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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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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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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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시범경기 무패 1위 신바람… “이대로 쭉∼ 가을까지”

    두산이 8승 1무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1위로 마쳤다. 시범경기 전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역대 세 번째 ‘시범경기 무패’ 기록을 남기고 23일 개막하는 정규시즌을 맞는다. 두산은 19일 한화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7-7로 비겼다. 전날까지 8전 전승을 달리던 두산은 7회초까지 7-4로 앞섰으나 7회말 불펜진이 3점을 내주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두산은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12일 롯데전을 제외하고 9경기에서 8승 1무를 기록했다. 두산이 시범경기를 1위로 마친 건 2014년(4승 2패 5무·승률 0.667) 이후 10년 만이자 통산 6번째(1984, 1990, 1994, 2000, 2014, 2024년)다. 시범경기 무패 기록은 1995년 롯데(5승 1무), 1999년 한화(5승)에 이어 올해 두산이 세 번째다.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시범경기는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처음 도입됐는데 그동안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7번(1987년 해태, 1992년 롯데, 1993년 해태, 1998년 현대, 1999년 한화, 2002년 삼성, 2007년 SK)이다. 작년만 해도 시범경기 1, 2위를 한 한화와 삼성은 정규시즌에선 각각 9위와 8위에 그쳤다. 그래도 두산 선수단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희망에 차 있다. 18일 한화전에서 홈런 2개를 치며 승리를 이끈 주전 포수 양의지는 “시범경기에서 안 좋으면 불안하게 시즌에 들어가고, 성적이 좋으면 개막전을 맞는 자세가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지금처럼 계속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 역시 19일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뒤 “시범경기여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 나가려 했다. 그런데도 구단 최초로 무패 기록을 세운 건 선수단 모두가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라며 “선수단 모두가 지금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두산은 시범경기에서 투타 모두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줬다. ‘원투 펀치’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과 곽빈, 최원준, 김동주까지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웠다.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한 곽빈은 18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도 선발 등판해 최고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뿌리며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불펜엔 ‘괴물 신인’ 김택연(19)이 있다.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 김택연은 18일 다저스전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우트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구속은 시속 91마일(약 146km)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시속 96마일(약 154km)의 위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타선에선 중심 타자 김재환이 부활했다. 지난해 타율 0.220, 10홈런으로 부진했던 김재환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작년까지 MLB에서 뛴 류현진이 12년 만에 복귀한 한화는 3위(5승 2무 3패)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 두 차례 선발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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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궁 안산, 일본식 주점 두고… “매국노 많다” SNS 표현 논란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23·사진)가 국내에 있는 한 일본식 주점을 두고 ‘매국노’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빚고 있다. 안 선수는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광주 광산구의 한 쇼핑몰 안 전광판에 한자로 ‘국제선 출발(일본행)’이라고 적힌 사진을 올리면서 사진 위에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라고 적었다. 안 선수가 올린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졌다. 현재 안 선수의 소셜미디어에 이 글은 없다. 전광판은 쇼핑몰에 입점한 한 일본식 주점 근처에 설치된 것이다. 국내 외식 브랜드 체인점인데 주변 가게들 대부분이 ‘일본 여행’을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업체 대표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생되는 루머와 억측으로 한순간에 저는 친일파의 후손이자 저의 브랜드는 매국 브랜드가 됐다”며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찾아온 불황 속에서도 노고하는 동료들과 점주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논란이 종식되기를 진심을 담아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안 선수는 최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탈락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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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방 돌아온 김하성, 투런포 2방 펑펑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한국프로야구 키움 시절 안방으로 썼던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홈런 두 방을 날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는 18일 LG와의 스페셜매치(연습경기)에서 5-4로 승리했다. 2014년부터 7년간 키움에서 뛰다가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김하성은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0-0이던 2회초 무사 2루에 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LG 선발 투수 임찬규의 6구째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김하성은 2-1로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는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의 몸 쪽 깊숙한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또 한 번 왼쪽 담장을 넘겼다. 김하성은 20, 21일 LA 다저스와의 MLB 정규시즌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에 앞서 한국 팀과 치른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8타수 3안타(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김하성은 서울에 오기 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MLB 시범경기에서도 26타수 8안타(타율 0.308),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2019년 8월 18일 이후 1674일 만에 고척돔에서 2홈런 경기를 펼친 김하성은 “어디서나 홈런을 치는 것은 기쁘다. 오늘 홈런은 운이 좋았다”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 팀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오늘 괜찮았던 감이 시즌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이 LG를 상대로 1경기 2홈런을 기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불펜투수 고우석은 팀이 5-2로 앞선 9회말 친정 팀 LG 타자들을 상대했다. 고우석은 대타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는 등 1이닝 2피안타 2실점하며 쑥스러운 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선발 임찬규가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오지환은 2회말 샌디에이고 에이스급 투수 딜런 시즈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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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스타’ 오타니 연타석 삼진… 다저스는 키움에 14-3 대승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1루에서 만나면 일본어로 ‘결혼 축하해, 슈퍼스타’라고 인사하려고 연습했어요.” 프로야구 키움 1루수 최주환은 17일 안방구장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의 스페셜 매치(연습경기)를 앞두고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오타니가 출루하면 짧게나마 대화할 기회가 생길 터였다. 오타니와의 만남은 모든 선수들이 기대하는 바였다. 하지만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가 2차례의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최주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중의 박수와 함성 속에 키움 선발투수 후라도를 상대로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높은 싱커(시속 148km)를 헛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타니는 2회 1사 1, 3루에서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5구째 높은 패스트볼(시속 147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4회초 공격 때 대타로 교체됐다. 2018, 2019년 텍사스에 몸담았던 후라도는 MLB에서도 오타니를 상대로 22타수 4피안타(피안타율 0.182) 6탈삼진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오타니의 부진과 별개로 다저스 타선은 불을 뿜었다. 20, 21일 같은 구장에서 샌디에이고와 2024 MLB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을 치르는 다저스는 이날 베스트 라인업으로 키움을 상대했다. 3번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1회 선제 솔로 홈런을 포함해 6타수 3안타 1타점, 8번 타자 제이슨 헤이워드도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면서 다저스는 키움을 14-3으로 크게 이겼다. 키움은 5회부터 손현기와 주승우, 김윤하, 김연주, 전준표 등 신인급 투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경험을 쌓게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마무리 투수 조상우도 9회 등판해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4번 타자 최주환이 4회말 좌전 적시타를 쳤고, 송성문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1, 3루 응원석에서는 한국프로야구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치어리더들이 활기찬 율동으로 응원을 유도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치어리더들이 끝까지 응원하더라. 