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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오경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지혜가 숨쉰다. 유학자들의 필독서였던 옛날 책이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지식으로 개인과 사회를 돌아보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 책은 사서오경의 다이제스트 판. 사서오경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중요한 대목만 골라 편집했다. 중국 원문과 우리말 해석, 자세한 설명과 간단한 주석을 붙였다. 사서오경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보다는 쉽고 편하게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적합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삼킨 실이 배를 뚫고 나오는 충격적인 마술을 선보였던 아르헨티나 출신 꽃미남 마술사 미르코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비눗방울을 동전으로 바꾸다 점점 비눗방울이 많아지자 지폐로 바꾸기 시작한다. 탤런트 이계인의 사인이 담긴 카드가 개봉하지 않은 물병 속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브로닌이 선택한 알파벳이 커피 잔에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성장스토리가 담긴 카드 마술을 선보여 감동까지 더했다.}

500회 특집으로 ‘야생의 안식처, 섬’을 주제로 방송한다. 외로운 땅이지만 야생동물로 북적이는 섬들의 생태를 보여준다. 괭이갈매기의 보금자리인 홍도, 생태계 지킴이 매가 둥지를 튼 굴업도, 철새들이 인간의 간섭을 피해 찾아온 독도의 모습이 펼쳐진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가거도, 바다제비의 안식처 구굴도의 생태도 화면에 담았다.}

다시 돌아온 ‘맨 인 블랙3’의 윌 스미스(44·사진)는 영화 속 요원 J처럼 여전한 젊음 그대로였다. 그가 영화 ‘맨 인 블랙3’(24일 개봉) 홍보를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스미스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동료 요원 K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조시 브롤린, 배리 소넨필드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회견 중 그는 한국어로 ‘안녕’이라고 외치며 연신 환호성을 지르는 등 시종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청색 셔츠와 체크무늬 슈트 차림인 그는 “‘쿨’한 사람은 (한국어로) 안녕이라고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맨 인 블랙3’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터미네이터’처럼 시간여행을 그렸다. 외계인 악당이 1969년으로 돌아가 동료 요원 K(토미 리 존스)를 죽이자 J가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번 작품은 코미디에 집중한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인간적인 드라마를 강조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과 액션을 가미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과거로의 시간이동은 스미스의 아이디어다. 그는 ‘맨 인 블랙2’를 촬영할 당시 세트장에서 지쳐 있는 동료들에게 미리 3편의 줄거리를 제안했다고 한다. 소넨필드 감독은 “그때도 스미스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 시리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1997년 시리즈의 첫 작품 이후 3편까지 15년이 걸렸다. “‘맨 인 블랙3’는 나의 첫 3부작이면서 4년 만에 촬영한 영화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가족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1987년 래퍼로 데뷔한 뒤 영화에 입문한 스미스는 코믹한 캐릭터 외에도 영화 ‘알리’의 타이틀 롤처럼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등 개성 있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스미스가 펼치는 일종의 쇼 무대 같은 분위기였다. 애드리브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촬영 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항상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 남자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배터리를 많이 먹는다. 어린이들은 집에서 따라하지 마.” 믿거나 말거나.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저자는 5년이 넘도록 다섯 대륙을 종횡무진하며 30개국에서 1250명을 만났다. 그 결실이 대중문화의 세계지도라 할 수 있는 이 책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강화된 메인스트림 문화의 지역별 특징을 분석했다. 인도의 발리우드,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까지 메인스트림은 점점 탈미국화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의 대중문화와 경쟁하고 있는 사례로 케이팝과 한류 드라마를 꼽은 부분이 흥미롭다. 한국 문화가 메인스트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저자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과 ’포맷 수출‘을 꼽았다. 외국어 교육에 집중한 보아, 잘생긴 외모를 내세운 슈퍼주니어는 현지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포맷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동아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은 전 세계인이 좋아할 수 있는 포맷의 일반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완전히 고유한 문화도, 완전히 미국적인 문화도 아닌 콘텐츠가 메인스트림을 장악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불가리의 ‘A급 짝퉁’ 시계는 보통 28만 원에 팔려요. 하지만 부자 나라인 일본에서 온 관광객에게는 60만 원까지 불러요. 그래도 다들 사가요. 일본 짝퉁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은 ‘디테일’이 살아있거든요.” 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5층에서 만난 상인 A 씨(42·여)가 짝퉁 시계가 한가득 담긴 검은색 가방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는 “재작년을 기점으로 한국인 손님은 많이 줄어든 반면 외국인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관광객 순으로 짝퉁을 많이 사간다”고 했다. 