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형

신아형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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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보고 듣겠습니다. 진실 앞에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abro@donga.com

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경제일반68%
사회일반10%
금융10%
복지3%
국제일반3%
세금3%
무역3%
  • 3월 소비자물가 4.2%↑… 상승률 1년만에 최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4일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10.5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치솟은 뒤 다시 둔화하고 있다. 물가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물가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하락해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휘발유는 1년 전보다 17.5%, 경유는 15.0%,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8.8% 하락했다. 반면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3.0% 상승해 지난해 10월(5.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공식품은 1년 전보다 9.1% 올랐고 빵(10.8%), 스낵과자(11.2%)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7.4% 올라 2월(7.5%)과 비슷하게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4% 올라 2월(5.5%)보다는 상승 폭을 줄였다. 농산물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해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월과 같이 4.8% 올랐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큰 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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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증시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엄격한 공매도 규제 등 선진국 증시에서 보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 같았으면 자유롭게 이뤄졌을 거래가 국내에선 갖가지 규제 수단에 막히다 보니 해외 투자가들은 굳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한국 시장에 투자할 유인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이듬해 5월부터 350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공매도가 금지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외국인 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0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 들어서는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며 당국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블룸버그통신에 “연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3일에는 여론을 의식한 듯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지 않으면 공매도 재개는 검토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재도약을 위해서 공매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려 하지만 개인 투자자와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공매도 투자 환경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짜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 상환 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인 반면 개인은 90일로 제한돼 있고, 담보 비율도 개인은 120%로 외국인 및 기관(105%)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외환시장의 완전 개방 여부도 논란거리다. 최근 정부는 현행 오후 3시 30분으로 돼 있는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오전 2시로 연장하기로 했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원하는 ‘24시간 시장 개방’은 일단 보류했다.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화 거래를 여전히 막아놓은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통신 항공 방송 등 주요 기간산업에서 외국인이 취득할 수 있는 지분 한도를 규정해 놓고 있는 것도 외국인 투자를 막아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법은 통신사나 개별 방송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취득 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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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 은행위기에… 엔화 가치 뛰고 원화채권 불티

    미국·유럽발(發) 은행 위기 이후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시아가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고, 지난해 말 잔액이 급격히 줄었던 원화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외국인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2일(현지 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일본 엔화는 지난달 10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강세로 급반전했다. 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수합병 등으로 미 달러와 스위스프랑 등 주요국 통화가 타격을 입으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엔화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달 28일 기준 3.8% 상승하며 미 달러를 제외한 세계 주요 10개국 통화 가운데 스위스프랑(2.8%)과 영국 파운드(2.4%) 등을 앞지르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SVB가 파산한 지난달 10일 이전에는 137엔대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30∼132엔대로 내렸다(엔화 가치 상승). 3일에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기준 133엔대에 거래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월가에서 엔화 투자 선호 분위기가 번지면서 지난해 극도로 약세를 보였던 추세가 반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0) 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지난해 3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채권시장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원화 채권을 총 11조941억 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별 외국인 순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6월(12조753억 원) 이후 최대치다. SVB 사태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차익거래 유인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일부는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담보 삼아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빌린 뒤 국고채 및 통안증권 등에 투자한다. 이후 원화채권의 금리와 원화 조달비용 간 가격 차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킹달러 압력이 낮아져 원-달러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부진에 한국은행 긴축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까지 반영돼 원화채권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6조7000억 원에서 2월 1조5200억 원으로 급감해 지난달에는 약 2100억 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채권 선호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자사 예치 잔액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들의 올해 신규 투자금 중 67.4%는 채권에 몰렸다. 채권 상품에 10억 원 이상 뭉칫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사례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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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Y 투자문화’ 발맞춰 홈피 리뉴얼 진행

