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 공장이자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간은 70% 이상 손상이 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우리가 섭취한 해로운 음식은 간에서 해독하기 때문에 평소 먹는 음식도 간 건강에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최근 간환우협회 회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간에 좋은 음식’과 ‘간에 나쁜 음식’을 각각 추천받았다. 간환우들이 추천한 음식은 무엇일까. 간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은 그 음식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박중원 교수에게 평가를 들어봤다.○ 간환우들이 생각하는 간에 좋은 음식 5가지간환우들은 간에 좋은 음식으로 ‘커피’를 가장 많이 꼽았다. 100명의 환우 중에 40여 명이 추천했다. 이어 강황(커큐민), 신선채소, 마늘, 브로콜리 등의 순이었다. 이외에도 비트, 토마토, 부추 등이 있었다. 커피부터 살펴보자. 박 교수는 “2018년 국립암센터에서 발간한 ‘간세포암전가이드라인’을 통해 적당한 커피는 간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표했었다”면서 “모든 연구에서 커피를 하루에 1∼3잔 마시는 경우 간질환, 간암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커피도 고혈압이 심하거나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방광염,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커피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간에 좋은 음식 2위에 뽑힌 강황은 흔히 카레로 알려진 음식이다. 항암 음식으로도 널리 전해 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간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인 관련성은 미약하다. 일반적으로 근염이나 염증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있다. 건강식품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브로콜리. 대장암 예방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간에 직접적으로 좋은 효과를 낸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박 교수는 “브로콜리를 조금씩 먹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몸에 좋다고 다량으로 먹으면 가스가 많이 발생해 방귀가 많이 생기고 속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위 신선채소는 반드시 깨끗이 씻고 깨끗하게 조리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간경변, 간염이 심한 환자들은 식중독에 상당히 취약하고 간에도 부담을 많이 준다”면서 “따라서 신선야채라도 살짝 익히거나 데쳐서 먹는 게 오히려 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간 건강을 위해 야채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열을 가해 식중독 위험도 감소시킨 음식으로 ‘돌솥비빕밥’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4위 마늘의 경우 고지혈증 환자의 지질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간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학적 효과는 거의 없다. 마늘도 많이 먹을 경우 위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6위로 꼽힌 비트는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비트에 있는 나이트로스아민이라는 성분이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먹는 것이 좋다. ○ 환우들이 생각하는 간에 나쁜 음식 5가지간환우들은 간에 나쁜 음식으로 ‘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설탕, 농축된 즙, 튀긴 음식, 하얀 밀가루 등의 순이었다. 인스턴트 가공식품, 탄산음료도 있었다. 박 교수는 “간에 나쁘다고 생각한 음식 중에 술과 농축된 즙을 빼고는 간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음식은 없다”고 평가했다. 밀가루도 혈당을 높이거나 비만의 주범이 될 수 있지만 간엔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위로 뽑힌 술에 대해 박 교수는 “과거엔 술병에 ‘과도한 음주는 간경변증이나 간질환, 암을 발생시킨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인지 경고문이 없어졌다”며 “그 대신 뇌졸중이나 치매 관련 경고문이 붙어 있다. 간암 위험을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술 한 잔도 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 잔의 술은 몸에 좋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축된 즙은 간 전문가들이 간에 나쁜 음식으로 동의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박 교수는 “모든 식물은 독을 조금씩 갖고 있다. 씁쓸한 맛을 갖고 있는 식물독이 즙을 만듦으로써 농축이 되고, 이를 마시면 간에 무리가 간다”며 “몸에 좋은 즙이라도 간 건강을 위해선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튀긴 음식은 높은 칼로리로 인해 지방간, 지방간염 환자들에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튀긴 음식을 만들다 보면 탄 음식도 생긴다. 튀긴 음식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설탕은 간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 다만 당류는 밀가루와 마찬가지로 비만을 일으킨다. 또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지방간에 영향을 준다. 박 교수는 “음식은 항상 익혀서 골고루 먹는 것을 원칙으로 생활하는 것이 간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요즘 학회마다 필수중증의료강화 정책 지원에 어떻게든 참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도 소아암은 안 나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이런 거 만들어 낼 여력이 없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인 김혜리 교수가 절망에 섞인 이메일을 기자에게 보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이후 정부 차원에서 필수 의료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중증필수진료의 사각지대인 국내 소아암 치료 현실을 알린 것이다. 소아암은 국내에서 연간 1000∼1500여 명 발생한다. 소아암의 대표적인 질환들은 백혈병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뇌종양, 호지킨림프종, 골암, 연부조직암 등의 순이다. 하지만 이들을 치료할 소아암 진료 의사는 전국적으로 68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5년 뒤엔 소아암 의료 공백도 우려된다. 이들 중에서 25%가 5년 내에 정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수는 연평균 2.4명에 불과하다. 현재 강원, 경북 지역엔 소아암 담당 의사가 한 명도 없다. 이 지역에선 소아암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충북, 광주, 제주, 울산도 소아암 진료 의사가 단 1명으로 입원 치료가 쉽지 않다. 소아암 환자에게는 365일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처할 전문의가 병원마다 최소 두세 명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열악한 인력 인프라로 인해 지방 병원에서는 한두 명의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매일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초 발표한 ‘제4차 암 관리 종합계획’에서 ‘어디서나 암 걱정 없는 건강한 나라’라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소아암 환자들은 오래전부터 어디에 있든 치료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 교수는 “소아암을 치료하는 필수중증의료 의사들은 기자 간담회를 하거나 복지부 담당자를 만나 목소리를 높일 시간도, 여력도 없다는 게 문제다”라면서 “저출산 시대에 귀한 아이가 소아암에 걸렸는데 소아암을 치료할 의사도, 병원도 없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절망했다. 소아암은 암 정책에도, 소아청소년과 질환에도, 희귀 질환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깍두기 신세’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소아암 환자의 70%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치료를 받는다. 소아암 환자가 응급실에 오려면 5∼6시간씩 운전해서 서울, 경기 지역까지 와야 한다. 치료 기간도 2∼3년이 걸린다. 그동안 가족들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그러다 보면 가족이 붕괴되는 경우도 많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소아암에 대해선 지원이 각별하다. 일본은 거의 국가 부담으로 소아암을 치료하고, 일본과 미국 모두 소아암에 대한 독자적인 법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법 조항도 없고, 희귀 질환이나 전체 암에 끼워서 보는 암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소아암의 치료는 성인암과는 완전히 다르다. 성인암의 축소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아암은 타과 협력이 필수인 데다 성인처럼 정형화된 치료 가이드라인도 없다. 또 소아암 환자들은 대부분 어른처럼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꼭 붙어서 더 철저히 관리해야 된다. 더구나 어른처럼 생명을 연장하는 게 치료의 목표가 아니어서 30, 40대 성인이 돼도 소아과에서 합병증을 봐야 하는 질환이다. 소아암은 주로 조혈모세포이식,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뇌수술 등 고난도 치료를 받는다. 다행히 이러한 치료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높은 완치율(80%)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소아암 진료 의사의 미래는 암울하다. 최근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향후 그 인력이 충원될 가능성도 낮다. 그리고 각 병원에서는 소아암을 안 보고 싶어 한다. 돈도 안 되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소아암을 진료하는 한 의료진은 “아픈 아이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아이만 나으라고 하면 뭐하느냐. 출산장려 정책만 나오면 한숨이 난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선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국가적 지원 없이는 소아암 전문의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교수는 “5년 뒤 전국에서 50명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36시간 연속 근무하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이런 근무 환경에서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연휴 동안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응급상황’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1년 추석 연휴(4일) 동안 전국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평상시 평일의 2.1배, 주말의 1.7배에 달했다.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찾게 하는 주요 질환은 두드러기, 장염, 염좌, 감기 등이었다. 특히 두드러기는 연평균 발생과 비교해 3.4배로 증가했다. 추석 때 생길 수 있는 응급질환에 대한 대처법을 차명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 두드러기 약 처방으로 치료 가능 두드러기는 알레르기 반응의 일종이다. 음식 섭취 뒤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피부가 마치 모기에 물린 것같이 가렵고 부어오르는 증상만 있다면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 복용만으로 어느 정도 처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얼굴, 목이 부어오르거나 숨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동반되는 전신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이 발생한 경우는 응급상황이다.