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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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07-01~2025-07-31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데스크가 만난 사람]“행복 찾아가는 길 자체가 행복…성악에 정진하는 일도 똑같아”

    멕시코의 라몬 바르가스(65)는 현 시대 대표 리리코(서정적) 오페라 테너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92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를 대신해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 역으로 출연하며 세계적 테너 반열에 올랐다. 이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등 세계 정상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연 테너로 활약했고, 메트로폴리탄에서만 20개 이상의 오페라에 230회 이상 출연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그가 서울대 강단에 섰다.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돼 첫날 레슨을 마친 그를 4일 눈 내리는 서울대 음대 교수실에서 만났다. 그는 “아름다운 소리를 타고난 한국 성악도들에게 정통 오페라 발성을 지도하고 싶다”며 의욕을 나타냈다.―서울대 임용 제안을 받고 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지난해 서울대 성악과의 서혜연 교수가 연락을 해오셨어요. 서울대에서 교수 임용을 위해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과 접촉해서 성악가들을 추천받았는데 논의 결과 제가 1순위였다고 하셨죠. 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놀라워 하면서 ‘아직 현역으로 여러 무대에서 노래를 하시는데 오실 수 있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예전 빈 국립음대에서 강의하면서 전 세계 무대에 서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밝혔고, 지금 이곳에 있게 됐죠. 2월 28일에 도착했으니까 이제 나흘 됐어요.. 아직 학교를 많이 돌아보지 못했지만 첫 인상은 너무 좋습니다. 누구나 저를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분위기를 느껴요.”한국 학생들, 가르침에 마음 열려 있어19세기 초 ‘벨칸토’ 전통 깊이 공부해야파바로티 대신 출연 ‘메트’ 갈채 못잊어홍혜경-조수미-연광철과 오페라 출연자기 한계 아는 것이 진실된 배움 기초고국 멕시코 열정적인 노래 전통 유지―먼 나라의 낯선 환경으로 오시는 데 주저함은 없었을까요.“예전 한국에도 온 적이 있고 일본에도 온 적이 있어서 동아시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일본 문화는 전통적이면서 약간 ‘닫혀’ 있는데 반해 한국 문화는 한층 더 개방되었다는 느낌도 받았었죠.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무대에 적게 서는 편이기 때문에 이제 내 호기심을 끄는 곳이라면 어디나 가서 성악 예술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특히 아시아에서 성악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제안이었죠.”―가족들은 함께 왔나요.“저는 늘 혼자서도 전 세계를 다녔고 가족들도 각자 자기의 주변과 얽혀 있어 함께 거처를 옮기기란 쉽지 않죠. 이번에 혼자 왔지만 대신 가족들이 자주 놀러 오기로 했어요. 가족들이 한국 여행에 대해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한국에 오신 지 며칠 안 됐지만 한국 음식은 많이 드셨나요. 어떠셨나요. 멕시코인들도 매운 음식을 많이 드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웃음) 멕시코의 매운 맛과 한국의 매운 맛은 어느 쪽이 맵다기 보다 그 매운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두 가지 매운 맛 다 좋아요. 한국 음식은 무겁지 않은 느낌이어서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아요.”―빈 등에서 강의할 때 한국 학생들도 가르쳤나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한국 사람들은 아름다운 소리를 타고난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베르디나 푸치니, 또는 푸치니와 같은 시대의 베리스모(현실주의) 오페라에 관심이 많죠. 만약 한국인들이 19세기 초반, 도니체티나 벨리니 시대의 이른바 ‘벨칸토’ 창법을 더 깊이 배운다면 더 좋은 성악가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벨칸토 창법에는 오페라 발성의 기본이 들어있기 때문이죠.”―한국 성악가들과도 자주 공연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메트로폴리탄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푸치니 ‘라보엠’을 함께 했고 조수미와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베르디 ‘리골레토’를 했죠. 베이스 연광철과는 드레스덴에서 베르디 ‘시몬 보카네그라’를 함께 했는데 정말 인상 깊었어요. 모두 열정적이고 진지한 최고의 가수들이죠. 한국에는 특히 좋은 드라마틱(극적) 바리톤이나 베이스가 많아요.”―서울대에 와서 만난 한국 성악도들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요.“오늘(4일) 처음 레슨을 시작했죠. 조금 전에 최은식 서울대 음대 학장님과도 말씀을 나눴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것에 대해 자세가 굉장히 열려 있더군요. 대체로 성악가들은,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도 자기가 노래하던 습관을 바꾸기가 힘들어요. 성악을 시작한 뒤 제법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신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발성 등 방법들을 고수하기 마련이고, 선생이 바꾸라고 조언을 해도 처음엔 잘 되지 않으니 그 조언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의심을 갖기 쉽죠. 이해할 만 해요. 자기 악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일이잖아요. 100% 믿음을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그런데 오늘 만난 학생들은 지금까지 봐온 학생들보다 훨씬 더 자세가 개방돼 있고 제가 조언하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어요.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플라시도 도밍고를 비롯해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롤란도 비야손 등 멕시코 출신의 명가수, 특히 명테너가 많습니다. 멕시코인들에게는 멋진 노래의 전통이 있는지요.“도밍고의 경우는 여덟 살 때 멕시코로 이주해 성인이 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성장했지만 스페인에서 태어났죠. 물론 자신은 멕시코인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멕시코인들도 그를 멕시코인으로 생각합니다.멕시코인들은 노래를 좋아해요. 멕시코에는 ‘마리아치 밴드’라는 대중음악 전통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다들 축제에서 마리아치 노래를 부르죠. 미국식 팝음악과 달리 호흡을 최대한 사용해서 아주 크게 발성을 하기 때문에 클래식 성악 발성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좋은 발성에 대한 천부적인 본능이 있는 셈이죠.남자들은 사춘기 때부터 좋아하는 여성이 있으면 그 집 창가에 가서 로맨틱한 영화 장면처럼 기타를 들고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대부분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이 함께 가서 노래를 불러요. 저도 다섯 명으로 된 그룹에 끼어서 세레나데를 불러주곤 했죠. 밤 열두 시에 창가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그 이웃들이 화를 내지 않습니다. ‘아, 지금 사랑을 고백하는구나’ 하고 이해해 주죠. 여자친구한테만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멕시코 남자들은 엄마 생일에도 기타를 들고 세레나데를 불러줍니다.”―지금까지 출연한 많은 무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여러 무대가 기억나지만 아무래도 가장 강렬한 기억은 맨 처음 성악가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죠. 데뷔는 멕시코에서 데뷔했는데 그 얼마 뒤인 1986년에는 ‘2년 뒤 스위스 루체른에서 출연할 수 있도록 계약하자’는 제안이 왔어요. 그 때 기억이 선명합니다. ‘내가 평생 노래를 하면서 생활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이 처음 들었거든요.1992년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출연하기로 예정됐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도 생생해요. 청중들은 기대했던 파바로티가 나오지 않아 의구심이 많았을 텐데 마지막에 관객 전체가 일어나 갈채를 보내줬죠.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파바로티도 만났는데, 그가 출연을 사양한 실제 이유는 연출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파바로티도 제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셨죠. 