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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차전에선 우리가 이겼었는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미주 한인들이 맞붙은 이번 2차전에선 우리가 일단 졌다. 자존심이 심각하게 상했다. 풀뿌리에서부터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존 베이너 미국 연방 하원의장(공화·오하이오)이 아베 총리에게 다음 달 상하원 합동연설 초청장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온 20일, 이를 저지하려는 미주 한인 운동을 주도해 온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7년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본 아베 총리는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코리안 아메리칸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 그래서 졌다’라고 말했다”며 비감한 듯 한탄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교민사회에는 의원들을 찾아가고 팩스를 보내며 아베 총리의 연설을 막는 데 안간힘을 썼던 데 대한 패배감이 상당하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왜곡에 나서는 아베 총리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광경을 지켜봐야 하다니…. 그것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0년 만에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말이다.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치자. 한국은 이미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등 6명의 최고 지도자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섰지만 일본은 이제 겨우 첫 티켓을 받아 든 것이 아닌가.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더 큰 문제는 미국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아시아 과거사 갈등 피로감’이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한일 양국 간의 ‘워싱턴 외교전’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왔지만 좀 경박스럽게 말해 이제 ‘약발’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18일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시민참여센터와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가 연 아베 총리 연설 저지 교민단체 집회에는 그 많던 지한파 의원들 가운데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의 얼굴만 보였다. 12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세미나에는 일본인 여성 운동가가 일본군 위안소의 추악한 실태를 고발했지만 청중 가운데 미국인은 많지 않았다. 물론 미국인들이 피해국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갈등 자체보다는 ‘갈등 해결’에 더 관심이 많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18일 우드로윌슨센터가 ‘논쟁적인 기억과 화해의 걸림돌’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는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등 4개국 관계자 60여 명이 몰려 6층 회의실이 비좁을 정도였다. 발표자인 4개국 교수들은 ‘해결의 걸림돌이 무엇이냐’ ‘일본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 ‘자국 국민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놓고 두 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획기적인 해법은 없었지만 가해자, 피해자, 중재자가 한자리에 마주 앉아 지혜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서울에서 3년 만에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큰 돌파구는 없었지만 지역 내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속전속결로 이길 수 없다면 지구전(持久戰)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본과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설득하고 대외적 명분과 지지를 얻어 나가는 지루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진 것이 아니라 새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 하원에서 발의된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HR1019)’이라고 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전문직 인력에게 현재의 취업 비자(H-1B)와 유사한 ‘E-4’ 비자를 연간 1만5000개나 내준다고 적혀 있어요. 변호사나 의사 등과 달리 미국에서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 없는 엔지니어와 정보기술(IT) 프로그래머 등 주로 이공계 기술직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1년에 1만5000명까지 미국에 들어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아예 법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직 인력의 신청을 받아서 추첨으로 8만5000개의 H-1B 취업 비자를 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가운데 약 3000개를 따오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4년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연간 무제한으로 전문직 비자를 받고 있습니다. 2003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싱가포르와 칠레는 8만5000개 가운데 각각 5400개와 1400개를 우선 배정받습니다. 호주는 2005년 이후 H-1B 비자와는 별도로 E-3라는 비자를 연간 1만500개씩 받고 있습니다.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한국에도 호주와 비슷한 특혜를 주자는 취지로 저를 발의해 주셨습니다. 발의에 나선 분은 미국 연방 의회 내 한국 관련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피터 로스컴 하원의원(공화·일리노이)입니다. 저를 탄생시키자는 법안에 공동으로 서명하신 분은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트렌트 프랭크스(공화·애리조나),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그레이스 멍(뉴욕) 하원의원 등 평소 한국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여야 중진 의원 19명입니다. 저의 탄생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나빠져서 미국인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한국인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법안을 발의하게 됐을까요? 미국인들이 한국인에게 인심 쓰는 게 아니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 경제계와 교육계 등 전문직 관련 경영·인사 담당자들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일자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경제 회복에 꼭 필요한 전문직 인력들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더 많은 전문직 인력들이 와줘야 한다는군요. 믿기지 않으세요? 그럼 실제 목소리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요즘 미국에 있는 한국 외교관들은 저의 탄생을 위해 많은 애를 쓰시는데요, 그중 안호영 주미 대사님은 저 때문에 지난달 19일 텍사스 주 휴스턴에 가서 로버트 하비 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습니다. 하비 회장은 “미국의 업계에서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많으나 항상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안 대사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달성하고 미국의 우방인 국가 중에 고급 엔지니어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느냐.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에너지 산업의 중심인 휴스턴은 에너지와 석유화학뿐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항공우주 및 IT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셰일가스 등 미국 내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 미국은 한국에 에너지를 수출해서 좋고, 한국은 에너지원을 확보해서 좋습니다. 