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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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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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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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공략”… 청년농 판로지원 사업 인기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판로를 고민하는 청년 농업인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년 농업인 유통판로지원 사업은 신규 판매 경로와 유통 채널을 발굴하고, 유통 및 마케팅 역량을 높이는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업인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유통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품 판매를 돕는 온라인 판로 지원과 유통·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유통·마케팅 교육 등 두 가지가 있다.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은 네이버와 우체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청년 농업인 기획전, 판매수수료 면제(입점 지원), 할인 쿠폰 제공, 농가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진행한 네이버 쇼핑 활용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에 참여해 가장 많은 판매 건수(1만7422건)를 올린 박정근 미스터허브 대표는 “판로지원 사업에 참여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유통판로 지원을 위한 네이버 쇼핑 프로모션이 6일부터 17일까지 약 2주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온라인 유통·마케팅 교육사업은 7월부터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선정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커머스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 온라인 판매 및 라이브 커머스 프로세스, 시나리오 작성, 판매 상품·가격·프로모션 구성,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론 설명과 직접 촬영을 해보는 실습 과정으로 구성됐다. 청년 MD 육성 프로그램은 청년 농업인이 유통채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교육 프로그램은 마케팅 전략, 오프라인 유통채널 공략, 온라인 유통채널 공략 등 세 가지로 진행된다. 현직 MD를 통한 교육을 마친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상품성 평가 및 제품 론칭을 지원한다. 청년 농업인이 생산한 상품을 대상으로 유통 MD들은 콘셉트, 사업성, 경쟁력 등 3개 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청년 농업인들은 본인 상품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추후 개선된 방향으로 생산 및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수출에 관심 있는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수출 컨설팅 지원 사업은 농식품 기업 대상 맞춤형 수출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기업 선정 평가 때 청년 농업인이면 최대 5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농식품 수출 기업의 국제박람회 참가 지원 사업은 국내 농식품 수출 기업의 국제박람회 참가 지원을 통해 수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참가 모집 때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청년 농업인 6개사가 미국, 중국, UAE 등에서 개최된 국제식품 박람회에 참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년 농업인 육성은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열어줄 자양분”이라며 “청년 농업인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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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 화식 사료로 한우 사육 성공 레시피를 만들다

    《곽민준 씨는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 32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맨두팜스’를 경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곽 대표는 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태어나 보니 한우 농장 아들”이었다. 농부의 고단한 삶이 싫어 대학 졸업 후 국립대학 교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도드람 양돈농협으로 직장을 바꾼 것이 다시 소에게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양돈농협에서 일하면서 소를 공부해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를 가까이해서 남들보다 이해력도 빨랐습니다. 마침 그때 아버지가 혼자 농장 경영을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고 가업을 잇기로 했습니다.” ‘맨두팜스’는 ‘사람(men)이 농업(farms)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do)’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아버지가 혼자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에는 ‘사람’이 단수 ‘man’이었다. 곽 대표가 경영에 합류하면서 복수 ‘men’으로 바뀌었다. 회사 이름에 곽 대표 가족의 역사가 배어 있는 셈이다. 대를 잇는 승계농은 세대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곽 대표와 아버지는 다르다. 서로 모든 것을 상의한다. 곽 대표는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끝장토론 시간이 가장 유익하다”라고 말했다. 곽 대표가 합류하면서 ‘맨두팜스’만의 명품 한우 개량을 목표로 정했다. 아버지와 곽 대표는 나란히 한우 마이스터대학에 등록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가 먹는 사료로 관심을 돌렸다. “사람도 그렇듯이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량 한우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전국 한우 농가를 찾아다니며 사료 견학을 했습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기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종류의 사료는 없었습니다.” 직접 사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료 배합기, 급여기 등 거액의 설비 투자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 사업을 제안했다. 회사에서 근무할 때 자주 해본 일이라 사업제안 보고서 기획과 작성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가 제출한 ‘에코피드 사료개발 계획서’가 2021년 채택돼 지원금 1억2000만 원을 받아 주변 농가와 함께 연구회를 결성해 사업을 진행했다. 곽 대표가 개발한 사료는 화식(火食)이다. 화식은 ‘불에 익힌다’라는 뜻이다. 깻묵, 쌀겨, 비지 등 10여 가지 부산물을 볏짚과 함께 10시간 이상 찌는 것이 그의 독특한 사료 레시피이다. “기성 사료와 달리 한 번 찌기 때문에 균이 다 죽어서 깨끗한 사료가 됩니다. 익혀 먹으니 소화에도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료를 찌면 소의 성장과 번식에 중요한 비타민A도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고르고 일정한 마블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키운 소는 2500만 원이라는 일반 경매 최고가 낙찰의 경사를 맞았다. 곽 대표는 우수한 암소들을 선발해 ‘맨두팜스 히어로 라인’을 키우고 있다. 화식 사료로 키운 히어로 라인 소는 송아지 시절에는 별로 특출나지 않았다. 20개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체중이 늘면서 25개월째 975㎏, 27개월째 1025㎏이 됐다. “국내 최대 축산물 공판장으로 꼽히는 음성축산물 공판장에서 그동안 2000만 원을 넘긴 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두팜스 소가 2500만 원에 낙찰된 것이죠. 이 소식을 듣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2700만 원으로 다시 한번 낙찰 기록을 경신했다. 사료 배합을 자동 시스템화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농장 일은 육체노동이 많습니다. 사료 배합기를 설치한 뒤 힘든 일이 줄어 남는 시간에 주변 농가도 돕고,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곽 대표가 차근차근 성공의 길을 밟아가는 데는 청년후계농 사업에 선정된 것이 큰 힘이 됐다. “안성시에는 축사 신축 제한 조례가 있는데 청년후계농에게는 그 제한을 완화해 줬습니다. 후계농 정책자금대출을 활용해 축사 신축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매달 지급되는 100만여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은 생활비, 자재비, 약품비 등으로 썼습니다. 만약 선발되지 못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최근 한우 사업은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육두수의 초과, 치솟는 사료 가격 때문이다. 곽 대표는 그 해결책을 한우 고급화에서 찾고 있다. “국내에 밀려드는 호주산,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을 하는 것은 한우 농가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일본 와규(和牛) 농장처럼 자기 농장만의 브랜드를 키우고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맨두팜스가 꿈꾸는 미래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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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무슨 선물을 줄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Diplomatic gifts are exercises in soft power.”(외교 선물은 소프트파워를 보여준다)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4월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와 같은 국빈 방문이었습니다. 평소 국빈 방문 행사는 성대하게 열리는데 이번에는 조촐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감안했습니다. 행사 축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앨버니지 총리에게 주는 선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LP 수집광인 앨버니지 총리를 위해 미국 대통령 인장이 그려진 레코드 턴테이블을 선물했습니다. 턴테이블 전문 수공업체에서 특별 제작한 것입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에게 호주 원주민 화가의 그림, 스카프, 브로치 등을 선물했습니다. 4월 한국 대통령 방문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소형 탁자, 꽃병, 목걸이를, 한국 측에서는 달항아리와 족두리, 은주전자 등을 선물했습니다.국가 정상들은 빈손으로 만나지 않습니다. 외교의 징표로 선물을 교환합니다. ‘diplomatic gift’라고 합니다.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은 오래전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봄에 워싱턴에 활짝 피는 벚꽃 나무들은 도쿄 시민들의 선물로 시작됐습니다. 외교가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exercise in power’는 ‘힘의 행사’를 말합니다. 선물은 무력이 아닌 문화로 상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프트파워’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물 턴테이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송 문화를 상징합니다. 앨버니지 총리의 선물인 원주민 화가 그림은 광활한 호주 자연의 생명력을 알리려는 의도입니다. 수많은 나라 정상들이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합니다. 그만큼 선물도 많이 받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 보따리를 풀어봤습니다. I have to admit, when we reformed health care in America, crocodile insurance is one thing we left out.”(미국 건강보험을 개혁했을 때 악어 보험은 빠뜨렸다는 것 인정)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노던 준주(NT)를 방문했을 때 행사장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폴 헨더슨 선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넨 봉투 때문입니다. 봉투 속에 든 것은 악어 보험 증서.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노던 준주에 머무르는 동안 악어의 공격을 받으면 부인 미셸 여사에게 3만 파운드(5000만 원)가 지급되는 보험이었습니다. 노던 준주(準州)는 유명한 호주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가 촬영된 곳입니다. 길이 4m 이상의 초대형 악어가 출몰해 일 년에 몇 명씩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헨더슨 장관은 악어 보험 증서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We don’t think that’s going to happen, but it should provide a little bit of reassurance.”(잡아먹히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보험이 있으면 안심이 되지요) 보험 증서는 노던 준주의 명물 악어를 홍보하려는 의도입니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는 법.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바로 전해에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국민 건강보험을 개혁했습니다. 그때 웬만한 보험은 다 개혁했지만 희귀한 악어 보험은 미처 손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be left out’은 ‘빠뜨리다’ ‘남겨두다’라는 뜻입니다. We both use Colgate toothpaste.”(우리 둘은 모두 콜게이트 치약을 쓴다)2003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세면도구 가방을 선물했습니다. 세안 용품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손가방을 ‘toiletry bag’ ‘wash bag’이라고 합니다. 세면 가방 선물은 화제가 됐습니다. 영국의 최대 우방인 미국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약소했기 때문입니다. 세면 가방의 시가는 215파운드(35만 원) 정도였습니다.이런 선물을 한 이유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3월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으로 블레어 총리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만났습니다. 두 정상은 서먹해 보였습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What do you have in common?”(당신들 사이에 공통점은 뭔가)부시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콜게이트는 미국 최대 치약 브랜드입니다. 기자회견의 경직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부시 대통령의 농담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실없는 농담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영국에서는 논란이 됐습니다. 겨우 공통점으로 치약을 꼽았기 때문입니다. ‘콜게이트 외교’(Colgate Diplomacy)라는 유행어가 생겼습니다. 블레어 총리의 외교력이 콜게이트 치약 정도밖에 안 된다고 조롱이었습니다. 블레어 총리가 치약을 넣는 세면 가방을 선물한 것은 그런 비판론자들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어쨌든 부시 대통령 덕분에 뜻밖의 홍보 기회를 얻은 콜게이트 치약은 영국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광고 문구는 ‘Bush & Blair agree on defence policy’(부시와 블레어는 방어 정책에 동의한다). ‘defence’는 ‘defense’의 영국식 영어입니다. 여기서 ‘defence’는 ‘국방’의 의미가 아니라 치과 질환에 대한 ‘방어’를 말합니다See if you can catch the prime minister and tell him this is the wrong size.”(빨리 총리를 붙잡고 사이즈가 작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봐라)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해럴드 윌슨 영국 총리를 만났습니다. 회담 의제는 베트남 전쟁. 존슨 대통령은 영국의 참전을 요청했지만, 윌슨 총리는 거절했습니다. 회담은 회담이고 선물은 선물입니다. 성과 없는 회담이었지만 윌슨 총리는 존슨 대통령에게 영국 명품 버버리 코트를 선물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윌슨 총리가 나가자마자 코트를 걸쳐봤습니다. 안타깝게도 192cm의 장신 존슨 대통령에게는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급히 백악관 의전 국장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wrong size,’ 맞으면 ‘right size’입니다. 코트를 싸 들고 헐레벌떡 뒤쫓아간 의전 국장은 백악관을 막 출발하려는 윌슨 총리의 차를 붙잡았습니다. 의전 담당자가 급히 창문을 두드리자 윌슨 총리는 큰일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Of course I’ll get it and I’ll get the right size and get it back to him.”(물론 가져가서 맞는 사이즈로 바꿔서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다)명언의 품격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외교 선물은 중국이 미국에 준 판다입니다. 지금 같은 미중 갈등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닉슨 대통령 부부를 만난 자리에서 양국 우정의 상징으로 판다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짝을 지어 번식할 수 있도록 암수 두 마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판다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미국 동물원들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외교적 의미를 고려해 워싱턴 국립동물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동물원은 온도가 섭씨 10도로 자동 조절되고, 침실과 놀이 공간이 분리돼 있고, 넓은 테라스를 갖춘 초호화판 판다 거처를 마련했습니다.닉슨 방중 2개월 뒤인 4월 16일 수컷 싱싱과 암컷 링링이 드디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동물원으로 향하는 과정이 TV 생중계됐습니다. 동물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팻 닉슨 여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I’m sure pandamonium will break out.”(확신하건대 판다 열풍이 몰아칠 것이다)‘pandamonium’(팬더모니엄)은 팻 닉슨 여사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pandemonium’에 빗대 ‘pandamonium’라는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판다는 ‘팬더’로 발음되는 때문에 두 단어는 발음이 똑같습니다. 존 밀턴의 ‘실낙원’(Paradise Lost)에 처음 나오는 단어 ‘pandemonium’은 ‘대혼란’ ‘대소동’을 말합니다. 미국에 온 판다가 ‘대사건’이라는 의미입니다. ‘break out’(브레이크 아웃)은 ‘발발하다’라는 뜻입니다. 명사로 쓸 때는 ‘outbreak’가 됩니다. ‘breakout’은 ‘탈옥’ ‘피부에 난 뾰루지(여드름)’를 말합니다.판다를 보기 위해 한 달 동안 백만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동물원 연간 방문객이 67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판다가 얼마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초대형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면서 닉슨 대통령의 최대 업적인 미-중 관계 개선은 묻혀버렸고, 판다의 인기도 시들해졌습니다. 새끼 5마리를 낳았지만 모두 며칠 만에 죽어 후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링링과 싱싱은 각각 1992년, 1997년 숨을 거뒀습니다.원래 판다는 선물 맞교환 형태였습니다. 판다를 받는 조건으로 미국은 사향소(musk ox) 두 마리를 중국에 선물했습니다. 커다란 뿔을 가진 사향소는 외모적으로 판다만큼 매력이 없었습니다. 중국에 건너간 뒤 시름시름 앓아 병원 신세만 졌습니다. 중국의 국모로 통하는 쑨원의 부인 쑹칭링은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불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We got a bad deal”(우리는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판다가 공산 독재국가 중국의 이미지 상승에 기여한 소프트파워 공로를 보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연애 짝짓기 프로그램이 인기지만 원조는 미국입니다. 1960년대부터 다양한 포맷의 TV 데이팅 게임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 최고 인기는 9월에 첫선을 보인 ‘The Golden Bachelor’(골든 배철러). 2002년부터 방송 중인 ‘배철러’의 연령대를 60∼70대로 높인 버전입니다. ‘배철러’는 ‘배철러렛’ ‘배철러 인 파라다이스’ ‘애프터 배철러’ 등 파생 프로그램이 하도 많아서 ‘배철러 왕국’(Bachelor Nation)으로 불립니다. ‘골든 배철러’도 그중 하나입니다.‘골든 배철러’의 인기는 미국의 풍요를 상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 그 연령대에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인 독신남 게리 터너(72)는 잘생긴 외모, 대형 레스토랑을 경영한 부유한 환경, 지적인 분위기 등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가장 시청자를 사로잡는 요인은 2017년 사별한 부인에 대한 사랑입니다.She’s up there rooting for me.”(그녀는 하늘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she’는 사별한 부인 토니를 말합니다. 죽은 사람에 대해 예의를 갖춰 말할 때 ‘up there’(저 위에 있다)라고 합니다. ‘root’는 동사로도 씁니다. ‘root out’과 ‘root for’를 많이 씁니다. ‘root out’은 ‘뿌리를 캐내다’ ‘근절하다’라는 뜻입니다. ‘root for’는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터너가 하도 토니를 자주 언급해서 데이팅 프로그램인지, 전 부인 추모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주 시청자층인 중장년 기혼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5일 소개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에 관한 내용입니다. 외교 관계가 단절된 북한의 고위인사가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친서를 가지고 미국을 방문한 것은 화제 그 자체였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권력에서 밀려났다가 최근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2018년 6월 5일자최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을 다녀갔습니다. 18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할 말이 많습니다.Steak and corn on the cob?”(메뉴는 스테이크와 옥수수구이인가)김영철 부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만찬장 앞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은 만찬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리에게 “메뉴가 뭐냐”라고 끈질기게 물어봅니다. “김치가 나왔냐”라고 한 기자가 물어보자 관리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의 질문입니다. 스테이크, 옥수수구이는 독립기념일에 미국인들이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는 음식입니다. 김치가 한국인들에게 그런 것처럼 미국의 정신이 담긴 음식입니다. ‘corn on the cob’(콘 온더 캅)은 옥수수를 통째로 굽거나 찐 것을 말합니다.North Koreans have gotten the whole enchilada”(북한에 좋은 일만 시켰다)계속 음식 비유입니다. 엔칠라다는 토르티야 속에 여러 재료를 넣고 둘둘 말아서 구운 겁니다. 엔칠라다를 먹는 것은 고난도 작업입니다. 속재료들이 줄줄 밖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whole enchilada’는 ‘속재료가 떨어지지 않은 엔칠라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발언을 한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북-미 정상회담 반대론자입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북한은 완전한 상태를 얻었다” “북한에 좋은 일만 시켰다”라는 의미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고 내부적으로는 북한 주민에게 대단한 선전 거리가 됐다는 겁니다.I may be in for a big surprise.”(놀랄만한 내용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거대한 봉투에 들어있는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았습니다. 기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약을 올립니다. ‘be in for a surprise’는 ‘놀랄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치사하게 약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가 난 기자들은 더는 친서에 관해 묻지 않았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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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복 입은 아들의 사진, 이 대통령을 강직하게 만들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Every morning I get up and I say to myself; I hope he’s proud of me.”(매일 아침 일어나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가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설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진. 