일본 골든위크(4월 28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4월 29일∼5월 1일) 덕분에 이달 초까지 15만 명의 ‘관광객 특수’가 예상되면서 동대문 짝퉁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에선 제작과 유통이 모두 불법인 짝퉁 제품은 이제까지 주로 이태원 지하 매장에서 은밀하게 거래돼 왔지만 최근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업고 동대문 대형 상가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찾아간 밀리오레 헬로APM 굿모닝시티 등 대형 상가에서는 잡화코너 매장 전체의 절반 이상 상점에서 짝퉁을 팔고 있었다. 특히 밀리오레는 5층과 6층 가방 매장 53곳 중 36곳이 짝퉁을 판매 중이었다. 업주들은 매장 입구에 명품 카탈로그를 걸어놓고 호객꾼을 앞세워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관심을 보이는 손님에겐 카탈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게 한 뒤 매장 인근 창고에 보관해놓은 제품을 가져와 보여주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손님 끌어오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인 한 명이 매장 10칸을 한꺼번에 임차하고 호객꾼을 두 명 이상 고용하는 등 대형화하는 조짐도 보였다. 이들이 주로 공략하는 손님은 외국인 관광객. 헬로APM 7층 매장에서 짝퉁 가방과 지갑을 판매하는 상인 B 씨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눈이 많이 높아져서 짝퉁을 잘 찾지 않는다”며 “재작년부터 입소문과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상인 C 씨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에게 다가가 카탈로그만 보여주면 금방 지갑을 연다”고 했다. 여행사와 손을 잡고 짝퉁 쇼핑코스를 만든 곳도 있었다. 1일 밤 깃발을 든 관광가이드가 외국인 관광객 4, 5명씩 팀을 짜서 ‘즐거운 쇼핑하라’며 안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여행사 직원을 가장해 접근한 기자에게 “우리 가게도 쇼핑코스에 꼭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상인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동대문시장은 ‘짝퉁 쇼핑의 메카’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인도 뭄바이에서 온 미그틸리 씨(35·여)는 “지난주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 구글 검색을 해보니 동대문 주변에서 짝퉁 제품을 많이 판다고 소개돼 있었다”고 했다. 중국인 마오진옌(毛錦燕·27·여) 씨도 “한국 동대문 상가에서 짝퉁 옷과 가방을 판다는 것은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가 관리업체 측은 자체 단속은커녕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밀리오레 상가관리팀은 잡화 매장 절반 이상이 불법 이미테이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상가 내에는 짝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체 단속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전화를 끊어버렸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급전이 필요했던 주부 이모 씨(47)는 13일 휴대전화로 대출광고 전화를 받았다. 신용등급이 9등급이라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한 이 씨는 500만 원까지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대부업체는 “신용등급을 올려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세 차례에 걸쳐 100여만 원을 진행비조로 요구했다. 또 대출금 입금 계좌가 필요하다며 이 씨의 거래계좌, 신용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요구했다. 이 씨가 돈을 지불한 후 개인정보까지 알려주자 업체는 바로 이 씨의 계좌에서 400만 원을 인출해갔다. 대출이 절박한 사람을 노리는 대출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09년 571건이던 대출사기는 2011년 2685건으로 5배가량으로 늘었다. 대출사기 업체는 생활정보지 휴대전화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한다. 주로 수수료나 보증보험료 신용조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대출을 미끼로 통장이나 스마트폰을 요구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기는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대출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사기에 속는 사람이 늘자 업체도 점차 기업화되고 있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한 업체는 정식 대부업체로 등록한 뒤 직원 15명을 고용해 상담팀 광고팀 등 역할까지 분담했다. 이들은 금융채무 불이행자 5224명에게 500만 원 현금인출이 가능한 카드를 발급해주겠다고 속여 통신신용평가 비용으로 30여만 원씩 모두 15억 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 사기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인허가 비리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이시티를 둘러싸고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측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2010년 여름부터 2년 가까이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 규모만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대형 노른자 땅이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아귀다툼이 쉽사리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2010년 8월 우리은행 측이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을 신청한 뒤로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한 이 전 대표 측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포스코건설에 주려고 억지로 파산신청을 했다”며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을 신용훼손 업무방해 사기 및 강요죄로 고소한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은 고소장에서 ‘우리은행 측이 2010년 7월, 200억 원을 줄 테니 파이시티의 사업권을 넘기고 해외로 도피하라고 협박했다. 