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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현금을 지급하고 출산율을 올리려는 시도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실·국장들에게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와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 정책 과제 준비를 주문했다”며 “미리 내다보고, 먼저 준비하겠다”고 썼다. 최근 곳곳에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저출산 정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이 제시한 방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17년 전인 17대 대선 당시만 해도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제공’을 내걸었던 허경영 후보의 공약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1억 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저출산 정책은 흔한 내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 원을, 충북 영동군은 최대 1억24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민간 기업도 동참했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전남 해남군의 저출산 정책은 한때 ‘땅끝마을의 기적’으로 불렸을 만큼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0년 인구 10만 명이 무너지자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 300만 원을 현금으로 줬다. 50만 원이었던 출산장려금을 6배나 늘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다. 불과 1년 만에 출생아가 300여 명 늘어난 810명을 기록하며 출산율 2.47명을 기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후 해남군은 2018년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문제는 출산장려금을 받았던 4가구 중 1가구가 해남군을 떠났다는 것이다. 육아, 교육, 의료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고 느낀 부모들이 지원금만 받고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 나선 셈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진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지난해 작성한 ‘저출산 정책 평가 및 핵심 과제 선정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1∼40%에서만 출산지원금이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는 인구 10만 명 이상 100만 명 미만 도시에서 모두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인센티브가 아예 없는 것보다 ‘억 소리’ 나는 저출산 정책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40대 맞벌이 직장인 엄마의 푸념은 새겨들을 만하다. “돈이 없어서 애를 못 낳는 게 아니잖아요. 언제 키우고 언제 학교 보내나요. 엄두가 안 나서 안 낳는 거죠.” 결국엔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라도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긴 뒤 일할 수 있고,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육아휴직 제도를 확산하고 직장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와 교육 시설을 늘리는 노력도 상상력을 발휘해 ‘1억 원 현금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경북도는 18일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을 지방정부 중심으로 대수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굳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쓴 이유에 대해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전시 상황에 준하는 위기라는 심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경북도 모든 부서 직원에게 업무 영역과 관계없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열흘 넘게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에서 주택 정책을 비롯해 일·가정 양립, 완전 돌봄, 외국인 정책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정책 아이디어 266개가 모였다. 이 중에서 10개를 추려 발표하고 전 직원과 전문가, 맞벌이 육아 중인 도민, 예비 부부 등 300여 명이 모여 끝장 토론을 벌였다. 신혼부부에 연 1% 금리로 3억 원을 대출해 주고 6년 이내에 아이 2명을 낳으면 전액 변제해 주거나, 김천혁신도시에 유명 대형 학원을 유치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아이디어 등을 내놨다. 업무 보고 다음 날 이 지사는 통화에서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더라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며 “현금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가 육아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극복 시범도시를 만들어 이곳에서 성공한 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며 “적당히 하는 척만 하다간 정말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라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역시 18일 총선 공약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여당은 육아휴직 급여를 210만 원으로 올리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1개월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앞세웠다. 부부간 육아 부담 격차를 줄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대책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현금을 지원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회 모두 저출산 극복에 한목소리를 낸 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절박함이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걸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지자체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여야는 눈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메가톤급 공약을 발표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장 국민의힘의 저출산 공약에 대해선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이나 체감할 만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민주당을 향해선 “연간 필요한 28조 원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란 비판이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누가 어떤 이슈를 먼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는 공약만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수도권 도시의 서울 편입을 둘러싼 메가시티 공약도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여권에서 선제적으로 제시했지만 당장 실현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저출산 공약만큼은 정치권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저출산 문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의 관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관점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가 된 지 오래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10년 후 대한민국을 위한 제안’을 발표하며 “국가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헌법에 못 박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문 8556자 중에서 인구절벽의 위기를 강조하며 저출생 해법을 언급한 내용이 첫 대목부터 5000자 넘게 이어졌다. 국회의장이 신년 간담회에서 직접 저출생 문제를 강조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놓은 김 의장의 신년사에선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1987년 이후 멈춰버린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 권력 구조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해관계 탓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이런 논의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동력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김 의장이 새해 화두로 던진 ‘저출생 개헌’은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이슈였다. 