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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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광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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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5~2025-12-15
칼럼100%
  • [단독]권복경 前치안본부장 “전두환, 6월항쟁 부산에 軍투입 명령”

    “각하(전두환 전 대통령)는 1987년 6월 시위대가 부산 거리를 가득 메우자 군을 투입해 진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나라가 뒤집힐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열망이 절정에 달한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경찰총수였던 권복경 전 치안본부장(82·사진)은 5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전 본부장은 6월 민주항쟁 26주년을 맞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시위 현장에 군을 출동시키고 민주화 세력의 ‘보루’였던 서울 명동성당에 경찰력을 투입해 일망타진하라고 명령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상세히 털어놨다.“6월 19일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궁정동 안가에서 회의가 있다기에 갔더니 이미 회의 전에 부산에 군을 투입하기로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회의 직전 각하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내 상황이 어떤가’라고 물어와 ‘부산이 좀 심각하지만 경찰력으로 책임지고 막겠다’고 했다. 그러자 각하가 ‘그래? 알았어’라며 출동 명령을 갑자기 유보했다. 몇 분 뒤 안현태 경호실장이 ‘오늘 회의는 없는 것으로 하라’는 각하의 지시를 전달했다.”―그런 중대 결정을 왜 쉽게 바꿨을까.“좀 의아했지만 다행스러웠다. 각하가 다른 참모들에게서 ‘경찰로는 시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군 출동 명령을 내렸다가 경찰 의견을 뒤늦게 물어보고 결정을 바꾼 것 같았다. 당시 육군에 따르면 이미 그 시간에 의정부 26사단 병력이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트럭으로 의정부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군 출동이 취소되자 회의에 와 있던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내 손을 잡고 ‘경찰력으로 막기로 한 거 잘했다’며 고마워했다.”권 전 본부장은 당시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 경찰력 투입을 명령했다고 털어놓았다.“6월 14일 아침이었다. 각하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명동성당에 학생들 시위하고 있지? 경찰력 투입해서 진압해’라고 지시했다. 나는 깜짝 놀라 ‘각하, 명동성당에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라고 만류했다. 각하는 또다시 ‘왜 못 들어가. 진압해’라고 명령했다. 6월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은 ‘시위대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진압을 하려면 시위대가 숨어 있을 만한 사제실이나 수녀실까지 다 때려 부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경찰 진입 계획을 전해 듣고 ‘성당에 들어오려면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들었다.”―명령에 따랐나.“그럴 순 없었다. 정권이 왔다 갔다 할 사안이었다. 각하의 형인 전기환 씨와 평소 친분이 있어 명동성당에 경찰을 투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각하에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청와대 회의에 갔는데 각하가 불쑥 ‘이 중에 말이지. 안일주의가 있어’라고 말해 참모들이 잔뜩 긴장했다. 그러곤 ‘명동성당을 경찰력으로 진압하려는 건 취소하라’고 했다.”권 전 본부장은 6월 민주항쟁 직후 급증한 노사분규 대처 과정에서의 비화도 들려줬다.“그해 9월쯤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공장 점거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한 번은 정주영 회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공장 안에 핵심 주동세력이 있으니 경찰이 들어가서 잡아 달라’는 거였다. 공장에 위험 장비가 많아 ‘회장님이 대화로 먼저 해결해보라’며 끊었는데 몇 시간 뒤 또 전화가 왔다.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결국 진압작전은 성공했고 얼마 후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전 대통령)이 전경들 위문금이라며 5000만 원을 들고 찾아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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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G 사장 뇌물혐의 출국금지

    KT&G가 충북 청주시에 건물을 팔면서 매각 대금을 많이 받기 위해 용역업체와 짜고 시청 공무원에게 6억여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로 KT&G 민영진 사장 등 임직원 6명을 포함해 관련자 8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청주시 기업지원과장 이모 씨(51)를 뇌물수수 혐의로 5일 체포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KT&G는 2008년 청주시와 연초제조창 매매 협상을 하면서 400억 원에 팔겠다고 제안했지만 청주시가 부동산 감정가 등을 근거로 250억 원에 사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자 KT&G는 2010년 자사의 부동산 관련 용역업체인 N사에 “협상이 결렬됐으니 (청주시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라”고 요청했고 N사는 청주시의 담당 과장인 이 씨를 로비 대상으로 점찍고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N사는 이 씨로부터 “당신들이 받는 수수료의 절반을 나에게 주면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듣고 KT&G 측과 협의해 뇌물 액수를 6억6000만 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 씨는 N사로부터 현금으로 3억 원을 받고 차명계좌로 3억6000만 원을 입금 받았다. 얼마 뒤 청주시는 연초제조창을 당초 사려던 액수보다 100억 원이 많은 350억 원에 사들였다. 경찰은 N사 관계자로부터 “KT&G 측이 이 씨가 요구하는 뇌물 액수를 확인한 뒤 선금을 줄 수 있도록 돈을 융통해줬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청주시가 100억 원이나 더 주고 건물을 산 경위와 담당 결재라인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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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장수술로 20일간 입원?… 김학의 또 소환 불응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이 맹장 수술을 이유로 경찰의 소환 요청에 불응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김 전 차관이 3일 밤 변호인을 통해 ‘맹장수술 때문에 20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하며 경찰 출석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지난달 29일 별다른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았고 2차 출석기일인 3일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진단서가 제출되면 그 내용대로 출석을 유예해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소환조사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진단서는 대학병원에서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병실 방문조사 계획도 없다고 밝혀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는 20일 이상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차관은 건설 브로커 윤모 씨(57)로부터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윤 씨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수사 초기부터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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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윤씨 대우건설 사장에 그림 로비”

    유력 인사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골프장 공사 수주를 위해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64)에게 그림 로비를 시도했던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서 사장은 “그림을 돌려보냈고 다른 금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윤 씨가 그림 외에 다른 금품을 서 사장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서 사장은 경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23일, 임기를 6개월 남겨 두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서를 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사정 당국과 대우건설 등에 따르면 윤 씨는 2010년 강원 춘천시의 골프장 공사 하도급을 따내기 위해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로비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대우건설 전 임원 A 씨를 통해 서 사장에게 그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이튿날 비서에게 그림을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A 씨가 그림을 돌려받지 않겠다고 해 그림은 중역실 앞 사무실 복도에 최근까지 걸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압수수색 때 이 그림을 압수했다. 서 사장은 최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원들에게 “돌려준 그림 외에는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팀은 28일 서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품을 받은 사람은 서 사장이 아니라 당시 고위 임원이던 B 씨다. 퇴직 임원 A 씨가 그에게 ‘윤 씨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게 해 달라’며 금품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문제의 골프장 공사 당시 윤 씨가 운영하던 동인건설은 68억 원 규모의 클럽하우스와 토목공사 일부 등 총 240억 원 규모의 공사를 대우건설에서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인건설이 따낸 하도급 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경찰은 서 사장이 윤 씨에게서 그림 외에 별도의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대목을 집중 수사 중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서 사장이 윤 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윤 씨의 공사 수주를 도왔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윤 씨의 성접대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21일 윤 씨에 대한 3차 소환조사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과 윤 씨를 대질신문했다. 윤 씨는 성접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면서도 여성들의 추궁에 흥분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윤 씨에게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에게 29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피의자 신분의 소환 통보여서 김 전 차관이 3차례 이상 불응할 경우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해 “원칙에 입각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영장을 검찰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검경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도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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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장 성접대’ 여성들에 마약투약 진술 확보

