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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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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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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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댓글 시스템 폐기해야… 공론의 장은 누리꾼 자율에”

    지난해 11월 ‘건곤감리’라는 누리꾼이 댓글 조작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대상은 2017년 6월 24일 오후 5시 24분 네이버에 오른 연합뉴스의 ‘文 대통령 “1991년 영광을 다시”…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제안’ 기사. 당시는 북한 핵문제로 대북 제재 논의가 한창이었고,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6월 19일 사망한 직후였다. 따라서 이 기사의 초기 최상위권 댓글은 ‘웜비어가 죽은 지 얼마 됐다고…’ 등 남북 단일팀 제안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건곤감리는 18분 후인 오후 5시 42분부터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는 상황을 촬영했는데, 초기 비판 일색이던 댓글들이 오후 5시 51분부터 갑자기 ‘비공감’ 클릭을 당하며 최상위권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참고 영상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네이버는 2004년부터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했다. 2007년에는 댓글 추천 기능을 공감과 비공감으로 세분했고, 2012년에는 댓글 순서를 최신순, 답글 많은 순서로 세분했다. 그러다 2015년 댓글에 대한 공감 클릭 숫자에서 비공감 클릭 숫자의 약 3배수를 빼는 식(공감―비공감×3)으로 호감도를 측정해 상단에 노출시키는 정책을 도입했다. 결국 특정 댓글에 집중적으로 비공감 클릭을 할 경우 순위가 낮아지는 논리다. 클릭 전쟁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사용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을 접어달라고 요청하는 ‘댓글 접기’ 기능까지 추가했다. 댓글 전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호감도순을 ‘순공감순’으로 바꿨다. 순공감순은 비공감 클릭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공감과 비공감 클릭의 숫자를 단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비해 클릭 전쟁이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네이버가 댓글 정책을 트래픽 위주로 운영하면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자동화 프로그램) 등으로 인한 여론 조작이라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책임을 방기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댓글 통계업체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18일 하루 동안 네이버에는 3882건의 기사에 대해 11만3340명이 29만4316건의 댓글을 달았다. 네이버 뉴스 하루 평균 이용자(1300만 명)의 0.87%에 불과하다. 특히 6000여 개 아이디에서만 8만 개 이상의 댓글이 쏟아졌다. 1명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수천 명의 댓글 열성 이용자 및 댓글 조작 세력이 정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경고와 더불어 특단의 방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댓글 시스템을 폐기하고 공론의 장 역할은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범죄 목적으로 댓글이나 공감 추천을 이용하는 세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댓글 정책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네이버의 신문 편집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포털의 인링크 뉴스 공급을 완전히 막는 내용을 담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링크(inlink)란 포털 내에서 언론사의 기사를 보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 대신 이 개정안은 뉴스를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을 추구한다. 바른미래당도 ‘댓글 조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아웃링크 방식 도입이 거론된다.신무경 yes@donga.com·이세형 기자}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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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서 뉴스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극악스럽게 ‘댓글 전쟁’을 하는 사례를 보기 힘들다. 문화와 시스템의 차이다. 미국 누리꾼들의 가장 대표적인 댓글 마당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사 홈페이지다. 미국에서 압도적인 검색 사이트의 위상을 누리는 구글이 한국의 포털처럼 뉴스를 클릭과 댓글 수 등을 토대로 선정해 배치하는 식의 ‘편집자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댓글이 많이 달리는 곳은 언론사의 SNS 계정.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같은 유명 언론사에서 주요 기사를 자사의 SNS 계정에 포스팅하면 대거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SNS 계정에서 벌어지는 댓글 토론이 자유롭고 비교적 단문 위주라면 NYT와 WP 같은 주요 신문사의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댓글 논쟁은 좀 더 진지하고 장문 중심이다.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을 따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특정 현안에 대한 논리 전개가 탁월한 글들이다. WP의 경우 댓글 코너에 ‘논의 전(댓글 달기 전)에 관련 규정을 읽어 보라’는 일종의 경고문도 게재해 놓았다. 여기에는 ‘댓글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작성자가 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도 네이버 같은 대형 뉴스 포털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구글의 기사는 모두 본래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로 연결될 뿐이다.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인터뷰와 관련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사에 댓글이 2178개나 달렸다. 댓글을 살펴보니 일단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었고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고 난 관전평을 길게 분석해서 쓴 글이 많았다. 르피가로의 경우 댓글마다 ‘긴급(ALERT)’ 버튼이 있어 누구나 보고 부적절한 댓글이라는 판단이 들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하면 르피가로가 운영하는 ‘조정관’에게 그 메시지가 전달된다. 조정관은 르피가로가 정한 댓글 조정 헌장에 따라 그 댓글을 처리할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 중상모략, 명예훼손 글은 바로 삭제된다. 또 이번 주와 오늘 많이 본 뉴스,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 공유를 많이 한 뉴스를 별도 항목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인기 많은 기사만 소개할 뿐 인기 많은 댓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누리꾼들이 마음에 들거나 불만이 있는 댓글에 추가 댓글을 쓸 순 있지만 ‘좋아요’나 ‘싫어요’ 같은 버튼은 없다. 댓글은 공감 순이 아니라 시간 순으로만 배열된다. 이 때문에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서 노출 빈도를 늘리거나 순위를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주요 언론사는 포털에 기사를 아예 공급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공급한다. 이로 인해 포털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한국만큼 크지 않다. 다만 구글에 이어 일본 내 포털 순위 2위인 야후저팬의 경우 2007년부터 기사에 댓글을 쓸 수 있고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를 수 있게 돼 있어 한국의 포털 사이트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댓글의 사회적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일본 미디어는 댓글을 여론으로 받아들이거나 인용하지 않는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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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정책 중간평가’ D-60… 막강 권한 ‘교육 소통령’ 자리 놓고 보수-진보 진영 대결

    《‘형평성에 무게를 둘 것인가, 수월성에 무게를 둘 것인가.’ 14일로 딱 60일 앞으로 다가온 6·13시도교육감 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교육감 선거는 초중고교 교육 환경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감은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 폐지 권한 등을 갖고 있어 초중고교생들의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선거는 2010년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동시 선거’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다. 2014년 선거에서 17개 광역지자체 중 13곳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차지한 데다 진보 진영의 문 대통령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전 경기도교육감) 체제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진보 측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있다. 2014년 선거에선 보수 후보들이 난립한 반면 진보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낸 것이 진보 진영 약진의 한 이유가 됐다. 이번에는 진보 진영이 단일화에 진통을 겪고 있어 판세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는 진영 논리를 떠나 교육의 본질적인 사명을 다하기 위한 적임자가 선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의미와 쟁점, 예비후보 동향 등을 소개한다.》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으로 교육 활동이 다양해지고 체험 참여형 프로그램과 수업이 늘어나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이 크게 올랐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실 자료) “진보 교육감 시대가 9년째 계속되면서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이 추락했다.”(임해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올해 ‘6·13 교육감 선거’에서는 직선 교육감 선출 10여 년 동안 도입된 정책을 놓고 후보 간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전체적인 구도는 도전하는 보수 진영 후보들의 공격과 진보 진영 후보나 현직 교육감의 방어전 양상이다. ○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중간평가? 보수 성향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입제도 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혼선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태세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줄이기’ 기조를 강조했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나 합의 없이 정시 모집 확대를 추진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 나아가 교육부가 최근 다양한 조합의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제시해놓고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해달라고 한 건 무책임한 태도라는 게 보수 진영의 주장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또 진보 교육감들이 강조해온 ‘혁신학교’ 설립 및 확대 움직임도 주 공격 대상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이 추진됐던 혁신학교는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자율학교다. 교사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 개발과 학교 운영을 추진하고, 토론 중심의 수업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성향이 강한 교사들이 중심이 돼 운영한 경우가 많았고,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평교사 중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체험 중심의 ‘혁신학교’ 때문에 기초소양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학력이 저하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임해규 예비후보는 “혁신학교는 예산 차별 문제를 불러온 열등학교가 됐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감자 특목고 자사고의 존폐 혁신학교 논란의 기저엔 수월성과 형평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깔려 있다. 자립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존폐 논란도 여기서 비롯된다. 서울의 경우 현재 공립 특목고 19개교, 자사고 23개교이고 일반고와 특성화고가 각각 188개교와 70개교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혹은 대대적인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실제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명문대 특수 학원’으로 변질됐다고 본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우수한 학생을 우선 선발해 상위권 대학에 많이 보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 특히 외고와 과학고 등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해 운영할 수 있지만, 사립고 중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가 광범위한 자율성을 갖도록 한 형태인 자사고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이 임기 중 성과로 유치원 공공성 강화, 일반고 전성시대를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 등도 교육기회 평등과 보편성 강화 교육의 일환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이들은 자사고와 특목고를 지금처럼 유지하되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학교들의 ‘학생 우선 선발 특권’만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서울 교육은 교육평등 학생창의 학교안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불평등 해소’에 몰입하다가 창의와 안전은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놓고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해 일부 시도에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교내 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참여 자율화 △두발·복장 전면 자유화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민주적인 학교운영과 시민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본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실질적인 학생 지도를 방해하고, 교사들의 권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일부 후보는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 금지 같은 조항이 ‘동성애 인정’ 같은 논란이 있는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정치색 더 짙어진 교육감 선거 서울시교육감 투표용지의 특정 후보 기호는 25개 구(區)마다 다르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특정 후보가 유리한 번호를 독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주요 이유지만 특정 정당과의 연관성을 제거해 정치색을 배제하려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2006년 관련법이 마련된 뒤 10여 년이 지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김흥주 세명대 교수는 “직선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행정 운영 참여가 늘어난 것이 성과”라면서도 “직선제 이후 실제로는 정치색이 더 짙어졌다”고 했다. 서경대 구자억 교수는 “교육감의 성향이 교육 내용과 방향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이세형 기자}

