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변영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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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변영욱 기자입니다.

cut@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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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뉴스10%
문화 일반7%
정치일반7%
경제일반7%
남북한 관계3%
역사3%
  • 진지한 사진, 툭 찍은 사진[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올해 5월 미국에서 흑인이 경찰에 의해 목이 눌려 사망하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됐다. 현지에서 가게를 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SNS에는 ‘루프 코리안(roof Koreans)’이라는 설명과 함께 다수의 사진이 유행했다.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 총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자신들의 가게를 지키는 교민들의 모습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벽한 구도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사진의 질 때문에 출처가 궁금했다. 본보 사진기자들의 인터넷 블로그에 사진을 소개하겠다는 후배에게 원작자를 찾는 노력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후배는 사진 중 일부의 원작자가 강형원 사진기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e메일을 통해 사진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세상의 결정적 순간을 기록하고자 했던 사진기자 초년 시절 미국 신문사와 통신사에서 활동하는 강 기자는 나의 롤모델에 가까웠다. 강 기자는 후배로부터 안부를 전해 들었다며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다. 그는 요즘 포토저널리즘을 어떻게 즐기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보도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일이야 특별한 게 아닐 것 같아 ‘고양이눈’이라는 칼럼 연재를 총괄하고 있다고 답했다. 막상 이렇게 답하고 나니 ‘고양이눈’이란 게 과연 중요한 사진은 맞는지, 강 기자의 루프 코리안 사진처럼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고 다시 소환될 수 있는 기록인지 궁금했다. ‘고양이눈’은 2018년 3월부터 본보 지면에 매주 5번씩 연재되고 인스타그램에도 꾸준히 업로드되는 사진 칼럼이다. 신문의 1면이나 사회면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세상의 단면이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격렬한 현장을 뛰어다니는 사진기자들이 취재 중간중간 찍거나 가족 여행 등에서 발견한 장면 등으로 채워진다. 아예 시간을 내서 소위 그림이 될 것 같은 현장으로 가서 취재하기도 하고 가끔 독자들이 보내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신문 뉴스 사진으로는 어색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각의 사진을 보여주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춘다. 세상의 이면을 때론 봄날 고양이처럼 여유 있게, 때론 날카롭게 응시하는 사진 칼럼이라는 취지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정된 지면에 특별한 메시지도 없는 사진을 그렇게 크게 쓰냐면서 어색해하는 사진기자들도 꽤 있었다. 신문사에서 칼럼이 흥망성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 코너가 2년 이상 이어진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과 사진설명을 다는 기자, 지면을 편집하는 기자들의 노력을 독자들이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트렌드에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진기자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툭 찍는 사진’이 왜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지 생각해봤다. 회사 근처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붙은 한 외국 스마트폰 광고판을 보면서였다. 울트라와이드 렌즈 기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보다 훨씬 큰 애완견, 자전거 몸체보다 큰 타이어. 그야말로 어색한 사진이지만 왜 저 회사는 저런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사람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는 걸까. 우리 눈은 보통 고개를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46도 각도로 세상을 보는데 와이드 렌즈들은 100도로 세상을 본다. 그만큼 넓게 보는 반면 만약 피사체의 일부에 근접한다면 그 부분이 어마아마하게 커져서 실제와는 다른 왜곡된 화면이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어색했을 시각과 장면에 사람들은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요즘 사람들은 어쩌면 이제 자신들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을 봐도, 풍경을 봐도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같은 방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뭔가에 집중한다. 직장생활을 바라볼 때 누군가에게는 돈이 우선일 거고 누군가에게는 워라밸이 중요할 수도 있다. 각각의 특수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특별한 숙제를 크게 느끼는 것이다. 최근 정치인들이 지하철을 타거나 라면을 먹는 이벤트를 하다 예상치 못한 디테일을 지적받아 곤욕을 치르는 걸 본다. 이제 국민들의 눈에 포착될 디테일을 챙기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는 대중 정치인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고양이눈’의 장수 비결은 세상의 이런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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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앵글 속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사진기자가 피사체를 괴롭힐 때가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집 앞이나 모임이 이뤄지는 식당 밖에서 취재원을 장시간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는 당사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궁금증에 대해 취재원들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을 때 사진기자는 피사체의 의중을 표정으로라도 포착해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벌써 1년 넘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0개월 넘게 사진기자로부터 이런 취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 장관의 경우 특유의 웃는 모습을 요즘 신문에서 보기는 어렵다. 