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성묘 등 야외 활동 시 벌에 쏘일 수 있다. 쏘인 부위가 국소적인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벗어나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성묘 전 긴소매 착용, 곤충 기피제 뿌리기 등으로 미리 대처하는 것이 좋다. 추석 때 갑작스러운 신체 활동으로 무리를 하다 보면 근육이 놀라는 염좌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응급처치는 다음 4가지 원칙을 지키면 된다. ‘쉬고’,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얼음찜질’도 도움이 된다. 또한 ‘아픈 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위치’시키면 부기가 덜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응급처치를 했는데도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 ○ 명절 장염주의보각종 전, 나물 등 명절 음식들이 남을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가 지속될 수 있는 추석 연휴엔 음식이 상하기 쉬워 장염 환자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 장염은 음식을 먹고 약 4시간에서 48시간 정도 지난 후부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 세균, 기타 기생충 등 원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주요 증상은 오심, 구토, 설사, 복통이며, 고열을 동반하는 장염도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의 경우에는 대개 저절로 회복된다.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면서 지켜볼 수 있다. 장염 환자 중 설사를 한다고 굶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오히려 장 점막의 회복을 막고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미음 정도로 식사는 이어가는 것이 좋다. 또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생과일, 우유·치즈 등 유제품, 매운 음식,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 장염의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지속되는 열과 함께 혈변 등의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 기본적인 응급대처도 숙지해야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긴급한 처치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 질환에 대한 ‘응급처치법’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을 먹을 때 씹는 기능이 약한 아이나 노인은 송편이 목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기도에 이물질이 걸리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입술색이 파래진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뒤에서 손으로 흉부에 강한 압력을 주어 토해내게 하는 ‘하임리히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약 의식이 없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한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는지 모를 수 있다. 당황하지 말자. 119에서는 신고 접수와 함께 필요한 경우 응급처치법을 안내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침착하게 119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를 하면 된다. 추석 연휴에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할까? 추석 연휴에도 525곳의 응급실 운영 기관은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24시간 문을 연다. 진료를 위해 휴일·야간에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보건복지부 및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제공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또는 ‘응급의료정보 제공 앱’에서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응급실·약국 및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정보 등’을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8일부터 본격적인 추석연휴다. 연휴기간 동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응급상황'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1년 추석 연휴 기간 4일 동안 전국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상시 평일의 2.1배, 주말의 1.7배에 달한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실을 찾는 주요 질환은 '두드러기', '장염' 등이다. 연평균 발생과 비교하면 두드러기가 3.4배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감기, 장염, 염좌 순이었다. 이렇게 추석 때 생길 수 있는 응급질환에 대한 대처법을 차명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실장의 도움으로 자세히 알아봤다. 두드러기 약 처방으로 치료 가능 두드러기는 알레르기 반응의 일종이다. 음식 섭취 뒤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피부가 마치 모기에 물린 것 같이 가렵고 부어오르는 정도의 증상만 있는 경우 항히스타민제 복용만으로 어느 정도 처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얼굴, 목이 부어오르거나 숨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동반되는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발생한 경우는 초 응급 상황이다.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또 성묘 등 야외활동 시 벌에 쏘인 경우, 쏘인 부위의 국소적인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벗어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긴팔 착용, 곤충 기피제 뿌리기 등으로 미리 방지하는 것이 좋다. 추석 때 갑작스러운 활동 등 무리를 하다보면 근육이 놀라는 염좌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응급처치는 다음 4가지 원칙에 지키면 된다. ‘쉬고’,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며, ‘얼음찜질’이 도움이 된다. 또한 아픈 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곳에 위치시키면 붓기가 덜하게 돼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응급처치를 했는데도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명절 장염 주의보명절을 맞아 각종 전, 나물 등 명절 음식을 하게 된다.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가 남아있는 추석 연휴엔 음식이 상하기 쉬워 장염 환자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 장염은 음식을 먹고 약 4시간에서 48시간 정도 지난 후부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이 바이러스냐 세균이냐, 기타 기생충에 의한 것이냐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오심, 구토, 설사, 복통이며, 고열을 동반하는 장염도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의 경우에는 대개 저절로 회복되므로,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면서 지켜볼 수 있다. 설사를 한다고 굶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장점막의 회복을 막고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미음 정도로 식사는 이어가는 것이 좋다. 또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생과일, 유제품(우유, 치즈 등), 매운 음식,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 장염의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지속되는 열과 함께 혈변 등의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기본적인 응급대처도 숙지해야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긴급한 처치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 질환에 대한 응급처치법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송편을 먹을 때 씹는 기능이 약한 아이나 노인은 송편이 목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기도에 이물질이 걸린 경우에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입술색이 파래진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뒤에서 손으로 흉부에 강한 압력을 주어 토해내게 하는 방법인 하임리히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만약 의식이 없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한다.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도 너무 당황하지 말자. 119에서는 신고 접수와 함께 필요한 경우 응급처치법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침착하게 119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를 하면 된다. 추석 연휴에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할까? 추석연휴에도 525곳의 응급실 운영 기관은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24시간 문을 연다. 진료를 위해 휴일·야간에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보건복지부 및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제공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또는‘응급의료정보 제공 앱’에서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응급실·약국 및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정보 등’을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동아일보가 창간 102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 건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건강 플랫폼 ‘헬스동아’가 동아닷컴(www.donga.com)에 문을 연 데 맞춰 ‘명의가 추천한 명의, 여성 암’ 기획을 준비했다. 여성암 마지막 회는 난소암이다.》 명의들은 자신이 암에 걸리면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이들이 추천한 명의는 총 186명. 이들 중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와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임 교수를 찾아 난소암의 최신 치료법,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난소암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난소는 복강 내 공간에 돌출돼 있기 때문에 암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따라서 혈액의 일부가 배에 고이는 복수가 생기고 장 등 주변 장기에 크게 전이될 때까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은 생존율이 굉장히 낮다. 그 이유는? “최근에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다. 수술 기법, 복강 내 항암제 및 표적·면역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다. 다행히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조기 난소암이다. 치료 시 수술과 항암을 하나의 패키지로 생각해 정해진 기간 내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시 ‘복강 내 잔류 종양이 얼마나 남아 있냐’에 따라 예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조건 내에서 생존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첫째 수술로 잔류종양을 최소화하고, 둘째 항암제를 정해진 기간 내에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은 무엇인가? “난소암은 복막에 생기고, 복강 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복강 외로 암이 퍼진 4기 환자 생존율도 결국 복강 내 종양을 얼마만큼 잘 절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복강 내에 항암제를 직접 투약하는 것을 ‘복강 내 항암요법’이라고 한다. 