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이수연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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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회부 사건팀 이수연입니다.

lotus@donga.com

취재분야

2025-06-22~2025-07-22
사고41%
사회일반27%
사건·범죄13%
보건10%
인사일반3%
남북한 관계3%
교육3%
  • 김성훈 ‘비화폰 정보삭제’ 재소환…“당일 尹 통화한적 없다”

    12·3 비상계엄을 수사 중인 경찰이 대선 다음날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다시 불러 비화폰 정보 삭제 등 증거 인멸 정황을 조사했다.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4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앞서 경찰은 경호처에서 임의제출 받은 비화폰 서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가 홍 전 차장의 이른바 ‘국회 폭로’ 이후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을 파악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3일 밤)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때문에 이 발언을 인지한 경호처가 누군가의 지시로 비화폰 정보를 삭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김 전 차장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김 전 차장 측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6일)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적도 없고 경호처 책임자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사안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가 삭제되기에 앞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통화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박 전 처장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경찰 출신인 박 전 처장은 올해 1월 1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났으며 이후 김 전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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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350만 시대, 수십마리 입양후 방치 ‘애니멀 호더’ 논란

    지난달 5일에서 7일 사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역삼동 일대에서 한 가정에서 키우던 것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19마리가 사흘에 걸쳐 길가, 지하 주차장 등에서 유기된 채 발견됐다. 다양한 품종의 강아지들은 털이 엉켜 눈과 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치된 상태였다. 누군가 한꺼번에 입양한 뒤 감당하지 못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이처럼 돌볼 능력을 넘어선 동물을 방치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이 민법상 주인의 ‘소유물’로 간주되는 현실이 이런 학대와 방치를 막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법상 ‘물건’… 주인 거부하면 조사 못 해 ‘애니멀 호더’는 물건을 쌓아두듯 동물을 과도하게 들이면서도 돌보지 못해 방치·학대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해 2월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40대 남성이 반려견 21마리를 집 안에 방치한 채 이사를 떠나 그중 세 마리가 굶어 죽었다. 이 사건은 동물보호단체의 신고로 알려져 구조된 반려견들이 보호소로 옮겨졌다. 해당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았다. 그러나 이런 애니멀 호더 사건 대부분은 명백한 학대 증거가 있어도, 주인이 “내 재산”이라며 거부하면 조사조차 어렵다.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구에서 30마리가 넘는 개를 방치한 중년 남성이 있었지만, 구청 직원들은 집 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돌아섰다. “옆집 개 짖는 소리가 너무 심하다. 시체 썩는 냄새도 난다”는 주민 신고로 출동했지만, “돌아가라”는 집주인의 말에 약 20분간 실랑이만 벌이다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동행했던 동물보호단체 ‘카라’ 김영환 교육구호팀장은 “문 너머로 동물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려도, 주인이 거부하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물 학대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이나 강제 조치가 어려운 것은 민법이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규정해 주인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보장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학대 정황이 드러나도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동대문구 사건의 가해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반려동물 350만 시대 “법적 지위 올려야”이런 가운데 동물 학대 사건은 계속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반려묘 수는 349만1607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도 지난해 1293건으로 2023년(1146건)보다 12.8%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애니멀 호더 사건도 함께 늘고 있을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총선에서 민법 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관련 법안은 1년째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생명 있는 존재’로 격상해 소유권의 방패를 약화시키고, 공권력이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고, 애니멀 호더 사건은 주변 주민의 건강과 위생도 해친다”며 “반려동물 등록제를 강화해 지자체가 애니멀 호더를 신속히 파악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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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집 간 반려동물, 죽어서 나온다… 반려동물과 함께 늘어나는 ‘애니멀 호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려동물을 입양한 뒤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현장에 가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조치가 어렵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을 개정해 강제 단속 근거를 마련하는 등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한 달에 한 번 꼴…강제 수단은 없어” 지난해 12월 서울 광진구는 “옆집 개 짖는 소리가 너무 심하다. 30마리가 넘는 것 같은데 시체 썩는 악취도 난다”는 민원이 구청에 접수했다. 구청 직원들이 방문해보니 해당 주택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중년 남성이 홀로 살고 있었다. 집 안에서는 개들이 끙끙 앓는 소리와 벽을 긁어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동물 학대가 의심돼 집 안을 살펴보려 했지만, 해당 남성이 “돌아가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약 20분 간의 실랑이 끝에 당국은 철수했다.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동물보호단체 카라 김영환 교육구호팀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수십 마리의 동물이 방치되는 애니멀 호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문 너머에서 동물들 죽어가는 소리가 들려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역시 “명확한 학대 증거가 있지 않는 한, 당사자가 거부하면 실내 조사가 불가능하다”라며 “집 안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의 증거를 밖에서 확보하라는 말이니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여전히 동물은 ‘민법상 물건’… 제재 공백올 5월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한 가정에서 키우던 강아지 19마리가 사흘에 걸쳐 유기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는 50여 마리의 개를 방치해 30마리를 아사 직전까지 몰고 간 60대 남성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같은 해 2월엔 40대 남성이 반려견 21마리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 방치한 채 이사를 떠나 그중 세 마리가 죽었다. 