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368

추천

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5-06-15~2025-07-15
국제정치71%
칼럼23%
산업3%
미국/북미3%
  • “방에 남는 마지막 사람 돼달라” 2인자 향한 오바마의 충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The vice presidency is not worth a bucket of warm piss.”(부통령은 따뜻한 오줌 한 양동이만도 못한 자리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 존 낸스 가너 부통령이 한 말입니다. 옛날에는 따뜻한 오줌을 다양한 의학적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오줌만도 못한 신세라고 부통령의 비애를 토로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행정부 권력 서열 1, 2위입니다. 그런데 관계가 미묘합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부통령에 대한 대접이 박합니다. 헌법부터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술해 놓았으면서 부통령은 3개 조항이 전부입니다. 1조 3항에 상원 캐스팅보트 역할, 2조 1항에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2조 4항에 탄핵 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 있던 존 애덤스 부통령은 부인에게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The most insignificant Office that ever the Invention of Man contrived or his Imagination conceived.”(인간이 용케 발명해낸,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Veepstakes.”(부통령 도박판 선발대회) 별 볼 일 없는 부통령이 요즘 주목받는 자리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입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 ‘veepstakes’(비프스테이크)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 이름이 아닙니다. ‘veep’는 부통령을 말합니다. 부통령의 약자인 ‘vp’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의 ‘vip’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입니다. ‘stake’는 ‘sweepstake’(스위프스테이크)의 줄임말로 빗자루로 쓸어 담듯이(sweep) 도박에서 판돈(stake)을 승자 한 명이 모두 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개 막후에서 이뤄지는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해 화제입니다. 유세 때마다 부통령 후보 7, 8명을 몰고 다니며 뒤쪽에 세웁니다. 거명되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내가 부통령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충성 발언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종 승자는 다음 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합니다. TV 리얼리티쇼를 진행해본 경험 덕분인지 그 재미없는 부통령직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Oh, God, can you ever imagine what would happen to the country if Lyndon was president?”(세상에, 만약 린든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돼?) 대통령이 부통령을 뽑을 때 불문율이 있습니다. 절대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갈등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많습니다. 동부 엘리트 출신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텍사스 카우보이 출신의 린든 존슨 부통령이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싫어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자서전에 실린 케네디 대통령의 존슨 부통령에 대한 평가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사태, 피그만 침공 사건 등 굵직한 외교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존슨 부통령을 제외했습니다. 그 서운함 때문인지 존슨 부통령은 케네디 피살 직후 에어포스원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삐걱거린 것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관계입니다.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부통령이 권력 의지를 드러낼 때입니다. 닉슨 부통령의 대권 야심이 싫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지원 유세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해했습니다. 닉슨 부통령의 업적을 말해 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If you give me a week I might think of one.”(나에게 일주일을 주면 한 가지 생각해 낼지도 모르겠다)● “Please be the last man in the room.”(방에서 마지막 사람이 되어 달라) 반면 대통령과 부통령의 궁합이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월터 먼데일 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조지 부시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 바이든 부통령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환상의 조합입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경험이 풍부한 부통령의 조합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선택할 때 당부한 말입니다.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직언을 하는 것이 2인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 명언을 마음속에 새긴 바이든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man’을 ‘voice’로 바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똑같이 당부했습니다. ※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빌게이츠한테 쿠폰 써서 맥도널드 사준 워런버핏[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lthough I don’t care where I rank on the list of the world’s richest people, I do know that as I succeed in giving, I will drop down and eventually off the list altogether.”(부자 순위에서 몇 위인지 관심이 없지만, 지금처럼 계속 기부한다면 언젠가는 순위에서 아예 밀려날 것이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요트 2척을 팔기로 했습니다. 그냥 요트가 아닙니다. ‘슈퍼요트’입니다. 2척 합쳐서 시장에 10억 달러(1조 4000억 원)에 나왔습니다. 본선과 부속선으로 이뤄졌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본선은 길이가 100m가 넘고, 스파 헬스 시설, 커피 바, 벽난로, 도서관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해 요트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려왔습니다. 게이츠는 아직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상태의 새 요트를 팔기로 한 것입니다.요트를 파는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엄청난 운영 비용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부호 순위에서 지난해 7위에서 올해 9위로 떨어졌습니다. 1990년 16위 이후로 가장 낮은 순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환경 문제입니다. 아무리 수소 동력을 이용해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매년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발표하는 등 환경 문제에 앞장서온 게이츠는 위선자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빌 게이츠는 부자의 상징입니다. 그렇지만 ‘의식 있는 부자’로 통합니다. 카시오 시계 저가형 모델을 수십 년 동안 바꿔 차고 다닙니다. 요트는 동력 기계 수집이 취미인 그가 누리는 유일한 사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츠가 부(富)에 대해 한 말입니다. 언젠가 부자 순위에서 밀려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의미입니다. 돈이 너무 많아 아예 달관한 경지에 오른 듯합니다. 게이츠 같은 억만장자들의 돈 관리법을 알아봤습니다. You offered to pay, dug Into your pocket and pulled out … coupons!”(네가 사겠다고 하더니 호주머니를 뒤져서 꺼낸 것은 쿠폰!)1990년대 빌 게이츠가 절친인 워런 버핏과 홍콩에 갔던 일화입니다. 버핏이 점심을 사겠다고 합니다. 게이츠는 놀랐습니다. 버핏이 밥을 사는 적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게이츠를 데리고 간 곳은 맥도널드. 홍콩의 산해진미를 기대했던 게이츠는 실망했습니다. 아직 실망은 이릅니다. 버핏이 계산대 앞에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찾습니다. 꺼낸 것은 맥도널드 할인 쿠폰. 맥도널드에 데리고 가더니 할인 쿠폰까지 게이츠는 실망의 원투 펀치를 얻어맞은 심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dug’는 ‘dig’의 과거형으로 ‘파다’라는 뜻입니다. ‘dig into pocket’은 호주머니에서 뭔가 찾으려고 손을 넣고 더듬는 것입니다. 반대로 꺼내는 것은 ‘pull out of pocket’이 됩니다.게이츠는 평소 버핏을 “big spender”(통 큰 소비자)라고 부릅니다. 그의 구두쇠 정신을 비꼬는 것입니다. 버핏은 30년 된 폭스바겐 자동차를 지금도 몰고 다닙니다. 그의 명언 중의 명언입니다. “Don’t save what’s left after spending, but spend what is left after saving.”(쓰고 남은 돈은 저축하지 말고. 저축하고 남은 돈을 써라)We don’t give them everything.”(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설립자는 버핏 같은 구두쇠는 아닙니다. 게이츠가 팔려고 내놓은 요트 다음으로 비싼 요트를 가지고 있고, 실리콘밸리, 레이크타호, 하와이 등에 호화 주택을 10채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투자 목적이고, 그가 매일 입고 다니는 회색 티셔츠에서 볼 수 있듯이 겉치레를 싫어합니다. 2020년 크리스마스 때 그가 찾은 곳이 화제가 됐습니다. 저렴한 창고형 상점 코스트코에서 부인과 함께 TV를 쇼핑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잡혔습니다. 스테레오가 빵빵 터지는 최고급 TV 세트를 선호할 것 같지만 그가 둘러본 것은 의외로 평범한 LED TV였습니다. 이곳에서 쇼핑을 마친 뒤 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로스 드레스 포 레스(Ross Dress for Less). 백화점에서 넘어온 의류를 싸게 파는 곳입니다.부인 프리실라 첸과 이탈리아 로마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맥도널드 햄버거를 계단에서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Billionaire’s McHoneymoon’(억만장자의 맥도널드 신혼여행). 다음날 언론 기사 제목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부자가 된 뒤 그가 소유한 차는 3개로 모두 3만 달러 이하의 애큐라, 폭스바겐, 혼다의 중저가 모델들입니다.저커버그가 딸 2명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경제 관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자녀교육의 첫 번째 규칙입니다. 사달라는 대로 모든 것을 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터 데려가기. 부모가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사회에 공헌하는지 자녀에게 직접 보여준다고 합니다. 자녀 사진을 자주 페이스북에 올리는 그는 최근 두 살, 네 살 딸들이 식사 후 식기세척기로 설거지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parenting milestone unlocked’(육아 이정표 도달).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스스로 먹은 그릇을 치우도록 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시발점이라고 합니다.Wasting resources is a mortal sin.”(자원 낭비는 대역죄다)유럽에서 열린 ‘올해의 경영인’ 시상식장 입구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이케아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시상식에 못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리무진이 즐비한 가운데 버스를 타고 걸어온 평범한 옷차림의 캄프라드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기자들이 버스를 타고 온 이유를 묻자 “행사장까지 오는 버스가 있는데 굳이 리무진을 탈 필요가 있느냐”라고 답했습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캄프라드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위의 부자지만 언제나 입는 옷은 중고의류. 이케아 성공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내 옷 중에서 중고시장에서 사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은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일반 비행기, 그것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습니다. 수십 년 타고 다닌 볼보 자동차는 너무 오래돼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폐차했습니다. 한번은 언론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에 출장 갔을 때 이발료가 22유로(3만 원)라서 너무 비쌌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출장 중 이발료가 싼 나라에서 이발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I try to get my haircut when I’m in a developing country. Last time it was in Vietnam.”(개발도상국에서 갔을 때 이발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발한 것은 베트남이었다)캄프라드의 고향은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스몰란드. 이곳에서 이케아를 설립해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로 키웠습니다. 지금도 이케아는 스몰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한창 확장하던 무렵인 1976년 ‘어느 가구상의 증언’(The Testament of a Furniture Dealer)이라는 유명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실용적인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글의 원본은 이케아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캄프라드의 절약 인생을 상징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얼마나 낭비가 싫으면 그냥 ‘sin’이 아니라 ‘mortal sin’이라고 했습니다. 가톨릭 용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죄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화려한 삶을 사는 할리우드 셀럽. 궁상맞은 절약 정신으로 존경받는 셀럽도 있습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두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입니다. 어린 시절 “트레일러 파크 키드”(trailer park kid)라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트레일러 파크는 정식 주택을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간이 이동주택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트레일러 파크에 산다는 것은 낙오자라는 의미입니다.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트레일러 파크조차 쫓겨났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단돈 75달러를 들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했습니다. 모녀는 집이 없어 고물차에 짐을 가득 싣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스웽크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고난을 거쳐 성공했기 때문에 돈의 가치를 압니다. 아직도 중저가 의류 브랜드 ‘갭’에서 쇼핑을 합니다. 또 다른 절약방법은 쿠폰을 모으는 것입니다. 한국은 모바일 쿠폰을 많이 쓰지만, 미국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아직 종이 쿠폰이 대세입니다. 신문에 끼어오는 쿠폰 모음 전단에서 쿠폰을 오려 생활비를 절약하는 할머니를 ‘coupon lady’(쿠폰 레이디)라고 합니다. 스웽크는 자신을 ‘쿠폰 레이디’라고 말합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쿠폰을 모으는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When you open up the paper and see those coupons, it looks like dollar bills staring you in the face. It’s how I grew up,”(신문을 펼쳐 쿠폰을 보면 마치 달러 지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그게 내가 자란 방식이다)돈으로 계산하면 하찮은 쿠폰이지만 이를 통해 절약 습관을 배우고, 삶을 개척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솔직 당당한 고백은 감동을 줬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쿠폰 예찬론을 펼칩니다. “You’ve always had to fight for what you have. Nothing is going to be given to you.”(나는 언제나 가진 것을 위해 싸워왔다.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이 화제입니다. 다른 정상들과 함께 군인들의 공중낙하 시범을 관람한 뒤 방향감각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정상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군인들 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탓에 인지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군인들에게 인사하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프랑스 국빈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총기 소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하루 만에 G7 회의 참석을 위해 다시 유럽에 갔습니다. G7에서도 쉴 틈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과 연쇄 회담입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G7 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resident’s schedule is jam-packed.”(대통령의 일정은 꽉 차 있다)‘jam’(잼)은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빵에 발라먹는 잼이 있습니다. 미국 슈퍼마켓에 가면 제조 방식에 따라 잼의 종류가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elly’(젤리)는 실제 과일이 아닌 과일 주스로 만든 것입니다. ‘jam’은 과일로 만든 것입니다. ‘preserves’(프리저브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일 덩어리가 들어있는 잼을 말합니다. 잼은 원래 좁은 장소에 자꾸 밀어 넣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결국 먹는 잼도 그런 의미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혼잡을 뜻합니다. 교통 체증을 ‘traffic jam’이라고 합니다. “This photocopier is jammed.” 프린터에 종이가 자꾸 밀려 고장났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뮤지션들이 사전 리허설 없이 한곳에 모여 벌이는 즉흥 연주 세션을 ‘jam session’이라고 합니다. ‘pack’은 짐을 꾸린다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혼잡으로 포장할 정도로 일정이 꽉 차 있다는 의미입니다. 재미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이런 평이 나옵니다. “The film is jam-packed with spectacular action sequences.”(영화는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가득하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5월 10일 소개된 빌-멀린다 게이츠 전 부부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1년 이혼한 게이츠 부부가 얼마 전 딸 피비의 21세 생일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서로 엇갈린 시간에 참석해 마주치지는 않았습니다. 게이츠 부부는 뚜렷한 이혼 사유를 밝히지 않아 이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이들이 언론 인터뷰를 밝힌 가정사를 알아봤습니다. ▶2021년 5월 10일자빌-멀린다 게이츠 부부가 최근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활동해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이혼 소식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게이츠 부부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가정생활을 알아보겠습니다.Nobody leaves the kitchen until I leave the kitchen!”(내가 부엌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나가요)멀린다는 주부들이 수행하는 무임금 노동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점을 자주 비판해 왔습니다. 그녀의 경험담에 따르면 식사를 마치면 남편과 세 자녀는 치우지도 않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설거지는 당연히 주부의 몫이라는 겁니다. 어느 날 화가 난 멀린다가 남편과 자녀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게이츠 가족은 2명씩 설거지 당번을 정해서 부엌일을 거들었다고 합니다.If Bill Gates can drive his kid to school, so can you!”(빌 게이츠가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 빌 게이츠는 장녀가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직접 차로 데려다줬습니다. 자녀 데려다주기는 미국 부모들이 자주 하는 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 빌 게이츠가 하면 주목을 받습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다른 집 부인들은 집에 가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성장한 뒤 빌 게이츠는 “아이를 데려다주는 시간이 소중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자녀 고민도 들어주고, 함께 음악도 듣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My only hope would be if you took him home with you. Take both of them.”(내 유일한 희망은 당신이 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다. 아니 두 명 다) 멀린다 게이츠는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빈곤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인도 빈민가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두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매달리며 이렇게 애원했습니다. 자신의 품에서 굶어 죽게 하느니 차라리 떠나보내고 싶은 모정에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 지중해의 푸른 감성을 베트남에서 맛보다 … 여기가 바로 “라 돌체 비타” 탄성

    ‘Be Curious!’(호기심을 가져라)지난해 말 문을 연 긴 이름의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의 모토다. 소개 책자에도, 객실마다 비치된 커다란 밀짚모자에도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호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월돌프 아스토리아부터 더블트리까지 22개 브랜드를 보유한 힐튼이 베트남에 처음으로 선보인 큐리오 컬렉션(Curio Collection) 호텔이다. 한국에는 아직 큐리오 컬렉션이 없다. ‘curio’는 ‘진기한 물건’이라는 뜻이다.호텔의 어떤 점이 진기하다는 것일까. 큐리오 컬렉션은 힐튼의 보편적인 특징에 각 지역의 개성을 적절히 융합시킨 호텔에 붙이는 이름이다. 최근 기자단 투어로 방문한 라페스타 푸꾸옥은 베트남 호텔이지만 이탈리아 휴양지 감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텔 곳곳에 이탈리아 남부 해변의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다.그렇다고 지역적인 색채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통의상 아오자이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세심한 손길에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친절한 국가라는 베트남의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의 감성과 아시아의 멋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당신,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으로 떠나보자.○ 베트남과 유럽이 만나는 곳인천에서 5시간 반의 여정 후 라페스타 푸꾸옥에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가 맞아준다. 유달리 천장이 높다. 유리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호텔 전체가 밝고 활기찬 분위기다. 로비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기려는 투숙객들이 많다.룸은 197개가 있다. 스위트룸인 돌체비타 스위트(143㎡)에서부터 가장 많은 숫자의 발코니 오션뷰룸(31㎡)까지 13종류가 있다. 기자가 묶은 아말피 듀플렉스 오션뷰는 위층에 침실, 아래층에 거실이 있는 복층 구조다. 카프리 테라스 스위트는 발코니에 미니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객실 곳곳에서 이탈리아 테마와 로컬 특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다. 커튼과 벽면의 아치 디자인은 이탈리아 두오모(대성당)에서 유래했다. 에메랄드 색상으로 통일된 주요 집기들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목욕용품은 1963년 영화 ‘경멸’(Le Mepris)에서 영감을 얻은 이탈리아 브랜드 ‘19-69 카프리’ 제품이다. 컵과 그릇들은 도예가 발달한 푸꾸옥의 예술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복도에도 현지 미술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푸꾸옥의 명물은 선셋이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푸꾸옥 남부에서 유일하게 서쪽에 위치한 호텔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일몰이 시작되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룸 발코니에 나가면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는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매일 저녁 해변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쇼 ‘키스 오브 더 씨’와 불꽃놀이는 유료 공연이지만 룸에서 직관이 가능하다.○ 푸꾸옥 남부 유일한 ‘선셋 호텔’레스토랑 4곳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다. 기자단을 맞은 브렛 밀러 총괄 셰프는 “이곳에 오기 전 한국 하얏트 호텔 등에서 근무했다”라며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4곳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을 듣는다.마레는 지중해의 풍미를 담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전문이다.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하면 이탈리안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서빙해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머천트는 조식 장소인 동시에 국내외에서 공수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베트남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 살로네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각종 유럽 차(茶), 페이스트리를 맛보며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비 바다. 햄버거와 피자로 허기를 달랜 뒤 비치나 수영장으로 뛰어나가고 싶다면 젊은 취향의 라 카프리 비치클럽이 제격이다.전용 비치는 푸꾸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켐 비치(Khem Beach)에 조성돼 있다. 호텔 수영장은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인피니티풀 스타일로 바다에 면한 쪽이 절벽처럼 떨어지는 디자인이라 짜릿한 맛을 준다. 베트남은 개인 스파숍이 워낙 발달해 호텔 스파는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에포레아 스파는 외부 스파들에 비해 별로 가격대가 별로 높지 않은데도 미국에서 공수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숙련된 마사지사들과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 5개의 스파룸과 8대의 스파 베드, 개별 샤워룸을 갖추고 있다.호텔 관계자는 “바쁜 일상을 잊고 라페스타 푸꾸옥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삶)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걸어서 3∼5분 내에 즐길 거리 풍부”럭키 오우 총지배인이 말하는 라페스타 푸꾸옥 힐튼 호텔의 매력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 푸꾸옥은 5성급 호텔의 격전지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은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50%로 매우높은 호텔이다. 한국 고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호텔 측은 기자단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 기자단을 가장 먼저 초청했다. 럭키 오우 호텔 총지배인은 기자단을 인솔해 호텔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그는 라페스타 푸꾸옥 호텔만의 강점에 대해 인근에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푸꾸옥은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서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에 즐길 거리를 갖춘 것이 중요합니다. 도보 3∼5분 이내에 혼똠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투어, 상징적인 키스 브릿지, 키스 오브 더 씨 공연, 부이페스트 야시장 등이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서 지내는 정적인 투숙 경험을 하고 싶은 고객과 다양한 야외활동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킵니다.”이탈리아 테마는 힐튼의 베트남 파트너인 레저 대기업 선(Sun) 그룹의 영향이다. 선그룹 회장은 과거에 방문했던 이탈리아 아말피 지역에 깊은 감명을 받아 호텔과 인근 선셋타운을 이탈리아 감성으로 꾸몄다. 타운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뚝딱 만들어내는 베트남식 기업문화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어디를 가나 파스텔 톤의 유럽 남부 해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서 ‘사진빨’이 보장된다. 선셋타운 건물의 상당수는 아직 비어있다.오우 지배인은 “직항이 없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다수의 항공사가 인천-푸꾸옥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며 “쇼핑 등 편의시설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어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베트남 푸꾸옥=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 지중해의 푸른 감성을 베트남에서 맛보다… 여기가 바로 “라 돌체 비타∼”탄성