미국이 인프라를 확충하면 한국은 개발 장비 수출과 수송 선박 수요도 늘어나겠지요. 지난해 11월에는 당시 주미 대사관의 김기환 경제공사가 버지니아 주 혁신센터의 조지프 무디 회장을 예방하고 협조를 구했는데요, 역시 하비 회장과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유수 기업들이 우리 센터에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 내 첨단 제조업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에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가 필요하다. 양국 간 협력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 지식재산권, 영업비밀의 보호 등이 존중되는 국가여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빼면 그리 많지 않다.” 주미 대사관은 미국 내 9개 중견 기업과 3개 대학의 최고지도자 및 인력 채용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는데요, 역시 목소리는 한결같았다는군요. 가장 기대가 큰 곳은 현지 한국계 기업들입니다. 조지아 주의 기아자동차 현지법인 랜디 잭슨 인사·행정담당 수석부사장도 “한국계 직원들은 회사 성장의 핵심 역량”이라고 극찬했습니다. 한국과 무역을 하는 회사의 수요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본사가 있는 ‘브리징 컬처 월드와이드’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돈 서더턴 씨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기회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고용주들이 현지에 있는 한국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능력이 아시아 지역 확장에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네바다 주에 있는 ‘키미 캔디’의 조지프 더트라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인들은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사탕 제조 기술자 정우인 씨는 특수한 사탕 코팅법을 개발해 회사의 성공을 이끌었고 22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업은 그렇다 치고 학교들이 저를 원하는 이유는 뭘까요.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유학을 와서 졸업을 한 뒤 저를 이용해 현지에서 일자리 잡기가 쉬워지면 당연히 유학을 오겠다는 학생들도 늘기 때문이랍니다. 서부의 명문 사립대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아이버 이매뉴얼 국제사무국장은 이렇게 설명하네요.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우선 학교의 평판에 끌렸다고 본다. 전문직 비자가 확대돼 (외국 학생들이 우리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직장을 얻는다면 대학의 고등교육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최근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졸업한 뒤 영원히, 아니면 잠깐 동안이라도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해 가을 말 이 대학에는 한국 학생 764명이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전체 외국인 학생의 13.53%를 차지했습니다. 국가별로 치면 중국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 학생들의 비율은 실로 엄청납니다. 역시 일리노이 주에 있는 명문 주립대인 어바나 섐페인 일리노이대의 마틴 맥팔레인 국제학생 및 교원지원국장도 “전문직 비자 확대는 미국 고등교육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학생들이 오고 싶은 미국 대학 25위에 드는 이 대학에는 지난해 말 현재 한국 학생 1269명, 한국 교원 172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요 실은 고백할 것이 있어요. 저는 재수 법안이랍니다. 제113대 의회 당시인 2013년 4월에도 로스컴 의원님 등이 저와 똑같은 법안(HR1812)을 발의했는데요, 이후 공화당 58명, 민주당 54명 등 총 112명의 지지를 받는 초당적인 법안이었지만 지난해 말까지 하원과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상원에서도 조니 아이잭슨 의원(공화·조지아)이 유사한 법안(S2663)을 발의해서 민주 공화 양당에서 5명의 의원이 지지했지만 상원도 통과하지 못한 채 버려졌습니다. 그래서 새로 발의된 저는 내년까지 상하원을 통과해서 한미 양국에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데 그게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어서 좀 걱정입니다. 법안 통과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이민개혁법안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전문직 비자가 별도의 법안이 아니라 통합 이민개혁법안 속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상원을 통과한 통합 이민법안(S744)에는 전문직 비자 부분에 한국 쿼터 5000개가 포함됐었답니다. 하지만 이민개혁에 대한 공화 민주 양당의 견해차로 이 법안은 하원에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하원은 별도의 통합 이민법안을 만드는 데도 실패했지요. 이번 114회 의회에서도 벌써부터 이민개혁을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 다수당인 공화당이 강경 대치하고 있어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인 전문직 인력이 미국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와 정반대로 미국인 기술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뿐이라는 보수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17일 미국 상원 법사위에서는 이와 관련된 청문회가 열렸는데요, 미국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문직 비자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제기됐습니다. 특히 상원 공화당의 대표적 반(反)이민파인 제프 세션스 이민소위원회 위원장(앨라배마)은 “H-1B 비자가 남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문직 비자 제도 자체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직 비자 제도를 악용하는 악덕 기업주들도 이런 여론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 한 전력공급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금이 높은 미국인 시민권자들을 대거 해직시키고 대신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해외 전문직 인력을 채용해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전체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답니다. 서던캘리포니아 에디슨이라는 이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IT 분야에서 일해 온 미국인 직원 400여 명을 올해 3월 말까지 정리해고하고 대신 인도에서 온 H-1B 비자 소지자를 고용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4일 오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만난 정의화 국회의장은 많은 의제 중에 특히 저를 언급하면서 하원을 꼭 통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일부 미국 의원들도 “우리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한국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도 저를 응원해 주실 거죠? 파이팅.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의회가 4월 말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로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아베 총리는 방미 사흘째인 4월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상·하원 합동연설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3명의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 기회를 가졌으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없었다. 