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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55)는 지난해 의료비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출했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 치아 등 신체 곳곳이 아파 3달에 한 번씩은 안과, 치과 등 병의원에 방문하고 있다. 김 씨는 “진작 실손보험에 가입해서 의료비 부담이 비교적 덜어졌지만 병원비에 약값까지 합친다면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는 돈”이라고 말했다. 국민 1인당 의료비가 연간 100만 원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대비 33.2%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약 1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개입을 통해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인당 의료비 100만 원 넘어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505가구(1만188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2022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조사 기준 가계 부담 의료비는 가구당 297만1911원, 개인 부담 의료비는 1인당 103만5411원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가계부담 의료비는 2019년 208만 원에서 42.6% 증가했으며 1인당 의료비는 2019년 약 78만 원에서 33.2% 증가했다. 가계·개인 부담 의료비는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지불하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진료 비용의 합인 ‘공식적 의료비’와 질병 예방, 관리 등을 목적으로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의료기기 구입 등에 지출한 비용인 ‘비공식적 의료비’, 교통비·간병비 등 ‘비(非)의료비용’을 합한 수치다. 가구의 공식적 의료비는 전체 가계부담 의료비의 75.2%를 차지하며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연평균 10.5% 증가했다. 일반의약품, 의약외품 구입비 등도 연평균 10%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입원 가구의 간병비는 동기간 연평균 10.3% 줄어들었다. 해당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입원이 어려워져 간병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민간의료보험의 가구 가입률과 월 보험료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22년 민간의료보험 가구 가입률은 82.6%로 2019년(78.5%)대비 4.1%포인트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4.9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했으며 매월 평균 29만80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억제 위한 개혁 필요”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는 물가 상승 추세에 따라 인건비 등 원가가 늘어난 것이 꼽힌다. 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만성질환 유병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고혈압 유병률은 2019년 15.2%에서 2022년 17.8%, 관절질환의 유병률은 동기간 9%에서 13.4%로 증가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시술 등 과거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고가 의료 서비스의 이용량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실손보험 등을 이용해 과도하게 비급여 진료를 받는 ‘의료 쇼핑’이 늘어나면서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의료비 증가 추세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별다른 정책적 개입 없이 추세대로 의료비가 증가한다면 2033년에는 국민 의료비가 560조에 달할 것”이라며 “비급여 비용 등 의료비 억제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20일부터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을 실시한 가운데, 수련병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가 약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조건부 복귀’로 응답한 이들이 상당수란 점을 들어 실제 전공의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즉시 복귀’ 719명, ‘조건부 복귀’ 2205명20일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이달 8∼12일 사직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794명 중 약 61%인 2924명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특정 조건이 수용되면 복귀하겠다고 답한 전공의는 2205명(46%)이었다. 즉시 복귀 의향을 밝힌 전공의는 719명(15%)이었다. 1870명(39%)은 복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이 내건 복귀 조건은 5월 복귀 시 정상 수련으로 인정, 입대한 사직 전공의 제대 후 복귀 보장,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재논의 등이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것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난 대다수 전공의는 1년 넘게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및 올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복귀자는 소수에 그쳤다. 20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1672명으로 전체의 12.4%에 불과하다. 해당 설문 등을 바탕으로 19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현장 건의에 따라 5월 중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수련 마지막 해인 3∼4년 차 레지던트가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이번 모집에 합격한 전공의는 다음 달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고연차-수도권-메이저과’ 중심 복귀 전망 의료계에서는 이번 전공의 모집 절차에 ‘고연차, 수도권,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상당수 복귀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추가 모집에 응해 전문의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단체가 정부의 5월 전공의 추가 모집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이번 모집 절차에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전협 내부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왜 돌아가냐는 의견이 절대 다수”라며 “지금 돌아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공지했다.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추가 모집을 계기로 수련 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 환자 곁에서 성장과 배움을 이어가 달라”며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역 의무 종료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가 20일부터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위한 추가모집을 실시한 가운데, 수련병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가 약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조건부 복귀’로 응답한 이들이 이 중 상당수란 점을 들어 실제 전공의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즉시 복귀’ 719명, ‘조건부 복귀’ 2205명20일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이달 8~12일 사직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794명 중 약 61%인 2924명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특정 조건이 수용되면 복귀하겠다고 답한 전공의는 2205명(46%)이었다. 즉시 복귀 의향을 밝힌 전공의는 719명(15%)이었다. 1870명(39%)은 복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전공의들이 내건 복귀 조건은 5월 복귀 시 정상 수련으로 인정, 입대한 사직 전공의 제대 후 복귀 보장,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재논의 등이다.