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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튿날 오후 뒤늦게 경찰에 출석해 조사 및 음주 측정 검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김 씨의 매니저가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했다가 이를 번복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경찰은 김 씨에게 범인 도피 교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를 교통사고 후 미조치(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40분경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마주 오던 택시와 부딪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차 사고를 낸 뒤엔 즉시 정차해 상대 운전자에게 인적 사항을 밝혀야 한다.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 김 씨의 매니저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매니저는 ‘내가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튿날 오후 김 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음주 측정도 사고가 발생한 지 17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경찰은 범인 도피 교사 혐의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 도피 교사죄는 범죄자가 자신이 도피할 수 있도록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 등을 하도록 부추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죄가 확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김 씨 소속사는 14일 입장문에서 “(김 씨가) 사고 직후 골목에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했고, 그사이에 상대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며 “(김 씨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리며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김 씨는 2019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악 창법으로 노래해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김 씨의 매니저가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했다가 이를 번복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나온다.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를 교통사고 후 미조치(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40분경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마주 오던 택시와 부딪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차 사고를 낸 뒤엔 즉시 정차해 상대 운전자에게 인적 사항을 밝혀야 한다.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김 씨의 매니저는 경찰서에서 조사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매니저는 ‘내가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취지로 거짓 자수했다. 하지만 나중에 김 씨가 경찰서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씨 소속사는 14일 입장문에서 “(김 씨가) 사고 직후 골목에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했고, 그 사이에 상대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며 “(김 씨가) 당황한 나머지 사후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리며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김 씨는 2019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악 창법으로 노래해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의대생 최모 씨(25·구속·사진)에게 살해당한 여자친구가 지난달 팔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 씨가 여자친구의 부상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는 한편,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 씨는 경찰 출동 당시 범행 사실은 알리지 않아 피해자가 발견되는 데엔 약 1시간 반이 지체되기도 했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는 지난달 오른쪽 팔 부상으로 경기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피해자의 한 지인은 “당시 피해자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는데 두서없이 말하는 등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여성이 부상을 당하는 과정에 최 씨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10일 최 씨에게 프로파일러를 보내 면담하고 사이코패스 진단 등 각종 심리 검사를 시도한다. 최 씨가 의대에서 한 차례 유급한 뒤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점 등이 범행 동기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 전후 심리 상태와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최 씨는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범행 직후 미리 챙겨왔던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 씨는 당초 범행 사실은 숨긴 채 투신 소동으로만 구조된 뒤 파출소에서 현장에 두고 온 소지품에 대해 언급하다가 뒤늦게 덜미를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파출소에 온 뒤 한동안 진술에 비협조적이던 최 씨는 경찰의 설득으로 부모와 통화를 했다. 이 통화에서 최 씨가 두고 온 복용 약, 가방 등에 대해 언급하자 이를 찾으러 현장에 다시 간 경찰이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90분가량이 지체됐다. 경찰은 최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 당초 최 씨의 신상 공개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는 열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피해자의 신상도 온라인에 유포되는 상황이어서 2차 가해 우려 등 여러 요건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다. 최 씨가 재학하는 대학은 그에 대한 무기정학, 제적 등 내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의대생 최모 씨(25·구속)에게 살해당한 여자친구가 지난달 팔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 씨가 여자친구의 부상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 씨 조사에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추진하기로 했다.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는 지난달 오른쪽 팔 부상으로 경기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피해자의 한 지인은 이날 “당시 피해자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는데 두서없이 말하는 등 감정적으로 매우 격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해당 여성이 부상을 당하는 과정에 최 씨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다만 현재로선 살인 외에 다른 혐의는 최 씨에게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경찰은 10일 최 씨에게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보내 면담하고 사이코패스 진단 등 각종 심리 검사를 시도한다. 최 씨가 의대에서 한 차례 유급한 뒤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점 등이 범행 동기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 전후 심리 상태와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런 검사는 최 씨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최 씨는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최 씨가 범행을 얼마나 오래 계획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최 씨 측은 ‘계획 범행은 맞지만 오래 계획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미리 챙겨왔던 다른 옷으로 범행 직후 갈아입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최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7~10일가량 걸린다.당초 최 씨의 신상 공개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는 열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 측 입장 등 종합적인 검토를 한 결과 신상공개위는 개최하지 않는 걸로 검토했다”며 “(최 씨와 함께) 피해자의 신상도 온라인에 유포되는 상황이라서 2차 가해 우려 등 여러 요건을 신중히 검토했다”고 밝혔다.