약 41도로 데운 항암제를 90분 정도 배를 닫은 상태에서 순환시키는 것을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 통상 하이펙(HIPEC)이라고 한다. 복강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 종양을 제거,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 진행성 난소암에서 항암제를 먼저 투여한 경우, 하이펙으로 난소암 재발률을 40% 정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펙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복강 내 공간은 생각보다 안전한 제3의 공간이다. 혈관에 항암제를 투약하면 전신 반응과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하이펙을 시행하면 항암제는 일부만 전신 흡수된다. 대부분 항암제는 90분간의 하이펙 이후 체외로 배출된다. 그래서 전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다.” ―난소암의 치료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수술이나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분이 있다. 수술 후 ‘충분히 몸을 만들겠다’며 뒤늦게 요양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다. 항암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재개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치료 성적이 뚝 떨어진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다가 생기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장기적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치료 도중에 생긴 문제가 무섭다고 치료 시기를 놓치고 이때 병이 자란다. 치료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암은 진행되는 것이다.” ―평소에 할 수 있는 난소암 예방법이 있다면? “난소암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인자들의 작용으로 발생한다. 난소암의 위험인자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므로 난소암을 예방하거나 피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난소암 가족력이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연간 약 3000명 정도 난소암이 발생한다. 그중 약 15%가 BRCA와 같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난소암이고 BRCA 유전자가 있으면 남녀 가족 모두 검사해야 한다. 이 유전자가 있으면 난소암도 잘 생기지만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샘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초경을 시작할 때, 운동을 충분히 많이 하는 것이 난소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난소암 환자들에게 당부를 한다면? “난소암은 항암제만 잘 써도 환자의 90%가 암 수치가 정상이 된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복수가 사라질 정도로 반응률이 높다. 물론 반응률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반응률이 좋아도 상당히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유지요법 및 재발에 면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는 하는 것이 물론 힘들지만, 치료를 이겨낼수록 암을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 결국은 치료 반응률이 목표가 아니고, 재발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더 많은 난소암 환자가 암을 이겨내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비만 환자들이 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에 가까운 46.0%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할 때 체중이 증가했다. 그런데 비만 환자 가운데 체질량지수(BMI) 수치가 30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들은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나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비만대사수술 뒤에는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을까. “대부분 살이 찌지 않고 감량에 성공한다. 하지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를 작게 만드는 비만대사수술은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 살DL 빠지게 한다. 만약 평균적으로 하루에 먹는 양의 3분의 1인 1000Cal만 섭취하면서 6개월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30∼40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1000Cal 안팎을 섭취하게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비만대사수술 방법은 크게 위절제술과 위우회술 2가지다. 국내에서는 위절제술을 많이 한다. 위절제술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소매절제술이다. 위를 세로로 절제하는 수술이고, 절제한 위를 제거한다. 위의 용적을 작게 하면서 동시에 신축성을 줄인다. 위는 쉽게 늘어나는 기관이다. 우리가 구토하지 않고 과식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이 먹는 만큼 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이런 위의 신축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특히 위는 ‘대만곡’이란 부위와 ‘위저부’란 부위가 잘 늘어난다. 위소매절제술을 하면 대만곡과 위저부를 모두 제거한다. 이 때문에 위의 용적이 줄 뿐만 아니라, 잘 늘어나지 않는 부위만 남아 위의 신축성도 줄어들게 된다.” ―자른 위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나. “신축성이 되돌아오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의 용적이 조금씩 늘어난다. 위소매절제술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위가 늘어나 다시 살이 찐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위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다시 과식을 할 수 있게 되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다. 수술 후 위는 아무리 늘어나도 1인분 이상을 먹을 정도로 늘어나진 않는다. 만약 위소매절제술 후 시간이 지나 1인분 이상을 먹을 정도로 위가 늘어났다면 그것은 첫 수술을 할 때 대만곡 부위나 위저부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수술 후 2, 3년이 경과하면 1인분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다. 소식하는 성인 여성이 한 번에 먹는 양과 비슷하다. 그런데 달콤한 간식을 많이 먹으면 다시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체중이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수술 이후에도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을 할 때 건강보험 적용이 되나. “비만대사수술은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국내에선 1년에 약 2500건 안팎의 비만대사수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비의료인들은 비만대사수술이라고 하면 지방흡입수술과 같은 미용 수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료인이라도 비만대사수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비만대사수술은 위를 절제하거나 위 또는 소장을 우회하여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이다. 의학적으로 장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 더구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보다 더 오래 살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줄어든다는 의학적 증거가 유명 해외저널에 여러 차례 발표됐다. 이 때문에 비만대사수술이 비만 치료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복강경 의료기기인 ‘아티센셜’을 수술에 사용한다고 들었다. “최근 비만대사수술 도구로 일자형 기구가 아닌 360도, 3차원 움직임이 가능한 아티센셜을 많이 사용한다. 일자형 기구를 사용할 때는 병변 접근 각도가 나오지 않으면 수술 보조자가 주변 조직을 과도하게 누르거나, 환부에 추가적으로 구멍을 뚫어야 한다. 하지만 아티센셜 수술이나 로봇 수술의 경우엔 의사가 최소의 구멍만 뚫어도 원하는 모든 각도로 병변 접근이 가능하다. 또 병변의 중심 조직에만 집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아티센셜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은 의사가 환자 바로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고 비용도 로봇 수술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로봇 수술로는 장기를 만질 때의 촉감을 느낄 수 없지만, 아티센셜 수술로는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이 당뇨병 완치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신기한 일이지만 비만대사수술을 한 뒤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이 치료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원래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이다. 그런데 고도비만환자 중에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내장지방이나 지방간이 혈당을 조절하는 체내 시스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신 마취 후 수술을 시행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 수술 후에 혈당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한 고도비만환자는 수술 후 오히려 혈당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때부터 비만대사수술이 지닌 혈당 조절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아직 그 기전이 모두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장 호르몬인 인크레틴 분비,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담즙산의 변화 등이 기전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이런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종류의 수술이 더 이득이 될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게 어떤 수술법이 더 뛰어나고 안전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기대해 달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남자 주인공이 양압기를 착용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압기는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에게 흔히 처방되는 의료기기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주로 코를 골면서 수면무호흡 진단을 받는 환자들이 처방 대상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양압기와 관련된 내용을 코슬립수면의원 신홍범 원장의 도움말로 풀어봤다. 양압기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이를 평생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양압기를 한 번 쓴다고 해서 코골이 수면무호흡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압기를 쓰면서 체중이 줄어들면 양압기 사용을 중단하는 게 가능하다. 통상 갑자기 살이 찌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생긴다. 