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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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인사일반22%
연극18%
문화 일반18%
문학/출판15%
사회일반9%
음악6%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3%
  • 음원차트 10곡 중 절반이 ‘데이식스’…인기 비결은?

    5곡. 9월 마지막주 멜론 주간차트 10위 안에 포함된 밴드 데이식스(DAY6)의 노래 곡수다. 올 3월 발매된 미니앨범 8집 ‘포에버(Fourever)’에 수록된 ‘해피(HAPPY)’와 ‘웰컴 투 더쇼(Welcome to the Show)’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발매한 미니앨범 9집 ‘밴드에이드(Band Aid)’의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데이식스의 예전 곡들에 밀려 4위를 차지했다. 2019년 발표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5위, 2017년 발표한 ‘예뻤어’는 10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보이밴드 데이식스가 2015년에 데뷔한 지 9년 만에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음원 차트에 발매된 지 오래된 노래들을 줄 세우는가 하면, 지난달 20~22일 사흘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콘서트를 열고 모두 4만여 장에 달하는 콘서트 티켓을 매진시켰다. 이전부터 밴드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데이식스 노래가 유명하긴 했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인기 비결은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노래에 있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사용하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노래한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며 청춘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 선수가 결승전에서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상의 절망에 얼어버릴 때 너로 인해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는 내용의 ‘녹아내려요’, “내일은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HAPPY도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데이식스 노래에는 공격적 메시지나 복잡한 테마가 없고, 지친 세대에 대한 ‘응원가’ 같은 느낌을 준다”며 “멤버들이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데다 호불호가 없는 노래를 하면서 더욱 사랑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밴드 음악이 주목받는 가요계 트렌드와도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어 가사와 전자음 위주의 아이돌 음악에 지친 사람들이 밴드 음악으로 발길을 틀었다는 것. 한 가요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FT아일랜드와 씨앤블루 이후 밴드 아이돌의 명맥이 끊겼었는데, 데이식스가 이 틈새를 잘 파고 들어갔다”며 “밴드로서 갖는 실력파 이미지에 아이돌의 비주얼까지 갖춘 보기 드문 사례”라고 했다. 데이식스는 기세를 이어 올 연말 K팝 밴드 최초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메탈리카, 마룬5, 퀸 등 해외 유명 밴드가 고척돔에서 공연을 연 적은 있지만, 국내 밴드가 단독으로 공연한 사례는 없다. JYP 관계자는 “2015년부터 멤버들이 직접 작업해 온 곡이 풍부하게 쌓인 데다 노래에서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데이식스를 더욱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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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그램, 불법정보 삭제 요청시 즉시 이행”

    텔레그램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한 불법 게시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하면 이를 즉시 이행하기로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27일 오후 첫 대면 실무협의에서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한국의 상황을 깊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했다. 또한 텔레그램은 디지털 성범죄, 음란, 성매매, 마약, 도박 등 각종 불법 정보에 대해 삭제 요청 시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방심위는 밝혔다. 텔레그램은 전담 직원을 통해 상시 연락이 가능한 핫라인을 추가로 구축하고, 실무자 간 정기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약속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9월 3일 텔레그램과 핫라인 개설 후 25일까지 방심위가 148건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으며, 텔레그램은 이를 모두 이행했다. 이 중 삭제 처리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사례는 약 36시간이 소요됐다. 이동수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국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범죄에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정도는 (경찰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올 9월 25일 기준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 812건을 접수했고, 387명의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 측과도 수사 협조와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과 면담이 있었으며, 소통을 시작한 단계”라고 전했다. 그간 텔레그램은 경찰 수사 협조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온 바 있다. 하지만 8월 25일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에서 체포되면서 텔레그램 측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 본부장은 “딥페이크 운영자 수사를 위해 프랑스 수사 당국과 국제 공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수사를 위한 위장 수사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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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박물관에 있던 국보-보물… 우리 동네로 ‘나들이’ 왔어요”

    머리채가 긴 사람이 두 손으로 따비를 잡고 힘차게 밭을 갈고 있다. 그 왼쪽에는 수확한 곡물을 토기에 담는 이가 보인다. 6일 충북 증평군 증평민속체험박물관에서 개막한 ‘시대를 담다, 농경문 청동기’ 전시에서 선보인 보물 ‘농경문 청동기’의 독특한 무늬다. 기원전 3, 4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의례용 도구로 여겨진다. 구리에 주석을 섞은 청동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주조 기술이 필요하기에 청동 의기는 당대 지배계급이 전유한 물건이었다. 박유진 증평민속체험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초기 철기시대의 풍부하고 생생한 한반도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에선 농경문 청동기 외에 국보 ‘청동방울’과 ‘방패형 동기’도 소개됐다.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국박)과 지역 공립 박물관·미술관이 협업한 ‘국보 순회전’의 일환이다. 서울 국박에 편중된 국보, 보물을 지역으로 순환 전시해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공립 박물관을 살리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국보, 보물 22점, 29점을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6곳에 3∼7점씩 나눠서 보낸다. 해당 유물들은 신라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청자, 백자, 농경문 청동기 등 교과서에 나오는 중요 문화유산이다. 올 6∼9월 충남 보령군, 전남 강진군 등에 이어 9∼12월 증평군, 강원 양구군 등 6곳에서 진행된다.국보, 보물의 관람객 유인 효과는 큰 편이다. 실제로 농경문 청동기가 전시된 6∼19일 증평민속체험박물관 방문객 수는 23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2명)에 비해 147% 늘었다. 앞서 6월 5일∼7월 21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 금방울을 선보인 경남 합천박물관도 방문객 수가 이전보다 162% 증가했다.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국보, 보물을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동네에서 볼 수 있다는 데 만족감을 표했다. 인근 형석고에 재학 중인 장민선 군(16)은 “교과서에 나오는 귀중한 유물들을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윤선식 형석고 역사 교사(34)도 “보통 국보나 보물은 서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만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학생들이 손쉽게 생생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박유진 학예연구사는 “추석 기간 중 가족 방문이 이어졌고, 인근 학교들의 단체 관람 스케줄도 꽉 찬 상태”라고 전했다. 주요 국보, 보물이 서울 국박에 소장돼 있는 것은 전시 환경 등을 감안한 조치다. 지방 공립 박물관은 국박에 비해 항온 항습 기능 등이 갖춰진 수장고나 전시 공간이 부족한 데다 유물 보험 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황은순 국박 학예연구관은 “전시 환경에 덜 민감한 금속과 토기 등을 이번 순회전에 우선 선정하고, 보안이나 운반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순회전에선 지역에서 새로 발견된 유물을 연계한 전시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북 장수역사전시관은 13일 개막한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시에서 신라 금관총 출토 금관 등과 더불어 올여름 춘송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신라 토기 22점과 고대 악기 ‘훈’을 선보이고 있다. 이진성 장수역사전시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장수군에서는 주로 가야 고분이 확인됐지만 최근 신라 고분도 새로 발견됐다”며 “장수군이 갖는 신라의 역사성을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증평=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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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번영 위해 펑펑 쓴 물, 역대급 고지서 온다

