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서지원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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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wish@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사회일반41%
사건·범죄13%
교육13%
검찰-법원판결10%
인사일반7%
사고7%
교통3%
정치일반3%
행정3%
  • 여야 총선앞 ‘님비’ 부채질… 필수 데이터센터도 “무조건 저지”

    4·10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기피시설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야 후보가 모두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필수시설을 지역구에 건립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득표를 위해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시설 건립을 두고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IT 필수시설도 “무조건 건립 반대”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곳곳에는 “데이터센터 무조건 막겠습니다”, “데이터센터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구(고양정)에 출마한 여야 후보 및 당원협의회가 설치한 것이다. 고양시가 지난해 3월 관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했지만 두 출마자 모두 이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IT 서비스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넓은 땅을 차지하지만 주민 편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24시간 냉방으로 인해 열섬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선 선호되지 않는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고양시장의 직권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도 같은 달 20일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두 후보는 건립 반대 이유로 ‘주민 생명권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처럼 낮은 수준의 전자파 노출이 암으로 진전된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두 후보는 모두 평소 IT 서비스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영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빅데이터 활용 확대와 인공지능(AI) 혁신 기업 유치 등을 내걸었다. 김용태 후보는 2020년 8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사회간접자본(SOC)은 민간에 맡기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 후보가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게 선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와 시행사 측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주민 반발로 설명회도 무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를 ‘님비 확산’보다는 주민 소통 강화와 갈등 해소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영환 후보 측은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용태 후보 측은 이달 2일 “무작정 (건립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택가가 아닌 곳에 짓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님비 공약이 부정적 인식 확대 재생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동부(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두고도 해당 지역구(강동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후보 측 관계자는 “식약처 담당자를 강동으로 불러 강력 질타하며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가 강동구청장을 지낸 2014년 강동구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업을 적극 벌인 것과 대조된다.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 측 관계자는 “건립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장 앞에 만드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며 “왕래가 적은 곳에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도 쓰레기 소각장 신설을 두고 부지 지정 철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산 강서에서는 교정시설 이전을 두고 여야 후보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심준섭 중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장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님비를 조장할 때 ‘기피 시설’이라는 앵커링 효과(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는 것)가 생길 수 있다”며 “사회적 공포를 표로 바꾸려는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님비 ‘우리 동네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기피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현상. 반대말로는 선호시설 유치 찬성, 즉 ‘우리 동네에 들여와달라(Please In My Front Yard)’는 뜻의 ‘핌피’가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고양=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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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 사태’ 권도형 23, 24일중 한국 송환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이 확정됐다. 권 씨는 이르면 23일 또는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 시간)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원심(고등법원)의 판단을 수용한 것이다. 항소법원은 “동일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여러 국가가 요청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사사법 공조에 관한 법률 26조 등을 고려해 권 씨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권 씨에게 선고된 4개월의 복역 기간이 23일 만료되는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에 권 씨의 신병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 씨가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먼저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 있는 권 씨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이를 공유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직원들을 파견해 권 씨를 송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도 동행한다.