애니멀 호더에 대한 개입이나 강제 조치가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이 민법상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주인의 소유물로 규정하기 때문에, 학대 정황이 분명해도 주인이 거부하면 단속이 불가능하다. 처벌도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주인을 어렵게 설득해 경찰에 고발해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나온다. 재판을 받고 돌아와 다시 또 반려동물을 대거 입양해 학대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반려동물 350만 시대, 동물보호법 위반도 급증반려동물 수가 점점 많아지며 동물보호법 위반 등 학대도 점점 늘고있다. 지난달 2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견·반려묘의 누적 등록 개체 수는 349만1607마리다. 동물보호법 위반행위 적발 건수는 지난해 1293건이었다. 2023년 1146건보다 12.8% 증가한 수치다. 2022년엔 1181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공약으로 민법 개정 등을 내걸었지만, 관련 법안은 1년째 별다른 심의 없이 계류 중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됐다.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통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격상하고, 당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법과 동물보호법 등 동물의 법적 지위를 격상해 애니멀 호더 같은 학대행위에 대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라고 제적했다. 이어 “반려동물 등록제를 내실화해 지자체가 애니멀 호더를 파악해 신속 제재할 수 있게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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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호선의 기적’… 지하철 방화 침착 대응이 참사 막았다

    서울 지하철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승객 420여 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기관사와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과 화재 대응 시스템으로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1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4분경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마천행 열차의 네 번째 칸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관사는 즉시 열차를 멈추고 승객들과 함께 열차 내 소화기로 진화했고, 승객 420여 명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열차에서 내려 터널 선로를 따라 긴급 대피했다. 21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방화범 원모 씨(68)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 씨는 휘발유가 든 페트병을 들고 열차에 탄 뒤 바닥에 휘발유를 붓고 토치를 이용해 옷가지 등으로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 씨는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22년전 대구의 교훈’… 불 안붙는 의자로 교체, 빠른 진화 빛나192명 희생 ‘대구 참사’와 유사 상황… 당시 가연성 소재 탓 불길 급속 확산조기 진화후 80여분만에 운행 재개… 관제센터 CCTV 전송 차질은 문제방화범, 시민 항의에 “안죽었잖아”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을 두고 “5호선의 기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와 비슷한 방화였던 탓에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단 1명의 사망자 없이 조기에 진압됐기 때문이다. 기관사와 시민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관계 당국의 예방·대응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 것이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비규환이었던 방화 현장화재 당시 지하철을 탔던 승객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방화 현장 근처에 있었던 오창근 씨(29)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열차가 출발한 지 1분도 안 돼서 한 남자가 열차 바닥에 노란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며 “곧이어 검은 연기가 열차를 가득 채웠고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우왕좌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레버를 내리니 문이 열렸다”면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여성들부터 대피를 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대피한 승객들은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신 탓에 연신 기침을 해야 했고, 죽을 뻔했다는 공포감과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마포역 2번 출구 앞에 있던 박모 씨(73)는 “많은 시민들이 목을 잡고 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했고, 주민 김수빈 씨(29) 역시 “양말만 신은 채 대피한 사람도 있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떠올라 너무나 섬찟했다”고 했다.탈출한 일부 시민은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의 한강 아래 하저터널을 통해 대피했다. 국내 최초의 하저터널로 1996년 개통된 5호선 하저터널의 총길이는 1288m다. 한강 바닥으로부터 최대 약 30m 깊이의 지하를 관통한다.● 질서 있는 대처와 사전 훈련이 참사 막아이번 사건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비슷했지만 30분 만에 불길이 잡히고, 연기 흡입과 발목 골절상 등으로 병원에 옮겨진 21명 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조기에 진화되면서 열차 운행도 1시간 22분 만에 재개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좌석 등 전동차 내부 기기가 불연 소재로 교체돼 불길이 확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엔 방화범이 휘발유로 낸 불이 가연성 내장재를 태우며 급격히 확산돼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승객 192명이 사망한 바 있다.시민들과 기관사의 신속하고도 질서 있는 대처가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승객들은 화재 발생 직후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린 뒤 의자 하단의 비상 개폐장치를 이용해 문을 열었다. 기관사는 열차를 바로 멈췄고, 일부 승객들은 기관사와 함께 벽면에 비치된 소화기를 꺼내 화재를 진압했다. 승객들은 선로와 하저터널을 따라 차례로 줄을 서서 질서 있게 대피했다.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승객이 소화기로 불을 꺼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약 한 달 전 진행된 훈련도 참사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행 기관사를 비롯해 영등포승무사업소 직원들은 올 4월 29일 ‘열차 내 화재 대응 및 구원 연결’ 훈련을 실시했다. 열차 내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등 이번 화재와 유사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방법을 미리 익혔던 것이다.다만 지하철 재난 안전 관리의 허점이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5호선 지하철 열차 내에는 총 4개의 폐쇄회로(CC)TV가 있었지만, CCTV 영상이 중앙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아 관제센터가 화재 상황을 늦게 파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5호선의 경우 기관사가 홀로 탑승하는 ‘1인 승무’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향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초동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혼 판결에 앙심 품고 범행경찰은 방화범 원모 씨(68)를 지난달 31일 오전 9시 45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붙잡았다. 