    삼성자산운용은 스스로 알아보고 투자하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자기주도적)’ 투자 문화가 확산하는 흐름에 맞춰 공식 홈페이지와 KODEX 홈페이지 리뉴얼을 진행했다고 27일 밝혔다.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기능과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홈페이지를 단순 투자정보 확인 수단이 아닌 적극적인 정보 활용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층 다양해졌다. ‘테마별 상장지수펀드(ETF)’ 페이지에서는 고객이 관심 있는 테마와 섹터별로 관련 상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오버뷰(Over View)’ 콘텐츠를, ‘하우스뷰(House View)’ 페이지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리서치센터와 컨설팅팀이 작성한 투자 분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ETF 트렌드 한눈에 보기’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많이 구매한 ETF’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주제를 선별해 매월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통해 이용 편의성도 강화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카카오톡과 구글을 통한 간편 회원 가입 및 로그인 기능을 추가해 관심 상품 목록 및 예상 수익률 계산기, 포트폴리오 저장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는 상품 정보 화면에 ‘구매하기’ 버튼을 만들어 투자자가 해당 버튼을 누르면 관심 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자산운용은 2012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래 금융투자업계 디지털 광고도 선도하고 있다. 2018년 ‘함안댁의 비밀’이 750만 조회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퇴직연금 투자 중요성을 환기하는 ‘퇴직연금 투자대책’ 광고가 약 64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다양하고 전문성 있는 투자 관련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투자 트렌드와 업계 이슈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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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담조직 신설해 ESG 경영 박차

    NH투자증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패러다임에 발맞춰 ESG 전담조직 신설 및 ESG 실천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2021년 신설한 ESG 전담조직인 ‘ESG추진팀’을 ‘ESG추진부’로 승격시켰다. ESG추진부는 ESG 추진과제 관리 및 경영성과 평가, ESG 캠페인 기획 등의 역할을 맡는다. 또 지난해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 규정도 제정했다. ESG위원회를 통해서는 ESG 관련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 방향성을 설정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2월 증권업계 최초로 원화 ESG 채권 1100억 원을 발행한 바 있다. 이 자금은 녹색사업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분야 투자 재원으로 사용됐다. 외화 ESG 채권 발행도 적극 검토 중이다. 대표적 ESG 투자 활동으로는 녹색 건축물 인증 획득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건설 프로젝트에 1000억 원을 투자했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지원 명목의 투자 조합 및 펀드에 약 73억 원을 출자했다. 또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사회적 금융 강화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임팩트금융에 1억9000만 원을 출자했다. 한국임팩트금융은 국내 최초 임팩트 금융 민간 플랫폼이다. 리서치 부문에서도 ESG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9년 증권업계 최초로 ESG리포트를 발간한 데 이어 연 2회 총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분석자료에 ESG 인덱스 및 이벤트 관련 내용을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기업들의 ESG 활동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ESG 지주회사 인덱스’는 국내 지주회사 주식투자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ESG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SG 채권 발행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투자 등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5월에는 탄소배출권 시장 선점을 위해 운용사업부 직속의 ‘탄소금융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탄소금융 관련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ESG 포럼 및 IR 행사를 확대해 자본시장 내 입지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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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 고도화 나서

    디지털 시대에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고액 자산가인 ‘엄지족 부유층’이 늘면서 개인 맞춤형 투자 정보 제공 및 상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투자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관리서비스 ‘에스라운지(S.Lounge)’가 부유층 고객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에스라운지는 삼성증권이 지난해 9월 디지털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 맞춤형 디지털 원톱 자산관리 서비스다. △투자정보 라운지 △세미나 라운지 △컨설팅 라운지 등 3가지 대표 서비스를 중심으로 휴먼터치와 자동화된 투자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증권이 에스라운지 이용도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부유층 고객들이 투자 정보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장 및 종목 관련 이슈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신속한 투자 의견을 제공하는 투자정보 라운지의 ‘리서치톡’을 조회한 고객 수는 이달 들어 전월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리서치톡은 고객이 선택한 종목명, 이슈 테마 등 받고 싶은 정보 유형 관련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투자 의견을 스마트폰 팝업 메시지로 실시간 제공해준다. 세미나 라운지를 통한 실시간 웹세미나 고객의 참여도도 증가했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직접 출연해 국내외 주식 및 금융상품 관련 이슈에 대해 세미나와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월평균 2∼3회 진행되는 웹세미나 참여 고객수 역시 한 달 전보다 30%가량 증가했다. 특히 투자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의 디지털 부유층 고객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빗뱅커(PB)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컨설팅 라운지도 디지털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컨설팅 라운지에서는 ‘디지털PB 바로상담’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경력 10년이 넘는 100여 명의 PB들과 일대일 컨설팅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이 10억 이상의 자산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 3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8%가 PB상담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이찬우 삼성증권 디지털부문장은 “혼자 투자 결정을 내렸던 엄지족과 달리 디지털 부유층의 디지털자산관리 시스템을 통한 투자정보에 대한 수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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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선 글로벌 금융사 줄줄이 떠나는데… 싱가포르엔 자산관리社 3년새 2배로