그 뒤 메트에서는 20개 이상 역할로 230회 이상 출연했죠.어릴 때 읽은 책도 나이 들어 다시 읽어보면 그 느낌이 바뀌듯이, 요즘은 작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극장들이 자꾸 새롭게 떠오릅니다. 1992년인가, 이탈리아 동부 아스콜리피체노라는 작은 도시의 조그마한 극장에서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네모리노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정말 작은 극장이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공연을 했어요. 요즘은 그런 경험들이 더 귀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성악가로서 롤모델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제 롤모델은… 음, 몇 분이 섞여있어요. 테너 아우렐리아노 페르틸레(1885~1952)의 고귀함, 주세페 디 스테파노(1921~2008)의 섬세한 감정 표현,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테크닉. 이 세 가지를 합하면 딱 제가 이상으로 삼는 테너가 될 것 같군요.”―2015년 소프라노 홍혜경과의 듀오 리사이틀을 위해 내한했을 때 인터뷰에서 후배 성악가들에게 주는 충고로 ‘발성을 확실히 익힐 것, 진지하게 성악을 대할 것, 머리를 잘 써서 자기의 한계를 빨리 파악할 것’을 꼽았습니다.“자기의 한계를 아는 것은 성악가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면 그 다음 단계의 배움에 있어서 더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죠. 제 스승님 중 한 분이 ‘배우는 걸 그만두는 순간 추락하는 거다. 나이 들어서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 일은, 성악은 진정한 정열을 갖고 해야 되는 일이에요. 늘 학생들에게 얘기하죠. ‘돈을 벌고 싶어서 성악을 하면 안된다. 정말 열심히 했을 때 명성과 돈이 따라오는 거다. 지금 당장은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순간에 진심을 다해야 성악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요. 이름이 생각이 안 나지만 어느 소설가가 쓴 글이 기억납니다. ‘행복을 찾기 위한 길은 없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 자체가 행복이다’라는 문장이었어요. 성악에 정진하는 것 또한 그와 같습니다.마지막으로 예술이 가진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진실한 예술, 음악, 노래는 사회도 좋은 사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올해도 독일 본 오페라에 푸치니 ‘토스카’ 카바라도시 역으로 출연하는 등 여러 오페라와 리사이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한국 무대에 서실 예정은 없으신지요.“어느 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예전 한국에서 ‘호프만의 이야기’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이 왔었어요. 제 기존 일정과 맞지 않아 응하지 못했죠. 이제 한국에 머물고 있으니 좋은 기회가 온다면 꼭 하고 싶습니다.”테너 라몬 바르가스△1960년 9월 11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출생△1982년 멕시코 몬테레이서 데뷔△1986년 이탈리아 카루소 콩쿠르 우승△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학교에서 수학△1992년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대타로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에드가르도 역 맡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빈 국립오페라 등 주역 테너△1993년 이탈리아 라우리볼피 상, 2000년 영국 오페라 나우 선정 올해의 아티스트, 2001년 독일 에코 클래식 올해의 가수상, 오스트리아 페스티벌(Festspiele) 매거진 선정 세계 최고의 테너 수상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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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관 앙상블 ‘드림팀’이 온다

    세계 정상의 목관 연주자들이 모인 ‘목관 앙상블의 드림팀’ 레 방 프랑세(Les Vents Français·한국 공연명은 레 벙 프랑세)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레 방 프랑세는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예르,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 등 각각 솔리스트로도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는 멤버로 구성돼 있다. 멤버 중 폴 메예르는 2006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임명돼 세 시즌 동안 활동한 바 있다.이달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두 번째 내한 무대 1부에서는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르디 현악4중주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작품을 편곡 연주한다. 2부에서는 19∼20세기 작곡가 루셀과 투일레의 6중주 곡 및 동시대 작곡가 실베스트리니에게 위촉한 ‘피아노와 목관5중주를 위한 6중주’를 연주한다. 실베스트리니의 곡은 세계 초연이다.내한에 앞서 e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레 방 프랑세는 “각 악기의 음색에 집중해서 연주곡들을 감상해 달라”고 주문했다. “베르디에서 루셀 작품 사이의 간격만 100년이 넘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즐기는 것처럼, 저희 공연도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완성되는 과정으로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메예르) “아는 곡을 만났을 때와 새로운 곡을 들을 때의 기쁨은 다릅니다. 다양한 후기가 쏟아지기를 기대합니다.”(블라트코비치)레 방 프랑세는 프로그램에 거의 늘 위촉 창작곡을 포함시킨다. 메예르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의 새 곡을 연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블라트코비치는 “살아 있는 작곡가들에게는 작품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옛 작곡가들의 작품을 해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다른 악기나 앙상블을 위해 쓴 곡을 목관 앙상블로 연주하는 데 대해 메예르는 “과거에는 편곡이 흔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녹음 기술이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이 베토벤 교향곡을 목관 앙상블로 듣는 일도 흔했습니다. 저희는 편곡 연주할 작품으로 원곡이 훌륭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을 고르죠. 악기마다 음색이 달라서 더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할 수 있어요.”여섯 멤버가 모두 개성 강한 스타 연주자이니 의견이 부딪칠 수도 있지 않을까. 블라트코비치는 “심각한 문제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견 차이가 발생해도 음악이라는 목표와 유머로 금방 해결됩니다. 각자가 흥미롭고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메예르는 “중요한 것은 동료의 존재와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가 논쟁하는 유일한 주제는 ‘오늘 저녁에 한식당에 갈까, 다른 걸 먹을까’라는 것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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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목관 앙상블 드림팀’ 레 벙 프랑세가 온다

