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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외환보유액이 두 달째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493억 달러(약 568조 원)로 전달보다 85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올해 3월(―39억6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달에 비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건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 유로화,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 금액이 줄고,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으로 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3.62로 한 달 새 6.0%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8일 1270원을 돌파하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원화 가치 하락).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보면 유가증권이 4088억3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13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예치금도 162억5000만 달러로 65억6000만 달러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특별인출권(SDR)과 IMF포지션은 각각 4억4000만 달러, 1억3000만 달러 줄어든 149억8000만 달러, 44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3월 말 기준 세계 8위를 유지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년 개미’들이 35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1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35만8257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2020년 말의 3배, 2019년 말의 20배로 불었다.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전체(506만6466명)의 7.07%였다. 전체 발행 주식의 0.25% 수준인 1483만4499주를 보유했다. 1인당 평균 보유 주식은 41주다. 3일 종가(6만7500원) 기준으로 1인당 평균 약 277만 원을 가진 셈이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들이 늘어난 건 2020년부터 주식 투자 열풍으로 투자 연령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찍이 주식 투자에 눈뜬 10대와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증여한 부모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식에 투자할 땐 연령 제한이 없지만 미성년자가 주식 계좌를 개설하려면 부모나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소년 개미’들의 증권사 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4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 수는 16만3000개로, 2019년 말에 비해 232.7% 늘었다. 이들이 굴리는 주식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성년 계좌의 주식 잔액 규모는 4월 말 기준 6186억 원으로 2019년 말에 비해 38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모 세대(30, 40대) 계좌의 주식 잔액 증가율은 189.7%였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미성년 주식 계좌의 수익률은 1.51%였다. 30, 40대(―0.64%)보다 높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녀 계좌는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미성년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년 개미’들이 3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위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35만825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 말(11만5083명)과 비교하면 3배, 2019년 말(1만8301명)과 비교하면 20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소년 개미’들은 전체 주주(506만6466명)의 7.07%로, 전체 발행 주식의 0.25% 수준인 총 1483만4499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3일 종가(6만75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9710억 원 수준이다. 1인당 평균 보유 주식은 41주다. 1인당 평균 약 277만 원어치씩 가진 셈이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들이 늘어난 건 2020년부터 유동성 증가로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주식 투자에 눈뜬 10대가 늘어난 데다 일찍이 자녀들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해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증여하거나 조기 재테크 교육에 나선 부모들이 급증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식에 투자할 땐 연령 제한이 없지만 주식 계좌를 만들려면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증권사에 개설된 ‘소년 개미’들의 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4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 수는 16만3000개로 2019년 말(4만9000개)에 비해 232.72%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9만1000여 개의 미성년 계좌가 새로 개설됐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1만7000여 계좌가 늘었다. ‘소년 개미’가 굴리는 주식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성년 계좌의 주식잔고 규모는 4월 말 기준 6186억 원으로 2019년 말(1274억 원)에 비해 38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모 세대인 30, 40대 계좌의 주식잔고 증가율은 189.7% 늘었다. 미성년자 주식 잔고 증가 폭이 부모세대 증가폭의 2배를 넘는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집계된 미성년 계좌의 수익률도 1.51%였다. 이들의 수익률은 30, 40대(―0.64%)보다 높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녀 계좌의 특성상 단타 매매가 적고 장기투자의 성격이 강해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 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각국 통화당국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대응이 중요해진 가운데 수출 경합국인 중국과 일본은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이달 26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창용 신임 총재의 리더십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낮은 물가에 미국과 거꾸로 가는 중국-일본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춘 데 이어 이달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바오우(保五·5% 성장률 유지)’ 달성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까지 봉쇄 조치를 확대한 중국은 경기 방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뚜렷한 액션은 이달 20일 LPR를 추가 인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빅스텝과 반대로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원자재 시장의 영향력을 앞세워 물가를 방어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제조업에 활용되는 주요 광물 가운데 66% 품목의 최대 공급자가 중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수출국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28일 마이너스 금리(―0.1%)와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달러-엔 환율이 130엔을 웃돌며 2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장기 침체와 보수적인 임금 체계 영향으로 저물가가 계속돼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미국과 0.8% 정도에 그치는 일본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며 “(물가 상승률) 2%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목표로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빅스텝에 끌려가는 한국이와 