    반중(反中) 민주화 운동과 ‘제로 코로나’ 등으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1등 금융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선 글로벌 금융사가 떠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법·제도, 훌륭한 정주 환경이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금융업의 천국으로 위상을 다지고 있다. 30일 싱가포르의 금융당국인 통화청(MAS)에 따르면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는 2020년 약 400곳에서 올 2월 872곳으로 급증했다. 현지 운용사 지코(ZICO)의 셴디 림 개인자문 총괄이사는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문의는 물론 고가 주택, 프라이빗클럽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을 노리던 한국은 반대의 양상이다. 지난해 세계 3대 신탁은행 노던트러스트가 6년 만에 철수했고, 스위스 UBS, 호주 맥쿼리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최근 한국을 줄줄이 떠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는 167개로, 2021년 말 168개에서 오히려 감소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높은 법인세와 소득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처벌, 정주 여건이 문제”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를 확립하고 금융특구를 만들어 특정 지역만이라도 규제를 확실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싱가포르, 세금-인허가 파격 면제… 홍콩 제치고 亞 1위 금융허브로 〈1〉 해외 자금 빨아들이는 싱가포르조세회피처 수준의 친기업정책자본이득-양도소득 과세 없고‘당신 돈 안건드린다’ 신뢰 깔려“금융업 하기 좋은 종합 패키지” “싱가포르는 금융업을 하기 좋은 점들만 모아 놓은 종합 패키지와 같습니다.” 전 세계에 7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투자회사 티시먼스파이어는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부를 세웠다. 거점을 홍콩과 싱가포르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규제 환경과 정주 여건 등을 종합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본부를 세우는 과정은 간단했다. 싱가포르는 원래 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본시장업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부동산이나 인프라 부문은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본부에서 만난 그레이엄 매키 티시먼스파이어 본부 대표는 “이런 인가마저 면제해준 것은 당국이 얼마나 산업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나 경제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 금융 허브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당국의 기업 친화적인 태도와 높은 해외 개방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 금융인들은 “외국 기업에도 차별 없이 동등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점도 한몫을 했다”고 말한다.● ‘조세회피처급’ 친기업 정책 싱가포르가 최근 투자 요충지로 급부상한 데는 ‘가변자본기업(VCC) 제도’라고 불리는 금융 활성화 대책의 역할이 컸다. 202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싱가포르에서 각종 펀드를 운용하는 법인에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고 승인 절차나 공시 부담 없이 다양한 금융 섹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싱가포르의 금융 정책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 실제 조세회피처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세회피처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자금 유인책이라는 의미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고액자산가 자산을 관리해 주는 패밀리 오피스가 성업할 수 있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자본이득이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없다. 국외 원천소득에 대한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과세방지협약(DTA)을 체결한 국가도 96곳에 달한다.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사가 투자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 싱가포르 금융 중심가 래플스플레이스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 메이뱅크의 학 빈 추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 금융시장에는 ‘내 돈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깔려 있고, 정부의 공평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 집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보니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많은 나라와 사업을 하는 게 순조롭다”고 말했다.● 영어 통용, 우수한 정주 환경도 한몫 싱가포르 금융당국인 통화청(MAS)에 따르면 2021년 싱가포르의 총운용자산은 5조4000억 싱가포르달러(약 5300조 원)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이 중 78%는 해외에서 유입됐다. 싱가포르에서 허가받은 자산운용사는 2020년 962개사에서 2021년 1108개사로 15% 늘었다. 고용과 해고가 쉬워 노동시장이 유연한 점, 영어가 통용되고 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이 우수한 점 등도 이곳 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싱가포르는 최근 홍콩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 덕택에 금융업이 더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 반중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6∼8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흘러간 자금이 약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MAS 대변인실은 본보에 “우리가 아시아의 핵심 금융허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정치적 안정성과 엄격한 법치주의, 탄탄한 규율 체계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중심지로서의 명성 때문”이라며 “앞으로 싱가포르를 선도적인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싱가포르=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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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율법도 포기” 새 금융허브로 뛰는 두바이

