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41

추천

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요리/음식22%
문화 일반17%
패션14%
교육14%
경제일반10%
사회일반7%
칼럼7%
인테리어3%
기업3%
뷰티3%
  • “다윈은 나의 지적 영웅… 번역하며 희열 느껴”

    과학과 인문 지식이 충만한 데다 글과 말까지 된다. 경계의 지식을 책과 강연으로 적극 알려온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48)를 지난달 31일 만났다. 서울 관악구 관악로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이었다. 그 가운데 비범한 외양의 책을 뽑아들며 그가 눈을 반짝였다. “다윈은 저의 지적 영웅입니다. 이 흥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그는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2만2000원)을 번역 출간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함께하는 다윈포럼이 준비해온 다윈 선집 ‘드디어 다윈’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그는 “1859년 출간 이후 1872년까지 모두 6번 개정됐는데, 국내 번역서는 대부분 마지막 판을 다뤘다. 초판을 진화학자가 번역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했다. ―초판을 선택한 이유는…. “포럼에서 6판과 1판 간 경합이 뜨거웠다. 초판은 당대 반응을 반영하지 않은 이론이고 6판은 생각의 완성에 가깝다는 논리였다. 개인적으로 2판을 주장했다. 거듭 고쳐 쓰기 전 원형의 생각을 간직한 데다 오탈자만 잡아 완성도가 높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2판도 초판과 판이해서 초판을 택했다.” ―‘종의 기원’ 출간 당시엔 여러 차례 고쳐 쓰는 게 일반적이었나. “다윈은 소심한 편이라 비판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학계 반응에 대한 변을 담아 다시 고쳐 썼던 거다. 지금 같았으면 그는 파워 블로거가 됐을 거다. 댓글에 일일이 답하며 소통하지 않았을까?” ―번역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한국어로 잘 읽히도록 다듬는 데 공을 들였다. 다윈의 시대에는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만연체가 유행했는데, 이 때문에 한국어 번역본도 어렵게 느껴졌다. ‘생존경쟁’을 ‘생존투쟁’으로 고치는 등 용어도 대폭 수정했다.” ―많은 이들과 ‘종의 기원’이 주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복잡하고 정교한 자연세계를 설명할 길을 제시한 역작이다. 또 개인은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서 뻗은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며, 우연히 빚어진 운 좋은 생명체임을 일깨운다. 성경에 버금가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윈 이후 진화학의 흐름은…. “현대의 생물학은 다윈 진화론의 패러다임 위에서 작동한다. 유전자 중심으로 진화학을 설명한 ‘이기적 유전자’ 등 후속 이론이 나오고 있다. 진화윤리, 진화심리, 진화경제 등도 등장했다. 전례 없이 생산적인, 겨자씨 같은 학문이다.” ―다윈 찬양론자처럼 느껴진다. “지적인 영웅이자 애정하는 영웅이다. 천재성을 타고난 영웅은 멀게 느껴지는데 다윈은 그렇지 않다. 따개비만 8년을 연구할 정도로 성실히 임하다 보니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인간미를 진하게 풍기지 않나?” ―인문학 성향이 강한 과학자인가, 과학 성향을 지닌 인문학자인가. “늘 경계에 있었기에, 주변에서도 ‘과학자냐, 철학자냐’고들 묻는다. 정체성을 깊이 고민한 끝에 어느 순간 진화학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통섭의 시대에 학문의 경계를 가르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과학자들의 시각이 남다른 점은…. “과학자들은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옛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는데, 과학은 영장류학, 뇌과학 등으로 사회성을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왕성하게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대학원 시절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떴다. 어린 시절부터 책벌레였던 인사들을 보면 콤플렉스도 느낀다. 하지만 독서에 늦은 때란 없다. 독서를 하면 실제 뇌가 변하고, 성격과 인생의 변화로 이어진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종의 기원’ 번역한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 “자연과 존재, 눈 틔워준 책”

    “다윈은 저의 지적 영웅입니다. 이 흥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48)는 읽고 쓰고 나누는 진화학자다.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책과 강연으로 경계의 지식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그의 사무실은 온통 책이었다. 과학서부터 독서법까지, 신들린 듯 펴낸 저서 더미에서 그가 비범한 외양의 책을 뽑아들며 눈을 반짝였다. 최근 그가 번역한 다윈(1809~1882년)의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2만2000원)이었다. -왜 지금 ‘종의 기원’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함께하는 다윈 포럼이 2005년부터 준비해온 다윈 선집 시리즈 ‘드디어 다윈’의 첫 번째 책이다. 2009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펴낼 계획이 늦어졌다. 1859년 출간 이후 1872년까지 모두 6번 개정됐는데, 국내 번역서는 대부분 마지막판을 다뤘다. 초판을 진화학자가 번역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초판을 선택한 이유는? “포럼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6판과 1판 간 경합이 뜨거웠다. 초판은 당대 반응을 반영하지 않은 이론이고 6판은 생각의 완성에 가깝다는 논리였다. 개인적으로 2판을 주장했다. 소심한 다윈이 거듭 고쳐쓰기 전 원형의 이론에 오탈자만 잡아 완성도가 높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한데 2판도 초판과 판이하게 달라서 초판을 택했다.” -‘종의 기원’ 출간 당시엔 여러 차례 고쳐 쓰는 게 일반적이었나. “다윈은 소심한 편이라 비판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학계 반응에 대한 변을 담아 다시 고쳐 썼던 거다. 지금같았으면 그는 파워 블로거가 됐을 거다. 댓글에 일일이 답하며 소통하지 않았을까?” -번역에서 특히 신경쓴 부분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국어로 잘 읽힐 수 있도록 다듬는데 공을 들였다. 다윈의 시대에는 한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긴 만연체가 유행했는데, 이 때문에 한국어 번역본도 어렵게 느껴졌다. 포럼 회원들과 토론을 거쳐 ‘생존경쟁’을 ‘생존투쟁’으로 고치는 등 용어도 대폭 수정했다.” -‘종의 기원’이 주는 흥분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니, 도전 의지가 솟구친다. “자연과 존재에 대한 눈을 틔워준 책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자연세계를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다윈이 자연선택이라는 매커니즘을 제시한 거다. 개인은 거대한 생명이 나무에서 뻗은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며, 우연과 우연이 만나 빚은 운좋은 생명체임을 일깨운다. 인간에 대한 이해로 이끄는 책으로, 성경에 버금가는 힐링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 이후 진화학의 흐름은? “한 이론의 역사는 300년을 주기로 돌아가는데, 다윈의 이론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현대의 생물학은 다윈 진화론의 패러다임 위에서 작동한다. 유전자 중심으로 진화학을 설명한 ‘이기적 유전자’ 등 후속 이론이 나오고 있다. 진화윤리, 전화심리, 진화경제 등도 등장했다. 전례 없이 생산적인, 겨자씨 같은 학문이다.” -다윈 찬양론자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다윈은 지적인 영웅이자 애정하는 영웅이다. 다윈은 한 분야에 성실히 임하다 보니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따개비만 8년을 연구했다. 천재성을 타고난 영웅은 멀게 느껴지는데 다윈은 그렇지 않아서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론치고 덜 알려진 것 같다.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고 본다. 우생학,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경쟁을 대놓고 이론으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견제도 없지 않았다. 사실 다윈은 경쟁만큼 협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았다.” -인문학 성향이 강한 과학자인가, 과학 성향을 지닌 인문학자인가. “양쪽을 오가며 활동한다. 늘 경계에 있었기에, 주변에서도 ‘과학자냐, 철학자냐’고들 묻는다. 정체성을 깊이 고민한 끝에 어느 순간 진화학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통섭의 시대에 학문의 경계를 가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 간 과학담론이 빠르게 부상했다. “과학은 물질 조건에 기여하고 생활의 편리를 돕는 학문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는 점이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확립된 절차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9.11 테러 이후 과학자들이 도덕 윤리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합리적 객관적으로 사고하려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시각이 남다른 점은? “과학자들은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옛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는데, 과학은 최신의 렌즈로 사회성을 탐구한다. 영장류학, 뇌과학 등으로 사회성을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거다. 인문사회과학에서 다루던 주제가 과학 쪽으로 넘어온 셈이다.” -글과 말이 동시에 되는 과학분야 학자로 손꼽힌다. 독서에 대한 책도 펴냈다. “어린 시절 독서와 거리가 멀었다. 과학고 시절 저자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연애편지와 교회 주보를 쓰면서 ‘쪽글’로 글쓰기 기초를 닦았다.(웃음) 대학원 시절 독서의 재미에 눈을 떴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책벌레였던 인사들을 보면 은근히 콤플렉스도 느낀다. 하지만 독서에 늦은 때란 없다. 독서를 하면 실제 뇌가 변하고, 성격과 인생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06
    • 좋아요
    • 코멘트
  • 소설가 장은진, ‘제20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설가 장은진 씨(사진)가 제20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이효석문화재단이 4일 밝혔다. 수상작은 소설집 ‘외진 곳’. 심사위원단은 “사회 소수자들을 향한 따스한 공감의 에너지와 시대의 응전력을 지닌 작품”이라고 대상 선정 사유를 밝혔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1907~1942)을 기리기 위해 2000년 강원 평창군 효석문화제에서 제정됐다. 시상식은 9월 7일 오후 12시 강원 평창군 진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04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사는 법

