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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대한 우려가 한국 경제에 큰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를 더욱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거대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자영업 경기 등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다시 찾아올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내린 2417.0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이후 사흘 연속 1% 넘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1월 17일(2,435.90) 기록했던 연저점을 경신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만 7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우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사흘 간 순매도 금액만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날도 4% 이상 급락해 주당 5만원선이 위협받게 됐다. 코스닥지수도 2.94% 급락한 689.6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10.6원까지 튀어 올랐다. 오후 3시 반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3.1원 오른 140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좀처럼 살아나질 않는 내수에 고용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명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만 해도 취업자 수는 달마다 평균 32만 명 넘게 늘곤 했는데, 지난달에는 4분의 1토막이 났다. 내수 부진으로 도소매업 취업자가 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 판매는 2년 반째 줄면서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업들도 달라진 경제 환경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9월 결혼한 장모 씨(32)는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를 빌리면서 100만 원의 대여료 외에 6만 원의 ‘피팅비’를 따로 냈다. 빌릴 드레스를 미리 입어 보려면 다섯 벌당 3만 원을 따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그나마 추가 비용이 적은 곳을 고른 게 이 정도다”라며 “결혼 서비스에 쓸데없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당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추가 요금을 안 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부부를 울리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갑질 약관이 무더기로 적발, 시정됐기 때문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8개 대행업체의 약관을 심사해 6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행업체는 사진 촬영 업체, 드레스숍, 미용실과 제휴를 맺고 스드메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업체인데, 가격과 서비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적발된 약관에는 마땅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옵션’으로 정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다. 웨딩드레스를 미리 입어 보려면 피팅비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드레스를 입어 보지 않고 대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를 별도의 유료 옵션으로 정했다. 대행업체들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파일로 받을 때도 최소 44만 원의 비용을 물리고 있었다. 점심시간대 예식을 위해서는 아침 일찍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는데도 ‘얼리 스타트 비용’이라며 요금을 또 매겼다. 이런 식으로 대행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는 옵션은 20∼30여 개나 됐다. 공정위는 사진 파일 구매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 스타트비가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되도록 약관을 고쳤다. 그럼에도 불공정 약관이 계속 사용되면 시정 명령을 거쳐 고발에 나설 방침이다. 추가 요금을 ‘별도’라고만 표기하거나 위약금 세부 기준을 담지 않은 조항, 과도한 위약금을 매기는 조항 등도 시정됐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았던 대형 업체 위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가 유사한 불공정 약관을 두고 있다면 이 역시 시정할 계획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9월 결혼한 장모 씨(32)는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를 빌리면서 100만 원의 대여료 외에 6만 원의 ‘피팅비’를 따로 냈다. 빌릴 드레스를 미리 입어보려면 다섯 벌당 3만 원을 따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장 씨는 “그나마 추가 비용이 적은 곳을 고른 게 이 정도다”며 “결혼 서비스에 쓸데없는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이용해 본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운 데다 평생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앞으로는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당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추가 요금을 안 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부부를 울리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갑질 약관이 무더기로 적발, 시정됐기 때문이다.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8개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약관을 심사해 6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행업체는 개별 사진 촬영업체·드레스샵·미용실과 제휴를 맺고 소속 웨딩플래너를 통해 스드메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업체다. 예비부부 절반 이상이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격과 서비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계약’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많았다.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에는 마땅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옵션’으로 정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다. 웨딩드레스를 미리 입어보려면 피팅비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드레스를 입어보지 않고 대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를 별도의 유료 옵션으로 정한 것이다.대행업체들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파일로 받을 때도 최소 44만 원의 비용을 물리고 있었다. 