다만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둘러싼 팽팽한 여야 대치 정국이 펼쳐져 있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저출생 개헌 주장은 어쩌면 한가한 소리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김 의장의 주장이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김 의장의 저출생 개헌 주장을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인구절벽의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저출생 위기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구난방식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만 증명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절벽의 문제를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과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국가 과제로 보육과 교육, 주택 등 인구 감소 정책을 개헌안에 명시해 국민투표를 통해 정해야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 수단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병력 감소와 노동력 부족, 긍정적인 이민 정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발표문 중에선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를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인구절벽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국회의장이 제기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야 한다. 저출생 문제처럼 여야 모두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국가적 과제는 많지 않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국가적 정책을 완성하는 것만큼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또 있을까. 개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저출생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여야가 함께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증오 정치’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 정치권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올 3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건 2015년 11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었다. 이후 정부 내에선 올 연말 전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저고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가정 양립 대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여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우선순위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고, 당장 표가 안 되는 저출생 대책 발표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필자와 만나 “총선에서 승리해야 저출생이든 민생이든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총선에서 승리할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들으면서 ‘윤석열 정권’ 대신 ‘대한민국’이, ‘총선 승리’ 대신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각에선 여야가 상대적으로 이견이 없는 저출생 문제를 여권이 주도적으로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해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여소야대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면서 집권 초반을 허비하느니 주어진 여건을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실력을 국민에게 보여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저출생 문제는 오늘내일 먹고살 걱정이 우선인 국민에겐 와닿지 않는 이슈다. 대책의 효과가 수십 년 후에나 가시화되기 때문에 4년 뒤, 5년 뒤 당선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권에도 관심이 없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에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다뤄지며 국내에서 반짝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 0.78명은 1994년 독일 통일 직후 혼란에 빠졌던 동독 지역 0.77명과 근접한 수치다. 지금 이 추세라면 두 세대가 지난 50여 년 뒤 우리나라 국민은 17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주변에 윤 대통령의 최대 성과가 무엇인지 여러 명에게 물었다.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공조를 강화한 외교안보 성과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내치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뚜렷한 성과가 아직 없다 보니 임기 5년인 대통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어떻게든 확보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만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이미 똑똑해진 유권자들은 오직 눈앞의 선거만을 바라보고 내놓는 선심성 공약엔 감동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 정책을 챙기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출생 여파의 직격탄을 맞을 젊은 세대는 적어도 진정성을 느끼지 않을까. 선거를 치르려면 결국 유권자인 국민이 있어야 한다. 눈앞에 닥쳐온 저출생 위기를 방치하고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동안 선거도, 국민도, 나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2011년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오 시장은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앞세워 비양심적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막지 못하면 국가가 흔들린다”고 날을 세우며 시장직을 걸었다. 필자는 당시 서울시 출입기자였다. 무상급식 이슈가 전국적 화두가 되면서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왜 선택적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당시 주민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에 미달해 25.7%에 그치며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오 시장은 사퇴해야 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시장직은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 이후 사석에서 오 시장을 만날 때마다 그는 시장직을 걸었던 걸 후회하면서도 선택적 복지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피력했다. 그런데 최근 만난 40대 직장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의외였다. 이 여성은 “서울시가 난임부부 시술비를 소득 기준 구분 없이 지원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보건복지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지원받을 수 없어 맞벌이 부부는 사실상 꿈도 못 꿨다”고 했다. 오 시장이 저출생 대책만큼은 보편적 복지를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 3월부터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했고, 모든 출산 가정에 산후조리비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 존폐의 문제가 걸린 저출생 위기 탓이다. 난임 시술을 받으려면 한 달에 서너 차례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시술비는 많게는 400만, 500만 원이 든다. 3년 넘게 난임 시술을 받고 있다는 30대 직장인은 “어떻게 해서든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정부가 난임 시술비는 소득 기준에 따라 주는 걸 보고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내놓은 한심한 정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내년 1월부턴 전국 어디서든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월 소득 일정액 이하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게만 지원했지만 보편적 복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남은 숙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원래 보건복지부가 담당했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다르다 보니 서울처럼 상대적으로 넉넉한 곳은 문제가 없지만 살림이 팍팍한 곳은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 사업이라고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한다면 재정난을 겪는 지역에선 난임부부 지원 사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8월 난임 시술비 지원 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1년 전 시장직을 걸었던 오 시장도 저출생 문제만큼은 한발 물러섰다. 