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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인근 한강에서 운항 중이던 유람선이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350여 명은 신고 접수 1시간여 만에 전원 구조됐다.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서초소방서는 전날 오후 8시 30분경 “유람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구조에 나섰다. 해당 유람선은 여의도를 출발해 반포대교에서 회항한 뒤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항로를 운항 중이었다.이 유람선은 반포대교 무지개분수 인근을 지나던 중 수심이 얕은 구간에서 강바닥에 걸려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유람선은 약 30분간 자체적으로 이탈을 시도했지만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엔진 공회전으로 연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름 유출이나 화재로 인한 연기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사고가 난 배는 민간 업체인 이크루즈가 운영하는 유람선으로 승객 359명과 승무원 5명 등 총 364명이 타고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승객들은 약 1시간 동안 선박에 머물러야 했다. 이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구조정으로 옮겨 타 반포대교 남단 세빛섬 인근으로 이동했다. 구조 작업은 오후 9시 37분경 마무리됐다.유람선은 승객들이 내린 뒤 이크루즈의 다른 배와 서울시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좌초 지점에서 벗어났고, 29일 0시경 자체 동력으로 여의도 선착장에 복귀했다. 이크루즈는 이날부터 안전 점검을 위해 디너 크루즈를 제외한 일반 유람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에 대해 이크루즈 측은 “유람선은 정상 항로로 운항했다”며 “봄철 수심이 낮아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항로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발생한 한강버스 사고 역시 항로 이탈로 인해 저수심 구간에 진입하면서 좌초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운항 미숙, 기기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크루즈 측으로부터 사고 경위 보고서를 제출받아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정확한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인지 기능이 떨어진 노인 등을 대상으로 200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조직의 주범이 최근 구속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치매 노인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해 태양광 사기를 벌이거나 아파트 담보 대출금을 빼돌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 가족이나 지인에 의한 ‘쌈짓돈 횡령’ 수준에 머물렀던 치매 노인 대상 범죄가 이제는 기업형 조직이 가동되는 ‘약탈 산업’으로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엔 관련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말귀 어두운 노인 전 재산 뜯어내”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고령층 3만여 명으로부터 다단계(폰지) 사기로 투자금 2089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로 조직 주범인 50대 남성을 1월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 등에 투자하면 원금의 1.5배를 보장하겠다”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이 부족한 60∼80대 고령층을 노려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인들에게 그럴싸한 가짜 서류를 보내며 브리핑했다”면서 “재개발 보상금 8억 원가량을 몽땅 날린 노인과 평생 번 돈을 쏟아부은 시각장애인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식으로 신고한 피해자 328명 외에 치매 등으로 인해 신고조차 힘든 이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국 35개 지사를 두고 투자자를 모으는 등 기업형 범죄 조직의 모습을 보였다. 유명 가수를 동원해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환자를 비롯한 고령층의 자산을 빼돌리는 가해자가 지인이나 가족 등에 그치지 않고 ‘조직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산업이 된 ‘치매머니 사냥’, 실태 파악부터치매 환자를 노린 범죄가 점차 조직화·기업화하는 건 이들의 재산 관리가 허술하고, 사기 피해를 봐도 이를 즉각 알아채거나 일관되게 진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사기 조직의 시각에서는 ‘적발 위험은 낮은 반면 수익은 확실한’ 대상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엔 90대 치매 노인에게 ‘큰 수익을 내주겠다’며 접근해 아파트 담보 대출금 9억7500만 원을 빼돌린 일당에게 법원이 최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층이 적은 농촌 지역에선 치매 노인들이 ‘집단 표적’이 되기도 한다. 2022년 한 태양광 사기 조직은 전남 해남군 등 농촌 지역에서 80대 치매 환자 4명 등 노인으로부터 175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반강제로 계약금을 뜯어내는 등 애초에 인지 기능이 떨어진 이들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노인 인구 100만 명이 가진 자산이 172조 원으로 추산되면서 이를 노린 약탈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가의 감시망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노인학대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 노인 중 치매(의심 포함) 비율은 24%에 달하지만,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경찰도 치매 노인 대상 경제 범죄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전담 수사팀도 없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30년 이전에 치매 노인 대상 범죄를 유형화하고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천장이나 책상 곳곳에 항상 기름때가 시커멓게 찌들어 있었다.” 지난해까지 대전 안전공업에서 5년간 일했던 김모 씨(30)는 공장 상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4명이 숨지는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도 기름이 기체 상태로 증발해 생기는 유증기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항상 존재했다는 의미다. 공장의 전현직 직원들은 입을 모아 기름 찌꺼기 등 화재 위험에 노출됐던 시설과 업무 환경을 지적했다. 