    건설업자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여성들에게 마약을 투약한 뒤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가 전직 사정기관 공무원을 통해 소개받은 마약판매상으로부터 지난해 마약을 대량 사들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초기 이 마약판매상을 출국금지한 뒤 조사해왔다. 윤 씨는 21일 경찰에 3차 소환돼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오후 10시 40분경 귀가했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여성들과 윤 씨를 대질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를 한 차례 더 소환해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윤 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과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명시된 메모지와 한글 파일 등을 확보해 해당 인사들과의 유착 및 불법 로비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아울러 윤 씨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도 증거자료 확보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 목동 주택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윤 씨에게 240억 원을 부정대출해 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서울저축은행 전무급 임원이 최근 잠적해 경찰이 수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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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 폄훼-이념갈등 조장… 강경우파, 시대정신 역주행

    15일 강경우파 성향 사이트 회원으로 보이는 괴한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진전’ 작품을 훼손했다. 사진전에선 5·18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 30여 장을 전시했다. 괴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그들(계엄군)은 죄가 없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적힌 종이를 전시된 사진 위에 덧붙였다. ‘5·18 봉기에 북한군이 개입했던 상황에 대한 김일성의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인쇄물도 함께 붙였다. 이날 저녁 괴한은 강경우파 성향의 웹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스스로 ‘범행’을 시인하는 인증샷을 올렸다. 그는 “(이걸 보고) 화가 날 좌빨(좌익과 빨갱이를 합친 비속어)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고 적었다. 같은 날 서강대 부산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5·18을 소개한 대자보가 찢어졌다 최근 강경우파 인터넷 사용자들이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일부 탈북자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이어 대학 내 5·18 사진전까지 훼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지역감정 담긴 허위 주장 난무 하루 이용자가 평균 100만 명에 달하는 일베에는 5·18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 회원들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시각을 고수하며 “북한 특수부대가 남한에 진을 치고 국군을 향해 도발한 뒤 광주 시민들이 희생되자 국군이 학살 주범이라고 선전 선동한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무기고가 광주시민들에게 4시간 만에 털린 것은 북한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 “북한제 카빈 소총에 사망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북한군이 이 총 갖고 있다가 들킨 거 아니겠느냐”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5·18을 ‘오씨팔’ ‘폭동절’로 비하하며 반감을 드러내는 게시물도 적지 않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5·18을 왜곡하는 글을 삭제하지 않는 온라인 사이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일베 회원들은 “자기들만 표현의 자유 들먹거리는 ×만도 못한 민○당”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전라도가 전라도끼리 모여 전라도 양민을 무참히 죽여 온 그 인간 백정의 전라도 역사 알아보자꾸나”라는 내용의 지역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주장도 나온다. 회원들 사이에선 호남을 비하하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통용된다. ‘홍어’(전남 흑산도 특산물),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 ‘알보칠(알고 보니 시계 방향으로 7시)’ 등이 호남을 비하해 지칭하는 은어다.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올인코리아, 뉴라이트 폴리젠 등의 사이트에서도 5·18과 관련된 강경우파적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5·18때 먼저 공격을 한 쪽은 군이 아니라 폭도들이었다” “정부의 5·18 조사 결과는 전두환 신군부에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다. ○ 보수정권 출범과 함께 고개 들어 5·18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 올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억눌렸던 강경우파 세력들이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선 결과를 과거 독재정권의 합리화로 착각하고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5·18 기념식 때마다 제창해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보훈처가 올해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5·18 자체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측면도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사에 대한 극우적 접근은 사회통합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5·18을 부정하는 주장이 여전한 것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선 강하게 항의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는 역사 교육에 취약했다는 증거”라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극우적 시각을 배제하는 게 건전한 보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5·18은 민주주의적 열망이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억눌린 사건인 데다 영남 출신 대통령이 무력진압을 지시하고 광주시민이 항거한 지역 갈등적 요소까지 겹쳐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싹틀 소지가 크다는 해석도 있다. 강경우파들은 ‘민주화 vs 산업화’ ‘호남 vs 영남’ 등의 이분법의 틀을 들이대며 양측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경우파 세력들은 현대사나 북한 문제처럼 피아 구분이 분명해 역풍이 불 소지가 적은 주제를 주로 이슈화한다”며 “이는 독일의 네오나치나 일본 극우집단이 보이는 행태와 유사한 것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18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인정된 엄연한 민주화운동이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 행사”라며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역사적 사건을 비판할 때는 고도의 객관적 검증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광영·조동주·김성모 기자 neo@donga.com}

    •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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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기업 건설사 前회장도 별장서 성접대 받아”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국내 대기업 계열 건설사 전 회장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인사는 최근 연루설이 돌고 있는 P그룹 회장과는 별개의 인물이며, P그룹 회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씨의 요구로 대기업 건설사 회장 A 씨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현재 회장직에서 물러나 다른 중견기업에 재직 중이다. 최근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됐다는 소문에 휩싸인 P그룹 회장과는 다른 인물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P그룹 회장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나 정황은 없으며 대기업 경영자가 등장하는 동영상도 발견된 게 없다”고 밝혔다. 유명 남성 연예인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소문도 사실 무근이라고 사정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회장 재직 당시 성접대 대가로 윤 씨에게 건설사업 관련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어서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성접대를 받았다고 해도 A 씨를 형사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취재팀은 A 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 씨는 최근 두 차례의 경찰 소환조사에서 성접대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하며 “수사팀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근 확보한 원본 동영상뿐 아니라 윤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성접대 인사 명단 등 물증을 제시하며 윤 씨를 압박했다. 경찰은 윤 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사들의 이름이 명시된 메모지와 컴퓨터 문서 파일을 확보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윤 씨에 대한 3차 소환조사에서는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과 윤 씨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신광영·김성규 기자 neo@donga.com}

    • 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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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장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재소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4일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재소환해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윤 씨의 요구로 강원도 별장에서 유력 인사를 성접대했다”는 여성 10여 명의 진술을 토대로 윤 씨에게 사실 여부를 캐물었다. 또 경찰은 일부 여성들이 “유력 인사가 윤 씨와 함께 성폭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도 진위를 조사했다. 경찰은 윤 씨가 성접대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을 소환하는 한편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과 윤 씨를 대질신문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윤 씨는 9일 1차 소환조사 때 공사 입찰비리 등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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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난 공사비 못준다” “과태료 대납”… 대형건설사 ‘甲의 횡포’

