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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이게 리튬 배터리 때문이라니….”올해 2월 24일, 미국 맨해튼 북단 할렘 지역 아파트에서 불이나 입주민들이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언론사 기자였던 20대 청년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목격자인 앤지 래치포드 씨는 미 CBS 방송에 “아파트 꼭대기에서 불이나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 소방당국은 음식 배달원들이 여러대 묶어놓은 리튬 배터리 구동 전기자전거에서 화재가 나 6층 짜리 아파트 전체로 번졌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인해 267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으며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층 아파트가 많고 팬데믹 이후 전기자전거가 폭증한 탓에 곳곳에서 화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운용하는 전기자동차와 달리 전기자전거나 스쿠터 등은 제조사가 불분명하고, 배터리만 갈아끼우는 사례도 빈번해 안전 기준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지난해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리튬 배터리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9월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 이동기기에 대한 안전인증 제도 의무화를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올해 1월에는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인증되지 않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판매를 주 전역에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 소방서에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추가 교육을 실시하고, 온라인 공공 서비스 안전 공지를 확대한다고도 밝혔다.대형 아파트들은 리튬배터리 전기자전거 등의 보관을 전면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드는 분위기다.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지역에 있는 54층 아파트는 지난달 전기자전거를 전면 금지한다고 입주민들에게 경고문을 보내며 “입주민 안전을 위해 리튬배터리 이동 기기를 공용 공간에서 보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27일 처음 열리는 TV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아 이번 TV토론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미 대선 TV토론은 양당 전당대회 이후인 9, 10월경에 열렸다. 이번에는 첫 토론을 6월로 앞당겨 누가 기세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선거 과정에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각각 82세와 78세인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나이를 거론하며 “고령 후보들의 인지 능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의토론, 비공개회의… ‘필승전략’ 골몰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을 일주일 정도 앞둔 20일부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22, 23일 주말 유세도 접고 대통령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측근들과 토론 대비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한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트럼프에 대한 발언이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TV토론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다른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팀은 트럼프가 낙태 등에 대해 극단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과 부유한 기부자들이 트럼프를 위해 수표를 쓰고 있어 ‘친서민적’이지 않단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철저한 준비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모의 TV토론’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도 리허설에서 트럼프 대역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밥 바워가 다시 한 번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현지에선 4년 전 대선 승리를 가져다준 ‘행운’의 의미로 이번에도 바워가 토론 준비팀에 참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미 몇 주 전부터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측근들과 토론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전문가는 물론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군도 참여했다고 한다. CNN은 “토론 준비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가 12회 정도 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경제나 불법이민 등에 초점을 맞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 유세에서 “바이든은 건강 보조제를 맞고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 “두 고령 후보의 인지능력 시험대” 27일 TV토론을 진행하는 CNN이 공개한 토론 규칙에 따르면 두 후보는 상대방 발언 때 자신의 마이크를 꺼 둬야 한다. 상대방 말에 끼어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2020년 1차 TV토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행자의 만류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끼어들면서, 서로 발언을 훼방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마이크 음소거는 바이든 대통령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전했다. 전체 토론 시간은 90분으로, 중간광고를 위해 두 번 휴식을 취한다. 다만 후보들은 휴식 시간에도 참모를 접촉할 수 없다. 미리 작성한 원고도 볼 수 없다. 각 후보에게는 펜과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허용된다. 자리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측이 이겨 TV 화면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를 선택했다. 준비한 원고나 참모 도움 없이 진행하는 조건 탓에 이번 TV토론이 고령인 두 후보의 인지능력 등을 판단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패트릭 스튜어트 아칸소대 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후보들의 인지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혹은 떨어졌는지를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 후 군사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것에 대해 굳건한 한미일 공조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사이버 안보 공개 토론 주재차 참석차 방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뉴욕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전날 밤 미국, 일본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갖고 북러 정상회담 대응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며 “북러 위협에 대응해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방국인 미일과 적시 협의를 통해 긴밀한 공조하에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장관은 20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연쇄 유선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외교장관이 다른 일정을 제쳐놓고 긴급히 우리측과 통화한 것은 한미일 공조 체제가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리 측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 대응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은 한국의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한국은 걱정안해도 된다”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한국관계를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엔 무대에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도 설명하며 “국제 평화 안보를 책임져야할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통해 군사 협력을하고 있고, 이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조약을 체결했으니 한국으로서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편 조 장관은 6월 안보리 의장국이 개최할 수 있는 시그니처 이벤트로 ‘사이버 안보 공개토의’를 위해 20일 유엔본부를 찾았다. 조 장관은 “이번 공개 토의는 안보리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최초로 대면 개최한 공식회의”라며 “특히 북한이 가상자산과 군사기술 탈취 등 악성 사이버 활동을 통해 유엔 제재를 위반하면서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안보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6~2019년 주유엔대사를 지낸 조 장관은 최근 5년 동안 지정학적 분열로 유엔 내 역학이 크게 바뀌었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의 건설적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유엔대사 재직시 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을 수임하며 감비아 평화 구축을 이끌어나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고도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꿀밤’은 무슨 맛이지?” “소바면은 어떤 게 좋을까?”