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미국 송환보다 형량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권 씨의 현지 변호사 고란 로디치 씨는 AP통신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선호한 권 씨와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피해모임 카페는 공지글을 통해 “‘검찰은 권 대표 등 사건 연루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서 사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처벌 경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금융 범죄가 속칭 ‘남는 장사’로 인식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수사하겠다”고 했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현지 공항에서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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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료값 뛰는데 무료급식 단가는 김밥 한줄 값… 곳곳 “이젠 한계”

    19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어르신 30여 명이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점심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이 받아 간 5구 식판 중 채워진 칸은 떡국과 배추김치 등 두 칸뿐. 전날 한 후원 업체가 소비기한이 임박한 떡을 기부해 겨우 한 끼를 넘길 수 있었다. 급식소 냉장고 안에는 지난해 사둔 강낭콩과 김치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다. 박경옥 토마스의 집 총무는 “장 보러 갈 때마다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물가가 무섭게 올라서 하루하루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강동구 무료급식소 ‘행복한세상복지센터’도 요즘 고기나 달걀 반찬은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 배식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센터 관계자는 “식용유와 김치 등 대체하기 어려운 식재료마저 값이 2배로 뛰었다”라며 “특히 올 1월 이후로 식판이 많이 휑해졌다”고 했다.● 물가 못 따라가는 무료급식 지원지난달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식료품 가격에 무료 급식소와 푸드뱅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나 민간 후원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이용자 수를 제한하거나 식단을 축소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광주에서 34년째 무료급식을 해온 ‘사랑의 식당’은 몰리는 이용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최근 들어 기초생활 수급 증명서를 확인하고 밥을 나눠주고 있다. 광주시가 관련 예산을 지난해 47억 원에서 올해 48억 원으로 늘렸지만, 하루 무료급식 인원은 4166명에서 4019명으로 줄었다. 김정숙 사랑의 식당 자원봉사팀장은 “고추 한 봉지가 1년 새 2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 밥을 못 드린다는 말씀에 급식소 앞에서 눈물을 터뜨린 할머니도 있었다”고 했다.19일 17개 시도에 따르면 올해 저소득층 어르신 무료급식 사업 ‘경로식당’의 전국 평균 지원단가는 4070.6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김밥 가격(3323원)보다 조금 높았다. 특히 서울과 광주, 경북(이상 4000원), 부산(3500원) 등 12개 시도는 경로식당 단가를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인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단가를 4000원으로 올렸으나 지난해부터 3500원으로 다시 낮췄다. 2년 새 식품 생활 물가가 12.4%, 신선식품 물가가 24.1% 각각 오른 걸 고려하면 체감 지원단가는 삭감된 셈이다.이는 2005년 경로식당 사업에 국비 지원이 끊겨 각 시도의 재정에 의존하게 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경로식당 지원 단가도 아동 급식처럼 물가와 연동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주성 송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부실 급식에 따른 영양 악화는 의료비 등 더 큰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에 맞게 급식 단가를 조정하는 법적 근거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푸드뱅크 이용자 늘었는데 식재료는 6% 줄어저소득층에게 식재료를 나눠주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선 지역에 따라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1인당 지원 품목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푸드뱅크 모집액은 2022년 대비 3.3% 늘었지만 모집한 식재료의 수량은 6.1% 줄었다. 물가가 급등한 탓에 같은 후원액으로 갖출 수 있는 식재료 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15일 오후 2시경 서울의 한 푸드마켓에는 1kg짜리 설탕이 진열돼 있고, 그 아래 ‘1인당 2봉지씩 가져갈 수 있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곳에선 1kg 설탕을 5봉지씩 가져갈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물가 여파에 설탕이나 고추장, 과일 등 물가에 민감한 품목들이 모두 ‘구매 제한’이 더 엄격해진 셈이다.고물가와 더불어 저소득층이 증가해 실제 복지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종로푸드뱅크 기준 올해 이용자 수는 1300명으로, 2년 전 1000명 대비 약 30% 증가했다. 신규 이용 신청자 역시 2022년 368명에서 지난해 609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푸드뱅크 사용 기한에도 제한이 생겼다. 