군복을 입은 남성이 금발의 어린아이를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군복을 입은 남성은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 어깨에 태운 아이는 그의 아들 로버트입니다. 2009년 보 바이든이 이라크전쟁에서 귀국했을 때 마중 나온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태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6년 뒤 그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진을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한 것은 연설의 진정성을 전하려는 의도입니다. 보 바이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favorite son’(총애하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나의 영혼”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은 잘 통했습니다. 아들은 숨을 거두기 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Promise me, Dad, you’ll stay engaged.” ‘engage’는 ‘관여하다’라는 뜻입니다. 계속 공직생활을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자신이 떠난 뒤 아버지가 절망할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의 우려대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정치에서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것이 결국 자신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말입니다. ‘proud’(자랑스러운)는 부모와 자식 간에 자주 오가는 칭찬입니다. 대개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칭찬이지만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약속한 대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Oval Office’(둥근 사무실)라고 불리는 백악관 집무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집무실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아들 사진처럼 오벌 오피스는 가장 사무적인 공간인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을 장식했던 다양한 소품들을 소개합니다.Freedom takes a lot of work.”(자유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백악관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조형물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물론 자유의 여신상 실물은 뉴욕에 있습니다. 백악관에는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노먼 록웰의 ‘Working on the Statue of Liberty’(자유의 여신상에서 일하며)입니다. 1946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에 실린 그림입니다. 록웰은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미국 사회의 현실을 잘 묘사한 화가 겸 삽화가입니다. 열렬한 록웰 수집가인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기부했습니다. 이 그림은 자유의 여신상의 화려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신상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횃불을 청소하는 5명의 인부가 초점입니다. 아찔하게 높은 곳이기 때문에 팀워크는 생명입니다. 인부들은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횃불을 청소합니다. 밧줄에 양동이, 빗자루가 대롱대롱 걸려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미국이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뒤 처음 맞는 독립기념일 표지에 실렸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의 집무실에 빠지지 않고 걸렸을 정도로 사랑을 받은 그림입니다.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그림을 치우고 앤드루 잭슨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복원시켰습니다. 특히 이 그림을 좋아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자신의 영웅인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 위에 건 것을 보면 얼마나 이 그림을 아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치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책상 건너편. 책상에서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위치입니다. 록웰이 작품 설명으로 붙인 유명한 문구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습니다. ‘take work’는 ‘노동이 들어가다’ ‘노력이 투입되다’라는 뜻입니다. 작게는 자유의 여신상을 청소하는 인부들의 노력, 크게는 자유의 나라 미국을 지키는 국민의 노력을 말합니다.A Charge to Keep’ calls us to our highest and best.”(‘지켜야 하는 본분’은 우리에게 최선과 최고를 다 하도록 요구한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방문객이 찾아오면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이끄는 곳은 집무실 오른쪽 벽에 걸린 그림. 제목은 ‘A Charge to Keep’입니다. 독일 출신의 미국 화가 윌리엄 코르너의 1916년 작품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코르너의 그림을 텍사스 주지사 집무실에서 떼어와 백악관 집무실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할 정도로 애착이 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코르너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인의 투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charge’는 ‘부과’를 뜻합니다. ‘charge to keep’은 지켜야 하는 부과, 즉 본분을 말합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19세기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선교사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가파른 산을 넘는 선교사로부터 미국의 개척정신을 본 것입니다. 나중에 그림 속 주인공이 선교사가 아니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임기 말까지 전시했습니다. 자서전 제목까지 ‘A Charge to Keep’이라고 붙였습니다.I want to buy that rocking chair.”(저 흔들의자를 사고 싶어)사무실에 흔들의자가 있다면? 어울리지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휴식용이라 사무실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흔들의자는 ‘rocking chair’라고 합니다. ‘rock’은 ‘흔들다’라는 뜻입니다. rock and roll(로큰롤)은 원래 ‘흔들고 구르는’ 음악을 말합니다. 그런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업무용 의자도 있었지만, 흔들의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 위에서 서류 보고, 회의하고, 전화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고질병인 요통 때문. 젊은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케네디 대통령은 허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정계에 진출했을 때 앉거나 걷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흔들의자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시절 재닛 트라벨 박사의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코넬 의대 출신의 트라벨 박사는 통증 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케네디 의원은 트라벨 박사가 권하는 흔들의자에 앉아 상담을 받았습니다. 트라벨 박사가 얼마 전 의료업계 잡지에서 보고 우편으로 주문한 의자였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진료실을 나오던 케네디 의원은 요통이 크게 줄어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자 덕분이었습니다. 등 부분의 굴곡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덜했습니다. 케네디 의원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트라벨 박사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럴 때는 ‘that’을 강하게 해줘야 합니다. 트라벨 박사는 “파는 의자가 아니다”라며 의자를 제작한 가구업체를 소개해줬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버러의 ‘P&P 체어’라는 가내 수공업 의자 전문 제작업체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집무실용, 에어포스원용, 사저용 등 여러 개의 흔들의자를 P&P로부터 주문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사저용 흔들의자는 2005년 뉴욕 경매에서 9만6000달러(1억30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트라벨 박사와의 인연도 계속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트라벨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했습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주치의입니다. 이후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집무실에 흔들의자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장식용일 뿐 케네디 대통령처럼 즐겨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명언의 품격백악관 집무실에는 전통적으로 TV가 없습니다. 지도자의 TV 시청은 ‘한가하다’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TV광 트럼프 대통령도 TV를 시청하고 싶을 때는 옆방에 가서 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에 TV를 두기는 하지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액자처럼 위장시켜 놓았습니다. 당당하게 내놓고 TV를 본 대통령이 있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입니다. 텍사스 지역 정치인 시절 부인 명의로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했던 존슨 대통령은 취임 후 서둘러 TV를 설치했습니다. 전임 케네디 대통령의 인기를 부통령으로 지켜보면서 TV 매체의 위력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도 멀티스크린으로 3대를 나란히 설치했습니다. CBS, NBC, ABC 등 3대 공중파 방송 뉴스를 동시에 시청했습니다. 책상에서 일하면서 TV를 시청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존슨 대통령의 주특기였습니다.하지만 TV는 존슨 대통령의 몰락을 몰고 왔습니다. 1968년 2월 27일은 미국 TV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입니다. 이날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역사적인 특집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베트남을 취재하고 돌아와 미국의 참전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므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특집 방송을 ‘크롱카이트 모먼트’(Cronkite Moment)라고 합니다. 케네디 대통령 타계 소식을 전한 방송과 함께 크롱카이트의 가장 유명한 방송으로 꼽힙니다.If I’ve lost Cronkite, I’ve lost Mr. Average Citizen.”(크롱카이트를 잃은 것은 미국 전체를 잃은 것이다)이 방송을 집무실 TV로 시청하던 존슨 대통령은 옆에 있던 백악관 대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average citizen’은 ‘평균 시민,’ 즉 ‘민심’을 의미합니다. 크롱카이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명언입니다. 베트남전에 대해 중립적이던 크롱카이트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은 참전 정책을 주도한 존슨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불붙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고 1개월 뒤 존슨 대통령은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문에 하버드대가 난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단체들은 하마스 공습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은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거액의 기부자들은 “하버드대에 실망했다”라며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테러를 옹호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대학 당국의 침묵이 “역겹다”(sickened)라고 했습니다.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여성 수장인 클로딘 게이 총장은 “테러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존중한다”라는 미지근한 성명을 뒤늦게 발표했습니다. 기부 철회 움직임이 거세지자 게이 총장은 테러 규탄 쪽에 무게가 실린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가장 강한 세 번째 성명 내용입니다.That’s a far cry from endorsing them.”(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말에 동조한다는 것은 아니다)‘far’는 ‘멀리,’ ‘cry’는 ‘울음’을 말합니다. ‘먼 울음’이 무슨 뜻일까요. ‘cry’는 ‘울다’라기 보다 ‘소리치다’ 정도로 보면 됩니다. 멀리서 소리치면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지 않으면 서로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far cry from’은 ‘전혀 다르다’라는 뜻입니다. ‘different from’과 같은 뜻입니다. 게이 총장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처벌 면제와 주장 동조는 ‘다른 문제다’ ‘관계가 없다’라고 합니다. ‘endorse’(인도스)는 ‘지지하다’라는 뜻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특정 제품 광고를 하거나 제품을 사용해 홍보하는 것은 ‘celebrity endorsement’라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 이삿날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날은 대통령도 바쁘지만, 뒤에서 일하는 백악관 직원들은 더 바쁩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짐을 빼고, 취임하는 대통령의 짐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분주한 이사가 이뤄지는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2021년 1월 25일자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정신 없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통령 본인이 짐을 싸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사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백악관, 혼란의 이사 현장 밀착 취재.It’s a mad dash.”(미친 질주)백악관 새주인이 되는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정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행진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돌아올 때까지 백악관 직원들은 이삿짐을 옮길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삿짐을 옮길 시간이 훨씬 줄어든 것입니다.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올해 이사 과정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바이든 가족은 백악관 건물을 알고, 사람들을 안다. 많이 와봤다)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 이사 가는 집, 백악관의 내부를 훤히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덕분입니다.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어떤 장소에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합니다.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입니다.See you on the flip side.”(언제 또 보자)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내기할 때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덮은 뒤 “head?”(앞면), “tail?”(뒷면)을 맞힙니다.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이라고 합니다. ‘절반의 확률’(fifty-fifty chance)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flip’은 작별 인사를 할 때도 등장합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는 “(확률을 정할 수는 없지만) 언제 또 보자”라는 뜻의 매우 미국적인 인사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인사말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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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도 도리질한 이스라엘의 ‘24시간 대피’ 최후통첩[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at’s gonna be a tall order.”(그건 무리한 주문이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북쪽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이 위험 지역을 하루 만에 빠져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의 발언 중에 ‘tall order’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키 큰 주문’이 무슨 뜻일까요. ‘달성하기 어려운 요구’를 말합니다. ‘tall’은 ‘키가 크다’라는 뜻 외에 ‘덩치가 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요구 사항이 비현실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It’s a tall order, but it’s worth trying.”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속담입니다. ‘성사되지 않을 일이지만, 노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전투력을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Every Hamas member is a dead man”(모든 하마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고는 단순한 허풍이 아닙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집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Yoni is down, Yoni is down.”(요니가 총에 맞았다, 요니가 총에 맞았다)이스라엘이 벌인 작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76년 ‘Operation Entebbe’(엔테베 작전)입니다.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에게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출한 작전입니다. 공식 작전명은 ‘Operation Thunderbolt’(벼락 작전).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Yonatan’(요나탄 작전)으로로 불립니다.이스라엘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납치됐습니다. 승객의 3분의 1은 이스라엘 국민이었고, 한국인도 1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테러범들은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53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승객들을 사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정예 특수부대 ‘사예렛 마스칼’을 출동시켰습니다. 106명의 인질 중 102명을 구출하고 테러범 7명을 전원 사살했습니다. 공격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 ‘선더볼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광석화 같은 작전이었습니다. 미군은 9·11 테러범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 위해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엔테베 작전을 본보기로 삼았습니다.이스라엘 측에서는 단 1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선두에서 작전을 지휘하다가 총에 맞은 요나탄 네타냐후 사령관입니다. 테러 진압 후 첫 무전 교신에서 작전 성공보다 요나탄 사령관이 총에 맞은 사실을 먼저 언급했을 정도로 이스라엘군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요니’는 ‘요나탄’의 애칭입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형으로, 30세에 요절한 그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엔테베 작전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에서 자주 영화화됐습니다. 미국에서는 ‘Victory at Entebbe’(한국명: 엔테베 특공작전), ‘Raid on Entebbe’(특명 엔테베 탈출), ‘Entebbe’(엔테베 작전) 등 이름도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There were six million pairs of eyes on me. I had to succeed.”(600만 명의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성공해야 했다)‘Operation Finale’(최후의 작전)는 유대인 대학살을 주관한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친위대 장교를 15년에 걸쳐 추적한 이스라엘 모사드의 작전명입니다. 아이히만은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아르헨티나의 공장 기계공으로 숨어 살다가 1960년 체포됐습니다. 전 세계로 중계된 재판에서 112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증언대에 올라 아이히만의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재판을 참관한 독일 출신의 미국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피고석에 앉은 평범하고 친절해 보이는 아이히만의 모습에 ‘the banality of evil’(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히만을 체포한 것은 피터 멀킨이라는 베테랑 모사드 요원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로 날아가 3개월 동안 미행했습니다. 귀 모양으로 확인한 뒤 공장에서 퇴근하던 아이히만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돌아보는 순간 결박시켜 비밀 장소로 데려갔습니다. 멀킨 요원이 자서전 ‘내 손으로 잡은 아이히만’(Eichmann in My Hands)에서 밝힌 체포 순간입니다. ‘six million pairs of eyes’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600만 명을 말합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실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과거 미군 수용소에서 탈출한 적이 있어서 또다시 놓칠 수 없었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심리 대결을 펼쳐졌습니다. 멀킨 요원은 계속 부인하는 아이히만을 열흘간 심문해 자백을 받았습니다. 멀킨 요원이 꼽은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은 “내 가족도 수용소에서 죽었다”라고 하자 아이히만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대인이니까 죽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답했을 때입니다.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Operation Finale’(오퍼레이션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제작됐습니다.Hope is not lost.”(희망을 잃지 않겠다)유대인 하면 백인이 연상되지만,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흑인 유대인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유대인’ ‘베타 이스라엘’이라고 합니다. 비유대인 비중이 늘어나자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을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랍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유대인을 탈출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984년 에티오피아 유대인 8000명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는 극비 작전이 전개됐습니다. 벨기에 항공사 TEA를 대절해 수단에서 홍해를 거쳐 브뤼셀로 우회해 이스라엘로 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킨 모세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Moses’(모세 작전)로 명명됐습니다. 작전이 언론에 노출되자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민을 데려가는 것에 반발했습니다. 흑인 유대인 유입에 대한 이스라엘 내 거부감도 컸습니다. 시몬 페레스 총리는 의회에서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연설로 국민을 설득했습니다. 유대인을 마지막 한 명 데려오는 날까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3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9만여 명의 유대인들을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이들은 베타 이스라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모세 작전은 2019년 ‘Red Sea Diving Resort’(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습니다. 모사드 요원들이 홍해 인근에서 위장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하며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내용입니다. 