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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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화 일반44%
건강23%
교육20%
학술7%
경제일반3%
문학/출판3%
  • 서울 중앙 중·고등학교 교우회, 제32회 ‘자랑스러운 중앙인’ 선정

    서울 중앙중고등학교 교우회(회장 박찬종 현대해상 대표이사)는 16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서 상임이사회를 열고 제32회 ‘자랑스러운 중앙인’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김한곤 전 충청남도지사(85),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66), 정덕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61) 등 3명이다. 김한곤 전 지사는 1961년에 국토건설 본부(경제기획원 전신)에서 공직을 시작해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종합제철 건설, 소양강 다목적 댐 건설 등을 주도했다. 또한 농수산부 차관으로 근무하면서 농어촌 인력의 전문화와 기계화 사업 및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에 힘썼다. 이민화 이사장은 한국 최초의 벤처 기업인 ㈜메디슨을 설립,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로 성장시켜 한국 의료 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또한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기업호민관(차관급)으로 기업의 규제 개혁을 주도했다. 정덕균 교수는 고속 디지털 회로설계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연구자로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집적회로를 실용화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제품의 기반을 제공했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및 음향 신호 동시 전송방식을 개발해 국제산업표준인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로 인정받았으며, HDMI는 평판 디스플레이에 표준 인터페이스로 채택돼 현재까지 570여개 회사의 6억여 개의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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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 로저스 “日→싱가포르→中… 이젠 한국의 시대”

    “앞으로 10, 20년간은 한국, 북한의 통일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76·사진)가 6년 만에 출간한 신작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살림·1만6000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40년 사이에는 싱가포르였고 30년 동안은 중국이었다. 통일 이후 한반도는 멋지고 활기찬 땅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올해 1월 일본에서 출간된 ‘돈의 흐름으로 읽는 일본과 세계의 미래’를 번역한 것이다. 로저스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돈과 역사의 흐름을 통찰한 뒤 투자의 미래를 제시한다.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은 두 자릿수가 넘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며 한반도는 10, 20년 사이에 투자자에게 가장 주목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을 통일에서 찾은 대목도 흥미롭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와 혁신이라는 두 개의 중심축을 기반으로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라며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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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혜영 작가 “미숙하고 인간관계 서툰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관한 이야기”

    “과민한 사람이나 비관적인 사람, 방어적인 사람을 대할 때 지명은 비판하기보다는 동정했다. 그래야 관계가 원만해졌다.”(‘개의 밤’) “(남편은) 변명이나 해명을 하는 대신 내가 무엇을 알아챘는지 살피려고 주시하고 눈치를 본다.”(‘잔디’) 소설가 편혜영(47)이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사진)로 돌아왔다.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 번째 책이다. 6년 만에 출간한 책에는 2014∼2018년에 쓴 ‘소년이로’ ‘식물 애호’ ‘개의 밤’ 등 8편이 실렸다. 생의 비극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심리와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미숙한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자를 외면합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약자를 갈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자를 외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후자에 가깝지요. 이들은 자기기만과 속물성 뒤에 숨어서 도덕적 수치를 편하게 여깁니다.” ―등장 인물 가운데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우리가 나란히’에 나오는 ‘우지’에게 애정을 느낍니다. 친구를 보내줘야 할 때와 다시 찾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어서 마음에 남습니다.”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이 있나요?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을 기를 쓰고 이해해보려 하는 ‘잔디’ 속 ‘나’, ‘개의 밤’에 나오는 소심하고 비겁한 ‘지명’, 적막과 고요를 동경하는 ‘소년이로’의 소진이 저와 조금씩 닮았습니다.” ―장편소설 ‘홀’의 모티브가 된 ‘식물 애호’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편을 쓰고 나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았습니다. 더 좋은 이야기도 떠올랐고요. 단편을 장편으로 고치는 일이 처음이었는데도, 한순간에 몰입해 써내려갔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미세한 오해와 서운함을 덮고 이어가는 관계가 많습니다. “바람직한 관계는 힘과 계급에 영향받지 않는 ‘균형’과 ‘존중’(자기존중 포함) 위에 싹튼다고 생각합니다. 