따라서 체중이 줄면 더 이상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 양압기 치료는 수술을 한 뒤 실패했을 때 하는 치료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신 원장은 “양압기 치료를 먼저 해본 뒤 적응하지 못하고 사용에 실패한다면 그때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게 좋다”며 “수술은 한 번 하고 나면 어떤 조직이 잘리거나 구조가 변경되므로 원상태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지만, 양압기는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고 그만둬도 후유증이나 장애를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압기 치료에 사용되는 양압기가 모두 동일하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양압기는 자동 기계, 수동 기계, 이중 압력 장치기계 등 세 가지 종류로 나와 있다. 그중에서 제일 저렴한 것이 수동형 장치, 즉 고정형 양압기다. 그다음이 자동 양압기로 좀 더 비싸다. 이중 압력 장치는 수면무호흡 증상이 매우 심하고 자동 양압기로 조절이 되지 않는 소수의 환자가 사용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동형 양압기를 사용하는 처방을 받게 된다. 자동형 양압기에도 여러 브랜드 제품이 있다. 제품의 가격은 모두 다르다. 가령 200만 원짜리 기계가 있고 150만 원, 100만 원짜리 기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계를 쓰더라도 양압기에 적용되는 수가는 동일하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한 달에 1만7800원 정도로 동일하다. 신 원장은 “본인 부담금이 동일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비싸고 여러 기능이 있는 고사양 기계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양압기를 처방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가 가장 좋은 기계를 쓰는 것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기 때문에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을철이 다가왔다. 날씨가 건조하면 피부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려움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최근 가려움증을 주제로 책을 출간한 의대 교수가 있다. ‘가려워서 미치겠어요’를 출간한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30년 동안 피부 질환과 피부 노화 분야의 연구를 하면서 특히 가려움증, 노인성 피부 질환, 류머티스 피부 질환, 수포성 피부 질환 등을 진료하고 있다. 정 교수는 “가려움증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며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가려워서 미치겠어요’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짧은 진료 시간에 가려움증의 원인이 뭔지,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 책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를 만나 가려움증의 원인과 해결책, 그리고 평생 챙겨야 할 예방수칙 등을 자세히 알아봤다.○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는 가려움증가려움증은 피부 속에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이 신경을 자극하면서 생긴다. 대표적인 가려움증 유발 물질은 ‘히스타민’, ‘IL-31’, ‘TSLP’ 등이다. 이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건조한 피부다. 건조하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각질층(피부장벽)이 무너지면서, 그 틈새로 외부에서 자극 물질이 쉽게 침투한다. 그 결과 피부에 염증을 유발하고 피부가 가려워진다. 또 복용 중인 혈압약, 심장약, 당뇨병약 등 약물 부작용으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매일 복용하는 비타민 같은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도 가려움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몸에 들어온 성분이 면역 반응이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그런 식품의 복용을 당분간 중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외에 음식이나 피부 질환이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간 질환, 신장 질환, 갑상샘(갑상선) 질환, 당뇨병 등 내과적인 질환이 있을 때도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생각도 못 했던 의외의 질환, 즉 정서 불안, 심리 불안,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도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 “가려움증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려움증 생기면 일단 꾹 참아볼 것 가려움증이 생겼을 때는 처음 1∼2분 동안 긁지 않고 참는 게 좋다. 피부가 가려운 느낌이 생기는 이유는 그 부위에 존재하는 감각신경이 활성화되어 가려움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가려움증 자극이 한 번 올 때 피부에 있는 감각신경 말단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은 길어야 1∼2분 정도만 유지되고 곧 없어진다”며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처음 가려울 때 꾹 참으면 더 이상 가렵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려울 때 얼음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도 염증을 줄이기 때문에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그는 “가려움증을 괴로운 느낌으로 생각하지 말고 잠시 생각을 바꿔 보라”며 “사랑하는 사람이 살짝살짝 간지럽히는, 사랑스럽게 만져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그 느낌을 즐겨 보는 생각을 가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려움증 예방, 이것만은 꼭가려움증 예방을 위해 생활 속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무엇보다 몸을 씻을 때 고형비누 대신 약산성 클렌저를 사용하는 게 가려움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피부의 정상적인 산도는 약산성이기 때문에 알칼리 성분을 사용하면 피부장벽이 무너질 수 있다. 샤워는 가능하면 아주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비누와의 접촉 시간과 피부장벽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습제는 하루에 2회 이상 바르고 콜레스테롤, 세라마이드, 지방산 등의 지질과 당 성분이 포함된 보습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실내 습도는 50% 이상을 유지한다. 실내 온도는 20∼22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명상, 사색, 긍정적 생각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도 가려움증 유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가려움증 악화 요인이 되는 내과적인 질환이나 피부 질환을 전문의에게 치료받고 가려움증 예방을 위한 실천을 꾸준히 하면 가려움증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출퇴근 혹은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중 하나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 공해도 없으면서 특별히 큰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운동이다. 요즘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나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늘면서 자전거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고유가 시대 속 대체 교통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출퇴근하는 정선화 두번째봄 산부인과 원장은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에 운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덩달아 체중도 증가해 건강을 해치게 됐다”며 자전거를 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전거로 땀을 흘리면서 즐겁게 운동하고, 스트레스도 관리할 수 있어 환자 진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전거 타기, 하체 근력 발달에 큰 도움자전거를 타면 산소의 소비량이 많아져 순환기 계통의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체중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맥박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에 알맞게 운동의 힘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자전거 운동은 근력, 특히 ‘하체’ 근력을 발달시킨다.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돌리는 하체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되기 때문에 근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증가해 근육이 굵어진다. 이 때문에 글리코겐 등 많은 에너지원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자전거는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운동으로 적합하다. 자전거 운동은 먼저 체중이 하체를 압박하지 않으므로 하체 관절에 이상이 있는 환자, 골다공증 환자, 여성 및 노약자들에게 좋다. 또 비만 환자는 운동 시 50% 수준의 운동 강도로 1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이 필요한데, 달리기나 걷기 운동은 과체중 때문에 하체 관절에 무리를 준다. 반면 자전거 운동은 그런 위험이 없어 비만 치료 운동으로도 적합하다. 임종엽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자전거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탄다면 근력 유지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바른 자세 유지가 필수어떤 운동이든지 자세가 중요하다. 먼저 자신의 엉덩이를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안장을 선택해야 한다. 즉, 좌골(앉았을 때 안장에 닿는 부분) 너비보다 안장의 너비가 작지 않은 것을 고른다. 만약 자전거를 타다 엉덩이 통증을 겪는다면 안장 때문일 확률이 높다. 안장의 크기가 적합한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또 자전거 타다가 생기는 엉덩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선 페달을 밟으면서 수시로 엉덩이를 들거나 움직여준다. 안장의 높이는 앉았을 때 편안한 자세가 되도록 키에 맞춘다. 페달이 가장 아래쪽에 있을 때 무릎 굴곡이 25∼30도가 되는지를 확인한다. 안장이 높으면 무릎 뒤쪽의 통증이나 아킬레스 힘줄 통증이 올 수 있다. 안장이 낮으면 무릎 앞쪽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상체는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가슴을 30도가량 앞으로 숙여준다. 어깨에 힘을 뺀 채 핸들을 가볍게 잡고, 팔은 약간 구부려 충격을 흡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잡는 손에 마비나 저림 증상이 간혹 나타날 수 있다. 임 교수는 “이런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인 데다 자전거 타기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손의 위치를 자주 바꿔주면 예방할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이 평소에도 나타나는 경우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타려면 ‘이것’ 유념해야자전거 타기는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근육이 많이 움직이는 만큼 출발 전 준비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준비 운동을 하면 근육 속의 글리코겐이 먼저 소진되어 자전거를 탈 때 지방이 더 빨리 소모되는 장점도 있다. 가벼운 맨손 체조나 윗몸일으키기, 반듯하게 누워 두 다리를 모으고 쭉 편 상태에서 바닥으로부터 15cm 들어 올리고 위아래로 들었다 내리는 동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서 양손에 덤벨을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등이 효과적이다. 