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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주요 교단의 이중직(二重職) 목회가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중직 목회는 통상 재정이 어려운 교회의 목사가 목회 외에 부업 등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예장 합동과 감리교가 미자립 교회를 대상으로 교구 격인 노회 등의 감독하에 이중직 목회를 조건부 허용하고 있으며 대다수 교단들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예장 통합은 이번 총회에서 7년여에 걸쳐 마련한 이중직 목회에 관한 연구 최종안을 보고받고, 이중직을 미자립 교회에 한해 조건부로 허용했다. 청교도목사회(대표 정대운 목사)가 최근 개최한 ‘목사의 이중직,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토론회는 이중직 목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토론회에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생계조차 어려운 목회자의 어려움을, 서창원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장은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강조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조 교수는 “2014년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사에서 약 40%의 목회자가 겸직을 하고 있었고 74%가 이중직에 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많은 목회자가 택배나 대리운전 기사로 일을 했다. ‘목사가 아니라 기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서 원장은 “소명은 복음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실행된다”며 “이중직 허용은 목회를 생존의 방편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미자립 교회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교계의 분석이다. 한 목회자는 “미자립 교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이중직 문제에도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한국불교 전통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의 대중화를 이끈 ‘안국선원’의 수불 스님(69)을 다룬 정찬주 작가(69)의 소설 ‘시간이 없다’(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정 작가는 수불 스님이 출가 시절부터 최근까지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소설에 담았다. 수불 스님은 “출가자뿐 아니라 불교 신도도 수행하면 선(禪)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30여 년간 수만 명의 수행을 도왔다. 안국선원은 부산과 서울 등에 이어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개원했다. 소설은 수불이란 인물을 통해 간화선의 세계화가 왜 시대적 과제인지를 강조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등 인류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도 구하려 노력한다. 정 작가는 법정 스님(1932∼2010)에게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았다. 소설 ‘산은 산 물은 물’(2010년) ‘굿바이 붓다’(2022년) 등을 썼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4일 찾은 서울 용산구 러시아정교회 대한교구 서울그리스도부활 성당은 가톨릭 성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황금빛 램프와 여러 성인의 모습을 담은 성화(聖畵)로 화려하다. 이곳을 중심으로 사목 중인 최지윤 신부(33·사진)는 러시아정교회 최초의 한국인 수도사제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러시아정교회의 한국선교사를 다룬 논문을 쓰고 졸업한 그는 201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신학원에 입학했다. 2019년엔 사제품을 받았다. ―정교회와 가톨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정교회는 교황의 주교들에 대한 수위권(首位權)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회는 전례와 교리에서 과거 역사적인 공의회 결정을 따르고 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중 성령의 기원에 대해 가톨릭은 성부와 성자 모두 발원한다고 보는 반면 정교회는 성부만을 인정하고 있다.” ―러시아정교회 현황은 어떤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1억 명의 신자에 주교는 200여 명, 사제는 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주교와 사제 수가 많은 것 같다. “동유럽의 여러 정교회처럼 러시아정교회도 역사 속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독자성과 다양성을 지닌 교구들이 주교들을 중심으로 이런 위기를 극복했다. 러시아에서 사제의 아들은 인기 없는 신랑감이다. 하하.” ―사제에게 아들이 있을 수 있나. “정교회에서는 기혼자도 성직자가 될 수 있다. 단, 보제(부제)와 사제까지만 맡을 수 있고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는 순결 청빈 순명의 수도계율을 지키겠다고 서원(하느님과의 약속)한 수도성직자만 가능하다.” ―원래 역사학자가 꿈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평신도로 신앙생활하며 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점점 성직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집안의 반대 등 어려움은 없었나. “개신교 모태신앙이고, 어머니 꿈이 아들이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정교회 세례를 받기 전 집안에서 한동안 ‘종교전쟁’이 벌어졌다. 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기혼 성직자를 꿈꾸다가, 결국 수도성직자로 서원했는데 어머니가 ‘교파는 다르지만 아들이 성직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하나님이 들어주신 것 같다’고 하셨다.” ―현재 한국 내 러시아정교회 상황은 어떤가. “대주교님(테오판 김)을 중심으로 저와 보제 2명이 활동 중이다. 