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것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난 대다수 전공의는 1년 넘게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및 올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복귀자는 소수에 그쳤다. 20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1672명으로 전체의 12.4%에 불과하다.해당 설문 등을 바탕으로 19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현장 건의에 따라 5월 중 전공의 추가모집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수련 마지막 해인 3~4년 차 레지던트가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이번 모집에 합격한 전공의는 다음 달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고연차-수도권-메이저과’ 중심 복귀 전망의료계에서는 이번 전공의 모집 절차에 ‘고연차, 수도권, 메이저과(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상당수 복귀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이번 추가모집에 응해 전문의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단체가 정부의 5월 전공의 추가모집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다만 실제 이번 모집 절차에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한 서울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윤석열 정부가 진행한 의료 개혁 방안들에 대해 새 정부와 협상할 가능성을 남겨 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대전협 내부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왜 돌아가냐는 의견이 절대 다수”라며 “지금 돌아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공지했다.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추가모집을 계기로 수련 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 환자 곁에서 성장과 배움을 이어가 달라”며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역 의무 종료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각막 이식 수술 5건 중 4건이 해외에서 수입된 각막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각막은 별도 관리 체계나 관련 법률이 없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각막 이식 수술(788건) 중 80.5%(635건)가 해외에서 수입된 각막으로 이뤄졌다. 수입 각막 수술의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2016년에는 전체 899건 중 275건(30.5%)이 수입 각막으로 수술했지만, 2019년에는 60.4%로 늘었다. 국내 기증자에 의한 각막 이식 수술은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다. 장기 기증 인식이 좀처럼 확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뒤 수술이 줄었다. 국내기증 각막 이식 9년 대기… “수입되면 2, 3일내 나가”이식할 각막도 수입의존각막, 인체조직 아닌 ‘장기’로 분류관리 미흡 일부 생체정보 없이 수입의료계 “안은행 설립, 체계적 관리를”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대학 본관 지하의 안(眼)은행 내부에는 각막 보관용 냉장고와 냉동고 등이 들어서 있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냉장고 안에는 흰색 각막이 진홍색 보존액을 넣은 작은 통에 담겨 있었다. 안은행 관계자는 “보관 중인 각막들은 수입된 각막”이라며 “수입 각막이 안은행에 들어오면 대부분 2, 3일 안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각막은 혈관이 없어 혈액형 등이 맞지 않아도 다른 장기보다 거부반응이 적다. 뇌사자 사망 전에만 적출할 수 있는 장기와 달리 사후에도 채취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뼈, 피부, 신경 등 인체 조직처럼 각막을 수입해 쓴다. 다만 각막 이식 대기 환자는 많은데 각막 기증자는 턱없이 적다 보니 수입 각막 의존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지난해 발간한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각막 이식 대기자는 2190명으로 이식 평균 대기일은 3305일, 약 9년에 이른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각막 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은 등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각막을 기증하는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막 이식 수술은 고난도 수술로 분류돼 대부분 수련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이뤄진다. 한 서울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전공의가 주로 각막을 채취하러 가는데 전공의 이탈 후 각막을 채취할 인원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장기로 분류되는 각막에 별도의 수입 관리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뼈나 피부 등 인체 조직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실태 조사 등 수출입 관련 관리를 맡고 있지만 각막 등 장기의 경우 보건복지부 관할로 수입 관련 체계가 없다. 21대 국회에서 각막을 인체 조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 후 자동 폐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체계 정비를 위해 연구용역과 법 개정 등을 시도했으나 답보 상태”라며 “의료계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각막 수입 대행업체는 기증자 인종, 성별 등의 생체 정보 등을 제공하는 미국에서 각막을 수입해 오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일부 의료 기기 수입 업체는 생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필리핀 등에서 각막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각막을 인체 조직으로 분류해 기증을 활성화하고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미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각막을 인체 조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김현승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각막은 내부에 세포 등이 있기에 인체 조직이라기보다 장기로 봐야 한다”며 “성급하게 규정을 바꿀 경우 관리 부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안구 수득과 분배를 관리하는 ‘한국형 안은행’을 만들어 기증된 안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균 한국각막학회장은 “국립 안은행을 설립하고 기관에서 각막 수득, 분배까지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실내에서 춤을 출 때보다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스텝을 밟으니 더 흥이 납니다.” 15일 낮 12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수백 명이 무대 위 셔플댄스 크루들의 동작을 주시하며 스텝을 따라 하고 있었다. 셔플댄스는 음악에 맞춰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춤으로 몇 가지 기초 스텝으로 응용할 수 있어 연령층 제한 없이 쉽게 배울 수 있다. ‘2025 서울헬스쇼’ 마지막 날인 이날 ‘K-셔플 페스타 2025’가 진행됐다. 직장인 서상민 씨(54)는 “셔플댄스를 배운 지 3개월째”라며 “다음에는 직접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춰보고 싶다”고 말했다.● 80세 남성 “내년에도 다시 방문할 것” ‘2025 서울헬스쇼’ 사흘 동안 7만1000여 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 방문객들은 나이와 국적이 매우 다양했지만, 건강과 운동에 관한 관심은 다르지 않았다. 시민 성낙건 씨(80)는 “신문에서 헬스쇼가 열린다는 기사를 읽고 행사장에 찾아왔다”며 “내년에도 (행사장에) 또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방문하기 위해 저녁 시간대 방문도 이어졌다. 둘째 날 열린 ‘스포츠 스태킹 챌린지’에 참여한 윤지호 군(11)은 “4년 정도 스포츠 스태킹을 연습했다”며 “꾸준히 시간 단축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 스태킹은 플라스틱 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리면서 기록을 겨루는 경기다. 