    “움마의 남자가 닝기르수의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소서. 제방이나 도랑을 훼손하지 못하게 하소서.” 고대 수메르의 도시국가 라가시에서 기원전 245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독수리 비석’ 문구의 일부다. 라가시는 다른 도시국가 움마와 100년 넘게 물의 통제권을 놓고 싸웠다. 관개 운하 등 물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초기 국가에서는 수자원을 통제하는 능력이 권력 확보에 핵심 요소로 인식됐다. 2018년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칼 세이건상을 받은 물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에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의 역사를 세 시기로 나눈다. 첫 번째 시대는 수렵채집 생활의 시작부터 강을 기반으로 4대 문명이 꽃핀 시기까지다. 당시 유목에서 정착으로 인류의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댐, 수로는 물론이고 물과 관련된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대는 산업혁명 후 기술 발달을 토대로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물 활용이 가능해진 시기다. 이때 인류는 빙하에서 사막까지 수천 km에 이르는 수로를 건설하고, 농경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식량 재배가 가능하도록 대규모 관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저자는 “현대 문명은 두 번째 물의 시대의 발전 위에 세워져 경제·사회·문화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번째 시대의 발전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수자원 통제는 효율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왔지만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초래했다.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1700년대 이후 지구 해안과 내륙 습지의 87%가 파괴됐는데, 이 중 30%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된 1970년대 이후 훼손됐다. 생태계도 망가지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어획이 쉬운 대형 어종 200여 종 가운데 85종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했다. 민간기업의 ‘수도 민영화’도 두 번째 물의 시대에 닥친 또 다른 위험 요소다. 세계은행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 65개국의 상하수도 부문에서 1100건 이상의 민영화가 이뤄졌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민간기업은 자연 수생태계를 보호할 유인책이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1989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가 잉글랜드와 웨일스 상하수도 시스템을 10개 지역 기업에 넘겨 민영화했지만, 물 가격은 대폭 올랐고 환경 오염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의 세 번째 시대를 통해 물과 인류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앞으로 물 사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지하수는 세계 식량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지하수는 화석 연료처럼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화석 연료는 풍력, 태양 등 대체 에너지가 있지만, 수자원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대안으로 △물 이용에 대한 보편적 권리 인식 △훼손된 생태계 복원 △폐수 등을 활용한 수자원 가용성 확대 등을 제시한다‘디스토피아냐, 지속 가능한 세계냐.’ 인류의 행동에 따라 다가올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한가위 열대야’를 처음 겪은 한국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진행 중인 기후위기의 실존적 위협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각종 도표로 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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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 자연 빌려 曲 만들고 노래해요”

    “자연은 ‘초월적인 존재’잖아요. 인간관계처럼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자연을 빌려와서 곡을 써요.”4일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최유리(26)는 대표 곡 ‘숲’을 작곡·작사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숲’은 BTS 뷔와 세븐틴 도겸 등 스타 가수들이 추천하면서 힐링 곡으로 입소문을 탔다. 음악차트 역주행에 이어 지난해 방송에서 이 곡을 부른 그의 영상 조회수가 450만 회를 넘겼다.2022년 8월 발표한 싱글앨범 ‘유영’에 수록된 ‘숲’은 사실 대학생 시절 주변 사람들로부터 느꼈던 ‘자격지심’을 풀어낸 노래라고 했다. 스스로를 남들보다 키 작은 나무라고 생각해 위축되면서도, 얼른 한 뼘 큰 나무가 돼 남들과 숲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같은 싱글에 실린 ‘바다’는 땀과 작은 눈물이 고여 모든 사람이 헤엄칠 수 있는 바다가 되고픈 마음을 노래했다. 숲과 바다라는 자연물을 노래의 소재로 쓰는 것에 대해 그는 “인간관계를 직접 얘기하면 아프니까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원 평창군 출신의 최유리는 동아방송예술대 재학(작곡과) 중이던 2018년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푸념’으로 대상을 받았다. 2020년 정식으로 데뷔하면서 낸 미니앨범 ‘동그라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니앨범 7장을 발표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갯마을 차차차’ 등 유명 드라마 OST를 불러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최유리의 노래는 감성적인 가사와 어우러지는 따뜻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특히 남녀 간 사랑 외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가사에 활용해 ‘읽는 재미’가 있는 가수라는 평을 듣는다. 최유리의 첫인상은 그가 만든 감성 넘치는 노래들처럼 ‘촉촉한 느낌’은 아니었다. 살짝 뻗친 단발머리에 진한 청재킷을 입은 그는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 편은 아니다”라며 “제멋대로 상상하면서 볼 수 있는 웹툰을 선호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웹툰은 판타지 학원물 ‘일렉시드’, 성격유형지표(MBTI)는 ‘용의주도한 전략가’ 형인 INTJ. 살짝 삶에 지친 듯한 건조한 표정은 예술가라기보다 평범한 20대 직장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음악은 내게 가장 큰 취미”라고 말했다. “마음이 좀 헛헛해서 다른 취미를 조금 찾아보려고 하다가도 결국 돌아오는 건 ‘이 직업’이더라고요. 레고 맞추기 같은 색다른 취미를 갖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음악 작업할 때가 가장 편해요.” 그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 김범수의 정규 9집 타이틀 곡 ‘여행’을 작사·작곡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고음 위주의 기존 김범수 노래와는 조금 다른 담담한 감성의 곡이다. 김범수는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최유리의 노래를 들으면 잔에 물이 조금씩 채워지는 감사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유리는 “곡을 쓸 때 그 사람이 해줬으면 하는 얘기, 그 사람이 했을 때 정말 슬프거나 에너지가 실릴 것 같은 얘기를 쓰려고 한다”며 “대선배님과 작업하면서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유리는 10년 뒤 음악프로 심사위원이 되는 게 버킷리스트란다. 그는 설레는 목소리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는 것 보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11월 9,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22석)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5년 차 솔로 가수로서는 작지 않은 ‘성취’로도 보였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스스로가 재미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다만 성실하게, 지금의 끈기를 잃고 싶지 않아요. 더뎌도 묵묵히 하는 단단한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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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버지니아 울프의 편지… 100년 뒤에 읽어보니