치어리더들이 주도하는 응원은 MLB에 없는 문화라 신선했다”고 말했다. 가장 싼 표가 6만 원이었던 이날 경기엔 1만4671명의 관중이 입장해 매진(1만8000석)을 이루진 못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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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김영호 “펜싱 5분에 땀 한 바가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펜싱은 먼 나라 종목이었다. 서유럽에서나 하는 ‘고급’ 스포츠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김영호 한국중고교펜싱연맹 회장(53)이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영호의 메달은 한국 펜싱 최초이자 아시아 남자 펜싱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20년 넘게 지난 요즘 한국 펜싱의 위상은 하늘을 찌른다. 저출산 여파로 국내 대부분 종목이 선수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펜싱은 예외다. 펜싱부가 있는 중고교는 370곳이 넘는다.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펜싱클럽은 100개를 훌쩍 넘는다. 국제대회에서도 펜싱은 한국의 대표적인 메달밭이 됐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땄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각각 금메달 1개를 추가했다. 은퇴 후 6년간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그는 2008년 한국에 처음으로 펜싱클럽 문을 열었다. 지금은 펜싱클럽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한 유학 전문 컨설팅 회사의 문화 스포츠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펜싱은 몸과 함께 머리싸움이 중요하다. 내 경험상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펜싱도 잘하는 것 같더라. 그런 아이들은 상대에게 한 번 당한 기술을 두 번 당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 역시 ‘펜싱 대디’다. 펜싱 국가대표를 지낸 아내 김영아 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 김기연(24) 역시 플뢰레 선수로 뛰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기연은 올해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김영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딸에게 목표는 크게 잡자고 말한다. 기연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우리나라 최초의 부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23년간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지금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 시절 힘들게 했던 불암산 등반 훈련이 건강한 몸의 원천이다. 요즘엔 골프와 테니스를 취미로 한다. 독학으로 배운 골프는 싱글을 친다. 하체가 워낙 탄탄한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m나 될 정도로 장타자다. 하체를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테니스 역시 그에게 잘 맞는 종목이다. 그가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여전히 펜싱이다. 딸을 가르치면서 주 3회는 칼을 잡는다. 그는 “장비를 갖추고 5분만 움직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는 “예전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노부부가 펜싱클럽에서 함께 땀 흘린 뒤 와인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은퇴 후 펜싱클럽을 만들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펜싱의 재미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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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부부가 펜싱 뒤 와인 한 잔… 올림픽 첫金 김영호 “펜싱은 낭만”[이헌재의 인생홈런]

    한국의 활의 나라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로 모두 합해 43개의 메달을 땄다. 세계 어떤 나라도 올림픽에서 이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총의 나라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역대 올림픽에서 모두 7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은메달 9개, 동메달 1개를 합하면 올림픽 메달 개수는 17개나 된다. 대한민국은 또 칼의 나라이기도 하다. 펜싱은 최근 들어 한국 대표팀의 대표적인 메달밭이 됐다. 한국 펜싱 대표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낸 데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각각 금메달 1개씩을 추가했다. 최근 세 대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딴 종목은 양궁과 펜싱밖에 없다. 저출산 여파로 국내 대부분 종목들이 선수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펜싱은 예외다. 곳곳에서 펜싱클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펜싱클럽은 100개를 훌쩍 넘는다. 지금도 여러 곳이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어 수강생들을 가르칠 코치가 부족하다. 펜싱부가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370곳이 넘는다. 중고 대회가 열릴라치면 선수와 지도자들을 합쳐 2000여 명이 한곳에 모인다. 여기에 학부모들도 비슷한 숫자가 따라온다. 여기에 펜싱은 내년부터 소년체전 정식 종목이 된다. 이에 따라 펜싱부를 창단하는 학교나 클럽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펜싱은 비인기 종목 중의 비인기 종목이었다. 선수층은 얇았고, 펜싱클럽이라는 건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당시 펜싱은 종주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나 하는 ‘고급’ 스포츠였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김영호 한국중고펜싱연맹 회장(53)이 그 대회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게 결정적이었다. 김영호의 금메달은 대한민국 펜싱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자 아시아 남자 펜싱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후 이듬해부터 약 6년간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김영호는 “예전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선수들의 꿈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내가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딴 후 후배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선수들은 올림픽이라는 더 큰 꿈을 향해 죽기살기로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2003년부터 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펜싱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 펜싱의 올림픽 첫 금메달은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다. 김영호 본인이 말하는 전성기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가 아니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즈음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한 김영호는 애틀랜타 대회 때 메달을 기대봤다. 8강전에서도 30초를 남겨두고 13-11로 앞서고 있었다. 4강 상대는 김영호가 이전에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선수였다. 그때 순간적으로 파고든 방심이 역전패의 원인이 됐다. 그는 “경기 중 메달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좀 전까지 크게 보이던 상대 선수가 손가락만하게 보이더라. 결국 자만심 때문에 패하고 말았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한 김영호는 은퇴까지 생각했다. 약 2개월간 놓았던 칼을 다시 잡은 김영호에게 반전의 무대가 된 건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남아공은 멀고 먼 나라였다. 한국 선수단은 2박 3일간 비행기를 5번 갈아타고 겨우 남아공에 도착했다. 딱히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단은 대회 하루 전 버스를 빌려 희망봉엘 갔다. 다들 “죽기 전에 언제 다시 여기 와 보겠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희망봉에 함께 오른 김영호는 달랐다. 그는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 대회, 나아가 다음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기도가 효과가 있었던지 그 대회에서 김영호는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결승에서 1-10으로 뒤지다 14-14 동점을 만든 뒤 마지막 1점을 내주며 14-15로 졌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한국 펜싱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은메달이었다. 김영호는 “그 메달 이후 펜싱 대표팀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지원이 늘면서 세계대회에 출전할 기회도 많아졌다”며 “시드니 올림픽에 갈 때쯤에는 세계랭킹 1위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드미트리 체프첸코(러시아)를 15-14 한 점차로 이겼고, 결승에서도 랄프 비스도르프(독일)를 15-14, 한 점 차로 겨우 꺾었다. 김영호는 올림픽 메달에서만 선구자였던 게 아니다. 대표팀 코치를 그만둔 2008년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펜싱클럽의 문을 열었다. 2003년 설립된 유학 전문 컨설팅 회사 로러스엔터프라이즈 산하에 로러스 펜싱클럽을 오픈한 것. 10여년간 펜싱클럽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이 회사의 문화 스포츠 부문 부사장직만 맡고 있다. 그는 “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면 공부와 스포츠를 다 잘하는 게 유리하다. 펜싱은 몸을 쓰는 운동인 동시에 두뇌 싸움이기도 하다. 오히려 머리 싸움이 더 중요하다”며 “경험상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펜싱도 잘하는 것 같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상대에게 한 번 당한 기술을 두 번 당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 역시 ‘펜싱 대디’이기도 하다. 역시 펜싱 국가대표를 지낸 아내 김영아 씨 사이에 낳은 딸 김기연(24) 역시 여자 펜싱 플뢰레 선수로 뛰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김기연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다 2021년에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구대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기연은 올해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현재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김영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딸에게 목표는 크게 잡자고 말한다. 