봄날의 지열처럼 미지근한 일상을 가감 없이 나누면서 서로 노력할 수 있다면(‘잔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 노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올해는 두어 편의 단편을 좀 더 쓰고, 내년에는 긴 이야기를 만나보려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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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벤져스4’ 벌써 2조원 수익… 제작비의 5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 역대 최단 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어벤져스4는 개봉 11일째인 4일 오후 7시 3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었다고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밝혔다. 이로써 이 작품은 ‘명량’(2014년)의 12일째 기록을 깨는 동시에, 국내에서 24번째로 ‘1000만 영화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000만 고지를 넘은 뒤에도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영진위 실시간 예매 관객 수가 60만 명을 넘고 예매율은 약 75%에 이른다. 국내 개봉한 외화 가운데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년·약 1348만 명)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는 2014년 개봉한 ‘명량’(약 1762만 명)이다. 흥행 수익도 역사를 쓰고 있다. 4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개봉 9일 만에 제작비 3억5600만 달러(약 4165억 원)의 5.3배에 이르는 19억1453만 달러(약 2조24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고 흥행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기록 20억 달러를 깰 것이 확실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어벤져스4가 2009년 27억9000만 달러(약 3조2643억 원)를 벌어들인 영화 ‘아바타’를 제치고 흥행 수익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중국에서 역대 외화 최초로 누적 수익 30억 위안(약 5202억 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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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보다 비타민!” 키즈돌을 아십니까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대로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며 웃었다. ○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 데 100명 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서너 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래 공감 노래…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 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의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 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배운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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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돌을 아시나요? “유초딩 사이에선 방탄소년단보다 더 인기”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래도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오는 슈퍼스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 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 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데, 100명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3~4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또래 공감 노래로 인기…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 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겪는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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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무처럼 뿌리 깊은 출판계 거목의 40년

    책과 나무의 바퀴로 굴러온 출판계 거목의 40년 여정을 담았다. 스무 살 청년 무렵부터 오늘날까지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의 뜨거운 대장정이 펼쳐진다. 고려대 법대 시절 조 회장은 지하신문 기자로 활동하다 수배자 신분이 된다.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자 출판계로 눈을 돌린다. 기자와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살피며 언론 서적을 주로 출판했다. 1979년 이후 펴낸 책이 3500권에 이른다. 시대가 바뀌고 친구들은 하나둘 사회 주축으로 성장했다. 의지와 별개로 유혹적인 상황이 빈번해지자 그는 나무로 눈을 돌린다. 2008년 20만 평 나남수목원을 만들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나무는 자신을 지킬 출구이자 유혹적 상황을 헤쳐 나갈 돌파구였다.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작가와 호흡한 뒷이야기는 그 자체로 문화사적 기록이다. 출판의 길에서 만난 조지훈 이청준 리영희 박경리 등의 추억담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남출판의 사훈은 ‘나남의 책은 쉽게 팔리지 않고, 오래 팔립니다’. 박경리의 소설로 얻은 수익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펴내는 ‘착한 출판’을 지향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나남에서 펴낸 대표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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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희 교수 10주기 ‘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 되기를’