한편 최 씨가 재학하는 대학은 그에 대한 내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대학 학칙에 따르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려면 본인 진술이 있어야 하지만, 필요한 경우엔 이를 생략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학교 측이 무기정학이나 제적 등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미국 등 전 세계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하는 ‘텐트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대학 내에서도 첫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번지고 있다. 8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하연 앞에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건 캠핑용 텐트가 등장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동아리 ‘수박’은 한국인 재학생을 포함해 스웨덴, 독일, 리투아니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약 20명이 모여 “Free Palestine, Stop Genocide(팔레스타인을 해방하고 학살을 멈춰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은 팔레스타인의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인 체크무늬 스카프 ‘카피예’를 목에 두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주마나 알라바비디 씨(21)는 “팔레스타인 혈통인 나는 ‘알 나크바(1948년 팔레스타인 대학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민했다”라며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 세계 대학생들과 연대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연세대에서도 미국 캠퍼스 시위를 지지하는 단체 행동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이들은 미국 대학가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와 연대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낳는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것. 대학 내 시각은 갈렸다. 서울대 재학생 박모 씨(24)는 “팔레스타인도 억울한 입장이 있겠지만, (하마스가) 먼저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커뮤니티에는 “(시위 단체가) 반미 감정으로 연대하는 것 아니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바이오 인재도 마찬가지죠.” 김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60·사진)은 최근 서울 관악구 캠퍼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산학협력단장으로 ‘서울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총괄하고 있는 그는 “변화는 방구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며 “창업인이 부딪히며 변화의 ‘불꽃(spark)’이 튈 수 있는 ‘바이오 특화 마을’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바이오 클러스터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의 ‘산학연병(産學硏病·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 연계 창업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산업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되는 지역으로, 정부가 7월 선정한다. 김 부총장은 “한국은 바이오 산업의 후발주자”라며 “최소한의 자본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창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끌어오는 중”이라며 “100여 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보스턴의 ‘랩센트럴(Lab Central)’이 롤 모델”이라고 했다. 서울대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연구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되는 ‘맞춤형 마을’로 만들어 인재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김 부총장은 “마트와 보육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부대 시설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창업 낭인’이 몰리는 것은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장은 “(창업인들의) 열정을 추동하되 냉철하게 제동을 걸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무기한 지원은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1986년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6년 미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공과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해 2월부터 연구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소. 투표 참관인석에 앉은 대학생 이주원 씨(26)가 투표용지 배부 등을 지켜보고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자취하는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까지 참관인으로 활동하고 식비를 포함해 총 11만4000원을 받았다. 이 씨는 “투표 참관인은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무엇보다 선거가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10일 치러진 총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에게 생활비를 보탤 기회였다. 각 시도 선관위는 참관인과 투·개표 사무원 중 일부를 일반인 중에서 추첨한다. 별도 면접이 없고 선거사무를 참관하거나 보조하는 단순 업무인데도 시급으로는 1만6000원이 넘어 인기가 많다. 이날 영등포구 여의도중학교 투표소에서 투표 참관인으로 활동한 대학생 박지호 씨(26)는 “벌이가 괜찮으면서 종일 앉아서 하는 경우도 많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거 땐 참관인 수당이 약 5만 원이었지만 2022년 4월 시행된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총선에선 약 10만 원으로 올랐다. 투·개표 사무원 업무도 인기였다. 개표 사무원은 주로 접힌 투표용지를 열거나 가지런히 정리하는 등 단순 보조 업무에 투입된다. 심사·집계 등 중요한 절차는 맡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개표가 종료될 11일 새벽까지 동작구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으로 일하고 18만4000원을 받았다. 김 씨는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데 그 과정을 보는 게 뜻깊기도 해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투·개표 사무원 수당도 전년 대비 올해 3만 원 인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전체 선거관리 인력의 29.1%였던 일반인의 비율은 2020년 제21대 총선거에서 38.8%로 올랐다. 이번 총선에선 약 40%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투표 인증을 하면 물건값을 깎아 주는 등 투표 독려 이벤트를 여는 점포도 많았다. 경기 화성시의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이날 종업원에게 투표확인증이나 투표소 외부에서 찍은 사진을 보이면 아메리카노를 41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와인바는 투표 인증 사진을 보이면 기본 와인 세트 메뉴를 무료로 제공했다. 한 화장품 업체는 이날 밤 12시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투표 인증을 한 모든 이에게 제품을 배송해 주기로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얼굴을 바꾸는 중입니다.” 휴대전화 화면에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그 후 10초가 채 안 돼 영상이 완성됐다. 해외에서 만든 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을 올린 뒤 ‘얼굴 바꾸기’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각종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 기자의 것으로 바뀐 것. 이 앱은 한 달 사용료 6500원을 내면 원하는 딥페이크(이미지 조작) 영상을 무제한으로 생성해 준다고 홍보했다. 4·10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조작 영상이 판치는 가운데, 이런 영상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게시물은 총 384건이었다. 