    “여성은 경험의 자유를 가져야만 합니다. 남성들만큼 자유롭게, 조롱과 겸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각하고 발명해야 합니다.” 20세기 초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1920년 10월 16일 시사·문예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자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앞서 뉴 스테이츠먼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창조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내용의 책을 옹호하는 서평이 실렸기 때문이다. 문제의 서평은 ‘기원전 600년부터 18세기까지 천재적인 여성 작가가 없었다’는 근거를 들며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했다. 울프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출신의 여류 시인 사포를 예로 들어 이를 반박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위대하다고 평가한 시인 중 한 명인 사포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덕에 시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었다. 울프는 “다른 여성들도 실력 발휘가 강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면 글쓰기와 음악, 회화에서 제대로 재능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엄격한 가부장제에 속박돼 예술인으로서의 자아를 갖기 어려웠던 당시 여성들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신간은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울프가 남긴 편지 4000여 통 가운데 그녀의 삶을 잘 보여줄 수 있는 96통을 골라 엮은 것이다. 울프가 동성 연인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 일부는 국내에 번역된 적이 있지만 그녀의 언니 버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를 비롯한 주변 예술인들과 교류한 편지가 번역된 건 처음이다. 책은 ‘자유(1882∼1922년)’, ‘상상력(1923∼1931년)’, ‘평화(1932∼1941년)’ 등 울프가 삶의 시기에 따라 갈망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생전에 “편지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했던 울프에게 편지는 사랑과 우정의 표현 수단이자 아이디어가 오가는 주요 통로였다. 그는 여성으로서 결혼을 고민하고, 작가로서 독자들의 반응을 두려워하며 꿋꿋이 창작을 해나간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파시즘에 저항한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이고, 연인에게는 성 정체성을 고백하기도 한다. 이런 다채로운 면모는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던 울프의 철학과 맞닿는다. 대중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그의 다층성도 흥미롭다. 그녀는 여성으로서는 사회적 약자였지만 사회적 계급에선 중상류층이었다. “왜 나는 신사 계급보다 노동자를 훨씬 더 꺼릴까”라고 자문하는 모습에선 자신의 계급의식을 성찰하는 솔직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 울프가 1929년 발표한 수필집 ‘자기만의 방’에 쓴 내용이다. 신간에선 여성의 글쓰기가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만의 신념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간 울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정제된 문학작품과는 다른, 톡톡 튀고 사랑스러운 문체는 편지글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한 세기 전 작가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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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영청 둥근 달’ 문화 나들이… 궁도 종묘도 휴일 내내 ‘활짝’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문화의 향연을 만끽하면 어떨까. 추석을 맞아 볼만한 주요 공연과 문화 행사, 박물관 전시 등을 소개한다.● 거리극, 전통예술, 뮤지컬 등 다채로운 공연거리 공연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거리예술축제 2024’를 눈여겨볼 만하다. 16∼18일 오전 11시∼오후 9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청계천, 무교로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국내외 예술가 300여 명이 거리극, 무용, 전통연희 등 24개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다. 하이라이트는 추석 당일 열리는 ‘쾌지나 창창 나네’. 현대무용가 안은미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한 공연으로 경기민요명창 이춘희와 씽씽 밴드 출신의 신승태, 추다혜 등이 출연한다. 공연료는 무료.전통예술의 깊은 맛에 빠지고 싶다면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의 ‘휘영청 둥근 달’ 공연에 가보자.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등이 무대에 올라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마당을 선보인다. ‘풍년을 기뻐한다’는 뜻을 담은 궁중음악 ‘경풍년’과 강강술래 등이 펼쳐진다. 무료로 예약 취소분에 한해 현장에서 선착순 입장이 가능하다.서울 남산의 청량함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국립극장 나들이도 고려할 만하다. 14, 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선 장선희발레단의 ‘러브스토리 인 발레’가 열린 다.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사랑에 관한 발레 명작을 7개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조연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등 스타 무용수들이 출동한다. 4만∼12만 원.다양한 연령층의 가족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뮤지컬도 있다. 2014년 국내 초연 후 누적 관객 50만 명을 달성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킹키부츠’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폐업 위기에 놓인 아버지의 수제화 공장을 다시 일으키고자 주인공 찰리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8만∼17만 원.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창작뮤지컬 ‘비밀의 화원’이 펼쳐진다.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보육원 퇴소를 앞둔 네 명의 아이가 “이 세상 모든 것엔 마법이 있다”고 믿으며 꿈과 희망을 품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 석 7만 원.● 조선시대 ‘궁궐 잔치’ 체험 행사도 조선 왕실 문화의 꽃인 궁궐과 왕릉을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가유산청은 14∼18일 닷새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 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이 기간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그 대신 4대궁 등은 무료 개방 기간 다음 날인 19일 문을 닫는다. 경복궁에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번 궁궐 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근무 교대 의식을 볼 수 있다.조선시대 궁궐 잔치를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됐다. 12∼18일 창경궁 문정전에선 관객 참여형 행사 ‘창경궁 야연’이 열린다.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부왕에 대한 공경과 효심을 담아 주관한 야연에서 착안해 2021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가족 중 한 명(부모님)이 국왕으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 돼 고위 관료나 정경부인의 복식을 착용한다. 이때 다른 가족들도 함께 궁중병과를 즐기며 전통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5만 원.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창덕궁에선 은은한 달빛 아래 경내를 거닐며 해금, 거문고 연주 등을 즐길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진행된다. 3만 원.국립민속박물관은 추석 당일을 제외한 15, 16, 18일 사흘간 추석맞이 ‘한가위를 힙하게’ 행사를 연다. 이 중 16, 18일 박물관 본관 앞마당에서 ‘한가위배 씨름대회’가 열린다. 씨름 기술을 배우고, 겨루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물놀이와 비보이가 만나 펼치는 퓨전 공연과 강강술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기획전 ‘요즘 커피’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한 이화무늬 커피잔 등을 선보인다. 무료.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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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도 오를때마다 ‘기후 난민’ 10억명 생겨… 新유목 이미 시작”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실향민이 10억 명 발생합니다. 신(新)유목 시대는 이미 도래했습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9)은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 출간을 맞아 9일 한국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14년간 2100만 명이 기상 이변으로 이주를 택했다. 현재도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에서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대도시가 쇠퇴하고, ‘임시(팝업) 도시’가 출현하는 등 인류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3일 8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그의 신간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 6000년간 물을 통제하고 지배한 인류의 ‘수력 문명’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담고 있다. 리프킨은 책에서 인류가 농경사회 이래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화를 추구하면서 댐, 저수지, 제방 등을 만들며 물을 길들여 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가뭄으로 담수가 고갈되면서 수자원 인프라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 그는 “석탄, 석유 등을 활용한 산업 활동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배출됐다. 인류는 진보를 이뤘지만 이제 엄청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고 했다.기후 재앙은 도시 중심의 정주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재앙이 극심한 아열대와 중위도 지역에서 북쪽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 그는 “2050년이면 인류의 절반이 넘는 47억 명이 ‘생태적 위협이 높거나 극심한 국가’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의 몇몇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독일 정부가 이미 제창한 ‘기후 여권’과 언제라도 해체 조립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건물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이동하면서 해체 또는 재조립할 수 있는 집을 사람들이 갖고 다닐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콘크리트 대신 친환경 점토나 목재로 집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대에 군대의 역할도 기존의 국가 안보에서 ‘자연재해의 대응자’에 방점을 두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리프킨은 “이미 미국의 군인 수십만 명이 생태지역 복원에 투입되고 있다”며 “모든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앞으로 군대가 자원 확보에서 생태지역의 복구와 구호로 역할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 해법으로 그는 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수생태주의’를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성공보다 삶의 질을, 지정학보다 생태지역에 기반한 정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지속 가능성이 높으면서 한계비용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체 전기의 68%를 원자력 발전에서 생산하는 프랑스는 기온 상승으로 냉각수를 쓸 수 없어 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플래닛 아쿠아’란 새 이름을 붙이는 ‘리브랜딩’도 제안했다. 인간이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는 것. 그는 “한국이 지구의 두 번째 이름, 플래닛 아쿠아란 명칭을 공식화하고 다양한 법률에 이 이름을 포함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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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피보디에식스 박물관… ‘유길준 갤러리’ 확장 재개관