정부 역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난임부부 지원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다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적어도 대통령실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건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한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에 김포시를 편입시켜 초광역도시를 만들겠다는 김기현 대표의 발표는 당내에서도 지도부 몇 명을 제외하곤 몰랐다고 한다. 깜짝 발표였던 셈이다. 김 대표도 애초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국면을 전환시킬 묘수라고 판단해 밀어붙였다고 한다. 경기 평택에서 3선에 성공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도 적극 움직이며 대통령실을 설득해 물꼬를 텄다. 파장은 컸다. 약 60년 만에 서울이 대대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피어났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반등했다. 서울과 인접한 12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구리 광명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등 가릴 것 없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40대 직장인도 “지금은 강동구가 송파구와 강남구를 받쳐 주는 외곽 지역이지만 하남시가 편입되면 강동구가 서울의 중심에 가까워지는 셈”이라며 “도심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한 메가시티 구상이 철저한 ‘총선용 전략’이란 점이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라는 단어 대신 ‘뉴시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당에 수도권 대승을 안겨다 준 ‘뉴타운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작명이다. 지난해 20대 대선 레이스 당시 윤 대통령이 내놓은 450쪽 분량의 공약집에는 ‘메가시티’라는 단어가 딱 세 번 나온다. 그나마 충청권 메가시티, 새만금 메가시티 등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공약집에선 “역대 정부가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이어졌고 지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도 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탓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김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 쇼”라며 “총선 앞두고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은 지금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올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들고, ‘이제는 지방시대’란 슬로건을 앞세워 이달 초 박람회도 열었다. 박람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8일 친윤(친윤석열)계 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 장관은 “지방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쓴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용 전략이라고 폄훼할 게 아니라 선거 덕분에 새 어젠다를 제시한 걸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나 지방 균형발전 같은 국가적 과제는 당정이 합심해도 달성하기 힘들 때가 많다. 지금처럼 곳곳에서 인지 부조화가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메가시티와 지방 균형발전 모두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대학 입시요? 무조건 외국 대학 보내야죠. 국내 대학 보내서 뭐 해요. 나라가 없어지게 생겼는데….”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만나 얘기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이른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인데 입시를 물었더니 난데없이 저출생 현상을 거론하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대치동 학부모는 대한민국 어느 학부모보다 교육 정책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최신 입시 전략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문가들이다. 이 학부모도 이미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며 학군을 고려해 사는 곳까지 대치동으로 옮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다 수십 년 후 나라가 없어질지 모르는데 아이를 의대나 법대에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최근 이런 얘기를 하는 강남 엄마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저출생 문제를 먼 미래가 아닌 코앞에 닥친 위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0년 전인 1983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는 평균 2.06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이면 저출산국가로 분류되는 기준에 따라 그때 이미 저출산국가로 분류됐다. 그런데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출산율은 계속 곤두박질쳤고 2001년 초저출산국가(1.3명 미만)가 됐다. 그 이후인 2005년에야 정치권은 부랴부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15년 넘게 280조 원을 투입한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저출생 경고등은 수십 년 전부터 켜져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선심성 현금 지급 정책만 남발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인구위기특별위원회를 꾸려놓고 10개월 동안 회의를 고작 4차례 열었다. 저출생 관련 법안은 435개 발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건 19개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모두 지난해 대선에서 저출생 해결을 공약했지만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내년 총선 공천에 사활을 거는 국회의원들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 대신 지역구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책임 공방을 벌이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서로 견제하느라 유치한 논쟁을 하는 그 순간에도 저출생 상황은 더 악화되고, 국가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저출생 문제 해결 못 하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만난 정치인 중 누구로부터도 저출생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강남 엄마들보다 저출생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정말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를 일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2024년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1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모두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1년 6개월 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24만7077표(0.73%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던 박빙 승부가 미국 대선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미 대선에서 맞붙게 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이들이 직면하게 될 과제와 주요 변수를 미국 기자들과 미 싱크탱크 관계자, 정치학 교수 등의 분석을 토대로 정리해봤다. ①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구성의 변화미 대선이 우리나라 대선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에 의해 치러지는 간선제와 직선제가 혼합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체 득표수가 많더라도 50개 개별 주(州)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6415만 표를 얻어 트럼프(6223만 표)보다 약 192만 표를 더 얻었지만 23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쳐 290명을 얻은 트럼프가 최종 승자가 됐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엘 고어 후보도 전체 득표수에선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전국적으로 약 54만 표 앞섰지만 결국 선거인단 5명(266대 271)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미 대선의 최종 성패를 가르는 선거인단은 주별 인구비례에 맞춰 배분된다. 