    “이렇게 많은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전생에 난 ‘그 무언가 좋은 일’만 많이 하는 천사였는지….”(2007년 1월 18일 동아일보 칼럼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에서) 2009년 5월 9일 시대를 대표하던 산문가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 교수는 선천적 장애와 암 투병에도 긍정의 기운을 잃지 않았다. ‘네가 누리는…’에서 그는 신체장애를 천형(天刑)으로 내모는 사회의 시선을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에 사는 축복을 누리며 살아간다.…내 삶은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했다. 생전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타계 10주기를 맞아 ‘내가 기억하는 장영희와 그의 문장’을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했다.‘희망은 우리 곁의 한 마리 새’○ 이해인 수녀 그의 글은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 실린 문장 2개를 소개합니다. “희망은 우리 곁에 앉아 있는 한 마리 새와 같습니다. 행복하고 기쁠 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플 때, 절망할 때, 어느덧 곁에 와 손을 잡습니다.” “해야 할 수많은 ‘좋은 일’ 중에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고 그 일에 내 나머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문장 하나하나에 진솔한 감동이…○ 신수정 서울대 총동창회장(음대 명예교수)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은 뒤 강렬한 감동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그의 문장만큼 진솔한 글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장 교수는 늘 자상하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병상에서 “음식을 목에 넘길 때 칼로 목을 베는 것 같아”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만큼 긍정적이었지요. 이런 성품이 문장에 녹아들어 진솔한 감동을 주는 거라 믿습니다.아픈 이웃에 문학의 힘 주고 떠나○ 김승희 시인(서강대 국문과 명예교수)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이 되기를.”(‘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는 자투리땅에 꽃씨를 심고선 목발로 흙을 덮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기를 몰아 타인의 삶에 생명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삶을 ‘문학의 힘’에 의지해 이겨왔듯, 아픈 이웃에게 찬란한 ‘문학의 힘’을 심어주고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짝사랑이 쌓이면 분명한 응답이’○ 류해욱 신부 “…오랜 세월 짝사랑이 쌓이면 분명 그 사랑에는 응답이 있습니다.”(‘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 교수는 무섭도록 짝사랑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 분명한 응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10년을 그녀를 못 잊는 것입니다. ‘어떻게…’는 그의 문학 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서기 거듭한 그 용기○ 정여울 문학평론가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얼마나 뼈가 시리도록 아팠을까. 눈물이 바다를 이루도록 서러웠을까. 그러다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으며 일어났던 선생의 용기를 배우고, 기리고, 마침내 닮고 싶어집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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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은 교수 “언어는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 강압적 교육은 되레 공포심만 안겨”

    “유아기에 모국어처럼 영어를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럴듯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여덟 살, 열 살 딸을 둔 엄마다.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에 서툰 한국인 베이비시터가 세 살까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우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에서 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영어책을 읽도록 하려면 영어를 친숙하게 느껴야 한다. 이른바 ‘영어 노출’인데, DVD·CD만 틀어주는 건 상황별 언어로 남을 뿐 내재화되진 않는다. 조 교수는 “자녀와 만화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로 연극을 하거나 해당 책을 읽어도 된다”고 했다. “일곱 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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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 자체에 ‘공포심’ 느낄 수도…영어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유아기에 모국어처럼 영어를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럼직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8살 10살 딸을 둔 엄마다.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에 서툰 한국인 베이비시터가 3살까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교육 카페에는 아이가 영어 유치원 1년 만에 초·중·고 12년 간 배운 자신의 영어실력을 능가하는 ‘간증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영어책을 읽도록 하려면 영어를 친숙하게 느껴야 한다. 이른바 ‘영어 노출’인데, DVD·CD만 틀어주는 건 상황별 언어로 남을 뿐 내재화되진 않는다. 조 교수는 “자녀와 만화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로 연극을 하거나 해당 책을 읽어도 된다”고 했다. “7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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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서 읽으면 세상 보는 눈이 밝아져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지 14년째. 