점심 시간대 예식을 위해서는 아침 일찍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는데도 ‘얼리 스타트 비용’이라며 요금을 또 매겼다. 이런 식으로 대행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는 옵션은 20~30여 개나 됐다.이런 이중 요금체계는 가격을 낮아 보이게 해 예비부부를 부당하게 유인하는 데다, 결과적으로는 예비부부들이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비교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상 필수적인 서비스인데도 소비자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다. 이런 이중적인 요금체계가 대행업체들의 약관에 예외 없이 담겨 통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공정위는 사진 파일 구매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 스타트비가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되도록 약관을 고쳤다. 만약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이 계속 사용되면 시정 명령을 거쳐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 추가 요금을 ‘별도’라고만 표기하거나 위약금 세부 기준을 담지 않은 조항, 과도한 위약금을 매기는 조항 역시 적발해 시정했다.이번 조사는 그간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았던 대형 업체들을 위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가 유사한 불공정 약관을 두고 있다면 신고 또는 직권으로 시정할 계획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배달의민족(배민) 등이 배달수수료를 대폭 올린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달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꾸려진 상생협의체가 빈손으로 끝난다면 제도 개선 역시 적극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11일 ‘윤석열 정부 공정거래 분야 성과 및 향후 정책 추진 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배민이든 쿠팡이츠든 위법하게 가격남용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공정위 역량을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남용은 공정거래법상 착취 남용의 한 유형이며, 수십 년 전이긴 하지만 집행한 적도 있다”며 “(배달 수수료 관련) 신고도 들어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공정거래법은 독과점 사업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정하는 행위를 지배력 남용이라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격남용 규제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그간 공정위의 입장이었다. 가격을 얼마 이상으로 올려야 ‘부당한 가격 결정’이 되는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앞서 7월 기자간담회에서 “가격에 대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규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공정위가 기존 입장을 뒤집어 배달수수료 문제에 적극 개입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상생협의체가 공전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정부는 앞서 7월 배달 앱과 자영업자 간 대화로 수수료 갈등을 풀겠다며 상생협의체를 꾸렸지만 100일 넘게 공전 중이다. 쿠팡이츠 등이 9%대 최고수수료율을 고집하는 등 물러서지 않으면서다. 쿠팡이츠가 이날 상생협의체 측에 전달한 최종안에는 최고수수료율을 기존안(9.5%)보다 소폭만 내리고 중하층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늘리는 안이 포함됐지만, 5%대를 주장하는 자영업자 측과의 간극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조 부위원장은 상생협의체 합의가 최종 결렬될 경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상생협의체가 제대로 안 되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꾸려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자영업자 간 대화 기구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배달앱들에게 11일까지 마지막 수정안을 내라는 최후통첩이 전달됐지만 자영업자 단체와의 의견차가 커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공익위원 권고안을 따르는 형태로 최고수수료율이 소폭 인하될 여지는 남아있다.8일 이정희 배달앱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제11차 회의 결과에 대해 “수수료 문제는 합의되지 못했다. 쿠팡이츠 등에게 11일까지 새로운 상생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전날 쿠팡이츠는 현행 9.8%인 중개수수료율을 2.0~9.5%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수수료율을 6구간으로 나누고, 입점업체 거래액(쿠팡이츠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액이 많은 상위 10% 업체는 9.5%의 수수료를 내고, 10~20% 업체는 9.1%를 내는 식이다. 하위 20%는 2%를 낸다. 기존 1900~2900원인 배달비(라이더에게 주는 돈)는 2900원으로 단일화하되 상위 50% 업체엔 원거리 및 악천후에 따른 할증을 붙이겠다고 했다.당초 쿠팡이츠는 현재 자신이 내는 1000~2000원의 배달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대신 수수료율을 5%로 일괄 낮추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낸 안은 이보다 더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배달의민족은 거래액을 3구간으로 나눠 2.0~7.8%의 중개수수료율을 부과하고,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1900~3400원을 받는 안을 제시했다. 최고수수료율은 현행(9.8%)보다 2%포인트 줄고, 배달비는 최대 500원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면서도 배민은 쿠팡이츠가 비슷한 상생안을 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수수료율 인하가 배달비를 밀어 올리는 ‘풍선효과’로 번졌다는 이유로 양사의 상생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고수수료율을 5%로 내려야 한다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와도 간극이 크다고 봤다. 만약 쿠팡이츠가 11일에도 비슷한 수준의 상생안을 가져온다면 수수료 합의는 최종 결렬되고 수수료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정부는 당사자 간 대화로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법적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해 물밑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 질서를 보호하는 게 목적인 공정거래법으로 배달 수수료와 같은 가격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수수료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데다 입법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변수다.