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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의 이용률을 각각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을 새로 지을 안전하고 접근성 좋은 터를 매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도시에선 빈 땅을 찾기 힘든 데다 인근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2.1%,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은 24.2%다. 이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12.0%, 22.1%)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까지 각각 27.9%포인트, 15.8%포인트를 끌어올려야 하는 정부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최선책’ 복지부 vs ‘학습권 침해’ 교육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올해 1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19대 국회 때도 제출됐다가 폐기됐다. 교육부 관할인 학교에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것인 만큼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여당과 정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고 수년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교육부도 이견을 내지 않기로 결론 냈다고 한다. 올해 교육부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위해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학교의 빈 교실을 조사했다. 모두 934개로 집계됐다. 이는 각 학교가 앞으로 사용할 예정인 교실을 제외하고 응답한 수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3457곳의 유휴교실은 5316개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신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초등학교 빈 교실 활용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을 하나 세우는 데 평균 17억 원이 들고 땅값이 비싼 서울은 최고 80억 원까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빈 교실을 활용한 경기 안양시 달안어린이집의 경우 4억2000만 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반면 교육계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주체가 달라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가 있고, 초등학생 학습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아이들 수업 중에 영유아들이 울 수 있고, 발달단계가 다른 아이들의 급식도 문제여서 학교로서는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육단체에 이어 30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이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유보 통합 이뤄지나 다만 빈 교실 활용 방안이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빈 교실은 광주가 186개로 가장 많고 전남(159개) 경기(158개) 전북(144개) 경북(107개) 순이다. 이들 지역은 고령화로 어린이집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다. 반면 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서울은 빈 교실이 27개, 대구 대전 세종 등은 0개였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이 법안이 이미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는 20여 곳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는 부모들은 집 근처 학교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들어서는 것을 크게 반긴다. 지금과 같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관련 법률(영유아보육법·육아교육법)과 소관 부처(복지부·교육부)가 달라 이용 시간이나 비용, 교원 체계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도 유보 통합을 시도했지만 양쪽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 번번이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한 ‘균등한 교육·보육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와 자질은 유치원 교사에 비해 상당히 낮다. 처우를 개선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학에 보육교사 전문학과를 만들어 양질의 교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이미지 기자}

정부가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한 2기 교육국제화특구사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교육국제화특구 신청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를 신청 예정 지역인 3개구(구로·금천·영등포)에 통보했다. 교육국제화특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국어 및 국제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학교 및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국가교육과정을 적용받지 않아 교과 편성에 자율성이 부여된다. 1기(2012∼2017년) 사업 때는 대구 북구 달서구, 인천 연수구 서·계양구, 전남 여수시 등 5곳이 지정됐다. 현재 모집 중인 2기(2018∼2022년) 사업은 1기와 달리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을 지정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시군구의 신청을 받아 2기 사업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올해 6월부터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를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한국인 학생이 빠져나가는 ‘교육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을 ‘교육 적폐’로 꼽아 집요하게 반대했다. 영어 등 외국어 수업을 확대하는 ‘특권 교육’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신청을 1년 유예하고 그동안 법령 손질을 건의하겠다”며 물러섰다. 최근 세종시교육청도 특구 신청을 철회했다. 이에 교육부는 “5년마다 종합육성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어 내년에는 신청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반대로 인해 2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만5122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다문화 학생의 27%가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에 몰려 있다. 이곳에 있는 A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2.4%나 된다. 문제는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면 한국인 학생이 급속히 빠져나간다는 점. 지난해 다문화 학생 비율이 15% 이상인 학교는 9개교였으나 1년 만에 21개교로 늘었다.