원 씨는 지하철 선로를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다 손에 그을음이 많이 묻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하면서 체포됐다. 5년 전까지 택시 기사로 일하던 원 씨는 얼마 전 이혼한 아내에게 수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원 씨는 방화에 사용한 휘발유를 2주 전쯤 집 근처 주유소에서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고, 범행 직후 항의하는 시민에게 “안 죽었잖아”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일 원 씨에 대해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소방 당국이 추산한 재산 피해는 3억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화재로 열차 1량이 일부 타는 등 소실되고 2량에선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원 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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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5호선의 기적… ‘22년 전 대구의 교훈’으로 대형 방화 참사 피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승객 420여 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됐지만, 기관사와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과 화재 대응 시스템으로 사망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4분경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마천행 열차의 네 번째 칸에서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관사는 즉시 열차를 멈추고 승객들과 함께 열차 내 소화기로 진화했고, 승객 420여 명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열차에서 내려 터널을 따라 긴급 대피했다. 21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었다.경찰은 방화범 원모 씨(68)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 씨는 휘발유가 든 페트병을 들고 열차에 탄 뒤 바닥에 휘발유를 붓고 토치를 이용해 옷가지 등으로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 씨는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불났어요” 검은 연기 객차 가득…아비규환 현장, 침착 대응으로 조기 진압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을 두고 “5호선의 기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와 비슷한 방화였던 탓에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단 1명의 사망자 없이 조기에 진압됐기 때문이다. 기관사와 시민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관계 당국의 예방·대응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 것이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비규환이었던 방화 현장화재 당시 지하철을 탔던 승객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방화 현장 근처에 있었던 오창근 씨(29)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열차가 출발한 지 1분도 안 돼서 한 남자가 열차 바닥에 노란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며 “곧이어 검은 연기가 열차를 가득 채웠고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우왕좌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레버를 내리니 문이 열렸다”면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여성들부터 대피를 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대피한 승객들은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신 탓에 연신 기침을 해야 했고, 죽을 뻔 했다는 공포감과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마포역 2번 출구 앞에 있던 박모 씨(73)는 “많은 시민들이 목을 잡고 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했고, 주민 김수빈 씨(29) 역시 “양말만 신은 채 대피한 사람도 있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떠올라 너무나 섬찟했다”고 했다.탈출한 일부 시민은 여의나루역∼마포역 구간의 한강 아래 하저터널을 통해 대피했다. 국내 최초의 하저터널로 1996년 개통된 5호선 하저터널의 총 길이는 1288m다. 한강 바닥으로부터 최대 약 30m 깊이의 지하를 관통한다.● 질서 있는 대처와 사전 훈련이 참사 막아이번 사건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비슷했지만 30분 만에 불길이 잡히고, 연기 흡입과 발목 골절상 등으로 병원에 옮겨진 21명 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조기에 진화되면서 열차 운행도 1시간 22분 만에 재개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좌석 등 전동차 내부 기기가 불연 소재로 교체돼 불길이 확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엔 방화범이 휘발유로 낸 불이 가연성 내장재를 태우며 급격히 확산돼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승객 192명이 사망한 바 있다.시민들과 기관사의 신속하고도 질서 있는 대처가 돋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승객들은 화재 발생 직후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린 뒤 의자 하단의 비상 개폐장치를 이용해 문을 열었다. 기관사는 열차를 바로 멈췄고, 일부 승객들은 기관사와 함께 벽면에 비치된 소화기를 꺼내 화재를 진압했다. 승객들은 선로와 하저터널을 따라 차례로 줄을 서서 질서 있게 대피했다.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승객이 소화기로 불을 꺼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약 한 달 전 진행된 훈련도 참사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행 기관사를 비롯해 영등포승무사업소 직원들은 올 4월 29일 ‘열차 내 화재 대응 및 구원 연결’ 훈련을 실시했다. 열차 내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등 이번 화재와 유사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방법을 미리 익혔던 것이다.다만 지하철 재난 안전 관리의 허점이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5호선 지하철 열차 내에는 총 4개의 폐쇄회로 (CC)TV가 있었지만, CCTV 영상이 중앙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아 관제센터가 화재 상황을 늦게 파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 5호선의 경우 기관사가 홀로 탑승하는 ‘1인 승무’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향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초동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혼 판결에 앙심 품고 범행경찰은 방화범 원모 씨(68)를 지난달 31일 오전 9시 45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붙잡았다. 원 씨는 지하철 선로를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다 손에 그을음이 많이 묻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하면서 체포됐다. 5년 전까지 택시 기사로 일하던 원 씨는 얼마 전 이혼한 아내에게 수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원 씨는 방화에 사용한 휘발유를 2주 전쯤 집 근처 주유소에서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고, 범행 직후 항의하는 시민에게 “안 죽었잖아”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일 원 씨에 대해 현존전차방화치상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소방 당국이 추산한 재산 피해는 3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원 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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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尹-홍장원-김봉식 비화폰 기록, 계엄 3일후 원격 삭제”