선관위는 모두 삭제를 요청하고, 그중 3건에는 경고나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에선 휴대전화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준다며 홍보하는 업자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9일 구독자 16만 명이 넘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샘플로 진열한 채 가격을 흥정하는 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내가 유엔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만들어 달라”며 677원을 지불하자 실제로 16초 분량의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제작엔 3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채널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근거지를 둔 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허위 영상에 대한 삭제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TV 연설을 짜깁기한 영상이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졌을 때도 정부가 해외 SNS 운영사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치고 해외 플랫폼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제때 삭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은 업무 협력적인 차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삭제를 강요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작 영상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하는 유럽연합(EU) 등의 선례를 참고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얼굴을 바꾸는 중입니다.”휴대전화 화면에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그 후 10초가 채 안 돼 영상이 완성됐다. 해외에서 만든 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을 올린 뒤 ‘얼굴 바꾸기’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각종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 기자의 것으로 바뀐 것. 이 앱은 한 달 사용료 6500원을 내면 원하는 딥페이크(이미지 조작) 영상을 무제한으로 생성해 준다고 홍보했다.4·10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조작 영상이 판치는 가운데, 이런 영상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게시물은 총 384건이었다. 선관위는 모두 삭제를 요청하고, 그중 3건에는 경고나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에선 휴대전화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준다며 홍보하는 업자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9일 구독자 16만 명이 넘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샘플로 진열한 채 가격을 흥정하는 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내가 유엔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만들어 달라”며 677원을 지불하자 실제로 16초 분량의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제작엔 3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채널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근거지를 둔 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허위 영상에 대한 삭제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TV 연설을 짜깁기한 영상이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졌을 때도 정부가 해외 SNS 운영사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처리됐다.그러나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치고 해외 플랫폼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제때 삭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은 업무 협력적인 차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삭제를 강요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튀르키예 대선 땐 한 무장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이 퍼졌고, 해당 후보가 패배한 후에야 조작 영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작 영상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하는 유럽연합(EU) 등의 선례를 참고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건의료 정책이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일각에선 ‘총선이 끝날 때까지만 버티자’는 기류도 있다고 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을 철회하거나 대폭 물러선 수정안을 내놓을 거란 기대겠죠. 다른 쪽에선 야당 대다수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지 않는 만큼 총선 결과가 큰 영향이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어느 쪽이든, 의료계와 정부 둘 다 ‘2000명’의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건 명백합니다. 정부·여당은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면서도 어떤 조건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도 “2000명은 너무 많다”면서도 대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대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고팔 때 “당신이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겠다”며 서로 버티는 것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2~4일 주요 정당의 의사·간호사 출신 비례대표 5명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의대 증원의 규모와 방식 △의료공백 혼란에 대한 견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수의료 대책 3가지와 그 이유 등을 물었습니다. 이들을 인터뷰한 건 다양한 필수의료 정책이 입법으로 현실화할 22대 국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소속 정당을 대표하지 않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진행했지만, 각 직역을 대표해 선발됐고 상당수가 당선권인 만큼 지금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의사·간호사 출신 비례대표를 내지 않았거나 비례대표가 일정상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원내정당 3곳(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 진보당)에는 각 정당의 공식 입장을 물어서 답변받았습니다.● 비례대표 5명 중 4명은 “의대 증원 필요”의사·간호사 출신 비례대표 5명 중 4명은 증원에 찬성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더불어민주연합 비례12번)는 ‘숫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전제하에 “최소 1000명은 한 번에 증원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교수는 ‘점진적 확대’ 주장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만약 2025학년도에 의대 정원을 500명을 증원하면 나중엔 3000명 넘게 늘려야 할 수도 있는데, 점진적 확대를 주장하려면 ‘지금’ 말고 ‘나중에’ 얼마나 늘릴지도 제시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입니다.한지아 을지대 의대 교수(국민의미래 비례11번)는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지금 구체적인 숫자를 못 박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 교수는 “양질의 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 여건을 고려하고 (의대) 학생 의견도 들으며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였습니다. 의사 출신인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조국혁신당 비례5번)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함께 추진하는 정책과 수용 가능성에 따라 (적절한) 증원 규모는 달라진다”라며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간호사 출신인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녹색정의당 비례1번)은 “정부의 2000명 증원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나 전 위원장은 그중 500명을 지역 공공 의대에서 선발하고 학비를 전액 지원하되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늘어난 의사 인력이 특정 전문과목이나 수도권으로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유일하게 의대 증원에 반대 의사를 밝힌 보건의료인 출신 비례대표는 이주영 전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개혁신당 비례1번)였습니다. 