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되면 다문화 학생은 한국어를, 한국인 학생은 중국어를 배우는 자율적 교과 편성이 가능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세계시민교육도 필수적으로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특구 도입에 찬성한 B초교 교장은 “(전교조가) ‘수월성 교육만 시킨다’ ‘정치인들이 특구 지정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등 정치적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서로의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며 잘 지내고 있는데,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교육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초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전교조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내부에서는 “전교조가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 기존 학생들이 떠나는 것을 막고 국제적인 인력 양성 학교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정책이었다.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돼 유예된 것은 안타깝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전남 등 나머지 시도의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신청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노지현 기자}
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 수업에서 1, 2학년 대상의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교육부는 29일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시행령을 예정대로 일몰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교육을 키운다는 비판과 학부모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초등학교에서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업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14년 특별법 시행 당시 정부는 별도의 조항을 통해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후 학교에서는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초등 1, 2학년에게도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치면 사교육을 더 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영어수업의 장점으로 △학원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가정의 아동도 영어를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믿을 수 있는 학교 안에서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 △학습보다는 놀이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 △학교에서 하는 만큼 학원에 덜 가게 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지난해 국내 초등 1∼6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전체 수요 가운데 44%가 1, 2학년에서 발생했을 만큼, 영어는 모든 방과후 수업 가운데 최고의 인기 수업이었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교육계에서는 내년 2월로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현장에서는 당장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로 인한 사교육 팽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직장맘 강모 씨(35)는 “내년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이 폐지된다는 얘기가 들려 학교 근처 영어학원에 가봤더니 벌써 자리가 다 차 ‘대기 3번’이라고 하더라”며 “비용도 방과후 수업에 비해 5배나 비싸 너무 속상하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준호 전국방과후학교법인연합 간사는 “이번 결정은 교육과 돌봄기능을 담당해 온 영세한 방과후 업체는 무너뜨리고 사교육업계만 배불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방과후 수업을 담당하는 한국인·원어민 영어강사 7000여 명도 갑작스러운 결정에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공립어린이집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1월 발의 이후 교육청, 교육단체는 줄곧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지만 상임위에서 ‘깜짝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28일 논평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부·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협의도 안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등학교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교문위 의견 수렴이나 동의가 필요했으나 (보건복지위가)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고,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원아 취원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대통령 공약 달성을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밀실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교육계는 교육부 관할인 초등학교에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을 짓게 되면 관리·감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교장 및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미 학교는 가정의 몫이던 급식을, 보육의 영역이던 돌봄을, 학원 영역이던 방과후 학교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교육계 반발에 대해 “어린이집 하나를 짓는 데 17억 원이나 든다. 빈 교실을 활용하지 않으면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국정 과제인 만큼 교육부 및 타 부처와 회의도 여러 차례 했다”고 반박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윤종 기자}

