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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수지가 가득 차 있어야 할 때인데 지금은 바닥이 훤히 보이지요. 이래선 농사는커녕 물 끊길까 걱정이에요.” 6일 오후 경북 문경시에서 만난 주민 김순이 씨(71)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생활·농업용수원인 경천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경은 경천호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경 방문한 경천호는 가뭄으로 수위가 5m가량 낮아져 상류 부근 일부가 바닥을 드러냈다.● ‘제2의 강릉’ 위험지역 37곳… 강원 지역 최다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천호 저수율은 25%로, 경북 지역 평균(49.2%)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9월 경천호 저수율(45.8%)과 비교해도 낮았다. 저수량도 11만 ㎥로 강릉(203만 ㎥)의 20분의 1 수준이다. 문경시 주민들은 “날이 계속 가물면 강원 강릉시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8일 동아일보가 환경부 ‘상수도 통계’와 국가가뭄정보포털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제2의 강릉’이 될 수 있는 지역이 총 3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모두 다목적댐·용수댐·저수지가 1개 이하면서 수도관을 통해 새어나간 물의 비율이 강릉(23.4%)을 웃돌았다. 전국 평균 상수도 누수율은 약 10%인데, 이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로 많은 물이 낭비되고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가뭄 위험 지역은 강원이 평창군, 양구군 등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경북(8곳)과 충남·전북(각 4곳), 경남·충북(각 3곳), 전남·제주(각 2곳), 경기(1곳)가 이었다. 충남 보령시의 경우 보령댐 하나에 생활용수뿐 아니라 산업용수까지 완전히 의존한다. 누수율마저 40.7%로 높아 매년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보령댐에 기댄 청양 등 시군 8곳의 인구만 5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인근 산업단지와 화력발전소도 보령댐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가물면 주민뿐 아니라 지역 산업까지 동시에 타격을 받는 구조다. 보령시 성리에 사는 김진태 씨(65)는 “2015년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한 뒤 매년 여름이면 윗마을이나 산간 지역에서 단수 소식이 들린다”며 “인근에 공장이 늘어난 만큼 물 사용량도 늘었는데 눈에 띈 대책은 그동안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북 문경시와 영덕군, 전남 구례군, 충북 영동군, 강원 평창군 등 5곳은 강릉보다 저수량도 적었다.● 새어나간 물만 연간 6900억 원어치문제는 수원(水源)이 하나도 없거나 1개뿐인 상황에서 누수율마저 높으면 수자원 낭비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물 공급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전국 누수량은 6억7000t으로 약 6900억 원의 수자원이 낭비됐다. 전문가들은 누수율이 높으면 아무리 많은 물을 공급해도 가뭄 시 취약해진다고 지적한다. 한때 누수율이 60%에 달했던 강원 태백시는 가뭄이 발생하면 물부족이 심해져 3개월간 제한급수까지 시행해야 했다. 상수도 최적화 사업을 통해 누수율을 내린 후에야 상황이 나아졌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선 수도관을 개선해 누수율을 낮추고 개인 차원에선 물을 아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단 2∼4주 새 가뭄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돌발 가뭄’도 늘고 있다. 송영석 건국대 소방방재융합학과 교수 등이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0년간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96건의 가뭄 중 39건(40.1%)이 돌발가뭄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자구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중장기 상수도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주시는 2015년경 큰 가뭄을 겪은 뒤 대형 관정을 설치하고 저수지를 파내는 등의 방법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돌발가뭄이 상수(常數)가 된 만큼 탄탄한 상수도 인프라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문경=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보령=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지난달 28일 오후 3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왕복 2차로. 회색 쏘렌토에 탄 20대 남성들이 지나가던 저학년 남자아이 2명에게 차창 너머로 건넨 말이다. 아이들이 놀란 듯 뒷걸음치자 차량이 따라서 후진했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듯 황급히 뛰어서 자리를 벗어났다. 5일 경찰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유괴 시도 당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이다. 유괴 미수범 일당 3명은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밌어 장난삼아 그랬다”고 경찰에 주장했지만, 이들은 앞서 두 차례나 같은 행동을 한 상황이었다.● 피해 아동 뒷걸음치자 따라서 후진이날 서울서부지법은 이들 일당 3명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범행을 만류한 1명은 구속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의자들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으로 향하며 “실제로 유괴할 의도가 있었나” “왜 세 번이나 범행을 반복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2일 처음 신고가 접수됐을 땐 허위라고 봤으나 추가 신고로 재수사에 착수해 실제 범행을 확인했다. 이후 이들 일당은 조사에서 “실제로 차에 태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세 차례나 유괴를 시도한 데다 도망치려는 아이들을 따라 차량을 후진시킨 모습이 CCTV에 포착되는 등 계획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을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소식을 접한 학부모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임모 씨(32)는 “집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불안한 나머지 실제 장소를 다른 학부모들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2020년 210건에서 2021년 240건, 2022년 276건, 2023년 342건, 지난해 316건 등이다.● 강제추행 전과자가 유괴 시도해도 집행유예현행법상 미성년자를 약취하거나 유인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은 가벼운 경우가 많다. 2023년 2월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술에 취한 남성이 “아이가 예쁘다”며 8세 여아 소매를 잡아끌다 보호자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남성은 이미 아동 강제추행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시 보호자가 동행해 약취 가능성이 작았고, (피고인이) 사회적 유대 관계가 있다”며 형을 낮춰줬다.