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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저팬 모빌리티쇼’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EV) 주력 모델을 선보이며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완성차 업체들이 90%가량을 점유하며 ‘수입차의 무덤’으로 여겨져 왔지만, 전기차에 있어서만큼은 수입차 업체들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이 참가한다. 행사는 29일 사전 행사 후 30일 개막해 다음 달 9일까지 열린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전신인 ‘도쿄 모터쇼’ 시절 참가 이후 각각 12, 20년 만에 복귀해 EV로 일본 시장을 재공략한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30%를 EV로 전환할 계획을 내놓는 등 전기차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출시할 수소전기차(FCEV) ‘디 올 뉴 넥쏘’를 이번 행사에서 선보였다. 또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의 수출명)의 고성능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전시했다. ‘인스터로이드 존’에는 인스터로이드와 함께 지난달 출시된 오프로드(비포장도로) 특화 변형 모델 인스터 크로스도 배치됐다. 현대차는 이번 쇼를 기점으로 인스터의 인기 몰이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일본 시장에 내년 출시할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PV5의 각종 라인업을 공개했다. 일반 다인승 목적의 PV5 패신저, 화물용 PV5 카고, 장애인을 위한 특화 모델인 PV5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부터 캠핑에 특화한 콘셉트 카인 PV5 슈필라움 글로우캐빈 등이다. 이에 맞서 BYD는 첫 경형 EV 라코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경차 천국’으로 불리는 현지 특성을 겨냥한 전략이다. 라코는 차체 길이 3400mm, 좌우 폭이 1480mm 등인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개발된 박스 형태 경차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쇼에 참가한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인 시라이언 6 DM-i, 소형 전기 SUV 아토3 등도 전시하고 나섰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고체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2030년경부터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7일 낸 ‘전고체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능성’ 보고서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2027∼2028년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개발이 완료돼 소형 가전제품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2030년 이후 전기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의 신기술 검증에 2, 3년이 걸리는 등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전(全)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물 중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이 들어간 배터리다. 양극과 음극에 이어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까지 이름 그대로 모든 요소가 고체인 것이다. 가연성이 낮아 화재 위험이 적은 게 장점이다. 불이 붙기 쉬운 액체 전해질이 들어간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 시 대규모 화재로 이어지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전고체 배터리는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이미 중국 등 주요 배터리 선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민관 투자가 맞물려 실증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단 시범 모델을 출시하고 2030년부터 대량 생산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단, 충분한 배터리 수명을 확보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보고서는 “전기차에 쓰일 배터리는 2000회 이상의 충·방전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시제품은 약 1000회 미만만 될 만큼 내구성이 부족하다”고 짚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 세계 차량용 범용 반도체의 40%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2020∼2021년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유럽, 미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이 가시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불허에 생산 차질 가시화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2∼4주 안에 심각한 생산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MEMA) 스티브 호라니 부회장은 “해당 칩이 몇 개만 없어도 조립 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빌트 역시 폭스바겐이 29일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만드는 대표 자동차 모델인 골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두 넥스페리아의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중단된 여파다. 넥스페리아는 와이퍼를 작동시키거나 창문을 여는 등 자동차에 꼭 필요한 범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완성차 한 대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한 칩 500여 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넥스페리아 반도체 중 중국에서 만드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중국 기업인 윙테크는 2019년 36억 달러를 들여 넥스페리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경제안보를 이유로 장쉐정 윙테크 회장의 넥스페리아 지배권을 박탈하자, 중국이 여기에 반발해 수출금지 조치가 이어졌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가 23일 직접 나서 “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현대차·기아 영향 불가피 한국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도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지만, 현재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 생산 차질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는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대체하는 부품을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과 자동차 설계 변경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장기화될 경우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반도체 자급 상황도 주목된다. 