    1799년 설립돼 미국 박물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의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에는 한국실이 있다. 2003년 문을 연 ‘유길준 갤러리’가 그것. 고종의 명을 받아 19세기 말 미국을 방문했던 유길준(1856∼1914)의 도움으로 박물관이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 유물을 수집한 것을 기리는 공간이다.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이 내년 5월 15일 유길준 갤러리를 확장해 재개관한다. 전시 면적을 260m²로 늘리고 조선시대 나전칠기, 도자기, 불화 ‘감로도(甘露圖)’ 등 80여 점을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현대 미술과의 접목도 시도한다. 재개관전에선 사진 몇 영상 설치를 하는 정연두 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양숙현 작가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방한해 3일 기자들과 만난 린다 하티건 피보디에식스 박물관장은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꿨던 유길준의 삶을 통해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현대 컬렉션을 늘려 가는 중이고 (한국관) 재개관전에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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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난입한 세계적 소프라노… 세종문화회관 “사과 요청”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사진)가 내한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른 상대 배우와 지휘자에게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을 지연시키는 이례적인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부 관객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9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날 공연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주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상대역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노래하는 동안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형이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계속되는 갈채 속에서 같은 곡을 다시 한번 부르자, 이 아리아 뒤에 등장해야 할 게오르기우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며 항의하기 시작한 것.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자 또렷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로 지휘자 지중배에게 “이건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해 달라”고 항의했다. 문제는 오페라가 막을 내린 뒤의 커튼콜로도 이어졌다. 게오르기우는 자신이 등장할 순서가 되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무대 가장자리 부분에 잠깐 나타난 뒤 손을 저으며 돌아 나가버렸다. 공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감상을 망쳤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아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 게오르기우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요청받아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부르자 무대에 나오지 않고 분장실로 돌아갔다. 세종문화회관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게오르기우 측에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기우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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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함의 끝판왕… ‘백제의 용’ 한자리에

    옛사람들은 상상의 동물 ‘용’에게 자연을 다스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나쁜 것을 없애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들여진 용은 왕 같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다.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 무늬로 장식된 칼이 놓인 이유다. 용을 중심으로 한 백제 문화의 다양성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0일부터 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을 선보인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용 관련 유물 148건, 174점을 전시하는데 이 중 국보 6점과 보물 7점이 포함됐다.전시장에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무늬 고리자루 큰칼’(사진)을 볼 수 있다. 무령왕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된 칼의 둥근 고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다. 칼자루 양끝에는 금판 위에 봉황무늬 등을 새긴 은판을 덧씌웠고, 그 사이에는 금실과 은실을 교대로 감아 화려함을 더했다. 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 은팔찌’ 한 쌍에는 발톱이 셋 달린 용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팔찌에는 ‘경자년 2월 다리라는 사람이 대부인용으로 은 230주를 들여 만들었다’는 문구가 한자로 적혀 있다. 제작 시기와 만든 이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삼국시대 유일의 팔찌다. 이 외에도 ‘청동자루솥’, ‘금동신발’ 등 용의 형상이 새겨진 백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책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용을 새롭게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시품을 3차원(3D) 고화질 데이터로 재현한 영상에선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용 무늬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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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디바’ 게오르규, 무대 난입·커튼콜 거부 해프닝…관객들 항의