이 때문에 쿠팡이츠가 배민이 낸 안 수준의 상생안을 내는 경우 공익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쿠팡이츠가 이 같은 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한다면, 자영업자 단체와의 합의는 불발되더라도 공익위원 권고안에 이런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권고안을 따르는 형식으로 최고 수수료율이 1~2%포인트가량 내려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이 위원장은 “쿠팡이츠가 낸 상생안이 합의를 시도해볼 만한 수준이면 한 번 더 회의를 열어 합의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A 씨는 경기 용인시의 공유오피스에 ‘유령 사무실’을 차렸다. 지방에 창업한 청년은 5년간 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감면받은 세금은 수십억 원에 달했다. A 씨의 사업자등록을 직권폐지한 국세청은 감면 세금 역시 추징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2900곳, 개인 649명이 이 같은 공제·감면제도를 악용해 부당하게 세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이들에게서 추징한 세금은 총 1749억 원이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544억 원, 712억 원을 추징했는데, 지난해부터 조세회피 행위가 급증하며 추징액도 늘었다. 특히 일부 유튜버, 통신판매업자가 지방에 허위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 회사를 차리면 5년간 소득세 100%를 감면해주는 제도(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를 악용한 것이다. 실제 A 씨가 입주한 공유오피스에는 400평대 건물에 1400여 개 사업자가 입주해 있었다. 한 사업자당 0.3평을 쓴 것으로, 국세청이 방문해 보니 텅 빈 방 한 칸에 177개 사업자가 등록돼 있고 방치된 우편물이 쌓여 있는 등 주소세탁 정황이 뚜렷했다. 송도에서도 400평대 공유오피스에 1300여 개 사업자가 입주한 사례가 있었다. 국세청은 ‘국내판 조세회피처’로 전락한 지방 공유오피스에 대해 ‘세원 관리 TF’를 꾸려 입주 사업자의 실사업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결혼한 부부 10쌍 중 1쌍은 남편이나 아내가 외국인 등인 ‘다문화 혼인’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때 위축된 국제결혼이 다시 늘면서 이 비중은 13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다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8년째 줄며 지난해 역대 가장 적었다.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1년 전 보다 17.2% 증가한 2만43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뤄진 혼인의 10.6%를 차지해 2010년(10.8%) 이후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문화 혼인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한쪽 혹은 양쪽 모두 귀화자인 경우를 말한다.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줄어든 국제결혼이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문화 혼인 비중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7.2%까지 떨어졌다가 이듬해(9.1%)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혼인 유형별로 보면 아내가 외국인인 경우(69.8%)가 가장 많았다. 남편이 외국인인 경우는 17.9%였다.아내가 외국인이거나 귀화자인 경우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27.9%), 중국(17.4%), 태국(9.9%)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 혹은 귀화자 남편의 국적은 중국(6.9%), 미국(6.9%), 베트남(3.9%) 등 순이었다.지난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는 1만2150명으로, 1년 전보다 3.0% 줄어 역대 가장 적었다. 다문화 출생아는 2013년부터 11년째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5.3%)은 오히려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출생이 7.7% 감소한 것에 비해 다문화 출생은 상대적으로 덜 줄었기 때문이다. 다문화 이혼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난 8158건으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증가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임대보증금을 대신 갚아주지 않아도 되게끔 규정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불공정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를 비롯해 HUG의 다른 불공정 약관도 시정하기로 했다. 5일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 을 심사해 수정·삭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건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HUG가 보증을 취소하고, 보증채무 이행 신청도 거절한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그간 HUG는 이 조항을 근거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증을 이행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를 한 1명에게 임차인 150여 명이 전세보증금 190억 원을 떼였는데도 HUG가 보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차인 잘못이 없는데도 임대인 귀책사유만으로 보증을 취소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중대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도 판단했다. 시정권고를 받은 HUG는 문제가 된 조항을 60일 안에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HUG는 개인임대사업자뿐 아니라 법인임대사업자, 개인 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 상품에도 유사한 조항을 넣어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수정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약관이 바뀌더라도 이미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주요국들은 대부분 금융상품 투자로 발생하는 이득에 대한 일정한 과세 체계를 갖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 세제는 주식 매매차익(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과 거래액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한국이 도입하려 했던 금융투자소득세와 유사한 방식이다. 한국의 현행 증권거래세는 후자에 해당한다. 미국, 영국과 일본에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주식 거래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투자로 발생한 이익을 일반 소득과 합산해 10∼37%의 세율로 과세한다. 다만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1년 넘게 보유한 경우에는 0∼20%의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 또한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20.315%의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반면 대만은 일본과 달리 양도세 전환에 실패한 나라로 꼽힌다. 1989년 최대 50% 세율의 주식 양도세 도입을 발표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철회했고, 2013년 이를 재추진했지만 투자자 반발로 3년 만에 다시 포기했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도 증권거래세만 걷고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자영업자들의 자율적인 상생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대화 기구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결국 외부 전문가들이 중재에 나서게 됐다. 