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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U.S. 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백 명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미군 아파치 헬기는 이들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15, 16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은 탈레반이 점령한 수도를 탈출하려는 이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지옥도를 방불케했다. 고함과 비명, 총성이 가득한 어둑한 공항을 아이를 들쳐 멘 어머니와 아내를 감싸 안은 남편이 뛰었다. 수천 명이 이리 저리 뛰면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람들은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절망과 슬픔과 공포의 현장”이라고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이륙한 비행기에서 물체 2개가 떨어지는 장면도 담겼다. 영상에는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붙잡고 있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람이 적어도 2명”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앞서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사람들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비행기가 미군 수송기인지, 물체가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은 종일 총성이 들렸다고 CNN은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한 영상에는 ‘드르륵’하고 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공항으로 뛰는 모습이 담긴 모습이 담겼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줄지어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와중에 미처 타지 못한 이들이 탑승 계단에 매달린 영상도 있었다. 트위터에는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 때 벌어진 ‘필사의 탈출’ 모습과 꼭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미 국무부는 15일 미군이 공항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과 달리 시민들이 빠져나간 카불 도심은 유령도시가 됐다고 BBC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군이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는 가운데 혼란 속에서 5명이 사망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16일 전했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 관리는 “미 외교관과 대사관을 철수시킬 예정이었던 군용기에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을 막는 과정에서 미군이 공중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이들이 총에 맞았는지, 군중에 깔려 죽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공항 출입구 근처로 보이는 곳에 여러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16일 공항 당국은 민항기가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터키항공 보잉777기가 이날 오후 1시 15분 카불 공항을 출발했고, C-17 수송기 등 미 군용기가 여러 대 이륙했다고 미 CNN은 보도했다. 밴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부 영국인을 탈출시키는데 실패했다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CNN은 전했다. 탈레반은 공항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탈레반은 “민간인에게 복수는 없을 것”이라며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이나 국제 NGO단체에 협력한 이들이 적지 않아 탈레반에 처단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서방 각국들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인력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 공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15일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평소처럼 차분하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탈레반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는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보다는 낫다고 보고 있다.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더 위험한 지하드(성전) 단체를 소탕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외세를 몰아내고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이고 ‘테러 수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은 최근 중앙아시아를 넘보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범 이슬람 단일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IS의 목표에서 중앙아시아는 예외가 아니다. IS는 아프간에서 여전히 상당한 수의 대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군 철수 뒤의 아프간을 거점으로 한뒤 중앙아시아로 세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러시아는 탈레반을 통해 옛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 IS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가 흘러드는 것을 억제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미국이 떠난 아프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아스판디아르 미르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센터 연구원은 “러시아는 미국이 후원하는 정권이 뒷마당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아르카디 두브노프는 “아프간 상황으로 잠재적 위험에 놓인 중앙아시아 국가에게 러시아는 자신들만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소련은 아프간 공산정권과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1979년 12월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무자헤딘에 패해 1989년 철수한 바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탈레반, 미군 철수 석달만에 아프간 재장악 아프가니스탄 권력이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 반군 탈레반에 넘어갔다.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던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을 시작한 올해 4월 29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포위한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 발표를 통해 “반대 측(아프간 정부)과 수도 카불의 평화로운 항복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압둘 사타르 미르자콰 아프간 내무장관은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을 진행한 이날 “‘과도 정부’에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항복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탈레반의 아프간 권력 장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철군 지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하려면 빨라도 철군 후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15일 카불 현지 한국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권력이양’ 항복… 대통령도 나라 떠났다탈레반, 아프간 다시 장악 미군이 올해 4월 철군을 발표한 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시작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탈레반은 아프간 대부분을 장악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15일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를 차지하면서 아프간 34개 주도 중 25개가 탈레반 손 안에 떨어졌다. 14일 카불 남쪽 11km까지 접근한 탈레반은 15일 카불 진입을 