    •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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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감 권한은…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현장 교육행정 총괄

    이번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교육 소(小)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교육감의 권한을 적절히 견제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감은 광역 시도의 유치원부터 고교에 이르는 초중등 교육행정을 집행하는 ‘지역 최고 교육 행정가’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서울시교육청과 11개 교육지원청, 1195개 유치원 및 각급 공립학교 교원 5만5167명(2017년 7월 기준)에 대한 승진 전보 등 인사권이 있다. 올해 예산은 9조1512억 원에 이를 정도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한 고교 교장은 “교육청 안에서는 교육감의 지시를 어길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며 “중앙정부(교육부)의 견제 기능이 있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선출됐고, 워낙 정치색도 강한 인사가 많아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교육감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예비후보 사이에서도 교육감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다.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교육감의 강력한 권한 견제를 위해 심의 의결권이 있는 독립기구인 ‘서울교육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권한의 분권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바람직한 교육감 견제 방법으로 ‘제대로 된 투표’를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교육감의 실제 위상과 권한의 중요성에 비해 인물과 정책에 대해 잘 모른 채 ‘깜깜이 투표’가 이뤄지는 정치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 발표나 TV 토론을 더욱 활성화해서 정책과 인물 검증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이세형 기자}

    •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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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탕… 바인쌔오… 해외여행 가서 맛 본 그 맛!

    요즘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다국적 맛은 더 넓고 깊어졌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지역을 넓히는 동시에 마라탕(중국) 바인쌔오(베트남) 그린커리(태국)처럼 더 민속적인 맛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에스닉(Ethnic) 푸드’의 약진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중식, 일식, 서양식을 제외한 기타 외국식 음식점의 3분기(7∼9월) 경기전망지수는 96.39로 외식업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외식업 전체 경기전망지수가 68.91인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에스닉 푸드를 배우거나 직접 요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요리가 취미인 김세나 씨(37)는 “인스타그램의 ‘요리그램’ 영상을 보고 솜땀, 그린커리, 훔무스 등을 만들었다. 쿠킹클래스에서 에스닉 푸드를 가르치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맛의 세계화.’ 에스닉 푸드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한동안 세계화에 맞서 ‘우리의 맛’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 물건 문화가 쉽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계화의 흐름 안에 우리의 입맛이 정면으로 들어왔다. 한마디로 입맛이 세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경험에 지갑을 여는 ‘경험소비’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음악 그릇 인테리어 종업원까지 현지 느낌을 살린 외국 음식점이 일종의 문화체험의 공간이란 것이다. 다만 민속적인 맛이 ‘핫’해 보이는 건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종석 한양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으로 최근 에스닉 푸드 바람이 부는 것 같지만 아직 일부만 즐기는 정도다. 어쨌거나 지구 반대편의 음식이 한국까지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중화에 성공한 중국 마라탕, 베트남 바인쌔오, 분짜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르단과 모로코의 음식 세계를 소개한다.  ● 짬뽕같은… 라면같은… 중국의 매운맛자장면 비켜! “나도 있다” 마라탕“라면 같기도 하고 짬뽕 맛도 나고 매운 칼국수 같기도 하고. 먹어도 모를 맛이 마라탕의 매력 같아요.” 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손오공마라탕’. 인근 회사 직장인 김미리 씨(39)가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했는데도 가게 안 테이블 3분의 2가 차 있었다. 마라탕은 중국에서 가장 매운 요리다. 향만 맡아도 코가 얼얼해지는 마라향유에 육수를 부은 다음 각종 식재료를 넣고 끓여 만든다. 쓰촨성 전통 요리로, 지금은 중국 배달음식 1위에 오를 만큼 보편화됐다. 서울 영등포구 디지털로의 ‘마부 마라탕’에서 만난 청진 씨(31)는 “마라탕은 한국의 떡볶이 자장면쯤 되는 요리다. 중국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가게에선 원하는 식재료를 골라 담은 뒤 매운맛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청경채 시금치 숙주 건두부 흰버섯 문어볼 새우 창자 등 식재료 30, 40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손오공마라탕을 운영하는 진하이난 씨(34)는 “중국 현지 마라탕 가게의 재료는 60, 70가지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4단계 매운맛 중 가장 매운 맛을 선택하자 진 사장이 “혀가 얼얼해 말을 못할 것”이라고 말려 2단계를 택했다. 국물 맛은 곰탕 라면 짬뽕 국물을 섞은 것 같았다. 얼얼한 고추기름의 뒷맛이 그릇을 비운 뒤에도 자꾸 생각났다. 볶음요리인 마라샹궈를 먹던 20대 한국 여성은 “매운맛은 오직 음식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 대림동과 건국대 일대에 즐비하던 마라탕 전문점은 1, 2년 사이 광화문 여의도 강남은 물론이고 동네 상권으로까지 진출했다. 중국 유학생인 왕인시 씨(25)는 “유명한 마라탕집 육수 레시피는 1급 비밀이다. 육수를 만들기 힘들어 중국인들도 보통 밖에서 사먹는다”고 했다. ● 채소-해산물 넣은 베트남식 부침개꿈에도 못 잊을 바인쌔오·분짜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베트남 음식 전문점 ‘랑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국적이지만 익숙한 디자인의 의자들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여행에서 본 의자였다. 랑만의 사장 이길우 씨(41)는 “베트남인들은 길가에 자그마한 접이식 의자를 놓고 커피 마시길 즐긴다”며 “의자는 물론이고 그릇 식기 탁자 등 모든 인테리어 용품을 베트남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랑만의 콘셉트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 막바지인 1940년대 베트남의 분위기. 그는 “베트남이라면 후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프랑스의 영향으로 식문화가 고급스럽고 와인 커피도 훌륭하다”며 “요리뿐 아니라 베트남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2000년대 쌀국수가 세상을 호령한 뒤 잠시 주춤하던 베트남 음식은 최근 날개를 달았다. 신부흥을 이끄는 건 바인쌔오와 분짜. 바인쌔오는 채소 해산물을 넣어 쌀가루에 부쳐낸 베트남식 부침개이고, 하노이 지방 대표 음식인 분짜는 차가운 소스에 돼지고기와 쌀국수 채소 등을 적셔 먹는 요리다. 바인쌔오와 분짜는 최근 다낭 등 베트남 여행 붐을 타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는 최은형 씨(26)는 “다낭 여행에서 맛본 바인쌔오가 자꾸 생각나 국내에서도 즐겨 먹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생소한 요리였는데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남미 음식도 여행의 영향으로 최근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에서 남미 음식점 ‘까를로스’를 운영하는 민재웅 씨(46)는 “남미 여행을 다녀와 치차론, 로모살타도가 그리워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쇠고기 감자튀김 등을 간장소스와 볶은 로모살타도는 특히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인기가 많다”며 “과거 중국인이 많이 살아서 페루 음식은 중국 음식과 비슷하다”고 했다. ● 양고기 얹혀진 찜밥… 원조 중동음식요르단 대표 요리 ‘만사프’ 한번 맛볼까“중동에 가면 밥 위에 양고기가 얹혀 나오는 이른바 ‘양고기 밥’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요리법과 맛이 다 달라요. 지역마다 자기네 양고기 밥이 최고라고 주장하죠.”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중동 음식점 ‘아라베스크’를 운영하는 피라스 알코파히 씨는 요르단의 대표 요리인 ‘만사프’를 주방에서 내오며 이렇게 강조했다. 만사프는 요르단식 ‘양고기 찜밥’. 어린 양의 어깨살을 염소치즈와 함께 끓인 뒤 향신료를 넣어 찐 밥 위에 얹는다. 그리고 크림수프같이 생긴 ‘자미드’라는 양젖 요구르트를 소스처럼 고기와 밥에 뿌려서 먹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중동에서 밥 위에 양고기가 놓여 나오는 음식을 경험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이 원조로 알려진 ‘캅사’와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한중일 모두 쇠고기찜 요리가 있지만 재료, 요리법, 맛에서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르단 사람들은 캅사보다 만사프가 더 유명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사우디와 예멘보다 개방적인 요르단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을 방문했기 때문에 만사프가 캅사보다 알려지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것.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돼 6월 14일로 예정된(달의 모양에 따라 약간 변경 가능) ‘라마단(이슬람 성월·해가 떠 있는 시간 중에는 금식과 금욕을 해야 함)’ 기간은 중동 음식과 문화를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이 무렵 이태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중심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중동 음식점은 저녁 음식을 즐기는 무슬림(이슬람 교인)들로 평소보다 더욱 북적이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닭고기-새우로 만든 ‘할랄 샌드위치’성큼 다가온 아프리카 음식모로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아랍 국가답게 중동 음식을 기본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음식이 공존해 왔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의 문화가 혼합된 음식들도 탄생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손으로 인정받는 왕가의 고급스러운 ‘궁중요리’부터 일반인들이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도 모로코의 탄탄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해방촌)의 모로코 음식점인 ‘카사블랑카 샌드위치’에서는 다양한 모로코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캐주얼한 모로코 음식을 편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모로코식 샌드위치는 프랑스의 바게트 빵을 쓰지만 내용물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식 샌드위치와 달리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든 햄, 소시지, 베이컨은 전혀 안 들어간다. 그 대신 닭고기, 양고기, 새우 등이 주인공이다. 소스는 모로코식 토마토소스가 핵심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샌드위치는 ‘모로코식 치킨 샌드위치’와 ‘매운 양념 새우 샌드위치’. 모로코 출신으로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와히드 나시리 씨는 “과거에는 한국 고객 중 고수를 빼달라고 하거나 소스를 약하게 쳐달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고수와 소스를 더 달라고 하는 이들도 많다”며 웃었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경리단길)에는 세네갈과 감비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J.A.K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가 있다.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블랙 아프리카’(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을 의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땅콩버터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에 쇠고기와 양고기를 넣고 끓여 밥과 함께 먹는 ‘도모다’가 대표 메뉴다. 식당 측은 도모다를 ‘세네갈과 감비아식 스튜’라고 설명한다. 한국인들 눈에는 카레와도 비슷하게 보인다.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사진=김재명 base@donga.com·김동주 기자}