    “이건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잖아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주역인 토스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상대역인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노래하는 동안 무대에 나와 항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공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감상을 망쳤다”는 불만이 잇따랐으며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김재형이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갈채가 계속되자 같은 곡을 다시 한 번 부르면서 일어났다. 이 아리아 뒤에 등장해야 할 게오르규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자 게오르규는 또렷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로 지휘자 지중배에게 ‘나를 존중해 달라’고 항의했다. 문제는 오페라가 막을 내린 뒤의 커튼콜로 이어졌다. 게오르규는 자신이 등장할 순서가 되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무대 가장자리 부분에 잠깐 나타난 뒤 손을 저으며 돌아 나가버렸다.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아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 2010년 2010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는 토스카 역의 다니엘라 데시가 2막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3막 ‘별은 빛나건만’에서 나란히 앙코르를 받아 같은 노래를 각각 두 번씩 불렀다. 게오르규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요청받아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부르자 게오르규는 무대에 나오지 않고 분장실로 돌아갔다. 세종문화회관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게오르규 측에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규의 입장은 9일 오후 현재 전해지지 않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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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 무늬까지 감상할 수 있을 것”…국립공주박물관 ‘백제의 용’ 전시

    옛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 ‘용’에 자연을 다스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나쁜 것을 없애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 들여진 용은 왕 같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다. 1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 무늬로 장식된 칼이 놓인 이유다.용을 중심으로 한 백제 문화의 다양성을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공주박물관은 10일부터 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을 선보인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용 관련 유물 148건, 174점을 전시하는데 이 중 국보 6점과 보물 7점이 포함됐다.전시장에선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무늬 고리자루 큰칼’을 볼 수 있다. 무령왕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된 칼의 둥근 고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다. 칼자루 양끝에는 금판 위에 봉황무늬 등을 새긴 은판을 덧씌웠고, 그 사이에는 금실과 은실을 교대로 감아 화려함을 더했다.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 은팔찌’ 한 쌍에는 발톱이 셋 달린 용이 생동감 있게 묘사돼 있다. 팔찌에는 ‘경자년 2월 다리라는 사람이 대부인용으로 은 230주를 들여 만들었다’는 문구가 한자로 적혀 있다. 제작 시기와 만든 이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삼국시대 유일의 팔찌다. 이외에도 ‘청동자루솥’, ‘금동신발’ 등 용의 형상이 새겨진 백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책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백제의 용을 새롭게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시품을 3D 고화질 데이터로 재현한 영상에선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용 무늬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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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알학교 세워 28년간 장애학생 교육… “아이들 새 삶 찾는 모습에 감사”