안전공업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공장 곳곳에 절삭유와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절삭유와 기름때, 유증기 등 인화성 물질은 화재가 초반에 급속히 확산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전직 직원은 공장을 “기름에 절어 있는 상태”로 기억했다. 그는 “가공 공정에서 발생한 절삭유가 연기처럼 24시간 날리는 상태였다”며 직원들끼리 ‘기름독’이라고 하는 직업병이 생겨 온 피부에 빨간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기름독’으로 퇴사하는 직원도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전직 직원 역시 “피부가 가렵고 벗겨지는 질환은 일상이었고 천장과 바닥, 책상 등에 있는 기름때는 닦아도 금방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현직 직원도 “일하다 보면 주방에 있는 환풍구처럼 천장에 맺힌 기름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안전공업 직원들은 이 문제를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했고, 2023년에야 동관 창문 한편에 환풍기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안전공업 노조는 “유증기 등이 축적되는 점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점검하거나 세척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며 “사측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시민단체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의 2016년 ‘대덕산업단지 악취 개선 효과 분석 및 향후 관리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공업의 본관 사업장 집진시설 주변에선 복합악취 희석배수가 최고 1000배로 조사됐다. 악취 희석배수가 1000배라는 것은 사람의 코로 기름 냄새 등 복합적인 악취가 맡아지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무취 공기가 1000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공정 중에 뿌려지는 절삭유나 압출 프레스에서 나오는 오일 미스트가 화마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공장의 오일 미스트와 같은 방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게 건물 안에 꽉 차 있는 상황에서 불꽃이 튀면 걷잡을 수 없는 화재가 된다”고 말했다.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국적과 세대의 경계를 허문 거대한 축제의 무대로 변신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유아부터, 처음 만난 해외 팬과 함께 밤을 새운 40대 여성, 휠체어를 탄 60대 부부, 무대가 끝난 뒤에도 남아 쓰레기를 주운 일본인 팬까지. 주최 측 추산 10만4000여 명(행정안전부 추산 6만2000명)이 모인 광장은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취재팀은 공연 전후 27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며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D-24시간(20일 오후 8시)공연을 24시간 앞둔 광장 일대는 설치 작업이 막바지인 무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몰린 팬들로 북적였다. 딸 이체리 양(4)을 목말 태우고 온 이규한(33) 강초이(26) 씨 부부는 “BTS가 리허설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 아쉽지만 벌써 축제 분위기가 나서 흥이 난다”고 말했다. 이경희(60) 박태수 씨(64) 부부도 “아미들과 공연 전날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광화문으로 왔다. 내일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공연할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밤 12시가 가까워져 오자 노숙을 준비하는 팬들도 보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에미나 후세이노바 씨(25)는 “BTS가 좋아 한국으로 유학까지 왔다”며 “공연이 기대돼 추위도 안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에미나 씨와 BTS라는 공통 관심사로 하루 만에 친구가 됐다는 박소연 씨(43)는 그가 무사히 밤을 새우도록 종합비타민과 손난로, BTS 풍선, 굿즈 등을 손에 꼭 쥐여줬다. 인근 24시간 운영 커피숍에는 21일 새벽에도 BTS의 새 앨범을 들으며 몸을 녹이는 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온 하니사 씨(45)는 오전 3시 “티켓이 없지만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왔다”며 “엄마와 자매가 하늘나라로 떠나 슬퍼하던 시기에 접한 BTS 노래가 나를 위로했다”고 말했다.동이 트는 오전 6시가 되자 팬들의 설렘이 고조됐다. 이순신 장군상 인근에선 미국에서 온 헤더 사하지안 씨(29), 영국 유학생 무스달리파 아하메드 씨(20),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투이 둥 씨(20)가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현장에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응우옌 씨는 옆에 있는 일본인에게 “ARMY?”라고 물으며 서로 가진 굿즈를 보이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0대 일본인 팬 미즈타니 아즈사 씨는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친구 사카시타 요시코 씨와 나고야에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21일 오전 7시부터 공연장 인근에 도착해 사진을 찍던 아즈사 씨는 “공연 후에는 지민이 다녀와서 유명해진 ‘약수삼계탕’ 등 ‘BTS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D-8시간(21일 낮 12시)공연장으로 통하는 검문검색대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설치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기 위해 검문소마다 4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경찰과 서울시 직원들은 비좁은 이동로에서 인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동하셔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 한 50대 여성이 가스 분사기와 전기 충격기를 소지한 채 입장하려다 차단당해 일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한 결과 호신용으로 파악되면서 현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통제 구역 인근의 일부 행인과 점포 주인이 통행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시민 대다수는 “혹시 모를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해선 따라야 하는 조치”라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한국의 고궁과 아리랑을 콘셉트로 한 공연에 ‘드레스 코드’를 맞춘 팬도 눈에 띄었다. 미얀마에서 온 따진 미인 미옛 우 씨(28)와 이래떠 씨(21)는 BTS 아리랑 콘셉트에 맞춘 빨간색의 한복을 입고 검문소를 통과했다. 