    • 201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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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무역전쟁 품목 ‘콩’ 원산지는… 5000년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남부서 재배 시작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품목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콩(대두)’의 원산지는 흥미롭게도 한반도와 만주 남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 학계에서는 약 5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콩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반도가 원산지인 농작물 중 전 세계에 콩처럼 많이 확산됐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없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한반도가 ‘콩의 중심지’였던 건 1920년 미국의 식량종자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량종자 조사 및 확보 활동을 펼쳤는데 한반도에서 3379종의 야생 콩 종자를 발견했다는 것. 전체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또 1930년 전후로 한반도가 세계 2위의 콩 재배 지역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지명에서도 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다. 두만강(豆滿江)의 경우 ‘콩을 가득 실어 나르는 강’이란 의미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두만강에서 한반도산 콩을 대거 실어 날랐다. 또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콩의 30% 이상을 수탈해 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인이 유목민족이 안 된 이유를 풍부한 콩에서 꼽기도 한다. 산이 많아 대규모 목축이 쉽지 않은 지역임에도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계속 살 수 있었던 것은 콩을 통해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은 “한국인은 콩을 처음 식용으로 사용한 민족”이라며 “콩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고, 콩으로 만든 음식이 많은 것도 한반도에서 콩이 원산지인 것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국내 농·식품 학계는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경북 영주에 세계 유일의 콩 전문 박물관인 ‘콩 세계과학관’(2015년 개관)을 건립하는 데도 앞장섰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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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교’ 카타르의 역발상… 우유 수입 막히자 사막에 목장 조성

    목장이란 안내판이 없었다면 7000마리가 넘는 젖소가 살고 있는 대형 목장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지난달 12일 오후 고층 건물이 가득한 카타르 수도 도하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사막의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알코르 지역의 ‘발라드나 목장’(현지 식품기업 발라드나가 운영)에는 푸른 목초지가 없었다. 끝이 안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에 넓게 세워진 축사만 있었다. 축사 안에는 수많은 홀스타인종 젖소들이 보였다. 목장 내부는 선선했다. 발라드나 관계자는 “무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에 적응하기 힘든 젖소들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섭씨 40∼50도로 기온이 오르는 한여름에도) 20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교 사태 이후 카타르, 식량 자급화 총력 지난해 6월 5일 이른바 ‘카타르 단교 사태’가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아랍권 주요국들이 △이란과의 관계 축소 △알자지라 방송 폐쇄 △무슬림 형제단(이슬람 운동단체) 등에 대한 지원 금지 등을 요구하며 카타르와의 외교관계를 끊어버리는 초유의 사태였다. 사태 초기에는 인구 약 240만 명(자국민 약 3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 카타르가 언제 백기를 드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카타르는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 지위에 걸맞은 막대한 ‘가스 머니’와 다양한 개혁·개방 조치로 맞서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발라드나 목장은 단교 사태 뒤 카타르가 진행 중인 개혁·개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신선 유제품(우유 치즈 버터 등), 육류, 설탕 등의 80% 이상을 사우디와 UAE를 통해 수입했던 카타르는 단교 사태 후 식품 부족 현상과 ‘사재기’ 현상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는 ‘유제품 등 주요 식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젖소를 대거 수입했다. 카타르 정부는 올해 라마단(이슬람 성월·올해 5월 15일∼6월 14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유제품 수요를 100%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세웠다. 카타르 증권거래소(QSE)는 지난달 중동지역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1억2000만 달러)의 이슬람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했다. 카타르금융센터는 이란, 쿠웨이트, 오만, 이라크 진출에 관심 많은 금융사와 기업 유치에 초점을 맞춘 발전전략을 올해 2분기(4∼6월) 중 발표한다. 무함마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은 “카타르는 가스와 원유 외의 산업 육성에도 계속 공을 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교 사태 후 카타르가 추진 중인 외국인에 대한 영주권 대폭 허용과 비자 면제 조치도 금융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도자들의 잇단 방미로 단교 사태 해결 기대 하지만 카타르의 고민도 적지 않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 간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 패권 경쟁은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한 카타르에 큰 외교적·안보적 부담이다. 카타르의 아라비아만(이란에서는 페르시아만) 가스전은 이란령 가스전과 맞붙어 있어 안정적인 관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종교(이슬람 수니파), 문화, 인종적으로는 사우디, UAE, 바레인 등과 ‘형제’다. 1981년 이란의 부상을 우려해 아라비아반도 6개(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왕정 산유국들이 결성한 정치·경제·안보 등의 포괄적 지역협력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의 일원이기도 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조만간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방미에 나선다”며 “두 정상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한 해결책 마련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하·알코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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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평균적인 사람은 없다 타고난 재능만 있을뿐