반면 미국은 연방법과 주법 모두 미성년자 납치와 납치 미수 모두 중범죄로 취급해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길 가던 아동을 엄마 품에서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쳤고, 납치·납치 미수에 대해 3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주법에 따라 올 7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월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있던 5세 아동을 데려가려 한 3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이 실제로 집행되는 셈이다.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본보기 차원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일부 피의자가 범행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거나 또래 집단 내에서 과시하기 위한 심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판례에서 아동 대상 범죄 전반의 형량이 낮게 선고되다 보니 범행 억제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지난달 28일 오후 3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왕복 2차로. 회색 쏘렌토에 탄 20대 남성들이 지나가던 저학년 남자아이 2명에게 차창 너머로 건넨 말이다. 아이들이 놀란 듯 뒷걸음치자 차량이 따라서 후진했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듯 황급히 뛰어서 자리를 벗어났다. 5일 경찰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유괴 시도 당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이다. 유괴 미수범 일당 3명은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밌어 장난삼아 그랬다”고 경찰에 주장했지만, 이들은 앞서 두 차례나 같은 행동을 한 상황이었다.● 피해 아동 뒷걸음치자 따라서 후진이날 서울서부지법은 이들 일당 3명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범행을 만류한 1명은 구속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의자들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으로 향하며 “실제로 유괴할 의도가 있었나” “왜 세 번이나 범행을 반복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경찰은 이달 2일 처음 신고가 접수됐을 땐 허위라고 봤으나 추가 신고로 재수사에 착수해 실제 범행을 확인했다. 이후 이들 일당은 조사에서 “실제로 차에 태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세 차례나 유괴를 시도한 데다 도망치려는 아이들을 따라 차량을 후진시킨 모습이 CCTV에 포착되는 등 계획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을 압수해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소식을 접한 학부모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임모 씨(32)는 “집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불안한 나머지 실제 장소를 다른 학부모들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2020년 210건에서 2021년 240건, 2022년 276건, 2023년 342건, 지난해 316건 등이다.● 강제추행 전과자가 유괴 시도해도 집행유예현행법상 미성년자를 약취하거나 유인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은 가벼운 경우가 많다. 2023년 2월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술에 취한 남성이 “아이가 예쁘다”며 8세 여아 소매를 잡아끌다 보호자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남성은 이미 아동 강제추행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사건 당시 보호자가 동행해 약취 가능성이 작았고, (피고인이) 사회적 유대 관계가 있다”며 형을 낮춰줬다.반면 미국은 연방법과 주법 모두 미성년자 납치와 납치 미수 모두 중범죄로 취급해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길 가던 아동을 엄마 품에서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쳤고, 납치·납치 미수에 대해 3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주법에 따라 올 7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월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있던 5세 아동을 데려가려 한 3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본보기 차원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일부 피의자가 범행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거나 또래 집단 내에서 과시하기 위한 심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판례에서 아동 대상 범죄 전반의 형량이 낮게 선고되다 보니 범행 억제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허위 테러 협박에 가장 강력한 대응은 ‘관심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폭발물 협박 글로 인한 경찰·소방력 낭비가 심해지는 가운데,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들은 협박범의 동기를 ‘왜곡된 인정 욕구’로 규정하며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반응이 오히려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조용히 추적해 검거하는 방식으로 억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신세계면세점 폭파예정ㅋ”라는 댓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달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 등에 경찰을 출동시킨 30대 남성은 5시간 만에 경기 여주시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 남성은 범행 동기를 함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관심을 끌기 위한 장난이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렸다 붙잡힌 중학생은 “사람들 반응이 궁금했다”고 진술했다. 3일 동아일보가 접촉한 전문가 5명은 이런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젊은 층의 ‘관심받고 싶다’는 심리가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올 4월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23∼2024년 범죄 예고로 1심 유죄가 나온 44건 중 38건의 동기가 ‘관심 유발’과 ‘분노 표출’이었다. 올 3월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후 지난달까지 이 혐의로 검거된 48명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40세 이하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은 테러 예고 글로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손실을 즐기고 해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협박범이 경찰·소방의 출동 과정마저 사회 통제 행위처럼 여기고 희열을 느낀다고 경고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회가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조종한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에서 비주류인 젊은 세대가 자기 지위를 확인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하나의 게임처럼 범죄 예고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응은 기술적 추적과 형사 처벌만이 아니라 ‘관심을 최소화하는 방식’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거와 동시에 ‘주목받지 못한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허위 협박이 누적되면 실제 상황에서 대응력이 약해지는 ‘양치기 소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통한 문체·음성 분석 등 수사 고도화로 실제 위협 수준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40대 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부녀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비로 갈등”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7분경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체인 본사 임원인 40대 남성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테리어 업자 남녀는 부녀지간으로 확인됐다. 