    대형 건설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공사 관련 과태료까지 대납시키는 등 건설업계에서 ‘갑의 횡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그룹 계열 건설사인 B사는 지난해 부산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를 하면서 지반에 철골 구조물을 세우는 공사를 하청 받아 진행한 N사에 계약서대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N사는 약속했던 돈을 협력업체에 지급하지 못해 회사 자산이 가압류되고 빚더미에 앉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N사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B사를 제소했지만 합의가 안 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피치 못해 늘어난 공사비도 못 준다는 ‘갑’ 지난해 7월 계약 당시 B사는 예상 공사대금을 32억800만 원으로 책정하되 추후 물량정산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물량정산은 계약 시점에 정확한 공사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공사가 끝난 뒤 투입된 자재와 장비 등의 값어치를 따져 추산하는 방식이다. N사는 지난해 10월 공사를 마친 뒤 물량정산을 해 소요비용을 36억9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B사는 “변경된 공법 등 현장 상황을 반영해 공사 비용을 산정했기 때문에 계약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지급할 수 없다”며 현재 N사에 30억 원만 지급한 상태다. N사는 공사 도중 지반에 두꺼운 암석층이 발견돼 공법을 바꾸면서 하루 공사 시간을 10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였다. 공사 소음으로 민원이 제기되자 관할 구청과 협의해 취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공사기한이 길어져 장비 대여료와 인건비가 당초 계획보다 상승했다. N사는 이 비용까지 포함하면 공사비가 60억 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지만 B사는 “원청업체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다”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계약할 때 “현장 여건에 의해 발생되는 비용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미리 공지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공사 도중 발생하는 돌발 변수는 모두 하청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종광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소음으로 민원이 제기돼 과태료가 부과되자 B사는 N사에 대신 납부하도록 한 사실도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과태료나 과징금은 원청업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하청업체에 대납을 시킨 것이다. N사는 5차례에 걸쳐 790만 원의 과태료를 냈다. 실제 지출한 공사비를 B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N사는 7억 원을 대출받아 협력업체에 일단 지급했지만 5억 원은 아직 못 주고 있다. 매달 은행에 대출이자로 내는 500여만 원은 직원 30여 명에 월 매출 10억 원 규모인 N사로선 큰 부담이다. N사 관계자는 “장비와 인력을 대준 협력업체에 몇 달째 돈을 못 줘 회사로 가압류가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가 돈을 못 주면 굴착기 한 대로 먹고사는 장비업자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줄줄이 쓰러진다”고 말했다. N사의 제소로 이 사안을 조사한 건설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형 건설사가 전형적으로 보이는 행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공사 못해도 을 책임 재벌그룹 계열 건설사가 대부분인 원청업체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중소 하청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있음에도 공사 금액을 가장 낮게 제시한 2, 3개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다시 경쟁을 붙이는 재입찰 관행이 대표적이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의 한 건설사는 2009년 인천 청라지구 구조물 공사 관련 하청업체를 선정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1억5900여만 원의 낙찰가를 낮춘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3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고충처리부 강성주 과장은 “원청업체들이 3, 4회 재입찰을 하며 당초 예상 금액의 60∼70% 수준으로 단가를 후려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쓰도록 권장하지만 원청업체들은 편법을 동원해 이를 피해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표준계약서를 쓰면서 20∼30개의 ‘특약’ 조항을 붙이는 방식으로 하청업체에 불리한 내용을 담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설계변경은 하지 않는다’거나 주간의 2배인 야간 인건비는 하청업체가 부담한다는 내용들이 특약에 포함된다. 국내 도급 순위 3위권의 한 대형 건설사는 ‘전쟁이 나도 공사를 못하면 하도급사의 책임이다’라는 내용의 특약을 내걸기도 했다. 강 과장은 “하청업체로선 원청건설사의 말을 안 듣는 업체로 소문나면 아예 공사를 따지 못하기 때문에 부당한 특약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광영·김준일·김성모 기자 neo@donga.com}

    •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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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유력인사 성접대 별장서 성폭행도 있었다”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별장에서 단순 접대가 아닌 성폭행까지 벌어진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접대를 받은 유력인사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진술한 여성들 가운데 여러 명에게서 “2007년과 2008년 유력인사의 강압에 못 이겨 성관계를 맺었고, 이 인사가 윤 씨와 방에 들어와 함께 성폭행을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은 “이 인사가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윤 씨와 함께 성폭행을 할 때는 환각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보였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인 이상이 합세해 1명의 피해자를 성폭행할 경우 특수강간에 해당되며 친고죄도 아니다. 범행이 5, 6년 전에 일어나 단순 성폭행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일반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강간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정당국과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해당 인사의 성폭행 방식과 언행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해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달 이 인사에 대한 신병처리 관련 절차를 진행하며 특수강간 혐의를 포함시키려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 과정에서 특수강간 혐의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를 받은 한 여성은 “피해자들이 해당 인사와의 대질조사를 강력히 요구하며 ‘나오기만 하면 뺨을 때리겠다’고 울분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5, 6년 전 일인데도 그 사람 이름이 들리면 치가 떨릴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해 특수강간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를 추가로 수집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윤 씨를 상대로 해당 인사 접대에 여성들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성관계 의향을 미리 묻고 동의를 받았는지, 해당 인사와 합세해 별장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윤 씨가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피해 여성들과 대질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9일 첫 소환조사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14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10일 오전 1시 50분경 귀가했다. 경찰은 윤 씨의 공사 입찰비리 의혹 등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음 주 중 윤 씨를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윤 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1차 조사에서 윤 씨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 중 절반 정도를 확인했고, 다음 소환조사 때 성접대 관련 의혹 등 다른 주요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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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모르쇠… 대질신문 검토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9일 경찰에 출석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 착수 약 50일 만에 경찰에 소환된 윤 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들어선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윤 씨와 자주 통화한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내용과 동아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김 전 차관은 지인에게서 제공받은 차명 휴대전화로 윤 씨와 여러 번 통화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사용한 것으로 경찰이 확인한 차명 휴대전화의 번호 앞자리 ‘010-4157’은 윤 씨의 조카가 “김 전 차관에게 동영상 스틸사진을 보낼 때 썼던 전화번호”라며 3월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에 밝힌 것과 일치한다. 윤 씨 조카는 당시 인터뷰에서 “작은아버지(윤 씨)로부터 동영상 스틸사진을 김 전 차관에게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 불려가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진술을 10여 명의 여성으로부터 확보했다. 이 중에는 “윤 씨가 유력 인사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도 포함돼 있다. 윤 씨 조카와 별장 관리인 등 윤 씨 주변 인물들도 “윤 씨가 여러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진술한 상태다. 경찰은 윤 씨를 상대로 성접대를 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부인할 경우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을 불러 대질신문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며 “필요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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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동영상속 인물은 김학의 前차관 확실”

    건설업자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확보한 동영상 원본에 등장하는 남성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진위 분석을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원본은 화질이 선명하고 등장인물의 얼굴도 거의 정면으로 나와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육안으로 얼굴을 쉽게 식별할 수 있어 국과수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이 박모 씨에게서 제출받은 이 2분 분량 동영상은 수사 초기 확보한 1분 3초짜리 사본의 원본이다. 경찰이 3월 입수한 사본은 원본을 컴퓨터 모니터로 재생해 그 일부 대목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어서 화질이 선명치 않았다. 경찰은 원본을 1분 안팎으로 편집한 동영상 2개도 추가로 제출받았다. 박 씨가 건설업자 윤모 씨(52)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 K 씨의 의뢰를 받고 윤 씨에게서 회수해온 벤츠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CD 중 한 장에 이 3편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조사에서 “김 전 차관 외에 다른 유력인사들이 성접대 받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해 경찰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군지를 특정하는 작업이 일단 마무리됨에 따라 최근 윤 씨에게 9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해도 접대 관계가 아니었거나, 접대 대가로 윤 씨에게 편의를 봐준 것이 없을 경우에는 범죄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경찰은 윤 씨가 성접대 대가로 고위직 인사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거나, 유력 인사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할 경우 수사가 급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윤 씨가 뇌물을 써 공사를 수주한 뒤 하청업체에 일감을 주고 뒷돈을 받는 수법을 자주 썼으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사에도 돈을 살포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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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체류 걱정말고 성폭행 신고 하세요