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중상층 주택가의 한국 식료품점 H마트. 중학생 또래 소녀들은 깐 밤이 든 한국 간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백인 여성은 소바 재료를 찾느라 진열대를 기웃거렸다. 한국 라면과 연어, 마늘 등을 구입한 60대 주민 댄 씨는 “이달 초 H마트가 생긴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며 “싱싱한 채소, 생선과 한국 일본 먹을거리를 찾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H마트는 1982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몰려들던 뉴욕 퀸스 우드사이드에서 ‘한아름마트’라는 이름의 한인 식료품점으로 출발했다. 창업 42년 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한 아시아계 최대 독립 마트로 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미국인의 식습관과 식료품 시장을 개조하고 있다”며 H마트를 주목했다. 뉴욕 변두리 한인 마트를 미국에서 가장 핫한 마트로 키운 주역은 경북 예천군 용문면 덕신리 출신 권씨 3형제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3형제를 잘 아는 미국과 한국의 지인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상품 통해 모국 자부심 느끼게 하고 싶어” 셋째인 권일연 회장(69)은 H마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권 회장이 3만 달러를 밑천으로 우드사이드에 가게를 열었던 1980년대는 한 해 2만, 3만 명의 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던 ‘대이민의 시대’였다. 한인 마트는 낯선 타국에서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한국계 이민자들을 위한 ‘부엌’ 역할을 했다. 권 회장은 마트 이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한아름’으로 지었다. H마트 역사는 미주 한인사회 성장의 축소판이다. 이민 1세대는 과일가게, 식료품점, 세탁소, 주류점, 꽃집 등의 장사를 했지만 2, 3세대는 주류사회에서 변호사, 의사, 공무원 등 전문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H마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260만 한인사회에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계와 주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2002년 19번째 매장을 열며 한국식 발음인 한아름마트를 현지인들도 쉽게 기억하는 ‘H마트’로 바꿨다. 미국 주류 마트처럼 깔끔하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자 고객층이 한인에서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로 확장됐다. 최근 유학생과 이민자가 많은 대학가와 한인타운 밖으로 나와 중상층 주택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객 3명 중 1명은 비아시아계다. “우리의 훌륭한 상품으로 동료 한인들이 모국 대한민국의 장대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권일연 회장은 “우리의 식품은 우리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한다. H마트의 홈페이지 인사말과 사명을 통해 “뛰어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의 풀턴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직접 가져오거나 재배 농부와 농산물을 직거래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H마트는 대만계 99랜치마켓, 일본계 미쓰와, 인도계 파텔브러더스 등 다른 아시아계 식료품과 경쟁하며 신선한 생선과 채소, 잘 정리된 상품, 깨끗한 매장으로 차별화했다. 권 회장의 전 부인이자 H마트 점포 디자인을 맡아 온 엘리자베스 권(주정아) 씨는 NYT에 “아시아 식료품점이 지저분하고 낡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매장을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물건을 찾기 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중동 건설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뉴욕서 도전 H마트의 장점은 다양한 한국산 식재료다. 미국 현지에 한국산 농산물과 식품을 철마다 선보일 수 있었던 건 부산에서 40년 넘게 식품 수출 사업을 하고 있는 맏형 권중천 희창물산 회장(79)이 있기 때문이다. ‘산청 메뚜기쌀’ ‘상주곶감’ ‘해남배추’ 등 H마트에서 팔리는 한국산 농산물이 희창물산을 통해 부산항에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맏형이 부산에서 한국산 식재료를 조달해 수출하고, 셋째 동생이 미국 현지에서 판로를 여는 형제 간 분업 체제가 가동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붕어빵(Bean cake)과 뻥튀기(Popped Rice)를 H마트에서 소개해 ‘완판’했던 적도 있다. 미국 언론에서 “한국의 웰빙 음식”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박진배 뉴욕 패션공과대(FIT) 교수는 “물류망이 안정된 H마트는 미국 마트보다 값싸고 신선한 채소, 생선으로 주류 고객을 끌었다”며 “2010년대 들어 한류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권 씨 형제의 ‘아메리칸 드림’은 1970년대 중동에서 시작됐다. 현대건설 동아건설이 중동에서 항만 등 건설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 붐’이 일던 때였다. 당시 10만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중동에서 땀을 흘렸다. 권중천 회장은 중동에 한국 식음료를 공급하며 식품 유통업에 눈을 떴다. 올해 1월 부산수산정책포럼은 권 회장에게 ‘제9회 수산대상’을 수여하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의 교민에게 식자재를 공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38년간 20개국에 수산물 1000여 종을 수출했다”고 공적으로 설명했다. 둘째인 권중갑 스탠포드호텔그룹 회장(76)도 사우디에서 종잣돈을 모아 뉴욕에서 식료품점, 호텔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권 회장 역시 동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붐이 불던 1978년 사우디에서 일하다가 1980년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고 했다. 언론 노출을 기피하는 권 씨 형제들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모국과 고향을 위한 일을 할 때다. 2020년 맏형인 권중천 회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뜻을 모으자”고 두 동생에게 제안해 2억 원의 성금을 한국에 기부했다. 권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셋째 권일연 회장에 대해 “고향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과 행동은 세계 1등”이라며 “안동소주를 H마트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진열해 준 덕분에 유명해졌다”라고 말했다. ● ‘메이드 인 아메리카 한류’, K푸드 도전 시험대 미국 최대의 아시아계 식품점 체인으로 성장한 H마트는 미국과 한국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인들도 한국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만들고 싶다거나 김치를 담가 보고 싶다며 H마트를 찾는다. 한인 2, 3세들에겐 한국 문화를 이어 가는 장소다. 한국계 미국인인 조이스 정 씨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지만 두 아들의 도시락에 김밥을 싸주고 떡볶이를 함께 한다. 정 씨는 “언어보다 강한 게 음식 같다. H마트는 한인 2, 3세들에게 부모님 나라와의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2021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를 쓴 한국계 미국 인디 팝밴드 가수인 미셸 자우너에게 H마트는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는 “신성한 공간”이다. H마트는 한인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권일연 회장은 1980년대 사업 초기부터 덩치가 커졌다고 다른 한인의 사업을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구매력을 키워 한인업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말했다. 권회장은 뉴욕 한인들의 정치력을 결집하려는 한인유권자운동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 음식 문화가 흘러 들어오는 미국 뉴욕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을 테마로 식자재 마트와 음식점이 한 공간에 들어선 ‘푸드홀’이 있다. ‘미국에서 만든 한국 전통(Korean tradition made in America)’을 강조하는 H마트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에서 한국 먹거리와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K푸드 허브’가 되고 있다. 올해 5월 롱아일랜드시티에 문을 연 H마트 매장에는 김가네, 라이스보이, 오케이도그 등 한국 음식점이 입점했다. 미국에서 동네 한인마트의 한계를 뛰어넘은 H마트도 미주 한인 사회의 걱정인 ‘민족성 소멸’과 정체성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가 줄고 이민 1세대가 퇴장하면 미국 일본 커뮤니티처럼 민족적 정체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김동석 대표는 “중국 대만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상품과 고객층이 다양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식품점 정체성이 약해지는 문제를 H마트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H마트는 1982년 뉴욕 퀸스 우드사이드에 ‘한아름마트’(사진)로 오픈1987년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점 오픈1990년대 뉴저지 및 펜실베이니아주로 매장 확대2000년대 버지니아, 메릴랜드, 조지아, 텍사스주 진출. H마트로 사명 변경2021년 NYT ‘H마트의 유혹, 아시아만큼이나 넓은 진열대’ 전면 기사2024년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 대규모 푸드코트 오픈 예정. NYT “H마트는 문화현상” 재조명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 서른 살 반도체 엔지니어 젠슨 황은 또 다른 엔지니어 크리스 맬러카우스키, 커티스 프림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컴퓨터에서 어떻게 3차원(3D) 그래픽 게임을 구현할 것인가.” 