    “교육에서 평균이라는 허상을 버리자.”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학생 하나하나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마다 재능, 적성, 배경이 다른데 오로지 측정 가능한 몇몇 시험을 중심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 ‘평균적인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 식으로 구분하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회 모든 부문에서 부르짖는 ‘창의적 인재 육성’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교육의 역할은 사람마다 갖추고 있는 본연의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상황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능을 평가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평균이라는 허상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 최고 대학의 교수이며, 동료 학자와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엘리트 혹은 수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심지어 ‘실패자(loser)’로 산 경험도 있다. 고교 시절 성적 미달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겪으며 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평가와 평균을 중시하는 학교 제도 속에서 실패했다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온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개개인학(Science of the individual)’이란 융합학문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 왔다.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균을 측정 도구로 삼길 거부하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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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알카에다 탄생, 9·11테러 뒤엔… ‘딥 스테이트’ 파키스탄 정보부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집단), 정부 위의 정부…. 파키스탄 정보부(ISI)를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ISI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탄생과 성장, 카슈미르 분쟁,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 은신 등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건과 모두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ISI는 쿠데타가 잦고, 리더십도 불안한 파키스탄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로 꼽히며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최고 권력기관이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강대국이 아닌 나라의 정보기관 중 ISI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곳도 없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ISI를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ISI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ISI가 ‘외세 대응’ 차원에서 키운 무자헤딘(당시 소련에 대항해 무장투쟁을 했던 이슬람 전사들) 중 많은 수는 전쟁 뒤 탈레반과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세력에 합류했다. 또 이들은 시간이 흐른 뒤 9·11테러와 이슬람국가(IS) 탄생 등에도 일조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의 중동 문제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의 교수인 스티브 콜은 최근 펴낸 책 ‘S 부서’(ISI 내 비밀조직을 의미)에서 “ISI와 얽힌 문제를 제대로 못 풀고, 이들이 아프간전쟁(9·11테러 뒤 미국이 진행한 보복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한 건 미국이 경험한 전쟁에서 가장 큰 전략적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ISI는 미국이 빈라덴 추적에 공을 들이던 시기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ISI는 빈라덴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고 은신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도 2011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숨어 지내던 빈라덴을 사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진행할 때 파키스탄 측에 통보하지 않았을 만큼 불신이 깊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프간전쟁에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때 파키스탄에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전략의 한 축은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다”라며 “더 이상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의 피난처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뚜렷한 ‘친(親)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 센터장은 “현재 같은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지속되면 서남아 안보 구도는 미국과 인도,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끄는 진영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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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익과 정권수호 위해?… 스트롱맨-정보기관 ‘은밀한 거래’

    《“스트롱맨들이 주도하는 정보기관 전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에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62)을 지명하자 국내 정보 전문가들이 내놓은 말이다. 이들은 “해스펠의 경력과 업무 스타일은 전형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며 “CIA의 정보활동이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사회가 국가 혹은 정권의 명운을 둘러싼 ‘정보기관 대전(大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로 예정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음지’의 CIA가 사실상 전면에 나섰다. 영국 내에서 벌어진 러시아 전직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영국과 러시아 간 외교 분쟁이 폭발하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벌어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카타르 단교 사태(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주도) △터키의 반(反)정부 세력 숙청 같은 사건에서도 정보기관들이 이슈의 중심으로 부각됐다.》 국익인지, 정권 수호인지 양상과 성격은 다르지만 그 중심엔 스트롱맨들이 있다. 정보기관 KGB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에 맞서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패권 지향적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강한 정보기관’을 권력의 기반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 스트롱맨들의 정보기관 사랑 ① CIA와 손잡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CIA를 찾아 “나는 여러분을 1000% 지지한다”고 했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CIA와 아주 불편한 관계였던 만큼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어쨌든 트럼프는 이후 일관되게 CIA에 힘을 실어줬다. 한 정보 전문가는 “대통령 당선 후 접한 CIA의 정보 역량은 ‘공직’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흥분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CIA와 ‘암묵적 거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정도였다. CIA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첫 CIA국장으로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 내정자)는 과감한 조직 개편과 발탁 인사를 통해 CIA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수석 졸업한 폼페이오는 5년간 군 생활을 한 뒤 군수업체를 창업해 운영하다 극보수 성향을 띠는 티파티의 지원을 받아 6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북핵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북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코리아미션센터(KMC)를 만들었다. 수미 테리 전 CIA 분석관(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실 선임연구원)은 “CIA 내 특수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쟁 등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전에 총력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전격 수락 결정에는 수시로 받아본 CIA의 북한 정보 분석 보고서가 중요한 정세 판단의 기준이 됐던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정보국장(DNI)을 통해 ‘북한정보증진법’을 발의해 대북 정보 수집에 체계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한미군 제501정보여단 휘하에 대북 휴민트(인적 채널) 전담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물론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은 가장 어려운 일로 꼽힌다. 통신감청, 인공위성 및 정찰기를 통한 정보 수집, 휴민트 활용, 탈북자 면접 등 입체적 수단을 총동원하지만 워낙 북한 권력층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②‘정보 굴기’ 꿈꾸는 시진핑 중국은 ‘대국(大國)’ ‘굴기(崛起·우뚝 섬)’ ‘G2(주요 2개국)’ 등을 강조하며 미국과 맞설 정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보기관의 역량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중국은 철저하게 ‘정보 소외감’을 맛봐야 했다.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만난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정 실장과 면담 및 오찬을 약 4시간이나 하고 시 주석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 정 실장을 따로 만난 건 그 이유였다. 북한과의 고급 정보 채널이 막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강한 정보기관 만들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고, 변화도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013년 당에 국가안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국가 정보 역량 강화 작업을 지휘해 왔다. 국가안전위원회는 중앙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를 중심으로 군, 외교부, 공안, 안보 관련 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통합 관리 및 대응해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도 불린다. 특히 국가안전부는 최근 해외 요원 파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 기업인, 경영인, 금융인, 학자, 기자 등으로 위장한 요원 파견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첩보 및 정보활동은 물론이고 휴민트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국가안전부의 해외 요원이 4만여 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시리아와 파키스탄 같이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며 중동과 서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나라에서도 정보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가 개입한 비밀전쟁을 정리한 책 ‘CIA 블랙박스’의 저자인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관계학)는 “중국은 이미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정보 역량을 축적한 상태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전 세계적인 휴민트 구축에 초점을 맞춰 정보기관 역량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일본판 CIA’ 설립 노리는 아베 1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김정은의 언행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당초 15분이던 면담 시간은 65분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베 총리는 면담 후 배석자들에게 서 원장이 전한 김정은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분석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을 만났다는 서 원장의 ‘드문 경험’을 정리해 향후 대북 전략 수립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배석자 중에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도 포함됐다. 국가안전보장국은 2013년 설치된 NSC 사무국 역할을 하며 야치 국장은 ‘아베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야치 국장이 정책 결정과 정무적 검토를 맡는다면 기타무라 정보관은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한다. 2011년 12월부터 줄곧 총리 직속 첩보조직인 내각정보조사실(내조실)을 책임지고 있는 기타무라 정보관은 아베 총리를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집계에 따르면 취임 후 4년여 동안 659회나 만났다고 한다. 하루에 여러 번 만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 국정원과 미국 CIA의 공식 상대도 내조실이다. 다만 내조실은 인원이 170명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원천 정보 수집은 법무성 소속 공안조사청, 경찰 공안파트, 방위성 정보본부(DIH), 외무성 정보파트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각 조직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도 최근 정보기관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대외 정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정보기관, 이른바 ‘일본판 CIA’ 설립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것. 현재는 그 전 단계로 2015년 12월 외무성 내부에 국제테러정보수집유닛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총리 직속 첩보조직인 내조실을 비롯해 외무성, 경찰청, 방위성, 공안조사청 출신 80여 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국 대사관에 파견돼 정보 수집 및 현지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담당한다. 아베 정권이 대외정보 전문 기관 설립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동안 해외 정보 수집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2013년 알제리에서 일본인들이 납치돼 10명이 숨지고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2명을 참수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강한 정보기관 만들기에 나서는 신흥국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관 강국 외에도 다양한 국가가 정보기관 육성과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는 사우디, UAE, 터키 등 중동 나라가 많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나라의 중앙 정보기관인 총정보국(GID)이 ‘앙숙’ 이스라엘의 모사드와도 비밀리에 정보 교환 및 협의에 나서고 있는 것. 2015년 국제사회와 핵 합의를 맺은 ‘공통의 적’ 이란의 부상에 대비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9월에는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가 비밀리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말까지 현지에서 나왔을 만큼 두 나라 정보기관 간 협의가 과거보다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프랑스 등과 다양한 군사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UAE도 정보기관 역량 강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UAE는 CIA와 용병업체인 ‘블랙워터’에서 활동했던 인력을 고용해 자국의 정보원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들은 높은 임금과 최고급 빌라 등을 제공받으며, 아부다비에서 약 30분 떨어진 사막에 마련된 특수 훈련소에서 UAE 정보기관 요원을 교육한다. FP는 UAE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직접 정보기관 역량 강화 작업을 지휘한다고 전했다. 에릭 프린스 블랙워터 창업자와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테러 수석보좌관 같은 인사들은 무함마드 왕세제를 대상으로 자문활동을 펼쳤다. UAE는 지난해 6월 발생한 카타르 단교 사태가 발생하기 전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이란을 옹호했다’는 가짜 뉴스를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에 올리는 해킹을 진행한 배후란 의심도 받고 있다. 이런 소문은 미 정보당국에서 흘러나왔고 카타르는 “중동의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UAE가 단교 사태의 핵심 역할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용도로 정보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터키 국가정보청(MIT)은 자국 내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2016년 7월 이후 16만여 명을 체포하고 15만여 명의 공무원을 파면하는 ‘숙청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IT는 최근 스위스에 주재하는 터키 외교관들이 터키계 스위스인 사업가를 납치하려다 실패한 사건에 개입돼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한 터키 소식통은 “치안이 불안한 동남아와 서남아 등에서 반정부운동을 하다 납치된 사람이 많다”며 “터키 당국이 스위스 같은 선진국에서도 납치를 추진했다는 것에 경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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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생들 동아일보 찾아 탈북기자와 대화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미중 간 ‘양다리 외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2003년부터 북한 이슈를 취재하고 있는 본보 국제부 주성하 기자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제학 분야의 세계적 명문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주 기자는 “북한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회주의 진영의 양강이었던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펼친 경험이 풍부하다”며 “북-미 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북한이 중국을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한다”며 “최악의 경우 북한 정권 교체까지 추진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영향력도 제한적이라 북한으로서는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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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한반도]美 한반도 전공 대학원생들이 본보 탈북기자에게 던진 질문은?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미중 간 ‘양다리 외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2003년부터 북한 이슈를 취재하고 있는 본보 국제부 주성하 기자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회주의 진영의 양강이었던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펼친 경험이 풍부하다”며 “북미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묻는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주 기자는 “북한이 중국을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미국과 달리 중국은 직접 북한에 대한 다양한 압박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주 기자는 “최악의 경우 북한 정권교체까지 추진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영향력도 제한적이라 북한으로서는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될 경우에 대해서는 한국 못지않게 중국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동북지역에서 큰 문제가 터지면 중앙정부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며 “현 상황에서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명이 중국 국경을 넘는 혼란 상황이 발생하고 중국으로서도 큰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특강은 미국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제임스 퍼슨 SAIS 교수의 ‘두 개의 한국’ 과목을 듣는 학생들의 한국 방문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국제학과 외교학 분야의 세계적인 명문으로 꼽히는 SAIS는 국내 주요 정부부처, 정당, 기업 등을 방문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2016년부터 국내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동아일보를 방문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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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앙시앵 레짐의 종언… 알파걸이 방아쇠 당겼다