국내에는 체류 중인 러시아 신자들이 수만 명, 우리 교구 본당 신자는 수백 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진행 중인데….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러시아 친구가 떠오른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차이보다는 공통점, 갈등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성북구 삼청각 옆에 ‘무산선원(霧山禪院)’이 19일 개원한다. 이 선원은 신흥사 조실(祖室)로 2018년 입적한 무산 스님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됐다. 선원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수행용 선방이 아니라 시낭송회와 음악, 미술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된다. 무산 스님은 백담사 무금선원(1998년), 신흥사 향성선원(1999년) 등을 잇달아 개원하면서 선불교의 전통을 되살렸고,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조오현이라는 속명이자 필명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15일 열린 간담회에는 무산 스님 생전 인연을 맺은 신달자 시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선원 주지인 선일 스님이 참석했다. 무산 스님의 제자인 선일 스님은 “무산선원은 만해 스님의 자주독립, 무산 스님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무산 스님은 종교적 편견을 넘어 다른 종교와 교류하고, 시와 소설과 음악,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담론을 즐겼다”며 “시낭송회 등을 통해 어려운 세상에 서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19일 오후 3시 개원식에 이어 시낭송회와 안숙선 명창의 공연이 이어진다. 첫 시낭송회에는 정호승 도종환 시인, 이근배 시조시인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선원은 약 661㎡(200평)의 규모로 강당과 법당, 살림채인 요사채로 구성돼 있다. 불상과 탑 등이 있는 공간에는 2m 크기의 성모상이 들어선다. 선일 스님은 “성모상은 상생과 화합을 강조해온 은사 스님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불교 신자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도 편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신 시인은 무산 스님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뜨고 우울증이 심해 매일 저녁 인근 포장마차로 ‘출석’했다. 그 시기 포장마차를 암자에 비유한 시 ‘저 거리의 암자’를 계기로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여러 스님들이 모인 가운데 ‘너희들 3개월 수행한 것보다 이 시가 낫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저를 살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국 문학계에서 무산 스님의 선시(禪詩)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설악산 백담사를 중심으로 이어져온 한국불교 전통과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정리해 불교문화유산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리추얼(Ritual·의식): 내 삶이 바뀌는 시간’이다. 차와 다기, 사찰음식, 예술과 문화상품, 수행과 사회활동 등 6개 분야에 걸친 상품들이 300개 부스에서 소개된다. 세 개의 주제로 나눠진 전시는 의식의 다양한 형태를 만나볼 수 있다. 1관 ‘행자즉불(行者則佛), 수행자가 곧 부처라’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화엄사, 은해사, 부석사의 괘불 3점을 미디어아트로 선보인다. 2관에는 임석환 불화장 특별 초대전 ‘나는 붓다를 보았다’전이 열린다. 붓 손질 한 번, 선 긋기 한 번에도 부처의 자비를 담아내야 하는 수행으로서의 불화를 마주할 수 있다. 3관은 전국 사찰이 참여하는 ‘108사찰콘텐츠&전통문화우수상품공모전’전으로 꾸려진다.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이 만든 ‘빨간 목탁’을 비롯해 화엄사, 마하선원, 칠불사, 통도사, 영평사, 달마사 등 16개 사찰이 개발한 문화상품을 만날 수 있다. 29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시장 무대에서는 불교방송 ‘원영 스님의 불교대백과’와 ‘오늘도 두근두근 광우입니다’ 공개방송을 비롯해 사찰음식 시연 등이 이어진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년고찰 통도사와 첨단 미디어아트가 만났다. 문화재청과 경남 양산시는 10월 3일까지 통도사에서 ‘2022년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행사를 연다고 최근 밝혔다. 주제는 불교 사상을 대표하는 ‘화엄 세계로의 초대’. 이 기간 오후 8시부터 30분 동안 통도사 성보박물관 벽면은 빛의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금강계단과 심우도, 구룡지 등 통도사를 대표하는 보물과 신라 자장율사가 나오는 통도사 창건 설화 영상을 ‘미디어 파사드’(건물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선명한 영상을 쏘아 보여주는 기술) 연출 기법을 통해 박물관 벽면에 담아낸다. 자장매(慈藏梅·통도사 홍매화), 법륜, 만다라 등 불교 상징물과 천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도사 및 스님들의 모습을 화선지 위에 애니메이션화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통도사 입구의 소나무길인 ‘무풍한송로(無風寒松路)’도 빛을 활용한 작품 공간이 된다. 이곳은 2018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행사 기간 중 곳곳에 디지털 센서를 활용해 사람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 3차원 영상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작품이 설치된다. 