흉기는 매장 주방에 있던 칼이었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체인 본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매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가맹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아침에 출근했더니 타일이 깨져 있었다.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업체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측이 ‘보증 기간(1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대응하며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체인 본사 임원은 A 씨와 인테리어 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날 해당 체인 본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는 A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갈등을 빚은) 인테리어 업체는 A 씨가 직접 선택해 계약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맹 본부의 갑질 등 부당한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 씨가 회복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가맹 분쟁 584건 해당 체인은 창업 점주들에게 교육비 약 300만 원, 주방 장비 2300만∼2800만 원 등 총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 타일, 바닥 등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업체 선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인테리어와 관련한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잦은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4041건 가운데 584건이 가맹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곳에서 가맹점주 2491명이 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일상 속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미수 포함) 피의자 795명 중 ‘당사자 간의 대인 갈등’으로 인해 저지른 피의자가 25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가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 속 갈등이 범죄화되는 과정엔 억눌려 있던 ‘분노’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개인적인 불화 관계로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살인이나 흉기 난동으로 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된 좌절과 분노가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상적 다툼이나 갈등이 ‘생활형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로 연결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흉악범들을 한 교도소로 옮기기 위해 비행기로 이송하는 과정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콘 에어’(1997년)의 한국판인 셈이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이들만 45명이었다. 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 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됐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40대 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부녀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비로 갈등”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7분경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체인 본사 임원인 40대 남성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테리어 업자 남녀는 부녀지간으로 확인됐다. 흉기는 매장 주방에 있던 칼이었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경찰과 체인 본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매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가맹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아침에 출근했더니 타일이 깨져있었다.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업체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측이 ‘보증 기간(1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대응하며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체인 본사 임원은 A 씨와 인테리어 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이날 해당 체인 본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는 A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갈등을 빚은) 인테리어 업체는 A 씨가 직접 선택해 계약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맹 본부의 갑질 등 부당한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 씨가 회복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가맹 분쟁 584건해당 체인은 창업 점주들에게 교육비 약 300만 원, 주방 장비 2300만~2800만 원 등 총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 타일, 바닥 등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업체 선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인테리어와 관련한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잦은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4041건 가운데 584건이 가맹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곳에서 가맹점주 2491명이 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일상 속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미수 포함) 피의자 795명 중 ‘당사자 간의 대인 갈등’으로 인해 저지른 피의자가 25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가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 속 갈등이 범죄화되는 과정엔 억눌려있던 ‘분노’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개인적인 불화 관계로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살인이나 흉기 난동으로 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된 좌절과 분노가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상적 다툼이나 갈등이 ‘생활형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로 연결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후 5시 48분경 인천국제공항 F게이트.