    한국을 강타한 미투운동은 미국으로부터 옮겨 붙은 걸까. 전문가들은 ‘노’라며 고개를 젓는다. ‘알파걸 신화’에 가려 조용히 쌓아온 분노에 미국의 미투는 불씨를 지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높은 성취욕과 자신감을 가진 여성.’ 2006년 ‘알파걸’이라는 미국의 신조어가 한국으로 날아들었다. 하버드대 아동심리학자인 댄 킨들런 교수가 10대 소녀들의 변화상을 담아 만든 용어였다. 비슷한 시기 한국 사회에도 알파걸이 탄생했다. 현재의 2030, 넓게는 40대 초중반까지 아우르는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뚜렷한 성차별을 겪지 않았다. 가정에서 귀한 반찬 앞에 아들딸이 평등했고, 교실에선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류의 교훈이 사라졌다. 1986년 부천경찰서 문귀동 성고문 사건,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증언, 1992년 서울대 신모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을 계기로 이어진 여성운동은 잠시 숨을 골랐다. 양성평등은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는 인식이 퍼졌다. 반면 뛰어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위기의식은 도드라졌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꽤 오랜 기간 알파걸 신화 속에 살았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착각이었다. 한국 여성의 성평등 의식은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사회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한국판 미투운동은 역설적으로 ‘알파걸의 반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알파걸은 착각이었다 “누구도 저를 알파걸로 대해 주지 않았어요.” 주부 손지민 씨(35)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아이’였다.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고 미술과 체육 시간에도 학우들보다 돋보였다. 2007년 명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침대 맡에서 셰릴 샌드버그, 힐러리 클린턴의 책에 밑줄을 그으며 남다른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성의 성평등 의식은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사회구조는 전근대에 가까웠어요. 남자 상사는 ‘비키니 입으면 예쁘겠다’는 말을 예사로 내뱉었고, 회식 후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흔들어야 했죠.” 그는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음담패설 등 여성을 비하하는 분위기와 말대답을 하면 별종으로 취급하는 권위의식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홍모 씨(33)도 비슷한 무력감을 느꼈다. 사회 핵심 구성원인 4050세대 남성들 일부는 예사로 여성 동료의 외모를 품평하고 비교했다. 군대문화가 조직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았다. 그는 “밥자리, 술자리에서 숱하게 성희롱, 성추행에 노출됐지만 모두가 ‘하하호호’ 하는 분위기에서 ‘똑 부러지는 대응’은 쉽지 않았다”며 “가부장적인 문화에 젖어 점차 약자의 위치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오히려 알파걸 신화가 굴레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0년 차 기자인 이모 씨(34)는 “‘여성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왜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알파걸이라는 굴레를 악용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남역’ ‘촛불’ ‘SNS’ 가정에서의 성역할 갈등도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2세, 5세 자녀를 둔 직장인 김유경 씨(37)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정에서는 전통 질서에 따라야 했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명절에 기차표를 끊거나 부모님 생신을 챙기는 일은 늘 김 씨의 몫이었다. 그는 “사회가 현대여성과 전통여성의 불리한 부분만 떠맡기고선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았다”며 “이따금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여러 문제가 겹치며 여성들 사이에 ‘뭔가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사회문제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여성 대통령의 탄생과 일부 여성 리더의 신화에 보편적 여성문제가 가렸기 때문이다. 2016년 ‘여혐’과 ‘남혐’ 논란 분위기를 타고 이들은 결속을 다졌다. 그리고 2016년 5월 강남역 살해사건을 기점으로 들끊던 분노가 폭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살아남아서다행이다’라는 연대의 해시태그가 넘쳐났다. 한샘 성폭력 사건이 처음 알려진 네이트 판 게시판, 직장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등 온라인 공간에는 성폭력 관련 상담글이 쏟아졌다. 온라인에서 연대한 이들은 같은 해 말 촛불집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 뭉치면 잘못된 정치·사회 현상을 직접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고, 이때의 경험은 미투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강남역 사건으로 일상의 공포를 자각하고 촛불집회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절감한 알파걸들이 SNS를 무기로 미투운동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 정치권력 지형까지 흔들 전문가들은 “미투는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형식의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큰 틀에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대중운동이지만 어디서 또 폭발할지, 어디로 향할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은 안갯속이란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성된 진보 진영 우세의 정치 지형,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 등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판 내부의 ‘주군(主君) 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 전 지사 피해자와 지난해 대선 경선 캠프에서 근무한 이들은 8일 캠프 내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 교수는 캠프 인사들이 문제를 알고도 묵살했던 배경에 대해 “현재 정치판은 선수가 무너지면 캠프 식구 모두가 일자리를 잃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맹목적 순종과 비민주적 분위기가 만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비서를 수족 부리듯 하는) 가신 구조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이 지점이 미투운동의 본질이자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바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인을 검증할 때 주변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잣대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성 관련 잡음에 휘말린 전력이 드러날 경우 공천에서 탈락할 공산이 크다. ○ ‘펜스 룰’은 답이 아니다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애초에 여성과 문제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른바 ‘펜스 룰’을 따르려는 남성이 늘고 있다. 펜스 룰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지만 많은 남성들은 ‘펜스 룰을 지키는 게 속 편하다’고 푸념한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이모 씨(40)는 “혹시 모를 무고에 대비해 펜스 룰을 지키고 있다”며 “타인(여성)의 평등과 기회 보장을 위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40대 후반 조모 씨는 “남성들 사이에서 ‘집무실 문은 활짝 열고, 남성과 여성 직원의 회식 장소를 따로 잡으라’는 매뉴얼이 돌고 있다”며 “농담 섞인 내용이지만 일견 일리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펜스 룰은 미투운동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속 가능한 미투운동을 위해선 남성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선 ‘위드유’를 외치는 남성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드유’를 지지하는 한주석 씨(39)는 “얼마 전 아내가 직장에서 겪은 성폭력 경험담을 듣고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먼 나라 일인 줄 알았는데 성폭력 이슈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한국 남자가 부끄러운 한국 남자’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미투를 지지하는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각계 핵심 위치에 오른 민주화세대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권이었다가 1990년대 초반 제도권에 진입한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평등을 추구하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 가부장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평가다. 서구 문화의 세례를 받은 3040세대와 달리 젠더 감수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다. 안 전 지사를 비롯한 미투운동 가해자 대부분이 이 세대에 속한다. 한 수도권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성역할과 유교질서가 동시에 무너지는 현실에서 기성세대 남성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미투운동이 성공하려면 이들의 적응을 돕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앙시앵 레짐 종언 전문가들은 미투운동이 새 시대를 향한 물꼬를 텄다고 입을 모은다. 사안이 심각하고 비교적 명확한 여성문제가 ‘한국판 앙시앵 레짐(구체제) 종언’의 포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과 문화계 내 성폭력 폭로로 시작한 미투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번지고 있다. 홍익대 커뮤니티에는 군대식 신입생 길들이기 관행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언론사 직원은 상사의 언어폭력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젠더문제에 비교적 무감한 1020세대는 미투운동을 여성문제가 아닌 계급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시각도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미투운동은 여성문제뿐 아니라 계층갈등, 권위주의, 성차별 등 다양한 구태에 대한 고발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판 ‘앙시앵 레짐 종언’의 성격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미투운동은 계급운동의 색깔이 짙다는 점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는 사회변혁 운동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숙영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외신에서 “한국은 인종문제가 없는 대신에 계급갈등이 심각한 편이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나 청년들은 미투운동을 계급운동의 연장선으로 본다”며 “주류 남성 중심의 각종 억압에 맞서 성별을 뛰어넘은 결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