쉽게 접하기 힘든 민화 작품 15점도 초고화질 화면으로 볼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최근 ‘꾸라또르(Curator·사제를 위한 사제)’와 ‘주교좌(主敎座) 기도 사제’를 신설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틴어로 ‘돌보는 사람’을 뜻하는 꾸라또르(쿠라토르)는 한마디로 사제를 보살피는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기존 성직자실로는 교구 내 1000명에 가까운 사제를 세심히 챙길 수 없어 꾸라또르 직책을 신설했다고 한다. 서울대교구는 “그동안 사제들만을 위한 성직자국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교구는 꾸라또르 사목을 바탕으로 연구를 통해 향후 성직자국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교좌는 교회 예식 때 주교가 앉는 의자를 의미한다. 교구를 관할하는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다. 서울대교구의 주교좌성당은 명동대성당이다. 주교좌 기도 사제들은 명동대성당에 상주하면서 기도에 전념하는 직책을 일컫는다. 해당 사제들은 본당이나 교구청 일에 관여하지 않고, 명동대성당에서 성무일도(聖務日禱·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교회의 공적이고 공통적인 기도)를 공동으로 바치는 기도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교구는 이번에 주교좌 기도 사제로 4명을 새로 임명했으며, 앞으로 최대 8명까지 늘려 나갈 방침이다. 꾸라또르와 기도 사제 신설은 수도회 출신으로 기도의 전통과 중요성을 강조해온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정 대주교는 6월 사제직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제 성화(聖化)의 날’ 미사에서 “사제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며 “신자들이 변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제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는 또 민족화해위원회를 교구장 직속기구로 변경했다. 교구장 직속기구가 되면 교구장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정 대주교가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한 사목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서울대교구는 “교구장께서 사제단과 3번의 친서와 답장 등으로 소통하면서 전반적인 미래 교회 상을 구상하고, ‘선교하는 공동체’로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오늘 총본산 조계사 도량에는 연꽃향이 그윽하고 화합과 안정의 서원이 일심을 이루었으니, 거룩한 부처님께 고하여 올리는 마음 또한 청정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으로 당선이 확정된 진우 스님(61)의 말이다. 진우 스님은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고불식(告佛式)에서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맑게 걷어내고 불안한 국민의 마음은 깨끗하게 씻어내어 희망과 행복의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매일 축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불식은 의미 있는 일이 있을 때 이를 부처님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총무원장은 전국 3000여 개 사찰 주지 임면과 종단 및 사찰에 속한 재산 처분에 대한 승인권을 갖는 등 종단 행정을 총괄한다. 임기는 28일부터 4년이다. 총무원장으로 단독 출마한 진우 스님은 이날 원로회의 인준을 끝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이후 무투표로 당선된 첫 총무원장이다. 2019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이번 선거부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진우 스님은 백운 스님을 은사로 1978년 사미계를 받았으며 고불총림선원과 용흥사 몽성선원에서 안거 수행했다. 신흥사와 용흥사, 백양사 주지를 지냈으며 총무원장 권한대행, 총무부장, 기획실장, 호법부장, 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진우 스님은 고불식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교구 중심, 포교를 종단 정책의 3대 기조로 꼽았다. 스님은 “종단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교구본사의 역할과 활동이 활성화되어 지역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가꾸며, 지혜로운 포교를 통해 사회의 유익함이 더욱 증장된다면 불교가 나아가는 길은 더없이 크고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물질은 풍요하지만 삶은 평안하지 않다”며 “명상과 힐링, 치유를 담당하는 센터 건립이 포교 사업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포교가 올바른 방향에서 제대로 이뤄지면 출가자 감소와 불교 중흥의 과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스님들이 조계종 노조원을 폭행한 사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진우 스님은 “(폭행) 당사자가 참회하고 종단 내부 절차에 의해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본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등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이 9월 종교 화합 차원에서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국내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해외 성지순례단을 꾸려서 13일부터 21일까지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바티칸 등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종지협은 불교와 원불교, 가톨릭, 개신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이 참여한 협의체다. 현재 원행 스님이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7대 종단 대표들은 순례 기간 중인 19일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이다. 종지협의 해외 성지순례는 종교 간 이해와 대화를 돕기 위해 2, 3년에 한 번 이뤄져 왔다. 올해는 가톨릭이 일정을 주관했다. 