    경찰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사흘 뒤인 12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겨 있던 정보가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에 접속해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2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호처에서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기록을 분석하다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삭제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 12월 6일이다. 이날은 특수단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다. 동시에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날 오후 10시 53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날이기도 하다. 특수단은 데이터 삭제를 증거인멸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삭제한 주체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경호처가 삭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이날 경찰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확보한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된 행적과 이전 진술 및 증언이 배치되는 지점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계엄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줬다고 하자 ‘회의 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이 담긴 쪽지를 당시 받았지만 보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도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지는 않고 멀리서 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해명, 주장이 CCTV 영상과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특수단 측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였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가옥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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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한덕수-최상목-이상민 소환… “국무회의 진술, CCTV와 달라”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들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진술과 특수단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이다. 동시에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문건이나 쪽지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어도 당시에는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계엄 회의 참석 3인, 문건 수령-인지 여부 쟁점 특수단은 대통령경호처에서 제출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 집무실 및 대접견실(계엄 회의 장소) 내부 CCTV 영상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나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과거 국회나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밝혔던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당일 대접견실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을, 최 전 부총리는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쪽지를,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계엄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 전 총리는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받은 건 아니고 멀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소리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의 행동 등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시간도 기록됐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앞서 주장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을 경우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낮 12시경 경찰에 출석한 최 전 부총리는 이들보다 조금 늦은 오후 9시 반경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분석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경호처,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왜 삭제했나 특수단은 지난해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대통령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6일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자,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날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서버 기록을 삭제한 건 아니다. 원격으로 개인 비화폰 기기 속 정보를 삭제한 것”이라며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화폰으로 통화할 때 남는 정보는 통화 시간, 상대방 등의 정보다. 통화 내용은 남지 않는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경호처에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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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무회의 진술, CCTV와 달라”…경찰, 한덕수·최상목·이상민 소환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들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진술과 특수단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이다. 동시에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문건이나 쪽지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어도 당시에는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계엄 회의 참석 3인, 문건 수령-인지 여부 쟁점특수단은 대통령경호처에서 제출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 집무실 및 대접견실(계엄 회의 장소) 내부 CCTV 영상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나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과거 국회나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밝혔던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계엄 당일 대접견실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을, 최 전 부총리는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쪽지를,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계엄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 전 총리는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받은 건 아니고 멀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했다.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소리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의 행동 등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시간도 기록됐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앞서 주장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을 경우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낮 12시경 경찰에 출석한 최 전 부총리는 이들보다 조금 늦은 오후 9시 반경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분석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경호처,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왜 삭제했나특수단은 지난해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대통령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6일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자,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날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서버 기록을 삭제한 건 아니다. 원격으로 개인 비화폰 기기 속 정보를 삭제한 것”이라며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화폰으로 통화할 때 남는 정보는 통화 시간, 상대방 등의 정보다. 통화 내용은 남지 않는다.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경호처에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 언급했다.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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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10명중 4명 “아파도 유급병가 못써”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아플 때 유급 병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2월 10∼17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8.4%는 “아파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급 병가는 정규 임금을 받으면서 질병 등의 사유로 직장을 쉬는 제도다. 