분노에 찬 모습이 많다. 장관이 국회나 외부 행사에 나가는 날은 그나마 낫지만 아무 일정이 없는 날 두 사람의 대립이 격화되면 사진기자들은 정부과천청사로 가서 장관의 출퇴근을 기다린다. 장관은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뒷문으로 퇴근하기도 한다. 급기야 장관이 아파트 입구에서 출근 장면을 기다리는 사진기자의 얼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에서 33년간 활동한 한 한국계 사진기자는 “주변 행인들의 통행이나 법무장관의 출근 차량을 몸으로 막으며 촬영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달 12일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온 추 장관이 여당 의원과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찍혀 보도됐다.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과정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라고 지시하고 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제재할 법안이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한 날 모습이다. 일련의 정책이 무리수라는 비판이 있던 시점에 나온 사진이라 당사자는 웃는 표정을 연출한 듯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런 표정의 사진을 어색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사진은 더 힘들게 보도되고 있다. 본인이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데다 올 6월까지 보였던 구내식당행 구름다리 유리창이 가려지면서 대검찰청 지하주차장 입구만이 유일한 촬영 포인트다. 윤 총장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사진기자들은 대검 지하주차장 입구 옆에 대기한다. 검정 필름으로 선팅된 승용차 뒷좌석을 향해 감(感)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운칠기삼의 순간이다. 찍는 데 성공해도 표정이 엉망이거나 블랙박스에 얼굴이 반쯤 가려지기 일쑤다. 지방 순시를 가면 멀리 뒷산이나 건물 위에서 초대형 망원렌즈로 그를 찍는다. 동아일보의 경우 800mm 렌즈를 준비해서 충북 진천군의 법무연수원으로 갔었다. 이 렌즈는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에서 북한 꽃제비를 찍을 때 쓰는 것이다. 프로야구나 축구 A매치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초망원렌즈다. 이 렌즈를 꺼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非常)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뿌연 금단의 땅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윤 총장의 사진을 지면에서 보는 독자들의 마음도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총장이 처음 언론사 기자들의 카메라에 기록된 건 2013년 6월 즈음이다. 오늘까지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에는 모두 2100장 정도의 윤 총장 사진이 저장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 가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때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할 때 그의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이렇게 기개 넘치는 검사가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선배 검사를 울게 만들었던 그 검사가 나중에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에 ‘특별한 상황은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람들과 원칙이 우선인 사람이 과연 한 지붕 아래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추 장관은 1985년 8월 1일 ‘여성 판사 추미애의 웃는 모습’이 첫 사진이고 모두 8200여 장의 사진이 DB에 등록되어 있다. 5번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여당 대표까지 지냈으니 뉴스를 몰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2010년 제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국회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할 때 여성 정치인의 소신 있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셔터를 눌렀던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남을지 모른다. 합쳐서 1만 장이 넘는 사진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카메라에 기록되고 있는 두 고위공무원의 모습에서 국민은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과 활동비를 받는 공복(公僕)이다. 사진기자들이 두 사람을 추적하지 않는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이미지는 이미 충분히 비정상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민들이 전염병과 경제난에 허덕이는 와중이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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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로 짓다’ 무료 전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공예관 4층 다목적실에서 팔도공예전 강원도편 ‘한지로 짓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3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회에서는 사단법인 한지개발원이 보유한 ‘대한민국한지대전’ 수상작 등 다양한 한지 공예품 22점이 전시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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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한 컷]종이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공예관에서 12월 13일까지 팔동공예전 강원도편 '한지로 짓다'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단법인 한지개발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한지대전' 수상작 등 22점이다. 가구에서 베개, 재떨이 등 한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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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합니다]인천시설공단, 제설기 활용한 거리 청소 시연회