미 의회가 전례를 깨고 아베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일 밀월’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전후 70년을 맞는 미일 관계 및 올해 8월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의 내용에 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일반적 차원에서 ‘반성(remorse)’의 뜻을 전하겠지만 ‘사과(apology)’라는 표현을 쓰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반성’ 언급을 근거로 “일본이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한국도 일본과 대화하라”고 한국을 압박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18일 “아베 총리가 연설하게 된다면 1930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에 조직적으로 소녀와 여성들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를 대신해 명백하게 사과해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미일 간 TPP는 이미 깊숙이 진전이 돼 있어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 타결’을 선물로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아베 총리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는 1951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과 일본 사이에 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체결된 곳으로 일본계 주민이 많이 산다. 당초 검토했던 아베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은 미국의 반발이 예상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일본을 방문한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을 만나 그가 주도하는 빈곤국 소녀교육 사업을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오전에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도 미셸 여사를 만나 이 사업에 협조할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총리 내외뿐 아니라 이날 아키히토 일왕 내외도 왕궁에서 미셸 여사를 만나 40분간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일본 총리와 일왕 부부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를 융숭하게 대접한 것은 아베 총리의 다음 달 워싱턴 방문을 염두에 둔 의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화해할 수 있도록 고위급 특사를 동원해 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 내 차세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설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조교수(35·사진)는 16일 “미국 정부의 특사는 현직 고위급 당국자일 수도 있고 그 자리를 거쳐 간 전직 고위급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교민들이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활발히 대응하고 일본 우익 세력에 대한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미 행정부는 일본 정부가 과거 주변국들에 대한 폭력적인 행위를 명백하게 인정하도록 계속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연설이 상호 불신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 1945년 원폭 투하 지역을 방문하는 데 관심을 나타냈지만 언제 성사될지 모르겠다. 미 행정부에는 다른 더 급한 의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맨스필드재단이 차세대 한반도 전문가 육성을 위해 2013년 5월 시작한 ‘한미 넥서스 프로그램’ 제1기 스칼라로 선정돼 2년 가까이 한일 관계를 연구해 왔다. 애링턴 교수는 “과거사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양국 간 법정 소송이 표면적으로는 두 나라의 갈등을 키웠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양국의 관련 법조인과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고 화해하는 기회도 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피해자와 관련 인물들의 실제 목소리가 언론 등을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넥서스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학자이자 정책전문가의 관점에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1기 스칼라 10명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워싱턴 카네기평화재단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각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들은 이를 최종 정책보고서로 제출한 뒤 과정을 수료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은 한반도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미국 본토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몇 시간 내에 전개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전문 매체인 ‘디펜스 업데이트’는 한국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육군이 한반도 비상상황 때 전개할 본토 기반의 사드를 배정해 놓았다”고 16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의 포트블리스 육군기지에 설치된 사드는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를 이용해 몇 시간 내에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13년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맞대응하는 사드의 알파 포대를 처음으로 배치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과의 긴장을 우려해 사드 미사일의 영구적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디펜스 업데이트는 보도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한국 정부의 자체 미사일방어 체계인 KAMD와 사드의 전면적 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또 한국은 사드에 장착된 미사일 조기경계 장비인 고성능 X밴드 레이더(AN/TPY-2)의 영구 배치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14일(현지 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북한이 보유한 전체 핵무기의 60%가 고농축 우라늄(HEU)에 기반한 핵폭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현재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15, 16개의 핵무기 가운데 8개가 HEU에 기반한 핵폭탄”이라며 이같이 추정했다. 우라늄탄은 기존의 플루토늄탄에 비해 제조 과정과 은닉, 운반이 쉬워 북한의 핵 공격 능력을 한층 더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과 함께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가정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이 보유할 핵무기 최대 100개 가운데 60개가 우라늄탄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비밀장소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이미 추정하고 있다”며 “탈북자들로부터 비밀장소일 가능성이 큰 지역 3곳의 이름을 들었으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al 정보 당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인근인 평북 서위리 등 10여 곳에서 핵무기 제조용 우라늄 농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문제의 공론화를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사령부가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2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사드 부대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및 한국 내 미군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체계를 보완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군의 KAMD 체계와 주한미군의 PAC-3 미사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고도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사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한국의 독자적 미사일방어망(KAMD) 체계와 사드의 연계 운용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최근 이 같은 점을 들어 ‘사드 도입론’을 주도하면서 의원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해 6월 초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육군 대장)이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 포럼에서 “사드는 더 광범위한 탐지능력과 뛰어난 위협 인지능력, 한미 상호 운용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령관으로서 (미 국방부에 사드의 한국 배치를) 추천했다”고 밝힌 내용을 다시 강조했다. 