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수갑을 찬 채 호송관 양옆에 붙들려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했고, 피의자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지어 나온 피의자 가운데는 10,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적지 않았다. 손목에는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은 천이 감싸져 있었다. 공항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야?” “몇 명이야?”라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경찰청은 이날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했거나 필리핀에서 검거된 범죄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2017년 47명의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송환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송환된 이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하고 16년간 도피한 60대와,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 등이 포함됐다. 국제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이들만 45명이었다.피의자들은 이날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immigration deportee(이민 추방자)’라고 적힌 주황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오른쪽 가슴에 1번부터 49번까지 번호와 영문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았다.출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 1억 원을 들여 전세 낸 보잉 737 국적기에 차례로 올라탔다. 기내에서 대기하던 한국 경찰은 이들이 탑승하자마자 권리를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피의자 1명을 사이에 두고 호송관 2명이 양옆에 앉는 ‘샌드위치’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전세기에는 호송관 외에도 지원 경찰 20명과 필리핀 이민청 직원 12명 등이 함께 탑승했고, 테이저건과 포승줄 등도 갖췄다. 승무원은 전원 남성이었으며 경찰병원 소속 의료진도 등승했다. 기내식은 안전을 위해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샌드위치가 제공됐다. 비행 내내 긴장감이 감돌아 기내는 조용했다고 한다.오후 4시 40분경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피의자들은 안전을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수취대를 거쳐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량에 탑승해 각 사건 관할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받았다. 박재석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로 신속히 송환과 수사가 이뤄진 만큼 교민 사회에 안심을 줄 수 있고, 공범 추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사흘간 열린 ‘2025 에이팜쇼’의 에이팜마켓에는 전국 우수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사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북 의성군 자두 등 지역 농산물은 물론이고 임실 치즈와 요거트,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와인 등 다양한 가공식품도 인기를 끌었다. 31일 방문한 임숙자 씨(60)는 머루주와 머루로 만든 발사믹 식초, 홍삼 등을 구매했다. 임 씨는 “발사믹 식초가 몸에 좋다고 해서 한번 사봤고, 홍삼도 평소 먹던 것보다 가격이 좋은 것 같아 구입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곳에서 복숭아를 산 이모 씨(39)도 “직접 농사지은 생산자가 소개해 주고 시식까지 할 수 있어 믿고 살 수 있었다”며 “마트보다 저렴한데 당도까지 높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번 에이팜쇼에선 청년 농업인의 판로를 확대할 기회를 제공하는 ‘MD 품평회’도 열렸다. 쿠팡, GS홈쇼핑,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농협하나로유통 등 29개 유통업체 MD들이 참여해 이들 제품의 경쟁력과 시장성을 평가했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팜으로 제품을 생산해 품질이 우수하고 시장성까지 갖춘 업체들이 많아 놀랐다”며 “2, 3군데는 실제 입점을 고려할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질페스토를 생산하는 임혜빈 ‘더자란’ 대표는 “구체적인 유통 방식, 시장 트렌드에 대해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너무 좋은 제안과 조언을 받았다”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요즘처럼 덥고 기력이 없을 때 오리고기를 드시면 힘이 납니다.”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에이팜쇼’의 ‘에이팜 100인 식탁’ 무대에 선 정호영 셰프는 국내산 오리고기와 인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요리쇼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100석이 꽉 찼다. 정 셰프가 요리하는 내내 객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리듯 찾아왔다 자리가 없어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리고기와 인삼 튀김을 올린 메밀국수가 완성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대표 시식자로 무대에 올라온 홍서연 씨(21)는 “인삼 튀김이 하나도 쓰지 않고 아주 바삭하다”고 했다. 주말인 30, 31일 에이팜쇼에서는 요리쇼와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면서 가족 단위 관램객이 몰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오유진 씨(47)는 “평소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아 찾아왔다. 요리쇼는 일부러 사전 예약까지 했다”며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도 그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보기 어려운데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계속된 원데이 클래스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이 많았다. 30일 열린 ‘라이스클레이’에서 참가자들은 준비된 우리 쌀 반죽으로 과일 모양의 떡과 마카롱을 만들었다. 장재은 양(9)은 “반죽이 부드러워서 슬라임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밌다”면서 “떡을 직접 만들어 보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6세 자녀와 함께 온 이경민 씨(42)는 “아이들과 함께 추석과 송편의 유래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31일엔 이화선 ‘나린증류소’ 대표가 누룩으로 빵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누룩빵은 우리나라 땅에서 나온 건강한 곡물과 우리 술이 섞이며 나온 빵”이라고 소개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50mL가량의 막걸리를 조금씩 붓기 시작하자 시큼한 향이 퍼졌다. 