이미 코로나19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출고가 1년 가까이 지체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2021년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과 함께 차량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국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민간 주도 차량용 반도체 개발 공동 대응 기구를 만들었다. 5%인 국산화 비율을 5년 뒤 10% 이상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위주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4년 전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때보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4, 5배가량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전 세계 차량용 범용 반도체의 40%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2020~2021년 벌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유럽, 미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이 가시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불허에 생산 차질 가시화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2~4주 안에 심각한 생산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MEMA) 스티브 호라니 부회장은 “해당 칩이 몇 개만 없어도 조립 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빌트 역시 폴크스바겐이 29일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만드는 대표 자동차 모델인 골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두 넥스페리아의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중단된 여파다.넥스페리아는 와이퍼를 작동시키거나 창문을 여는 등 자동차에 꼭 필요한 범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완성차 한 대에 넥스페리아가 생산한 칩 500여 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국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넥스페리아 반도체 중 중국에서 만드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중국 기업인 윙테크는 2019년 36억 달러를 들여 넥스페리아를 인수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경제안보를 이유로 장쉐정 윙테크 회장의 넥스페리아 지배권을 박탈하자, 중국이 여기에 반발해 수출금지 조치가 이어졌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가 23일 직접 나서 “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현대차·기아 영향 불가피한국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도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지만, 현재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 생산 차질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는 넥스페리아 반도체를 대체하는 부품을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증과 자동차 설계 변경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장기화될 경우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반도체 자급 상황도 주목된다. 이미 코로나19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출고가 1년 가까이 지체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2021년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과 함께 차량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시작하기도 했다.한국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민간 주도 차량용 반도체 개발 공동 대응 기구를 만들었다. 5%인 국산화 비율을 5년 뒤 10% 이상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위주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4년 전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때보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4, 5배가량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HD현대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친 통합 HD현대중공업을 12월 1일 출범시킨다. 17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사진) 시대의 첫 그룹 내 구조 개편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양사 간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각각 98.54%, 87.5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로써 중형선 전문 조선사 HD현대미포는 사라지고, 이를 흡수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하게 된다. 양 사는 앞서 올 8월 ‘K방산’ 선도를 위해 합병 추진을 발표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몸집을 키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합병을 승인했다. HD현대는 내년 1월 1일에는 HD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통합을 앞두고 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지난해(19조 원)의 2배에 이르는 37조 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의 국내 최다 함정 건조·수출 실적과 기술력을 HD현대미포의 함정 건조 적합 독(dock) 및 설비와 결합하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HD현대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친 통합 HD현대중공업을 12월 1일 출범시킨다. 