    세계 정상의 목관 연주자들이 모인 ‘목관 앙상블의 드림팀’ 레 벙 프랑세(Les Vents Francais)가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레 벙 프랑세는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 등 각각 솔리스트로도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는 멤버로 구성돼 있다. 멤버 중 폴 메이어는 2006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임명돼 세 시즌 동안 활동한 바 있다.이달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두 번째 내한 무대 1부에서는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르디 현악4중주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작품을 편곡 연주한다. 2부에서는 19~20세기 작곡가 루셀과 투일레의 6중주 곡 및 동시대 작곡가 실베스트리니에게 위촉한 ‘피아노와 목관5중주를 위한 6중주’를 연주한다. 실베스트리니의 곡은 세계 초연이다.내한에 앞서 e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레 벙 프랑세는 “각 악기의 음색에 집중해서 연주곡들을 감상해 달라”고 주문했다. “베르디에서 루셀 작품 사이의 간격만 100년이 넘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즐기는 것처럼, 저희 공연도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완성되는 과정으로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폴 메이어) “아는 곡을 만났을 때와 새로운 곡을 들을 때의 기쁨은 다릅니다. 다양한 후기가 쏟아지기 기대합니다.”(블라트코비치)레 벙 프랑세는 프로그램에 거의 늘 위촉 창작곡을 포함시킨다. 메이어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의 새 곡을 연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블라트코비치는 “살아있는 작곡가들에게는 작품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옛 작곡가들의 작품을 해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다른 악기나 앙상블을 위해 쓴 곡을 목관앙상블로 연주하는 데 대해 메이어는 “과거에는 편곡이 흔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녹음 기술이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이 베토벤 교향곡을 목관앙상블로 듣는 일도 흔했습니다. 저희는 편곡 연주할 작품으로 원곡이 훌륭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을 고르죠. 악기마다 음색이 달라서 더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할 수 있어요.”여섯 멤버가 모두 개성 강한 스타 연주자들이니 의견이 부딪칠 수도 있지 않을까. 블라트코비치는 “심각한 문제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견 차이가 발생해도 음악이라는 목표와 유머로 금방 해결됩니다. 각자가 흥미롭고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메이어는 “중요한 것은 동료의 존재와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가 논쟁하는 유일한 주제는 ‘오늘 저녁에 한식당에 갈까, 다른 걸 먹을까’라는 것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1668-1352, 1544-1555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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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인류가 직면한 새 문제’ 창작오페라 세 편이 물었다

    ‘오페라’라는 단어는 지나간 시대의 걸작들을 상기시킨다. 신화 세계를 배경으로 한 바로크 오페라와 길거리 갑남을녀의 치정살인극이 펼쳐지는 19세기 말 베리스모 오페라는 배경뿐 아니라 문학적, 음악적, 스펙터클적 측면에서 때로는 같은 장르로 보기 힘들 정도의 다양성을 갖는다. 오늘날 한국의 창작 오페라는 어떤 면에서 장르적 ‘오페라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 작품들은 장기적으로 대중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까.최근 관람한 세 편의 창작 오페라를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다양한 답변과 가능성, 한계를 확인했다. 디아뜨소사이어티가 제작한 ‘윙키’(2월 15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 한음오페라단의 ‘지구온난화 오페라 1.5℃’(2월 22일 충남 당진문예의전당), 아트팜엘케이의 ‘칼레아 부탈소로’(3월 1일 서울 한전아트센터)다. 세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포함되어 지원을 받는 오페라다.세 작품 모두 오늘의 인류가 처한 새로운 환경에 착안한 점이 흥미로웠다. ‘윙키’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가져올 근미래와 윤리성의 문제를 조명했다. ‘지구온난화 오페라 1.5℃’와 ‘칼레아 부탈로소’는 나란히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환경 파괴와 인류의 파멸을 경고했다. 전자는 인류의 종말에, 후자는 구원의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윙키’의 주인공은 아이 돌보미 로봇이다. 한 가정의 아기가 의문사한 시점에서 극은 시작된다. 아이를 24시간 지켜볼 로봇은 왜 죽음을 방치했을까. 수많은 질문이 제기된 뒤 관객이 가장 알고 싶은 범죄의 진실은 여전히 의문 또는 열린 결말로 남겨두어 궁금증이 남았다. 작곡가 공혜린의 곡은 현대적 창작 어법과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 어법이 혼합됐다.극에 기복을 부여한 주인공은 윙키와 같은 복장을 했지만 윙키의 소프라노 음색과 대조되는 바리톤이 노래한 ‘알고리즘’이었다. 인간을 대체한 AI에게 자아가 있다면 그 자아는 알고리즘과 반목하는 것일까 또는 협력하는 것일까. 인식론적 배경이 깔린 설정이었고 윙키와 바리톤의 음역 대조는 이를 위해 효과적인 장치였다.‘지구온난화 오페라 1.5℃’는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없는 영화적 오페라를 표방했다.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해 증기기관 등 과거 온난화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을 차례로 찾아가지만 실패한다’는 플롯은 초반부터 결말을 예상할 만했다. 마지막 장면 ‘멸망’에서는 비극적인 가사와 대조되는 온화한 멜로디가 서로 겉돌아 보였다. 이 부분에 사용된 음악을 끝 장면으로 보내되 인간이 후회와 반성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가사로 바꾸고, 그 뒤에 비로소 비극적인 합창과 관현악 총주로 작품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이용주 작곡가의 곡은 라벨의 발레 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나 20세기 미니멀리즘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도큐멘터리 음악 ‘아니마 문디’를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음악어법으로, 관객을 흡인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의 객석에 호소할 수 있는 선택으로 읽혔다.‘칼레아 부탈소로’는 판타지 문학을 연상시키는 독자적인 설정 또는 ‘세계관’을 설정했다. 레치타티보나 대사 없이 아리아와 중창, 합창의 연결만으로 진행됐는데 프로그램북 등을 통한 별도 설명 없이 무대만 보아서는 관객이 서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스페인어를 쓰는 텔로스 부족의 모습은 얼마간 남미 밀림 지역에서 온 부족을 연상케 한다. 이에 상응하듯 짝수 리듬의 8박을 3 대 2 대 3으로 분할한 라틴적 리듬이 주를 이뤘다. 거의 모든 음악이 4마디 배수 단위의 악구-악절로 나눠졌다. 무대는 해수면 상승을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들처럼 비계가 불쑥불쑥 솟은 해양도시를 묘사했다. 무대 배경은 두 시간 동안 전환되지 않았다.오늘날 오페라 관객의 많은 수가 뮤지컬 관람 경험을 바탕으로 극장에 온다. 한국 창작 오페라들이 지닌 오페라로서의 장르적 특성은 무엇일까. ‘클래식 음악’의 인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일까. 대중적 어법을 넘어서는 ‘진지한’ 음악의 문법일까. 대중성을 넘어서는 주제의식일까. 세 작품 모두 일정한 차별성은 엿보였다. 어떤 점이 새 작품들을 오페라의 전통과 잇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진행형으로 보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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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지성 펼쳐낸 캔버스… 수학자의 칠판은 예술이다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시라쿠사가 로마군에 함락되었을 때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모래판에 원을 그리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유명 학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로마 병사가 그에게 이름을 대라고 요구하자 그는 “원을 밟지 말라”고 대꾸했다가 최후를 맞았다. 오늘날의 수학자들은 모래판 대신 칠판에 분필로 숫자와 도형, 공식을 쓰며 생각을 가다듬고 동료 수학자들과 토론한다. 이 책에 나오는 칠판 사진 중 한 장의 주인공인 위상수학자 제임스 사이먼스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자들이 함께 일한다? 대부분 칠판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칠판은 이내 지워지고 다음 단계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결국엔 결론을 내지 못한 사람들이 팻말을 걸고 나간다. ‘지우지 마시오.’” 저자는 미국 뉴욕 패션기술연구소 교수이자 사진작가다. 여름휴가지인 해변 마을에서 수학자 부부와 알게 됐다. 나중에 인도의 한 시골에서 초등학교 칠판에 적힌 수업 내용을 본 그는 수학자 부부가 쓰던 기호를 떠올리며 패턴과 대칭, 구조 같은 추상적 아름다움에 매혹됐다. 이후 하버드대나 프랑스 파리 푸앵카레 연구소 같은 세계의 학술기관을 다니며 수학자가 분필로 쓴 칠판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수학자 110명이 쓰고 그린 칠판과 공식, 도형, 숫자들을 이 책에 담았다. 수학자들이 쓴 짧은 에세이도 곁들였다. 