다음 주 공개될 최종 권고안에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고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1∼2%포인트가량 내리고, 쿠팡이츠는 자영업자 측 추가 비용 없이 수수료율을 4.8%포인트 낮추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배달앱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는 전날 제9차 회의를 열어 배달 수수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공익위원들이 배달앱 3사에 각각 적용할 중재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배달앱 및 자영업자 단체 측 의견을 들었다. 공익위원들은 배민에 대해선 현행 9.8%인 최고 수수료율을 7.8% 또는 8.8% 등으로 내리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하위 80% 가게에 대해선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라고도 권고했다. 하위 20%까지는 2%의 중개수수료율을, 하위 20∼80%는 6.8%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배민은 앞서 최고 수수료율을 9.8%로 유지하되 하위 40%에 대해서만 2∼6.8%의 낮은 수수료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쿠팡에 대해선 수수료율을 9.8%에서 5%로 내리는 동시에 배달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비도 절반가량은 쿠팡이츠가 내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열린 제8차 회의에서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5%로 내리겠다면서도 쿠팡이츠가 부담해 온 배달비를 앞으론 입점 업체가 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쿠팡이츠는 와우 회원들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비는 고객이 아닌 쿠팡이츠와 입점 업체가 나눠 낸다. 입점 업체가 2900원을 내면 쿠팡이츠가 차액을 부담하는 식이다. 배달비는 지역과 주문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쿠팡이츠가 내는 몫은 주문 한 건당 1000∼20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수료율을 내리더라도 배달비를 입점 업체가 내게 되면 비용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공익위원 중재안에 대해 배민과 쿠팡이츠는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단체 역시 수수료율을 최고 5%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으면서 상생협의체는 10월 30일 오후 10시까지 약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10월까지 배달 수수료 상생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4일 열리는 제10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두고 양측의 의견을 추가로 들은 뒤 최종 중재안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당사자 간 협의의 결과물이 아닌 데다 법적 구속력도 없어 실제 배달앱 측이 수수료 부담을 낮출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 법적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우선이고 법제화는 최후의 카드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번에 협의가 마무리되면 법적 규제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자영업자들의 자율적인 상생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대화 기구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결국 외부 전문가들이 중재에 나서게 됐다. 다음 주 공개될 최종 권고안에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고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1~2%포인트가량 내리고, 쿠팡이츠는 자영업자 측 추가 비용 없이 수수료율을 5%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31일 배달앱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는 전날 제9차 회의를 열어 배달 수수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공익위원들이 배달앱 3사에 각각 적용할 중재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배달앱 및 자영업자 단체 측 의견을 들었다.공익위원들은 배민에 대해선 현행 9.8%인 최고 수수료율을 7.8% 또는 8.8% 등으로 내리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하위 80% 가게에 대해선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라고도 권고했다. 하위 20%까지는 2%의 중개수수료율을, 하위 20~80%는 6.8%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배민은 앞서 최고 수수료율을 9.8%로 유지하되 하위 40%에 대해서만 2~6.8%의 낮은 수수료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쿠팡에 대해선 수수료율을 9.8%에서 5%로 내리는 동시에 배달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비도 절반가량은 쿠팡이츠가 내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열린 제8차 회의에서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5%로 내리겠다면서도 쿠팡이츠가 부담해 온 배달비를 앞으론 입점 업체가 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쿠팡이츠는 와우회원들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비는 고객이 아닌 쿠팡이츠와 입점 업체가 나눠 낸다. 입점 업체가 2900원을 내면 쿠팡이츠가 차액을 부담하는 식이다. 배달비는 지역과 주문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쿠팡이츠가 내는 몫은 주문 한 건당 1000~20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수료율을 내리더라도 배달비를 입점 업체가 내게 되면 비용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이 같은 내용의 공익위원 중재안에 대해 배민과 쿠팡이츠는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단체 역시 수수료율을 최고 5%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으면서 상생협의체는 30일 오후 10시까지 약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정부는 10월까지 배달 수수료 상생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다음 달 4일 열리는 제10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두고 양측의 의견을 추가로 들은 뒤 최종 중재안이 나올 예정이다. 다만 당사자 간 협의의 결과물이 아닌 데다 법적 구속력도 없어 실제 배달앱 측이 수수료 부담을 낮출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 법적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우선이고 법제화는 최후의 카드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번에 협의가 마무리되면 법적 규제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서울에 사는 이모 씨(69)는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낮 12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장난감 정리 같은 소소한 일을 돕는다. 