    한국가정연구소장인 저자의 강연을 묶었다. 아내와 남편의 역할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남편수업’이란 모토는 낡은 문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한 개인이 관계에서 지침을 삼을 만한 조언이 주를 이룬다. 1장 ‘남자의 삶’과 2장 ‘부부농사’는 가정 문제에 서툰 이들을 위한 기초 가이드 격이다. 가족 탄력성, 일과 가족의 균형, 고부 갈등, 졸혼 등을 다룬다. 3장 ‘자식농사’에서는 자녀 교육에 있어 부부 간 노선을 통일하고 가족 간 추억을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4장 ‘가정에서의 대화’, 5장 ‘나의 삶’은 각각 관계와 노년의 삶을 훑었다. 뾰족한 통찰은 없지만 생생한 사례가 담겼다. 가정 문제를 진지하게 대한 적 없는 이들의 기초 독본으로 적합해 보인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러 대학생 대화’ 참가 40명 박경리 작가 통영 묘소 참배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은 한국과 러시아 대학생들의 교류 프로그램인 ‘제10차 한-러 대학생 대화(KRD)’ 참가자 40여 명이 1일 경남 통영시 박경리 작가의 묘소와 기념관을 방문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올해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는 박경리문학제가 열렸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산문집 ‘시절일기’ 펴낸 김연수 작가 “낯선 어둠 다가왔을 때 빛을 찾아준 건 글쓰기”

    마흔 즈음, 변화 없이 평온하게 흐르던 세계에 금이 갔다. 친구와 가족을 잃은 뒤의 일상은 ‘비포 앤드 애프터’처럼 낯설었다. 그들이 없는 채로 남은 날을 살아내야 하고, 앞으론 비슷한 일이 반복될 거란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런 마음으로 세월호 사건까지 겪었다. 낙관이 넘치던 글에 비관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김연수 소설가(49)가 40대에 써내려간 글을 묶어 산문집을 냈다. 제목은 ‘시절일기’(레제·1만5000원), 부제는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2003∼2017년 절규하듯 토해낸 글 가운데 일부를 거듭 고쳐서 엮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그는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을 버틴 건 글쓰기 덕분이었다. 사람을 두 번 살게끔 하는 글쓰기를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5개 테마로 글을 묶었다. 특히 2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로만 구성했다. 그만큼 세월호가 안긴 타격이 컸다. “소설가는 기승전결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월호 사건은 논리를 한참 건너뛰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었다.” “가슴이 안 뛴다고나 할까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무너지자 오래 무기력했습니다. 당시에 쓴 글도 못 봐줄 만큼 어둡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군요. 한 줄기 빛이나마 찾으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의 렌즈를 덧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쓰는 행위를 통해 태도가 바뀐 거죠.” 젊은 세대의 필독서로 통했던 첫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2004년) 당시에 작가의 관심사는 온통 자신이었다. 소설을 쓸 때도 딱히 바깥을 신경 쓰진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건 독자가 책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부터. 그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다가 독자 본인의 세계와 작품 세계를 연결짓더라. 시공간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편이라 더 깊이 연루되는 것 같다. 작품이 여러 기억이 공동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정거장 같은 곳이라는 걸 알고 나니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요즘에는 우리 사회의 속성에 관심이 간다. 과거 출구 없는 ‘헬조선’처럼 느껴진 우리 사회가 요즘엔 달리 보이기 시작했단다. “광화문 집회를 가보니 흥미롭더군요. 개인의 가치관은 유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1940년대생은 1950∼60년대, 20대는 2000년대를 겪은 거잖아요. 사회적 피가 다른 이들이 같은 사회에 공존하니 모든 이슈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어중간하게 결론이 나는 거죠. 한 세력이 오래 통치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높지만, 젊은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소설도 다작하지만 산문집도 다수 펴냈다. 초기엔 잡문을 쓴다는 생각에 창피했는데, 지금은 산문이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독자와 곧장 연결되고 시공간에 대한 목소리가 바로 드러나서다. 최근에는 소설이 잘 써지지 않아 산문에 더 몰두하고 있다. “백석과 임진왜란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언제 완성할지 모르겠어요. 산문은 그냥 질문만 해도 되는데 소설은 해답을 찾아야 하잖아요. 답이 없으니 글이 막히는 거죠. 소설이 쉽게 써지던 시절은 끝났다는 상실감이 들지만, 지금 쓰는 소설이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중년의 강을 건너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으니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산문집 ‘시절일기’ 펴낸 김연수 “‘헬조선’처럼 느껴진 사회, 요즘엔 달리 보여”