아버지 윤여환 씨(50)도 “아들이 대회에 나가면서 함께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심판 교육을 받았다”며 “집중력이 높아지는 스포츠”라고 했다. 하반신 마비인 윤석만 씨(51)는 행사 첫날인 13일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왔다. 행사장에서 휠체어를 타고 여러 부스를 돌며 ‘권역외상센터’의 인형 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윤 씨는 “2년 전 패럴림픽 정식 종목인 보치아 심판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다”며 “헬스쇼에서 의학,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다.●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찾아 ‘2025 서울헬스쇼’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서울시가 마련한 ‘운동하는 서울광장’ 행사가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러닝 전문 강사는 동작에 따른 자세와 호흡, 준비운동 등 기본기를 다지는 내용을 쉽게 설명해 줬다. 참가자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30분간 유산소 운동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직장인 양영호 씨(29)는 “전문 강사가 러닝을 체계적으로 알려준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GS건설 목조 모듈러주택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가 전시한 초소형 주택 ‘RM 1.0’은 100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 이 주택은 10평(약 33m²) 규모로 가격은 8800만 원이다. 박희정 씨(76)는 “서울에서 50년 동안 살다 보니 식물을 키우는 ‘가드닝’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며 “강원 인제군에 9월까지 초소형 주택을 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년째 서울 시민들의 주목을 받으며 개최된 서울헬스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사장을 찾았다. 공한수 부산시 서구청장은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부산 서구도 각종 의료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보기 위해 직접 서울헬스쇼를 찾았다”고 밝혔다. 사흘간 부스를 운영한 이민수 중앙응급의료센터 교육홍보팀 연구원은 “의료 관련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로 현장에서 시민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전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즐길 준비 되셨나요, 가도 될까요, 레츠 고! 노래 크게 틀어주세요, 더 크게!” 무대에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시민 100여 명이 개그우먼 김혜선 씨의 구호에 맞춰 하늘로 높게 뛰어올랐다. 14일 ‘2025 서울헬스쇼’ 개막 둘째 날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 헬스쇼를 만끽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 트램펄린 타고 하늘 높이 ‘건강 점프’김 씨가 진행하는 점핑머신(트램펄린) 운동 프로그램은 시작 전부터 정원이 넘는 120명의 사전 신청자가 몰리며 기대감을 모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낮 12시 반부터 잔디밭에 설치된 점핑머신 위에서 팔을 좌우로 흔들며 뛰었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시민들도 금세 적응해 상체와 하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서영미 씨(45)는 “점핑머신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10kg 넘게 감량했다”며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땀 흘리고 나면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개운하다”고 말했다. 1시간 반가량 이어진 프로그램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녹초가 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상연 씨(44)는 “땀이 많이 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운동했다”며 “신나는 음악과 강사님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오후 3시 반부터는 ‘재키사이클 스피닝 체험’이 열렸다. 스피닝은 음악에 맞춰 자전거를 타는 운동으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체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다. 시민 70여 명은 사이클을 타고 봄바람을 맞으며 신나는 노래와 함께 페달을 밟았다. 행사가 끝날 때쯤 시민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임정인 씨(47)는 “야외에서 스피닝에 참여한 게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라며 “스피닝을 한 후 확실히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 망치 내려치고 스트레스도 날려 오전 10시 ‘액티브 존’에서는 ‘회전 골프 퍼팅’에 참여하려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회전 골프 퍼팅은 골프공을 3번 쳐서 10개 구멍이 새겨진 원판에 1번 들어가면 된다. 다만 10개 구멍 중 스티커가 붙어 있는 3개 구멍에만 공을 넣어야 한다. 타석에서 원판까지 거리는 1m 정도. 직장인 김모 씨(49)는 “평소 꾸준히 골프 연습을 했지만, 생각보다 공을 넣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풀업(턱걸이) 이벤트에도 방문객들이 몰렸다. 턱걸이 12개 이상을 한 남성과 3개 이상 한 여성은 ‘턱걸이 대마왕’ 칭호를 받는다. 아쉽게 대마왕 칭호를 받지 못한 김홍군 씨(61)는 “왕년에는 턱걸이를 20개씩 했다”며 “45년 만에 턱걸이를 다시 하려고 하니 요령을 모두 잊었다. 앞으로 꾸준히 팔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거대한 망치를 힘껏 내려치고 내려친 힘의 크기에 따라 점수를 받는 ‘파워 해머’도 인기를 끌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윤순애 씨(60)는 “커다란 망치로 내려치니 수십 년 묵었던 스트레스가 모두 풀렸다”며 웃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최근 여자친구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았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김 씨는 “아직 아이를 낳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일단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출생아는 줄었지만 결혼할 의향이 있는 미혼자 비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실제 결혼이 증가하면 저출생 현상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40대 미혼 62% “결혼 의향”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일 공개한 ‘2024년도 가족과 출산’에 따르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미혼 응답자는 62.2%로 2021년 조사(50.8%)보다 11.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같은 기간 20.2%에서 14%로 줄었다. 조사는 19∼49세 1만43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루거나 포기했던 결혼을 최근 재개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적 분위기도 덩달아 바뀌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식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문화가 형성되는 등 결혼을 성공의 지표로 판단하기도 한다”며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식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그 이유로 ‘현재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58.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돈이 없어서’(11.4%)라고 밝힌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라고 밝힌 응답자는 남성이 17%로 여성보다 10.9%포인트 높았다. 