가족과 함께 온 이심철 씨(45)는 “누룩빵은 들어만 봤지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기부 캠페인도 진행됐다. 사회적기업 ‘위기브’는 에이팜쇼 현장에서 관람객이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사진을 촬영하면 위기브가 기부를 진행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행사 기간 약 200명이 참여해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은 광주 동구의 ‘유기견 안락사 제로(0) 프로젝트’에 전달될 예정이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요즘처럼 덥고 기력 없을 때 오리고기를 드시면 힘이 납니다.”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에이팜쇼’의 ‘에이팜 100인 식탁’ 무대에 선 정호영 셰프는 국내산 오리고기와 인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요리쇼가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100석이 꽉 찼다. 정 셰프가 요리하는 내내 객석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리듯 찾아왔다 자리가 없어 서서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리고기와 인삼 튀김을 올린 메밀국수가 완성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대표 시식자로 무대에 올라온 홍서연 씨(21)는 “인삼 튀김이 하나도 쓰지 않고 너무 바삭하다”고 했다. 주말인 30, 31일 에이팜쇼에서는 요리쇼와 쿠킹클래스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 가족단위 관램객이 몰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오유진 씨(47)는 “평소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아 찾아왔다. 요리쇼는 일부러 사전 예약까지 했다”며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도 그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보기 어려운데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계속된 원데이클래스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이 많았다. 30일 열린 ‘라이스클레이’에서 참가자들은 준비된 우리 쌀 반죽으로 과일 모양의 떡과 마카롱을 만들었다. 장재은 양(9)은 “반죽이 부드러워서 슬라임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밌다”며 “떡을 직접 만들어보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6세 자녀와 함께 온 이경민 씨(42)는 “아이들과 함께 추석과 송편의 유래까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며 “우리 쌀 송편을 직접 빚어 먹으니 정성이 더해져 더 맛있다”고 했다. 31일엔 이화선 ‘나린증류소’ 대표가 누룩으로 빵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누룩빵은 우리나라 땅에서 나온 건강한 곡물과 우리 술이 섞이며 나온 빵”이라고 소개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50ml 가량의 막걸리를 조금씩 붓기 시작하자 시큼한 향이 퍼졌다. 가족과 함께 온 이심철 씨(45)는 “누룩빵은 들어만 봤지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아들인 준성 군(9)도 “빵을 처음 만들어봤는데 재밌다”며 “집에서 또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 에이팜쇼 행사장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도 마련됐다. 30일 가족들과 함께 온 이현 군(7)은 곤충 체험을 한 뒤 “굼벵이와 사슴벌레를 직접 만져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농업과 관련이 없었던 저도 귀농을 했으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지금은 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박우주 청양참동TV 대표)30일 열린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제1전시장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귀농 생활을 소개하는 청년 농업인들의 ‘오픈 농(農)톡(Talk)’ 행사가 진행됐다. 충남 청양군에서 고추와 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는 박 대표와 10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양봉 유튜버’ 김국연 프응TV 대표가 생생한 경험을 전달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모여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2018년 귀농을 결정한 박 대표는 어디에서 살고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직접 부딪히며 노하우를 터득했다. 귀농 교육을 듣고 집을 구하기 위해 오전 9시마다 면사무소를 찾아 마을 이장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귀농 첫해에는 고추, 구기자 말고도 고구마, 방울토마토 등 많은 작물을 심었는데, 이게 큰 패착이었다”며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2년차부터 가공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니 수익이 2~3배로 올랐고 3년차에는 집과 땅을 갖겠다는 꿈도 이뤘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귀농 희망자들에 특산물 재배를 추천했다. 그는 “하나의 작물에 집중하려면 특산물을 추천한다”며 “구기자의 경우 특용작물이지만 청양의 특산물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도 많이 이뤄진다”고 했다.김 대표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양봉 유튜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 꿀 가격이 20년 전과 같았다”며 “꿀을 생산하는 과정을 유튜브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라고 말했다.예비 양봉인들에게는 꿀을 채밀하는 시기에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초기 비용을 아끼려고 가을, 겨울에 벌을 사면 다음 해 꿀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만 해야해 초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비싸더라도 4월에 벌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이날 제2전시장에서는 지자체의 귀농·귀촌 설명회가 진행됐다. 전북특별자치도 설명회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설명회가 끝난 이후에도 질문을 이어갈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북 김제시 또는 임실군으로의 귀농을 생각 중인 임소영 씨(45)는 “전북은 수도권과 2~3시간 거리라 접근성이 좋다”며 “18년간 회사 생활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정년 제약 없이 일하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지자체 부스에서 상담도 이어졌다. 이날 충청북도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은 한철동 씨(81)는 “선산이 있는 충북 음성군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복숭아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며 “귀농인 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우연을 믿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을 믿어 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쓰일 기회가 올 겁니다.” 갈색 머리의 외국인 교수는 연단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배웠던 중국어가 지금은 판소리 사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7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부교수(사진)가 축사 연사를 맡았다. 