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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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문화 일반55%
인물/CEO7%
산업3%
검찰-법원판결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20%
  • “지금 무슨 노래 들어요?” 묻는 콘텐츠 보셨나요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낯선 이의 말 걸기치고는 다소 ‘훅 들어오는’ 것 같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답해줄 법도 한 묘한 질문이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행인들에게 이렇게 묻고 답을 전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구독자 수가 8만7000여 명인 유튜브 채널 ‘와쏭’의 경우 서울대에서 촬영한 쇼츠 영상이 457만 회 넘게 조회됐고, 10분가량의 원본 영상 조회 수도 25만 회가 넘었다. 서울 신촌에서 촬영한 쇼츠는 366만 회, 서울숲에서 어린이가 “단군할아버지 노래(‘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라고 답한 쇼츠 조회 수는 330만 회에 이른다. 이 외에도 ‘복코s’ ‘청춘사전’ 등의 채널이 비슷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다. 유튜버가 길거리, 카페, 지하철, 대학교 등에서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낀 사람들에게 이같이 묻고 곡 제목을 들으면 해당 곡을 짧게 틀어준 뒤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한데 ‘타인의 취향’을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십덕(‘오덕·오타쿠’보다 두 배 심각한 마니아라는 뜻) 같은데…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RPG’를 듣고 있다”며 수줍어하는 여학생, 망설이다가 “에이티즈의 ‘사이버펑크’를 좋아한다”고 답하는 외국인 학생, “왁타버스의 ‘헤드라인’이라는 노래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남학생 등 갑자기 취향을 고백하게 된 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눈길을 끈다. ‘반전의 재미’도 있다. 한강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아이돌 그룹 KARD의 ‘Don’t Recall’을 듣고 있다거나 대학 캠퍼스를 걷던 여대생이 미국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의 ‘허리케인’을 듣고 있다는 답변에는 ‘저 노래를 어떻게 아는 건지 신기하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슷한 느낌의 곡을 중심으로 추천해 주는 데 비해 시청자가 새로운 장르로 취향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와쏭을 즐겨 시청한다는 이슬기 씨(24)는 “방탄소년단(BTS)과 국내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좋은 클래식과 다른 팝송도 알게 돼 이제는 찾아서 듣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집단의 음악 감상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대학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대답이 나온 곡은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였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 ‘(여자)아이들’의 ‘누드’도 많이 언급돼 4세대 걸그룹이 음원차트를 평정했던 지난해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초등학생들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가 가장 많이 언급돼 ‘초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브의 위상을 체감케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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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카펠라의 신화’ 펜타토닉스 “팬데믹 장벽 허물고 싶었어요”

    2011년 미국 NBC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 ‘더 싱 오프’ 시즌3 무대는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 5명이 등장해 신선함을 줬다. 당시 핑크빛 티셔츠를 입고 케이티 페리의 ‘ET’를 부르던 앳된 그들은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지금을 상상이나 했을까. 텍사스에서 유년 시절부터 어울리던 스콧 호잉(바리톤)과 미치 그래시(카운터 테너), 커스틴 멀도나도(소프라노). 여기에 당시 오디션 참가를 위해 영입한 애비 캐플런(베이스)과 케빈 올루솔라(비트박서). 5음계라는 뜻의 ‘펜타토닉스 스케일’에서 이름을 따온 그룹 ‘펜타토닉스’는 이후 그래미 수상 3회,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 유튜브 채널 구독자 2000만 명에 이르는 슈퍼스타가 됐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곡을 혼합한 ‘Daft Funk’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억6500만 회, 또 다른 영상 ‘Evolution of Music’의 조회수는 1억4200만 회를 넘었다. 12일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동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호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세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한국 공연은 내게 최고의 공연 중 하나다.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캐플런이 탈퇴한 뒤 2017년부터 합류한 맷 샐리(베이스)도 함께 인터뷰했다. 펜타토닉스는 10월 신보 ‘Holidays Around the World’를 발매한 뒤 현재 유럽과 호주 등에서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신보는 장벽을 허무는 시도였어요.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필리핀 가수 레아 살롱가를 비롯해 콩고 가스펠 가수 그레이스 로크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업했습니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장벽이 높았던 시기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앨범을 만들며 이를 허물어보고 싶었어요. 살롱가는 제 약혼자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직접 필리핀에 가서 섭외했어요.”(호잉) 팝 음악계에서 ‘아카펠라의 신화’로 불리는 펜타토닉스는 인기 팝송을 독창적으로 편곡하거나 일렉트로닉을 접목하는 참신한 시도로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을 다닐 땐 가족 모두가 함께 투어버스로 이동한다”고 할 만큼 좋은 팀워크가 이런 결과를 이뤄낸 걸까. “멤버들과 같이 음악을 만들 때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생겨나요. 여전히 음악을 만들 때면 ‘한번 놀아볼까?’라며 저희의 뿌리로 돌아가는 거죠. 유튜브가 아티스트를 접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 시대도 저희에겐 큰 이점이 된 것 같아요.”(호잉) 데뷔 12년 차인 펜타토닉스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넘쳐난다. 2011년 “다섯 명이 스무 명의 목소리를 낸다”는 극찬을 받으며 거머쥔 오디션 우승 트로피와 2015년 두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 ‘Daft Punk’로 받은 첫 번째 그래미 상, 2016년 스티비 원더와 함께한 그래미 시상식 무대…. 호잉은 의외로 “샐리의 합류”를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았다. “캐플런이 탈퇴했을 때는 그룹이 격변하는 무서운 시간이었어요. 다행히 샐리가 합류해 다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고, 여전히 팬들이 저희를 지지해 주셨죠. ‘여기서 끝날지도 모르겠구나’란 두려움이 ‘오,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어’란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호잉) 리더 격인 호잉의 얘기를 차분히 듣던 샐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는 “어쩌면 탄탄대로를 걸어온 게 아니었기에 지금의 펜타토닉스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제가 펜타토닉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가 언제나 ‘언더도그’(약자)였기 때문이에요. 주류가 아닌 아카펠라 장르에서 시도한 적 없는 도전을 했고, 여러 벽을 부수고 나가는 그룹이니까요.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가닿는 그룹의 일원이라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곧 한국에서 만나길 기대할게요.”(샐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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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카펠라의 신화’ 펜타토닉스 “음악으로 팬데믹 장벽 허물고 싶었다”