    • 201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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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할리우드 스타들 앞장… 한국 유명인사들 나서기 꺼려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한국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화려한 경력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든 두 사람이지만 연결고리가 하나 있다. 한미 양국을 각각 뒤흔들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의 진원(震源)이라는 점이다. 와인스틴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촉발된 미투 캠페인의 핵심 타깃이었다. 안 전 검찰국장은 그로부터 100일을 조금 넘긴 올해 1월 말 시작돼 문화예술계 등을 강타하고 있는 한국판 미투의 도화선이었다. 양국의 미투 운동은 권력이나 특정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남성 ‘갑’을 상대로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이 피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법에 호소하는 등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다만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는 양상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등에서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여기에 미국은 해당 분야에서 정상급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주도하는 반면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인사들이 나서기를 꺼린다. 법률적인 환경과 문화적인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투의 진원, 미국은 할리우드 vs 한국은 검찰 미국의 미투 운동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양상으로 확대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0월 와인스틴이 여배우와 여직원들을 상대로 갖가지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한 사실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이후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애슐리 저드 등 세계적인 스타 여배우들이 성추행을 당한 과거를 털어놓으며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로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2016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관련 분야의 관심을 촉구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현재와 같은 폭발력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다. 술 취한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상갓집에서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 하자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서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은 사법정의를 실천하는 게 목적인 국가기관인 만큼 윤리 수준에서도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문화예술계처럼 대중적인 관심이 늘 집중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검찰 내 고위 인사가 성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이를 방송에서 자세히 밝힌 건 사회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권력 남용과 불공정 수사 의혹 등으로 검찰이란 조직 자체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쌓여 있었던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 미국은 정상급 스타가 주도하지만 한국은 아직… 미투 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면면도 차이가 있다. 미국에선 와인스틴이 배우와 회사 직원 등 주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졸리, 팰트로, 저드 등 글로벌 스타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과거 자신이 당했던 피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나아가 조직적인 미투 운동 지지 움직임을 펼쳤다. 한국에선 아직까지는 정상급 스타나 유명 인사들이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고은 씨의 성추문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정도가 그나마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높지 않았던 과거에 성희롱과 성추행이 더 심하고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공공연한 비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명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선 한국이 아직까지 성폭력과 여성 지위 향상 같은 이슈를 자유롭게 논의하기 어려운 분위기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명 인사들의 경우 자칫 자신이 갖고 있는 특권이나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선 연예인들이 어떤 정치적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지지하는 연대가 존재하고 이어 사회적인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양성평등과 차별 방지에 대한 교육이나 논의의 역사가 길다”며 “한국에 비해 여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급의 여자 배우들이 할리우드 권력자(와인스틴)를 대상으로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국 미투 운동의 걸림돌, ‘명예훼손법’ 한미 양국의 미투 운동이 다르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들의 대응 태도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소송 등에 적극 나서는 반면 한국은 당사자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에 머무는 등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는 국내에만 있는 법률적인 제약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을 폭로해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형법 제307조(‘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법은 공개적으로 사실을 밝혀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비방할 목적이 더해진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피해자들이 성폭력 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이런 법들에 저촉돼 역고소를 당할까 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 발언의 사실 여부와 명예훼손의 조각 사유인 공익은 그 성격과 기준이 불분명한데 공개적인 폭로는 명예훼손 구성 요건에 분명히 해당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1964년 명예훼손 처벌법을 위헌 처분한 ‘개리슨 대 루이지애나’ 사건 이후 대부분 주에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폐지했다. 매사추세츠주, 미네소타주, 몬태나주, 뉴햄프셔주 등 4개 주만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만큼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 일반으로 확대 중 미국의 미투 운동은 유명 여성인사들 중심에서 일반인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타임스 업(Time‘s Up·한 시대가 끝났다)’ 단체 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월 1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각계 여성 300여 명이 모여 결성한 타임스 업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블루칼라와 저소득층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방지와 지원 활동도 활발하다. 타임스 업에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법조계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선 자원봉사 형태로 무료 법률 상담을 해준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라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피해자들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필요할 경우 소송비 지원 같은 활동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마련된 기금 규모도 2000만 달러(약 216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여성 성폭력에 대응하는 문화가 강한 데다 최근 유명인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확장되기 용이한 여건”이라며 “당분간 미투 움직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도 앞으로 미투 운동은 법조계, 문화계를 넘어 일반 직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익명 게시판에는 이미 직장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 “직장 상사가 좋은 노래라며 보내온 뮤직비디오를 틀어보니 낯 뜨거운 영상이 튀어나왔다”거나 “회식할 때 내 허벅지를 주무르더니 다음 날 딸 같아서 그랬다고 말하더라”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조직화되지 못하고 개인의 고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최근 확산 일로에 있는 미투 운동의 실상을 접하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성폭력이 만연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가해자의 잘못된 과시욕과 피해자의 피해의식, 방관자의 무관심 등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석정호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심리를 왜곡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갖기 시작하면서 성희롱을 쉬쉬하던 일반 기업에서도 ‘작은 미투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관대했던 佛, 길거리서 집적대면 과징금 12만 원▼성폭력 고발 목표 같지만 나라마다 상황 제각각현재 미투 운동은 전 세계적인 사회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양상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프랑스는 그동안 남성들의 유혹에 관대해 상대적으로 성에 대해 자유롭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남성들의 성희롱을 규탄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40% 이상이 동의하지 않은 신체적 접촉이나 성희롱 발언을 경험했고, 심지어 10%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도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계속해서 공개됐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성희롱과 추행을 바로잡겠다며 낯선 여성에게 외설적인 발언을 하거나 길을 막거나 쫓아가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 행위에 90유로(약 12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은 정치권에서 미투 운동이 태풍급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관이나 의원의 여성 비서진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테리사 메이 내각이 휘청거릴 정도다. 메이 총리의 정치적 동지로 국무조정실장 겸 수석비서 역할을 한 데이미언 그린 영국 부총리가 컴퓨터에 음란물이 들어 있고 여성 활동가의 무릎을 만졌다는 의혹에 결국 물러났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2002년 여기자를 성희롱한 사건으로 사임했고, 마크 가니에이 국제통상부 각외장관(수석차관)은 여비서에게 성인용품 가게에서 전동 자위기구 두 개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영국 의회는 비서진이 성희롱 사실을 편하게 고발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고, 성희롱이나 괴롭힘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는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영국 의회 행동지침을 마련 중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미투 운동이 진행 중이지만 파장은 다른 선진 외국에 비해서 ‘찻잔 속 태풍’ 수준이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씨가 지난해 5월 실명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일본판 미투 운동은 시작됐다. 이토 씨는 2015년 4월 취업 상담을 위해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 당시 TBS 워싱턴 지국장을 만났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처녀냐’고 묻는 등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이거나 야마구치 지국장을 불기소 처분하는 등 기대를 밑도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이토 씨는 ‘블랙박스’라는 책을 내고 주일 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전면전에 나섰다. 현재 야마구치 전 지국장을 상대로 1000만 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후 작가이자 블로거인 하추 씨가 광고 대기업 덴쓰에서 일할 당시 밤에 선배 사원의 집에 불려갔다는 등의 피해를 고백했고, 연출가인 이치하라 미키야(市原幹也) 씨가 과거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고 사죄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처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5년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일하는 여성의 3분의 1이 성추행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선진국치고는 아직 성추행에 대한 의식이 낮은 편이다. 화합을 강조하며 내부 폭로를 막는 사회적 분위기도 미투 운동의 확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설·김상훈 기자·파리=동정민 ditto@donga.com/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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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과기대 수업중 시장경제도 설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의학 기술과 의대 운영 노하우가 북한 의료진 양성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전유택 평양과학기술대 총장(77)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특별강연 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미교포인 전 총장은 지난해부터 평양과기대에 의대를 설립해 수준 높은 의학 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자금 송금과 미국인 방문 제한 등)로 의대 건물 건립과 교수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한국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과학기술 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 남북이 공동 설립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다. 2010년 10월 개교해 지금까지 졸업생 520여 명을 배출했다. 컴퓨터, 통신, 농업, 의대, 치대 같은 이공계 전공뿐 아니라 경영, 국제금융 같은 학과도 개설돼 있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하며 교수진은 미국(재미교포 포함)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호주, 핀란드 등의 대학에서 자원한 교수들로 구성해왔다. 그는 “북한에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싶어 하는 한국 의사가 많고, 북한은 보건의료 분야 진흥에 관심이 많다”며 “평양과기대 의대 육성에 한국이 도움을 준다면 교육 분야의 남북 간 이해가 확대되고, 북한 교육의 질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가 ‘해커 인력 양성’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가 해커 인력과 상관없다는 건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 총장은 “수업 중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세금이나 자유무역 같은 시장경제 관련 내용도 질문하곤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고와 표정이 모두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매년 진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만큼 학생 수준이 높다”며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으로도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든 생활여건과 경제적 보상이 따로 없는데도 외국인 교수들이 평양과기대를 계속 찾는 건 학생들의 우수한 실력과 가능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1964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전 총장은 글로벌 석유기업인 걸프오일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에서 석유 탐사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엔지니어다. 2003년 연변과기대 교수진에 합류했고, 2010년부터 평양과기대 부총장을 지냈다. 지난해 4월 평양과기대 2대 총장에 취임했지만, 9월부터는 대북제재로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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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하 시필레 “노키아 몰락 후 대학이 스스로 혁신, 스타트업 키워”