명언의 품격1972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서독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포로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 실패로 인질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은 즉각적인 보복을 요구했습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주저했습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보복은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피를 피로 갚는다’라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가장 우려한 것은 암살 임무를 담당할 조직원의 안전이었습니다. 골다 메이어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y sit right in the jaws of the enemy.”(그들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jaws’(조스)는 ‘턱’ ‘아가리’를 뜻합니다. ‘in the jaws’(턱 안에 있다)라는 것은 입으로 삼키기 직전, 위험에 직면한 상태를 말합니다. 메이어 총리는 최종적으로 보복을 결정했습니다. 뮌헨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을 암살하는 ‘Operation Wrath of God’(신의 분노 작전)가 개시됐습니다. 모사드 내 암살 조직 ‘Bayonet’(베이요넷) 부대가 담당해 ‘Operation Bayonet’(총검 작전)이라고도 불립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조카를 로마 아파트에서 암살한 것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7년여 동안 20명이 암살됐습니다. 메이어 총리가 우려한 대로 암살자는 암살 대상이 됐습니다. 작전에 투입된 많은 모사드 요원들이 암살되거나 암살의 공포 속에서 살았습니다. 2005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은 모사드 요원들의 심리적 고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증오 악순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윌 스미스의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언론 인터뷰가 화제입니다. 윌 스미스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행자 크리스 록이 핀켓 스미스의 탈모증을 조롱하자 “내 아내 이름을 들먹거리자 마”라고 화를 내며 록의 뺨을 때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핀켓 스미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과 7년째 별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류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멀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핀켓 스미스가 ‘Worthy’(가치 있는)이라는 제목의 자서전 출간에 맞춰 여러 매체와 홍보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뺨을 때리는 장면을 객석에서 지켜봤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I thought, ‘This is a skit.’”(코미디인 줄 알았다)‘skit’(스킷)은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방송 용어입니다. ‘짧은 코미디극’을 말합니다. ‘공격하다’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웃음 공격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든 코미디입니다. 핀켓 스미스는 남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만든 즉석에서 뺨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skit’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sketch’(스케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케치는 ‘그림을 그리다’라고 이해하지만 ‘코미디’라는 뜻도 있습니다. ‘skit’을 길게 늘이고 풍자성을 강화하면 ‘sketch’가 됩니다. 미국 ‘Saturday Night Live’(SNL)는 여러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의 코너를 ‘스케치’라고 합니다. ‘skit’은 각본이 없고, ‘sketch’는 각본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6일 소개된 미국-이란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게 중동의 적은 이란입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에게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개입 여부가 미국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외교 업적입니다. ▶2020년 1월 6일자미국 유력 싱크탱크에 가보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것이 중동 전문가들입니다. 연구 인력의 절반 정도가 중동 전문가입니다.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시끄러울 때 이들의 주가는 올라갑니다. 드디어 중동 전문가들이 득세할 때가 왔습니다. 미국의 기습적인 공습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보복 공격 등으로 중동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Chest-beaters are making the usual war-like noises, the noises they always make.”(개입주의자들은 언제나처럼 호전적인 얘기를 떠들며 장단을 맞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려면 폭스뉴스를 보는 것이 빠릅니다. 폭스뉴스 앵커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터커 칼슨 앵커는 이란군 실세를 공습한 것에 반기를 듭니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으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chest-beater’는 자기가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말합니다. 칼슨은 미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오만한 이기주의자라고 본 것입니다.They just can’t let it go.”(그들은 포기를 모른다)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관심을 쏟는 민주당에게 중동분쟁은 반갑지 않습니다. 이슈가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습 몇 시간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이 최우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탄핵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이 이슈를 놔주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Waist Deep and Sinking in the Big Sand.”(허리까지 차오르는 큰 모래 수렁에 빠지다) 베트남전 때 유명한 반전 슬로건으로 ‘Waist Deep in the Big Muddy’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거대한 진흙탕이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승산 없는 전투에 내몰리는 미군의 비참한 상황을 말합니다. 미국 반전 단체들이 이번에도 비슷한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진흙탕 대신 중동의 모래 수렁(big sand)에 빠진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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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서 창업 꿈꾸는 청년 위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탄탄한 교육과정 제공

    요즘 대세는 스마트팜이다. 정부는 2018년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수립했다. 청년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 보육 체계와 창업 및 주거 공간을 갖춘 집적화된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곳에서 기업-연구기관-농업인 간 공동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축해 농업과 전후방산업의 동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농업 인력·기술의 확산 거점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됐다. 혁신밸리는 1, 2차로 나눠 4개소가 선정됐다. 1차 지역으로 2018년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 2차 지역으로 2019년 전남 고흥과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 개소당 평균 88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으로 지방비 추가 투입분까지 고려하면 사업비는 개소당 평균 956억 원에 이른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핵심 시설은 보육 온실, 임대 온실, 실증 온실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보육 온실은 신규 진입하는 청년을 위한 실습 중심의 장기 교육 과정을 운영해 스마트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2개월간의 입문 과정을 거쳐 보육센터 실습장 등을 활용해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형 실습(6개월), 자기 책임하에 경영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경영형 실습(12개월) 기회가 주어진다. 개소별 2.1∼2.6㏊의 면적을 차지한다. 교육 과정은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가 담당한다. 스마트팜 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만 18∼39세의 청년을 매년 208명씩 선발한다. 개소별 2.1∼2.6㏊의 면적을 차지하고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을 연 208명씩 뽑는 것. 수료생을 대상으로 성적 우수자에게는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 우선권을 제공하며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지원대상으로 선발·지원(약 100명) 등을 창업 지원한다. 2018∼2022년 5기에 걸쳐 788명을 선발했고 이 중 1∼3기 284명이 수료해 스마트팜 창업 등 농업 분야에 진출했다. 임대 온실, 또는 임대형 스마트팜은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재배·경영 역량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온실을 임대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소별 4.5∼6㏊이고, 우수 보육생은 1인당 400∼500평을 3년간 임대할 수 있다. 현재 김제에 23명, 상주에 9명이 입주해 있다. 실증 온실은 ICT 기자재, 신품목, 온실용 스마트 기계 등을 실증·검증하는 곳으로 빅데이터 분석, 전시·체험·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기술 혁신을 창출하는 곳이다. 개소별 1.6∼1.9㏊의 면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에 청년 유입, 농업과 전후방 산업 동반 성장을 목표로 조성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많은 청년 농업인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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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부 농부의 꿈 “수세미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키울래요”

    경상북도 구미에서 ‘팜투에코’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양서진 대표(38)는 수세미를 재배한다. 주변에 수세미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그게 작물이 되느냐”라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는 양 대표. 샤인머스켓, 블루베리 등 요즘 농부들이 많이 재배하는 작물에 비해 수세미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수세미를 재배하는 농가는 전국 모두 합쳐봐야 10곳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안 되는 작물’이겠지만 저는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겁 없이 뛰어들었죠.” 양 대표는 농지 9917㎡(약 3000평), 비닐하우스 165㎡(약 50평)에 수세미 농장을 구축해 생산하고 있다. 1인 농장 시스템이다. 농번기에 공무원인 남편이 돕기도 하지만 여자 혼자서 3000여 평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 2, 1학년 등 돌봐야 할 자녀가 4명이나 있다. 그러나 양 대표의 입에서는 “힘들다”라는 말 대신 “농사는 주부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생이 됐을 때쯤 내 일을 갖고 싶었지만 아이 넷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곁에 있어주면서 워킹맘으로 살고 싶다면 농사만큼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수세미라는 작물을 정하는 데도 주부의 센스가 작용했다. 2016년 지인의 농장에 갔다가 우연히 말린 수세미를 건네받고 아기 그릇을 닦아봤다. 잘 닦였다. 더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이라 버릴 때 고민이 덜하다는 점이다. “설거지는 주부의 주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수세미 같은 작은 것이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싶은 것이 모든 주부의 마음입니다.” 수세미를 키워보자고 결심하고 남편과 상의해 2020년 토지를 구매하고 이듬해 ‘팜투에코’를 설립했다. 그때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2021년 사업에 선정돼 토지를 구매할 수 있었고, 매달 100만여 원씩 받는 영농정착지원금은 농자재를 구입하는 데 보탰다. 만약 지원금이 없었다면 가정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수세미는 씨를 땅에 심어서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대략 100일 걸린다. 덩굴식물이어서 위로 높게 뻗으며 자란다. 사람 키를 넘는 것은 보통이어서 지지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다 자라면 초록색의 사람 팔뚝만 한 수세미가 된다. 이를 수확해 물에 삶아 건조시키면 우리가 아는 연한 갈색의 수세미 제품이 된다. 양 대표는 긴 수세미를 3등분해서 설거지용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찻잔 받침, 향기 주머니 등을 만들 수 있는 수세미 바느질 키트도 판매한다. 열매 형태의 수세미 차도 제품화했다.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없이 친환경적으로 수세미를 재배하자는 것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덕분에 ‘풀(잡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벌레 피해도 적지 않다. 농사 경험이 많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천연 살균제 등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양 대표는 귀농 후 성격이 활발해진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여성 농부가 연고도 없는 구미로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양 대표의 성실함에 마음을 열고 트랙터를 빌려주고 다양한 농사 팁을 전수해줬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먼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드링크를 권하며 살갑게 다가선 양 대표의 노력도 있었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 없습니다. 다른 농장 분들과 함께 점심 먹고 밭에서 함께 일하고, 저녁때 일 끝나면 다 같이 모여서 ‘한잔’ 하러 갈 때 ‘이런 게 농촌 생활이구나’라고 깨닫습니다.” 양 대표는 수세미 식초, 수세미 홍삼, 스틱형 수세미 건강기능식품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올해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5년 내 2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궁극적으로 ‘팜투에코’라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주부 영농인 양 대표의 꿈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수세미지만 다양하게 가공하면 시장은 넓다고 봅니다. 주방용 제품으로 확대해 세계로 커 나가고 싶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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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드티에 반바지 입고 국회 나타난 국회의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An individual on the floor of the Senate shall abide by the Senate floor dress code, which for men shall include a coat, tie, and slacks or other long pants.”(상원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는 복장 규정을 따라야 한다. 남성은 재킷, 넥타이, 정장 바지 또는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미국 정치권이 ‘dress code’(드레스 코드) 때문에 난리입니다. 드레스 코드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도록 정해놓은 규범을 말합니다. 최근 미 상원은 드레스 코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 내용입니다. 남성은 ‘코트, 넥타이, 정장 바지, 또는 긴 바지’를 입도록 규정했습니다. 미국에서 ‘코트’(coat)는 ‘겨울 외투’가 아니라 엉덩이를 가려주는 ‘재킷형 상의’를 말합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답게 단정하게 차려입으라는 것이 결의안의 취지입니다. 물론 언제나 이런 차림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중’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on the floor’는 ‘바닥 위에서’가 아니라 ‘업무 수행 중’이라는 뜻입니다. ‘floor’는 의회 본회의장 복도를 말합니다. 국회의원의 주 업무는 본회장에서 법안을 토론하고 투표하는 것입니다. 결의안에 따르면 드레스 코드를 준수하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본회의장 입구에 서 있는 규율부장인 경위(Sergent at Arms)로부터 입장 거부를 당하게 됩니다.미국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흔히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리켜 ‘black tie event’(블랙 타이 이벤트)라고 합니다. ‘드레스 코드가 블랙 타이, 즉 최고의 정장을 갖춰 입으라’는 것입니다. 남성은 나비넥타이에 디너 재킷(턱시도), 여성은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합니다. 드레스 코드는 주로 파티, 사교행사 등 패션 자랑이 주목적인 행사에 적용됩니다. 패션 감각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이 드레스 코드를 만들게 된 것은 복장 자율화에 대한 반발입니다. 얼마 전 상원을 총괄하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자율화 방침을 전달했습니다. 티셔츠, 청바지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선택권을 준 것입니다. 이전까지 의원들은 딱 정해진 드레스 코드는 없지만, 정장을 입는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습니다. 복장 자율화에 다들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의원들은 들고일어났습니다. 신성한 입법 업무를 수행하려면 이에 걸맞은 복장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자율화 논의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이렇게 입어야 한다’라고 못 박은 드레스 코드 결의안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미국 정치에는 패션에 얽힌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드레스 코드와 관련된 사건 사고들을 알아봤습니다. The Republicans think I’m just going to be bursting through the doors and started break dancing on the floor in shorts.”(공화당은 내가 본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출 것으로 생각한다)후드티에 반바지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릿 패션’(길거리 패션)입니다. 만약 후드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한다면? ‘한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요즘 존 페터만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런 신세입니다. 즐겨 입는 후드티 반바지 패션 때문에 동료 의원들로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페터만 의원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했다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후드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업무를 보겠다는 이유였습니다. 후드티 반바지 조합은 과거부터 그가 즐겨 입는 스타일입니다. 철강 노동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가 지역구여서 정장보다 캐주얼 패션을 선호하는 편입니다.펜실베이니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보수적인 워싱턴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애초 슈머 대표가 복장 자율화 방침을 추진한 것은 페터만 의원의 사정을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페터만 의원의 튀는 패션이 심히 못마땅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의 공식 명칭은 ‘SHORTS Act’(쇼츠 법안). 길게 풀자면 ‘SHow Our Respect To the Senate’(상원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자)라는 뜻이고, 짧게 보면 ‘shorts’(반바지), 즉 페터만 의원을 겨냥한 것입니다. 결의안이 통과된 뒤 페터만 의원의 반응입니다. ‘in shorts’는 ‘반바지 차림’을 말합니다. 반바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길거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젊은이입니다. 옷에 대한 정치인들의 고정 관념을 비웃는 것입니다. 그는 결의안에 따라 본회의장에 출입할 때는 정장을 갖춰 입고, 아닐 때는 편하게 입겠다고 밝혔습니다.You Wore What to the White House?”(백악관에 뭘 신고 갔다고?)신발은 어떨까요. 정치인의 드레스 코드는 정장 구두(dress shoes)입니다. 얼마 전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대통령, 부통령, 민주 공화 양당의 상하원 대표 등 6명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모든 시선은 하원 대표 2명의 발에 모아졌습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것입니다. 신발 브랜드를 추적한 패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프리스 대표는 콜한의 그랜드 크로스코트, 매카시 대표는 알렌 에드몬즈의 오스본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들이 신은 것은 스포츠형 운동화는 아니고 운동화와 구두의 중간쯤 되는 ‘dress sneakers’(드레스 스니커즈)입니다. ‘정장 운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운동화로 분류됩니다. 연예인이나 일반인은 백악관에 초청됐을 때 자유로운 복장과 신발 차림으로 방문해도 됩니다. 하지만 프로 정치인이 정치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운동화를 신은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특히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과연 운동화가 백악관 집무실에 어울리는가’라는 기사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웃사이드 벨트웨이라는 정치 매체의 재치있는 제목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what”이라고 되물었습니다. We don’t need to bar otherwise accepted contemporary business attire.”(현대적인 비즈니스 복장으로 인정될만한 옷차림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젊은 의원이 많은 하원은 드레스 코드가 엄격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민소매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하원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여기자 몇 명이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습니다. 이유는 드레스 코드를 어겼다는 것. 본회의장에 입장하려면 여성은 팔뚝이 보이는 민소매를 입어서는 안 되고, 샌들을 신어서도 안 됩니다. 입장이 거부되자 여기자 한 명은 종이로 소매를 만들어 붙여 재차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이해하기 힘든 드레스 코드”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는 7월이라 민소매를 입은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남성의 드레스 코드도 엄격해 넥타이와 재킷을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드레스 코드를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려면 드레스 코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otherwise’(어더와이즈)는 ‘그 외의 경우라면’이라는 가정의 뜻입니다. 다른 분야라면 현대적인 직업 의상으로 인정받을만한 의상을 의회에서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민소매 의상을 입은 여성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bar’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술집 바’와 ‘차단대’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차단하다’라는 뜻입니다. 여성의 민소매 의상과 샌들 금지, 남성의 넥타이 착용 규정이 하원에서 사라졌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 여성들 사이에 바지가 보편화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입니다. 