유학생인 이들은 “BTS에 빠지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게 돼 이렇게 복장을 갖춰 입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글로벌 팬들은 ‘K-푸드’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네팔 출신 유학생 라마상기 씨(20)와 카트리 카루나 씨(19), 라이 로사니 씨(19)는 점심으로 불닭볶음면과 김밥을 사서 먹었다. 라마상기 씨는 “네팔에서 처음 먹었는데 맵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며 웃었다. 독일에서 온 루이자 씨(25), 차비아 씨(23), 소피아 씨(22)도 “점심과 저녁으로 먹을 김밥도 숙소 근처에서 챙겨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D-30분(오후 7시 반)공연을 30분 앞둔 행사장 주변에서는 장애인의 관람을 위해 시민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최희욱(65) 씨와 이기상(69) 씨 부부가 관람석에 들어서자 다른 이들은 선뜻 길을 터줬다. 박제경 씨(69)도 “다른 팬들이 많이 배려를 해줘서 들어오기 수월했다”며 “내 나이에 광화문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하는 걸 언제 보겠나 싶어서 직접 전화로 예매했다”고 말했다.공연의 막이 오르자 국적과 직업의 경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글로벌 팬들은 멜로디에 맞춰 일제히 ‘BTS’를 연호했고,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관들도 흥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 10명 중 4명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일 정도로 현장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부산에서 온 권모 씨(34) 가족은 할아버지부터 유모차에 탄 손자까지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지켰다. 권 씨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BTS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있다. BTS는 세대와 사돈을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고 했다. 손자와 함께 온 이모 씨(64)는 “트로트만 좋아했는데, BTS가 ‘아리랑’이라는 곡으로 공연한다니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김길성 씨(69)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현장을 찾아서 신문지 한 장을 바닥에 깔고 하염없이 스크린 앞자리를 지켰다. 김 씨는 “우리나라를 빛낸 사람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여행차 한국을 찾은 모이라 하비 씨(64)와 씨에라 맥크나일 씨(70)는 “다리가 아프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은숙(63) 임정용(67) 씨 부부는 반려견 아리(12)·초롱(10)을 ‘개모차’에 태운 채 공연을 즐겼고, 한 60대 남성은 무대가 시작되자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연신 ‘인증샷’을 남기며 축제를 기록했다. 마지막 앙코르곡 ‘소우주’가 흐르자 중년 남성부터 20대 외국인까지, 일면식 없는 이들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 멜로디에 몸을 흔드는 장관이 연출됐다.#D+2시간(오후 10시)모든 무대가 오후 9시경 종료됐지만 축제의 여운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이어졌다. 많은 팬이 공연장에 남아 뒷정리를 도왔다. 가즈코 사쿠라이 씨(62)는 ‘아미 자원봉사단’ 동료들과 함께 객석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오후 10시 20분까지 남아 청소한 그는 “처음 왔을 때보다 (광장을)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함께 뒷정리에 참여한 BTS 팬 유모 씨(45)는 “모든 아미의 문화다. 응당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종로구 소속 환경미화원 이재성 씨(47)는 “행사의 규모를 고려하면 쓰레기가 많이 남지 않은 편이었다”고 했다. 미화원의 광장 청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예정보다 이른 오후 10시경 마무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약 3시간 앞둔 오후 5시를 전후해 광화문광장 곳곳에 설치된 31곳의 보안검색대에는 티켓 없이 공연을 관람하려는 팬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는 3만~3만2000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이전부터 ‘명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종문화회관 인근 W4 검색대 앞에는 1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리며 약 40m 긴 줄이 생겨 있었다. 라무니온 베카 씨(43)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목발 투혼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무릎 수술 이후 무릎이 약해져 목발에 의지하고 있다”며 “오늘 많이 걷고, 또 스탠딩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목발을 챙겨 왔다”고 설명했다.티켓이 없어도 무대 정면과 가장 가깝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역 쪽으로 사람들이 계속 몰리자 경찰은 추가로 펜스를 설치해 추가 진입을 막았다. 일부 팬이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순 없느냐”고 묻자 경찰은 “형평성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다. 명당과 가까운 E1 검색대 앞에도 수십 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팬들은 BTS 컴백 앨범 ’아리랑’을 대표하는 빨간색 옷을 맞춰입고 앉아서 함께 점심을 나눠 먹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뎀티 씨(35)는 “1시간 정도는 금방 기다린다”며 웃었다.이란에서 온 아니사 아슈로바 씨(22)는 오전 10시부터 C구역 펜스 옆 통행로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슈로바 씨 앞으로 사람들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C구역 대형 스크린이 정면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명당’을 차지했기 때문. 그는 “편의점에서 초콜릿과 쿠키 같은 간식을 미리 사왔다. 10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관람객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자 경찰과 안전요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열어주는 장면도 포착됐다. 오후 3시 40분경 현대해상 건물 앞에서 휠체어를 탄 최희욱 씨(65)와 남편 이기상 씨(69)가 도움을 요청하자 안전요원 및 경찰 등 6명이 붙어서 이동하는 길을 열어주고, 장애인 관람석으로 이동하는 길을 안내했다. 최 씨는 “검색대에서는 80m 정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다른 분들이 양보해주셔서 우리가 먼저 들어올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검색대 곳곳에는 시민들이 반납한 라이터, 커터칼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위험한 물건을 가져온 시민들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4시 40분경 교보문고 앞 E5 검색대에선 한 중년 남성의 가방 안에서 주황색 테이프로 감싼 과도가 발견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과도를 발견한 경찰이 “과도를 두고 가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설명하자 이 남성은 “어차피 검색대를 통과해 서대문 방향으로 다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남성은 발길을 돌렸다.