이어 사령부는 “지난해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사드의 한국 배치 여부와 배치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애슈턴 카터 신임 미국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다음 달 한국을 잇달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를 계기로 사드 배치 문제가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터 장관은 지난달 17일 취임한 뒤 첫 순방 지역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아직 최종적으로 일정이 조율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방한)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애슈턴 카터 신임 미국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다음달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독수리훈련이 다음달 24일 끝날 예정인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국 배치 문제가 공식 논의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터 장관은 지난달 17일 취임한 뒤 첫 순방 지역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으로 정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워싱턴 소식통들이 11일 전했다. 한 소식통은 “아직 최종적으로 일정이 조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방한이 확정될 경우 신임 미 국방장관으로서 한·미 연합방위능력 강화를 통한 강력한 대북 억지를 재확인하고 주한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리 국무장관의 동아시아 방문은 카터 장관보다는 더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의제를 사전 점검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케리 장관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의 방한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이후 양국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양국간 현안들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10일 워싱턴DC에서 첫 ‘아시아·태평양 안보대화’를 개최했다고 미 국방부가 11일 밝혔다. 이번 대화에는 데이비드 시어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관유페이(關友飛)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이 참석했다. 미 국방부는 “양국은 상호 안보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과 관련해 “현재 한국 경찰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감사하고 있다”며 “리퍼트 대사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친구들이 보여준 걱정과 지원의 메시지에 깊은 감사를 다시 한번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이 리퍼트 대사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케리 장관은 리퍼트 대사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깊은 감사의 뜻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찰이 범인인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의 종북 행적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사키 대변인은 “너무 앞서가는 질문”이라면서 “조사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야 하고 범행 동기를 추측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71·사진)는 10일 출간한 ‘우리의 아이들―위기의 아메리칸 드림’이란 책에서 어려서 고아가 된 로라(27)와 소피아(21) 자매를 소개한다. 창녀에 마약 중독자였던 자매 어머니는 자식들이 어릴 때 세상을 떴고 가출한 아버지는 지금 행방을 알 수 없다. 함께 살던 할머니마저 죽자 자매는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퍼트넘 교수가 자매의 비극적인 삶을 소개한 이유는 미국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를 둔 자녀들이 갈수록 기회의 사다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급기야 경제적 하층민으로 전락해 가는 모습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통계수치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는 교육 양극화의 민낯을 고발했다. 그가 우선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기 자신. 그는 1959년 함께 고교를 졸업한 동창들의 행적을 추적했다. 4분의 3은 부모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아 신분 상승을 이뤘지만 공부를 포기하고 공장에 취업한 친구들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불어닥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하류층으로 전락했다. 그들의 자녀 역시 부모의 가난을 물려받았고 3대(손자 손녀)에 이르러서는 결손 가정에 남은 외톨이들이 생겨났다. 퍼트넘 교수는 “저학력 부모를 둔 자녀들을 지배하는 감정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라고 했다. 고학력 부모(대졸 이상)의 자녀는 과외 선생님, 축구 코치, 바이올린 레슨 선생님, 보이스카우트 조직과 심지어 교회 등에서까지 수많은 네트워크에 낄 수 있지만 저학력 부모(고졸 이하) 자녀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모의 학력은 자녀들의 정신상태와 향후 이들이 꾸릴 가정 형태까지 규정했다. 퍼트넘 교수 팀이 2011년 미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예스’라고 한 응답자는 고학력 부모를 둔 경우에는 26%였지만 저학력 부모를 둔 경우엔 16%로 격차가 컸다. 2012년 조사에서는 어머니의 학력이 고졸 이하인 학생의 65%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일시적 ‘편부모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고학력 부모들은 자녀들이 잠들기 전 책 읽어주는 시간을 저학력 부모보다 평균 45분을 더 썼다. 2000년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인들의 파편화되어가는 삶에 경종을 울린 바 있는 저자는 현재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불린다. 정치권도 이런 그를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자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일 때부터 퍼트넘 교수의 말을 경청해 왔다”며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예비 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폴 라이언 하원의원 등도 그와 대화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 내 여야 정치권은 이미 퍼트넘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 중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달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교육을 통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 진영 역시 “교육기회 확대 등을 포함한 중산층 살리기 대안을 마련한 뒤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칼리지의 앨런 울프 교수는 WP에 실은 퍼트넘 교수 책 서평에서 “정치인들은 ‘미국에 계급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퍼트넘 교수는 현실을 재확인시켜 눈을 번쩍 뜨게 해 준다”고 평가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을 계기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선언하면서 지난 15년간 국회에서 공전(空轉)됐던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이 국가정보원 등 수사 및 정보기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민간인 사찰 등 인권 침해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테러방지법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이른바 ‘애국법(Patriot Act)’의 제정 과정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국법의 현재를 조명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아본다. 