17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 시대의 첫 그룹 내 구조 개편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양사 간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각각 98.54%, 87.56%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로써 중형선 전문 조선사 HD현대미포는 사라지고, 이를 흡수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하게 된다. 양 사는 앞서 올 8월 ‘K방산’ 선도를 위해 합병 추진을 발표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몸집을 키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합병을 승인했다. HD현대는 내년 1월 1일에는 HD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통합을 앞두고 있다.통합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지난해(19조 원)의 2배에 이르는 37조 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의 국내 최다 함정 건조·수출 실적과 기술력을 HD현대미포의 함정 건조 적합 독(dock) 및 설비와 결합하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의 연식 변경 모델 2026 GV70을 출시했다. 신형 GV70은 정숙성이 개선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GV70 하부에는 소음·진동 차단용 흡음재가 기본으로 부착돼 이른바 ‘NVH’(소음·진동·불쾌감)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2.5 터보 모델에는 엔진 진동의 전달을 줄여주는 ‘엔진 서포트 댐퍼’도 추가됐다. 회색과 연한 하늘색이 섞인 외장 색상 ‘베링 블루’도 새로운 선택지로 추가됐다. 이 색상은 앞서 GV80에 적용돼 인기를 얻은 색상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취향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GV70의 상품성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패키지 구성도 일부 변경했다. 기존 GV70 가솔린 2.5 터보 19인치 휠 모델 스포츠 패키지에 포함돼 있던 전자식 차동제한 장치(e-LSD)를 선택 품목으로 바꿨다. 주로 고성능 차량에 탑재되는 e-LSD는 굴러가는 바퀴 간의 접지력 차이를 전자적으로 제어해 미끄러짐을 줄여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다. 2열 컴포트 패키지에는 트렁크 바닥용 매트, 트렁크 짐 고정용 그물망, 뒷좌석용 전기 콘센트 등이 추가됐다. 판매가는 가솔린 2.5 터보 모델이 5318만 원, 가솔린 3.5 터보 모델이 5860만 원이다. 제네시스는 신형 GV70 출시를 기념해 27일까지 차량을 계약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연권 추첨 행사도 진행한다. 클라우스 메켈레 &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과 LG아트센터 서울 공연 관람 50만 원권 기프트카드를 각각 10명에게 증정한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조용하지만 이 안의 금속이 약 1700도에서 녹는 중입니다. 내구성을 극대화하고자 불순물이 섞이지 않게 진공 상태에서 녹이는 겁니다.” 20일 오후 세아창원특수강 특수제강공장의 합금철 용해 설비 VIM(Vacuum Induction Melting) 앞. 얼굴이 익을 것처럼 후끈했지만 소음은 거의 나지 않아 의아해하는 기자를 향한 설명이었다. 공기 중에서 쇳물을 만들어 굉음이 난무하는 용광로나 전기로와 달리, 덮개까지 씌워진 진공 상태에서 금속이 유도가열 방식으로 용해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지는 특수합금은 수백 도의 극고온, 극한의 압력을 견뎌내 전투기, 항공기 등의 부품에 쓰인다. 세아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위기를 맞자 이 같은 틈새시장 ‘스페셜티’ 철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인이 사골국 만들 듯 금속 불순물 극한 제거‘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산업이지만, 현재 한국 철강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고관세 폭탄이 이어지는 데다 단가가 낮은 일반 범용 철강에서는 저가로 밀어붙이는 중국을 막아설 수 없어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약 10억500만 t으로, 전 세계 생산량(18억8620만 t)의 53%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세아창원특수강은 우주항공용 특수합금에 파고들었다. 이는 가격보다는 품질이 최우선인 대표적인 분야다. 공정은 마치 ‘사골 육수’를 완성하기까지 거품과 찌꺼기를 연신 걸러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첫 용해 과정인 VIM을 거친 금속은 또 한 번 진공 상태에서 용해된다. 불순물, 가스를 극한까지 제거하는 정련 설비인 VAR(Vacuum Arc Remelting)에서다. 이후 금속을 두드려 원하는 크기, 모양으로 만드는 ‘단조’ 공정이 이어진다. 시뻘건 금속 덩어리를 수천 t의 압력으로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방아 찧듯 다듬고 나면 특수합금이 완성된다. 열연·냉연 강판을 위주로 만들어 온 국내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위기를 맞자 스페셜티 철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아는 국내 철강사 중 유일하게 우주항공용 소재 시장에 진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고객사들이 러시아산 특수합금을 쓰지 않게 되자 그 틈을 타 2022년 8월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에 고객사를 두고 있다. 1650도에서도 견디는 이른바 ‘초내열합금’ 기술을 확보했으며, 현재는 1700도 이상에서도 버티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중 3%(431억 원)를 차지하는 특수합금 사업 비중을 2030년엔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저가 공세 중국에 신기술 고품질 스페셜티로 활로 찾는 철강사들 세아 외에도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각각의 스페셜티 철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익성과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최근 ―196도에서도 견디는 고망간강을 개발했다.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강도와 내구성을 높였다. 극저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소재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포스코는 HD현대중공업과 고망간강을 함정 선체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초고강도 강판에 집중하고 있다. 올 6월 당진제철소에서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용 3세대 강판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창원=최원영 기자 o0@donga.com}