이 전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는 의대 증원에 찬성할 수 없다”라며 “다른 필수의료 대책이 선행돼야 하고, 필요한 의사 인력의 규모는 과학적으로 추계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교수는 국내 의료체계를 두고 “이미 망가졌다”라고 표현하며 “여기에 (의사를) 더 쏟아붓는 건 더 빨리 망가뜨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다른 원내정당 3곳은 모두 의대 증원에 찬성했습니다. 새로운미래는 향후 10년간 매년 의대 정원을 전년 대비 15~20% 늘리고 주기적으로 평가해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연평균 500~600명을 늘리자는 겁니다. 자유통일당은 5년간 2000명 증원하거나 10년간 1000명 증원해 ‘10년간 총 1만 명 증원’ 방안을 내놨습니다. 진보당은 최소 1000명 증원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고 봤습니다.● “의대 증원, 사회적 대화기구서 논의하고 의사들도 참여해야”의료공백 혼란의 책임이 정부와 의료계 중 어느 쪽에 더 무거운지는 응답자마다 의견이 갈렸지만, 공통으로 나온 답변은 “의료계가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선 의사·간호사 출신 비례대표 5명뿐 아니라 나머지 원내정당 3곳의 공식 입장이 일치했습니다.의대 증원에 반대한 이주영 전 교수도 “정부 대책 중엔 의료계가 주장해 온 것도 많다”라며 “의사들은 정부가 손을 내밀면 너무 강경하게 내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져주면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지아 교수는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져 있다’고 하지만, 국민이 보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라며 “국민을 설득하려면 그래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선민 전 원장은 “양측 모두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정부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환자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마련해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나순자 전 위원장은 “의정 합의가 가능하지 않다면 하루빨리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윤 교수도 “의대 증원 폭을 다른 정책과 연계해 조정해나가되, 이는 (의사뿐 아니라) 여러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며 “예컨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합법화하면 의대 증원 폭을 15% 줄일 수 있다’는 식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새로운미래와 진보당도 시민사회가 포함된 사회적 대타협(논의) 기구를 설치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종합 로드맵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 필요한 정책 1위는 ‘필수의료 보상 강화’-‘공공병원 확충’비례대표 5명과 원내정당 3곳에는 “의대 증원 외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필수의료 정책 3가지와 그 이유를 말해달라”는 질문도 공통으로 던졌습니다. 제가 정말로 궁금한 건 이거였습니다. 의대 증원은 법적으로 정부가 결정할 수 있지만, 의료소송 부담 완화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 등은 다양한 법 개정과 예산 심의 등 국회 내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결과부터 말씀드리면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필수의료 보상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이었습니다. 둘 다 4명(곳)이 꼽았습니다. 늘어난 의사를 필수의료 분야로 유인하려면 해당 분야의 건강보험 수가를 높이는 등 보상을 강화하고, 공공병원을 늘려 의료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필수의료 보상 강화와 관련해 이주영 전 교수는 “필수의료 수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 나누자”고 했습니다. 한지아 교수도 “고위험 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2월 1일 발표한 ‘필수의료 4대 개혁’에 담긴 내용이기도 합니다.공공병원 확충의 경우 나순자 전 위원장과 김선민 전 원장 등이 찬성했습니다. 나 전 위원장은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500병상 이상의 선진국형 공공병원(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인구소멸 지역 등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로운미래는 현재 병상 과잉인 상황을 고려해 지역 민간병원을 국가가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진보당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공공병원을 추가하는 방식을 각각 제시했습니다. ● ‘노인 돌봄부터 해결’ 제안이 주목되는 이유비례대표 3명이 공통으로 꼽은 ‘간병 등 노인돌봄 체계 정비’에 주목합니다. ‘필수의료’라고 하면 흔히 심뇌혈관 수술이나 중증외상 치료, 응급 분만 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는 노인돌봄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앞으로 필수의료도 가망이 없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급속한 고령화 때문입니다. 노인 환자 대다수가 생애 말기 몇 년간 간병을 받다가 요양시설에서 숨을 거두는 현 구조라면 의사를 아무리 늘린들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임종을 앞둔 노인 암 환자에게 1년 동안 투입되는 ‘생애 말기 1년’ 의료비가 평균 4000만 원이 넘는다는 연구(2016~2019년) 결과가 있습니다.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주변에 지병이나 노환으로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 한 분 정도는 있지 않으신가요? 아마 가족 중 한 분은 벌이를 포기하고 어르신을 돌보거나 전문 간병인을 고용하느라 한 달에 200만 원 안팎을 지출하실 겁니다. 그런데 국내 80세 이상 인구가 올해 238만 명에서 2054년 829만 명으로 3.5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의 우수한 건강보험도 머잖아 한계를 맞게 될 겁니다.많은 비례대표와 정당이 간병 등 노인돌봄 체계의 정비를 시급한 필수의료 대책으로 꼽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김선민 전 원장은 ‘간병비 급여화’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김 전 원장은 “지금 국민의 허리를 가장 휘게 만드는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사적 영역에 맡겨진 돌봄과 간병 서비스를 공적 영역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순자 전 위원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공공병원과 상급종합병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등으로 전면 확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윤 교수는 “장기요양 노인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방문간호, 노인 주치의 제도 등을 전면 도입하면 의료 수요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역 의료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필수의료 대책으로 꼽은 비례대표와 정당도 3명(곳)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한 정책입니다. 김윤 교수는 “지역 내 병원끼리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지역 병·의원이 다 보상받는 식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지아 교수도 “지역 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협력 체계 구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여론의 관심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보건의료 분야에서 개혁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의대 증원은 그중 아주 작은 조각 하나일 뿐입니다. 거기 매몰돼 흘려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도 아깝습니다. 이걸 가장 아까워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정부와 의료계입니다. 의료계가 전문적인 식견을 보태고 정부가 이를 세밀하게 조율해 나가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만에 하나 의료계 일부 강경파의 주장대로 의대 정원을 동결한다고 칩시다. 그럼 과연 여론이 다른 보건의료 분야의 개혁은 용인할까요. 의료소송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가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건강보험료율의 법정 상한(8%)을 높이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7대 요구안 중 첫 번째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라고 합니다. 