    2011년 미국 NBC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 ‘더 싱-오프’ 시즌3 무대에 스무 살을 갓 넘긴, 앳된 얼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텍사스에서 유년시절부터 함께 어울리던 바리톤의 스캇 호잉, 카운터 테너의 미치 그래시, 소프라노의 커스틴 멀도나도와, 이들이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영입한 베이스의 아비 케플런, 비트박서 케빈 올루졸라. 핑크색 티셔츠 차림으로 케이티 페리의 ‘ET’를 부르며 어색한 춤사위를 선보이던 이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들이 그래미 트로피를 세 번 들어 올리고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뒤, 유튜브 구독자 2000만 명을 거느린 세계적인 팝 스타가 될 거라고. 이들이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곡을 혼합한 ‘Daft Funk’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억6500만 회, 11세기부터 2010년대 곡들을 부른 영상 ‘Evolution of music’ 조회수는 1억4200만 회를 넘는다. 신보 ‘Holidays Around the World’를 발매하고 세계투어 ‘Pentatonix: A Christmas Spectacular!’에 나선 호잉과, 케플런의 탈퇴 후 2017년 합류한 베이스의 맷 샐리를 12일 화상으로 만났다. 검정색과 회색 체크 무늬 자켓을 걸친 호잉, 검정색 자켓 차림의 샐리는 11월 17일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하루걸러 하루 공연을 하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녁 있을 내쉬빌 공연은 이번 투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며 신나 했다. 호잉은 “한국에서 했던 공연은 내게 최고의 공연 중 하나”라며 “이번 투어에선 한국을 가지 못했지만 곧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이들은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세계투어를 이어간다. ● “팬데믹이 만든 국가간 장벽, 음악으로 허물고 싶었다” 10월 28일 발매된 새 앨범은 장벽을 허무는 시도였다. 아시아계 여성 최초 토니상 수상자인 필리핀 가수 레아 살롱가를 비롯해 콩고 가스펠 가수 그레이스 로크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일본 비트박서 히카킨&세이킨 등과 협업했다. 아프로비트(서아프리카 전통음악에 재즈, 펑크 등이 혼합된 음악 장르)부터 가스펠, 라틴음악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코로나 19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녹음 파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했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장벽이 공고했던 시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앨범을 만들며 그 장벽을 허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녹음 과정은 서로 다른 음악과 문화, 그리고 각 문화권 사람들이 연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실험을 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살롱가는 제 약혼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라서 직접 필리핀에 가서 그녀를 섭외했죠.” (호잉) 스무 살을 갓 넘긴 대학생 때 만났던 멤버들은 이제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부모가 됐다. 멀도나도는 올해 딸을 낳았고, 올루졸라도 지난해 득녀해 아빠가 됐다. 맷은 올해 1월 결혼했다. 가족들도 이들과 함께 투어 길에 올랐다.“아이들이 언제나 저희와 함께 합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투어를 다니죠. 이건 새로운 다이내믹이면서도 굉장히 특별한 다이내믹이에요. 이런 일이 지금 이 시기에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이런 계절에 와 있는 건 정말 아름다워요.” (샐리) 가족들과 다 함께 투어버스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체코, 일본, 싱가포르까지 대륙을 옮겨다니며 공연을 하는 스타가 된 펜타토닉스. 이들은 인기 팝송들을 독창적으로 편곡해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했고, 일렉트로닉 장르를 접목하는 참신한 시도로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이뤄낸 그룹이 됐다. 호잉은 유튜브와 아카펠라의 붐, 멤버 간 케미를 성공요인으로 꼽았다.“유튜브가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주된 매체가 된 시대에 저희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커버해 올리면 유튜브만으로 그 영상은 세계에서 입소문을 탈 수 있게 됐죠. ‘글리’와 ‘피치 퍼펙트’, ‘싱 오프’의 성공으로 아카펠라가 굉장한 르네상스를 맞은 것도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저희 멤버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 자연스럽고 본능적이며 창의적인 에너지가 생겨나요. 지금도 여전히 ‘한 번 놀아볼까? 악보 없이 음악을 만들어 볼까?’라며 저희의 뿌리로 돌아가려고 해요.” (호잉) ● “펜타토닉스는 ‘언더독’, 모든 장벽들을 부수고 뛰어들었다”“다섯 명이 스무 명의 목소리를 낸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 속에 거머쥔 오디션 우승 트로피, 2015년 두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 ‘Daft Punk’로 받았던 첫 번째 그래미상, 2016년 스티비 원더와 가졌던 그래미 시상식 데뷔 무대까지. 12년차 그룹 펜타토닉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맷이 저희 그룹에 합류했던 날이 제겐 최고의 기억이에요. 그때는 그룹이 격변하는 무서운 시간이었어요. 맷이 들어왔을 때 모든 게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고, 여전히 저희를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었어요. ‘그룹이 끝날 수도 있겠구나’에서 ‘오, 이게 새로운 시작일 수 있어’라고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죠. 아, 얼마 전 필라델피아 공연에서 관중들에게 비틀즈의 ‘헤이 주드’ 후렴구를 베이스, 테너, 알토로 가르치고 화음을 맞춰 부르도록 한 순간도 못 잊어요. 1만2000명이 ‘나나나’를 떼창하던 순간은 마치 영화 같았어요.” (호잉)“팀에 합류한 뒤 처음 가진 토론토 공연을 절대 못 잊어요. 그때 정말 긴장했는데, 팬들이 잘할 수 있다며 저를 응원했죠. 그 때 저희가 노래를 정말 잘 했어요. 뜻밖의 발견이었죠. ‘이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야’라고 생각한 순간이에요. 고등학교 때 펜타토닉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평범한 학생이 그룹의 일원이 된 거죠.” (샐리) 이들에게 음악을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오디션 우승 뒤 멤버 전원이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와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얼마 못가 갈등으로 계약이 파기됐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새 레이블을 찾아야 했고, 소니뮤직과 계약하기까지 유튜브에 커버곡 영상을 올리며 팬들을 끌어 모았다. 2017년 케플런의 탈퇴도 그룹에게는 해체 위기였다. “음악은 제게 치유이자 북극성과도 같습니다. 제가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죠. 그와 동시에 음악은 사람들에게 해방구가 되고 즐거움을 줍니다.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제게 목적의식을 심어줍니다. 그 두 가지 만족감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일을 절대 그만둘 수 없어요.” (호잉)“제가 펜타토닉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가 ‘언더독’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카펠라 장르에서 시도한 적 없던 것에 도전하고, 모든 장벽들을 부수고 뛰어들었습니다. 문화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에게 가닿는 그룹의 일원이라는 건 정말 멋져요.” (샐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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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위기를 기회로! 세 친구의 통쾌한 복수극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에서 얄밉지만 사랑스럽던 에밀리를 기억하는가. 그는 잡지사 ‘런웨이’의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의 오른팔이자, 실수투성이 신참 앤디와 경쟁하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는 ‘츤데레’였다. 미란다에게 혼나고 앤디에게 밀리던 조연 에밀리가 돌아왔다. 