동아일보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이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선정한 ‘2017 청년드림대학 평가’에서 모두 20개 대학이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됐다. 전국 4년제 대학 227개교를 대상으로 4개 영역(인적 지원, 물적 지원, 교육 지원, 취업·창업 성과)을 평가한 결과 상위권에 속한 대학들이다. 청년드림대학은 부족한 산업 인프라와 비수도권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학생 진로 개척을 적극 지원했다. 이는 취업시장에서 공고화된 대학 서열에 금이 가게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심재영 창원대 취업지원관은 “학생들은 취업을 대학 생활의 최종 결과물로 여긴다”며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취업·창업을 돕는 것은 대학의 의무”라고 말했다. ○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과 ‘톡톡’ 올해 청년드림대학에 처음 선정된 대학은 대구대 동의대 한밭대 창원대 등 네 곳이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이들 대학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환경에서 교수 교직원 등 대학 전체가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뛰고 있었다. 대구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지원 교육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생이 아닌 대학이 직접 구직활동을 하는 ‘기업맞춤형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력 수요가 늘어나자 대학이 해당 기업의 인력 수요를 먼저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학생들에게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동의대와 한밭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동의대는 △전공취업동아리 △창업동아리 △여대생진로개발동아리 등 직무별로 특화된 취업동아리인 ‘BOB(Best Of Best)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획일화된 역량 계발로는 개별화된 취업 준비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개척하도록 했다. 동아리 활동비 지원 외에 상담 및 자문, 성과발표회 개최 등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 계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취업동아리는 선후배 간 네트워크 구축 및 멘토링을 통해 ‘취업 성공 노하우’를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한밭대는 진로 및 취업 친화형 교육과정, 즉 현장실습 위주로 교과목을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전공지식이 아닌 직무 역량, 조직 친화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최근 기업 채용 트렌드에 맞춰 교육하고 있다. 공대 중심인 한밭대 특성상 ‘여대생 특화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다. CMB 방송아카데미, 항공서비스매니저 자격증 과정, 여대생능력증진 리더십캠프는 현직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 전문성 교육 및 네트워킹 효과까지 얻고 있다. 창원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 지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기본에 충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개발원에서 진로탐색(1, 2학년 대상), 취업준비(3, 4학년 대상) 상담을 엮은 ‘진로-취업 맞춤일체형’ 상담은 연간 학생 2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화요일은 입사지원서 클리닉, 수요일은 잡매칭, 목요일은 면접 클리닉데이로 정해 필요한 학생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한 ‘좋은 데이’ 프로그램이 있다. ○ “취업·창업 지원 이제는 공공 서비스” 비수도권 대학에는 기업의 채용설명회 횟수가 적을 뿐 아니라 선호하는 기업에 취직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이 쉽지 않다. 청년드림대학들은 취업, 창업 정보 얻기부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구직 첫 단계부터 적극 개입했다. 청년드림대학 평가에서 매번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우송대는 구체적인 SCA(Sol Career Academy)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무가 유사한 7명의 팀원이 6개월간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직무 설정,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까지 진행한다. 연간 40개의 취업스터디팀이 운영됐고 스터디 참여자의 90% 이상이 취업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우송대는 재학생(1만1370명) 중 요리와 관련한 전공 비중이 20%를 차지할 만큼 특화돼 있다.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폴보퀴즈 요리학교와 공동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프랑스 호텔 체인인 아코르그룹의 3500개 호텔과 연계해 해외 취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세종대는 선후배 간 멘토링과 네트워킹이 활발했다. 세종대 학생경력개발시스템 ‘U-Dream’을 통해 개인의 직무와 목표 기업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11개 직무별 스터디를 구성해 취업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동아리를 통해 취업한 학생들은 다시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배 멘토로 참여한다. 선후배가 취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취업률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청년드림대학평가에서 드림대학으로 다시 등극한 전남대는 학생의 직무능력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및 겨울 방학 기간(7주)에 일정 자격(학점, 영어성적 등)을 갖춘 학생 100명을 선발해 CNU 취업 에이스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취업동아리 활용법 특강, 직무적성검사, 모의면접 등 취업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떡잎 키우기’ 전략이다. 전남대 융합인재교육원 전국석 팀장은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진로 및 취업 지원이 대학이 제공해야 할 공공 서비스 영역이 됐다”고 강조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특별취재팀}

올해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2015년 평가 때보다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한층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미 취업·창업 지원 인프라, 교과운영 등 ‘하드웨어’를 탄탄하게 다진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은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가동에 힘을 쏟고 있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데이터베이스(DB)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공과 연계된 직무 역량을 강화해 취업 기회를 넓힌 점이 주효했다. 변정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최우수 대학들은 신입생부터 진로를 설계하도록 안내한 뒤 전공, 산학연계교육, 현장실습 등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풍부히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빅데이터 기반한 맞춤형 경력 관리 동국대는 2012∼2015년 졸업생 1만1526명의 DB를 활용해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인 ‘빅커리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에 취업한 졸업생들의 △학점 △봉사시간 △외국어점수 △현장실습 일수 △국제교류 일수 △취업프로그램 이수 횟수 등 6가지 역량의 평균 점수를 측정한다. 