    마흔 즈음, 변화 없이 평온하게 흐르던 세계에 금이 갔다. 친구와 가족을 잃은 뒤의 일상은 ‘비포 앤 애프터’처럼 낯설었다. 그들이 없는 채로 남은 날을 살아내야 하고, 앞으론 비슷한 일이 반복될 거란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런 마음으로 세월호 사건까지 겪었다. 낙관이 넘치던 글에 비관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김연수 소설가(49)가 40대에 써내려간 글을 묶어 산문집을 냈다. 제목은 ‘시절일기’(레제·1만5000원), 부제는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2003~17년 절규하듯 토해낸 글 가운데 일부를 거듭 고쳐서 엮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만난 그는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을 버틴 건 글쓰기 덕분이었다. 사람을 두 번 살게끔 하는 글쓰기를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5개 테마로 글을 묶었다. 특히 2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로만 구성했다. 그만큼 세월호가 안긴 타격이 컸다. “소설가는 기승전결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월호 사건은 논리를 한참 건너뛰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이었다.” “가슴이 안 뛴다고나 할까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이 무너지자 오래 무기력했습니다. 당시에 쓴 글도 못 봐줄 만큼 어둡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더군요. 한 줄기 빛이나마 찾으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의 렌즈를 덧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쓰는 행위를 통해 태도가 바뀐 거죠.” 젊은 세대의 필독서로 통했던 첫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2004) 당시에 작가의 관심사는 온통 자신이었다. 소설을 쓸 때도 딱히 바깥을 신경 쓰진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건 독자가 책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부터. 그는 “주인공에 공감하다가 독자 본인의 세계와 작품 세계를 연결짓더라. 시공간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편이라 더 깊이 연루되는 것 같다. 작품이 여러 기억이 공동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정거장 같은 곳이라는 걸 알고 나니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요즘에는 우리 사회의 속성에 관심이 간다. 과거 출구 없는 ‘헬조선’처럼 느껴진 우리 사회가 요즘엔 달리 보이기 시작했단다. “광화문 집회를 가보니 흥미롭더군요. 개인의 가치관은 유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40년대 생은 1950~60년대, 20대는 2000년대를 겪은 거잖아요. 사회적 피가 다른 이들이 같은 사회에 공존하니 모든 이슈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어중간하게 결론이 나는 거죠. 한 세력이 오래 통치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높지만, 젊은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소설도 다작하지만 산문집도 다수 펴냈다. 초기엔 잡문을 쓴다는 생각에 창피했는데, 지금은 산문이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독자와 곧장 연결되고 시공간에 대한 목소리가 바로 드러나서다. 최근에는 소설이 잘 써지지 않아 산문에 더 몰두하고 있다. “백석과 임진왜란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언제 완성할지 모르겠어요. 산문은 그냥 질문만 해도 되는데 소설은 해답을 찾아야 하잖아요. 답이 없으니 글이 막히는 거죠. 소설이 쉽게 씌어지던 시절은 끝났다는 상실감이 들지만, 지금 쓰는 소설이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중년의 강을 건너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으니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9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성과를 높여주는 독학 성공 전략

    영역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 독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때마침 곳곳에 콘텐츠가 넘쳐난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가 전하는 ‘독학 가이드’다. ‘목표를 정하라’ ‘시간을 분배하라’ 같은 뻔한 조언도 있지만, 방법을 몰라 허둥대는 이들은 한 번쯤 참고할 만하다. 독학의 밀도는 감도에 좌우된다. 그리고 이 감도는 전략이 결정한다. “원하는 테마(권력, 사랑…)와 장르(영화, 정치철학…)를 결합해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배분하라”는 게 전략의 골자다. 일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한 지식은 ‘경험 뭉치’일 뿐이다. 독학한 내용을 개인의 문맥에 맞게 재구성해야 쓸모가 생긴다. 그래야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사와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슈의 깨알 비법이 이어진다. “흥미로운 사실, 통찰과 시사, 행동 지침에 밑줄을 그어라”, “한 책에서 가장 중요한 5∼9개 대목을 옮겨 적어라”, “시사점과 그로 인해 내가 실천해야 할 일을 정리하라”….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데 유용한 11개 분야와 추천도서도 9권씩 소개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장애인이어도, 사춘기여도 괜찮아 가족이니까

    10대를 위한 소설인데 내용은 제법 묵직하다. 어른용 에세이인데 어린이도 충분히 읽겠다 싶다. 최근 나이별 분류법에서 벗어난 책이 다수 나오고 있다. 내용, 길이, 시각적 측면에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만한 새 책 3권을 소개한다. 1. 오빠는 오늘도 오케이 10대 시절엔 오빠가 늘 못마땅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볼일을 보고, 늘 팬티 바람에 먹을 땐 온갖 소리를 내고…. 이혼해서 아빠는 집에 없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쁜데, 오빠마저 신경을 박박 긁어대니 그럴 만했다. 오빠를 이해하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부터. 오빠를 위한 특별 변기를 고민하다 보니 새삼 그가 다시 보였다. “오빠는 언제나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 생활한 것이다.” 찬찬히 되감아본 오빠는 아기처럼 사랑스러웠다. 아침마다 ‘안녕, 잘 잤어?’ 대답을 들을 때까지 묻고, 물을 마시기 전엔 ‘돼?’ 하고 허락을 구한다. 덮밥은 층층이 차례대로 먹는다. 이따금 생각에 잠겨 빙긋이 웃기도 한다. 과거를 반추하던 저자는 자신의 아픔과 맞닥뜨린다. “가족과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 응어리진 탓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오빠만의 ‘질서’가 있듯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질서’가 있는 법이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특성과 가족의 애환을 담백하게 그렸다. 명랑함과 아픔을 강약조절한 솜씨가 돋보인다. 초등학생∼성인.2. 열세 살의 여름 주인공 해원은 열세 살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가족 휴가로 떠난 바다에서 해원은 산호를 만난다. 내심 좋아하던 반 친구다. 그날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산호를 향한 마음. 단짝 친구 진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했더니, 벼락이 떨어진다. “예전에 산호가 나 좋아했어.” 1998년 여름날이 배경이다. 단순한 눈짓에 모든 감정을 덧입혀 씨름하는 유리 같은 열세 살의 어설픈 사랑이 풋풋하다. 아무리 다듬어도 못마땅하던 머리 모양, 단짝과 주고받던 교환 일기, 은근 신경 쓰였던 인기투표…. ‘추억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마다의 열세 살 풍경이 비슷해서일까.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여느 막장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높다. 성인용이라면 반전 축에도 못 낄 마지막 장면에서 멈칫했다면, 추억 여행에 성공한 셈이다. 초등학생∼성인.3. 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어느 날 아빠가 경찰에 붙잡혀 갔다. 하늘 같던 우리 아빠가 도둑이란다. 회사 로커는 물론이고 마을의 거의 모든 집에서 물건을 훔쳤단다. 내게 생일 선물로 준 자전거마저도…. 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친구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도 훔쳤느냐”고 묻고, 선생님은 따돌림을 모른 척했다. 단짝 친구 로게르마저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워졌다. 엄마는 아빠가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마트에서는 “훔친 돈은 받지 않는다”며 출입을 거부한다. 엄마는 흐느끼다가 입술을 깨물며 아빠를 욕했다. “무언가를 사야 할 때마다 항상 선물이라며 갑자기 들고 오곤 했어. 그만큼 도둑질도 좋아했던 건 아닐까.” 가냘픈 유년 시절을 지나온 건 온전히 부모 덕분이다. 우주 같은 엄마 아빠가 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주인공이 끝내 쓰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길도 착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아니다. 길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초등학교 고학년∼성인.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치의 비극적 속성과 분투하는 개인 실감나게 되살려”