지난 2020년 대선 기준 538명의 선거인단은 50개 주마다 2명씩인 상원의원(100명)과 하원의원(435명) 숫자를 더한 뒤 워싱턴DC 선거인단 3명을 더해 구성됐다. 문제는 내년 대선에선 미 인구수에 맞춰 분포된 주별 선거인단 수가 바뀐다는 점이다. 10년마다 집계하는 인구통계에 따라 텍사스 등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주 인구는 늘었지만 북동부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주 등은 인구가 줄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자 50개 주 중에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려있는 캘리포니아(54명) 역시 인구가 줄어들어 선거인단 숫자도 줄게 됐다. 내년 미 대선 선거인단 숫자 변화는 아래와 같다. 선거인단 변화해당 주(괄호는 바뀐 선거인단 수)2명 증가텍사스(40)1명 증가콜로라도(10), 플로리다(30), 몬태나(10), 노스캐롤라이나(16), 오리건(8)1명 감소캘리포니아(54), 일리노이(19), 미시간(15), 뉴욕(28), 오하이오(17), 펜실베이니아(19), 웨스트버지니아(4)이같은 선거인단 구성의 변화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 주최로 최근 미 워싱턴을 방문해 만난 미 조지워싱턴대 토드 L 벨트 정치경영대학원장(Director of Graduate School of Political Management)은 “내년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선거인단이 1명 늘어난 노스캐롤라이나”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인 텍사스가 2명 늘고,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나 뉴욕이 1명씩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② 줄어든 ‘스윙 스테이트’또 다른 변수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숫자가 2020년 대선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미 현지에선 과거 미 대선의 향방을 좌지우지했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숫자는 2020년 대선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허먼 미국의소리(VOA) 선임기자는 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국 내에선 내년 대선 결과에 애리조나, 네바다, 위스콘신, 펜실이베니아 등 4개 주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90% 이상의 에너지와 인력을 이곳 4개 주에 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센터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와 조지아를 경합주로 예측했다. CNN 역시 “경합주가 아무리 많아도 7, 8곳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4곳 이하로 역대 최저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스윙 스테이트가 줄어든 현상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할까. 스티브 허먼 기자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제3의 후보가 스윙 스테이트에서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할만한 득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전체 선거인단 분포 등을 기준으로 추측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인기 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라는 점에 비춰볼 때 당장 내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③ 정치적 양극화, 바이든과 트럼프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양쪽 극단에 있는 유권자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극성 트럼프 지지자의 경우 진보, 보수, 중도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유권자층에 ‘트럼프 지지층’이라는 새로운 유권자층이 생겨났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라 이들의 결집력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권자들이 정당이 아닌 후보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내년 미 대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벨트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다른 차원의 논의는 원래 어느 정당을 선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당을 더 싫어하느냐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샤이 트럼프’라고 불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전통적인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처럼 내년 대선에선 ‘안티 트럼프’라고 부를 수 있는 반(反)트럼프 유권자층의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드리엔 포크트 CNN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은 바이든의 재선 도전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건강 문제를 노출할 경우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4차례나 형사 기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선 결과를 예측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허먼 선임기자는 “투표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여론조사에서 모두가 진실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에 질려서 아예 투표를 안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실제 투표를 하는 사람이 누구일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필자 등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협력 관계와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얘기는 꼭 하고 넘어가고 싶다”며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정치학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빅터 차는 “20년 전 처음 한국학 강의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재미교포 2세 등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 수강생이 50여 명까지 늘었는데 아시아계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첫 수업에서 한국학을 수강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답한 학생은 국방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1명뿐이었다.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이룩한 나라에 대해 궁금했다”고 답한 학생 역시 2, 3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모두 “K팝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10년간 미국 대학의 외국어 수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어만 유일하게 60% 이상 급증했다는 미국 현대언어협회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필자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빅터 차 등을 만났고 CNN, CBS, 공영 라디오 NPR, 허핑턴포스트 등에 속한 기자들과 토론할 자리가 있었다. 미국 기자들 역시 “계층과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른바 ‘국뽕’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이 ‘한국’이 아닌 ‘한국 문화’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한 기자는 “솔직히 미국 내에서 엑스포 이슈는 전혀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부산을 방문해 설명을 들은 뒤에야 한국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국내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유치전에 ‘올인’하는 것과는 온도 차가 컸다. 최근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어떨까. 