삼성에 입사하려는 재학생은 자신의 역량을 삼성에 취업한 졸업생 평균 점수와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개발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의 역량에 맞는 기업으로 목표를 수정하면 된다. ‘학점이 높을수록, 봉사활동을 많이 할수록 좋다’가 아닌 빅데이터로 계량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성균관대는 최근 3년간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연간 3차례 실시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공별 진로·취업 정보를 제공한다. ‘A그룹 취업 졸업생 평균 학점 3.67점, 토익 872점’ ‘B그룹 취업 졸업생 평균 학점 3.73점, 868점’같이 구체적인 기준을 적시해 자신의 취업준비도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학점, 어학성적뿐 아니라 졸업생 개인의 수강 교과목, 동아리활동, 현장실습활동, 교환학생 경험,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 등 취업 연관 요인을 모두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생인재개발팀이 연간 60회가량 전공수업에서 이런 맞춤형 정보를 직접 강의하고 취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는 ‘취업마중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중앙대와 순천향대, 한국기술교육대는 대학 4년을 보내면 포괄적인 경력관리가 이뤄져 저절로 포트폴리오가 작성이 되도록 설계된 취업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는 39개 직무역량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각각 필요한 직무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학생 자기계발 통합관리시스템인 ‘레인보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비전 △진로 선택 △역량 개발 △취업정보 △상담 △커뮤니티 △중앙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7개 영역으로 구성돼 레인보우시스템으로 명명됐다. 재학생 간 ‘친구 맺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및 서로 객관적인 지표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양대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인 HY-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운영한다. HY-CDP에 접속만 하면 직무역량검사부터 10만여 개 기업 DB와 채용 정보, 1만8000여 개 스마트 러닝 등 취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HY-CDP는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치, 취업 상담이 결합된 평가를 결합해 개인별 취업역량보고서가 작성된다. 지도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맞는 직종이나 기업을 소개하고, 학생은 단계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학생 수요에 맞는 교과 과정 운영 사회에선 4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논의되지만 대학 교육은 1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최우수 청년드림대학들은 학생과 기업이 요구하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 최우수대학에 뽑힌 숭실대는 경직된 대학 학사구조에 DIY자기설계융합전공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디자인하는 DIY자기설계융합전공은 학기당 3000여 개 개설 강좌 중에서 자유롭게 골라 수강하고, 해외 교류 대학 개설 강의까지 조합해 새로운 전공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올해 2학기에는 과학철학, 유비쿼터스 의공학 등 5개 과목이 신설됐다. 4회 연속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된 서강대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서강 ME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현장실습과 달리 신문방송학과는 방송사, 경제학과는 증권사 등 전공에 따른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젝트 중심 현장실습이다. 학과별로 사전조사를 통해 현장실습 수요를 파악하고 현장실습기관을 섭외한다. 학생 개인이 인턴십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장실습 연수지원금도 지원되고 학점도 부여된다. 선문대는 지방대생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취업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싱가포르 해외취업연수스쿨 △중남미관리직 취업연수과정 등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7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63명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된 금오공대는 취업전문인력을 양성해 찾아가는 취업지도서비스인 ‘K-JOB 119’를 운영한다. 학생이나 학과에서 요청을 받으면 365일 내내 바로 출동해 전공에 맞는 맞춤형 취업지도를 실시한다. 전국 최초로 ‘취업예측시뮬레이션’을 개발해 학생 개인의 역량을 분석하고 진로 설계를 돕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특별취재팀유덕영 우경임 임우선 김하경 기자(정책사회부) 부형권 강재혁 차장(청년드림센터)}

올해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15개 대학은 취업전쟁에서 전투력이 높은 ‘야전형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이 취업 가능한 분야를 미리 탐색하고 직무를 경험하는 시스템을 갖춰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도록 했다. 전공 교육과 현장실습 등 학교 안팎의 취업교육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점도 공통된 특징이다. ○ 부산가톨릭대 인천대 호서대 첫 선정 올해 처음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부산가톨릭대 인천대 호서대 등 세 곳이다. 호서대는 수년간 창업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호서대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은 915개에 이르고 이들이 등록한 지식재산권은 1056건이다. 호서대는 창업 최고경영자(CEO) 및 창업 실적을 배출한 학과를 창업선도학과로 지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들 학과 과정 전반에는 호서대만의 벤처교육 시스템인 ‘e-PEAK’(준비·발굴·실행·확산의 영어 약자)가 적용된다. e-PEAK는 창업휴학제, 창업벤처 교과목 필수 이수제를 바탕으로 아이디어 발굴→창업 아이디어 구체화 및 창업 전문성 교육→아이템 사업화→예비창업→사업화 촉진으로 이어지는 학생창업 교육 시스템이다. 우수 창업가에게는 장학금, 아이템 개발비도 지급된다. 인천대는 60개 학과(전공)별로 세분된 맞춤형 진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기존 학과별 진로·취업 자료를 분석하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한 뒤 학과별, 전공별 로드맵을 만들었다. 국어국문학과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실제 어디에 취업했는지, 어떤 진로 교육이 필요한지 등이 담겨 있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천대는 중견기업 중 매출액, 신용등급, 성장성, 평균연봉 등을 점수로 산출해 전문적인 심사를 거쳐 최종 300개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G클래스 300’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엄격하게 고른 우수기업을 학생들에게 매칭시켜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번에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새로 선정된 대학은 국민대 단국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네 곳이다. 