시작해 카불 일부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이날 아프간 정부와의 권력 이양 협상을 위해 카불에 있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AF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을 인용해 탈레반 조직원들이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되 무력으로 진입하지는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등 아프간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들이 인력 철수에 나서는 등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대사관으로 헬기가 내리고 뜨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외교관들이 민감한 문서와 자료를 태우는 듯 대사관 지붕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빠르면 17일 오전까지 철수가 완료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독일 영국 등 카불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주요국도 자국민을 전원 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속속 철수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대사관 철수 계획이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앞으로 권력을 쥐더라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성이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 때처럼 여성 인권을 억압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내놓은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탈레반이 새 점령지에서 “모든 소녀와 남편을 잃은 여성은 반드시 탈레반 군인과 결혼해야 한다”고 선포했고, 여성이 혼자 밖으로 다니지 못하게 한 것으로 미뤄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탈레반은 15일 아프간 병사들에게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기존 정부군의 해산을 요구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될 것이고, 긴급 물품 공급 역시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에는 아프간 내무장관 출신인 알리 아흐마드 잘랄리(81)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잘랄리는 미국 시민권자인 상태에서 2003년 1월 미국이 탈레반을 몰아내고 수립했던 과도정부 내무장관으로 임명됐던 학자 겸 정치인이다. 탈레반이 잘랄리를 수반에 앉히는 데 최종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진격으로 아프간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자 카불에 1000명의 추가 병력 파견을 지시했다. 앞서 발표한 증원 병력을 합치면 5000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파병은) 미국인 인력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축소 및 미군을 지원해 온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퇴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철군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인 재임기간에 탈레반이 2001년 이후 가장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게 놔뒀다는 비난도 함께 내놨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9월 새 학기 시작이 며칠 남지 않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역시 다음 달 개학을 앞둔 영국은 16세 이상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1902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았다고 미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일주일간 어린이 및 청소년 신규 확진자가 이달 5일 기준 9만3824명으로 6월 24일(8447명)에 비해 11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조지아 루이지애나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주요 주에서 아동 입원 환자가 급증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델타 변이가 어린이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12세 미만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여서 개학 뒤 학교 내 감염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만 AAP는 “아동의 코로나19 입원율은 확진 대비 0.1∼1.9%로 성인에 비해 낮고, 중증도 드물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개학을 앞두고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델타 변이 또한 기승을 부리자 청소년층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23일까지 16, 17세 청소년에게 백신 1차 접종을 마칠 것을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요청했다. 9월 개학 전까지 2주간 이 연령대 청소년들의 면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15일 말했다. 영국은 성인의 75%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쳤고, 89%는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최근 독일 정부 역시 12∼17세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13일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었던 일본은 14일까지 이틀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다. NHK에 따르면 13일과 14일의 신규 확진자는 각각 2만366명, 2만151명으로 약 2주 전인 7월 30일(1만743명)의 2배에 가깝다. 13일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7곳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다치를 경신했다. 15일에도 일본 전역에서 1만7832명의 신규 확진자가 집계됐는데 이는 7주 전 일요일인 6월 27일(1283명)보다 약 14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날 도쿄도에서만 429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일요일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에서는 중앙정부의 방역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이 참가한 전국지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확산이) 개별 지자체가 통제하기 곤란한 국면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방역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0명대를 넘나들면서 국내에서도 방역 체계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절독감(인플루엔자)을 다루듯 코로나19도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위드(with) 코로나’ 전략을 취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지만 방역 당국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 민간 양쪽서 ‘위드 코로나’ 논의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 당국 내부에서는 이미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에 따라 방역을 완화할 때 환자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시뮬레이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 1차 접종률 70%가 되는 9월 말이 되면 방역 패러다임 전환 논의를 공식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방역 체계 개편과 관련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현재 우리의 방역 프레임(코로나19 확산 차단)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자가 치료 인프라를 만들고 병상 인력을 확보한다면 지금이라도 ‘확진자 수 세기’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한의사협회는 민간 차원에서 1, 2주 내에 방역 체계 전환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방역 지침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방향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 코로나19 치명률, 아직 독감의 10배언젠가는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델타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많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새 방역 전략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가, 곧바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정정한 것은 이런 반대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히려 “4단계 외에 추가 거리 두기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국내 누적 치명률은 12일 현재 0.98%다. 