    올해 9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이 24일 결선에 오른 최종 후보 5명을 공개했다.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63·스페인)와 에두아르도 멘도사(75·스페인), 이스마일 카다레(83·알바니아), 마거릿 애트우드(80·캐나다), 옌롄커(61·중국)이다. 이 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했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 문학상이다. 올해 심사는 위원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권기대 번역가,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유석호 연세대 명예교수(가나다순)가 맡았다. 24일 만난 김우창 교수는 후보자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20세기의 정치 체제를 깊이 사유했다. 정치의 비극적 속성과 그 속에서 분투하는 개인의 삶을 실감 나게 되살렸다”고 했다. 스페인의 간판 작가 몰리나는 ‘리스본의 겨울’(1987년)과 ‘폴란드 기마병’(1991년)으로 후보에 올랐다. 각각 음울한 현대인의 방황과, 내전·독재로 얼룩진 스페인 현대사를 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 교수는 “개인이 정치사에 휘말리는 아이러니를 자연스럽게 보여준 수작”이라고 말했다. 멘도사는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유머와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섞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데뷔작인 ‘사볼타 사건의 진실’(1975년) ‘경이로운 도시’(1986년) 등이 있다. 군수업체 간부의 살해 사건을 다룬 ‘사볼타…’는 미스터리를 형성하는 역사적 배경을 파고들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각자의 상황과 이익을 위해 쟁투하는 인간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가”라고 했다. 카다레는 첫 장편 ‘죽은 군대의 장군’(1963년)과 함께 ‘꿈의 궁전’(1981년) ‘광기의 풍토’(2005년)로 후보에 올랐다. 알바니아의 현실을 신화와 전설을 변주해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을 주로 써왔다. ‘죽은…’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적 명분으로 폭력이 정당화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다수 펴낸 애트우드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통한다. ‘시녀이야기’(1985년) ‘눈먼 암살자’(2000년) 등을 펴냈으며, 2017년 노벨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발표되자마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녀이야기’는 2017년 TV드라마로 제작되며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임을 입증했다. 옌롄커는 중국 부조리 서사의 대가로 통한다. ‘여름 해가 지다’(1992년) ‘레닌의 키스’(2003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년) 등이 대표작.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으며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회주의 체제에 억눌린 개인의 욕망을 뛰어난 상징으로 드러내는 작가”라고 김 교수는 평했다. 수상자는 9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2019 원주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10월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국내 작가의 작품도 후보작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수 언어권 작품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넓고 얕은 지식의 시대… 책으로 어떻게 먹고살까

    “엇, 회의실 어떻게 찾았어?” “피자 냄새 맡고 따라왔지.” “귤 사왔다. 서울에서 파주로 유학 온 귤이야.” 작정한 듯 유치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사회적 가면을 떨치고 소꿉놀이 시절로 돌아간 동창모임 같았다. 17일 경기 파주시 문발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책으로 둘러싸인 회의실에 하나둘 방문객이 찾아들자, 미간에 힘을 주고 토론하던 홍예빈(37·열린책들 상무) 홍유진(34·열린책들 기획위원) 남매의 뺨에 홍조가 올랐다. 출판계에도 이런저런 모임이 많지만 이날 모임은 ‘출판인 2세’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9년 전 10명에서 출발해 현재 22명으로 덩치를 키웠다. 김지영 자유아카데미 대표이사(46)와 진성원 백산출판사 상무(45), 이윤규 일진사 기획실장(40), 류원식 교문사 대표(38), 조한나 푸른숲 기획편집부 과장(38), 김민지 미래M&B 대표(37), 이수철 현문미디어 대표(34), 이소영 아람 대리(28) 등 20대부터 40대까지 모두 부모의 뒤를 이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매달 만나 밥과 술, 고민을 나누던 친목단체였지만 최근 새롭게 돛을 띄웠다. 공부 모임으로 성격을 바꾸고 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현안을 배우기로 한 것. 첫 번째 공부 모임 현장을 찾아 지식을 다루는 출판계 2세들의 고민을 살짝 엿봤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한 잡지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2011년 부름에 응해 일을 시작했습니다.”(문승현 세진사 기획팀장) “회화를 전공했어요. 3년 전부터 어머니 회사에서 디자인, 마케팅, 기획을 차근차근 익히고 있습니다.”(최정현 꿈터 기획·편집 팀장) 강의 시작 전, 피자 콜라 귤이 탁자에 깔리고 새 얼굴 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문 팀장은 김두영 삼호뮤직 대표(41), 최 팀장은 김지영 대표의 초대로 왔다. 모임 참여는 부모 세대 모임을 통해 이뤄진다. “아들딸이 회사에 들어와 일을 시작한다”며 모임 멤버를 소개팅처럼 연결해준다. 어색함은 잠시. 업과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금세 속내를 터놓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었나요? 다른 사람들은 어때?” 모임 회장인 김지영 대표의 질문에 회원들이 머릿속으로 답을 골랐다. 다들 ‘가업’에 발을 딛기까지 길고 뜨거운 고민을 거쳤다. 출판은 특히 업황이 힘든 데다 창업주의 개성이 분명해 결정이 어려웠단다. “시무식에 갔다가 얼떨결에 데뷔했어요. 원래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죠. 아직도 이 길이 맞나, 자신과 싸우는 중입니다.”(이수철) “울타리를 벗어나려 오래 노력했어요. 내가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문승현) “지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라, 웬만해선 부모님이 성에 안 차 하세요. 내 일(광고)을 계속했어도 이보다 잘했을 텐데….”(김지영) 대표도 직원도 아닌 애매한 위치. 그들이 잔뼈가 굵은 편집자들을 내몬다는 아픈 지적도 있다. “편집자들은 사회적으로 촉이 발달한 분들이 많아요. 설득과 소통 능력도 중요한 자질이죠.”(조한나) “처음 와서 의욕적으로 답답한 부분을 바꿔보자 했는데, 어느 순간 겸손해지더군요. 기존 틀에서 자리를 잡은 뒤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회사를 성장시킨 동력은 직원들이니까요.”(이윤규)○ 앞으로 30년을 걸머진 어깨 국내 출판계는 요즘 지각변동 중이다. 책 읽는 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가볍게 즐길거리가 쏟아진다. 홍예빈 상무는 “격하게 말해 사양화되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30년은 기존 방식으로는 지탱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첫 번째 공부 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로 활로를 모색하는 출판계 분위기를 반영했다. 모임 내 유튜브 전도사로 통하는 이소영 대리가 아이디어를 냈다. 유튜브 채널 ‘아람’(구독자 4만9000여 명)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얼굴도 공개했다. 젊은 감각의 2세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유튜브”라고 했다. 이날 강사인 유튜브 컨설턴트 정재곤 씨가 B급 정서의 코믹 동영상을 틀자 회원들이 포복절도했다. 정 씨는 “이 영상은 놀랍게도 광고다. 이 영상처럼 신나게 시청자를 웃게 한 뒤 마지막에 대놓고 ‘광고한다’며 살짝 흘려야 성공한다”고 했다. 주제와 타깃이 날카로워야 알고리즘에 포착돼 계단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팁도 덧붙였다. “유튜브는 가볍고 재미있는 영상이 각광받잖아요. 책은 깊고 무거운 매체인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홍유진) 아직 유튜브에 도전장을 던져 성공한 출판사는 드물다. 출판사 브랜드를 드러내는 순간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야기적 요소가 풍부한 소설은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인문·사회과학서는 영상화하기 힘들다. “책 내용을 요약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조금만 드러내면 조회수가 바닥”이라는 2세들의 하소연에 정 씨는 “타깃을 정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서브 채널에 꾸준히 올려야 한다”고 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께 MP3플레이어를 팔지 왜 책을 파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당신께서 ‘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이수철)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다루는데, 자부심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지.”(진성원) “부모님은 어려운 상황에서 잘 이끌어오셨는데, 나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압박이 있지.”(김두영) 하지만 “그래도 갖은 고민을 나눌 이 모임이 있어 다행이야”라는 누군가의 말에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파주=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모의 뒤를 이어 책의 세계로…출판인 2세들의 끝없는 고민