영화 원작인 동명 소설의 스핀오프 격인 ‘삶이…’에서 그는 당당히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소설 ‘악마는…’을 통해 미국 칙릿(젊은 여성 독자를 겨냥한 소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저자는 이번에도 전형적인 칙릿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런웨이’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퇴사한 뒤 유명인사들의 위기관리 전문가가 된 에밀리를 중심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든 친구 미리엄과 카롤리나가 일과 육아, 남편 또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겪는 고충을 함께 고민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극적으로 바뀌는 건 카롤리나가 맞닥뜨린 사건 때문이다. 유명 모델이던 그는 전도유망한 상원의원 그레이엄과 10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해리와 그의 친구들을 차에 태우고 집에 가던 중, 경찰이 따라오더니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주장한다. 더욱 황당한 건 남편의 반응. 해명을 듣기는커녕 해리에게 접근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다. 카롤리나를 돕기 위해 두 친구가 나선 건 당연한 수순.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보니 그레이엄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전 대통령의 딸인 리건과 내연관계를 맺어 왔다. 이혼 뒤 리건과 재혼하려고 카롤리나에게 억지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 에밀리는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을 발휘해 카롤리나를 ‘술 취한 모델’이 아닌 ‘고통받는 엄마’로 만들어 대중의 동정을 이끈다. 미리엄은 변호사로서 그레이엄을 협박할 약점을 찾는다. 결말은 예상대로 해피엔딩. 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쟁취한다. 주인공들이 행복하니 흐뭇하게 읽는 맛은 좋으나, 우리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떠올리면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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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박진영-성시경의 무대… 돌아온 송년 콘서트

    연말을 맞아 굵직한 뮤지션의 콘서트가 줄지어 찾아온다. 한 해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댄스가수부터 감미로운 발라드를 선보일 가수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싸이는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22’를 연다. 싸이 발음과 비슷한 숫자 ‘42’에 맞춰 오후 11시 42분에 시작해 다음 날 대중교통 첫차가 다니는 아침까지 진행된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도 3년 만에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2∼25일 콘서트 ‘그루브 백’을 연다. 박진영은 지난달 개코가 피처링한 신곡 ‘그루브 백’을 발매했다. ‘발라드 왕자’ 성시경은 ‘2022 성시경 연말 콘서트’를 23∼25일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다. 김범수는 23∼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콘서트 ‘명품 이즈 백’을 연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공연으로,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광주에서 10일 전국투어 ‘2022 크러쉬 콘서트: 크러쉬 아워’의 문을 연 크러쉬는 대구(17일)와 서울(23∼25일), 부산(30일)으로 콘서트를 이어간다. 지난달 정규 1집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누아르’를 발매한 비비는 2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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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박진영·성시경·김범수까지…연말 뜨겁게 달굴 콘서트 연이어 출격

    공연의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콘서트들이 줄이어 찾아온다. 박진영, 싸이 등 한해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댄스가수들의 무대부터 김범수, 성시경 등 감미로운 발라드를 선보일 가수까지 다채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면 공연이어서 관객들의 기대가 더욱 크다. 우선 관객이 가수와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흥겨운 무대들이 준비돼있다. 올해 7월 3년 만에 ‘싸이 흠뻑쇼’로 귀환했던 싸이는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말 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22’를 연다. 이 공연은 싸이의 발음과 비슷한 숫자 ‘42’를 따서 오후 11시 42분에 시작해 대중교통 첫차가 다니는 시간까지 밤새 진행된다.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싸이는 ‘막차와 첫차 싸이’라는 유쾌한 부제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싸이 특유의 열정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어우러진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도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는 22~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그루브 백’을 연다. 박진영은 지난달 개코가 피처링한 신곡 ‘그루브 백’을 발매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인과 함께 가기 좋은 발라드 가수들의 콘서트들도 대거 열린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건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이 마련한 ‘2022 성시경 연말 콘서트’. 성시경은 12월 23일 시작해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사흘 연속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콘서트는 코로나 19 이후 3년 만의 콘서트로,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전석이 매진됐다. 팬들의 갈증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수 김범수 역시 23~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명품 이즈 백’ 콘서트를 연다. 그가 한 해 동안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 콘서트로, 2018년 시즌3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방탄소년단이 피처링한 ‘러시아워’로 발매 직후 멜론 등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크러쉬는 이달 10일 광주에서 시작해 17일 대구, 23~25일 서울, 30일 부산까지 전국 투어 ‘2022 크러쉬 콘서트: 크러쉬 아워’ 투어를 이어간다. 9일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시작한 멜로망스는 내년 2월까지 국내 투어를 진행한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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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 좋은 콘텐츠 만들기 노력 큰 성과”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2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동우 송년의 밤 행사가 열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정구종 동우회장(동서대 석좌교수·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동아미디어그룹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며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동아미디어그룹에 근무할 때는 물론 은퇴한 후에도 모두 동아 가족이기에 동아미디어그룹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은 “동아일보는 진실을 담는 특종과 기획, 칼럼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히어로콘텐츠도 자타공인 동아일보 대표 브랜드로서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취재 과정과 성과가 공유돼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채널A는 독자적 제작 역량을 갖고 도전을 이어와 젊고 열린 뉴스, 공감을 이끄는 예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2023년에도 탁월한 콘텐츠로 더 큰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강 동우회 부회장은 동우회에 1억 원을 기부해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사우 220여 명이 참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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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헤어질 결심’ 美골든글로브 후보 올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이 미국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2일(현지 시간) ‘최우수 비영어권 영화’ 부문 후보로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부문의 명칭은 외국어영화상이었으나 올해부터 비영어권영화상으로 바뀌었다. 