여성은 ‘결혼 제도가 남녀에게 불평등하기 때문에’라는 응답(12.7%)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결혼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결혼에 대한 의지는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수요와 현실 사이에서 일종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출산에선 ‘경제적 여건’ 가장 중요 임신과 출산 지표는 3년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사실혼을 포함해 결혼 경험이 있는 19∼49세 여성이 결혼 당시 계획한 평균 자녀는 1.75명이었다. 2021년 조사 당시 1.93명보다 줄었다. 배우자 유무 기준으로 나눠 물은 결과 배우자가 있는 응답자는 18.0%만 출산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계획한 자녀는 평균 1.25명이었다. 반면 배우자가 없는 응답자는 63.2%가 출산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계획한 자녀는 1.54명으로 배우자가 있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가정의 경제적 여건’(56.4%)으로 나타났다. 이어 직업, 건강, 주거 등을 꼽았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 홍모 씨(30)는 “결혼과 출산, 양육에 필요한 비용 규모가 모두 다르다. 쉽게 출산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만큼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 등으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책임연구원은 “일 가정 양립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주거비, 일자리 등 구조적 요인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김모 씨(27)는 최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김 씨는 굳이 결혼을 인생의 ‘필수 사항’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취업 후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워지고, 주변 동기들이 하나둘씩 결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결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아직 경제적인 측면 등을 고려한다면 애를 낳을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미혼자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기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의 수 등 출산 관련 지표는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변화한 결혼 인식이 출산율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혼 의향 있다” 62.2%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49세 성인(미혼 포함)과 그 배우자 1만4372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4년도 가족과 출산’에 따르면 비혼자 중 향후 결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62.2%로 직전 2021년 조사(50.8%)보다 11.4%포인트 올랐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19.4%)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4.5%)는 응답처럼 확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비율도 23.9%를 차지했다. 결혼에 대한 의향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대략 14%에 그치며 전반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결혼 인식이 개선된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젊은 층이 다시 결혼하기 시작하면서 결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환기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상림 서울대 연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결혼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었던 사회 인식이 보다 약화된 측면이 있다”며 “웨딩 스냅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문화가 형성되는 등, 결혼을 성공의 지표로 보기 시작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반면 결혼 생각이 없다고 답한 비혼자들은 ‘현재 삶에 만족하기 때문‘(58.4%)을 가장 높은 순위로 꼽았다. ’돈이 없어서‘(11.4%)라는 이유도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특히 ’돈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남성에서 17%를 기록하며 여성보다 10.9%포인트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여성의 경우 ‘결혼 제도가 남녀에게 불평등하기 때문에’라는 응답(12.7%)이 비교적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의지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결혼을 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본처럼 일종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시 ‘가정의 경제적 여건’ 가장 중요결혼 관련 지표가 긍정적으로 변한 반면, 임신과 출산 지표는 3년간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임신 횟수, 출생 횟수, 실제 평균 출생아 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의 수 모두 2021년에 비해 하락했다. 자녀의 필요성에 긍정하는 비율도 극히 미미하게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출산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가정의 경제적 여건’(56.4%)로 나타났다. 본인의 안정된 직업(16.2%),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10.6%), 주거 여건(7.1%), 배우자의 안정된 직업(6.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결혼을 준비 중인 홍모 씨(30)는 “결혼에 필요한 자금과 출산 및 양육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다르다는 걸 아니 쉽게 출산 준비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저출산 정책이 결혼과 출산의 환경을 구축하는 간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일가정 양립 등 결혼과 출산 가로막고 있는 장애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투트랙으로 주거비용, 일자리 등 구조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병원 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대한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는 8일 “수련병원별로 12일까지 전공의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며 “설문에는 복귀 의향, 복귀 조건 등이 담겼다”고 밝혔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국 211개 전공의 수련병원이 모인 단체다. 협의회는 “전문의 자격시험이 매년 2월에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공의 마지막 연차가 내년 전문의를 취득하려면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한다”며 “복귀 희망 인원을 파악해 보건복지부에 추가 모집을 건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현행 규정상 전공의 수련을 3개월 넘게 중단하면 내년 2월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전공의는 연간 2차례 모집하고 하반기(7∼12월) 모집은 9월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확인된다면 5월 중이라도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임진수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진행한 전공의 복귀 관련 설문조사에는 사직 전공의 100여 명이 참여했고 응답자 약 80%가 ‘5월 추가 모집이 진행되면 수련병원에 복귀하겠다’고 답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결핵 역학조사 결과 추가 결핵환자 250명을 조기에 발견했다. 질병청은 8일 결핵환자 가족과 집단시설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추가 결핵환자 250명을 조기에 발견했다고 밝혔다. 결핵환자의 접촉자는 총 10만5989명이었으며 결핵검사 결과 접촉자 10만명당 235.9명꼴로 추가 환자가 나왔다. 