자전거 운동과 전립샘(전립선) 건강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1시간 이내로 가볍게 라이딩을 즐기는 것은 전립샘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좁고 딱딱한 안장에 앉은 채 오래도록 폐달을 밟다 보면 전립샘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때 배뇨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유대선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게 푹신한 안장이나 안장 가운데가 움푹 파여 전립샘을 보호할 수 있는 인체공학 안장을 고르고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환자가 여러 병원을 오가며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진료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의료쇼핑’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이용자의 의료쇼핑에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더해지면서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은 물론 민간보험의 손해율까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상샘(갑상선) 결절 고주파 절제술, 도수치료, 다초점 렌즈 백내장 수술, 비타민·영양주사, 자궁근종 하이푸 시술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도한 이용이 의료쇼핑 문제로 꼽히고 있다. 급증하는 갑상샘(갑상선) 결절 고주파 절제술… ‘제2의 백내장’ 되나 의료쇼핑의 주요 항목으로 지적받는 갑상샘 결절 고주파 절제술은 갑상샘에 생기는 혹 또는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치료법이다. 갑상선 결절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가장 흔한 내분비질환의 일종이다. 암이 아닌 갑상샘 결절은 양성 결절로 확인되면 그냥 두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대부분 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견될 때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는 “최근 갑상샘 결절 진단이 늘어난 것은 검사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면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살 수 있으며, (양성 결절은) 발견돼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갑상샘 결절에 대한 치료 지침은 결절의 크기가 커져 미용상 이유가 발생하거나 압박감이나 이물감 등이 생길 때다. 하지만 일부에서 과도하게 갑상샘 결절 고주파 절제술을 시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일정한 주파수로 진동하는 교류 전류를 이용해 결절을 괴사시키는 고주파 절제술은 한 번의 시술로 결절이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번 반복해서 치료해야 하며 결절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갑상샘 결절은 치료보다 전문가와 적절한 진단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결절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예외적으로 치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적정한 치료 시기 역시 진단이 되고 난 후 증상이나 병의 위험성을 잘 평가해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수치료 및 피로 해소·미용 목적 비급여 주사제, 부작용 제대로 알아야 의료쇼핑의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도수치료’는 신체 불균형이나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 개선을 위해 치료사가 통증 부위를 손으로 진단해 척추와 관절 등 몸의 균형을 맞춰 통증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수술에 비해 환자의 위험 부담이 적고, 전 연령대에서 적용 가능한 치료다. 그래서 근골격계 통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도수치료 비용이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인 데다, 수백 회를 받더라도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 개선이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의료기관 간 도수치료 진료비용은 상급종합병원과 의원 사이에 약 3.5배나 차이가 났다. 여기에 골다공증 등 뼈가 골절되기 쉬운 사람이나 염증, 피부손상, 대상포진 등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도수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치료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도수치료를 받으려면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마사지 개념으로 자주 받을 경우 디스크가 파열되거나 통증이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피로 해소, 미용 목적의 비급여 주사제도 주요 의료쇼핑 항목이다. 지난해 말 국내 비급여 주사제 처방 규모는 2000억 원으로, 2017년(1000억 원)의 2배로 증가했다. 피로 해소, 영양 공급, 노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와 비타민주사 등의 경우 원칙적으로 식약처 허가 사항에 따라 ‘치료받은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관련 규정도 바뀌었다. 정부가 피로 해소, 미용 목적의 비급여 주사제에 대한 보험금 지급 규정을 강화한 것은 실손의료보험 처리가 가능해 일부 병의원에서 주사제 가격을 부풀리거나 동일 진료, 동일 항목임에도 의료기관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반복돼서다. 허가 사항 외 항노화, 피로 해소 등 과장된 효능으로 신데렐라주사, 물광주사, 샤넬주사 등 성분을 이해하기 어려운 명칭을 써 불분명하게 처방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보건당국에 보고된 미용주사 부작용 이상 사례는 1378건에 달한다. 이 중 116건은 패혈증 쇼크 등 중대한 건강 이상을 일으켰다. 다초점 렌즈 백내장 수술, 노안 교정용으로 40, 50대도 불필요한 수술 받아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인 백내장은 눈 속 투명한 수정체가 단백질 구조 변화로 뿌옇게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사물이 흐려 보이고 시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백내장은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면 수술보다 비수술적 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백내장 수술이 과도하게 이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안과에서 의사 1명이 1개월간 수백 회의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안과의사가 백내장 수술을 한 환자들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백내장 수술 시 삽입되는 인공수정체 중 단초점 렌즈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에 수술비가 저렴하다. 그러나 근거리와 원거리 초점을 다 맞추는 다초점 렌즈의 경우 비급여 항목으로, 의료기관별 진료비용이 최대 60배가량 차이 난다. 전문의들은 다초점 렌즈의 경우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빛 번짐이나 눈부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망막 질환이 있거나 망막 질환 고위험군이라면 향후 수술을 받을 수 있으므로 다초점 렌즈 삽입 수술에 신중해야 한다. 소수의 과도한 의료이용, 건보 재정 부담으로 작용 의료쇼핑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이유는 과도한 의료이용이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0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이용자의 과도한 의료이용 행태 때문에 의료를 전혀 이용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의료이용을 하는 대다수 가입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실손의료보험으로 입원을 청구한 환자의 상위 10%는 연평균 전체 지급 보험금의 48.5%를 수령하고 있다. 또 상위 10명의 평균 외래 진료 횟수는 2041회, 1년간 방문 의료기관 수는 23.5개 달했다. 감사원 역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고령화 및 급여항목 확대 등에 따라 2010년 34조 원이던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2020년 73조700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건강보험 지출 추이가 지속되면 2026년에는 건강보험료율이 법적 상한인 8%에 도달하고, 2029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누적적자도 2040년 678조 원, 2060년 57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비급여 풍선효과가 작용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엔 뇌중풍(뇌졸중), 척수 손상, 파킨슨병 등으로 보행 장애가 온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걷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행재활 로봇인 ‘모닝워크’를 체험해 봤다. 보행재활 로봇은 반복적 기계학습을 통해 뇌신경망의 재생 및 근육 재건, 관절 운동 기능 회복 등을 도와준다. 이를 통해 보행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큰 화면을 보면서 산을 오르고 계단을 오르는 등 가상현실(VR) 체험도 할 수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재활의학과 김돈규, 이유경 교수를 만나 보행재활 로봇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보행재활 로봇은 어떤 것인가. “보행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재활을 도와주는 로봇이다. 주로 뇌중풍, 척수 손상, 파킨슨병, 뇌성마비 환자들이 치료 대상이다.”(김 교수) ―보행재활 로봇을 사용하는 이유는…. “보행재활 로봇은 환자 상태에 따라 체중을 지탱하고, 마비된 근육 기능을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다. 특히 발병 초기에 무리 없이 보행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정확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김 교수) ―사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올 2월부터 편마비, 하지마비, 뇌성마비 등 초기 보행 장애가 있는 환자에 한해서 건강보험 선별급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아쉽게도 모든 로봇에 선별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닝워크라는 보행재활 로봇은 선별급여 적용 대상으로, 환자 본인 부담이 50% 정도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여러 가지 임상연구를 통해 보행 훈련의 효과 및 안정성이 검증된 재활 로봇이다.”(김 교수) ―모닝워크 보행재활 로봇의 장점은 무엇인가. “모닝워크는 중증 환자 탑승모드가 있는 발판구동형 보행재활 로봇이다. 걷기 힘든 환자도 휠체어에서 간편하게 탑승할 수 있다. 준비 시간도 짧아서 보통 30분으로 정해져 있는 훈련 시간 내에 환자가 최대한 집중할 수 있다. 발판을 움직여 환자들이 걷게 하기 때문에 관절을 움직이는 장치가 있는 로봇에 비해 환자 스스로 관절을 움직이는 자율성이 더 높은 편이다. 관절 부담도 적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도 좋아한다.”(이 교수) ―이 로봇에는 어떤 기능이 있나. “발판에 환자가 정상적으로 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센서가 있다. 이를 화면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환자가 발판을 어느 정도 누르면서 걷는지도 알 수 있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즉 환자가 능동적으로 체중을 실어서 보행을 하는지 아니면 로봇이 움직이는 대로 힘없이 보행을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환자가 능동적으로 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속도가변 모드가 있어서 환자의 보행 능력에 맞게 보행 속도를 자동적으로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할 수 있다. 계단 오르기나 경사 오르내리기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하지 근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이 교수)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국내에는 아직도 후진국에서 많이 생기는 암이 있다. 