하와이가 지역구인 에드 케이스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14일 필자와 만나 “과학적 증거를 확인해보면 위험은 최소화됐다고 생각한다. 하와이에도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만큼 많진 않다”고 했다. 또 “아무래도 (한국) 국내 정치와 얽혀 있는 부분이라 (반대하는) 반응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반응을 접하며 어쩌면 한국인 상당수는 한류에만 주목할 뿐 한국에 대한 객관적 시선은 외면해 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정부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K팝 콘서트를 열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더 이상 K팝과 한류 이미지를 만능열쇠 삼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류를 향한 찬사에 도취된 와중에 정작 한국이라는 나라가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최근 여권 관계자로부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발표했던 ‘의경 재도입’ 방침이 사실상 무산된 배경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한 총리는 지난달 23일 흉악 범죄 대책을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루 만에 총리실은 “경찰 인력을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추가 보강이 필요하면 재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설명자료를 배포해 ‘적극 검토’라는 말을 주워 담으며 수위를 낮춘 것이다. 통상 국무총리가 직접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면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관례다. 한 총리는 발표 당시 “국민의 안전한 일상과 생명을 반드시 지켜낸다는 정부의 비상한 각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한 총리 말이 무색하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경 재도입 논의를 두고 “쉽게 동의할 사안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병력 자원이 부족해 폐지한 의경 제도를 부활시킬 순 없다는 취지였다. 총리가 직접 나서 발표한 사안을 둘러싸고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정부 내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작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중용된 최근 장차관급 인사 발표 이후 기재부 장관 출신 한 총리에게 힘이 쏠리는 걸 견제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런 흐름에서 정권 유력 인사가 의경 재도입 논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런 얘기를 듣긴 했지만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에서나 나올 법한 말까지 나오는 건 그만큼 의경 재도입 논의 발표 및 번복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리실의 속내도 궁금했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한 대로 의경 재도입 검토가 백지화된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리실 측이 대국민 담화 발표에 배석했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8000명이란 숫자를 언급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푸념한 걸 들었다”고 했다. 당시 윤 청장은 “8000명 정도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서로를 탓하는 상황에 경찰도 억울함을 드러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잇따른 강력범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경찰 조직 논리 때문에 과도하게 의경 재도입을 주장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부의 비상한 각오를 담아 흉악 범죄 대책으로 내놓은 의경 재도입 논의는 결국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안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적어도 치안과 관련해선 정부가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발표를 번복해 오히려 불신을 키우는 일이 다시 있어선 안 될 것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윤희근 경찰청장 인터뷰 자리에서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불거졌던 경찰의 허위 출동 논란에 대한 경찰 수장의 생각이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는데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에 허위로 출동한 것처럼 처리했다며 경찰관 6명을 수사 의뢰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윤 청장의 대답은 예상외로 명확했다. 그는 “우리 현장 경찰관을 신뢰한다. (국무조정실 발표에 대해) 절차적으로 아쉬운 건 있지만 나름 공정하게 가고 있다고 본다. 허위 보고는 아니라고 신뢰한다”고 했다. “수사 중이라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피해 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랐다. 국무조정실은 수사 의뢰 발표 당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출동했던 현장 경찰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에 가까울 만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경찰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국무조정실 발표 이틀 만에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오송파출소 소속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까지 공개했다. 진실게임까지 감수하면서 경찰이 반발한 배경에는 112 신고를 둘러싼 ‘거짓말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1년 전 경찰은 경기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관련해 미숙했던 초동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자 거짓말로 일관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피해자는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 조금 지나서 ○○놀이터 가는 길쯤에 있는 집이다. 성폭행당하고 있다. 빨리요. 빨리요”라고 알렸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살해범 오원춘에게 납치돼 문을 걸어 잠근 채 생사의 경계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피해자에게 “자세한 위치 모르겠어요?”라며 반복해 묻느라 골든타임을 날려 버렸다. 경찰은 처음엔 “장소도 모른다는 내용의 15초가량의 짤막한 신고 내용이 전부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7분 36초간 신고 전화가 끊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찰은 담당 간부들을 모두 경질하고 대대적 감찰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도 경찰청에서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였다”고 한 112 최초 신고에 실제로는 구체적인 장소와 압사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경찰은 사고 직전까지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경찰청 특별감찰을 통해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이 출동하지 않고도 출동했다고 경찰 내부 시스템에 입력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민들은 재해든 범죄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112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 기댈 곳을 찾는다. 윤 청장의 말처럼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경찰의 112 신고 대처가 11년 전, 그리고 지난해와 달랐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경찰의 거짓말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28일 강원도에서 열린 당원 교육에 일제히 참석해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권성동 김기현 윤상현 안철수 의원(선수 및 가나다순)과 황교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박정하 의원의 강원 원주갑 지역구 당원 교육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엔 유상범 의원 지역구인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으로 향했다. 