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오늘 이 친구들을 처음 만났는데,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당장 언니, 동생, 친구 사이가 됐습니다.”약 4년 만에 돌아오는 BTS 광화문 공연을 약 19시간 앞둔 21일 0시 53분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미술관 인근 돌계단, 박소연 씨(43)는 각각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글로벌 아미’인 후세이노바 에미나 씨(25)와 제이니예바 노자닌 씨(19)와 하루 만에 친구가 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풍선 장식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박 씨는 밤새워 대기할 에미나 씨와 노자닌 씨를 위해 종합비타민이랑 핫팩 등과 BTS 풍선, 배지 등 굿즈를 손에 꼭 쥐여줬다.전날 밤부터 광화문 일대는 이미 K팝 공연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 글로벌 팬들이 전야제’를 벌이고 있었다. 일부 팬은 공연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노숙하면서도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학창 시절 BTS의 ‘상남자’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이 됐다는 에미나 씨는 한국 문화와 산업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올해 3월 성신여대 글로벌한국학과에 입학했다. 한복을 입고 20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기 시작한 에미나 씨는 “아미들이 직접 제작한 콘서트 일대 홈페이지에서 음식점, 공중화장실 등 정보를 얻으며 밤을 지새울 계획”이라며 “콘서트에 대한 설렘에 춥지 않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비단 젊은 팬뿐 아니라 3인 가족과 60대 부부까지 세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야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광장은 붐볐다. 오후 10시 15분경 딸 이체리 양(4)을 목말을 태우고 이동하는 이규한 씨(33), 강초이 씨(26) 부부는 “리허설하는 BTS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못 봐서 아쉽지만, 사람도 많고 축제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이경희 씨(60)와 박태수 씨(64) 부부도 “아미들과 공연 전날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광화문으로 왔다. 내일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공연할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공연 당일인 21일 오전 6시가 되자 경찰은 공연장과 그 일대를 펜스로 통제하고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해 금속탐지기(MD)를 동원해 팬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시작했다. MD 내부 구역에서 만난 50대 일본인 팬 미즈타니 아즈사 씨는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친구 사카시타 요시코 씨와 나고야에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아즈사 씨는 “공연 후에는 지민이 다녀와서 유명해진 ‘약수삼계탕’ 등 ‘BTS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거나 구역 안의 입장이 지연되지는 않았으나, 정보 혼선이 빚어져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6시경 미국 대사관 인근 통제구역, 경찰 통제선은 관람객과 일반 시민이 모두 통과 가능하지만 경찰 혼선으로 광화문역으로 가는 시민의 통행을 금지한 것이다. 일부 시민은 “역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배우 이재룡 씨(62·사진)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씨가 음주 측정을 피하려 일부러 술을 더 마시는 술 타기 수법을 사용했다고 보고 음주 측정 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이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음주 측정 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6일 오후 11시경 강남구 서울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앙분리대 10여 개가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사고를 낸 뒤 몇 시간 뒤 지인들과 만나 술을 더 마시는 등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술을 마신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음주 운전 사실을 부인했으나, 이후 시인했다. 사고를 내기 전 총 3개의 모임에 참석해 마지막 자리에서 소주 4잔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주장이다. 이후 10일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는 음주 측정 방해 혐의에 대해 “사고 이후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술 타기를 시도했던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씨가 사고 당시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이 지인의 집에서 이 씨를 검거한 직후 측정한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지난해 6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음주 측정을 방해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배우 이재룡 씨(62)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음주 운전뿐 아니라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더 마시는 ‘술 타기(음주 측정 방해)’ 혐의도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이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사고 후 미조치, 음주 측정 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6일 오후 11시경 서울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중앙분리대 10여 개가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 이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당초 이 씨는 “운전할 때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며 부인했다가 이후 “소주 4잔을 마시고 운전했으며, 중앙분리대에 살짝 접촉한 줄 알았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이 씨가 음주 운전 사고뿐 아니라 술 타기를 시도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고 직후 달아난 이 씨는 청담동 자택에 차를 세운 뒤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지인과 합류해 증류주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10일 경찰 조사에서 “증류주를 마셨으나 술 타기를 시도했던 건 아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경찰은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음주 측정 방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도 마스터스 러너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마라톤 참가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모님과 함께한 청소년은 물론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대와 여러 국적의 참가자가 광장의 열기를 더했다. 