필즈상과 울프 수학상, 아벨상 등 세계 주요 수학상을 모두 수상한 그리고리 마르굴리스는 자신의 칠판에 담긴 공식에 대해 “몇 년째 지우지 않고 그냥 두고 있다”고 한다. “공식이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매번 다시 쓰기 번거롭기 때문이다.” 웃음이 배어 나오는 개인적 사연도 담겼다. 기하학이 전문 분야인 프랑스 수학자 에티엔 지스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칠판을 가까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인을 설득해 머리맡에 칠판을 걸어놓았다. “6개월 뒤, 칠판은 제 쓸모를 보여주지 못했고 침대에 분필 가루만 쌓였다. 칠판을 치우자고 하자 아내가 몹시 기뻐했다.” 책을 기획하고 모든 사진을 직접 찍은 저자도 칠판에 적힌 내용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때로는 흰색 분필만으로, 때로는 다양한 색으로, 때로는 숫자와 공식만이, 때로는 복잡한 도형이 있는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인간의 두뇌 활동이 낳은 창의와 신비의 세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몇몇 수학자들이 딱 집어 ‘하고로모 분필’을 언급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1932년부터 일본에서 생산된 이 분필은 탁월한 필기감으로 사랑을 받았다. 사장이 회사를 폐업하기로 하자 세계의 수학자들이 이 분필을 사재기하는 현상마저 빚어졌다고 한다. 수학 강사 출신의 한국 분필 수입업자가 사장을 설득해 설비와 경영권을 인수했고, 이 분필은 이제 한국에서 예전과 다름없는 품질로 생산되고 있다. 저자는 칠판이 “수학자의 집이자 실험실이고, 생각에 몰두를 허락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수학자들처럼 칠판과 분필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눌 도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지금 내게, 우리에게 정리와 공유를 위한 칠판과 분필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을까. 원제 ‘Do Not Erase: Mathematics and their Chalkboards’(2021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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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분무기 첼로, 장난감 바이올린-비올라… 재생악기서 울려 퍼지는 ‘자연공존 교향곡’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 아름다운 현악 4중주 화음이 울려 나온다. 그런데 소리가 살짝 밝고 가볍다. 무엇보다 악기 색깔이 화려하다. 빨강 파랑 보라 초록. 악기 윤곽도 각이 져 있다. 이어 첼로 네 대만으로 구성된 4중주단이 무대에 올라온다. 이들의 첼로는 은색으로 빛난다. 농촌에서 낯익은 농약 분무기가 몸통이다. 역시 쨍하니 밝지만 아름다운 첼로의 화음이 울려퍼진다. 작곡가 이승규의 업사이클(재활용) 음악단체 크리에이티브아트가 만든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다. 플라스틱 콰르텟의 악기들은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만들었다.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이 작곡가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원인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와 기후위기가 이런 신종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죠. 예술가로서 어떻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기후위기가 가져온 멸종을 고발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해 발표했고, 2022년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유니크 첼로를 개발했다. 7월에 창단 연주회를 열고 다음 해에는 정규 1집 ‘위로’를 발매했다. 업사이클 현악기 16대로 구성된 유니크 챔버 오케스트라도 그해 만들었고, 7월에 광주 동구 계림동에 업사이클 음악 공간 ‘물꼬’를 열었다. 2024년에는 플라스틱 콰르텟을 창단했다.“농약분무기는 크고 구하기 쉬운 울림통이 있는 데다 나무 첼로와 가로 사이즈가 같아 업사이클 첼로의 재료로 택했습니다. 플라스틱 현악기를 만드는 데는 단단한 정도가 악기를 만들기 적합한 ABS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을 쓰고 있죠.” 이 작곡가는 업사이클 소재로 칼림바(손으로 뜯어 오르골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제작해 보급도 하고 있다. “기존 칼림바에 비해 1개를 만드는 데 1.2kg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업사이클 뮤직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쓸모’를 다시 보자는 것입니다. 가치와 관점에 따라 쓰레기가 될 뻔한 것도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갈등과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에 다양성과 공존의 미덕을 전하고 싶습니다.” 플라스틱 콰르텟은 2월 14일 정규 1집 디지털 앨범 ‘이계(The Two Seasons)’를 발매했다. 환경 변화로 여름과 가을 두 계절밖에 남지 않은 지구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 앨범은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올해는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텀블벅 사이트에서 모금을 하고 있다.(검색어 업사이클뮤직) 14일 광주 남구 양촌길에서 후원 콘서트도 갖는다. 이승규의 ‘이계’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 등을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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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 악기로 환경 지키고 ‘공존’을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 아름다운 현악 4중주 화음이 울려 나온다. 그런데 소리가 살짝 밝고 가볍다. 무엇보다 악기 색깔이 화려하다. 빨강 파랑 보라 초록. 악기 윤곽도 각이 져 있다.이어 첼로 네 대만으로 구성된 4중주단이 무대에 올라온다. 이들의 첼로는 은색으로 빛난다. 농촌에서 낯익은 농약 분무기가 몸통이다. 역시 쨍하니 밝지만 아름다운 첼로의 화음이 울려퍼진다. 작곡가 이승규의 업사이클(재활용) 음악단체 크리에이티브아트가 만든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다. 플라스틱 콰르텟의 악기들은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만들었다.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이 작곡가는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원인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와 기후위기가 이런 신종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죠. 예술가로서 어떻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2020년 기후위기가 가져온 멸종을 고발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해 발표했고, 2022년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유니크 첼로를 개발했다. 7월에 창단 연주회를 열고 다음해에는 정규 1집 ‘위로’를 발매했다. 업사이클 현악기 16대로 구성된 유니크 챔버 오케스트라도 그해 만들었고, 7월에 광주 동구 계림동에 업사이클 음악 공간 ‘물꼬’를 열었다. 2024년에는 플라스틱 콰르텟을 창단했다.“농약분무기는 크고 구하기 쉬운 울림통이 있는 데다 나무 첼로와 가로 사이즈가 같아 업사이클 첼로의 재료로 택했습니다. 플라스틱 현악기를 만드는 데는 단단한 정도가 악기를 만들기 적합한 ABS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을 쓰고 있죠.”이 작곡가는 업사이클 소재로 칼림바(손으로 뜯어 오르골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제작해 보급도 하고 있다. “기존 칼림바에 비해 1개를 만드는 데 1.2kg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업사이클 뮤직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쓸모’를 다시 보자는 것입니다. 가치와 관점에 따라 쓰레기가 될 뻔한 것도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갈등과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에 다양성과 공존의 미덕을 전하고 싶습니다.”플라스틱 콰르텟은 2월 14일 정규 1집 디지털 앨범 ‘이계(The Two Seasons)’를 발매했다. 환경 변화로 여름과 가을 두 계절밖에 남지 않은 지구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 앨범은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올해는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텀블벅 사이트에서 모금을 하고 있다.(검색어 업사이클뮤직) 14일 광주 남구 양촌길에서 후원 콘서트도 갖는다. 이승규의 ‘이계’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 등을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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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 서울대 강단 선다