내년 1월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독일)와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와 경쟁한다. 골든글로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1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영수 배우는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의 인종 및 성차별 논란, 운영진의 부패 의혹 등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져 지난해 생중계되지 못했다. 미 NBC방송은 HFPA의 쇄신 노력을 받아들여 내년에 시상식을 다시 중계하기로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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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헤어질 결심’, 美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 후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미국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2일(현지 시간) ‘최우수 비영어권 영화’ 부문 후보로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부문의 명칭은 외국어영화상이었으나 올해부터 비영어권영화상으로 바뀌었다. 내년 1월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헤어진 결심’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독일)와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와 경쟁한다. 골든글로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1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영수 배우는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의 인종 및 성차별 논란, 운영진의 부패 의혹 등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져 지난해 생중계되지 못했다. 미 NBC방송은 HFPA의 쇄신 노력을 받아들여 내년에 시상식을 다시 중계하기로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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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로 재탄생한 새타령-아리랑, 맨해튼서 울려 퍼지다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타임스센터 공연장. 관객 3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한국인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이지혜 씨(40)가 무대에 섰다. 이날 열린 ‘Young Korean Artist Series: Jihye Lee Orchestra’는 한국인이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가 미국 중형급 이상의 공연장에서 처음 갖는 단독 공연이다. 지혜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발매된 앨범 ‘Daring Mind’의 수록곡 ‘Relentless Mind’를 시작으로 한국 전통 민요를 재즈로 편곡한 ‘새타령’과 ‘아리랑’, 이 씨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Born in 1935’, 이민자에 대한 위로를 담은 ‘Nowhere Home’ 등 모두 9곡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은 CJ문화재단과 뉴욕한국문화원이 주최했다. 7일 화상으로 만난 이 씨는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재즈페스티벌에 주요 공연자로 초청돼 현지에서 공연 연습 중이다”라고 했다. “뉴욕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어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노트’ 같은 재즈클럽도 꽉 차야 100명 안팎인데, 300여 명 앞에서 공연을 한 거잖아요. 한국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한 차원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이 씨는 CJ문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보컬과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맨해튼음대에선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는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Daring Mind’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앨범을 ‘지금 들어봐야 할 클래식음반’ 5개 중 하나로 꼽았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앨범상도 받았다. 탄탄한 경력을 쌓았지만 재즈계에선 비주류인 여성 아시아 뮤지션인 그는 “언제나 음악을 통해 나를 얘기함과 동시에 시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April’(2016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곡을 담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내년에 선보일 3집 앨범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뿌리 없이 숨겨진 나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 나라와 민족을 자주 떠올립니다. ‘같은 선조를 공유한다는 건 강한 힘을 갖는 거구나’를 느끼죠.” ‘Daring Mind’의 대중적 성공에 이어 미국과 독일 초청 공연까지. 이 씨는 큰 도약을 이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곡을 쓸 때 남의 눈치를 안 보려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각광받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전 보컬 출신이라서, 한국인이라서, 여성이라서 겪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재즈를 통해 세계에서 듣고 즐기는 날을 꿈꿉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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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뉴욕 한복판에 울려퍼진 ‘아리랑’…“300명 관객 앞 재즈 공연, 뿌듯”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타임즈센터 공연장. 300여 명의 관객들로 가득 찬 객석 앞 무대 한가운데에 한국인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12~20인조 재즈 오케스트라) 리더인 이지혜 씨(40)가 섰다. 이곳에서 이 씨가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의 공연 ‘Young Korean Artist Series ‘Jihye Lee Orchestra‘’가 열렸다. 미 중형급 이상 규모의 공연장에서 한국인이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가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 발매된 앨범 ‘Daring Mind’의 수록곡 ‘Relentless Mind’로 포문을 연 이 씨는 한국 전통민요를 재즈로 편곡한 ‘새타령’과 ‘아리랑’,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에 대해 쓴 곡 ‘Eight Letters’와 ‘Born in 1935’, 이민자를 향한 위로를 담은 곡 ‘Nowhere Home’ 등 9곡을 연주했다. 공연은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과 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 개최를 도와 해외에서의 K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게 CJ문화재단의 목표다. ●뉴욕 한복판에서 300명 관객 앞 공연 7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이 씨는 아직도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독일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돼 프랑크푸르트에서 매일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버드랜드, 블루노트같은 재즈클럽도 꽉 차야 관객이 100명 안팎인데 전 300명 넘는 관객 앞에서 재즈 공연을 한 거잖아요. 