달리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린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5월에 이어 6,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최근 127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치솟고 미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를 웃돌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원화는 중국과 일본의 완화 정책에 따라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 엔화와 동조해 약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연준의 빅스텝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 투자 위축에 위안화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까지 겹쳐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5조 원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성장주도 많이 담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4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4조5231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우선주(5966억 원)까지 포함하면 개인은 5조1000억 원가량을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했다. 개인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7조1881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71.2%가 삼성전자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10번이나 새로 썼다. 지난달 29일 4.01% 상승한 6만7400원에 마감했지만 4월 한 달간 3.2% 하락해 ‘6만전자’(주가 6만 원대) 굴레를 벗지 못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3조4242억 원)과 기관(―1조1879억 원)이 대거 매도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개인 순매수 상위에 오른 종목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개인이 8331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네이버는 한 달간 15.9% 급락했다. 카카오(4139억 원), LG디스플레이(2428억 원) 등도 각각 15.6%, 18.9% 곤두박질쳤다. 이들 종목을 포함해 지난달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2.6%였다. 지난달 코스피가 2,600 선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개인들이 주가 하락세가 가팔랐던 빅테크, 반도체 등 성장주 중심으로 많이 사들인 탓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실적주 중심으로 순매수해 하락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3.3%, 3.2%였다. 특히 외국인은 기아(13.2%)와 현대중공업(17.2%) 등 실적주를 많이 담아 수익을 냈다. 두 기업은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올리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 10개 종목 가운데 마이너스를 보인 건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3개 상장지수펀드(ETF)뿐이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5조 원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성장주도 많이 담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4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4조5231억 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우선주(5966억 원)까지 포함하면 개인은 5조1000억 원가량을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했다. 개인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7조1881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71.2%가 삼성전자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10번이나 새로 썼다. 지난달 29일 4.01% 상승한 6만7400원에 마감했지만 4월 한 달간 3.2% 하락해 ‘6만전자’(주가 6만 원대) 굴레를 벗지 못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3조4242억 원)과 기관(―1조1879억 원)들이 대거 매도세에 나섰지 때문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개인 순매수 상위에 오른 종목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개인이 8331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네이버는 한 달간 15.9% 급락했다. 카카오(4139억 원), LG디스플레이(2428억 원) 등도 각각 15.6%, 18.9% 곤두박질쳤다. 이들 종목을 포함해 지난달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2.6%였다. 지난달 코스피가 2,600 선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개인들이 주가 하락세가 가팔랐던 빅테크, 반도체 등 성장주 중심으로 많이 사들인 탓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실적주 중심으로 순매수해 하락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3.3%, 3.2%였다. 특히 외국인은 기아(13.2%)와 현대중공업(17.2%) 등 실적주를 많이 담아 수익을 냈다. 두 기업은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올리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 10개 종목 가운데 마이너스를 보인 건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3개 상장지수펀드(ETF) 뿐이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시대일수록 인프라 투자가 빛을 발합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효과가 있는 데다 세계 각국 정부가 향후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패키지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3대 인프라 자산운용사인 IFM인베스터스의 데이비드 닐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인프라 섹터가 최적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물자산을 기초로 하는 인프라 투자는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이용료를 정할 수 있어 물가 상승 시기에 유용한 투자 전략으로 꼽힌다. 닐 CEO는 “앞으로 ‘탈탄소화’라는 에너지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인프라 투자에만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IFM은 서울을 포함해 세계 8개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운용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300억 달러(약 165조 원)에 이른다. IFM은 특히 호주의 22개 퇴직연금기금이 100% 공동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호주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수탁자이면서 대주주인 셈이다. 닐 CEO는 “이 같은 지배구조 덕분에 장기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M은 공항, 고속도로, 항만, 발전소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호주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퇴직연금의 비영리 수탁법인인 ‘산업형 연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연평균 13.6%다.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연 2.0%)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최근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도 9.40%에 이른다. IFM은 지난달 호주 최대 퇴직연금펀드인 ‘호주 슈퍼’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시드니공항을 320억 호주달러(약 29조 원)에 인수했다. 닐 CEO는 “세계 경제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구는 증가하고 여행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시드니공항 같은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라고 했다. 또 “지속 가능한 연료 개발을 통해 전기, 수소 비행 같은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항, 항공 등의 인프라 투자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도 IFM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해외 인프라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 IFM이 운용하는 글로벌 인프라 펀드와 호주 인프라 펀드 등에 돈을 맡긴 국내 기관은 16곳, 위탁 규모는 19억 달러 수준이다. 