    인천시설공단(이사장 김영분)은 17일 공단 학습동아리의 창의연구 성과보고회에서 최우수제안으로 선정된 ‘기존 제설기를 개조한 낙하물 수거장치의 성능 검증’ 시연회를 열었다. 낙하물 수거장치는 동절기 폭설 상황에서만 사용하던 제설기를 개조해 사계절 활용이 가능하게 했으며 지하차도 작업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사진제공 인천시설공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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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호보다 행동, 국민은 ‘진짜’를 찾아낸다[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세상을 기록하러 다니는 사람이 사진기자다. 불이 나도 달려가고, 축구 경기가 열려도 달려가고, 정치인들이 말싸움을 해도 달려가 사진을 찍는다. 사진기자들은 현장에 가서 얼마나 오랫동안 사진을 찍는 걸까? 불이 완전히 꺼지고 피해자의 슬픔이 최고조로 표현되는 시간까지, 축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사진기자는 취재한다. 정치인들을 기록할 때는 ‘그림이 될 때까지’ 취재를 한다. 그래서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이 물을 마시거나 땀을 흘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잡지 않으면 계속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정치 사진에서 제일 어려운 현장 중 하나가 회의장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양복 차림으로 앉아서 하는 회의는 단조로움 그 자체다. 회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면 기자들은 신문에 쓸 만한 순간을 포착하지도 못한 채 현장을 떠나야 한다. 그런 날이면 마감시간 신문에 쓸 사진이 없어서 곤혹스럽다. 그런데 요즘 정치 현장에선 홍보 담당자들의 노력 덕에 사진기자들의 고민이 훨씬 덜하다. 사진이 잘 나오도록 조명을 설치하고 색깔을 신경 쓰고 포즈도 취해줄 뿐만 아니라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구호나 메시지를 사진 앵글 속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장면을 보자. 대통령 뒤에 설치된 백드롭(배경 현수막)에는 ‘나라답게 정의롭게’라는 흰색 글씨가 파란 바탕을 배경으로 쓰여 있다. 비슷한 색깔의 더불어민주당 회의실 백드롭에는 ‘일하는 국회,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의 구호가 쓰여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경우 “OFF 정치공세, ON 위기극복”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유권자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설득을 통해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과제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야 모두에 합리적인 정치 행위다. 정당의 입장에서는 과학자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복잡한 사실관계나 논리를 통한 설득보다는 간결한 구호와 그래픽으로 시선을 끄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차별성이 거의 없는 정치 세력들을 비교하기보다는 자기 정서를 파고드는 간단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보고 입장을 정리하는 독자나 시청자들의 ‘인지적 구두쇠 전략’(최소한의 정보로 결정하려는 성향)이 문제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어떤 프로세스가 작동하는지와 상관없이 한국 정치에서 간결한 구호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54년 이승만 정권에 반대한 민주당의 구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였고, 1987년 민주화 세력은 ‘독재타도 호헌철폐’라는 8자 구호로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집권세력은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 구호로 다시 대통령 선거를 이겼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 시민사회단체들은 기가바이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게 무능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2메가바이트(2MB)로 표현했고 이 표현은 사람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검색을 해보니 최근 여야 회의실 백드롭의 교체 시기는 보통 한 달쯤 되는데 야당이 훨씬 자주 바꾸는 것으로 확인된다. 7월에만 백드롭을 3번 바꿨고, 8월 들어서도 현재까지 3번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데도 자주 바뀌는 여야의 메시지 사진을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과제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구호는 아직 다양한 정책이 구현되어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숙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볼썽사나운 몸싸움보다는 구호 싸움이 훨씬 점잖다. 하지만 혹시 정치권이 바라보는 국민의 수준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본다. 잘 준비된 정책보고서와 숫자로 표현되는 성과보다는 선악 구분이 분명해 보이는 구호로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정치적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을 끌어오는 데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점점 새로워지고 화려해지는 정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국민들의 예리한 시선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해 복구 작업 봉사 모습 사진을 SNS에 올렸던 정치인들 중에 누군가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고 오히려 오물을 묻힌 채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 의원은 박수를 받았다. 탁상에서 만들어 낸 구호보다는 실천을 중시하는 국민이 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 앞에 사진을 내놓는 일은 두렵다. 이러고 보니 글과 사진 그리고 똑똑한 독자들의 취사선택을 통해 진실이 완성되는 것 같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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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을 불러 주세요[고양이 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구처럼 ‘저기요’ 말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친절은 손님께로 가서 다시 ‘친절’이 됩니다.