바로 ‘직업성’ 암이다. 직업성 암은 직업적 발암요인에 노출돼 발생하는 암이다. 따라서 사전에 발암요인 노출을 최소화하면 직업성 암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직업성 암으로 폐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등이 있다. 특히 폐암의 경우 조리업을 하는 곳에서 연관성이 많아 대표적인 직업성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직업성 암이 왜 후진국 암이 된 것일까? 우리나라 직업성 암 사망률은 전체 암 사망의 약 2∼5%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 중 4%는 직업성 암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20세 이상 집단에서 발생한 암 대비 직업성 암 인정 비율은 2019년 기준 전체 암 환자의 0.09%(233명)에 불과하다. 암 관련 국가 통계를 비롯해 다양한 암 치료 성적, 암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 등을 살펴보면 한국은 선진국에 가깝다. 그런데 직업성 암은 왜 이리 인정 비율이 낮은 것일까? 이는 직업성 암을 인지하는 환자가 거의 없고, 의사들조차도 직업성 암과 관련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얼마 전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제75회 암정복포럼에서 국내 직업성 암 연구 현황과 발전 방향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이경은 선임연구원은 “직업성 암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급성 질환은 현재의 직업 환경에서 요인을 찾고 산재 신청을 하는 과정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암의 경우 노출과 발병 시점 사이 기간이 길고 과거 직업적 노출 요인을 찾기 힘들다. 가령 한 직장인이 A회사에서 폐암의 발암요인에 노출됐지만 나중에 B회사로 옮겨 폐암이 발생했을 경우 원인은 A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B회사에선 폐암의 원인을 찾기 힘들다. 이 외에도 직장인이 취급한 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근로자 스스로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도 직업성 암으로 판정받기 위한 환자 중심 시스템이 잘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즉, 직업성 암을 인정받으려면 환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하고, 환자가 직업과 암의 연관성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 기간도 만만치 않게 많이 걸린다. 암 환자들이 직업성 암 판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많아 이 분야에서 환자 중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직업과 암의 연관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조리업 종사자는 어떤 암에 잘 걸리고, 도장작업을 하면 어떤 암에 잘 걸리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국민, 의사들에게 알려 나가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직업성 암을 대하는 노동당국의 시스템을 보면 후진국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의사의 역할이 크다. 단순히 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의사들은 대개 환자의 직업을 묻지 않는다. 진료 차트에 환자의 직업 환경을 체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환자나 의사가 암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직업성 암의 인정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능동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용보험과 암 등록 자료, 통계청 원인별 사망자료를 통합해 사업장 기반의 24개 암 감시 데이터를 만들어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누적 암 발생 건수를 집계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조사의 경우도 직업 환경이 안 좋은 사업장일수록 비협조적일 확률이 큰 데다 역학조사에 대한 협조 또한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띠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회사의 기술 유출을 막는 산업기술보호법이 지난해 강화되면서 내부를 조사하기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일터와 암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일이 더욱 어렵게 됐다. 산업기술보호법을 근로자 입장에서 재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희망은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질병과 직업 사이의 관련성을 평가한 후 필요하면 산재까지 연계하는 ‘직업병안심센터’를 한양대병원 서울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6개 지역에 올해 내로 설치하기 때문이다. 직업병안심센터가 직업병을 잘 알리고 국민과 의사의 소통을 활성화해서 더 이상 암의 직업 관련성을 몰라 그냥 묻히는 일은 없기를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난소암은 높은 사망률로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방송인 홍진경 씨가 최근 방송에서 난소암 투병 당시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었죠. 동아일보가 전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헬스동아’는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서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추천받았는데요. 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명의가 추천하는 난소암 명의’, 임명철 국립암센터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임 교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난소암이 조기발견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난소암은 항암제만 잘 써도 90%가 암수치가 정상화된다”라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임 교수가 말하는 난소암 치료 이야기,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기자 hongeunsim@donga.com}

난소암은 높은 사망률로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방송인 홍진경 씨가 최근 방송에서 난소암 투병 당시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었죠. 동아일보가 전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헬스동아’는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서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추천받았는데요. 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명의가 추천하는 난소암 명의’, 임명철 국립암센터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임 교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난소암이 조기발견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난소암은 항암제만 잘 써도 90%가 암수치가 정상화된다”라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임 교수가 말하는 난소암 치료 이야기,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환경적, 지리적 상황에 따라 발달해온 고유의 발효식품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민족에 따라 발달해온 발효식품 유형은 다르다. 서양은 주로 우유, 우리나라는 채소나 콩을 활용한 식품이 많다. 발효 방식과 재료가 모두 천차만별인 만큼 균종 분포 등의 특징도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치즈는 원유에 유산균을 접종하는 방식으로 발효해 균종 분포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종류도 한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균, 효모, 곰팡이 등 다양한 미생물이 종합적으로 관여하는 복합 발효를 통한 발효음식이 발달해 다양한 유산균을 섭취하는 데 효과적이다.한국의 토양과 기후… 식품 저장성 높이기 위한 전통 발효식품 성장 토대 우리나라에서 김치, 장, 젓갈 등의 독창적인 발효식품이 발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고유의 ‘토양’과 ‘기후’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구성돼 목축업이 발달하기 어려웠다. 채식 위주의 식문화가 발달한 이유다. 또한 사계절이 분명한 기후적 특성으로 연중 안정적인 식량 조달을 위해서는 곰팡이 등의 미생물에 의한 식품 부패를 방지하고 저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 선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패의 원인인 미생물을 역으로 이용했다. 대표적인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먼저 배추 등의 재료를 소금에 절여야 한다. 이 과정은 채소 속 수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식중독 유발균 등의 유해 미생물이 배출된다. 유해 미생물을 제거한 뒤 각종 젓갈 등으로 우리 인체에 유익한 발효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유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분비돼 더욱 안전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한국 고유의 기후와 토양에서 기인한 발효식품은 우리 식문화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서양은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주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발효식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까지도 직간접적으로 발효식품을 이용하지 않은 음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한국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우수성 높아… 산업적 활용 위한 방안 모색 필요 전통 발효식품은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유산균의 산업적 활용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상화된 전통 발효식품 섭취로 생긴 한국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는 다양한 유산균이 분포돼 있다. 특히 마늘, 양파, 고추 등 매운 향신료에도 강한 생장성을 보이는 우수한 유산균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로 한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은 미국 식단에 적응하면 할수록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고, 한국인 고유의 해초 분해 미생물도 사라진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산 유산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수입 종균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산 유산균을 사용하더라도 수입 균주에 소량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유산균의 우수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과 연구개발 역량 등의 문제로 제품화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으로는 쎌바이오텍이 있다. ‘100% 한국산 프리미엄 유산균, 듀오락’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쎌바이오텍은 지난 27년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다양한 향신료 및 발효식품을 즐기는 한국인의 장 특수성에 집중해 27년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고집해왔다”며 “균주 개발부터 완제품 제조에 이르는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춘 국내 대표회사로서, 덴마크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유산균 종주국에서도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미국의 듀폰 다니스코,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 캐나다의 로셀 등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한국산 유산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8년 연속 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기업으로 우뚝 선 배경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오사카생물협약을 통해 미생물 등의 생물자원을 최초 발견한 사람이 이용 권리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산균 등의 유용 미생물 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음식과 이를 통해 형성된 우수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한국 고유의 기후, 토양이 빚어낸 전통 발효식품에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우리가 가진 식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유산균의 가치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동아일보가 창간 102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 건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건강 플랫폼 ‘헬스동아’가 동아닷컴(www.donga.com)에 문을 연 데 맞춰 ‘명의가 추천한 명의 여성 암’ 기획을 준비했다. 