취업 준비 중인 청년 10명 중 8명은 업무 경험이나 경력을 개발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구직 중인 20∼34세 미취업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내용의 취업준비 실태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7%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업무 경험 및 경력 개발 기회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일자리 정보 부족’(45.3%),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의 어려움’(30.8%)을 주요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직무 관련 경험이 취업의 핵심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채용 과정에서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74.6%가 ‘직무 관련 일 경험’이라고 답했다. 제일 도움이 되는 취업 준비 관련 제도로도 ‘인턴 또는 일 경험 프로그램’(42.8%)을 꼽았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이 청년에게 일 경험과 직무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재정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시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났다. 70.8%가 “정년 연장 시 취업하고 싶은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청년들은 구직할 회사를 선택할 때 임금 수준을 가장 우선 고려사항으로 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5%가 선택 기준으로 임금 수준을 꼽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근무 환경, 직무 적합성이 뒤이은 고려사항이었다. 다만 성별에 따라 기준은 조금씩 달랐다. 남성은 ‘임금 수준’(54.6%), 여성은 ‘근무 환경’(50.8%)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벤츠의 서브 브랜드인 마이바흐가 전용 멤버십을 올해 하반기 국내에 내놓는다. 미슐랭 셰프가 차린 식사, 회원 전용 골프 대회, 경매 기회 등 럭셔리한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공식 딜러인 HS효성더클래스는 메르데세스-마이바흐 멤버십 ‘마스테리아 클럽’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차량을 신규 출고한 고객, 기존 핵심 고객 등이 대상이다. 회원 등급은 3개로 구분된다. 회원들은 식사, 스포츠, 문화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미슐랭 셰프의 프라이빗 다이닝, 회원 전용 골프 대회, 프라이빗 경매 등이다. 콜센터, 리무진 버스 등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도 지원한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이 차세대 ‘DB12 S’를 출시했다. DB12 S는 기존 DB12를 기반으로 개발된 고성능 모델이다. 애스턴마틴은 기본 모델의 성능을 한층 높인 버전으로 구성된 이른바 ‘S’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1953년 DB3S 로드 레이서를 필두로 시작된 이 라인업에는 DBX S, 밴티지 S 등이 있다. 이번 DB12 S는 한층 강력해진 주행 성능과 정교한 반응 속도를 지녔다는 게 애스턴마틴의 설명이다. DB12 S는 운전자 중심의 주행을 제공하는 모델 DB12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번 DB12 S에서도 역시 브랜드의 명성을 잇는 주행 성능이 돋보인다. 4.0L의 V8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70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단 3.4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5km에 달한다. 변속 속도도 50% 단축시켰다. 가속페달 반응 또한 더욱 세밀해졌다. 차량 내 사운드 성능도 강화됐다. 옵션 중 하나인 티타늄 배기 시스템은 엔진 음량을 높이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했다. 무게는 11.7kg에 그친다. 외관은 스포츠카 특유의 모습이다. 앞 범퍼 하단에 붙는 얇은 돌출판인 ‘프런트 스플리터’가 두 겹으로 탑재돼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내부는 고급스러움이 돋보인다. 안전벨트, 헤드레스트 자수 등은 모두 S 라인업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이뤄졌다. DB12 S의 판매가는 미정이다. 쿠페, 볼란테 형태로 출시되며 고객 인도는 내년 1분기부터 시작된다. 애스턴마틴 관계자는 “정제된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강화해 섬세하게 엔지니어링된 모델”이라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엔트리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40의 2026년식 모델을 출시한다. 차량 출고는 이달 중순부터다. 신형 XC40은 최상위인 울트라 트림에서 기존 브라이트 테마 이외에 다크 외관 테마가 추가된 게 특징이다. XC40은 엔트리급임에도 볼보의 간판 라인업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 기술을 탑재했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기반으로 한 운전자 보조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방향 조절) 등 주행 보조 기능도 탑재됐다. 판매가는 5190만 원부터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의 무인기 전문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좁은 도심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무인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방산 전시회에서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단거리 이착륙(Short Take-Off and Landing·STOL) 무인기 ‘그레이 이글-STOL(GE-STOL)’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존 무인기는 1km 이상 활주로를 필요로 했지만, 이는 100m의 활주로만 확보해도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양 사의 설명이다. 덕분에 갑판이 짧은 함상, 야지, 도심, 해변 등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양 사는 GE-STOL 시연기 1대를 개발해 2027년 초도비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8년 구매국에 인도할 방침이다. 