    《영광의 수상자들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9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8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6∼8월 3개월간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오늘날 밀알학교가 있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대표해 이 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82·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소감을 밝히고 한동안 교정을 바라봤다. 밀알학교는 밀알복지재단이 1996년 설립한 발달 장애 아동 특수학교다. 1975년 남서울교회를 세워 담임목사로 활동 중이던 그가 밀알학교 설립을 결심한 것에는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터울 막내 여동생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동생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결국 홍 이사장 권유로 미국 유학을 떠났고 현지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홍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견고한 사회적 편견과 장벽에 맞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장애인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다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밀알학교 설립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 반대로 개교가 무산될 뻔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학교를 설립했지만 홍 이사장은 이후 지역 주민과 학교의 ‘공존’을 위해 노력했다. 199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은 학교 건물 내 카페, 음악홀, 미술관 등의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또 남서울은혜교회는 별도 건물을 짓지 않고 밀알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진행했다. 밀알학교를 달가워하지 않던 주민들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다. 2009년에는 밀알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드림대학도 설립했다. 2011년부터는 세계적 비영리 단체인 ‘굿윌’과 손잡고 굿윌스토어를 운영하며 발달 장애 학생들의 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많은 장애 학생들이 삶의 보람과 희망을 찾고 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예술단 소속 한 첼리스트는 다른 기업에서 채용 제의를 받고도 “살면서 여기서 처음 사람대접을 받았는데 다른 곳으로 왜 가겠냐”며 거절하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이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사회의 됨됨이는 가장 연약한 사람을 어떻게 돕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 곳곳에선 서로 미워하고 싸우기만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선(善)이 더 큰 선을 키우는 선순환의 고리를 종교와 교육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공적국내 복음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홍정길 이사장은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원로목사로 1996년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했다. 1997년 3월 유치원과 초등학교 총 13학급으로 출발한 밀알학교는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 직업 훈련 과정인 드림대학까지 총 31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은 총 196명이다.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기증품 판매점)는 33호점까지 확장됐다. 굿윌스토어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만 400여 명에 이른다. 해외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사업도 진행해 지난해만 10개국 1777명의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62년간 연기 한우물… “연극배우 첫 수상, 후배들에 길 열어줘 기뻐”언론·문화 박정자 배우“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주어지는 건 처음이기에 더욱 감사합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상 받을 기회가 열린 것 같아서요.”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연극배우 박정자 씨(82)를 만났다. 1962년 데뷔 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박 씨는 “과거 잘나가던 한때의 배우가 아니라 현역 배우로서 받은 상이라 뜻깊다. 이름값을 하기 위해 여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박 씨는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총 1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도 연극 ‘햄릿’, 뮤지컬 ‘영웅’ 등 세 편에서 조연 및 단역을 맡았다. 박 씨가 보여준 수첩은 연습과 공연 일정 메모로 빼곡했다. 그는 “배역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객석을 등진 채 앉아 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며 “어제 한 연습 오늘 또 하는 건 소용없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연극과의 첫 만남은 그가 여덟 살이던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이 나기 직전이다. 박 씨는 “극단 ‘신협’ 연구생이던 오라버니(박상호 영화감독)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간 부민관에서 연극 ‘원술랑’을 봤다. TV조차 없던 시절, 어린아이가 마주한 판타지는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게 연극은 운명과도 같았다.”박 씨는 1963년 동아방송(DBS) 성우극회 1기로 활동했고, 1966년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가 되며 연극 ‘따라지의 향연’ 등에 출연했다. ‘신의 아그네스’를 비롯해 숱한 대표작을 남겼고, 동아연극상을 3번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지금도 혼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도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립니다. 객석 앞에서 대사를 잊어버리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어떤 호흡과 발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지 지금도 끝없이 고민하곤 합니다.”박 씨는 2005년부터 12년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연극인 처우 개선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배우로서 연극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전달하고자 했으며, 그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하겠다고 했다.“일평생 가장 잘한 선택은 배우가 된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것이 꿈이에요. 염치없을 만큼 큰 욕심이지만요. 내 가슴속 불덩이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피겠습니다.”공적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금언을 자신의 연극 정신으로 삼아 160여 편의 연극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을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으며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다’라는 말로 삶의 지표와 가치를 표현하기도 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다. 당시 만들어진 후원조직 ‘꽃봉지회’와 함께 연극 대중화 운동과 연극인의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한문 고전 쉽게 풀어 대중화… “삶의 지평 넓히는 고전, 널리 알릴것”인문·사회 안대회 교수“무게감 있는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더 차분하게 연구를 지속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인촌상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63)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큰 영광이면서도 ‘내가 이런 상을 받을 만한 성과를 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겸손해하기도 했다.1994년 연세대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7년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 중인 안 교수는 한문 고전을 쉽게 풀어 번역해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전 중에는 지금 읽어도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고전을 딱딱하다고 여기는 대중들에게 읽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안 교수는 18, 19세기 조선 민중들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문헌을 수집해 연구해 왔다. 개성 한량 한재락이 1820년대 평양 기생 66명과 기방 주변 명사 5명을 만나 엮은 책인 ‘녹파잡기(綠波雜記)’ 원본을 2006년 발굴한 것이 대표적. 2011년에는 조선 정조 때 활약한 노비 시인의 한시집 ‘초부유고(樵夫遺稿)’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대부뿐 아니라 민중과 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복원해야 우리 문화사가 풍부해집니다. 한문학 하면 점잖은 양반들의 이야기만 다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2018년에는 조선 후기 학자 이중환(1691∼1756)이 쓴 인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정본을 번역해 발간했다. 제자들과 함께 6년 가까이 200여 종의 이본을 비교해 믿을 만한 텍스트를 선별한 결과다. 안 교수는 “후학들의 연구를 돕기 위해선 선배 연구자들이 많은 이본과 교감해 신뢰할 수 있는 연구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좋은 연구서가 있어야 이를 토대로 후학들이나 외국 학자들이 우리 고전을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흥미로운 대중 교양서도 다수 펴냈다. 조선시대 광대, 점쟁이 등 재주꾼들의 삶을 다룬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2010년), 여행가와 바둑기사 등 조선 전문가들의 열정을 그린 ‘벽광나치오’(2011년) 등이다.안 교수는 “정년 이후로도 관심사에 천착한 긴 호흡의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고전은 그냥 ‘구닥다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분명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삶을 바라보는 지평을 넓혀주는 고전의 훌륭함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공적한문학 연구 권위자로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통해 한문 고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8, 19세기 문집을 집중 연구해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초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미시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술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문 자료들을 번역해 소개해 왔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인문지리서인 ‘택리지’ 이본을 수집해 정본을 확정하고, 주석을 붙여 번역 출간했다. 이 밖에 꾸준한 자료 발굴과 해석을 통해 조선 후기 풍속사와 문화예술사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국내 AI 컴퓨터비전 연구 기틀… “실패는 재도전 기회, 꾸준히 노력을”과학·기술 권인소 교수“조용하게 연구만 해 온 저에게 이런 상을 주신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후배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66)는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실패를 ‘다시 도전’이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국내 대표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석학으로 꼽히는 권 교수의 전공은 뜻밖에도 기계공학이다. 서울대 기계설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권 교수는 1984년 미국 카네기멜런대로 박사학위를 따러 떠났다. 그는 당시 로봇 공학자로 이름을 떨치던 가나데 다케오 교수를 찾았다. 로봇 과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3개월 만에 개발하라는 과제를 받았고,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도전한 끝에 눈이 내리던 12월 마지막 날, 권 교수는 가나데 교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하지만 권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 에러로 인해 고가의 ‘보드’에 불이 붙는 사고가 생겼다. 당시 미국 내 5개밖에 없던 보드였다. 쫓겨날 위기였다. 권 교수는 “그때 가나데 교수가 차라리 다른 전공인 ‘컴퓨터비전’으로 바꾸면 연구실에 머물 수 있다며 기회를 주셨다”고 회상했다. 실수가 평생의 연구 분야로 이끌어준 것이다.AI 컴퓨터비전은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동영상 속 물체를 인식, 분류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권 교수는 2015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재난 구조 로봇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숨겨진 조력자다. 휴보의 눈과 머리를 맡았던 권 교수는 라이다 센서와 컬러 카메라 정보를 융합해 빛의 양과 관계없이 물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이후 권 교수는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 분야에 적용한 ‘CBAM(Convolutional Block Attention Module)’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어텐션 모델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도 적용된 모델이다. CBAM은 수많은 딥러닝 모델에 적용돼 성능은 유지되면서 모델의 복잡도는 평균 37% 정도 줄였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에 게재돼 현재까지 2만 회 이상 인용됐다.권 교수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후학들도 항상 성실하게 겸손한 마음으로 AI 연구를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공적권인소 교수는 1980년대 국내에서 불모지였던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 연구에 도전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연구자다. 1세대 컴퓨터비전 연구자로 2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해 국내 AI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 분야에 확장해 영상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CBAM’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 등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2017년에는 한국컴퓨터비전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바 있다.제38회 인촌상 심사위원 (가나다순)▽교육 △위원장 김경성 전 서울교대 총장 △위원 신종호 서울대 교수, 이용균 중앙고 교장, 장덕호 건국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위원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은주 서울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위원 구범진 서울대 교수, 김두얼 명지대 교수, 임준철 고려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노정혜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김창영 서울대 교수, 예종철 KAIST 교수, 천진우 연세대 교수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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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평생 주려던 사랑, 엄마는 상자에 남기고 떠났다