만약 기연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우리나라 최초의 부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며 “당장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은 쉽지 않다. 2032년 브리즈번 대회쯤에는 한 번 노려볼 만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호주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기연이도 같은 호주에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23년간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지금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꼽은 건강의 원천 중 하나는 태릉선수촌의 단골 메뉴였던 불암산 훈련이다. 그는 “선수촌을 출발해 불암산 정상을 35분 안에 찍고 돌아와야 외박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네발로 기어갔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당시에 쌓은 체력이 중년이 된 지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엔 골프와 테니스를 취미로 한다. 그는 “당시 산을 너무 많이 타서 그런지 요즘에는 등산 빼고 다른 운동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일 관계상 골프를 자주 치는 편이다. 따로 레슨을 받은 적 없이 혼자 독학을 했지만 싱글을 친다. 하체가 워낙 탄탄한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m나 나갈 정도로 장타자다.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운동을 했던 다른 종목 출신 선수들과도 종종 라운드를 하는데 다들 장타자들이다 보니 화이트티가 아닌 백티를 사용한다. 하체를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테니스 역시 그에게 잘 맞는 종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여전히 펜싱이다. 따로 경기 출전을 위해 훈련을 하는 건 아니지만 딸을 개인적으로 가르치면서 주 3회는 칼을 잡는다. 그는 “도복과 자켓,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5분 정도만 움직이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럴 땐 옛날 생각이 나면서 ‘준비해서 클럽 대회라도 출전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했다. 평생 칼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펜싱은 여전히 낭만 가득한 종목이다. 그는 국가대표 코치 시절 프랑스에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오후 늦은 시간 백발의 노부부가 포도주 한 병을 들고 펜싱장에 나타나 펜싱을 즐기던 모습이었다. 그는 “프랑스에는 성인들을 위한 펜싱클럽도 적지 않다. 노부부들끼리 와서 펜싱으로 땀을 흘린 뒤 와인 한 잔 마시고, 샤워하고, 집에 가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쯤 후 완전히 은퇴한 뒤에는 나만의 펜싱클럽을 만들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펜싱의 재미와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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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타니, 아내 처음 공개하고 함께 입국… 타티스 주니어는 광장시장 호떡 인증샷

    “레츠 고 쇼헤이, 레츠 고 다저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나타난 순간 기다리던 팬들은 일제히 오타니와 다저스를 응원하는 구호를 연호했다.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쓴 오타니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가볍게 고개를 숙여 팬들에게 인사했다. 오타니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아내 다나카 마미코 씨는 한 걸음쯤 뒤에서 오타니를 따랐다. 일본에서 농구 선수로 뛰었던 다나카 씨 역시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저스 선수단은 20,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의 2024 MLB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을 위해 이날 방한했다. 서울시리즈는 한국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MLB 정규시즌 경기다. 오타니와 다나카 씨는 약간 떨어져 걸었지만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은 아내의 손을 잡고 나란히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TV에서 보던 MLB 스타급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팬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다저스 선수단은 미리 준비되어 있던 버스에 나눠 타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다저스 선수들은 이날 휴식한 뒤 16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한다. 훈련 뒤엔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오타니, 베츠, 프리먼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저스는 17일과 18일 각각 키움, 한국 야구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뒤 20일 서울 개막전을 치른다.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15일 오전 1시 반경 입국했다. 샌디에이고의 중심 선수로 성장한 유격수 김하성은 “이제 실감이 나면서 기분이 좋다. 팬들께서 많이 기대하실 텐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투수 고우석도 “피곤하지만 컨디션은 좋다”고 말했다. 둘을 비롯해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은 밤늦은 시간에도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등 팬서비스에도 열심이었다. 일찌감치 여장을 푼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이날 서울 곳곳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타티스 주니어는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호떡과 만둣국 등을 먹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샌디에이고 선수단 숙소 인근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마차도와 산더르 보하르츠 등을 만났다는 팬들의 목격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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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 넣고… 한국 팬에 손하트 날린 오타니

    지난달 중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각 팀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했을 때 최고 관심사는 단연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 출전 여부였다. 오타니는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10년간 총액 7억 달러(약 9201억 원)에 계약하며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는 스프링캠프 시작일에 “지명타자로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MLB 시즌 개막전에 나서는 오타니가 한국 팬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했다. 오타니는 13일 웃는 얼굴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태극기를 함께 넣었다. 올해 MLB 정규시즌은 20,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개막 2연전(서울시리즈)을 시작으로 30개 팀이 162경기씩 치르는 대장정에 들어간다. 오타니는 18세이던 2012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일본 국가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15일 한국에 도착한다. 오타니는 MLB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부상 이슈를 완전히 잠재웠다. 오타니는 1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서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의 활약을 했다. 1회와 3회 각각 단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오타니는 6회초 2점 홈런을 날렸다. 오타니는 시범경기 타율 0.570(19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705에 이른다. 오타니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OPS 1.066으로 양대 리그 전체 1위를 했다. 다저스의 오른손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도 서울시리즈 개막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로 등판한 글래스노는 5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진 8개를 잡는 동안 안타는 1개도 내주지 않았다. 글래스노는 세 차례 시범경기에서 10이닝을 던지는 동안 1점만 내주는 짠물 피칭으로 평균자책점은 0.90을 기록했다. 이날 글래스노는 샌프란시스코의 톱타자 이정후를 두 차례 상대했는데 1회 내야 땅볼, 4회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이정후는 6회 마지막 타석에서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에게 삼진을 당해 3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10승을 거둔 뒤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글래스노는 이적 직후 5년간 1억3650만 달러(약 1794억 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글래스노는 2차전 선발로 나서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일본)와 함께 올 시즌 다저스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예정이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소속된 샌디에이고는 일본인 오른손 투수 다루빗슈 유를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다루빗슈는 12일 4이닝 1실점 호투로 시애틀전 승리투수가 되는 등 시범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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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번째 생일 맞은 김재희, KLPGA 91개 대회 만에 첫 우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4년 차 김재희(23)가 데뷔 후 첫 우승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김재희는 10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김재희는 방신실(16언더파 272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투어에서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9만8000싱가포르달러(약 1억9600만 원)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낸 김재희는 2020년 KLPGA 2부인 드림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다. 많은 기대 속에 이듬해 K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지난해까지 90개 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선 최종 라운드 한때 단독 선두에 오르기도 했지만 폭우로 1∼3라운드 성적만으로 순위를 정하는 바람에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재희는 이날 우승 후 “당시엔 너무 속이 상했다.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신경이 쓰였다”면서도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우승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전부터 “우승은 시간문제”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던 그는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더 키웠다. 