강원도가 지역구인 권 의원은 “당내 의원들이 주저할 때 제일 앞장서서 윤석열 후보를 만났고 우리 집에서 캠프가 시작됐다”며 “윤 대통령과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친윤(친윤석열) 마케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자기는 죽어도 대통령을 살리고 당을 살리기 위해 그림자처럼 뒷바라지하는 당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며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대표 되겠다고 하는 건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윤 진영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간 화해를 주선했다고 자평한 뒤 “우리 당이 똘똘 힘을 합치는 데 김기현이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자신이 외연 확장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선거는 후보끼리 비교하지만 총선은 당 대표끼리 비교한다”며 “우리 당 대표가 변화를 상징하면 표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둘러싼 ‘김장 연대’를 견제하는 발언도 나왔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을 팔고 다니는 자칭 윤핵관들은 모두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라”며 “김 의원은 울산을 떠나 서울 출마를 선언하라”고 썼다.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내년 2월 초까지 당권 주자들 사이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복권 없이 사면되면서 향후 그의 정치 행보 및 더불어민주당 내 역학 구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嫡子)인 김 전 지사의 행보가 당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0시 경남 창원교도소를 출소한 김 전 지사는 첫 일정으로 같은 날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봉하마을 참배 후엔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고 당분간 쉴 것”이라면서도 “일단 쉬면서 차근차근 메시지를 밝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복권 없는 사면’이지만 김 전 지사가 친문의 구심점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친문 진영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경남의 김경수’로 많이 생각하는데, 앞으로 거기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 전 지사가 수감 생활 기간 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했는데, 앞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고민하고 당에 여러 제안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장 선거 주자로 뛸 수 없더라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반면 피선거권이 없는 만큼 한계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산경남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현재로선 총선,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 재개가 쉽진 않을 것”이라며 “그 사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복권 없는 형 면제로 손발을 묶어 놔 정권의 생색내기에 악용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해 민생 행보 일정으로 부산과 경남 방문을 계획 중인 이 대표와 김 전 지사의 만남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근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는 등 ‘친문 끌어안기’에 힘쓰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4년 9개월 만에 사면 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형 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퇴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퇴원 후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민 메시지를 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정치적 메시지는 성급하게 이야기할 게 아니다”라며 “퇴원 후 병원과 상의해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해 천천히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당원 투표 100%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 당원 (투표) 100%로 됐으니 만약 컷오프를 하게 된다면 컷오프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내년 3·8전당대회에서 컷오프를 실시할 경우 4명으로 추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위원장은 “후보군 수가 너무 많아서 4, 5명이 넘는다면 관례에 따라 컷오프하는 방법을 실시해야 될 것”이라면서도 “컷오프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는 후보 등록을 받아봐야만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11전당대회에선 당원 50%, 일반국민 50%로 4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방식으로 예비경선을 실시해 본선 진출자 5명을 가려냈다. 하지만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했던 당헌당규를 18년 만에 개정했다. 당원 투표 100%와 결선투표제까지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은 20일 상임전국위원회와 23일 전국위원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비윤(비윤석열) 진영에선 반발이 이어졌고 유승민 전 의원은 “저보고 ‘나오지 말라, 유승민은 안 된다, 나와도 막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했다.유 위원장은 이 같은 전대 룰 개정이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그럴 의도는 전혀 없고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장은 “개인적 친분으로 보자면 그 특정 후보와 나는 오히려 인연이 있으면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당원이 100만 명 가까이 됐다고 하는데 당심이 바로 민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재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특정인 한 사람을 위해서 룰을 만들고 하진 않는다”며 “당원들의 지지를 못 받으면서 어떻게 당 대표가 될 생각을 감히 하겠느냐”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르면 29일 전까지 선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컷오프 방식 등 전당대회 실시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들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한 것을 둘러싼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법치주의를 훼손하려고 하는 것이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그러나 “진짜 ‘좌표 찍기’와 조리 돌림은 검찰이 하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당은 검사 정보 공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韓 “법치주의 훼손” 맹폭한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와 관련해 “이 대표 개인의 형사 문제를 모면해보려고 공당(公黨)의 공식 조직을 동원해서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선동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범죄 혐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이 나라 사법 시스템이 멈춰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인 만큼 부적절한 처사”라며 “검찰은 법치주의와 수사 공정성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과 민주당 지지자에게 좌표를 찍어줬다”며 “사실상 전(全) 당원에게 검찰에 맞서 싸우라는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수사 방해는 물론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를 자신의 지지자를 시켜 스토킹도 하고 위협도 하라는 방탄 돌격 명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민주당은 ‘재명 수호’를 위해 ‘개딸’들을 돌격대로 이용하는 정치적 악랄함을 버리길 바란다”고 했다.○ 野 “검사 정보 공개 제도화할 것”민주당은 한 장관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장관이) 좌표 찍기라고 했는데, 진짜 좌표 찍기란 이런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가리키며 ‘가서 물어’라고 명령을 내리고 검사 150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리돌림을 누가 하고 있느냐. 