닐 CEO는 “IFM은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보고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5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265.2원으로 마감해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처음이다. 장 마감 직전엔 1266.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까지 1240원 선을 방어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만 26.1원 급등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 조치가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까지 확대되자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1.1% 하락한 2,639.06에 거래를 마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내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환율, 2년1개월만에 1265원 돌파美긴축-中봉쇄 등에 달러 수요 폭발… 수입물가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박시중銀 환전-해외송금 문의 빗발… 항공-부품업체 등 산업계도 울상수출기업, 원화 약세 호재지만, 원자재값 급등-수요 감소 더 긴장 미국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 씨(32)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 시세를 들여다본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해 주는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60만 원 이상이 더 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1260원을 뛰어넘으면서 ‘강달러 쇼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환율 급등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를 떠안은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급 환율에 비상27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1원으로 급등해 장을 시작하자 은행 딜링룸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환율은 장중 15원 넘게 치솟았다가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이날 시중은행 영업점과 자산관리(WM)센터에는 환전, 해외 송금과 관련된 문의가 빗발쳤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240원을 넘긴 25일부터 개인과 기업 고객의 문의가 4배 이상 늘었다”며 “환전, 송금뿐만 아니라 달러예금 투자 문의도 많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봉쇄 조치 등 글로벌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폭발하자 환율이 위기 수준으로까지 치솟은 것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부풀어있던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6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1분기(1∼3월)에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비 부담 등으로 10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2, 3차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 WB,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가 호재지만 가격 경쟁력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봉쇄령이 확대되면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보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 버팀목이 됐던 수출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마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26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급락했고 27일 한국 코스피(―1.10%)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17%), 대만 자취안지수(―2.05%)도 줄줄이 떨어졌다. 세계은행(WB)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맞고 있다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2024년 말까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2021년 순이익(연결재무재표 기준)은 78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489억 원으로 1년 새 14.6% 늘었고, 세전이익은 1조472억 원으로 36.5% 급등했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세전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며 2017년 이후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우수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복합단지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유엔사 부지 등 대규모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국내 43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2조5000억 원 규모로, 증권업계가 참여한 부동산 PF 사례 중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메리츠증권의 세일즈앤드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 영업 수익은 1500억 원 이상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국고채의 안정적 발행을 위해 매년 선정하는 우수 국고채 전문딜러(PD) 부문에서 증권·은행 종합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최희문 부회장이 2010년 2월 대표에 오른 뒤 자기자본이 급격히 성장했다. 2009년 말 5295억 원이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5조3344억 원으로 12년 동안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최 부회장은 업계에서 사업성을 보는 눈이 뛰어난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 때 부동산 PF 사업을 시작해 메리츠증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의 강점을 가진 기업금융 부문뿐 아니라 리테일 부문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6월 상장지수증권(ETN), 7월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서비스를 선보였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차별화된 우량사업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회를 선점해 기업금융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 재활용 시설 등 새로운 영역의 투자기회를 모색하고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리테일 부문에서도 디지털 기반의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투자증권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걷지 못하는 장애 아동을 위해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금은 지난달 24일부터 4주간 진행한 ‘착한 걸음’ 캠페인을 통해 마련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 캠페인은 모바일 걸음 기부 플랫폼 ‘빅워크’를 통해 임직원들의 걸음 수를 집계해 기부금을 적립하는 언택트 사회공헌 사업이다.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은 기부금 5000만 원은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걷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이 캠페인을 통해 장애 아동 17명의 휠체어 구입과 재활 치료비를 지원했다. 정일문 한투증권 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임직원들이 착한 걸음 캠페인에 참여해 소중한 마음과 따뜻한 온기를 나눴다”며 “앞으로도 일상생활과 접목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3년부터 임직원이 기부하는 금액만큼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또 ‘꿈을 꾸는 아이들’이라는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특기 적성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매년 학업과 예술, 체육 분야에 재능을 가진 학생 50여 명을 선발해 후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갑작스러운 범죄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저소득 아동을 돕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범죄피해 위기가정 아동 후원 사업’도 실시했다. 