국위선양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한국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이 씨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재즈 뮤지션이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그는 미국 버클리음대 보컬과 재즈 작곡 복수전공을 했고,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지난해 모테마 뮤직 레이블에서 발매한 두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Daring Mind.’ 뉴욕타임즈는 이 앨범을 ‘지금 들어봐야 할 클래식 음반’ 5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 재즈부문 4위, 영국 가디언 선정 재즈앨범 6위에 올랐다. 올해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앨범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그날 공연에서 가장 전율이 왔던 순간으로 ‘Born in 1935’를 연주할 때를 꼽았다. 객석 중간 중간에서 보이는 한국인들을 보며 고향에 있는 부모와 팬데믹 기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겹쳐보여서 였을까. Born in 1935를 연주하며 눈물을 흘렸다.“할머니의 삶에 대해 쓴 곡을 연주하는데 눈물이 나는 거에요. 그 위로와 감동의 감정이 공연장에 가득했다고 생각해요. 공연장을 찾은 많은 한국 동포 분들은 모두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우리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은 같아요. 직접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그 음악에 담긴 한국적인 혼을 관객들도 느낀 것 같아요.”●‘나’와 ‘시대’를 동시에 말하는 뮤지션, 이지혜 중학생 때부터 작곡에 관심이 컸던 그는 집에 있던 유일한 악기였던 리코더로 코드를 바꿔 만화 주제가를 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이스를 치던 친구를 만나 음악에 입문한 그는 독학으로 화성학을 공부해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뒤 보컬리스트 교육을 받았다. 싱어송라이터 ‘지요’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7년 첫 싱글 ‘개화’로 데뷔했고, 2010년 ‘갈림길’ 등 네 곡을 묶어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201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뉴욕행을 택한 이유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도달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가야할 목적지가 보이면 계속 가는데,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제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찰나에 대학 교수님이 외국에 나가서 제대로 음악을 공부해보라고 권하신게 게 유학을 떠난 계기가 됐죠.”미국에서 재즈 작곡을 공부한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빅밴드로 향했다. 2015년 버클리음대 스승인 그레그 홉킨스 교수, 관악 파트 학과장 등 버클리 음대 교수로 구성된 18인조 밴드를 꾸렸고, 1년 반 동안 8개의 빅밴드 곡을 썼다. 빅밴드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에 더해 관악기인 트럼펫, 트럼본, 우드윈드로 구성된 12~18인조 관악 밴드다. 악기가 많기에 작곡이 어렵고 밴드를 꾸리거나 앨범을 발매하는 비용도 많이 든다. 2~5인조 소규모 재즈 밴드에 비해 인지도도 떨어진다. “내 팔레트에 물감이 한 개 있는 것과 다섯 개 있는 것의 차이랄까요. 물감을 많이 둘수록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져요. 작곡가에게 물감의 개수를 늘리고 싶은 건 본능인 것 같아요. 팔레트 물감을 하나만 쓸 때와, 전부 다 쓸 때의 다이나믹의 선이 엄청 가파른데,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빅밴드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보컬전공의 재즈 작곡가, 미국 뉴욕의 한국인 여성 재즈 뮤지션, 재즈 중에서도 소수인 빅밴드의 리더. 늘 소수자가 되길 자처했기 때문일까. 이지혜의 음악은 ‘나’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시대’를 말한다. 소외된 삶을 살아봤기에 그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소수자를 대변하는 음색을 띈다. 그는 첫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April’(2016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한 위로의 곡을 실었고, 차기 앨범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미국에 혈혈단신으로 건너와서 내가 뿌리 없이 숨겨진 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위태로울 때 어디에 기대야 하지’라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항상 조국과 혈통에 대해 생각합니다. ‘같은 선조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정말 강한 힘을 갖는구나. 나는 결국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요. 그걸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내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에서 소비되길” 11년 간 뉴욕 재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에게는 달걀로 끼니를 때우며 생계를 걱정해야 했을 때도 있었다. 앨범을 낼 여력이 안 돼 지금까지 낸 정규앨범 2장은 모두 크라우드 펀딩 모금을 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Daring Mind의 성공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의 빅밴드 초청을 받아 재즈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연다. 빅밴드가 가장 활성화된 유럽 빅밴드 공연은 재즈 뮤지션에게 등용문으로 여겨진다.“가디언지 4위, 스포티파이 6위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왔지만 하루아침에 일상이 달라지진 않아요. 다만 내가 꺼내놓은 에너지가 내게 돌아와서 나를 새롭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1년 나온 앨범의 에너지가 돌아와서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느낌이죠.” 앨범 ‘Daring Mind‘의 대중적 성공,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의 공연, 독일 빅밴드의 초청까지. 그의 커리어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지만 이 씨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을 쓸 때 남 눈치를 안 보려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공공연하게 소비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제겐 보컬 출신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겪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재즈라는 타국의 예술을 통해 나에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에서 소비되는 날을 꿈꿉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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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병에 야윈 사카모토 류이치, 영혼 실린듯 연주는 묵직했다

    “어쩌면 이런 형식의 연주회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사전 인터뷰에서) 짙은 색깔의 재킷에 검은색 셔츠. 1시간가량 진행된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0)의 연주회는 누가 봐도 ‘종언(終焉)’을 고하는 분위기가 여실했다. 백발에 야윈 기색이 역력한 사카모토는 연주회 내내 ‘딱 한 번’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11일 낮 12시 처음 공개된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는 2020년 12월 무관객 피아노 솔로 콘서트 이후 2년 만에 가진 공연. 지난해 1월 직장암 투병 사실을 밝힌 사카모토는 그간 수술대에 6번이나 올랐다. 도쿄 NHK방송센터에서 녹화한 영상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송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라이브로 콘서트할 체력이 안 된다”는 그의 의사를 반영했다. 영화 ‘리틀 부다’의 배경음악(OST)인 ‘Improvisation on Little Buddha Theme’로 시작된 공연은 모두 13곡의 음악이 연주됐다. 초반부는 투병 생활에 힘겨운 심경이 반영된 듯 어두운 곡들이 많았다. 흑백으로 처리된 영상에서 사카모토는 앞으로 쏟아질 듯 고개를 묻은 채 연주에 전념했다. 앨범 ‘L.O.L’의 오프닝 테마와 영화 ‘토니 타키타니’ OST ‘Solitude’의 스산한 멜로디는 영혼이 실린 듯 묵직하면서도 또렷했다.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그를 대표하는 음악 3곡이 연이어 연주되던 순간. ‘The Sheltering Sky’(영화 ‘마지막 사랑’ OST), ‘The Last Emperor’(‘마지막 황제’ OST), ‘Merry Christmas Mr. Lawrence’(‘전장의 크리스마스’ OST)가 나뭇가지처럼 야윈 손가락을 타고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마지막 황제를 연주하는 클라이맥스에선 사카모토의 거친 숨소리가 살짝 들려오기도 했다. 사카모토가 한 번의 미소를 보여준 것도 이때였다. 입을 꽉 다문 채 내내 굳은 표정이었지만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연주하며 숙제를 끝낸 아이처럼 잠시 평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그는 “이 모든 시간을 지나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듯하다”는 묘한 선문답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온라인 공연은 12일까지 한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30개국에서 방영된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내년 사카모토의 생일인 1월 17일에 발매하는 새 앨범 ‘12’도 들을 수 있다. 공연 티켓 가격은 30달러(약 3만9000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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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데뷔곡 ‘쿠키’, NYT ‘2022년 최고의 노래 70’