두 아이의 아빠였던 황은 곧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줄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훗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름 지은 ‘꿈의 칩’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식당 구석에 회사를 차렸다. ‘부럽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 31년 뒤인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까지 뛰면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픈AI 창업 전부터 “AI 온다”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부모 없이 미국에 살던 삼촌 집으로 이민 ‘보내진’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데니스에서 창업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5세 때 데니스에서 설거지와 서빙 ‘알바’를 해 익숙했고, 리필되는 커피가 쌌다. 가난한 이민자였던 황 CEO는 이제 포브스 집계 기준 순 자산이 약 1170억 달러(약 161조6000억 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가 됐다. 1년 만에 주가가 세 배 뛰었고, 2년 전 시총 4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뛴 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으로 ‘AI 시대’가 도래한 덕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수조 원대 AI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AI 칩을 마구 사들이니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고 있다. AI 가속기로 불리는 특화 칩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78% 수준이다. 역으로 엔비디아 덕분에 챗GPT 등장이 가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2018년 GPT 모델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황은 AI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3년 ‘데니스 결의’ 이후 GPU 시장을 석권한 황은 2000년대 중반 대학원생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고 슈퍼컴퓨팅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엔비디아 칩으로 슈퍼컴퓨팅을 가능케 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쿠다’를 2007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가는 ‘돈 되는 게임용 칩만 만들지’였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쿠다 출시 이후 2008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70%나 하락할 정도였다.● “AI 전쟁의 유일한 무기 거래상” 황 CEO의 비전은 결국 AI 학계 천재들과 만나 빚을 발했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키버가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딥러닝의 가능성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수 괴짜 취급을 받던 AI가 실리콘 밸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던 순간이었다. 이후 2015년 오픈AI가 창업됐고 2023년에는 챗GPT 열풍이 불며 엔비디아를 시총 3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뉴요커는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앞서 컴퓨터 게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서 번 돈으로 AI 시대를 앞당긴 배경에는 황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개방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특히 유명하다. 올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젠슨 황이 찾아와 질문 폭탄을 던져 괴롭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과 유럽에서 시가총액(시총) 상위 기업들이 활발히 바뀌는 동안 국내 증시는 역동성을 잃은 채 지수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산업구조가 대폭 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선 혁신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며 증시가 ‘고인 물’이 됐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8곳은 5년 전인 2019년에도 10위 안에 속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4년 이후 새로 증시에 상장해 10대 기업에 오른 건 ‘셀트리온’이 유일했다. 최근 5년 사이 새로 시총 10대 기업에 오른 상장 기업은 전무했다. 업종별로 분석해도 국내 주식 시장의 변화는 미미했다.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는 10년 전에도 여전히 시총 5대 기업에 올라 있었다. 삼성전자는 1999년 처음으로 시총 1위에 오른 뒤 2000년 이후 24년째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눈부시게 급변한 최근 10∼20년 동안 국내 증시를 주도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바뀜이 없었던 셈이다. 한국이 ‘혁신 기업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 전체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누르고 전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한 엔비디아(3조3350억 달러)는 한국 증시 전체 시총(1조9360억 달러)의 1.7배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1.21% 오른 2,797.33으로 마감하며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이 올랐지만 여전히 수년째 이어진 박스권은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증시는 혁신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위에 등극한 기업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MS, 엑손모빌, 아마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6개 기업이다. 유럽 증시도 시총 1위를 두고 명품기업 LVMH와 비만 신약으로 위세를 떨친 노보 노디스크,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1년부터 굳건히 1위를 지켰던 LVMH는 지난해 9월부터 노보 노디스크에 밀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기업이 쏟아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과도한 기업 규제로 신기술 혁신이 늦어지며 10년 전과 비교해 시총 상위 기업이 거의 똑같다”며 “기업 규제 등을 적극 해소하고 청년들에게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 서른 살 반도체 엔지니어 젠슨 황은 또 다른 엔지니어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컴퓨터에서 어떻게 3차원(3D) 그래픽 게임을 구현할 것인가.”두 아이의 아빠였던 황은 곧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줄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훗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름 지은 ‘꿈의 칩’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식당 구석에 회사를 차렸다. ‘부럽다’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31년 뒤인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까지 뛰면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픈AI 창업 전부터 “AI 온다”대만에서 태어나 9살에 부모 없이 미국에 살던 삼촌 집으로 이민 ‘보내진’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데니스에서 창업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5세 때 데니스에서 설거지와 서빙 ‘알바’를 해 익숙했고, 리필되는 커피가 쌌다.가난한 이민자였던 황 CEO는 이제 포브스 집계 기준 순자산이 약 1170억달러(약 161조6000억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가 됐다. 1년 만에 주가가 세배 뛰었고, 2년 전 시총 4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뛴 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으로 ‘AI 시대’가 도래한 덕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들이 수 조원 대 AI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AI 칩을 마구 사들이니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고 있다. AI가속기로 불리는 특화 칩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78% 수준이다.역으로 엔비디아 덕분에 챗GPT 등장이 가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2018년 GPT 모델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황은 AI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1993년 ‘데니스 결의’ 이후 GPU 시장을 석권한 황은 2000년대 중반 대학원생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고 슈퍼컴퓨팅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엔비디아 칩으로 슈퍼컴퓨팅을 가능케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쿠다’를 2007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가는 ‘돈 되는 게임용 칩만 만들지’였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쿠다 출시 이후 2008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70%나 하락할 정도였다.● “AI전쟁의 유일한 무기 거래상”황 CEO의 비전은 결국 AI 학계 천재들과 만나 빚을 발했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아 수츠케버가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딥러닝의 가능성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수 괴짜 취급을 받던 AI가 실리콘 밸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던 순간이었다. 