이번 순례에는 원행 스님을 비롯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 김현성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시 대표회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유교 성균관장,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이 참여한다. 종지협의 바티칸 방문은 김 대주교가 4월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호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 등 국내 종교 지도자 12명과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다. 종지협 대표단이 바티칸에서 교황과 만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베네딕토 16세,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한 바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경 스님)이 25∼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과 시카고에서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제5회 한국전통불교문화와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25일 뉴욕에 있는 원각사에서 여행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이어진 행사는 사찰음식 시연과 시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원각사 템플스테이는 발우공양과 선(禪) 체험 등 전통 불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주지인 지광 스님은 차담에서 동남아시아 불교의 수행 방법과 선종, 화두선의 비교를 통해 한국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졌다. 27, 28일 뉴욕 링컨센터 아트리움에서 열린 본행사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한국 불교 사진전과 템플스테이 홍보 및 체험 활동, 여름 사찰음식 시식 프로그램,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의 발우공양 워크숍이 이어졌다. 한국 불교 문화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하지권 작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지승원 산사 7곳, 템플스테이,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 50여 점을 출품했다. 27일 시카고에서도 정관 스님이 준비한 ‘사찰음식 오찬’을 진행했다. 원경 스님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 전통 불교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며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 된 유흥식 추기경(71)이 서임식 하루 뒤인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한인신학원에서 서임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대전교구장인 김종수 주교를 비롯해 국내 가톨릭 경축 순례단, 로마 한인 신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유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모든 불행은 옆과 비교하면서 시작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은 복음의 삶과 역행하는 일”이라며 “누가 너를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추기경은 이어 “낮은 자리야말로 하느님과 밀접한 특권의 자리”라며 “각자에게 부여된 삶을 은총으로 받아들여라. 나머지는 하느님이 생각하시고 올려주신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언급됐다. 5월 추기경 임명 소식을 듣고 부담스러워하는 그에게 교황이 “추기경님, 가끔 빨간 옷을 입으면 예쁘게 보이니 잘 입어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추기경 복장은 ‘순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이다. 유 추기경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세 가지 다짐을 한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잃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보자는 것. 염 추기경은 축사에서 “세계적으로 사제 지망생이 줄어드는 등 추기경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유 추기경님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역할도 잘 수행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훈 의장은 “보편 교회를 위해 아낌없는 열정과 봉사를 하고 계신 유 추기경님께서 이번 추기경 서임으로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를 넘어 보편 교회 안에서도 중책의 소임을 다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열린 신임 추기경 서임식을 마쳤다.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으로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에서 한 표를 행사한다. 유 추기경은 29, 30일 교황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추기경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에서 네 번째로 탄생한 추기경인 유흥식 추기경(71·사진)의 서임식이 27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됐다. 유 추기경은 이날 5월 추기경에 임명된 19명의 성직자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속에 서임식을 마쳤다. 