어떤 소설에 나온 말처럼 심지가 심지로 남고 초가 초로 남아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941명(지역구 694명·비례대표 247명) 가운데 64명(6.8%)은 본인이나 가족 소유의 가상자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비트코인 등 시가총액이 큰 가상자산을 신고했지만, 일부 후보는 가격 변동성이 큰 이른바 ‘잡코인’이나 ‘스캠(사기)코인’도 신고했다. ● 잡코인 20종 이상 신고 4명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신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가상자산을 신고한 후보 64명 중 지역구 후보는 44명, 비례대표 후보는 20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21명)과 개혁신당(7명), 새로운미래(3명), 조국혁신당(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총선 후보 재산신고 대상에 가상자산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개정 시행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라 공직자와 공직후보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개가 의무가 됐다. 이번에 신고된 재산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이다.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신고한 후보는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경기 안산갑)였다. 배우자와 함께 4억639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1억142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신고한 민주당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가 뒤를 이었다. 이 중 20종이 넘는 잡코인을 재산신고서에 기재한 후보는 4명이었다. 지난해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위믹스코인과 비트토렌트를 신고한 후보도 11명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기흥 후보(인천 연수을)는 총 2400만 원 상당의 코인 21종류를 신고했다. 이중에는 최근 제작자가 약 216억 원을 챙겨 밀항하려다 검거된 포도코인도 있었는데, 현재는 상장폐지됐다. 김 후보 캠프 측은 “보유한 포도코인은 2.16개로, 2021년 3월 기준 40원 가량의 가치”라며 “(후보 측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과 보유 수량도 적어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코인인지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후보(전북 익산갑)는 비트코인, 루나클래식 등 26종의 코인을 신고했다. 이 중 9종은 이미 상장 폐지 등으로 현재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신 후보는 “2017년 비트코인 붐 당시 (가상자산에) 입문했으나 실체가 없다고 판단해 2021년 7월경 전부 처분했다”고 했다. ● 與野, ‘코인 과세 유예’ 등 법안 앞다퉈 공약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 출마한 현역 의원 국민의힘 이양수 후보는 본인 소유 2만8000원, 장남 명의로 2471만5000원의 가상자산을 각각 신고했다. 이 후보는 2022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번 재산신고에서도 가족이 여전히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2021년 4월경 내가 소유한 가상자산 중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매각했다”고 밝혔다. 아들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해선 “경영학도 출신이고 다양하게 금융 쪽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거나 거래 한도를 늘리는 총선 공약을 앞다퉈 발표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의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상장·거래를 허용하고 세액 공제 한도도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025년 1월로 예정된 가상화폐 과세를 유예하는 공약을 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이 극심한 만큼 신고 규정에 대한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재산신고 규정상 해외 거래소에 둔 가상자산은 빠뜨려도 확인하기 어렵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총선 출마자는 코인 거래 명세와 수량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4·10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기피시설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야 후보가 모두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필수시설을 지역구에 건립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득표를 위해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시설 건립을 두고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IT 필수시설도 “무조건 건립 반대”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곳곳에는 “데이터센터 무조건 막겠습니다”, “데이터센터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구(고양정)에 출마한 여야 후보 및 당원협의회가 설치한 것이다. 고양시가 지난해 3월 관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했지만 두 출마자 모두 이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IT 서비스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넓은 땅을 차지하지만 주민 편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24시간 냉방으로 인해 열섬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선 선호되지 않는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고양시장의 직권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도 같은 달 20일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두 후보는 건립 반대 이유로 ‘주민 생명권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처럼 낮은 수준의 전자파 노출이 암으로 진전된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두 후보는 모두 평소 IT 서비스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영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빅데이터 활용 확대와 인공지능(AI) 혁신 기업 유치 등을 내걸었다. 김용태 후보는 2020년 8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사회간접자본(SOC)은 민간에 맡기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 후보가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게 선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와 시행사 측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주민 반발로 설명회도 무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를 ‘님비 확산’보다는 주민 소통 강화와 갈등 해소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영환 후보 측은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용태 후보 측은 이달 2일 “무작정 (건립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택가가 아닌 곳에 짓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님비 공약이 부정적 인식 확대 재생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동부(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두고도 해당 지역구(강동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후보 측 관계자는 “식약처 담당자를 강동으로 불러 강력 질타하며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가 강동구청장을 지낸 2014년 강동구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업을 적극 벌인 것과 대조된다.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 측 관계자는 “건립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장 앞에 만드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며 “왕래가 적은 곳에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도 쓰레기 소각장 신설을 두고 부지 지정 철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산 강서에서는 교정시설 이전을 두고 여야 후보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심준섭 중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장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님비를 조장할 때 ‘기피 시설’이라는 앵커링 효과(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는 것)가 생길 수 있다”며 “사회적 공포를 표로 바꾸려는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님비 ‘우리 동네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기피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현상. 