그는 “작년부터 샷은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퍼트와 쇼트게임이 문제였는데 전지훈련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퍼트 연습만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재희는 시즌 개막전이자 자신의 KLPGA투어 91번째 출전이던 이번 대회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수민(16)에게 세 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재희는 4번홀부터 6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후 오수민과 선두 경쟁을 이어가던 김재희는 13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핀 1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가 됐다. 곧이어 14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2001년 3월 10일생으로 23번째 생일에 우승한 김재희는 “너무 값진 선물을 받았다. 어제까지는 첫 우승이 목표였다. 오늘 우승했으니 이제 목표를 상금왕과 대상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오수민은 7년 만의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놓쳤지만 단독 3위(15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치며 베스트 아마추어 트로피를 받았다. 오수민은 동반 플레이를 한 장타자 방신실보다 드라이버샷을 더 멀리 보내기도 하는 등 갤러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지막 18번홀에선 이글 시도를 위한 세컨드 샷 때 드라이버를 잡기도 했다. 2008년 9월 16일생인 오수민(15년 5개월 23일)이 이날 우승했다면 KLPGA투어 역대 네 번째로 어린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작년 5월 교촌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공동 9위를 한 오수민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오수민은 “챔피언 조에서 언니들과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어제까지 선두였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톱5’에 드는 것이었다. 기회가 되면 올해 다시 프로 대회에 출전해 또 한 번 톱5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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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야구 트레이닝계 ‘전설’ 김용일 “근력 운동은 짧게, 자주”

    36년째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김용일 프로야구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58)는 트레이닝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1989년 LG의 전신 MBC 청룡에 트레이너로 입사해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국내 최초로 트레이닝 ‘코치’가 됐다. 2019년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던 류현진(한화)의 전담 트레이너로 일했고, 2020년 수석 트레이닝 코치로 친정팀 LG로 돌아왔다. 양궁 선수 출신인 그는 고교 3학년 때 체조 수업 도중 백플립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이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트레이너의 길을 택했다. 운동처방사 자격을 땄고, 응급처치와 스포츠마사지도 익혔다. 혹시 쓰일 때가 있을지 몰라 침술까지 배웠다. 그는 LG 야구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선수들의 운동을 도우면서 김 코치 자신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그는 “내게 운동은 곧 생활이다. 1년에 닷새 빼고 360일은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는 선수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야구 선수들은 누운 자세에서 엉덩이 부위를 들어 올리는 브리지 운동을 많이 하는데 수십 kg짜리 덤벨을 선수 몸에 올려주는 건 트레이닝 코치의 몫이다. 김 코치는 “한 팔로 54kg짜리 덤벨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두 팔로 낑낑거리면서 덤벨을 들면 선수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나. 60kg짜리 덤벨도 사 놨다”며 웃었다. 그가 보기에 야구 선수로 이상적인 몸을 가진 선수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큰 덩치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류뚱’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김 코치는 “(류)현진이는 허벅지와 엉덩이, 장딴지 등 하체의 힘과 근육이 누구보다 좋다. 덤벨 프레스를 할 때 한 팔로 35kg을 가볍게 들 정도로 상체도 좋다”고 말했다. LG 선수단 중에선 “타고난 몸은 오지환, 만들어진 몸은 김현수”라고 평했다. 그는 “(오)지환이는 좋은 하체를 타고난 데다 관리까지 잘한다”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트레이닝에 진심이다. 입단 당시 다소 왜소했던 몸이 이제는 메이저리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람해졌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일반인들은 짧게, 대신 자주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분들을 보면 피트니스센터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다”며 “중량 운동은 하루 15∼20분만 해도 충분하다. 대신 거르지 않고 매일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각자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본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불편함을 안고 정석적인 자세로 하기보다는 몸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쾃을 할 때도 완전히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각도까지 하면 된다는 것. 그는 “몸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중량 운동도 무거운 무게를 들기보다는 가벼운 무게를 드는 횟수를 늘리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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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이 뚱뚱?…야구 트레이너의 ‘전설’ 김용일 코치의 생각은[이헌재의 인생홈런]

    시작은 트레이너였다. 10여 년이 지난 뒤 트레이닝 코치가 됐다. 다시 10여 년이 흘러 지금은 수석 트레이닝 코치로 불린다. 1989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에서 트레이너로 시작해 36년째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58)는 야구 트레이닝의 입지전적 인물이다.프로야구 10개 팀들은 각각 10여 명 안팎의 트레이닝(또는 컨디셔닝) 코치들을 고용하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트레이너 두세 명이 한 팀 선수단 전체를 책임졌지만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트레이닝 파트의 인원도 크게 늘었다. 그중 ‘수석’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은 김 코치가 유일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베이스볼 다이어리’를 발간하는데 LG 코칭스태프 명단에 김 코치는 염경엽 감독, 김정준 수석코치에 이어 3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장 선수단 ‘넘버 3’라는 의미다. 지난해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 등극 후 차명석 LG 단장은 “이번 우승 과정에서 가장 고마운 분은 김용일 코치”라고 말했다. 김 코치가 총괄한 트레이닝 파트가 선수들의 몸 관리를 잘해준 덕분에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며 우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김 코치는 LG 창단 첫해인 1990년과 4년 뒤인 1994년에 이어 지난해 우승까지 LG의 세 차례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세 번 모두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지킨 사람은 김 코치가 유일하다.김 코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3차례(2000년, 2003년, 2004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 제1호 ‘트레이닝 코치’가 된 것도 2003년 현대에서였다. 2019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뛰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현 한화)의 개인 트레이너로 1년간 미국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수석 트레이닝 코치 직함을 달고 친정팀 LG로 돌아왔다. 김 코치는 원래 양궁 선수 출신이다. 양궁 명문교인 예천중에 다닐 때 소년체전에서 우승도 했던 유망주였다. 이후 양궁 특기생으로 경북체고와 안동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체조 수업 도중 백 플립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결국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학교 1학년 때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부상으로 아쉽게 선수 생활을 끝낸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트레이너의 길을 택했다. 운동처방사 자격을 땄고, 응급처치와 스포츠마사지도 익혔다. 혹시 쓸 일이 있을지 몰라 침술까지 배웠다. 1990년 시즌이 끝난 뒤엔 자비를 들여 일본 트레이닝 시설에 연수도 다녀왔다. 지금도 그는 LG 야구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선수들이 모두 떠난 뒤 가장 늦게 퇴근한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에도 딱 하루만 쉬고 다시 야구장에 나왔다. 선수들에게 비시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주기 위해서였다. 일과 시간에는 선수들의 운동을 돕지만 김 코치 자신도 없는 시간을 쪼개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1년 365일 중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날을 빼곤 매일 운동을 한다는 그는 “내게 운동은 곧 생활이다. 1년에 닷새 빼고 360일은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프로야구는 대개 야간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단 대부분은 오후에 출근한다. 하지만 그는 오전 10시경 일찌감치 야구장에 나온다. 트레드밀에서 약 30분간 빠른 걸음으로 몸을 예열한 뒤 이후 약 30분간 본격적인 근력 운동을 한다. 상체 운동은 이두와 삼두 운동, 등 운동, 코어 운동을 돌아가면서 한다. 하체 운동은 맨몸 스쾃을 시작으로 서서히 중량을 높여가며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주로 한다. 원정 경기를 가서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숙소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잠깐이라도 운동을 한다. 김 코치가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는 선수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누운 자세에서 엉덩이 부위를 들어 올리는 브릿지 운동은 많이 한다. 일반인들은 대개 맨몸으로 하지만 선수들은 수십 kg짜리 덤벨을 배 위에 올려놓고 브릿지 동작을 한다. 무거운 덤벨을 선수 몸에 올려주는 건 트레이닝 코치의 몫이다. 이왕이면 한 번에 번쩍 들어서 가볍게 얹어줘야 한다. 