거를 확보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무인기,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 무기를 UAP로 혼동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하늘, 바다, 우주 등 모든 공간에서 나타난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조사하기 위해 7월 설립된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 ‘모든 영역의 이상 현상 조사 사무소(AARO)’가 최근 1년간 UFO 의심 사례 수백 건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숀 커크패트릭 AARO 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미확인 이상 현상(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에 대한 철저하고 엄격한 분석을 위해 우리만의 분석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지난해 이후) 수백 건의 많은 관측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UAP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UFO는 물론이고 육지, 수중, 우주 등 확대된 공간 영역에서 포착되는 모든 미확인 이동 물체 현상을 통칭하는 용어다. AARO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UAP를 식별하고 조사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해 6월 미 국가정보국(DNI)은 2004년 이후 총 144건의 UFO 관련 사례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AARO까지 출범하면서 더 많은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정보·안보 담당 차관은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거나 우주선이 불시착했다는 등의 주장과 수집 자료를 연결지을 근거를 확보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무인기,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 무기를 UAP로 혼동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명문 대학인 하버드대에서 최초의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636년에 설립돼 올해로 개교 386주년을 맞는 하버드대는 그동안 총장이 모두 백인이었고, 비(非)백인 총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버드대는 이날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문리대 학장(52)을 제30대 총장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게이 내정자는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과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 및 연구 혁신에 박차를 가했으며 민족, 빈곤, 인류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게이 내정자는 로런스 배카우 현 총장의 뒤를 이어 내년 7월부터 하버드대를 이끈다. 게이 내정자는 1970년 아이티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 미국 뉴욕에서 성장하다 미군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잠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다. 그의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딸의 교육만큼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 결과 게이 내정자는 미 명문고인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1992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거쳐 199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학자가 아닌 엔지니어나 의사, 변호사 중 하나가 되길 원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탠퍼드대 보건정책학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어펜덜리스 박사와 결혼한 게이 내정자는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게이 내정자는 스탠퍼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2006년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사회과학대 학과장, 문리대 학장을 거쳤다. 특히 게이 내정자는 인종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흑인 등 소수인종 선출직 공직자의 선거 출마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미치는 영향, 정부의 빈곤층 주거 지원 정책의 성과 등을 주로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 내정자는 이날 총장 지명 연설에서 “(현실과 괴리된 학문에 몰두하는) 상아탑 개념은 과거의 개념으로 흘려보내야 한다”며 “우리는 사회 속의 일부로 존재해야 하며 하버드는 세상과 더 많이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이 미래의 무한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투입된 에너지양을 초과해 생산된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 사실을 미국 정부가 확인하면서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과학계는 “핵융합 발전의 돌파구,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년 안에 상용화된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밝혔다. 그랜홈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을 통해 5일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순 에너지를 생산했다.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이라고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소모해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투입된 에너지의 약 154%를 산출한 것이다. 다만 실제 전력 공급을 위한 효율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상용화 성공의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상용화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리버모어 연구팀이 사용한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기술은 192개의 초강력 레이저를 통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을 만들어 핵융합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1.1MJ의 순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레이저 기기에 소모된 에너지만 322MJ에 이른다. 상용화가 가능해지려면 이번 연구에서 기록한 154%의 출력을 최소 300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이 미래의 무한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투입된 에너지양을 초과해 생산된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핵융합 발전 연구의 중대한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실제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해결해야 할 공학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은 13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을 통해 5일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순 에너지를 생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탄소배출 없이 우리 사회에 전력을 공급해줄 핵융합 발전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소모한 결과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투입된 에너지의 약 154%를 산출한 것이다. 앞서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구팀 관계자를 인용해 2.1MJ을 투입해 2.5MJ을 생산했다고 전했지만 실험 데이터 재검토 결과 더 많은 순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계는 이번 실험에 대해 “핵융합 발전의 돌파구”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핵융합 발전소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특히 효율성을 얼마큼 높일 수 있을지가 핵심 요소로 꼽힌다.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팀이 사용한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기술은 192개의 초강력 레이저를 통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을 만들어 핵융합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1.1MJ의 순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레이저 기기에 소모된 에너지만 322MJ에 이른다. 현재 이 레이저는 하루에 몇 차례만 빔을 쏠 수 있는데, 발전소 연속 가동이 가능하려면 레이저빔 발사율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이번 연구에서 기록한 154%의 출력을 최소 300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이 기술의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에 세계 핵융합 연구단체들이 개발해온 자기장을 이용한 ‘토카막(tokamak)’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NIF는 애초 에너지 발전소 개발이 아니라 핵융합 기반의 폭탄 연구를 목적으로 35억 달러(약4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고 세워진 연구시설이다.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장비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데이브 해머 미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획기적이지만 NIF는 애초 비효율적으로 설계됐다”고 했다. 미 해군연구소(NRL) 레이저 핵융합 담당자였던 스티븐 보드너는 “NIF의 무기 연구 기능을 대폭 줄이고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 몰두할 것인지는 앞으로 미 정부에 달렸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