또 밀접접촉자 5만9547명에 대해 잠복결핵감염검사를 시행한 결과 1만7537명(29.5%)이 잠복결핵감염으로 진단됐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돼 체내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결핵이 발병하진 않은 상태다.지난해 역학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추가 결핵환자와 잠복결핵감염자는 최근 5년 들어 가장 많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결핵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하여 집단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의 잠복결핵감염자를 대상으로 흉부 CT등 적극적인 추가검사를 시행한 결과”라며 “결핵 진료지침이 개정돼 65세 이상 고령 접촉자도 잠복결핵감염 검사 및 치료를 권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핵환자 접촉자는 일반인보다 결핵 발병 위험이 약 7배 높다. 지난해 역학조사 결과 가족접촉자 1만8893명 중 108명이 결핵에 발견됐고 4931명이 잠복결핵감염자로 진단됐다. 집단시설 3470건의 접촉자 8만7096명을 검사했을 때 추가 결핵환자는 142명 발견됐으며 잠복결핵감염자는 1만2606명이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추가 결핵환자 발생률과 잠복결핵감염률이 가장 높았는데 면역이 저하된 고령 접촉자들이 결핵환자와 장시간 밀접하게 접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전염성 결핵환자의 접촉자 중 잠복결핵감염으로 확인된 대상자는 결핵 발병 고위험군으로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완료하면 결핵 발병을 최대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며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13∼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25 서울헬스쇼’에서는 동료, 지인들과 함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행사 첫날인 13일 점심시간에는 직장 동료들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직장인 단체 줄넘기’가 열린다. 5인 이상으로 구성된 20개 팀이 2분 안에 단체 줄넘기를 몇 번 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승한 팀에는 상품을 지급한다.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도 눈길을 끈다. 13일 오후 6시 반부터는 ‘도심 속 선셋 요가’가 진행된다. 전문 요가 강사가 바쁜 일상으로 뻣뻣해진 몸을 풀어주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요가 클래스를 연다. 오후 8시 반부터 진행되는 ‘도심 속 릴랙스 불멍 타임’에선 참가자들이 편안한 의자와 빈백에 기대 앉아 서울광장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모닥불 영상을 보면서 단체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행사 둘째 날인 14일 점심시간에는 개그우먼 김혜선 씨가 진행하는 점핑머신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점핑머신 운동은 신체 밸런스 개선, 코어 근력 강화 등의 효과가 있다. 트램펄린 100여 대 위에서 참가자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다양한 안무와 피트니스 동작을 즐길 수 있다. 14일 오후 3시 반부터는 한 시간 반 동안 서울광장 잔디 위에서 ‘재키사이클 스피닝 체험’이 진행된다. 스피닝은 음악에 맞춰 율동 등을 하며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서울광장 잔디 위에서 플라스틱 컵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리며 기록을 겨루는 ‘스포츠 스태킹 챌린지’가 열린다. 행사 기간 잔디광장에는 파라솔과 빈백이 다수 설치된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국민 절반 울화통”한국인 성인 절반 이상은 ‘장기적 울분’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입법·사법·행정부 비리 및 은폐, 정치 및 정당의 부도덕과 부패로 울분을 느낀다는 답변이 많았다.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지난달 실시한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에 따르면 54.9%는 울분 고통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해 6월 조사 때보다 5.7%포인트 높아지면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울분은 정의, 공정함 등 기본적인 믿음이 예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응답자의 69.5%는 ‘세상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았다. 공정에 대한 믿음이 낮을수록 울분 정도가 높았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 가까운 48.1%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개인 스트레스 유발 요인에서도 국가의 부정부패나 권력 오남용, 국가 시스템의 균열과 파행 등이 꼽혔다”며 “의료적 노력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정신건강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울화통 터지는 국민… 69% “세상이 불공정”, 85% “권력 비리 울분”서울대 보건대학원 정신건강 조사‘심한 울분’ 30대 17%로 가장 높아“1년간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 47%… ‘정신건강 안좋다’ 48%, ‘좋다’의 4배“사회갈등 해결 시스템 강화 시급”“한국은 뭘 해도 공정하지 않다. 일본에서 취직하려고 알아본 적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허모 씨(24)는 대학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주말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하루 6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허 씨는 “집안이 유복한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분노가 치밀어 12·3 비상계엄 이후 집회에도 몇 번 참석했지만 정치권에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어 무력감만 느꼈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울분을 느끼는 비율도 높아졌다.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등을 이유로 꼽는 답이 많았다.● “정부 정치권 비리 부패에 울분”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공개한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정치 문제에서 주로 울분을 느꼈다. 조사에서는 ‘정부의 비리와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울분을 느끼게 하는 정치·사회 사안으로 1, 2위에 올랐다. 직전 조사에서는 ‘언론의 침묵·왜곡·편파보도’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도 울분을 강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양극화도 울분을 심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울분을 가장 많이 느꼈다. 60세 이상은 9.5%가 ‘심한 울분’을 느꼈지만 30대는 17.4%가 심한 울분을 느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 구조에 대해 무력감이나 부당함, 분노 등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69.5%는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결국 불공정한 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에도 64%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개인 차원의 공정성과 관련된 질문에선 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다는 답변보다 더 높았다. 58%는 ‘나는 대체로 공정하게 대우받는다’고 답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설문조사 업체인 케이스탯리서치를 통해 지난달 15∼21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증진 관련 조사를 했다.● “사회적 차원서 정신건강 문제 다뤄야” 응답자 47.1%는 최근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0대 경험 비율이 55.4%로 가장 높았다. 스트레스 유발 원인을 복수로 고르게 했더니 개인·가족의 건강 변화가 42.5%, 경제 수준 변화가 39.5%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수준도 낮았다. 48.1%는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좋지 않음’이라고 밝혔고, ‘좋음’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1.4%에 그쳤다.