이후 2015년 오픈AI가 창업됐고 2023년에는 챗GPT 열풍이 불며 엔비디아를 시총 3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 올렸다. 뉴요커는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라고 분석했다.엔비디아가 앞서 컴퓨터 게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서 번 돈으로 AI 시대를 앞당긴 배경에는 황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개방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특히 유명하다. 올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젠슨 황이 찾아와 질문 폭탄을 던져 괴롭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담배나 술처럼 소셜미디어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 부착을 추진한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17일 “소셜미디어 화면에 정기적으로 경고문을 띄워 청소년과 부모들이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무총감까지 나서 ‘소셜미디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높아지며 자살률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실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여러 주(州)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연방정부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빅테크 자정 희망 버려야” 의무총감은 이른바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는 자리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을 이끌며 대외적으로 공중보건 이슈를 국민에게 알리는 얼굴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에선 담배나 술에 붙은 위험 안내도 ‘의무총감의 경고’라는 형식을 취한다. 머시 총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하는 이유(Why I’m Calling for a Warning Label on Social Media Platforms)’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담배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고문은 (위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경고문도 부모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NYT 인터뷰에서도 “의회도 소셜미디어 경고문 부착 추진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이상 빅테크들이 (청소년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거란 희망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 머시 총감은 지난해 5월부터 청소년 정신건강에 소셜미디어가 유해하다는 경고를 지속해 왔다. 부모에게 즉각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설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응급상황에는 모든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는 응급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 보건당국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겪을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미 청소년들은 지난해 기준 1일 평균 4.8시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13∼17세 청소년의 45%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자신의 외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연구도 있다. 머시 총감은 “경고문 부착에 그칠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학교 졸업 이후로 미루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알고리즘 끊고 소송전도 확산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 고교생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으며, 10∼14세 자살률도 2007년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 차원에선 이미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관련 법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42개 주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좋아요’ 버튼, 알림, 사진필터 등을 중독을 유도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꼽았다. 뉴욕 주의회는 이달 7일 청소년에겐 추천 알고리즘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뉴욕에선 18세 미만에게 게시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공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 최고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5월 알고리즘 금지는 물론이고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선 비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셜미디어 중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생일 축하합니다! 박수!” 1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 클럽’.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78세 생일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다 같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야구 경기를 31―11로 승리로 이끈 야구공과 방망이를 선물로 건넸다. 윌리엄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리를 옮겨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들과 또 한 차례 생일 파티를 했다. 상·하원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 이날의 ‘워싱턴 컴백’ 행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저지른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로 그와 거리를 두던 인사들이 3년 만에 아첨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의사당 바로 인근에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위협했던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평했다. ● 트럼프, 3년 반 만의 워싱턴 ‘금의환향’ 1·6 사태 이후 3년 반 만에 워싱턴 의사당 구역을 공개적으로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상원의원들도 하원의원들에 이어 회동을 위해 성조기가 그려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숫자 ‘45’(재임 당시 ‘45대 대통령’ 의미)와 ‘47’(재선 성공 시 ‘47대 대통령’ 의미)이 적힌 초에 불을 켜며 지지 경쟁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에 대해 비판했고, 당내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은 “하원은 사법당국에 지갑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충성 맹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들춰내는 사법당국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3년 반 만의 재회도 주목받았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6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이 엄청나게 단결했다”며 연설을 마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악수를 하고 ‘주먹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각종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날 지지하지 않아 놀랐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두고는 ‘끔찍한 도시(horrible city)’라고 비하했다. 밀워키는 민주당 ‘텃밭’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이 지역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美 거물 CEO 줄줄이 ‘트럼프 열공’ 공화당 상·하원 의원 회동 사이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 재계 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주최 행사에 미 주요 경영진 80여 명이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 등도 참석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을 인하하고 첫 임기 동안 시행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 관세 부과(all tariff policy)’를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CNBC는 전했다.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생일 축하합니다! 박수!” 1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 클럽’.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78세 생일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다같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야구 시합을 31대 11로 승리로 이끈 야구공과 방망이를 선물로 건넸다. 윌리엄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리를 옮겨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들과 또 한 차례의 생일 파티를 했다. 