올 1월 출간한 ‘경험 수집가의 여행’(열린책들·2만5000원)으로, 옮긴 책이 100권을 꽉 채웠다. 22일 서울 청계천에서 만난 번역가 김명남 씨는 “세월이 흐르면서 결과물이 쌓인 것”이라고 했지만 매년 7, 8권씩 꾸준한 작업은 흔치 않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과학서라면 더 그렇다. “언론사와 온라인 서점을 거쳐 번역가로 일을 막 시작하던 시기에 과학 담론이 부상했어요. 과학서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화학 수학 물리학 의학 등 전 분야를 다룬다는 점이 제 작은 자부심입니다.(웃음)” 화학(KAIST)을 전공하고 환경 정책(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공부했다. 과학 분야 1순위로 꼽히는 역자가 됐고, 그가 번역한 책만 골라 읽는 팬도 생겼다. 스타 번역가로 성장하는 사이 출판계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엔 외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김상욱(물리학자) 이정모(인지과학자) 등 인기 저자가 늘어나며 국내 책 출간이 더 활발하다. 김 씨가 추천하는 과학책은 뭐가 있을까. 봄에 어울리는 ‘식물산책’(글항아리·1만8000원)과 과학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랩 걸’(알마·1만7500원), 그리고 자신이 번역한 ‘틀리지 않는 법’(열린책들·2만5000원)을 꼽았다. 그는 “과학서를 읽으면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을 얻을 수 있다. 통계·수학 책을 읽으면 가짜뉴스를 꿰뚫게 되고, 식물학 책을 보면 길가의 들꽃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고 했다. 번역가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고들 한다. 인문학 전공 대학원생은 해외 서적을 읽는 것 자체가 공부인 데다 특별한 자격증도 없다. 일감이 들어오는 대로 번역하길 9년, 그는 “운 좋게도” 책을 고를 권한을 얻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새로운가’이다. 번역가의 최대 장점은 지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번역 방식도 천지개벽했다. “사전과 도서관에 의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작업 시간은 단축되고 품질은 개선됐죠. 한데 독자들의 눈도 높아져 오역을 쉽게 찾아낸답니다.” 최근 그는 인기 저자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1만4000원) 등 4권과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가 꼽는 번역가의 1순위 자질은 ‘끈기’. 5∼7회 정독하다 보면 명문도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번역가도 자신이 옮긴 문장을 전부 기억해요. 70세까지 언어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라는 걸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면 피나는 노력으로 감각을 유지해야겠죠?”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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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백년의 기도 같은것”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빛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뎌야만 하는 순간을 기도라고 부를 수 있다면, 아마 이 프로젝트는 백 년 동안의 긴 기도에 가까운 어떤 것이라고 나는 이 순간 느끼고 있다.” 노르웨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 프로젝트에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49·사진)이 26일 소감문을 발표했다. 100년 동안 해마다 작가 1명의 미발표 소설을 보관했다가 2114년에 동시에 출판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아시아 작가로는 한 작가가 처음 뽑혔다. 소감문에서 그는 “제의를 받은 직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상상했다. 내가 죽어 사라진 지 오래고, 아무리 수명을 길게 잡는다 해도 내 아이 역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구도,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그 어떤 인간도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세계를. 그것은 무섭도록 쓸쓸한 상상이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막막함을 가로질러 나는 계속 상상했다. 이 순간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으니, 필연적인 현실로서 당도하고 말 백 년 뒤의 세계를. … 그때 알았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글을 쓰려면 시간을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다음 달 25일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해 100년 뒤 공개할 작품의 제목을 발표하고 원고를 전달한다. 원고는 오슬로도서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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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문명의 젖줄’ 실크로드 만든 힘은 돈과 종교”

    “돈황과 실크로드는 저의 오랜 로망이었어요.” “이것 좀 보세요. 사막이 주는 감동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 유홍준 명지대 석좌 교수(70)는 1시간 동안 준비해온 사진과 자료를 꺼내 보이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간담회가 아니라 여행가의 모험담을 듣는 자리 같았다. ‘나의 문화유산…’ 시리즈는 누적 판매 부수 400만 부를 넘긴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지금까지 국내 편 10권과 해외 편 4권(일본)이 나왔다. 중국 편은 7권에서 10권 사이를 목표로 한다. 이번에 펴낸 첫 2권은 돈황(敦煌)과 실크로드에서 출발했다. “출발지를 신중히 정하는 편인데, 이번엔 선택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중국 5대 고도에서 시작하면 중화주의나 사대주의로 오해할 수 있고, 동북 3성을 쓰자니 애국주의 입장이 강조될 것 같았죠. 그러다가 동서양의 연결고리이자 여러 민족이 투쟁하며 문명을 쌓아올린 서쪽이 적당하겠다 싶었습니다.” 1권 부제는 ‘돈황과 하서주랑: 명사산 명불허전(鳴不虛傳)’이다. ‘사기’와 ‘삼국지’의 무대인 관중평원에서 시작해 하서주랑(河西走廊·황허 서쪽의 좁고 긴 평지)을 거쳐 돈황 명사산에 이르는 2000km를 답사했다. 