개발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랜딩기어·연료 계통 등을, 한화시스템이 항공전자장비와 임무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 생산 시설도 설립하기로 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3000억 원 등 총 7500억 원을 무인기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포스코퓨처엠이 해외 완성차 업체에 6710억 원 규모의 이차전지용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음극재 수출을 독점해 온 중국이 최근 흑연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외 공급망을 찾아 나선 영향을 받았다. 포스코퓨처엠은 해외의 한 완성차 업체와 2027∼2031년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계약 상대 기업은 경영상 비밀 유지 관계로 공개되지 않았다.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이번 수주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수혜를 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음극재 시장은 중국 기업 점유율이 80∼90%대에 달했다. 하지만 9일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조 흑연 음극재도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다음 달부터 이를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퓨처엠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 흑연 음극재 계약으로, 지난해 회사 매출액의 18.1%에 달하는 규모다. 포스코퓨처엠은 향후 협의를 통해 공급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이 전북 새만금에 짓는 흑연 가공 공장 건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제 지갑을 배불려 준 팔란티어를 생각하면 몇만 원짜리 굿즈 정도야….” ‘우상향 신화’ 미국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가 14일 오후 연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 앞 대기줄에서 만난 주주 박모 씨(29)는 들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카페 직원으로 일하는 박 씨는 반년 전 팔란티어 주식을 매수했다. 상승하는 주가에 이제 팔란티어의 팬이 된 박 씨는 출근일을 바꾸면서까지 현장을 찾았다.팔란티어는 올해 나스닥100지수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135%)을 찍으며 미국 시총 20위권에 단숨에 진입한 증시의 스타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제’를 구축해 주는 기업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을 고객으로 삼아 성장해 왔다.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기업이었던 팔란티어가 팝업스토어로 처음으로 ‘스킨십’에 나서면서 이날 현장에는 관심이 쏠렸다. 팔란티어가 14, 15일 단 이틀간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를 열자 방문객 중 대다수를 차지한 서학개미들은 ‘오픈런’ ‘웨이팅’을 감수했다. 40대 여성 주주 이모 씨는 “오픈 2시간 전에 왔는데도 이미 100m 줄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기 행렬 중엔 앨릭스 카프 CEO의 저서 ‘기술공화국 선언’을 들고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수백 m 줄을 이룬 인파는 한때 팝업스토어 앞 건물을 한 바퀴 돌고도 모자라 도로 일부를 지그재그로 에워싸기까지 했다.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당시 “당신 말고도 내 팬은 너무 많다”고 너스레를 떤 카프 CEO의 말이 진풍경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이 모습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사실상 주주총회”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카프 CEO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자 주주들은 열광했다. “카프! 카프! 포토 위드 미(함께 사진 찍어주세요)!” 주주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든 채 카프 CEO와 자신의 얼굴을 ‘셀카’로 함께 담으려 까치발을 세웠다. 팝업스토어에서 단연 인기인 굿즈는 카프 CEO가 방한 후 연일 쓰고 등장한 모자다. 전면에 팔란티어 로고만 박힌 간결한 디자인이다. 주주들은 “카프가 쓰는 모자라도 따라 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카프 CEO와 김영섭 KT 대표는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만나 팔란티어 플랫폼의 적용 성과와 확산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KT는 카프 CEO의 방한에 맞춰 ‘제2회 AX 리더 서밋(Leader Summit)’도 개최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한국은 실리콘밸리를 따라 하기보다는 한국만의 독특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앨릭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술 업계에 하는 조언이다. 팔란티어는 매출과 주가 모두 가장 빠르게 급등하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국내 서학개미들이 열광하는 기업인 팔란티어를 23년째 이끄는 그에게 한국의 AI 기술에 대해 묻자 K팝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위대한 기술 기업을 만드는 것과 음악 밴드를 만드는 건 다르지 않다”면서 “미국처럼 (음악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산업을 만들어낸 비영어권 국가는 한국뿐이니, 그 독특함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자 CEO13일 오후 카프 CEO를 만난 곳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팔란티어 팝업스토어 현장. 갖가지 디자인의 티셔츠와 모자, 에코백 등 팔란티어 로고를 박은 굿즈들이 한편에 전시돼 있었다. 팝업스토어는 14, 15일 일반에 공개된다.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팔란티어가 기업 대 소비자(B2C) 기업의 전유물로 꼽히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물론이고 한국 투자자들에게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카프 CEO는 “우리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을 사랑한다”고 애정을 표현했다.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제’를 구축해 주는 기업이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온톨로지(Ontology)’ 작업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부서 간 장벽을 없애고, 해결책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팔란티어는 올 2분기(4∼6월) 매출액 10억 달러(약 1조4300억 원)를 돌파하며 월가를 놀라게 했다. 