반대말로는 선호시설 유치 찬성, 즉 ‘우리 동네에 들여와달라(Please In My Front Yard)’는 뜻의 ‘핌피’가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고양=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이 확정됐다. 권 씨는 이르면 23일 또는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 시간)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원심(고등법원)의 판단을 수용한 것이다. 항소법원은 “동일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여러 국가가 요청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사사법 공조에 관한 법률 26조 등을 고려해 권 씨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권 씨에게 선고된 4개월의 복역 기간이 23일 만료되는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에 권 씨의 신병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 씨가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먼저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 있는 권 씨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이를 공유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직원들을 파견해 권 씨를 송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수사팀도 동행한다.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미국 송환보다 형량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권 씨의 현지 변호사 고란 로디치 씨는 AP통신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선호한 권 씨와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피해모임 카페는 공지글을 통해 “‘검찰은 권 대표 등 사건 연루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서 사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처벌 경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금융 범죄가 속칭 ‘남는 장사’로 인식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수사하겠다”고 했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현지 공항에서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19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어르신 30여 명이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점심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이 받아 간 5구 식판 중 채워진 칸은 떡국과 배추김치 등 두 칸뿐. 전날 한 후원 업체가 소비기한이 임박한 떡을 기부해 겨우 한 끼를 넘길 수 있었다. 급식소 냉장고 안에는 지난해 사둔 강낭콩과 김치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다. 박경옥 토마스의 집 총무는 “장 보러 갈 때마다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물가가 무섭게 올라서 하루하루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강동구 무료급식소 ‘행복한세상복지센터’도 요즘 고기나 달걀 반찬은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 배식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센터 관계자는 “식용유와 김치 등 대체하기 어려운 식재료마저 값이 2배로 뛰었다”라며 “특히 올 1월 이후로 식판이 많이 휑해졌다”고 했다.● 물가 못 따라가는 무료급식 지원지난달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식료품 가격에 무료 급식소와 푸드뱅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나 민간 후원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이용자 수를 제한하거나 식단을 축소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광주에서 34년째 무료급식을 해온 ‘사랑의 식당’은 몰리는 이용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최근 들어 기초생활 수급 증명서를 확인하고 밥을 나눠주고 있다. 광주시가 관련 예산을 지난해 47억 원에서 올해 48억 원으로 늘렸지만, 하루 무료급식 인원은 4166명에서 4019명으로 줄었다. 김정숙 사랑의 식당 자원봉사팀장은 “고추 한 봉지가 1년 새 2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 밥을 못 드린다는 말씀에 급식소 앞에서 눈물을 터뜨린 할머니도 있었다”고 했다.19일 17개 시도에 따르면 올해 저소득층 어르신 무료급식 사업 ‘경로식당’의 전국 평균 지원단가는 4070.6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김밥 가격(3323원)보다 조금 높았다. 특히 서울과 광주, 경북(이상 4000원), 부산(3500원) 등 12개 시도는 경로식당 단가를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인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단가를 4000원으로 올렸으나 지난해부터 3500원으로 다시 낮췄다. 2년 새 식품 생활 물가가 12.4%, 신선식품 물가가 24.1% 각각 오른 걸 고려하면 체감 지원단가는 삭감된 셈이다.이는 2005년 경로식당 사업에 국비 지원이 끊겨 각 시도의 재정에 의존하게 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경로식당 지원 단가도 아동 급식처럼 물가와 연동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주성 송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부실 급식에 따른 영양 악화는 의료비 등 더 큰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에 맞게 급식 단가를 조정하는 법적 근거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푸드뱅크 이용자 늘었는데 식재료는 6% 줄어저소득층에게 식재료를 나눠주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선 지역에 따라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1인당 지원 품목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푸드뱅크 모집액은 2022년 대비 3.3% 늘었지만 모집한 식재료의 수량은 6.1% 줄었다. 물가가 급등한 탓에 같은 후원액으로 갖출 수 있는 식재료 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15일 오후 2시경 서울의 한 푸드마켓에는 1kg짜리 설탕이 진열돼 있고, 그 아래 ‘1인당 2봉지씩 가져갈 수 있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이곳에선 1kg 설탕을 5봉지씩 가져갈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물가 여파에 설탕이나 고추장, 과일 등 물가에 민감한 품목들이 모두 ‘구매 제한’이 더 엄격해진 셈이다.고물가와 더불어 저소득층이 증가해 실제 복지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종로푸드뱅크 기준 올해 이용자 수는 1300명으로, 2년 전 1000명 대비 약 30% 증가했다. 신규 이용 신청자 역시 2022년 368명에서 지난해 609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푸드뱅크 사용 기한에도 제한이 생겼다. 이날 푸드뱅크에서 만난 한 90대 노인은 “다음 달 (푸드마켓) 카드를 반납하고 나면 그다음엔 2년을 기다리라고 한다”라며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미안해서 못 팔겠다” 상인도 한숨3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과일 가격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상인들은 밤늦게까지 가게 문을 열며 매출 회복 총력에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 상승했다.15일 오후 10시경 공식 영업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난 가운데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과일가게가 외로이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30년간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 전태산 씨(65)는 “매출이 반 이상 줄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밤늦게까지 가게를 열어 놓고 있다”며 “과일값이 너무 올라 손님한테 미안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도매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명절 대목’이 한참 지나갔는데도 과일 가격이 더 올라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가게는 손님이 없어 불이 반쯤 꺼진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10년째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과일 도매상인 김모 씨(52)는 “지난해 10kg에 4만 원 하던 사과 가격이 올해는 8만 원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 싼 가격을 찾아 도매시장에 온 소비자들도 예상과 달리 턱없이 높은 액수에 한숨지었다. 