독일 태생인 그는 2020년 최연소 서울대 국악과 조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예이츠 교수는 “성공이란 하나의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 발전시킨다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예이츠 교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뒤 대만에서 중국어를 익히며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석사과정에서 대중음악과 문화정책을 연구했고, 이후 판소리에 매료돼 인류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며 “그 당시엔 몰랐어도 결국 모든 단계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고 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인문대 서양사학과 21학번 김주안 씨가 맡았다. 기초학문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국제교류와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쓴 그는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받았다. 서울대는 이날 학사 1015명, 석사 1304명, 박사 700명 등 총 3019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우연을 믿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믿어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쓰일 기회가 올 겁니다.”갈색 머리의 외국인 교수는 연단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배웠던 중국어가 지금은 판소리 사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7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부교수가 축사 연사를 맡았다. 독일 태생인 그는 2020년 최연소 서울대 국악과 조교수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예이츠 교수는 “성공이란 하나의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해 발전시킨다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예이츠 교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뒤 대만에서 중국어를 익히며 K팝의 세계적 인기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석사과정에서 대중음악과 문화정책을 연구했고, 이후 판소리에 매료돼 인류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며 “그 당시엔 몰랐어도 결국 모든 단계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라고 했다.졸업생 대표 연설은 인문대 서양사학과 21학번 김주안 씨가 맡았다. 기초학문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국제교류와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쓴 그는 학부생 연구지원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 씨는 “졸업 후 서양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아직 역사 속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이들을 복원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어떤 몸, 어떤 정체성을 가졌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날 학사 1015명, 석사 1304명, 박사 700명 등 총 3019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추락해 숨졌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12층 오피스텔 앞에 여자 3명이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어머니인 40대 여성과 큰딸은 현장에서 숨졌고, 작은딸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두 딸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 나이로, 모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유서나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채무와 관련 있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이나 음주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세 모녀가 거주하는 12층 오피스텔의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취재해 보니 오피스텔 옥상은 12층에서 별도의 잠금 장치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옥상 담장은 성인 어깨 정도의 높이였고, 담장 아래엔 모녀가 밟고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벤치 주변엔 노란색 경찰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추락한 지점은 흰색 천으로 표시돼 있었고, 미처 지우지 못한 혈흔도 곳곳에서 보였다. 오피스텔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32)는 “(26일) 귀가하던 중 (사고 지점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매우 놀랐다. 이후 주위 이웃들이 몰려들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지는 않았다고 추정했다. 이 오피스텔은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수준이다. 강서구에 따르면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확인 결과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를 모니터링하는 행복e음시스템에도 이들이 포착된 적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사건 전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고 남편 등 유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모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검토하고 있다.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부검은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인터넷에서 네가 나온 영상을 본 것 같아.” 지난해 2월, 업계 동료의 이 한마디가 20대 여성 이모 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료가 알려준 일본 소재 Y사이트에는 이 씨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는 나체 영상이 걸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알게 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태국 소재 C사이트 등 플랫폼 2곳에서도 어떻게 촬영됐는지 모를 이 씨의 영상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 그는 불안에 떨며 사설 업체에 착수금 200만 원을 주고 영상을 없애 달라고 의뢰했지만, 이미 퍼진 영상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근 불법 촬영물이 텔레그램 등 잘 알려진 플랫폼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뚜렷하다. 