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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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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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2-22~2026-03-24
문화 일반31%
여행27%
사회일반8%
경제일반8%
음악8%
요리/음식4%
칼럼4%
운수/교통4%
문학/출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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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일본’ 보고싶다면 소도시로 오세요”

    “한국인들이 도쿄나 오사카에 많이 관광 오시는데, 정작 일본인은 없고 한국인들만 보고 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지방 소도시에 오시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일본의 참모습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아베 슈이치 나가노현 지사)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 전국지사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소속 10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사와 부지사들이 방한해 ‘다음 여행은 #일본소도시로’를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지방 관광 교류 활성화를 위해 미야자키현, 나가노현, 도쿠시마현, 오카야마현, 이와테현, 후쿠오카현 등 10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광 세일즈에 나섰다. 시미즈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소장은 “2024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88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3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그러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관광객이 넘쳐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앓고 있는 반면, 소도시는 관광객이 부족한 편중된 현실에 10개 현 지사들이 나선 것이다. 이날 일본 지자체장들은 한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고향이라는 스타 마케팅도 치열하게 펼쳤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우승한 LA 다저스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고향이 바로 오카야마현입니다.”(이바라기 류타 오카야마현 지사) “돗토리현은 ‘명탐정 코난’ 작가의 고향입니다.”(나카하라 미유키 돗토리현 부지사) 한편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천∼이바라키 항공 노선 취항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청주∼이바라키 노선 취항에 이어, 12일부터 인천∼이바라키 노선에 주 3회(월, 수, 금요일)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오이가와 지사는 “이바라키는 도쿄 북쪽에 있는 지방으로, 1시간가량이면 도쿄 중심지로 갈 수 있다”며 “이바라키에는 114개의 골프 코스가 있으며, 일본 3대 폭포로 꼽히는 후쿠로다 폭포, 물속에 서 있는 도리이가 있는 이소사키 신사 등 볼 것도 많은 관광지”라고 소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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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광역지자체장들 “소도시로 여행오세요”

    “한국인들이 도쿄나 오사카에 많이 관광오시는데, 정작 일본인은 없고 한국인들만 보고 왔다고 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지방 소도시에 오시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일본의 참모습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아베슈이치 나가노현 지사)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본 전국지사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소속 10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사와 부지사들이 방한해 ‘다음 여행은 #일본소도시로’를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지방 관광 교류활성화를 위해 미야자키현·나가노현·도쿠시마현·오카야마현·이와테현·후쿠오카현 등 10명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광세일즈에 나섰다. 시미즈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 소장은 “2024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88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3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일본 재방문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그러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관광객이 넘쳐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앓고 있는 반면, 소도시는 관광객이 부족한 편중된 현실에 10개 현 지사들이 나선 것이다. 이날 일본 지자체장들은 한국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의 고향이라는 스타 마케팅도 치열하게 펼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에서 우승한 LA다저스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고향이 바로 오카야마현입니다.” (이바라기 류타 오카야마현 지사) “돗토리현은 ‘명탐정 코난’의 작가의 고향입니다” (나카하라 미유키 돗토리현 부지사) 한편 오이가와 카즈히코 이바라키현 지사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천~이바라키 노선 취항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청주∼이바라키 노선 취항에 이어, 지난 12일부터 인천∼이바라키 노선에 주 3회(월·수·금요일)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오이가와 지사는 “이바라키는 도쿄 북쪽에 있는 지방으로, 1시간가량이면 도쿄 중심지로 갈 수 있다”며 “이바라키에는 114개의 골프 코스가 있으며, 일본 3대 폭포로 꼽히는 후쿠로다 폭포, 물속에 서 있는 도리이가 있는 이소사키 신사 등 볼 것도 많은 관광지”라고 소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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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설악, 선계(仙界)에 드니 찾아오는 경외감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이다. 오대산도 있고, 내장산도 있고, 지리산도 있지만 단풍의 대명사는 역시 설악산이다. 이상기후로 더이상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정취는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단풍은 가을의 전설이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남설악 최고의 단풍 비경을 자랑하는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트레킹을 떠나보았다.● 흘림골의 생강나무 노란단풍봄꽃놀이도 그렇지만, 가을 단풍놀이도 짧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긴다. 특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꽃과 단풍을 좋아한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아름다움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간절한 마음에서일까?남설악 오색지구의 단풍은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설악삼미(雪嶽三美)’로 꼽힌다.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탐방로는 총 6.27km 구간으로 단풍철이면 매년 80만명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단풍명소다. 3시간 반이면 완주할 수 있는 평이한 코스인데도, 설악의 웅장하고 신비스런 내밀한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차를 주전골이 있는 오색약수 주차장에 세운다. 그리고 택시(1만5000원 정액제)를 타고 산행의 출발지인 흘림골탐방센터으로 향한다. 흘림골로 치고 올라가 주전골로 회귀해야 긴 하산길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림골은 1970~80년대에는 신혼여행지이자 수학여행지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수려한 산세,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를 마신 뒤 온천을 즐기는 관광코스가 인기였다. 그러다 환경 훼손이 심해져 1985년 자연휴식년제를 선언했고, 20년 뒤인 2004년 9월에 다시 개방됐다. 그런데 2015년에 8월 낙석사고로 다시 폐쇄됐고,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마친 후 7년 만인 2022년 다시 개방됐다.흘림골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3.1km 구간.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하루 5000명만 사전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해발 700미터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최고봉인 등선대(해발 1002m)까지 숨가쁘게 오르는 구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오른편에 칠형제봉이 가을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다. 이게 설악이지! 시작부터 눈호강을 한다. 육중한 바위덩어리로 된 일곱난장이가 아닌 일곱거인들이 오순도순 힘자랑을 하고 있다.한 20분쯤 올랐을까. 다리 전망대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하는데, 뒤쪽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봉우리 뒷편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폭포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포의 생김새가 참 묘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차마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까는 사람도 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이 폭포의 이름은 ‘여심(女深)폭포’.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아기를 잘 낳게 해달라고 비는 폭포로 유명했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가량.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 정상에 섰다. 설악산의 장쾌한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저 멀리 점봉산 앞으로 뾰족한 악어의 이빨같은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서 있는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겨울에 흰 눈이 쌓여 있으면 더욱 장엄할 것 같은 풍경이다.그 옆으로 한계령 휴게소와 귀때기청봉(1576m), 끝청과 대청봉, 양양 송전해변까지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한계령을 넘어 온 세찬 바람이 내 모자를 잡아채갈까봐 손으로 꼭 쥔 채, 설악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았다. 등선대에서 내려와서 주전골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눈 앞에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다. 흘림골은 숲이 짙고 깊어서 늘 구름이 낀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예전에는 ‘흐림골’이라고 불렸단다. 해발이 높은 흘림골 골짜기에는 붉은색 단풍은 벌써 지고, 노란색 생강나무 단풍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 생강나무는 봄에 일찍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 잎과 가지에서 생강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다. 그런데 하산길 주전골 계곡으로 내려갈수록 붉은색 단풍이 무성해졌다. 황금색, 초록색, 붉은색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향연이다. 흘림골 탐방로 곳곳에는 터널처럼 둥근 철망 구조물이 있다. 2015년 낙석사고 이후 7년간 통제되면서 시설을 보수한 흔적이다. 철제 터널을 지나며 내려가다보니 등선(登仙)폭포가 나타난다. 신선이 등선대에서 하늘로 오르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씻었던 폭포라고. 수량이 많을 때면 물줄기가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가을이라 수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늘에서부터 30m의 낙차를 보이며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며 내려오는 폭포는 설악의 신비스런 정취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등선폭포에서부터 시작된 주전골 계곡물 위로는 이리저리 건너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가 수없이 놓여져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원경으로 밀당하듯 보여주는 흘림골의 단풍은 도도한 우아함과 품위가 넘쳐난다. 선계(仙界)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에겐 늘 경외감이 찾아온다. ●주전골의 불타는 계곡내려갈수록 점점 계곡의 물소리가 커져간다. 눈을 돌려 옆을 봤더니 탐방로와 나란히 있는 바위를 타고 ‘십이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다. 흘림골 구간은 용소폭포 삼거리에서 끝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전골 계곡이 시작된다. 사전예약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무장애 평지 탐방길이라 누구나 운동화 신고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황금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단풍의 절정은 주전골에서 본격 시작된다. 용소삼거리에서 잠깐 길을 벗어나 용소폭포에 다녀온다. 사람의 얼굴처럼 코와 입이 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가고, 현수교를 지나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용소폭포의 하얀색 물줄기가 떨어져 에머랄드빛 ‘소(沼)’를 만들어내고 있다.전설에 따르면 용소폭포에는 두 마리의 이무기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수백년 동안 수행한 끝에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를 준비하던 부부. 수컷은 용의 비늘이 생기고 날개가 자라 하늘로 꿈틀하고 비상했는데, 암컷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 변화가 없고 지상에 남게 됐다. 결국 분함을 이기지 못한 암컷 이무기가 골짜기에서 요동을 치며 분노를 폭발했다. 이런 난리통에 주전골 주변에는 용비늘을 한 기암괴석이 수백개가 널브러졌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인지 주전골에 불쑥 불쑥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공룡처럼 보이기도 하고,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머리를 닮기도 했다. ‘주전(鑄錢)골’이란 이름은 곳곳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실제로 조선시대 때 승려로 가장한 도적떼가 이 계곡으로 들어와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골’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천불동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주전골은 수억년간 계곡물로 빚어낸 오묘한 형상을 한 돌들의 전시장이다. 바위산의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절벽 끝에 자리잡은 생강나무도 노랗게 물든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탐방로 옆으로 넓은 너럭바위에 비취색 물이 담긴 연못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선녀탕. 내설악 쪽에도 ‘12선녀탕’이 있는데, 설악에는 달밤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오는 목욕탕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데 심술궂은 선관이 함께 내려와 선녀탕에서 천의를 벗어놓고 놀던 선녀 2명의 옷을 훔쳐갔다고 한다.그래서 결국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는 설악에 남아서 흘림골의 여심폭포와 옥녀폭포로 변했다고 한다. 흘림골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여심폭포가 바로 선녀탕에 내려왔던 선녀였다니…. 산행길 전설은 이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오색지구로 거의 다 내려오면 계곡의 바위에서 솟아나고 있는 ‘제2오색약수’를 만난다. 바위에 뚫려 있는 2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오색약수에서는 비릿한 철분이 느껴진다. 언젠가 내 아들이 약수를 마시고 “앗, 철봉 맛이야! 아니 10원짜리 동전맛”이라고 말했던 그 맛이다.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의 용출량이 급감해서 새로 발견했다는 ‘제2오색약수’는 누구나 휴대용 컵만 있으면 맛볼 수 있다.해마다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9월까지 덥고, 10월에는 가을장마까지 겹쳐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닥쳐온 급추위에 단풍은 물들기도 전에 얼어붙고, 메말라 떨어진다.그래서 해마다 선명한 단풍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 이상기온 상황에서도 주전골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돌이켜보게 됐다. ‘나 자신을 완전히 주기를 원하네/사흘 동안 아낌없이/자신을 불태우고 또 불태우고/그리고 이틀을 더 불태우고는/모든 잎을 떨어뜨리는/이 단풍나무처럼’ (제인 허시필드 ‘호수와 단풍’)●맛집=설악산 오색지구에 있는 ‘각두골’ 식당 앞마당에는 토종닭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약초능이백숙을 주문하면 주인이 방사해서 기르는 토종닭은 잡아서 백숙요리를 해준다. 도토리묵부터 산나물, 더덕 등 강원도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반찬이 한상 가득나온다. 감자와 능이버섯을 넣고 푹 삶은 닭백숙의 진한 국물에서는 한약재의 향긋한 향기가 난다. 가을 산행 후 토종닭으로 든든하게 몸보신할 수 있는 곳이다.