이날 푸드뱅크에서 만난 한 90대 노인은 “다음 달 (푸드마켓) 카드를 반납하고 나면 그다음엔 2년을 기다리라고 한다”라며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미안해서 못 팔겠다” 상인도 한숨3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과일 가격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상인들은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열며 매출 회복 총력에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 상승했다.15일 오후 10시경 공식 영업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난 가운데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과일가게가 외로이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30년간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 전태산 씨(65)는 “매출이 반 이상 줄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밤늦게까지 가게를 열어 놓고 있다”며 “과일값이 너무 올라 손님한테 미안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도매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명절 대목’이 한참 지나갔는데도 과일 가격이 더 올라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가게는 손님이 없어 불이 반쯤 꺼진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10년째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과일 도매상인 김모 씨(52)는 “지난해 10kg에 4만 원 하던 사과 가격이 올해는 8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싼 가격을 찾아 도매시장에 온 소비자들도 예상과 달리 턱없이 높은 액수에 한숨지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김옥라 씨(79)는 “집 앞 가게는 도저히 과일을 살 수가 없어 도매시장에 왔는데도 여전히 사기 두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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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축제, 서울의 봄을 열다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17일 10개국 141명의 엘리트 선수와 3만8000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은 마라톤 대회를 4개 등급(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WA)으로 나눠 인증하는데, 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다. 이날 국제 부문에선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2시간6분8초로, 여자부의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가 2시간21분32초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남자부는 1, 2, 3위가 1초 간격을 두고 차례로 결승선을 지났을 만큼 접전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르는 풀코스에 1만8000명,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출발해 되돌아 오는 10km 코스에 2만 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해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회 구간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서울마라톤을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도움을 준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부부도 94년생 동호회도 “잊지못할 코스” 서울 질주 서울마라톤 겸 94회 동아마라톤칠레 부자 “환상 코스서 최고 추억”시각장애러너 “온 세상이 느껴져”… 15번째 참가 60대 “30번 더 뛸 것”이영표-션-박재범도 완주 환호성 산수유가 노랗게 봉오리를 터뜨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을 따라 색색의 옷을 입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회사원으로 붐비던 무교동 거리도 이날만큼은 마라토너의 차지였다. 이날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은 칠레와 필리핀,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과 국내 러닝크루들로 북적였다. 풀코스(42.195km) 약 1만8000명, 10km 코스 약 2만 명 등 총 3만8000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대 규모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봄을 맞이했다.● 러닝크루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도심 축제 2000년생 막내부터 1980년생 ‘큰 형님’까지 2040세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는 이번 대회에 50명이 동반 참가했다. 오전 7시 40분경 출발 지점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크루 구성원 이정윤 씨(28)는 “넉 달 동안 추운 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게 연습했다”며 “3시간 30분 이내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힘차게 목표를 외쳤다. 1994년생 개띠 동갑내기 120명이 모인 러닝크루 ‘멍뭉런’은 이날 풀코스에 17명, 10km에 1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마다 한강공원에 모여 10km부터 차근차근 강도를 높이며 훈련해 왔다고 한다. 올 7월 결혼하는 강재훈 씨(30)와 신문희 씨(30)에겐 이번 대회가 ‘웨딩 동반주’가 됐다. 머리에 흰색 리본을 단 신 씨는 “사랑하는 예비 남편과 아프지 않게 재밌게 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마라톤클럽과 구리마라톤, 보령마라톤, 제주마라톤클럽, 천안러너스, 광주철인클럽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날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47)는 “완주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에 맞는 땀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 션(52)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푸르메재단과 함께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11만 명에 달하는 가수 박재범(37)도 이날 자신의 SNS에 10km 완주 인증샷을 올렸다.● 외국인도 시각장애인도 “최고의 코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필리핀에서 온 19년차 부부 톰 씨(47)와 메일린 씨(46)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라톤’을 찾아보다 동아마라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이 한국 여행의 피날레”라고 말했다. 칠레인 무리엘 씨(34)는 고국에서 온 아버지와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하며 “도심 속 코스가 너무 재밌다”면서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남겨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로 15번째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재각 씨(69)는 “언덕 없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평탄한 코스로 짜여 20년 전부터 러너에게 최적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30번 넘게 계속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VMK시각장애인마라톤동호회장 이민규 씨(40)와 회원 홍은녀 씨(45)는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 안내를 받아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주 2, 3번 10km씩, 토요일에는 16km씩, 한 달 평균 150km를 뛰며 훈련했다고 한다. 