    ‘Be Curious!’(호기심을 가져라)지난해 말 문을 연 긴 이름의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의 모토다. 소개 책자에도, 객실마다 비치된 커다란 밀짚모자에도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호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월돌프 아스토리아부터 더블트리까지 22개 브랜드를 보유한 힐튼이 베트남에 처음으로 선보인 큐리오 컬렉션(Curio Collection) 호텔이다. 한국에는 아직 큐리오 컬렉션이 없다. ‘curio’는 ‘진기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호텔의 어떤 점이 진기하다는 것일까. 큐리오 컬렉션은 힐튼의 보편적인 특징에 각 지역의 개성을 적절히 융합시킨 호텔에 붙이는 이름이다. 최근 기자단 투어로 방문한 라페스타 푸꾸옥은 베트남 호텔이지만 이탈리아 휴양지 감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텔 곳곳에 이탈리아 남부 해변의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지역적인 색채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통의상 아오자이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세심한 손길에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친절한 국가라는 베트남의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의 감성과 아시아의 멋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당신,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으로 떠나보자.베트남과 유럽이 만나는 곳인천에서 5시간 반의 여정 후 라페스타 푸꾸옥에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가 맞아준다. 유달리 천장이 높다. 유리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호텔 전체가 밝고 활기찬 분위기다. 로비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기려는 투숙객들이 많다.룸은 197개가 있다. 스위트룸인 돌체비타 스위트(143㎡)에서부터 가장 많은 숫자의 발코니 오션뷰룸(31㎡)까지 13종류가 있다. 기자가 묶은 아말피 듀플렉스 오션뷰는 위층에 침실, 아래층에 거실이 있는 복층 구조다. 카프리 테라스 스위트는 발코니에 미니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객실 곳곳에서 이탈리아 테마와 로컬 특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다. 커튼과 벽면의 아치 디자인은 이탈리아 두오모(대성당)에서 유래했다. 에메랄드 색상으로 통일된 주요 집기들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목욕용품은 1963년 영화 ‘경멸’(Le Mepris)에서 영감을 얻은 이탈리아 브랜드 ‘19-69 카프리’ 제품이다. 컵과 그릇들은 도예가 발달한 푸꾸옥의 예술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복도에도 현지 미술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푸꾸옥의 명물은 선셋이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푸꾸옥 남부에서 유일하게 서쪽에 위치한 호텔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일몰이 시작되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룸 발코니에 나가면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는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매일 저녁 해변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쇼 ‘키스 오브 더 씨’와 불꽃놀이는 유료 공연이지만 룸에서 직관이 가능하다.푸꾸옥 남부 유일한 ‘선셋 호텔’레스토랑 4곳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다. 기자단을 맞은 브렛 밀러 총괄 셰프는 “이곳에 오기 전 한국 하얏트 호텔 등에서 근무했다”라며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4곳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을 듣는다.마레는 지중해의 풍미를 담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전문이다.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하면 이탈리안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서빙해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머천트는 조식 장소인 동시에 국내외에서 공수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베트남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 살로네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각종 유럽 차(茶), 페이스트리를 맛보며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비 바다. 햄버거와 피자로 허기를 달랜 뒤 비치나 수영장으로 뛰어나가고 싶다면 젊은 취향의 라 카프리 비치클럽이 제격이다.전용 비치는 푸꾸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켐 비치(Khem Beach)에 조성돼 있다. 호텔 수영장은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인피니티풀 스타일로 바다에 면한 쪽이 절벽처럼 떨어지는 디자인이라 짜릿한 맛을 준다. 베트남은 개인 스파숍이 워낙 발달해 호텔 스파는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에포레아 스파는 외부 스파들에 비해 별로 가격대가 별로 높지 않은데도 미국에서 공수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숙련된 마사지사들과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 5개의 스파룸과 8대의 스파 베드, 개별 샤워룸을 갖추고 있다.호텔 관계자는 “바쁜 일상을 잊고 라페스타 푸꾸옥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삶)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걸어서 3∼5분 내에 즐길 거리 풍부”럭키 오우 총지배인이 말하는 라페스타 푸꾸옥 힐튼 호텔의 매력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 푸꾸옥은 5성급 호텔의 격전지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은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50%로 가장 높은 호텔이다. 한국 고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호텔 측은 기자단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 기자단을 가장 먼저 초청했다. 럭키 오우(사진) 호텔 총지배인은 기자단을 인솔해 호텔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라페스타 푸꾸옥 호텔만의 강점에 대해 인근에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푸꾸옥은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서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에 즐길 거리를 갖춘 것이 중요합니다. 도보 3∼5분 이내에 혼똠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투어, 상징적인 키스 브릿지, 키스 오브 더 씨 공연, 부이페스트 야시장 등이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서 지내는 정적인 투숙 경험을 하고 싶은 고객과 다양한 야외활동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킵니다.”이탈리아 테마는 힐튼의 베트남 파트너인 레저 대기업 선(Sun) 그룹의 영향이다. 선그룹 회장은 과거에 방문했던 이탈리아 아말피 지역에 깊은 감명을받아 호텔과 인근 선셋타운을 이탈리아 감성으로 꾸몄다. 타운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뚝딱 만들어내는 베트남식 기업문화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어디를 가나 파스텔 톤의 유럽 남부 해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서 ‘사진빨’이 보장된다. 선셋타운 건물의 상당수는 아직 비어있다.오우 지배인은 “직항이 없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다수의 항공사가 인천-푸꾸옥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며 “쇼핑 등 편의시설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어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베트남 푸꾸옥=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라페스타 푸꾸옥 호텔 사진제공}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메라 뒤에선 수시로 열불내는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Old Yeller.”(늙은 고함쟁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원래는 널리 알려진 동화 제목입니다. 주워온 늙은 개가 어린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더니 나중에는 위험에서 구한다는 스토리입니다. ‘yeller’는 ‘yellow’(노란색)의 사투리로, 한국 버전으로 하면 ‘누렁이’가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별명은 물론 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늙은 나이에 고함을 지르며 화를 잘 내서 생긴 별명입니다. ‘yeller’(옐러)는 ‘yell’(고함치다)을 의인화한 명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는 농담을 섞어가며 여유롭게 얘기하는 ‘애버리지 조’(Average Joe)이지만 사람들이 안 보는 데서는 자주 분노를 폭발시키는 ‘앵그리 조’(Angry Joe)가 됩니다. 일명 ‘두 얼굴의 조.’ 5개월 후가 대선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sick fuck’(역겨운 놈), ‘fucking asshole’(개자식) 등 강한 욕도 서슴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쿨한 성격이기를 바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마음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감정이 아닌 이성에 지배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대통령은 화를 낼 일도 많은 자리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최근 한국 대통령의 격노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들의 분노 조절법을 알아봤습니다.Get your act together, Reggie. Help me do my job.”(레지, 정신 차려. 내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성격 좋은 사람은 별로 화를 내는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자주 화를 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욕을 왕창 퍼붓기보다 상처가 될만한 뾰족한 말을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인권에 관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회의 중에 인권에 관해 길게 말하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단칼에 자른 일화는 유명합니다. “Yes, Samantha, we know. We’ve all read your book.”(알아요, 사만사. 우리 모두 당신 책 읽었거든)분노를 그 자리에서 폭발시키지 않고 삭이는 것을 ‘cooling off’(냉각)이라고 합니다. 개인비서였던 레지 러브 보좌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쿨링오프를 잘 활용하는 지도자였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를 앞두고 러브 보좌관은 중요한 토론 원고가 든 가방을 분실했습니다. 한바탕 질책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가방을 다른 곳에 두고 왔다고?”라고 되물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러브 보좌관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고, 자신에게는 화를 다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러브 보좌관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silence felt worse than being reprimanded.”(침묵이 혼나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다행히 토론회가 시작하기 전 가방을 찾았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러브 보좌관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해고를 각오한 러브 보좌관에게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자는 담백한 충고를 건넸습니다. ‘get your act together’(너의 행동을 함께 갖춰라)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충고 멘트 1호입니다. ‘정신 차려라’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의미로 ‘pull yourself together’(너 자신을 함께 당겨라)도 많이 씁니다. 이건 좀 더 훈계의 강도가 높습니다.Never waste a minute thinking about people you don’t like.”(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느라 단 1분도 허비하지 말라)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어릴 적부터 욱하는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열 살 핼러윈 때 그의 형들은 사탕을 얻는 ‘트릭 오어 트릿’ 놀이를 하러 나갔지만 아이젠하워는 나갈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너무 어리다고 못 나가게 한 것입니다. 마당에 뛰쳐나가 사과나무를 주먹으로 계속 내리쳤습니다. 나중에는 손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그에게 회초리 벌을 내렸습니다. 방에서 울고 있는 그에게 어머니가 조용히 찾아와 성경 잠언 구절을 들려줬습니다. 화를 다스리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다는 내용입니다. “He that conquereth his own soul is greater than he who taketh a city.”(자신의 영혼을 정복하는 자가 영토를 얻는 자보다 위대하다) 어머니는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며 좀 더 쉽게 설명했습니다. “Hating is a futile thing. The person who has incurred your displeasure probably doesn’t care, possibly doesn’t even know, and the only person injured is yourself”(미움은 헛된 일이란다. 네가 미워하는 사람은 네가 미워한다는 것에 관심도 없고, 아마 알지도 못할 거야. 너만 상처를 입을 뿐이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나중에 자서전에서 “그날 밤 어머니가 들려준 교훈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좌우명입니다. ‘waste time’이라고 해도 되지만 단 1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waste a minute’이라고 했습니다.이 좌우명을 바탕으로 ‘분노의 서랍’(anger drawer)을 지니고 살았습니다.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고 잠그는 것입니다, 분노의 서랍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기자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유럽에서 싸우는 동안 미국에 있는 기자들은 전장을 보지도 못하면서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총사령관의 잘못으로 돌리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숨 한 번 쉬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정 안 되면 기자의 이름을 적어 분노의 서랍에 넣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서랍을 비우는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연말 행사였습니다. I’m really ticked off about this.”(지금 이 상황에 대해 정말 열 받았어)화를 잘 내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격노가 취미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크게 화를 낸 사건은 2020년 대선 한 달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선거 부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을 때입니다. 선거 부정을 계속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을 당장 백악관으로 불렀습니다. 바 장관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먹고 있던 케첩을 듬뿍 바른 햄버거를 벽에 내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tick’(틱)은 ‘시계가 째깍거리다’라는 뜻입니다. 또한 ‘박스에 체크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check the box’라고 해도 되고 ‘tick the box’라고 해도 됩니다. ‘tick off’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자격 미달 군인 이름 옆에 체크를 하는데 하도 그 숫자가 많아서 담당자가 열을 받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화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무례한 발언에 기분이 상했다면 “His rude comments ticked me off”라고 합니다. 또는 수동형으로 “I was ticked off by his rude comments”라고 합니다. 조금 더 친한 사이라면 ‘piss off’라고 해도 됩니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사임하더니 최근 다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오락가락 횡보하고 있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인들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분노 조절 능력 때문입니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조지 미드 장군은 게티스버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남군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의 도주를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친 링컨 대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미드 장군을 소환하지도 질책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며칠을 보낸 뒤 미드 장군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 내용은 예의를 갖췄고 공손하기까지 했습니다. ‘리 장군을 체포했다면’이라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편지를 완성한 뒤였습니다. 그는 편지 겉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To Gen. Meade, never sent, or signed.”(미드 장군에게, 보내지도 않고 서명도 안 했다)‘sent’ ‘signed’는 과거분사 형태의 수동형입니다. 편지가 직행한 곳은 ‘Not Signed, Not Sent’(미서명, 미발송)이라고 적힌 서류철이었습니다. 서류철에는 이미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대면이 아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발송하지 않는 다중의 안전장치를 택한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발송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져 있고, 분노의 표적이 되는 대상은 변명에 급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미드 장군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링컨 대통령은 얼마 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구절이 담긴 미국 최고의 연설 게티스버그 연설을 탄생시켰습니다.링컨 대통령은 이후 미드 장군에게 리 장군을 놓친 문제를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미드 장군은 계속 북군을 지휘했고, 2년 뒤 전쟁은 북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쿨한 리더십은 이후 대통령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화 잘 내기로 유명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벽에 링컨 초상화를 걸어놓고 중대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How would Lincoln solve this problem?”(링컨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오늘날까지도 효과적인 분노 조절법으로 심리학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편지의 시대가 아니므로 e메일로 대체됐습니다.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e메일을 씁니다. e메일을 자신에게 발송합니다. 30분 후 e메일을 읽어봅니다. 분노 상태에 내린 결정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국에서 전·현직 퍼스트레이디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스케줄이 화제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날아간 지 하루도 안 돼 다시 미국에 오더니 하루 만에 다시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질 여사가 바쁘게 미국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프랑스에 머물렀습니다. 질 여사가 73세의 여성으로 쉽지 않은 대서양 횡단 강행군을 벌인 것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총기 소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것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키웠기 때문에 친아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대선 시즌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가족은 한 명이라도 더 법정에 나와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CNN은 아들 재판에 출근 도장을 찍는 질 여사에 대해 말했습니다.The first lady was on hand for the proceedings for three days earlier this week.”(퍼스트레이디는 이번 주 초 사흘 동안 재판에 참석했다)‘hand’는 ‘손’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중’ ‘일꾼’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농장 등에 고용된 임시직 일꾼을 ‘hired hand’라고 합니다. ‘on’은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on hand’는 ‘도와주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고객의 구매를 돕는 전문가를 대기시켜놓은 상점이 많습니다. 그런 상점의 홍보 문구입니다. “Our shop has experts on hand to help you choose the right products.”(우리 상점에는 당신이 옳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전문가들이 대기 중입니다). ‘on hand’의 앞뒤를 바꿔 ‘hands-on’으로도 많이 씁니다. 자녀 양육에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적극 참여하는 엄마를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She is a hands-on mom.”(그녀는 열성 엄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0월 7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 관한 내용입니다. 원래 화 잘 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하원 탄핵 조사가 시작되자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표적 수사를 시도했다는 스캔들입니다.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지켰습니다. ▶2019년 10월 7일자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조사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뚜껑이 열릴 지경입니다. 한 언론은 그를 “다친 맹수”에 비유했습니다. 다친 맹수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적들을 향한 독설과 막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Sadly, he choked!”(슬프게도 그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독설이 퍼붓는 대상은 같은 공화당 소속의 밋 롬니 전 대선 후보 겸 상원의원입니다. 롬니 의원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비난하자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반격했습니다. “헤이 밋, 이렇게 나를 비난하는 것만큼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당당히 맞서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슬프게도 숨도 못 쉬었잖아.” ‘choke’(쵸크)는 ‘질식하다 ’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격에 꼼짝도 못 했다는 것입니다.Pompous ass.”(거들먹거리는 멍청이)롬니 의원을 향한 또 다른 독설입니다. 롬니 의원이 겉으로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지만, 과거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지지 선언을 부탁했고, 국무장관을 시켜 달라고 애원한 적도 있다고 까발렸습니다. ‘pompous’(펌퍼스)는 ‘젠체한다.’라는 뜻입니다.That guy couldn’t carry Mike Pompeo’s blank strap.”(그 사람은 마이크 폼페이오의 보호대를 찰 위인이 못 된다)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대상이 롬니 의원이면 민주당에서는 탄핵 조사를 이끄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입니다. ‘that guy’는 시프 위원장을 말합니다. ‘blank strap’은 ‘jock strap’(작스트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성이 경기할 때 착용하는 국부보호대입니다. ‘jock’이 속어와 비슷해서 ‘블랭크(괄호) 스트랩’이라고 자기검열을 한 것입니다. 시프 위원장은 남성미 넘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9
    • 좋아요
    • 코멘트
  • 춤추고 노래하는 ‘잡기에 능한’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f this doesn’t clear the house, I don’t know what will.”(만약 이것이 사람들을 도망치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럴지 모르겠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기타 공연이 화제입니다. 600억 달러(83조 원)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수도 키이우의 한 라이브 바에서 현지 밴드의 연주를 관람하다가 무대 위에 올라 기타를 잡았습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닐 영의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음악외교 행사에서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곡 ‘후치 푸치맨’(Hoochie Coochie Man)을 기타 연주로 불렀습니다. 쑥스러운지 연주 전에 한 말입니다. ‘clean’(클린)과 ‘clear’(클리어)는 알파벳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clean’은 깨끗하게 ’닦다’인 반면 ‘clear’는 깨끗하게 ‘치우다’입니다. ‘clear’는 치워서 빈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모두 행사장에서 도망갈 것이라는 자폭 개그입니다.엄살을 부렸지만 실은 엄청난 록 음악 애호가입니다, X 프로필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husband, dad, (very) amateur guitarist, and the 71st Secretary of the State’(남편, 아빠, 매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71번째 국무장관). 기타 연주자라는 사실이 미국 외교 수장보다 앞에 나옵니다. 아버지가 유명 투자사를 세운 부잣집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법대 등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블링컨 장관은 어릴 적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고 합니다. 에릭 클랩턴의 광팬으로 직접 작곡해 부른 노래 3곡이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올라있습니다. 부캐 연예인답게 예명도 있습니다. ‘ABlinken’(에이블링컨). Anthony Blinken의 줄임말인데 ‘에이브(에이브러햄) 링컨’과 발음이 같아 화제입니다.블링컨 장관의 기타 연주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 이런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Holy Shit!’(대박!). 좋은 충격을 받았을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미국 정치인 중에는 블링컨 장관처럼 흔히 ‘잡기(雜技)’라고 부르는 업무 외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딱딱하고 근엄한 정치인의 뜻밖의 재주를 알게 됐을 때 왠지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미국 대통령의 잡기를 알아봤습니다. Dancing is so agreeable and innocent an amusement.”(춤은 매우 유쾌하고 정직한 오락이다)미국에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라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 ‘DWTS’라는 약자로 통합니다. 만약 DWTS에서 우승할만한 초절정 댄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을 꼽으라면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입니다. 미국의 건국 대통령이 춤을 잘 춘다고 하면 왠지 제비족(?)스럽지만 그의 취미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상류층 남성의 에티켓이었습니다. 수많은 노예를 거느린 부농 가문 출신인 그는 10대 때 이복형을 따라다니며 댄스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밝힌 댄스 철학입니다. so+형용사+단수 명사가 나오는 형태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구식 영어입니다. 미국은 남녀가 파트너가 돼서 정해진 스텝에 따라 춤을 추는 무도회 댄스(ballroom dance) 전통이 강합니다. 독립전쟁 때 워싱턴 장군은 낮에는 영국군을 격파하느라 바빴지만, 저녁에는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바빴습니다. 여성들은 젊고 잘생긴 전쟁 영웅 워싱턴 장군과 짝을 이뤄 춤추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당시 한 상류층 여성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 장군이 무도회에 입장하면 여성들은 그의 춤 신청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번은 부관 너새니얼 그린 장군의 부인과 짝을 이뤄 3시간 반 동안 춤을 춰 상류사회의 스캔들이 되기도 했습니다. 졸지에 부인을 상관의 댄스 파트너로 뺏긴 그린 장군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His Excellency and Mrs. Greene danced upwards of three hours without once sitting down.”(각하와 그린 부인은 자리에 한 번 앉지도 않고 3시간 이상 춤을 추더라)What do you mean bringing a ringer into the game?”(저런 고수를 게임에 데려와 어쩌자는 거야)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문가 뺨치는 포커 플레이어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이 도박꾼이라는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포커는 철저히 수학적 논리에 근거한 승률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포커에 접근할 때 도박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젠하워가 포커에 입문한 것은 8세 때였습니다. 가난한 캔자스 농촌 출신인 그는 산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산에서 밥 데이비스라는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데이비스는 어린 아이젠하워의 승부사 기질을 알아보고 매일 모닥불 앞에서 포커의 규칙을 가르쳐 줬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날 때까지 10년 넘게 데이비스로부터 포커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포커의 기술이 아니라 냉철하게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데이비스를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웨스트포인트에서도 포커 기술은 빛을 발했습니다. 휴일에 친구들이 댄스파티에 가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는 포커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포커 게임으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한번은 동료들의 포커 게임에 인원이 모자라 땜빵 선수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판을 휩쓸자 당황한 동료들은 그를 데려온 친구에게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ringer’(링어)는 게임에 불법적으로 참가한 선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고수’라는 뜻입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메릴랜드 미드 기지에 배치됐을 때 자신만큼 포커를 잘하는 동료 군인을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대전차군단을 지휘한 조지 패튼 장군입니다. 둘은 매일 밤을 새우며 포커를 치고 탱크 전략을 세웠습니다. 가난한 아이젠하워와 명문가 출신의 패튼은 포커 스타일도 달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차분한 방어형이었다면 패튼은 치열한 공격형이었습니다. 패튼 장군의 전차부대 구호가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There is only attack and attack.”(공격 또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어느 날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던 군인 한 명이 큰돈을 잃게 됐습니다. 그가 잃은 돈을 다시 딸 수 있도록 져주기 게임을 한 판 한 뒤 아이젠하워는 영원히 포커에서 손을 뗐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으로서 도박성을 띤 포커를 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브리지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브리지 게임에서도 언제나 승자였습니다. 마닐라에 파견됐을 때 그의 브리지 상대는 마누엘 케손 필리핀 초대 대통령. 케손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의 브리지 실력에 감탄해 이런 별명을 붙였습니다. ‘Bridge Wizard of Manila.’(마닐라의 브리지 마법사)You don’t play as well as I sing. But I don’t sing as well as you govern.”(내 노래 만큼 당신의 연주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당신의 통치만큼 내 노래는 뛰어나지 않다)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클라리넷, 아코디언 등 5종류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뤘습니다. 어머니의 열성 교육열 덕분입니다. 