윤석열, 한동훈 검찰이 수사 기밀을 흘리고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정치검찰 낱낱이 공개하라” “영장판사도 실명 및 얼굴 공개하라”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앞서 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이상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의 사진이 잘못 담긴 오류가 있었지만 민주당은 수사 검찰 공개를 제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수사 검사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비공개인 상황에서 대책위도 이 부장검사의 사진을 잘못 공개하는 오류가 있었다”며 “이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수정된 자료로 다시 배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신중히, 하지만 검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며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명단 배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사 출신으로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명단 공개는) 반헌법적이고 반법치주의적 행위”라며 “매우 몰상식적이고 지극히 위험스럽고 이성을 잃은 행태”라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이 23일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100%,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오가던 주자 간 합종연횡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이른바 ‘김장 연대’를 공식화하면 단숨에 강력한 ‘친윤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일단 나 전 의원은 “어떤 당권 주자와도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안 의원은 내심 연대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저출산’이라는 표현을 ‘저출생’으로 바꾸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구 절벽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 2040세대, 여성 당원을 겨냥한 전략 아니겠느냐”라면서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 전 의원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안 의원이 여러 방면으로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현재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구도에서 둘 사이의 연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결선투표제 도입이 결정돼 굳이 두 후보가 연대할 필요성이 낮아진 게 사실”이라며 “친윤 후보가 과반 득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두 후보 간 연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 내 연대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하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돌고래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며 “(당시) 이 전 대표가 ‘고등어와 멸치도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나를 치받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고래와 고등어가 함께 싱싱하게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썼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당시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고등어, 멸치 등에 비유하며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친윤 후보를 새우에 빗대어 말을 바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2일 고려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장 연대’에 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이고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 명지병원 ‘닥터카’를 타고 와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사진)을 23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과 함께 닥터카에 동승한 신 의원의 남편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강기윤 의원과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신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이 규정한 직권남용 금지,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신 의원이 보여준 일련의 행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이 ‘갑질’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실수라고 볼 수 없는 의도된 정치 쇼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신 의원뿐 아니라 명지병원 등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명지병원이) 신 의원으로부터 (닥터카 탑승 요청)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명지병원이 어떻게 닥터카를 신 의원 집으로 보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도 당연히 증인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명지병원 의사 출신이다. 강 의원은 “동승했던 사람이 남편이라는 이야기가 있기에 가족도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고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이 23일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100%,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바꾸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오가던 주자 간 합종연횡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이른바 ‘김장 연대’를 공식화하면 단숨에 강력한 ‘친윤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일단 나 전 의원은 “어떤 당권 주자와도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안 의원은 내심 연대의 손짓을 내밀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저출산’이라는 표현을 ‘저출생’으로 바꾸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구 절벽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 2040세대, 여성 당원을 겨냥한 전략 아니겠느냐”라면서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 전 의원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안 의원이 여러 방면으로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현재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구도에서 둘 사이의 연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결선투표제 도입이 결정돼 굳이 두 후보가 연대할 필요성이 낮아진 게 사실”이라며 “친윤 후보가 과반 득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두 후보 간 연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던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 내 연대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하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돌고래에 걸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당시) 이 전 대표가 ‘고등어와 멸치도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나를 치받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고래와 고등어가 함께 싱싱하게 뛰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썼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당시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고등어, 멸치 등에 비유하며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친윤 후보를 새우에 빗대어 말을 바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2일 고려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장 연대’에 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이고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국민의힘이 내년 3월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하면서 ‘컷오프’(1차 예비경선) 역시 당원 100% 여론조사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 후보 7명에 대해 당원 50%, 일반 국민 5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5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 당헌당규까지 개정하며 ‘당심(黨心) 100%’에 방점을 찍은 만큼 컷오프 역시 예년과 달리 당원 100% 여론조사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다.