조사 결과 민간 기업일수록,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낮을수록 유급 병가를 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10명 중 8명 이상(83.5%)이 아플 때 유급 병가를 사용했다. 반면 민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인 10명 중 5명(53.2%)만 유급 병가를 쓸 수 있었다. 여성이거나 비정규직, 비조합원, 비사무직인 경우에도 유급 병가 사용률이 낮았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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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귀연 의혹’ 업소, 과거 무허가 유흥주점 적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과 관련해 해당 접대 장소로 지목된 업소가 과거 무허가 유흥주점 단속에 적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과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A 업소는 2014년 1월 28일 강남경찰서 청담파출소가 실시한 무허가 유흥주점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업소는 식품위생법 제3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항은 영업을 할 경우 영업 종류별 또는 영업소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나 관할 지자체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란주점인 A 업소는 허가받지 않은 채 유흥 종사자를 고용했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업소는 2017년 11월 업소명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했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원래 이름으로 바꾼 것도 확인됐다. 업소는 지 부장판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강남구가 21일 식품접객업소 민원 사항에 따라 이 업소에 대해 합동 단속을 실시한 결과 적발 및 위반 사항은 없었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김기표 의원 등은 14일 지 부장판사가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는 19일 의혹을 부인했으나 민주당은 이 업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2명의 인물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 부장판사는 접대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 후배들과의 친목 모임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소명서와 자료 등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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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귀연 접대 의혹’ 업소, 과거 무허가 유흥주점 적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과 관련해 해당 접대 장소로 지목된 업소가 과거 무허가 유흥주점 단속에 적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과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A 업소는 2014년 1월 28일 강남경찰서 청담파출소가 실시한 무허가 유흥주점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업소는 식품위생법 제3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항은 영업을 할 경우 영업 종류별 또는 영업소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나 관할 지자체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란주점인 A 업소는 허가받지 않은 채 유흥 종사자를 고용했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업소는 2017년 11월 업소명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했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원래 이름으로 바꾼 것도 확인됐다. 업소는 지 부장판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강남구청이 21일 식품접객업소 민원 사항에 따라 이 업소에 대해 합동단속을 실시한 결과, 적발 및 위반 사항은 없었다.앞서 민주당 김용민, 김기표 의원 등은 14일 지 부장판사가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는 19일 의혹을 부인했으나 민주당은 이 업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2명의 인물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논란이 이어지자, 지 부장판사는 접대 의혹과 관련해 법조계 후배들과의 친목 모임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소명서와 자료 등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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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10명 중 4명 “아파도 유급 병가 사용 못해”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아플 때 유급 병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5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2월 10~17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4%는 “아파도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유급 병가는 정규 임금을 받으면서 질병 등의 사유로 직장을 쉬는 제도다. 조사 결과 민간 기업일수록,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낮을수록 유급 병가를 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10명 중 8명 이상(83.5%)이 아플 때 유급 병가를 사용했다. 반면 민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인 10명 중 5명(53.2%)만 유급 병가를 쓸 수 있었다. 여성이거나 비정규직, 비조합원, 비사무직인 경우에도 유급 병가 사용률이 낮았다.또 최근 1년 내 독감 등 유행성 질환에 걸렸다고 답한 280명 중 절반(48.9%)가량은 감염 당시 쉬지 못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비조합원, 비사무직, 일반사원급일수록 ‘감염 당시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높았다. 직장갑질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노동 조건이 건강에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유급 병가, 상병수당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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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자 사망 도대체 몇번째” SPC 불매운동 全계열사로 확산 조짐

    “SPC 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게 도대체 몇 번짼가요. 사람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기업 제품은 소비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SPC그룹 계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빵,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등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20일 말했다. 전날 경기 시흥시 SPC 삼립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양모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는 뉴스를 접한 뒤 마음먹은 불매운동이다. 김 씨는 “불매운동이 과거보다 크게 번져 사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PC 계열사 목록 나누며 불매운동 권유 이번 사고 이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직장인 황모 씨(28)는 “2022년에 내 또래였던 20대 여성 SPC 근로자가 숨진 뒤 SPC 빵집 대신 동네 빵집을 이용하고 있다. SPC는 변한 게 없어서 화가 난다”고 했다. 