이를 거부하자 시행사 동의 없이 임의대로 파산신청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다른 증권사들과 자금조달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은행 측이 대출만기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멋대로 파산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당시 이 전 대표에게 ‘200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은행 고모 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억 원을 약속하며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막이니 뭐니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그대로 두면 시공사는 망하고 채권단은 비용부담이 늘어나니 그냥 둘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파이시티 인허가가 생각보다 지연되면서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밀린 상태였고 이자를 대납해주기로 약속했던 공동시공사 성우종합개발과 대우자판도 때마침 워크아웃에 들어가 더는 기다려줄 수 없었다는 것. 그는 “200억 원은 이 씨가 거부했기 때문에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주단의 파산신청에 대해 지난해 1월 법원은 파이시티에 대해 회생 결정을 내렸고 그해 5월 시공사에 포스코건설이 지정됐다.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 전 대표는 고소장에서 “우리은행이 포스코건설과 몰래 비밀 계약을 맺고 다른 업체는 낄 수 없는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에 시공사 계약을 밀어줬다”며 “이 모든 과정은 우리은행이 추천해 지정된 법정관리인 김광준 씨(50)가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은행 측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다른 업체에도 제안했지만 다 포기하고 포스코건설만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 역시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다른 건설사는 지급보증 부분에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문제 삼는 법정관리인 김 씨는 법원에서 선임한 사람으로 우리은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경인고 구내식당 앞에 팻말을 든 학생들이 나타났다. 점심식사를 하러 온 학생 몇 명이 그걸 보고는 꼬깃꼬깃한 1000원권 지폐를 꺼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도착한 학생들도 하나 둘 주머니를 뒤졌다. 팻말에는 ‘사랑이 넘치는 학교 심장병 수술 친구를 도웁시다’라고 쓰여 있었다. 어느덧 모금함 주변은 학생 100여 명으로 붐볐다. 학생들이 간식 값, 학용품 값을 아껴 도우려는 친구는 이 학교 특수반 3학년 임모 양(20)이다. 임 양은 지적장애(2급)에 선천적 심장병까지 겹쳐 생후 8개월부터 여러 번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러다 1월 심장이식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이다. 문제는 2억2000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 기초생활수급자인 임 양 부모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 4900만 원을 마련했지만 나머지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처지를 알게 된 임 양의 친구들이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임 양은 허약한 건강과 지적장애 때문에 그동안 주로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았다. 2010년 가을, 일반인 학생이 대다수인 이 학교로 전학 오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임 양은 특유의 적극성으로 스스럼없이 친구를 사귀었다. 2학년 때 짝꿍이었던 김한솔 양(18)은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엔 취미인 일본어 공부까지 하는 걸 보고 그 부지런함에 놀랐다”며 “많은 가르침을 준 친구에게 작은 힘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 양이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통합 운영한 덕이 컸다. 비장애인인 학생들이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가르치자는 취지다. 이번 모금운동을 주도한 친구들도 대부분 일반 학급 학생들이다. 친구 양주원 양(18)은 “많이 불편한 아이라 친해지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일기도 같이 쓰면서 선입견이 사라졌다”며 임 양이 손수 만들어 선물해줬다는 ‘입술 보습제’를 보여주기도 했다.학생들이 임 양을 위한 모금운동을 결심한 건 공교롭게도 정부의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19일이었다. 교실이 폭력과 왕따로 가득한 ‘정글’로 변해 간다는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이 학교에선 뜨거운 우정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쁨 양(18)은 “한 친구가 폭력을 행사했을 때 주변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맞장구를 치니까 가해 학생이 우월감을 느끼는 게 문제”라며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도 많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금 운동을 알리고 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인근 학교 학생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 학교 특수교육 교사인 이의선 씨는 “학생들이 갈수록 폭력적이 된다고 하지만 본래의 선한 본성을 이끌어내는 게 교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젊은 백인 남성이 한국 여성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 케이블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출연했던 미국인 크리스 고라이트리 씨(29·사진)였다.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달 옛 여자친구로부터 사기 및 협박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서에 출석했다.그는 자신의 팬카페 여성회원 다수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명 ‘크리스 성추문 논란’에 휘말렸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그는 “한국의 문화를 잘 몰랐다”며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한국은 제2의 고향과 같다”고 호소했다.하지만 고소까지 당하자 그의 생각도 바뀌었다. 