이날 이곳을 찾은 김옥라 씨(79)는 “집 앞 가게는 도저히 과일을 살 수가 없어 도매시장에 왔는데도 여전히 사기 두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17일 10개국 141명의 엘리트 선수와 3만8000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은 마라톤 대회를 4개 등급(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WA)으로 나눠 인증하는데, 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다. 이날 국제 부문에선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2시간6분8초로, 여자부의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가 2시간21분32초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남자부는 1, 2, 3위가 1초 간격을 두고 차례로 결승선을 지났을 만큼 접전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르는 풀코스에 1만8000명,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출발해 되돌아 오는 10km 코스에 2만 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해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회 구간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서울마라톤을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도움을 준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부부도 94년생 동호회도 “잊지못할 코스” 서울 질주 서울마라톤 겸 94회 동아마라톤칠레 부자 “환상 코스서 최고 추억”시각장애러너 “온 세상이 느껴져”… 15번째 참가 60대 “30번 더 뛸 것”이영표-션-박재범도 완주 환호성 산수유가 노랗게 봉오리를 터뜨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을 따라 색색의 옷을 입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회사원으로 붐비던 무교동 거리도 이날만큼은 마라토너의 차지였다. 이날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은 칠레와 필리핀,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과 국내 러닝크루들로 북적였다. 풀코스(42.195km) 약 1만8000명, 10km 코스 약 2만 명 등 총 3만8000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대 규모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봄을 맞이했다.● 러닝크루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도심 축제 2000년생 막내부터 1980년생 ‘큰 형님’까지 2040세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는 이번 대회에 50명이 동반 참가했다. 오전 7시 40분경 출발 지점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크루 구성원 이정윤 씨(28)는 “넉 달 동안 추운 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게 연습했다”며 “3시간 30분 이내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힘차게 목표를 외쳤다. 1994년생 개띠 동갑내기 120명이 모인 러닝크루 ‘멍뭉런’은 이날 풀코스에 17명, 10km에 1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마다 한강공원에 모여 10km부터 차근차근 강도를 높이며 훈련해 왔다고 한다. 올 7월 결혼하는 강재훈 씨(30)와 신문희 씨(30)에겐 이번 대회가 ‘웨딩 동반주’가 됐다. 머리에 흰색 리본을 단 신 씨는 “사랑하는 예비 남편과 아프지 않게 재밌게 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마라톤클럽과 구리마라톤, 보령마라톤, 제주마라톤클럽, 천안러너스, 광주철인클럽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날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47)는 “완주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에 맞는 땀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 션(52)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푸르메재단과 함께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11만 명에 달하는 가수 박재범(37)도 이날 자신의 SNS에 10km 완주 인증샷을 올렸다.● 외국인도 시각장애인도 “최고의 코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필리핀에서 온 19년차 부부 톰 씨(47)와 메일린 씨(46)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라톤’을 찾아보다 동아마라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이 한국 여행의 피날레”라고 말했다. 칠레인 무리엘 씨(34)는 고국에서 온 아버지와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하며 “도심 속 코스가 너무 재밌다”면서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남겨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로 15번째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재각 씨(69)는 “언덕 없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평탄한 코스로 짜여 20년 전부터 러너에게 최적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30번 넘게 계속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VMK시각장애인마라톤동호회장 이민규 씨(40)와 회원 홍은녀 씨(45)는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 안내를 받아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주 2, 3번 10km씩, 토요일에는 16km씩, 한 달 평균 150km를 뛰며 훈련했다고 한다. 홍 씨는 “달리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온 세상이 느껴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관중의 응원 소리가 주는 쾌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인 씨(40)는 2시간 57분 만에 풀코스를 주파해 ‘서브스리’(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와중에 중심을 잡아준 게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김원용 씨(70)는 기존 개인 기록보다 2분 빠른 1시간 2분 만에 10km를 완주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하 군(12)은 아버지 이진형 씨(40)와 10km를 약 56분 만에 완주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 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빠와 달리기 연습을 해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난입해 ‘이토 히로부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성일종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대진연 회원 7명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국민의힘 당사 로비에 진입해 “성일종은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경찰에 의해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온 뒤에도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죄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다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성 의원은 3일 충남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 축사에서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해 영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청년 중 하나가 이토 히로부미”라며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하지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대진연은 1월 6일 회원 20명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을 통해 대통령실 경호구역 내부로 진입을 시도해 체포되기도 했던 반미·친북 성향 단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장면1.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연구실은 올해 들어 실험을 1건도 못 했다.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연구비를 메꾸기 위해 연구과제 지원서를 새로 써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소속 연구원 10명은 석박사 과정에 필요한 과제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 연구실 차모 씨(31)는 “올해는 (인건비가 없어서) 우리 연구실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대학원 신입생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면2. 