설악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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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설악, 선계에 들어선 인간에겐 경외감이 찾아온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가을 단풍하면 설악산이다. 오대산도 있고, 내장산도 있고, 지리산도 있지만 단풍의 대명사는 역시 설악산이다. 이상기후로 더이상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정취는 기대하긴 힘들다. 그래도 단풍은 가을의 전설이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남설악 최고의 단풍 비경을 자랑하는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트레킹을 떠나보았다. ● 흘림골의 생강나무 노란단풍 봄꽃놀이도 그렇지만, 가을 단풍놀이도 짧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긴다. 특히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꽃과 단풍을 좋아한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아름다움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간절한 마음에서일까? 남설악 오색지구의 단풍은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백담계곡과 함께 ‘설악삼미(雪嶽三美)’로 꼽힌다. 오색지구 흘림골∼주전골 탐방로는 총 6.27km 구간으로 단풍철이면 매년 8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단풍명소다. 3시간 반이면 완주할 수 있는 평이한 코스인데도, 설악의 웅장하고 신비스런 내밀한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초보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차를 주전골이 있는 오색약수 주차장에 세운다. 그리고 택시(1만5000원 정액제)를 타고 산행의 출발지인 흘림골탐방센터으로 향한다. 흘림골로 치고 올라가 주전골로 회귀해야 긴 하산길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림골은 1970∼80년대에는 신혼여행지이자 수학여행지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수려한 산세,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폭포를 구경하고, 오색약수를 마신 뒤 온천을 즐기는 관광코스가 인기였다. 그러다 환경 훼손이 심해져 1985년 자연휴식년제를 선언했고, 20년 뒤인 2004년 9월에 다시 개방됐다. 그런데 2015년에 8월 낙석사고로 다시 폐쇄됐고,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마친 후 7년 만인 2022년 다시 개방됐다. 흘림골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3.1km 구간.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하루 5000명만 사전예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해발 700m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최고봉인 등선대(해발 1002m)까지 숨가쁘게 오르는 구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오른편에 칠형제봉이 가을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다. 이게 설악이지! 시작부터 눈호강을 한다. 육중한 바위덩어리로 된 일곱난장이가 아닌 일곱거인들이 오순도순 힘자랑을 하고 있다. 한 20분쯤 올랐을까. 다리 전망대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하는데, 뒤쪽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봉우리 뒷편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폭포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포의 생김새가 참 묘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차마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까는 사람도 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이 폭포의 이름은 ‘여심(女深)폭포’.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아기를 잘 낳게 해달라고 비는 폭포로 유명했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가량.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등선대 정상에 섰다. 설악산의 장쾌한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저 멀리 점봉산 앞으로 뾰족한 악어의 이빨같은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서 있는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겨울에 흰 눈이 쌓여 있으면 더욱 장엄할 것 같은 풍경이다. 그 옆으로 한계령 휴게소와 귀때기청봉(1576m), 끝청과 대청봉, 양양 송전해변까지 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한계령을 넘어 온 세찬 바람이 내 모자를 잡아채갈까봐 손으로 꼭 쥔 채, 설악의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았다. 등선대에서 내려와서 주전골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눈 앞에는 장엄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다. 흘림골은 숲이 짙고 깊어서 늘 구름이 낀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예전에는 ‘흐림골’이라고 불렸단다. 해발이 높은 흘림골 골짜기에는 붉은색 단풍은 벌써 지고, 노란색 생강나무 단풍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 생강나무는 봄에 일찍 노란색 꽃을 피우는 나무. 잎과 가지에서 생강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다. 그런데 하산길 주전골 계곡으로 내려갈수록 붉은색 단풍이 무성해졌다. 황금색, 초록색, 붉은색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향연이다. 흘림골 탐방로 곳곳에는 터널처럼 둥근 철망 구조물이 있다. 2015년 낙석사고 이후 7년간 통제되면서 시설을 보수한 흔적이다. 철제 터널을 지나며 내려가다보니 등선(登仙)폭포가 나타난다. 신선이 등선대에서 하늘로 오르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씻었던 폭포라고. 수량이 많을 때면 물줄기가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백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보인다고하는데 가을이라 수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늘에서부터 30m의 낙차를 보이며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며 내려오는 폭포는 설악의 신비스런 정취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등선폭포에서부터 시작된 주전골 계곡물 위로는 이리저리 건너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가 수없이 놓여져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에 탄성이 터져나온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원경으로 밀당하듯 보여주는 흘림골의 단풍은 도도한 우아함과 품위가 넘쳐난다. 선계(仙界)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에겐 늘 경외감이 찾아온다. ● 주전골의 불타는 계곡내려갈수록 점점 계곡의 물소리가 커져간다. 눈을 돌려 옆을 봤더니 탐방로와 나란히 있는 바위를 타고 ‘십이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다. 흘림골 구간은 용소폭포 삼거리에서 끝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전골 계곡이 시작된다. 사전예약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무장애 평지 탐방길이라 누구나 운동화 신고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황금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단풍의 절정은 주전골에서 본격 시작된다. 용소삼거리에서 잠깐 길을 벗어나 용소폭포에 다녀온다. 사람의 얼굴처럼 코와 입이 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가고, 현수교를 지나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 용소폭포의 하얀색 물줄기가 떨어져 에머랄드빛 ‘소(沼)’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소폭포에는 두 마리의 이무기 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수백년 동안 수행한 끝에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기를 준비하던 부부. 수컷은 용의 비늘이 생기고 날개가 자라 하늘로 꿈틀하고 비상했는데, 암컷은 어찌된 일인지 아무 변화가 없고 지상에 남게 됐다. 결국 분함을 이기지 못한 암컷 이무기가 골짜기에서 요동을 치며 분노를 폭발했다. 이런 난리통에 주전골 주변에는 용비늘을 한 기암괴석이 수백 개가 널브러졌다는 전설이다. 그래서인지 주전골에 불쑥 불쑥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공룡처럼 보이기도 하고,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 머리를 닮기도 했다. ‘주전(鑄錢)골’이란 이름은 곳곳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실제로 조선시대 때 승려로 가장한 도적떼가 이 계곡으로 들어와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골’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천불동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주전골은 수억년간 계곡물로 빚어낸 오묘한 형상을 한 돌들의 전시장이다. 바위산의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절벽 끝에 자리잡은 생강나무도 노랗게 물든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탐방로 옆으로 넓은 너럭바위에 비취색 물이 담긴 연못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선녀탕. 내설악 쪽에도 ‘12선녀탕’이 있는데, 설악에는 달밤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오는 목욕탕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데 심술궂은 선관이 함께 내려와 선녀탕에서 천의를 벗어놓고 놀던 선녀 2명의 옷을 훔쳐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선녀는 설악에 남아서 흘림골의 여심폭포와 옥녀폭포로 변했다고 한다. 흘림골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여심폭포가 바로 선녀탕에 내려왔던 선녀였다니…. 산행길 전설은 이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오색지구로 거의 다 내려오면 계곡의 바위에서 솟아나고 있는 ‘제2오색약수’를 만난다. 바위에 뚫려 있는 2개의 구멍에서 나오는 오색약수에서는 비릿한 철분이 느껴진다. 언젠가 내 아들이 약수를 마시고 “앗, 철봉 맛이야! 아니 10원짜리 동전맛”이라고 말했던 그 맛이다.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된 오색약수의 용출량이 급감해서 새로 발견했다는 ‘제2오색약수’는 누구나 휴대용 컵만 있으면 맛볼 수 있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9월까지 덥고, 10월에는 가을장마까지 겹쳐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닥쳐온 급추위에 단풍은 물들기도 전에 얼어붙고, 메말라 떨어진다. 그래서 해마다 선명한 단풍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 이상기온 상황에서도 주전골에서 벌겋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돌이켜보게 됐다. ‘나 자신을 완전히 주기를 원하네/사흘 동안 아낌없이/자신을 불태우고 또 불태우고/그리고 이틀을 더 불태우고는/모든 잎을 떨어뜨리는/이 단풍나무처럼’ (제인 허시필드 ‘호수와 단풍’)맛집설악산 오색지구에 있는 ‘각두골’ 식당 앞마당에는 토종닭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약초능이백숙을 주문하면 주인이 방사해서 기르는 토종닭은 잡아서 백숙요리를 해준다. 도토리묵부터 산나물, 더덕 등 강원도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반찬이 한상 가득나온다. 감자와 능이버섯을 넣고 푹 삶은 닭백숙의 진한 국물에서는 한약재의 향긋한 향기가 난다. 가을 산행 후 토종닭으로 든든하게 몸보신할 수 있는 곳이다.글·사진 설악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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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단신]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 外

    ■ 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27∼28일 서울 여의도에 새로 단장한 ‘앙카라 하우스’에서 ‘튀르키예의 날’ 행사를 가졌다. 앙카라 하우스는 1992년 서울시와 자매도시인 앙카라시가 세운 튀르키예 전통 와이너리의 농가 주택으로, 올해 5월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목조 2층 건물로 구성된 이곳에는 오스만 시대 전통 의상, 은거울, 생활 도구 등 800여 점의 전통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 체험(사진)과 함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튀르키예 커피 시음회가 진행됐다.■ 佛 관광청, 제7회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 2025’프랑스 관광청이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프렌치 데이즈 인 서울 2025’(사진)를 열었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은 행사는 프랑스에서 내한한 27개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프랑스 관광청 코린 풀키에 한국 지사장은 “2024년 프랑스는 국제 관광객 1억 명을 돌파하고, 관광 수입 710억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은 인상파 화가 모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아비뇽 연극제는 2026년 공식 초청 언어를 한국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 세부퍼시픽항공,‘ 세부퍼시픽 해피 스토어’ 행사 필리핀 세부퍼시픽항공은 24∼2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틸테이블에서 ‘세부퍼시픽 해피 스토어(Cebu Pacific Happy Store)’ 행사를 열었다. 방문객들은 해피 스토어에서 클라크, 팔라완, 보라카이, 세부, 마닐라 등 필리핀의 대표적인 5개 여행지를 테마로 한 체험형 공간을 즐기며 필리핀 여행을 간접 체험했다. 24일 개막식 행사에는 버나뎃 테레즈 C. 페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 어윈 페르난데스 발라네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장, 강혁신 세부퍼시픽항공 한국지사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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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디자인 이렇게 아름답고도 편리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과 함께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206곳에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를 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공존: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표어로 내세웠다. 저출생·고령화·기후변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며 세대 간 조화와 공존을 실현하는 공공디자인의 역할을 조명한다.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202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으로 선정된 14개 작품을 시상하고, ‘공공디자인 진흥 유공자’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명에 대해 표창했다.‘2025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대통령상은 서울 서초구가 2022년부터 시행해 온 흡연자-비흡연자 공존을 위한 공공서비스가 받는다. 문체부 장관상은 △국가보훈부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네이버 해피빈 ‘투명 올레드(OLED) 기부 키오스크’ △‘공공장소에서 프라이버시와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연구’가 선정됐다. 올해의 지역협력도시는 ‘광주폴리’ ‘별밤미술관’ 등 지역 정체성을 살린 공공디자인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 광주가 선정됐다. 2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영국 정부 정책디자인 총괄 앤드루 나이트, 헬싱키 디자인 위크 창립자 카리 코르크만, 뉴욕 타임스스퀘어 개선 연합 대표 팀 톰킨스 등 해외 전문가 3명과 국내 전문가 12명이 참여하는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 토론회가 열린다. ‘공공디자인 거점’ 행사에는 공공디자인을 우수하게 구현한 지자체, 민간기업, 기관·단체 등으로 총 206곳이 참여한다. 이 중 홍성군, 청주시 등 33곳에서는 지역 주민이 공공디자인을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대만디자인센터와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 네이버 해피빈, 국제공공디자인포럼위원회 등이 운영하는 학술행사(28일∼11월 2일 문화역서울284 알티오) △스위스와 한국의 디자이너가 ‘공공’과 ‘디자인’ 주제 발표(27일 서울 스위스한옥) △2000년 이후의 공공디자인 아카이브 전시(24∼31일 디자인하우스) 등이 진행된다. 서울 구로, 부산 강서, 제주 서귀포 등 전국 10곳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공공디자인 체험 행사와 전시, 연수회를 진행한다. 공주대, 광운대, 국립한경대 등 6개 대학이 참여한 ‘공공디자인 실험실’에서도 열린다. 신은향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공공디자인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 인식을 넓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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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아시아-영국을 잇는 문화외교,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10주년 맞아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문화 외교’의 언어로 영국과 소통해온 기간이었습니다.