전쟁에 나간 남성을 대신해 직업 전선에 나서면서 활동성이 강조된 바지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은 것은 이보다 훨씬 뒤입니다. 하원에서는 1969년 샬럿 라이드 의원, 상원에서는 1993년 캐럴 모슬리 브라운 의원이 처음 바지를 입었습니다. 라이드 의원이 처음 바지를 입고 등장하자 남성 정치인들이 놀라서 너도나도 구경을 올 정도였습니다.가장 유명한 여성 정치인의 바지 패션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입니다.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1995년 퍼스트레이디 시절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 때문입니다. 브라질 의류업체가 그녀의 치마 입은 사진을 속옷 광고에 이용하자 충격을 받고 치마를 멀리하게 됐습니다. 백악관에 걸린 역대 안주인 초상화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고 등장한 퍼스트레이디이기도 합니다. 이후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선 후보를 거치면서 바지 정장은 힐러리 클린턴의 단골 의상이 됐습니다. ‘Pantsuit Hillary’(팬츠수트 힐러리)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2016년 대선 도전 때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면서 첫 포스트로 바지 정장 3벌이 걸린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Hard Choices”(힘든 결정)정치인 힐러리를 상징하는 구절입니다. 많은 여성에게 있어서 힘든 결정은 ‘치마냐, 바지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힐러리 장관에게 있어서 바지는 당연하고, 색깔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여성미를 강조하는 화려한 드레스나 치마가 아닌 바지 정장에 ‘힘든 결정’이라는 제목을 단 것은 힐러리 장관답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힐러리의 바지 정장으로 ‘Pantsuit Nation’(바지 정장 국가)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여성들이 바지 정장에 얽힌 성차별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운동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두 번째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에도 역시 참석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공격입니다. We’re going to call you Donald Duck.”(당신을 도널드덕이라고 부르겠어)트럼프 대통령이 만화 주인공 도널드덕과 외모가 닮아서 붙인 별명은 아닙니다. ‘duck’은 ‘오리’라는 뜻도 있지만, 동사로 썼을 때 ‘숨다’ ‘피하다’라는 뜻입니다. 키 큰 사람이 많은 미국에는 머리를 부딪칠 수 있는 곳에 ‘Duck Your Head’라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습니다. ‘고개 숙여 피하라’라는 뜻입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 ‘Donald’에 ‘피하다’라는 뜻의 ‘Duck’을 붙여 ‘도널드 덕’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굴욕적인 별명을 잘 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복수하는 별명을 붙인 겁니다.트럼프 대통령의 도널드덕 별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대선 때 납세 기록 제출을 거부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제출을 피한다는 의미로 도널드덕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8월 5일 소개된 2020년 민주당 대선 토론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후보는 20명이나 됐고, 토론회는 11회나 열렸습니다. 흥미로운 발언들도 많이 나왔습니다.▶2019년 8월 5일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후보들의 TV 토론회를 보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귀에 착착 달라붙는 재미있는 발언은 모두 군소 후보들 입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선두권 후보들은 혹시 말실수라도 할까 봐 몸을 사리지만 뒤쪽 후보들은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온갖 애를 씁니다. 재미있는 발언들을 모아 봤습니다.You’re dipping into the Kool-Aid and you don’t even know the flavor.”(쿨에이드를 덥썩 마시고 무슨 맛인지도 몰라)미국의 대표적인 과일향 음료 쿨에이드는 종류가 많습니다. 같은 붉은 계통이라도 체리, 딸기, 수박향이 있어 헷갈립니다. 체리향인 줄 알고 마셨더니 딸기향인 경우가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아는 척하는 것을 ‘dip into the Kool-Aid’(쿨에이드를 맛보다)라고 합니다. 뉴어크 시장 출신의 코리 부커 후보는 조 바이든 후보로부터 시장 시절 치안 성적이 좋지 않다는 공격을 받자 이렇게 반격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 시절 경찰 관련 예산을 확 깎아 버려 치안이 허술해진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공격한다고 비꼬는 것입니다.The first thing I’m going to do when I’m President, is I am going to Clorox the Oval Office.”(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선 클로락스로 집무실을 소독하겠다)뉴욕 상원의원 출신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백악관 집무실을 클로락스로 박박 닦아서 살균하겠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자국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것입니다. 클로락스는 세정살균제 브랜드입니다. 고유명사지만 워낙 유명한 제품이다 보니 ‘소독하다’라는 뜻의 동사로도 씁니다. “I Googled it”에서 ‘Google’(구글)을 동사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I don’t think we should conduct foreign policy in our bathrobe at 5 in the morning.”(오전 5시에 잠옷 가운 차림으로 외교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미네소타 상원의원 출신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새벽 시간에 중요한 정책에 대한 트윗을 자주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습관을 비꼰 것입니다. 외교 이슈를 업무 시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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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니라 융복합산업”… 강원대 청년농업 토크콘서트 성황

    11일 강원대 글로벌경영관에 200여 명의 학생이 몰려들었다. 강연 주제는 청년 농업 창업. 요즘 조직 생활보다 자유롭고 자신이 일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창농의 길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이날 강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청년농업 토크콘서트’ 5회 차 행사다. 선배 농업인의 경험담을 전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안해성 포천딸기힐링팜 대표는 강원대 출신이다. 모교 선배가 들려주는 창업 성공 스토리를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학생들은 열심히 메모하며 경청했다. 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우연히 스마트팜을 접한 후 딸기농장을 시작했다. 농업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첨단산업 현장을 보면서 자신만의 사업 영역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농업이 IT와 결합하면 첨단산업이 되고 역사와 결합하면 문화사업이 됩니다.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니라 융·복합 산업입니다.” 안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창업해 3년간 10억 원의 수익을 달성하는 성공을 거뒀다. 올 3월 투자금도 모두 상환했다. 딸기 관련 특허를 4개 보유하고 있으며 수직 재배시설도 직접 개발했다. 그가 운영하는 딸기농장은 벤처사업으로 인정받았고 ESG 경영 대상도 2회 수상했다. 안 대표는 “청년 1명이 농촌에서 자립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는 170억 원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농업을 전문 분야 창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전문 컨설턴트인 최필승 팜러닝 대표는 “한국은 창업하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기대가 크고 지원도 많이 한다”며 “농업은 발전 가능성이 크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농업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천순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농업 분야에 많은 일자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대학 4년간 배운 실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한도균 강원대 식물의학과 3학년 한도균 씨는 “강연을 통해 청년 농업인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에 대해 알게 됐다”며 “모교 선배로부터 창업 꿀팁을 많이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청년농업 토크콘서트’는 11월까지 전국에서 개최됩니다. 참여 및 개최를 원하는 대학교나 단체에서는 동아일보(02-2020-0737, jwyun@donga.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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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함 뒤에서 목숨 갉아먹는 병과 싸우는 헐리우드 스타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Life doesn’t end the minute we get diagnosis. We still have some living to do.”(인생은 암 진단을 받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있다) 암 투병 중인 미국 여배우 섀넌 도허티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1990년대를 추억하는 행사 ‘90년대 콘퍼런스’(90s Con)에 참석한 도허티는 뇌수술로 짧은 머리에 모자를 쓴 모습이었습니다. 한 관객이 “암과 싸우는 이들에게 당신은 희망이 된다”라고 하자 다른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습니다. 도허티는 쑥스러운지 객석을 향해 빨리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연신 눈물을 닦았습니다. 도허티는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에서 여주인공 ‘브렌다’ 역할로 출연한 배우입니다. 2015년 유방암 진단 사실을 밝혔을 때만 해도 대중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후 회복 판정을 받았다가 2020년 암이 재발해 뇌로 전이돼 ‘stage four’(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뇌수술을 받기 위해 머리를 깎은 모습, 화학치료를 받는 모습 등 힘든 투병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꾸준히 올렸습니다. 삶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대중은 감동했습니다. ‘디바 셀럽’(자기중심적인 여성 연예인)이어서 좋지 않았던 이미지까지 호감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남아 있다”라는 담담한 말 속에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셀럽의 천국’이라고 합니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중에는 도허티처럼 심각한 질병을 앓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을 ‘life-threatening illness’(또는 disease)라고 합니다. 목숨까지는 아니어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하는 질병을 ‘chronic disease’(만성질환)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단기적으로 아팠다가 낫는 병은 ‘acute illness’(급성질환)라고 합니다. 중대 질환을 가진 셀럽들을 알아봤습니다.I’ve always been an open book.”(나는 언제나 솔직했다)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로 유명한 여가수 셀린 디온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공연 취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해 말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강직 인간 증후군’(stiff person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100만 명 중에 1, 2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발병 소지가 큽니다. 온몸이 뻣뻣해지고, 극심한 고통의 경련이 찾아옵니다. 동영상 속의 디온은 말하는 것이 어눌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입니다. ‘open book’은 ‘열려 있는 책,’ 즉 ‘모든 것이 공개된 상태’를 말합니다. ‘my life is an open book’이라고 하면 ‘나는 비밀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뜻입니다. 디온은 사생활에 대해 툭 터놓고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직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제는 말할 준비가 됐다”라면서 자신의 병에 대해 말했습니다. 경련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걷기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디온의 고백에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stay strong”(힘내라), “take care of yourself”(몸조리 잘해라), “hope you get better soon.”(곧 낫기를 바란다)If you pity me, it‘s never gonna get to me.”(당신이 나를 동정한다 해도 나는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배우 마이클 J 폭스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성공 후 질병이 찾아왔습니다. 촬영 중 새끼손가락이 떨리고 어깨가 아픈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노년층의 발병률이 높은 질환을 29세에 걸린 것입니다. 한동안 병에 걸린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영화를 찍었습니다. 폭스는 현실을 잊기 위해 술과 약물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다가 발병 7년만인 1998년 투병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파킨슨병은 신경성 퇴행 질환으로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져 나중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병입니다. 가끔 무대에 등장하는 그의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행동, 걸음걸이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폭스가 최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에서 한 말입니다. ‘get to’는 ‘거슬리다’ ‘괴롭히다’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의 동정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폭스 재단을 설립해 2억 달러를 모금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파킨슨병 치료약 연구기관으로 키웠습니다. I won’t apologize for having fun while chronically ill.”(만성질환을 가졌으면서 즐겁게 사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배우 모건 프리먼은 왼쪽 팔을 거의 쓰지 못합니다. 2008년 영화 ‘다크 나이트’ 촬영 뒤 대형 교통사고로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이 생겼습니다. 통증에 대해 “excruciating”(익스크루시에이팅)이라고 했습니다. ‘cruciate’는 ‘십자가에 못 박히다’라는 뜻입니다. 그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왼손에 검은색 장갑을 끼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혈액 순환을 촉진해 고통을 완화해주는 압박 장갑입니다. 촬영 중에만 잠깐씩 벗는다고 합니다.프리먼은 섬유근육통이 생긴 이후의 삶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쉬지 않고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골프도 열심히 칩니다. 왼손을 쓰지 못해 오른손만으로 칩니다. 이런 삶을 “having fun”(재미있는)이라고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 “I won’t apologize for”(사과하지 않겠다)라고 합니다.명언의 품격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39세 때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서 요트를 타고 수영을 한 뒤 열이 나고 허리가 아팠습니다. 다음날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사들도 이유를 몰랐습니다. 보스턴에서 온 전문가로부터 소아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반신 마비도 루즈벨트의 정치 야망을 꺾지 못했습니다. 뉴욕 주지사에 이어 대통령에 도전해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동이 많은 직업입니다. ‘리더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그의 신조였습니다. 경호원들의 주요 임무는 대통령의 불편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은 촬영이 금지됐습니다. 당시 유행어입니다.Splendid Deception.”(위대한 속임수)영어에는 ‘멋진’이라는 뜻의 형용사가 많습니다. ‘splendid’(스플렌디드)는 최상급의 멋짐을 말합니다. ‘superb’(슈퍼브) ‘spectacular’(스펙태큘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splendid’는 ‘shine’(빛나는)과 비슷한 어원으로 ‘눈이 부실 정도의 장관’을 말합니다. ‘splendid’와 ‘deception’은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입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멋진 일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명언이 됐습니다. 불편한 모습을 감추려는 노력이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달했다는 뜻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뉴욕이 중남미에불법이민자 때문에 난리입니다. 텍사스 등 남부 지역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들을 버스에 한가득 실어 뉴욕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등 북부 지역이 이민자에게 관대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6만여 명의 이민자가 몰려든 뉴욕은 포화상태가 됐습니다. 길거리를 점령한 이민자들 때문에 뉴욕 주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이민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주 정부는 이민자를 수용해 내부적으로 분산 배치하는 정책을 펴는 반면 시 당국은 더 이상 수용은 무리이기 때문에 다른 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브루클린 주변에 임시 수용시설 개소를 발표하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We’ve been forced to play an unsustainable game of whack-a-mole.”(우리는 지속할 수 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whack’은 ‘세게 때리다’ ‘후려치다’라는 뜻입니다. 때릴 때 ‘whack’(홱) 소리가 난다는 의성어입니다. ‘mole’(몰)은 다양한 뜻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구멍’ ‘파인 곳’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피부의 ‘점’을 말하기도 하고, 조직 내부에 뚫린 구멍, 즉 ‘배신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땅 밑에 살면서 구멍을 통해 모습을 나타내는 동물 ‘두더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whack-a-mole’은 ‘두더지를 때린다’라는 뜻입니다. 흔히 ‘뿅망치 게임’이라고 불리는 ‘두더지 잡기 게임’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많이 때릴수록 점수가 오릅니다. 이 게임의 원리는 한 곳을 때리면 반사적으로 다른 곳에서 튀어 오른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곳을 급한 대로 눌러버리면 예상치도 못한 다른 곳에서 혼란이 생깁니다. ‘whack-a-mole’은 ‘피상적인 해결책’을 말합니다. 애덤스 시장은 호컬 주지사가 추진하는 임시 수용소 개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연방 정부와 대통령이 개입해달라는 요청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18일 소개된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투병에 관한 내용입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20년 넘게 암과 싸웠습니다. 치료를 위해 자리를 비울 때는 대법원 사이트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생전에 인기가 높았던 것은 투철한 법 정신과 더불어 병과 맞서 싸우려는 노력 때문이었습니다.▶2019년 11월 18일‘RBG’라는 약자로 유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열풍이 한바탕 불고 지나갔습니다. 한국에서도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개봉됐습니다. 꼬장꼬장한 할머니 인상이지만 실제로는 수다스럽고 농담도 잘하는 성격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녀의 엉뚱한 일면을 그린 ‘밈’(일종의 동영상 짤)이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얼마 전 암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던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장염 때문에 또다시 입원했습니다. 이미 4차례나 암을 겪은 만큼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유명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 My hope is that it is as effective for the woman who works as a maid in a hotel as it is for Hollywood stars.”(내 희망은 그것이 할리우드 스타들뿐 아니라 호텔의 여성 청소부에게도 효과적이었으면 하는 것이다)여기서 ‘it’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말합니다. 대학 강연에서 미투 운동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받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 스타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호텔 청소부 같은 여성들도 수혜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When I started, I looked like a survivor of Auschwitz. Now I’m up to 20 push-ups.”(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우슈비츠 생존자 같았다. 지금은 팔굽혀펴기를 20개까지 할 수 있다)긴즈버그 대법관은 작고 허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체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1999년 처음 암 선고를 받고 운동을 시작해 20년간 쉰 적이 없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무렵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처럼 허약했지만, 지금은 팔굽혀펴기(푸시업) 20개를 거뜬히 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up to’는 숫자를 말할 때 ‘까지’라는 뜻입니다. 전담 운동 트레이너까지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The RBG Workout: How She Stays Strong and You Can Too!’(RBG 운동법: 당신도 따라 할 수 있는 그녀의 건강 유지법)라는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In every good marriage, it helps sometimes to be a little deaf.”(행복한 결혼생활은 때때로 귀가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남편 마틴 긴즈버그 변호사와 56년 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냈습니다.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귀띔해준 충고라고 합니다. 미국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충고를 해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듣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는 것은 한국 속담 ‘시집살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의 미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들어서 도움이 안 되는 말은 가슴에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내면서 살았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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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크림집 직원, 공원 관리인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Everyone has to start somewhere.”(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친지가 모인 자리에서 직장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은 “취직했냐”입니다. 이 질문이 싫어서 고향에 가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취직했지만 별로 알아주지 않는 직장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첫 직장은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수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미국 속담입니다. 