김 코치는 “한 팔로 54kg 짜리 덤벨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몸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두 팔로 낑낑거리면서 덤벨을 들면 선수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나. 지난 겨울에는 60kg짜리 덤벨도 사 놨다”며 웃었다. 일반인들 중에는 야구 선수들은 운동선수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뚱뚱한 몸으로 던지고 치는 선수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코치는 “배 나온 선수가 있는 것 맞다. 하지만 야구는 지구력을 요하는 종목이 아니다. 타자가 치고, 투수가 던지는 동작은 대개 1초 안에 순간적인 힘으로 이뤄진다”며 “바로 그 순간 파워를 내기 위해서는 하체와 엉덩이 근력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육상 100m를 뛰는 스프린터나 투포환 선수 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구력은 없을지 몰라도 근력은 어느 종목 운동 선수 못지않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야구 선수로서 이상적인 몸을 갖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큰 덩치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류뚱’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김 코치가 보는 류현진은 허벅지와 엉덩이, 장딴지 등 하체의 힘과 근육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김 코치는 “상체를 많이 쓰는 타자들과 달리 투수들은 하체가 강한 선수가 많다. 하지만 (류)현진이는 하체 뿐 상체도 좋다. 덤벨 프레스를 할 때 한 팔로 35kg를 가볍게 든다. 야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류현진은 2010년대 중반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국내에 들어왔을 때 김 코치와 함께 훈련했다. 2019년에는 전담 트레이닝 코치를 맡았던 그는 “3년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 (류)현진이는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하루 4시간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지켰다. 괜히 야구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LG 선수단 중에서는 “타고난 몸은 오지환, 만들어진 몸은 김현수”라고 평했다. 그는 “(오)지환이의 하체를 보면 정말 선천적으로 좋은 몸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관리까지 잘하니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트레이닝에 진심인 선수다. 입단 당시 다소 왜소했던 몸이 이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크고 우람해졌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운동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짧게’ 그리고 ‘자주’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변 분들을 보면 피트니스센터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다. 운동 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반인을 기준으로 중량 운동은 하루 15~20분만 해도 충분하다. 짧게 하되 자주 운동을 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많은 분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본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있거나 무릎 등이 좋지 않은 분들도 그렇게 한다”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불편함을 안고 정석으로 하기보다는 몸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쾃을 할 때도 완전히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각도까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플랭크 동작도 마찬가지다. 굳이 바닥에서 정석대로 플랭크 동작을 하는 대신 벤치 등을 이용해 팔꿈치를 대면 몸에 많은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그는 “몸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중량 운동도 무거운 무게를 들기보다는 가벼운 무게를 더 많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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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은 시간 문제”…SK 모자 쓴 김재희는 ‘제2의 최나연’이 될수 있을까[이헌재의 B급 골프]

    7일부터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는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6일 SK텔레콤은 김재희(23)와 후원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김재희는 이SK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이번 대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재희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고 2020년엔 KLGPA 드림투어(2부) 상금왕을 차지했습니다. 2021년부터 KLPGA투어에 데뷔한 뒤에도 종종 우승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승컵에 입을 맞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선뜻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계약 기간도 파격적으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입니다. SK텔레콤은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두꺼운 팬덤까지 갖춘 김재희의 후원으로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의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대기업인 SK텔레콤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골프 선수로서는 엄청난 자부심입니다. 현재 SK텔레콤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맏형’ 최경주를 비롯해 이보미, 김한별, 이승민 등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김재희는 SK텔테콤의 5번째 후원 선수입니다. 예전 SK텔레콤의 후원을 받고 가장 크게 활약한 선수는 ‘얼짱 골퍼’로 불렸던 최나연(37)을 들 수 있습니다. 최나연을 은퇴하기 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9차례, KLPGA투어에서는 5차례 우승했습니다. SK텔레콤이 김재희에게 기대하는 것도 비슷한 활약일 것입니다. SK 모자를 쓰고 나선 첫 대회부터 김재희는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인 김재희는 2라운드에서도 4언더파를 기록하며 중간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2위 그룹과는 2타 차입니다. 특히 1라운드 10번홀부터 14번홀까지는 5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김재희는 8일 2라운드를 마친 후 “김재희는 “정규투어를 뛰면서 선두권에 있었던 적은 많은데 선두로 경기를 끝낸 건 처음이다. 마음 속으로 많이 그려왔던 상황”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재희의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는 “2년 전까지는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작년부터 새로운 코치님께 배우면서 샷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첫 우승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재희의 시즌 첫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싱가포르까지 날아온 SK텔레콤 관계자는 “후원 계약을 할 때부터 ‘올해는 무조건 우승한다’고 하더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김재희에게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재희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 준우승을 했습니다. 특히 11월 S-OIL 챔피언십에서는 최종 4라운드 전반 한 때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지만 갑작스런 폭우로 1~3라운드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바람에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김재희는 “작년에 대회가 더 많았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며 “전지훈련에서 작년 감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걸 느꼈고, 이대로만 하면 우승 기회는 자주 오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당차게 말했습니다. 특히 전지훈련 때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퍼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는 “1라운드는 핀으로 쏘면 다 붙어서 버디를 많이 잡았다. 2라운드에서는 샷 감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실수라고 생각한 샷들도 핀에 붙는 운이 따랐다. 한마디로 ‘되는 날’이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김재희는 개막전부터 우승 경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3월 10일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김재희는 “만약 개막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다면 올해 목표로 상금왕과 대상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희의 우승은 본인은 물론 자신을 믿고 후원해준 SK텔레콤도 무척 바라는 일일 것입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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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골퍼 오수민-이효송-에스더 권 “내일은 LPGA 스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린다. 프로 대회에 출전한 앳된 얼굴의 소녀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멋진 꿈을 꾸고 있었다. 7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 대회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 출전한 오수민(16)과 이효송(16), 에스더 권(15)이 그 주인공이다. 오수민과 이효송은 한국 여자 골프 국가대표이고 에스더 권은 재미교포다. 셋 모두 프로에 한발 더 다가선 것 같다며 기분 좋아했다. 언젠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 세계랭킹 1위가 되겠다는 목표도 같았다. 세 선수는 올해부터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22년 아마추어 선수의 스폰서 계약을 허용한 뒤 하나금융그룹은 이들을 ‘미래의 스타’로 점찍고 이번 대회에 초청했다. 고교 1학년인 오수민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에도 프로 대회에 여러 번 출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인 오수민은 작년 5월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뽐내며 톱10(공동 9위)에 들었다. 같은 해 11월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14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 언니들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자랑했다. 173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주무기인 오수민은 “(작년 KLPGA투어 장타 부문 2위를 한) 황유민 언니를 너무 좋아한다. 거침없이 치는 게 너무 멋있어서 나도 언니처럼 항상 시원하게 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수민과 동갑내기인 이효송 역시 한국 아마추어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다. 