○ “컷오프가 첫 승부처” 주자들 긴장22대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선거다 보니 이미 당 안팎에선 10여 명의 후보가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선전하고 친윤(친윤석열)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은 낮게 나타났다. 친윤 진영이 중심이 돼 결선투표와 ‘당원 투표 100%’를 도입했지만 정작 친윤 후보들이 초반 경쟁에서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컷오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예비경선 방식은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지면 결정할 일”이면서도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당심을 100% 반영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에 비춰 볼 때 사실상 예비경선 역시 당원 100%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26일 출범할 예정인 전대 선관위는 예비경선 투표 방식을 여론조사로 할지, 당원 모바일 투표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 투표 방식을 선택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선 여론조사기관 2곳을 통해 당원 2000명, 일반 국민 중 무당층과 국민의힘 지지층 2000명에 대해 이틀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해 본선 진출자를 가려냈다. 당 안팎에선 통상 모바일 투표와 ARS 투표가 각각 이틀씩 총 나흘 동안 진행됐던 점에 비춰 볼 때 예비경선은 당원 100% 여론조사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본선 진출자를 4명으로 할지, 5명으로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 초선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확실한 친윤 후보가 1위를 하지 않는 이상 최대한 본선 진출자를 줄여 단일화 효과를 내려고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현재 여론조사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 진영에선 “컷오프부터 친윤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란 불만도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원 투표 100%까지는 도입할 명분이 있다고 쳐도 결선투표제 도입과 컷오프 당원 100% 방식까지 무리해서 밀어붙이면 사실상 대놓고 친윤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원 투표 100%’ 개정은) 저보고 ‘나오지 말라, 유승민은 안 된다, 유승민이 나와도 막겠다’는 메시지임은 분명하다”면서 “제 도전정신을 오히려 자극하는 것”이라고 했다. ○ 늘어난 수도권·MZ 세대 당원 표심 어디로3월 대선과 7월 ‘이준석 사태’를 거치면서 세대별, 지역별 당원 구성이 크게 바뀐 것도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해 27.4%에 불과했던 2040세대 당원 비율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약 33%까지 늘어났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 당원 비율 역시 지난해에 비해 약 7%포인트 상승한 37% 수준인데, 영남 당원 비율은 지난해 55%에서 40% 정도로 낮아졌다”며 “당원 구성이 크게 변한 만큼 친윤 후보에게 표가 쏠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23일 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되면 26일 전당대회 일정을 의결하고 선관위 출범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까진 내년 3월 8일에 본선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였던 여야가 22일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일괄 합의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은 23일 오후 6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긴 지 21일 만의 ‘지각’ 통과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종 쟁점으로 떠올랐던 법인세 인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지켜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과 공공임대주택 예산 증액, 월세 세액 공제율 조정 등을 이끌어 냈다.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던 법인세 인하 방침을 접은 대신 “서민 감세”라고 주장해 온 일부 예산안을 반영시켰다.○ 법인세, 5년 만의 인하여야 간 극적인 합의는 법인세 인하안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여야는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4%로 내리고, 최고세율뿐 아니라 과세표준이 낮은 기업들도 각각 세율을 1%포인트씩 일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세율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20%)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22%) △3000억 원 초과(25%)로 나뉘어 있다. 세율이 1%포인트씩 낮아지게 되면서 앞으로는 과세표준별로 △2억 원 이하 9%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19%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 21% △3000억 원 초과 24%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이로써 법인세율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낮아지게 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선 승리 이후 세법개정안에서 ‘3000억 원 초과’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린 바 있다.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 폭을 3%포인트가 아닌 1%포인트로 줄이더라도 아래 구간들도 모두 세율을 인하하면 정부가 의도한 감세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법인세제 개편안 여야 합의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그러나 “인하 폭이 당초 기대만큼 충분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해외 자본의 국내 유치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초 대통령실은 법인세 1%포인트 인하에 대해 “효과가 별로 없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여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결국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국, 지역화폐 예산 ‘절반 반영’ 타협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사업을 대부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반대해 왔던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5억 1000만 원)을 50% 삭감하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나머지 예산을 반영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초 민주당은 전액 삭감 및 시행령 개정을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조직을 결코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혹독한 경제 상황 속 서민 민생 예산 증액을 위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법무부의 검찰 수사 관련 예산 44억 원 중 13억 원을 감액시켰다. 주택 관련 예산의 경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공약인 1조4000억 원 규모의 공공분양주택 예산도 지켜냈다. 대신 민주당이 주장해 온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6600억 원 늘어났다. 대통령실 이전과 맞물려 야당이 반대해 왔던 용산공원 조성사업 역시 예산 규모는 정부안대로 유지하되 명칭을 ‘용산공원조성 및 위해성저감사업’으로 바꾸기로 했다. 여야는 또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차보전 지원과 취약차주 한시 특례보증 규모 확대 △0∼2세 및 장애아 지원 보육료 인상 △발달장애인 및 장애인 취업 지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예산도 늘리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 주장이) 끝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안 맞아서 협상을 하다가 기간을 넘겨서 준예산을 갈 수도 없다는 점 때문에 타협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결론적으로 초부자 감세 저지, 민생예산 대폭 확충, 위법시행령 등 권력기관 예산 삭감 기조 속에 합의했다”고 자평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