    《“좀더 편안한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면 안 될까요.” 20일 낮 12시경 강원 강릉시 세인트존스호텔에서 만난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57)는 이 호텔의 식당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 대신 근처의 라운지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핀란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강릉을 찾은 시필레 총리는 선수들이 입는 점퍼를 입고 있었다. 기자가 “핀란드팀 감독 같다”고 말하자 그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맙다”고 했다. 보좌진과 경호원들을 대동하지 않은 채 라운지 소파에 앉은 시필레 총리는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북유럽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와 기업인 출신의 실용성이 느껴졌다. 시필레 총리는 슈퍼셀(클래시오브클랜 제작사)과 로비오(앵그리버드 제작사) 같은 핀란드 스타트업의 성장과 개혁 추진 상황을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핀란드 경제가 ‘노키아의 몰락’ 그리고 이어진 ‘스타트업 활성화’를 중심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핀란드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이 경쟁력을 잃어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된 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업률이 크게 올랐고, 경제도 동력을 잃었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잃어버린 시대’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개혁으로 이제는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했고, 당분간 이 정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이 크게 늘었고(현재 핀란드에서는 2370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 기존 기업들도 성장하고 있어 이제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이 잘나가던 시절과 비슷한 수의 엔지니어들이 핀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은 경쟁력을 잃어 매각됐지만 네트워크 사업은 여전히 세계적인 강자다(현재 노키아는 이동통신망 등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임). 핀란드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건 물론이다.” ―노키아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가 매우 빠르게 창업을 강조하는 경제구조로 바뀐 게 이례적이다. 한국도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창업을 활성화하려고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핀란드는 인구가 약 55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전쟁 등 어려운 시기도 많았다. 그래서 큰 변화가 밀려오면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문화가 아주 강하다. 정부가 기술혁신지원청(TEKES·테케스)을 통해 창업을 지원했지만, 다른 섹터들도 신속하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인구가 적어 네트워킹이 용이하고 동시에 교육수준이 높다는 것도 핀란드가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창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어떤 섹터가 핀란드를 ‘스타트업 강국’으로 만드는 데 특히 기여했나. “대학이 큰 역할을 했다. 핀란드의 대학교육은 노키아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다르다. (노키아 몰락 뒤) 대학들이 스스로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창업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핀란드 젊은이들이 최근 스타트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대학의 창업교육 덕분이라고 본다. 교수들도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데리고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슬러시’가 헬싱키에서 열리는 것만 봐도 핀란드의 창업 문화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선 핀란드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경제·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교육부문에서는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 시대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다. AI는 산업과 교육 시스템을 모두 바꿀 것이다. 이미 핀란드는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실상 국가적으로 인적자원 정책을 바꾸는 시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사람이 5개 정도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핀란드 전체 국민(약 550만 명) 중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안에 다양한 형태의 재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또 AI 관련 산업에서 핀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드물게 기업인 출신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취임할 때 강력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성과가 어떤가. “기업과 정부는 정말 다르다. 일하는 문화와 속도가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장관도 취임할 때(14명)보다 줄이려고 했는데 정치적인 이유와 각 당의 입장 차이 때문에 오히려 17명으로 늘었다(웃음). 하지만 ‘정부 전략 프로그램’이란 명칭 아래 임기 중 달성해야 할 △실업률 △일자리 수 △재정 목표 △정부부채 비율 △감세 규모 등을 설정했다. 또 매달 두 차례 모든 장관이 모여 하루 종일 개혁의 방향과 목표치 도달 수준 등에 대해 토론하는 ‘전략 미팅 데이(Strategic Meeting Day)’도 마련했다. 핀란드 정부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달성 방안을 고민한 적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이제는 임기 중(2019년 5월까지) 대부분의 전략과제를 달성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처음 총리가 됐을 때는 정책 추진과 (부처 간, 정당 간) 입장 조율 과정에서 민간 기업처럼 속도가 안 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한다. 국정운영에서는 대화와 조율이 정말 중요하다.”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긴 북유럽 국가인데도 건강보험과 노동 개혁을 과감히 추진했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고, 고령화 같은 사회적 변화도 분명했기 때문에 개혁은 필요했다. 건강보험의 경우 정부 등 공공부문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기업이 자신들이 고용한 사람에 대한 지원을 더욱 늘리도록 했다. 노동 개혁의 핵심은 기업의 인건비를 약 4% 줄일 수 있도록 노동계와 합의한 것이다. 임금이 줄어든다는 건 국민에게 큰 부담이다. 그 대신 정부는 감세 정책을 펴 소득이 줄어도 국민의 생활고가 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기업들이 계속 성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도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핀란드가 시도한 노동 개혁은 국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국과 핀란드는 올해 수교 45주년을 맞이한다.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과 관련된 계획이 있나. “개인적으로 한국과 인연이 많다.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는 한국 기업과 거래도 했었다(웃음). 두 나라 모두 전쟁과 가난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과학기술 및 경제 강국이 된 공통점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9일 면담 때 ‘한국과 핀란드는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마리아 로헬라 핀란드 국회의장과 장관 2명이 방한한 것도 핀란드가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내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올해 핀란드를 많이 찾아주고,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면 좋겠다.” ―이색 취미가 많다. 가솔린 대신 폐목재를 연료로 이용하는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고, 비행기를 직접 몰기도 한다. “재생에너지 기술에 관심이 많다. 이 기술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건 취미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구환경을 좋게 만드는 취미다(웃음).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만들어 30∼40명을 채용하고 10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한 적도 있다. 비행기 조종도 취미다. (2016년 7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몽골을 방문할 때는 직접 비행기를 몰고 갔다. 한국에 올 때는 직접 몰지 않았다. 2주 뒤 룩셈부르크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도 직접 비행기를 조종할 생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19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부문에서 한국 선수(차민규)가 은메달을 딸 때, 핀란드 선수(미카 포우탈라)는 아쉽게 4위에 그쳤다. 핀란드와 한국 선수가 같이 메달을 땄으면 매우 기뻤을 것이다.”강릉=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누구?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기업인으로는 드물게 총리에 오른 인물이다. 시필레 총리는 오울루대 대학원(공학석사)을 졸업한 뒤 1985년 전자제품 회사 라우리 쿠오카넨에 입사해 제품개발 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전자업체인 솔리트라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이 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뒤 1998년 1200만 유로(약 140억 원)에 기업을 매각해 ‘백만장자’가 됐다. 시필레 총리는 50세가 된 2011년부터 ‘정치 메이저리거’가 된다. 중도 성향의 중앙당 소속으로 오울루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이듬해 당 대표가 됐고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오른 그는 “여러 번 창업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을 정치에 접목하겠다”고 밝혀왔다.}