미국은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경력이 없으면 받아주는 곳도 없습니다. 경력을 쌓으려면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처음에는 시시해 보이는 직업에서 출발해 경력을 쌓은 것입니다. ‘somewhere’는 ‘어딘가에’라는 불특정 장소를 말합니다. 어떤 직업을 택하건 거기서 배워나가면 된다는 의미입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직업은 대학 시절 ‘라이프가드’라고 불리는 수중 안전요원이었습니다. 멋진 산타모니카 해변이 아니라 델라웨어의 가난한 흑인 동네 공립 수영장에서 일했습니다. 흑인 수영장의 유일한 백인이었던 그는 흑인들이 겪는 불평등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이런 경험은 정치인이 된 후 각종 사회개혁 법안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흑인 수영장은 그를 잊지 않았습니다. ‘Joseph Biden Aquatic Center’(조지프 바이든 아쿠아 센터)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영장 개명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owe you all”(당신들에게 빚을 졌다). ‘여러분이 나에게 신세를 진 것이 아니라 내가 여러분에게 신세를 졌다’라는 것입니다.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verybody has to start somewhere. You have your whole future ahead of you. Perfection doesn’t happen right away”(우리 모두 어디에선가 시작해야 한다. 당신의 미래가 앞에 펼쳐져 있다. 완성은 금세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은 보잘것없는 직업에서 출발해 남모르는 노력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첫 직장을 알아봤습니다.I’ll never forget that job — or the people who gave me that opportunity — and how they helped me get to where I am today.”(그 직업 - 그리고 나에게 일할 기회를 준 사람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직업은 ‘ice cream scooper’였습니다. ‘scoop’(스쿱)은 ‘큰 숫갈’을 말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각종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떠주는 종업원을 ‘scooper’라고 합니다. 기자 세계에서 특종을 ‘scoop’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뉴스의 ‘큰 한 움큼’이라는 뜻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은 부모의 이혼으로 하와이에서 조부모와 살았습니다. 어려운 가계 형편 때문에 여름방학이 되면 호놀룰루의 배스킨라빈스에서 일했습니다. 배스킨라빈스의 여느 종업원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한 스쿱’ ‘두 스쿱’ 주문을 받았습니다. 깡마른 소년에게 스쿠퍼는 고된 직업이었습니다.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뜨느라 손목이 아파 ‘터널 증후군’까지 생겼습니다.하지만 배운 것이 더 많습니다. 우선, 그가 사랑하는 농구를 알게 됐습니다. 배스킨라빈스 앞 공터에 모여 길거리 농구를 하는 것을 보고 처음 농구를 접하게 됐습니다. 더 소중한 것은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기술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첫 직장이었던 호놀룰루 킹스트리트에 있는 배스킨라빈스 지점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I learned to stand out of the doorway to avoid the possibility of being shot.”(총에 맞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말 것을 배웠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직업은 ‘rent collector’(임대료 수거인)였습니다. 아버지 소유 건물의 임대료를 걷는 일이었습니다. 부동산 재벌인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아들이 편하게 재산을 물려받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건설 현장을 따라다녔습니다. 빈 병, 캔 등을 주워 돈으로 바꿔 저축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스타일을 가리켜 ‘street smart’(스트릿 스마트)라고 합니다. 책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배운 사업 감각이라는 뜻입니다. 아버지는 번화가뿐 아니라 빈민 지역에도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문 경영대인 와튼스쿨을 졸업했지만, 뉴욕의 범죄 지역을 출입하며 임대료를 걷는 일을 하면서 세상 물정을 터득했습니다. 경제잡지 포브스 인터뷰에서 밝힌 첫 직장의 교훈입니다. 왕래가 잦은 출입구 근처에 있다가 총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out of the way’는 ‘진로에서 피하다’라는 뜻입니다. ‘in the way’의 반대말입니다. 임대료 수거는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이를 통해 거래의 기술을 터득했다고 합니다.It’s undemocratic and un-American to give special attention to VIPs.”(VIP 인사들에게 특별 혜택을 주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비미국적이다)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첫 직업은 ‘park ranger’(파크레인저)였습니다. 미국의 유일한 파크레인저 출신 대통령입니다. 국립공원관리청(NPS) 소속의 파크레인저는 미국 전역에 있는 63개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공원 내 시설물 유지 보수, 동식물 관리, 범죄 예방, 산불 보호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소방관, 경찰관과 마찬가지로 파크레인저 역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제복 직업입니다.포드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법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파크레인저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립공원 옐로우스톤에 배치돼 1년간 근무했습니다. 잠시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한 직업이었지만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임무는 곰 먹이 주기. 무장복을 입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곰과 교류했던 순간을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꼽았습니다. 캠핑장 주차 관리도 담당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엘로우스톤의 광활한 캠핑장을 뛰어다니며 불법 주차를 가려내는 일이었습니다. 미시건대 미식축구팀 출신인 그에게 안성맞춤의 임무였습니다.마지막 임무는 ‘캐니언 로지 앤 캐빈’ 예약 관리였습니다. 캐니언 로지 앤 캐빈은 옐로우스톤 안에 있는 5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숙박시설입니다. 이곳에는 정재계 리더, 연예인 등 VIP 인사들의 숙박 요청이 많습니다. VIP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옐로우스톤의 오랜 전통이었지만 포드 대통령은 반발했습니다. 관리 책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VIP 새치기 숙박을 “비민주적이고 비미국적인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1년 차 신입의 당돌한 지적은 지금도 파크레인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명언의 품격에이브러햄 링컨은 별명이 많은 대통령입니다. 널리 알려진 별명은 ‘Honest Abe’(정직한 에이브)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양심적인 변호사여서 생긴 별명입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노예해방을 관철시킨 배짱 때문에 ‘Tycoon’(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노예해방과 관련해 ‘Great Emancipator’(위대한 해방가)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백악관에서 손님과 대화할 때 “라떼는 말이야” 스타일의 얘기를 즐겨 해서 ‘The Ancient One’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구석기인’을 말합니다.링컨의 젊은 시절을 말해주는 별명은 ‘Rail Splitter’입니다. ‘나무를 쪼개는 사람’을 말합니다. ‘rail’(레일)은 좁고 긴 나무판을 연결한 것을 말합니다. 기차 레일이 대표적입니다. ‘split’은 ‘쪼개다’라는 뜻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링컨은 어릴 때부터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쓸 땔감용 나무를 쪼개다가 10대 후반에는 아예 직업 전선에 나섰습니다. 190cm가 넘는 큰 키에서 나오는 힘 때문에 도끼로 나무를 내려치는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여기저기서 일감을 가져왔습니다. 21세 때 집을 떠나기까지 링컨이 나무를 쪼개서 얻는 돈은 가족의 중요한 수입원이었습니다.링컨은 나무를 쪼개는 생활을 청산하고 변호사로 성공했습니다. 그가 대선에 입후보했을 때 유권자의 기억에 남을만한 슬로건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링컨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친척이 제안한 슬로건입니다.Abraham Lincoln - The Rail Splitter Candidate.”(에이브러햄 링컨, 나무 쪼깨는 후보)슬로건은 히트를 쳤습니다. 링컨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쭉 뻗은 나무와 같은 곧은 성품, 취업 전선에 나서야 했던 고난의 어린 시절, 이를 이겨낸 자립정신의 메시지를 담은 별명이었습니다. 링컨은 유세할 때 아예 나무를 소품으로 가지고 다녔습니다. 사회자가 소개하면 무대에 뛰어나와 나무 쪼개기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점잖은 이미지의 링컨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발간된 테슬라 경영자 일론 머스크 전기가 화제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썼던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에는 머스크의 경영철학, 가족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등장합니다. 책에서 머스크는 경영자로서 자신의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I’ve got a bad habit of biting off more than I can chew.”(나는 욕심을 부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bite off’는 ‘한입 베어 물다’라는 뜻입니다. ‘chew’(츄)는 ‘씹다’라는 뜻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씹을 수 있을 만큼 베어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씹는 양보다 더 많이 베어 물게 됩니다. ‘bite off more than can chew’는 욕심을 부린다는 의미입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만으로도 바쁜데 트위터까지 인수했습니다. 트위터 인수와 구조조정에 골몰하느라 다른 사업들까지 차질을 빚었습니다. 욕심을 부리는 성격이 나쁜 줄 알지만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 머스크의 변명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27일 소개된 블랙프라이데이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의 추석은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합니다.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추수감사절보다 그다음 날 찾아오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더 명절 분위기가 납니다.▶2018년 11월 27일자블랙프라이데이 시즌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쇼포칼립스’라고 합니다. ‘shop’과 ‘apocalypse’의 합성어로 ‘쇼핑 지옥’을 말합니다. 쇼핑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절정의 쇼핑 기간입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들을 알아봤습니다.Black Friday brings out a competitive streak.”(블랙프라이데이는 경쟁 본능을 부추긴다)느긋하게 사는 미국인들은 평소 치열한 경쟁에 나설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가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경쟁 본능이 살아납니다. 경쟁심이 발동한다고 할 때 ‘bring out a competitive streak’이라고 합니다. ‘streak’(스트릭)은 ‘가닥’을 말합니다. 마음속에 다양한 감정들이 있는데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경쟁심의 가닥이 뻗쳐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을 가리켜 “he has a competitive streak”이라고 합니다.Today is on me.”(오늘 내가 낼게)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객의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tag-along husband’라는 말이 있습니다. ‘tag’(택)은 ‘꼬리표’를 말합니다. 꼬리표처럼 부인을 따라 쇼핑에 나선 처량한 남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몇 번 따라나섰다가 지친 남편들은 부인에게 신용카드를 건네주고 집에서 쉽니다. 그럴 때 남편이 부인에게 하는 말입니다. 미국인들은 음식점에서 각자 돈을 내는 더치페이를 선호하지만, 만약 내가 다 내고 싶다면 “today is on me” 또는 “it′s on me today”라고 하면 됩니다.Get a job!”(정신 차려)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부터 인기 상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섭니다. 밤을 새우기 위해 아예 텐트와 침구를 가져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줄을 선 사람들을 가리켜 ‘도어버스터즈’(doorbusters)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영업시간이 되면 문을 부술 기세로 뛰어 들어가 할인 상품들을 선점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도어버스터즈가 이해가 안 됩니다.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쇼핑할 방법이 많기 때문입니다. 도어버스터즈를 향한 조롱입니다. ‘get a job’은 ‘직장을 찾아봐’가 아니라 ‘get a life’의 의미입니다. “너의 삶을 찾아라” “정신 차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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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 모여라”

    “현업에 종사하는 청년 농업인의 리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 대형 강의실에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청년농업 토크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청년 농업인 활성화를 위한 찾아가는 설명회 1회 행사가 열린 날이다. 설명회 첫날답게 점심시간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선배 청년 농업인이 무대에 올라 생생한 정착 경험담을 전하자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지원 정책, 일자리 정보 등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열심히 메모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열공 모드’ 학생들을 위해 샌드위치와 음료가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이번 설명회는 서울 대구 부산 전주 인천 등 전국 18곳에서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린다. 청년 농업에 관심이 있는 만 39세 이하 대학생, 직장인, 취업준비생, 일반인 등이 대상이다. 강연 내용은 창농 도전기 및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전반부와 다양한 청년농 지원 사업을 소개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설명회는 총 18회 열린다. 대학생 위주의 점심시간반(오전 11시 30분∼낮 12시 40분)과 직장인 대상의 저녁시간반(오후 7시∼8시 10분)이 있다. 선배 경험담 코너는 김지용 그린로드 대표, 이상준 감성딸기밭 대표, 안해성 포천힐링팜 대표, 오성일 피크니코 대표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관련 웹사이트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한성대 부동산과에 다니는 장상인 씨는 “청년 스마트팜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했다”며 “실제 농업 현장에서의 사실적인 이야기와 성공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농 경험담을 전한 이상준 대표는 “농업과 관련된 사전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고, 지원 정책과 아이디어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후배 농업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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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학도 출신 농부 “자연과 사람 살리는 농업, 땅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경기 포천시 관인면 삼율리에 ‘천의바람농장’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고추 농장이 있다. ‘1000개의 바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농장 주인 김성택 대표(35)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는 신학도 출신 농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7년 동안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 것인가의 문제로 고민했습니다. 목회자의 길이 아니어도 답은 있었습니다. 땅을 사랑하는 농부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고, 유기농업으로 유명한 ‘평화나무농장’에서 연수를 받는 등 3, 4년에 걸쳐 준비해 2021년 ‘천의바람농장’을 설립했다. 90% 대출로 5500㎡(약 1600평)의 땅을 매입했다. 고추를 작물로 택한 것은 비닐하우스 시설이 아닌 노지 상태인 그의 밭에서 키우기 쉬웠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는 한국인의 필수 양념이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초보 농부가 부닥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제 땅은 유난히 돌이 많았습니다. 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돌을 골라내느라 전쟁을 벌였습니다. 어떤 날은 털썩 주저앉아 울기도 했습니다. 빌려온 트랙터 바퀴에 철사가 박혀 구멍 난 일, 동력분무기와 관수모터가 고장 나서 혼자 끙끙대며 고친 일, 폭우로 밭이 잠겨 밤새 배수로를 낸 일 등 지금 생각하면 하루도 그냥 지나간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땅은 고생한 만큼 돌려준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 돌밭이 결국 힘이 됐습니다. 돌이 많아서 물 빠짐이 좋고, 고추를 심은 적이 없는 땅이라 유기물이 많아서 수확량이 좋았습니다.” 김 대표는 땅과 동식물의 유기적 순환관계를 추구하는 유기농법의 일종인 ‘생명역동농법’에 기초해 농사를 짓고 있다. 제초제, 화학 비료, 화학 농약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키운 고추, 들깨 등은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온라인과 직거래 경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 출신인 김 대표의 아내는 직접 홈페이지를 꾸미고,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김 대표는 올해 50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밭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이다. 그늘 없는 곳에서 일하는 그를 보고 주민들은 나무 그늘을 만들어줬고, 본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작업장을 내줬다. 그의 고춧가루가 세상에 채 나오기도 전에 몇 근씩 선주문을 해주는 주민들도 있었다. “마을 어른들이 고추 농사 잘 짓는 청년으로 인정해주신 것이어서 뿌듯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지켜보신 분들이니까요.” 처음에 반대하신 부모님은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목사가 되는 줄 알고 계셨던 부모님은 어느 날 제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실망하셨습니다. 하지만 저의 뜻이 굳은 걸 알고 허락하셨습니다. 지금은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데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후계농 선정이 큰 도움이 됐다. 창농 초기에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금 이자만 100만 원이 나갔다. “집 근처 목장에서 일하고, 인력사무소에도 나가고,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절실했을 때 청년후계농에 선정돼 월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농정착금은 최소한의 생활 보장이자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김 대표는 농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농부다. 매달 포천의 한 보육시설 원생들을 대상으로 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김 대표가 먼저 시설에 찾아가 제안했다. 보육원생들은 그의 농장을 찾아 도리깨로 들깨를 털고, 간단한 목공예품을 만드는 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농장을 찾을 때마다 밝아지는 원생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김 대표에게는 큰 보람이다. 보육시설 아동뿐 아니라 경계성 지능 청소년으로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1600평에서 출발한 김 대표의 농장은 올해부터 임대농지 4300평을 추가해 5900평으로 늘었다. 그의 꿈은 치유농업사가 되는 것. 이를 위해 농협대 치유농업사 2급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농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복합영농을 하는 농장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논, 밭, 동물이 유기적 순환을 이루고, 이를 통해 사람도 건강해지는 농장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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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노조 파업을 지지한 바이든의 진짜 속내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m going to say that again. Record corporate profits should be shared by record contracts for the UAW.”(다시 한번 말하겠다. 기록적인 기업 수익은 기록적인 UAW 근로 계약으로 공유돼야 한다)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이 ‘빅3’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나섰습니다. 며칠 전까지 “파업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바빠졌습니다. 긴급 연설에서 “record”(레코드)라는 단어를 여섯 차례나 말했습니다. 연설 주제인 “strike”(파업)보다 더 많은 나온 단어입니다. ‘record’는 ‘기록하다’ ‘기록적인’이라는 뜻입니다. 너무 더웠던 올해 여름을 가리켜 ‘record-breaking heat’이라고 합니다. ‘기록을 깨는 더위’라는 뜻입니다.자동차 업계는 올해 장사를 잘했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냈다면 근로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연설의 핵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록적 수익=기록적 분배’라고 쉽게 얘기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수익이 기록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의 공세에 대항하려면 노조가 요구하는 조건들, 특히 가파른 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것이 자동차 업체들의 주장입니다. 기업들은 대선을 앞두고 노조 편을 드는 대통령에게 불만이 큽니다.올여름을 “summer of strikes”(파업의 여름)라고 부릅니다. 더위만큼 파업 시위도 격렬했습니다. 자동차, 할리우드, UPS, 아마존, 스타벅스, 호텔 등 각 분야에서 근로자들의 요구가 분출했습니다. ‘strike’(스트라이크)는 원래 ‘때리다’라는 뜻입니다. ‘파업’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은 18세기 영국이 해양대국이던 시절 선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항의해 배를 때려 부수며 작업을 중단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흔히 미국은 자본가의 천국으로 알려졌지만 매년 적지 않은 수의 파업이 일어납니다. 미국 역사에서 유명한 파업들을 알아봤습니다. No pangs remain of any wound received in my business career save that of Homestead.”(내 사업 인생에서 그 어떤 고통도 홈스테드만큼 아픈 상처를 남긴 것은 없다)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큰 파업을 겪었습니다. 1892년 펜실베이니아주 홈스테드에 있는 카네기 제철공장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기계 도입으로 인한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때문이었습니다. ‘Homestead Steel Strike’(홈스테드 철강 파업)는 미국 최초의 대형 파업입니다. 당시 공장 책임자였던 헨리 클레이 프릭이 사설 보안업체를 부르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강경 진압으로 근로자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사 대치가 총격전이 벌어질 정도로 살벌해 ‘Homestead Battle’(홈스테드 전투)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노조가 항복하자 카네기는 처음에는 기뻐했습니다. 프릭에게 보낸 전보에서 “first happy morning since July”(7월 이후 처음 행복한 아침)라고 했습니다. 시위가 벌어진 7월 이후 처음 맞는 즐거운 아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네기의 이미지는 추락했습니다. 