홍 씨는 “달리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온 세상이 느껴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관중의 응원 소리가 주는 쾌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인 씨(40)는 2시간 57분 만에 풀코스를 주파해 ‘서브스리’(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와중에 중심을 잡아준 게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김원용 씨(70)는 기존 개인 기록보다 2분 빠른 1시간 2분 만에 10km를 완주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하 군(12)은 아버지 이진형 씨(40)와 10km를 약 56분 만에 완주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 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빠와 달리기 연습을 해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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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진연, 이번엔 與당사 난입… 7명 체포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난입해 ‘이토 히로부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성일종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대진연 회원 7명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국민의힘 당사 로비에 진입해 “성일종은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경찰에 의해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온 뒤에도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죄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다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성 의원은 3일 충남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 축사에서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해 영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청년 중 하나가 이토 히로부미”라며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하지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대진연은 1월 6일 회원 20명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을 통해 대통령실 경호구역 내부로 진입을 시도해 체포되기도 했던 반미·친북 성향 단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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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R&D예산 삭감에, 1200억 줄어든 서울대 ‘실험 차질’

    #장면1.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연구실은 올해 들어 실험을 1건도 못 했다.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연구비를 메꾸기 위해 연구과제 지원서를 새로 써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소속 연구원 10명은 석박사 과정에 필요한 과제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 연구실 차모 씨(31)는 “올해는 (인건비가 없어서) 우리 연구실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대학원 신입생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면2. 포스텍 연구원들은 최근 총사업비가 2000만 원 이하인 연구용역 과제도 샅샅이 찾아 지원하고 있다. 그간 연구원이 10명이 넘는 이른바 ‘대형 랩(연구실)’은 이 정도 규모의 과제를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신규 공고만 뜨면 연구실 수십 곳이 달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포스텍 관계자는 “예전엔 신청만 하면 따갈 수 있었던 소액 연구과제를 위해 교수와 연구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 메꾸느라 신규 채용-실험 ‘올스톱’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14.8% 감액된 26조5000억 원 배정된 여파가 대학 연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 국가 R&D 과제를 주로 수주했던 국립대와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는 ‘연구비 보릿고개’가 인력 이탈이나 실험 중단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연구비 수입을 추계한 결과 올해 아무리 많이 잡아도 4800억 원 이상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약 6000억 원) 대비 2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감액 비율보다 크다. 특히 학생 연구원 8000여 명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약 1000억 원에서 8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서울대는 정부 과제가 2000여 건이어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대는 자구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교수들이 기업에서 받는 월급 일부를 걷어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연구비로 돌려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연구실 소속 박모 씨(27)는 “이번 연구비 삭감으로 ‘한국에선 연구할 수가 없다’며 외국으로 뜨려고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방 국립대도 연구비 태부족 ‘비상사태’ 비수도권 국립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1700억 원가량이던 지난해 연구비 예산이 15% 정도 깎여 교수들이 사비로 메꾸는 방법밖엔 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의대 2000명 증원 규모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이과 계열 학과 전체(1775명)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로,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원상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1년간 이어질 보릿고개의 상처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공계에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 결국 늘어난 의대 정원은 다 이공계 지원자나 재학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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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숨진 공무원, 새벽 2시까지 민원 시달려”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공무원이 오전 2시까지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 폭탄’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악성 민원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행정기관 차원의 대응은 턱없이 적고 정부의 대응 지침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주무관, 오전 2시까지 민원 전화 받아”7일 경기 김포시 등에 따르면 5일 숨진 채 발견된 시청 소속 주무관(9급) 이모 씨는 포트홀(도로 함몰) 공사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이튿날 오전 2시 넘어서까지 민원 전화를 받았다. 