그는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자 옛 여자친구가 앙심을 품고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며 “한국에선 의사 검사도 매일 클럽에 가는데 왜 나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가면 당장 한국의 이해 못할 문화를 다룬 책부터 출간하겠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출국이 금지돼 미국에서 열리는 오디션 참가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경찰 관계자는 “고라이트리 씨는 여자친구에게서 3200만 원을 빌린 뒤 갚을 것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고소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계속 수사 중이다”라고 19일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경찰이 2월 초부터 교과부로부터 학교폭력 내용이 담긴 설문지를 넘겨받아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학교와 교사들이 문제를 숨기는 데만 급급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 경찰서 소속의 한 형사는 “친구에게 맞았다는 설문지 내용을 보고 학교를 찾아갔더니 교사들은 ‘그런 일이 없다’며 감추기에 급급했다”며 “교과부가 실태 조사를 공개해도 학교가 문을 꽁꽁 걸어 잠그니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도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학교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112 신고가 떨어져도 학교장의 협조 요청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기명 설문이라는 형식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C 경찰서 여청계장은 “1500장이 넘는 설문지를 받고 나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피해 유형별로 분류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정작 설문지를 보니 장난을 치거나 무성의하게 쓴 답이 많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D 경찰서 여청계장도 “피상적인 설문조사로는 학생의 속 깊은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 경찰서 여청계장은 “학생을 위해 학교와 경찰이 좀 더 소통해야 한다”며 “경찰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보호해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지난달 18일 ‘강남 재력가 납치사건’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실종사건’의 주범 김모 씨(53)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그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가족에게 실망시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은 김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길이 막혀 또 한 번 고통을 받고 있다.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업가 A 씨(57)는 “해외도피 3년 만에 붙잡힌 김 씨가 납치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돈도 찾아 주리라 믿었다”며 “김 씨에게 건 기대가 큰 탓인지 마치 친구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2008년 김 씨와 대학동창 이모 씨(53·구속) 등에게 80여 일간 납치돼 100억여 원을 뜯긴 ‘강남 재력가 납치 사건’의 피해자다. 납치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한 A 씨는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해왔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본지 기자와 만나 입을 연 A 씨의 코에는 흉터가 남아 있었고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A 씨가 김 씨를 친구에 비유한 것은 ‘대학동창 3인방’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A 씨는 대학시절부터 사업가인 이 씨 및 변호사 J 씨와 친했다. 부유한 A 씨는 이 씨의 사업이 힘들 때마다 금전적인 지원을 해줬다. 은혜를 모르는 이 씨는 A 씨 재산을 탐내고 김 씨와 짜고 납치 행각을 벌인 것이다. A 씨는 “김 씨가 해외로 도망가면서 이 씨가 모든 죄를 김 씨에게 미뤘다”며 “이 씨가 범행에 가담한 조선족 4명을 고용하고 마약을 구입한 것 같은데 이를 밝히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사건 현장에는 없었지만 변호사인 J 씨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J 씨가 범행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 증거가 없어 김 씨의 진술이 꼭 필요했다”며 “전과 17범인 김 씨는 원래 나쁜 사람이지만 오랜 우정을 배신한 친구의 죄는 꼭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김 씨의 죽음으로 80억 원도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 김 씨는 A 씨에게 마약을 투약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A 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H저축은행에서 80억 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통장으로 옮겼다. 김 씨가 붙잡히기 전 H은행과 대출금을 두고 소송을 벌인 A 씨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대출한 돈이라 갚을 수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며 “오랜 공방 끝에 절반만 갚기로 결정이 났지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A 씨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은 것은 말레이시아 한인회 부회장 B 씨(54)의 가족이다. A 씨는 “김 씨가 B 씨를 죽인 게 분명하다”며 “나를 살려준 김 씨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B 씨에게 접근했다. B 씨는 김 씨를 만난 날 실종돼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B 씨가 실종 직전 김 씨와 함께 있었던 정황 등을 증거로 김 씨가 B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B 씨의 친척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큰딸이 직장도 관두고 아버지 행방을 찾는데 집중했는데 김 씨가 죽어 시신이라도 수습할 길이 막혔다”며 “남은 가족은 말레이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몇 달을 매달려 수사한 사건이지만 피의자가 없으니 종결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처리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B 씨 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