이효송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강민구배 한국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KLPGA투어 대회에 네 번 출전해 두 차례 컷을 통과했다. 이효송이 닮고 싶어 하는 선수는 지난해 KLPGA투어 3관왕(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이예원이다. 이효송은 “개인적으로 샷의 정확도와 퍼팅은 자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복 없이 잘 치는 (이)예원 언니를 본받고 싶다”며 “올해 프로 대회에서는 톱10에 꼭 한 번 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팬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에스더 권은 짧은 구력(球歷)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유망주다. 2020년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4년 만에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투어에서 언제든 우승을 노릴 만한 골퍼로 성장했다. 지난해 AJGA 테일러메이드 프리뷰에서 우승한 에스더 권은 AJGA 랭킹 68위에 올라 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부인 콘페리투어에서 뛰었던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웠다. 이번 대회가 프로 대회 첫 출전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골프장 말고는 문을 여는 곳이 거의 없어 골프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며 “당장 목표는 (골프 명문) 스탠퍼드대 입학이다. 대학을 다니다 20대 초반엔 본격적으로 LPGA투어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비거리보다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쇼트 게임이 강점인 그는 한때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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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일러 스위프트도 3시간씩 하는데…”, KLPGA 싱가포르 개막전도 ‘스위프트 효과’[이헌재의 B급 골프]

    싱가포르는 원래 물가가 무척 비싼 나라입니다. 그런데 7일부터 나흘 동안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을 전후해 싱가포르의 호텔과 비행기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올랐습니다. 이유는 바로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가포르 공연 때문입니다.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스위프트는 2∼9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6차례 공연을 합니다. 스위프트의 싱가포르 공연은 주변국과 외교 마찰을 낳을 정도로 화제입니다. 30만 장의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됐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을 겨냥한 암표 판매와 사기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필리핀과 태국 등 주변 나라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동남아시아 내 독점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주최사 AEG에 회당 수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줬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스위프트의 공연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싱가포르가 독점한다는 것이지요. 이에 싱가포르 측은 “스위프트 측이 교통, 물류,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의 이점을 알고 선택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3월 4일자 A18면 참조스위프트는 싱가포르 공연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하루 전인 6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차세대 스타 패티 타와타나낏(25·태국)의 입을 통해서였습니다. 타와타나낏은 올해 세계여자 골프에서 가장 ‘핫한’ 선수입니다. 지난달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했고, 곧이어 모국에서 열린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8위를 했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소속으로 스폰서 대회에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힙니다. 타와타나낏이 이번 대회에도 1위를 하면 한 달 새 유럽과 미국, 한국 투어에서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관건은 바로 체력입니다. 싱가포르는 현재 낮에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종종 비까지 내리면서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장마철과 비슷한 무덥고 습한 느낌입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역시 날씨를 이번 대회 최대 변수로 꼽고 있습니다. 수분 보충과 체력 조절을 잘해야 온전한 컨디션으로 대회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한국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가 시즌 첫 무대인 반면 타와타나낏은 벌써 4주 연속 쉬지 않고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타와타나낏은 기자회견장에서도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 얘기를 꺼내며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전날 스위프트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그는 “스위프트는 3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무척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4주 연속 대회 출전이라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컨디션을 조절해 최대한 잘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들에게도 셀럽인 스위프트가 그에게 큰 자극을 준 것입니다. 타와타나낏은 디펜딩 챔피언 박지영(28),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최소 타수상 등 3관왕을 휩쓴 이예원(21)과 함께 7일 오후 1시 45분부터 1라운드를 치릅니다. 이예원과 박지영은 타와타나낏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들입니다. 이예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샷감이나 퍼트감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저 역시도 기대가 많이 된다. 올 시즌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이번 대회 코스에 대해 “티샷보다 세컨드샷 정확도, 그린 위 잔디 결을 잘 파악해야 성공률 높을 것 같다. 쇼트퍼트를 조금 더 집중해서 플레이하고 롱 퍼트 거리감이 잘 나오면 좋은 스코어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초대 대회 챔피언 박지영 역시 “작년에 우승했던 곳에 돌아와 보니 기분이 좋다. 마지막 날까지 지금의 좋은 기분은 유지하면서 플레이하고 싶다. 작년보다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겨우내 준비한 만큼 올 한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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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LPGA 스타트… 이예원, 싱가포르서 타와타나낏과 샷 대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7일부터 나흘 동안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으로 2024시즌 막을 올린다. 올 시즌 KLPGA투어는 11월까지 9개월간 이어지는데 모두 30개 대회(총상금 320억 원)가 열린다. 이번 개막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는 지난해 KLPGA투어 3관왕(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에 오른 이예원(21)이다. 겨우내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땀을 흘린 이예원은 “올해는 4승 이상을 거둬 다승왕을 노려보겠다”고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2022년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이예원은 지난해 3승을 거뒀지만 다승왕은 4승을 챙긴 임진희(26)에게 내줬다. 임진희는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뛴다. 지난해 신인 돌풍을 일으켰던 방신실(20), 황유민(21), 김민별(20) 등 2년 차 ‘삼인방’도 이번 대회에 나선다. 데뷔 시즌 2승을 거둔 방신실과 1승의 황유민은 장타 대결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에서 방신실이 전체 1위(262야드), 황유민이 2위(257야드)를 했다. 지난해 신인왕 김민별은 올 시즌에 반드시 첫 승을 신고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29개 대회에 출전한 김민별은 준우승 세 차례를 포함해 톱10에 12번 들며 꾸준한 성적을 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KLPGA투어 통산 18승을 기록 중인 ‘대세’ 박민지(26)도 출전한다. 박민지는 3승을 더 보태면 투어 역대 최다승자로 이름을 올린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신지애(36)와 구옥희(1956∼2013)가 각각 20번 우승했다. 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등 두 해 연속 6승씩 거두면서 상금왕까지 차지했지만 지난해엔 2승으로 다소 주춤했다. 박민지는 “루키의 자세로 임하겠다”며 이번 시즌을 벼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박지영(28)은 타이틀 방어와 함께 투어 통산 8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LPGA투어의 강자로 떠오른 패티 타와타나낏(25)과 ‘장타자’ 나타끄리타 웡타위랍(22·이상 태국)도 이번 대회에 참가해 KLPGA투어 선수들과 우승 경쟁을 벌인다. 타와타나낏은 지난달 레이디스유러피안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인터내셔널과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하나금융그룹 소속으로 스폰서 대회에 출전하는 타와타나낏이 이번에도 1위를 하면 한 달 새 유럽과 미국, 한국 투어에서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LPGA투어에서 비거리 1위를 달리고 있는 웡타위랍은 남자 선수 못지않은 드라이버샷(비거리 평균 294야드)이 강점이다. KLPGA와 싱가포르골프협회가 공동 주관하고 레이디스아시안투어(LAT) 시리즈의 하나로 열리는 이번 대회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수 108명이 참가한다. 하나금융그룹은 4일 태국에서 열린 ‘위민스 아시아 퍼시픽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이효송(16),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올 시즌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오수민(16), 재미교포 에스더 권(14) 등 10대 아마추어 선수 3명도 초청했다. 올 시즌 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은 다음 달 4∼7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이다. 싱가포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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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성 투런포 터졌다… 서울시리즈 ‘불쇼’ 예고