독감(0.1% 내외)보다 10배가량 높으며, ‘한탄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유행성출혈열 치명률(1∼2%)과 맞먹는다. 아직까지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국내에선 아직 ‘위드 코로나’ 도입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백신 접종 완료가 최우선 조건으로 꼽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당장 ‘코로나와 공존하자’고 하는 건 약한 사람은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15.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달 9, 10일 백신 접종 예약에 나선 18∼49세의 접종 예약률은 56.4%로, 전체 접종 목표치인 70%에 못 미친다. 효과적인 치료제 보급이 방역 체계 전환의 ‘열쇠’라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치명률이 낮은 건 타미플루라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표적항암제인 ‘이매티닙’과 말라리아 치료에 사용되는 ‘알테수네이트’, 면역질환 치료제인 ‘인플릭시맵’ 등 3종을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을지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험난한 해외의 ‘위드 코로나’한국에 앞서 위드 코로나 방역 시도를 한 나라들이 있다. 북유럽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해 3월 자율 방역 기조를 내놨다. 인구 1010만 명의 스웨덴은 이달 11일까지 1만462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며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신 접종률 69%인 영국은 지난달 19일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방역 규제를 거의 해제했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아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매일 2만7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하루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지난달 19일 42명에서 이달 11일 87명까지 늘었다. 싱가포르가 올해 6월 코로나19와의 공존 전략을 밝히기는 했지만, 강력한 방역 규제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싱가포르는 백신 1차 접종률이 79%에 이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도 최근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올해 2월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는 10일 63만7015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점을 찍었던 올해 4월 29일(82만8264명) 대비 약 77%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확진자(일주일 평균)는 9일(현지 시간) 11만7956명으로 올해 2월 7일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미국 정부가 독립기념일(7월 4일)을 맞아 ‘방역의 승리’를 선언했을 당시 약 1만5000명이었는데, 한 달 만에 8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하루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10일 535명으로 지난달 초(약 250명)의 2배가 됐다. CNN은 “미국에서 팬데믹이 확산과 진정, 재확산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인구의 58%가 백신을 1회 이상 맞았다. 인구의 62%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9일에만 6000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10일 3967명으로 올해 2월 28일 이후 가장 많았다. 하루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지난달 0∼2명에서 이달 10일 11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봉쇄 등 강력한 방역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증상이 있는 지역사회 확진자가 9일 108명으로 집계돼 올해 1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100명을 넘었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확산의 시발점으로 꼽히고 있는 난징 루커우 국제공항 담당 고위 관리를 감찰하는 등 공직자에게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묻고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해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에 참여한 영국 전문가가 경고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앤드루 폴러드 영국 백신·접종 면역공동위원회(JCVI) 의장(56)은 10일(현지 시간) 영국 하원 모임에 참석해 “백신 접종자에게도 이전보다 전파가 더 잘되는 새로운 변이가 나올 것”이라며 “이로 인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그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의 백신 임상 및 개발 과정에 참여한 영국 최고의 면역 전문가다. 폴러드 의장은 백신으로 코로나19 유행을 완벽히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감염 후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으로 감염 자체를 막는 것 못지않게 치료제 등 코로나19에서 잘 회복되도록 하는 보건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임피리얼 칼리지런던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감염될 위험이 49% 정도밖에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이날 전체 성인의 75%가 백신 2차 접종, 89%가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럼에도 10일 신규 확진자가 2만3510명에 달하는 등 여전히 현재 2만∼3만 명대 하루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 탓에 팬데믹의 종식이 멀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텍사스A&M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벤저민 뉴먼 교수는 “델타 변이가 다른 변이와 함께 번지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마치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공룡들이 모조리 풀려난 것과 같다”고 했다고 10일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비니트 메나체리 텍사스주립대 의대 교수는 최적의 상태를 뜻하는 경제용어 ‘골디락스’를 차용해 “델타 변이는 확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골디락스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인체 감염 능력이 높아지면 바이러스 자체의 생존을 위한 안정성은 떨어지기 쉬운데 델타 변이가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면서 다른 변이를 물리치고 우세종이 됐다는 뜻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2월 ‘민주주의’ 국가 정상 수십 명을 화상으로 불러 모은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2월 9, 10일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1일 발표했다. 백악관은 정상회의 주제가 △권위주의에 맞서기 △부패와의 싸움 △인권 존중 확대 등 세 가지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적 견해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들과 권위주의 체제 사이의 미래를 위한 싸움’으로 표현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의는 주로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맞서 여러 민주 정부를 단결시키려는 구도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1월 출범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 왔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 재건과 인권 침해에 맞서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코로나19 대유행과 싸우기 위해 세계를 결집해 왔다”고 했다. 