실크로드 6000km 가운데 동쪽 3분의 1에 해당한다. 2권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막고굴과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 문서에 얽힌 일화를 소개한다. 막고굴은 1.6km 길이의 절벽에 1000여 년 동안 승려 화가 석공들이 파놓은 크고 작은 석굴을 통칭한다. 외국인 도굴꾼과 이에 맞선 수호자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14시간 동안 버스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주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옛날 이 무지막지한 길을 뚫은 힘은, 무역로를 놓은 ‘돈’과 불경을 구하러 가는 ‘종교’ 두 가지였구나….” 유 교수는 중국 편을 쓰면서 한국문화유산의 우수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중국과 우리의 문화유산 규모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중국에 막고굴이 있다면 우리에겐 석굴암이 있다. 각자의 상황과 자연 속에서 그 나름의 문화유산이 형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에도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권 속에서 상당한 지분을 지켜왔다. 한국은 당당한 문화 주주 국가”라고 덧붙였다. 일흔에 접어들었지만 몸과 마음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는 “많이 걸어서 그런지 일흔이라고 자각해본 적은 없다. 52세 정도로 스스로 느낀다”며 “내년 봄 전에 투르판과 쿠차로 이어지는 3권을 출간할 것”이라고 했다. “시리즈가 장수하는 비결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역사와 문화 자연 미술을 재미있게 풀어낸 점 아닐까요. 이번 책은 특히 사진과 용어설명 하나하나 친절하게 썼습니다. 크기는 기존 책의 90%에 무게도 가벼워졌죠. 충실한 가이드북이 됐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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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 한국의 색 입은 건물, 원더풀”

    “색깔은 어떻게 골랐나요?” “컬러 옷을 입은 건물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이 들죠?”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1층 로비. 외국인 6명이 대형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질문을 쏟아냈다. 화면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의 ‘한국의 색’ 옷을 입은 동아미디어센터가 나오고 있었다. “노랑 보라 오렌지 등 8가지 색을 5층부터 20층까지 창문 안쪽에 부착했어요.” “요즘 직원들은 ‘너희 층은 무슨 색이냐’고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김선미 동아일보 뉴센테니얼본부 크리에이티브랩팀장의 설명에 “대박” “정말 예뻐요”라며 다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러시아 음악전문채널 ‘MTV 러시아’에서 3∼6월 방영하는 ‘케이팝 엠티캠프(K-POP MTCamp)’의 최종 우승자들. 노래 춤 요리 디자인 등 한국 관련 경연을 통해 진정한 ‘한류 팬’을 뽑는 리얼리티 쇼다. 최초 지원자 3000여 명 가운데 예선을 거친 25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5명(1명은 멘토)이 포상 휴가 격으로 23∼29일 한국을 여행하고 있다. 방송팀 인솔자인 하르첸코 옐레나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지사 매니저는 “역사 테마와 케이팝 테마로 일정을 짜던 중 뷔렌의 ‘한국의 색-인 시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직접 와 보니 역사 유적과 현대 미술이 조화를 이룬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 여행 편은 현지에서 6월에 방영한다. 이들은 뷔렌의 작품 설명을 들은 뒤 도보로 2분 거리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작은 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른바 ‘포토 존’에서 건물 전체를 담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우승자들은 “서울의 중심에 이렇게 멋진 공공작품이 있다니 놀랍다”며 건물을 바라보다가 걸그룹 ‘에이핑크’의 춤을 추며 끼를 발산했다. 우승자들은 27일 부산을 거쳐 28일 광주에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SBS 슈퍼콘서트’를 관람한다. 이들을 포함해 한국관광공사가 모집한 한류 팬 1만 명이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 케이팝 스타를 만난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한류가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일본 호주 미국 폴란드 등 한국을 찾는 해외 방송사가 늘고 있다”며 ”광화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뷔렌의 작품을 담고 싶다는 문의가 활발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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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근… 애잔… 명랑… 지친 마음 위로하는 캐릭터 에세이 인기

    《2017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와 지난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알에이치코리아) 이후 캐릭터를 내세운 에세이가 서점가를 지배하고 있다. 앨리스, 인어공주, 은하철도 999, 둘리를 거쳐 라이언, 고길동, 리락쿠마까지 등장했다. 어떤 캐릭터가 성공 확률이 높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대를 아우르면서 △20, 30대 여성의 감성과 추억을 자극하고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갖춰야 한다. 승승장구하는 대표 캐릭터(푸, 보노보노)와 신흥 강자(스폰지밥, 고길동)의 매력을 각자의 목소리로 정리했다.》○ 푸 1923년 세상에 나와 무려 96세. 까마득한 후배들 사이에서 ‘롱런’하는 비결은 푸근한 인상과 성격! 대책 없이 발랄하기보단 차분하고 낙천적이라 현실적이라고들 하지. 한국에서 출간한 에세이들은 정직함, 낙천성,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강조해 인기를 끌었어. 지난해 내 대표 책이 판매순위 1위에 올랐는데 20, 30대 여성(53%)뿐 아니라 40, 50대 남성(10%)도 많이 봤대. 디즈니 출신이라 몸값은 좀 비싸. 일반 캐릭터는 통상 인세 10% 내외인데, 우리는 로열티가 훨씬 높거든. 정확한 수치는 비밀이야.○ 보노보노 난 숲에 사는 호기심 폭발 해달이야. 소심한 데다 실수투성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듯해. 