》○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필요 미국 ‘애국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2001년 9·11테러였다.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를 막고 테러의 주범이었던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 의회는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의 대테러 활동을 강화하고 감청 및 수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해 2001년 10월 25일 ‘애국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는 즉시 그날 발효됐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미국의 입법 관행으로 볼 때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파격적으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것이다. 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제2의 9·11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론의 힘을 등에 업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사회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자 법의 위헌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법 통과 3년 만인 2004년 2월 35개 주 240개 지방 정부는 아예 부시 행정부를 향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며 법 집행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법 제정 이후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국가안보국(NSA) 등의 무소불위적 수사 행태가 본격적으로 비판받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NSA가 미국 내 테러 분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무차별 감청 등 국민 사생활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폭로한 게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해 12월 미 연방 1심 법원인 워싱턴 지방법원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 “NSA의 정보 수집은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 수색을 금지한 미 수정 헌법 4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NSA가 미국 시민들에 대한 전화 통화 내용을 수집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지난해 5월 연방 하원을 통과했지만 11월 상원 통과에 실패해 재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애국법의 변천 과정은 한국의 대테러법 제정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며 “특히 과거 군사정권의 인권 침해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들을 설득할 정부와 정치권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도널드 맨줄로 소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빨리빨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합의와 공감이 중요하다”며 “제정 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기관 설립보다 테러에 대한 정의가 먼저 미국 ‘애국법’은 테러 개념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즉 ‘테러’란 △민간인들을 협박하거나 강요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지거나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행해지거나 △집단적 파괴, 암살, 유괴 등에 의해 정부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한국 법 체계에서는 ‘테러’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없고 1982년 대통령 훈령으로 마련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전부다. 미국의 한 테러법 전문가는 “테러란 무엇인지, 테러의 행위와 주체를 어떻게 정할지 하는 문제는 테러방지 실행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기본 출발”이라며 “예를 들어 테러행위를 국내인이나 북한으로만 한정할 경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은 추방밖에는 대응 방법이 없게 된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기구 설립도 서둘 일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미국은 ‘애국법’ 제정 후 수사기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대테러 조직을 신설했다. 그 결과 생겨난 것 중 하나가 무려 22개 부처와 기관을 통합한 ‘슈퍼 대테러 기관’인 국토안보부(DHS)였다. 국토안보부가 너무 비대하다 보니 연방수사국(FBI) 등 다른 관련 기관과의 업무 충돌이 빈번했고, 이 때문에 기능을 일부 재조정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FBI 워싱턴지국의 한 관계자는 “기관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무조건 합친다고 해서 대테러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조직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지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국가정보국(DNI)을 중심으로 DHS 정보분석처, FBI, CIA, NSA 등 관련 조직이 테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테러 정보 커뮤니티’를 형성해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국법(Patriot Act) ::미국 의회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대응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만든 테러방지법. 국가안보를 위한 법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법명에 ‘Patriot(애국자)’을 넣었다. 테러 용의자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유선, 구두 통신 및 e메일 감청을 대폭 확대하고 테러 혐의를 받는 외국인의 기소 전 구금 기간을 48시간에서 최고 7일까지 늘린 것 등이 핵심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

미국 등 국제사회와 이란의 핵협상이 이달 말 시한을 앞두고 막바지 고비를 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 “이란과 검증 가능한 핵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테헤란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CBS방송의 일요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겠다는 점을 검증할 수 없다면, 이란이 속이더라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검증과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란은 그러나 아직 ‘예’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핵무기 개발 포기’와 ‘제재 해제’에 대해 다양한 조합의 해법을 놓고 막판 흥정을 하고 있다. 