백악관은 초청국 명단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W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될지는 의문”이라며 “민주적 신뢰를 흐렸다는 논란이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초청될지도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아직 명단이 다 짜이지 않았지만 기존 민주주의 국가와 ‘신흥’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을 고루 초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WP에 말했다. 회의에는 정상들뿐 아니라 민간의 각 부문 지도자들도 초청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민주적 가치와 리더십을 훼손했다며 취임 직후 전 세계 민주주의 지도자를 한데 모아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개최가 지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월에는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2022년 다시 정상들이 오프라인에서 실제 모이는 회담도 열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도입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환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1일 0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1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0일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68일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국내 확진자 중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최근 1주일(8월 1∼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73.1%에 달했다. 한 주 전(7월 25∼31일) 61.5%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국내에서 델타 변이 환자가 나오던 초기 6월 말(3.3%)과 비교하면 한 달 남짓 만에 20배 이상 급증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유행은 ‘정점’ 없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540명으로, 한 주 전보다 338명 증가했다. 주말을 포함한 8∼10일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 요일 기준 가장 많은 환자가 쏟아졌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추정 사례는 5일 기준 1540건이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2000명 이상’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 두기 지침은 델타 변이 발생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번 2000명을 넘어서면 하루 4000명, 6000명 확진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이 델타 변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5만1000명을 연구한 결과 모더나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75%로 화이자(42%)보다 높았다. 하지만 8월 모더나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은 당초 예정된 850만 회분에서 295만 회분까지 줄었다. 델타 변이에 맞설 ‘무기’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단체가 계획하는 광복절 집회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광복절 위법 집회를 강행하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델타’에 효과 좋은 모더나 공백속… 위중증환자 4차유행 이후 최다신규 확진 첫 2000명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진입 후 가장 위험한 신호들이 여럿 쏟아졌다. 10일 오후 9시까지 역대 최다인 2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역시 유행 시작 이후 최고치였다. 정부는 뒤늦게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월 예정된 백신 공급량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한 미국 모더나사에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지만 상황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2000명 넘어선 4차 유행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스며들면서 거리 두기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대유행을 꺾기 위해선 유럽에서 시행됐던 야간 통행금지, 도시 봉쇄 수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중이 매주 10%씩 늘어 70%를 넘어섰는데, 이 비율이 100%에 가까워질 때까진 확산세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 등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 4단계를 국민들이 1.5단계 정도로 느끼는 상황”이라며 “TV 프로그램 안에서도 패널들을 ‘줌’으로 출연하게 하는 등 충격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등의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 수는 10일 379명까지 늘어났다. 전날(367명)보다 12명 늘어난 수치로 4차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다. 4차 유행 이전인 3, 4월 100명 안팎에 그쳤던 국내 위중증 환자 수가 3,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50대가 131명(34.6%)으로 가장 많고 60대(94명), 40대(54명) 등에서 나왔다. 사망자도 9명 발생해 4차 유행 이후 최다였다. 5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도 총 1540명으로 집계됐다. ○ “응급실 포화도 낮추자” 신속 PCR 확대 방역 당국은 뒤늦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증가와 응급실 및 병상 부족을 타개하는 대책을 내놨다. 먼저 응급실에서 1시간 안에 코로나19 확진이 가능한 응급(신속) PCR 검사를 늘린다. 기존에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PCR 검사는 6시간 이상 걸렸다. 응급실에 사람들이 대기하는 과정에서 추가 확산 위험도 있었다. 정부는 신속 PCR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응급실 포화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중증 응급환자가 병상을 찾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는 환자 이송 핫라인도 운영한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전원(轉院)시킬 때만 이용하던 ‘핫라인’을 구급상황관리센터에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대책들은 확진자 수 감소의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4차 유행과 델타 변이 전파세를 잡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모더나 부족에 델타 추가 확산 우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 효과적이라고 평가되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델타 변이에 모더나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모더나 확보전’이 더 가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모더나 백신 연구를 주도한 벵키 순다라라잔 박사는 “화이자와 모더나 중 어떤 백신을 접종했건 간에 ‘부스터샷’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곧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절반 이상 줄어든 모더나 수급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추석 전 1차 접종 3600만 명 달성만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보건복지부 방미단이) 모더나뿐 아니라 다른 백신 회사도 가능한 범위에서 만나 백신 수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싱가포르가 10일(현지 시간) ‘백신 예약제’를 전면 폐지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싱가포르 거주자는 누구나 별도 예약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싱가포르 국민과 영주권자뿐 아니라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12세 이상(화이자 백신 접종 승인 연령) 싱가포르 거주자는 예약 없이 도심 전역의 접종센터 37곳을 방문하면 바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달 중순 60세 이상부터 예약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했고, 이달 2일부터는 18세 이상도 예약 없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 선진국인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보다도 접종률이 더 높다. 