닉슨이 12세 때 어머니는 인디애나폴리스 컨서버토리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여동생에게 그를 보내 음악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재즈, 컨트리 뮤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연주했습니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음악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196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TV 토크쇼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것이 계기로 극적으로 정치에 컴백했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백악관 주지사 만찬에 초청된 재즈 여가수 펄 베일리의 피아노 반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베일리는 만담식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럴드 포드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aughed so much I cried”(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이 자리에서 베일리가 닉슨 대통령을 위로한 말입니다. 국정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입니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숨지 않고 평상시처럼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계기로 닉슨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탄핵이 아닌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습니다. 명언의 품격미국에서 인기 높은 크로스워드 퍼즐(cross-word puzzle)은 ‘grid’(격자판)라고 불리는 바둑판 도형에 가로 세로로 낱말을 맞춰가는 게임입니다. 처음 크로스워드 퍼즐이 생겨난 것은 1913년 ‘뉴욕 월드’라는 신문이었습니다. 간단한 낱말 게임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방 팬들이 늘었습니다. 1920∼30년대 신문들은 앞다퉈 크로스워드 퍼즐을 도입했습니다. 유일하게 거부한 것이 뉴욕타임스입니다. 낱말 맞히기는 독자의 값싼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전쟁이 뉴욕타임스의 고집을 꺾었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두 달 후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 너를 시작했습니다. 전쟁 중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오락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아서 헤이즈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최고의 퍼즐 전문가를 초빙해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를 꾸미도록 했습니다. 오늘날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150여 개 언론매체에 신디케이션 계약으로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이 매일 게재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스도쿠, 워들 등 다른 형태의 낱말 게임도 선보이지만 크로스워드 퍼즐이 원탑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만큼 크로스워드 퍼즐도 어렵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뉴욕타임스 측은 어린아이도 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초보자 수준은 풀기 힘듭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을 척척 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퍼즐을 푸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로 외교 협상을 하면서 손으로는 퍼즐을 푸는 장면이 수차례 목격됐습니다.그의 크로스워드 퍼즐 실력은 불우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습니다. 양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아버지가 출근한 뒤 신문에서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처음에 지역 신문 퍼즐을 풀다가 나중에 뉴욕타임스 퍼즐로 옮겨갔습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나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2007년, 2017년 퍼즐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말하는 퍼즐 잘 푸는 비결입니다.You start with what you know the answer to and you just build on it.”(정답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쌓아가면 된다)퍼즐을 꼭 1번부터, 왼쪽 위부터 풀 필요는 없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는 것, 익숙한 것에서 출발해 조금씩 낯선 세계로 전진하면 됩니다. ‘build’(설계하다)라는 단어를 쓴 이유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평범한 진리를 크로스워드 퍼즐뿐 아니라 국정 운영, 더 나아가 삶의 원칙으로 지키며 살았다고 합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할리우드 톱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18세 딸 샤일로가 아빠 성을 지워달라는 개명 신청서를 냈습니다. 원래 성 ‘졸리 피트’에서 ‘피트’를 빼달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개명 신청은 카운티 법원에 접수하면 됩니다. 샤일로는 피트-졸리의 여섯 자녀 중 넷째이자 입양이 아닌 출산 첫 자녀입니다. 부모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외모가 출중한 샤일로는 어릴 적부터 연예계 스타 감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피트는 샤일로의 개명 신청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졸리가 자신과 자녀들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라고 했습니다. 샤일로는 현재 댄스 전문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화려한 춤 동작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을 본 피트의 반응입니다.I don’t know where she got it from. I’m Mr. Two-Left-Feet here.”(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스터 몸치인데 말이야)‘two left feet’는 두 개의 왼발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오른발, 왼발이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왼발이 두 개라면 정상이 아니므로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몸치라는 뜻입니다. 1700년대 발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생긴 단어입니다. 처음에는 몸치의 정반대인 날렵한 움직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발레 무용수들은 왼발로 리드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왼발이 두 개라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다는 증거입니다. 이후 발레보다 자유로운 동작을 구사하는 현대 댄스들이 유행하면서 왼발 두 개는 둔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비슷한 뜻으로 ‘stiff’(뻣뻣한), ‘clumsy’(서투른) 등이 있습니다. 피트는 자신 같은 몸치 아빠 밑에서 샤일로처럼 춤꾼 딸이 태어난 것이 신기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선거 영합 정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 공약과 아부성 발언을 남발합니다. 이런 정치 관행을 ‘pandering’(팬더링)이라고 합니다 ‘대중 영합’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시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2020년 9월 21일자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인데요.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내가 이 사람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최근 플로리다 대선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라틴 댄스곡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능청을 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음악적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 노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플로리다는 중남미계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서 아부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글거린다”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라는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by acclamation’(어클래메이션)은 구두 투표입니다. 말로 해도 될 정도로 만장일치 상황을 말합니다.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매운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에게 잘 보이려는 발언이냐”라고 묻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힐러리 후보의 소스 취향을 살펴보면 진짜 오래전부터 핫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그러나 흑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개발론자에서 환경 보호론자로 급변신한 것입니다.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일간지 올랜도 센티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과 결부시켜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2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정미경]보내지도 않을 편지 쓰며 격노 참은 링컨 대통령

    ‘격노’라는 단어가 화제다. ‘격노’ ‘분노’ ‘진노’ 등 노(怒)자 들어가는 단어들의 차이점을 주변에 물어봤다. 확실한 차이는 몰라도 격노가 가장 화난 상태 같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격(激) 때문이다. 현명한 리더는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안다 과연 격노할 문제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격상 오히려 차분한 설득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일반인도 격노하면 무서운데 대통령이 격노했으니 상대방의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화 잘 내는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격노가 취미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크게 화를 낸 사건은 2020년 대선 한 달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선거 부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말했을 때였다. 선거 부정을 계속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 케첩을 듬뿍 바른 햄버거를 먹고 있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벽에 내던졌다. 케첩이 벽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백악관 직원들은 “화산이 폭발하는 줄 알았다”(volcanic), “기차가 탈선한 것 같았다”(off the rails)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 장관은 2주 뒤 물러났고,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에서 ‘비판자’로 변신했다. 어려운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대통령은 화를 낼 일도 많은 자리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이다. 미국인들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분노 조절 능력 때문이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조지 미드 장군은 게티즈버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남군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의 도주를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친 링컨 대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미드 장군을 소환하지도 질책하지도 않았다. 일단 며칠을 보낸 뒤 미드 장군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예의를 갖췄고 공손하기까지 했다. ‘리 장군을 체포했다면’이라는 소망을 적었다. 편지는 사실 헛수고였다. 완성된 후 책상 한쪽의 서류철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Not Signed, Not Sent’(서명하지 않고 보내지 않은 편지함)라고 적힌 서류철에는 이미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대면이 아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발송하지 않는 다중의 안전장치를 택한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냉각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미국인들은 ‘쿨링오프’라고 부른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분노의 표적이 되는 대상은 변명에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미드 장군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링컨 대통령은 얼마 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구절이 담긴 미국 최고의 연설 게티즈버그 연설을 탄생시켰다.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분노의 서랍’ 지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는 ‘분노의 서랍’(anger drawer)이 있었다. 화나게 만든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책상 마지막 서랍에 넣고 잠근 뒤 깨끗하게 잊는 것이다. 전임자였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만큼 섹시하지는 않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책상 위에도 팻말이 놓여 있었다. ‘Gently in Manner, Strong in Deed’(태도는 부드럽게, 행동은 단호하게).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책임졌던 그는 부하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으로 돌아와 ‘햄버거 패대기 사건’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당신이 흘린 케첩은 당신이 닦으시오.” 격노의 뒷수습은 상대방도 아닌, 국민도 아닌, 당사자의 몫이라는 것이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거부권 남발했는데, 그 대통령은 왜 인기있었을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strongly opposes this political ploy.”(이런 정치 공작에 강력히 반대한다)최근 한국에서 대통령 거부권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정치 문화가 크게 달라서 거부권 이슈를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야당의 권력이 커질수록 거부권 문제가 부각된다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출범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입니다. 2022년 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이 장악하고부터입니다. 공화당은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많이 만들어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1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8년 동안 각각 12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 동안 10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숫자입니다.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바이든 행정부과 공화당 사이에서 불꽃 튀는 여론전이 벌어집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단골 멘트입니다. ‘ploy’는 ‘술책’ ‘공작’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술수라는 뜻입니다. 요즘 한국 정치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거부권 역사를 알아봤습니다.To give Congress the middle finger.”(의회를 엿 먹이려고)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전통이 있습니다. 20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가필드는 무시무시하게 덩치가 큰 반려견을 키웠습니다. 뉴파운드랜드종으로 몸무게가 50kg에 육박하고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였습니다.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통령 가족보다 개를 보러 더 많은 구경꾼이 몰려들 정도였습니다.외모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개의 이름. ‘거부권’이라는 뜻의 ‘비토’(veto)였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비토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러더퍼드 헤이즈 전임 대통령이 박력 있게 의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한 유명 정치학자는 이런 이름을 붙인 가필드 대통령의 속마음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욕 대용으로 쓰는 ‘give the middle finger’(셋째 손가락을 주다)는 ‘엿 먹이다’라는 뜻입니다. ‘middle’을 생략해도 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개집에 처박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가필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might not sign all of the bills Congress passed”(의회를 통과한 모든 법률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비토’는 가필드 대통령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마구간을 엉망으로 만든 말을 제압하고, 불이 났을 때 요란하게 짖어서 주인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이 정도면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니라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가필드 대통령은 ‘비토’의 이름에 걸맞은 거부권 한 번 행사해보지도 못하고 취임 6개월 만에 암살된 비운의 대통령입니다. If he approve he shall sign it, but if not he shall return it.”(만약 대통령이 승인하면 서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돌려보낸다)견공 ‘비토’ 사례는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 거부권의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제도로 삼권 분립만큼 미국 정치의 근간이 되는 원칙입니다. 헌법 1조 7항입니다. ‘veto’ 대신 ‘return’(의회로 돌려보내다)이라는 단어로 거부의 의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헌법은 많은 수정을 거쳤지만, 거부권 조항은 처음 헌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었습니다. 건국 때부터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예견하고, 권력 균형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거부권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The Framers of the Constitution gave the President the power to veto acts of Congress to prevent the legislative branch from becoming too powerful.”(헌법 입안자들은 입법부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의 행위에 대한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초기 대통령들은 조심스럽게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의회와의 갈등을 원치 않았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8년 임기 동안 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대 존 애덤스,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거부권은 팽창기에 늘어났습니다. 국력 팽창과 함께 대통령의 권력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 서부 개척시대, 1900년대 초중반 미국이 국제무대의 최강자가 되면서 거부권이 많아졌다가 지금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The hard lessons learned by the tragic Watergate experience must result in some positive achievement.”(비극적인 워터게이트 경험으로부터 배운 힘든 교훈은 긍정적인 성과로 귀결돼야 한다)미국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은 국민 누구나 연방 정부 기록을 청구 열람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1966년 제정된 FOIA는 원래 정보 공개 범위가 넓지 않고, 공개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폭풍으로 FOIA법의 정보 공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FOIA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나중에 기밀 해제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도널드 럼스펠드 백악관 비서실장, 딕 체니 비서실 차창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대통령을 설득했습니다. 재역전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의회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하원에서 371 대 31, 다음날 상원에서 65 대 27의 압도적인 표 차로 다시 통과됐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가 된 것입니다. 거부권 기각(overriding veto)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 중에서 7%만이 성공했을 정도로 어려운 절차입니다. 기각 표결을 주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절대적인 국민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 거부권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명언의 품격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대통령의 롤모델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635회입니다. 1년에 60회꼴로 거부권을 행사하느라 바빴습니다. ‘veto president’(거부권 대통령). 아예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루즈벨트는 거부권 행사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전통을 세운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대공황 막바지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대우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돕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인 보너스 법안’(Soldiers’ Bonus Bill)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단순히 거부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1935년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연설 마지막 구절입니다. I believe the welfare of the Nation, as well as the future welfare of the veterans, wholly justifies my disapproval of this measure.”(나는 국가의 안녕과 참전용사들의 미래 복지가 이 법안에 대한 나의 거부를 정당화해줄 것으로 믿는다)정부가 참전용사들에게 이미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고, 보조금 지급이 경기부양 효과가 없다는 점을 정부 예산을 거론해가며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의회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의원과 일반 청중들은 42분 동안 초집중을 하고 대통령 연설을 경청했습니다. 명연설 많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꼽은 “가장 힘든 연설”이었습니다. 대통령은 법안에서 자신의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혔습니다. 이듬해 의회는 이를 반영한 수정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고, 이번에는 대통령이 서명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 최고 미인대회인 ‘미스 USA’ 우승자들이 잇따라 왕관을 반납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미스 USA, 미스 틴 USA 우승자가 모두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24세의 미스 USA는 정신 건강을, 17세의 미스 틴 USA는 대회 주최사와 개인적인 가치관이 맞지 않지 않는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주최사인 미스 USA 조직위원회는 그동안 미숙한 운영, 성희롱 등의 논란이 일었으나 우승자가 사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CNN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Shock Miss USA resignations are just the tip of the iceberg, insiders say.”(놀라운 미스 USA 사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내부자들은 말한다)‘iceberg’(아이스버그)는 바다에 떠다니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 빙산을 말합니다. ‘tip’(팁)은 조그만 끝 부분을 말합니다. ‘tip of the iceberg’는 빙산의 끝부분을 말합니다. 우리 눈에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닷속에 엄청난 얼음 덩어리가 잠겨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뜻입니다. ‘tip’은 ‘조금’ ‘작은’이라는 의미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보답으로 놓는 봉사료 ‘팁’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advice’가 중대한 충고라면 ‘tip’은 간단한 조언입니다. ‘tip’은 활용도가 높습니다. 할 말이 딱 생각나지 않고 혀끝을 맴돌 때 ‘on the tip of tongue’(혀끝에 있다)이라고 합니다. 눈앞의 것에 매몰돼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것을 ‘can’t see past the tip of nose’(코끝을 지난 지점을 보지 못하다)라고 합니다. ‘tip’을 동사로 쓰면 ‘한쪽으로 기울이다’라는 뜻입니다. ‘tip the scales’는 ‘저울, 즉 상황을 기울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in favor of’(그쪽으로) 또는 ‘against’(반대쪽으로)가 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8일 게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회의 모습입니다. 요즘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 회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각료회의는 사실 지루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혼자 발언을 독점하며 이리저리 주제를 옮겨 다니며 얘기하는 통에 듣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짜릿한 맛이 있었습니다.▶2019년 1월 8일자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첫 각료회의를 열었습니다. 95분 내내 혼자 열변을 토했습니다. 아니 횡설수설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얘기한 주제가 24개라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75∼80%는 왜곡, 과장, 거짓 통계 인용 등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AP통신은 ‘fact-busting’(사실 때려잡기)이라는 단어로 요약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장관들에게 말할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나홀로 발언을 이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bizarre’(기괴한)라고 했습니다. 긴 발언 동안 배워둘 만한 영어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As long as it takes. I’m prepared.”(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다. 나는 각오하고 있다)지금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중입니다.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정치권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각료회의 시작 전 “셧다운이 얼마나 길어질 것으로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이 두 문장은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배짱을 부릴 때 씁니다.We’re given no credit for it.”(아무도 우리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북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자랑하면서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이라고 장관들을 약 올립니다. 이어 “김정은과 나는 세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섭섭한 표정을 짓습니다. ‘credit’(크레딧)은 ‘신용’ ‘융자’라는 뜻의 금융 용어이지만 일상대화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give credit for’는 ‘인정하다’ ‘평가하다’라는 뜻입니다.Better looking than Tom Cruise.”(톰 크루즈보다 잘 생겼더라)얘기의 방향을 확확 바꾸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입니다. 이란 핵문제 얘기 중에 갑자기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합니다. “국방부에서 장성들과 이란 문제에 대해 회의를 했는데 장성들이 너무 잘생겼더라. 톰 크루즈보다 더”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트위터에서 톰 크루즈 팬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Leave Tom Cruise Alone.”(톰 크루즈 가만 놔둬)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05
    • 좋아요
    • 코멘트