    “엇, 회의실 어떻게 찾았어?” “피자 냄새 맡고 따라왔지.” “귤 사왔다. 서울에서 파주로 유학 온 귤이야.” 작정한 듯 유치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사회적 가면을 떨치고 소꿉놀이 시절로 돌아간 동창모임 같았다. 17일 경기 파주시 문발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책으로 둘러싸인 회의실에 하나 둘 방문객이 찾아들자, 미간에 힘을 주고 토론하던 홍예빈(열린책들 상무·37) 홍유진(열린책들 기획위원·34) 남매의 뺨에 홍조가 올랐다. 출판계에도 이런 저런 모임이 많지만, 이날 모임은 ‘출판인 2세’들이 함께 하는 자리다. 9년 전 10명에서 출발해 현재 22명으로 덩치를 키웠다. 김지영 자유아카데미 대표이사(46)와 진성원 백산출판사 상무(45), 이윤규 일진사 기획실장(40), 조한나 푸른숲 기획편집부 과장(38), 김민지 미래M&B 대표(37), 이수철 현문미디어 대표(34), 이소영 아람 대리(28) 등 20대부터 40대까지 모두 부모의 뒤를 이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매달 만나 밥과 술, 고민을 나누던 친목단체였지만 최근 새롭게 닻을 띄웠다. 공부 모임으로 성격을 바꾸고 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현안을 배우기로 한 것. 첫 번째 공부 모임 현장을 찾아 지식을 다루는 출판계 2세의 고민을 살짝 엿봤다.●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한 잡지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2011년 부름에 응해 일을 시작했습니다.”(문승현 세진사 기획팀장) “회화를 전공했어요. 3년 전부터 어머니 회사에서 디자인, 마케팅, 기획을 차근차근 익히고 있습니다.”(최정현 꿈터 기획·편집 팀장) 강의 시작 전, 피자·콜라·귤이 탁자에 깔리고 새 얼굴 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문 팀장은 김두영 삼호뮤직 대표(41), 최 팀장은 김지영 대표의 초대로 왔다. 모임 참여는 부모 세대 모임을 통해 이뤄진다. “아들·딸이 회사에 들어와 일을 시작한다”며 모임 멤버를 소개팅처럼 연결해준다. 어색함은 잠시. 업과 처지가 비슷하다보니 금세 속내를 터놓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출판계에서 일하고 싶었나요? 다른 사람들은 어때?” 모임 회장인 김지영 대표의 질문에 회원들이 머릿속으로 답을 골랐다. 다들 ‘가업’에 발을 딛기까지 길고 뜨거운 고민을 거쳤다. 출판은 특히 업황이 힘든 데다 창업주의 개성이 분명해 결정이 어려웠단다. “시무식에 갔다가 얼떨결에 데뷔했어요. 원래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죠. 아직도 이 길이 맞나, 자신과 싸우는 중입니다.”(현문미디어 이수철 대표) “울타리를 벗어나려 오래 노력했어요. 내가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문승현) “지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라, 웬만해선 부모님이 성에 안 차 하세요. 내 일(광고)을 계속 했어도 이보다 잘했을 텐데….”(김지영) “어머니가 엄청 좋은 일이라며 딱 1년만 해보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조한나) 대표도 직원도 아닌 애매한 위치. 그들이 잔뼈가 굵은 편집자들을 내몬다는 아픈 지적도 있다. “편집자들은 사회적으로 촉이 발달한 분들이라 설득과 소통이 필수예요.”(조한나) “처음 와서 의욕적으로 답답한 부분을 바꿔보자 했는데, 어느 순간 겸손해지더군요. 기존 틀에서 자리를 잡은 뒤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회사를 성장시킨 동력은 직원들이니까요.”(이윤규)●앞으로 30년을 걸머진 어깨 국내 출판계는 요즘 지각변동 중이다. 책 읽는 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가볍게 즐길 거리가 쏟아진다. 홍예빈 상무는 “격하게 말해 사양화되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30년은 기존 방식으로는 지탱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튜트를 첫 번째 공부 주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로 활로를 모색하는 출판계 분위기를 반영했다. 모임 내 유튜브 전도사로 통하는 이소영 대리가 아이디어를 냈다. 유튜브 채널 ‘아람’(구독자 4만9000여 명)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얼굴도 공개했다. 젊은 감각의 2세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유튜브”라고 했다. “유튜브는 가볍고 재미있는 영상이 각광받잖아요. 책은 깊고 무거운 매체인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홍유진) 아직 유튜브에 도전장을 던져 성공한 출판사는 드물다. 출판사 브랜드를 드러내는 순간 시청자들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야기적 요소가 풍부한 소설은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인문·사회과학서는 영상화하기 힘들다. “책 내용을 요약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조금만 드러내면 조회수가 바닥”이라는 2세들의 하소연에 이날 강사인 유튜브 컨설턴트 정재곤 씨는 “타깃을 정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서브 채널에 꾸준히 올려야 한다”고 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께 MP3를 팔지 왜 책을 파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당신께서 ‘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이수철)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다루는데, 자부심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지.”(진성원) “부모님은 어려운 상황에서 잘 이끌어오셨는데, 나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압박이 있지.”(김두영) 하지만 “그래도 갖은 고민을 나눌 이 모임이 있어 다행이야”라는 누군가의 말에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3
    • 좋아요
    • 코멘트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잡학사전… “유튜브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 천문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안모 씨는 별이 총총 박힌 하늘에 늘 목이 말랐다. 책으로 접한 지식은 밋밋하고 천문대는 교외에 있어 방문이 힘들었다. 그러다 만난 유튜브는 갈증을 단비처럼 적셔줬다. 별자리부터 궤도 비행하는 우주정거장까지 ‘다큐멘터리급’ 영상이 가득했다.#2 이화외고 3학년 박재희 양은 유튜브로 공부한다. 모의고사를 치르는 즉시 학교, 학원 교사들이 문항풀이 동영상을 올린다. 박 양은 “최근 ‘제주4·3사건’에 대한 발표도 유튜브로 준비했다. 일목요연하게 핵심만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궁금한 게 생기면 선생님에게 묻거나 책을 뒤졌다. 10여 년 전부터는 온라인 검색 포털에 질문을 띄웠다. 지금은 유튜브가 이 역할을 한다. 10, 20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유튜브에서 교양을 쌓고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 ‘지식튜브’(지식+유튜브)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잡학·상식 분야 특히 인기 “족발에서 보이는 형광색의 정체는?” “우유팩은 왜 개봉 방향이 정해져 있을까?” 유튜브 채널 ‘사물궁이’에 올라온 내용이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를 5분 내외로 설명한다. 지난해 9월 개설해 최근 구독자 51만 명을 넘겼다. 유튜브 측에 따르면 매일 100만여 건의 지식 동영상이 올라온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 ‘잡학·상식’을 다루는 채널의 약진이 돋보인다. ‘사물궁이’, ‘세상의 모든 지식’(구독자 11만2900여 명), ‘은근한 잡다한 지식’(8만6000여 명)이 대표적이다. 귀여운 웹툰을 내세운 사물궁이는 가벼운 퀴즈를 푸는 느낌을 준다. ‘세상의…’는 브랜드 백과사전, 도서 백과사전처럼 지적 영감을 자극할 만한 콘텐츠를 다룬다. ‘은근…’은 상처 치료용 연고 후시딘과 마데카솔의 차이를 알려주는 과학상식 채널에 가깝다. 역사 채널도 인기가 높다. 연대기로 역사를 다루는 교과서와 달리, 특정 일화를 짤막한 콩트처럼 재구성한다. ‘써에이스쇼’(15만9000여 명)는 화면에 옮긴 역사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같다. 임진왜란, 삼국지, 전국시대 등을 다루는데 드라마처럼 흥미가 최고조일 때 영상이 끝난다. ‘별별역사’는 직접 그린 만화와 실제 사진을 활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 4만 명을 바라본다. 국제정치사를 재치 있게 다루는 ‘효기심’(57만4000여 명)과 친일파 10인, 여성운동가 5인 등을 다루는 ‘디바제시카’(176만여 명)도 인기다. 영어회화로 시작한 디바제시카는 팬들의 요청으로 지식정보튜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를 아십니까’, ‘노점상 할머니 진짜 부자일까’,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의 실체’ 등 한 번쯤 궁금할 법한 부분을 코믹하게 풀어낸 ‘실험카메라’ 채널도 ‘핫’하다. ‘수상한 녀석들’(99만5000여 명), ‘진용진 유튜브’(60만여 명)를 비롯해 비슷한 채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철저한 웃음 유발용 동영상도 적지 않다. 마트에서 ‘시각장애인이 쓰는 물안경’과 ‘장까지 안 가는 유산균’을 찾는 식이다. 영화 리뷰 채널과 스포츠 채널은 경쟁이 치열하다. ‘마블세계 3대 악녀’, ‘역대 최고의 우주영화’, ‘역사상 가장 강한 수비’, ‘올해 아시아 유망주 몸값 10’이 인기 동영상에 올랐다. 틈새를 공략한 채널도 많다. 무기를 다루는 ‘건들건들’(12만9000명)과 ‘밀덕(밀리터리 덕후)영상 캐러브’(3만9000여 명), 해산물 백과사전 격인 ‘수산물을 부탁해TV’(8만4000여 명), 공룡 덕후가 만든 ‘DinoBattle TteokooTV’(6만8000여 명)가 있다.○ 왕좌의 게임보다 재밌는 지식튜브 “17분이 1분인 줄.” “왕좌의 게임보다 더 재밌음.” 정복전쟁사를 다루는 ‘별별역사’ 채널의 ‘스페인 아즈텍 전쟁’ 편. 시청각 자료 위로 사투리 섞인 목소리의 남성이 만담하듯 설명을 이어간다. 강력한 웃음 포인트는 허를 찌르는 영상. 스페인 병사가 창을 이용해 강을 건넜다는 대목에 올림픽 높이뛰기 경기 사진을 띄운다. 지식튜브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다. 영화 10여 편의 관련 장면, 자료 사진, 직접 제작한 그래픽을 5∼10분으로 압축한다. 한 유튜버는 “완벽에 가깝게 각본을 짜야 치열한 유튜브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재미는 높은 몰입도로 이어진다. 중학생 자녀를 둔 최모 씨는 “아이들과 과학, 역사 채널을 함께 본다. 깊이 있는 사유를 방해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집중도가 높아 한 분야를 ‘워밍업’하는 데 적합하다”고 했다. 지식 탐험은 유튜브의 매력이다. 하나의 동영상을 틀면 추천 영상 20여 개가 뜬다. 포털사이트의 연관 검색어와 비슷하지만, 곧장 다른 채널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하다. 연출가를 꿈꾸는 대학생 김세나 씨는 “영화를 리뷰하는 채널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감각도 키우고 있다”며 “유튜브만 부지런히 봐도 거의 모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지식 검증 기능 강화해야” 지식튜브 운영자는 의사 약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 그룹과 전문가 못지않은 ‘덕력’을 자랑하는 이들로 나뉜다. 후자는 ‘구글링’(구글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모아 편집한다. ‘써에이스쇼’처럼 참고 서적과 다큐멘터리 목록을 적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구독자는 정보의 신뢰도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직장인 송모 씨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로 지식을 전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학을 제외한 지식은 책으로 얻는다”고 했다. 직장인 임모 씨는 “육아 상식을 주로 보는데 EBS 채널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다”고 했다. 유튜브는 지식을 비전문적으로 다루는 게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별별역사’의 운영자 김도형 씨는 “유튜브는 이야기하듯 가볍게 지식을 들려주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비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지식튜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거대 지식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만큼 지식을 검증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실험카메라 같은 채널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옆구리에 책 한 권 끼고 떠나는 ‘북캉스’