상·하원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 이날의 ‘워싱턴 컴백’ 행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저지른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로 그와 거리를 두던 인사들이 3년 만에 아첨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AP통신은 “의사당 바로 인근에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위협했던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평했다. ● 트럼프, 3년 만의 워싱턴 ‘금의환향’1·6 사태 이후 3년 반 만에 워싱턴을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상원의원들도 하원의원들에 이어 회동을 위해 성조기가 그려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숫자 ‘45’(재임 당시 ‘45대 대통령’ 의미)와 ‘47’(재선 성공 시 ‘47대 대통령’ 의미)이 적힌 촛불을 켜며 지지 경쟁을 벌였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에 대해 비판했고, 당내 강경파인 맷 개츠 의원은 “하원은 사법당국에 지갑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충성 맹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들춰내는 사법당국에 대해 자금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의 3년 반만의 재회도 주목을 받았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1·6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이 엄청나게 단결했다”라며 연설을 마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악수를 하고 ‘주먹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각종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날 지지하지 않아 놀랐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두고는 ‘끔찍한 도시(horrible city)’라고 비하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 측은 “(밀워키) 범죄와 사기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미 거물 CEO 줄줄이 ‘트럼프 열공’공화당 상·하원의원 회동 사이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 재계 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주최 행사에 미 주요 경영진 80여 명이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 등도 참석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을 인하하고 첫 임기 동안 시행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 관세 부과(all tariff policy)’를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CNBC는 전했다.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말까지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유럽과 캐나다가 금리 인하로 ‘피벗’(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미국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며 고금리 유지에 무게를 뒀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미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말 금리 중간값은 5.1%(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하는 등 물가상승률 둔화 시그널이 나왔지만, 연준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인하 전망 폭을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진전을 보여줬지만, 한 번 좋은 지표가 나왔다고 바로 움직일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9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CPI 발표 직후 9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까지 내다봤으나 파월 기자회견 이후 60%로 낮췄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연속 동결함으로써,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韓銀도 빨라야 4분기나 내년 금리 내릴듯美, 금리 올 1차례 인하 시사이번 FOMC에서 가장 주목한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이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파월 의장은 인하 시점에 대해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그는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단 식으로는 답하지 않겠다”며 “점도표는 말 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 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빨라야 올 4분기(10∼12월), 혹은 내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웃도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중후반 수준이라 서둘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은은 빨라야 올 4분기, 혹은 내년에 금리 인하를 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건 상당수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1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올 초만 해도 그는 미국 언론에서 ‘언더도그(underdog·이길 가능성이 없는 약자)’였다. 몇 달 새 그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에 100명뿐인 상원의원 입성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앤디 김 하원의원(41·뉴저지주) 얘기다.》4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김 의원의 상원 도전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공보 보좌관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 달라”고 답해 왔다. 그 정도로 지금 김 의원은 미국 안팎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하나다. 이는 단지 그가 첫 한국계 ‘예비’ 상원의원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당이 주도하는 정치에 맞서 자신의 방식으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 의원의 스토리에 뉴저지주를 넘어 미 전역에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역시 적지 않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김 의원은 미 주류 정치와 전국적 관심을 뉴저지로 끌고 온 인물”이라며 “한국계로서 상원의원에 다가간 점도 의미가 크지만, 주류의 기존 관행을 깨며 미 정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대목에서도 상징성이 있다”고 평했다.● 당 지도부 권고에 맞서다 뉴저지주 현직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는 2006년부터 18년 동안 미 상원을 지키며, 외교위원장까지 오른 민주당 거물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2일 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자택에서 나온 금괴는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젊은층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검찰이 메넨데스 의원을 기소한 지 24시간도 안 돼 메넨데스의 불출마를 촉구하며 11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소 발표)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민주주의는 유권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제 모든 경력을 걸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어떤 교감도 없이 소셜미디어에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참모들마저 모두 만류했던 일이다. 상원의원 출마로 하원을 포기하면 애써 일군 지역구를 잃을 수 있었다. 2018년부터 그를 하원의원으로 세 번 뽑아준 뉴저지주 남부 지역구는 원래 공화당 텃밭이었다. 두 달 뒤, 뉴저지주의 주류 정치 가문인 현직 주지사 필 머피의 부인 태미 머피 여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뉴저지주에서는 50년 동안 내리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하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에게 전화해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하원 동료들도 내 편을 들지 않아 외로웠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당협위원장인 카운티위원장이 지지하는 후보가 투표용지에서 좋은 자리에 배치되는 뉴저지주의 ‘카운티 라인’ 제도도 그에겐 불리했다. 나머지 이름은 구석에 배치되는데, 이를 춥고 황량하다 해 “시베리아 라인”이라 부를 정도다. 게다가 전체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이 우세했지만, 뉴저지주 민주당원들이 포진한 버건 카운티를 비롯해 인구수가 많은 지역 카운티위원장들은 머피 여사를 지지했다. 김 의원은 이런 위기를 적극적인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다. ‘금괴 메넨데스+당의 입김+불공정한 투표용지=낡고 부패한 정치’란 공식을 내세웠다. 특히 카운티 라인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걸었고, 주요 언론이 그의 도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결국 3월 머피 여사는 후보에서 사퇴했고, 김 의원은 득표율 75%로 이달 4일 경선에서 승리했다. 아직 메넨데스 의원의 무소속 출마란 변수가 있지만,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김 의원의 당선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아메리칸 드림’ 이룬 父… 누나도 천재 학자 “앤디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직자라는 느낌이 강하고 상식적으로 보여요. 또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 알 거라고 확신합니다.” 뉴저지주 버건 카운티에서 뉴욕으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티오 씨는 11월 선거에서 김 의원을 뽑을 거라며 그의 강점을 ‘상식적’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도 여러 차례 “망가진 정치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고장난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밝혀 왔다.