교통 불편을 항의하는 전화가 당직실을 통해 담당자인 이 씨의 휴대전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와 체증을 피하려 오전 5시까지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대기조처럼 전화를 받은 것. 김포시 관계자는 “밤늦게 문의가 오면 당직 서는 사람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연락이 가는 경우가 있다. 자정 전후까지 연락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이 씨가 사망한 후 그의 동료 중 한 명은 사표를 냈다. 다른 부서 직원들도 정신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시는 이 씨의 신상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민원 전화를 유도한 누리꾼 등을 고발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있다.공무원이 ‘갑질’에 가까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지난해 8월 조합원 7061명을 설문해 보니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에도 경기 구리시의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주무관이 민원인을 상대한 직후 투신했다.● ‘폭언 들으면 1시간 휴식’ 현실 모르는 정부 민원 지침행정안전부는 7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민원 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형별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이달 중 배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의 현장 증거 취득부터 수사 단계, 검찰 기소, 법원 공판까지 절차별 대응 요령도 상세히 담길 예정이다.문제는 과거 비슷한 대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행안부는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같은 민원을 3회 이상 제출하면 내부 결재를 받아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내부 종결이 이뤄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같은 민원을 문구만 고쳐서 계속 올리는 경우에도 속수무책이다”라고 말했다. 폭언 피해 공무원에게 1시간 이내 휴게시간을 준다는 지침에 대해서도 다른 공무원은 “일하다 말고 어딜 가느냐.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인사고과 영향 등을 고려해 강경 대응을 꺼리는 공무원 조직 특성을 반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피해 공무원이 원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해주는 등의 조치가 자동으로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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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형 회장, 서울대에 5000만원… 20년간 누적 11억1000만원 기부

    서울대는 이기형 그래디언트 회장이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육연구기금으로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6일 밝혔다. 이 회장은 1982년 서울대 천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1996년 6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설립했다. 2005년부터 꾸준히 모교에 기부를 이어온 이 회장은 이번 기금으로 자연과학대 교육연구기금 누적 1억 원을 포함해 총 11억1000여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 이 회장은 “기초과학과 과학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확산하고 과학 인재 양성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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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자료 지우고 나와라” 전공의 지침 글 수사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와 관련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방이나 인수인계 지침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내용의 행동 지침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9일 오전 “전공의에게 사직 전 병원 업무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에서 확산된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인계장(인수인계) 바탕화면, 의국 공용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특정 치료에 대한 기본 처방 지침)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으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시간 없으면 삭제만”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된 이 글이 의사 전용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에 처음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고 게시 여부와 시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앱에서 게시글이 삭제된 게 확인되면 복구 의뢰와 함께 최초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처방 기록 등을 변조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허위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경찰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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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베란다 끝에 모녀가” 119 오기전 불길 뛰어든 경찰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50대 경찰관이 집 안에 갇혀 있던 모녀의 구조를 도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서울 동작경찰서와 동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4동에 있는 한 빌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 5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불이 났던 빌라 주택 안에는 4세 아이와 어머니가 탈출하지 못한 채 