주 15시간 근무에 그가 받는 돈은 60만 원 남짓. 이 씨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일을 시작했다”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 할 곳을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넘겨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임시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도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일하는 고령층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년 연장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계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 절반 이상은 임시직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54.0%는 임시직이었다. 가구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도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가구주가 일용근로자인 경우(14.0%)까지 합치면 68%에 이른다. 상용근로자는 32.0%였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32.9%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에 노인 일자리가 비교적 많이 분포돼 있어 해당 업종의 종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1.1%),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5%) 순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한국의 노인 빈곤율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평균치인 14.2%보다 3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20.2%)과 미국(22.8%)의 경우도 한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령층 일자리 위해 정년 연장 등 논의할 때”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월평균 399만6000명으로 청년층인 15∼29세(376만4000명)보다 23만 명 넘게 많았다. 올 2분기에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뛰어넘었는데,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령층 취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에서 고령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4.1%에서 2052년엔 50.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60대는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대체하는 생산가능인구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며 “정부도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일자리에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노년층도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52)의 회장 승진은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81) 아래 남매 경영을 해왔던 그룹 리더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6)은 이마트 부문을, 정유경 신임 회장은 백화점 부문을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하면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 총괄회장도 백화점을 삼성에서 물려받아 독립경영을 했는데, 이 그룹이 3세 경영 시대에 또 한 번 둘로 나뉘어 승계가 이뤄지게 됐다.● 경영 능력 인정받아 깜짝 승진 3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은 곧 계열 분리 작업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그룹을 두 부문으로 나눈 뒤 지분 정리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을 18.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을 18.6% 보유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 에스씨케이컴퍼니(스타벅스), 호텔, 편의점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 왔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부회장을 건너뛰고 사장에서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어머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예상했지만, 회장 승진은 파격적”이라며 “백화점 사업 부문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도 독자 생존·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여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경영에 본격 뛰어든 2016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은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서울 강남점·센텀시티·대구·대전·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웠다”며 “주요 신사업에 투자해 2016년 대비 백화점 부문 전 계열사 매출과 손익 모두 2배 성장시켰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넘었다.● 이명희 회장 지분 정리는 남은 과제 계열 분리를 완성하려면 우선 이명희 총괄회장이 갖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상 재계 11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및 그 친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는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게 원칙이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친족 회사의 ‘독립경영’, 즉 계열 분리가 인정되는데 그러려면 상호 보유한 주식이 적고 임원 겸임이나 채무 보증, 자금 대차 등도 없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서로의 주식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 보유하고 있다. 그룹에서 이마트를 분리하려면 이마트 지분을, 신세계를 분리하려면 신세계 지분을 7% 이상 정리해야 하는 셈이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각각 남매에게 상속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사에서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마트24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와인 전문 기업 나라셀러에서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고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시공능력이 부족한 총수 일가 계열사에 아파트 공사 일감을 준 제일건설이 97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계열사를 ‘벌떼 입찰’에 동원하려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30일 공정위는 중견 기업집단인 제일건설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제일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풍경채’ 건설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계열사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 시공사로 선정했다. 