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는 아시아의 헤리티지를 잇는 영국 내 최대·최장수 아시아 영화제로 성장해왔습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가 10월 23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런던 시내 영화관과 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지난 10년간 LEAFF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영국 사회에 소개하며, ‘문화 외교의 언어로 아시아와 영국을 잇는 다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영화제는 그동안의 여정을 기념하며 전통과 미래,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0주년을 맞아 ‘미래 프레임’을 신설해 AI영화 시대를 여는 새로운 도전에서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은 런던의 대표 상영관 오데온 럭스 레스터 스퀘어(ODEON Luxe Leicester Square) 에서 열린다. 영국 대표 아시아축제가 된 런던아시아영화제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국립초상화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시네마뮤지엄, 일렉트릭 시네마(Electric Cinema) 등 런던의 주요 문화기관과 협력해 총 4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홍콩 느와르의 거장 오우삼(John Woo)감독의 대표작 ‘하드보일드’(Hard Boiled·1992)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영국 최초 상영을 통해 LEAFF의 역사를 기념한다. 주윤발과 양조위의 전설적인 연기가 다시 한번 런던 스크린을 수놓는다. 폐막작은 일본의 이상일(Lee Sang-il) 감독 신작 ‘국보’(Kokuho, 2025)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10주년의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GALA & 오피셜 셀렉션 스페셜 갈라에서는 배우이자 감독 하정우의 신작 ‘윗집 사람들’이 국내 개봉 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일상의 사소한 갈등이 진실과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는 세밀한 심리극으로, 하정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찾아 관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인도네시아의 거장 가린 누그로호는 발리 신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구원을 탐구한 시적 판타지 ‘삼사라’(Samsara)로 초청됐다. 이 외에도 연상호, 욘판(Yonfan), 가와세 나오미(Naomi Kawase), 차이상쥔(Cai Shangjun) 등 아시아 대표 감독들과 작품들이 참여해 현실과 환상,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동아시아 영화의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Masters of Cinema)’ 섹션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특별 상영된다. 촬영감독 김형구와 미술감독 신보경이 직접 참석해 시각적 연출과 글로벌 협업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다. 또한 홍콩의 두기봉(Johnnie To) 감독의 느와르 걸작 ‘PTU’(2003) 4K 복원판을 비롯해, 대만 시청각연구소(TFAI) 협력 복원작과 한국영상자료원의 전후 여성영화 3부작이 상영된다. 이들 복원작은 아시아 영화사의 유산과 예술적 계보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ories of Women’ 섹션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삶과 연대를 조명한다. 허가영 감독의 칸 수상작 ‘첫여름’,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 말레이시아·홍콩 합작 ‘Pavane for an Infant’ 등은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 속에서 여성의 선택과 생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새롭게 신설된 ‘Future Frames: AI’ 섹션은 영화와 기술의 융합을 탐구한다. 한국 최초의 AI 제작 장편영화 ‘런 투 더 웨스트’(강윤성 감독) 이 섹션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서울국제AI필름페스타, 제주국제AI필름페스티벌과의 공동 프로젝트 단편 컬렉션도 함께 공개된다. AI를 통한 창작 실험이 영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런던아시아영화제를 만들어 유럽 전역에 아시아 영화와 문화를 소개해온 전혜정 LEAFF 집행위원장은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영화를 통해 세계와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계를 넘어 공감의 언어를 만들어 왔다”며 “이번 10주년은 그 시간들이 피워낸 신뢰와 예술적 연대의 결실이며, 앞으로도 LEAFF는 아시아 영화의 목소리가 세계와 만나는 진정한 문화의 장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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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으로 밤 하늘 별사진 찍어 보실래요?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이번 추석 연휴에는 줄기차게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이 많았습니다. 가을장마, 아니 ‘추석 장마’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시간은 갖지 못했죠. 지난 여름에 동해바다에서 초저녁 별을 찍다가, 우연히 달이 뜨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적이 있습니다. 경북 울진 망양해수욕장에서 갤럭시 S25 휴대폰 ‘천체사진’ 모드로 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카시오페아가 보이고, 은하수가 흘러가고 있더군요. 여름의 밤하늘은 은하수가 있어서 더욱 화려합니다. 삼각대가 없어서 카메라를 모래사장에 박아놓고, 셔터를 열어놓고 4분을 기다리니 밤하늘 별이 많이 찍혔습니다. 그런데 너무 하늘의 별만 찍어서 여기가 동해바다인지, 설악산 정상인지 구분이 안가더군요. 그래서 바닷가 갯바위가 나오도록 좀더 아랫쪽으로 화각을 잡은 후에 별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면에 모래사장도 있고, 바위도 잘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닷가 수면 위로 뭔가 붉은 빛이 찍혔네요! 오~! 바로 달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진에는 밤하늘 흰구름 사이로 은하수가 흘러가는 모습까지 찍혔습니다. 어선의 불빛과 달이 떠오르는 월출의 붉은빛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동해바다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던 바로 그 자리. 밤이 되면 달이 떠오른다는 평범한 진리! 왜 이걸 몰랐을까요! 바다에서 해뜨는 장면은 많이 봤어도, 수면 위로 달이 떠오르는 장면은 평생 처음 보네요.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번 추석에도 초저녁 별과 함께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꼭 찍고 싶었는데…. 비구름이 많이 껴서 별도 달도 찍지 못했네요. ●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여행에 가서 찍고 싶은 사진 중의 하나가 밤하늘의 별 사진입니다. 밤하늘 별사진은 전문가가 삼각대에 DSLR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진 요즘, 휴대폰으로도 간편하게 멋진 별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밤하늘 별을 제대로 찍으려면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산 속이나 바닷가 같은 곳이죠. 전남 고흥에 있는 우주천문과학관에서도 별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고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나로호 발사대가 있는 곳이죠. 그래서 우주, 천문과학 관련 시설이 많습니다. 또한 도심의 불빛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별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는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의 표면도 볼 수 있고, 목성과 토성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천체망원경도 좋지만, 제 휴대폰으로 야경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밤 하늘 별을 찍을 때는 반드시 그 지역이 어떤 곳인가를 알 수 있는 지형지물을 넣어서 찍어야 합니다. 그냥 밤하늘 별만 찍는다면, 어느 지역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사진만 얻게 되지요. 장소를 알 수 있는 산세나 나무, 건물 등을 살짝 걸쳐서 찍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이니 망원경과 천문과학관 건물을 배경으로 밤하늘 별을 찍어보았습니다. 아이폰은 카메라 앱에서 ‘야간 모드’를 활성화하고, 노출시간을 최대 30초로 설정해서 찍습니다. 화면을 길게 눌러 별에 초점을 맞추고, ISO는 100~400 정도로 낮게 유지하면 노이즈가 줄어듭니다. 삼각대에 아이폰을 고정하고, 리모트 셔터로 촬영하면 흔들림 없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리모터 셔터가 없을 경우 타이머를 10초로 설정하면, 셔터를 누른 후 10초 뒤에 찍히기 때문에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갤럭시 휴대폰도 ‘야간모드’가 있지만, ‘천체사진 모드’를 활용하면 더 좋은 별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휴대폰 카메라 앱에서 ‘더보기’로 들어간 다음에, ‘Expert Raw’를 선택하고, 약병 플라스크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천체사진 모드(별자리 모양)’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천체사진 모드에서 화각을 ‘울트라 와이드(UW)’로 설정합니다.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더욱 더 많이 담기 위해서입니다. 촬영시간은 ‘짧게, 보통, 길게’가 있는데요. 셔터를 개방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깜깜한 밤하늘에서는 길게할 수록 더많은 별이 찍히겠죠. 도시 불빛이 있는 밤하늘에서는 셔터 개방을 길게 하면 화면이 타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짧게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셔터가 눌러진후 찍히기 시작하는 타임을 10초로 설정합니다. 셔터를 누를 때 휴대폰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하늘 별을 찍을 때 카메라는 1~4분 정도 셔터를 개방하면서 오래 찍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셔터를 누르면 흔들리던 카메라도 10초 후에는 정지하게 됩니다.또한 휴대폰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삼각대가 필수죠. 삼각대나 셀카봉은 다리를 최대한 짧게 해서 바람에도 안 흔들리게 해줍니다. 삼각대나 셀카봉이 없을 때는 나뭇가지나 의자, 돌멩이 등 자연지물을 이용해 카메라를 잘 세워둡니다. 다 찍고 난 후에는 보정을 약간해줘야 합니다. 사진 앱 보정에 들어가서 먼저 대비를 100으로 올려줍니다. 또한 선명도와 명료도도 100으로 올려줍니다. 이렇게 되면 깜깜했던 화면에서도 더 많은 별들이 나타납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흐릿한 별에서 오는 빛도 카메라가 잡아냈던 것입니다. ● 배경 속 지형지물 이용하기재작년 겨울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보홀섬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과 아들. 온가족이 모두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홀섬의 고투다이브(Go2dive) 리조트에서 저녁을 먹고나니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 있더군요. 해변에는 간조라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났는데요. 낮에 손님을 실어나르던 필리핀 전통 어선인 방카(Bangka) 배가 모래사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랜턴 불빛을 켠 필리핀 아저씨는 바닷가를 돌면서 해루질을 하고 있었죠. 별사진을 찍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현재의 장소를 알려주는 특징적인 사물’을 사진 한 구석에 넣어줘야 한다는 점인데요. 밤하늘 별 사진만 보여주고, ‘여기가 보홀의 밤하늘’이라고 주장한다면 믿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야자수 나무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바로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카 배였습니다. 방카 배에는 ‘Go2dive’라는 다이빙샵의 이름까지 써 있었으니 현장을 증명하는 좋은 사물인 셈입니다. 배를 피사체로 넣기 위해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물이 빠진 해변에는 배를 묶어놓는 쇠고리가 박혀 있는 납작한 콘트리트 돌덩어리들이 놓여 있었는데요. 돌덩어리 위 쇠고리에 휴대폰을 기대 놓고 밤하늘의 별을 촬영했습니다. 방카배가 화면의 아래쪽에 자리잡고 최대한 밤하늘의 별이 많이 보이는 각도를 설정해 세워두었습니다. 컴컴한 바닷가에서 별사진 한 컷을 촬영하는데 4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어두운 곳에서 파도소리만 들으며 홀로 있기엔 무섭죠. 그래서 리조트 안에 있던 가족들을 촬영장소까지 불러냈습니다. 아내와 나, 딸과 아들이 물빠진 모래사장의 콘크리트 돌덩어리 위에 옹기종기 앉아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배가 제대로 안나와서 다시 4분을 기다렸습니다. 더 많은 별빛을 담기 위해 울트라 광역 촬영 모드로 놓고 또 4분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30분 이상 가족끼리 어두운 바다에서 밤하늘 별자리 야경을 촬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별자리 사진 촬영은 동영상이 아니라 크게 떠들어도 상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까지 사진에 담길까 두려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때도 한참 별사진을 찍다보니 동쪽 하늘에서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인 정월 대보름 즈음이었기 때문이죠. 대보름달은 구석이 약간 찌그러졌지만, 그래도 넉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본 보름달을 필리핀 보홀에서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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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서울역 준공 100주년 특별전

    옛 서울역 준공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1925년 경성역으로 준공된 옛 서울역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축물이다. 전시에서는 옛 서울역의 100년을 상징하는 주요 사진·소장품·영상과 더불어 김수자, 신미경, 이수경 등 현대 예술작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옛 서울역사의 기억을 더듬는다. 관람객들은 그릴준비실에서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본과 서울역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약 50m 길이의 지하 플랫폼 복도도 2011년 이후 처음 공개됐다. 이 복도는 서울역의 100년 역사를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곳으로, 복도는 고속철도(KTX) 서울역사와 이어져 있다. KTX 이용 승객은 연결 통로를 거쳐 역사 내에서 ‘문화역서울284’로 진입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관람객 또한 문화역서울284 내부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열차를 탈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는 옛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하여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30일 문을 연 이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문화역서울284 전관과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 야외 공간에서 진행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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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깨진 유리조각에서도 아름다움을 봐, 상처는 내 일부야”[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2012년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를 보았을 때 파리의 뒷골목을 걷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빠졌다. 2016년 영화 ‘라라랜드’가 개봉했을 때도 관광객들은 남녀 주인공이 탭댄스를 추던 할리우드 언덕에 오르고, 허모사 비치 해변 재즈바를 찾아갔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누적 시청 3억 뷰를 돌파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을 본 세계인은 이제 ‘서울에 가 보고 싶다!’는 욕망에 빠져들고 있다.● Take Down! 뚝섬한강공원26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지하철 위에 푸른색 호랑이 ‘더피’가 올라가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이 개장했다. 세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손잡고 문을 연 테마파크다. 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소다팝’과 ‘골든’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관람객들은 케데헌 세계관을 맘껏 즐겼다. 헌트릭스가 비행기에서 먹던 김밥과 라면 떡볶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청담대교를 건너는 지하철에서 악귀와 싸우며, 붉은 불꽃 피어 오르는 악령의 세계에서 사자보이즈 갓을 쓰고 포즈를 취했다.케데헌은 외국인의 서울 관광 패턴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은 경복궁 청계천 종로 홍대 같은 구도심과 젊은 상권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잠실주경기장과 롯데타워, 뚝섬한강공원과 청담대교, 경동시장, 낙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등 케데헌에 나온 곳을 성지순례하듯 여행한다.1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한강공원. 오후 8시 예정된 서울드론라이트쇼를 보러 낮부터 인파가 밀려들었다. 앞서 7일 케데헌 OST에 맞춰 드론 2000대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 캐릭터로 밤하늘을 수놓은 이후 주말마다 장관을 이룬다.평일에도 많은 외국인이 뚝섬한강공원을 찾는다. 국내 유일 복층 교량인 청담대교는 케데헌에서 헌트릭스 3명이 지하철을 타고 악귀들과 싸우던 장소다. 