    기존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외에도 새로운 금융허브 자리를 획득하기 위해 뛰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중동의 싱가포르’라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중동을 넘어 세계 금융 중심지로의 도약을 꿈꾸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2004년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금융특구를 구축한 두바이는 이곳 입주사들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해외 금융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DIFC에 입점한 기업은 4377개사로 1년 전(3644개사)보다 약 20% 증가했다. 미국 골드만삭스, 영국 바클레이스 등 세계 20대 은행 중 17곳, 세계 10대 자산운용사 중 5곳 등이 DIFC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두바이는 서방의 사법제도를 그대로 빌려다 쓰는 방식으로 금융업 규율 체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탈바꿈시켰다. DIFC 바깥 지역은 기존의 UAE 연방법, 이슬람 율법 등을 준수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DIFC 구역에는 영국 보통법을 적용시킨 것이다. 또 DIFC 안에 있는 금융사는 두바이 금융감독청(DFSA)의 감독만 받는 반면에 DIFC 외부에 있으면 DFSA와 두바이 중앙은행 등 복수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해 금융회사의 분산을 방지했다. 조세 제도도 기업 친화적이다. DIFC 입주 회사들에는 개인소득세, 관세 등을 100% 면제해준다. 법인세 역시 9%로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도 기존 금융 중심지 런던의 후선업무(back-office)에 집중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일랜드는 1987년 국제금융센터(IFSC)를 설립해 글로벌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를 유치하고 조세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브렉시트로 영국의 입지가 약해지자 같은 영어권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런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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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기대인플레 석달 만에 꺾여…“금리는 계속 오를 듯”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기·가스 및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오름세는 여전하지만 유가 하락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내려갈 거란 기대 심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3.8%), 올해 1월(3.9%), 2월 (4.0%) 연달아 오르다가 석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진 것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8포인트 올라 지난해 6월(96.7) 이후 가장 높은 92.0으로 집계됐다. CCSI는 100보다 낮을수록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이 81.1%, 농축수산물 31.5%, 공업제품 23.6% 순이었다. 한달 전과 비교해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응답 비중은 5.9%포인트 증가한 반면 공공요금과 석유류제품은 각각 6.6%포인트, 5.8%포인트 감소했다. 1년 뒤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9포인트 상승한 80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주택가격 하락폭 축소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0으로 전월보다 7포인트 올라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6개월 뒤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으면 100을 웃돈다. 황희진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금리수준 전망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 불안으로 변동폭이 컸지만, 글로벌 고물가가 지속되는 만큼 아직은 금리가 오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신아형기자 abro@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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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수출금액지수, 반도체 부진에 1년새 6.9% 떨어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금액지수가 1년 전보다 7%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수입금액지수는 3% 올라 교역조건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잠정)’에 따르면 2월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6.9% 떨어진 120.05로 5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36.2%)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2009년 1월(―39.3%) 이후 14년 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다만 친환경차 등의 수출에 힘입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오른 117.20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내리막을 그리다 5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다. 특히 운송장비(33.5%)와 석탄·석유제품(16.9%), 제1차 금속제품(8.4%) 등 품목에서 수출물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18.3%)는 물량도 하락했다. 2월 수입금액지수(154.11)와 수입물량지수(125.89)는 1년 전보다 각각 3.0%, 6.7% 올라 모두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등 화학제품 수입이 증가한 데다 겨울철 난방 관련 광산품 수입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출가격(―7.9%)이 수입가격(―3.6%)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3.67(201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4.5% 떨어지면서 2021년 3월 이후 23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숫자가 낮아질수록 교역조건이 나빠짐을 의미한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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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기준금리 5%로 올려… 한미 격차 22년만에 최대