풀코스(42.195km) 참가자 2만 명, 10km 코스 2만 명 등 총 4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과 한강, 잠실운동장 등 서울 명소를 만끽하며 도심을 누볐다. ● 아들과 함께 ‘유모차런’, 장애 극복 달리기도가족과 함께한 참가자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고 입을 모았다. 장규창 씨(37)는 아들 승윤 군(5)이 탄 유모차를 끌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유모차 마라톤’이 세 번째라는 그는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결혼하는 권오현 씨(31)와 최유리 씨(30)는 각각 나비넥타이와 면사포 차림으로 10km를 달렸다. 권 씨는 “(약혼자와) 함께 뛰니 기록도 좋아지고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며 “앞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도 혼자보다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장애를 극복하고 완주에 성공한 참가자들도 큰 박수를 받았다. 하반신 마비 장애가 있는 싱가포르인 윌리엄 씨(57)는 달리기 전용 휠체어를 타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오늘 기록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고 했다. 가이드 러너와 함께 10km에 도전한 중증 시각장애인 이준혁 씨(31)는 “‘시각장애인은 뛸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체육인은 물론 경제계, 정계, 문화계 인사들도 봄의 도심을 달렸다. 75세인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도 대회에 참가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권 명예회장은 “동아마라톤은 가장 역사가 깊고, 광화문을 뛸 수 있는 코스라 뜻깊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7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뒤 “시민 여러분의 높은 질서 의식과 주최 측의 헌신 덕분에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동아마라톤 참가가 네 번째인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씨(49)는 “대회마다 잘 뛰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며 “(이번 대회에서) 개인 기록을 깨서 기쁘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민호 씨(본명 최민호·35)도 “많은 분들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룩스’ 생중계에 곳곳서 인증샷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은 많은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덴마크인 킴노르먼 앤더슨 씨(59)는 “서울 시내 전망을 보며 권위 있는 코스를 뛸 수 있는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옥색 한복을 입고 온 모로코인 아이욥 와히디 씨(34)는 “한국 귀화를 앞두고 있어 자축하는 의미에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상을 입은 이들도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배한별 씨(41)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사자보이즈’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마라톤에 출전했다. 배 씨는 “마라톤을 쉬는 동안 잊었던 열정을 되찾고자 복장을 했다”고 했다. 대회 현장이 동아미디어센터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사이니지인 ‘룩스(LUUX)’에 생중계되자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71세인 신행철 씨는 풀코스를 2시간54분10초에 주파했다. 로드레이싱 통계사이트 ARRS에 따르면 이는 종전 70대 세계기록을 13초 앞당긴 신기록이다. 신 씨는 “기록을 깨기 위해 한 달에 300km를 달리며 맹연습했다”고 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담당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참담한 사고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 첫날 증인으로 출석해 “100%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이뤄진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용산서 직원의 피로가 누적돼 대응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는 취지다. 증인석에 앉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 등 부처의 구조적 문제 탓에 대형 재난이 반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안전 문화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의식이 제고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경비 공백이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당시 경찰청장으로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느끼고 있다”며 “오늘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청문회 현장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은 “오전에 출석했던 김 전 청장의 선서 거부에 대해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청문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증언을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참사 당시 실무자들은 초기 부실 대응과 관련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2팀장이었던 윤모 씨는 “(참사 당시) 시민 11명이 (인파 밀집을) 신고한 것은 (경찰) 조직에 요구한 것이지 파출소에 요구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권 당시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반장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안 하면 서울청이 바로 알기 어렵다”고 했다. 