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지지가 약화하면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부족해진 상황을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의 악화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윤경 대진대 보건경영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에 큰 위기를 경험해도 병의원을 찾는 비율은 13.1%에 불과하다”며 “정신질환 예방 및 관리 사업에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한국인의 ‘장기적 울분’ 상태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적 울분은 만성적인 무력감이나 비관을 의미한다. 사회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도 ‘좋지 않다’는 응답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온라인 조사한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조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연구팀이 자가측정 도구로 주요 감정과 정서 상태를 5점 만점으로 측정한 결과 응답자들의 12.8%는 ‘높은 수준의 심각한 울분’(2.5점 이상)을 겪고 있었으며 이들을 포함한 54.9%는 울분의 고통이 지속되는 ‘장기적 울분 상태’(1.6점 이상)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있다고 응답한 것보다 약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심각한 울분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도 늘었다. 심각한 울분 비율은 지난해 9.3%에서 12.8%로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17.4%로 가장 두드러졌다.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 집단에서 21.1%인 반면, 월 소득 1천만 원 이상 집단에서는 5.4%로 차이가 크게 났다. 울분은 정의나 공정함 등 세상의 기본 바탕이라 여기는 믿음이 위배되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할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감정이다.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비관하거나 무력감이 깊다는 점, 스트레스 유발 문제의 원인과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는 점 등에서 분노와 우울과는 차별점이 있다.이번 조사에서는 공정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명제에 10명 중 7명(69.5%)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세상이 공정하다는 신념이 높아질수록 울분 점수가 낮아지는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울분을 느끼게 하는 정치·사회 사안에서는 ‘정부의 비리와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언론의 침묵·왜곡·편파보도’,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가 각각 1,2위를 차지한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올해 1위를 차지한 정부의 비리와 잘못 은폐 사안은 지난해 조사 때 3위를 기록한 답이었다.사회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을 묻자 평균 점수는 보통(3점)보다 낮은 2.59점(5점 만점)에 그쳤다. ‘좋지 않음’이란 평가가 48.1%로 절반에 육박했는데, ‘좋음’(11.4%)의 4배 이상 수치였다. 여기에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혔다.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자가보고형 우울척도 10점 이상)을 느낀다는 비율도 33.1%로 나타났다. 또 47.1%는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의 비율이 55.4%로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별로는 저소득층일수록 경험 비율이 높아 200만 원 미만 구간에서는 58.8%를 기록했다. 또 기존의 역할과 책임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적 있다고 한 응답자가 네 명 중 한 명이 넘는 것(27.3%)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에 달하는 51.3%는 자살을 생각했으며 그중 13%는 실제로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본 조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건강 위기를 대비하는 정책과 사업의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정신건강 위기의 취약 집단을 파악하고 도움의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김민철 군(14)은 지난해 중학교 입학 이후 화를 내거나 짜증 내는 횟수가 늘면서 부모와 갈등을 겪었다. 김 군은 10분 이상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업 성적도 점차 떨어졌다. 김 군의 부모는 이러한 아들의 반응을 두고 단순히 ‘사춘기 증상’쯤으로 생각했지만, 점차 증상이 심해지자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결국 김 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군처럼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동·청소년이 최근 4년새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개입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찾은 아동·청소년 ‘27만 명’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의원급)을 찾은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환자는 27만625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20년(13만3235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아동·청소년 환자는 2021년 17만2441명, 2022년 21만2451명, 2023년 24만4884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이 19.4%에 달한다. 지난해 아동·청소년 환자들이 가장 많이 진단받은 질환은 ADHD 등 운동과다장애(F90 코드)였다. ADHD는 주의력 부족, 산만한 행동, 충동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로 주로 아동기에 진단된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과거에 비해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아동의 이상행동을 조기에 파악해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며 “이에 따라 경증 ADHD 진단도 과거에 비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ADHD에 이어 아동·청소년이 가장 많이 외래진료를 받은 질환은 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은 아동·청소년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관련해 가장 많이 입원한 질환이기도 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원 환자의 경우 자살·자해 위험 등으로 인해 입원한 비교적 중증인 환자들”이라며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자해가 많았다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형태의 자해 등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기 진단 후 개입 바람직” 전문가들은 최근 과도한 학업 부담과 또래 간 비교 스트레스,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등에 노출된 아동이 늘면서 관련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온라인상 따돌림, 다른 사람과의 비교 등으로 인해 SNS가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늘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는 판단, 충동조절, 계획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정신건강 문제는 성인기의 집중력 저하, 불안, 우울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이들은 우울한 상태를 잘 인지하지 못해 짜증을 보인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자칫 부모들이 ‘사춘기 반응’으로 넘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들이 적기에 정신과적 개입을 통해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와서 조기에 진단받고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청소년기 자아를 확립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동·청소년이 지난 4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을 찾은 18세 미만 환자는 27만625명으로 2020년(13만3235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18세 미만 환자는 2020년 이후 2021년 17만2441명, 2022년 21만2451명, 2023년 24만4884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아동 환자가 가장 많이 외래 진료를 받은 질환은 주의력결핍 과다 행동장애(adhd)를 포함한 ‘운동과다장애(F90)’로 꼽혔다. 