    경찰이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를 입고도 강제추방을 당할까 봐 신고하지 못한 불법체류자들을 대상으로 6일부터 7월 25일까지 80일간 신고를 받는다고 6일 밝혔다. 법무부가 불법체류자 ‘통보 의무 면제에 관한 지침’을 3월부터 시행하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추방될 위험이 없다. 이 지침이 도입되기 전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범죄 피해를 당해 신고를 한 경우에도 경찰이 피해자 신상정보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고 신병을 인계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과 자국동포 등에게 성폭행이나 살인 위협 등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경찰은 “불법체류자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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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동영상’ 등장인물 목소리 김학의 前차관 음성과 95% 일치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고위직 인사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성관계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 사본에 등장하는 남성의 목소리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목소리에 대한 성문(목소리 지문) 분석을 한 결과 95% 일치한다는 결과를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확보한 문제의 2분 분량 동영상과 2003년 촬영된 김 전 차관의 연설 영상에 대한 성문 분석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았다. 연구소가 분석한 동영상은 노래방 기기가 있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20∼30초 녹음돼 있다. 연구소는 음악(MR) 등 잡음을 제거해 남성의 목소리만 추출한 뒤 김 전 차관의 연설 육성과 대조했다. 그 결과 목소리 탄력과 소리 압력, 치아 골격, 목 구조 등 6가지 측면에서 평균 95%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반주 등 잡음이 있는 상태에서 촬영된 동영상 속 목소리의 성문 비교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 3명이 동영상 속 남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게 해 이를 녹음한 뒤 이들의 평소 목소리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명은 94.5%, 2명은 각각 94%의 일치율이 나왔다.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소장은 “통상 일치율이 90%가 넘으면 동일인으로 추정하는데 연구원 3명에 대한 표본 분석 결과 90%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와 성문 비교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했다”며 “문제의 동영상 속 남자의 음성과 김 전 차관의 음성이 95%의 일치율을 보였다는 것은 동영상 속 남성과 동일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성문분석에 사용된 동영상은 컴퓨터로 재생시킨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복사본이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동영상에 대해 영상이 너무 흐리고 잡음이 많아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영상 원본에 대한 분석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동영상 속 인물을 단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동영상 원본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던 박모 씨와 그의 운전사를 최근 체포했다가 3일 오전 일단 귀가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동영상 원본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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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엄마가 미안해”… 세 여인의 옴니버스 이야기