텔레그램이 불법 촬영물 확산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 후 서비스 약관 등을 바꿔 불법 행위를 한 사용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이너 플랫폼에 들어선 ‘불법 촬영물 장터’ 또 다른 20대 여성 임지은(가명) 씨는 올 6월 미국 소재 P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된 영상을 발견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혼비백산한 임 씨는 남자 친구 몰래 그의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남자 친구가 임 씨뿐만 아니라 최모 씨 등 전 연인들의 수많은 불법 촬영물을 P앱과 B앱 등에 업로드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임 씨로부터 전해 들은 최 씨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제3자가 재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또 영상이 나타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임 씨와 최 씨는 이 남성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27일 취재팀이 직접 B앱에 접속해 ‘영상’ ‘영상 판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여성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영상을 판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다. B앱은 X(옛 트위터)처럼 게시글, 댓글,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용자들은 주로 판매자가 올린 영상 샘플을 보고 쪽지(DM)로 계좌번호를 교환하고 있었다. P앱의 경우 구조가 더 노골적이었다. 영상을 사고팔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상단에 노출된 크리에이터 프로필을 누른 뒤 하단에 제시된 링크만 클릭하면 불법 촬영물들이 ‘미리 보기’ 형태로 쉽게 드러났다.● 전문가 “국제 공조 없이는 무력” 이런 마이너 플랫폼의 문제는 본사와 서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 삭제나 유포범 추적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락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제도도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면 접속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 성범죄 전문 김지진 변호사는 “이름조차 생소한 마이너 플랫폼에 불법 촬영물이 유통돼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사건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범죄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제작·유포 피해는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2020년 5032건에서 지난해 7202건으로 4년 새 4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를 통한 사이버범죄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이버범죄 처벌과 신속한 국제 공조를 규정한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 2023년부터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사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등이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보전 요청’ 제도가 미비해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추락해 숨졌다.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경 “12층 오피스텔 앞에 여자 3명이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어머니인 40대 여성과 큰딸은 현장에서 숨졌고, 작은딸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두 딸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 나이로, 모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유서나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채무와 관련 있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이나 음주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경찰은 세 모녀가 거주하는 12층 오피스텔의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취재해보니 오피스텔 옥상은 12층에서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옥상 담장은 성인 어깨 정도의 높이였고, 담장 아래엔 모녀가 밟고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벤치 주변엔 노란색 경찰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추락한 지점은 흰색 천으로 표시돼 있었고 미처 지우지 못한 혈흔도 곳곳에서 보였다.오피스텔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32)는 “(26일) 귀가하던 중 (사고 지점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매우 놀랐다. 이후 주위 이웃들이 몰려들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몰려들었다”고 전했다.경찰은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지는 않았다고 추정했다. 이 오피스텔은 전세보증금이 4억 원 수준이다. 강서구에 따르면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확인 결과 단전·단수 등 위기가구를 모니터링하는 행복e음시스템에도 이들이 포착된 적은 없었다.이날 경찰은 사건 전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고 남편 등 유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모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검토하고 있다. 유족 의견을 반영해 부검은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 구로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수류탄(사진)이 발견돼 교직원과 주민들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과 군이 긴급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구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 40분경 궁동 우신 중·고교 분리수거장에서 “수류탄 2발이 놓여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불러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수류탄을 수거했다. 휴일이어서 교실에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 건물과 운동장 등에 있던 교직원과 인근 주민들은 모두 외부로 긴급 대피했다. 수류탄은 겉모습이 실제 군용 장비와 유사했다. 폭발 위험 여부는 군 당국이 정밀 감식을 통해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우신 중·고교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지만 곧장 가정통신문을 제작·배포했기 때문에 학부모의 별다른 우려나 문의는 없었다”며 “25일에는 휴교 등 조치 없이 정상 등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5일 교장, 교감, 안전 담당 부장 등을 소집해 외부인 침입 통제 강화, 위험물 발견 시의 대응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부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을 통해 수류탄이 어떻게 학교 안에 들어왔는지, 누가 두고 갔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구로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수류탄이 발견돼 교직원과 주민들이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찰과 군이 긴급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구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 40분경 궁동 우신 중·고교 분리수거장에서 “수류탄 2발이 놓여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불러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수류탄을 수거했다.