국민대는 ‘스펙’이 우수하지 않은 취업 취약 학생을 우선 선발해 지원하는 ‘실무형 핵심직무 전문가 양성과정(CoREP)’을 운영하는 역발상이 돋보였다. 진로 선택이나 취업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스스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없는 3학년 이상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상이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집중 지원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된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8주간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공통역량 핵심직무역량 취업스킬 팀워크 문제해결력 향상을 위한 집중 훈련을 받는다. 진로상담전문가, 겸임교수 등이 멘토로 나서 지속적인 일대일 상담을 통해 취업전략 수립을 돕고 취업 이후 적응까지 돕는다. ‘CoREP’를 이수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80%를 넘어서 일반 학생의 취업률을 웃돌았다. 이화여대는 자기 주도적 미래설계를 지원하는 교내외 통합 비교과 커리어 로드맵 시스템인 ‘e-QUEST’가 눈에 띈다. ‘콘텐츠기획 동아리→다음 커뮤니케이션 기획 보조→취업 마스터 클래스…’처럼 학생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수행한 결과들이 차곡차곡 기록된다. 최종 목표까지 다음 단계를 꾸준히 안내해 체계적인 경력 계발을 유도한다.○ 지역과 연계한 창업 활발 숙명여대는 숙명 크로스캠퍼스(Cross Campus)를 구축해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캠퍼스 인근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용산전자상가 내 크로스캠퍼스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기업가정신부터 실제 제품 개발, 크라우드펀딩까지 창업교육 전반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용산전자상가의 창업 인프라를 이용하는 대신 신산업 동력을 발굴해 침체된 상가도 살리는 ‘대학-지역 상생 전략’이다.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 연계 지역으로 서계동 봉제조합과 공동브랜드 ‘이음’을 개발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 1호 창업선도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 시흥·안산 스마트허브와 연계해 학생 창업에 학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창업 교육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화까지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이매지네이션 하우스(Imagination House)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또 교수의 연구, 학생의 실습, 기업의 연구개발(R&D)이 동시에 이뤄지는 하나의 공간인 ‘엔지니어링 하우스(Engineering house)’는 창업의 산실이 되고 있다. 건국대는 단과대학 특색에 맞는 맞춤형 진로지도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학장취업총괄제를 실시하고 있다. 취업 전문부서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학과(전공) 교수들이 취업·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원을 제공한다. 인하대는 메이커톤과 해커톤 대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일단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make(만들다)와 marathon(마라톤)의 합성어인 메이커톤은 개발자, 엔지니어,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제품을 완성해 보는 교육이다. 인하대는 2015년부터 해커톤 및 메이커톤 대회를 매년 3∼5회 개최하고 있는데 이들 대회 수상 팀 가운데 의료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팀엘리시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몰디바이스 개발회사인 ‘굳브로’ 등 5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8학년도 고교 입시에서 서울 지역 외국어고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0.95대 1을 기록해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서울지역 외고의 일반전형 정원이 미달된 것은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된 1992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지역 내 6개 외고의 일반전형 원서접수 경쟁률은 평균 1.52대 1로 지난해(1.66대 1)보다 떨어졌다. 올해와 지난해 모집정원은 1120명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8.4%(158명) 감소한 1702명이었다. 학교별로는 대일외고가 1.77대 1로 가장 높았고 △대원외고 1.76대 1 △한영외고 1.62대 1 △명덕외고와 이화외고가 각각 1.51대 1 순이었다. 최근 시험지 학원 유출 사태가 있었던 서울외고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고교입시에서 자율형사립고 외고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한 데에는 서울 지역 중학생 수가 올해 7만5719명으로 지난해 대비 11.9% 감소한 데다 정부의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국제고의 경쟁률만 2.77대 1로 지난해(2.25대 1)보다 상승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국제고는 학비가 외고보다 저렴한데도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평가가 있어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앞으로 서울시교육청 소속 유초중고교 교사나 공무원은 동아마라톤센터를 우선적으로 예약할 수 있고, 성수기 비수기 상관없이 마라톤 선수들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받는다. 교사나 공무원 가족은 물론이고 학생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은 24일 제주 서귀포시 동아마라톤센터 이용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교직원과 학생을 위한 제주 수련·휴양시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동아마라톤센터가 서울 교육가족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아무도 졸지 않는 ‘교실 혁명’으로 공교육을 살려보고 싶어요.” 4년 전 안정된 직업인 교사를 그만두고 가장 모험적인 직업인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33)의 말이다. 모두가 “미쳤다”고 만류하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 된 계기가 궁금해 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뜻밖에도 ‘공교육 살리기’를 언급했다. 클래스팅은 알림장, 학습자료 게시, 과제 제출 등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통에 특화된 교육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교사 학생 학부모 등 4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조 대표가 인천 동방초등학교 재직 당시 손수 만들어 학생들과 사용했는데 교사들 사이에서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창업에 이르렀다. 