선종(善終)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과 2014년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79)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 뒤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추기경은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영예로운 자리이며,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대전가톨릭대 총장과 천주교대전교구장을 지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인 성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14년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6월 대주교 승품과 동시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회 위해 죽을 준비 돼 있다 말하니… 교황, 고개 끄덕이며 웃어” ‘한국 4번째’ 유흥식 추기경 공식 서임신임 추기경 20명중 2번째로 호명… ‘추기경 상징’ 빨간 비레타-반지 받아교황, 아시아-아프리카 등 중시… 올해도 인도-싱가포르 등 대거 포함尹대통령 “천주교인과 기쁨 함께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을 마친 뒤 유흥식 추기경(71)은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유 추기경은 축하 모임에서 “교황님께서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하셨다”며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은 교황님께 편지 쓸 때 항상 첫머리에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임식은 유 추기경을 포함해 새로 임명된 추기경 20명이 참석했다. 성가대의 입당송, 복음 봉독과 교황의 훈화, 추기경 서임 선포, 새 추기경들의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 비레타(사제 각모)와 추기경 반지, 명의 본당 지정 칙서 수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교황은 신임 추기경들에게 로마의 성당 하나씩을 명의 본당으로 지정하는 칙서를 전달했다.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대전교구장인 김종수 주교도 자리를 빛냈다. 유 추기경은 영국의 아서 로시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됐다. 빨간색 비레타와 추기경 반지를 받고 교황과 잠시 웃으며 대화한 뒤 포옹을 나눴다. 비레타는 추기경 품위의 상징으로 아래는 사각형이고 위쪽에 성부·성자·성령의 삼위(三位)를 상징하는 세 개의 각이 있다. 빨간색은 순교자의 피를 의미한다. 추기경 반지는 교회에 대한 추기경의 사랑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사랑으로 굳건해짐을 뜻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공개한 문장(紋章)에서는 유 추기경의 향후 사목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문장 중심에 있는 방패의 십자가는 ‘신앙 안에서 우리의 아버지이시고 어머니’인 한국 순교자들의 희생을 나타낸다. 하단에는 유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룩스 문디(LUX MUNDI·세상의 빛)’가 전통에 따라 검은색으로 쓰여 있다. 새로운 추기경 20명이 탄생하며 세계 추기경은 226명으로 늘어났다.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 추기경은 염수정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해 132명이 됐다. 유럽이 53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21명)와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남아메리카(15명), 중앙아메리카(7명), 오세아니아(3명) 등이다. 2013년 즉위한 교황이 유럽·북미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을 중시한 결과다. 올해도 인도와 싱가포르, 동티모르, 몽골 등 가톨릭세가 약한 아시아 지역 성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교황은 2019년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복음화부 장관, 지난해 대전교구장으로 있던 유 추기경을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교황청 핵심인 부서에 아시아계를 임명한 파격 인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한 축하 사절단을 통해 전달한 서한에서 “지난해 유 추기경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하신 데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하시니 세계 천주교인들과 기쁨을 함께한다”며 “새롭게 임명된 추기경들이 교황님을 보좌하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 27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을 마친 유흥식 추기경(71)의 각오다. 이날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인 유 추기경을 비롯해 20명의 새로운 추기경에 대한 서임식이 열렸다. 유 추기경은 선종(善終)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과 2014년 서임된 염수정 추기경(78)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이날 서임식은 가톨릭 의례에 따라 진행됐다. 유 추기경은 영국의 아서 로시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호명돼 빨간색 비레타와 추기경 반지를 받고서 교황과 잠시 웃으며 대화한 뒤 포옹을 나눴다. 비레타는 추기경 품위의 상징으로 아래는 사각형이고 위쪽에 성부·성자·성령의 삼위(三位)를 상징하는 세 개의 각이 있으며 빨간색은 순교자의 피를 의미한다. 추기경 반지는 교회에 대한 추기경의 사랑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사랑으로 굳건해짐을 뜻한다. 교황은 신임 추기경들에게 로마의 성당 하나씩을 명의 본당으로 지정하는 칙서도 전달했다. 유 추기경은 로마에 있는 ‘제수 부온 파스토레 몬타뇰라’(착한 목자 예수님 성당)를 명의 본당으로 받았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영예로운 자리다. 세계의 모든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새 추기경 20명이 탄생하면서 세계 추기경은 22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32명은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다. 국내에서는 유 추기경과 은퇴한 염 추기경이 80세까지 선출권이 있다. 