    여름은 독서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감각이 말랑해진 휴가 때 만난 책은 더 진한 감흥을 안긴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팀이 교보문고, YES24, 알라딘과 함께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을 ‘맞춤형 테마’로 골랐다.○ ‘시간 순삭’ 소설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시간을 순간 삭제해줄 소설이 ‘딱’이다. 때마침 북유럽과 미국의 스릴러 대가가 동시에 신작을 출간했다. 요 네스뵈의 ‘폴리스’와 스티븐 킹의 ‘아웃사이더 1·2’다. 각각 경찰을 노리는 연쇄살인범과 살인범으로 몰린 교사에 대한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테드 창, 켄 리우의 작품도 몰입도가 높다. 국내 소설로는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윤성희의 ‘상냥한 사람’,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이 눈에 띈다. ‘진이, 지니’의 정유정 작가와 ‘설계자들’의 김언수 작가의 전작들도 열대야와 함께하기 좋다. ○ 속세 때 벗기 바쁜 업무에 부동산, 교육, 노후까지 챙기느라 터질 것 같은 우리의 뇌. 휴가 때라도 쉬게 하자.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은 무명 위에 최소한의 기법으로 수를 놓는 수행자의 마음과 생활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에세이스트 고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는 정갈한 문체와 따뜻한 일화가 돋보인다. 미국의 뇌신경학자이자 소설가인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의식의 강’과 생전 그의 연인인 빌 헤이스의 ‘인섬니악 시티’는 생의 아름다움을 반추하게 한다. 겉치레에서 벗어나 고독을 되새기자는 ‘자발적 고독’(올리비에 르모 지음), 공황장애 극복법을 소개한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아름다운 문체로 문학을 분석한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다도를 다룬 ‘매일매일 좋은 날’(모리시타 노리코)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휴가 공부 휴가를 이용해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다면 대중 교양서가 적당하다. 뇌 과학자의 놀라운 뇌중풍(뇌졸중) 분투기인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는 유익한 데다 아름답다. 먹고사는 문제를 소설로 풀어낸 ‘산 자들’(장강명), 철학사를 쉽게 정리한 ‘미치게 친절한 철학’(안상헌)도 있다. 진화심리학을 집대성한 ‘진화한 마음’(전중환), 식물에 대한 에세이 ‘랩걸’(호프 자런), 그리고 ‘곰브리치 세계사’(에른스트 H 곰브리치)도 가볍게 읽기 좋다. ○ 걷고 싶은 도시 여행지의 흔적을 그린 책은 어떨까. 작가의 손끝에서 실감 나게 되살아난 도시가 적지 않다.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찰스 디킨스의 ‘찰스 디킨스의 밤 산책’(런던), 페르난도 페소아의 ‘페소아의 리스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카트린 지타의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그리스, 오만 등)가 명저로 꼽힌다. 여행과 걷기를 다룬 책으로는 삶의 중요한 볼거리를 안내하는 ‘나 자신과 친구 되기’(클레멘스 제드마크),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인문 여행 시리즈인 ‘클래식 클라우드’가 있다. ○ 추억 소환 나 홀로 휴가족이라면 과거의 나와 만나는 것도 한 방법. 박완서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소설로 그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만인의 추억을 건드린다. 예민해서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기를 그린 신작 소설 ‘이 소년의 삶’(토바이어스 울프), ‘널 만나러 왔어’(클로이 데이킨)도 눈에 띈다. 20대와 80대 여성의 우정을 그린 ‘수영하는 여자들’(리비 페이지)과 빨강 머리 앤, 작은 공주 세라, 하이디, 작은 아씨들을 엮은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는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간 순삭’, 속세 때 벗기…‘맞춤형 테마’로 골라보는 휴가철 읽기 좋은 책