최근 개인이 숙제를 하면 미진한 부분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클래스팅 러닝’ 서비스도 시작했다. 조 대표는 초등 교사 재직 시 교실에다 학생 수십 명을 모아놓고 책 펴고, 받아 적고, 외우도록 하는 수업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토론식 수업을 하거나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개인 지도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과거 한국 학생들은 70, 80명씩 모여 공부해도 학교를 가고 싶어 했죠. 지금 학교는 수학수업은 학원과, 체육수업은 게임과 경쟁해야 합니다. 기술을 접목한다면 즐거운 교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교사는 아직도 시험지를 빨간 펜으로 채점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짝꿍끼리 바꿔 채점하도록 한다. 일일이 점수를 입력한 뒤 학기가 끝나면 평가자료로 쓴다. 클래스팅은 이런 과정을 ‘과제 내기’ 버튼으로 통합했다. 학생은 ‘분수 성취도 90%, 도형 성취도 60%’라는 세세한 분석이 담긴 성적표까지 받아볼 수 있고, 교사는 다음 날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교사들은 기술을 무서워하는데 학생들은 이미 기술과 아주 친숙하죠. 50대 부장 선생님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복잡한 기술은 숨기고, 단순한 버튼만 남겨둔 것이 인기 비결이죠.” 조 대표는 교사의 역할이 진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교사는 토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 최종적으로 이런 수업을 구현하는 ‘클래스팅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행 학교 1곳당 지원되는 공교육 예산만으로 교실 혁명이 가능한 ‘샘플 학교’를 실험해 보고, 널리 보급하고 싶습니다. 수백억 원씩 투자한 학교는 소수 학생만 혜택을 보니까요.”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교육당국에는 문제지를 지키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1992년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하루 앞둔 1월 21일 한 대학에서 문제지 도난 사건이 발생해 20일이나 시험이 미뤄진 전례가 있다. 현재 수능 문제지를 보관하고 있는 전국 교육지원청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보통 문제지는 체육관 강당 지하주차장 안 통제구역에 보관된다. 고사장별 분류까지 마친 상태로 고사장 1180곳으로 발송되기 직전 상태다. 경찰이 2명씩 배치돼 2∼6교대로 지키고 있고 교육부·교육청 지원 인력 및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짝을 이뤄 철통 보안 중이다. 사설 보안업체도 동원됐다. 서울 A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문제지를 보관 중인 장소에 보안업체가 감시카메라를 새로 설치하고, 전 직원이 2시간씩 교대로 24시간 지킨다”며 “일주일이나 밤샘 근무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B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보안업체 수요가 폭증해 사설 보안 인력을 구하지 못했지만 근무 인력을 늘려 24시간 근무조를 편성했다”고 전했다. 산간벽지가 많은 강원도교육청은 보안을 위해 문제지 회송을 결정했다. 16일 오전 도내 17개 교육지원청으로 배분된 수능 문제지를 7개 교육지원청으로 회송해 다음 주인 23일 수능일까지 일괄 보관한다. 제주도 역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보관하던 문답지를 제주도교육청에 모아 보관하기로 했다. 이미 수험표를 받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를 학교 및 교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전국 고사장을 다시 재배치하는 것은 혼란이 클 것으로 보고 고사장마다 교실 배치를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현재 고3 수험생의 절대 다수인 1999년생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고단한 학창 시절을 보낸 데 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시험이 연기되는 혼란을 겪게 됐다. 대입 마지막 관문에서도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왜 하필 우리만…”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20세기 마지막 해에 태어난 ‘세기말 키즈’인 1999년생은 약 61만4000명이다. 1999년생들은 7차 교육과정,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1 개정 교육과정 등 무려 4차례나 개정된 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했다. 2000년 7차 교육과정 이후 학문과 시대 변화의 흐름을 빨리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수시 개정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99년생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사회수업 시간에 역사를 배우지 못했는데 수능에선 한국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들이 초등 1∼5학년일 때는 6학년이 되면 역사를 배우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됐다. 정작 초등 6학년이 되자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돼 초등 5학년이 역사를 배우도록 했다. 비단 1999년생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 재난이 반복되면서 “수학여행을 간 기억이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2009년 초등 4학년 당시 신종인플루엔자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학교 휴업 및 수학여행 취소 사태가 빚어졌다. 2014년 고입을 앞둔 중3 때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2015년 고1 당시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해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 또는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됐지만 이럴수록 빨리 안정을 찾고 일상적인 수험생활로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3 수험생은 학교에서, 재수생은 학원에서 평소대로 공부해야 한다”며 “수능을 앞둔 일주일간 준비가 수능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과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하므로 다시 주어진 일주일 동안 오로지 수능 준비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수능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해 공부하지 못했던 부분 등을 오답노트 위주로 정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무턱대고 책을 펴기보단 일주일 동안 어느 부분에 얼마의 시간을 투자할지 계획을 짜고 시작하는 게 좋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일주일 단위 수능 공부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험생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주일간 평소처럼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잠을 자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학교는 아이가 이미 학원을 다녔다고 전제하고 수업을 한다.’ ‘학벌사회에서 차별받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부모의 일리 있는 항변이다. 현행 교육 시스템에서 사교육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한 경쟁 사회일수록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이번 동아일보-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공동 설문 조사에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사교육 부작용 진료 경험을 통해 생각하게 된 ‘부모의 역할’을 적어 달라고 했다. 전문의들의 응답은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다른 아이가 아닌 내 아이를, 행동이 아닌 내면을 관찰하고 △부모는 ‘심리적 지지대’가 돼야 한다로 요약됐다. ○ ‘나는 나, 너는 너’ 자녀도 독립 개체 부모가 자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면 먼저 자녀가 타인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부모와 자녀는 분리된 존재, 독립된 주체다”, “부모는 자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보다 어리게만 바라본다”, “자녀는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다”, “도덕성과 사회규범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와 심리적인 결별을 하는 것이야말로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첫걸음이란 설명이다. 그런 다음에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내 아이의 내면을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숙제를 자꾸 미루려고 한다면,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부모의 역할은 이해와 수용이 먼저다. 방향 제시와 지도는 그 다음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함께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남의 집 아이들이 뭐 하나에만 관심 갖지 말고 내 아이가 어떤지 이해해야 한다”, “부모 눈높이에서 목표를 강요하기보다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이끌어준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고분고분하게 학원을 잘 다니는 아이일지라도 정서에 맞춘 대화를 통해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부모의 역할로 ‘부모는 자녀의 심리적 지지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모는 아이의 베이스캠프”, “믿고 기다리고 응원하고 도움 청할 때 도와주기”, “아이의 고통에 공감하기”, “부모는 공부를 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어려울 때 상의할 대상이 되어주는 존재”, “너무 앞서 가지 마세요”, “지지자와 상담자(Supporter and Counsellor)”, “인생 선배이자 조언자” 등이다.○ 부모 내면 불안부터 직시해야 ‘남들은 다 이 정도 하는데…’같이 불안을 부추기는 사교육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부모 스스로 마음속 불안을 직시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녀에게 투사해선 안 된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현재 아이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인생 망할 것 같은 불안을 부모가 느낀다. 이를 해소하고자 과도한 사교육을 시키면 역효과가 난다”,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아이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 하지 말라”고 답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한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이용한 상업적 정보에 유의해야 한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남보다 앞서기 위한 교육으로 이는 보조적인 것” 등과 같은 현실적인 조언도 있었다. 한 전문의는 과도한 사교육 상담 사례를 예로 들며 “부모 본인이 경쟁 위주의 사회 분위기에 매몰돼 입시에 실패하면 인생 전체가 실패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이럴 때 부모 본인의 삶부터가 황폐하고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 내가 못한 걸 시키는 건 아닌지, 잘못하면 내가 욕먹을까 봐 시키는 건 아닌지, 내가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처럼 부모가 스스로 마음 상태를 돌아보라는 주문이 있었다. 전문의 대다수는 과도한 사교육의 책임을 부모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당장 “공부에 적합한 아이들은 공부를 해서 국가를 이끌 인재로 키우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공부 내용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모두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길을 달리다가 소수만 빼고 나머지는 나가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비판부터 나왔다. 한 전문의는 “부모의 불안을 자극하는 사회 분위기, 예전에 비해 취업이 어려워지고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직업에 따른 소득격차가 심해지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부모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사교육)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맞벌이 부부에게 사교육은 낮 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돌보미 기능이 있다. 아이를 돌봐주는 공부방 같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응답자들은 “부모는 어렵지만 보람 있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가장 좋은 교육은 솔선수범”이라며 아이의 ‘롤 모델’로서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우경임 기자}

초등 6학년 A 양의 이상행동은 ‘수학의 정석’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A 양은 5학년 때부터 매주 3번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학원에서 수학 선행을 위한 수업을 들었다. 매주 있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2시간 동안 나머지 공부를 하고 오후 10시에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낸 어느 날 A 양에게 원형 탈모증이 생겼다. A 양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와 다니는데 나만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엄마는 “적응하는 과정이고 이겨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급기야 1년여 후 A 양은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뽑는 강박장애까지 생겼다. 병원 상담치료 과정에서도 ‘다른 애들은 정석 ○○단원까지 나갔겠죠?’