일본에선 날 모르면 간첩이지. 30년간 4컷 만화 주인공으로 일본인 정서를 다독였지. 한국에서 최근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지? 무심히 삶을 건드리는 대사가 주특기인데, 그래서인지 최근 ‘보노보노 명언집’도 나왔더라고. “생물이 힘들지 않게 사는 방법 같은 건 절대 없어” “작으면 왜 얻어맞는 걸까? 작은 건 대단한데” 등등. 친구 너부리, 포로리와 투덕대는 모습도 인기 포인트야. 사람처럼 진지하게 대화하는 귀여운 동물을 보고 싶다면 내 책을 펼쳐 봐. 철학적이란 평가를 들은 만큼 내용도 괜찮다고.○ 고길동 내가 ‘악당’이 아니라 ‘짠내’ 캐릭터라 느꼈다면 중년이라고들 하지? 가뜩이나 가장으로 어깨가 무거운데 둘리 일당까지 거두려니 나름 힘들었다고. 이번 책은 과장으로 사는 애환과 가장의 책임감에 초점을 맞췄어. 중년 남성을 겨냥한 캐릭터 에세이는 내 책이 유일할 거야. 원작을 에세이로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아. 기존 서사 속에서 고길동의 매력을 포착해 독자의 마음을 두드려야 하거든. 문학적이고 쉬운 문장으로 잘 포장하는 게 관건이야.○ 스폰지밥 폭신폭신한 인공 스폰지는 해면동물인 나를 본떠서 만든 거야. 내 성격은 싱글벙글, 무한긍정, 마이웨이. 표정만 봐도 느껴지지? 남들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무뎃포’ 정신이. 귀엽고 서정적인 다른 캐릭터와는 좀 다른 구석이 있지.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라”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하라” “꿈은 없어도 된다” “나 자신과의 싸움은 하지 마라” 훗날보다 오늘을 중시하는 게 내 모토야. 해양 생물이 주는 신선함에 어른 팬도 적지 않아. 원작 애니메이션 대사를 토대로 작가가 글을 다듬어 썼어.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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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여선 작가 “주변의 불행을 ‘내 탓’하는 건 오만… 삶의 비정함 인정할때 슬픔도 극복”

    30대 다언은 ‘그 일’을 17년간 머릿속에서 무한반복 재생한다. 언니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허점투성이 진술을 하고도 풀려난 한민우 같은데, 지금이라도 그를 찾아내 단죄할까. 상상 속 사건이 실감을 더할수록 의심과 자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언니의 유령에 붙들린 다언의 마음 밭은 폐허가 되어 간다. 데뷔 24년 차 소설가 권여선(54)이 신작 장편 ‘레몬’(창비·1만3000원·사진)으로 돌아왔다. 2016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실린 중편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를 개작한 작품. 애도되지 못한 죽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내면을 극한까지 파고든다. e메일로 만난 그는 “가까운 이의 죽음과 불행을 ‘나 때문’이라 생각하는 마음은 오만이다. 삶의 비정한 속성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권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삶의 어두운 순간을 반추하게 된다. 억울함과 부당함, 지질함 같은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와 빵 터지며 ‘불편한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레몬’은 지적인 통찰이 넘치는 ‘권여선표’ 소설에 스릴러를 가미했다. “죽음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과 깊은 상실을 겪은 이들의 아픔을 그리고픈 마음이 만나 탄생한 이야기예요. ‘내 탓’은 가공의 비극을 더할 뿐,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데뷔작인 장편 ‘푸르른 틈새’(1996년)부터 단편집 ‘처녀치마’(2004년) ‘분홍리본의 시절’(2007년) ‘안녕 주정뱅이’(2016년)까지. 그의 소설만 찾아 읽는 독자가 적지 않다. 수치와 염치 중간쯤의 감정을 귀신같이 포착해 “딱 내 이야기”라고 느끼게 만드는 게 그의 장기. 굵직한 문학상을 다수 수상하며 중견 작가로 우뚝 섰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인간을 순식간에 탐욕으로 몰아넣는 일확천금에의 욕망. 그는 “평범한 이들도 눈앞의 이득 앞에서 쉽게 자신을 속이곤 한다”며 “부동산 광풍과 비트코인 열풍 같은 세태를 작품에 담고 싶다”고 했다. 그의 계획은 “순간의 단상들을 엮어 계속 쓰는 것”이다. “작가로 살면서 나쁜 점은 글 쓸 때 미친 사람 비슷하게 되는데, 그걸 잘 달래면서 데려가야 한다는 점? 그 대신 글을 마치면 미친 사람 비슷하게 기뻐지기도 한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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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짝을 찾느냐, 퇴화하느냐… 아름다움은 생존의 문제였다

    30년 경력의 ‘새 덕후’가 새를 탐독하다가 아름다움, 진화, 페미니즘에 도달한 이야기다. ‘종의 기원’(1859년)에 가려 서자 취급을 받던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년)을 복권하고자 하는 시도다. 남녀의 차이는 타고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생물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입증한다. 표지만 봐서는 주인공이 새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밝힌 책의 목표는 “배우자 선택에 대한 다윈의 미학적 원개념을 되살리고 아름다움의 과학적 주제의 주류로 격상시키는 것”. 다윈으로 시작해 새, 생물, 인간의 진화와 성문화로 이어진다. 찰스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은 지금껏 천하무적이다. 반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인간의…’에 담긴 ‘성(性)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성선택)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자연선택)에 가려 오랜 세월 평가절하됐다. 자연선택의 완전무결함에 집착한 다윈주의자들이 성선택을 배척한 탓이다. 저자는 성선택에 주목한다. 평소처럼 새와 ‘놀던’ 저자는 어느 날 ‘유레카’를 외친다. 일생의 작업들이 하나의 지표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들은 특정 깃털 색깔 노래 과시행동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며, 그 결과는 성적 장식물의 진화로 귀결된다.” 짝짓기의 관점에서 새의 아름다움이 진화했다는 발견은 성선택 이론과 일치한다. 