    은행 위기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지난해 3월 이후 9회 연속 인상으로 미 금리는 4.50∼4.75%에서 4.75∼5.0%로 뛰어 상단 기준 5%대에 들어섰다. 한국 금리와의 격차는 2000년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1.5%포인트가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도 고려했지만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2주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올해) 최종 금리 전망치를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FOMC가 이날 공개한 점도표의 올해 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5.1%(5.0∼5.25%)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를 유지한 것이다. 은행 위기 속에 신용 경색을 우려해 사실상 금리 인상 종결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혀 ‘피벗(정책 전환)’ 낙관론은 경계했다. 연준의 속도 조절로 한국은행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연준이 5월 FOMC에서 다시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1.75%까지 벌어져 통화정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막바지 기대감에 전 거래일(1307.7원)보다 29.4원 급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파월 “올해 금리인하 없다”… 韓美격차 1.75%P까지 벌어질 수도美 5% 기준금리에 韓銀 딜레마파월 “올릴 필요 있으면 더 올릴것”시장선 “금리인상 막바지”… 환율↓韓銀 내달 금리 한번 더 동결 관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긴축 속도를 늦추면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 뒀다. 우려됐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은 피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불씨가 살아 있는 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2년 만에 최대치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침체 비상 신호들을 모른 체할 수 없고, 손 놓고 사상 최대 금리 역전 상태를 지켜볼 수도 없는 ‘고차 방정식’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美 긴축 속도 조절, 시장에선 “금리 인상 막바지”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고심하던 연준은 물가는 잡되 앞으로 은행 위기 진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선택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인플레이션, 중소형 은행 위기 등 경제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시그널은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도 반영됐다.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각자 점을 찍어 보여 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최종금리 전망 중간값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5.1%(5.0∼5.25%)로 나타났다. 매번 금리를 올릴 때마다 성명서에 넣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 문구 대신 처음으로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라는 말을 써서 향후 정책 경로를 모호하게 표현했다. 현재 기준금리(4.75∼5%)에서 한 차례 정도 베이비스텝만 남아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은행 위기를 고려해 금리 전망치를 높이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금리 인하는 보고 있지 않다. 더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파월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3일 0시 기준 5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0.3%,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6.4%로 내다봤다. 은행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연준이 피벗(정책 전환)을 앞당길 것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고차 방정식’ 떠안은 한은이로써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한은은 다소 시간을 벌게 됐다. 당장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11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나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최대 적자폭(―45억2000만 달러)을 기록한 1월 경상수지와 부동산 경기 침체, 가계부채 부담 등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상승 압박도 조금은 덜었다. 다만 갈수록 벌어지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부담이다. 연준이 5월 추가 베이비스텝을 밟게 되면 금리 차가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10일 이후 20일까지 1조3000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이미 투자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금리를 올렸던 유일한 이유는 환율”이라며 “국내 사정을 따지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환율이 최대 변수”라고 전했다. 23일에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락(원화 가치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돼 미국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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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조각 된 ‘CS 코코본드’… 채권시장 신뢰 흔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는 UBS에 인수되면서 일단락됐으나,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22조 원 상당의 CS 신종자본증권(AT1·코코본드)이 상각 조치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자 주식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채권 투자에 대한 의문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채권 가격과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본드런(연쇄 채권매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한동안 채권시장에 ‘신뢰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발전환사채의 한 종류인 AT1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한 완충 장치로 도입됐다.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에 은행의 자본 비율이 사전에 설정된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주식보다는 안전한 ‘선순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이 이번 사태로 깨져버렸다. CS 주주는 모두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는 반면에 채권 보유자들은 빈털터리가 되자 채권시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S AT1 보유자들은 스위스, 미국, 영국 변호사들과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 원)의 CS 채권 상각은 유럽 AT1 시장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손실이다. 2017년 스페인 포풀라르은행이 파산하면서 전액 소각된 AT1 13억5000만 유로(약 1조9000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상각 조치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보통주가 손실을 흡수하는 첫 번째 상품”이라 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6억5000만 파운드(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독일 도이체방크 7.125% 금리 AT1은 전 거래일 대비 17.04% 떨어진 67.727펜스(100펜스는 1영국파운드)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6펜스를 밑돌면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AT1 캐피털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NAV)는 1일 대비 10.76%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글로벌 AT1 시장 규모는 2750억 달러(약 360조 원)에 육박한다. 골드만삭스 수석 신용전략가 로피 카루이는 20일 로이터통신에 “장기적으로 AT1에 대한 수요가 영구적으로 사라질 위험(the potential permanent destruction in demand)이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주가도 출렁였다. 같은 날 영국 런던거래소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주가는 615.0펜스로 전 거래일보다 3.00% 떨어져 마감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와 영국 HSBC홀딩스도 각각 2.29%, 0.07% 하락했다. 반면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는 금, 가상자산 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4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7% 상승해 온스당 19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이달 들어 7.45% 올랐다. 가상자산 역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만7768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날에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만8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투자자는 손실을 대하는 태도가 주식 투자자와는 다르다”며 “금리 인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도가 떨어지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채권)자산에 대해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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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SVB이어 CS채권에도 1359억원 물려