―서울 충정로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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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김정은의 인스타그램[사진기자의 ‘사談진談’]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달 12일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북한을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으로서는 한때 정상회담까지 했던 미국이 자신들을 보통 국가가 아닌 특이한 국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국제사회의 오해를 해소시키기 위해서일까. 최근 북한은 영상 정보를 외부에 많이 노출시키고 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외국으로 전해지는 김정은의 사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에 비해 많고 빈도도 잦다. 또 북한은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친숙한 매체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 유튜브는 동영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에서 촬영한 사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계정(northkorea_dprk-newssite)은 북한 당국이 공식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직후인 2012년 5월 시작된 이 계정에는 현재 누적합계 2100여 개의 피드(글)가 게시돼 있다. 전 세계에서 2만9000명이 팔로잉을 하고 있는데 이곳은 마치 유명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처럼 김 위원장 개인의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글에 붙는 설명은 주로 영어로 되어 있다. 이달 1일 사망설을 일축하며 비료 공장 준공식에 등장해 빨간 리본을 가위로 자르는 김정은의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좋아요’가 900개 이상 달렸고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좋아요와 댓글의 아이디는 한국이나 북한 사람은 거의 없고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또는 비공개 계정이다. 북한의 디지털 선전 활동이 북한 내부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목적보다는 외부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최근 유명해진 유튜브 채널(Echo DPRK)에 올라온 영상들이다. 기존 북한 관영 매체들의 보도로 채워졌던 외국어 유튜브 계정과 달리 이 채널은 주인이 개별 시민인 것처럼 연출되고 있다. 2017년 8월 개설된 이 채널의 주인은 자기 소개 글에 ‘북한의 일상생활에 대한 영상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개설 취지를 밝히고 있다. 구독자는 7000명이 조금 넘고 현재 149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로 평양 시내 상점에서 사재기가 횡행한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오자 ‘은아’라는 젊은 여성이 유창한 영어로 평양 시내 상점을 돌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은아라는 개인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드론 촬영과 배경 음악, 그래픽 등이 수준이 높아 전문가 팀이 만드는 작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전문가 냄새가 나는 화면은 이미지 뒤에 권력 또는 권력을 옹위하려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래서 이 영상에는 10% 정도의 ‘싫어요’가 있다. 확증 편향을 갖는 추종자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의 반대 표명이다.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콘텐츠는 중요한 볼거리이고 정보원이다.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전 세계 누리꾼들은 북한이 제공하는 이미지로 그 사회를 본다. 북한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전 세계를 향해 북한이 활용하는 디지털 선전법은 일견 성공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게다가 노동신문이나 우리민족끼리 등 전통적 방법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국내에서 접속이 안 되는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는 현재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그대로 주입할 수 있는 채널인 셈이다. 이런 완벽한 선전의 장에서, 그것도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는 영상을 통해 최고 지도자의 이미지를 선전할 수 있다는 것에 북한은 희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가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국가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감수성과 미디어 해석 능력을 고려한다면 뉴미디어를 활용한 북한의 선전 효과는 높지 않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젊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상과 능력을 자유롭게 공유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 중 ‘은아’처럼 개인의 계정과 채널을 열고 평범한 일상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사람은 없다. 인터넷 시대지만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고 권력을 가진 특권층만 첨단 기술을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일상은 보이지 않고 권력의 화려함만 보이는 북한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과연 세계의 젊은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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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 고무신의 변신[고양이 눈]

    투박한 검정 고무신에 알록달록한 구슬과 물을 채우니 예쁜 화분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식당 주인의 미학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경기 군포시 한 식당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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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든든한 하트[고양이 눈]

    강원 춘천시 공지천 산책로에 어여쁜 하트 모양의 방범등이 켜져 있습니다. 딱딱한 표지나 문구보다는 보는 이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줍니다. 걷는 이의 등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 같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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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앗간보단 쿠키가게[고양이 눈]