범죄피해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 아이들이 긴급 생활비와 의료비, 생필품 등을 골든타임 안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1억 원을 지원했다. 2017년부터는 매년 전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5년간 5000편에 가까운 시와 수필 작품이 접수돼 382명의 학생이 수상했다. 백일장 개최 5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수상작 122편을 선정해 수상작 모음집 ‘우리들의 꿈’을 발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회사의 강점을 살린 사회공헌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이른 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프로그램 ‘든든 경제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보육원과 청소년센터 등 49개 기관 소속 청소년과 보호종료학생 230여 명에게 실용금융, 진로·취업, 자립·주거 등 다양한 커리큘럼의 강의를 제공한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김영기 IB 부문 수석본부장(MD·전무)이 IB 대표로 승진했다. JP모건은 김 본부장을 IB 부문 대표로 선임했다고 27일 밝혔다. 박태진 JP모건 한국총괄대표가 겸직했던 IB 부문이 김 대표 체제로 개편된 것이다.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보스톤컨설팅그룹, 리먼브라더스, 노무라증권을 거쳐 2009년 JP모건에 합류했다. 그는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 매각,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ING생명 매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담당해왔다. JP모건 서울사무소 IB 부문의 조솔로 상무와 하진수 상무는 매니징디렉터(MD·전무)로 승진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7% 성장하는 데 그치며 다시 ‘0%대 성장’으로 주저앉았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과 물가 급등 등의 여파로 수출을 제외하곤 소비, 투자 등이 모두 뒷걸음쳤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긴축 행보로 물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엔진마저 식고 있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2%로 올라선 뒤 1개 분기 만에 0.5%포인트 하락하며 0%대로 고꾸라진 것이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민간소비는 0.5% 감소했다. 전 분기 2.9%의 성장세를 보였던 건설투자는 2.4% 뒷걸음쳤다. 특히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4.0% 감소했다.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 효과가 사라져 정부소비도 제자리(0%)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설비투자는 1분기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나마 성장 버팀목이 된 건 수출이었다.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4.1% 성장했다. 수입도 0.7% 증가해 순수출은 성장률을 1.4%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앞으로 남은 2∼4분기에 매 분기 0.6∼0.7%의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3.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선전,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원화 약세와 4%대로 올라선 물가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9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50.8원에 마감했다.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50원을 돌파한 것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에서 2.5%로 낮췄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한은도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수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은 민간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7% 성장하는 데 그치며 다시 ‘0%대 성장’으로 주저앉았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과 물가 급등 등의 여파로 수출을 제외하곤 소비, 투자 등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긴축 행보로 물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엔진마저 식고 있어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2%로 올라선 뒤 1개 분기 만에 0.5%포인트 하락하며 0%대로 고꾸라진 것이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민간소비는 0.5% 감소했다. 전 분기 2.9%의 성장세를 보였던 건설투자는 2.4% 뒷걸음쳤다. 특히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4.0% 감소했다.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재정 투입 효과가 사라져 정부소비도 제자리(0%)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설비투자는 1분기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나마 성장 버팀목이 된 건 수출이었다.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은 4.1% 성장했다. 수입도 0.7% 증가해 순수출은 성장률을 1.4%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앞으로 남은 2~4분기에 매분기 0.6~0.7%의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3.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고 있어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선전,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원화 약세와 4%대로 올라선 물가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0.9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50.8원에 마감했다.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50원을 돌파한 것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에서 2.5%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한은도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수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은 민간소비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장중 1250원을 돌파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폭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년여 만에 환율 장중 1250원 돌파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8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249.9원으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 마감 직전 환율은 1250.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중 1250원을 넘어선 것도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당국이 한 달 반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공식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회의에서 빅스텝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내 3차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6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우려도 제기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빅스텝이 6, 7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시도 고꾸라졌다. 코스피는 1.76%(47.58포인트) 하락한 2,657.1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7339억 원)과 기관(3477억 원)의 쌍끌이 매도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4조 원 넘는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2.49% 급락한 899.84에 마감해 900 선이 무너졌다.