    세계적인 테너 라몬 바르가스(65)가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멕시코 출신인 바르가스는 올해 1학기 음대 성악과 정교수로 특별 채용돼 이달 4일부터 강단에 설 예정이다. 바르가스는 1986년 이탈리아 카루소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1992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를 대신해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 역으로 출연하며 세계적 테너 반열에 올랐다. 1993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 ‘팔스타프’에 출연해 그해 최고의 가수에게 주는 라우리볼피 성악가 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극장에 출연해 왔으며, 2000년 브리티시 오페라 나우 ‘올해의 아티스트’, 2011년 독일 포노 아카데미의 ‘올해의 가수’로 선정됐다. 그가 주인공 나르치수스 역으로 출연한 로시니 오페라 ‘이탈리아의 터키인’은 1998년 그라모폰상 오페라부문상을, 주인공 조르조 역으로 출연한 메르카단테의 오페라 ‘추방자’가 2023년 국제 오페라상 전곡음반상을 받는 등 음반 활동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바르가스는 2015년 10월 내한해 서울과 부산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듀오 콘서트를 가진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성악가로서 노래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능력과 지혜로 노래를 잘할 수 있다”며 “푸른 하늘 같은 이미지의 노래를 계속 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배 성악가들에게 주는 충고로는 ‘발성을 확실히 익힐 것, 진지하게 성악을 대할 것, 머리를 잘 써서 자기의 한계를 빨리 파악할 것’을 꼽았다.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84), 호세 카레라스(79) 등 이른바 빅3 테너를 잇는 테너라는 평에 대해서는 “성악가는 자기 시대가 원하는 문화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바르가스는 멕시코 국립극장에 오페라 스튜디오를 열어 성악도들을 지도하는 등 사회 활동에 관심이 많은 성악가로도 알려졌다.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 에두아르도를 2000년 잃은 뒤엔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기념 기금’을 설립해 멕시코의 장애 아동들을 지원해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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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 서울대 성악과 교수 임용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65)가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돼 4일부터 강의한다고 서울대 관계자가 1일 밝혔다. 바르가스는 1986년 이탈리아 카루소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19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컨디션 이상을 겪은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대신해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에드가르도 역으로 출연한 뒤 세계적 테너 반열에 올랐다.메트로폴리탄과 런던 로열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최고 권위 오페라극장에 출연해 왔고 2000년 브리티시 오페라 나우 ‘올해의 아티스트’, 2011년 독일 포노 아카데미 선정 ‘올해의 가수’로 선정됐다. 2015년 10월 내한해 서울과 부산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듀오 콘서트를 열었다. 바르가스는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 에두아르도를 2000년 잃은 뒤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기념 기금’을 설립해 멕시코의 장애 아동들을 지원해 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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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의 복합적 아름다움… 연가곡으로 선사 할게요”

    독일 가곡(Lied)의 현역 최고 해석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55·사진)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온다. 게르하허는 3월 9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아이헨도르프 시에 의한 리더크라이스’ 작품 39 등 슈만의 노래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평생의 예술적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가 반주를 맡는다.게르하허는 2006년 슈베르트 가곡 앨범으로 그래머폰상 성악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슈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가곡들을 모은 ‘질문(Frage)’ 앨범으로 그래머폰상, 오푸스 클래식상과 영국 일간 가디언 ‘올해의 클래식 앨범’ 등을 휩쓸었다. 2021년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가 함께 한 슈만 가곡 전집으로 다시 프레스토 전집부문상, ICMA(국제 클래식 음악상), 가디언 ‘올해의 클래식 앨범’을 받으며 슈만 가곡의 최고 권위자임을 입증했다. 이 앨범들 모두 후버가 함께 했다.게르하허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목소리의 색깔이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와 비슷하다’는 질문에 “피셔디스카우는 청중이 가곡을 지적으로 깊이 탐구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물론 저는 그가 남긴 유산의 후예입니다. 하지만 피셔디스카우 외에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 호세 반 담,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의 노래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피아니스트 후버와 함께 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라고 그는 평가했다.“대학 시절인 36년 전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처음 함께 했습니다. 현존 최고의 가곡 반주자라고 말할 수 있죠. 저는 ‘말’을 중심으로 노래를 해석하면서 리듬 측면에서 그에게서 많은 배움을 받습니다.”그는 슈만의 가곡이 지닌 가치를 묻자 “나와 후버는 슈만의 미학적 급진성을 사랑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슈만은 복잡한 시들과 음악이 만나 추상적인 방식으로 결합시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듯 그의 가곡은 대부분 여러 곡이 연결된 연가곡(가곡집) 형태로 되어 있는데, 여러 곡들이 결합되면서 더 깊은 의미가 생기죠. 그 배열엔 기하학적 구성, 드라마적 요소, 철학적 개념이 가득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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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의 ‘앞서간 아름다움’ 연가곡으로 전합니다”

    독일 가곡(Lied)의 현역 최고 해석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55)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온다. 게르하허는 3월 9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아이헨도르프 시에 의한 리더크라이스’ 작품 39 등 슈만의 노래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평생의 예술적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가 반주를 맡는다.게르하허는 2006년 슈베르트 가곡 앨범으로 그라머폰상 성악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슈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가곡들을 모은 ‘질문(Frage)’ 앨범으로 그라머폰상, 오푸스 클래식상과 영국 일간 가디언 ‘올해의 클래식 앨범’ 등을 휩쓸었다. 2021년 소프라노 율리아 클라이터가 함께 한 슈만 가곡 전집으로 다시 프레스토 전집부문상, ICMA(국제 클래식 음악상), 가디언 ‘올해의 클래식 앨범’을 받으며 슈만 가곡의 최고 권위자임을 입증했다. 이 앨범들 모두 후버가 함께했다.게르하허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목소리의 색깔이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와 비슷하다’는 질문에 “피셔디스카우는 청중이 가곡을 지적으로 깊이 탐구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저는 그가 남긴 유산의 후예입니다. 