포스텍 연구원들은 최근 총사업비가 2000만 원 이하인 연구용역 과제도 샅샅이 찾아 지원하고 있다. 그간 연구원이 10명이 넘는 이른바 ‘대형 랩(연구실)’은 이 정도 규모의 과제를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신규 공고만 뜨면 연구실 수십 곳이 달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포스텍 관계자는 “예전엔 신청만 하면 따갈 수 있었던 소액 연구과제를 위해 교수와 연구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 메꾸느라 신규 채용-실험 ‘올스톱’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14.8% 감액된 26조5000억 원 배정된 여파가 대학 연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 국가 R&D 과제를 주로 수주했던 국립대와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는 ‘연구비 보릿고개’가 인력 이탈이나 실험 중단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연구비 수입을 추계한 결과 올해 아무리 많이 잡아도 4800억 원 이상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약 6000억 원) 대비 2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감액 비율보다 크다. 특히 학생 연구원 8000여 명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약 1000억 원에서 8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서울대는 정부 과제가 2000여 건이어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대는 자구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교수들이 기업에서 받는 월급 일부를 걷어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연구비로 돌려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연구실 소속 박모 씨(27)는 “이번 연구비 삭감으로 ‘한국에선 연구할 수가 없다’며 외국으로 뜨려고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방 국립대도 연구비 태부족 ‘비상사태’ 비수도권 국립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1700억 원가량이던 지난해 연구비 예산이 15% 정도 깎여 교수들이 사비로 메꾸는 방법밖엔 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의대 2000명 증원 규모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이과 계열 학과 전체(1775명)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로,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원상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1년간 이어질 보릿고개의 상처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공계에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 결국 늘어난 의대 정원은 다 이공계 지원자나 재학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공무원이 오전 2시까지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 폭탄’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악성 민원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행정기관 차원의 대응은 턱없이 적고 정부의 대응 지침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주무관, 오전 2시까지 민원 전화 받아”7일 경기 김포시 등에 따르면 5일 숨진 채 발견된 시청 소속 주무관(9급) 이모 씨는 포트홀(도로 함몰) 공사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이튿날 오전 2시 넘어서까지 민원 전화를 받았다. 교통 불편을 항의하는 전화가 당직실을 통해 담당자인 이 씨의 휴대전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와 체증을 피하려 오전 5시까지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대기조처럼 전화를 받은 것. 김포시 관계자는 “밤늦게 문의가 오면 당직 서는 사람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연락이 가는 경우가 있다. 자정 전후까지 연락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이 씨가 사망한 후 그의 동료 중 한 명은 사표를 냈다. 다른 부서 직원들도 정신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시는 이 씨의 신상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민원 전화를 유도한 누리꾼 등을 고발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있다.공무원이 ‘갑질’에 가까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지난해 8월 조합원 7061명을 설문해 보니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에도 경기 구리시의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주무관이 민원인을 상대한 직후 투신했다.● ‘폭언 들으면 1시간 휴식’ 현실 모르는 정부 민원 지침행정안전부는 7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민원 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형별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이달 중 배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의 현장 증거 취득부터 수사 단계, 검찰 기소, 법원 공판까지 절차별 대응 요령도 상세히 담길 예정이다.문제는 과거 비슷한 대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행안부는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같은 민원을 3회 이상 제출하면 내부 결재를 받아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내부 종결이 이뤄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같은 민원을 문구만 고쳐서 계속 올리는 경우에도 속수무책이다”라고 말했다. 폭언 피해 공무원에게 1시간 이내 휴게시간을 준다는 지침에 대해서도 다른 공무원은 “일하다 말고 어딜 가느냐.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인사고과 영향 등을 고려해 강경 대응을 꺼리는 공무원 조직 특성을 반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피해 공무원이 원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해주는 등의 조치가 자동으로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대는 이기형 그래디언트 회장이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육연구기금으로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6일 밝혔다. 이 회장은 1982년 서울대 천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1996년 6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설립했다. 2005년부터 꾸준히 모교에 기부를 이어온 이 회장은 이번 기금으로 자연과학대 교육연구기금 누적 1억 원을 포함해 총 11억1000여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 이 회장은 “기초과학과 과학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확산하고 과학 인재 양성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와 관련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방이나 인수인계 지침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내용의 행동 지침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9일 오전 “전공의에게 사직 전 병원 업무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이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에서 확산된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인계장(인수인계) 바탕화면, 의국 공용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특정 치료에 대한 기본 처방 지침)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으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시간 없으면 삭제만”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된 이 글이 의사 전용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에 처음으로 게시된 것으로 보고 게시 여부와 시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앱에서 게시글이 삭제된 게 확인되면 복구 의뢰와 함께 최초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처방 기록 등을 변조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허위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경찰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