    국민연금이 유동성 위기로 스위스 UBS에 인수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채권 1359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과 채권도 1389억 원, 또 다른 파산 은행인 시그니처은행의 주식도 약 35억 원 상당 쥐고 있어 위험노출액만 총 2783억 원에 달한다. 20일 국민연금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통해 CS 채권에 1359억 원을 투자 중이었다. 같은 기간 CS 주식에도 723억 원을 투자했는데, 올해 대부분의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금융 당국이 19일(현지 시간) CS 채권 중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상각(손실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연금이 CS에 물린 채권에도 손실 우려가 일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한 채권 중에는 이번에 상각이 결정된 AT1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AT1과 순위가 다른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극히 일부 보유한 후순위 채권조차 상각 대상이 아니다”라며 “UBS의 CS 인수로 국민연금 지분도 UBS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앞서 12일 파산한 시그니처은행 주식도 280만 달러(약 35억 원)어치 갖고 있었다. 시그니처은행은 현재 거래가 정지돼 매도가 어려운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1218억 원)과 채권(171억 원)도 총 1389억 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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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거래 고객에게 최고 4.1% 금리 제공

    SC제일은행은 최고 4.1% 금리를 제공하는 비대면 전용 수시입출식 상품 ‘제일EZ통장’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일EZ통장 1조 원 달성 기원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제일EZ통장은 SC제일은행의 대표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이다. 일별 잔액에 대해 2.6%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일 경우 조건이나 금액 제한 없이 1.5%포인트 추가 우대금리를 계좌 개설일로부터 6개월간 적용해 최고 4.1% 금리를 제공한다. 또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 타행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월 10회), 영업시간 외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번 이벤트는 31일까지 제일EZ통장을 개설하고 이벤트 응모를 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통장 잔액 100만 원마다 1회씩 당첨 기회가 추가돼 높은 금액의 잔액을 유지할수록 당첨 확률도 높아진다. 이벤트 1등(1명)에게는 신세계상품권 모바일교환권 100만 원, 2등(3명)에게는 상품권 50만 원, 3등(5명)에게는 상품권 10만 원, 4등(100명)에게는 스타벅스 쿠폰 2매를 증정한다. 17일까지 SC제일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하나인 퍼스트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3개월제 3.8%, 6개월제 3.9%의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별도로 진행한다. 가입 금액은 최소 3000만 원 이상부터 최대 20억 원까지다. 총 모집한도는 3000억 원이며 모집한도가 소진되면 이벤트는 조기 종료된다. 배순장 SC제일은행 수신상품부장은 “지난해 12월 제일EZ통장의 기본금리를 2.6%로 인상한 후 입출금이 자유로운 고금리 파킹통장이 입소문이 나면서 신규 가입 계좌 수와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잔액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고객 감사의 뜻을 담아 준비한 이번 이벤트는 고금리와 경품 당첨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SC제일은행 홈페이지, 영업점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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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자 성향 반영해 최적의 포트폴리오 제공