    20,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LB 사상 첫 ‘서울시리즈’에 출전할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의 방망이가 연일 뜨겁다. 김하성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오타니는 3안타 경기로 고감도 타격을 자랑했다. 김하성은 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범경기 시애틀전 5회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콜린 스나이더의 공을 좌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2점 아치를 그렸다. 올해 시범경기 6번째 출전 만에 나온 첫 홈런이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한 뒤 6회초 수비 때 교체됐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까지 출전한 6경기 중 5경기에서 안타를 쳐 타율 0.417(12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출전한 6경기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고 도루도 2개를 기록했다. 올해 되찾은 유격수 자리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지난해 2루수로 주로 뛰면서 가끔 3루 수비도 봤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주로 5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데 정규시즌에선 지난해처럼 톱타자로 나설 게 유력하다. 이날 경기 후 김하성은 MLB 서울시리즈와 관련해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다. 내가 뛰었던 팀(키움)의 홈구장에서 MLB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면 설레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올해 김하성의 팀 동료가 된 불펜 투수 고우석은 이날 7회 등판해 1이닝 동안 피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1점을 내줬다. 샌디에이고는 12-4로 이겼다. 최근 결혼 사실을 깜짝 발표한 오타니는 이날 세 번의 타석에서 3안타를 만들었다. 오타니는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1회 우전 안타를 날린 오타니는 2회 좌익수 방면 3루타를 때렸다. 담장을 직접 때리는 3루타였는데 속도가 117마일(약 188km)로 측정됐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타구였다. 3회 다시 오른쪽 안타를 기록한 오타니는 대주자 미겔 바르가스와 교체됐다. 오타니는 이날까지 세 번의 시범경기에 출전했는데 홈런 1개를 포함해 7타수 5안타로 타율 0.71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재활하면서 조심스럽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타니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정규시즌 개막 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서울시리즈에 무리 없이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는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이날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나와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2-2로 맞선 4회 2사 1,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날려 2루 주자를 홈으로 보낸 뒤 곧바로 2루를 훔쳐 시범경기 첫 도루도 기록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0.455(11타수 5안타)가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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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온라인 생중계, 5월부터 유료

    올해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경기 유무선(온라인) 중계방송권 계약을 한 CJ ENM이 ‘시청 유료화’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5년간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갖고 있던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은 무료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KBO는 “CJ ENM과 프로야구 경기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2024∼2026년)이다. 계약 규모는 1350억 원(연간 450억 원)으로 국내 프로 스포츠 온라인 중계 계약 사상 가장 많은 액수다. 종전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경우 5년간 총 1100억 원(연간 220억 원)이었는데 연간 금액 기준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CJ ENM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한다. 티빙 가입자라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CJ ENM은 티빙 회원 가입자에 한해 9일부터 시작하는 프로야구 시범경기와 23일 개막하는 정규리그 경기를 4월 30일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5월 1일부터는 티빙 가입자도 매달 최소 5500원의 요금을 내야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를 돈 내고 봐야 하게 된 것을 두고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를 비롯한 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해 80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직접 찾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시청하는 데 ‘유료화’라는 장벽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이다. KBO와 CJ ENM의 이번 중계방송권 계약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온라인 시청에 한정된 것이어서 지상파와 케이블TV 스포츠 채널을 통한 프로야구 중계는 이전처럼 볼 수 있다. KBO는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와 3년간 총 1620억 원(연간 540억 원)에 프로야구 TV 중계 방송권 계약을 2026년까지 3년 연장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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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즈, 美골프협회 최고 영예 ‘밥 존스 상’ 수상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사진)가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는 ‘밥 존스 어워드’ 수상자로 3일 선정됐다. 마이크 완 USGA 대표이사는 “코스에서 우즈만큼 많은 걸 이룬 골퍼는 찾기 힘들다. 동시에 우즈는 골프라는 종목과 미래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며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밥 존스 어워드는 빼어난 스포츠맨십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USGA 주관 시상 중 최고 영예로 꼽힌다. USGA는 1920, 30년대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3승을 거둔 뒤 마스터스를 설립한 보비 존스(1902∼1971)의 이름을 따서 1955년부터 이 상을 시상하고 있다. 우즈는 USGA 주관 대회에서 총 9차례 정상에 올랐다. US 주니어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3년 연속 제패했고,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도 3년 연속 우승 기록을 남겼다. 프로 전향 후에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3차례(2000, 2002, 2008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즈는 “보비 존스의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나보다 앞서 이 상을 받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 것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즈에 앞서 아널드 파머(1971년), 잭 니클라우스(1975년), 미키 라이트(2010년), 벤 호건(1976년) 등 전설적인 골퍼들이 이 상을 받았다. 한국인 가운데는 박세리가 2020년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시상식은 6월 US오픈 대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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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인 중의 철인’ 김건우 “팔굽혀펴기 하루 3개만 하세요”[이헌재의 인생홈런]

    육상 10종 경기(Decathlon)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경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날엔 100m 달리기,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달리기를 한다. 이어 둘째 날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달리기를 한 뒤 각 종목 점수를 합친 총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한국에서 10종 경기를 가장 잘했던 선수는 김건우(44)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한국기록도 4차례나 경신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철인 중의 철인’으로 이 종목을 지배했던 김건우는 요즘 11번째 종목을 뛰고 있다. 방송에서 육상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서울 동작구에서 육상 전문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건우는 “선수 생활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가장 많이 배운 건 바로 인내였다”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고 했다. 힘들게 운동하면서 그가 깨달은 단순한 진리는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 시절 식사 후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런데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전지훈련 중 현지 코치로부터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 먹는 게 좋겠다”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그날로 아이스크림을 끊기로 했다. 하루하루 달력에 체크를 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대지 않은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했다. 한두 달 지나 승리 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건우는 일반인들에게도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소하고 작은 습관들이 모여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팔굽혀펴기 3개씩만 하라”고 주문한다. 30개가 아니라 3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처음 운동할 때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다. 그걸 하루 이틀 거르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며 “팔굽혀펴기 3개를 하되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게 쌓이다 보면 자신의 몸에 맞게 개수를 10개, 20개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달력에 승패 표를 만들면 더욱더 효과적이다. 팔굽혀펴기도 좋고, 계단 오르기도 좋고, 스쾃도 좋다. 목표를 이룬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한다. 그는 “한번 습관이 들면 아무리 피곤해도, 술을 마신 날에도 가볍게나마 운동을 한다. 반대로 잘못된 습관도 쉽게 든다. 많은 분이 야식을 먹는데 배가 정말 고파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먹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도 절제된 생활과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상체와 하체, 복근, 배근 등 4가지로 나눠서 한다. 몸의 기초가 되는 큰 근육들이다. 굳이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상체는 팔굽혀펴기, 하체는 스쾃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복근은 윗몸일으키기와 레그 레이즈, 배근은 엎드린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는 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 주말에는 동호인 야구와 축구를 즐긴다. 그는 “10종 경기를 할 때는 모든 걸 혼자 했다. 야구와 축구는 다 같이 하니 더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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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할 운동이 아냐”…‘철인 중의 철인’ 김건우가 승리하는 법[이헌재의 인생홈런]