관광객들은 청담대교 아래 한강 둔치 계단에 앉아 지하철이 위로 지나갈 때마다 휴대전화를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다.청담대교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는 ‘테이크다운(Take Down)’. 강렬한 박자에 카리스마 넘치는 가사가 압권이다. ‘이제 너희를 걷어차 밤으로돌려 보낼 시간이야’ ‘고통 속에서 산산이 조각낼 거야!’ ‘너희들은 울며 애원하겠지만 결국 다 쓰러질 거야!’그러나 헌트릭스 리더 루미는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이 악귀를 제거하는 헌터이면서 악귀 문양을 몸에 지닌 이중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악을 소멸시켜야 한다면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루미는 아팠다. 중요한 신곡 발표를 앞두고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헌트릭스 멤버들이 루미의 목소리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HAN의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인근 서울한방진흥센터는 HAN의원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 조선 시대 백성을 구휼하고 진료한 보제원(普濟院) 터에 지은 한방진흥센터은 벽돌 콘크리트 건물이 목조 한옥을 이고 있는 모습인데 케데헌 속 HAN의원과 흡사하다.안경을 쓴 HAN의사는 루미에게 “부분을 치료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법”이라며 “벽을 겹겹이 쌓았군요”라고 말한다. 루미가 목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속 비밀’ 때문에 벽을 쌓은 사실을 간파한 것. 김호산 서울한방진흥센터장은 “HAN의원 에피소드는 부분적 증상 보다는 몸의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을 찾고, 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한의학의 본질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이곳 한의약박물관에서는 조선 궁중 내의원 의관과 의녀 복장으로 갈아입고 한방 역사를 담은 전시를 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약초를 넣은 족욕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한방 마사지, 한방 뷰티, 약선 음식, 한방 카페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 팬이라는 일본인 미하루 씨는 “간호학을 전공하는데, 케데헌을 보고 한의학에 관심이 생겨 찾아왔다”고 했다.● 낙산공원, 한양을 지키는 ‘황금 혼문’‘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케데헌 오프닝에서는 국악이 흐른다. 무속인 복장의 세 여성이 태극 문양을 연상케 하는 춤선을 선보이며 악귀를 무찌른다. 케데헌은 한국 문화와 동양철학에 현대인의 외로움까지 담아 어른도 사로잡는다. 세계 시청자 반응을 담은 유튜브 중에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눈물 짓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케데헌을 보고 왜 성인들은 울까?그 해답을 찾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낙산공원까지 성곽 길을 걸었다. 흥인지문에서 한양도성으로 오르는 길,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크렁이 바람에 흔들린다. 성곽 길 이화마을의 전망 좋은 카페도 특수를 누린다. 프랑스에서 온 뱅상 씨(27·엔지니어)는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 성곽 길은 다른 해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울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낙산공원은 케데헌 스토리의 중요한 변환점이기도 하다. 서울을 감싼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을 잇는 한양도성이 서울을 외적에게서 지키는 ‘혼문’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케데헌 속 낙산공원 성곽 길은 해 질 녘 어스름한 햇빛을 받아 첫 데이트에 나선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와 루미의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낸다.루미는 ‘테이크다운’에서 사자보이즈로 분장한 악령에 대해 ‘추악한 껍데기에 갇힌 무너진 영혼’ ‘감정 없는 악마’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루미는 성곽 길을 걸으며 진우의 깊은 상처와 아픈 기억을 듣는다. 악령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가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남산에서 ‘테이크다운’을 부르다 루미는 수만 관중 앞에서 자신이 헌터이면서도 악마 문양을 가진 괴생명체라는 사실이 폭로된다. ‘산산이 부수어 버리겠다’는 노랫말의 화살이 거꾸로 자신에게 돌아왔다. 인생 절정의 무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루미는 마지막 노래 ‘What It Sounds Like’에서 ‘나는 수백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때 뜻밖의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제는 깨진 유리조각에서도 아름다움을 봐. 상처는 내 일부야.’ 부서진 유리조각이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다울 때가 있다. 크리스털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상처를 품어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는 과정 아닌가. 그는 ‘우리는 영웅은 아니지만, 아직 살아남은 자들이야’라고 노래한다. 두려움과 상처에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승리자다.한양도성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조선을 지켜 주지 못했듯, ‘황금(golden) 혼문’이 모든 악을 물리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 불과했다. 희망은 혼문이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케데헌의 메시지다.● ‘통(通)’의 상징, 푸른 호랑이케데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까치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다. 호랑이는 조선 민화에서 신성시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진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는 황호(黃虎)였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은 백호(白虎)였다. 더피는 푸른색 청호(靑虎)다. 청색은 방위로 따져 동쪽. ‘해뜨는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 한류의 기세에 올라 탄 호랑이다.더피는 진우의 반려 동물. 진우와 루미를 오가며 ‘만날래?’ 같은 소식을 전한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선과 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두 세계를 통(通)하게 하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까치호랑이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토요일이던 20일, 개장 30분 전인 오전 9시반부터 중앙박물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문이 열리자 일부 관광객은 인기 ‘뮷즈(뮤지엄+굿즈)’를 사러 기념품 매장으로 뛰엇다. 올 상반기(1~6월) 중앙박물관 뮷즈 매출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해 역대 최대 115억 원에 이르렀다. 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 1~8월 관람객은 432만8979명. 지난해 같은 기간 243만9237명보다 무려 77.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500만 명을 넘게 돼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톱 5에 들 수 있다.미국 CNN 방송은 최근 미국 어린이 사이에서 케데헌을 50~100번 시쳥하는 현상을 보도했다. 처음엔 자녀가 보던 케데헌을 엄마아빠도 함께 보며 골든을 부르고 소다팝 춤을 춘다. 전문가들은 케데헌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20~30년 후 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까지 문화적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프랑스 서부 최대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는 “한류는 파도나 물결을 넘어 세계를 뒤덮는 거대한 문화 쓰나미”라고 표현했다.●가 볼 만한 곳=서울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 변 서울컬쳐라운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양한 한류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캘리그라피, K-뷰티, 민화, 자개공계, K팝 댄스, 민화-낙산공원 그리기 같은 프로그램이 요일마다 펼쳐진다. 서울관광재단 이수택 관광사업본부장은 “한국 문화를 즐기는 체험형 관광이 최신 트렌드”라며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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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영웅은 아니지만,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이야”[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2012년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를 보았을 때 파리의 뒷골목을 걷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빠졌다. 2016년 영화 ‘라라랜드’가 개봉했을 때도 관광객들은 남녀 주인공이 탭댄스를 추던 할리우드 언덕에 오르고, 허모사 비치 해변 재즈바를 찾아갔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누적 시청 3억 뷰를 돌파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을 본 세계인은 이제 ‘서울에 가 보고 싶다!’는 욕망에 빠져들고 있다.● Take Down! 뚝섬한강공원26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지하철 위에 푸른색 호랑이 ‘더피’가 올라가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이 개장했다. 세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손잡고 문을 연 테마파크다. 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소다팝’과 ‘골든’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관람객들은 케데헌 세계관을 맘껏 즐겼다. 헌트릭스가 비행기에서 먹던 김밥과 라면 떡볶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청담대교를 건너는 지하철에서 악귀와 싸우며, 붉은 불꽃 피어 오르는 악령의 세계에서 사자보이즈 갓을 쓰고 포즈를 취했다. 케데헌은 외국인의 서울 관광 패턴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은 경복궁 청계천 종로 홍대 같은 구도심과 젊은 상권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잠실주경기장과 롯데타워, 뚝섬한강공원과 청담대교, 경동시장, 낙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등 케데헌에 나온 곳을 성지순례하듯 여행한다.1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한강공원. 오후 8시 예정된 서울드론라이트쇼를 보러 낮부터 인파가 밀려들었다. 앞서 7일 케데헌 OST에 맞춰 드론 2000대가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 캐릭터로 밤하늘을 수놓은 이후 주말마다 장관을 이룬다. 평일에도 많은 외국인이 뚝섬한강공원을 찾는다. 국내 유일 복층 교량인 청담대교는 케데헌에서 헌트릭스 3명이 지하철을 타고 악귀들과 싸우던 장소다. 관광객들은 청담대교 아래 한강 둔치 계단에 앉아 지하철이 위로 지나갈 때마다 휴대전화를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다. 청담대교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는 ‘테이크다운(Take Down)’. 강렬한 박자에 카리스마 넘치는 가사가 압권이다. ‘이제 너희를 걷어차 밤으로돌려 보낼 시간이야’ ‘고통 속에서 산산이 조각낼 거야!’ ‘너희들은 울며 애원하겠지만 결국 다 쓰러질 거야!’ 그러나 헌트릭스 리더 루미는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이 악귀를 제거하는 헌터이면서 악귀 문양을 몸에 지닌 이중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악을 소멸시켜야 한다면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루미는 아팠다. 중요한 신곡 발표를 앞두고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헌트릭스 멤버들이 루미의 목소리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HAN의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인근 서울한방진흥센터는 HAN의원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 조선 시대 백성을 구휼하고 진료한 보제원(普濟院) 터에 지은 한방진흥센터은 벽돌 콘크리트 건물이 목조 한옥을 이고 있는 모습인데 케데헌 속 HAN의원과 흡사하다. 안경을 쓴 HAN의사는 루미에게 “부분을 치료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법”이라며 “벽을 겹겹이 쌓았군요”라고 말한다. 루미가 목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속 비밀’ 때문에 벽을 쌓은 사실을 간파한 것. 김호산 서울한방진흥센터장은 “HAN의원 에피소드는 부분적 증상 보다는 몸의 균형이 깨져 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을 찾고, 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한의학의 본질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곳 한의약박물관에서는 조선 궁중 내의원 의관과 의녀 복장으로 갈아입고 한방 역사를 담은 전시를 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약초를 넣은 족욕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한방 마사지, 한방 뷰티, 약선 음식, 한방 카페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 팬이라는 일본인 미하루 씨는 “간호학을 전공하는데, 케데헌을 보고 한의학에 관심이 생겨 찾아왔다”고 했다.● 낙산공원, 한양을 지키는 ‘황금 혼문’‘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케데헌 오프닝에서는 국악이 흐른다. 무속인 복장의 세 여성이 태극 문양을 연상케 하는 춤선을 선보이며 악귀를 무찌른다. 케데헌은 한국 문화와 동양철학에 현대인의 외로움까지 담아 어른도 사로잡는다. 세계 시청자 반응을 담은 유튜브 중에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눈물 짓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케데헌을 보고 왜 성인들은 울까? 그 해답을 찾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낙산공원까지 성곽길을 걸었다. 흥인지문에서 한양도성으로 오르는 길,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크렁이 바람에 흔들린다. 성곽길 이화마을의 전망 좋은 카페도 특수를 누린다. 프랑스에서 온 뱅상 씨(27·엔지니어)는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을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 성곽길은 다른 해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울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낙산공원은 케데헌 스토리의 중요한 변환점이기도 하다. 서울을 감싼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을 잇는 한양도성이 서울을 외적에게서 지키는 ‘혼문’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케데헌 속 낙산공원 성곽길은 해 질 녘 어스름한 햇빛을 받아 첫 데이트에 나선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와 루미의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낸다. 루미는 ‘테이크다운’에서 사자보이즈로 분장한 악령에 대해 ‘추악한 껍데기에 갇힌 무너진 영혼’ ‘감정 없는 악마’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루미는 성곽길을 걸으며 진우의 깊은 상처와 아픈 기억을 듣는다. 악령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가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남산에서 ‘테이크다운’을 부르다 루미는 수만 관중 앞에서 자신이 헌터이면서도 악마 문양을 가진 괴생명체라는 사실이 폭로된다. ‘산산이 부수어 버리겠다’는 노랫말의 화살이 거꾸로 자신에게 돌아왔다. 인생 절정의 무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루미는 마지막 노래 ‘What It Sounds Like’에서 ‘나는 수백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때 뜻밖의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제는 깨진 유리조각에서도 아름다움을 봐. 상처는 내 일부야.’ 부서진 유리조각이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다울 때가 있다. 크리스털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많은 상처를 품어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는 과정 아닌가. 그는 ‘우리는 영웅은 아니지만, 아직 살아남은 자들이야’라고 노래한다. 두려움과 상처에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승리자다. 한양도성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조선을 지켜 주지 못했듯, ‘황금(golden) 혼문’이 모든 악을 물리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 불과했다. 희망은 혼문이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케데헌의 메시지다.● ‘통(通)’의 상징, 푸른 호랑이 케데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까치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다. 호랑이는 조선 민화에서 신성시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진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는 황호(黃虎)였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은 백호(白虎)였다. 더피는 푸른색 청호(靑虎)다. 청색은 방위로 따져 동쪽. ‘해뜨는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 한류의 기세에 올라 탄 호랑이다. 더피는 진우의 반려 동물. 진우와 루미를 오가며 ‘만날래?’ 같은 소식을 전한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선과 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두 세계를 통(通)하게 하는 메신저 같은 존재다. 까치호랑이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토요일이던 20일, 개장 30분 전인 오전 9시반부터 중앙박물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문이 열리자 일부 관광객은 인기 ‘뮷즈(뮤지엄+굿즈)’를 사러 기념품 매장으로 뛰엇다. 올 상반기(1∼6월) 중앙박물관 뮷즈 매출은 지난해보다 34% 증가해 역대 최대 115억 원에 이르렀다. 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 1∼8월 관람객은 432만8979명. 지난해 같은 기간 243만9237명보다 무려 77.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500만 명을 넘게 돼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톱 5에 들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최근 미국 어린이 사이에서 케데헌을 50∼100번 시쳥하는 현상을 보도했다. 처음엔 자녀가 보던 케데헌을 엄마아빠도 함께 보며 골든을 부르고 소다팝 춤을 춘다. 전문가들은 케데헌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20∼30년 후 이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까지 문화적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프랑스 서부 최대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는 “한류는 파도나 물결을 넘어 세계를 뒤덮는 거대한 문화 쓰나미”라고 표현했다.글·사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가볼 만한 곳서울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 변 서울컬쳐라운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양한 한류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캘리그라피, K-뷰티, 민화, 자개공계, K팝 댄스, 민화-낙산공원 그리기 같은 프로그램이 요일마다 펼쳐진다. 서울관광재단 이수택 관광사업본부장은 “한국 문화를 즐기는 체험형 관광이 최신 트렌드”라며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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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밤, 영산강변에서 펼쳐지는 담빛파크콘서트