휴일이어서 교실에는 학생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 건물과 운동장 등에 있던 교직원과 인근 주민들은 모두 외부로 긴급 대피했다. 수류탄은 겉모습이 실제 군용 장비와 유사했다. 폭발 위험 여부는 군 당국이 정밀 감식을 통해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우신 중·고교 관계자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지만 곧장 가정통신문을 제작·배포했기 때문에 학부모의 별다른 우려나 문의는 없었다”며 “25일에는 휴교 등 조치 없이 정상 등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5일 교장, 교감, 안전 담당 부장 등을 소집해 외부인 침입 통제 강화, 위험물 발견 시의 대응 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부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을 통해 수류탄이 어떻게 학교 안에 들어왔는지, 누가 두고 갔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노출 사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한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이 피해자를 실존 인물로 한정하고 있어서 생긴 규제 공백이다. AI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고려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8단독 이정훈 판사는 최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여성이 나체를 드러낸 AI 합성사진을 공유했다. 검찰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물”이라며 김 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김 씨 측은 “사진 속 인물은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 인물을 대상으로는 성적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김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AI 가상인물 음란물이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팔리는 등 확산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대로는 청소년이 AI 딥페이크 음란물에 노출돼도 규제할 수 없다.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성인 AI 음란물’ 수백만건 판쳐도, 실존인물 아니면 처벌 어려워“실존인물 아니면 무죄” 판결 논란성인 대상 ‘AI 합성물’ 규제 공백… 정보통신망법은 형량 낮아 효과 의문美, 실존인물로 인식 여지땐 처벌… “사회적 해악 기준 법 재정비해야”“(딥페이크 음란물의 피해자인) ‘사람’은 합성에 동의하거나 반대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존 인물이어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여성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내놓은 핵심 판단이다. 재판부가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조항의 적용 대상을 ‘의사 표현이 가능한 실존 인물’로 한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성인 대상 AI 합성 음란물이 현행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규제 공백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인 AI 음란물은 엄벌 사각지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I 발달로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인물 이미지를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고, 합성·편집 기술의 고도화로 실제 촬영물과 인위적 합성물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가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 형사재판 원칙에 따라 보수적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AI를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범죄는 총 3가지다. 그중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실존 인물이 아니면 처벌이 어렵다는 허점이 이번 판결로 드러났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죄는 실존 인물이 아니어도 처벌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아동·청소년이어야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은 음란물 유포 자체를 금지하지만 형량이 최대 징역 1년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입법을 통해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성인 대상 AI 합성물은 규제 사각지대 놓이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AI 음란물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했더라도 당사자가 직접 고소·고발하지 않는 한 피해자를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에만 AI 음란물 수백만 건… 돈벌이까지법적 공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AI를 이용한 음란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과 맞물리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일 인스타그램에서 ‘AIGIRL’이라고 검색하자 수십 개의 계정과 약 200만 개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거나 자극적인 노출로 수위가 높은, AI로 생성한 음란물이었다. 유튜브에는 AI를 이용해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이 차례로 옷을 벗는 영상이 업로드되는가 하면 기차 안에서 남성이 여성 간호사의 몸을 만지는 AI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챗GPT 등 주류 상용 AI 서비스는 자체 지침을 통해 음란물 제작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중소 AI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이를 우회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AI 음란물로 돈벌이에 나선 사례도 있다. AI 이미지를 올리는 한 채널의 운영자는 미국 모금 후원 사이트를 통해 유료 구독자로부터 월 10∼50달러를 후원받으며 노골적으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표현하는 등의 AI 이미지를 게시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이 운영자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해외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정의를 AI 등으로 만들어도 ‘실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실제 노출로 오인될 수 있는 이미지·영상’의 고의적 유포를 금지했다. 영국도 성적 만족을 목적으로 유포된 합성 이미지·영상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실존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 해악을 기준으로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음란물 유포에 따른 부작용은 그대로 존재하므로 처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기술 발전이 만든 새로운 현실에 법이 뒤처져 있다”며 “AI 음란물이 가상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피의자가 입증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