하지만 피셔디스카우 외에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 호세 반 담,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의 노래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피아니스트 후버와 함께 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라고 그는 평가했다. “대학 시절인 36년 전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처음 함께 했습니다. 현존 최고의 가곡 반주자라고 말할 수 있죠. 저는 ‘말’을 중심으로 노래를 해석하면서 리듬 측면에서 그에게서 많은 배움을 받습니다.”그는 슈만의 가곡이 지닌 가치를 묻자 “나와 후버는 슈만의 미학적 급진성을 사랑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슈만은 복잡한 시들과 음악이 만나 추상적인 방식으로 결합시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듯 그의 가곡은 대부분 여러 곡이 연결된 연가곡(가곡집) 형태로 되어있는데, 여러 곡들이 결합되면서 더 깊은 의미가 생기죠. 그 배열엔 기하학적 구성, 드라마적 요소, 철학적 개념이 가득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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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지휘자가 지도… 손흥민에게 축구 배우는 기분”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 리허설룸.지휘자 송민규(전 국립오페라단 펠로십 지휘자)가 지휘대에 섰다. 그가 오른손을 올리자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3악장 ‘엘레지’가 시작됐다. “그만!” 지휘대 왼쪽에서 팔짱을 끼고 매의 눈길로 지켜보던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연주를 멈춰 세웠다.“실제 주선율이 시작되는 부분이 어디죠?” “아홉 마디째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동작을 분명히 줘야죠.”다시 시작된 음악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또 멈췄다.“바이올린의 네 번째 음표에서 어디가 강하고 어디가 부드러워야 할까요?” “어… 글쎄….” “다운비트(활을 아래로 긋는 부분)에서는 빠르게, 업비트는 부드러워야죠. 현악기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 해요.”송 지휘자는 서울시향이 25∼27일 여는 ‘2025 서울시향 지휘 펠로십’ 참가자로 선정된 8명 중 한 사람이다. 지원자 59명 가운데 최종 참가자로는 송 지휘자 외에 김리라 전 네덜란드 라디오필하모닉 부지휘자와 김준영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립극장 제2카펠마이스터, 김효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극장 객원지휘자, 박근태 베를린노이에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신주연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펠로지휘자, 최재혁 전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지휘펠로, 해리스 한 피에르몽퇴 페스티벌 부지휘자가 선발됐다.참가자들은 리허설에서 버르토크의 곡과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등 세 곡을 지휘하며 지휘 능력을 평가받는다.이날 오전 연습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츠베덴 감독은 펠로십 진행 과정에 대해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게 한 뒤에 그 이유를 말해준다. 그 뒤엔 더 낫게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젊은 지휘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를 묻자 “조급해하지 마라. 좋은 음악을 하면 커리어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펠로십 참가자 8명은 “경험이 부족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츠베덴 감독이 연주자 입장에서 정확히 짚어주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영 지휘자는 “감독님에게 배울 뿐 아니라 동료 참가자들의 지휘를 보면서도 배우고 단원들로부터도 배운다. 지휘자로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혁 지휘자는 “세계적인 악단과 함께 최고의 지휘자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데다 참가비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회”라며 “축구 선수가 손흥민에게 지도받는 기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8명 가운데 27일 단원 투표를 통해 최종 선발된 지휘자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에서 사흘간 연습한 세 곡을 지휘하게 된다. 초대권 신청은 이미 전석 마감됐다. 서울시향은 “최종 우수 참가자는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선발될 수 있는 특전도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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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서 음악 컨설팅사 IMK 운영 권순덕 씨… “한국 연주가들 세계 무대 진출 돕겠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30개 이상 명문 음대와 협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처음엔 닿기 힘든 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목표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클래식 음악 컨설팅업체 IMK를 운영하는 권순덕 대표(62)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IMK는 매년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재학생 3명 이상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콘서트를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프라하 스메타나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부다페스트 리스트홀 등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크론베르크에 있는 명문 음대다. 바이올리니스트 야니네 얀선,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비올리스트 타베아 치머만, 노부코 이마이, 첼리스트 프란스 헬메르손 등 유럽을 대표하는 연주가들이 교수진으로 재직하고 있다. “명문 음대 학생들이 장학금보다 더 목말라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입니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의 오케스트라와 30년 이상 쌓아온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협연시킬 수 있다고 제안하면 음대 측에선 대부분 그게 가능하냐며 깜짝 놀라곤 하죠.” IMK는 지난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 국립음대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쇤브룬 궁전 극장과 빈 하이든 홀에서 이 학교 재학생이 출연하는 콘서트를 세 차례 개최했다. 미국 콜번 음대,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 중이다. 한예종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K아츠 오디션 우승자를 빈 하이든 홀 등 유럽 무대에 소개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교민인 권 대표는 1992년 빈 현지에 IMK 기획사를 설립했다. 1993년 국내에 ‘쉔부른뮤직컨설팅(SMC)’을 설립한 뒤 현지 연주가들의 공연을 주최하는 한편 소프라노 박미혜, 피아니스트 김정원, 플루티스트 최나경, 지휘자 장윤성 등의 유럽 무대 진출에도 공헌해 왔다. 유럽 음악계에서 다진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와 공연장, 학교와 공연장 등 기관 간의 협력과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빈 국립음대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같은 유수 학교와의 협력이 성사되면서 더 많은 학교들이 관심을 보이는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06년 역사의 현악기용 현(줄) 전문업체인 빈의 토마스틱인펠트사가 ‘함께 콩쿠르를 시작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빈의 명문 콩쿠르인 빈 콩쿠르에서 운영을 이끌어 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권 대표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 음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한국 연주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에도 힘닿는 한 계속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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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론베르크-빈 국립음대… 세계 명문 음대와 협력”