    《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이 광경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친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내가 태어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올해 내 생일을 4월 6일로 정했다. 석사학위 논문을 2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4일은 선약이 있어 토요일인 그날이 적당했다. 지난해 스물아홉 번째까지의 생일은 3월 20일이었다. 난 아무도 모르게 그날이 지나가 주길 바랐다. 생일 축하인사를 받을 때마다 내가 나에 대해 아는 정보가 서류상 이름과 생일뿐이란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그날 태어났는지 목격했거나 증언해 줄 사람은 없었다. 나와 이란성 쌍둥이인 언니도 생일을 새로 정하자는 계획에 동의했다. 나는 한국에서 알게 된 친구들만 불러 새 생일파티를 했다. 그날 처음으로 태어난 걸 축하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물었다 “이모는 엄마가 미워? 그래서 안찾아?”… 섀넌 하이트 이야기 ▼어깨 위의 유령주한미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친자식인 세 남매를 포함해 다섯 자녀에게 공평하게 무뚝뚝했다. 나는 외출할 때 그런 아버지와 나란히 걷길 원했다. 그의 머리칼은 검은색이어서 뒤에서 보면 진짜 부녀지간처럼 보였다.어머니는 “너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애정의 격차를 드러냈다. 그녀는 열심히 사랑을 주려 했지만 우리가 어떤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했다.초등학교에 다니던 작은오빠가 ‘show-and-tell(각자 물건을 가져와서 발표하기)’ 무대에 우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오빠 친구들은 장난감 로봇이나 자전거, 최근 구입한 애견을 연단에 가지고 올라왔다. 우리는 ‘Korean sisters(한국인 여동생)’란 푯말을 목에 걸고 그것들과 나란히 ‘전시’됐다. 외삼촌은 가족 모임 때마다 우리 자매를 앉혀놓고 이죽이죽 웃으며 같은 걸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희 같은 쌍둥이 한국인 소녀를 얻을 수 있니?” 그가 ‘얻는다’는 뜻으로 쓴 ‘get’은 가게에서 인형 따위를 살 때 쓰는 동사다. 양부모는 농담으로 여겼는지 껄껄 웃을 뿐이었고 나는 눈치를 살피며 그가 원하는 답변을 했다. “한국의 고아원에 가 보세요.”열네 살 때 떠난 가족여행에서 두 살 많은 작은 오빠가 자고 있던 언니를 성추행했을 때도 엄마는 방관자였다. 우등생이었던 언니는 그 일을 털어놓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으며 무너져 내렸다. 마약을 하고 커터 칼로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엄마는 언니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몇 년 뒤 언니가 엄마와 함께 마약 재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 엄마는 이튿날 오빠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로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고 키스만 했어요.” 엄마는 더 추궁하지 않았다.지난해 성탄절 가족모임에서도 외삼촌은 그 질문을 할 태세였다. “내가 너한테 항상 묻는 질문 기억하니?” 나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봤다. “네가 나한테 매번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해?” 허공을 향한 내 눈길이 싸늘해졌다. 평소와 다른 반응에 양부모와 오빠들은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나직이 말했다. “한 번 더 물어봐요. 이번엔 딴 데 가보라고 얘기해 줄 테니까.”삼촌의 ‘주둥이’를 다물게 하는 데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논쟁을 즐기고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집에선 유쾌하고 얌전한 딸을 연기했다.2000년 미국 명문 사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화려한 스펙의 성공적 입양 사례였다. 하지만 네 살 때 입양된 이후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나온 적이 없다. 그 우울감은 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유령과 같았다. 고교 수업시간에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이 광경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 기분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 ‘친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내가 태어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가 귀환 후 다리가 간지럽다고 느끼는 것처럼 나는 거세된 네 살 때까지의 기억을 더듬었다. 아무리 만지려 해도 닿지 않고, 지우려 해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렵게 취직한 연봉 8만 달러짜리 직장보다 그 공허함을 메우는 게 더 절실했다. 나는 2007년 한국으로 떠났다.나를 고아로 만든 사람들‘나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홀트아동복지회 담당자가 알려준 곳은 ‘경북 청도군청 앞’이었다. 기록은 ‘1984년 5월 22일 쌍둥이 자매가 청도군청 앞에 버려져 행인에게 발견됐다’고 적혀 있다. 내가 청도군청을 찾은 건 한국에 온 지 1년쯤 되던 가을이었다. 군청 직원은 발견되자마자 옮겨졌다는 보육원에 가보라고 했다.하지만 언니와 내가 한국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정하나’ ‘정두나’는 명부에 없었다. 원장은 한참 자료를 뒤적이다 “그날 군청 앞에서 발견돼 우리 시설로 온 어린 자매가 있긴 해요. 근데 이름이 다르네. 정남희 정남정. 나이도 한 살 터울이고…”라고 말했다.나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몇 개 안 되는 어릴 적 정보마저 거짓일 수 있다는 ‘선고’로 들렸다. 하나, 두나. 언니와 나를 이어준다고 생각했던 그 이름이 가짜라면 유일한 혈육인 언니마저 친언니가 아닐 수 있었다.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정남희 정남정 남매의 가족들을 만났다. 우리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마주봤다. 나는 그들을 통해 정확한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기를, 그들은 내가 잃어버렸던 조카딸이기를 바랐다. “네 아버지의 누나”라고 밝힌 한 50대 여성이 나를 인근 시골의 자기 집으로 안내했다. 이미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는 내 손을 꽉 잡고 “눈하고 입 모양새가 네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했다. “아주 판박이네.” “맞네 맞아.”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나를 가족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쁨을 느꼈다. 누군가와 닮았다는 말을 나는 몹시 갈망해왔다.유전자 검사 결과 나는 그들의 조카가 아니었다. 언니와 난 다행히 친자매가 맞았지만 언니는 머리카락을 채취해 한국에 보내면서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엄마의 호적에 올라가 있었고,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성사시키려 고아 신분으로 세탁한 것이었다. 당시엔 고아만 해외로 입양 보낼 수 있어 이런 조작이 성행했다. 엄마의 과거를 만나다 나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 공부에 집착했다. 내 입에서 나온 한국말을 귀로 들을 때 나는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가 능숙해져 다른 입양인이 생모를 만나러 갈 때 자주 통역을 해줬다. 그 일을 할 때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갈증을 난 드러내지 않았다.차갑게 버림 받고도 부모를 찾으려는 입양인에게 쏠리는 동정의 눈길을 난 견뎌낼 수 없었다. 굶어죽거나 매춘부가 될 운명에서 양부모가 구해준 것이란 미국인들의 시선에 난 이미 지쳐 있었다. 게다가 친엄마가 나와 만나길 거부하기라도 하면 산산조각난 자존심을 복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감정 통제는 오랫동안 훈련해온 나의 주특기였지만 길에서 40, 50대 여성이 마주 오면 난 어느새 그들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내가 몰두한 건 미혼모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이었다. 나는 어린아이의 청량한 웃음소리를 동경했다. 입양서류에 붙은 사진 속 나는 심드렁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혼모는 내 엄마의 과거였고, 아이들의 미래는 나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엄마와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다.“이모는 엄마가 미워? 그래서 안 찾는 거야?” 형숙 언니의 아들 준서(7)가 나와 보드게임을 하다 물었다.“난 엄마 없이 못 살 거 같은데. 엄마랑 있으면 좋잖아.”준서는 천진한 목소리로 내 속내를 읽어 내려갔다.내가 머뭇머뭇하자 준서는 형숙 언니에게 고개를 돌렸다.“근데 엄마는 왜 나를 입양 보내려고 했어?”“그래야 잘 클 줄 알았지. 이모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엄마를 찾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여든이 넘은 한 위안부 할머니와의 약속이었다.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해온 나를 할머니는 눈여겨봤다고 했다.“방송 나가서라도 엄마를 찾아봐야지 왜 이러고 있어. 나도 당당히 얼굴 들고 사는데 뭔 얼어 죽을 놈의 자존심…. 너 엄마 찾으면 내가 춤출게. 나 사교춤 잘 춰.”30년 만에 안 내 생일3명의 심사위원 앞에 서자 평소 유창하던 한국말이 갑자기 어눌해졌다. 지난해 12월 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선 무대였다. “미국에서 온 섀넌 하이트입니다. 제 한국 이름은 정두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어머님이 어떻게 섀넌 양을 알아볼까요?”“엄마한테 받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저를 알아봐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나는 미혼모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내게 당신이 없다면(If I Ain't Got You)’을 불렀다. 노랫말이 엄마를 향하고 있다는 걸 난 그날 무대에서 새삼 느꼈다.엄마에게 연락이 온 건 오디션 후 넉 달이 지난 즈음이었다. 엄마는 나를 수소문하다 내가 3년간 자원봉사를 해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통해 나를 찾았다. 나 스스로 정한 첫 생일을 지낸 이틀 뒤인 4월 8일, 부산역에서 언니와 나를 본 엄마의 첫마디는 “우리 촌스럽게 울지 말자”였다. 수없이 상상했던 그 순간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입양의 기로에 선 미혼모들을 지켜보며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쌍둥이 딸을 잃은 엄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였다. ‘미혼모와 입양인의 연대’는 내 석사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하다.함께 지낸 며칠간 엄마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내가 성추행 얘기를 꺼내자 언니를 안고 오랫동안 눈물을 쏟았다. 한국에 온 지 몇 달 안 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돼 있었던 언니는 그때 엄마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엄마를 만나 비로소 알게 된 게 있었다. 우리의 생일은 4월 22일이었다.▼ “아가… 며칠만 늦게 나와주면 안될까?”… 최형숙 이야기 ▼방 안은 12시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뒤집힌 파자마가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 오디오에선 방금 전까지 듣던 태교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도 반복해 들어 숨소리처럼 익숙하던 멜로디가 선명하게 들렸다. A4용지 두 장 크기의 창문이 보이고 그 너머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는 것도 평소대로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배 속의 준서가 사라진 것을 빼곤…. 위층에선 아기들 울음소리가 났다.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퇴원한 몇몇 산모의 아기였다. 아직 꺼지지 않은 배 안에 준서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119 구급차가 도착한 건 12시간 전인 2005년 8월 11일 오후 11시였다. 방에서 혼자 진통을 하다 실신한 나는 황급히 구급차로 옮겨졌다. 구급차 안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문간에 챙겨 놓은 손가방도 실려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분홍색 노트를 꺼냈다. 준서를 낳기로 결심한 넉 달 전부터 하루도 안 거르고 쓴 일기장. 내 얘기를 들어준 건 일기장뿐이었다. 나는 누운 채로 벌벌 떨리는 손에 펜을 끼워 넣었다.‘이제 네가 태어나려나 보다. 엄마가 지금 너무 아픈데 네가 태어나면 더 아플 것 같아. 며칠만 더 늦게 나와 주면 안 될까.’생후 6시간 만의 이별준서는 병원 도착 3시간 만에 태어났다. 회복실로 옮겨져서도 나는 일기장을 열었다. 옆 산모를 간호하던 할머니는 “애 낳고 바로 손을 쓰면 손목이 나간다”며 만류했지만 준서를 만난 기쁨을 털어놓고 싶었다. 일기장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축하했다.‘간호사가 데려가기 전 잠깐 봤는데 너는 정말 하얗더라. 엄마 아빠는 둘 다 까만데, 너는 천사의 얼굴이구나.’ 오전 9시, 개나리색 원피스를 입은 20대 여직원이 병실에 왔다. 아기가 태어난 지 6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간호사들은 준서를 데려올 준비를 하며 부산해졌다.“부탁인데요. 우리 아기 발바닥 도장 좀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도장 아저씨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10분이 지나도록 발도장을 찍는 사람이 오지 않자 원피스 입은 여직원은 말없이 휴대전화 폴더를 계속 여닫았다. 허겁지겁 달려온 발도장 담당자는 준서 발바닥에 잉크를 듬성듬성 바르더니 후다닥 찍어 냈다. 발 모양이 엉성하게 나와 불만이었지만 다시 해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입양 보내는 마당에 뭐 하러….” 누구도 내뱉지 않은 그 말이 귀에 맴돌았다.여직원은 준비해 온 포대기로 준서를 감싸며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 보세요.”내 품에 안긴 준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아기 주려고 직접 짠 포대기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싸서 가시면 안 돼요?”“포대기는 저희가 제작한 것만 쓰게 돼 있습니다. 아기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아가, 이제 그만 가.”입양기관 봉고차가 준서를 태워 사라진 뒤 난 더는 병원에 있을 수 없었다.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산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애란원으로 돌아왔다. 미혼모들이 모여 사는 그곳. 여기서 나는 준서를 키울지, 보낼지를 놓고 매일같이 마음이 바뀌었다.오빠의 뒷모습준서가 태어나기 두 달 전쯤 노란 머리의 외국인 양부모들이 애란원에 온 적이 있다. 그들은 기업 임원, 회계사,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양기관이 주관한 한국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온 이 양부모들은 입양한 한국인 자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펴 보였다. 사진 속 남자 아이들은 마당의 풀에서 수영을 하거나 메이저리그 팀 유니폼을 입고 투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은 발레를 하거나 피아노를 쳤다. 주눅 든 산모들은 말없이 사진에 빠져들었다.나는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본 친오빠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오빠와 난 10년 전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며 매달 한두 번 식사를 같이 하곤 했다. 임신이 되면서 6개월쯤 만남을 피하자 오빠는 내 안부가 궁금하다며 한사코 자취방으로 오겠다고 했다. 난 어쩔 수 없이 오빠를 마중하러 집 앞 지하철역에 나갔다. 출구로 나온 오빠는 멀찍이 서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오빠는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다 몸을 돌려 올라왔던 출구로 도로 내려갔다.이튿날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34년을 사는 동안 내 선택을 무조건 응원해 줬던 아버지는 “너를 믿은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날 난 미장원에 갔고 ‘머리를 자르고 보니 이젠 잘라야 할 것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일기에 썼다. 