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란 김 의원은 이민 2세대다. 아버지 김정한 박사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온 유전공학 박사이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어린 시절 한국 고아원에서 자란 김 박사는 국비 장학생 기회를 잡아 미국에 왔다. 그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워싱턴 의사당을 구경시키며 “네게 모든 것을 선사한 나라(미국)를 사랑하고 가슴에 새기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김 의원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헌신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음악을 배우지 못했지만,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며 “7, 8세 때쯤 첼로를 웬만한 어른보다 잘 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의 누나인 모니카 김은 저명한 역사학자다. 매디슨 위스콘신대 교수인 그는 6·25전쟁과 미 외교정책의 변화에 대한 연구로 2022년 ‘천재들의 장학금’으로 불리는 미 ‘맥아더 펠로십’으로 선정돼 국내에서도 조명받았다. 남매는 모두 공부를 잘했다. 누나는 예일대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김 의원은 학년 정원이 26명에 불과한 소수 정예 사립대 딥스프링스 칼리지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9·11테러를 계기로 중동 분야 국제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시카고대로 편입한 그는 노숙자 인권 단체에서 일하며 당시 주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부인 라이 씨를 만난 곳도 옥스퍼드였다. 국무부 공무원이 된 그는 2013년 이라크 전문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발탁됐다. 31세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브레인이 된 것이다. 밤낮없는 업무에 지친 그는 휴식기를 가졌다가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백악관에 가길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고, 2018년 결국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하원 출마로 길을 틀었다. 그는 이를 두고 “내 경력은 ‘우연’이 이끌고 있다”고 했다.● 한국계와 미국인 사이 김 의원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벌인 직후 새벽까지 혼자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됐다. 그가 ‘공복(公僕·국가의 심부름꾼)’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부상한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때 그가 입었던 양복은 현재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미국사 박물관에 진열돼 있다. 김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J크루(중가 브랜드) 연말 세일 때 산 양복”이라며 “평범한 미국인이면 누구라도 할 일인데, 상식적인 일이 관심받는 그런 시기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초등학교 1, 3학년 두 아들의 아버지란 점도 강조한다. 정치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도전했다”고 밝혀 왔다. 경선 승리 직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은 차맨더(한국명 ‘파이리’)”라는 내용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최소한 토요일 아침은 아이들과 포켓몬 카드 트레이딩 게임을 한다고 한다. ‘한국계’로서 김 의원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한인사회 일각에선 미국에서 나고 자란 김 의원이 한인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저지주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는 “뉴저지 주지사 입김 탓도 있었지만, 상당수 한국계 커뮤니티 리더들은 앤디 김 경쟁자였던 머피 여사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 자신도 2022년 한인의 미 정치 도전사를 담은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초선’에서 이민 2세대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릴 때 한국계라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가 있었죠. 흑인도 백인도 아니어서 미국 인종 방정식에서 빠져 있던 저를 그냥 미국인으로 봐주길 바랐어요. 부모님도 제가 식당에서 주문할 때 ‘다시 말해 달라’는 소리를 들을 필요 없는 미국인으로 크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시점부터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의회에 진출한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고 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는 “미 의회에서 유일한 한국계이니 나를 활용하라”고 백악관에 전달했다. 김 의원은 “미 행정부의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한국계인) 당신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떠올렸다. 김 의원은 상원의원에 도전하며 어느 때보다 한인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났다고 한다. 1월 13일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한인 밀집지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인유권자연대 사무실을 찾은 그는 “의회 지도자들이 한인 사회 의견은 듣지도 않고 한반도 미래와 관련한 중요 정책을 논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상원에 한인 사회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앤디 김이 걸어온 길△1982년 미국 보스턴 출생△2000∼2002년 미 딥스프링스 칼리지△2002∼2004년 미 시카고대 정치학 학사△2004∼2010년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석사-박사(‘로즈 장학생’)△2005년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2009∼2013년 미 국무부 및 국방부△2013∼2016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2019년∼현재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 3선△2024년 6월 4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뉴저지주) 후보 확정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물가 지표 하나 좋게 나왔다고 움직일 수는 없다.”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 전년대비 3.3%로 시장 전망을 소폭 상회하는 등 물가 둔화 시그널에 대해 “희망적이다”,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지만 이것만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그렇다고 매파적인 기자회견은 아니었다. 이날 연준 위원들은 올해말 금리 경로를 기존 3차례 인하 전망에서 1차례 인하로 대폭 인하 전망치를 축소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점도표는 점도표일 뿐, 금리 인하 타이밍은 그때그때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인하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코멘트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불렀던 뜨거운 5월 비농업 신규고용 지표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 됐을 수 있다”며 고용 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이 연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데 대해서도 “보수적인 수치”라고 말했다.전반적으로 ‘언제, 무엇때문에 인하할지는 아직 가이드 라인을 줄 수 없다’란 메시지라는 총평이다. 금리 인하가 언제 될지, 9월에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파월 기자회견과 함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400포인트를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는 장중 2%에서 상승폭을 줄인 1.53% 가량으로 장을 마쳤다. ●연준 금리 3회에서 1회로 인하 전망 미 연준은 이날 기존 시장 전망대로 기준 금리를 7차례 연속 동결해 5.25~5.50%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5.1%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점도표상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생각이 매우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이에 따른 19명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은 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대신 내년에 4차례 인하해 2025년 말 금리는 4.0~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9명 중 15명이 한 두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것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두 가지 안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연준위원들의 물가 전망은 매파적이었다.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했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의 올해 말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올렸다. 이미 4월에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8%를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이 수치가 유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에 이미 근원 PCE 물가지수가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왜 물가상승률을 높게 계산했는지, 이 것이 금리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라는 질문이 나오자 파월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비교 대상 수치(대조군)가 이미 낮아져 전년 대비 계산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계산적 예측”이라며 “보수적으로 가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9월? 11월? 