싱가포르는 8일까지 인구 570만 명 중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1회 이상 백신 접종자는 79%에 이른다. 일찌감치 백신을 확보해 올해 1월부터 접종을 시작했고, 3월부터 최근까지 매일 4만∼6만여 회분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싱가포르는 10일부터 방역 규제도 일부 완화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시민들은 최대 5명까지 모여 외식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9월 초 인구의 80%까지 접종을 완료하면 모임 가능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코로나19 고위험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면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도입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환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1일 0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10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10일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68일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국내 확진자 중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최근 1주일(8월 1~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73.1%에 달했다. 한 주 전(7월 25~31일) 61.5%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국내에서 델타 변이 환자가 나오던 초기 6월 말(3.3%)과 비교하면 한 달 남짓 만에 20배 이상 급증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유행은 ‘정점’ 없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540명으로, 한 주 전보다 338명 증가했다. 주말을 포함한 8~10일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 요일 기준 가장 많은 환자가 쏟아졌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추정 사례는 5일 기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2000명 이상’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 두기 지침은 델타 변이 발생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번 2000명을 넘어서면 하루 4000명, 6000명 확진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이 델타 변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5만1000명을 연구한 결과 모더나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75%로 화이자(42%)보다 높았다. 하지만 8월 모더나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은 당초 예정된 850만 회분에서295만 회분까지 줄었다. 델타 변이에 맞설 ‘무기’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단체가 계획하는 광복절 집회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광복절 위법 집회를 강행하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예방에 모더나 백신이 화이자 백신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헬스시스템 연구진은 미네소타주의 5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델타 변이가 미국에서 지배적 변이 바이러스로 자리 잡은 지난달 모더나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76%로 나타나 화이자 백신(42%)보다 높았다고 6일 발표했다. 의학논문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확산한 7월 두 백신 모두 감염 예방 효과가 전체 연구기간(올해 1~7월) 대비 떨어졌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의 하락폭이 컸다. 모더나 백신은 7월 예방 효과가 전체 연구기간(86%)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데 비해 화이자 백신은 전체 기간(76%)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7월 미네소타주에서 델타 변이는 코로나19 감염의 70%를 차지했다. 두 백신 모두 코로나19와 관련된 입원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유지됐다. 전체 연구기간 입원 예방 효과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각각 91.6%, 85%였고 7월 들어서도 모더나(81%)와 화이자(75%) 모두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메이오클리닉 연구를 이끈 데이터 분석 업체 엔퍼런스(nference)의 벵키 순다라라잔 박사는 “올해 초 화이자와 모더나 중 어떤 백신을 접종했건 간에 모더나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접종하는 것이 곧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0일 전했다. 연구진은 미국 5개 주에 걸쳐 메이오클리닉에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을 분석한 결과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에 걸리는 이른바 돌파 감염의 위험은 모더나 백신이 화이자 백신에 비해 절반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이오클리닉 헬스시스템은 미국 미네소타 위스콘신 아이오와주 등에 40여 개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동료 평가를 거친 논문으로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다. 이와 별개로 캐나다 온타리오 한 요양원에서도 모더나 백신을 맞은 고령자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이들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더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메드아카이브에 게재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화이자 측은 두 연구 결과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코로나19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접종 완료 6~12개월 뒤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미국 등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신장위구르족 학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도쿄 올림픽 폐막(8일) 하루 전인 7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2∼4일 미국 성인 2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권 (탄압) 전력 때문에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14%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자는 33%였다. 최근 미국 정치권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화 민주 양당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소속 의원들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대량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려서는 안 된다”며 “올림픽을 1년 연기하고, 그때도 중국이 신장지역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계속하면 개최지를 바꿔 달라”고 했다. CECC는 지난달 27일 청문회를 열고 코카콜라와 에어비앤비, 인텔 등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들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3월에는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경제적·외교적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다. 