두 회사가 아파트 건설공사를 할 시공능력이 없는데도 공사 일감을 준 것이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일건설이 두 계열사와 맺은 공동도급 계약은 총 7건이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주주인 유재훈 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다. 제이아이건설은 이런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가졌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공공택지 입찰에 계열사를 참여시켜 낙찰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을 위해 부당 지원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제일건설은 그간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확보해왔는데,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입찰 참여 요건으로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을 요구하자 이를 맞추기 위해 실적 쌓기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제일건설의 부당지원으로 제이제이건설은 1574억 원, 제이아이건설은 848억 원의 시공 매출을 올렸다. 제이제이건설의 경우 법 위반 기간 동안 해당 매출이 총매출의 83%를 차지했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또한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올랐다. 한편 제이제이건설은 2018년 배당으로 총수 일가에 100억 원을 지급했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공정위가 밝힌 사실관계에 이의는 없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전달받은 후 대응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시공 능력이 부족한 총수 일가 계열사에 아파트 공사 일감을 준 제일건설이 97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계열사를 ‘벌떼 입찰’에 동원하기 위해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30일 공정위는 아파트 브랜드 ‘풍경채’ 건설사 제일건설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제일건설 그룹은 자산총액 3조9000억 원의 중견 기업집단이다.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계열사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 시공사로 선정했다. 두 회사가 아파트 건설 공사를 할 시공 능력이 없는데도 공사 일감을 준 것이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일건설이 두 계열사와 맺은 공동도급 계약은 총 7건이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 주주인 유재훈 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다. 제이아이건설은 이런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가졌다.제일건설이 공공택지 입찰에 계열사를 참여시켜 낙찰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 입찰을 위해 부당지원을 벌였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제일건설은 그간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확보해왔는데,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입찰 참여 요건으로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을 요구하자 계열사 실적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제일건설의 부당지원으로 제이제이건설은 1574억 원, 제이아이건설은 848억 원의 시공 매출을 올렸다. 제이제이건설의 경우 법 위반 기간 동안 해당 매출이 총 매출의 83%를 차지했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또한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올랐다. 한편 제이제이건설은 2018년 배당으로 총수 일가에 100억 원을 지급했다.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기업 집단에서 부당 지원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출 부진의 여파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8월 수정 전망치(2.4%)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면적인 경기 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작용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7∼9월) 수출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성장률도 한은의 예상치(0.5%)에 한참 못 미치는 0.1%에 그치자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의 필요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성장률 부진의 원인으로는 수출 물량 감소를 꼽았다. 이 총재는 “수출 금액은 안 떨어졌는데,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며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인지, 경쟁력 약화의 문제인지 원인을 더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당장 말하기 어렵다”며 “내수가 예상 경로대로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이 미국 대선이나 중국의 경기 회복 등 대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연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보다 높다”고 반박했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거나,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부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9일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인지해 종합적으로 맞춤형 대책을 발표했고,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야놀자 등 플랫폼에서 캠핑장을 예약한 소비자가 ‘사진발’에 속아 피해를 봤을 때 보다 쉽게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주요 캠핑장 예약플랫폼의 121개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이를 시정했다고 밝혔다. 땡큐캠핑, 캠핏, 캠핑톡, 야놀자, 여기어때 등의 약관이 포함됐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수요가 급증했지만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 또한 덩달아 많아지는 추세다. 플랫폼에 올라온 캠핑장 사진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플랫폼은 “플랫폼에 게재된 정보, 자료 등이 사실과 다르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으로 책임을 피해 왔다. 소비자와 캠핑장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운영한 곳도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플랫폼에 올라온 사진 등이 실제와 다를 때 고의·과실이 있는 플랫폼도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고쳤다. 