이란이 여전히 자신들의 핵 개발을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등은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국제사회는 이란이 원심분리기 수를 줄이거나 현재까지 제조한 농축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고 아라크 중수로의 설계를 변경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 등을 통해 이란의 브레이크 타임(핵무기를 가지기로 작심하는 순간부터 핵 물질을 추출해 내는 데 드는 시간)을 적어도 1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란은 자신들의 양보를 최소화하고 대신 원유 수출과 국제 금융시장 접근을 막고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한꺼번에 조기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므로 이 기간에는 핵 동결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재를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미국이 이란 핵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무관심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엌에서 이란 핵문제(냄비)를 요리하고 있는 사이 북한 핵문제(주전자)가 끓어오르는 내용의 만평을 9일 게재했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소장과 로저 카바조스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핵군사력 로드맵: 어려운 선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실질적 핵무기는 7∼16개로 추정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국제사회를 위협하면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등 국제사회와 이란의 핵협상이 이달 말 시한을 앞두고 막바지 고비를 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 “이란과 검증 가능한 핵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테헤란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CBS방송의 일요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패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겠다는 점을 검증할 수 없다면, 이란이 속이더라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검증과 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란은 그러나 아직 ‘예’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핵무기 개발 포기’와 ‘제재 해제’를 놓고 다양한 조합의 해법을 놓고 막판 흥정을 하고 있다. 이란이 여전히 자신들의 핵 개발을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등은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국제사회는 이란이 원심분리기 수를 줄이거나 현재까지 제조한 농축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고 아라크 중수로의 설계를 변경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 등을 통해 이란의 브레이크 타임(핵무기를 가지기로 작심하는 순간부터 핵 물질을 추출해내는데 드는 시간)을 적어도 1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란은 자신들의 양보를 최소화하고 대신 원유 수출과 국제 금융시장 접근을 막고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한꺼번에 조기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주장을 검증하는데 최소 10년이 걸리므로 이 기간 동안은 핵 동결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재를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미국이 이란 핵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고 있는데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무관심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엌에서 이란 핵문제(냄비)를 요리하고 있는 사이 북한 핵문제(주전자)가 끓어오르는 내용의 만평을 9일 게재했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과 로저 카바조스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핵군사력 로드맵: 어려운 선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실질적 핵무기는 7~16개로 추정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국제사회를 위협하면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1965년 3월 7일 미국 앨라배마 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위에서는 흑인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600여 명의 평화 행진이 있었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꼭 50년 뒤인 7일 열린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식에는 미 역사상 흑인 최초로 백악관 주인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인 미셸 여사와 두 딸의 손을 잡고 참석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일 때 참석한 뒤 7년 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40분간의 연설에서 50년 전 행진 참가자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정의로운 미국을 만들려던 사람들의 노력이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며 “지난 50년간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최근 미주리 주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위스콘신 주에서는 비무장 흑인 10대가 백인 경관에 의해 또다시 총격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매디슨 시는 6일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항의 시위대들에 둘러싸였고 이에 경찰국장과 시장이 진정할 것을 호소했다고 CNN 등은 전했다. 한편 이날 셀마 행진 행사는 지난해 퍼거슨 시 흑인 폭동을 촉발한 시 사법당국의 흑인 차별 행위에 대한 법무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열린 것이라 의미가 더욱 컸다. 4일 발표된 퍼거슨 보고서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에서 지난해 8월 비무장 상태의 마이크 브라운(18)이 대런 윌슨 백인 경관의 총에 맞고 사망한 사건에 대해 퍼거슨 시 정부조직이 상습적인 흑인 차별을 자행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6일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퍼거슨 경찰의 (흑인 차별) 상황이 확실하게 바뀔 수 있도록 법무부의 모든 권한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현 경찰조직을 완전히 해체하는 안까지 포함해 일하는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바꾸겠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약속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이 발생하고 4일이 지났지만 미국은 이를 한 번도 ‘테러’라고 부르지 않았다. 국내 언론 대부분이 ‘한미동맹이 테러를 당했다’고 보도한 것과도 대조된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국내법 및 정치적 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이번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번 사건은 끔찍한 폭력 행위”라면서 “범행 동기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말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국무부는 “우리는 ‘분별없는 폭력 행위(senseless acts of violence)’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테러’ 용어에 조심스러운 이유에 대해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부서 관계자는 8일 “테러로 규정하면 미국이 그 행위에 대한 보복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어떤 행위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상응조치가 달라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태도는 지난해 말 북한이 소니픽처스를 해킹 공격했을 때 미국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백악관까지 나서 해킹을 “북한의 사이버 반달리즘”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대북 제재 행정명령 발동 등 상응조치를 단행했다. 