우울에피소드, 기타 불안장애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입원한 질환은 ‘우울에피소드’였으며 양극성 정동장애, 운동과다장애, 행동장애, 상세불명의 기분장애 등이 뒤를 이었다. 환자 수 증가세는 특히 7∼12세 연령대에서 가팔랐다. 남자 아동 환자는 2020년 3만3800명에서 2024년 7만6159명으로 2.3배로 늘었으며, 여자 아동 환자는 1만2260명에서 2만9165명으로 2.4배로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7~12세 사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ADHD 진단 증가세가 환자 수 증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동·청소년 정신질환 증대의 원인으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교류가 단절되며 사회적 고립이 심화한 것이 꼽힌다. 또 학업 및 입시 스트레스의 부담도 가중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아동 청소년들이 늘어난 것으로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동 청소년기 정신질환의 경우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20대 자살율이 굉장히 높은데 아동청소년기 억압됐던 것들이 20대 때 발현되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조기에 정신과적 개입이 동반되는 게 청소년의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더욱 이롭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직장인 김재혁(29·가명) 씨는 최근 정기 건강검진에서 2형 당뇨(당뇨병)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체중 증가와 당뇨병 발병은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성인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이 비만이다. 체중을 줄이면 당뇨병 위험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3년 전 취업해 회식, 음주 빈도가 높아졌지만 운동할 시간은 크게 줄었다. 3년 동안 몸무게는 10kg이 늘어 90kg이 됐다. 당뇨병은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은 젊은 층에서 증가세다. 최근 10년간 20, 30대 당뇨병 환자가 2배로 늘었다. 식습관 서구화, 운동 부족 등이 주원인이라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20, 30대 당뇨병 환자 37만 명1일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린 ‘한국 2형 당뇨병 젊은 성인의 유병률, 발생률 및 대사 특성’에 따르면 19∼39세 2형 당뇨병 유병률은 2010년 1.02%에서 2020년 2.02%로 증가했다. 30대 유병률은 2010년 2.09%에서 2020년 3.9%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2020년 기준 19∼39세에서 약 37만 명이 2형 당뇨를 앓고 있다고 추산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줄고 인슐린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잘 반응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은 완치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청년기에 앓기 시작하면 유병 기간이 길다. 60세 환자는 평생 20년간 당뇨를 앓는 반면, 20세 환자는 약 60년간 당뇨를 앓아야 한다. 당뇨 원인은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꼽힌다. 부모 모두 당뇨병을 앓았다면 자녀의 발병 확률은 약 30%, 부모 한쪽이 당뇨병이라도 자녀 유병률은 약 15%다. 최근에는 비만, 식습관, 운동 부족 등 환경적 요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름진 음식을 먹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반복되며 인슐린 분비 등에 문제가 생겨 당뇨로 발전한다”며 “20, 30대 당뇨는 청소년기부터 누적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과 청년 당뇨병 증가의 연관성은 뚜렷하다. 논문에 따르면 청년 당뇨 환자 중 과체중 환자가 정상 체중 환자보다 많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 증가하면서 당뇨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체중 조절만 성공해도 증상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당뇨 피하려면 체중 감량-생활습관 개선을” 장기간 당뇨병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당뇨와 관련된 합병증 유병률도 늘고 있다. 19∼39세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은 심부전이다. 심장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만성신부전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도 합병증이다. 전문가들은 당뇨 초기라면 투약하지 않아도 혈당 조절이 가능한 ‘완치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질환이 일정 정도 이상 진행되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유병욱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 섭취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당뇨병에 걸린 국내 20, 30대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1일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지에 최근 실린 ‘한국 2형 당뇨병 젊은 성인의 유병률, 발생률 및 대사 특성(2010∼2020년)’ 논문에 따르면 2010년 1.02%였던 국내 19∼39세 2형 당뇨병 유병률은 10년 만인 2020년 2.02%로 상승했다. 2020년 기준 약 37만 명의 청년층이 2형 당뇨를 앓고 있었다. 특히 30대 유병률은 2010년 2.09%에서 2020년 3.9%로 증가했다. 2형 당뇨는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당뇨에 해당한다. 문제는 2형 당뇨병 환자 상당수가 비만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이들 젊은 당뇨 환자의 67.8%가 체질량지수(BMI) 25kg/㎡ 이상의 비만이었고, 31.6%는 고도비만(BMI 30kg/㎡ 이상)에 해당했다. 비만은 고혈압(34.2%), 이상지질혈증(79.8%), 지방간(78.9%) 등 다양한 대사성 질환으로 이어졌다.당뇨로 인한 합병증의 유병률도 증가세다. 심부전은 2020년 기준 젊은 당뇨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혈관 합병증으로 확인됐으며, 만성신부전증(말기 신장 질환),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도 발생했다.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가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은 30% 정도다. 한 사람만 당뇨병인 경우는 15% 정도다. 다만 비만,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여러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식습관 관리와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 부족 등이 2030 당뇨 증가의 원인”이라며 “식습관과 운동 부분이 해결돼야 당뇨 전단계나 당뇨병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김지인(가명·12) 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스스로 동갑이라고 밝힌 남성과 만났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김 양을 게임에서 이긴 뒤 성적 내용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요구했다. 김 양은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했다. 이후 태도가 돌변한 남성은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김 양은 자신이 성착취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남성은 12세가 아니라 성인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증가세를 보이는데도 가해자 평균 징역 형량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년 새 5개월 넘게 감소했다. 