부인암 마지막은 난소암이다.》 명의들은 자신이 암에 걸리면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이들이 추천한 명의는 총 186명. 이들 중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3)와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가 공동 1위를 했다. 이번에는 장 교수를 찾아 난소암의 발병 원인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장 교수는 부인암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난소암 치료, 특히 초근치수술의 권위자다. 근치수술은 질환을 완전히 고치는 것을 기대해서 행하는 수술의 총칭이다. 예를 들어 암의 근치수술이라고 하면 전이가 예상되는 주위의 림프절 등을 포함해서 가능한 한 암세포를 완전히 절제하려고 시도한다. 장 교수에게 수술 받은 3기 말∼4기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50% 이상, 10년 장기 생존율은 23%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내고 있다. ―난소암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소암 발병 원인으로 배란이 있다. 생리를 하는 여성에서 배란은 정상적인 활동이다. 난소의 표면이 찢어지면서 난자가 나오고 다음번 배란이 될 때까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배란이론’은 난자가 난소를 뚫고 나오면서 생긴 상처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소암 예방법 중에 피임약을 복용해 배란을 억제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임신을 하는 것도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가. “임신도 난소암 예방의 중요한 방법이다. 또 난소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는 염증이 있는데 자궁내막증은 골반 내 염증을 동반한다.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난소암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난소암이 발생할 수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전적 요인이다. 앤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엄마가 난소암, 이모가 유방암, 외할머니가 난소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다. 그래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브라카 유전자 1번의 변이를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유방 절제 수술과 난소 나팔관 절제 수술을 했다. 이런 유전적인 요인도 난소암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난소암은 주로 50∼70세에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30대 젊은 환자들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와 달리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또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폐경 연령이 늦어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초경이 빠르면 그만큼 배란을 일찍 경험하게 된다. 폐경도 늦어지면 그만큼 배란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난소암 발병 위험이 조금 높아질 수 있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재발이나 전이가 비교적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난소는 복부에 노출돼 있는 장기다. 난소암이 발생하면 종양도 난소와 같이 배 안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복부 내부에 떨어진다. 이렇게 떨어진 암세포는 복수에 실려 배 안을 순환하면서 장기 이곳저곳에 붙어서 자란다. 난소에 있는 암세포는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떨어질 수 있어 난소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전이가 심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또한 초기 난소암 환자는 배가 나온다거나 소화 불량 등의 증상으로 동네 병원, 내과 등을 전전하다가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 3, 4기 때 많이 진단이 되는데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다른 암들에 비해서 위험한 암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난소암 치료에서 수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 종양감축수술’은 통상 종양을 남김없이 최대한 깨끗하게 떼어내는 것을 말한다. 전이가 있는 조직은 모두 제거한다. 난소암의 경우 자궁·난소·나팔관 외에 복막 전이가 있으면 복막을 절제하는 복막절제수술을 한다. 전이가 있는 장은 자르고 이어 붙이는 장 수술도 한다. 이런 수술 방법을 ‘초근치수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수술에서도 보이지 않는 암이 남아있을 수 있다. 추가로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다. 이런 치료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난소암 치료에서 온열항암요법(하이펙 요법)으로 치료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일부 항암제는 열을 가했을 때 효과가 더 커진다. 항암제에 뜨거운 물을 섞으면 열이 우선적으로 암을 사멸시키고 이후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이다. 항암제를 섞은 뜨거운 물을 펌프를 이용해서 배 안에 넣고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우리가 끝까지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는 희망이다. 의학의 발전이 빠르다. 매우 좋은 약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다. 난소암도 마찬가지다. 좋은 약제들이 개발되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 그러한 약들의 혜택을 분명히 받을 수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석준 교수가 알려주는 ‘난소암 오해와 진실’―질염 같은 여성 질환이 난소암을 일으킨다.(×)질염은 난소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 중에 자궁내막증, 일부 골반염이 난소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뱃살이 나오면 난소암일 수 있다.(○)난소암이 진행되면 복수가 차거나 종양이 커지면서 뱃살이 나올 수 있다. 배를 만졌을 때 단단하게 만져지거나 팽팽한 느낌이 드는데 안에서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면 복수가 찼을 수 있다. ―생리통이 심하면 난소암일 수 있다.(○)생리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 중에 특히 자궁내막증은 난소암의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난소혹이 난소암이 될 수 있다.(△)대부분의 난소혹은 양성이다. 자궁내막종 같은 아주 일부 혹이 난소암이 될 수는 있다.―유방암 발병 병력이 있으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유방암이 있다고 해서 모두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주의하는 것이 좋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8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 있는 중앙대광명병원. 시원하게 뚫려 있는 로비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방역로봇이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마와 자외선 파장(UVC) 살균으로 바닥 표면은 물론이고 공기 중 세균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없어도 스스로 외래공간과 대기공간 등 병원 곳곳을 24시간 내내 방역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광명병원은 지하 8층부터 지상 14층까지 약 700병상을 갖춘 복합의료시설이다. KTX 광명역과 가까워 전국의 환자가 올 수 있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최근 하루 외래 환자 수가 1300명을 넘어섰다. 중앙대광명병원은 총 30개 진료과와 더불어 △암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척추센터 △관절센터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소화기센터 등 6개 중증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특화 중증 전문 진료서비스를 열었다. 특히 암이 의심될 경우에는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입원과 수술로 이어지는 과정을 단 1주일 안팎에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또 질환에 따라 여러 진료과가 협업하는 환자 맞춤형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윈 병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이다. 이는 디지털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와 ‘병원(hospital)’을 합친 신조어다. 최근 떠오르는 AI와 빅데이터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병원을 만드는 게 목표다. 중앙대광명병원 김찬웅 의료정보실장은 “기존에 제페토, 로블록스 등 외부 플랫폼을 이용해 메타버스를 구현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의료인공지능 플랫폼 전문기업인 ‘딥노이드’와 협력해 자체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환자들이 ‘메타버스피탈’을 통해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 절차와 상담 등 다양한 의료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광명병원의 모든 중환자실은 1인실로 설계됐다. 일반실은 4인실로 구성됐다. 진료실을 가변적으로 운영하는 ‘유니버설’ 외래를 도입해 진료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을 분리해 감염 위험을 예방하고 혼잡도를 줄였다. 또한 국내 병원건물 중 최초로 병동 전체 양 측면에 피난 발코니 시스템을 설치해 유사시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들의 대피를 돕는다. 또 국내 최고수준의 의료진도 확보했다. 암병원장에는 유방·갑상선암 권위자인 김이수 교수, 심장뇌혈관병원장에는 해당분야 명의로 손꼽히는 김상욱 교수가 포진했다. 척추센터장 박승원 교수, 관절센터장 박용범 교수, 소화기센터장 박태영 교수, 호흡기알레르기센터장 최재철 교수도 합류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초빙할 예정이다. 중앙대광명병원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돼 임상시험센터도 운영한다. 이는 국내 최초의 혁신적 스마트 임상시험센터다. 유광호 임상시험센터장은 “스마트임상시험센터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용 플랫폼을 함께 구축해 1개 병동, 66개 침상, 월 6건의 신규 과제 연구가 가능하다”며 “기존 임상시험센터의 문제였던 종이기반 업무를 탈피해 ‘휴먼에러’ 발생을 최소화하고 KTX광명역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전국 단위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특별한 증상도 없었는데 3기, 4기?”