    ‘그웨니의 열두 번째 생일’이라 적힌 분홍 리본이 묶인 조개 무늬 상자. 안에는 엄마가 끼던 꽃 모양 자수정이 박힌 반지가 있다. 상자 안에는 엄마의 편지도 있다. “이건 엄마의 두 번째 탄생석 반지야. 네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 이 상자는 유방암을 앓던 엄마가 딸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상자 중 하나였다. 엄마는 자신이 세상을 뜨면 딸의 기념일을 축하해주지 못할 것을 안타까워하며 매년 돌아오는 딸의 생일뿐 아니라 졸업, 운전면허 취득, 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기점을 축하하는 상자를 미리 마련해뒀다. 딸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다. 상자에는 주로 진주 목걸이, 나뭇잎 모양의 핀, 자수정 브로치 등 자신이 쓰던 손때 묻은 보석들과 편지를 담았다. 책은 열두 살 때 엄마를 잃은 딸의 마음을 담아낸 에세이.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판지 상자에 담은 못다 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돼 호응을 얻은 뒤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저자는 엄마가 살아 있을 땐 그 상자를 두려워했다. 상자를 열면 엄마가 없는 미래가 현실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세상을 뜬 뒤 딸은 외로워졌다. 아빠는 곧 여러 여자를 만났고, 세 살 위 오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난다.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아버지의 자살까지 시련은 더욱 깊고 험난해진다. 딸인 저자가 기댈 것은 엄마의 흔적이 남은 상자뿐. 절망의 문턱에서 딸은 엄마가 남긴 사랑을 느끼며 꿋꿋하게 일어선다. 상실의 아픔을 넘어서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엄마의 편지에선 비록 곁에는 없지만 딸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런 편지를 선물 받은 딸이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편지나 선물 상자가 엄마를 대신할 수 없는 걸 알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 책 속 엄마를 떠올리니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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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익스피어의 글이 우리말 운율 타고 춤을 춰 30년 버텼죠”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막혔던 번역이 뚫릴 때 느껴지는 기쁨이 너무 커서 30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국내 셰익스피어 연구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75)의 눈에는 고된 작업을 끝낸 시원함과 아쉬움이 번갈아 스쳤다. 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그가 번역한 ‘셰익스피어 전집’(민음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는 “번역 과정에서 시행들이 우리말 운율을 타고 춤출 때 ‘고통 속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총 10권, 5824쪽에 달하는 셰익스피어 전집은 비극 10편, 희극 13편, 소네트 154편 등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수록했다. 최 명예교수가 1993년 ‘맥베스’로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을 시작한 지 31년 만이다. 민음사 전집으로는 2014년 5권 출간 후 10년 만에 나머지 5권이 추가됐다. 최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운문 형식으로 번역했다. ‘햄릿’의 75%, ‘맥베스’의 95% 등 셰익스피어 희곡 중 대부분의 대사가 산문이 아닌 운문 형식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 그러나 최 명예교수 이전 번역본들은 의미 전달에 방점을 둔 산문 번역이 주를 이뤄 원문에 담긴 ‘읽는 맛’을 살리기가 힘들었다. 최 명예교수는 “국내에 셰익스피어 번역이 들어온 게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인데, 일본어 구조상 운문 번역이 어려워 그 영향으로 우리도 산문 번역을 했다”며 “이번 완간으로 일본의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문을 우리말로 풀기 위해 셰익스피어 작품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약강 음절이 다섯 번 반복되면서 시행 끝의 운을 맞추지 않은 시) 형식에 우리나라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三四調)’를 적용해 자연스러운 번역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햄릿’의 명대사인 ‘To be, or not to be’는 보통 ‘사느냐, 죽느냐’로 번역돼 왔지만 한국어 뜻과 소리의 조화를 고려해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옮겼다. 16세기 영국 작가의 작품이 오늘날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읽히고 공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명예교수는 “셰익스피어는 르네상스 이후 인본주의를 고스란히 살린 인물”이라며 “인간 감정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재치 있는 신조어를 사용한 ‘말’,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과 심리상태를 다루는 흥미로운 ‘이야기’,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꼽았다. 완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작품의 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풀어 쓰는 산문과 달리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운문은 함축적이고, 영어의 조사나 목적격 등이 생략되는 경우도 많았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시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맥베스의 번역이 가장 까다로웠던 이유다. 최 명예교수는 “1993년 맥베스 번역에 성공한 것을 추진력 삼아 나머지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번역 작업을 마친 지난해는 셰익스피어 최초 전집인 ‘제1 이절판(The First Folio)’이 나온 지 400주년 되는 해였다. 그는 “제1 이절판의 편집자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라’고 권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셰익스피어를 읽은 후의 삶은 그전보다 정서적으로 풍성해져 있을 겁니다. 꼭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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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은 왜 한국에 유학가나’ K팝 다큐 속속 등장

    “아직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연습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멤버 전원이 영국인으로 이뤄진 5인조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의 제임스 샤프는 연습실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이렇게 말했다. 첫 연습생 평가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멤버들도 “춤을 보여줄 생각을 하니 조금 떨린다”, “조금 긴장되지만 열심히 준비했다”는 등의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17일부터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코리아: 더 케이팝 익스피어리언스(Made in Korea: The K-Pop Experience)’의 한 장면이다. 디어 앨리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북미 통합 법인이 영국 현지 엔터테인먼트사와 함께 선보인 케이팝 현지화 그룹이다. 3화까지 공개된 다큐에는 디어 앨리스 멤버들이 100일간 서울에 머물며 SM에서 케이팝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보컬과 퍼포먼스 트레이닝, 팀워크, 멤버 스타일 콘셉트 기획 등 아이돌 제작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6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는 황금 시간대인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15분 영국 현지에서 방송된다. 최근 케이팝 현지화 등 글로벌 진출을 심층 조명한 해외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유명 제작진이 참여한 다큐도 포함됐다. 기존에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의 공연 실황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는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제작된 해외 다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엔터 산업을 심층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큐 ‘메이드 인 코리아’에 등장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케이팝은 이제 화려한 의상과 완벽한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시각적 장르’”라며 “글로벌 현상으로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애플TV+는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웰컴 투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를 공개했다. 다양한 케이팝 가수들의 무대 뒤 노력을 다룬 이 다큐에는 DR뮤직 소속 4인조 다국적 걸그룹 블랙스완과 여성 솔로 아티스트 제시, 9인조 남자 아이돌 크래비티 등이 출연한다. 블랙스완의 외국인 멤버들이 한국어와 랩, 춤을 익히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과 고된 한국 생활에서 벌어진 멤버 간 갈등 등이 담겼다. 지난달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8부작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미국 게펀레코드의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의 탄생 과정을 조명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캣츠아이는 미국인 3명, 스위스인 1명, 필리핀인 1명, 한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다큐엔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과 작업한 유명 프로듀서와 트레이너들이 대거 등장한다. 케이팝 다큐엔 해외 유명 제작진이 참여했다. 디어 앨리스를 다룬 ‘메이드 인 코리아’는 보이 그룹 원디렉션을 탄생시킨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의 제작자 나이절 홀이 제작에 나섰다. ‘웰컴 투 케이팝’ 제작은 과거 에미상을 수상한 제이 피터슨과 토드 루빈이 맡았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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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은비 이어 트와이스도 ‘딥페이크’ 법적 대응