    육상 10종 경기(Decathlon)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빨리 뛰고, 멀리 뛰고, 높이 뛰고, 장애물도 넘어야 하면서 각종 도구도 잘 던져야 한다. 10종 경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날엔 100m 달리기,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달리기를 한다. 이어 둘째 날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달리기를 한 뒤 각 종목 점수를 합친 총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어지간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10종 경기에 포함되는 모든 종목을 제대로 열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순서까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더욱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는 전혀 무리가 아니다. 20년 가까이 한국 육상 10종 경기를 지배했던 ‘철인 중의 철인’ 김건우(44)도 그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김건우가 10종 경기 선수가 된 건 역설적이게도 잘하는 종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한 김건우는 고교 졸업반이 될 때까지 자신의 특기를 찾지 못했다. 단거리 달리기가 안 되니 허들로 전향했다가, 그것도 안 되니 멀리뛰기를 했다가, 그마저 안되니 세단뛰기를 했다. 하지만 모두 변변치 않았다. 전국체전 출전은커녕 도 대회 입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 들려온 코치의 한 마디. “넌 잘하는 건 없고 조금씩 흉내는 낼 줄 아니 10종경기를 해 보라”는 것이었다. 딱 2주 훈련한 뒤 추계 중고대회에 출전했다. 종목 순서도 헷갈리는 지경이었으니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런 그에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얼마나 존재감이 없었는지 그는 첫날 5종목을 마지막으로 끝냈을 때 학교 육상부 버스는 이미 숙소를 향해 떠난 뒤였다. 아는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겨우 숙소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들기 전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이건 사람이 할 종목이 아니다.” 기적은 둘째 날 장대높이뛰기에서 일어났다. 이전까지 2.70m가 최고 기록이던 그는 3.20m를 신청했다. 뒤늦게 현장에 온 코치는 불같이 화를 냈다. 당연한 듯 1, 2차는 모두 실패였다. 그리고 마지막 시도. 바를 넘긴 했다. 그런데 올라갈 때 종아리로 바를 건드렸고, 내려올 때 손으로 또 한 번 건드렸다. 이젠 모든 게 끝이구나 하고 포기한 순간 주변에서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위를 쳐다보니 바가 부르르 떨면서 춤을 추고 있더란다. 성공 판정을 받은 그는 남은 세 번의 기회에서 3m80까지 성공시켰다. 마지막 종목을 마친 후 점수 계산 후 1등으로 그의 이름이 호명됐다. 당시 학생 신기록이자 자신의 인생 첫 금메달이었다. 한순간에 유망주가 된 그는 특기생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3학년 때부터는 성인 무대를 평정했다. 그해부터 2007년까지 전국체전 8연패에 성공했고, 2006년 도하 아시아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까지 따냈다. 선수 시절 그는 한국 신기록도 4차례나 경신했다. 그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한국신기록 7860점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첫 출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게 인생역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축하도 받았지만 ‘너처럼 운 좋은 놈은 처음 본다’는 말도 들었다”며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기 위해 정말 이를 악물고 운동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7년을 끝으로 30년 가까운 육상 선수 생활을 마감한 김건우는 요즘 자신의 11번째 종목을 뛰고 있다. 그는 KBS 육상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마이크를 잡았다. 10개 종목을 통달하고 있는 ‘팔방미인’인 만큼 어떤 육상 종목을 맡아도 거뜬히 해냈다. 그는 또 서울 동작구에서 ‘그라운드 K’라는 이름의 육상 전문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라운드는 기초 또는 바닥의 의미로 육상 트레이닝이 모든 운동의 기본이라는 뜻을 담았다. K는 자신의 성을 땄다. 수강생의 절반 이상은 엘리트 선수를 꿈꾸는 육상 유망주들이다. 경찰특공대 지원자들과 공무원 체력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일반인 중에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익히려는 사람들과 부상을 입은 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요즘 많은 분들이 골프와 테니스 등을 즐긴다. 그런데 모든 운동은 기본적인 몸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유산소와 코어 운동 등 기본 트레이닝을 꾸준히 병행해야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국가대표 생활을 하며 운동에만 전념했던 그가 하는 첫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최근 몇 년간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20년 가까이 했던 10종 선수 생활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바로 인내였다”며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센터를 열었고, 지금도 10종 경기를 했던 것처럼 내 방식대로 어려움을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종목 중 힘들지 않은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첫 날 400m 달리기와 둘째 날 마지막 종목인 1500m는 남은 힘을 다 쏟아부어야 했기에 가장 힘들었다. 그의 고된 몸을 달래준 건 단 음식이었다. 그는 식사 후엔 항상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그런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전지훈련 중 미국인 코치로부터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 먹어 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항상 알고 있었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 포기해야 뭔가 새로운 걸 얻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놀고 싶은 거 다 놀면서 잘하기를 바랄 순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날로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끊기로 했다. 하루하루 달력에 체크를 했다. 단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했다. 한두 달이 지나자 승리 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탄산음료는 전혀 마시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아주 가끔 먹는다. 김건우는 일반인들에게도 운동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소하고 작은 습관들이 모여야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운동을 시작하는 회원들에게 “일단 매일 팔굽혀 펴기 3개씩만 하라”고 주문한다. 30개가 아니라 3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 운동할 때 목표를 너무 높이 잡는다. 그걸 하루 이틀 거르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며 “하루에 팔굽혀 펴기 3개를 하되 이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게 쌓이다 보면 자신의 몸에 맞게 개수를 10개, 20개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이때도 달력에 승패표를 만들면 더욱 효과적이다. 하루 팔굽혀 펴기 3개를 한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한다. 팔굽혀 펴기도 좋고, 계단 오르기도 좋고, 스쾃도 좋다. 그렇게 승리가 늘어나고 달력이 모두 승리로 표시되는 날이 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는 “한번 습관이 들면 아무리 피곤해도, 술을 마신 날에도 가볍게나마 운동을 한다. 반대로 잘못된 습관도 쉽게 든다. 많은 분들이 야식을 먹는데 배가 정말 고파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먹는다. 그래서 습관이 정말 중요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도 절제된 생활과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상체와 하체, 복근, 배근 등 4가지로 나눠서 한다. 몸의 기초가 되는 큰 근육들이다. 굳이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상체는 팔굽혀 펴기, 하체는 스쾃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복근은 윗몸 일으키기와 레그 레이즈, 배근은 엎드린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는 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 주중에 이 같은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하는 그는 주말에는 동호인 야구와 축구를 즐긴다. 그는 “10종 경기를 할 때는 모든 게 혼자서 하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야구와 축구는 다 같이 하는 종목이라서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도 강조했다. 그의 선수 생활의 하이라이트가 됐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역시 포기하지 않았기에 따낼 수 있었다. 대회 전까지 그는 족저건막염으로 크게 고생했다.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오른쪽 햄스트링에도 부상을 안고 있었다. 첫날 5종목을 마쳤을 때 그는 12명의 출전 선수 중 거의 꼴찌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기에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런데 둘째 날 5종목을 뛰면서 무려 6명의 선수가 완주를 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했다. 그는 메달을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1500m까지 최선을 다해서 뛰었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은메달이었다. 그는 “10종 경기를 하면서 항상 나 자신과 싸웠지만 광저우 대회는 나 스스로를 이겨낸 대회였다. 누구든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 같은 순간은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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