무용하지만 화려한 수컷 공작새의 깃털, 비행을 방해하지만 미적으로 아름다운 곤봉날개마나킨 수컷의 날개, 생존에 도움이 안 되지만 아름다운 개똥지빠귀의 노래는 모두 성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성선택의 비범함은 동물의 감각·인지 능력과 성적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치장이 가장 화려한 종들은 암컷의 배우자 선택을 통해 성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빅토리아 시대 과학자들은 암컷의 성적 자율성을 옹호하는 주장을 비웃고 조롱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수컷 오리와 암컷 오리는 오랜 기간 성 결정권을 놓고 투쟁해왔다. 그 결과 수컷 오리의 페니스는 지나치게 길어졌고, 암컷 오리의 질은 개미굴처럼 복잡해졌다. 바우어새의 구애용 구조물의 앞뒤가 뻥 뚫린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수컷 바우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집을 짓는데, 암컷 바우어는 수컷의 ‘데이트 폭력’에 대비해 탈출구가 없는 구조물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다채로운 새 이야기 끝에 만나는 건 인간의 성문화사다. 인간의 성 메커니즘은 동물과 큰 틀에서는 같지만 언어 물질 인종 종교의 영향을 받아 훨씬 복잡하다. “인간 남성이 여성과 달리 형태학적 장식을 보유하지 않은 건, 여성의 배우자 선택이 사회적 형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한 투쟁에도 여성이 완전히 성적 자유성을 갖지 못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한다. “남성의 권력, 성적 지배, 가부장제라는 문화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성적 결정권 확대에 맞서) 수정 생식 양육투자에 관한 남성의 지배를 재확립해왔다.” 대중 과학서지만 내용이 쉽진 않다. 애피타이저 격인 총천연색 새 그림을 감상한 뒤 프롤로그를 꼼꼼히 읽으면 전체 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 이야기가 버겁다면 뒷부분의 인간 성문화사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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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 폭력’ 피하기 위한 암컷 바우어의 선택은…새들의 아름다움의 진화

    30년 경력의 ‘새 덕후’가 새를 탐독하다가 아름다움, 진화, 페미니즘에 도달한 이야기다. ‘종의 기원’(1859년)에 가려 서자 취급 받던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년)을 복권하고자 하는 시도다. 남녀의 차이는 타고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생물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입증한다. 표지만 봐서는 주인공이 새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밝힌 책의 목표는 “배우자 선택에 대한 다윈의 미학적 원개념을 되살리고 아름다움의 과학적 주제의 주류로 격상시키는 것”. 다윈으로 시작해 새, 생물, 인간의 진화와 성문화로 이어진다. 찰스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은 지금껏 천하무적이다. 반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인간의…’에 담긴 ‘성(性)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성선택)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자연선택)에 가려 오랜 세월 평가 절하됐다. 자연선택의 완전무결함에 집착한 다윈주의자들이 성선택을 배척한 탓이다. 저자는 성선택에 주목한다. 평소처럼 새와 ‘놀던’ 저자는 어느 날 ‘유레카’를 외친다. 일생의 작업들이 하나의 지표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새들은 특정 깃털 색깔 노래 과시행동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며, 그 결과는 성적 장식물의 진화로 귀결된다.” 짝짓기의 관점에서 새의 아름다움이 진화했다는 발견은 성선택 이론과 일치한다. 무용하지만 화려한 수컷 공작새의 깃털, 비행을 방해하지만 미적으로 아름다운 곤봉날개마나킨 수컷의 날개, 생존에 도움이 안 되지만 아름다운 개똥지빠귀의 노래는 모두 성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성선택의 비범함은 동물의 감각·인지 능력과 성적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치장이 가장 화려한 종들은 암컷의 배우자 선택을 통해 성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빅토리아 시대 과학자들은 암컷의 성적 자율성을 옹호하는 주장을 비웃고 조롱했다. 하지만 암컷의 성적 자율성이 수컷의 미적 진화를 이끈 사례는 적지 않다. 수컷 오리와 암컷 오리는 오랜 기간 성 결정권을 놓고 투쟁해왔다. 그 결과 수컷 오리의 페니스는 지나치게 길어졌고, 암컷 오리의 질은 개미굴처럼 복잡해졌다. 바우어 새의 구애용 구조물의 앞뒤가 뻥 뚫린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수컷 바우어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집을 짓는데, 암컷 바우어는 수컷의 ‘데이트 폭력’에 대비해 탈출구가 없는 구조물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다채로운 새 이야기 끝에 만나는 건 인간의 성문화사다. 인간의 성 매커니즘은 동물과 큰 틀에서는 같지만 언어 물질 인종 종교의 영향을 받아 훨씬 복잡하다. “인간 남성이 여성과 달리 형태학적 장식을 보유하지 않은 건, 여성의 배우자 선택이 사회적 형질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한 투쟁에도 여성이 완전히 성적 자유성을 갖지 못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한다. “남성의 권력, 성적 지배, 가부장제라는 문화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성적 결정권 확대에 맞서) 수정 생식 양육투자에 관한 남성의 지배를 재확립해왔다.” 대중 과학서지만 내용이 쉽진 않다. 에피타이저 격인 총천연색 새 그림을 감상한 뒤 프롤로그를 꼼꼼히 읽으면 전체 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새 이야기가 버거우면 뒷부분의 인간 성문화사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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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절 계란은 수도원서 유래… 사순절 금식하던 수도자들이 부활절 아침에 먹어