  • 텍사스만 가면 새벽마다 전기톱 들고 사라지던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t’s good to be home.”(집에 오니 좋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집에 자주 가는 대통령입니다. 집권 3년(1095일) 동안 254일을 델라웨어 윌밍턴에 있는 집에서 보냈습니다. 5일의 하루꼴입니다. 주로 금요일 오후에 가서 월요일 아침 백악관에 복귀합니다. 하도 집에 자주 가서 “일은 언제 하느냐”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집에서 일한다”라고 반박합니다. 기밀서류를 집에서 늘어놓고 일하다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델라웨어 집은 가족의 역사가 담긴 곳입니다. 둘째 아들 헌터에게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도록 눈물로 호소한 곳입니다. 대선 출마를 고심할 때 손주들이 “출마해! 출마해!”라고 기합을 불어넣어 준 곳입니다, 부통령 시절 첫째 아들 보의 항암 치료비를 대느라 팔 생각을 한 집입니다. 그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Don’t do that. I’ll give you the money. I have it. You can pay me back whenever.”(그러지 마세요. 내가 빌려주겠습니다. 나 돈 있습니다. 언제든 갚으면 됩니다)올해 대선 선거본부도 아예 델라웨어 집 근처에 차렸습니다. 최근 이곳에 들러 운동원들을 격려했습니다. 멀리 떠나 있던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하는 말입니다. 미국에는 집에 관련된 격언이 많습니다. ‘Home is where the heart is’(집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 세상에 집 같은 곳은 없다) 등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델라웨어 집은 휴식의 공간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손주들과 저녁을 먹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휴식처를 알아봤습니다.If it wasn’t heaven itself, it probably has the same ZIP code.”(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아마 우편번호가 같을 것이다)대부분의 대통령은 워싱턴과 가까운 동부에 별장을 둡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서쪽 끝 캘리포니아에 휴가지를 뒀습니다. 이름도 멋진 ‘Rancho del Cielo’(하늘의 목장). 미국에서 가장 절경인 태평양 연안 국도 1번(US Route 101)을 타면 갈 수 있습니다. ‘하늘’이라는 이름 때문에 광활한 느낌이 들지만 688에이커(80만 평)로 미국 기준에서 별로 넓지 않습니다. 197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때 샀습니다. 원래 딸 친구의 부모가 소유한 별장이었습니다.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자 상심한 부모는 목장을 팔기로 했습니다. 이를 사들인 레이건 주지사가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붙인 이름입니다. 목장 수리 비용이 없던 그는 전주인이 쓰던 샤워기도 그대로 쓰고 마구간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이번 결혼기념일에도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목장에서 보낼 것이나”라고 기자들이 묻자 레이건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얼마나 좋으면 천국에 비유했을까요. ‘같은 우편번호’는 천국이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근처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ZIP code’(집 코드)는 ‘Zone Improvement Plan’(구역개선계획)의 약자입니다. 현재와 같은 5자리 숫자의 우편번호 체계가 생긴 것은 6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편량이 급증하자 1963년 미 우정국은 전국을 3만8000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구역에 5자리 우편번호를 부여했습니다. 현재는 더욱 늘어나 4만 개가 넘습니다. 미국인들은 살고 싶은 동네를 암호처럼 우편번호로 말합니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베벌리힐스는 ‘90210’입니다. ‘90210’가 아직도 최고의 우편번호일까요. 아닙니다. 6위로 떨어졌습니다. 1위는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모여 사는 샌머테이오 카운티 애서턴이라는 곳으로 ‘94027’입니다.레이건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외국 정상들을 목장에 초청해 회담을 열었습니다. 1983년 영국 여왕이 방문했을 때 일 년 내내 화창한 캘리포니아 날씨가 심술을 부려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진흙탕 산길을 뚫고 겨우 목장에 도착한 여왕은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United Kingdom had exported many of our traditions to the United States, I had not realized before that weather was one of them.”(영국은 미국에 많은 전통을 수출했다. 날씨도 그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몰랐네)The amazing thing about this job is, the job seems to follow you around.”(이 자리의 재미있는 점은 일이 항상 당신을 따라다닌다는 점이다)‘Texas Chainsaw Massacre’(텍사스 전기톱 학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살인마가 전기톱으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별명이 섬뜩하게 ‘전기톱 조지’(Chainsaw George)입니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전기톱을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입니다. 부시 가문은 원래 동부 금융 명문가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텍사스에 진출해 석유사업을 벌였습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덕분에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고, 텍사스 레인저스 프로야구팀을 소유했습니다. 대통령에 출마하기 직전 텍사스 레인저스를 팔고 그 돈으로 크로퍼드 목장을 130만 달러에 샀습니다. 190만 평으로 용인 에버랜드의 여섯 배 크기입니다. 휴가지에서 여유롭게 쉬는 대통령도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아닙니다. 아침 5시에 눈을 떠서 어두워질 때까지 고된 육체노동을 했습니다. 취임 첫해 9·11 테러를 겪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수많은 젊은이를 보낸 대통령으로서 한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목장에서 하는 일은 잡목 제거. 섭씨 40도가 넘는 텍사스 뙤약볕 아래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하니까 보좌관, 장관, 수행 기자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여자라서 간신히 피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부시 대통령은 고된 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the job’은 직업으로서 대통령을 말합니다. 백악관에 있건, 휴가지에 있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손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부지런한 리더라는 자부심이 배어있습니다. 텍사스 카우보이답게 전기톱을 다루는 위험한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휴가 중 사진이 찍히는 것을 싫어했지만 전기톱을 들고 있는 사진은 예외였습니다. 전기톱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합니다. ‘스트롱맨’의 시초는 부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I decided to resign rather than face impeachment.”(탄핵을 당하느니 물러나겠다)에어포스원을 ‘flying White House’(하늘 위의 백악관)라고 합니다. ‘flying’이 있다면 ‘floating’(물 위)도 있었습니다. 1880년부터 1977년까지 100년 동안 대통령 전용 선박이 있었습니다. ‘돌핀호’ ‘실프호’ ‘메이플라워호’ ‘포토맥호’ ‘윌리엄스버그호’ ‘허니핏츠호’ ‘시쿼이어호’ 등 시대별로 있었습니다. 근검절약으로 유명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사치스럽다”라는 이유로 취임하자마자 없앴습니다. 해군 선박을 개조한 것이라서 앞에 ‘USS’(United States Ship)가 붙습니다. 가장 역사가 긴 배는 50년 동안 9명의 대통령이 거쳐 간 시쿼이어호(USS Sequoia)입니다. 에어포스원이 업무용이라면 대통령 선박은 휴식용입니다. 생각을 정리할 때, 밀담을 나눌 때, 파티를 열 때 자주 이용됐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백악관이 아닌 시쿼이어호로 불러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의논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기 전 마지막 생일 파티를 연 곳입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이 죽은 뒤 이곳에서 홀로 슬픔을 달랬습니다.가장 애용한 사람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입니다. 중국 방문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듬해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포토맥강에 띄워놓은 시쿼이어호로 초대해 만찬을 열고 데탕트(화해)에 합의했습니다. 닉슨 외교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워터게이트 스캔들 속에서 다시 시쿼이어호를 찾았습니다. 부인 딸과 함께 갔습니다. 불도 켜지 않은 선실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며 많은 고민을 한 그가 부인과 딸에게 처음 건넨 말입니다. 탄핵과 사퇴라는 최악의 선택지에서 사퇴를 택해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5일 뒤 사임을 발표했습니다.명언의 품격잘 생기고, 연설 잘하고, 부자에 똑똑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거기에 옷까지 잘 입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패션은 양복이 아니라 휴가복입니다. 폴로셔츠 상의, 흰색 바지, 원색 양말, 흰색 운동화, 검은색 레이번 선글라스입니다. ‘낸터킷 패션’이라고 합니다. 매사추세츠 케이프커드 낸터킷(Nantucket)에 있는 케네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낼 때 입었던 의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미국 대통령들은 각각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세일링(sailing), 요트 타기입니다. “케네디는 대통령, 상원의원, 하원의원, 해군 영웅, 하버드 졸업생 이전에 선원(sailor)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부자 아버지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백만장자였던 그는 생전에 10대 이상 요트를 소유했습니다. 19세 때 처음 요트 대회에 출전해 승리했습니다. 1962년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서 열린 국제 요트 대회 아메리칸 컵에 참석했습니다. 재임 기간이 길지 않은 그가 유일하게 참석했던 스포츠 행사입니다. 축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When we go back to the sea, whether it is to sail or to watch it we are going back from whence we came.”(요트를 타든 구경을 하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케네디 대통령의 개인적인 열정이 가장 묻어나는 연설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Go Back to the Sea Speech’(바다로 돌아가자 연설)로 불립니다. 인간이 바다에 끌리는 것은 자연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생물학 지식도 동원했습니다. “It is an interesting biological fact that all of us have, in our veins the exact same percentage of salt in our blood that exists in the ocean.”(재미있는 생물학적 사실은 우리의 핏속에 바다와 똑같은 비율의 소금기가 있다는 것이다)케네디 대통령은 이듬해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댈러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나중에 호텔 청소부는 그의 방을 치우다가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라이스 호텔’이라고 박힌 메모지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그린 요트 스케치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바다로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죽음을 예감한 건지도 모릅니다. 요트 그림은 보스턴에 있는 케네디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연이은 벌금 폭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침체 때문에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과 세계 곳곳에 노른자위 땅을 다수 보유한 부동산 재벌이지만 부동산은 빨리 현금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If Trump has to start selling these assets, he’ll likely be handing someone a fire-sale deal.”(만약 트럼프가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폭탄세일을 안겨주는 것이다)‘fire’는 ‘불’, ‘sale’은 ‘판매’입니다. ‘fire sale’은 ‘불티나게 팔린다’라는 뜻일까요. 그게 아니라 ‘왕창 싸게 판다’라는 뜻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이 산업화하면서 대형 건물에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상점들이 생겨났습니다. 부실한 건물 관리 때문에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불에 타거나 그을린 물건을 싸게 판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폐업 직전의 상점 창문에 ‘fire sale’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에 탄, 즉 하자가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요즘 상인들은 ‘hot sale’을 선호합니다. ‘인기 만점 세일’이라는 뜻입니다. ‘hand’를 동사로 쓸 때는 ‘넘겨주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16일 소개된 휴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휴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휴가 후 일상 복귀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휴가에서 돌아온 뒤 우울해지는 증상을 겪습니다. ‘post-vacation blues’(휴가 후 우울감)라고 합니다. 우울감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2019년 9월 16일자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 업무로 복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허무함? 기대감? 여러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적지 않은 우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일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미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꿀꿀한 기분 퇴치법을 알아봤습니다.It’s time to get back to the grind.”(이제 일터로 돌아갈 시간입니다)연휴 마지막 날 TV 뉴스 앵커의 마무리 멘트입니다. ‘일터’는 ‘work’ ‘job’ 대신에 ‘grind’(그라인드)라고 했습니다. 원래 ‘갈다’라는 뜻입니다. 직장은 힘든 곳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든 모두 갈아버린다는 것입니다. 흔히 미국의 직장 문화를 ‘grind culture’(가는 문화)라고 합니다.What goes up, must come down.”(올라가는 것은 꼭 내려온다) 아이작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입니다. 물리 법칙일 뿐 아니라 세상의 이치도 이렇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습니다. 한 유명 심리학자는 연휴 뒤 우울감을 이 격언에 비유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각한 병리학적 우울증과 다르다는 것입니다.Count your blessings.”(당신이 누리는 것에 감사하라)요즘 세상에 직장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휴가 뒤 우울감을 호소하면 엄살로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직역하면 ‘네가 가진 축복을 세어 봐라”’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하나씩 세어보라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29
    • 좋아요
    • 코멘트
  • “공포탄이 아니잖아!” 여학생은 절규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Rioting is not protesting. Looting is not protesting. Setting fires is not protesting. None of this is protesting.”(폭동은 시위가 아니다. 약탈은 시위가 아니다. 방화는 시위가 아니다. 이런 모든 것은 시위가 아니다)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가 거세게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130여 개 대학 시위로 2500여 명의 학생이 체포됐습니다. 시위 하면 한국입니다. 시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 구별법입니다. 시위의 의미가 포함된 영어 단어로는 ‘protest’(프로테스트), ‘demonstration’(데먼스트레이션), ‘rally’(랠리), ‘march’(마치), ‘riot’(라이엇) 등이 있습니다.가장 흔히 쓰는 단어는 ‘protest’입니다. ‘시위’보다 ‘반대’ ‘저항’에 가깝습니다. ‘protest’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demonstration’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데모’라고 했던 단어입니다. 만약 시위 현장을 묘사하고 싶다면 ‘demonstration’을 쓰고, 학생 시위, 노동자 시위 등을 말하고 싶다면 ‘protest’를 씁니다. ‘demonstration’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rally’는 연사의 연설을 듣거나 콘서트 등의 형태입니다. ‘march’는 행진하는 형태입니다. ‘riot’은 시위가 목적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돌변했을 때, 폭동을 말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하는 폭동, 약탈, 방화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평화 시위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에 20대 시절을 보냈지만, 시위 참가 전력은 없습니다. “I’m not big on flak jackets and tie-dyed shirts. That’s not me.”(나는 방탄복과 염색 셔츠에 관심이 없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방탄복(flak jacket)과 염색 셔츠(tie-dyed shirt)는 반전 시위를 상징하는 패션입니다. 미국은 노동자 파업 시위는 별로 없는 반면 학생 시위는 활발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진로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학생 시위를 알아봤습니다.Jim Crow rides the American eagle.”(짐 크로우가 미국 독수리에 올라타다)학생 시위의 시초는 1943년 흑인 대학 하워드대 학생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입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습니다. 백인과 흑인 군인이 해외 전장에서 힘을 합쳐 싸우는 마당에 국내에서 차별받는 것을 부당하다는 것이 흑인 학생들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워드대 법대생 3명이 워싱턴 시내의 백인 전용 음식점 ‘톰슨스’에 들어갔습니다. 착석을 거부당하자 카운터 좌석에 앉았습니다. 가방에서 잡지, 연필, 시집 등을 꺼냈습니다. 장기전에 들어간다는 신호였습니다. 이어 흑인 학생들이 계속 입장했습니다. 나중에는 카페에 흑인 학생 200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주문을 받지 않고 4시간 동안 버티던 주인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주문을 받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시위 방식을 장소 내부에 앉아 벌인다고 해서 싯인(sit-in) 시위라고 합니다. 정부 보조금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하워드대 측이 학생들에게 시위를 그만둘 것을 종용하면서 톰슨스는 다시 흑백 분리로 돌아갔지만, 흑인이 백인 음식점을 이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구호입니다. ‘crow rides eagle’은 유명한 속담입니다. ‘까마귀가 독수리 위에 탄다’라는 뜻입니다. 약자는 강자를 이용해 생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속담을 살짝 비틀어 ‘crow’ 앞에 ‘Jim’, ‘eagle’ 앞에 ‘American’을 붙였습니다. 짐 크로우는 19세기 연극에 등장하는 흑인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 흑인 차별 관습을 말합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미국, 즉 백인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이 시위가 모델이 돼서 1955년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1960년 그린즈버러 4인조 등 흑인 민권운동이 막이 올랐습니다.They didn’t have blank!”(공포탄이 아니야)가장 광범위한 학생 시위는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대 운동입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평화적인 시위에 주력했습니다. 세미나, 강연, 교육을 통한 베트남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티치인’(teach-in) 시위라고 합니다. 교실, 세미나실 등에서 가르친다는 의미입니다. 1970년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졌습니다. 베트남전 철수를 공약으로 당선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공약을 깨고 오히려 인접한 중립국 캄보디아를 공격한 것입니다. 확전의 의미였습니다.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하이오 켄트주립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켄트 시장은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습니다. 3000여 명의 시위대와 이틀 동안 대치하던 군대는 학생들이 돌을 던지며 대항하자 실탄을 발포했습니다. 학생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Kent State Massacre’(켄트주립대 학살), ‘May 8 Massacre’(5·8 학살) 등으로 불립니다.29명의 군인이 가담한 13초간의 짧은 총격전에서 61∼67발의 총탄이 발사됐습니다.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발포를 유발한 상황이 어땠는지 등은 지금까지 논란거리입니다. 총격 발생 직후 현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정적을 뚫고 메리 앤 베키오라는 여학생이 시신 앞에서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학생 시위가 반전을 넘어 반정부, 반체제 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blank’(비어있는)는 공포탄을 말합니다. ‘fire blanks’ ‘shoot blanks’는 ‘공포탄을 발사한다’라는 뜻입니다. 이로부터 두 달 뒤 미국은 캄보디아에서 철수했습니다. Boycott, Divestment, Sanctions.”(보이콧, 투자회수, 제재)베트남전 운동을 계기로 학생 시위는 달라졌습니다. 과격 시위 전략을 버리고 대학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체적인 로비기구를 만들었습니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국제적인 문제로 주목받자 뉴욕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운용되는 학교기금이 남아공에 투자하는 기업들로부터 손을 떼도록 요구한 것입니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가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흑인 목사 제시 잭슨 등이 학생 지지 의사를 밝히자 결정을 바꾸었습니다. 2년 안에 총 9억 달러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남아공 투자분 3900만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컬럼비아대는 남아공 투자를 회수한 첫 아이비리그 대학이 됐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는 30억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경제에 치중하는 남아공 시위 방식을 ‘BDS’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Boycott’(보이콧)은 해당국이 주최하는 문화, 스포츠, 학술 행사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Divestment’는 투자 회수입니다. ‘Sanction’은 남아공과 거래를 끊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 한편 유엔,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기구에 회원국 자격 박탈 청원을 넣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켄트주립대 총격 사건 뒤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는 사상 최대 인파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링컨기념관 앞 시위에서 여자친구 제니와 재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뉴욕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월가에 있는 연방홀에 집결했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선서를 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노동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anti-anti-war protests’(반반전 시위)로 불립니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전쟁의 실상도 모르면서 길거리로 나온 것을 배부른 투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슬로건입니다.America, love it or leave it.”(미국을 사랑하던지 그냥 놔둬라)‘leave’는 뒤에 나오는 대상을 ‘남겨두다,’ 즉 ‘떠나다’라는 뜻입니다. ‘live’(살다)와 발음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leave’는 ‘리’를 길게 끌고, ‘live’는 짧게 끊습니다. 물건을 흥정할 때 용어 ‘take it or leave it’에서 유래했습니다. 상인이 최후의 가격을 제시한 뒤 그 가격에 가져가든지(take it) 그냥 놓고 가든지(leave it) 택하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에게 미국을 사랑하든지 조용히 놓아두든지 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맞불 시위자는 대부분 힘든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쓰고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안전모를 ‘hard hat’(하드햇)이라고 합니다. ‘딱딱한 모자’라는 뜻입니다. 이 시위를 ‘hard hat riot’(안전모 폭동)이라고 합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노동자 시위대를 환영했습니다. 백악관에 초대했습니다. 시위대는 닉슨 대통령에게 안전모를 선물했습니다. 안전모는 지금도 닉슨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은 나중에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에까지 올랐습니다. 애국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노동자 지지층의 유래를 따져보면 안전모 시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영화 ‘폴 가이’(한국명 스턴트맨)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 미국에서 4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2800만 달러에 머물렀습니다. 해외 시장 반응도 신통치 않습니다.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폴 가이’에 이어 개봉을 기다리는 흥행 대작도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 ‘바벤하이머’로 통하는 ‘바비’와 ‘오펜하이머’ 콤비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폴 가이’의 흥행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주인공이 40대 중년이라 10대 블록버스터 관객들과 나이대가 맞지 않습니다. 영화 배경이 할리우드라는 점도 불리합니다. ‘폴 가이’는 ’fall guy,’ 즉 떨어지는 남자, 스턴트맨을 말합니다. 스턴트맨의 세계를 통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 Fall Guy is about how the sausages are made.”(영화 ‘폴 가이’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sausage’는 ‘소시지’입니다. ‘how the sausage is made’는 ‘어떻게 소시지가 만들어지는지’라는 뜻입니다. 고기를 이겨 길게 소시지로 만드는 과정은 별로 유쾌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근사한 겉모습과 달리 불쾌하고 지저분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how the sausage gets made’라고 합니다. 할리우드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겉은 근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관객들은 ‘라라랜드’처럼 할리우드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는 좋아하지만 ‘폴 가이’처럼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에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1일 소개된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난입한 것은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미국에게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의회 관계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2021년 2월 1일자의회 난입 사태는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남겼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이 그렇게 쉽게 폭도들에게 점령당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최근 미 의회에서는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We need additional boots on the ground.”(우리는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청문회에 출석한 요가난다 피트먼 의회 경찰국장 대행의 말입니다. 신속하게 연방경찰과 주방위군 등에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boots on the ground’는 직역하면 ‘지상의 군화’입니다. ‘지상군’ ‘육군’ ‘파병 병력’ 등을 가리킵니다. It was only by pure dumb luck more weren’t killed.”(더 많은 인명 손실이 없었던 것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사태로 시위대에서 4명, 경찰에서 2명이 사망했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dumb luck’은 ‘바보 같은 행운’을 말합니다. 그냥 ‘luck’보다 좀 더 어처구니없는 행운을 말합니다. ‘blind luck’(눈이 먼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more’ 다음에 ‘people’이 생략된 것입니다. We need to get to the bottom of this.”(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에 온도 차가 있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은 시위대를 마구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get to the bottom of’는 ‘바닥까지 가다’라는 뜻입니다. 한국 정치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말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22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정미경]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에 없는 3가지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 9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이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신조는 이렇습니다. “정책과 정치에 관한 큰 질문에 답을 얻으려면 밖에서 안을 봐야 한다.” 백악관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은 화려하지만 먹을 게 없는 밥상 같다는 명언입니다.‘얼빠진 아이디어’에서 빅 이벤트로 진화 우드워드 기자니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그는 정책과 정치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가 인터뷰하자고 하면 대통령들은 대환영입니다. 언론에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 기자에게는 수십 시간을 내주며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미국은 정치에 관심 많은 나라가 아니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은 예외입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빅 이벤트입니다. 대화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기자회견 하는 대통령과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국민이 “사랑을 나눈다”라고 비유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기자회견이 미드, 리얼리티 예능 시청률을 누르는 것은 예사입니다. 생방송 기자회견 전통을 세운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처음에 기자들은 반대했습니다. 대통령이 말실수라도 하면 국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명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라후프 이후로 가장 얼빠진 아이디어다.” 케네디 행정부는 기자들에게 ‘3무(無)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무각본(unscripted)’, ‘무검열(unscreened)’, ‘무할당(unallotted)’. 각본 없이 진행하고 기자의 질문을 검열하지 않으며 주제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 속에서 1961년 1월 25일 열린 첫 기자회견은 이보다 닷새 전에 열린 케네디 취임 연설만큼이나 미국인들의 기억에 깊게 새겨진 날입니다. 37분 동안 32개의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핵무기 감축, 쿠바 수교, 우주 개척에서부터 정부 예산, 무료 급식, 지역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같은 주제의 질문이 연달아 나온 적은 없습니다. 대신 기자들은 여러 주제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까 다룬 주제라도 부족하다면 나중에 각도를 바꿔 다시 물었습니다. 성공적인 기자회견은 4대 능력에 좌우됩니다. ‘팩트 장악력’ ‘빠른 정리력’ ‘매끄러운 전달력’ ‘한 꼬집 유머력’. 케네디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갖춘 리더입니다. 하지만 타고난 명연설가라고 자만하지 않고, 언제나 브리핑북을 끼고 다니며 열공하고 스피치라이터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질의응답이 오갔지만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은 이유입니다. 재임 동안 총 64번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6일에 한 번꼴입니다. 그만큼 케네디 정부는 투명하게 운영됐다는 증거입니다.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기자회견의 달인들 이후 대통령들도 3무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각본이 없으니 예기치 않은 드라마가 자주 펼쳐집니다. ‘거침없는(feisty)’, ‘열띤(heated)’은 한국에서는 실종됐지만,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며 준비 덜 된 질문을 던진 기자를 혼낸 사례는 유명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가 잦다는 약점이 있지만 강점도 있습니다. 