베란다 창가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화염이 머리 위로 치솟으며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타서 눌어붙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 공조 요청을 받은 동작서 사당지구대 이강하 경위(50·사진)가 인근을 순찰하다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약 5분 뒤 소방차 1대가 도착해 화재 진압과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경위는 “기다리고 있다간 늦을 것 같아 사람부터 살리자는 생각으로 일단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이 경위가 빌라 건물 3층으로 진입해 살짝 열려 있던 현관문을 열자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불이 더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그는 현관문을 닫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창문에 구조용 사다리를 놓는 소방대원들을 도왔다. 소방대원이 사다리를 타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고 이 경위는 사다리 아래에서 모녀를 넘겨받는 등 구조를 도왔다. 오전 11시 19분경 화재는 완진됐지만 자칫 대처가 조금만 늦었다면 모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녀가 살던 빌라 주택 주방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는 불로 해당 주택이 전소됐지만 모녀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시 연기를 흡입해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경위는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의 공이 가장 컸고 나는 빨리 도착해 도울 수 있었던 것뿐”이라며 “당시 입고 있던 경찰 점퍼가 시커멓게 탄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당시 화재 구조와 진압을 지휘한 김병일 동작소방서 소방위는 “1초가 아까운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라 현장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절실했다”며 “구조를 도와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경위는 강간, 강도, 성추행 사건 범인을 다수 검거한 공적으로 2022년 경찰청 상반기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됐다. 동작서 관계자는 이 경위에 대해 “평소 묵묵히 맡은 일을 잘하고 솔선수범하는 경찰관”이라고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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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감 컸던 아들,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다…” 목이 멘 부친

    1일 오후 경북 문경시 문경장례식장 201호. 국화가 제단 위를 새하얗게 가득 채웠다. 한쪽에는 바나나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전날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가 숨을 거둔 고 김수광 소방교(27)의 아버지는 텅 빈 듯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제단 위 아들의 영정을 보다가 “아들이 생전에 바나나를 좋아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 들어서던 한 유족은 “엄마! 수광이…”라고 외치더니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보던 김 소방교의 아버지는 “평소에 책임감 있고 배려 있던 아이였어요. 마지막까지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위층 301호에 마련된 고 박수훈 소방사(35)의 빈소에도 애통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보쌈과 멸치볶음, 파전 등 각종 음식이 비닐을 깔아둔 테이블 위에 놓였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박 소방사의 남동생은 빈소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 소방사의 남동생은 “(형은) 좋은 분이었다”며 짧게 기자에게 말했다. 순직한 두 소방관의 빈소를 찾은 유족과 동료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에 찾아온 문경소방서 동료 A 씨는 “둘 다 알고 지낸 동료였고 이번 공장 화재 현장에도 같이 나갔다”며 “진짜 안타깝고 허무하기도 하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의 모친은 1일 새벽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으로 오열하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한다. 경북소방본부 긴급심리지원단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유가족분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눈물을 계속 흘리셨다. 나도 동료로서 비통하다”고 했다. 두 순직 소방관이 소속된 문경119구조구급센터의 백영락 센터장은 “모든 대원들이 충격을 받고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라우마가 남을까 봐 걱정된다”며 눈물을 훔쳤다. 빈소를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결식은 경북도에서 도청장(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도에서 할 수 있는 예우는 모두 갖춰 최고로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문경=한종호 기자 hjh@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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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자살 신고에 출동… “문 부쉈다 소송 당할라” 열쇠공 부르는 경찰

    “가족분들이 너무 걱정하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서울 금천구의 한 주택 앞에서 경찰관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8일 오전 2시경 이 주택에 사는 20대 여성 A 씨가 자살하려는 것 같다는 가족의 신고에 즉시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잠긴 문을 열 장비가 없었던 것. 출동한 경찰관이 끈질기게 문을 두드린 끝에 A 씨가 문을 열었을 땐 자해한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A 씨는 다행히 곧장 응급처치받고 안정을 찾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구대 10곳 중 8곳은 개문 장비 없어 해마다 자살 의심 신고가 늘고 있지만, 정작 경찰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도 닫힌 문을 강제로 열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손을 못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구조대가 도착하길 기다리는 사이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강력범죄 등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서울 내 지구대 10곳을 방문해 점검한 결과, 8곳은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도어오프너, 드릴 등 개문(開門)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었다. 