홈스테드 파업을 계기로 카네기는 자선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홈스테드에 건물을 지어 지역 주민과 근로자들에게 헌정했습니다. 음악당, 도서관, 수영장, 볼링장 등을 갖춘 문화시설 ‘카네기 도서관 음악당’은 지금도 피츠버그 인근 홈스테드에 있습니다. 헌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업 6년 만에 처음 홈스테드를 찾은 카네기가 한 말입니다. ‘pang’은 ‘고통’을 말합니다. ‘pain’과 비슷한 뜻으로, 좀 더 강렬하고 날카로운 고통을 말합니다. 흔히 아기를 낳는 고통을 ‘birth pang’(벌스팽)이라고 합니다. ‘save’는 ‘구하다’ ‘저축하다’ 외에 ‘제외하고’라는 뜻의 전치사로도 씁니다. 여기서는 전치사입니다.It is bread we fight for, but we fight for roses too.”(우리는 빵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장미를 위해서도 싸운다)1912년 매사추세츠주 정부는 주당 근로시간을 56시간에서 54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로런스 지역에 몰려있는 섬유공장들은 짧아진 근로시간에 맞추기 위해 작업 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삭감했습니다. 근로자들은 힘든 작업 조건에 항의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Lawrence Textile Strike’(로런스 섬유 파업)이라고 합니다. 이 공식 명칭보다 ‘Bread and Roses Strike’(빵과 장미의 파업)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유명 인권 운동가이자 시인인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 ‘Bread and Roses’를 시위 구호로 활용한 것입니다. ‘빵’은 생계입니다. ‘장미’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인간답게 살 권리입니다. 섬유공장 근로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습니다. 생계 해결과 함께 기본적인 문화 복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요구였습니다.빵과 장미라는 아름다운 구호 때문에 로런스 파업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습니다.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은 청문회를 열도록 지시했습니다. 청문회에 나온 시위 참가자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는 민심을 움직였습니다. 파업 발생 2개월 뒤 섬유 공장주들은 15% 임금 인상, 시간 외 수당 지급, 파업 참가자에 대한 보복 금지 등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여성과 이민 근로자들이 주도한 첫 파업입니다. 이후 ‘Bread and Roses’는 노래,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대중적인 단어가 됐습니다.The Day the Mail Stopped.”(우편이 멈춘 날)미국에서 우편 집배원은 근로조건이 힘들기로 유명합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집배원들의 빈번한 총기난사 사고는 ‘go postal’(우편으로 가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정신줄을 놓다’라는 뜻의 비속어입니다. 1970년 뉴욕 집배원들이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국회의원 월급은 41%나 오르는데 자신들의 임금은 겨우 5% 올리는 법안이 통과되자 분노한 것입니다. 집배원은 공무원이어서 법적으로 파업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래도 뉴욕 집배원들은 파업을 강행했습니다. 다른 지역 집배원들이 동참하면서 파업 규모는 20만 명명으로 불어났습니다. 1970년 ‘Postal Worker Strike’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무원 파업으로 아직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습니다.우편배달 중단은 대혼란을 일으켰습니다. 공과금 고지서가 배달이 안 돼 체납되고, 극빈자층은 사회보장 급여 수표를 받지 못해 굶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베트남전 징집 영장 배달이 중단돼 입대 예정자들은 입대 날짜가 언제인지 몰라 속을 태웠습니다. 언론도 크게 보도했습니다. 시사 잡지 뉴스위크의 표지 제목입니다. 요즘 영화 제목으로 많이 나오는 ‘누가 어떻게 한 날’은 ‘the Day’로 시작해 과거형 동사를 쓰면 됩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묘수를 생각해냈습니다. 군인들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것입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육해공군 해병대 주방위군 등에서 2만 3000명을 선발해 우편 업무를 맡겼습니다. ‘Operation Graphic Hand’라는 근사한 작전명까지 만들었습니다. 집배원처럼 ‘생생한 손놀림’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군인 배치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투입된 군인들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고 효율성도 떨어졌습니다. 닉슨 행정부가 임금 인상을 약속하면서 집배원들은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우선 6% 임금이 인상됐고, 몇 개월 뒤 우편개혁법이 발효돼 8% 추가 인상이 이뤄졌습니다. 1년 뒤 우정부는 우정청(US Postal Service)으로 확대 개편됐고, 집배원들은 단체교섭권을 얻게 됐습니다.명언의 품격1968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쓰레기 수거 담당 직원 2명이 쓰레기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래된 쓰레기차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사망자들은 흑인이었습니다. 쓰레기 수거는 백인들이 피하는 직업이었습니다. 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이 업무에 종사하는 흑인 1300명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Memphis Sanitation Workers Strike’(멤피스 위생직원 파업)입니다. 시위대는 “I’m a Man”(나는 인간이다)이라는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행진했습니다. 당국은 계엄령을 내리고 4000명의 주방위군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습니다.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시위에 동참하자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시위대 앞에서 “I’ve Been to the Mountaintop”(산 정상에 올라가 봤다)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습니다. 킹 목사의 5대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힙니다. 마지막 구절입니다. I’ve seen the promised land. I may not get there with you. But I want you to know tonight that we, as a people, will get to the promised land.”(나는 약속의 땅을 봤다. 여러분과 함께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단결하면 언젠가 약속의 땅에 도달할 것이다)다음 날 킹 목사는 암살됐습니다. 호텔 발코니에서 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가 쏜 총에 맞았습니다. 멤피스 파업은 킹 목사가 참가한 마지막 시위입니다. 이 연설이 유명해진 것은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I may not get there with you”라는 구절은 예언에 가깝습니다. 이밖에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Like anybody, I would like to live a long life. But I’m not concerned about that now. I just want to do God’s will. And so I’m happy tonight. I’m not worried about anything. I’m not fearing any man.”(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다. 신의 뜻대로 행하고 싶다. 나는 오늘 행복하다.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어떤 사람도 무섭지 않다)암살 닷새 뒤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 4만 2000명은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여사가 이끄는 가운데 멤피스 시내에서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당국은 시위대의 요구대로 임금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백악관에서 힙합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힙합 탄생 50주년 기념 파티를 연 것입니다. 행사에는 유명 힙합 가수들이 참석했습니다. 흥에 겨운 해리스 부통령은 춤까지 췄습니다.해리스 부통령의 힙합 행보는 내년 대선을 의식한 것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대선 때 70%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평소 힙합 음악을 즐긴다는 해리스 부통령의 축사입니다.Hip-hop tells the stories that don’t make the news.”(힙합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전한다)‘make’는 ‘만들다’이고, ‘news’는 ‘뉴스’입니다. 그러면 ‘make news’는 ‘뉴스를 만들다’라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뉴스가 되다’ ‘뉴스에 나오다’라는 뜻입니다. “The accident made the front page news”는 “그 사고는 1면 뉴스로 나왔다”라는 뜻입니다. ‘make’는 과정보다 결과가 강조되는 ‘만들다’입니다. 그래서 ‘make money’는 ‘돈을 만들다’가 아니라 ‘부를 축적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흑인 관련 사건 사고는 백인 중심의 미국 언론에서 별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힙합 음악을 통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5월 20일 소개된 미국 명문 하버드대 시위에 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성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스타 법조인들로 구성된 변호팀을 꾸렸습니다. 그중에는 하버드대 법대 교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자 하버드대 학생들이 반발했습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은 와인스틴 변호 업무를 중단하라는 시위에 벌였습니다.▶2019년 5월 20일요즘 하버드대가 시끌시끌합니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변호팀에 로널드 설리번 법대 교수가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반대 시위에 돌입했고, 대학 당국은 그를 ‘패컬티 딘’에서 해고했습니다. ‘패컬티 딘’은 일종의 ‘기숙사 사감’을 말합니다. 설리번 교수는 윈드롭 기숙사를 총괄하는 ‘하우스 마스터’였습니다. Harvard ditched Dean Sullivan, so it ditched US values of due process.”(하버드대가 설리번 사감을 버린 것은, 미국의 가치인 적법절차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설리번 교수를 지지하는 동료 법조인들의 주장입니다. 법률 용어에는 낯선 것들이 많습니다. ‘presumed innocent’(무죄 추정), ‘double jeopardy protection’(이중처벌 금지)’는 꽤 많이 알려졌습니다. ‘due process’도 많이 쓰입니다. 법정뿐 아니라 사업 거래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적법절차’를 말합니다. 와인스틴이 아무리 비난을 받는 인물이라도 법률 대리인을 고용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 것이 적법절차라는 것입니다. Let me be clear, the point about Weinstein deserving due process is a straw man argument.”(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는데, 와인스틴이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은 허수아비 논쟁이다)하버드대 학생들의 반박입니다. ‘허수아비 논쟁’은 유명한 논증법인 ‘허수아비 공격 오류’를 말합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왜곡해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을 공격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은 “와인스틴의 적법절차 권리를 따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설리번 교수가 와인스틴 변호에 시간을 쏟으면 교수 업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니 변호사 업무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주장이라고 합니다.A group of students asked whether I would charter a bus for them to come down and watch the trial.”(직접 가서 재판을 보고 싶으니 버스를 대절해줄 수 있는지 묻는 학생들도 있었다)설리번 교수는 시사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와인스틴 변호를 반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charter’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헌장’이라는 뜻도 있고, 동사로 쓸 때는 ‘빌리다’ ‘전세 내다’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charter bus’는 ‘전세 버스’를 말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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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명물 배빵 맛보세요” 농산물 활용해 지역 상생 일군다

    울산은 중화학 산업의 메카다. 또 다른 얼굴의 울산이 있다. 농업도시 울산이다. 농업회사법인 ‘소월당’을 운영하는 이수아 대표(39)는 울산의 다양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만드는 여성 농업인이다. 소월당의 대표 상품은 ‘배빵’이다. 울산의 명물 울주배로 만든다. 배빵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크다. “배로 만든 잼을 넣는 빵입니다. 배는 딸기, 블루베리 등 다른 과일보다 오랜 과정을 거쳐 잼으로 탄생합니다.” 배는 수분이 많은 과일로 유명하다. 잼을 만들기 위해 졸이는 시간은 다른 과일보다 3∼5배 길다. 배 120㎏을 15시간 약한 불에 졸이면 원래 양의 6분의 1인 20㎏ 정도의 잼을 얻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창업 때부터 꼭 지키는 것은 주재료의 함량. 배빵의 울산 배 함량은 19.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배는 믹서에 갈지 않고 얇게 썰어 넣어준다. 배 특유의 사각거리는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지역 낙농가에서 생산된 우유, 이를 가공한 버터, 방사유정란, 유기농 밀가루 등을 혼합해 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배빵이 완성된다. 소월당은 배빵 외에 팥양갱, 곡물쿠키, 통밀빵, 발효차 등을 생산한다. 모두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만들고 방부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십리대숲대잎양갱’이라는 이름의 양갱은 대나무 죽순을 포장재로 사용한다. 재료부터 포장까지 친환경 자연주의를 고수하는 소월당은 요즘과 같은 추석 시즌이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명절 선물, 상견례 이바지 예단 등으로 인기가 높다. 몇 년 전 외교부에 위안부 할머니 특별 선물용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울산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뒤 서울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식품업에 종사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서울의 한 회사와 중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4년간 한 후 2010년 귀농했다. 26세 때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진로를 바꾼 것은 안면마비 등 건강상의 이유가 컸다. 휴식을 취하며 녹차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다가 차과자(차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소월당을 창업했다. “커피에 곁들이는 쿠키는 흔한데 전통차와 어울리는 과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원래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과류 제조 기술을 배웠고, 화과자 기술이 발달한 일본 교토로 1년간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의욕적으로 창업했지만 매출은 실망스러웠다. 차과자는 유효기간이 짧고 원가가 높아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 제품들과 다른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했다. 그때 지역 특산물인 울산 배가 눈에 들어왔다. 온종일 불 앞에서 배를 줄여가며 연구한 끝에 창업 4년 만인 2017년 배빵이 탄생했다. 배빵은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출시된 해 울산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고, 이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에서 장관상을 2개 부문에서 받았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에서 소월당 배빵은 울산시와 울주군의 답례품으로 채택됐다. 온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으며 소월당 웹사이트와 울산에 카페가 있다. 2017년부터 KTX 울산역에서 운영 중인 판매 코너는 팬데믹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2개월 전 재개장했다. 여행객들이 기차에 오르내리면서 손쉽게 울산의 대표 먹거리를 접할 기회다. 이 대표는 농부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울산 울주군에서 팥 농장 991㎥를 가꾸고 있으며 부모님의 녹차밭 4000여 ㎡ 경작도 돕고 있다. 여기서 수확하는 팥, 차 등은 소월당의 재료로 쓰인다. 올해 소월당은 2020년 대비 매출액이 1277%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기업이 고전한 것과 달리 소월당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 주문이 몰리자 제조 시설과 판매 시설을 통합 이전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 “어느덧 10년 차 기업이 됐습니다. 소자본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여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업체가 됐습니다. 아무리 회사 규모가 커져도 처음 배빵을 만들 때의 결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사업을 일군 저에게는 지역사회와 상생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겠습니다.”준비부터 성장까지… 창업 꿈꾸는 청년농 지원 단계별 농업 교육 프로그램 진행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영농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의 가장 큰 희망 사항 중 하나는 배움이다.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시대다. 정부는 영농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농업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준비, 진입, 정착, 성장의 단계별로 나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단계별 맞춤형 교육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수요자 학생 중심의 수준별 현장 실습을 강화하고 있다. △준비 단계: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영농 기초 역량을 기르는 영농창업특성화대학이 현행 5개교에서 2024년 7개교로 확대된다. 영농창업특성화대학은 기존 농대에 현장 실습이 강화된 영농창업특별과정을 개설, 운영해 전문 기술과 경영 능력을 갖춘 청년 창업농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한국농수산대에서 운영 중인 청년농 아카데미 과정의 교육 대상이 재학·졸업생에서 일반 청년농까지 확대된다. 전국의 현장 실습교육장(120개소)과 첨단기술 공동실습장(24개소)의 학생 연수 비중은 50%까지 늘어난다. 이 밖에 스마트팜 보육센터에 선도 농가 실습 교육을 도입하고 수료 이후에는 선도 농가를 매칭해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진입 및 정착 단계: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선발 규모가 늘어나면서 관련 교육 과정도 확대되는 추세다. 세대 특성을 고려해 유형별(승계, 신규 창업)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승계농은 상속 증여 관련 세무 회계 절차 및 부모 자녀 간 경영상 갈등 해소가 주요 관심사이므로 이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신규 창업농의 경우 농업계 졸업생은 재배 기술 고도화와 융·복합화, 비농업계 졸업생은 농업 기초 역량과 품목별 특성 교육을 받는다. 청년농의 지역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광역 단위에서 올해부터 9개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청년농 CEO 양성 과정’이 신설된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대학’을 현행 21개소에서 30개소로 늘려 경영 마케팅 역량까지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장 단계: 청년농은 창업 이후 겪는 문제들을 자기 주도로 해결하고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선도농 멘토링과 학습공동체 지원 규모가 늘어났다. 또한 첨단 기술 기반의 품목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 품목 특화 전문 교육과 2040세대 스텝업 기술 교육이 확대된다. 이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농업교육포털에 통합해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올해 상반기 시작됐다. 포털에서는 영농기술·농업경영 교육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훈련 과정, 용접·기계 등 기술·공학교육,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단계별 교육 정보, 교육부의 인문·문화·외국어교육 등 다른 부처와 기관의 교육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년농 육성 규모에 맞춰 성장 단계별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농업교육포털’을 편리하게 구성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전문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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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선 토론에도 ‘간장공장공장장’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ho the heck is this skinny guy with a funny last name?”(도대체 이 웃긴 이름을 비쩍 마른 사내가 도대체 누구야?)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첫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8명의 후보가 참가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이름도 어려운 비벡 라와스와미 후보. 기업가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없는 그에게 견제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라와스와미 후보가 한 말입니다.‘heck’은 ‘hell’의 점잖은 표현입니다. ‘도대체’라는 뜻입니다. 볼품없는 외모에 이름도 웃긴다고 자신을 비웃었습니다. 그래도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초짜 정치인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20년 전 비슷한 발언으로 대히트를 쳤습니다. 4년 뒤 정말 대통령이 됐습니다. “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who believes that America has a place for him”(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웃긴 이름의 마른 아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토론이나 연설을 듣다 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같은 구절입니다. 이런 발언을 ‘sound bite’(사운드 바이트)라고 합니다 ‘sound’(소리)와 ‘bite’(물다)의 합성어로 ‘물고 안 놔주는 소리’라는 의미입니다. 흔히 대선 토론을 ‘sound bite war’(사운드 바이트 전쟁)라고 합니다. 깊이 있는 토론 능력이나 거창한 설교 보다 듣는 사람의 귀에 확 꽂히는 단어나 구절이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대선 토론 역사에 길이 남는 사운드 바이트들을 알아봤습니다.There you go again.”(또 그 타령이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라서 대중이 무엇이 원하는지 잘 압니다. 1980년 대선 토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후보의 약점인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정책을 공격했습니다. 레이건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메디케어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논란이 많았습니다.레이건 후보가 반박한 말입니다. ‘there you go again’(거기 네가 다시 간다)은 어디를 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또 시작이냐”라는 뜻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을 꼬투리를 잡는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레이건 후보의 메디케어 정책을 살펴보면 비판할 근거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공격한 카터 대통령보다 “또 그 타령이네”라는 한 마디로 제압해버린 레이건 후보가 박수를 받았습니다. AP통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Reagan is a master at capturing a debate moment that everyone will remember.”(레이건은 모두가 기억할만한 토론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다)“there you go again”은 레이건 대통령의 전매특허 발언이 됐습니다. 기자들이 난처한 질문을 하면 이렇게 말하며 살짝 피해갔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you’를 ‘they’로 바꿔 ‘there they go again’(쟤네 또 시작이네)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Well, we have fewer horses and bayonets.”