    주식 투자 초보자들을 위한 삼성증권의 ‘로보굴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로보굴링은 ‘돈을 굴린다’는 의미로 투자자의 투자목적과 투자기간, 목표수익률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로보굴링의 누적 가입자는 1만1000명을 돌파했다. 애초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은 고객을 대상으로 설립된 서비스이지만, 실제 이용고객 다수는 투자 경험이 많은 40, 50대였다. 삼성증권 측은 가입자 중 40, 50대 비중이 6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 로보굴링 이용자의 25.8%가 금융자산 50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로 체계적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로보굴링의 장점 중 하나로는 특정 금융상품에 치우치지 않는 분산투자가 꼽힌다. 로보굴링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는 국내외 펀드로 구성돼 있으며, 최초 설계금액이 50만 원 이상일 경우 상장지수펀드(ETF)가 추가 편입돼 제안된다. 특히 국내외 주식 및 채권 자산을 포괄한 포트폴리오에는 3∼7가지 상품이 제안돼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의 과거 투자 유형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투자자는 본인의 의향을 반영해 특정상품의 투자 비중을 조정하거나 상품을 추가 또는 제외할 수 있다. 삼성증권이 로보굴링을 통해 투자한 고객 성과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달성한 계좌 비율이 77.8%를 차지했다. 로보굴링을 이용한 투자자들 대다수가 코스피 지수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로보굴링은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제안뿐만 아니라 투자 후 사후 관리까지 책임진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변동함에 따라 탄력적 비중 조절을 통한 리밸런싱(rebalancing·지수 구성 변경)으로 맞춤형 사후 관리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시대에 맞춰 카카오톡 알림을 통해 받은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리밸런싱하면 된다. 김상훈 삼성증권 디지털마케팅 담당 상무는 “‘로보굴링’은 기본적인 투자 고민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굴링은 삼성증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엠팝(mPOP)에서 확인 가능하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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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올 상반기 4700명 뽑는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 채용 확대

    금융권은 올해 상반기 4700여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면서 일자리 확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장애인, 다문화가정 자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채용을 확대하면서 사회적 책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 연간 채용 규모를 약 3700명으로 지난해보다 600여 명 늘리는 한편으로 채용 대상을 다양화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신한은행은 장애인과 국가보훈대상자, 다문화가정 및 순직 공무원 자녀 등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 특별채용’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측은 “일반직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의 다양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2027년까지 장애인과 국가보훈대상자, 다문화가정 자녀,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신규 채용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신규 채용 시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층을 우대하고 IT 특성화고 채용 등을 통해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장애인 채용을 지속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중 가장 많은 인원인 500명을 신규 채용한다. 특히 응시자 주소지 및 출신 학교 소재지에 따라 지원 가능한 지역을 분류해 지방 인력의 근무 편리성을 높였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낮은 경북 울릉군에 있는 학교를 나왔거나 거주할 경우 울릉군을 포함한 경북과 대구 지역 간 교차 지원이 가능하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오지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응시 가능 지역을 세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별 상황에 맞는 채용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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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력 향상” 기업분할 줄잇는데… “개미들 지분만 희석” 우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조달 및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 삼아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기업분할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의 정당한 경영 전략”이라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대주주 지배력은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 주주의 지분은 크게 희석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기업분할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떼어낸 신설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는 반면에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회사의 주식을 동일하게 배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적분할을 두고 회사의 알짜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상장하면서 모회사가 지분을 모두 가져가버린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제 기업들은 인적분할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기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10개사에 이른다. 2019년 3곳, 2020년 6곳, 2021년 1곳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무더기로 인적분할에 나선 것이다. OCI는 OCI홀딩스를 존속회사로, OCI를 신설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을 OCI로 분리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를 존속회사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을 각각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분리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줄줄이 인적분할에 나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법인세 과세이연이 꼽힌다. 법인세 과세이연이란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 과세 기한을 늦춰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종료 시점을 올해 말로 연장했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 현물출자까지 최장 10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적분할에 대한 의결을 마쳐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니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주한 셈이다. 인적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은 그동안 저평가됐던 알짜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물적분할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인적분할 역시 결국 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일 뿐 소액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 이른바 ‘자사주 마법’(인적분할 시 자기 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일어난다. 자사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인적분할에 나서면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고 의결권도 살아나,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신설된 회사의 신주를 존속 회사 주식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도 활용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27.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지배주주는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 45.89%, 신설회사 9.08% 지분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하려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주주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지주사 전환에 실패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자산이 아닌 것으로 보면서 처분 또는 활용할 때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일관적이지 않은 체계를 갖고 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사주 마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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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경상적자 45억달러… 코로나때 넘어 사상 최악