인하 시점은 인하 시점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오늘 같은 인플레 둔화 진전을 보인 CPI 지표가 나온다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나’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식으로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도표는 말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의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파월의 기자회견 이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60%로 이날 오전의 70%에 비해 낮췄다. 11월까지 인하 단행 가능성은 약 7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분석하면서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나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상당수가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강도 긴축에 고통스러운 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없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고물가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물가 억제 의지를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시간)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5.1%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미 기준 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로 유지지됐다.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했지만 연준 위원들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점도표의 범위 역시 광범위해 연준 위원들 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생각이 매우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이에 따른 19명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은 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변화가 없어 시장 전망치(0.1% 상승)를 하회했다. 미국의 뜨거운 고용 지표에도 물가가 잡혀 가고 있다는 지표가 나옴에 따라 약 5시간여 후에 공개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문과 연말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대비 3.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3.4%)와 4월 CPI 상승률(3.4%)에 비해 소폭 내려간 수치다. 전월 대비로도 변화가 없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대비 0.2%, 전년 대비 3.4%로 각각 시장 전망치(0.3%, 3.5%)를 약간 밑돌았다. 5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4월 대비 변화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휘발유값 하락이었다. 국제 유가 하락세에 영향을 받은 휘발유 지수는 전월 대비 3.6%나 하락했다. CPI 가중치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하며 휘발유 하락분을 상쇄했다. 항공료, 신차, 의류 지수는 전월 대비 하락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미 비농업 신규 고용이 27만2000명으로 시장 전망치(18만5000여 명)를 크게 상회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0%를 기록한 이번 CPI 지표는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을 더했다. 5월 CPI 발표 직 미 뉴욕증시 선물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최고치를 경신한 나스닥 지수선물도 CPI 지수 발표 직후 0.85%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CPI 발표 직후 9월 금리 인하에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9월 인하 가능성은 70%, 11월까지 인하 가능성은 80% 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의 이목은 이날 오후에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과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 공개에 쏠려 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금리 전망을 말그대로 ‘점을 찍어’ 중간값을 추산하는 지표다. 3월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이번 점도표에서는 1차례 혹은 2차례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에 울던 애플이 AI로 주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전날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인 애플 주가는 11일(현지시간) 7.3%급등하며 207.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 역사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엔비디아에 빼앗겼던 시가총액 2위 자리도 탈환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이날 또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애플은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모두 적용될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퍼스널 AI’라고 선언하며 개인 맞춤형 AI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듯 아이폰이나 맥북에 저장된 개인 문자나 이메일 사진 등을 데이터로 삼아 AI가 답변을 찾는 각종 기능이 특징이다. 말 귀를 못알아들어 놀림감으로전락했던 음성 비서 ‘시리’가 진짜 개인 비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발표 첫날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 했다. 주가는 1.9% 하락해 최근 11번의 WWDC 당일 주가 하락 폭의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의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자 11일 개장과 동시가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쿡 CEO가 주장한 “(기술 엘리트 말고) 나머지를 위한 AI”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통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 아밋 아리야나니는 “애플은 AI 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AI를 제공할 능력을 보여줬다”며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될 운영체제 ‘iOS 18’은 미국에서 영어버전으로 올해 가을, 내년에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업데이트는 아이폰 15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월가 투자자들은 AI 기능 때문에 신형 아이폰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모건 스탠리도 애플이 “가장 차별화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며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도 “인텔리전스 폰의 업그레이드 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성AI 모델 경쟁에서 오픈AI가 구글보다 더욱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기업 시장을 차지했다면 애플과 손잡고 개인용 시장의 필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도 오랫동안 개인 검색 및 AI 시장 확대를 노려 왔는데 자사 파트너인 오픈AI와 애플과의 협업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기업 AI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인용 디바이스의 강자인 애플과 모두 협업하며 생성 AI의 지배력을 굳건히 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퍼스널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뿐 아니라 월가 증시 분석가들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AI 늦깎이’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 1위에서 MS와 엔비디아에 모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었기에 애플의 AI 전략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놀림받던 시리, ‘진짜’ 비서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음성 비서 ‘시리’다. 2011년 탄생 때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오픈AI의 챗GPT에 밀리면서 놀림거리 신세였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사전 녹화로 보여준 기능은 맞춤형 비서로 불릴 만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에 담긴 개인의 사진과 문자, 타인과 주고받은 파일, 개인 일정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맞춤형 답변 생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추천한 책이 뭐였지’라고 물으면 문자나 이메일에서 아내와 대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찾아준다. “주말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사진만 찾아줘” “딸 공연시간에 맞추려면 팀 회의를 몇 시에 끝내야 할까” 등 사용자의 대화와 일정,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답변을 찾아준다. 이모티콘과 AI가 만난 ‘젠모지’도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핑보드를 타는 공룡 이미지’ ‘영웅 같은 우리 엄마’라고 문자로 입력하면 알아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모티콘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에 없어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기능인 통화 녹음과 실시간 녹취도 가능해진다.