    연예계에서도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소속사들은 해당 영상물 등에 대한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속속 밝히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팬 커뮤니티에 “전문 법무법인과 함께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당사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현재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가수 권은비 역시 최근 합성 음란 사진을 유포한 이들에 대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앞서 7월 “아티스트의 초상을 합성해 허구의 음란성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한 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다수의 게시물을 취합해 1차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하며 관련 제보를 당부했다. 덱스의 소속사는 지난달 “덱스를 사칭해서 딥페이크,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해 만든 불법 도박 게임 광고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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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츠 보느라 지루할 틈 없어… 생각은 언제 하지?”

    “우리는 항상 컴퓨터나 화면 앞에 앉아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지루해할 시간조차 없고, 창의성마저 잃어버립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는 지난달 28일 이런 생각을 본보에 e메일로 전해왔다. 유튜브 쇼츠를 비롯한 자극적 영상에 중독돼버린 현대인들의 요즘 일상을 우려한 것. 그는 “책과 이야기의 힘은 독자들이 상상하고, 창조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독서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34년 차 작가인 그는 여전히 부지런하다. 매년 10월이 되면 새 작품을 내놓는다. 다음 달 프랑스에서 신작 ‘영혼의 왈츠’(가제)를 내놓는다. 막바지 작업 중인 영혼의 왈츠는 최면을 통해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내면의 여정(inner journey)’을 다룬 SF 소설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주인공은 지구를 덮쳐 오는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오가며 다섯 영혼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빛과 사랑만이 어둠을 막을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베르베르는 “주인공은 내적 여정을 할 수 있으면서도 지구를 구할 해결책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라며 “최근 몇 년간은 이 주제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고 했다. 그는 올해 6월 한국 시장에 번역돼 나온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에 대한 얘기도 했다. 책은 작가가 충무공 이순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지정학적 소설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활동하는 두 여성 스파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작품을 쓰면서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였으면서도 고유 영토와 언어를 보존한 한국의 역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특히 이순신은 한국인의 용기와 기술, 개인적 원한을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키메라의 시대’(가제)가 번역돼 한국 독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베르베르는 1991년 장편 소설 ‘개미’로 데뷔한 뒤 ‘뇌’ ‘신’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다. 7세부터 소설 습작에 나섰다는 그는 3500만 부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작가. 이런 원동력으로 그는 ‘작가의 규칙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쓰기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면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끊임없이 써야 진전이 있다. 규칙성은 작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도 매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글을 쓰는데, 하루에 딱 장편 원고 10장을 쓰는 게 그만의 ‘루틴’이다. 그렇다고 ‘오전 근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후 3∼6시에는 자료 조사를 하거나 소설 외 프로젝트를 하고, 오후 6∼7시에는 단편소설을 쓴다. 그는 “휴가, 생일, 또는 인생의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 이 루틴을 방해받기도 한다”면서도 “글을 쓰는 장소와 시간을 바꾸더라도 글을 쓴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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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베르 “책은 상상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보게 해줘”

    “책과 이야기의 힘은 독자들이 상상하고, 창조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가 책보다 훨씬 인기 있는 시대, 책의 힘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컴퓨터나 화면 앞에 앉아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1991년 장편 소설 ‘개미’로 데뷔한 뒤 ‘뇌’, ‘신’,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다. 7살부터 소설 습작에 나섰다는 작품 3500만 부가 전세계에서 판매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지적 사색에는 멈춤이 없어 보였다. 그가 지난달 28일 이메일을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베르베르는 올 6월 한국에서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을 출간한 데 이어 다음달 프랑스에선 새 작품 ‘영혼의 왈츠(가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 한국에 나올 신작은 ‘키메라의 시대(가제)’다. 이렇게 우리가 베르베르의 작품을 이렇게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꾸준히 쓰는 작가’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글쓰기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며 “글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끊임없이 글을 쓰고,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퀸의 대각선’은 SF도, 판타지 소설도 아닌 베르베르의 첫 지정학적 소설이다. 혼자 있기를 혐오하는 ‘오토포비아(Autophobia)’에 걸린 니콜과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을 혐오하는 ‘안트로포비아(Anthrophobia)’에 걸린 모니카 등 두 여성 스파이의 대결을 그린다. 어릴 적 체스 대회에서 조우한 두 주인공이 훗날 각각 소련 KGB, 미국 CIA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란 핵 위기와 911테러 등 세계사의 중대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양(서구)과 음(독재와 공산주의)라는 두 개의 상반된 블록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들이 서구에 맞서 단결하는 모습 등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이 소설을 쓸 때 충무공 이순신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을 접했다”며 “이순신이 거북선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을 통해 일본 침략을 막아낸 점은 숫자가 열세여도 전략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순신은 한국인의 용기와 기술, 개인적 원한을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프랑스에서 나오는 신작에 대한 정보도 소개했다. ‘영혼의 왈츠’는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내적 여정(inner journey)’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 그는 최근 몇 년 간 내적 여정을 탐구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베르베르는 “주인공은 유일하게 내적 여정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지구를 덮쳐오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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