    참새들이 방앗간만 찾는 건 아닌가 봅니다. 가끔 쿠키도 간식으로 즐기나요. 어느 쿠키가게 간판 위에서 식사 시간을 기다려 봅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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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기자가 의원 휴대전화를 엿보는 이유[사진기자의 ‘사談진談’]

    국회의원이나 유명인의 휴대전화 속 정보를 캐는 것을 즐겨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 행위를 밝혀 처벌하려는 검찰이 그렇고 불법으로라도 정보를 얻어 이익을 취하려는 해커도 있다. 또 한 부류가 사진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사진기자들은 국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면 카메라 앵글을 그쪽으로 고정시킨다. 본회의장의 경우 국회의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사진기자석 바로 아래쪽에 있는 의자에는 중진 의원들이 앉는다. 그래서 보통 중진 의원들의 휴대전화가 사진기자들의 타깃이 된다. 그렇다고 초선들이 안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포처럼 큰 망원렌즈로 무장한 사진기자는 수십 m 떨어져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엿볼 수 있다. 상대방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해 공정하지 않은 취재 방식이라는 비판이 많다. 가끔 “남의 문자 찍냐”는 힐난에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사진기자들의 훔쳐보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진기자들이 정치인의 휴대전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째는 아주 실무적인 이유고, 둘째는 좀 더 거창한 이유다. 실무 차원에서 볼 때 카메라가 포착하는 휴대전화 화면 한 컷이나 수첩의 몇 단어는 신문 제작에 도움이 된다. 취재기자들은 취재원이 던지는 말 한마디로 원고지 수십 장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키워드로 맥락을 이어붙이는 기술을 갖고 있는 정치부와 사회부 민완 기자들에게 사진기자들이 포착한 사진은 엄청난 요리 재료가 된다. 수첩에 적으면 필기체를 못 알아볼 수도 있고 혼자 쓴 의미 없는 글이라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은 상대방이 있어서 맥락을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작년 11월 민영통신사 뉴스1의 사진기자는 국회의 한 회의장에서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대통령비서실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촬영했다. ‘북한 주민 2명을 추방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비밀을 세상에 폭로하는 기사가 만들어졌고 이틀간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공격하는 회의로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본회의장에선 친문 인사인 박광온 최고위원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인재 영입부터 실수였다. 독선과 오만함이 부른 일련의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는 모습이 찍혔다. 다음 날에는 야당 이혜훈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유승민 의원이 보낸 ‘김형오 갈수록 이상해져’라는 문자를 보는 장면이 포착돼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관음증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신문 제작진에게 이런 종류의 단독 사진은 아주 유용하다. 그래서 혹시 사진을 못 찍으면 타사가 찍은 사진을 얻어 신문에 ‘제공’ 사진으로 쓴다. 옛날 개념으로는 ‘물’ 먹은 셈이지만 그렇다고 현장 기자에게 페널티를 주지는 않는다. 사진을 위해 다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면 가장 협조를 많이 해주는 직업군이 정치인이지만 정치인들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불가역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인물에는 관심 없고 의원들의 휴대전화 화면만을 노리는 카메라 기자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기자들이 휴대전화 화면 사진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신문 제작자 쪽보다는 뉴스 인물들 때문이다. 흔히 사진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치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정치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하는 행동은 이제 계산되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정치인의 말만 곱씹어서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이 찍힌 사진도 잘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쇼’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자아표현과 이미지 관리라는 개념도 쓰인다. 의원들의 휴대전화 문자가 기자와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게 된 것은 정치 또는 정치 사진이 지나치게 보여주기 일변도로 나아간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하는 말과 계파 안에서 합의된 말이 다르다는 학습 효과 때문일까. 정치 현장을 뛰어다니며 역사를 기록해온 사진기자들도 이제는 카메라 앞쪽에서 벌어지는 연출된 악수보다 휴대전화 화면이 정치의 본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와 메모를 노출시키는 정치인이 있고 그런 사실을 모른 척 결과적으로 그를 도와주는 기자도 있다. 카메라 앞에서 다들 영민해지는 세태다. 정치인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하는 사진기자에게 세상은 오늘도 살얼음판이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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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밸런타인데이 선물하세요”