북한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등 보복 공격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re/code)’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소니 해킹을 국가 차원의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사이버 테러 행위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소행은 전쟁 행위(act of war)가 아니고 ‘사이버 반달리즘’”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면 그에 맞게 상응조치가 달라지고, 다음 단계의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덜 자극적으로 표현한 데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도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주도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경호 실패’ 등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프 부대변인은 “리퍼트 대사는 평소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원받은 풀타임 경호원 1명의 경호를 받았다”며 경호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한국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리퍼트 대사 피습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많은 미 당국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북한은 지독할 만큼 냉혈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및 종북 좌파의 뿌리 깊은 폭력 의존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미국 민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랐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5일 “한국 진보단체 일부는 북한과의 연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남한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값싼 박수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웬디 셔먼(미 국무부 정무차관·사진)이다. 값싸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똑같이 비난하고 있다.” 미국 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이선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4일 이 잡지 온라인판에 ‘웬디 셔먼 대 한국-미국 고위 당국자, 쓸데없이 동맹을 모욕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셔먼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도 기고하는 중견 언론인인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값싼 박수를 받기 위해 민족 감정을 악용한 바 없으며, 자기 나라를 강점한 것을 기념하려는 외국 지도자에게 굽실거리기를 거부해온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과거사 공동책임론’을 제기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본의 한국 강점은 야만의 연속이었다. 한국을 여행하게 되면 반드시 서대문형무소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이어 “최대 피해자는 이른바 위안부로, 어린 한국 여성 수만 명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노예로 전락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의 가장 어린 세대에서조차 여전히 뜨거운 이슈”라고 지적했다.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일본 과거사 논쟁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많은 일본 지도자가 이전에 벌어진 범죄를 의도적으로 최대한 줄이려 하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지적하고 그 사례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 개정 시도 등을 열거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값싼 박수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웬디 셔먼(미 국무부 정무차관)이다. 값싸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똑같이 비난하고 있다.” 미국 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이선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4일 이 잡지 온라인 판에 ‘웬디 셔먼 대 한국-미국 고위 당국자, 쓸데없이 동맹을 모욕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셔먼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도 기고하는 중견 언론인인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값싼 박수를 받기 위해 민족 감정을 악용한 바 없으며, 자기 나라를 강점한 것을 기념하려는 외국 지도자에게 굽실거리기를 거부해온 것은 당연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셔먼 국무부 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과거사 공동책임론’을 제기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본의 한국 강점은 야만의 연속이었다. 한국을 여행하면 반드시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이어 “최대 피해자는 이른바 위안부로, 수만 명의 어린 한국 여성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노예로 전락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의 가장 어린 세대에서조차 여전히 뜨거운 이슈”라고 지적했다. 엡스타인 편집위원은 일본 과거사 논쟁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많은 일본 지도자들이 이전에 벌어진 범죄를 의도적으로 최대한 줄이려 하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지적하고 그 사례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 개정 시도 등을 열거했다.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청중 가운데 과도를 들고 계신 분이 없어 다행입니다….”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참석자인 마커스 놀런드 미국 피터슨국제연구소 부소장은 “농담”이라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에 대한 인상을 전한 ‘뼈 있는’ 얘기였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한미동맹의 불안 요소를 신속하게 봉합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상황관리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송 총장은 “김기종 같은 위험인물이 (집행유예를 받고) 반복적으로 활개를 치도록 놔둔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개선 노력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교통상부 차관 출신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한미관계를 한미일 삼각동맹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개별적으로 본다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그런 만큼 역사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한일관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지속적으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워싱턴 내 불만을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 마치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미 워싱턴의 한반도 소식통은 가까운 시일 안에 애슈턴 카터 신임 국방장관이 방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카터 장관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향후 북핵 문제뿐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연구나 국제회의 등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되 이 문제는 민간 영역의 비중을 높이고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일관계에 있어 한국인은 감정적이고 역사 문제에 있어서도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시각이 워싱턴에는 분명 존재한다”며 “반일, 독도 수호 운동을 편 범인을 한국 내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일 경시 성남의 한미연합사령부 ‘록드릴(Rock Drill·작전개념 예행연습)’ 훈련장을 찾아 키리졸브 연습을 지휘하고 있는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 등 양국 지휘관들을 격려했다. 