유 추기경은 서임식 뒤 축하 모임 등에서 “교황님께서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서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서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은 교황님에게 편지 쓸 때 내가 첫머리에 항상 쓰는 표현”이라며 “죽을 각오로 추기경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14년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6월 대주교 승품과 동시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축하 사절단을 통해 전달한 서한에서 “지난해 유흥식 추기경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신 데 이어 이번에 대한민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하시니 전 세계 천주교인들과 기쁨을 함께 한다”며 “새롭게 임명된 추기경들이 교황님을 보좌하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6일 찾은 경기 이천시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은 작은 법당에 연구소를 겸한 살림채가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이곳 원장으로 있는 우관 스님(58)은 올해 6월 정관 스님과 함께 사찰 음식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名匠)으로 위촉됐다. 우관 스님은 조계종 사찰음식 표준교재를 만들었고 해외문화원의 초청을 받아 사찰음식을 알렸다. 국내 최초로 사찰음식 관련 영문책도 집필했다. 음식과 영어에 관한 질문을 던졌더니, 뜻밖에 그의 얼굴은 화두(話頭)에 직면한 수행자의 표정이 됐다.》 ―어려운 질문인가. “긴 이야기가 있다. 저는 발심(發心)하고 출가해 공부와 수행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려고 했다. 어떻게 중노릇을 잘할 것인가, 이게 유일한 관심사였다.” ―원래 음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고향이 전북 김제인데 출가 전 집에서는 양말 한 짝 안 빨았다. 그런데 요리는 못해도 전라도 음식에 대한 DNA, 그 미각이 살아 있더라. 은사를 모시느라 절집 음식을 배웠는데, 공양을 내면 스님들이 그릇을 싹싹 비웠다. 경기 수원 봉녕사승가대에 재학하던 때 김장철이면 학장 묘엄 스님(1931∼2011·청담 스님의 딸)이 마이크로 ‘우관이, 어서 올라오라’고 불렀다. 제가 간을 보고 ‘오케이’ 하면 3000포기 김장이 시작됐다.” 1997년 성지 순례를 떠났던 우관 스님은 여행 중 만난 중암 스님, 한국인 여성 신자와의 인연으로 인도 델리대 불교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영어를 잘 못해 누가 말을 시킬까 봐 땅만 쳐다보고 다니는 학생이었다. ―어렵다는 음식에 관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에 자신 없어 시험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나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베트남 스님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더라. 가만 보니, 관련 내용을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 비 올 것으로 생각하고 나가지 않으면 햇빛을 맞을 수 없다. 그래서 나도 A4용지 500장 분량을 외웠고 5년간 그렇게 공부했다.” ―그럼, 사찰음식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09년 수원 봉녕사에서 열린 첫 사찰음식대향연에 갑작스럽게 전시음식이 턱없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묘엄 스님이 ‘우관이는 할 수 있다’며 난데없이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어떤 음식을 냈나. “한국인 주식이 밥인데 점차 밥을 안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봄 민들레 쑥 녹차, 여름 감자 보리, 가을 시래기, 겨울 팥 연근 등의 재료로 16가지 밥과 죽을 내놨다. 행사장에서 호평이 이어졌지만 공부하는 스님들 사이에서는 ‘우관 스님이 어쩌다가 사찰음식까지 하게 됐나’ ‘그동안 공부가 아깝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반응은 뜻밖이다. “평생 공부하며 살겠다는 초심(初心)에 비출 때 사찰음식은 의도하지 않았던 길이었다. 30, 40대 때는 ‘공부해야지 왜 음식 하나’ 하는 갈등이 있었다. 50대가 되면서 철이 들더라. 자신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룰은 없다. 시장에 가면 시장 아줌마, 법상(法床)에 올라가면 스님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모든 게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먹는 것도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말은 쉽게 잊혀도 맛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맛있게 감사하게 먹었다는 마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불법을 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르침 아닐까 싶다.”이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 16일 찾은 경기 이천시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은 작은 법당에 연구소를 겸한 살림채가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장독대 구경 뒤 무심코 발을 내딛는데 “앗, 조심하세요”라는 경고음이 떨어졌다. 이름을 짐작하기 어려운 풀들이 모두 먹을거리다. 이곳 원장으로 있는 우관 스님(58)은 올해 6월 정관 스님과 함께 사찰 음식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名匠)으로 위촉됐다. 그는 조계종 사찰음식 표준교재를 만들었고 해외문화원의 초청을 받아 사찰음식을 알렸다. 국내 최초로 사찰음식 관련 영문책도 집필했다. 음식과 영어에 관한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뜻밖에 화두(話頭)에 직면한 수행자의 표정이 됐다. ―어려운 질문인가? “긴 이야기가 있다. 저는 발심(發心)하고 출가해 공부와 수행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려고 했다. 어떻게 중노릇을 잘 할 것인가, 이게 유일한 관심사였다.” ―원래 음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고향이 전북 김제인데 출가 전 집에서는 양말 한 짝 안 빨았다. 그런데 요리는 못해도 전라도 음식에 대한 DNA, 그 미각이 살아 있더라. 은사를 모시느라 절집 음식을 배웠는데, 공양을 내면 스님들이 그릇을 싹싹 비우더라. 수원 봉녕사승가대에 재학하던 때 김장철이면 학장 묘엄 스님(1931~2011·청담 스님의 딸)이 마이크로 ‘우관이, 어서 올라오라’고 불렀다. 