나는 준서 아빠와 4년을 사귀다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남들처럼 결혼을 할까도 했지만 그건 더 지옥일 것 같았다.준서가 떠나고 빈손으로 애란원에 들어서는 내게 산모들은 말을 걸지 않았다.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이미 겪어 알고 있었다. 준서를 보낼 때 주려고 싸 놓은 선물 상자가 방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영어 시를 뜬 십자수와 돌잔치 옷, 한국 문화를 알게 해 주려고 광화문 주변에 나갈 때마다 챙겨 놓은 서울 시티투어 리플릿이 한 다발 들어 있었다. 산모들이 식사 자리에 모일 때마다 몇 명은 꼭 눈이 퉁퉁 부어 있곤 했는데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갔다.나는 난지도 쓰레기장에 준서를 버리고 온 환영에 시달렸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포대기에 싸여 울고 있는 준서가 눈에 아른거렸다. 준서를 보낼 순 없었다. 2주일 뒤 입양기관을 다시 찾았다. 그쪽 요구에 따라 미국 양부모에게 사과 편지를 쓰고 아기 인수증까지 써 준 뒤 준서를 다시 품에 안았다. 다른 산모들은 위약금으로 수백만 원을 내기도 한다는데 난 돈 안 물고 찾아온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곰 세 마리준서는 다행히 밝게 자랐다. ‘국민 동요’ 반열에 오른 ‘곰 세 마리’를 아이도 좋아했다. 이 노래를 불러줄 때마다 아빠의 빈자리는 더 커 보였다. 곰은 가족단위의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걸 나중에 책에서 보고 나는 동요도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준서는 가끔 대중목욕탕 앞에서 드러눕곤 했다. 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와 여탕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자 “목욕탕 데려가 줄 남자를 구해 오라”며 떼를 썼다.준서를 낳기 전 나는 10년차 헤어디자이너였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근무하던 미용실에서 해고된 뒤 직접 미용실을 차렸다. 처음엔 월 수익이 500만 원쯤 돼 가게 운영이 괜찮았다. 하지만 서서히 손님이 줄더니 6개월이 되던 날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었다. 단골이던 한 여교사는 “형숙 씨가 결혼도 안 하고 애 아빠가 유부남이란 소문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유부남을 유혹해 아기를 낳은 것처럼 사실이 와전돼 있었다. 손님이 거의 여자여서 혼자 아이 키우는 사정을 조금은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여자의 적은 여자였다.나와 떨어지길 싫어하는 준서는 유치원이 끝나면 미용실 앞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나를 부도덕하게 보는 건 상관없지만 준서까지 매도될 것을 생각하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5월이면 준서 옷 사이즈를 묻던 친구섀넌과의 인연이 시작된 건 그 즈음이다. 나는 미혼모들을 위한 활동가로 직업을 바꿨다. 준서가 받게 될 차별을 없애는 게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했다. 섀넌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달래듯 아이를 돌봐 줬다. 성격이 명랑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줬지만 멍하니 허공을 볼 땐 그녀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준서를 입양 보낼 뻔했던 나는 섀넌을 보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려 했다.아들을 입양 보냈던 한 친구는 매년 5월이 되면 준서의 옷 사이즈를 물어 왔다. 나보다 3개월 먼저 아들을 낳은 친구였다. 내가 사이즈를 말해 주면 친구는 “우리 애는 호주에서 크니까 그것보다 조금 더 크겠지”라며 매년 옷을 샀다. 5월 4일이 그녀 아들의 생일이다. 그녀가 해외 입양을 택한 이유는 다시 만날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입양은 모두 비밀에 부치지만 해외 입양은 비밀 유지가 불가능해 엄마들은 그런 꿈을 갖는다. 그녀는 20년 후에나 올지 모를 운명적 손님을 기다리며 생일 선물을 차곡차곡 모았다.그녀는 내가 섀넌 같은 입양인들과 가깝다는 걸 알고 질문 하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엄마가 잘살았으면 좋겠니,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니?” 잘살면 죄인이고, 못살면 아들이 커서 돌아왔을 때 도움을 못 줄 거라며 그녀는 갈팡질팡했다. 자식을 입양 보낸 부모들 모임을 만든 금주 언니를 돕게 된 것도 그 친구의 영향이었다. 자녀 생사조차 몰라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자식을 버렸다는 손가락질이 두려워 숨어 지내는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섀넌과 나, 금주 언니는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요하는 부조리의 피해자였다.“엄마, 여자 친구가 애 낳으면 내가 키우는 게 기본이겠지?” “엄마는 결혼 안 할 거야? 난 OO(유치원 여자 친구)랑 결혼할 건데.” 준서는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미혼모의 아들이란 멍에에 적응해 갔다.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준서가 며칠 전 입술이 터져 집에 왔을 때 난 미혼모라는 내 신분을 새삼 실감했다. 준서는 “다 엄마 때문이야”라며 가방을 집어던졌다. 학교 친구들이 ‘너희 엄마 미혼모야?’라고 묻는데 매일 똑같이 답해야 하는 게 싫어 짜증을 부리다 싸움이 났다고 했다. 그날 선잠이 든 나는 산신령이 나오는 꿈을 꿨다. 산신령은 “네가 원하면 아기가 생기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주겠다”고 했다. 한참 엉엉 울다가 가까스로 “지금 이대로 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튿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미혼모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슬피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성욱’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노금주 이야기 ▼여러 번 전화가 닿지 않던 그녀가 지난달 23일 사무실에서 우리와 마주 앉았다. 가슴에 ‘센터장’ 배지를 단 이 50대 여성은 회색 카디건을 여미며 다리를 꼬았다. “그래, 뭘 원하시는데요?”내 옆에 앉은 제니(가명·29·여)는 텀블러를 만지작거리다 그 말에 손짓을 멈췄다. 제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면서 입을 못 떼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었다. “제니가 29년 만에 미국에서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엄마 주민등록번호는 있는데 주소나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센터장은 엷은 미소를 띤 채 “누구시죠”라고 물었다.“제니를 도우러 왔어요. 한국이 낯설고 우리말도 못 하니까….”“어떻게 도움을 주신다는 건데요? 영어는 할 줄 아세요? 아님 돈으로 도와주세요?”“그런 게 아니라 제니가 한 달 전 여기 왔을 때 엄마 연락처가 남아 있단 얘길 들었대요. 알아보고 연락주기로 했다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기에 그럼 같이 한번 물어보자고 해서 온 거예요. 저도 한가해서 온 게 아니고.”센터장은 “뭘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모르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팔짱을 꼈다.아들이 살아 있었다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도록 돕게 된 건 2005년 ‘그 일’이 있은 후부터다.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 입원 수속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원무과 주변을 오가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한국사회봉사회입니다. 노금주 씨 되시죠? 현성욱이란 분 아세요? 선생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해요.”현성욱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우리 아들, 살아 있어요?”아들은 입양인과 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석 달 뒤 나오기로 한 상태였다. 한국행 비행기 삯을 대준다기에 사연을 보냈다고 했다. 아들과 만나기까지 기다린 석 달은 헤어져 살았던 3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녹화 당일, 아들은 먼저 무대에 나와 있고 나는 무대 뒤 대기실에 있었다. 녹화가 지연돼 나는 아들을 코앞에 두고도 두 시간 넘게 보지 못했다. 대기실 안 흑백 모니터에서 무대 위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 아들의 입국 장면이 담긴 녹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나는 모니터를 통해 입국장에 들어서는 아들의 얼굴을 봤다. 카메라 렌즈가 넓게 잡은 인파 속에서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생후 11개월 때 입양 간 성욱이는 나를 빼닮은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비로소 커튼이 열리고 나는 무대로 걸어 나갔다. 소복소복 쌓인 눈 위를 걷는 듯했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아들을 나는 힘껏 껴안았다. “아가야, 미안하다. 아….”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내 말을 알아듣긴 한 걸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젖은 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방송이 끝나고 아들과 말없이 맞담배를 피울 때 난 50년을 살며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친부모 동의 없인 못 알려줘”센터장의 끝을 올리는 말투는 계속 내 귀에 날카롭게 박혔다.“입양인이 찾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친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정보를 줄 수 있어요. 아직 동의를 얻지 못해서 알려줄 수 없다고 직원들이 얘기했을 텐데요.”“답이 안 왔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거예요? 엄마 찾겠다고 미국에서 휴직하고 들어온 건데.”“그럼 저희가 뭘 어떻게 해야겠어요. 저희가 (친부모 측에) 전보를 보내요. 짐작할 수 있게 ‘몇 년 전 헤어진 분이 누구누구 씨를 찾고 있다. 어느 나라로 간 분이다’라고. 한 번만 보내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보내요. 전보 하나 보내는 것도 6000원이 넘어요.”답답한 표정을 짓던 제니는 “Do you have any tea or water?(마실 것 좀 있어요?)”라고 물었다. 아무 대답이 없어 제니가 한 번 더 물었지만 센터장은 가만히 있었다. 내가 “마실 것이 없느냐”고 묻자 센터장은 “물요? 저쪽 사무실 가면 정수기 있어요”라고 했다.제니는 내가 종이컵에 받아 온 물을 들이켜며 말했다. “You said six thousands bla-bla-bla. It's your job.(당신이 6000원이 든다 어쩐다 했는데 그게 당신들이 할 일이잖아요.)”“Of course. Why not? Do you think I did not?(그럼요. 누가 아니래요?)”센터장은 유창한 영어로 맞받았다. 제니는 한숨을 쉬며 탁자를 내려다봤다. 탁자 유리 안에는 ‘인연을 엮다’라는 글귀의 포스터가 끼어 있었다.아들을 잃고 나를 생존하게 한 것아들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된 건 남편의 폭행을 피해 열흘간 집을 나갔다 돌아온 후였다. 남편은 내가 집을 나간 다음 날 돌도 안 된 성욱이를 친정집 앞에 두고 갔다. 친정엄마는 아기를 삼촌에게 맡겼고 삼촌은 내게 말도 없이 성욱이를 검은색 승용차에 태워 떠나보냈다. 엄마는 성욱이 때문에 남편에게 매여 살며 폭행에 시달릴 나를 걱정했다. 평생 2, 3세 지능으로 살아야 하는 장애 남동생을 돌봐 온 엄마는 발목 잡힌 삶의 지독함을 잘 알고 있었다.당시 스물두 살이던 나는 변소 앞에 모아 두던 농약병을 찾아 서성였다. 누군가 농약병을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듯했다. 밤이 되면 뒷산 언덕 바위에 올라 밑을 내려다봤다. 달빛에 그림자가 보여 뒤돌아서면 거기엔 친정엄마가 있었다. 그녀의 모정이 새끼 잃은 나를 살게 만들었다.재혼해 딸 유정이(가명)를 낳고 성욱이에게 못 준 사랑을 쏟아 부을 대상이 생기면서 나는 삶의 의욕을 서서히 회복했다. 밤에 문 밖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난 딸아이를 훔치러 온 것 같아 끌어안고 팔베개를 해 재웠다. 새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 둔 아들은 성욱이와 한 살 차이였다.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성욱이도 이만치 컸겠네’ 하고 생각했다. 새 남편과 이혼한 후에도 그 아이는 잘 잊혀지지 않았다.하루는 미용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화면에선 딸을 입양 보낸 엄마가 어릴 적 딸 사진을 내보이며 찾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때 파마를 하던 한 중년 여성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찾겠다고 질질 짜고 자빠졌어.”“연락 오면 친부모에겐 쇼크”우리가 일어날 기미를 안 보이자 센터장은 타이르듯 말했다.“20∼30년 전 아기 입양 보낸 거 비밀로 하고 새 남편 만나 가정 꾸린 사람한테 전보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난처하지 않겠어요? 남편이 전보를 받아서 ‘왜 이런 걸 보내느냐’고 의심하는 경우도 있어요.”“그건 일부 어려운 케이스를 얘기하시는 거죠.”“그런 케이스가 많아요.”“저도 입양 보낸 아들을 찾아봐서 아는데 친부모들이 자식 찾으려고 입양기관에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고 주변만 빙빙 맴도는 경우가 수두룩해요.”“그런 사람은 일부겠죠. 20∼30년을 잊고 지냈는데 애한테 연락 오면 진짜 쇼크예요.”“그 사람들이 잊고 지냈다고 생각해요?”“다들 새로 결혼해서 애도 낳았을 텐데 지금 키우는 자식처럼 매번 생각하고 그러겠어요?”“지금 키우는 애보다 마음속으로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부모가 더 많아요. 엄마 못 찾으니까 ‘죽어서라도 엄마를 만나겠다’고 유서 쓰고 자살한 아이도 있어요.”“뭐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유정이는 내가 키우겠다”아들이 한국에 올 때면 서울 인사동 거리로 쇼핑을 갔다. 못 사주고 못 보여준 것들을 빨리 채워줘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아들의 눈길이 조금이라도 머무는 물건은 주저 없이 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매번 200만∼300만 원씩 빚을 냈다.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불량을 가려내는 일을 해 버는 월 120만 원으로는 딸과 친정엄마, 장애 남동생을 부양하기에도 벅찼다.아들이 내 집에 한 달간 머문 3년 전 여름, 나와 성욱이, 딸 유정이는 안방에서 나란히 붙어 지냈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일을 못 나가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통원치료를 받던 때였다. 나는 “유정이가 아직 어린데 엄마가 자꾸 아파 큰일이다. 엄마 죽고 나면 어떻게 하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누워 있던 성욱이는 불쑥 일어나 손가락으로 유정이를 가리키더니 다시 제 가슴을 콕콕 찔렀다. 용케 내 말을 알아듣고 “엄마가 없으면 내가 유정이를 키우겠다”며 몸으로 말한 거였다.“현재에 집중해요”센터장과의 설전은 막바지로 가면서 누그러졌다. 센터장은 제니를 가엾게 쳐다봤다.“우리도 부모 찾는 일 도와주고 싶어요. 근데 그게 불가능할 땐 잊어버리세요. 에너지를 과거에만 쏟아 부으면 에너지를 잃잖아요. 현재에 집중해요.”통역 자원봉사자가 “Focus on the present.(현재에 집중해요)”라고 말을 옮기는 순간 제니는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제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성과가 없어서 어떡해. 미안해 죽겠네”라고 하자 센터장은 “미안할 게 뭐 있어요”라고 했다.입양기관 건물을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니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목도리로 입을 가리고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면담 내내 밖에서 기다리던 섀넌과 형숙은 제니에게 우산을 씌워주려 다가갔다.에필로그11일은 정부가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그날 섀넌과 형숙, 금주는 ‘싱글맘 데이’ 행사를 연다.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대신 친부모 손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미혼모 단체가 지정한 날이다. 세 여인은 꿈꾼다. 당장은 싱글맘 데이가 많이 알려지길 바라지만 그날 자체가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을.신광영·김성모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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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 공무원들 기막힌 뇌물 상납