    여름은 독서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감각이 말랑해진 휴가 때 만난 책은 더 진한 감흥을 안긴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팀이 교보문고, YES24, 알라딘과 함께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을 ‘맞춤형 테마’로 골랐다. ●‘시간 순삭’ 소설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시간을 순간 삭제해줄 소설이 ‘딱’이다. 때마침 북유럽과 미국의 스릴러 대가가 동시에 신작을 출간했다. 요 네스뵈의 ‘폴리스’와 스티븐 킹의 ‘아웃사이더 1·2’다. 각각 경찰을 노리는 연쇄살인범과 살인범으로 몰린 교사에 대한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 테드 창, 켄 리우의 작품도 몰입도가 높다. 국내 소설로는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윤성희의 ‘상냥한 사람’,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이 눈에 띈다. ‘진이, 지니’의 정유정 작가와 ‘설계자들’의 김언수 작가의 전작들도 열대야와 함께 하기 좋다. ●속세 때 벗기 바쁜 업무에 부동산, 교육, 노후까지 챙기느라 터질 것 같은 우리의 뇌. 휴가 때라도 쉬게 하자.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은 무명 위에 최소한의 기법으로 수를 놓는 수행자의 마음과 생활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에세이스트 고(故)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는 정갈한 문체와 따뜻한 일화가 돋보인다. 미국의 뇌신경학자이자 소설가인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의식의 강’과 생전 그의 연인인 빌 헤이스의 ‘인섬니악 시티’는 생의 아름다움을 반추하게 한다. 겉치레에서 벗어나 고독을 되새기자는 ‘자발적 고독’(올리비에 르모 지음), 공황장애 극복법을 소개한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아름다운 문체로 문학을 분석한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다도를 다룬 ‘매일매일 좋은 날’(모리시타 노리코)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휴가 공부 휴가를 이용해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다면 대중 교양서가 적당하다. 뇌 과학자의 놀라운 뇌졸중 분투기인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는 유익한 데다 아름답다. 먹고 사는 문제를 소설로 풀어낸 ‘산 자들’(장강명), 철학사를 쉽게 정리한 ‘미치게 친절한 철학’(안상헌)도 있다. 진화심리학을 집대성한 ‘진화한 마음’(전중환), 식물에 대한 에세이 ‘랩걸’(호프 자런), 그리고 ‘곰브리치 세계사’(에른스트 H. 곰브리치)도 가볍게 읽기 좋다. ●걷고 싶은 도시 여행지의 흔적을 그린 책은 어떨까. 작가의 손끝에서 실감나게 되살아난 도시가 적지 않다.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찰스 디킨스의 ‘찰스 디킨스의 밤 산책’(런던), 페르난도 페소아의 ‘페소아의 리스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카트린 지타의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그리스, 오만 등)가 명저로 꼽힌다. 여행과 걷기를 다룬 책으로는 삶의 중요한 볼거리를 안내하는 ‘나 자신과 친구 되기’(클레멘스 제드마크),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인문 여행 시리즈인 ‘클래식 크라우드’가 있다. ●추억 소환 나홀로 휴가족이라면 과거의 나와 만나는 것도 한 방법. 박완서 작가가 유년의 기억을 소설로 그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만인의 추억을 건드린다. 예민해서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기를 그린 신작 소설 ‘이 소년의 삶’(토바이어스 울프), ‘널 만나러 왔어’(클로이 데이킨)도 눈에 띈다. 20대와 80대 여성의 우정을 그린 ‘수영하는 여자들’(리비 페이지)과 빨강 머리 앤, 작은 공주 세라, 하이디, 작은 아씨들을 엮은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는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9
    • 좋아요
    • 코멘트
  • 행정학 교수가 영문 소설 출간

    행정학 전공의 교수가 3년 전 폐쇄된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쓴 영문 소설이 출간됐다. 제목은 ‘Beyond the Division(분단, 그 너머)’(오스틴 매콜리 출판사). 작가는 허만형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62·사진)다. 작품은 개성공단에서 경계를 허물고 우정과 사랑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공단 폐쇄 조치로 강제 이별을 맞는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분단으로 고통받은 이들의 오랜 기다림에 희망을 비추고, 금지된 사랑이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저자는 2017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머무는 동안 첫 영문 소설인 이 작품을 완성했다.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아마존 사이트와 국내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구입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헤이그 특사 이위종, 연해주서 독립운동”

    “이범진 고손, 이위종 증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 사무실. 푸른 눈의 두 여성이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헤이그 특사 3인방 가운데 1명인 이위종 열사(1884∼?)의 외손녀인 류드밀라 예피모바 여사(82)와 외증손녀인 율리야 피스쿨로바 전 모스크바국립대 역사학과 교수(50)다. 이들은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1만5000원·사진)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이 열사의 일대기를 추적한 책으로 역사적 뼈대에 상상력을 20% 정도 입혔다. 저자인 역사학자 이승우 씨(69)는 집필 과정에서 모스크바를 찾아 열사의 후손들을 인터뷰했다. 이 열사는 대한제국 외교관이자 한일병합에 항거해 자결한 이범진 러시아 주재 특명전권공사(1852∼1911)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프랑스 등에서 근대 교육을 받았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해 해외에 한국 상황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피모바 여사는 “선조들은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분들이다. 한국이 역사를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사를 전공한 피스쿨로바 전 교수는 “이 열사의 연설로 한국을 침략하려는 일본의 민낯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열사는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며 영웅적 행보를 걸었다”고 했다. 이 열사는 이준 이상설 열사에 비해 알려진 바가 적다. 이후 활동상은 물론이고 돌연 실종돼 사망 연도조차 불분명하다. 피스쿨로바 전 교수는 “후손으로서 그에 대한 작은 정보도 절실하다. 힘든 시기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열사를 제대로 기억하면 한국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설가 조해진 “버려진 생명을 포함, 모든 생명은 귀합니다”

    《단편집 ‘빛의 호위’(2017년),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2011년)…. 소설가 조해진(43)의 작품은 어둠과 빛이 교차한다. 아픔을 파고들지만 페이지마다 따사로움이 묻어난다. 투명하고 세심한 연출 덕분이다. 다섯 번째 장편 ‘단순한 진심’(민음사·1만3000원)은 전작보다 한층 그윽해졌다. 입양아, 미혼모, 혼혈아, 기지촌 여성…. 겹겹의 아픔이 한없이 깊어서 그에 맞서려는 분투가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12일 만난 그는 “역사 속에 버려진 생명을 포함해 모든 생명은 귀하다고 생각한다. 탄생과 죽음을 아우르는 생명에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주인공은 나나. 프랑스로 입양돼 연극배우이자 극작가로 일하는 여성이다. 한국에서는 문주라고 불렸다. 부모에게 버려진 채 철로를 서성이던 그를 1년간 맡아 기른 기관사가 붙여준 이름이다. 양부모는 다정했지만 나나는 ‘문주’를 떨쳐내지 못한다. ‘문주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가보지 못한 바깥의 삶을 반복해서 상상하고 원망하고 그리워한다. 단편집 ‘빛의 호위’에 실린 ‘문주’의 서사를 장편으로 다시 썼다. “국가와 부모로부터 정체성을 강제로 소거당한 삶은 어떨까. 아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입양이라는 주제를 미뤄두고 있었어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인) 제인 정 트렌카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피의 언어’를 읽고서 비로소 첫 문장이 나왔습니다.” 집필은 쉽지 않았다. 문주의 외로움에 짓눌려 문장이 감정에 휘둘렸다. 거리를 둬야겠다 싶어 인물들에게 무대와 관련 있는 직업을 줬다. 포기하고 싶을 땐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견디길 바랐다. 장편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복희의 비중이 커졌다. 젊은 시절 기지촌 여성들을 보살피고 대안가족까지 꾸린 인물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나나를 보면서 복희는 수년간 맡아 키우다 입양 보낸 누군가를 떠올린다. 작가는 “미혼모에 대해 유난히 차별적인 시선이 한국의 입양률을 높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기지촌이라는 세계를 새롭게 보탰다”고 했다. 등장인물들은 완벽한 타인임에도 기꺼이 서로의 삶에 손을 내민다. 복희는 나나가 먹고 싶다던 수수부꾸미를 내놓고, 나나는 의식을 잃은 복희의 곁을 지킨다. 문경은 먼 옛날 아버지가 돌봤던 나나를 힘껏 껴안는다. “하나의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태도다. “한순간이나마 나를 감싼 빛은 언젠가 다른 이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등단 초기에는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쉬운 건줄 알았는데 이젠 반대예요. 절망은 차라리 쉽고, 희망과 낙관은 가시밭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소설은 늘 이방을 배경으로 하거나 이방인이 등장한다. 인물들 간 물리적 거리는 멀다. ‘로기완…’은 아예 접촉이 없었고 장편 ‘여름을 지나가다’(2015년)에서는 이따금씩 스쳤다. 이번 작품에서는 서로가 깊이 연결된다. 비슷한 공간보다 먼 풍경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경외감을 안겨서 선호한다고 했다. 등단한 지 올해로 14년. 줄곧 단순히 건네는 진심, 빛처럼 따듯한 호위 같은 글을 써왔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해선 안 된다는 수전 손태그와 자신이 겪은 고통을 세상에 알린 프리모 레비의 책을 자주 읽는다. “누구나 언제든 이방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혼모, 장애인, 동성애자는 남이 아닌 우리인 거죠. 제 소설이 조금이나마 생명을 환대하는 태도를 상기시킨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편리함 vs 인권 침해… 알고리즘의 두 얼굴