제가 간을 보고 ‘오케이’하면 3000포기 김장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사찰음식이 ‘전공’이 됐나. “노, 노, 네버…. 하루 3시간씩 자며 공부했는데 너무 공부가 잘 됐다. 그런데 자꾸 공부 중 히말라야 설산에 있는 모습이 보여 인도로 떠났다.” 1997년 성지 순례를 떠났던 우관 스님은 여행 중 만난 중암 스님, 한국인 여성 신자와의 인연으로 인도 델리대 불교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영어를 잘 못해 누가 말을 시킬까봐 땅만 쳐다보고 다니는 학생이었다. ―어렵다는 음식에 관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에 자신 없어 시험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나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베트남 스님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더라. 가만 보니, 관련 내용을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 비 올 것으로 생각하고 나가지 않으면 햇빛을 맞을 수 없다. 그래서 나도 A4용지 500장 분량을 외웠고 5년을 그렇게 공부했다.” ―그럼, 사찰음식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09년 봉녕사에서 열린 첫 사찰음식대향연에 갑작스럽게 전시음식이 턱없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묘엄 스님이 ‘우관이는 할 수 있다’며 난데없이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어떤 음식을 냈나? “한국인 주식이 밥인데 점차 밥을 안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봄 민들레 쑥 녹차, 여름 감자 보리, 가을 시래기, 겨울 팥 연근 등의 재료로 16가지 밥과 죽을 내놨다. 행사장에서는 호평이 이어졌지만 공부하는 스님들 사이에서는 ‘우관 스님이 어쩌다가 사찰음식까지 하게 됐나’ ‘그동안 공부가 아깝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반응은 뜻밖이다. “평생 공부하며 살겠다는 초심(初心)에 비출 때 사찰음식은 의도하지 않았던 길이었다. 30, 40대 때는 ‘공부해야지 왜 음식 하나’하는 갈등이 있었다. 50대가 되면서 철이 들더라. 자신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룰은 없다. 시장에 가면 시장 아줌마, 법상(法床)에 올라가면 스님이 되는 것이죠.” ―음식과 수행, 어떻게 보나. “음식은 단순히 먹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 정성스럽게 올리는 공양이 될 수 있다. 부처에게 귀의하는 마음이다. 공양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풀을 뜯고 직접 만든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과 사랑, 자비심이 깔려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모든 게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먹는 것도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말은 쉽게 잊혀도 맛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맛있게 감사하게 먹었다는 마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불법을 가르쳐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르침 아닐까 싶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종교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출대본) 출범식이 2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장의장에서 열린다. 출대본 준비위원으로는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박종화 국민일보 이사장, 배광식 예장합동 총회장,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등이 참여했다. 본부장을 맡은 감 회장은 “3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구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졌다”며 “종교계가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기 위해 출대본을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전국 광역 시도 지역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개그우먼 김지선이 홍보대사로 나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
“강혁아, 이게 무슨 그림이냐?” “불타는 학교요. 학교가 불타고 있어요. 하하하.” 한 아이가 도화지에 온통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불타는 학교를 그렸다. “학교는 지옥”이라고 했던 그 아이는 서서히 바뀌어 수업이 너무 짧다며 100교시 수업을 하자고 매달린다. 이 책은 20여 년간 초등학교 아이들과 지낸 평교사의 현장 기록이자 에세이다. 그가 만난 여러 아이와의 사례를 대화체로 쉽게 전한다. 학교와 친구들에게 담을 쌓다가 공룡 그림책에 마음의 문을 연 아이, 짝꿍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 저자는 이런 아이들을 씨앗, 자신을 ‘씨앗샘’이라고 한다. 겉모양만 봐서는 어떤 싹을 틔울지, 무슨 색과 모양을 띠고 향기가 나는 꽃을 피울지, 언제 가장 활짝 꽃을 피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씨앗샘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매일 그림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림책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에피소드 뒤에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과 아이들과의 눈높이 대화법에 대한 제안도 정리했다. 저자는 머리말에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아는 일’이라는 일본 교육가이자 아동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을 인용하며 “만나는 아이들을 알아가기 위해 오늘도 몸을 낮추어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입니다. 