황 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친구들에게 SPC 계열사 목록을 공유하고 불매운동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 김주영 씨(24)도 “생일에 배스킨라빈스 등 SPC 상품권을 받았는데 버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SPC 계열사 목록이 정리된 게시물이 19, 20일 연일 올라오고 있다. X(옛 트위터)에는 “반복되는 사고는 분명 인재”,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죽었는데 크보(KBO) 빵을 먹어야 하나”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크보빵은 SPC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구단별 빵을 만든 것이다. SPC 계열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파리바게뜨 점주는 “과거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10∼20%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에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장모 씨(55)는 “가게를 운영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사고가 났다니 당황스럽다”면서 “매출 감소가 크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민단체, SPC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발 SPC그룹은 이 같은 불매운동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SPC 공장 사고의 배경으로 안전불감증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 난이도, 위험도에 따라 2인 1조 원칙 등 안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계에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를 해놓아도 현장에서 가동이 번거로워 해당 장치를 떼놓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윤활유를 뿌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아 정비 중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다”며 “정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감독하는 안전 관리자가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사건 사고가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쿠팡, 남양유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도 화재, 갑질,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일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숨진 양 씨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1차 부검 결과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허영인 SPC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사고 당시 공장이 이른바 ‘풀가동’할 때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 해당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시흥=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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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묻은 빵” “배라 상품권 버렸다” SPC 불매 확산…점주들은 한숨

    “SPC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난 게 도대체 몇 번짼가요. 사람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기업 제품은 소비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SPC그룹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빵,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던킨도너츠 등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19일 경기 시흥시 SPC 계열사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양모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고 소식을 들은 뒤 결심한 불매운동이다. 김 씨는 “불매운동이 과거보다 크게 번져 사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직후 분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 황모 씨(28)는 “내 또래였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2022년부터 SPC 빵집 대신 동네 빵집을 가는 등 불매운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SPC는) 변한 게 없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친구들에게 SPC 계열사 목록을 다시 공유하고 불매운동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 시민 김주영 씨(24)도 “지난 생일에 배스킨라빈스 등 SPC 상품권을 받았는데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SPC 계열사 브랜드 목록이 정리된 사진과 함께 “피 묻은 빵 먹지 않겠다”는 등의 게시물이 19, 20일 연일 올라오고 있다. X(엑스·옛 트위터)에는 “SPC의 반복되는 사고는 분명 인재”,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죽었는데 KBO 빵을 먹어야 하나”는 등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불매운동 확산 조짐에 SPC 계열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 폐업 우려 등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경 만난 서울 동대문구의 파리바게뜨 점주 A 씨는 “몇 년 전에도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10~20%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에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장모 씨(55)는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는 “가게 운영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사고가 났다니 당황스럽다”며 “매출 감소가 크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기업에서 터진 사건·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PC의 경우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을 당시에도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2021년 6월에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창고 화재 당시 열악한 근로 환경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X 등에서 ‘쿠팡 탈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는 등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리점 갑질 논란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남양유업과 옥시레킷벤키저(옥시)도 각각 2013년, 2016년 불매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옥시 불매운동 이후 전북 익산 공장 노동자 20여 명이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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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계엄 대응’ 질문에 “尹 방어권 보장” 논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묻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의 질의에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 통과’ 등의 내용을 답변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간리 승인소위원회(승인소위) 특별심사 답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계엄 선포와 관련한 인권 침해 문제에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질의에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와 관련해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권고하고 의견 표명을 결정했다”고 답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는 2월 10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이같이 의결했다. 당시 찬반 격론 끝에 전원위원 11명 중 6명이 찬성했다. 안건이 통과되자 시민단체 등에서는 ‘인권위가 내란을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인권위 간리 답변서에는 ‘계엄 선포 전후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성명, 탄핵 집회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인권침해 여부를 관찰한 점 등이 계엄 대응 활동으로 담겼다. 