○ 베이징 봉쇄 공포까지… 중국 증시 5% 급락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되면서 중화권 증시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5.13%, 홍콩 H지수는 4.13% 폭락했다. 일본(―1.90%), 대만(―2.37%) 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1∼6월) 원-달러 환율이 128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맞물려 환율이 조만간 2020년 3월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6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통상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매각하는데,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의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다면 코스피 2,600 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올해 중국이 ‘바오우(保五·5% 성장률 유지)’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4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의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경제적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 중반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전면 봉쇄함에 따라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방역조치 강화로 2분기(4∼6월) 산업생산과 소비 등이 위축되고 봉쇄 기간이 길어진 일부 지역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2.2%)을 제외하면 1990년(3.9%) 다음 해부터 지난해(8.1%)까지 30여 년간 연간 성장률이 5%를 밑돈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주요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2∼0.8%포인트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올해 중국 성장률을 4.8%에서 4.4%로 낮췄다. 중국이 올해 5.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던 모건스탠리도 전망치를 4.6%로 하향 조정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21일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제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오후 취임식을 거쳐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윤석열 차기 정부의 통화정책을 책임질 이 총재는 15분가량 이어진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재정정책 등에도 목소리를 내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코로나 위기 이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주도의 ‘질적 성장’을 주문한 이 총재는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저성장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론 안 되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통화정책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 본연의 역할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 왜 이렇게 큰 거시적 담론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봤을 때 한은도 통화·금융정책을 넘어 올바른 방향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 임직원들에게 전문성 강화와 외부와의 소통 확대,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은사(韓銀寺)’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한은의 조직 문화를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부채 문제 연착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2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2(안정적)’로 유지했지만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채가 많은 몇몇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가 됐다.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소수의 산업과 국가에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제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치솟는 물가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경기 둔화 등 당면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경제정책 프레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의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같지 않은데도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새 말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누를 범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성장’과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물가와 금융 안정이 최우선 임무인 한은 총재의 취임사에서 그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그는 “제가 왜 이렇게 큰 거시적 담론을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장기적 도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의 책임이 통화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한은도 통화‧금융 정책을 넘어 당면한 문제를 연구하여 우리 경제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은 임직원들에게 전문성과 외부와의 소통, 글로벌 역량 등을 강화할 것도 당부했다. 이날 취임식에 앞서 이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제일 중요하고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물가 안정”이라며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되 성장도 함께 이루는 게 어려운 과제이지만 꼭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당장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로 인해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3월 소비지물가 상승률(4.1%)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았다. 21일 한은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8.8% 뛰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물가 상승 심리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에 전념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리 두기가 끝나면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처럼 물가가 오른 뒤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은 가운데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향후 물가 수준과 관련해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물가에 주거비 상승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서민들의 고통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그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또 “한국의 성장률은 미국만큼 견실하지 않다. 미국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심스럽게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에 대해선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걱정스럽지만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상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였다. 서울 강남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표결 없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 달러화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돈 풀기를 유지하면서 미일 간 금리 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통화당국은 무한정 돈을 풀어 ‘엔화 약세’(엔저)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를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엔화 추락에 대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아 일본 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나쁜 엔저’의 역습?