최종심 선고 결과도 10명 중 6명은 집행유예를 받거나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 10명 중 6명 집행유예-벌금형30일 여성가족부의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해자 평균 징역 형량은 2014년 4년 1개월에서 2023년 3년 8개월로 줄었다. 최종심 선고 결과는 징역형 실형 36.8%, 집행유예 56.1%, 벌금형 6.5% 등이었다.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23년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가해자 판결문 3452건을 분석했다. 법무법인 거산 신중권 변호사는 “집행유예 형은 대부분 피해자와 합의해 선고된다”며 “아동 청소년 대상 강력 성범죄의 경우 형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착취 사진이나 동영상 등 아동 청소년이 피해자인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형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평균 징역형량은 2019년 2년에서 2023년 3년 6개월로 1년 6개월 늘었다. 3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도 같은 기간 23.8%에서 58.8%로 상승했다. 디지털 성착취물 범죄 또한 평균 징역형량이 2019년 3년에서 2023년 4년으로 1년이 증가했다. 디지털 성 범죄의 수위가 높아져서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해 영상물이 유출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24% 13세 미만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91.3%는 여성이었다. 평균 연령은 14세로 24.3%가 13세 미만이었다. 범죄 유형은 강제추행(32.7%), 강간(24.3%), 성착취물(17.5%), 성매수(6.1%), 성착취 목적의 대화·유인(0.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전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2019년 8.3%에서 2023년 24.0%로 증가세를 보였다. 가해자가 직접 촬영·제작하는 방식이 47.6%, 유인·협박 등에 의한 피해자 촬영·제작 방식은 49.8%였다. 피해자 촬영·제작 비율은 2019년 19.1%에서 4년 만에 3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40.5%는 얼굴, 신상정보 노출 등으로 피해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아동 청소년을 식별할 수 있었다. 가해자 10명 중 7명은 ‘아는 사람’이었다. 64.1%는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아는 사람’이었고 29.3%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가족 및 친척이 6.3%였다. 가해자 13.5%는 동종 전과 재범자였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최근 4년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비중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 중 절반 이상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분석돼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 근절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성가족부는 2023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가해자 판결문 3452건을 분석한 결과가 담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을 30일 공개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겨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성폭력 및 성매매 범죄 비중은 감소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2019년 8.3%에서 2023년 24%로 증가세를 보였다. 가해자 기준 범죄 유형은 강제추행(32.7%), 강간(24.3%), 아동·청소년 성착취물(17.5%), 성매수(6.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중 19세 미만 미성년인 가해자는 11.7%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가해가 성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체 가해자의 13.5%가 동종 전과를 지닌 재범자였다. 최종심에서는 집행유예가 56.1%, 벌금형이 6.5%로 10명 중 6명 이상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은 36.8%가 선고받았으며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44개월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전반의 평균 형량은 2019년 24.5개월에서 2023년 42.5개월로 18개월 늘어났다. 다만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13.1개월), 성매수(16.6개월), 아동 성학대(16.1개월)은 평균 이하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분석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14세였는데 피해자의 24.3%가 13세 미만이었다. 전체 범죄 유형별로는 강제추행(1440건), 성착취물(1178건)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성범죄 가해자가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인 경우는 64.1%, 전혀 모르는 사람이 29.3%, 가족 및 친척이 6.3% 순이었다. 다만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전체 피해자의 36.1%로 가장 높았다. 여가부 등에서는 지원센터를 통해 성착취 피해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여가부와 한국여성진흥원이 30일 발간한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청소년 1187명과 보호자 1556명에게 총 3만5000여 건(전년 대비 33.9% 증가)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대다수(1169명)가 여자였으며 연령은 14~16세가 582명으로 가장 많았다. 복수응답한 피해 유형은 조건만남이 908명(43.6%), 디지털 성범죄 246건(11.8%), 폭행·갈취 216건(10.4%), 길들이기 161건(7.8%) 순으로 나타났다. 채팅 앱(501명)을 통해 피해를 입은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SNS(459명) 등 온라인을 통한 피해가 다수였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피해 영상물이 유포되면 2차 피해가 지속될 수 있어 사전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최근 오프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과 긴급 신분비공개수사 도입 등 법적 기반을 강화한 만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여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연세대가 25일 제중원 창립 140주년을 맞아 당시 의료 선교사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활동했던 의료 선교사 노먼 파운드가 1930년 전후에 촬영한 영상이다. 연세대 측은 당시 생활상과 병원 모습이 담긴 희귀 자료라고 평가했다.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은 파운드 선교사 후손에게서 기증받은 9.5mm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해 유튜브 등에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병동의 당시 풍경이 담겨 있다. 환아들이 병상에 앉아 우유를 마시는 모습, 간호사들이 환아들을 돌보는 모습이 영상에 들어 있다. 의학교 학생과 교수들이 졸업식장으로 향하는 모습, 간호사와 간호학생의 모습 등 의학 교육이 이뤄지는 장면과 진료 현장 풍경을 볼 수 있다. 의료 현장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병원 마당에서 사람들이 배추 수백 포기를 두고 김장하는 모습, 소가 수레에 잔뜩 실은 짐을 끌고 가는 모습도 영상으로 남겼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영상을 촬영했던 시기가 세브란스병원이 서울역 앞에 있었을 때인 만큼, 서울 도심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가치 높은 역사적 사료”라고 밝혔다. 파운드 선교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으로 1921년 의료 선교사로 내한했다. 1927년 세브란스 연합의학전문학교(현 연세대 의대) 병리학 교실 교원으로 임명돼 1931년부터 내과학 교실에서 진단학을 강의했다. 1935년 빈 여행을 떠났다가 조선총독부의 입국 제한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71년 캐나다에서 생을 마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