    부활절을 기리는 마음은 같지만 각국의 부활절 풍경은 각양각색이다. 21일 기독교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독특한 관련 풍습을 알아봤다. 달걀은 부활의 대표적 상징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부활하듯, 달걀 안에서 잠자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때문이다. 부활절에 달걀을 나눠주는 풍습은 만국 공통이다. 이 풍습은 중세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순절 기간에 금식하던 수도자들이 부활절 아침에 달걀을 먹는 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달걀 풍습은 세계로 전파되며 조금씩 변형됐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달걀 굴리기’와 ‘달걀 찾기’를 한다. 다 함께 기준점에 선 뒤 경사로에서 달걀을 굴려 깨지지 않고 먼저 도착한 달걀이 이기는 경기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행사로, 전통적으로 대통령 부인이 주최한다. 달걀 찾기는 화려하게 꾸민 달걀 가운데 진짜와 가짜 달걀을 찾는 놀이다. 가짜 달걀 안에는 초콜릿, 사탕, 젤리 등이 들어 있다. 영국에서는 또 큰 달걀 예술품을 장식하는 풍습도 있다. 부활절 기간에 시내 곳곳에는 커다란 부활절 조형물이 곳곳에 들어선다. 행인들이 조형물을 찾아낸다는 의미로 ‘더 빅 에그 헌트(The Big Egg Hunt)’라고 불린다. 호주는 ‘이스터 홀리데이(Easter Holiday)’라는 휴가를 갖고 달걀 대신 초콜릿을 먹는다. 폴란드에서는 예수, 건강, 성공, 풍년을 기리며 축복바구니에 붉은 달걀, 빵, 소금, 흰 소시지를 담는다. 이탈리아에서는 부활절에 특별한 빵을 먹는다. 토끼 모양이 새겨진 빵과 ‘콜롬바 파스콸레(Colomba pasquale·부활절 비둘기)’라고 불리는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삶은 달걀로 속을 채운 빵과 양고기를 먹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일주일 간 부활절 축제 ‘세마나 산타(Semana Santa)’가 열린다.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가장 큰 행사다. 부활한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만남을 재현한다. 세비야와 그라나다의 축제가 특히 유명하다. 전통 요리로는 각종 육류를 넣고 구운 고기 파이인 오르나소(Hornazo)와 구운 달걀로 요리한 파스타인 로스케타(Rosqueta)가 있다. 스페인의 영향을 오래 받은 콜롬비아는 성주간을 국가공휴일로 지정했다. 성목요일 밤에 관련 복음을 재현해 꾸민다. 멕시코는 ‘모닥불 행사’를 열어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상징하는 종이인형을 태운다. 필리핀은 기도와 묵상으로 경건하게 축일을 보낸다. 부활한 예수가 성모 마리아와 만나는 예식인 ‘살루봉(Salubong)’이 가장 큰 행사다. 아이들은 천사 복장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예식이 끝난 뒤에는 종이로 만든 유다 상을 불태운다. 신도들은 거리에서 “예수는 빈민을 위해 죽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예수의 희생을 기린다. 십자가 죽음을 재연하는 행사도 열린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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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은 매일 출산중”… 짧은 詩로 풀어낸 찰나의 단상

    “‘아, 한 역사가 이렇게 불타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랜 세월 쌓인 기도들이 재로 변한 것 같았습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불탄 다음 날인 17일. 김형영 시인(74)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그의 전화 수화기에서 통화연결음으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흘러나왔다. 문단에서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진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대해 깊은 상실감을 표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프랑스의 복원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하니, 다시 찬찬히 역사를 쌓아올려야겠지요. 한국도 문화재 대부분이 목조 건물이고, 산불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문화재 보호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최근 펴낸 아홉 번째 시집 ‘화살시편’(문학과지성사·9000원)의 제목도 가톨릭의 ‘화살기도’에서 따왔다. 순간의 단상을 기도로 옮기듯, 찰나의 직관을 10줄 이내의 짧은 시로 써냈다. 그는 1979년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이유 없이 찾아온 특발성혈소판감소증으로 고생하던 시기에 가족과 성당을 찾았다. 날카롭던 시도 온화해졌다. 이번 시집에는 신앙의 영성이 곳곳에 녹아 있다. 첫 시로 실린 ‘서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에 실린 기도문과 관련된 전설에 나오는 바닷가 소년과의 대화를 참조해서 썼다. ‘바닷가 모래밭에/한 아이 구덩이를 파서/바다를 담고 있네./조개껍데기로 퍼 담고 있네.//“바닷물을 다 담으려고요.”/“그건 불가능하단다.” 일러주어도/아이는 계속해서 퍼 담고 있네.’(‘서시’) 이번 시집의 절반은 봄을 노래한다. 나무의 새순과 언 땅에 싹을 틔우는 대지에서 ‘자연은 매일 출산 중’이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그는 “봄도 자연도 하느님”이라며 “요즘 가톨릭을 거쳐 범신론자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노점상하고 흥정하는 저 사람/우리 동네/부잣집 마누라 아녀?’(화살시편 27―노점상) 가톨릭문인회장을 맡았던 김 시인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에서 ‘노점상’이라는 시의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김 추기경의 강론은 시대의 핵심을 콕콕 찌릅니다. 종교와 예수를 들먹이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면서 노점상과 흥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실천적인 삶의 태도가 단박에 와 닿았죠.” 그는 ‘시는 청춘의 장르’라는 속설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50년째 ‘고래동인’ 멤버인 윤후명 강은교 등과 술잔과 시심을 나눈다. 김 시인은 젊은 시는 번뜩이고 새롭지만 풋사과에 가깝다며 자만하지 않으면 갈수록 농익은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시인도 때로 명예와 허영으로 움직이죠. 명시를 남기고 싶어 50년간 영혼을 파먹고 살았는데, 이제야 조금 집착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는 이번 시집이 ‘좋은 시’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써낸 첫 시집이라고 말했다. “긴말 않고 짧은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으니 아기의 옹알이 같은 언어를 고르고 솎게 되더군요. 성인들의 직관은 따라갈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속(俗)과 멀고 성(聖)에 가까운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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