캠핑장 사진이 6개월 안에 찍은 것인지 플랫폼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도 신설했다. 제품 사진이 실제와 다른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명시한 최초 사례다. 눈속임 사진 등으로 소비자와 캠핑장 간 분쟁이 일어날 땐 플랫폼이 중재 등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앞으로 야놀자 등 플랫폼을 통해 캠핑장을 예약한 소비자가 ‘사진발’에 속아 피해를 봤을 때 이를 손쉽게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플랫폼들은 캠핑장 사업자가 최신 사진을 올렸는지도 주기적으로 점검해 이 같은 피해를 사전에 막기로 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주요 캠핑장 및 자연휴양림 예약플랫폼의 11개 유형의 121개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이를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사업자는 땡큐캠핑, 캠핏, 캠핑톡, 야놀자, 여기어때, 숲나들e 등으로, 이들 플랫폼에 등록된 캠핑장 및 휴양림 수는 5160여 개에 달한다.코로나19 이후 캠핑 수요가 급증하고 플랫폼을 통한 캠핑장 예약도 늘어났지만 이와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 또한 덩달아 많아지는 추세다. 플랫폼에 올라온 캠핑장 사진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5월 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0%는 플랫폼에 게재된 캠핑장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다르거나, 플랫폼에 표시된 위약금과 실제 위약금이 다른 등의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캠핑장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고는 299건이었다.그런데도 플랫폼들은 “플랫폼에 게재된 정보, 자료 등이 사실과 다르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통해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와 캠핑장 측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 사업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약관에 넣은 곳도 있었다.하지만 플랫폼에 올라온 사진 중에서는 캠핑장 사업자가 아닌 플랫폼이 직접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또 플랫폼들이 ‘사진 맛집’, ‘뷰 맛집’ 등의 문구로 일부 캠핑장을 홍보하고 있는 만큼 정보 제공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이에 공정위는 플랫폼에 올라온 사진 등이 실제와 다를 때 고의·과실이 있는 플랫폼도 책임을 지도록 문제가 된 약관을 고쳤다. 또 캠핑장 사진이 6개월 안에 찍은 것인지 플랫폼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수정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도 신설했다. 제품 사진이 실제와 다른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약관에 명시한 최초 사례다.눈속임 사진으로 소비자와 캠핑장 간 분쟁이 일어날 땐 플랫폼이 분쟁 중재 등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 중에는 캠핑장 취소와 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도 있었다. 야놀자는 “주차 불가 사유로 현장에서 입실이 안 되더라도 취소 및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약관을 운영해왔다. 그러면서 야놀자는 캠핑장 인근 자연재해나 도로 통제로 차량 이동이 어려운 경우에도 이 조항을 근거로 취소나 환불을 해주지 않았다. 이 역시 시정됐다.공정위는 “주요 캠핑장·자연휴양림 플랫폼 약관의 사업자 면책조항을 시정해 플랫폼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했다. 개별 캠핑장의 약관에도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적극 안내,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자 정부가 ‘외환 방파제’를 허물고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낸 돈까지 끌어와 빈 곳간을 메우기로 했다. 지방정부에 나눠 주는 돈 역시 삭감하고 예정된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불용(不用)으로 지출도 줄인다. 나랏빚을 늘리는 대신 ‘기금 돌려막기’로 부족분을 채우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률이 2개 분기 쇼크를 보인 상황에서 정부가 ‘꼼수 대책’에만 의존하며 스스로 경기 대응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29조6000억 원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는데 이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각종 기금 및 특별회계에서 최대 16조 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이 중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돈이 4조∼6조 원으로 가장 많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외평기금 활용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 한 달여 만에 이를 뒤집었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등락 시기에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마련된 일종의 ‘국가 비상금’이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런 목적과 달리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도 쓰이고 있다. 외평기금과 달리 올해 처음 끌어다 쓰는 주택도시기금 역시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등에 쓰여야 하는 돈으로,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다. 주택도시기금에서도 최대 3조 원이 동원된다. 정부는 또 최대 9조 원 규모의 예산은 당초 편성 계획과 달리 지출하지 않기로 했다. 연말까지 경기 둔화에 대응할 재정 실탄이 부족해진 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회계적으로 국채 발행을 안 하는 것일 뿐, 기금 돌려막기가 정부 재무 상태를 더 좋게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지금은 재정이 충분히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세수펑크에 2년째 기금 ‘영끌’… 서민 위한 주택기금도 끌어쓴다[세수펑크에 ‘기금 돌려막기’]정부, 세수 낙관론 펴며 감세 남발… 결손 커지자 ‘국가 비상금’ 빼내주거안정-환율방어 기금까지 동원… 지방교부금, 명확한 설명없이 삭감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정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기금 돌려막기’에 나섰다.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만큼 심각한 경기 상황에도 정부가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올해도 국가 비상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수 낙관하던 정부, 국가 비상금 ‘영끌’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을 보고한 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내년에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국채 발행 대신 세수 부족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인 최대 16조 원을 기금에서 끌어와 쓰기로 했다. 