    “유럽 북미 아시아 등 30개 이상 명문 음대와 협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처음엔 닿기 힘든 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목표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클래식 음악 컨설팅업체 IMK를 운영하는 권순덕 대표(62)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IMK는 매년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재학생 3명 이상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콘서트를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프라하 스메타나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부다페스트 리스트홀 등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크론베르크 아카데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크론베르크에 있는 명문 음대다. 바이올리니스트 야니네 얀선,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비올리스트 타베아 치머만, 노부코 이마이, 첼리스트 프란스 헬머슨 등 유럽을 대표하는 연주가들이 교수진으로 재직하고 있다.“명문 음대 학생들이 장학금보다 더 목말라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입니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의 오케스트라와 30년 이상 쌓아온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협연시킬 수 있다고 제안하면 음대 측에선 대부분 그게 가능하냐며 깜짝 놀라곤 하죠.”IMK는 지난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 국립음대와 협력동의서를 체결하고 쇤브룬 궁전 극장과 빈 하이든 홀에서 이 학교 재학생이 출연하는 세 차례 콘서트를 개최했다. 미국 콜번 음대, 한국예술종합학교와도 협력 중이다. 한예종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K-아츠 오디션 우승자를 하이든 홀 등 유럽 무대에 소개하기도 했다.오스트리아 교민인 권 대표는 1992년 비엔나 현지에 IMK 기획사를 설립했다. 1993년 국내에 ‘쉔부른뮤직컨설팅(SMC)’을 설립한 뒤 현지 연주가들의 공연을 주최하는 한편 소프라노 박미혜, 피아니스트 김정원, 플루티스트 최나경, 지휘자 장윤성 등의 유럽 무대 진출에도 공헌해 왔다. 유럽 음악계에서 다진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와 공연장, 학교와 공연장 등 기관 간의 협력과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그는 “빈 국립음대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같은 유수 학교와의 협력이 성사되면서 더 많은 학교들이 관심을 보이는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06년 역사의 현악기용 현(줄) 전문업체인 빈의 토마스틱 인펠트 사가 ‘함께 콩쿠르를 시작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빈의 명문 콩쿠르인 빈 콩쿠르에서 운영을 이끌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권 대표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 음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한국 연주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에도 힘닿는 한 계속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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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행 퍼뜨리는 슈퍼 전파자… 33% 설득하면 세상 바꾼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남용은 사회를 좀먹는 큰 문제다. 인디애나주는 인접한 일리노이주에 비해 그 수치가 두 배 이상으로 심각하다. 빈곤율이나 소득 수준 등은 두 주가 비슷하다.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처방하는 상위 10% 의사들 수에 있어서 미 남부는 서부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캐나다 출신 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2000년 펴낸 책 ‘티핑 포인트’로 잘 알려졌다. 티핑 포인트란 한계점 또는 급격한 전환점을 뜻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전파와 확산을 탐구하고 사소한 요인들이 어느 순간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특징들을 설명했다. 전작 ‘아웃라이어’를 통해 유명해졌던 ‘1만 시간의 법칙’(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이상 훈련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나 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파레토의 법칙’ 등이 그 책을 통해 더 친숙해졌다. 20여 년이 지나 나온 새 책은 원제가 ‘티핑 포인트의 복수(Revenge of the tipping point)’다. 원제나 서두에 든 사례에서 보듯 전작에 비해 한결 느낌이 어둡다. “당시(2000년)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한 때였다. 범죄와 사회 문제가 급감했다. 냉전은 끝났다. 나는 그 책에서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지금은 다른 의문들을 품고 있다.” 새 책에서 그는 이전에 소개한 세 가지 대유행의 법칙에 세 가지를 추가한다. 첫째는 ‘오버스토리(overstory)’다.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공동체 내부의 가치를 뜻한다. 두 번째는 ‘슈퍼 전파자’다. 타인의 행동 방식을 바꾸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세 번째는 ‘매직 서드(magic third)’다. 집단의 3분의 1이 바뀌면 극적인 변화가 시작됨을 말한다. 저자가 ‘포퓰러 그로브’라고 이름 붙인 익명의 지역은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가 최상위권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선 매년 청소년 한 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곳의 오버스토리는 바로 ‘완벽함’과 ‘성취’였다. 극단적 선택의 연쇄고리를 만드는 슈퍼 전파자는 완벽해 보였지만 세상을 ‘먼저’ 저버린 아이들이었다. 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적은 지역의 오버스토리는 1940년대 캘리포니아주 마약단속국장을 지낸 폴 매든에게서 나왔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때마다 처방전 세 장을 발급받아 한 장을 마약단속국에 보내도록 하는 ‘3겹 처방전’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을 이어받은 지역과 이 규정이 없는 지역의 마약 현실은 극명하게 갈렸다. 마약 문제가 많은 지역의 오버스토리는 통증 전문의 러셀 포트노이에게서 나왔다. 그는 통증을 병이 가져오는 증상이 아니라 질병 자체로 규정하며 과감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주장했다. 이 문제에서 슈퍼 전파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었다. 2002년 유명 컨설팅회사가 제약회사 영업인력의 성적 향상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답은 해당 약품의 처방전을 많이 쓰는 ‘상위’ 의사들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주요 현안들에 대해 뚜렷이 갈리는 의견들로 갈등을 겪고 있다. 오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장은 어떤 오버스토리를 갖고 있을까. 그 주장을 퍼뜨리는 슈퍼 전파자는 누구일까. 그 주장은 집단의 3분의 1을 설득했을까. 저자의 주장에 전부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전염성’의 이면에 대한 더 나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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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알리는 브람스의 현악4중주