권위적이지 않고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출 줄 압니다. ‘애버리지 조’(평범한 조)의 기자회견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통령도 한 번 만나보고 싶어하는 ‘슈퍼 셀럽’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Every time I’ve gone and visited a prison, I’ve met some of the smartest individuals with the brightest ideas”(교도소를 방문할 때마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진 똑똑한 수감자들을 만난다)최근 한 여성이 백악관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혁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재한 토론회에서 이 여성은 사법제도가 과잉 형량과 사회 복귀 지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두꺼운 화장과 긴 머리로 연예인 아우라를 내뿜은 이 여성. TV 리얼리티쇼 주인공이자 속옷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입니다. 몇 년 전 약물 소지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감형 판결을 받도록 도와준 것을 계기로 사법개혁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합니다. 백악관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여러 번 백악관을 방문해 연설도 했습니다.‘FFBF.’ ‘Famous For Being Famous’(유명한 것으로 유명한)의 약자입니다. 카다시안 같은 연예인을 부르는 말입니다. 배우도 아니요, 가수도 아니요, 유명한 이유가 모호한 셀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섹스 테이프 유출, 결혼 두 달 만에 이혼, 성형 중독 등 갖가지 스캔들을 양산해온 카다시안이 백악관 테이블에 앉아 그 어려운 사법개혁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은 너무나 이질적인 장면이지만 이게 통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셀럽 문화의 종주국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연예계 스타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셀럽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을 때부터 정치인은 연예인과 친교를 다졌습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배우들을 정치 유세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나중에 자신을 암살한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광팬으로 팬레터도 자주 쓰고 백악관에 초대도 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화에 심취해 습작 각본을 썼습니다. 1950년대 TV가 보급되면서 셀럽의 영향력을 더욱 커졌습니다. 셀럽과 특히 친한 지도자로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꼽힙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과 셀럽의 만남을 알아봤습니다. You have your show and I have mine.”(당신에게는 당신의 쇼가 있고, 내게는 내 쇼가 있소이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괸리청(NARA)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자료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악수하는 사진입니다. 하루 8000장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머그잔, 티셔츠에 인쇄된 형태로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근엄한 대통령과 화려한 로큰롤 스타가 마치 정상회담하듯이 악수하는 장면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만난 것은 1970년. 프레슬리는 어느 날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사전 약속은 없었습니다. 프레슬리는 기내 메모지에 대통령을 만나려는 이유를 6장에 걸쳐 썼습니다. 당시 만연했던 마약 문화를 퇴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백악관 경비원에게 편지를 건넨 뒤 접견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호텔에서 대기했습니다. 지구 최고 스타와의 만남을 거절할 대통령은 없습니다. 편지를 전달한 지 6시간도 안 돼 접견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접견실이 아닌 백악관의 심장 집무실로 초대됐습니다. 장발, 번쩍이는 장신구, 대형 벨트 등 무대 의상 차림의 프레슬 리가 등장하자 백악관 직원들은 구경하느라 난리였습니다. 프레슬리의 의상이 신기한 닉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dress kind of strange, don’t you?”(옷차림이 이상하네). ‘dress’는 한국에서 화려한 드레스가 연상되지만, 원래는 ‘옷을 입다’라는 평범한 뜻입니다. 프레슬리는 쿨하게 받아넘겼습니다. 여기서 ‘show’는 화려한 이벤트 ‘쇼’가 아니라 ‘드러내 놓는 행위’를 말합니다. 프레슬리는 마약과 공산주의 세뇌 기법을 10년 동안 연구했다고 했습니다. 비틀스를 ‘마약 문화 전파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대화가 끝날 때쯤 백악관을 찾은 진짜 이유를 말했습니다. 마약단속국(DEA)의 전신인 마약위험약물 관리국(BNDD) 수사관들이 차는 배지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에 집착하는 프레슬리는 경찰 배지와 총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프레슬리는 감사 표시로 콜트 45구경 권총과 가족사진을 선물했습니다. 이들은 불운하게 역사에서 퇴장했습니다. 마약 퇴치를 주장한 프레슬리는 7년 뒤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고, 3년 앞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Well, isn’t this a thriller?”(이게 스릴러 아닌가)1984년 마이클 잭슨이 백악관에 등장했습니다. 히트곡 ‘Beat It’을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공익 광고에 사용하도록 기부한 공로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반짝이 양복, 검은 선글라스, 흰 장갑, 휘장 등 완벽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유머 넘치는 연설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잭슨의 히트곡 ‘Thriller’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젊은이의 표본으로 잭슨을 치하했습니다. “He is the proof of what a young person can accomplish free of drink or drug abuse”(그는 음주와 약물 남용 없이도 젊은이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증거이다). 2009년 잭슨이 약물 중독 의혹으로 사망했을 때 이 연설이 소환됐습니다.행사 뒷얘기에 따르면 먼저 제안한 쪽은 백악관이 아니라 잭슨이었습니다. 노래를 기부할 테니 감사패 이벤트를 열어달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할리우드와 친한 레이건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잭슨과는 초면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사법당국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잭슨의 멕시코 아동 2명 성추행 혐의에 대한 내사에 벌이고 있었습니다. 성추행 혐의가 공론화되기 벌써 10년 전입니다. 중범죄 혐의자에게 감사패를 줄 수는 없습니다. 백악관은 FBI에게 조사 일시 중단 조처를 내렸습니다. 그만큼 잭슨 초청 행사를 열고 싶었던 것입니다. Everyone is voting for Jack. ‘Cause he’s got what all the rest lack.”(모두 잭을 위해 투표하네. 그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가지고 있네)존 F 케네디가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케네디 자택에서 함께 승리를 만끽한 연예인이 있습니다. ‘마이웨이’로 유명한 가수 겸 영화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입니다. 케네디 당선의 일등 공신입니다. 마피아 ‘빽’이 있는 시나트라는 마피아의 영향권 하에 있는 노조를 설득해 케네디에게 표를 찍도록 했습니다. 진 켈리, 냇 킹 콜 등 유명 연예인들을 케네디 유세에 동원했습니다. ‘원대한 희망’(High Hopes)이라는 케네디 캠페인송을 직접 불렀습니다. 첫 구절입니다. 원래 자신이 출연한 영화 주제가인데 캠페인용으로 개사했습니다. 정치송임에도 불구하고 거물 가수 시나트라가 불렀다는 점 때문에 이례적으로 인기 차트에 올랐습니다.케네디에게 시나트라를 소개해준 것은 할리우드 제작자 출신인 케네디의 아버지였습니다. 금세 친구가 됐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삶을 부러워했습니다. 케네디는 화려한 연예계를 동경했고, 시나트라는 권력을 얻고 싶었습니다. 중대한 공통점은 바람기가 많다는 것. 시나트라는 케네디에게 여인들을 소개해준 장본인입니다. 케네디는 시나트라의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구경 갔다가 마릴린 먼로를 보고 한눈에 반해 내연관계가 됐습니다. 시나트라는 케네디가 집권하자 자유롭게 백악관을 드나들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케네디가 마피아 척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마피아와 친한 시나트라가 정치적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나트라가 케네디를 팜스프링스 집에 초대하면서 결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시나트라는 헬기 착륙장까지 만들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근처에 사는 배우 빙 크로스비의 집에서 묶었습니다. 분노한 시나트라는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 빙 크로스비와도 죽을 때까지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는 펑펑 울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명언의 품격‘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허약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예일대 시절 야구선수로 이름을 날린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취임 후 의욕적으로 펼친 정책은 국민 체력 단련. 운동을 장려하는 ‘대통령 직속 신체건강 및 스포츠 위원회’(President’s Council on Physical Fitness and Sports)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영화 ‘터미네이터’ ‘토탈 리콜’ 등으로 인기가 높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촌스러운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슈왈제네거는 감격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름만 걸어놓는 위원장직이 아니라 국민 PT가 돼서 전국을 돌며 운동 시범을 펼쳤습니다.당시 미국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으로 중동에 미군을 대거 주둔시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시 대통령은 슈왈제네거에게 뉴욕타임스에서 읽은 기사 얘기를 꺼냈습니다. 미군이 운동기구가 없어 모래주머니를 들고 체력을 단련한다는 기사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운동기구를 보낼 방법이 없을까”라고 하자 슈왈제네거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You’re talking to the right guy.”(당신은 적임자와 얘기하고 있다)자신감을 보여주는 화법입니다. “내가 하겠다”라고 자청할 때 “I can do it” 보다 “you’re talking to the right person”이 고수의 대화법입니다. 보디빌더 출신인 슈왈제네거는 아는 헬스장이 많았습니다. 전국 헬스장에서 안 쓰는 덤벨, 바벨 등을 기부받았습니다. 40t 분량의 운동기구를 모아 컨테이너에 넣는 작업까지 감독한 뒤 국방부에 발송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 소식은 사막의 폭풍 작전을 지휘하던 콜린 파월 합참의장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슈왈제네거의 열정에 감동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Arnold, I’m not gonna be that stupid and ship this over with a ship, I’m gonna fly the fucking thing over there. It’s gonna be there in two days.”(아놀드, 멍청하게 배로 보내지 않겠다. 이 망할 것을 항공편으로 보내겠다. 이틀 내에 도착할 것이다). 하루라도 군인들이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항공편으로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3주 후 슈왈제네거에게 미군들의 감사 편지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10년 후 슈왈제네거가 ‘터미네이터 3’을 홍보하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보낸 운동기구들이 운동장처럼 넓은 미군 헬스장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었다고 합니다.슈왈제네거는 부시 대통령의 절친이 됐습니다. 그의 영향으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2003∼201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습니다. 2018년 부시 대통령 타계 때 이렇게 애도했습니다. “I learned from him the good sides of politics, that you can cross the aisle and that you can talk to the other side, respect the other side, even though you disagree.”(그로부터 정치의 좋은 면을 배웠다. 비록 동의하지 않더라도 당파를 초월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부통령이 뭐길래. 최근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발간한 책 ’No Going Back’이 논란입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놈 주지사가 리더십 자질을 홍보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얘기의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경험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I’m sure he underestimated me, having no clue about my experience staring down little tyrants.”(확신하건대 그는 나를 과소평가했다. 작은 폭군들을 제압한 나의 경험을 몰라본 것이다)‘stare’(스테어)는 ‘응시하다 ’입니다. ‘down’이 뒤에 들어가면 ‘아래로 응시하다’ ‘깔보다’라는 뜻입니다. ‘기선을 제압하다’라는 의미입니다. “He tried to stare down his opponent in the debate.” 토론회에서 상대를 노려보며 제압하려는 상황을 말합니다. 놈 주지사가 말한 ‘little tyrants’는 과거 교회에서 어린이 담당 목사로 일한 경험을 말합니다. 작은 폭군처럼 구는 아이들을 제압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김 위원장 만났을 때 기선을 제압했다는 주장입니다. 김 위원장을 어린이들에 비교한 것도 웃기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놈 주지사가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놈 주지사가 하원 군사위 방문단의 일원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시점에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놈 주지사는 이런 언론의 지적에 대해 이렇게 화를 냈습니다. “The media will, of course, try and make these tiny issues huge.”(언론은 언제나처럼 침소봉대한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녀 8월 16일 소개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60세 생일 파티에 관한 내용입니다. 마냥 젊게만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2021년 60세 환갑을 맞았습니다. ‘star-studded’(스타 스터디드). 그의 60세 생일 파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stud’는 ‘박다’라는 뜻입니다. ‘별들이 박힌’ 것처럼 스타들이 총출동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코로나19 시국에 파티를 열었다는 점입니다.▶2021년 8월 16일자최근 미국인들의 눈이 매사추세츠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쏠렸습니다.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60세 생일 파티가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팬데믹 시국에 수백 명이 모이는 파티를 연 것의 적절성에서부터 참석자들의 유명세, 파티의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화제였습니다.Some invitees were treated to a cold dose of reality.”(일부 초대객은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온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의 성대한 잔치였지만 사실 이것도 행사 규모를 크게 줄인 겁니다. 500여 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파티를 열려다가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미국인들은 파티 초대로 자신의 인기를 평가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파티에 초대됐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초청객 명단에 들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빠지게 된 이들의 허탈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invitee’는 ‘invite’(초대) 대상자를 말합니다. ‘인바이티’라고 ‘티’를 강하게 읽습니다. ‘dose of reality’는 직역을 하면 ‘현실의 복용량’이라는 뜻입니다. ‘냉정한 현실’이라는 의미입니다.A celebrity mosh pit is maybe not the wisest choice.”(셀럽 머시핏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오바마 지지자로 유명한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도 불운하게 빠진 초청객입니다. 그래도 그는 행사 규모를 줄인 오바마 대통령을 두둔했습니다. ‘mosh pit’(머시핏)은 록 콘서트장 무대 앞쪽에 관객들이 뒤엉켜 춤추는 공간을 말합니다. 코로나19 시국에 셀럽들이 뒤엉켜 노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해 초청객을 줄인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입니다.I look forward to catching up with you soon and properly welcoming you into the over 60 club.”(조만간 만나서 근사하게 60세 이상 클럽 가입을 축하해주겠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대신 영상 메시지로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catch up with’는 ‘따라잡다’라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얼굴 좀 보자”라고 할 때 “Let’s catch up”이라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15
    • 좋아요
    • 코멘트
  • 욕은 걸쭉하게, 사과는 품위있게 하는 美 정치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owe her an apology. I shouldn’t have been such a wiseguy.”(그녀에게 사과하겠다. 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았어야 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사과했습니다. 한 여기자로부터 “미국-러시아 관계를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자 “내가 언제 낙관했나. 당신 직업 잘못 택한 것 같다”라고 쏘아붙인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입니다. ‘owe an apology’는 ‘사과를 빚지다’라는 독특한 영어 표현입니다. ‘I apologize’보다 사과 강도가 높습니다. ‘wiseguy’(와이즈가이)는 마피아 해결사에서 유래한 단어로 똑똑한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임기 초 사과를 소환한 것은 최근 중남미 이민자에게 ‘불법’(illegal)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I regret using that word”(그 단어를 쓴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동이 빠른 편이 아닌데 사과는 언제나 초고속입니다. 사과의 언어도 ‘apology’ ‘regret’ 등 다양합니다.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문화에서 보면 신기할 정도로 미국 지도자들은 사과에 능합니다. 사과의 기회를 놓치면 그 대가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자녀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타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It’s never too late to say sorry”(미안하다는 말에 늦은 때란 없단다). 사과는 결코 나약함이나 패배의 증거가 아니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랍니다. 사과에 인색한 이들이 배워야 할 교훈입니다. 미국 역사에 남는 대통령의 사과를 알아봤습니다.I misled people, including even my wife. I deeply regret that.”(나는 아내 힐러리를 포함해 국민을 오도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I did not have sexual relations with that woman, Miss Lewinsky”(나는 그 여자, 르윈스키 양과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 명언이기는 한데 거짓말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거짓말을 싫어하는 민족입니다. 어떻게 사과했을까요.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regre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the president used the R word’(대통령이 R 단어를 썼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을 때 중대한 의미가 있는 단어라는 것입니다. 격식을 갖춘 ‘sorry’에 해당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국가 간에, 공식 문서에서 쓰는 1급 사과입니다. 이건 1차 사과였습니다. 나중에는 ‘sorry’도 동원했습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고 상원으로 넘어가자 급해졌습니다. 상원 표결 5분 전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I am profoundly sorry for all I have done wrong in words and deeds”(나의 모든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검은 옷의 힐러리 여사가 옆을 지켰습니다.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대통령 자리를 지켰습니다.To the extent that the federal government didn’t fully do its job right, I take responsibility.”(연방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못한 범위 내에서 내 책임이다)또 다른 ‘R 단어’가 있습니다. ‘responsibility’(책임)입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식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미국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썼던 사과법입니다. 바람직한 사과는 잘못 인정, 참회, 개선 의지 등 3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responsibility’ 사과는 참회가 빠진 ‘반쪽 사과’라는 비판도 있지만,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리더십이 강조되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선호합니다.이 사과가 논란이 된 것은 ‘responsibility’가 아닌 ‘to the extent’ 때문이었습니다. ‘정도 내에서’ ‘하는 한’이라고 범위를 규정지었습니다.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조건부 사과입니다. ‘to the extent that’을 빼야 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에서 카트리나 사태 때 ‘sorry’ 사과를 하지 않을 이유를 ‘정치적 고려’라고 해명했습니다. “Katrina presented a political opportunity that some critics could exploit”(일부 비판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는 무사히 넘겼을지 몰라도 최악의 지지율로 퇴임한 대통령이 됐습니다.I am sorry that they are finding themselves in this situation based on assurances they got from me,”(나로부터 받은 약속에 근거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돼서 미안하다)사과의 지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약자의 처지에서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2013년 의료보험개혁 법안 ‘오바마케어’ 시행 혼란 때 이렇게 사과했습니다. 오바마케어는 미국의 숙원인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가능케 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온라인 가입 사이트는 자주 고장을 일으켰고, 가입 절차도 어려웠습니다. 기업은 직원 의무 가입을 피하려고 고용을 꺼렸습니다. 보험사는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기존 가입자를 대거 탈락시켰습니다.‘sorry’라고 확실하게 사과했습니다. ‘assurances they got from me’라고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개선 의지도 밝혔습니다. “We are going to do everything”(정부는 모든 일을 하겠다). 이때뿐만이 아닙니다. 외국에만 나갔다 하면 사과를 하는 통에 ‘사과 순방’(apology tour)이라는 조롱까지 받았습니다. 유럽 방문 때 “America has shown arrogance”(미국은 오만했다), 아랍국가 방문 때 “we have not been perfect”(미국은 완벽하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에 대해 “we went off course”(미국은 항로를 이탈했다) 등 다양한 언어로 사과했습니다. 예외적으로 일본 히로시마 방문 때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명언의 품격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나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득한 사임 연설을 했습니다. 사과는 없었습니다. 국민 비호감으로 찍혀 3년 동안 자서전을 쓰며 은둔생활을 하다가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대중 앞에 섰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프로스트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거액의 인터뷰료를 제안받았기 때문입니다. 프로스트 측은 60만 달러(현재 가치 300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습니다. 인터뷰는 힘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과거에 프로스트와 인터뷰한 적이 있는 데 쉬운 질문들만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판이었습니다. 프로스트는 1년 동안 사전 조사를 했습니다.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치밀하게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과정은 2009년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으로도 제작됐습니다.인터뷰 내용이 워낙 방대해 90분씩 4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1회차 인터뷰는 4500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정치 인터뷰로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곤혹스러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주변에 사과했느냐”라는 질문에 닉슨 대통령은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I let down the country. I let the American people down.”(나는 나라를 실망시켰다. 미국 국민을 실망시켰다)‘let’은 ‘놓아두다’, down’은 ‘아래로’라는 뜻입니다. ‘감정이 떨어지게 놔두다,’ 즉 ‘실망시키다’라는 뜻입니다. 마치 독백하듯이 ‘let down’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정식 사과는 아니었지만, 그의 속마음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닉슨 대통령을 용서한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2013년 프로스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 제목입니다. ‘David Frost, Interviewer Who Got Nixon to Apologize for Watergate, Dies at 74.’(닉슨을 워터게이트에 대해 사과하게 만든 인터뷰어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향년 74세로 타계하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민간인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게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친(親) 이스라엘 정치인이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뉴욕 컬럼비아대를 방문했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시위를 그만두지 않으면 학교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야유로 답했습니다. Mike, you suck!”(마이크, 당신 밥맛 없어)‘suck’(썩)은 ‘빨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형편없다’라는 욕으로도 씁니다. 왜 ‘빨다’가 욕이 된 것일까요. 원래 ‘suck ass’에서 ‘ass’(엉덩이)가 생략된 것입니다. 강하지 않은 욕이라 일상 대화에서 많이 씁니다. 외출하고 싶은데 날씨가 나쁘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I want to go out, but the weather sucks.” 김 선생님 수업이 마음에 안 들면 학생들은 이렇게 불평합니다. “Mr. Kim’s class sucks.”‘suck’을 의인화한 ‘sucker’(써커)도 많이 씁니다. 상대의 말을 잘 빨아들이는, 즉 잘 속는 사람을 말합니다. 상대를 속이고 나서 이렇게 놀립니다. “you sucker!”(이 바보야).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She is a sucker for romance movies.”(그 여자는 로맨스 영화 광팬이야)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연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2월 7일 소개된 대통령 ‘핫마이크’ 사건입니다. 대중 앞에서 연설할 기회가 많은 대통령은 자나 깨나 마이크를 조심해야 합니다. 우연히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사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욕설이나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 창피도 그런 창피가 없습니다.▶2022년 2월 7일자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혼잣말로 기자에게 욕한 것이 방송돼 논란이 됐습니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발언이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알려지는 상황을 ‘hot mic’(핫마이크)라고 합니다.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든 ‘핫마이크’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He is a major-league asshole.”(메이저리그급 나쁜 녀석이야)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딕 체니 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다가 딱 걸렸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뉴욕타임스 기자를 가리키며 한 말이었습니다. 욕설이 공개된 뒤 사과는커녕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I’m a plainspoken fellow.”(나 솔직한 사람이야)It’s important for him to give me space.”(그는 나에게 여유를 줘야 한다)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핫마이크 사건이 있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나눈 미사일 방어(MD) 밀담이 우연히 마이크에 잡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MD 문제를 잘 처리할 테니 여유를 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해 달라”라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말했습니다. ‘space’는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출발해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말합니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I need some space.” 간곡하게 부탁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화 톤 때문에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Yes, yes, yes. You are a one horse pony.”(알아 알아. 실력도 변변치 않은 주제에)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욕하다가 걸린 대상은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라는 기자입니다. 이전에도 두시 기자에게 불쾌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2020년 대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두시 기자가 아들 헌터 바이든에 관해 묻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원래 정확한 단어는 ‘one trick pony’입니다. ‘pony’(조랑말)는 서커스에서 다양한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요령 좋은 동물입니다. ‘원 트릭 포니’는 한 가지 재주밖에 부릴 줄 모르는, 즉 재능이 시원찮은 사람을 뜻합니다. 두시 기자가 잘난 척하지만, 실력은 형편없다고 비꼬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08