정부의 공식 자금 조달 창구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윳돈이 4조 원밖에 되지 않아 정부는 나머지 12조 원을 다른 기금을 우회해 충당할 계획이다. 공자기금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주기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돈을 빌려오는 식이다.여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야 할 돈도 당초 계획보다 6조5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결국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세수 과다 추계로 이어졌고,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 경기가 내내 부진하면서 올해 법인세는 정부 예상치보다 14조5000억 원 부족할 것이 확실시됐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작년 실적에 따라 올 3월 내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잇따른 ‘감세 카드’를 꺼내며 세입 기반을 더 약화시켰다. 기재부는 ‘한시적’이라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예상보다 4조1000억 원 부족하게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세를 낙관하다 보니 세수에 자꾸 오류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감세 정책을 펼쳐 왔다”고 말했다.● 재원 대책은 고무줄 잣대… 신뢰 갉아먹는 정부세수 부족 대응책들이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정부의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 역시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기재부 장관 등이 위원장으로 있는 각 기금의 운용위원회 의결을 받아 기금 운용 계획만 바꾸면 된다.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 역시 세수가 덜 들어온 만큼 삭감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고무줄 잣대다. 교부세 및 교부금은 내국세의 20%가량을 배분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때 정부가 처음 예산을 짤 때 잡았던 ‘본예산’이 기준인지, ‘세수 재추계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는지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정부는 세수 부족분과 연동해 삭감해야 하는 교부세 및 교부금 9조7000억 원 중 6조5000억 원만 깎는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다’는 이유만 밝힐 뿐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에도 교부세 및 교부금을 23조 원 삭감하기로 했다가 지자체의 반발에 18조 원으로 규모를 변경한 바 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은 기금의 목적이 있는데 그 재원을 돌려서 다른 데 전용한다는 건 기금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입 세출 계획을 다시 짜지 않고 여윳돈을 찾아 전용하는 건 향후 정부 신뢰도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정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기금 돌려막기’에 나섰다.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못 낼 만큼 심각한 경기 상황에도 정부가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올해도 국가 비상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수 낙관하던 정부, 국가 비상금 ‘영끌’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을 보고한 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 부담이 되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내년에 처음으로 12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국채 발행 대신 세수 부족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인 최대 16조 원을 기금에서 끌어와 쓰기로 했다. 정부의 공식 자금 조달 창구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윳돈이 4조 원밖에 되지 않아 정부는 나머지 12조 원을 다른 기금을 우회해 충당할 계획이다. 공자기금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주기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주택청약 저축액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돈을 빌려오는 식이다. 여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야 할 돈도 당초 계획보다 6조5000억 원 줄이기로 했다.결국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세수 과다 추계로 이어졌고,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 경기가 내내 부진하면서 올해 법인세는 정부 예상치보다 14조5000억 원 부족할 것이 확실시됐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작년 실적에 따라 올 3월 내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잇따른 ‘감세 카드’를 꺼내며 세입 기반을 더 약화시켰다. 기재부는 ‘한시적’이라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에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예상보다 4조1000억 원 부족하게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세를 낙관하다 보니 세수에 자꾸 오류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만 감세 정책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재원 대책은 고무줄 잣대…신뢰 갉아먹는 정부세수 부족 대응책들이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진다. 정부의 올해 세수 부족 대응책 역시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다. 기재부 장관 등이 위원장으로 있는 각 기금의 운용위원회 의결을 받아 기금 운용 계획만 바꾸면 된다.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 역시 세수가 덜 들어온 만큼 삭감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고무줄 잣대다. 교부세 및 교부금은 내국세의 20%가량을 배분받도록 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때 정부가 처음 예산을 짤 때 잡았던 ‘본예산’이 기준인지, ‘세수 재추계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는지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정부는 세수 부족분과 연동해 삭감해야 하는 교부세 및 교부금 9조7000억 원 중 6조5000억 원만 깎는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한다’는 이유만 밝힐 뿐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에도 교부세 및 교부금을 23조 원 삭감하기로 했다가 지자체의 반발에 18조 원으로 규모를 변경한 바 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금은 기금의 목적이 있는데 그 재원을 돌려서 다른 데 전용한다는 건 기금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입 세출 계획을 다시 짜지 않고 여윳돈을 찾아 전용하는 건 향후 정부 신뢰도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