미 국방부의 핵심 파트너이자 ‘AI 방위산업’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최근엔 민간에서의 확장 속도가 더 무섭다. 카프 CEO는 “(팔란티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면서 “매출은 스타트업처럼 성장하면서 높은 마진을 기록 중”이라고 강조했다.카프 CEO는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라고 불린다. 철학 박사 출신으로 지크문트 프로이트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동문인 창업자 피터 틸 이사회 의장과 2003년 팔란티어를 창업했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벤처 투자로 설립된 팔란티어의 대표 상품은 정부용 플랫폼 ‘고담(Gotham)’이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과 러시아군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의 선전, 대규모 금융 사기 적발까지 세계를 흔든 사건 뒤엔 고담이 있었다.최근 팔란티어의 성장을 이끄는 건 기업용 AI 플랫폼 ‘AIP’이다. 카프 CEO는 “팔란티어의 제품은 회사를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 기업들처럼 (이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하드웨어 기업들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서학개미에게 팔란티어는 우상향 신화와도 같은 존재다. 팔란티어는 올해 나스닥100 지수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135%)을 찍으며 미국 시총 20위권에 단숨에 진입했다.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기존의 ‘M7(매그니피센트7)’을 팔란티어 등을 포함한 ‘M10’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는 우리 자신뿐”기업이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도입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대신 그동안 불필요했던 업무나 인력이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기술 낙관론자인 카프 CEO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 진짜 노동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 말한다. “한국처럼 고도로 훈련된 직업 기술자들이 있는 곳에선 문제 되지 않을 거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무궁무진해서 해고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팔란티어는 기업용 AI 플랫폼 선두주자이지만 빅테크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카프 CEO는 “우리 자신과 경쟁할 뿐 실제로는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쟁자를 이기려 하기보다 자신을 점점 더 나아지게 하는 아시아적 관점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전용 디자인 센터를 열었다. 현지에 거점을 두고 북미 시장 고객의 취향을 겨냥한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제네시스는 10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엘 세군도에 브랜드 전용 디자인 센터 ‘제네시스 디자인 캘리포니아’를 열었다고 밝혔다. 연면적 7471㎡에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로 지어졌다. 건물 내부는 2층에서 1층 중앙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2층 가운데가 뚫린 형태로 설계됐다. 1층의 디자인 개발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취지다. 해당 센터에서는 제네시스의 차체부터 전시장, 사운드, 로고 등에 대한 각종 연구개발(R&D)이 이뤄진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번 센터는 제네시스가 북미 시장에 장기적으로 전념하고자 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차량 개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부터 색상·소재·마감 트렌드 연구도 진행된다. 제네시스는 이번 센터를 중심으로 각지의 자사 센터들이 협업하는 체계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제네시스 디자인 센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제네시스 디자인 스튜디오와 24시간 소통하는 식이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47% 축소하고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이른바 ‘탄소 관세’까지 부과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 관세에 이어 이 같은 EU발 충격타까지 더해지면서 철강업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 국내외 사면초가 철강업계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미 위기 상황이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 실적이 쪼그라든 데다 중국이 저가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며 한국 철강 수출액은 감소세를 보여 왔다. 2023년 철강 제품 수출액은 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지난해 수출액도 2023년 대비 5.4% 줄어든 333억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미국이 올해 관세를 50%까지 부과하며 철강 수출은 더 쪼그라든 상황이다. 문제는 최대 수출처인 EU에서도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7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를 1830만 t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엔 기존 25%에서 배로 높인 5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CBAM도 또 다른 리스크다. 이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품목에 일종의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할 때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아직 명확한 계산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선 기존의 EU 탄소배출권거래제 기준을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철강학계는 철강 수입 제품 t당 72∼83달러 수준의 CBAM 비용이 부과될 것으로 내다보는데, 국내 철강업계가 매년 부담할 비용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탄소 시장 전문 매체 카본 펄스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CBAM 시행으로 향후 10년간 총 22억 달러(약 3조 원)를 부담할 전망”이라고 지난해 보도한 바 있다.