(음, 그때보다 말과 총검 숫자는 적죠) 2012년 대선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예산 축소를 지적했습니다. 미군 병력이 계속 줄어 100년 전인 1917년 때보다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이나 연설에서 비교법을 쓰려면 비교 대상을 잘 정해야 합니다. 군사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 과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웃었습니다. 기억도 까마득한 20세기 초반과 비교를 하니까 그 시절 주요 병력인 ‘horse’(말)와 ‘bayonet’(총검) 얘기를 꺼내며 군사기술의 현대화를 알려준 것입니다. “horses and bayonets”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두 후보가 말을 타고 총검을 겨루는 밈(짧은 동영상)들이 쏟아졌습니다. 언론은 롬니 후보가 “KO패를 당했다”라고 조롱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We have these things called aircraft carriers, where planes land on them. We have these ships that go underwater, nuclear submarines.”(지금 시대에는 전투기가 착륙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라는 게 있거든요. 물속으로 들어가는 핵잠수함이라는 게 있거든요)I don’t have any experience in running up a $4 trillion debt. I don’t have any experience in gridlock government.”(나는 4조 달러의 국가 빚을 만든 경험이 없다, 교착상태의 정부를 만든 경험도 없다)1992년 대선 토론은 양자 대결이 아니라 3자 구도였습니다.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제3의 후보인 기업가 로스 페로가 나왔습니다. 페로의 등장이 못마땅한 두 후보는 그를 집중 공격했습니다. 특히 페로 때문에 보수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부시 대통령은 그의 정치 경력 부족을 문제 삼았습니다.페로 후보는 ‘experience’(경험)를 반격의 단어로 활용했습니다. 4조 달러의 국가 채무와 대치 정국이 경험 많은 기존 정치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페로는 토론의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3당 후보로서 18%의 표를 얻는 전례 없는 성과를 올렸습니다.페로는 다음 대선에 또 출마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재치 있는 말솜씨를 다시 한번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자꾸 얘기를 길게 늘어놓으며 토론 제한 시간을 어기는 바람에 눈총만 받았습니다. 그가 연발한 “can I finish?”(발언을 끝내도 되겠느냐)는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1960년 미국 대선 TV 토론이 처음 열렸습니다.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대결이었습니다. 토론 전 관측은 ‘닉슨 우세’였습니다. 닉슨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내며 외교 전문가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모스크바에서 벌인 맞장토론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토론 실력도 입증받았습니다. 반면 케네디 후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기는 하지만 상원의원으로서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습니다.토론은 총 4차례 열렸습니다. 1차 토론은 젊고 패기 있는 케네디 후보의 압승이었습니다. 닉슨 부통령은 하루 전날 무릎을 다쳤습니다. 핼쑥한 모습에도 무대용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했습니다. TV 매체의 영향력을 몰랐던 것입니다. 반면 케네디 의원은 메이크업 담당에 코디까지 데리고 다닐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했습니다. 패인을 분석한 닉슨 부통령은 2차 토론부터 달라졌습니다. 화장하고 양복 색깔을 바꿔 입으며 외모적 격차를 줄여나갔습니다. 케네디 의원은 초조해졌습니다. 토론 내용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Our high noon is in the future.”(미국에 최고의 순간은 이제 올 것이다) 케네디 후보의 진가는 뉴욕에서 열린 4차 토론에서 입증됐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냉전 경쟁에서 소련에 뒤지는 것에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케네디 후보가 ‘high noon’(하이눈)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래를 낙관하자 국민들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high noon’(하이눈)은 ‘정오’를 뜻합니다. ‘최고의 순간’ ‘전성기’를 말합니다. 1952년 개봉한 ‘하이눈’이라는 영화도 있어서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였습니다. 이후 ‘하이눈’은 케네디 연설의 단골 단어가 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화제가 됐습니다.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것은 정오를 막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댈러스의 하이눈’은 ‘케네디 암살’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극우단체 리더들에게 잇따라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프라우드 보이즈’의 지도자 조 빅스는 최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빅스는 눈물을 흘리며 형량을 줄여줄 것으로 호소했습니다. My curiosity got the best of me.”(호기심 때문에 벌인 일이었다)‘curiosity’는 ‘호기심’을 말합니다. ‘curiosity got the best of me’는 ‘호기심이 나의 최고를 얻었다’가 됩니다. 쉽게 말해 ‘호기심에 굴복했다’라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 흔히 하는 변명입니다. 일상대화에서 자주 쓰니까 통째로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best’ 대신에 ‘better’를 써도 합니다. 자신은 폭력사태의 주모자가 아니라 군중에 휩쓸려 행동한 것뿐이라고 것이 빅스의 변명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7월 1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말실수는 잘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토론은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몇 차례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성적은 언제나 중하위권이었습니다.▶2019년 7월 1일 PDF최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1, 2차 TV 토론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후보는 토론에서 죽을 쒔습니다.This isn’t Winston Churchill we are dealing with.”(윈스턴 처칠도 아니잖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와중에 이번 토론을 열심히 시청한 듯합니다. G20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바이든 후보의 토론 실력에 관해 묻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비교하며 조롱했습니다. 처칠 총리는 역사에 길이 남는 명연설가입니다. ‘deal with’는 ‘다루다’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처칠 총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처칠과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What she said was so out of the can.”(그녀가 말하는 것을 보니까 정말 술술 쏟아져 나오더라)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토론 실력을 흉보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진짜 의도는 바이든 후보를 맹공격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음료수 캔을 열면 음료가 쏟아집니다. ‘out of the can’은 분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오랫동안 치밀하고 작전을 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술술 말을 잘했다는 겁니다. Please, Media, Give Joe Biden Some Slack!”(제발 언론이여, 조 바이든을 조금 봐주자)바이든 후보의 답변 스타일은 동문서답이 많았습니다. 토론하는 모습이 너무 생기가 없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은 별명 ‘Sleepy Joe’(졸린 조)와 질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졸전을 벌인 바이든 후보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자 한 매체는 “인격 모독이 지나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제목입니다. ‘give some slack’은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다’라는 뜻입니다. ‘slack’은 ‘느슨한 부분’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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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재난현장 방문, 가도 욕 먹고 안 가도 욕 먹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ill I ever get by this?”(내가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산불이 휩쓸고 간 하와이를 찾았습니다. 불에 탄 나무를 만져보고 주민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십 년 전 자신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첫 부인과 세 자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얘기입니다. 그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과연 내가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get by’는 ‘헤쳐나가다’라는 뜻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하자 지각 방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하와이 방문은 많이 늦었습니다. 산불이 난지 2주 만입니다. 그 사이 바이든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자기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하와이를 찾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습니다. “I don’t want to get in the way.”(방해하고 싶지 않다)재해 지역 방문은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척도입니다. 대통령이 방문하면 전국민적 관심을 피해 지역으로 돌릴 수 있고, 실질적 지원도 따라옵니다. 그런데 적절한 방문 타이밍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늦게 찾거나 찾지 않으면 “you don’t care”(무관심하다)라는 비난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찾으면 “you disrupt”(방해한다)라는 비난을 듣습니다. 대통령 수행단이 한번 다녀가는데 엄청난 행정력이 동원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구조 복구 작업은 지장을 받게 됩니다. 재난이 닥친 뒤 대통령에게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대통령의 재난 재해 대응을 ‘tricky business’(트리키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tricky’는 쉬운 듯 보이지만 실은 까다로운 상황을 말합니다. 절묘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때 희비가 엇갈렸던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Brownie, you’re doing a heck of a job.”(브라우니, 정말 잘하고 있어)재해 지역 방문은 원래 대통령의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별로 할 일 없는 부통령의 일이었습니다.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에 “나의 주된 임무는 재해 지역 방문, 장례식 참석”이라고 한탄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전통을 바꿔놓은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였습니다. 카트리나 부실 대응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큰 비난을 받은 뒤부터 대통령들은 부지런히 재해 현장을 찾는 것이 관례가 됐습니다.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강타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 가까이 장기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휴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피해 상황 보고가 늦어졌습니다. 지각 보고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에어포스원이 루이지애나 상공을 지날 때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비행기 창문을 통해 피해 지역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수행 기자들에게 찍혔습니다. 사진이 보도되자 이런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why didn’t he stop?”(왜 비행기를 세우지 않았느냐)비행기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세우게 해서 직접 피해 지역을 찾아야 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에서 에어포스원을 세우지 않은 결정을 “huge mistake”(중대한 실수)였다고 고백했습니다. 복구 노력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무관심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만 부각됐다는 것입니다.결정적으로 분노 여론에 불을 댕긴 것은 ‘Brownie(브라우니) 사건’입니다. 먹는 브라우니가 아니라 당시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이끈 마이클 브라운 청장의 애칭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 피해 지역인 앨라배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브리핑을 담당한 브라운 청장을 “정말 일을 잘한다”라고 폭풍 칭찬했습니다. ‘do a hell of job’은 ‘지독하게 일을 잘한다’라는 뜻입니다. ‘hell’(지옥)이 비속어이기 때문에 비슷한 발음의 ‘heck’(헥)을 씁니다.당시 FEMA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실해 국민적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친한 사이인 브라운 청장의 애칭으로 불러가며 격려한 부시 대통령은 ‘out-of-touch president’(상황 파악 못 하는 대통령)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카트리나 총체적 난국을 상징하는 최대 명언으로 기록됐습니다. 브라운 청창은 얼마 후 사임했습니다.My name is Lyndon Baines Johnson. I am your president. I am here to make sure you have the help you need.”(내 이름은 린든 베인스 존슨입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입니다. 도울 준비가 됐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루이지애나는 카트리나 40년 전에도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1965년 대형 허리케인 벳씨가 덮쳐 8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리더십은 부시 대통령 때와 크게 달랐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습니다. 3시간 뒤 그는 에어포스원에 올랐습니다. 대책 논의는 비행기 안에서 했습니다. 2시간 뒤 루이지애나에 도착했습니다. 방문 요청을 받은 지 5시간 만에 총알같이 현장에 나타난 것입니다.한밤중에 도착한 존슨 대통령은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초등학교부터 찾았습니다. 대피소 안은 정전으로 어두웠습니다. 마이크도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한 손에 플래시를 들고 자기 얼굴을 비췄습니다. 다른 한 손으로 확성기를 들었습니다. “내 이름은 린든 존슨입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입니다. 여러분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존슨 대통령은 이재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항목별로 나눠서 지원책을 밝혔습니다. “I will order the following”(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지시하겠다)이라면서 의료, 구호물자, 인프라 재건, 주택 융자 등 분야별 조치들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 뉴올리언스 시장 앞으로 16장짜리 장문의 전보를 보냈습니다. 제목은 ‘뉴올리언스 재건 계획.’ 대통령이 직접 재건 작업을 지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Be quick, but don’t hurry.”(빨리 행동하라, 그러나 서두르지 말라)1976년 뉴저지 군부대에서 군인이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다른 부대원 11명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상의 후 전국민 돼지독감 면역 접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망자가 1명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민 접종은 너무 서두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포드 대통령은 밀고나갔습니다. “We cannot afford to take a chance with the health of our nation.”(국민의 건강을 두고 도박을 할 수 없다)1억 35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사상 최대 접종 작전이었습니다, 당시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1955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능가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소매를 걷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대통령의 접종 사진은 전국 의료기관에 배포됐습니다. 그런데 접종 후 3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450여 명이 근육이 마비되는 길랭-바레 증후군을 보였습니다. 돼지독감 피해자보다 오히려 백신 부작용 사고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됐습니다.포드 행정부는 접종 계획을 시행 2개월여 만에 중단했습니다. 인구의 4분의 1인 4500만 명이 백신을 맞은 뒤였습니다.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첫 발생 지역 외에는 퍼지지 않아 전국적 유행 가능성이 배제됐습니다. 이 사건을 ‘swine flu fiasco’(돼지독감 낭패)라고 합니다.이 사건 후 “be quick, but don’t hurry”라는 격언이 유행했습니다. 원래 미국 농구계의 전설인 존 우든 UCLA 농구 감독이 한 말입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 지도자는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다각도에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포드 대통령이 돼지독감 접종 계획을 서두른 것은 선거의 정치학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1976년 대선을 앞두고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컸다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 동부를 강타했을 때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와 접전을 벌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샌디 상륙 사흘 전 과감하게 유세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FEMA 청장과 공동 기자회견, 백악관 단독 기자회견, 동부 지역 주지사 시장들과 화상회의를 잇달아 열고 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샌디 상륙 후에는 피해가 심한 지역들을 찾아 복구 작업을 독려했습니다.“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유세를 포기한 것이 불안하지 않으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I am not worried about the impact on the election, I am worried about the impact on families.”(나는 허리케인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The election will take care of itself next week.”(다음 주 선거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오바마 승리를 결정지은 발언입니다. ‘take care of self’는 ‘자신을 돌보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헤어질 때 “Take care of yourself”라는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건강 조심해”라는 뜻입니다. “선거는 스스로를 돌볼 것”이라는 것은 “선거는 관심 밖”이라는 의미입니다. 샌디는 큰 피해를 남겼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위기관리에 전념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그 어떤 선거운동보다 유권자들에게 각인 효과가 컸기 때문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하와이 산불 현장을 늦게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교훈 삼아 최근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휩쓸고 간 플로리다를 신속하게 찾았습니다. 피해 사흘 만이었습니다. 대개 대통령이 재해 현장을 방문하면 주지사가 맞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지난해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를 강타했을 때 디샌티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대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이런 덕담을 건넸습니다.We’ve worked hand-in-glove.”(우리는 척척 맞는 사이다)‘hand’는 손, ‘glove’는 ‘장갑’을 말합니다. 흔히 ‘야구 글러브’ ‘권투 글러브’가 연상되지만 원래는 장갑을 총칭합니다. ’hand-in-glove’는 ‘장갑 안의 손’을 말합니다. 장갑과 손은 사이즈가 딱 맞아야 편합니다. ‘죽이 척척 맞는 사이’ ‘협력관계’라는 뜻입니다. 앞에 ’work’가 자주 옵니다. 주로 불법적인 은밀한 거래 관계를 말할 때 씁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9월 13일 소개된 ‘허리케인 리더십’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은 늦여름과 가을에 걸쳐 허리케인 피해를 자주 입습니다. 허리케인 시즌이 되면 전국이 바짝 긴장하고,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릅니다.▶2021년 9월 13일자최근 미국에서 허리케인 아이다로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지역들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구조 복구 작업을 격려했습니다. 재해 지역 방문은 대통령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이 재해 지역에서 하는 발언은 관심의 초점이 됩니다.The nation and the world are in peril. That’s not hyperbole, that is a fact.”(미국과 세계는 지금 위기다. 과장이 아니다. 사실이다)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행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 정책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지원과 재건이 절실한 피해 지역에서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다 기자회견에서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hyperbole’(하이퍼벌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과장’이라는 뜻으로 ‘fact’(사실)의 반대 의미입니다.What a crowd! What a turnout!”(관중 좀 봐라! 이렇게 많이 오다니!)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닥치자 피해 지역 텍사스로 날아갔습니다. 하비가 상륙하기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점검 회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자신을 보러온 관중 규모에 감격하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해 눈총을 받았습니다. 취임식 때도 참석자 수를 부풀려 말할 정도로 관중 규모에 집착하는 대통령다웠습니다. ‘turnout’(턴아웃)은 행사 참가자 수, 선거 투표율 등을 의미합니다.Your governor is working overtime to make sure that as soon as possible everybody can get back to normal.”(주지사가 여러분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전에 허리케인 샌디가 닥치자 선거 유세를 포기하고 뉴저지 등 피해 지역을 방문해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빛나는 조연을 담당했습니다. 당적이 다른 대통령과 주지사가 힘을 합쳐 일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보다 크리스티 주지사를 칭찬했습니다. ‘work overtime’은 직장인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야근하다’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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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머그샷을 인상 쓰고 찍은 이유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e are making lemonade.”(전화위복이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그샷을 찍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머그샷은 처음이라 ‘역사적’(historic)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머그샷 표정에 대해 ‘scowl’(스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노려본다’라는 뜻입니다. 