    올 1월 경상수지가 무역수지에 이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수출 감소가 심화된 데다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대외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적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2020년 4월 기록한 종전 최대 적자(―40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악화를 이끈 건 역대 최대 적자를 낸 상품수지(―74억6000만 달러)였다. 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계산한 상품수지는 수출 감소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1996년 1월∼199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난해 1월 8억3000만 달러에서 올 1월 32억7000만 달러로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여행수지 적자(―14억9000만 달러)가 1년 전의 약 3배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해외여행 늘며 여행수지 적자 3배로… 반도체 수출 43% 급감 1월 사상 최대 경상적자상품수지 역대 최대 적자 영향한은 “연간으론 흑자 보일것” 전망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 최대 적자는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 크다. 1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14.9% 줄었고 수입은 1.1% 늘어 상품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이 중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43.4% 급감했다. 이 밖에 전기·전자 제품(―33.2%), 철강 제품(―24.0%), 화공 제품(―18.6%) 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 순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유럽연합(EU·0.3%)과 중동(4.5%)은 수출이 늘어났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주요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동안 한국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수출이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이번에는 그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품, 서비스, 자본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달러로 결제되는 대외부채의 원리금 부담을 높여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고물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2월은 1월보다 무역적자가 상당 폭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00억 달러대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2차전지, 승용차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2월에는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경상수지 적자를 부추기는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와 맞물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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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가치 높여라” 소액주주들 주총 연대 바람

    “‘개인 투자자는 원래 뭉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구심점’만 있다면 충분히 함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장기윤 씨가 또 다른 경제학도 김건수 씨와 의기투합해 만든 일명 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한톨’. 한톨은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더니, 2월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알콜에 정관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액주주들 간의 연대가 활발해지는 한편 행동주의 펀드의 진격도 이어지고 있다.● 주주제안 안건 상정 기업, 1년 사이 2.5배로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기준 3월 정기 주총을 여는 12월 결산법인 중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상장사는 25곳에 이른다. 10개사에 그쳤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안건별로는 현금·주식 배당과 이사 및 감사, 감사위원 선임이 각각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관 변경(11건)과 주식 취득·소각·처분 등(4건)이 그 뒤를 이었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거나 6개월 전부터 1%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의결권을 직접 위임받아야 했지만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이 용이해지면서 소액주주의 주주제안권 행사 사례는 급격히 늘고 있다. 누구나 검색해 참여할 수 있는 주주제안 단체 카톡방이 넘쳐나고, 증권사 계좌와 연동해 의결권을 모으는 ‘헤이홀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한 덕분이다. 최근 네이버에도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정기 주총을 앞두고 KT 소액주주 ‘카페’가 개설됐다. 주주제안 단체 카톡방에 참여 중인 한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사측의 태도에 불만을 가졌다”며 “회사가 조금이라도 소액주주를 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총장에서 ‘표 대결’도 이어질 전망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댕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최근 JB금융지주와 맞붙었다. 얼라인이 JB금융에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하자, JB금융은 9일 “과도한 배당 확대는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얼라인의 제안에 반기를 들었다. 30일 주총장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안다자산운용은 이달 말 예정된 KT&G 주총 때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해 달라는 가처분을 3일 대전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주주들의 활발한 실력행사를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7일(현지 시간) “최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책과 주주제안들은 낮은 배당률과 빈약한 주주 환원으로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보여 온 한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암시한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반면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소수 지분으로 지나치게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주제안이 단기 투자 수익 극대화에 매몰되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수익률 달성이라는 목표가 짙어지게 되면 주주 행동주의 본래의 긍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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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채 위축에… 산업대출 217조 늘어 역대 최대

    지난해 기업 및 자영업자가 금융사에서 빌린 돈이 217조 원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 대출 창구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별대출 잔액은 1797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7조 원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직전 최대 증가 폭인 2021년(187조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으로 4분기로만 따지면 28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2분기(68조4000억 원), 3분기(56조6000억 원)보다 대출 증가 폭이 확연히 둔화됐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176조4000억 원으로 연간 역대 최대폭인 149조2000억 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454조6000억 원)도 1년 전보다 역대 가장 큰 폭인 39조3000억 원 늘었다. 자영업자의 빚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비법인기업 대출 잔액은 117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조9000억 원 많아졌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주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했다”며 “예금취급기관 입장에서도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기업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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