    올 7월 데뷔해 케이팝 ‘4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뉴진스’(사진)의 데뷔곡 ‘쿠키’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노래(Best Songs)’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NYT는 7일(현지 시간) 최고의 노래 70곡을 발표하며 쿠키를 “인상적인 케이팝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앨범 가운데 최고의 곡”이라며 목록에 올렸다. 올해 NYT 최고의 노래에 포함된 한국 음악은 쿠키가 유일하다. NYT 대중음악평론가인 존 캐러머니카는 “쿠키의 가장 놀라운 점은 과하지 않은 절제미”라며 “수십 년 전 유행한 R&B 장르를 쾌활한 은유로 풀어냈으며, 매력적인 저지 클럽(1990년대 유행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장르)으로 곡을 마무리했다”고 칭찬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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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 사진 대가가 포착한 잡스-히치콕-보위

    스티브 잡스 자서전 표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80)의 사진전이 8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그의 아시아 및 국내 첫 전시회인 ‘왓슨, 더 마에스트로―알버트 왓슨 사진전’에서는 데뷔작부터 유명인사 및 풍경 사진 등 125점이 소개된다. 왓슨이 촬영한 보그, 롤링스톤의 표지 사진과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도 전시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왓슨은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바자’의 크리스마스호 표지모델로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을 촬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무심한 얼굴로 죽은 거위 목을 잡은 히치콕 사진은 왓슨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케이트 모스,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등 당대의 아이콘을 사진에 담았다. 2006년 잡스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촬영하는 잡지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당시 사진가가 왓슨이었다. 왓슨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4, 5명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고 당신은 옳다고 확신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잡스는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엄지를 턱에 올렸고, 왓슨은 20분간 이 모습을 담았다. 잡스가 “내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고 했던 이 사진은 그의 자서전 표지가 됐다. 왓슨은 ‘포토 디스트릭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2010년 영국 왕립사진협회 명예회원이 됐고, 2015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8일 개막식에 참석한 왓슨은 전시회 기간 특강과 작가 도슨트로 관객을 만난다.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1000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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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스, 히치콕…‘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이 거장들을 담아내는 방법

    스티브 잡스 자서전 표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80)의 사진전이 8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그의 첫 국내 대형 전시회 ‘왓슨, 더 마에스트로-알버트 왓슨 사진전’에서는 상업 사진 데뷔작부터 유명인사의 초상 사진, 풍경과 정물이 있는 개인 작업 등 200여 점이 소개된다. 왓슨이 촬영한 보그, 롤링스톤 등 잡지 표지 사진과 테스트 샷으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도 함께 전시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왓슨은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바자’의 크리스마스호 표지모델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을 촬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왓슨은 히치콕의 크리스마스 거위 요리법을 소개한 잡지 내용에 히치콕의 심리스릴러 영화 스타일을 접목해 “방금 목을 조른 것처럼 거위의 목을 쥐어 보라”고 제안했다. 무심한 얼굴로 죽은 거위 목을 잡은 히치콕의 사진은 왓슨을 패션 사진계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모델 케이트 모스, 글램록의 거장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믹 재거 등 당대의 아이콘을 사진에 담았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뒤 출간된 자서전 표지로도 잘 알려진 잡스의 초상 사진도 왓슨의 손에서 탄생했다. 잡스는 2006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촬영하는 잡지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당시 포토그래퍼는 왓슨이었다. 왓슨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4, 5명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데 당신은 스스로가 옳다고 확신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라”고 주문했다. “쉽네요, 매일 있는 상황이거든요”라고 답한 잡스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엄지를 턱에 올린 채 카메라를 응시했고, 왓슨은 이 모습을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다. 잡스가 “살면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고 했던 이 사진은 자서전 표지가 됐다. 왓슨은 1977년부터 2019년까지 100회가 넘는 보그 표지, 40회 이상의 롤링스톤 표지를 촬영했다. ‘킬빌’(2003), ‘게이샤의 추억’(2005) 등의 영화 포스터도 그의 작업물이다. 그는 어빙 펜, 리처드 애버던과 더불어 ‘포토 디스트릭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로 선정됐다. 2010년 영국 왕립사진협회 명예회원이 됐고, 201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8일 개막식에 참석한 왓슨은 전시회 기간 내 열리는 특강과 작가 도슨트 등을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전 티켓은 티켓링크, 티몬, 멜론티켓, 11번가, 29㎝, 네이버예약, 마켓컬리 등에서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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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조어는 시대의 거울… ‘몰라도 되는 말’은 없다