    •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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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제재 타개위해 중동 무기밀매 늘릴 것”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면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불법 무기 수출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한국학 연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론 레프코위츠 바르일란대 동아시아학 전공 교수(51·사진)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메트로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제재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 커질수록 이를 타개하기 위한 불법 행위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정세가 불안하고, 군사적 충돌이 빈번한 중동 국가에 무기 밀매를 하는 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위기 극복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미 북한은 내전 중인 시리아를 포함한 다양한 중동 국가에 로켓포와 총기 등을 꾸준히 수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관련 기술과 제품도 수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무력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2011년 발생한 ‘아랍의 봄 사태’를 겪으며 적잖은 중동 국가들의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도 북한의 무기 밀매 가능성을 높인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북한산 무기는 시리아와 리비아같이 사실상 중앙정부가 붕괴돼 있는 나라들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입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다”며 “‘하마스’같이 반이스라엘 무장활동을 펼치는 단체에도 북한산 무기가 공급되고 있어 이스라엘로서는 대북제재 상황과 여파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이스라엘 안팎에서 보수 성향의 한국학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 강경파 사이에서 거론되는 ‘코피 터뜨리기 작전’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에 미국도 강경하게 맞서는 형국”이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와 이로 인한 충돌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큰 규모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밀성은 부족하다”며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한국과 일본 영토에 떨어져 큰 피해가 발생하는 식의 문제가 생길 경우 심각한 혼란과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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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이 지역사회를 먹여 살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대학과 지역이 손잡고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동반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자체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 엔진’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각종 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는 성장 동력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스탠퍼드대. 미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퍼드대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왔다. 이런 특성은 이 학교 일대에 ‘실리콘밸리’가 형성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탠퍼드대 교수와 졸업생들이 이 지역에서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을 설립하면서 지역 전체가 경제와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주목받게 된 것이다. 실리콘밸리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산학 연구단지인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도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지역 주요 대학의 연구력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구성됐다. RTP 역시 노스캐롤라이나주, 나아가 미 남부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로잔과 독일 드레스덴이 지역에 위치한 대학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로잔의 경우 로잔연방공대(EPFL) 덕분에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또 네슬레, 인텔, 푸조 등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관련 인프라도 자리 잡고 있다. 드레스덴은 구(舊)동독의 대표적인 명문대 중 하나였던 드레스덴공대의 경쟁력 덕분에 최근 ‘유럽의 실리콘밸리’란 명칭이 생겼을 정도로 창업이 활발하다. 서독 지역보다 낙후됐던 드레스덴은 창업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드레스덴공대의 연구력과 인력은 이런 지역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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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방송 ‘스무고개’, 나를 ‘스타 방송인’ 만들어줘”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정식 데뷔한 송해 씨는 63년째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연출자를 300명 이상 겪은 기록도 갖고 있다. 그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첫 프로그램이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동아방송의 ‘스무고개’다. “양주동 박사 등 명사들을 불러놓고 스무고개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퀴즈를 풀지 못하면 우리가 콩트를 하면서 힌트를 주는 거지. 그때는 방청객이 있었어요. 하루는 양복을 입고 나가고 하루는 한복을 입고 나가고. 분장도 하고….” 그는 “신문과 방송, 둘 다 동아는 아주 강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 가수들인 김세레나, 김부자 등등은 다 동아방송 출신들이에요. 동아방송은 다른 방송하고는 달랐어요. 국악과 민요에도 참 많은 관심을 가졌고요. 방송사를 운영하는 모습도 참 세련되고 깔끔했어요. 대개 설 추석 되고 이러면 담당 PD한테 선물 주는 관행이 있었어요. 그런데 동아방송은 오히려 출연자들에게 선물을 줬어요. 거기에 연예인들이 애정을 가지기도 했지요.” 그는 1960년대 동아방송의 ‘나는 모범 운전사’ 진행을 맡기도 했다. “요즘 다들 하는 교통 정보 알려주는 프로그램 있죠? 그걸 동아방송이 제일 먼저 했어요. TV 시대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면 라디오 방송이 경쟁력을 가질까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예요. 얼마나 시대를 앞서 나간 겁니까. 시그널 뮤직을 블루벨스가 불렀는데 그게 아주 유행곡이 됐어요. 무교동 낙지 골목을 가면 손님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곤 했죠.” ‘나는 모범 운전사’ 진행할 때의 에피소드. “그때는 돈지갑 잃어버렸다고 방송을 하면 즉시 들어올 때가 많았어요. 어떤 사람이 용달차 계약 중도금을 택시에 놓고 내린 거예요. 딱해서 이걸 방송을 했더니 돈이 들어왔어요. 잃어버렸던 사람과 찾아준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만났죠. 주인이 그 자리에서 돈의 반을 갈라서 찾아준 사람에게 주고요. 훈훈한 모습이었고, 보람이 컸죠.”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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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중심대의 캠퍼스… 상대적으로 우수한 환경

    미국의 대학 관련 정보업체인 ‘더 베스트 칼리지’는 매년 독특한 대학순위를 발표한다. 학생들의 사회 진출, 교수 연구 실적, 졸업생 기부금 규모 같은 일반적인 대학 경쟁력 지표가 아니다. 바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지닌 대학 순위’다. 세계적인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지닌 미국 대학들이 캠퍼스 조성에서도 △외형 △학풍 △지역특성 △학생 편의 등을 세심하게 반영하며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올해 순위는 일론대, 케니언칼리지, 사우스대가 1∼3위를 차지했다. 세 대학 모두 소수정예 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중심대다.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에서는 다트머스대가 9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트머스대 역시 아이비리그 중 가장 교육중심의 학교운영을 지향하는 학교로 꼽힌다. 이처럼 캠퍼스가 아름다운 대학 순위에서 최상위권(1∼10위)에 오른 대학 중에는 교육중심대가 많다. 일각에서는 학생 교육과 편의를 가장 우선시하는 전통을 지닌 교육중심대들이 교수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중심대보다 상대적으로 캠퍼스 조성 및 환경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쓰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대학 관계자들은 “한국 대학들도 모든 면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캠퍼스 경쟁력 높이기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며 “특히 외관뿐 아니라 학생 편의, 학교 이미지, 지역사회 특성 등을 얼마나 캠퍼스에 잘 반영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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