장비를 갖춘 지구대 2곳도 이를 건물 내에 뒀을 뿐 순찰차에 상시 보관하지는 않고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문 장비는 경찰이 필수로 보유해야 하는 장비에 속하지 않아 보유 현황 등 관련 통계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자살 시도 등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현장에서도 건물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읍소하거나, 손으로 방범창을 뜯어야 하는 형편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는 “개문 장비가 없어서 열쇠 수리공을 부른 적도 있다”고 했다.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자살 관련 112 신고는 2020년 9만5716건에서 지난해 12만740건으로 3년 새 2만5024명(26.1%) 늘었다. ● 일선에선 “문값 물어내야 할까 봐 걱정” 현행 법령상 경찰이 자살 의심 신고 등 긴급상황 때 주거지 등 건물의 문을 강제로 열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경찰이 ‘가택 긴급출입권’에 따라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가정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경찰의 긴급출입을 거부한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의 112기본법도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 6월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강제로 문을 연 뒤에 따라올 수 있는 민사 소송이나 손실 보상 절차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1월 중순에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소방 구조대가 강제로 문을 열었는데 집주인이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요구해 담당 소방관이 곤란해한 적이 있었다”라며 “혹시 모를 책임에 휘말릴까 봐 위축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순찰차마다 개문 장비를 갖추게 하고, 이에 따른 손실 보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긴급한 현장엔 순찰 중이던 경찰이 소방 구조대보다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찰도 개문 장비를 갖추고 관련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장 경찰관의 부담을 덜 관련법이 곧 시행되니 필요한 장비와 세부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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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고령-장애인 많은 영구임대 아파트, 99%가 스프링클러 없다

    “동생이 몸도 정신도 성치 않은데 불까지 덮치는 바람에….”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영구임대 아파트 앞에서 취재팀과 만난 이모 씨(66)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맺지 못했다. 이 씨의 50대 동생은 전날 이 아파트 9층 자택에서 불이 나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화재가 1시간 반가량 이어지며 다른 주민 1명도 연기를 들이마셨고, 총 45명이 대피했다. 불이 꺼진 지 하루가 꼬박 지났지만 아파트에선 탄내가 진동했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인 탓에 불이 빠르게 번졌고, 초기 진화도 어려웠다고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1992년 지어졌다. 이 씨 동생 자택을 포함한 단지 내 1998가구에 전부 스프링클러가 없다. 이 씨는 “동생이 30여 년 전 군대에서 얻은 대인기피증으로 정신장애를 지닌 데다 거동도 불편해 대피가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구임대 아파트 98.7%에 스프링클러 없어 22일 취재팀이 서울 내 SH 영구임대 아파트 총 20개 단지 2만2672채를 각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3개 단지 302채(1.3%)에 불과했다. 나머지 17개 단지 2만2370채(98.7%)는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된 1992년 7월 이전에 착공돼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임대료가 월 5만 원대로 저렴해 고령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소중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화재에는 취약한 경우가 많은 것. 실제로 취재팀이 이날 서울 강서구와 강남구, 노원구의 영구임대 아파트 3개 단지를 방문해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주민 대다수는 오로지 소화기에 의존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었다. 집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를 스프링클러로 잘못 알고 있는 주민도 많았다. 32년간 강남구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거주한 강희경 씨(74)는 “우리 집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줄 처음 알았다”며 “점점 다리도 안 좋아지는데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어떡하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 씨가 사는 이 복도식 아파트에는 층마다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전동휠체어와 보행보조기가 5, 6개씩 놓여 있었다. 18일 강서구 방화동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채모 씨(59)의 집에서 비롯된 사고였다. 21년 전 고혈압으로 뇌병변 장애 2급을 얻은 채 씨는 21일 휠체어에 탄 채로 기자와 만나 “실수로 불이 나서 끄려 했지만 늦었다. 이웃들을 대피시키려 했지만 그것도 늦었다”면서 “나로 인해 고생한 주민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화재 사망자 절반 이상이 고령자 영구임대 아파트에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의 거주 비율이 높아 화재 대피 등 대응이 어렵다. 이에 별도 화재 설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재로 인해 사망한 893명(연령 미상 제외) 중 504명(56.4%)이 60대 이상이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대응 방법을 배울 기회가 드문 영구임대 주택 내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 소방안전관리자를 두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재 스프레이를 비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SH 관계자는 “노후 임대 아파트에 2020년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와 2022년 피난유도표지를 각각 설치 완료했고, 앞으로도 정상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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