    전남 담양의 한복판에는 영산강의 물줄기인 담양천이 흐른다. 담양천 주위에는 강물이 넘치지 않도록 높이 쌓은 둑인 ‘관방제림(官防堤林)’이 조성돼 있다. 조선시대에 축조된 관방제림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낸다. 200~350년 된 느티나무, 팽나무 등 노거수 총 43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관방제를 따라 1.2km 이어져 있는 숲에서 바라보는 영산강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관방제림의 끝부분에는 담빛예술창고가 자리잡고 있다. 버려진 옛 쌀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복합문화시설. 미술전시도 열리고, 카페에서는 대나무 관으로 만들어진 파이프 오르간도 연주되는 곳이다.그리고 담빛예술창고에서 관방제림 맞은편에 있는 담양천변에는 넓은 야외음악공원이 펼쳐진다. 이 곳에 있는 담빛음악당에서는 가을이 되면 별빛 아래에서 낭만적인 파크 콘서트가 열린다. 19(금)~20일(토) 이틀간 열리는 ‘2025 담빛 파크콘서트’다.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번 콘서트는 자연·음악·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축제다. (재)담양군문화재단의 주최로 오후 3시부터 부대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저녁 무대에는 국내 최정상 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19일 오후 6시부터는 작가 방경은 씨가 자신이 쓴 책 ‘생에 한 번은, 로컬’을 중심으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로컬과 문화’를 주제로 담양의 공간과 사람, 이야기를 엮어낼 예정이다. 북콘서트가 끝난 뒤에는 ‘담빛버스킹데이’ 입상자인 현악밴드 모마드와 포크 듀오 마이배리앤드가 무대에 오른다.이어 밤 시간대에는 하이라이트인 ‘라벤타나’와 호란의 합동 공연이 펼쳐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상을 수상한 라벤타나 특유의 세련된 탱고 선율에, ‘클래지콰이’ 출신 보컬리스트 호란의 감각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져 담양의 밤을 절정으로 끌고간다. 둘째날인 20일은 한국 블루스 음악을 대표하는 강허달림이 호소력 짙은 보컬로 무대를 연다. 이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자인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이 서정적인 목소리로 가을밤의 여운을 느끼게 해줄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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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관광청, 역대 최대 아시아 세일즈 미션 개최

    캐나다관광청이 8∼16일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 2025’를 열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 여행업자 관계자들과 만나 상호 협력을 확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은 9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9월 9∼10일 오사카, 11∼12일 서울, 15∼16일 중국 상하이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캐나다 지역 관광청과 호텔, 여행 업체 17곳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글로리아 로리 캐나다관광청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최근 한중일 여행시장에서 캐나다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고 있고, 캐나다 각 지역의 파트너들도 아시아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9월 9∼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에는 한중일 여행사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지역별로 12명씩 참가했다. 10일 오사카 엑스포 캐나다 파빌리온에서는 캐나다 여행의 특별함을 이야기하는 ‘캐나다 토크’가 진행됐다. 11일에는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풀만호텔에서도 ‘캐나다 세일즈 미션 2025’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계인 스탄 조 온타리오주 관광장관은 “오늘날 K컬처가 캐나다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캐나다가 한류를 매개로 활발히 교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오사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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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관광청, 팬데믹 이후 최대 아시아 세일즈 미션 개최

    캐나다관광청이 8~16일 팬데믹 이후 최대규모의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 2025’를 열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 여행업자 관계자들과 만나 상호 협력을 확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은 9월8일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9월9일~10일 오사카, 11일~12일 서울, 15일~16일 중국 상하이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캐나다 지역 관광청을 비롯해 호텔, 투어 업체 17곳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캐나다 지역 파트너사들과 3개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각 국가에서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글로리아 로리 캐나다관광청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최근 한‧중‧일 여행시장에서 캐나다에 대한 열정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가운데 캐나다 각 지역의 여러 파트너들이 아시아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세일즈 미션을 통해 각 시장에 대한 상호 이해도를 높여 더욱 돈독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9월9일~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에는 한·중·중일 여행사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지역별로 12명씩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캐나다 여행과 관광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사카 엑스포에서 캐나다 파빌리온을 방문하기도 했다. 10일 오사카 엑스포 캐나다 파빌리온에서는 캐나다와 한국, 중국, 일본 각국의 영향력 있는 인물 4명이 참가하는 ‘캐나다 토크’가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모두 캐나다 여행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존중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손대지 않은 자연, 따뜻한 공동체 문화, 글로벌 협력, 그리고 자기 발견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언급된 가운데 캐나다가 앞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지’로서 세계 각국 여행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할 것이라는 데에도 공감대가 모였다. 오사카 엑스포에 설치된 캐나다 파빌리온은 ‘재생(Regeneration)’을 주제로 봄, 희망, 새로움, 돌파구, 그리고 따뜻한 환대의 정신을 담아 몬트리올 건축가들과 크리에이티브 팀이 설계했다. 특히 캐나다 파빌리온은 캐나다 전역을 가로지르는 빙하 위 여정을 증강현실로 구현하했다. 파빌리온 곳곳에 숨어 있는 CN 타워, 나이아가라 폭포, 로키 산맥, 오로라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흥미로웠다. 11일에는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풀만호텔에서 ‘캐나다 세일즈 미션 2025’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앨버타와 온타리오를 비롯해 캐나다 전역 10개 주의 관광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관광업계와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관광업계가 준비한 5개 상품 가운데 3개를 현장 투표로 선정, 캐나다관광청 차원의 주력 상품으로 육성하는 특별 이벤트도 진행됐다. 또한 풀만호텔 신종철 총괄 셰프는 배우 김강우와 함께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방문해 현지 식자재와 문화를 체험한 경험을 공유했다.행사에 참석한 한국계인 스탄 조 온타리오주 관광장관은 “오늘날 K-컬처가 캐나다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캐나다가 한류를 매개로 활발히 교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번 ‘아시아 지역 세일즈 미션 2025’는 에어캐나다가 후원했다. 에어캐나다는 얼라이언스 파트너십을 통해 186개국 1,200여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직항은 밴쿠버, 토론토, 캘거리, 몬트리올 등 네 도시로 확대 운항 중이다. 또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는 비즈니스클래스, 프리미엄이코노미클래스, 이코노미클래스까지 세 가지 타입의 좌석을 운영하며, 각 지역별 유명 셰프와 소믈리에와 협업한 기내식, 기내 와이파이, 4590시간 이상의 콘텐츠 등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영숙 대표는 “팬데믹 이후 캐나다 파트너가 가장 많이 참여한 행사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회복력과 성장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한국 업계가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테마 상품을 꾸준히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오사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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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에 서면 누구나 그림이 된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높은 산이 있으면 강물은 굽이굽이 흘러간다. 그러나 바다까지 지척에 있긴 어렵다. 경남 하동은 산과 강, 바다의 정취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게다가 산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요, 강은 ‘서정 1번지’인 섬진강이요, 바다는 점점이 흩뿌려진 수채화같은 섬들이 펼쳐지는 남해 한려수도니 말 다했다. ‘하동학개론’의 저자인 조문환 시인과 함께 박경리 ‘토지’의 주무대인 평사리를 여행했다. ● 악양 들판을 달리다“무덤의 팻말을 향해 앞뒤 걸음을 하는 눈물감춘 희극배우, 웃음참는 비극배우의 일상.” 학창시절 박경리의 대하장편소설 ‘토지(土地)’를 읽다가 노트에 적어놓았던 구절이다. 인생을 어떻게 이렇게 짤막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머리를 툭치는 기분이었다. 삶이란 슬픈 데도 미소지어야 하고, 웃긴데도 눈물 흘려야 하는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것. 그러나 그런 모든 노력도 결국은 무덤의 팻말을 향해 앞뒤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니….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최참판댁이 있다. 박경리 ‘토지’의 배경이 바로 평사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참판이라는 인물이 살았던 곳은 아니지만,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장으로 재현해놓은 마을이다. ‘토지’는 최참판 댁의 최서희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 시대, 이 땅을 딛고 살아간 수많은 민초들이 주인공인 작품. 서희와 길상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시작된 최참판댁은 한옥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길상이가 살던 초가집 마당에는 악양의 특산품인 대봉감이 익어가고 있다. 박경리의 고향은 통영이고, ‘토지’를 집필한 곳은 원주다. 그런데 하동에 박경리문학관이 있다. 작가는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하동 평사리를 방문한 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이곳을 찾았을 때 눈앞의 들녘이 자신이 상상하고 묘사한 소설 속 모습과 매우 흡사해 놀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최참판댁 한옥호텔에서 묵으면서 ‘하동학개론’의 저자이자 전 악양면장이었던 조문환 시인을 만났다. 밤하늘 총총한 별빛 아래에서 맥주를 한잔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하동에서 꼭 한번 가봐야할 곳은 어디냐고. 그는 섬진강 백사장을 가보라고 권했다. 박경리 선쟁이 ‘토지’ 3부에서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백사(白沙)는 또 얼마나 정결한가”라고 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최참판댁 한옥호텔을 나서니 새벽에 비가 왔는지 지리산 자락의 구름이 안개처럼 마을을 덮고 있다. 동네를 걷다가 뛰기 시작했다. 섬진강까지 뛰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서희와 길상이’ 카페를 지나 마을 입구를 벗어나니 곧바로 평사리 들판이었다. 들판 한가운데 부부처럼 늙어가고 있는 소나무 두그루가 서 있다. 조문환 시인이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캔버스의 그림이 되는 곳”이라 바로 평사리 들판이다.“그곳에 서면 누구나 그림이 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농로를 달리거나, 출렁거리는 청보리밭에 서서 물끄러미 바람을 잡으려 하거나, 제방에 앉아 평사리 들판과 형제봉을 응시하거나, 트랙터를 몰고 논을 장만하거나, 그 뒤에 수백마리의 학이 날아가거나, 괭이나 삽을 어깨에 메고 물고를 보러 가거나, 모내기하다가 막걸리를 한잔 하거나, 가을 황금들판에 콤바인이 길을 만들거나 그가 누구이든 무엇을 하든…. 모든 이곳에서의 인간의 동작은 그림이 된다.” (조문환 ‘하동학개론’) 평사리 들판은 산봉우리가 둥그렇게 말발굽 형상으로 둘러싸고 있다.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인 분지형태다. 그러나 웅장한 양구 펀치볼과 달리 하동 평사리는 아늑한 분위기다. 조문환 시인은 평사리 들판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작이 그림이 되는 이유에 대해 “이 산과 저 산 사이의 ‘이상적 거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사리 들판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의 거리는 약 2km.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상적 거리’ 때문에 악양의 들판은 이상향(理想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악양의 들판을 달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쪽 봉우리 마을에서 들판을 건너 저쪽 봉우리 마을까지 약 2km. 느릿느릿 걸으면 20∼30분이고, 뛰면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들판을 달려가는 나도 분명 그림이 되고 있으리라. 들판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끝에 뚝방을 만난다. 제방 도로 너머가 바로 섬진강이다. 대나무가 우거진 숲 속길을 달리다보니 드디어 섬진강 백사장이 나타났다. 사하라 사막처럼 광막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이런 백사장이 강변에 있을 일인가.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넘어서 섬진강에 손을 담가 물을 만져보았다. 섬진강은 전북 임실에서 시작해 구례 오산과 노고단을 휘감아 돌고 방향을 바꾸면서 600리를 달려온 끝에 하동에서 남해바다와 만나기 전, 너른 백사장을 만들어낸다. 바로 평사리 백사장이다. 이 곳에는 11월이 되면 시베리아에 살던 독수리들이 날아든다. 비슷한 시기에 백사장 섬진강물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그물망이 쳐진다. 북태평양 연어들의 회귀량을 조사하는 시설물이다. 춘삼월이 돌아오면 북태평양으로 연어는 새로이 떠나고 독수리들도 시베리아 벌판으로 돌아간다. 