혹시 비웃는 ‘썩소’(smirk)를 날리지 않을까 했는데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분노의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머그샷 촬영 소감에 대해 “not a comfortable feeling”(불편했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찍기를 잘 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머그샷 덕분에 지지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머그샷이 새겨진 머그잔, 티셔츠, 포스터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트럼프 캠페인 매니저는 기쁜 나머지 “우리는 지금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make lemonade’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뒤에 ‘out of lemons’가 생략된 것입니다. 레모네이드는 새콤하고 맛있습니다. 반면 레몬은 시고 맛이 없습니다. 재수 없게 풀량품을 사는 것을 ‘lemon’이라고 합니다. 레몬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든다는 것은 불운을 행운으로 반전시킨다는 뜻입니다. 머그샷이 굴욕이 될 줄 알았지만 지지자를 결집하고 선거자금을 모으는 전화위복, 레모네이드가 된 것입니다.머그샷의 ‘머그’(mug)는 ‘얼굴’(face)의 비속어입니다. 원래 ‘mug’는 ‘강도질하다’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I was mugged”이라고 하면 “강도를 당했다”라는 뜻입니다. 머그샷은 신원 확인용으로 범죄자의 얼굴을 찍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각종 범죄에 연루돼 머그샷을 찍은 유명인들이 많습니다. 머그샷의 주인공들을 알아봤습니다.I want the public to know that alcohol was not involved. What happened was an unexpected reaction to prescribed medications.”(이번 사고가 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대중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처방약의 예상치 못한 반응 때문이었다)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자동차와 관련이 깊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꼭 자동차 사고가 등장합니다. 2009년 플로리다 집 근처에서 우즈가 탄 캐딜락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소화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불륜 사실을 알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쫓아오는 아내를 피하려다가 사고를 낸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많은 여성과 불륜관계였음을 시인하고 7억 5000만 달러(900억 원)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습니다.우즈가 처음 머그샷을 찍은 것은 8년 뒤입니다. 2017년 그가 탄 메르세데스 벤츠가 플로리다 집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우즈는 차 안에서 잠든 채로 발견됐습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묻는 경찰에게 횡설수설했습니다. DUI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 촬영대 앞에 섰습니다. 반쯤 감긴 눈, 덥수룩한 수염 등 우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머그샷의 파장을 우려한 우즈는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고 원인이 음주가 아닌 처방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DUI는 흔히 ‘음주운전’으로 해석되지만, 포괄적으로 ‘영향 하의 운전’(Driving Under the Influence)을 말합니다. 음주, 약물 등 운전을 해치는 모든 물질(substance)의 영향 아래에서 운전했을 때 DUI 혐의가 적용됩니다.우즈의 옹색한 변명에 “술보다 처방약이 이미지 손상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음주건 처방약이건 운전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우즈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머그샷 사건 이후 정신을 차렸다고 고백했습니다. 4년 뒤 또 한 번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202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현대 제네시스를 타고 가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목숨을 위태로울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번에도 관심사는 음주 약물 복용 여부였습니다. 경찰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술을 마신 흔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There is no question that I’ve done wrong. But I did not break the law.”(내가 잘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머그샷을 찍는 심각한 순간에 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18명 중 4명은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습니다. ‘smiling mug shot’(미소 머그샷)은 대개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는 제스처입니다.가장 유명한 미소 머그샷의 주인공은 불륜의 아이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입니다. 불륜이 발각돼 대선 도전을 포기한 그는 내연녀와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선거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기소됐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여성 팬이 많았던 에드워즈 의원은 머그샷을 찍을 때도 공들여 손질한 머리에 환한 미소를 날려 화제가 됐습니다.미소를 지은 이유에 대해 “무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there is no question that’은 ‘질문의 여지가 없다’ ‘전적으로 맞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불륜이라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한 것은 전적으로 맞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법 재판보다 더 무서운 여론 재판에서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대중은 그의 머그샷 미소에 “cheesy smile”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조롱했습니다. ‘cheesy’(취지)는 ‘치즈 맛이 나다’ ‘느끼하다’라는 뜻입니다. 데이트할 때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남발하는 ‘느끼한 작업 멘트’를 ‘cheesy pick up line’이라고 합니다. 에드워즈 의원은 정계를 은퇴하고 변호사로 전업했습니다.I’m just a patsy!”(나는 봉이다)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머그샷은 미국인들에게 유명한 이미지입니다. 그의 머그샷에 적힌 ‘54018 11 23 63’이라는 숫자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건번호 54018이고, 머그샷을 찍은 날짜가 1963년 11월 23일이라는 의미입니다.이 사진은 오스왈드의 첫 머그샷이 아닙니다. 케네디 암살 4개월 전 뉴올리언스에서 쿠바를 지지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체포돼 머그샷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첫 머그샷에서 매우 긴장된 모습이었던 그는 두 번째 머그샷은 훨씬 중대한 죄목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오스왈드의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 그의 머그샷 표정을 이유로 대기도 합니다.오스왈드는 머그샷을 찍으러 댈러스 경찰서 복도를 지나갈 때 “나는 ‘patsy’(패치)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태리어 ’pazzo’(미친)에서 유래한 ‘patsy’는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 즉 ‘봉’을 말합니다. “I’m nobody’s patsy”라고 하면 “나는 누구의 봉도 아니다”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오스왈드가 말한 뒤 ‘patsy’는 최고의 화제어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가 이 단어를 썼는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문을 남긴 채 그는 머그샷을 찍은 다음 날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잭 루비의 총격을 받고 사살됐습니다.명언의 품격Mug shot makes a good mug shot.”(내 머그샷이 찍힌 머그잔에 먹어서 맛도 좋다)여배우 제인 폰다가 최근 틱톡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mug shot’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합니다. 커피머신에 머그잔을 대고 커피를 추출하는 사진과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shot’(샷)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사진 한 방’이라는 뜻도 있고, ‘음료 한 잔’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폰다가 들고 있는 머그잔에 해답이 있습니다. 50여 년 전 폰다의 머그샷이 찍혀있는 머그잔입니다.폰다는 지금은 할머니 역할을 많이 맡는 배우지만 1960~70년대에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1970년 폰다는 반전 행사 참석을 위해 클리블랜드 공항에 내렸다가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불법 약물 소지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소지품을 뒤지던 경찰은 봉투에 담긴 수상한 알약을 발견했습니다. 봉투에는 각각 ‘B’ ‘L’ ‘D’라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모종의 암호가 적힌 알약들을 불법 약물로 판단하고 폰다를 체포해 머그샷을 찍었습니다.폰다는 경찰 조사에서 알약은 마약이 아니라 비타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식후 섭취하기 때문에 ‘B’은 ‘Breakfast’(아침용), ‘L’은 ‘Lunch’(점심용), ‘D’는 ‘Dinner’(저녁용)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래도 믿지 못한 경찰은 약물 성분 조사까지 의뢰하는 법석을 떤 끝에 비타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반전 운동을 주도하는 그녀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약물 혐의를 조작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폰다의 틱톡 메시지는 자신의 머그샷이 찍힌 머그잔이라서 커피 맛도 좋다는 의미입니다.폰다의 머그샷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첫째, 주먹을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주먹을 쥔 최초의 머그샷입니다. 이후 폰다처럼 주먹을 쥔 유명인들의 합성 머그샷 사진이 유행했습니다. 둘째, 폰다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헤어스타일입니다. 어두침침한 머그샷 조명과 폰다의 남성적이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샤기컷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여성들 사이에 유행 스타일로 거듭났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좁은 수족관에 50년 넘게 갇혀있는 미국 범고래 ‘롤리타’가 최근 세상을 떠났습니다. 롤리타는 마이애미 수족관의 최고 인기 마스코트였습니다. 하지만 수족관에 갇혀 관광객을 위해 고래쇼를 선보이는 것은 고단한 삶이었습니다. 수족관은 내년에 바다에 풀어주기로 했지만, 그동안 건강이 나빴던 롤리타는 고향에 돌아가기도 전에 숨을 거둔 것입니다. 롤리타 귀향 운동을 벌였던 동물보호단체 PETA의 추모사입니다.Lolita was denied even a minute of freedom from her grinding 53 years in captivity,”(롤리타는 갇혀있던 53년의 고된 삶에서 단 1분의 자유로 허락되지 않았다)‘grind’(그라인드)는 ‘갈다’라는 뜻입니다. 재료를 잘게 부수는 기구를 ‘그라인더’라고 합니다. 주방 용어 같지만 폭넓게 쓰는 단어입니다. 특히 직장에서 많이 씁니다. 흔히 미국의 직장 문화를 ‘grind culture’라고 합니다. ‘뼈를 갈 정도로 고된 곳’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직장은 끊임없는 자기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요구받습니다. ‘grind’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저속한 의미로 ‘hustle’(허슬)도 많이 씁니다. ‘office grind’ ‘office hustle’은 직장인들의 치열한 일상을 말해주는 단어들입니다. 수족관은 지난 50년 동안 롤리타에게 직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훈련과 쇼를 반복하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grind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일찍 풀어줬더라면 롤리타가 자유롭게 살다가 눈을 감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말한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3월 29일 소개된 미국의 증오 범죄에 관한 내용입니다. 팬데믹 때 미국의 아시아인들은 증오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이유 없이 물리적 언어적 폭력의 대상이 됐습니다. 2021년 3월 애틀랜타의 아시아 스파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8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중 6명은 아시아계였고, 3명은 한국계였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란히 애틀랜타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2021년 3월 29일자오랫동안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모델 마이너리티”(모범 소수인종)로 불려왔습니다. 주류 사회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조성된 반(反)아시아 정서가 최근 발생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서 보듯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It’s the coronavirus, full stop.”(코로나바이러스다, 얘기 끝)조 바이든 대통령은 애틀랜타를 찾아 “증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다”라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우한바이러스” “차이나바이러스” 등 아시아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비판하는 겁니다. 마지막에 “full stop”(풀스톱)이라고 하면 “얘기 끝”이라는 뜻입니다. 토를 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방금 한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씁니다.No matter how you want to spin it, the facts remain the same.”(경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몰아가던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공을 회전시킬 때 “스핀을 건다”고 합니다. 특정 방향으로 스토리를 ‘몰아가다’ ‘각색하다’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정치에서 언론 플레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spin doctor’(스핀 닥터)라고 합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인종 대상 범죄가 아닌 개인의 성범죄 쪽으로 스핀을 걸려고 하자 아시아계가 발끈했습니다. 조지아주 최초의 아시아계 주 하원의원인 비 응우옌 의원이 한 말입니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범죄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There are moments in a country’s history that chart its course for the future. For Asian Americans, that moment is now.”(한 나라의 역사에서 미래를 결정짓는 순간들이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아시아계 배우들도 나섰습니다. 한국계인 샌드라 오는 피츠버그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규탄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대니얼 대 김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하원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chart a course’는 원래 해양 용어입니다. ‘바다에서 배가 나아갈 진로를 정하다’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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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농 정착 지원사업 혜택 70% 늘어나

    청년농 위한 내년 정부 예산 큰 폭 상승 영농의 꿈을 키우는 청년 농부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 청년의 농업 진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들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청년 농업인 주요 지원사업의 2024년 예산안을 초기소득, 농지, 자금, 주거 분야별로 나눠 소개한다. △초기소득=청년 농부들의 고민은 영농에 뛰어드는 초기 일정 기간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시기에 결혼해 가정을 꾸미는 청년 농업인이 많으므로 불안한 소득은 가족 전체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창업 초기 소득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 높은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예산은 올해 551억 원에서 내년 943억 원으로 392억 원이나 증액 편성됐다. 7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영농정착지원사업 선발 규모도 2023년 4000명에서 2024년 5000명으로 확대된다. △농지=청년 농업인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 물량이 내년부터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공공임대(1875ha→2500ha), 농지매매(320ha→380ha), 임차임대(538ha→1250ha), 선임대후매도(20ha→40ha), 청년창업형 스마트농업단지(6ha→40ha) 확대를 위한 예산이 반영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매입자금의 지원단가 상향(ha당 2억5400만 원→2억6700만 원) 예산도 반영됐다. 이를 위한 ‘맞춤형 농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3836억 원 증가한 1조2413억 원으로 편성됐다. △자금=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파머스펀드’의 조성액 확대를 위한 예산이 증액 편성(135억 원→160억 원)됐다. 유망한 청년 농업법인에 대한 펀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 농업인에 대한 우대보증을 지원하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정부 출연금도 300억 원이 증액 편성됨에 따라 보증 지원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농촌 지역 청년의 주거 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확대 편성됐다. 조성사업 지구가 전국 4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사업 예산은 48억 원에서 152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청년들의 안정적 농촌 정착에 더욱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 분야에서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할 수 있는 주요 예산들이 확대 편성됨에 따라 청년들의 영농 진입과 정착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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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종 키우는 젊은 여성 농부 “K다육이 해외에서 인기 높아요”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식물원에는 2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모두 다육식물이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다육 농장이다. 식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선 현란한 색감에 놀라게 된다. 초록색, 빨간색, 흰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다육식물이 2100㎡(약 636평)에 달하는 스마트팜 농장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농장의 주인이 올해 27세의 젊은 여성 농업인이라는 점이다. 채민정 대표는 주변에서 ‘다육이 엄마’로 통한다. 그녀도 이 별명이 싫지 않다. “2000여 개의 다육이를 다 구별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 채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다육은 사계절이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배 특성상 ‘얼굴’이 수시로 바뀝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어느 종이 어느 종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일 다육이들과 지내니까 각각의 이름과 특징을 구별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다육(多肉)은 사막, 높은 산 등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생존을 위해 줄기 잎 뿌리 등에 많은 물을 저장한다. 물을 포함하고 있어 외관이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다육식물로는 선인장이 있다. ‘가시가 있으면 선인장, 가시가 없으면 다육식물’이라는 구분법이 통용되기도 한다. 이 식물원에서 자라는 다육식물은 개당 5000원에서 3000만∼5000만 원의 고가 품종까지 다양하다. 1만 원 이하의 품종이 인기가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키우는 다육식물은 크게 수출용, 인터넷 판매용, 일반 판매용으로 나뉜다. 가장 매출이 큰 것은 수출용이다. 지난해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70%에 해당하는 2억8000만 원은 수출에서 나왔다. 수출의 80∼90%는 미국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한국산 다육식물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예쁘기 때문입니다. 온도 습도 바람 등 국내 기후 여건이 좋아서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선명해서 키우는 재미가 큽니다.” 요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관상용으로 다육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육 애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키우기가 쉽다”라는 것이다. 1개월에 1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 “그렇다고 관심 주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적당량의 햇빛과 바람에 노출시켜 줘야 합니다. 그러면 10년까지 갈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낮에 광합성을 해서 만들어놓은 산소를 밤에 내뿜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한 곳에서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침실에 다육식물을 놓으면 좋습니다. 2년마다 분갈이를 해주면 됩니다.” 채 대표의 오전 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육식물의 생육 상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인터넷용 사진 촬영, 웹사이트 관리, 포장 배송도 해야 한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국내용 웹사이트와 영문 웹사이트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 고객들의 질문에는 영어로 응답한다. 요즘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도 많다. 다육식물 포장 배송은 여러 과정을 거친다. “화분과 흙은 배송하지 않습니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다육을 화분에서 분리해 말립니다. 일주일 정도 충분히 말려줘야 오염 걱정이 없습니다. 말린 다육을 휴지로 단단하게 포장해 박스에 넣어 배송합니다. 수출용은 식물 검역을 받아 검역증을 발급받고, 수출 서류를 작성합니다.” 재배, 마케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채 대표 혼자 담당한다. 다른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주요 사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채 대표 몫이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르는 것은 이곳이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채 대표의 어머니는 국내 1세대 다육 전문가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을 처음 만들었고,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온라인 다육 카페를 운영하다가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채 대표는 그동안 아픈 어머니를 도우며 식물원 업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세종시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현재 2개 동으로 구성된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규모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이달 말쯤 600여 평 규모의 새로운 농장이 완공된다. 채 대표는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거창한 포부를 밝히기보다는 내실 있게 키워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다육식물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꿈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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