    9월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는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미친 자’를 합친 ‘헤친자’라는 표현이다. RM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 영화를 5번 봤다고 언급한 데다, 영화 장면과 어울리는 와인 시음 행사에도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쏟는 이들을 ‘오타쿠’라며 폄하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몰입러’ ‘-친자’ ‘처돌이’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디지털어체’를 “나와 다른 세대의 언어”라고 치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언어는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얘기한다. 일단 디지털어체의 특징으로는 짧게 줄여 말하기를 꼽을 수 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버카’(버스 카드)처럼 많은 단어가 축약돼 사용된다. 그렇다 보니 이제 줄임말은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택포’(택배비 포함), ‘무배’(무료 배송)가 일상적인 용어로 쓰인다. 축약어는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 묘사에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서 상대방을 떠보는 사람’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단어 하나로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몇몇 디지털어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경기 침체와 경제적 불평등이 화두가 되면서 돈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다. 2017년 이후 화제가 됐던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돈을 쓰면서 푼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부터 ‘돈쭐내다’는 신조어가 인기다.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시청자들이 광고주에게 드라마 지원 철회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기업의 제품을 적극 구매하자고 독려한 것이 ‘돈쭐내다’는 표현의 시초가 됐다. 온라인에서 언급이 늘어난 단어를 통해 MZ세대의 특성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증가세가 두드러진 단어는 ‘취향’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전도유망한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이나 ‘취저’(취향 저격) 같은 단어들이 보편화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란 분석이다. “세상에 몰라도 되는 단어는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언어 습득 능력을 키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언한다. 첫째, 고유명사를 많이 익히면 도움이 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을 지은 건축가는 김석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아니 에르노 등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을 ‘그’ ‘그거’가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부르는 습관은 새로운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평범한 일반명사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보길 추천한다. 요즘 커피 애호가들은 그냥 커피 원두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내추럴 원두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다양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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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은 ‘헤친자’…역사왜곡 논란 드라마는 ‘돈쭐낸다’? 

    9월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는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미친 자’를 합쳐 ‘헤친자’라는 표현이다. RM이 라이브 방송에서 이 영화를 5번 봤다고 언급한데다, 영화 장면과 어울리는 와인 시음 행사에도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대상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쏟는 이들을 ‘오타쿠’라며 폄하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몰입러’ ‘-친자’ ‘처돌이’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지난달 28일 출간된 ‘말의 트렌드’에서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디지털어체’를 “나와 다른 세대의 언어”라고 치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언어는 현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얘기한다. 일단 디지털어체의 특징으로는 짧게 줄여 말하기를 꼽을 수 있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버카’(버스카드)처럼 많은 단어가 축약돼 사용된다. 그렇다보니 이제 줄임말은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택포’(택배비 포함), ‘무배’(무료배송)가 일상적인 용어로 쓰인다. 축약어는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 묘사에 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듣기 위해서 상대방을 떠보는 사람’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단어 하나로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몇몇 디지털어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경기 침체와 경제적 불평등이 화두가 되면서 돈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다. 2017년 이후 화제가 됐던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돈을 쓰면서 푼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부터 ‘돈쭐내다’는 신조어가 인기다.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뜻으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시청자들이 광고주에 드라마 지원을 계속하면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압박한 것이 ‘돈쭐내다’는 표현의 시초가 됐다. 온라인에서 언급이 늘어난 단어를 통해 MZ세대의 특성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증가세가 두드러진 단어는 ‘취향’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전도유망한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취존’(개인취향존중)이나 ‘취저(취향저격)’ 같은 단어들이 보편화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란 분석이다.“세상에 몰라도 되는 단어는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언어 습득 능력을 키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언한다. 첫째, 고유명사를 많이 익히면 도움이 된다. 서울 예술의 전당을 지은 건축가는 김석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아니 에르노 등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을 ‘그’ ‘그거’가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부르는 습관은 새로운 언어를 흡수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평범한 일반명사도 한 단계 더 파고들어보길 추천한다. 요즘 커피 애호가들은 그냥 커피 원두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내추럴 원두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다양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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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랑’ 머룬5의 특별한 선물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한국말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네요.”(애덤 러빈·머룬5 리더) 한파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0일,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주춤했다. ‘디스 러브’ ‘무브스 라이크 재거’ 등 숱한 히트곡을 보유한 머룬5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머룬5는 2019년 월드투어 후 3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19년 후 처음 갖는 월드투어다. 이날 2만2000여 명의 관객은 스타를 뜨겁게 맞았다. 공연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무브스 라이크 재거’의 경쾌한 멜로디가 퍼지며 멤버들이 등장하자 환호가 터졌다. 햐얀색 티셔츠 위에 화려한 반팔 셔츠를 입은 러빈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2300만 장이 팔린 싱글 ‘무브스 라이크 재거’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달구더니 ‘디스 러브’ ‘스테레오 하츠’ 등 머룬5의 상징과도 같은 곡들로 휘몰아쳤다. ‘원 모어 나이트’가 흘러나올 땐 관중도 다 함께 리듬에 몸을 실었다. 