조문환 시인은 “연어처럼, 독수리처럼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내 마음이 셔틀 운행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준다면 난세를 이겨내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묻는다. “연어와 독수리들처럼, 그대에게도 평사리 백사장 하나쯤은 있는가?”라고. ● 재첩의 고향“언어 있어요?” “예, 튀김도 있고, 구이도 있어요.” 하동 화개장터 인근에 있는 설송식당을 찾았을 때 손님과 주인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언어란 어떤 물고기일까. 연어인가? 알고 봤더니 ‘은어’의 사투리 발음이었다. 설송식당 주인은 직접 섬진강에 고무옷을 입고 들어가 걸갱이 낚시로 은어를 잡는다. 은어가 갈 길을 미리 파악한 뒤 은어의 등에 낚싯바늘을 걸어서 잡는 방식이다. 가게 벽에는 주인장이 오래 써왔던 걸갱이 낚시가 상패처럼 걸려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은어튀김에 화개장터 막걸리를 한잔하고, 뽀얀국물의 재첩국으로 밥을 먹는다. 하동에서는 재첩을 ‘갱조개’라고 부른다. ‘강조개(강에 사는 조개)’의 사투리 버전이다. 섬진강 모래바닥에서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으며 품어낸 재첩의 싱싱한 맛이 국물에서 느껴졌다. 전북 진안에서 임실, 순창, 곡성, 구례를 지나면서 수많은 협곡 6백리를 달려온 섬진강은 마침내 하동에서 바다와 만난다.하동송림 앞 강변은 재첩의 주산지다. 곧 바다와 만나게 될 섬진강변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거북이 등처럼 쫙쫙 갈라진 껍질을 가진 소나무는 한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낸다. 하동송림에서는 부드러운 모래길을 맨발로 걸어야 한다. 기왕 신을 벗었으니 백사장까지 걸어본다. 강변에는 체로 모래를 걸러 재첩을 잡는 어부가 있었다. 조문환 시인은 “숫물(섬진강)과 암물(바닷물)이 적절한 비율로 만나 서로 사랑을 하는 지점에서 최고의 우량 재첩이 탄생되는 데 하저구부터 하동 송림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하류로 더 내려가면 금오산(849m)이 나온다. 지리산이 동남쪽으로 뻗은 줄기로, 섬진강 망덕포구로 빠져들기 직전 우뚝 솟은 둘레 약 30km의 웅장한 산이다. 바닷가에 있는 산 치고는 제법 높다. 등산도 할 수 있지만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다도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악양의 밤하늘을 별이 수놓았던 것처럼 남해 한려수도의 섬들이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사천만과 비토섬, 하동화력발전소, 광양만, 여수까지 남해안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동 바로 앞에는 남해도가 있다. 하동과 남해는 고작 480m에 불과한 노량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그 위를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지나간다. 이 해협이 바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격전지였던 노량해전 전장터였다. 하동은 차의 본향(本鄕)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 서기 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 공이 차 씨를 가져와 쌍계사 인근 대나무 밭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어 국내 차의 시배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에 있는 ‘한밭제다’는 차의 정원이다. 산세를 따라 심어진 둥글둥글한 차밭을 거닐며 오두막과 정자에서 쉬면서 평화로운 차밭을 즐길 수 있다. 차밭 바로 앞에는 다원이 있다. 하동의 녹차인 ‘잭살’(작설의 방언)과 잭살 홍차를 주인장의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시음할 수 있다. 봄에는 찻잎을 따는 체험도 한다. 돌아오는 길에 ‘하동학개론’ 조문환 시인에게 받은 명함을 지갑에 넣다가 뒷면에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행은 타인이 된 나를 연인으로 맞아들이는 일이다.’ 일상에서 나는 점점 스스로에게 잊혀져가는 존재. 여행은 나를 일깨우고 사랑하게 만드는 데이트의 시간임이 분명했다.글·사진 하동=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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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 음악이 듕귁에 달아’… 세계로 나아가는 박연의 꿈[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세종대왕은 중국과 다른 우리말을 한자로 기록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했다.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나라 음악이 중국과 달랐던’ 것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는 세계에서 각광받는 K팝의 뿌리가 고대 무속에서 시작된 한국 음악과 춤에 있음을 알렸다. 다음 달 12일부터 한 달 간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2025 영동 세계국악엑스포’가 열리는 충북 영동으로 여행을 떠났다. ● 난계 박연이 사랑한 옥계폭포영동을 찾으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봉우리와 폭포, 정자와 시냇물이 흐르는 정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월류봉과 옥계폭포는 수묵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풍경이다. 영동 한천팔경(寒泉八景)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월류봉 아래로는 물 맑은 초강천(草江川)이 휘감아 흐르고 있다. 달이 떠오르는 밤에 물에 비친 달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른 새벽 초강천에 피어나는 물안개가 월류봉 주변을 감싸는 모습도 신비롭다.영동 심천면 월이산 깊은 골짜기 천손고개를 넘으면 옥계폭포가 나온다. 절벽 사이 20여 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는 가슴을 뻥 뚫어준다. 옥계폭포 위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연못인 예저수가 있다. 오색 물보라를 일으키는 옥계폭포의 다른 이름은 박연폭포다. 고려 말 우왕 때 태어나 조선 세종 때 왕을 도와 궁중음악을 정비한 천재 음악가 난계 박연(1378∼1458). 그는 어릴 적부터 옥계폭포에서 풀피리를 즐겨 연주했다. 그는 폭포 옆 절벽 바위틈에서 피어난 난초에 매료돼 자신의 호를 난초 난(蘭), 시냇물 계(溪)를 써 난계라고 했다. 박연은 고구려 왕산악, 신라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으로 꼽히는 인물. 박연의 피리 소리에는 신묘함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시묘(侍墓)를 살 때 피리를 불자 호랑이가 그를 잡아먹지 않고 지켜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 정도다. 세종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의식인 종묘제례를 하면서 중국에서 수입한 ‘당악(唐樂)’이나 ‘아악(雅樂)’을 연주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음악인 ‘향악(鄕樂)’이 있는데도 중국 음악을 따르는 건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세종은 영동 출신 박연을 불렀다. 박연은 문과에 급제하고 집현전 교리까지 역임한 사대부였지만,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인물임을 세종은 알아보았다. “조선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는 우리 음악을 듣고, 죽은 뒤 장례나 제사를 지낼 때 중국 음악을 듣게 되니 이 어인 일이냐.” 박연은 “우리 악기로 우리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기준음을 찾을 수 있는 율관(律管)을 만들어 소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요즘에도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할 때 먼저 율관에 맞춰 조율하는 것처럼, 음에 대한 기준점이 명확해야 했다. 박연은 직접 대나무를 깎아 12율관을 만들었다. 율관은 음높이를 정하기 위해 지름은 같고 길이를 달리해서 제작됐다. 12율관이 구비돼야 음정에 맞춰 편경(編磬)이나 편종(編鐘) 같은 악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12율관은 6개의 양율(陽律), 6개의 음려(陰呂)가 있다. ‘악학궤범’에서는 12율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12월, 별자리, 지지(地支), 절기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율관은 도량형의 기본까지 아우르는 왕권의 상징이 됐다. 옥계폭포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영동국악체험촌, 난계국악박물관, 난계국악기제작촌, 난계사 등이 있다. 국악체험촌에는 300석 규모 공연장을 갖춘 우리소리관, 숙박하며 자연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국악누리관이 있다. 난계국악박물관에는 박연이 만든 율관과 편경이 전시돼 있다. 조선은 그동안 중국에서 보내온 편경을 썼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매달린 옥돌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음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우리 기준음에 맞춘 편경을 새로 만들 옥돌이 필요했다. 때마침 경기 남양에서 옥의 일종인 경석(磬石)이 발견되고, 충북 청주 초수리(현 초정리)에서도 옥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세종은 기뻐했다. 장신구를 만드는 보석이 아니라, 우리 음악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소리 나는 돌’이었기 때문이다. 편경을 만드는 옥돌은 추위나 더위, 건조함이나 습함의 영향을 잘 받지 않아 음의 기준으로 삼기에 좋았다. 박연은 직접 만든 편경을 세종 앞에서 수차례 시연했다. 그런데 세종은 절대음감을 갖고 있었다. ‘임금이 이칙(夷則·12율의 하나) 1매(枚) 소리가 약간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고 물으니 연(박연)이 즉시 살펴보고 아뢰기를, ‘가늠한 먹이 아직 남아 있으니 다 갈지 아니한 것입니다’하고 물러가서 이를 갈아 먹이 다 없어지자 소리가 곧 바르게 되었다’(세종실록 15년 1월1일) 세종과 박연은 초수리 옥으로 만든 편경 소리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실험을 계속했다. 박연은 10년 동안 세종에게 39번이나 상소를 올린 끝에 ‘조선의 기준음’을 가진 율관과 악기를 만들고 수많은 악보를 정리하는 대업을 완성했다.●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 ‘정월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데, 온 나라 백성이 크게 모여서 며칠을 두고 마시고 먹으며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길목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며, 늙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래를 불러 그 소리가 날마다 그치지 않았다.’ ‘후한서(後漢書)’에는 고대 국가 부여에서 해마다 음력 12월에 행하던 제천 행사 ‘영고(迎鼓)’를 이렇게 설명한다. K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에서 각광받는 K팝 스타들의 뿌리를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전통에서 찾은 것은 흥미롭다. 인구 약 4만의 소도시 영동에서는 다음 달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국악을 세계에 알리는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가 열린다. 국악을 테마로 한 최초의 엑스포다. 세계 30개국 공연단이 참가해 퍼레이드를 펼치고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공연과 체험, 전시가 이어진다. 국악엑스포 주 행사장은 영동 레인보우힐링관광지(과일나라테마공원, 레인보우힐링센터, 영동와인터)다. 한국관광공사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된 영동의 특산품을 활용한 체험형 복합 치유 공간이다. 강소형 잠재 관광지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역 유망 관광지를 선정해서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쳐 인기 관광지로 성장시키는 사업이다. 레인보우힐링센터는 영동의 빛 물 바람 돌을 테마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린이 힐링뮤지엄, 릴렉스 룸, 명상의 연못, 힐링 풋 스파, 힐링 숲 정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영동에서 나는 점토 광물 일라이트(illite)를 활용한 족욕과 온열 베드 체험도 해 볼 수 있다.포도가 유명한 영동은 와인을 생산하는 농가가 많다. 길이 420m 영동와인터널는 와인 시음장, 전시장, 레스토랑, 문화공연장이 갖춰져 있다. 서울역에서 영동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한 ‘영동 국악와인열차’도 운행된다. 와이너리인 ‘샤토마니 와인 코리아(Chateau Mani Wine Korea)’에서는 와인을 곁들인 오리구이와 와인 족욕을 즐길 수 있다. 국악엑스포 기간에는 영동포도축제와 대한민국와인축제도 열린다.국악엑스포의 또 다른 무대는 박연의 묘소와 사당이 있는 영동국악체험촌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국악체험교실에서는 해금 장구 북 꽹과리 가야금 등을 배워 볼 수 있다. 기자도 가야금을 배운 지 30분 만에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었다. 물론 농현(弄絃·왼손으로 줄을 눌러 높낮이가 다른 음을 번갈아 내는 주법) 같은 고난도 기술은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쉽게 줄을 튕겨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영동국악체험촌 천고각(天鼓閣)에서는 지름 5.5m, 무게 7t인 세계 최대 북을 쳐 볼 수 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천고를 두드리면 웅장한 소리가 하늘에 닿아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하여’라고 빈 후 천고를 두드렸다. 너무 세게 쳤더니 ‘쿵’ 하고 울릴 뿐 잔향이 별로 없다. 적당한 힘으로 다시 한 번 ‘둥!’ 치니 천고 소리가 온몸을 전율시키며 울려 퍼졌다.글·사진 영동=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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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 해운대…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여름 부산 해운대하면 해수욕을 떠올린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속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햇살은 너무 뜨겁기만 하다. 그래서 새벽과 한밤 중에 나만의 해운대를 즐기는 방법도 좋다.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숲과 카페, 양조장을 돌며 즐기는 프라이빗한 여행은 어떨까. ● 해운대의 새벽과 광안대교 야경서울역에서 KTX청룡 열차를 탔다. 주둥이가 날렵한 모습이 푸른 용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불을 뿜으며 달려가다 승천할 것같은 기세다. 지난해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청룡은 2시간15분 정도면 서울~부산을 주파한다. 일반 KTX가 2시간반~3시간 가량 걸리는 것에 비하면 현재 가장 빠른 부산행 열차다. KTX청룡의 우등실엔 비행기처럼 좌석 뒷면에 화면이 설치돼 뉴스, 드라마, 음악, 유튜브도 감상할 수 있다.KTX청룡을 타고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새롭게 개발한 2박3일 부산 ‘명작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부산여행에 나섰다. 매월 2차례 여행과 체험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 외국인 개별자유여행(FIT) 관광객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부산 해운대여행 프로그램이다. 한여름 해운대는 새벽부터 분주하다. 오전 5시인데도 훤하게 밝아오는 해변에는 산책과 조깅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선캡을 쓴 여성부터 상의를 벗은 외국인 남성까지. 최신 여행 트랜드인 ‘런트립(Run+Trip)’ 현장이다. 해운대 미포 해변으로 나가니 달맞이고개에서 떠오른 태양이 초고층 마천루 엘시티에 가려 동백섬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엘시티 그림자를 따라 해변을 달리다 보니 백사장에 검은색 지프자와 군용 위장막같은 것이 보였다. 해변에 웬 군사시설? 자세히 보니 채널A 예능프로그램인 ‘강철부대 해운대 챌린지’ 체험시설이다. 8월31일까지 최영재 교관 등 강철부대 출연자 10명이 상주하며 타이어 뒤집기와 그물 넘기, 밧줄타고 오르기 등 16개 유격훈련 코스에 관광객들도 도전해볼 수 있는 여름휴가 특별 이벤트다. 해운대의 아침을 만끽하며 달리다보니 동백섬에 도착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을 지나 비탈길을 오르니 서울 남산순환도로처럼 동백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포장도로를 발견! 아침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달리다보니 APEC누리마루하우스 전망대에 도착했다. 저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수려한 풍경이 펼쳐진다. 옆에 계신 할아버지는 달맞이 고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주어짐에 감사를! 동백섬에 있는 해운대 등대 아래쪽 바위에는 9세기 신라말의 대학자였던 고운 최치원(857~908)의 ‘해운대(海雲臺)’ 글씨가 새겨져 있다. 최치원이 가야산으로 입산하러 가다가 바람과 구름, 달과 산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대를 쌓고, 글씨를 새겨넣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한시간 만에 해운대 미포에서 동백섬까지 한바퀴 돌고 오니 왕복 5.8km가 찍혔다. 해운대 여름 바다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은 야경이다. 붉은색 노을이 질 때면 동백섬 옆 ‘더베이 101’의 야외의자에 비스듬히 누운 사람들은 마린시티 마천루 아파트의 불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넋놓고 바라본다. 그룹 코나(KONA)의 레전드 시티팝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불멍’ ‘물멍’도 아니고 해변 아파트 조명을 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도시의 불빛도 스펙터클한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이곳에 오면 깨닫게 된다. 해운대에서 더 멋진 야경을 보는 방법은 광안대교 앞을 한바퀴 돌고 오는 요트투어다. 대부분 요트는 부산 수영만에서 출발하지만, 동백섬 ‘더베이 101’에서 출발하는 요트도 있다. 오후 7시 반쯤 출발하는 선셋 요트를 타면 해질녘 노을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요트가 파도에 출렁거리며 출항하자 마린시티의 야경이 뉴욕 맨해튼이나 홍콩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다. 보랏빛 조명으로 빛나는 광안대교 아래로 모여든 요트에선 불꽃을 쏘아댄다. 바닷물 위에서 ‘불꽃멍’을 하는 시간이다. 광안리 해변을 장식하는 수많은 불꽃은 여름밤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어 흩어져간다. ● 대나무 숲에서 만난 멕시코 소녀들부산 기장군 철마면의 아홉산숲은 여름에, 그것도 비올 때 찾기 좋은 숲이다.