    올해 창단 18년을 맞는 ‘한국 현악4중주 성장세의 대표주자’ 노부스 콰르텟이 브람스 현악4중주 3곡 전곡을 들고 왔다. 14일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로 음원을 공개한 노부스 콰르텟은 20일 실물 음반(CD)을 발매하고 다음 달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같은 레퍼토리로 팬들을 만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과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이원해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14년 독일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2022년부터 1년간 영국 대표 실내악 연주홀인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멘델스존, 쇼스타코비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로 국내 실내악 팬들의 안목을 성장시켜 왔다. 음반 녹음은 지난해 2월 톤마이스터(녹음감독) 최진과 함께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진행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리더 김재영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이었는데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브람스는 현악4중주 완성도에 욕심을 많이 냈어요. 이 세 작품을 쓰기 전에 많은 곡을 폐기하기도 했죠. 완성된 세 곡은 빼곡하게 내용이 차 있고 구성이 완벽하게 짜여 있어 듣는 입장에서는 무거울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비올리스트 김규현은 “녹음 당시 다들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정해진 시간도 지켜야 하니 잘 맞지 않으면 서로 탓하기도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 외에 이달 25일 강원 강릉아트센터, 3월 1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3월 27일 광주 광주예술의전당에서도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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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브람스 4중주… 디테일 살려 연주했죠”

    올해 창단 18년을 맞는 ‘한국 현악4중주 성장세의 대표주자’ 노부스 콰르텟이 브람스 현악4중주 3곡 전곡을 들고 왔다. 14일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로 음원을 공개한 노부스 콰르텟은 20일 실물 음반(CD)을 발매하고 다음 달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같은 레퍼토리로 팬들을 만난다.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과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이원해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14년 독일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2022년부터 1년간 영국 대표 실내악 연주홀인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멘델스존, 쇼스타코비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로 국내 실내악 팬들의 안목을 성장시켜 왔다.음반 녹음은 지난해 2월 톤마이스터(녹음감독) 최진과 함께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진행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리더 김재영은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이었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는 결과물이 나왔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브람스는 현악4중주 완성도에 욕심을 많이 냈어요. 이 세 작품을 쓰기 전에 많은 곡을 폐기하기도 했죠. 완성된 세 곡은 빼곡하게 내용이 차 있고 구성이 완벽하게 짜여 있어 듣는 입장에서는 무거울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비올리스트 김규현은 “녹음 당시 다들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정해진 시간도 지켜야 하니 잘 맞지 않으면 서로 탓하기도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 외에 이달 25일 강원 강릉아트센터, 3월 1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3월 27일 광주 광주예술의전당에서도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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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모니시스트 이윤석, 호너 글로벌 아티스트 선정

    하모니시스트 이윤석(32)이 160여 년 역사를 지닌 하모니카 제작사 호너(HOHNER)의 새 글로벌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기존 호너 글로벌 아티스트로는 토미 라일리(클래식), 투츠 틸레망스(재즈), 밥 딜런(팝) 등이 활동 중이다.이윤석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노르웨이 음악원에서 하모니시스트 지그문트 그로븐을 사사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에서 인천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하는 등 국내 대표 하모니시스트로 활동해 왔다.이윤석은 이와 함께 10월 독일 트로싱겐에서 열리는 호너사 주관 세계 하모니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회 기간 중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와 갈라 콘서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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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콩쿠르 피아노 영스터… 이서현 양-박서후 군 공동우승

    5일 폐막한 2025 독일 베를린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 피아노 영스터 부문(8∼12세)에서 이서현(세종 나래초 5학년)과 박서후(공주 석송초 5학년)가 공동 우승했다. 이서현은 앞서 한국 본부대회 2차 심사에서 1등에게 수여되는 영재오디션에 참가해 전 부문 전체 그랑프리와 장학금 100만 원을 받았다. 베를린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는 각 나라에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연주자들이 참가해 영스터 부문과 주니어(13∼18세), 시니어(19∼39세) 부문에서 경쟁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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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 90억 스트리밍’ 에이나우디, 8년만에 내한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음악이 그의 곡인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영국 일간 가디언) 이탈리아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70·사진)는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클래식 음악가’로 꼽힌다. 잔잔하고 명상적인 그의 작품은 해마다 90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선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작품보다 인기가 많다. 에이나우디가 8년 만에 내한한다. 4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인스피리언스’ ‘우나 마티나’ 같은 인기곡과 1월 발매된 새 앨범 ‘더 서머 포트레이츠’의 신곡들을 연주한다. 그는 1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나의 음악은 특별한 경험들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어릴 때 지중해에서 보낸 여름의 기억이 바탕이 됐습니다. ‘익스피리언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며 만든 곡이죠.” 에이나우디는 “내 음악은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선언이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 제 음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년 북극의 빙하 위에서 연주한 ‘북극을 위한 비가’로 중요한 환경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그는 ‘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연약함에 있습니다. 세계에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비전은 잘 이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서정적이며 때로 감상적으로 들리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확고한 조성(Tonalty·자연음계에 기반한 전통적 음악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쇼팽, 바흐, 슈만과 비틀스, 에미넴 등 다양한 음악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화음이나 조성이 없다면 음악은 너무 추상적으로 되겠죠. 조성이 음악의 기본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조성을 사용하지 말자거나 뚜렷한 리듬을 피하자는 등의 규칙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에이나우디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바이올린 첼로 타악기 아코디언 등의 반주 세션이 동반될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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