국방부 장관이 키리졸브 기간 중 록드릴 훈련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 장관은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는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능력도 굳건한 한미동맹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도 5일(현지 시간) 재차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분별없는 폭력 행위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건에도 한미동맹은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리퍼트 대사가 업무에 복귀해 한미관계를 강화하고 지역과 세계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정안 jkim@donga.com·정성택 기자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4월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 성사가 기정사실화되는 데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화 국회의장과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 등은 4일(현지 시간)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공화·오하이오)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 등을 접견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았는데도 베이너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합동연설을 기정사실화하려 하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베이너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진정한 사과와 그에 따른 행동이 함께할 때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아베 총리가) 만약 의회 연설을 하게 된다면 과거 침략사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베이너 의장은 특별한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어진 오찬에서 만난 다른 의원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당 상임위원회(외교위)와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좌절감을 토로했다고 정 의장 등은 전했다. 한 의원은 “아베가 연설을 하게 되건 안 하게 되건 나는 의사당에서 그의 역사인식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것이 동북아 평화와 안녕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기록에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 의장 등은 전했다. 다른 의원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05년 이슬람 신도 학살 사건으로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됐지만 이후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미국을 방문하고 국빈 만찬에도 초대된 사례를 언급했다. 아베 총리도 모디 총리처럼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원들의 반응으로 볼 때 아베 총리의 연설이 사실상 결정되었거나 최소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 27일로 조율됐다는 전언도 있다. 성사될 경우 일본 총리가 미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 자리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주미 대사관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미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한 미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며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훨씬 격앙됐다.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새삼 놀랐다”는 반응과 “우리 아들딸들(주한미군)이 목숨을 내놓고 지키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를 포함해 전화 인터뷰를 한 미국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 전문가들 “더 굳건한 관계 유지해야” 대부분의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런 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주한 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은 “소식을 접하고 내 입에서는 ‘오 마이 갓(Oh My God)’이 튀어나왔다”며 “한국 내 반미 감정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더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런 일이 터지면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오랜 한국 관련 업무 경험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미국인도 이런 일이 결코 남한 내 반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리퍼트 대사의 회복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매우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났지만 제복을 입는 미국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한미 관계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미 관계는 (이런 일로 흔들릴)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맨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대사와 가족을 위한 기도이다. 범인의 행동이 굳건한 한미 관계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일이 혹여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면서 “큰일이야 더 없겠지만 최근 웬디 셔먼 차관 건으로 한미 간에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터져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미 정부 내에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소 수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왜 한국 법원이 이 범인이 일본대사를 공격한 뒤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경호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미 몇 년 전에 일본대사를 공격해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미국대사에게 다가가는 상황이 될 수 있었는지 아직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보안은 현지 외교관들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주재국인 한국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매우 안타깝다”면서 “많은 미국인은 리비아 주재 미대사 피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동맹국에서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 분노… 美 시민들 소식을 들은 미국의 일반 시민은 대부분 겉으로는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놀랍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보 듀어 씨는 “우리 (미국)대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침을 먹다가 칼을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인의 생각엔 ‘아니, 한국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생각할 거다. 나도 그렇다. 한국 정부에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제니퍼 포스터 씨도 “미국이 한국에 뭐 그리 잘못했다고 강연하러 간 사람이 칼을 맞느냐. 한국에는 총이 없다는데 미국으로 치면 아침 먹다가 총 맞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기사를 전하는 언론의 댓글들도 분노와 흥분이 주를 이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 댓글 중에는 “한국의 젊은 사람 중에는 ‘미국이 남북통일에 방해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는 비교적 중립적 시각도 있었지만 “이럴 바에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한국 경찰은 미친 사람을 대사 근처에 접근하도록 했느냐” 등의 흥분 섞인 반응도 있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