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시원하기 때문이다. 남평 문씨 문중이 400년간 가꿔온 아홉산숲은 금강소나무 군락과 맹종죽 숲이 잘 보존돼 있어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대숲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 소리, 청량한 숲의 향기, 푸른하늘과 초록색 댓잎….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다. 휴대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다.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춤을 추듯 날아다니며 결투를 벌이던 대숲도 생각나는 시간이다. 대나무숲을 구경하다보면 굿터에 도착한다. 대나무는 뿌리가 잘 번지기 때문에 영역이 계속해서 넓어지는데, 숲 가운데 이상하게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이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대숲 안쪽에 둥근 마당이 생긴 곳에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믿었고, 궂은 일이 있을 때마다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굿터 가운데에는 돌로 된 당간지주가 서 있다. 당간지주의 양쪽 높이가 서로 달라 더욱 신기해보인다. 이 당간지주는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의 역할을 했다. 맹종대숲 평지대밭 굿터의 당간지주는 요즘엔 최고의 포토존이 됐다. 까르르 웃으며 포즈를 취하던 외국인 소녀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멕시코에서 온 친척 자매들인데 드라마 ‘더 킹’의 주인공 이민호를 좋아하는 한류팬이란다. 그래서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파친코’ 등 이민호가 나온 드라마의 촬영장소를 찾아다니며 여행 중이라는 대답. 한류의 파워는 지구 반대편에서 부산 기장의 대숲까지 찾아오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다. 이처럼 해운대는 서울 못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미포에서 블루라인파크 모노레일 열차를 타면 갈 수 있는 청사포 철길 건널목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햇살에 비친 은빛 윤슬이 반짝거리는 바다와 열차, 그리고 횡단보도…. 동해남부선 폐선을 활용한 블루라인 열차가 지나갈 즈음이면 청사포 철길 건널목 횡단보도에는 순식간에 휴대폰을 든 사람들로 꽉 찬다.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서 있던 바닷가 철길 건널목과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슬램덩크에서 이 장면은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있는 가마쿠라코코마에역(鎌倉高校前駅) 앞 철길이 모델이다. 도쿄 교외에 후지산 뷰가 보이는 해변 철도역을 찾는 사람들 못지 않게, 부산 청사포에서도 바다와 열차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해운대 지역 특산주를 만드는 ‘양조장 기다림’에서는 유럽의 와이너리처럼 다양한 수제 막걸리를 시음하고, 막걸리 칵테일과 캔막걸리를 만들어보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양조가 조태영 씨는 직접 마이크를 끼고 한국의 전통주인 ‘삼양주(三釀酒)’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다. 쌀과 누룩, 정제수를 넣어서 밑술을 담고, 그 위에 또다시 쌀과 누룩을 넣어 ‘덧술’을 만들고, 그 위에 또다시 쌀과 누룩을 넣어 ‘추가 덧술’(3차 담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총 240시간 발효, 100일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탄생한 수제막걸리는 쌀 본연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와 과일과 꽃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막걸리에 우유, 연유, 얼음을 넣고 쉐이크에 흔들어 크림이 생긴 막걸리에 시나몬과 땅콩가루를 얹어 마시는 칵테일 만들기 체험도 흥미롭다. ●맛집=횟집으로 유명한 해운대에서도 한우 맛집 경쟁이 치열하다. 해운대 쇠고기 집의 원조는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다. 1964년 창업했으니 50년이 넘은 집이다. 그런데 인근에 ‘거대갈비’가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쇠고기의 원재료 질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1대1로 직접 대면해서 숯불에 구워주는 솜씨도 프로급이다. 숯불로 굽되, 육즙은 안에 가두는 것이 핵심노하우.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칠암앞바다에 위치한 ‘칠암만장(七岩鰻匠)’은 장어구이 전문점. 인근에 대숲으로 유명한 아홉산숲이 있어서, 장어를 대나무 숯불로 굽는다. 초벌구이를 한 장어에는 10년 숙성된 씨간장에 한약재를 넣고 열시간 이상 끓여서 만든 갈색소스가 발라진다. 장어구이와 함께 곤드레솥밥, 가지솥밥, 소고기 솥밥, 가리비가 들어간 해산물솥밥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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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 해운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여름 부산 해운대’ 하면 해수욕을 떠올린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속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햇살은 너무 뜨겁기만 하다. 그래서 새벽과 한밤 중에 나만의 해운대를 즐기는 방법도 좋다. 그리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숲과 카페, 양조장을 돌며 즐기는 프라이빗한 여행은 어떨까. ● 해운대의 새벽과 광안대교 야경 서울역에서 KTX청룡 열차를 탔다. 주둥이가 날렵한 모습이 푸른 용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불을 뿜으며 달려가다 승천할 것같은 기세다. 지난해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청룡은 2시간15분 정도면 서울∼부산을 주파한다. 현재 가장 빠른 부산행 열차다. 일반 KTX는 2시간 반∼3시간가량 걸린다. KTX청룡의 우등실엔 비행기처럼 좌석 뒷면에 화면이 설치돼 뉴스, 드라마, 음악, 유튜브도 감상할 수 있다. KTX청룡을 타고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새롭게 개발한 2박3일 부산 ‘명작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부산여행에 나섰다. 매월 2차례 여행과 체험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와 외국인 개별자유여행(FIT) 관광객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부산 해운대여행 프로그램이다. 한여름 해운대는 새벽부터 분주하다. 오전 5시인데도 훤하게 밝아오는 해변에는 산책과 조깅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선캡을 쓴 여성부터 상의를 벗은 외국인 남성까지. 최신 여행 트랜드인 ‘런트립(Run+Trip)’ 현장이다. 해운대 미포 해변으로 나가니 달맞이고개에서 떠오른 태양이 초고층 마천루 엘시티에 가려 동백섬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엘시티 그림자를 따라 해변을 달리다 보니 백사장에 검은색 지프자와 군용 위장막같은 것이 보였다. 해변에 웬 군사시설? 자세히 보니 채널A 예능프로그램인 ‘강철부대 해운대 챌린지’ 체험시설이다. 8월31일까지 최영재 교관 등 강철부대 출연자 10명이 상주하며 타이어 뒤집기와 그물 넘기, 밧줄타고 오르기 등 16개 유격훈련 코스에 관광객들도 도전해볼 수 있는 여름휴가 특별 이벤트다. 해운대의 아침을 만끽하며 달리다보니 동백섬에 도착했다. 웨스틴조선호텔을 지나 비탈길을 오르니 서울 남산순환도로처럼 동백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포장도로를 발견! 아침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달리다보니 APEC누리마루하우스 전망대에 도착했다. 저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수려한 풍경이 펼쳐진다. 옆에 계신 할아버지는 달맞이 고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주어짐에 감사를! 동백섬에 있는 해운대 등대 아래쪽 바위에는 9세기 신라말의 대학자였던 고운 최치원(857∼908)의 ‘해운대(海雲臺)’ 글씨가 새겨져 있다. 최치원이 가야산으로 입산하러 가다가 바람과 구름, 달과 산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대를 쌓고, 글씨를 새겨넣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한시간 만에 해운대 미포에서 동백섬까지 한바퀴 돌고 오니 왕복 5.8km가 찍혔다. 해운대 여름 바다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은 야경이다. 붉은색 노을이 질 때면 동백섬 옆 ‘더베이 101’의 야외의자에 비스듬히 누운 사람들은 마린시티 마천루 아파트의 불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넋놓고 바라본다. 그룹 코나(KONA)의 레전드 시티팝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불멍’ ‘물멍’도 아니고 해변 아파트 조명을 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도시의 불빛도 스펙터클한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이곳에 오면 깨닫게 된다. 해운대에서 더 멋진 야경을 보는 방법은 광안대교 앞을 한바퀴 돌고 오는 요트투어다. 대부분 요트는 부산 수영만에서 출발하지만, 동백섬 ‘더베이 101’에서 출발하는 요트도 있다. 오후 7시 반쯤 출발하는 선셋 요트를 타면 해질녘 노을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요트가 파도에 출렁거리며 출항하자 마린시티의 야경이 뉴욕 맨해튼이나 홍콩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다. 보랏빛 조명으로 빛나는 광안대교 아래로 모여든 요트에선 불꽃을 쏘아댄다. 바닷물 위에서 ‘불꽃멍’을 하는 시간이다. 광안리 해변을 장식하는 수많은 불꽃은 여름밤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어 흩어져간다. ● 대나무 숲에서 만난 멕시코 소녀들부산 기장군 철마면의 아홉산숲은 여름에, 그것도 비올 때 찾기 좋은 숲이다.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시원하기 때문이다. 남평 문씨 문중이 400년간 가꿔온 아홉산숲은 금강소나무 군락과 맹종죽 숲이 잘 보존돼 있어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대숲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 소리, 청량한 숲의 향기, 푸른하늘과 초록색 댓잎….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다. 휴대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다.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춤을 추듯 날아다니며 결투를 벌이던 대숲도 생각나는 시간이다. 대나무숲을 구경하다보면 굿터에 도착한다. 대나무는 뿌리가 잘 번지기 때문에 영역이 계속해서 넓어지는데, 숲 가운데 이상하게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곳이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대숲 안쪽에 둥근 마당이 생긴 곳에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믿었고, 궂은 일이 있을 때마다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굿터 가운데에는 돌로 된 당간지주가 서 있다. 당간지주의 양쪽 높이가 서로 달라 더욱 신기해보인다. 이 당간지주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의 역할을 했다. 맹종대숲 평지대밭 굿터의 당간지주는 요즘엔 최고의 포토존이 됐다. 까르르 웃으며 포즈를 취하던 외국인 소녀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멕시코에서 온 친척 자매들인데 드라마 ‘더 킹’의 주인공 이민호를 좋아하는 한류팬이란다. 그래서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파친코’ 등 이민호가 나온 드라마의 촬영장소를 찾아다니며 여행 중이라는 대답. 한류의 파워는 지구 반대편에서 부산 기장의 대숲까지 찾아오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다. 이처럼 해운대는 서울 못지 않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미포에서 블루라인파크 모노레일 열차를 타면 갈 수 있는 청사포 철길 건널목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햇살에 비친 은빛 윤슬이 반짝거리는 바다와 열차, 그리고 횡단보도…. 동해남부선 폐선을 활용한 블루라인 열차가 지나갈 즈음이면 청사포 철길 건널목 횡단보도에는 순식간에 휴대폰을 든 사람들로 꽉 찬다.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서 있던 바닷가 철길 건널목과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슬램덩크에서 이 장면은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있는 가마쿠라코코마에역(鎌倉高校前駅) 앞 철길이 모델이다. 도쿄 교외에 후지산 뷰가 보이는 해변 철도역을 찾는 사람들 못지 않게, 부산 청사포에서도 바다와 열차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해운대 지역 특산주를 만드는 ‘양조장 기다림’에서는 유럽의 와이너리처럼 다양한 수제 막걸리를 시음하고, 막걸리 칵테일과 캔막걸리를 만들어보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양조가 조태영 씨는 직접 마이크를 끼고 한국의 전통주인 ‘삼양주(三釀酒)’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다. 쌀과 누룩, 정제수를 넣어서 밑술을 담고, 그 위에 또다시 쌀과 누룩을 넣어 ‘덧술’을 만들고, 그 위에 또다시 쌀과 누룩을 넣어 ‘추가 덧술’(3차 담금)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총 240시간 발효, 100일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탄생한 수제막걸리는 쌀 본연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와 과일과 꽃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막걸리에 우유, 연유, 얼음을 넣고 쉐이크에 흔들어 크림이 생긴 막걸리에 시나몬과 땅콩가루를 얹어 마시는 칵테일 만들기 체험도 흥미롭다. 맛집횟집으로 유명한 해운대에서도 한우 맛집 경쟁이 치열하다. 해운대 쇠고기 집의 원조는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다. 1964년 창업했으니 50년이 넘은 집이다. 그런데 인근에 ‘거대갈비’가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쇠고기의 원재료 질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1대1로 직접 대면해서 숯불에 구워주는 솜씨도 프로급이다. 숯불로 굽되, 육즙은 안에 가두는 것이 핵심노하우.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칠암앞바다에 위치한 ‘칠암만장(七岩鰻匠)’은 장어구이 전문점. 인근에 대숲으로 유명한 아홉산숲이 있어서, 장어를 대나무 숯불로 굽는다. 초벌구이를 한 장어에는 10년 숙성된 씨간장에 한약재를 넣고 열시간 이상 끓여서 만든 갈색소스가 발라진다. 장어구이와 함께 곤드레솥밥, 가지솥밥, 소고기솥밥, 가리비가 들어간 해산물솥밥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글·사진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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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도성과 오간수문 아래 피어난 한복의 물결[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벽면이 알루미늄 패널로 돼 있습니다. 낮에 햇빛이 비쳐 반사되는 모습도 멋있지만, 밤에 은은하게 조명이 들어오는 모습도 꽤 시크합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 패널에 빛을 비춰 조명쇼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바로 ‘서울라이트 DDP’입니다. 서울라이트 DDP는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iF, Red Dot, IDEA)에서 잇단 수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DDP가 꼽히기도 하죠. ‘서울라이트 DDP ‘는 봄과 가을에 주로 열렸는데, 올해 처음으로 ’여름‘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7월 31일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서울라이트 DDP 여름’ 개막 행사가 열렸는데요. 한복패션쇼가 진행된 개막식을 포함해 이날 하루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6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네요. 8월10일까지 매일 저녁 8~10시까지 DDP 곳곳에서 펼쳐지는 조명쇼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서울라이트 DDP’는 그동안 도로에서 바라보이는 222m에 이르는 DDP 비정형 외벽 중심으로 미디어파사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청계천 오간수문과 한양도성 성벽에서도 조명쇼가 시도됐습니다. 한양도성 앞 잔디반에 물방울 조형물이 놓여 있고, 성벽에 폭포가 흘러내리는 미디어아트가 펼쳐지고, 그 앞을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는 그림같은 장면이 개막식에서 펼쳐졌습니다. 올여름 미디어아트 주제는 ‘TIMESCAPE: 빛의 결’입니다. 미디어파사드 예술은 DDP 건물 뿐 아니라 뒷편 공원과 서울성곽, 오간수문까지 확장했습니다.외계에서 내려온 우주생명체를 닮은 DDP는 조선의 숨결이 흐르던 하천 주변에 미래 도시의 곡선이 내려앉아 있는 형태입니다. 동대문 주변에는 한양도성 성벽이 있었고, 청계천 물길은 성벽 아래 ‘오간수문(五間水門)’을 통해 중랑천으로 흘러갑니다. 조선 태종 5년(1405년)에 건설된 오간수문은 한양 도성 바깥으로 청계천 물이 빠져나가도록 만든 배수문입니다. 청계천 물이 다섯 개의 아치형 홍예문을 따라 흘러나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5개의 아치형 수문은 성벽 아래의 공간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오간수문은 단순한 물길을 넘어, 하천과 성곽,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던 조선의 수리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요.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청계천 복개로 함께 묻혀버렸던 이 수문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2009년 발굴되며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오간수문 위에 2014년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죠. 이라크에서 태어난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가 설계한 곡선형 우주선 같은 건물입니다. DDP의 매끈하게 흐르는 외벽은 낙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한양도성의 곡선미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조선의 한복과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흔적이 담겨 있는 곡선미이기도 합니다. DDP 내부는 미래적인 전시와 문화예술이 융합되는 공간인데요. 