청문회장 뒤편을 지키던 유가족 사이에서는 “그게 말이 되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참사 생존자인 민성호 씨는 “(정부 대응이) 10분만 빨랐어도 100명은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담당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참담한 사고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 첫날 증인으로 출석해 “100%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이뤄진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용산서 직원의 피로가 누적돼 대응 능력이 떨어져있었다는 취지다.증인석에 앉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 등 부처의 구조적 문제 탓에 대형 재난이 반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안전 문화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의식이 제고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경비 공백이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당시 경찰청장으로 일련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도의적 책임은 당연히 느끼고 있다”며 “오늘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청문회 현장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은 “오전에 출석했던 김 전 청장의 선서 거부에 대해서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청문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증언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참사 당시 실무자들은 초기 부실 대응과 관련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2팀장이었던 윤모 씨는 “(참사 당시) 11명 시민이 (인파 밀집을) 신고한 것은 (경찰) 조직에 요구한 것이지 파출소에 요구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권 당시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반장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안 하면 서울청이 바로 알기 어렵다”고 했다. 청문회장 뒤편을 지키던 유가족 사이에서는 “그게 말이 되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참사 생존자인 민성호 씨는 “(정부 대응이) 10분만 빨랐어도 100명은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서울 은평구에서 서대문구로 출퇴근하는 이모 씨(37)는 최근 주말 중 하루는 외출을 미루고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하는 날’로 정하고 집에 머무른다. 치솟는 자가용 기름값을 아끼려 전기자전거를 구매했지만 최근 잇따르는 배터리 폭발 사고 소식에 충전 중 자리를 비우기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9일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만에 하나 배터리가 폭발하더라도 집 밖에 있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더 빨리 수습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당분간은 이렇게라도 충전 상황을 지켜보며 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화재 70%는 전기이륜차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휘발유 등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전기자전거와 킥보드 등 소형 전기이륜차가 회사원과 학생의 실속형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충전 중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이용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자전거에서 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1층까지 번져 주민 17명이 대피해야 했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가 과열돼 발생한 화재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전기이륜차는 전기차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국내 전기이륜차 보급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만 대로 추산돼 전기차(약 82만 대)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배터리 화재의 절대다수가 전기차가 아닌 전기이륜차에서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901건 중 킥보드(485건)와 자전거(111건), 오토바이(31건) 등 전기이륜차에서 비롯된 사고가 627건으로 69.5%를 차지했다. 특히 외부 공용 충전소에서 주로 충전하는 전기차와 달리 전기이륜차는 가정 내 콘센트로 충전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의 위험이 크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에선 전기오토바이 배터리가 폭발해 집에 있던 모자 2명이 숨지고 주민 16명이 다쳤다. 올해 1월 28일엔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에 불이 나 주민 1명이 다쳤다. 전기이륜차는 기기가 작아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된 경우가 많고, 배터리가 충격에 노출됐을 때 손상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제조사 정보 공개 사각 하지만 전기차와 달리 전기이륜차는 배터리 정보에 대한 세부적인 공개 규정이 없어 원산지를 속이는 등 ‘꼼수’에 취약하다. 창전동 화재의 경우 오토바이 제조업체가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 배터리는 영세 업체가 수입하거나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이륜차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4년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1대가 폭발해 주변에 주차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자 같은 해 9월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사와 셀 형태, 주요 원료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기차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이륜차는 이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기자전거 등은 자동차관리법상 관리 영역이 아니라서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이륜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대책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이륜차도 정보 공개 대상에 포함하고, 일정 거리 이상 주행 시 제조사나 유통사에 배터리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