…의사들이 꼽은 난소암 명의, 아주대 장석준 교수가 말하는 ‘소리 없는 공포’ 난소암 수술과 치료 난소암은 높은 사망률로 여성들을 위협하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동아일보가 전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헬스동아’는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서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추천받았는데요. 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난소암 명의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장석준 교수는 난소암, 특히 초근치수술의 권위자입니다. 장 교수에게 수술 받은 3기말∼4기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50% 이상, 10년 장기 생존율은 23%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장석준 교수가 말하는 난소암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 2명이 코로나에 걸렸어요. 그냥 음압병실이 아닌 1인실에 입원을 시켰는데 정부 지침이 없다 보니 참 난감하네요.”(중소병원 원장), “4차 백신을 맞아야 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백신이 곧 나온다는데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네요.”(기자의 지인인 의사) 요즘 의료계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받는 질문들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BA.5와 BA.2.75(켄타우로스)가 점차 확산되면서 불안해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최근 병원은 병원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각자 알아서 자율적으로 방역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이 많다. 요즘엔 병원 입구에서 예전처럼 발열검사를 통해 고열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등을 수집해 동선을 추적하지도 않는다. 집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왔지만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추가로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지 않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병원 검사료 때문에 검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감염자가 아니지만 이런 경우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계속 뚫리는 것이다. 당국의 대응도 미흡하다. 코로나19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임시선별검사소를 이달 말까지 7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28일 오후 2시 기준으로 14곳뿐이다. 또 검사와 진료, 처방이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의료기관’도 이달 말까지 1만 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진척이 더디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중증 및 준중증 병상 수를 문제없이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중증, 준중증 병상을 확보하라는 통보를 받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병상만 확보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에 따른 의료 인력과 의료기기 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나 보상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4차 백신의 경우는 어떤가?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모더나와 화이자, 노바백스 등의 백신은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에 기초해서 만든 백신이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백신을 맞으면 안 맞는 것에 비해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면역학자들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2년 전에 나온 똑같은 백신을 4번 이상 맞을 경우 우리 몸에 면역학적인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면역학의 대가인 박성회 전 서울대 의대 병리학과 석좌교수는 “같은 백신을 4번 이상 맞을 경우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우리 면역세포에서 거꾸로 자라는 항체의존성 바이러스 증식효과(ADE)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같은 백신으로 인해 면역세포가 탈진 상태가 되면서 더 이상 항체를 만들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면역회피(바이러스가 기존에 생긴 항체를 피하는 것)도 더 잘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자율방역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한덕수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재유행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경제와 일상의 멈춤이 아니라 자율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도 브리핑에서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 정부가 모임 인원이나 시간을 제한하는 것보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율방역만 강조하는 사이 위중증 환자들은 급격히 늘고 있다. 왜 자율방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비과학적인 방역 혼란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평소 강조한 ‘과학방역’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판이다. ‘너무 나간 자율방역’보다는 정부의 지침이 어느 정도 반영된 ‘적당한 자율방역’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해당 장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다만 증상 호전에 도움을 주는 치료는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사람의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는 말(馬)을 매개로 한 치료, 즉 ‘호스 세러피(Horse Therapy)’다. 국내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은 치료이지만 미국과 서유럽 등에선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호스세러피를 연구하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박숙경 교수(CO융합심리치유연구소장)를 만나 말을 이용한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박 교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 조사, 도가니대책위원회 간사 등의 활동을 한 장애인 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호스 세러피가 무엇인가. “말을 이용한 치료다. 말은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살아온 친숙한 동물이다. 말은 사람을 자기 등에 태운 뒤 끊임없이 교감을 하는 동물이다. 말의 움직임과 사람의 움직임이 일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감각, 운동신경 등을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이런 효과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호스 세러피의 역사가 오래됐을 것 같은데…. “그렇다. 이미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말을 이용한 움직임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문헌을 남겼다. 그러나 치료 방법이 정립된 것은 근대 이후다.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다친 사람들을 말에 태우면서 정신적, 육체적 치료의 보조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어떤 질환에 도움이 되나. “가장 전통적인 것이 말의 움직임을 이용한 물리치료다. 잘 걷지 못하거나 신경질환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 게 어려울 때 도움이 된다. 말이 걷는 방식은 인간의 걸음걸이와 동일하다. 그 때문에 말을 타면 사람들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말을 이용한 심리치료도 있다던데…. “마음의 병도 감기처럼 누구나 앓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말을 이용한 심리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다. 말은 움직임을 통해 심리치료를 한다. 이 때문에 언어를 통한 치료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욱 도움이 된다. 특히 언어장애 또는 감각통합 문제로 말을 하기 어려운 자폐 스펙트럼, 인지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한국에서 세계재활승마대회(HETI)가 열렸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다. 여기서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한 말 매개 심리운동 치료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명의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12주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KTK’란 움직임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신체협응능력 변화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모두 효과가 있었다. 이후 후속 연구로 32명의 발달장애 아이를 대상으로 신체, 감각, 의사소통, 사회성, 정서 등 5개 영역의 변화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5개 영역 모두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어떤 원리로 치료가 되는 것인지. “자폐 아동들이 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대개 감각 통합의 어려움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몸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즉, 아이가 감각을 지각하고, 지각된 신호가 뇌로 전달돼 움직임을 하는 부분에 어려움을 가진다. 말 매개 치료를 하면 지속적으로 아동이 움직임을 통해 말과 소통하고 교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쉬워진다. 말은 굉장히 배려심이 많은 동물이다. 아이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교감을 한다. 말을 움직이려면 아이 역시 함께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줘야 한다. 아이 몸의 모든 감각이 자연스럽게 동원되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나. “말 매개 치료 과정에서 말(言)을 하지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가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전혀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지 못하던 아이가 말 매개 심리치료를 통해 글을 쓰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옮겨 교육받게 된 사례도 있다. 놀라운 것은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았던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부 말씀이 있다면…. “국내에서 말을 매개로 한 심리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1990년대부터 활성화됐다. 최근 ‘심리방역’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심한 우울감, 트라우마, 발달장애, 공격행동 등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야외에서 놀면서 말과 교감하며 움직임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