인권위는 6월 1일까지 간리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26일 제1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간리 특별심사를 위한 답변서 초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A등급을 놓친 적 없었던 한국 인권위가 계엄 및 탄핵 대응을 계기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관련 국제회의 참석 제약 등 불이익이 생긴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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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권고’도 계엄 대응 활동에 포함 논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 묻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의 질의에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 등을 답변으로 제시하기로 했다.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간리 승인소위원회(승인소위) 특별심사 답변서’ 초안에 따르면, 계엄 선포와 관련한 인권 침해 문제에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질문에 인권위는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문을 담은 결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월 1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적법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안건은 격론 끝에 전원위원 11명 중 6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안건이 통과되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인권위가 내란을 옹호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 밖에도 인권위는 답변서에 ‘계엄 선포 전후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성명,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인권침해 여부를 관찰한 점 등을 계엄 대응 활동으로 담았다. 인권위는 간리 특별심사를 앞두고, 6월 1일까지 계엄 관련 인권 침해 대응 상황과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간리 측 질의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간리는 지난해 10월 국내 204개 인권·시민단체 요청으로 한국 인권위에 대해 특별심사를 하기로 했다.서 의원은 “인권위가 권위주의 정부를 옹호하고 고유의 독립성을 상실해 간리 승인소위 심사를 받는 것”이라며 “안창호 위원장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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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타이어 화재’ 광주 유해물질 고통… “석탄보다 더 많이 뿜어”

    “분진, 연기, 냄새로 아직도 목이 아픕니다.”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차들에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석탄보다 열에너지 많은 타이어, 31시간 만 진화 1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주불이 약 31시간 40분 만인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진화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이 해제된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95% 수준이다. 소방 당국은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예열장치(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 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타이어를 연간 1200만 개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타이어는 같은 무게의 석탄보다도 더 많은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석탄 1kg은 2만7200kJ(킬로 줄·열량 단위)의 열에너지를, 타이어는 3만7600kJ의 열에너지를 가진다. 이에 따라 불이 붙은 타이어는 다량의 연기와 강한 열을 내며 화재 진압도 어렵다. 금호 공장 화재 주불 진화가 31시간 이상 걸린 이유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라며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 시 다량의 유독가스와 연기, 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화재와 동시에 뿜어져 나온 유해 물질과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피소의 주민 69명은 두통(35명), 목 통증(5명), 눈 통증(2명), 호흡곤란(2명), 근육통 등 기타(20명) 증세로 구호센터 의료지원반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을 호소하며 심리 상담을 받은 이들도 6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호흡기 손상 등에 대한 추적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진 마스크 등을 쓰고 외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기를 마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진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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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진-냄새로 고통”…금호타이어 화재에 주민들 통증 호소

    “분진, 연기, 냄새로 아직도 목이 아픕니다.”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기자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승용차들에 마치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금호타이어 화재, 주민들 목-눈 등 통증 호소1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주불이 약 31시간 40분 만인 오후 2시 50분경 진화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이 해제된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은 95% 수준이다. 소방 당국은 2공장 내부 생고무와 화학약품을 혼합하는 정련공정 라인의 예열장치(오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 더미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연간 12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 내부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놓여있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되면 유독 가스 등 연기와 열이 많이 발생해 진압이 어렵다”며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화재와 동시에 뿜어져 나온 유해 물질과 매연에 일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피소의 주민 중 53명은 구호센터 의료지원반에서 두통(27명), 목 통증(4명), 눈 통증(2명), 근육통 등 기타(20명) 등의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박모 씨(88)는 “화재 직후 집으로 시커먼 연기가 엄청나게 밀려와 구토를 할 뻔했다. 두통이 심해져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전문가들은 주민들의 호흡기 손상 등에 대한 정부의 추적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배출된 유해 물질은) 장시간 노출 시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 손상에 의한 호흡 기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방진 마스크 등을 쓰고 외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연기를 마신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건강 진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했다. 충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보건학술지 ‘환경보건 전망’(EHP)은 타이어 공장 화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202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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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후보 싫다” 대선 현수막-벽보 훼손, ‘정치 훌리건’ 판친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의 얼굴 사진, 이름, 기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불만부터 현수막 자체에 대한 거부감, 무심코 술김에 혹은 장난으로 한 행동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 현행법으로 처벌되는 범죄다. 