    서울지방국세청 공무원들이 세무조사 대상 업체에서 받은 뇌물을 과장 국장 등 ‘윗선’에 조직적으로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국세청 조사1과 직원 9명이 세무조사 대상 업체로부터 3억16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 가진 사실이 3월 적발된 데 이어 이 중 상당액이 상납된 정황까지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유명 사교육업체 M사로부터 세무조사 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이모 씨(6급)가 이 중 9000만 원을 상급자인 이모 팀장(5급)에게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팀장은 받은 돈 중 3000만 원은 과장급(4급) A 씨에게 상납하고 국장급 B 씨에게도 세무사 C 씨를 통해 2000만 원을 상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국세청 직원이었던 C 씨는 이 팀장과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맺어 돈을 전달해달라는 이 팀장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팀장과 세무사 C 씨는 돈을 상납하거나 전달했다고 경찰에 시인했지만 A 과장과 B 국장은 뇌물 받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 과장과 B 국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팀장과 A 과장, B 국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이 팀장에 대한 영장은 3일 발부됐다. 하지만 검찰은 A 과장과 B 국장에 대해선 구속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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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력층 인사 성접대 의혹 동영상 원본 소지자 체포

    유력 인사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모 씨를 1일 체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으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조사를 진행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여성 사업가 A 씨의 요청으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해 오면서 트렁크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 원본을 가로채 간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은 이 원본 동영상이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밝힌 다수 여성의 진술을 뒷받침할 결정적 물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가 경찰에 원본을 제출할 경우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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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학의 출국금지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을 출국금지했다. 30일 법무부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모 씨(52)에게서 성접대를 받고 편의를 봐 준 혐의(알선수뢰)로 서울중앙지검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3월 29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요청했을 때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받아들였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모 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여성 사업가 K 씨에게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차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트렁크 안에 있던 동영상 원본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씨는 20분 분량의 이 동영상을 압축파일로 만든 뒤 카카오톡으로 김 전 차관에게 보내려 했지만 파일 용량이 초과돼 전송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여성 10여 명을 조사했으며 이 중 여러 명에게서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에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했던 별장 관리인 등 윤 씨의 주변 인물도 최근 “유력 인사들이 성접대를 받았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별장 압수수색에서 김 전 차관이 별장을 자주 방문한 정황이 담긴 쪽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윤 씨에게서 별장에서 접대를 받고 병원 관련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아 온 수도권 병원장 박모 씨에 대해서도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공사 수주는 외형상 경쟁입찰이었지만 윤 씨가 들러리 업체를 세워 낙찰 받았고 박 씨는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서울 목동 주택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서울저축은행 전무급 임원이 윤 씨에게 240억 원을 부정대출해 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신광영·박훈상 기자neo@donga.com}