● 탄소 관세 불가피… 수출 구도 재편 시급 사실 EU는 CBAM을 2023년 5월 제정해 올해 12월까지 일종의 유예 기간을 뒀다. 상호관세와 달리 대비할 시간이 주어졌던 셈이다. 그러나 저탄소 방식을 선택할 경우, 생산 원가가 20∼40%가량 높아지다 보니 철강업계의 친환경 전환은 더디게 진행됐다. 철강업 특성상 앞으로도 생산 설비 등을 갑자기 교체할 수도 없는 만큼 최소 수년간은 CBAM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단 EU 수출에 대한 의존도부터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종 대형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등으로 철강 수요가 커지는 중동이 대체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포스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증설 사업에 강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출 포트폴리오를 확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만 EU에 뒤이은 수출처인 일본, 인도는 이미 저가 중국산 철강이 시장을 흔들어 놓은 상태라 신흥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설명했다.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매기는 제도. 올 12월까지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기만 하는 ‘전환 기간’으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부과된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가 80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뚫는 이 같은 흐름은 30, 40대가 주로 견인하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82만2081대다. 전년 동기 누적 등록 대수가 63만5847대에 그쳤던 것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0년 3월 10만 대를 넘긴 뒤 2023년 9월 50만 대를 돌파했다. 이어 2년도 채 되지 않아 80만 대를 넘긴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엔 100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자동차 통계 관련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에서 개인이 산 전기 승용차는 11만1218대로 전년 동기보다 70.5% 급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주요 내연기관차 구매층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30, 40대가 견인하고 있다. 올 1∼9월 전기 승용차 구매자 10명 중 6명이 3040 세대였다. 40대는 3만9018대를 사들여 전 세대 중 가장 많은 35.1%의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30대도 2만9561대를 구매해 26.6%를 나타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일반 전철을 타다가 GTX 등 고속 전철을 탄 것 같다.” 내연기관차 위주로 운전해온 기자가 기아 전기 세단 EV4를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시승해본 소감이다. 스포츠 모드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더 즉각적으로 나오는 모드다. 평소보다 연료소비효율은 낮아지지만 운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기회가 될 때마다 쓰는 모드다. EV4를 몰고 지난달 19, 20일 이틀간 서울과 충남 공주시 약 330km를 왕복했다.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감을 기반으로 ‘부드러운 질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는 ‘국내 여행족’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모델로 여겨진다. ● 스포츠모드서 주행 성능 진가 EV4는 신형 전기차답게 시속 60km 이하의 저속 주행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나아갔다. 성능의 진가는 고속 주행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설정한 뒤 시속 90km 이상으로 운전하자 일반 모드보다 가속페달이 1.5배는 더 잘 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인 시속 110km까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땐 공항철도, GTX 등 고속 전철의 승차감과 비슷했다. 차량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아스팔트 위를 쭉 나아갔다. 등받이 시트 안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 바짝 밀착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공주까지 가는 동안 휴게소를 들를 필요는 없었다. EV4는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가능거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EV4 롱레인지 모델은 81.4kWh 배터리로 1회 충전당 주행가능거리가 533km에 달한다. 330km에 걸친 1박 2일의 시승은 거뜬했다.● 차체 앞쪽 짧은 디자인이 매력 EV4가 질주를 원하는 운전자들에게만 적합한 건 아니다. 차체의 머리 격인 앞쪽(프런트 오버행)이 820mm로 세단치고 짧아 이른바 ‘차폭감’(다른 차체와의 폭을 인지하는 감각)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들에게도 운전 부담이 덜하다. 대표적인 세단인 기아 K5와 현대차 쏘나타의 프런트 오버행 길이는 각각 945mm, 950mm에 달한다. 이 독특한 설계 덕분에 EV4는 세단 특유의 올드한 이미지가 없다. 미래차 같은 디자인의 매력은 시승하는 동안 10대 학생들에게도 인정받았다. 공주의 한 기숙사 고등학교에 들러 잠시 주차했는데, 문제집을 든 학생 대여섯 명이 모여들어 차체를 한참 구경하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쓸모 있는 고급스러움이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폭 20cm가량의 센터 콘솔은 팔걸이, 거치대는 물론이고 간이 식탁 역할도 할 만큼 넓었다. 도시락을 두고 먹거나 노트북을 펼쳐 간단한 업무를 보기에도 충분하다. 콘솔 덕에 특히 조수석은 마치 항공기 비즈니스석 같은 모습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은 기본 편의 품목을 통해 피로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체가 심할 때엔 주행 보조 기능 덕을 봤다. 이 기능이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해주니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밟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도로 정체가 풀렸을 때에도 이 기능을 쓰면 차간 거리를 기계적으로 유지하고자 급감속, 급가속을 일삼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V4의 판매가는 4192만 원부터 시작한다. 전기차 보조금 등이 적용된 실제 구매 가격은 3400만 원대부터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