그리고 그 지하에는 아직도 오간수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DDP에서는 역사와 미래, 석재와 알루미늄, 물길과 빛의 흐름이 하나의 장소에서 겹쳐집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축적해온 시간의 밀도가, 동대문이라는 장소에서 겹쳐서 한꺼번에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주변에 있는 낙산 한양도성은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데몬 헌터스’에서 두 주인공이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던 낭만적인 길입니다. 7월31일 밤, 오간수문 윗쪽 한양도성 앞마당에서는 특별한 개막식 퍼포먼스가 열렸습니다. 초승달이 수줍게 떠 있는 하늘 아래 한복 패션쇼가 펼쳐진 것입니다. 청계천 물길 옆에 심어진 버드나무 아래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펼치며 등장합니다. 굿모닝시티, 두산타워 등 동대문 의류시장의 간판과 빌딩 조명, DDP의 유려한 곡선과 한양도성은 묘하게 어울립니다. 성벽에서는 ‘플루이드 메모리(Fluid Memory)’와 ‘라이트 드롭스(Light Drops)’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졌습니다. 총 180개의 미디어 물방울 조형물이 성곽 물길을 따라 흐릅니다. 푸른 빛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꽃이 피자 나비가 날아오르며, 거대한 DDP 외벽 전체를 감싸는 미디어아트도 펼쳐집니다. 이날 한복 패션쇼는 ‘금단제’와 ‘오우르’가 디자인한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금단제’는 왕과 왕비의 옷을 비롯해 한국 전통의 한복을 선보였고, ‘오우르’는 전통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니크한 디자인의 한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우르는 그동안 블랙핑크, 수지, 김태리, 뉴진스, 휴 잭맨, 라이언 레이놀즈, 잼리퍼블릭 등 국내외 아티스트의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네시스, LX하우시스, 조선호텔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대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펼치고 있는 한복디자이너입니다. 특히 패션쇼의 시작과 대미를 장식한 무용수들이 입고 나와 역동적인 춤을 춘 한복은 인상적이었는데요.‘K팝 데몬헌터스’에서 K팝 걸그룹의 시작을 노래와 춤으로 악귀를 쫓는 고대 무속에서 찾았듯이, 마지막 한복은 무녀의 옷이었는데요. 요즘엔 ‘사자보이스’의 검은색 옷과 장군복, 무녀들의 한복처럼 활동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의상이 한복에서도 시크하게 다가가는 듯합니다. 구경 온 시민들이 바라보는 모습도 멀리서 보니 예술 설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크사베리 컴퓨터리의 ‘Flux’라는 작품인데요. 폭포수 같은 조형물은 온라인 소통 속 알고리즘을 시각화한 몰입형 미디어설치 작품이라고 하네요. 리듬 인 포그(Rhythm in Fog)는 DDP 주변의 물이 흐르는 것을 상징화한 작품으로 물과 빛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이날 한복을 입고 등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K-팝이 글로벌 음악차트를 석권하고 한국 관광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DDP에서 전통미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행사가 열려 감회가 더욱 새롭다”며 “소프트웨어 강국, 문화 수도 ‘서울’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기회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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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창제의 원리를 담은 ‘나랏말글씨’[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한글은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사람(人)이 조화를 이루고, 만물의 생명체인 ‘씨알’이 자라나는 자연의 순환 원리에 입각해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입니다.”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장천(章川) 김성태 작가의 ‘나랏말글씨’ 전시회에 가보면 한알의 씨앗에서 꿈틀거리며 한글이 탄생하고 자라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김 작가는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세종대왕의 밝힌 한글 창제의 철학과 원리를 자연도감에서 식물이 탄생하고 자라는 그림을 보는 듯한 작품으로 표현해냈습니다. 그래서 한글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했나봅니다. 정통 서예가 출신으로 국내 1세대 캘리그라피 작가인 김 작가는 영화 ‘서울의 봄’을 비롯해 KBS ‘태종 이방원’, ‘전설의 고향’, ‘한국인의 밥상’, ‘명견만리’, ‘진품명품’ 등 수많은 드라마, 영화, 교양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써온 작가입니다. 한글과 한문을 넘나들며 기운생동하는 서체 예술을 선보였던 김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문장의 시냇물(글내)’이라는 뜻의 ‘장천(章川)’이라는 호처럼 아름다운 글귀를 써온 그의 작품에서 문장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글씨 하나하나가 문자조형 예술작품이 됐습니다. 글씨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는 작품이지만,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서체의 힘에 한없이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장천 김성태 작가가 훈민정음해례본을 깊이 연구한 끝에 ‘문자조형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한글의 탄생과정을 그의 해설과 함께 따라가보았습니다. 태초에 한알의 씨앗이 있었습니다. 만물의 씨알(Seed Core)은 남녀, 암수, 즉 ‘음양(陰陽)의 조화’ 속에 탄생합니다. 씨알을 자세히 살펴보니 왼쪽, 오른쪽 두 번의 둥근 획으로 돼 있습니다. 음양을 표현했네요. 문자로 만들어지기전, 태초의 씨알이 꿈틀거리고 있는 형상입니다. 씨알에서 수많은 점들이 알처럼 깨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씨알에서 태어난 생명체는 만물이 됩니다. 우리나라 한글에는 ‘씨’라는 말이 참 많습니다. 말씨, 글씨, 마음씨, 솜씨, 맵씨, 새아씨… 말씨에서는 말이 자라고, 글씨에서는 글이 자랍니다. 마음씨에서는 예쁜 마음이 자라고, 솜씨에서는 손재주가 자라납니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모두 작은 씨알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수없이 태어난 씨알들은 서서히 공간이 확장되면서 천지인으로 구분이 됩니다. 천(天)은 하늘이면서 양(陽)이고, 지(地)는 땅이면서 음(陰)이고, 인(人)은 하늘과 땅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자, 만물입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은 이러한 ‘천지인(·, ㅡ, ㅣ)’의 원리에 따라 모음(母音)을 만들었습니다. ‘·’는 하늘(天)의 둥근 모양을 상징하고, ‘ㅡ’는 땅(地)의 평평한 모양을 상징하고, ‘ㅣ’는 꼿꼿이 서 있는 사람(人)의 모양을 상징한 것이죠. 이러한 천지인 원리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의 글자입력 시스템으로도 오늘날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천지자연의 소리(聲)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채(文)가 있는 법이니, 옛사람이 소리를 따라 글자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만물의 뜻을 통하며 그것으로 천지인 삼재(三才)의 이치를 실었다.(…) 간단하고도 요령이 있으며, 정밀하고도 잘 통한다. 그러므로 슬기 있는 이는 아침을 마치기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넉넉히 배울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이제 씨알이 땅 속에서 비집고 올라와 가지가 돋아납니다. 씨앗이 땅 위로 가지가 되어 올라와 세로획이 되고, 땅 속에서 옆으로 뻗어나가며 가로획이 됩니다. 씨알에서 시작된 한글은 가로획과 세로획이 생겨나면서 모음의 형태를 갖추려하고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옆으로 위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모음과 자음의 형태로 자라날 것입니다. 나뭇가지 위로는 하늘도 펼쳐집니다. 천지인의 원리는 ‘초성(하늘)’, ‘중성(사람)’, ‘종성(땅)’으로도 확장됩니다. 땅과 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순환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천체관측 기구인 ‘혼천의(渾天儀)’를 닮았습니다. 혼천의도 음양오행, 천지인의 원리를 통해서 만들어졌지요. 하늘(·)과 아래 땅(ㅡ)이 만나서 땅 위에 하늘이 있으니 양(陽)이고 음은 ‘오’가 됩니다. 위에 땅(ㅡ)과 아래에 선천(先天) 하늘(·)이 만나서 땅 아래에 하늘이 있으니 음(陰)이고 음은 ‘우’가 됩니다. 발음을 해보면 ‘오’는 밝은 느낌이 나고 ‘우’는 어두운 느낌이 납니다.문자가 탄생하는 과정을 기호처럼 그린 작품입니다. 가운데 있는 둥그런 호는 씨알입니다. 아랫쪽에 있는 두껍고 짙은 획은 땅이고, 위에 있는 얇고 밝은 획은 하늘입니다. 씨알을 중심으로 사람(人)과 만물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늘과 땅, 사람이 순환하면서 자음들이 하나둘씩 태어나고 있습니다. 드디어 ‘아!’하는 소리와 함께 모음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글자는 사람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는 말씨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기록하는 글씨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장천 김성태 작가와 깊은 교류를 맺고 있는 배일동 명창(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의 깊은 울림통에서 터져나오는 ‘아~’ 소리를 듣는 듯하네요. 왼쪽에 사람(l)과 오른쪽에 하늘(·)이 만나니 오른쪽에 하늘이 있어 양(陽)이고 음은 ‘아’가 됩니다. ‘어~!’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왼쪽에 하늘(·)과 오른쪽에 사람(l)이 만나니 왼쪽에 하늘이 있어 음(陰)이고 음은 ‘어’가 됩니다. 발음을 해보면 ‘아’는 밝은 느낌이 나고 ‘어’는 어두운 느낌이 납니다. 이처럼 음양의 철학적 이치와 모음 발음 소리의 음양이 똑같습니다.​“글씨를 쓸 때 붓글씨와 볼펜글씨가 다릅니다. 볼펜 글씨는 일차적인 선묘만 긋고 가지만, 붓글씨는는 3차원의 공간미를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붓글씨 서예가 어려운 것입니다. 판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가요와 민요는 일차원적인 선형적인 말씨라고 한다면, 판소리는 ‘아~~~~’하는 소리의 강약과 깊이가 엄청나게 변화무쌍해 공간미가 있습니다. 판소리에서는 성음 놀음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붓글씨하고 판소리는 한글의 말씨와 글씨를 표현하는 미학에 있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이죠.” (배일동 명창)​ㅏ, ㅓ 모음은 ㅑ, ㅕ 등의 형태를 갖추면서 더욱 발전합니다. 이처럼 천지인이 가로와 세로로 만나고, 모음 속에서 자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을 하면서 계속해서 언어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개의 자음(ᅙ,ᅀ,ᅌ)이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글 자음 창제의 원리를 한 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인데요. ‘훈민정음 해례본’에 의하면 한글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세로획은 천지인의 사람입니다. 목청소리 글자인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 사람의 목구멍 쪽에서 ‘ㅇ’이 써 있죠. 어금닛소리 글자인 ‘ㄱ’은 혀의 안쪽이 목구멍을 닫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혓소리 글자인 ‘ㄴ’은 혀끝이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잇소리 글자인 ‘ㅅ’은 이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입술소리 글자인 ‘ㅁ’은 입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습니다.‘ㄱ’에서 ‘ㅋ’이 나오고, ‘ㄴ’에서 ‘ㅌ’이 생성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한글 자음의 기본형인 ㄱㄴㅁㅅㅇ의 형태는 ‘천지인 원(O)·방(□)·각(△)’의 형태에서 나왔습니다. ㄱㄴㅁ은 방(□)에서, ㅅ은 각(△)에서, ㅇ은 원(O)에서 온 형태입니다. ㄱ에서 ㅋ, ㄲ이 나왔고 ㄴ에서 ㄷ과 ㄹ, ㄸ이 나오고 ㅁ에서 ㅂ, ㅍ, ㅃ,이 나오고 ㅅ에서 ㅈ과 ㅊ, ㅉ이 나오고 ㅇ에서 ㅎ이 나와서 모든 자음이 원방각 천지인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그런데 원방각의 ‘O △ □’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습니까? 동그라미, 세모, 네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경비병들의 얼굴 가면 위에 쓰여진 표시입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한글의 창제원리 중 하나인 ‘천지인 원방각’의 표시가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옴’과 ‘움’은 천지인 원방각과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는 한글 창제원리가 가장 잘 보여지는 글자입니다. 장천 김성태 작가는 “움은 씨를 감싸고 있는 자궁을 형상화한 글자”라고 말했습니다. 땅의 아래로 음(陰)의 세상에 있는 네모난 상자는 씨앗을 감싸고 있는 자궁입니다. 하늘은 둥글고(ㅇ), 땅은 모가(ㅁ) 났습니다. 하늘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땅(ㅁ)으로 내려오는 형상을 모음 ‘ㅜ’자가 양팔을 벌려 ‘ㅁ’자를 품에 안은 듯한 글의 형상이 ‘움’입니다. 반면 ‘옴’은 땅(ㅡ)의 생명들이 마치 움을 틔우고 하늘을 향해 양팔을 활짝 펴는 형상입니다. 옴은 ‘피어나오다’는 뜻으로 양(陽)의 기운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움의 ‘이응’자는 검게 닫혀 있고, 옴의 ‘이응’ 자는 가운데가 열려 있습니다. 김 작가는 “표음문자로 알려진 한글이 사실은 한자처럼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한글은 어떤 문자보다도 건축학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글씨입니다. 김 작가가 쓴 ‘여유’라는 글씨는 넓은 탁자 위에 동그라미와 가로획, 세로획만으로 안정적인 건물을 세워놓은 듯한 느낌이네요. ‘나랏말글씨’ 전시회에서 또하나의 감상할 만한 부분은 바로 먹색입니다. 탁한 먹색이 없습니다. ‘먹=검정색’이라고 알고 있는 고정관념을 깹니다. 맑은 담묵(淡墨), 짙은 농묵(濃墨), 갈아서 하룻밤을 묵힌 ‘숙묵(宿墨)’까지…. 다양한 발묵(潑墨)을 보여줍니다. 김 작가는 “진정한 검정은 검정 속에 있는 하얀색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먹은 검정이라는 단색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검정색이 스펙트럼을 넓혀 최대한 담백한 먹색을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필력이 제대로 살아났을 때, 진한 검정새보다 맑은 검정색이 훨씬 강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맑은 검정색이야말로 가슴에 빨리 스며드는 찐 검정이라 생각합니다.”한글로 된 서예작품은 글로벌 미술시장으로의 진출에 언어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장에 담긴 내용까지 이해해야 비로소 완전한 작품 감상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랏말글씨’에서 전시된 작품은 서예작품이라기 보다는 문자를 소재로 한 조형예술작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씨알과 새싹, 나무와 태양, 하늘과 땅과 같은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담은 철학적, 추상적 현대미술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연숙 무우수갤러리 관장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원리가 밝혀진 한글에 담긴 심오한 철학과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작품”이라며 “한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득음을 위해 한글 서예를 연구해 온 소리꾼 배일동 명창“우리의 소리는 형체가 없이 흩어지고 맙니다. 그런데 글씨는 잡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기하학적 공간이 있습니다. 말씨가 가지고 있는 음운을 그대로 기호로 보여주기 때문이죠. 장천 작가의 붓글씨가 아름다운 것은 기하학적 공간미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데 있지 않을까요.”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 장천 김성태 작가의 ‘나랏말글씨’ 전시회에서는 배일동 명창(중요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의 축하공연으로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불렀습니다. 배 명창은 저서인 ‘득음’에서 우리 소리의 원리와 이치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요. 그는 “어릴적부터 붓글씨에 태생적인 끌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판소리의 원리를 깨닫기 위해서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평생 공부해왔다”고 합니다. “말을 길게 하는 것이 소리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엄마 자궁과 같은 움에서 극성이 다른 음양 두 씨가 만나서 합을 이루어야만 새 씨가 탄생합니다. 한 음절의 말씨와 글씨가 만들어지려면 극성이 다른 초성(初聲)과 종성(終聲)의 두 자음씨가 엄마 자궁과 같은 모음에서 만나 합을 이루어야 한 음절에 말씨와 글씨가 생겨납니다. 이렇게 상하, 좌우, 강유, 경중의 씨를 품은 ‘하늘소리’ 초성과 ‘땅의 소리’ 종성이 중성(中聲) 모음에서 합을 이루어 한 글씨가 생겨나게 되지요.”배 명창은 “말씨를 어떻게 펼쳐내고, 갈막음하고, 열매를 맺느냐하는 것이 소리와 붓글씨 예술의 핵심”이라며 “판소리와 붓글씨의 미학은 정확히 일치하는 한가지 맛(一味)”이라고 말합니다. “종이에 쓰는 글씨는 평면상의 단순한 선면같지만, 거기에는 재량할 수 없는 다방 다면의 입체적인 기하학적 시공이 무수히 펼쳐집니다. 이를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붓 봉에 딸란 수만 개의 붓털을 단호하게 장악하는 용필과 필력이 필요한데요. 장천 작가의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필세는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맛이 있어요. 오랫동안 정통 서예가로서 공력을 쌓아오신 분이라 한 획을 그어도 달라요. 오랫동안 수련한 득음의 소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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