    •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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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김용판 前서울청장 수사 착수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사건 축소 지시가 있었다는 수사 실무 책임자의 폭로에 대해 경찰이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도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의 불똥이 경찰 고위층의 부당한 외압 행사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실무팀장이었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발언한 배경과 관계없이 권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경찰청 감사관실 주관으로 진상조사를 할 방침”이라며 “권 과장의 주장이 잘못되거나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면 권 과장에 대한 감찰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당시 수사팀의 최상위 보고라인에 있었던 김 전 청장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으로 넘겨 국정원 댓글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기관 책임자 2명을 동시에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수사 결과를 갑자기 발표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 전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지휘와 관련된 경찰 내부 지침 등 수사과정 전반을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권 과장은 22일 다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서울경찰청과 수사팀이 상의해 핵심 키워드를 4개로 추렸다”는 경찰청 해명에 대해 “처음에 건넨 78개 키워드를 4개로 줄이라고 서울청에서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왔다. ‘상의’라는 표현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또 “여직원 재소환 당시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기재된 멘트(오늘 진행된 피의자 신문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 분석하겠다) 외에 단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연락이 와 딱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두 군데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연락을 받았으며 두 기관 실무자를 거쳐 고위 인사의 뜻이 나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신광영·조동주 기자 neo@donga.com}

    •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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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혐의 수사 받다 해외도피… 前 용산세무서장 태국서 검거

    현직 부장검사의 친형인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외국으로 도주해 8개월간 숨어 지내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태국 경찰이 19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 씨(57)의 신병을 25일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윤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이 윤 씨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5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이 연거푸 기각했다. 이 때문에 검경 갈등이 빚어지며 “검찰 간부의 친형인 데다 검사들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윤 씨의 동생은 현재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세무서장 근무 당시 알고 지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수입가공업체 대표 김모 씨(56)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 등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주겠다”며 관내 기업체 대표들에게 돈을 걷어 윤 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윤 씨뿐 아니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검역담당 공무원(4급)에게도 금품을 뿌리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한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8월 아무 통보 없이 출국했다. 윤 씨의 도피로 수사 진행이 어렵게 되자 경찰은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수사는 기소중지 상태로 잠정 중단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이 육류가공업자와 세무서장의 단순한 유착에 그치지 않고 검사와 고위공직자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다. 윤 씨가 김 씨에게서 제공받은 법인카드로 검찰 간부 등 다른 유력 인사와 골프를 쳤으며 이 검사들이 가명으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사팀은 김 씨가 골프 예약을 한 날 자신의 수첩에 검찰 간부 2명의 이름을 쓴 메모를 입수했으며 윤 씨가 대포폰으로 이들 간부 중 한 명과 자주 통화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 간부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윤 씨가 자주 갔던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번번이 기각했다. 검찰은 “윤 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압수수색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아서 반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윤 씨가 김 씨의 법인카드로 다른 현직 부장검사 2명과 골프를 친 정황이 나왔고 압수수색을 통해 골프장 출입자 명단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수사 절차인데 검찰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맞섰다. 윤 씨는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뇌물수수 및 검사 골프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얼마 뒤 해외로 도피해 잘못을 시인한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윤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체포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이 윤 씨를 붙잡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48시간)이다. 경찰은 이 시간 동안 윤 씨를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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