    항공권 비교 사이트 ‘스카이 스캐너’가 순식간에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솎아내는 비결은? 알고리즘이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구글이 잡아내는 이유도? 알고리즘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알고리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를 풀거나 목적을 달성하고자 거치는 여러 단계의 절차’다. 현실에선 수학적 의미를 더해, 특정 설정값에 따라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는 계산 과정을 뜻한다. 저자는 알고리즘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알고리즘의 개념, 과정, 신뢰도, 그리고 인간과 이롭게 ‘윈윈’할 방법을 탐색한다. 알고리즘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민번호처럼 목표, 특징, 설정, 기발함, 결점을 각양각색으로 조합해 공식화하기 때문이다. 보통 우선순위(영화나 빠른 길 추천), 분류(상품 추천), 연관짓기(데이트 주선), 필터링(음성 인식) 등 4가지를 조합해 실행하도록 설계된다. 사법제도, 의료, 치안, 쇼핑…. 필요한 거의 모든 행위가 버튼 하나로 해결되는 편리함은 자동화, 즉 알고리즘에 빚지고 있다. 특히 인권과 직결된 사법제도에도 관여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법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판사가 알고리즘이 계산한 위험평가지수를 참조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알고리즘은 영리하지만 실수도 잦다. 한 미국인 남성은 무턱대고 내비게이션만 떠받들다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에 찍혀 은행 강도로 오해받은 사람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알고리즘이 미묘하게 사생활과 인권을 침범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이) 부적절한 신뢰와 힘, 영향력과 결합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 때문에 사회의 밑바탕은 흔들릴 수 있다.” 대체로 이롭지만 때론 치명타를 날리는 알고리즘. 어떻게 갈피를 잡고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모든 단계마다 인간을 고려하는 알고리즘을 이상적 모델로 꼽는다. “기계가 내놓는 결과물을 과신하는 인간의 습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알고리즘 자체의 결점을 포용하고 불확실성을 과감히 정면으로 드러내야 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림으로 쓴 소설-카드형 오디오북… 책, 틀을 깨다

    #“다이어리야, 에세이야, 그림책이야?” 최근 서점을 방문한 김아영 씨는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알마)를 들고선 고개를 갸웃했다. 동그랗게 깎인 모서리 모양과 멋스러운 표지는 영락없는 다이어리인데, ‘안희연 짓고 윤예지 그리다’를 보면 책이 분명했다. 활자, 시, 그림을 결합한 ‘활자에 잠긴 시’(활잠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직장인 이선형 씨는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에서 책 영상을 ‘느낀다’. 얼굴 없는 목소리가 책을 낭독하는 동안 화면에는 그림, 음악, 자막이 흐른다. 김 씨는 “마치 ‘낭독채널+영화 트레일러’ 같다. 내용은 유익한데 시각적으로 덜 피로해서 좋다”고 했다. 책의 시조 격인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탄생한 지 5000여 년. 이후 책은 무언가에 새겨진 글자의 형태로 존재해 왔다. 최근 이런 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크기 모양 재질 같은 물성은 물론이고 시 소설 에세이 등 장르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추세다. 전자책 오디오북 유튜브까지 가세하면서 전통적인 독서의 개념마저 흔들고 있다. 예술·문학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 알마는 시각적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활잠시’ 시리즈는 시인과 그림 작가가 각각 산문과 그림으로 예술가를 오마주한다. 안지미 알마 대표는 “표지와 내지, 텍스트와 그림, 장과 장의 경계가 흐릿해 예술품처럼 느껴진다고들 한다. 시인과 그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제3의 상상력을 창조한다”고 했다. 눈으로 읽는 데서 벗어난 책도 있다. ‘듣는 책’을 표방하는 오디오북은 기본. 오디오북 업체 ‘윌라’는 최근 신용카드 크기의 카드형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보이지 않는 책’에 대한 편견을 돌파하기 위한 책이라는 게 윌라 측의 설명이다. 휴머니스트와 미메시스는 북토크 음원을 덧입힌 전자책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USB 오디오북도 최근 독자와 만났다. 책의 ‘사용법’도 진화하고 있다. 시집 ‘내 벽장 속의 바다’(을궁)는 다이어리처럼 장마다 메모 공간을 뒀다. 민음사는 조만간 컵 받침 크기에 방수 재질인 ‘코스터북’을 출간한다. 장강명 김세희 작가의 단편 소설 6편이 책마다 1편씩 담겨 “휴가철 수영장에서 음료와 함께 즐기는 책”을 지향한다. 실제 컵 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형태의 반전으로 타깃 계층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성석제 김애란 등 작가가 썼는데, 큰 활자에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삽화가 실렸다. 담당 부서도 청소년출판부다. 황혜숙 창비 편집3국장은 “청소년과 20대 초반을 타깃으로 하는 미국의 ‘영 어덜트(Young Adult)’ 소설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물성의 책도 눈에 띈다. 올해 선보인 알마의 ‘FoP’(포비든 플래닛)와 ‘GD(Graphic Dionysus)’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공상과학(SF) 시리즈인 FoP는 영화 오프닝처럼 시작한다. 그림 작가가 10장 내외로 작품을 소화해 그림으로 풀어낸다. GD는 책을 무대처럼 꾸민 희곡집이다.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암전되거나 막이 바뀌는 순간 그래픽으로 호흡을 끊어주는 식이다. 스릴러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려 책 한 귀퉁이를 사선으로 자른 범죄 논픽션 시리즈인 ‘시그눔(signum)’도 있다. 인터넷 출현 후 짧아진 텍스트가 독서 환경을 바꾼 걸까. 아니면 낮은 독서율이 살길을 찾아 책이 속성을 바꾸게 한 걸까.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책의 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출판계가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다 보면 기존의 가치에 새로운 미덕을 더해갈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7-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