일각에서는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일명 ‘정치 훌리건’이 기승을 부리며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후보 현수막, 곳곳에서 훼손 15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오전 9시 10분경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거리에 부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 남성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전날 오후 8시경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앞 광장 횡단보도 주변에 게시된 이 후보의 현수막 1개가 훼손됐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경남 산청경찰서는 이 후보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남성은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같은 날 오전 6시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이 후보 선거 표지 교부 차량(선거운동 차량)에 부착된 이 후보 벽보 2장을 찢은 2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는 김 후보의 선거 현수막 2장이 훼손됐다. 영천시 선관위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완산동 옛 국민은행 오거리와 북안면에서 선거 현수막이 각각 찢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15일 오후 11시 반경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거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일부 불에 그을린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대선 후보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는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붙잡힌 이들은 850명이다. 2017년 제19대 때는 645명, 2012년 제18대 때는 141명이었다.● 헌재 ‘현수막 훼손 법으로 처벌, 위헌 아냐’ 현수막, 벽보 등 선거 물품의 경우 찢거나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단순히 낙서를 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공직선거법 제240조에 따르면 설치된 현수막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 및 철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했다고 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거 벽보에 낙서했다고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벽보에 낙서하거나 찢었다고 징역 살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으냐”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너무 많은 현수막에 ‘현수막 공해’를 성토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2월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현수막 설치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청구인들은 “현수막은 과잉 홍보에 불과하다.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이를 보고 싶지 않거나 그 내용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현수막 게시 조항이 일반 유권자의 행동이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현수막 설치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현수막과 벽보 훼손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 역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벽보, 현수막 훼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당에서도 지지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거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극단화된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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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후보 싫다” 대선 현수막-벽보 훼손…‘정치 훌리건’ 판친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의 얼굴 사진, 이름, 기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불만부터 현수막 자체에 대한 거부감, 무심코 술김에 혹은 장난으로 한 행동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 현행법으로 처벌되는 범죄다. 일각에서는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일명 ‘정치 훌리건’이 기승을 부리며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후보 현수막, 곳곳에서 훼손15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오전 9시 10분경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거리에 부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한 남성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전날 오후 8시경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앞 광장 횡단보도 주변에 게시된 이 후보의 현수막 1개가 훼손됐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경남 산청경찰서는 이 후보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남성은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같은 날 오전 6시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이 후보 선거 표지 교부 차량(선거운동 차량)에 부착된 이 후보 벽보 2장을 찢은 2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는 김 후보의 선거 현수막 2장이 훼손됐다. 영천시 선관위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완산동 옛 국민은행 오거리와 북안면에서 선거 현수막이 각각 찢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15일 오후 11시 반경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거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일부 불에 그을린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대선 후보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는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붙잡힌 이들은 850명이다. 2017년 제19대 때는 645명, 2012년 제18대 때는 141명이었다.● 헌재 ‘현수막 훼손 법으로 처벌, 위헌 아냐’현수막, 벽보 등 선거 물품의 경우 찢거나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단순히 낙서를 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공직선거법 제240조에 따르면 설치된 현수막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 및 철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했다고 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거 벽보에 낙서했다고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벽보에 낙서하거나 찢었다고 징역 살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으냐”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너무 많은 현수막에 ‘현수막 공해’를 성토하는 이들도 있었다.헌법재판소는 앞서 2월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현수막 설치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청구인들은 “현수막은 과잉 홍보에 불과하다.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이를 보고 싶지 않거나 그 내용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쾌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현수막 게시 조항이 일반 유권자의 행동이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현수막 설치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현수막과 벽보 훼손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 역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벽보, 현수막 훼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치인과 정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당에서도 지지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거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극단화된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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