대회 개최 자체를 막는 것은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백악관 대표단이나 관중이 중국에 가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는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재확산하는 것도 보이콧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이후 1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공산당 통치를 국내외에 홍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두고 “국력을 대변하는 부분”이라며 “공산당과 중국에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말버러 등을 제조하는 세계적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탈(脫) 담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PMI는 호흡기 질환 치료제와 기기를 개발하는 영국 제약사 벡투라를 인수하기 위해 최근 총 10억2000만 파운드(약 1조6176억 원)를 제안했다고 8일 BBC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이 이달 6일 벡투라 인수가로 총 9억5800만 파운드(약 1조5217억 원, 주당 1.55파운드)를 제시하자 PMI는 다시 주당 1.65파운드로 인수가를 올려서 제안했다. 천식 등의 호흡기질환자는 치료약을 분무 형태로 흡입하기도 하는데 벡투라는 이 약과 분무기기를 만드는 제약회사다. 최근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제약사 인스피라와 흡입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합의하기도 했다. PMI의 벡투라 인수 시도는 세계적으로 연초 수요가 감소하고 금연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담배처럼 구강을 경유해 몸에 들어오지만 건강에는 나쁘지 않은’ 다양한 제품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PMI는 벡투라 인수 시도 배경을 “‘니코틴을 넘어’(beyond nicotine) 우리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8일 밝혔다. PMI는 향후 10년 안에 영국에서 연초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PMI는 금연용 니코틴 껌 등을 만드는 덴마크 회사 페르틴 파마(Fertin Pharma)를 51억 크로네(약 9233억 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PMI는 “페르틴 파마의 플랫폼을 활용해 처방전 없이 수면, 활력 증진, 집중력 향상 등을 돕는 이른바 ‘셀프 케어 웰니스’(self care wellness)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난달부터 남유럽과 북미 서부,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에서 빈발하고 있는 산불이 역대 최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 서비스(CAMS)는 올해 7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3억4300만 t의 탄소가 배출돼 위성 관측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추산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 전했다. CAMS의 선임과학자 마크 패링턴 박사는 7월 세계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기존 최대치인 2014년 7월보다 20%가량 많았다고 밝혔다.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은 최근 이상고온을 보이고 있는 북미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달 말부터 번지고 있는 남유럽 산불도 최악의 피해를 낳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올 들어 최근까지 평년의 8배 넓이에 이르는 1280km²가 불탔다. 이탈리아에서 평년의 4배 넓이가 불탔고, 키프로스(8배), 그리스(2배) 등도 피해가 심각했다. 산불 빈발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 등 다른 지중해 국가뿐 아니라 핀란드 등 유럽 각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30여 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는 이달 들어서만 154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64곳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수도 아테네 북쪽 산림지대와 남부 펠레폰네소스반도의 산, 농경지로 확산됐다. 7일까지 열흘 동안에만 서울 넓이(약 605km²)에 육박하는 560km² 이상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7일 아테네는 북쪽 파르니타산의 산불로 상공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재가 비처럼 내렸다. 화염으로 물든 산을 뒤로한 채 주민들은 가축을 데리고 황급히 피신했다. 극도의 더위와 산불이 겹치면서 ‘지구 종말’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산불은 올림픽 성화가 채화되는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올림피아 경기장 유적지 인근까지 번졌지만 당국의 진화로 유적지에 미치지는 않았다.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에서는 주민 2000여 명이 여객선을 타고 대피했다. 38세 의용소방대원이 숨지고, 그리스 전역에서 수십 명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도 적지 않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악몽의 여름”이라며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레폰네소스반도 남단 이스트마니의 엘레니 드라쿨라쿠 부시장은 “우리 지역의 70%가 불에 탔다”며 “성서에 나오는 대재앙 같다”고 국영 ERT방송에서 말했다. 터키의 산불도 남부 해안선 등을 따라 계속되고 있다. 터키 당국은 최근 성명을 통해 “터키 81개 주 중 47개 주에서 2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고, 현재 5개 주에서 13건의 화재를 진압 중”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7일 “터키에서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맹렬한 불길로 최근 10일간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도 산불로 이달 30일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산불로 1명이 사망한 알바니아 역시 ‘위급’ 경보를 내렸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달 말부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산불 수백 건이 발생했고, 이달 6일 남부 칼라브리아주 산로렌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 2명이 숨졌다. 기후 변화의 결과로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극도로 건조한 이상기후가 지속되는 것이 남유럽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터키의 경우 7월 말 남동부 도시 지즈레가 49.1도를 기록하며 60년 만에 터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아테네의 초대 ‘최고 더위 책임자’로 임명된 엘레니 미리빌리는 “산불로 숲이 사라진 결과 수도 아테네는 향후 몇 년 동안 더 높은 기온과 홍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양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유한 일부 나라가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본격화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4일(현지 시간) “지금까지 접종된 백신 40억여 회분 중 80% 이상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안 되는 중상위 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각국은) 부스터샷을 적어도 9월 말까지 일시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9월 말은 앞서 WHO가 ‘각국 인구의 최소 10% 접종’을 목표로 제시했던 시한이다. 그에 따르면 고소득국은 인구 100명당 100회분에 가까운 백신을 접종했고 저소득 국가는 100명당 1.5회분만 맞았다. 이달 3일까지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율이 북미와 유럽은 49%에 이르지만 아프리카는 4%가 채 안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접종 완료 인구 비율 62%)과 독일(53%) 프랑스(49%) 등이 부스터샷을 이미 시작했고, 미국(49%)과 영국(57%) 등도 부스터샷을 검토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취약 계층도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는데 백신의 대부분을 가져간 나라들이 더 맞히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WHO의 부스터샷 일시 중단 요청과 관련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미국은 3일까지 백신 1억1000만 회분을 해외에 기부했다”며 “우리는 국내에서 부스터샷에 쓸 백신뿐 아니라 해외에 지원할 백신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만 국내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4일 전했다. 