    9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해피 밸런타인데이’ 기획전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14일까지 초콜릿 및 제과 300여 종을 모아 판매하고 2만5000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 영화예매권(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두 장을 증정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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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에…수경서 샤워캡까지 등장[청계천 옆 사진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29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과 서울 시내에서는 각종 보호장구들을 확인할수 있었다. 감염이 확인된 확진자 수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탑승객과 시민들의 모습은 인간이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서 어떻게 버텨나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시민들부터 수영안경에 샤워캡까지 쓰고 공항을 들어오는 외국인도 만날 수 있었다. 급기야 중국인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식당까지 등장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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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사장의 고인돌[고양이 눈]

    모래사장에 누군가 고인돌을 만들어 놨습니다. 무얼 묻었을까요?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시름일까요, 아니면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추억일까요.  ― 경북 경주시 감포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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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북미 만남의 순간 감동적이었는데…그 많던 사진은 가짜였나

    힘 있는 사람들이 특히 사진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사진기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순간이 선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연예인들의 열애 인정 기자회견을 찍을 때면, 두 사람의 달콤한 눈빛을 찍기도 하지만 서로 고개를 돌리는 어색한 순간을 포착해 두기도 했었다. 나중에 결별 뉴스가 나올 때 다시 기자회견을 하지는 않을 거니까. 그래서 요즘 연예 기획사들은 사진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아예 자체 촬영한 보도자료용 사진을 배포한다. 최근 여의도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를 촬영하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고 주최 측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물론 모든 매체가 허가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하지 않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정상적인 욕망을 거스르고 취재원의 불편한 순간을 포착하려고 기를 쓰는 사진, 영상기자들이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은 직업을 선택한 순간 이미 피할 수 없는 ‘원죄’일 수도 있다. 그래도 카메라를 꼭 쥐고 현장을 지켜보는 이유는 사진이 진실을 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수첩에 메모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대학생들의 필기도 이제는 이미지 파일로 대체됐다. 일상생활에서 기억의 보완재로 사용되는 영상 이미지는 신문과 방송에서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최근 몇 가지 사건에서 이제 사진도 믿을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간 북미, 남북간의 악수와 포옹이라는 화해의 이미지가 넘쳐났는데 다시 북한이 발사체를 쏘는 사진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본 이 이미지들은 거짓이었을까? 남북과 북미 만남은 실제로는 살얼음판을 걷는 외교 전쟁의 현장이었지만 이미지는 지나치게 축제처럼 기획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감동은 순간이었지만 국제 관계는 냉엄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동영상에 대해서 법원은 본인이 맞다고 밝혔고 비록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이지만 이를 본 시민 대부분도 화면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누군가 기록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본인은 부인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옷을 바꿔가며 서류 더미를 옮기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은 증거를 인멸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져야 했지만 지지자들은 이를 애써 부인했다. 법은 결국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정 교수를 구속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방식에 의지해야 하는 걸까 고민된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역시 사진기자들의 중요한 촬영 대상이었다. 현장에서 가늠한 참가 인원의 숫자는 신문과 인터넷에 함부로 쓸 수 없었다. 한쪽이 100만 명이라고 하면 다른 쪽은 200만 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상대방의 숫자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간 집회 취재를 해왔던 사진기자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이미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미지의 주인들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기레기’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지만 그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생산 과정과 맥락을 함께 살핀다면 진짜와 가짜 이미지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성추문 동영상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누군가의 의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대학교 건물의 CCTV가 공개된 것 역시 누군가의 적극적 제보나 취재의 결과이므로 역시 의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영상이 거짓이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세월호가 다른 사고와 달리 아직까지 가슴을 아프게 후비는 것도 현장 화면을 다 지켜본 사람들의 죄책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이 감시되는 디스토피아를 걱정했지만 거리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오히려 거짓말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부정하는 기법이 발달하곤 있지만 그래도 사진과 영상 등 기계가 기록한 이미지는 진실을 분명하게 증명할 것이고, 투명 사회를 만드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내년에도 사진을 매개로 세상과 이야기할 사진기자의 연말 소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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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내 집[고양이 눈]