● “애플 장점 살렸다” vs “정보보안 위험” 애플은 올해 가을 영어 버전을 시작으로 내년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AI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내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오픈AI의 기술을 빌린 만큼 자체 AI 기술 수준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개인용 디바이스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애플은 AI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 AI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넣어 ‘아이폰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의 시작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게시글을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OS) 단계까지 오픈AI와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금지될 것”이라며 “애플이 (우리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겨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아이폰 디바이스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심찬 발표에도 애플 주가는 이날 1.9% 하락했다. 경쟁사에서 이미 출시한 서비스가 많아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1년 동안 WWDC 기조연설 당일 기준 최대 낙폭이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기업 AI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인용 디바이스의 강자 애플과 모두 협업을 하며 생성AI 지배력을 굳건히 했다. 10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에 열린 애플의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퍼스널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뿐 아니라 월가 증시 분석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AI 늦깍이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 1위에서 MS와 엔비디아에게 모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어 왔기에 애플의 AI 전략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 놀림받던 시리, ‘진짜’ 비서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음성 AI 비서 ‘시리’다. 2011년 탄생 때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챗GPT에 밀리면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사전 녹화로 보여준 기능은 맞춤형 비서로 불릴만 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에 개인의 사진과 문자, 타인과 주고받은 파일, 개인 일정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맞춤형 답변 생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추천한 책이 뭐였지?’라고 물으면 문자나 e메일에서 아내와 대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찾아준다. “주말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사진만 찾아줘”, “딸 공연시간에 맞추려면 팀 회의를 몇시에 끝내야 할까” 등 사용자의 대화와 일정,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답변을 찾아준다. 이모티콘과 AI가 만난 ‘젠모지’도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핑보드를 타는 공룡 이미지’ ‘영웅 같은 우리 엄마’라고 문자로 입력하면 알아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모티콘 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에 없어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통화녹음과 녹취 실시간 작성도 가능해진다. 단 상대방에게 녹음된다는 경고가 자동으로 나온다. ● “애플 장점 살렸다” VS “정보 보안 위험”미국시장 영어 버전으로 올해 가을,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버전은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라 이미 AI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내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오픈AI의 기술을 빌린 만큼 자체 AI 기술 수준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용 디바이스 기업 강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애플은 AI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 AI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넣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의 시작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게시글을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OS) 단계까지 오픈AI와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금지될 것”이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밝혔다. 애플 OS를 통해 개인 정보가 오픈AI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애플은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아이폰 디바이스 차원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의 야심찬 발표에도 주가는 이날 1.9%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1년 동안 WWDC 기조 연설 당일 주가 하락 폭중 가장 최악이었다고 중 최악의 주가 하락폭이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의 기후변화 정책이 성난 민심의 직격탄을 맞았다. 9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대약진에는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고금리 속에 시행된 고강도 환경 규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도 작용한 만큼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려던 각종 정책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프로그램인 ‘그린딜(green deal)’이 실질적 위험해 처해 있다고 전망했다. 그린딜은 2019년 팬데믹 이전 경제가 순항하던 시기에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며 반발을 불러왔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데 화석연료 난방기기를 금지하고,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중단하자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2035년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려는 계획도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 은행인 방코 빌바오의 잉고 라밍 탄소시장 수석은 블룸버그에 “이번 선거는 그린딜에 대한 현실 점검”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유럽이 이제 재생에너지에서 원자력 발전 같은 비용 절감형 에너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처럼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은 그간 보조금으로 전기차나 태양광 같은 친환경 산업을 키우는 정책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채찍형’ 정책을 앞세우면서 유권자의 더 큰 반발을 샀다는 평가를 받는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도 속속 ‘값비싼’ 친환경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환경 정책에선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캘리포니아 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주(州)법의 해석을 달리해 2035년까지 내연차 신규 판매 금지 조치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전기차 강요는 점점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 고강도 환경 규제 후퇴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전기차 기업들의 환경 규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핵무장 강화라는 현재의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도 핵무기 배치를 늘릴 수 있다는 백악관 당국자의 경고가 나왔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이 핵무기를 늘리면 자국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현지 시간)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양화하면서 군비 통제에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 보좌관은 이어 “적들이 핵무기의 위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억지력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태세와 역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아시아와 유럽 등) 동맹국들이 핵 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응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스푸트니크통신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의 핵 정책을 담은 ‘교리’에 대해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며 “(핵 교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일부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교리를 수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