    • 좋아요
    • 코멘트
  • 미국 대통령들은 어떻게 ‘쏘리’를 말하나[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I owe her an apology. I shouldn’t have been such a wiseguy.”(그에게 사과하겠다. 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았어야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사과했습니다. 기자로부터 “미국-러시아 관계를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자 “내가 언제 낙관했나. 당신 직업 잘못 택한 것 같다”라고 쏘아붙인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입니다. ‘owe an apology’는 ‘사과를 빚지다’라는 독특한 영어 표현입니다. ‘I apologize’보다 사과 강도가 높습니다. 임기 초 사과를 소환한 것은 최근 중남미 이민자에게 ‘불법’(illegal)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 사과했기 때문입니다. “I regret using that word”(그 단어를 쓴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동이 빠른 편이 아닌데 사과는 언제나 초고속입니다. 사과의 언어도 ‘apology’ ‘regret’ 등 다양합니다.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문화에서 보면 신기할 정도로 미국 지도자들은 사과에 능합니다. 사과의 기회를 놓치면 그 대가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사과 퍼레이드를 살펴봤습니다. △“I misled people, including even my wife. I deeply regret that.”(나는 아내 힐러리를 포함해 국민을 오도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I did not have sexual relations with that woman, Miss Lewinsky”(나는 그 여자, 르윈스키 양과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 명언이기는 한데 거짓말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최악으로 여기는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사과했을까요. 대국민 연설에서 ‘regre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the president used the R word’(대통령이 R 단어를 썼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을 때 중대한 의미가 있는 단어라는 것입니다. 격식을 갖춘 “I’m sorry”에 해당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국가 간에, 공식 문서에서 쓰는 1급 사과입니다. △“To the extent that the federal government didn’t fully do its job right, I take responsibility.”(연방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못한 범위 내에서 내 책임이다.) 또 다른 ‘R 단어’가 있습니다. ‘responsibility’(책임)입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식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미국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썼던 사과법입니다. 바람직한 사과는 잘못 인정, 참회, 개선 의지 등 3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responsibility’ 사과는 참회가 빠진 ‘반쪽 사과’라는 비판도 있지만,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리더십이 강조되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좋아합니다. 이 사과가 논란이 된 것은 ‘responsibility’가 아닌 ‘to the extent’ 때문이었습니다. ‘정도 내에서’ ‘하는 한’이라고 범위를 규정지었습니다.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조건부 사과입니다. ‘to the extent that’을 빼야 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I let down the country. I let the American people down.”(나는 나라를 실망시켰다. 미국 국민을 실망시켰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사과하지 않고 사임했습니다. 사과는 3년 뒤에 나왔습니다.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독백하듯이 ‘let down’(실망시키다)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정식 사과는 아니었지만 그가 느끼는 후회와 통탄이 잘 전달됐습니다. 이 말을 듣고 닉슨 대통령을 용서한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사과의 지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외국에만 나갔다 하면 고개를 숙이는 통에 ‘사과 순방’(apology tour)이라는 조롱까지 받았습니다. 유럽 방문 때 “America has shown arrogance”(미국은 오만했다), 아랍국 방문 때 “we have not been perfect”(미국은 완벽하지 못했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에 대해 “we went off course”(미국은 항로를 이탈했다) 등 다양한 언어로 사과했습니다. 미국에서 자녀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타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It’s never too late to say sorry”(미안하다는 말에 늦은 때란 없단다). 사과는 결코 나약함이나 패배의 증거가 아니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랍니다. 사과에 인색한 이들이 배워야 할 교훈입니다. ※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 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법정에서… 대통령이… 하품?![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Mr. Trump appeared to nod off a few times, his mouth going slack and his head drooping onto his chest.”(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조는 듯했다. 입이 벌어지고 머리가 가슴 앞쪽으로 떨어졌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정 졸음 사건이 화제입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 피고로 출석해 첫날부터 졸았습니다. 재판장에 있던 뉴욕타임스 기자가 실시간 블로그에 조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내용입니다. ‘nod off’(너드 오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졸 때 씁니다. ‘slack’(슬랙)은 ‘느슨한’ 상태를 말합니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게으르게 사는 젊은이를 가리켜 ‘slacker’라고 합니다. 유세 일정이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 재판에서 조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롱맨 이미지 관리 때문에 조는 모습만큼은 숨기고 싶었는지 이를 폭로한 뉴욕타임스 기자를 휴정 시간에 째려봤다고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Sleepy Joe’(졸린 조)라고 조롱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Sleepy Don’(졸린 던)이라는 별명이 붙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잠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게으름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복자 나폴레옹의 말입니다. “Six for a man, seven for a woman, eight for a fool”(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는 8시간 잔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는 모습이 딱 걸렸지만 잠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면 시간은 하루 4시간 정도. 2004년 책 ‘억만장자처럼 생각하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Don’t sleep any more than you have to”(필요 이상으로 자지 말라).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 수면 습관을 지녔는지 알아봤습니다.This has been really weighing on me.”(이것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하품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 사이에 앉아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던 때였습니다. ‘업무 과중’이라는 동정론과 ‘외교행사에서 하품은 결례’라는 비판론이 동시에 일었습니다. 백악관은 “전날 밤중 2시 반까지 가자 위기를 해결하느라 중동 지도자들과 통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잠이 없는 편입니다.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올빼미형으로 밤중 2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비슷한 올빼미형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일이 달랐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 하고, 음식 주문해 먹고,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며 시끌벅적한 밤을 보냈습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나 홀로 시간을 즐겼습니다. ‘solitude president’(고독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의 별명입니다.오후 7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9시 개인 서재로 쓰는 트리티 룸으로 갑니다. 이때부터 새벽 2시까지 5시간은 개인 시간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신문을 읽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3종류를 읽었습니다. 국민에게서 온 편지를 하루 10통씩 읽고 손편지로 답장을 쓰는 것도 이 시간이었습니다. 아이패드로 온라인 크로스워드 게임 ‘Words With Friends’를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뇌를 깨우기 위해 주로 아침에 크로스워드 퍼즐을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독특하게 밤에 했습니다. 낮에 일하느라 놓친 농구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부인 미셸 여사를 불러 함께 드라마를 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3개. ‘Game of Thrones’(왕좌의 게임), ‘Breaking Bad’(브레이킹 배드), ‘Boardwalk Empire.’(보드워크 엠파이어) 야식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야식 메뉴는 아몬드 7알. 백악관 주방장의 증언입니다. “Michelle and I would always joke: Not six. Not eight, Always seven almonds”(미셸 여사와 나는 언제나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6알도 아니고, 8알도 아니고, 언제나 딱 아몬드 7알). ‘아몬드 7알’이 화제가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인했습니다. 실은 야식 군것질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해명할 기회가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weigh’(웨이)는 ‘무게가 나가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on’이 오면 ‘위에서 짓누르다’라는 뜻입니다. ‘아몬드 7알’ 소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농담입니다.Woman - bed!”(이 여자야 – 빨리 자)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불립니다.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뛰어난 리더십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철 체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54∼65세 때 11년 동안 총리를 지냈는데 수면 시간은 4시간. 이는 최대치이고, 3시간만 자고도 끄떡없었습니다. ‘Thatcher Gene’(대처 유전자). 대처 총리처럼 잠을 적게 자고도 말짱한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유명한 워커홀릭으로 새벽 2, 3시까지 일했습니다. 보좌관에 따르면 새벽 3시까지 연설문을 쓴 뒤 잠자리에 드는 것을 봤는데 어느새 아침 5시에 일어나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잠도 안 자고 일에 열중했던지 남편 데니스 대처는 침대를 가리키며 이런 경고를 던졌습니다. 늦게까지 안 자고 딴짓하는 자녀를 야단치는 부모의 단골 멘트입니다. 자녀 이름 부른 뒤 “bed”라고 외치면 됩니다.대처 총리가 적게 자고도 스태미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간이 낮잠을 잤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로 이동 중에 눈을 붙였습니다. 편히 잘 수 있도록 전용차 재규어다임러가 뒷좌석의 헤드레스트(마리 받침대)를 개조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사고가 나도 머리와 목을 보호하도록 했습니다.It’s cost me many a sleepless afternoon.”(여러 번 잠 못 이루는 오후를 보냈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자주 졸았습니다. 교황 존 폴 2세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교황 옆에서 졸다가 의자에서 미끄러질 뻔했습니다. 얼마나 자주 조는지 별명이 ‘Working 9 to 10.’ 돌리 파튼의 노래 가사 ‘Working 9 to 5’에 빗댄 것입니다. 오전 9시부터 10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잔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조는 습관을 이해했습니다. 고령에다가 암살 미수 사건을 겪으면서 몸이 많이 쇠약해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조는 습관을 감추지 않고 농담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전문가들이 정책을 책임지는 동안 자신은 뒤로 물러나 쉬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농담에 실어 보낸 것입니다. 퇴임 때 자신이 앉던 백악관 회의실 의자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Posterity would place a marker on this chair, ‘Reagan Slept Here’”(후세는 이 의자에 이런 명패를 남길 것이다, ‘레이건 여기서 잠들다’). 한번은 큰 사건이 터진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sleepless’(불면의) 다음에는 ‘night’(밤)가 나와야 정상입니다. 잠은 밤에 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틀어서 ‘afternoon’(오후)을 썼습니다. ‘cost’는 동사로 쓰면 ‘비용이 들다.’ ‘대가를 치르다’라는 뜻입니다.수시로 졸았지만 정작 에어포스원에서는 잠을 못 자는 독특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에어포스원은 이동 시간이 길어 대통령과 참모들이 꿀잠을 자는 시간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사진사를 불러 곤히 자는 참모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장난을 쳤습니다. 자는 참모와 대비시켜 자신은 열심히 일하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은 가장 유쾌한 대통령 사진으로 꼽힙니다,명언의 품격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저녁 9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8시간 수면 규칙을 지켰습니다. 백악관 집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6시 반. 6시 45분 국가안보 브리핑을 받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출근 시간이 빠른 편이지만 6시 45분은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참모들은 새벽부터 브리핑 준비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각하는 부하들을 봐주지 않았습니다. “I expect everybody to show up on time when I have a meeting”(내가 회의를 할 때는 모두 나와 있어야 한다). 상사가 부하에게 명령할 때 ‘should’ ‘have to’ 등 강제성을 띤 조동사를 쓰기보다 ‘I expect’(나는 기대한다)로 시작하는 것이 미국식 어법입니다.수면뿐 아니라 업무 운동 식사 등도 시간을 정해놓고 철저히 지키는 규칙파였습니다. ‘Punctual Bush’로 불렸습니다. ‘punctuality’(펑츄얼리티)는 ‘치밀함’ ‘엄격함’을 말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덤벙거리고 일을 대충 처리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증언입니다. 방탕하게 젊은 시절을 보낸 것에 대한 반성으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정치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새 나라의 어린이 형’ 수면 습관은 부인 로라 여사에 의해 폭로됐습니다. 2005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이었습니다. 기자단 만찬 연설은 유머가 생명입니다. 얌전한 이미지의 로라 여사는 놀라운 유머 실력으로 대히트를 쳤습니다. “I said to him the other day, ‘George, if you really want to end tyranny in this world, you’re going to have to stay up later.’” 세상에서 독재를 몰아내고 싶다면 좀 더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충고를 남편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stay up’은 ‘깨어있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late’(늦게까지) ‘all night’(밤새) 등 늦은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가 와야 합니다. 독재와 수면 습관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요. 성공적인 유머를 구사하려면 궁금증을 유발하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이어 펀치라인이 나옵니다.Nine o’clock and Mr. Excitement here is in bed, and I am watching Desperate Housewives - with Lynne Cheney. Ladies and gentlemen, I am a desperate housewife.”(저녁 9시가 되면 여기 흥미진진 씨는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나는 린 체니와 함께 위기의 주부들을 시청한다. 여러분,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다)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 뒤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실권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체니 부통령 뒤에 진정한 실권자는 부인 린 체니 여사라는 소문도 많았습니다. 남편의 일찍 자는 습관 때문에 독재자 린 체니 여사와 함께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봐야 하는 자신이야말로 ‘위기의 주부’라고 한탄했습니다. 단 몇 분간의 유머 연설로 지지율이 바닥이던 남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업무에 매진하는 대통령에게 안심하고 나라를 맡겨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체니 부통령 부부에 대한 적절한 견제도 담았습니다. 영부인의 내조 연설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업적 홍보에 치우치는 연설은 부작용만 낳습니다. 자폭 개그인 듯하지만 실은 남편 자랑인 로라 여사의 연설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퍼스트레이디 내조 연설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 테슬라가 요즘 심하게 고전 중입니다. 경영난 때문에 전 세계 직원의 1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신차 ‘모델2’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고, 8월 선보일 ‘로보택시’는 당초 계획보다 기능이 훨씬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인공지능(AI) 등 다른 사업에 관심을 쏟느라 본업인 전기차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경영 능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경제 분석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댄 아이브스라는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 clock has struck midnight for Musk to lay out the growth strategy.”(머스크는 성장 전략을 선보여야 하는 불길한 시간이다)요즘 땡땡 치는 괘종시계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 단어는 살아있습니다. 시계가 몇 시를 친다고 할 때 ‘strike’ ‘hit’를 씁니다. 시계가 10시를 쳤으면 ‘the clock strikes ten’이 됩니다. ‘midnight’는 자정입니다. 영화에서 시계가 자정을 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집니다. ‘the clock strikes midnight’는 불길한 징조를 말합니다. 지금이 머스크에게 그런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성장 전략을 내놓아야 할 고비에 있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 최근 뉴욕 증시에 우회상장한 뒤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트루스 소셜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현재 X)에 메시지를 올리던 시절이 그립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트위터 시절 그는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토론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트루스 소셜로 옮겨간 후에는 지지자들 말고는 무슨 내용을 올렸는지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쓰던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2018년 12월 11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보스턴 글로브지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 시각으로 오전 6, 7시대(한국 시각 오후 8, 9시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근하기 직전입니다. 이때가 되면 트위터가 불이 납니다. 대부분의 트윗은 본인의 업적 자랑과 경쟁자에 대한 독설로 가득하지만, 간혹 배워둘 만한 영어 표현도 눈에 띕니다.Level the field.”(공정하게 하자)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90일 휴전’ 합의 직후 올린 트윗입니다. ‘level’은 ‘수준’을 말합니다. 동사로 쓰면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썼습니다. ‘level the field’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고르다’라는 뜻입니다. ‘field’는 ‘playing field’(운동장)을 말합니다. 의역해서 ‘평등하게 하다’ ‘공정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미·중 무역은 공정하게 하자는 뜻입니다.Trump called himself Tariff Man and Twitter had a field day.”(트럼프가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자랑하자, 트위터는 이를 신나게 비판했다)‘field’ 사례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불러 달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넘쳤습니다. 관세에 지나치게 집착해 불필요한 무역마찰만 심화시켰다는 것입니다. 언론 기사 제목입니다. ‘field day’는 18세기 군대에서 유래했습니다. 군대가 각종 무기를 선보이며 자랑하는 날입니다. ‘have a field day’는 ‘신나게 즐기다’라는 뜻입니다.When we are down $100 billion with a certain country and they get cute, don’t trade anymore.”(만약 미국이 어떤 나라와의 무역적자가 10억 달러나 되고 그 나라가 미국을 속이려고 한다면, 더는 그 나라와 무역을 하지 말라)‘cute’(큐트)는 ‘귀여운’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인들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지만 미국인들은 별로로입니다. ‘귀여운 척한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get cute with’는 ‘상대방을 속이려 하다’ ‘수작을 부리다’는 뜻입니다. 중국 유럽 등이 그럴싸한 감언이설로 무역 불균형을 무마하려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01
    • 좋아요
    • 코멘트
  • 세상에 비호감 딱 두 명 있대, 대선후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hoose the Lesser Of Two Evils.”(차악의 선택)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old’(늙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dangerous’(위험하다). 얼마 전 블룸버그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맞붙는 두 후보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4년 전 대선과 똑같은 구도로 진행되는 올해 대선에 불만인 유권자가 67%나 됩니다. 최근 역사에서 불만이 가장 적었던 선거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hope and change’(희망과 변화)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발산한 2008년 대선이 꼽힙니다. 올해 대선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 분위기를 말해주는 유행어입니다. 두 명의 비호감 인물 중 덜 괴로운 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the lesser of two evils’을 줄여서 ‘LOTE’라고 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격언이고 원칙입니다. 삶에서 대부분의 선택은 사실 한쪽이 엄청 좋아서라기보다 덜 나쁜 쪽인 경우가 많습니다. ‘lesser’(레써)는 ‘little’(작은)의 비교급입니다. ‘little’의 비교급은 ‘less’와 ‘lesser’ 두 개가 있습니다. ‘less’는 양, 액수의 적음을 말합니다. ‘less money’ ‘less sleep’ ‘less sugar’ 등이 있습니다. 반면 ‘lesser’는 숫자로 세기 힘든 질, 중요도의 낮음을 가리킵니다. ‘lesser punishment’(덜 무거운 처벌) ‘lesser-known’(덜 알려진) 등입니다. ‘evil’(악)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lesser’가 옵니다.미국은 선거 선진국입니다. 매년 많은 외국인이 선거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미국을 찾습니다. 올해 대선이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전에도 미국은 논란이 될만한 선거를 많이 거치면서 고쳐왔습니다. 미국 선거사에 길이 남는 사건·사고들을 알아봤습니다. On three occasions in my life, I have gone into hospitals as a result of nervous exhaustion and fatigue, and undergone electroshock treatment.”(신경쇠약과 피로감 때문에 세 차례 병원을 방문했으며 전기충격요법 치료를 받았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1972년 대선에서 재선됐습니다. 어떻게 나라를 뒤흔들만한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이길 수 있었을까요. 우선 닉슨 진영은 초기 대응을 잘했습니다. “대통령과 관련 없는 삼류 강도 사건”이라고 선을 긋고, 법무부 장관에서 사건 조사를 지시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이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관련성을 폭로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대선 이후입니다.더 큰 문제는 닉슨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진영에 있었습니다. 당시 맥거번 후보는 러닝메이트 선정에 어려움 겪고 있었습니다. 20여 명의 후보군을 접촉했지만 아무도 부통령 후보 자리를 원치 않았습니다. 후보 물색에 지친 맥거번 후보는 미주리주 출신의 토머스 이글턴 상원의원과 단 2분간의 통화 끝에 그를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맥거번 진영으로 익명의 전화가 여러 건 걸려왔습니다. “이글턴의 과거 의료기록을 조사해보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과거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 상담 정도가 아니라 장기 입원 치료를 세 차례나 받았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 번의 치료 중 두 번은 전기쇼크요법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뇌 공포가 극에 달했던 냉전 시대였습니다. 대통령 유고 시 전권을 쥐게 되는 부통령이 머리에 전류가 흐르는 선을 매달고 쇼크를 받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오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글턴 의원은 12일 후 기자회견에서 치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회견 내용입니다. ‘undergo’는 밑으로(under) 가다(go)입니다. ‘겪다’ ‘거치다’라는 뜻입니다. 암 화학요법 치료를 받는 것을 ‘undergo chemotherapy’라고 합니다. 사실을 밝힐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것에 비난이 집중됐습니다. 이글턴 의원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Doing so is not an experience that one would enjoy.”(정신과 치료를 공개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맥거번 후보는 이글턴 의원을 지지했지만, 여론과 민주당 지도부는 싸늘했습니다. 치료 사실을 공개한 지 6일 만에 부통령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맥거번 후보는 사전검증도 하지 않고 중대 인사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비난을 받았습니다.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패했습니다.Three Blind Mice!”(세 마리의 눈먼 쥐)2020년 대선 때 의사당 폭동이 벌어져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보다 20년 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브룩스 브러더스 폭동(Brooks Brothers Riot) 입니다. 폭동 참가자 대부분이 브룩스 브러더스 양복을 입고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브룩스 브러더스는 고급 남성복 브랜드입니다.플로리다 개표 결과 조지 W 부시 후보가 1784표(0.01%) 차이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이겼습니다. 표차가 0.5% 이하면 자동으로 재검표를 해야 하는 규정을 들어 고어 후보는 민주당 텃밭인 4개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했습니다. 재검표가 이뤄지면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부시 법률팀이 풀가동됐습니다. 부시 법률팀은 현재 연방대법원 대법관 3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화려한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성폭력 의혹을 받았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당시 부시 법률팀에서 활동했습니다. 부시 법률팀은 전국의 공화당 소속 변호사들에게 플로리다 집결 명령을 내렸습니다. 재검표를 감시하라는 임무였습니다. 플로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 작업을 공개된 장소에서 작은 구석 방으로 옮기자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의 공화당 변호사들이 개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재검표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위협했습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폭동 참가자들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50-year-old white lawyers with cell phones and Hermes ties”(휴대전화를 들고 에르메스 넥타이를 맨 50대의 백인 변호사들). 세련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개표 요원들은 간신히 대피했습니다. 폭동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입니다. ‘세 마리의 눈먼 쥐’는 유명한 전래동요입니다. 쥐 세 마리가 곡식을 망가뜨려 놓자 농부의 아내가 쥐들을 어두운 숲으로 유인해 꼬리를 자른다는 내용입니다. 동요에 얽힌 뒷얘기가 더 유명합니다. 영국 왕 헨리 8세의 딸 메리 1세는 아버지가 이룬 종교개혁을 뒤엎고 신교도를 탄압해 ‘블러디 메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메리 1세가 개신교 주교 3명을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 화형에 처한 것을 빗댄 것이기도 합니다. 농부의 아내가 쥐들을 속인 것처럼 재검표 작업이 사기라는 구호입니다.당시 플로리다주는 부시 후보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었습니다. 주 정부는 폭동 가담자에 대한 처벌 없이 마감일까지 재검표 작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로 부시 후보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고어 후보가 주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작업을 중단하라는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부시 후보는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의사당 폭동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과 달리 브룩스 브러더스 폭동은 부시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Hamilton’s on your side. And you won in a landslide.”