갈수록 고조된 무대는 2012년 히트곡 ‘페이폰’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페이폰은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에 와 있어. 내가 가진 잔돈은 모두 너에게 썼지만 말이야. 시간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같은 감성적 가사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던 곡. 러빈이 “오늘 밤 같이 노래하자. 함께 노래해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불빛을 비춰 달라”고 하자 수만 개의 휴대전화 플래시가 공연장을 별빛처럼 수놓았다. 그 위로 러빈의 귀를 간지럽히는 관능적인 목소리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모두 22곡을 선사한 공연은 멘트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부터 일곱 번이나 한국을 찾으며 애정을 드러낸 머룬5는 한국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도 잊지 않았다. 앙코르 무대에서 영화 ‘비긴 어게인’(2014년)의 OST ‘로스트 스타스’로 대미를 장식한 것. 준비한 곡 목록에 없었던 ‘로스트 스타스’는 머룬5의 깜짝 선물이었다. 러빈은 “우린 이 곡을 연습하지도 않았다”며 즉흥 무대임을 암시했다. 은은한 기타 멜로디에 얹힌 감미로운 목소리. 끝까지 뜨거운 환호성이 가득했던 공연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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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오게 돼 기뻐요”…4년만에 한국 찾은 마룬5, 한파도 녹인 열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한국말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네요.”(마룬5 리더 애덤 리바인)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30일,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주춤했다. ‘디스 러브’ ‘무브스 라이크 재거’ ‘맵스’ ‘쉬 윌 비 러브드’ 등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마룬5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2019년 월드투어 ‘레드 필 블루스’ 이후 3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것. 마룬5도 팬데믹 여파로 2019년 후 처음 갖는 월드투어다. 이날 2만2000여 명의 관객은 오랜만에 찾아온 슈퍼스타를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공연장 바깥부터 인증샷을 찍으며 분위기가 뜨거웠다. 공연이 시작되자 90분 동안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연주와 노래에 겉옷까지 벗어 던지고 응원봉을 흔드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공연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오후 8시 20분경 ‘무브스 라이크 재거’의 경쾌한 멜로디가 퍼지며 멤버들이 등장하자 환호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햐얀 티셔츠에 화려한 반팔 셔츠를 입은 리바인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2300만 장이 팔린 싱글 ‘무비스 라이크 재거’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달구더니 ‘디스 러브’ ‘스테레오 허츠’ 등 마룬5의 상징과도 같은 곡들로 휘몰아쳤다. 레게와 힙합이 뒤섞여 그루브를 타기 좋은 ‘원 모어 나이트’가 흘러나올 땐 관중도 다함께 리듬에 몸을 실었다. 갈수록 고조됐던 무대는 2012년 히트곡 ‘페이폰’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페이폰은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에 와 있어. 내가 가진 잔돈은 모두 너에게 썼지만 말야. 시간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같은 감성적 가사로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던 곡. 러바인이 “오늘 밤 같이 노래하자. 함께 노래해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모두 불빛을 비춰 달라“고 하자, 수만 개의 휴대전화 플래시가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을 별빛처럼 수놓았다. 그 위로 어쿠스틱 기타에 맞춘 러바인의 귀를 간지럽히는 관능적인 목소리가 살포시 내려앉았다.모두 22곡을 선사한 공연은 별 다른 멘트보단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부터 일곱 번이나 한국을 찾으며 애정을 과시했던 마룬5는 한국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도 잊지 않았다. 앵콜 무대에서 지금도 사랑받는 영화 ‘비긴 어게인’(2014년)의 OST ‘로스트 스타즈’로 대미를 장식한 것. 원래 준비한 곡 목록에 없었던 ‘로스트 스타즈’는 마룬5가 현장에서 마련한 깜짝 선물이었다. 러바인 역시 “우린 이 곡을 연습하지도 않았다”며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무대임을 암시했다. 은은한 기타 멜로디에 얹혀진 감미로운 목소리. 마지막까지 뜨거운 환호성이 가득했던 공연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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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뷰티 메카’ 압구정동에 마동석이 떴다

    눈만 돌리면 성형외과 간판이 시선에 포착된다. 길을 걸으면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여성들과, 성형외과 건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성형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압꾸정’은 성형의 대명사가 된 압구정동의 역사를 짚는다. ‘비포 앤드 애프터’ 마케팅의 시초, 성형외과 원장 타이틀 쟁탈전, 성형외과 상담실장의 등장, 원가 6000원짜리 국산 필러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독일제 필러로 둔갑되는 과정, VIP만 받는 은밀한 성형외과와 그곳에서 횡행하는 ‘우유주사’(프로포폴)까지…. ‘K뷰티’의 시작과, 그 뒤에 숨겨진 거래와 음모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압구정동 성형 역사의 출발점에는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는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과 업계 최고의 손놀림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가 있다. 두 사람은 중국자본을 등에 업고 압구정동의 ‘큰손’ 사업가가 된 조태천(최병모)의 힘을 빌려 압구정동 한복판에 15층 규모의 성형외과를 세우고 돈을 쓸어 모은다. 영화 제작에는 ‘범죄도시’ 1, 2편 제작사인 빅펀치픽쳐스와 홍필름이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범죄도시2’에서 통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1269만 관객을 모은 마동석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내가 네 시어머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변호사라니까 무슨 벼농사예요?”와 같은 말장난과 조태천의 자금줄인 중국 사업가 왕회장을 ‘왕서방’이라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는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강대국이 자주 하는 “뭔 말인지 알지?”는 마동석의 실제 말버릇이다. 교양과 격식을 갖춘 사업가가 아닌, ‘말빨’과 본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강대국은 상대에게 확신을 줘야 하는 순간 “뭔 말인지 알지? 형이야”라며 능청스럽게 위기를 모면해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공하기 위해 (압구정)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강대국의 모델이 된 한 분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말하고, ‘텐션’이 굉장히 높았다. 압구정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캐릭터에 녹였다”고 말했다. 패션은 압구정동과 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만큼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다. 주로 조폭과 형사를 연기해 어두운 색 정장을 자주 입었던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화려한 패턴의 실크 셔츠, 분홍색 선글라스에 베레모를 쓰고 나온다. 제작진은 마동석을 위해 맞춤형 실크 셔츠를 50벌 이상 만들었다. 정경호는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역할에 어울리도록 2000년대 후반 유행하던 럭셔리 브랜드를 20여 벌 활용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오미정 역을 맡은 배우 오나라도 핑크색, 주황색 등 원색 의상을 선보인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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