기다림, 그것이 사랑이니까요”라고 썼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 스님·사진)가 2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다종교 현상과 종교 공존’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종교 탄압에 대한 여러 관점, 근대 세속주의 사회에서 공공성과 신앙의 공존 문제, 종교 전파 시 발생하는 문화적 긴장 관계 등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창익 한신대 교수의 ‘종교 탄압에 대한 제 관점―박해와 성인을 중심으로’, 이병욱 고려대 교수의 ‘종교의 전파와 문화적 긴장―동아시아의 불교 수용 사례를 중심으로’, 이종우 상지대 교수의 ‘신앙과 충(忠)의 혼재―황사영 백서 사건을 다시 보다’ 등 5편의 연구를 발표한다. 최연식 동국대 교수의 진행으로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문광 스님,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조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오용석 원광대 교수가 지정토론을 맡는다. 불교사회연구소는 “불교 전통 성지에 대한 국민적 재인식 작업과 함께 다종교 상황에서 여러 종교가 공존의 지혜를 발휘했던 역사적 사례와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주님, 추모의 벽에 새겨진 자유와 평화의 수호천사들의 이름이/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휴전선 위에/사랑과 평화의 별빛으로 떠오르게 하소서/…’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추모의 벽) 제막식에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낭독한 자작 추모시 ‘꽃잎의 영혼들이여, 사무치는 이름들이여’의 일부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634명, 한국군 카투사(KATUSA) 7174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국적이 미국이 아닌 전사자의 이름이 미국 내 참전기념 시설에 새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회 신자 30여 명과 함께 국내 개신교계 지도자로 유일하게 이 행사에 참석한 소 목사를 12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을 수상하고 10여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추모시를 낭독할 때 어떤 느낌이었나. “추모의 벽 건립을 제안했던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1925∼2022)이 준공식을 앞두고 올해 4월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6·25전쟁 때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그는 평생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사랑했다.” ―시 낭독은 예상했나. “사실 이번 행사에서 감사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최 측에서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서 시 낭독 요청을 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시를 쓰다 보면 찾아오는 시가 있고, 짜내는 시가 있다. 추모 시는 평소 생각해서인지 찾아왔다. 영어로 옮겨 낭독했는데 발음이 ‘콩글리시’라 그렇지 더듬은 적은 없다.(웃음)” ―추모의 벽과 현지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어땠나. “대한민국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자유와 번영을 이뤘으니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그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니 부끄럽고 고마울 뿐이다. 참전용사협회장을 지낸 한 분은 ‘죽기 전에 꼭 한국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더라. 참전용사는 90대 중반 초고령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분들은 내년에 모두 한국으로 모시겠다.” ―2007년 참전용사 리딕 너대니얼 제임스 씨를 만난 것이 16년째 이어진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초청행사의 씨앗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임스 씨와 웨버 대령 모두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참전용사들은 우리보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하는 이들이다.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있을 때 이분들은 ‘우리가 참전했을 때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었는데 왜 독도가 일본 땅이냐’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참전용사 행사를 하느라 교회 재정이 어렵지는 않은가. “교회의 첫 번째 과제는 예수님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사회적, 시대적 정신을 선도하는 것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졌다는 과거를 잘 기억하는 것은 신앙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참전용사들이 안타깝게도 모두 돌아가신 후에는 그 가족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각 지역별 대표적 교회들이 나서 보훈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새에덴교회가 독점하는 행사가 아니다.”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진우 스님(61·사진)의 당선이 11일 사실상 확정됐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총무원장 후보 등록에 진우 스님이 유일하게 서류를 제출했다. 단일 후보로 등록할 경우 무투표로 당선되는 규정에 따라 후보자 자격 심사와 원로회의 인준을 거치면 투표 없이 진우 스님의 당선이 확정된다. 1994년 종단 개혁 후 총무원장이 무투표로 당선되는 건 처음이다. 신임 총무원장 임기는 9월 28일부터 4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진우 스님은 백양사 주지를 비롯해 총무원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호법부장, 교육원장을 지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