미국은 현재 솅겐 조약(유럽 내 상호 국경개방)에 가입한 유럽 26개국과 영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최근 14일 이내에 머문 적 있는 비(非)시민권자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유럽 동맹국 등으로부터 불만이 제기돼 왔는데 제한을 푸는 조건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인의 입국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주도 롤리시 중심가. 간호사 등 의료진을 비롯한 200여 명의 시위대가 주의회 건물과 주지사 관저 등을 돌며 시위를 벌였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병원 측이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따르지 않으면 해고한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 ‘강제 백신 접종=의학적 강간’ 등의 표현이 담겼다. 이 지역 대학병원들은 최근 “환자와 직원,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다”면서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요구했다. 주정부 방침도 다르지 않다. 로이 쿠퍼 주지사(민주당)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실망스럽다. 환자 가까이서 일하는 의료진이라면 백신을 맞는 것은 책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두 쪽으로 갈라져 싸웠던 미국인들이 올해는 백신 접종을 두고 국론 분열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많이 늘면서 최근 백신 접종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이에 반발하는 시위도 잦아지고 있다. 반면 백신 접종자들은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을 비접종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레이철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제니퍼 애니스턴(52)은 3일 공개된 미국 패션지 ‘인스타일(InStyle)’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상에서 백신 접종 거부자들과의 관계를 끊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근의 조사 결과들을 보면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두고 미국인들의 여론은 팽팽히 맞서 있다. 미국 CNBC 방송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의무화에 찬성한 반면 46%는 반대했다. 찬성과 반대 비율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다. 백신 효과에 대한 인식도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이날 비영리단체 카이저패밀리재단이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백신을 맞지 않은 성인의 절반 이상(53%)은 ‘백신을 맞는 것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오히려 건강에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백신을 맞은 성인의 대부분(88%)은 반대로 답했다. 또 미접종자의 57%는 언론이 팬데믹의 심각성을 과장해서 보도한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백신 접종자 중에서는 17%만 그렇게 생각했다. 극명하게 갈리는 생각의 차이를 반영하듯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양상도 나타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성인 999명에게 ‘코로나19 재확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물었는데 백신 접종자의 79%가 ‘미접종자 책임’이라고 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감염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이들이 최근의 재확산에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은 외국에서 온 여행객(37%), 주류 언론(2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21%) 등을 주로 꼽았다. 자신들 같은 미접종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10%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백신과 관련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각 기업도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가 이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델타 팬데믹’… 세계 확진 2억명, 증가속도 2배 빨라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가 3일 60만5052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정점을 찍었던 올해 4월 29일(82만8254명) 대비 약 73% 수준까지 다시 올라온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6월 21일 36만 명(정점 대비 43%)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누적 확진자는 4일 오후 7시 현재 2억41만698명으로 세계 인구(약 77억9000만 명)의 약 2.6%에 이르렀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1년 7개월여 만에 2억 명을 넘은 것이다. 첫 환자가 나온 지 약 1년 1개월 만인 올 1월 25일 1억 명을 넘었고, 6개월여 만에 다시 1억 명이 늘었다. 누적 사망자는 426만2651명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백신을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세계 인구의 28.6%, 접종 완료자는 14.8%다. 델타 변이 유행의 여파로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선진국도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뉴욕시는 이달 중순부터 음식점 등에 들어가려면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8일부터 시민들에게 악수와 포옹, 키스 자제를 권고하는 새 거리 두기 지침을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 확산 탓에 빈국에 백신과 의료용 산소 등을 지원하는 데 115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델타 폭증에 美 일부병원 “응급수술外 연기”… 日 구급 이송 차질 세계 누적 확진 2억명 넘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최근까지 132개국에서 발견됐다. 최근 영국과 미국 신규 감염의 각각 99%, 93%가 델타 변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호주 중국 덴마크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포르투갈 러시아 등에서 델타 변이는 신규 감염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말 밝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 환자 폭증은 각국의 의료 시스템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 확진자 수(일주일 평균)가 6월 말 1만1000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9만1000명대로 늘었다. 입원 환자도 급증했다. CNN은 보건당국 자료를 인용해 2일(현지 시간)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5만625명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대유행이 심각하던 올해 2월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입원 환자는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 등 남부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 폭증으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매일 약 1만 명씩 나오는 일본에서도 응급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4일 일본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서는 소방당국이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30분 이상 지체되는 구급 이송 곤란 사례가 2376건 있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2배 이상이다. 일본은 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4207명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가장 많았다. 도쿄 역시 이날 416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는 ‘백신 접종 모범국’들이 완화했던 방역 규제를 다시 강화하도록 만들었다. 