(해밀턴이 당신 편이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그가 맡았던 정부 요직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이 전부입니다. 대통령이 된 적도, 출마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달러 지폐의 주인공일 정도로 사랑을 받습니다. 풍운아처럼 살다가 49세에 떠난 그의 삶이 많은 공감을 사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국의 주역들은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해밀턴은 사생아인 데다가 변두리 출신이었습니다. 독립전쟁에서 공을 세워 워싱턴 장군의 눈에 들어 초대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분의 한계 때문에 대통령은 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킹메이커 역할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의 역할이 빛을 발한 것은 건국 24년 뒤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1800년 대선은 재선에 도전하는 존 애덤스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부통령, 에런 버 상원의원의 3파전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표를 얻은 애덤스 대통령은 1차전에서 탈락했습니다. 제퍼슨과 버는 선거인단을 73명씩 확보해 동률이었습니다.결선 투표는 의회의 몫이었습니다. 해밀턴은 국회의원이 아니었지만, 의회 내 영향력이 컸습니다. 친영파인 연방주의자와 친프랑스 계열의 민주공화당이 대립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연방주의자인 해밀턴은 민주공화당의 제퍼슨이나 버와는 세계관이 달랐습니다. 제퍼슨과 버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 중에 제퍼슨이 낫다며 지지를 선언하고 다른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미국에서 히트 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1800년 선거’(the Election of 1800)라는 곡입니다. 해밀턴의 킹메이커 역할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landslide’는 땅(land)이 밀리다(slide), 즉 ‘산사태’를 말합니다. 산사태가 나면 압사 위험에 처합니다. ‘in a landslide’는 ‘압도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로 ‘win in a landslide’ ‘landslide victory’가 있습니다. ‘압승’을 말합니다. 제퍼슨과 버 중에서 해밀턴의 지지를 얻는 쪽이 압승을 거두게 된다는 의미입니다.제퍼슨은 대통령이 됐고, 버는 부통령이 됐습니다. 버는 해밀턴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를 갈았습니다. 3년 뒤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한 방의 결투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명예인 시대였습니다. 둘은 아침 7시 뉴저지 결투장에서 만났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결투입니다. 등을 마주 보고 몇 발자국 걸어간 뒤 빨리 뒤를 돌아보며 총을 쏘는 쪽이 이깁니다. 해밀턴이 빨랐습니다, 하지만 빗나갔습니다. 상대를 죽일 생각이 없어 일부러 하늘을 향해 쐈다는 설도 있습니다. 버는 해밀턴의 가슴을 맞췄습니다. 해밀턴은 다음날 숨을 거뒀습니다. 결투를 ‘duel’(듀얼)이라고 합니다. ‘Prelude to the Duel’(결투의 전주곡). 해밀턴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1800년 선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명언의 품격‘The Buck Stops Here’(모든 결정의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처음에는 인기 없는 리더였습니다. 부통령이었다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대통령이 된 그는 모든 면에서 루즈벨트 리더십과 비교됐습니다. 대통령 취임 2년 뒤 치러진 1946년 중간선거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1948년 재선 전망도 밝지 않았습니다.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듀이 후보는 1944년 대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이로 진 진력이 있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국 횡단 기차 유세를 벌였습니다. 기차역마다 내려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사인을 해주고 농담을 나눴습니다. 구수한 말솜씨의 트루먼 대통령에게는 안성맞춤의 유세 방식이었습니다. ‘whistle stop tour’(휘슬 스탑 투어)라는 용어가 트루먼 대통령 때부터 탄생했습니다. ‘whistle stop’은 간이역을 말합니다. 작은 기차역에서는 기계음이 아니라 역무원이 휘파람을 불어 기자 도착을 알린 것으로 유래했습니다.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트루먼 대통령은 5% 포인트 차이까지 따라붙었습니다.대선일 자정쯤 트루먼 대통령은 100만 표 뒤진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4시경 경호원이 그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자는 동안 역전극이 벌어져 200만 표 차로 승리한 것입니다. 2년 전 내줬던 상하원 다수당 지위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며칠 뒤 세인트루이스 기차역에서 기자들이 그에게 신문 한 장을 건넸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의 선거 당일 1면 헤드라인입니다.Dewey defeats Truman.”(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win’은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A가 B를 이기다’라고 할 때 ‘A win B’라고 하지 않습니다. ‘defeat’(패배시키다)을 씁니다. ‘win’은 ‘상대를 제압하다’가 아닌 ‘얻다’라는 의미의 ‘이기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뒤에는 얻게 되는 선거나 대회가 옵니다. ‘브라질이 올해 월드컵에서 이겼다’라고 할 때 ‘Brazil won this year’s World Cup’이 됩니다. 또는 사람의 감정이 옵니다. ‘she won his heart’는 ‘그녀는 그의 마음을 얻었다’ ‘그를 사로잡았다’가 됩니다.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는 미국 역사상 최대 오보 사건입니다. 시카고 트리뷴은 원래 친(親) 공화당 신문으로 트루먼 대통령을 반대했습니다. 개표 때부터 제목을 ‘듀이 승리’로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트루먼 쪽으로 승세가 기울어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노조 파업과 활자체 변경 작업으로 인해 인쇄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거 담당 기자의 예측을 과신한 탓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오보 신문을 들어 보이며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That ain’t the way I heard it!”(내가 들은 바로는 그게 아닌데)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약혼녀 로렌 산체스의 드레스가 화제입니다. 최근 일본 총리 미국 방문 백악관 만찬에 산체스는 튀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백악관 만찬에 참석하는 여성이 지켜야 하는 드레스코드는 ‘무릎을 덮는 이브닝 가운’입니다. 외교 행사라서 노출을 최소화하고 보수적으로 입는 것이 관례입니다. 만찬 참석을 앞두고 산체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에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할리우드 파티에 어울릴지 몰라도 백악관 만찬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입니다.Seriously, Lauren Sanchez should read the room.”(심각하게 하는 말인데, 로렌 산체스는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방(room)을 읽는다(read)’는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발표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방을 한번 둘러보고 분위기를 알아본다는 뜻입니다. 마케팅 용어로 많이 쓰입니다. 원래 범죄 심리학 용어로 출발했습니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현장을 둘러보고 감을 익힌다는 의미입니다. ‘read the table’도 같은 뜻입니다. 도박꾼이 도박 테이블을 훑어보며 분위기를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산체스가 할리우드 파티는 많이 가봤겠지만, 백악관 만찬처럼 격식을 따지는 자리는 가보지 못한 것을 비꼬는 것입니다. 문장 맨 앞에 쓰는 ‘seriously’는 지금부터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신호입니다. 농담에서 진담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26일 소개된 미국 대선일 풍경입니다. 선거를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저녁 시간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선거일 저녁을 보내는지 알아봤습니다.▶2020년 10월 26일자일주일 뒤 미국 대선일입니다. 언론사들이 실시간 개표 방송을 하는 시간을 선거일 저녁(election night)이라고 합니다. 흥분감 속에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시간입니다. 선거일 저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까요.The rush to be first could result in getting it wrong.”(가장 먼저 보도하려는 서두름이 틀린 결과를 낳기도 한다)투표가 마감되면 방송국들은 그때부터 바빠집니다. 마감 종이 땡 치는 것과 동시에 대문짝만하게 ‘Projected Winner Is’(예상 승자는) 문구가 번쩍거립니다. 출구조사 발표입니다. 영사기를 ‘프로젝터’라고 하듯이 ‘project’는 ‘앞을 투시하다’라는 뜻입니다. 언론사의 승자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도한 경쟁 때문입니다. 선거 위기 태스크포스(NTFEC)라는 언론감시 단체는 최근 언론사에 보낸 호소문에서 선거 보도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했습니다. ‘get wrong’은 ‘틀리다’라는 뜻입니다. “don’t get me wrong”은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입니다.There’s a good chance we won’t have a clear winner in the wee hours of the morning.”(다음 날 새벽까지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선거 방송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전 우편투표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급증한 우편투표를 개표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언론 연구단체 포인터 인스티튜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wee’(위)는 ‘아주 작은’입니다. ‘wee hours of the morning’은 아침이 되기 전의 작은 시간, 새벽을 말합니다. 대개 대선일 자정쯤 되면 승자의 윤곽이 잡히지만, 올해는 다음날 새벽까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Keep your phone out of the bedroom to resist the temptation of social media.”(소셜미디어의 유혹을 벗어나려면 휴대전화를 침실 밖에 둬라) 선거 방송을 보다가 잠을 자려고 누우면 이번에는 소셜미디어로 폭풍 검색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전미수면학회(AASM)는 이렇게 충고합니다.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충고가 지켜질지 의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4-24
    • 좋아요
    • 코멘트
  • 드라마가 현실을 못 따라오는 영국 왕실 이야기[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rousers!”(바지네)영국 왕실이 또다시 화제입니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암 투병 발표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의 제프리 앱스타인 관련 BBC 인터뷰를 다룬 영화 ‘Scoop’(한국명 특종의 탄생)이 넷플릭스에서 개봉했습니다. 2019년 BBC 인터뷰는 ‘자폭 인터뷰’라고 불릴 만큼 큰 논란이 불러일으켰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성착취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앱스타인과의 밀착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인터뷰가 치명타가 돼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습니다.허구성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앤드루 왕자는 영화 속에서 미성숙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인터뷰하러 온 BBC 여성 진행자를 처음 보는 순간 하는 말입니다. 시사회에서 큰 웃음이 터진 장면입니다. 어떻게 의혹을 해명할지 고민하기보다 여성 기자가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은 것에 실망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It went well, didn’t it?”(인터뷰 잘 됐죠)영국 왕실에 대한 드라마와 영화, 언론 보도는 넘칩니다. 영국 왕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은 관심(interests)을 넘어 집착(obsession)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품위의 대명사인 왕실이 드러내는 약점에 은근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왕실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각종 스캔들을 알아봤습니다.Not bloody likely!”(절대 안 돼)1974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딸 앤 공주 납치 미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공주의 뛰어난 기지가 무사하게 끝났습니다. 이때 영국인들이 붙여준 별명이 지금까지 따라다닙니다. ‘A Force to Be Reckoned With.’ ‘reckon’(레컨)은 ‘think’와 비슷한 ‘생각하다’라는 뜻입니다. ‘생각돼야 할 힘,’ 즉 ‘무시하지 못할 존재’라는 뜻입니다. 왕위 계승에서 벗어나 있지만, 배짱과 리더십에서 남자 형제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결혼 4개월 뒤 앤 공주는 남편 마크 필립스 공과 자선 행사에 참석한 뒤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흰색 포드 에스코트가 추월해 앞을 막더니 한 남자가 내렸습니다. 앤 공주 경호원에게 총을 쐈습니다. 차 뒷문을 열고 앤 공주의 허리를 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Please, come out. You’ve got to come.”(내려요, 당신은 함께 가야 해)반대쪽에서 필립 공이 앤 공주의 팔을 잡았습니다. 앤 공주를 가운데 두고 서로 당기는 형국이었습니다. 그때 리무진 운전사가 막아서자 납치범은 총을 쐈습니다. 도와주려고 접근하는 행인에게도 쐈습니다. 그 틈을 타서 앤 공주는 반대쪽 문을 열고 도망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페인트모션이었습니다.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고 납치범이 차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사이 앤 공주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납치범이 도망가려고 하자 경호원이 머리에 코트를 덮어씌워 포박했습니다. 납치범은 정신질환자로 판명됐습니다. 앤 공주는 후일담에서 납치범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했지만, 드레스를 찢자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열 받은 앤 공주가 한 말입니다. 원래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를 각색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도 오드리 헵번이 말합니다. 미국식으로 하면 ‘definitely not’의 뜻입니다. 여왕은 공을 세운 경호원과 행인에게 메달을 수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왕도 엄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명언입니다. “The medal is from the Queen of England, the thank you is from Anne’s mother.”(메달은 영국 여왕이 주는 것이고, 감사 인사는 앤의 엄마가 주는 것이다) Mindful of the Church’s teachings that Christian marriage is indissoluble, and conscious of my duty to the Commonwealth, I have resolved to put these considerations before others.”(기독교의 결혼은 깨질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유념하고, 영연방에 대한 나의 의무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마거릿 공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입니다. 성실하고 점잖은 언니와 달리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playgirl’(노는 여자)로 불렸습니다. 오전 11시에 일어나 보드카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리무진을 타고 고급 백화점 해러즈에서 쇼핑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했습니다. 20세 때 16세 연상으로 왕실 승마 교사 피터 타운젠드 장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자녀 2명을 둔 유부남이었습니다. 타운젠드는 이혼하고 공주에게 공식 청혼했습니다. 하지만 영국교회의 교리상 이혼 경력이 있는 상대와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2년여의 고민 끝에 마거릿 공주는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이혼을 법률 용어로 ‘dissolution of marriage’라고 합니다. ‘dissolve’(디졸브)는 ‘분해하다’라는 뜻으로 형용사가 ‘dissoluble’입니다. 반대어 ’indissoluble’(인디저러블)은 ‘떼려야 뗄 수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타운젠드는 나중에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She could have married me only if she had been prepared to give up everything - her position, her prestige, her privy purse,”(그녀는 지위, 특권, 왕실 보조금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서는 나와 결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거릿 공주는 앤서니 암스트롱 존스라는 사진가와 결혼했으나 연하의 남성과 염문을 뿌리다가 이혼했습니다. 1976년 마거릿 공주의 이혼은 6번의 결혼으로 유명한 헨리 8세 이후 500여 년 만에 영국 왕실에서 나온 이혼이었습니다.He makes my life real, real torture.”(그는 진정한 내 삶의 고문)1992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연인 제임스 길비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 언론에 폭로됐습니다. 일명 ‘스퀴지게이트’(Squidgygate)입니다. 길비는 주류 제조회사 상속자로 다이애나비의 어린 시절 친구였습니다. 스퀴지는 당시 그가 키우던 강아지 이름으로 20분의 통화 중 다이애나비를 53번이나 이렇게 불렀습니다.통화 내용 중에 왕실을 디스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Bloody hell, after all I’ve done for this fucking family”(제기랄, 내가 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찰스 왕세자에 대한 분노도 거침없이 표현했습니다. 남편을 ‘his nibs’라고 불렀습니다. ‘nibs’(닙스)는 소위 ‘자뻑파’를 조롱할 때 쓰는 은어입니다. ‘ 양반’ ‘나리’라는 뜻입니다. 가장 화제가 된 단어는 ‘torture’(고문). 모든 언론의 제목이 됐습니다. 도를 넘는 대화 내용이 많았지만 다이애나비의 인기가 워낙 높아 비난보다 동정 여론이 쏟아졌습니다. 3개월 후 찰스-다이애나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명언의 품격BBC 방송을 통해 중대 발언을 하는 것은 영국 왕실의 전통입니다. 최근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은 BBC 저녁 6시 뉴스가 시작하기 직전 암 투병 사실을 영상 메시지로 전했습니다. 앤드루 왕자의 인터뷰도 BBC ‘뉴스나이트’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런 전통이 시작된 것은 에드워드 8세 국왕 때부터입니다. 1936년 BBC를 통해 왕위 포기 연설을 했습니다.원래 에드워드 8세는 미국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 부인과 결혼도 하고 왕위도 지킬 생각였습니다. 귀천성혼(morganatic marriage)을 밀고 나갔습니다. 귀한 신분과 천한 신분의 결혼입니다. 결혼해서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유지하되 심프슨 부인은 왕비(Queen)가 아닌 배우자(consort) 칭호로 불리는 방안입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왕위 계승권에서 제외됩니다. 에드워드 8세는 귀천성혼 방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려고 했습니다.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그는 국민투표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습니다. 원래 하고자 했던 연설은 왕위 포기가 아닌 귀천성혼에 대한 국민 토론을 제안하는 연설이었습니다. 원고까지 다 써놓았습니다. 2003년 기밀 해제된 당시 원고 내용입니다. “Neither Mrs Simpson nor I have ever sought to insist that she should be Queen.”(심프슨 부인이나 나나 그녀가 왕비여야 한다고 고집한 적이 없다)의회, 교회, 영연방 지도자들은 반대했습니다. 이 문제로 나라가 분열될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왕위와 심프슨 부인 중 하나를 택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고민한 국왕은 사랑을 택했습니다. 왕위 포기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연설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총리는 국왕이 연설 중에 마음을 바꿔 귀천성혼 방안을 제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존 리스 BBC 사장에게 옆에서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국왕은 전날 왕위 포기 각서를 썼습니다. 1936년 12월 11일 22시 01분 정규 프로그램이 중단됐습니다. 리스 사장은 에드워드 8세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His Royal Highness, Prince Edward.”(에드워드 왕자 전하)칭호가 ‘His Majesty The King’(폐하)에서 ‘His Royal Highness’(전하)로 바뀌었습니다. ‘Majesty’는 왕, 여왕에서 붙이고, ‘Highness’ ‘Royal Highness’는 왕의 자녀, 왕 이외의 왕족에서 붙입니다. 긴장한 에드워드 8세는 책상에 무릎을 찧었습니다. 당시 방송본에 이 소리도 그대로 녹음됐습니다. 7분에 걸친 명연설이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원고를 손을 봐준 덕분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은 처칠이 심혈을 기울여 고쳐준 부분입니다. “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on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and to discharge the duties of King, as I would wish to do,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 책무와 왕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BBC 간부들은 연설 녹음본을 폐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당시 사회 지도층은 국왕의 왕위 포기를 수치스럽게 생각했습니다. 녹음본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말단 직원들의 공입니다. 중요한 역사 기록이라는 판단에 비밀리에 녹음본을 보존했다고 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 3명이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급 행사에 출동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힘을 모은 것입니다. 큰 행사장에 5000명이 꽉 들어차 2500만 달러(337억 원)를 모았습니다.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의 사회로 3명의 대통령이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부쩍 늙어 보이는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보다 19년, 클린턴 대통령보다 16세 젊은데도 불구하고 백발이 돼서 3명이 동년배처럼 보였습니다. 통치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듯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일했던 시절이 그립다”라고 말했습니다.At the end of the day, you do have to make a choice about who sees you and cares about you.”(결국 누가 당신을 보고 누가 당신에게 마음을 쓰는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한다)‘day’는 ‘낮’이라는 뜻도 있고, ‘하루’라는 뜻도 있습니다. ‘end’가 앞에 나오니까 ‘낮의 끝’보다 ‘하루의 끝’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합니다. ‘at the end of the day’는 ‘하루의 끝에서’입니다. 하루의 끝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최후의 결정을 내리는 때입니다. ‘at the end of the day’는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최종적으로’라는 뜻입니다. 뒤에 결정을 뜻하는 단어가 나옵니다. “I can give suggestions but at the end of the day it‘s your decision.”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내가 이런저런 제안은 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너의 몫이다’라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make a choice’(선택하다)라고 했습니다. 유권자는 투표 전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합니다.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은 당신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당신에게 마음을 쓰는 후보입니다.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25일 소개된 앤드루 왕자의 BBC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19년 11월 25일 PDF요즘 각본 없는 즉석 인터뷰가 대세라지만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의 BBC 인터뷰가 방송된 후 ‘각본 있는 인터뷰가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본도 있고, 사전준비도 철저히 한 인터뷰 말입니다. 앤드루 왕자의 BBC 인터뷰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아까 한 말과 지금 하는 말이 다르고, 진행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1시간 내내 다리 꼬고 앉은 모습은 의혹을 해명하러 나온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한 사이였을 뿐 아니라 그의 주선으로 미성년 여성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Without putting too fine a point on it.”(툭 터놓고 말해서)‘put too fine a point on’은 직역을 하면 ‘세밀한 점을 위에 놓다’입니다. 앞에 ‘not’이나 ‘without’이 붙어 ‘세밀히 살펴보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반어적 의미로 씁니다. ‘자세히 살펴봤을 때’ ‘솔직히 말해서’라는 뜻입니다. 인터뷰 진행자가 “2001년 미성년 여성과 성관계를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앤드루 왕자의 대답입니다. “Without putting too fine a point on it, if you’re a man it is a positive act to have sex with somebody”(까놓고 말해서 남자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남성 우월적이고 품위 없는 답변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There’s a slight problem with the sweating.”(그 땀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앤드루 왕자가 얘기하거나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자신은 땀이 안 나는 무한증(無汗症)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인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입니다. 앤드루 왕자가 땀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발언 후 무한증은 영국 의료계의 최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앤드루 왕자 측근은 그를 변호하려고 “대머리 치료제 부작용으로 무한증이 됐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I would describe as a constant sore in the family.”(가족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앤드루 왕자는 성인이 된 딸 둘이 있습니다. 그 딸들은 아버지의 스캔들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앤드루 왕자가 가족의 고통을 호소하는 발언입니다. ‘sore’는 ‘염증’ ‘고통’을 말합니다. 하지만 동정심 유발 작전은 별로 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가족에게 고통을 줄 일을 애초에 안 했으면 됐잖아.” 이런 대중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4-17
    • 좋아요
    • 코멘트