    청계천 다리 아래 돌 틈. 아늑하게 자리 잡은 비둘기 옆에 구부러진 ‘버드 스파이크’가 보입니다. 원래 비둘기를 비롯한 새를 쫓기 위해 설치된 것인데요. 영리한 비둘기가 부리로 버드 스파이크를 떼어버렸나 봅니다. 다가오는 겨울, 사람도 새도 보금자리 마련이 쉽지 않네요. ―서울 청계천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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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콜릿으로 만든 작품 한번 맛봐도 될까요

    18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초콜릿 아트 쇼’에서 유명 파티시에 재니스 웡이 실제 초콜릿을 활용한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웡은 이날 수백 개의 초콜릿을 이용해 3시간 동안 가로 4m, 세로 2.4m 크기의 작품을 완성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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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치과[고양이 눈]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치과. 그런데 여기저기 재밌는 만화가 그려져 있네요. 진료실을 안내하는 이상한 남자, 칫솔 든 곰, ‘고급 인력’ 티셔츠를 입은 직원까지. 치과 이름도 범상치 않습니다. 그래요, 드라큘라는 직업상 이가 튼튼해야겠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치과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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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보수 진영의 집회는 재미가 없을까[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우리 사회에서 집회를 가장 많이 접하는 직업군이 사진기자일 것이다. 민생 집회부터 정치인들 집회까지 그것도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참여해 왔다. 돌과 최루탄이 날아다니는 전쟁 같은 집회도 있었고 축제 같은 시위도 경험했다. 현장을 가지 않아도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취재기자와 달리 사진기자들은 현장을 꼭 가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회 수준을 점수로 매길 만큼 감별 능력이 생긴다. 이른바 보수 진영의 집회 현장을 다녀온 사진기자들은 대체로 낮은 평가를 한다. 진행 방식, 무대 준비, 배경 음악과 구호 등이 재미없고 촬영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식은 사진기자들로서는 놀라운 이벤트였다. 삭발식은 약자들의 항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여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쇼’ ‘코스프레’의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현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이벤트에 끌려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진영에 유리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황 대표의 삭발 사진은 장엄한 이미지보다는 코믹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투 블록’ 헤어스타일에 수염까지 기른 채 터미네이터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의 합성 사진이 대표적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딱딱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황 대표는 순식간에 재미있는 정치인 대열에 살짝 발을 담그게 됐다. 디지털 기술은 비싼 비용 없이 정치 메시지가 공유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인들에게 장벽은 이제 사라졌다. 올바르고 능력 있으면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다. 한국당은 ‘언론 운동장’이 기울어져 여론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에까지 둥지를 튼 소위 진보의 스피커 방송인들을 보면 그런 주장에 일부 공감한다. 그렇더라도 이번 황 대표 삭발식에서 알 수 있듯이 재미없는 보수 야당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 구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기울어진 게 있다면 야당 내부의 역량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당의 전신이었던 정당들이 한국 정치사에서 보여줬던 실력과 실수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황 대표의 삭발식 행사 당일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의 모습이 보인 것도 놀라웠다. 반칙으로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는 의혹을 받는 장관 임명 반대를 위해 마련된 집회였는데 말이다. 두 번째 지적할 수 있는 역량은 시위를 조직하는 힘이다. 우리나라 보수 정당들은 대중 선동 운동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 축적된 경험 역량도 부족하다. 사회학자들은 민주화운동 같은 집합 열정과 연대가 발현되려면 먼저 운동 참여자들의 정서적 친밀성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노래, 구호, 박수, 만세삼창, 투석전 등의 퍼포먼스가 반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군중집회의 성공 요소가 우리 사회에서 축적되는 데 보수 야당의 참여와 학습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촛불집회, 삭발식, 토크콘서트 등은 왼쪽 세력들이 주로 활용하던 방식이었다. 형식만 본떠 준비 없이 나섰다간 이미지 생산과 유통 전문가인 반대 세력들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여성 당원 행사에서 ‘몸뻬’를 내리고 엉덩이춤을 추는 모습은 젠더 감수성이 없는 당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상징도 없고 프레임도 선점당한 보수 진영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논리와 비전으로 사람의 마음을 잡는 건 어떨까. 국민들은 이제 쇼를 볼 만큼 봤다. 국민들이 쇼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지 정치로 미래가 안전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중도층도 많다. 상식과 사실을 우선시하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것은 취업률, 물가 등 국내 경기 관련 숫자의 개선과 국제사회의 격변으로부터 지켜지고 있다는 안정감이다. 모처럼 국민들의 시선을 끈 보수 야당. 정책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대안을 콘텐츠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국민 앞에 내놓는 진짜 퍼포먼스를 보고 싶다. 모든 정치 세력이 쇼를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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