접종 완료 비율이 인구의 62.2%에 이르는 이스라엘은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0명에 육박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100명 이상이 모이는 야외에서는 8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백신 접종 여부 등이 기록된 ‘그린 패스’도 모든 실내 공간에 입장할 때마다 제시해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시에선 이달 16일부터 음식점이나 헬스장, 영화관 등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시설 안에 들어갈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음식점 등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만 실내 업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미국에서 뉴욕시가 처음이다.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분위기는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와중에도 백신은 사망 예방에 효과를 내고 있다. 백신 접종 선진국은 최근 확진자 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루 확진자(일주일 평균)가 6월 9일 10명에서 이달 3일 255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하루 사망자(일주일 평균)는 1명에서 5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이탈리아(백신 접종 완료율 53.3%) 역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7월 1일 727명에서 이달 3일 5476명이 돼 7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1명에서 27명이 돼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은 6월 말 대비 최근 확진자가 8배 이상으로 많아졌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50여 명에서 380여 명이 됐다. CNN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 분석 결과 백신 접종 완료 뒤 중증 코로나19에 걸릴 위험과 사망 위험은 각각 0.004% 미만, 0.001% 미만이었다고 2일 보도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최근 중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확산됐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도 2일 약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염자가 확인됐다. 그러자 중국 방역당국은 하루 만에 우한시 주민 1100만 명을 상대로 한 전수검사에 나섰다. ‘코로나19 우한 기원설’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2일 지역사회 신규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각각 61명, 23명이다. 중국은 증상이 있는 감염만 확진자로 분류한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초 1차 대유행 이후 대체로 하루 20명 이하였지만 지난달 들어 늘기 시작해 최근 70명을 넘고 있다.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중국의 성·자치구·직할시 31곳 가운데 18곳에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다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2일 우한에서는 작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한 노동자가 우한의 고속철도역에서 최근 감염 확산의 매개가 된 후난성 유명 관광지 장자제 관련 단체 여행객과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노동자와 접촉한 이들까지 우한에서 7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우한시 당국은 감염자가 나온 지역을 봉쇄했고, 모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우한은 지난해 초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76일간 도시 전체가 봉쇄된 적이 있다. 베이징도 확진자가 발생한 하이뎬구의 1만 명이 사는 주거구역을 봉쇄했고, 코로나19 발생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교통편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10일 러시아발 여객기를 통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장쑤성 난징 루커우 공항 직원들을 감염시키면서 최근의 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난징 공항을 경유한 관광객이 장자제에서 여러 지역 출신의 관광객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주요 국가들이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최근 급속히 확산하고 있고,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해서는 빈곤국 등에 백신을 보급하는 게 더 시급하고, 면역 취약계층 말고는 부스터샷 필요성이 확실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국은 다음 달 6일부터 50세 이상과 면역 취약층 등 3200만 명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1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매주 240여만 회씩 추가 접종해 12월 초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카롤리나 다리아스 스페인 보건장관도 “새 변이 바이러스들이 의료 시스템의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3차 접종과 관련해 남은 결정은 언제 시작하느냐는 것뿐”이라고 지난달 30일 말했다. 독일 역시 9월 1일부터 고령자 대상 3차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2일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부스터샷을 놓기 시작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접종 대상을 ‘2회차 접종 5개월이 지난 60대 이상’으로 넓혔다. 일본도 2022년 3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는데 내년 초 미국 모더나 등으로부터 백신 5000만 회분을 추가로 받기로 계약했다고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당국은 요양원 거주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필요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부스터샷은 백신의 예방 효과가 시간이 지나며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인 이스라엘은 화이자 백신이 증상이 있는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6월 말∼7월 중순 3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코로나19에 걸리는 이른바 ‘돌파 감염’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화이자는 자사 백신 접종 6개월 뒤 증상이 있는 감염 예방 효과가 96%에서 84%로 떨어졌고, 부스터샷 접종 뒤 델타 변이에 대한 항체 수준이 5∼11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접종 거부층 말고는 백신을 맞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추가 접종 추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올해 3월 20일 하루에만 백신을 84만 회 접종했지만 7월 30일에는 20만 회로 줄어들었다. 영국은 이달 1일까지 성인의 72%가 2회 접종을 마쳤다. 최근까지 각각 인구의 51.6%, 57.6%가 2차 접종을 완료한 독일과 스페인도 6, 7월 들어 접종 속도가 둔화했다. 세계 인구의 70%가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의 부스터샷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구 13억 명인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2%가 채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취약계층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나라도 많다”며 부스터샷에 반대해왔다. 부스터샷이 제약회사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암치료센터 종양학자인 잘랄 베그 박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NBC방송 기고문에서 “부스터샷은 노인이나 면역 취약 환자 말고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며 “화이자가 부스터샷으로 수십억 달러어치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스터샷은 백신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낳을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