  • 선거에 진 후보도 지지하게 만드는 미국 정치의 ‘이것’[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d like to hear a concession speech that Obama might give.”(오바마의 패배 연설을 들어보고 싶다)미국인들 사이에 유명한 농담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에 관한 한 패배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대선 경선과 본선, 대통령이 된 뒤 재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당선됐습니다. 심지어 치열하기로 소문난 하버드법대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 자리도 단번에 따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성인이 된 후 선거는 백전백승입니다. 이 농담은 오바마의 탁월한 정치 능력을 말해주는 것과 동시에 패배 연설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설의 달인 오바마 대통령도 패배 연설을 하게 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은 연설을 ’하다’라고 하지만 영어는 ‘give speech’(연설을 주다)라고 합니다. 실패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승자의 연설만큼 패자의 연설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패자의 연설은 승자의 연설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공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연설이어야 합니다. 패배 연설을 ‘concession speech’(승복 연설)라고 합니다. 패배를 뜻하는 ‘loss speech’ ‘defeat speech’라고 하지 않습니다. ‘concede’(양보하다)라는 단어 속에는 화합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패배 연설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His success alone commands my respect, but that he managed to do so by inspiring the hopes of many Americans is something I admire.”(그의 승리 하나만으로 나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 더구나 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면서 승리를 이뤄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첫째, 감동형입니다.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 훌륭하지만 패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연설은 더 훌륭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매케인은 연설 서두부터 오바마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지지자들의 야유가 터졌습니다. 매케인은 손을 들어 야유를 저지하며 오바마 당선의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야유가 박수로 바뀌었습니다. ‘manage’는 ‘관리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해내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to’를 붙여 ‘힘든 일을 용케 해내다’라는 뜻이 됩니다.이 연설에는 ‘humble’(겸손한)과 ‘courageous’(용기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다닙니다. 용기는 겸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연설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틸 때 이 연설이 소환됐습니다. I felt like the little boy who had stubbed his toe in the dark - too old to cry, but it hurt too much to laugh.”(어두운 곳에서 발가락을 찧은 소년의 기분이다. 울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웃기에는 너무 아프다)둘째, 솔직형입니다. 패자는 마음이 복잡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 185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한 적이 있습니다. 패자의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stub toe’(스텁 토우)는 발가락을 찧는 것을 말합니다. 책상다리에 걸려 발가락을 찧었다면 “I stubbed my toe on a table leg”이라고 합니다. 매우 유명한 구절이라 선거 때마다 패한 후보들이 “링컨이 말하기를”이라며 자주 인용합니다.링컨이 패한 상대는 스티븐 더글러스라 민주당 후보였습니다. 노예제도를 두고 링컨과 더글러스 후보가 벌인 일곱 차례의 토론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 토론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이 선거를 통해 링컨은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됐고, 2년 뒤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Let’s get it over with.”(빨리 해치우자)셋째, 빨리빨리형입니다. 1980년 대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대패했습니다. 개표 초반부터 패배가 확실했던 터라 투표 마감 3시간 후인 오후 9시 50분쯤 연설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른 패배 연설입니다. 그때 참모들에게 한 말입니다. ‘get it over with’는 즐겁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서둘러 끝낸다는 뜻입니다. 이 연설은 논란이 됐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였습니다. 서부 지역에서 아직 투표가 마감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패배 연설을 들은 유권자들이 투표소 방문을 포기하면서 함께 진행 중이던 상하원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대선 후보는 오후 10시(동부시간 기준) 전에는 패배 연설을 하지 않는 전통이 생겼습니다.명언의 품격연설 전문가들은 패배 연설의 5대 법칙을 제시합니다. 해야 할 것 4개와 하지 말아야 할 것 1개(4 dos & 1 don’t)로 요약됩니다. 선거 패배뿐 아니라 인생의 어려움을 겪을 때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해야 할 것은 ‘humble’(겸손하라), ‘humorous’(유머를 가져라), ‘gracious’(품위를 지켜라), ‘self-deprecating’(자신을 낮춰라)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don’t be bitter’(억울해하지 말라)입니다.승자의 연설 무대는 축제 분위기지만 패자의 무대는 우울하고 뒤숭숭합니다. 패자의 마지막 연설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지지자들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피곤함이 가득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면 패자는 유머를 발휘해야 합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상당한 유머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유머의 소유자는 밥 돌 상원의원입니다. 미국에서는 ‘One-liner Bob’으로 통합니다. 농담을 ‘one-liner’라고 합니다. 폭소를 자아내는 ‘한 줄’이라는 뜻입니다. ‘원라이너 밥’의 진가가 알려진 것은 1976년 대선이었습니다. 공화당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민주당의 지미 카터-월터 먼데일 티켓에게 패했습니다. 다음날 패배 연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Contrary to reports that I took the loss badly, I want to say that I slept like a baby — every two hours I woke up and cried.”(내가 패배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아기처럼 푹 잤다 – 2시간마다 일어나서 울었다)푹 자는 것을 ‘sleep like a baby’(아기처럼 자다)라고 합니다. 아기들이 평화롭게 잠든 모습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모순입니다. 아기들은 깊이 자지 않고 자꾸 깨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oxymoron’(옥시머런)이라고 합니다. ‘모순어법’입니다. ‘old news’(오래된 뉴스), ‘deafening silence’(귀가 먹먹할 정도의 침묵) 등이 대표적입니다. 돌 의원은 ‘sleep like a baby’가 모순이라는 점을 이용해 패배 후 뒤척이며 불면의 밤을 보낸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가장 재치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유머는 1996년 대선에서 패했을 때도 빛을 발했습니다. 청중 한 명이 시끄럽게 굴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re not gonna get tax cut if you don’t be quiet”(조용히 안 하면 세금 감면 안 해준다). ‘조용히 안 하면 안 해준다.’ 자녀가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며 시끄럽게 굴 때 미국 엄마의 단골 멘트입니다. 1996년 대선 패배 후 “이제 인생을 즐기겠다”라면서 정계를 은퇴해 강연가, TV 해설가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유명한 비아그라 광고도 이때 찍었습니다. ‘정치 셀럽’의 시초라는 평을 듣습니다. 유머 실력을 갖췄기에 셀럽으로 각광 받을 수 있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 프로야구 LA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통역사 불법도박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오타니 선수는 “통역사의 도박을 몰랐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박에 관여했는지, 관여했다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두고 연일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전했습니다.Everybody likes to weigh in on the Ohtani gambling scandal.”(모든 사람이 오타니 도박 관련 스캔들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무게’를 ‘weight’(웨이트)라고 합니다. 동사는 ‘weigh’(웨이)로 ‘무게를 재다’ ‘무게가 얼마 나가다’라는 뜻입니다. 상대의 몸무게가 얼마인지 묻고 싶다면 “how much do you weigh?”라고 하면 됩니다. ‘무게’는 곧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weigh in’은 ‘영향을 미치다’ ‘의견을 내놓다’라는 뜻입니다. 한창 토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3자의 의견을 묻고 싶다면 “do you want to weigh in?”(네 의견은 어때)이라고 합니다. 지금 미국의 핫이슈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오타니 스캔들에 한마디씩 거들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weigh in’과 비슷한 ‘weigh on’도 자주 씁니다. ‘weigh’(무게가 나가다)와 ‘on’(위에)을 합쳐서 ‘위에서 무게가 짓누르다’ ‘괴롭히다’라는 뜻입니다. “Problems at work are weighing on me.” 직장 일로 마음이 무거울 때를 말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3월 14일 소개된 선거 접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2년 3월 14일자한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유례없는 접전 끝에 나라를 이끌 새 리더가 결정됐습니다. 선거가 접전일 때 ‘close election’(가까운 선거)이라고 합니다. 후보 간 표 차인가 ‘가깝다’라는 뜻입니다. 당락을 점치기 힘든 초박빙의 개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too close to call’이라고 합니다. 표 차이가 너무 가까워 승자가 누구인지 부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접전 끝에 패한 후보의 발언을 들여다봤습니다.I personally will be at his disposal.”(그에게 도움이 되겠다)접전으로 치자면 한 달 넘는 재검표 공방 끝에 연방대법원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을 내린 2000년 대선이 가장 유명합니다. 대개 패배 연설은 선거 당일에 있지만 2000년 대선 때는 재검표 공방 때문에 대선 5주 뒤에 열렸습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대법원 결정에 불만을 쏟아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품위를 지켰습니다. ‘처분대로 하다’ ‘마음대로 사용하다’를 ‘at disposal’이라고 합니다. 부시 당선자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것입니다.We got here a little bit late and little bit short.”(여기에 좀 늦고 짧게 왔다)부시 대통령은 행운의 사나이입니다.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논란 끝에 승리하더니 2004년 재선에서도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 끝에 이겼습니다. 무대에 오른 케리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late’는 말 그대로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것입니다. ‘short’는 승리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You poured your hearts into this campaign.”(여러분은 이 유세에 진심을 다했다)2016년 대선 때 대부분의 사전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충격의 패배 후 클린턴 후보는 진심의 응원을 보낸 지지자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냈습니다. 어떤 일에 진심일 때 ‘pour heart into’라고 합니다. 마음을 쏟아붓는 것을 말합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의 저서 중에 ‘Pour Your Heart Into It’(진심을 부어라)가 있습니다. 액체 음료 커피와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4-10
    • 좋아요
    • 코멘트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오바마의 패배 연설을 들어보고 싶다”

    “I’d like to hear a concession speech that Obama might give.”(오바마의 패배 연설을 들어보고 싶다) 미국인들 사이에 유명한 농담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에 관한 한 패배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대선 경선과 본선, 대통령이 된 뒤 재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당선됐습니다. 심지어 치열하기로 소문난 하버드대 법대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 자리도 단번에 당선됐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성인이 된 후 선거는 백전백승입니다. 이 농담은 오바마의 탁월한 정치 능력을 말해주는 것과 동시에 패배 연설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설의 달인 오바마 대통령도 패배 연설을 하게 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말은 연설을 ‘하다’라고 하지만 영어는 ‘give speech’(연설을 주다)라고 합니다. 패배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승자의 연설만큼 패자의 연설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패자의 연설은 승자의 연설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공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연설이어야 합니다. 패배 연설을 ‘concession speech’(컨세션 스피치)라고 합니다. ‘승복 연설’이라는 뜻입니다. 패배를 의미하는 ‘loss speech’나 ‘defeat speech’라고 하지 않습니다. ‘concede’(양보하다)라는 단어 속에는 화합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패배 연설을 유형별로 알아봤습니다. △“His success alone commands my respect, but that he managed to do so by inspiring the hopes of many Americans is something I admire.”(그의 승리 하나만으로 나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 더구나 많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면서 승리를 이뤄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 첫째, 감동형입니다.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 훌륭하지만 패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연설은 더 훌륭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매케인은 연설 서두부터 오바마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지지자들의 야유가 터졌습니다. 매케인은 손을 들어 야유를 저지하며 오바마 당선의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야유가 박수로 바뀌었습니다. 이 연설에는 ‘humble’(겸손한)과 ‘courageous’(용기 있는)라는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다닙니다. 용기는 겸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 준 연설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틸 때 이 연설이 소환됐습니다. △“I felt like the little boy who had stubbed his toe in the dark - too old to cry, but it hurt too much to laugh.”(어두운 곳에서 발가락을 찧은 소년의 기분이다. 울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웃기에는 너무 아프다) 둘째, 솔직형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설입니다. 패배 후 복잡한 심경을 소년에 비유한 연설로 단번에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유명한 구절이라 선거 때마다 패자들이 “링컨이 말하기를”이라며 단골로 인용합니다. ‘stub toe’(스텁 토)는 발가락을 찧는 것을 말합니다. 책상다리에 걸려 발가락을 찧었다면 “I stubbed my toe on a table leg”라고 합니다. △“Let’s get it over with.”(빨리 해치우자) 셋째, 빨리빨리형입니다. 1980년 대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대패했습니다. 개표 초반부터 패배가 확실했던 터라 투표 마감 3시간 후인 오후 9시 50분쯤 연설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른 패배 연설입니다. 그때 참모에게 한 말입니다. ‘get it over with’는 즐겁지는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을 서둘러 끝낸다는 뜻입니다. 이 연설은 논란이 됐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였습니다. 서부 지역에서 아직 투표가 마감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패배 연설을 들은 유권자들이 투표소 방문을 포기하면서 함께 진행 중이던 상하원 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대선 후보는 오후 10시(동부시간 기준) 전에는 패배 연설을 하지 않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연설 전문가들은 패배 연설의 5대 법칙을 제시합니다. 해야 할 것 4개와 하지 말아야 할 것 1개(4 dos & 1 don’t)로 요약됩니다. 선거 패배뿐 아니라 인생의 어려움을 겪을 때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해야 할 것은 ‘humble’(겸손하라), ‘humorous’(유머를 가져라), ‘gracious’(품위를 지켜라), ‘self-deprecating’(자신을 낮춰라)입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don’t be bitter’(억울해하지 말라)입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4-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알아라”…오스카를 들어올린 정치적 발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e stand here as men who refute their Jewishness and the Holocaust being hijacked by an occupation which has led to conflict for so many innocent people.”(우리는 유대인답다는 것과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점령에 이용된 홀로코스트를 반박하는 사람들로써 이 자리에 섰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레드카펫 패션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수상 소감입니다. 대부분의 소감은 비슷합니다. 감격에 겨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MDGA formula’(MDGA 공식)라고 합니다. ‘Mom Dad God Agent’(어머니 아버지 신 에이전트) 순서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가족, 신 다음에 나올 정도로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크다는 할리우드식 유머입니다. 이런 공식을 따르지 않는 수상 소감도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소감입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로 국제영화상을 받은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논란이 됐습니다.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지휘관 가족의 얘기를 담았습니다. 소감의 핵심 구절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에 관한 내용입니다. 글레이저 감독은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을 비판했습니다. 이 소감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1200명 넘는 할리우드 유대인 인사들이 서명했습니다. 할리우드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지만, 유대 세력이 득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감은 시상식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것을 물론 발언 당사자의 경력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할리우드 잔칫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문제적 발언을 한 셀럽들을 알아봤습니다.You have refused to be intimidated by the threats of a small bunch of Zionist hoodlums.”(시원찮은 시온주의자 깡패 무리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글레이저 감독 이전에 이-팔 문제로 논란이 됐던 수상자로 1978년 ‘줄리아’(Julia)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있습니다. 대개 아카데미 행사장 주변은 팬들이 에워싸지만 이 해 시상식에는 시위대가 몰려들었습니다. 유대인 단체들이 ‘히틀러의 여자친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레드그레이브의 허수아비를 불태웠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할 정도로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레드그레이브는 파리에서 ‘줄리아’ 촬영 때 팔레스타인 부부 집에 살면서 사상적으로 교류하게 됐습니다. 이들이 만들고 있던 다큐멘터리 영화 ‘팔레스타인’의 제작비를 대고 해설을 맡았습니다. 배급사까지 물색하자 극우 성향의 유대인 단체들은 ‘줄리아’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에 “레드그레이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다시 고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폭스사의 모든 영화를 보이콧하겠다는 겁니다.레드그레이브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아카데미상 위원장은 “만약 수상하게 되면 ‘댕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도록 당부했습니다. 존 트라볼타가 수상자로 부르자 레드그레이브는 감사 인사를 한 뒤 시위대를 비판했습니다. ‘Zionist hoodlums’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Zionist’(시오니스트)는 팔레스타인 지방을 약속의 땅으로 여기고 조국을 건설하려는 유대 민족주의자를 말합니다. 이스라엘 건국에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을 ‘hoodlum’(후들럼)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깡패’를 말합니다. 레드그레이브는 행사장 밖에서 시끄럽게 시위를 벌이는 소수의 극우 시위대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단어였습니다. 야유가 터졌습니다. 각색상을 발표하러 나온 할리우드 인사의 일침을 놓자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I would like to suggest to Miss Redgrave that her winning an Academy Award does not require a proclamation and a simple ‘Thank you’ would’ve sufficed.”(레드그레이브 양에게 한마디 하겠다.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고 해서 거창한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댕큐’로 충분했을 것이다) 레드그레이브는 할리우드에서 영향력 있는 여배우여서 논란을 이겨냈습니다. 이후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두 차례 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당시 수상 소감을 후회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do what you feel is right. People get it or they don’t.”(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뿐이다. 어떤 사람은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I wondered if Deng Xiaoping is watching this right now.”(덩샤오핑이 지금 시상식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1993년 제65회 아카데미상부터 전 세계로 생중계됐습니다. 시청자가 10억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해 시상식에서 리처드 기어가 미술상을 발표하러 나왔습니다. 영화 ‘프리티우먼’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갑자기 덩샤오핑 중국 국가주석 얘기를 꺼냈습니다. 10억 명의 시청자 중에 덩 주석도 포함됐는지 궁금하다고 운을 뗐습니다. 티베트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기어는 열렬한 티베트 분리독립 운동가입니다. 덩 주석이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 유린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끔찍한’을 강조하기 위해 ‘horrendous’(허렌더스)를 두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영화에서 볼 법한 기적이 일어나 덩 주석이 군대를 철수해 티베트 국민이 자유롭게 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중국 발언 후 곧바로 후보 발표로 넘어갔습니다. 기어의 기습 발언에 화가 난 주최 측은 향후 아카데미상 참석을 금지했습니다. 기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전 서랜든과 팀 로빈스도 편집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된 아이티인 200명의 인권을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주기 바란다는 정치 발언을 했다가 참석이 금지됐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르던 때였습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기어를 고용하기를 꺼렸습니다. 자연히 소자본 독립 영화로 출연 무대가 바뀌었습니다. 간혹 대형 영화에 출연했을 때는 홍보 인터뷰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금방 관계를 회복한 서랜든과 달리 기어와 아카데미상의 불편한 관계는 오랫동안 계속됐습니다. 2003년 영화 ‘시카고’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으나 아카데미상에는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습니다. 20년 만인 2013년 ‘시카고’ 10주년 축하 무대에 오르면서 관계를 회복했습니다.The reasons are the treatment of American Indians today by the film industry and also with recent happenings at Wounded Knee.”(이유는 영화산업의 아메리카 원주민 대우와 최근 운디드니 사건 때문이다)1973년 4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대부’(Godfather)의 말론 브란도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브란도의 친구이자 아메리카 원주민 운동가인 사친 리틀페더가 대리 수상, 아니 대리 거부를 하러 무대에 올랐습니다. 로저 무어가 트로피를 건네려고 하자 밀어내며 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동료 배우들은 화가 났습니다. 미국의 국민배우 존 웨인은 리틀페더를 때려눕히기 위해 무대로 뛰어나가려다가 8명이 달라붙어 간신히 뜯어말렸습니다. 작품상을 발표하러 나온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카우보이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비꼬았습니다. “I don’t know if I should present this award on behalf of all the cowboys shot in all the John Ford westerns over the years.”(존 포드 서부영화에서 총에 맞은 모든 카우보이를 대신해 이 상을 수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브란도는 욕을 먹었지만, 리틀페더는 설득력 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언론은 그녀를 가리켜 “gracefully”(품위 있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차분하게 이름과 소속, 무대에 오른 이유를 설명하고, 시상식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해를 위한 것이라고 마무리했습니다. 운디드디 점거 사건을 널리 알렸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운디드니 사건은 1973년 원주민 부족 200여 명이 운디드디 마을을 점거하고 열악한 생활조건 개선을 요구하다가 강제 진압된 사건입니다. 아카데미상 위원회는 50년 뒤 리틀페더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며 시상식에서 박대했던 것을 사과했습니다.명언의 품격2003년 제7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나흘 뒤였습니다. 시상식장에는 레드카펫이 깔리지 않았습니다. 시상식 중계 중에 이라크 현지에서 전해오는 전황이 시시각각 자막으로 떴습니다. 행사장 밖에서 이라크전 반대 시위가 한창이었습니다.마이클 무어 감독이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습니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주제로 총기에 집착하는 폭력적인 미국 문화를 고발한 영화입니다. 무어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총기 얘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바로 본론인 이라크전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큐멘터리는 ‘nonfiction’(사실)을 다루지만 미국인들은 ‘fiction’(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공방까지 갔던 2000년 대선을 ‘fictitious election’(허구의 선거), 이를 통해 선출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fictitious President’(허구의 대통령)라고 꼬집었습니다. ‘fictitious’(픽티셔스)는 ‘fiction’의 형용사입니다. 이어 대통령을 거론했습니다.Shame on you, Mr. Bush, shame on you.”(창피한 줄 알아라, 부시, 창피한 줄 알아) ‘shame’은 명사 동사로 씁니다. ‘수치’ ‘창피’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명사입니다. 동사로 쓸 때는 ‘be ashamed of’ 형태로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Mr. Bush,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f”라고 해도 됩니다. 유명한 미국 속담이 있습니다.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나를 한 번 속이면 너의 수치, 두 번 속이면 나의 수치’라는 뜻입니다.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면 나 자신을 탓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what a shame’도 많이 씁니다.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까움을 표하는 감탄사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농담도 섞지 않고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역사상 가장 무례한 수상 소감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발언이 위험 수위에 달하자 아카데미 측은 마이크를 끄고 배경음악을 크게 틀면서 빨리 퇴장하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시상식 후 파티에서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미시건 집에 돌아오자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Shame on you, Mr. Moore, shame on you’(창피한 줄 알아라, 무어, 창피한 줄 알아)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집 앞에 말똥을 한가득 쌓아놓았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기리는 리더십상 수상자로 일론 머스크, 루퍼트 머독 등이 선정됐다가 항의가 밀려들자 시상식이 취소됐습니다. 이 상을 주관하는 오퍼먼 재단은 사회 각 분야에서 진취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명사들에게 수여하는 올해 긴즈버그상 수상자로 머스크와 머독 외에 정크본드 스캔들로 감옥에 갔다온 금융가 마이클 밀켄, 내부자거래 혐의로 수감됐던 미국판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록키’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을 선정했습니다. 보수 재벌, 범죄자, 근육질 영화배우까지 긴즈버그상 수상자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2020년 세상을 떠난 긴즈버그 대법관은 생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평등을 위해 노력한 진보적 법관이었습니다. 아들 제임스 긴즈버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질겁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Those are the last names that would come to mind.”(그들은 마지막에 떠오르는 이름일 것이다)‘come’은 ‘오다’, ‘to mind’는 ‘마음으로’입니다. ‘갑자기 마음으로 오다’ ‘떠오르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씁니다. “When I think of summer, the beach comes to mind”(여름을 생각하면, 바다가 떠오른다). ‘come to mind’ 앞에 ‘last’가 올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에 떠오른다’라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탐탁지 않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인들이 완곡하게 부정, 거절의 뜻을 전할 때 쓰는 어법입니다. 올해 수상자들은 아머니가 남긴 유산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라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20일 소개된 영화 ‘기생충’에 대한 내용입니다. ‘기생충’은 2020년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명언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이다)를 인용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지금도 명소감으로 꼽힙니다. ‘기생충’에 쏟아졌던 찬사를 다시 음미해보겠습니다.▶2020년 1월 20일자어떤 평론가들은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으면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수상할 경우 할리우드는 체면을 구기게 됩니다. ‘기생충’처럼 훌륭한 영화가 받아야 할 상을 그동안 허접한 할리우드 영화에 줬던 것에 대해 원성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Parasite’s awards season domination would extend to the Nickelodeon Kids Choice Awards.”(영화상 시즌에 ‘기생충’의 압도적 성과는 니컬로디언상까지 이어질 것이다)뉴욕 비평가 협회상 시상식에서 벤 스틸러가 ‘기생충’에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주면서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니컬로디언은 어린이 대상 케이블 채널로 매년 키즈 초이스상을 선정합니다. ‘기생충’이 영화상을 휩쓰는 것을 보니 전혀 어린이 취향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니컬로디언 키즈 초이스상까지 받을 기세라는 겁니다.It’s worth bringing your glasses.”(안경을 가져갈 만한 가치가 있다)미국인들은 자막 있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이를 고려해 ‘기생충’의 미국 수입배급사 네온은 영화 포스터에 재치있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자막을 읽으려면 안경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귀찮지만 안경을 가져갈 정도로 괜찮은 영화라고 합니다.Bong will win you over.”(봉이 당신의 마음을 차지할 것이다)봉준호 감독은 인터뷰 실력이 좋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넉살 좋은 유머를 풀어놓습니다. 영화 대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e brings the house down.” 집이 무너질 정도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겁니다. 유명 영화 잡지의 봉 감독 기사 제목입니다. ‘win over’는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자기편으로 만든다’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4-03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