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26.75엔까지 오르며 2002년 5월 17일(127.99엔) 이후 19년 11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는 올 들어 9% 가까이 하락하면서 주요 선진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도 15일 기준 971.59원으로 2018년 1월 23일(966.06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는 원화와 엔화의 상대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가치를 환산한 재정환율로 비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일본 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이날 중의원에 출석해 “지금 상황은 가격 전가 및 임금 인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나쁜 엔저”라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다. 최근까지 엔저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이날 “급속한 엔저는 경제에 미치는 마이너스(좋지 않은 영향)가 커진다”고 밝혔다. ○ “미일 엔저 공조에 대응해야” 엔저는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겨냥한 △양적완화 △확장재정 △구조개혁 등 ‘세 개의 화살’ 중 첫 번째였다. 엔저가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려 임금 상승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어 엔저가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수입품 및 에너지 가격 부담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엔저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서민과 중소기업, 수입업체의 고통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무역수지는 올해 2월까지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하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서예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엔저에도 일본 경제는 당분간 부진할 것이며, 일본 기업들의 마진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엔저가 한국 수출 기업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엔저가 하반기(7∼12월) 내내 이어질 경우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등의 업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중국 제조업체의 약진을 견제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엔저를 용인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며 “‘나쁜 엔저’로 평가절하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전격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총재 부재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린 것은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직전보다 높아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공석인 총재(의장)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금리를 4차례 인상해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년 6개월 만에 2019년 10월 초 수준인 연 1.50%로 올라섰다. 이날 금통위와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는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주재했다. 주 위원은 간담회에서 “2월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특히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행보와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연착륙 문제도 한은의 대응을 재촉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은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월 내놓은 3.1%에서 4%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0%에서 2%대 중후반으로 낮출 뜻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방향에 대해선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금통위원 의견이 전보다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금리 상승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여 4500조 원 이상의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긴축 속도를 고려하면 한은이 연말까지 3, 4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금리를 2.50%로 올릴 수도 있다”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한은, 高물가-美 빅스텝에 금리 선제 대응… 3, 4차례 더 올릴듯 올해 물가상승률 4% 육박 예상에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 우려수입물가, 한달새 7.3% 급등… 밀 76.8% 뛰는등 밥상물가 위협“연말 기준금리 2.5% 될것” 전망도… 올 성장률, 3%→2% 중후반 예상 “올 초까지는 상반기(1∼6월) 기준금리가 1.0∼1.25%가 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되는 걸 보고 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주상영 금통위원은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린 뒤 이렇게 말했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주 위원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도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 향후 통화정책은 ‘고물가’와 ‘저성장’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물가 상승률 연간 4% 수준”주 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은 좀 더 분명하게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2월 전망한 3.1%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수입물가도 전월 대비 7.3% 올랐다. 13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수입물가는 35.5%나 뛰었다. 밀(76.8%), 옥수수(35.1%) 등 곡물가격도 1년 새 급등했다. 주 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장기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물가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엔 물가 상승 압력이 늦어도 2분기(4∼6월)가 지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한 것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올린 배경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지고 외국인 자본 유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 4차례 더 올릴 듯”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3, 4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긴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음 달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며 “기준금리 상승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주 위원은 ‘연말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연준의 빠른 긴축이 예고돼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면서도 “앞으로는 성장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장기화가 맞물려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다음 달 발표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3.0%)보다 낮은 2%대 중후반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주 위원은 “2%대 중후반 정도로 성장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조치와 관련해 주 위원은 “미시적 차원의 정책으로 거시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난다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미시적 대출 완화 정책이 확대될 경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LTV 완화 조치는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