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의 아이에 중심 둔 사교육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이는 고통스러웠다고 절규하는 게 ‘과도한 사교육’의 두 얼굴이라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진단한다. ‘모두 다 그 정도는 시키니까’ ‘다른 집 아이들은 잘 따라가니까’란 생각으로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성향과 능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육특구로 꼽히는 서울 목동의 어린아이들에게서 △우울·불안장애 △틱장애 △복통 등 신체화 장애가 흔히 관찰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 ‘목에 뭐가 걸린 것 같다’고 호소하며 먹지도 못하고 설사를 해서 소화기내과 쪽으로 입원하지만 위내시경까지 다 검사를 해도 정상이면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한다”며 “어린아이들은 본인의 스트레스를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이런 신체화 장애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통상 유아기∼초등 저학년까지는 우울감을 보이면서도 순응하지만 초등 고학년∼중학교로 갈수록 극단적인 반항과 비행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엄마를 ‘마녀’라고 부르며 등교도, 집에 살기도 거부하고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며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왔던 B 군이 대표적 케이스. B 군 부모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착하고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담 과정에서 B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며 가슴속에 울화가 쌓였다. 엄마에게 ‘이제 더는 못 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중학생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신 나갔느냐’는 말만 했다”고 토로했다.○ 엄마의 절박감 뒤엔 불안한 사회구조 부모들은 왜 과도한 사교육으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공부가 힘들다’는 아이의 토로가 와 닿지 않을 만큼 사회구조와 아이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어른들의 불안감이 더 절박한 데다 △자신의 삶과 아이의 삶을 동일시하는 부모가 늘며 심각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굉장한 부자가 아닌 이상에야 모든 부모가 아이의 미래와 생존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시대가 됐다”며 “이런 불안감이 심한 부모 가운데는 아이가 공부를 안 하면 본인이 죽을 듯한 절망감을 느끼고 심지어 자녀 앞에서 자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른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런 절박감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라며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생각과 그에 맞는 인생의 길이 있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부모들이 고교 3학년생 엄마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교수는 “애가 병이 날 지경이 됐으니 한두 달만 사교육을 끊어 보자고 해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엄마가 10명에 2명꼴밖에 안 된다. 내 아이가 놀 때 다른 아이가 공부하는 게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식의 사교육은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자기 위안 수단이고, 자녀의 성공이라는 ‘성과물’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하루 100명 찾는 보건실, 필요한 건 ‘위로’ 사교육의 굴레 속에서 하루 종일 집 밖으로만 도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교사들도 크게 염려하는 부분이다. 서울 C중학교 보건교사 이모 씨는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아이들은 종일 이어지는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며 “죽고 싶다, 우울하다, 너무 힘들다라며 감정적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보건교사 이모 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인지 능력만 키웠지 자신 안의 다양한 감정을 들여다본 적도, 대처하는 법을 배운 적도 없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에 전교생이 600명인데 가장 많은 날엔 하루 100명이 보건실을 찾는다. 이런 유병률은 논문감”이라며 “대부분 정말 아파서라기보다는 ‘아프다’는 말 자체를 누군가 들어주고 약이라도 하나 받으며 위로받길 바라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직 병원에 오거나 ‘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심리적으로 고통을 느끼며 피폐해지는 아이가 훨씬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많은 사교육을 시키면 내 아이가 앞서가는 것 같지만 실은 여러 자극을 다 놓치고 인지 발달이라는 한 가지 자극만 주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성인이 되면 사회와 가정에서 환영받는 전인격적 성인이 되지 못한다는 걸 부모들이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금연이 상식이 된 것처럼 과도한 사교육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해요.”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사진)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교육 부작용’ 진료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부 넉넉한 부모가 아니라면 보통은 허리띠를 졸라매서 돈을 아껴 자녀를 학원에 보낸다. 부부가 맞벌이라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돌리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그런 부모의 희생에 자녀의 학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수반되다 보니 아이가 “힘들다”고 호소해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 “지금까지 버텼는데…” “조금만 더 하면…”이라며 아이를 학원으로 밀어낸다.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사회 전체의 경계심이 높아지지 않으면 부모도 아이도 피해자가 되는 이런 ‘사교육 고리’를 끊기 쉽지 않다. 이미 3년 전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갈수록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범위는 더 넓어졌다. 정 이사장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법적인 규제만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나이에 경쟁을 강요당하는 영유아들에게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증상이 점차 늘어난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당수 부모는 아이가 뒹굴뒹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막연히 불안해한다. 정 이사장은 “아이들 뇌의 용량은 제한돼 있는데 이를 넘어서는 정보는 불필요하다”며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즐거운 일보다 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이 많은데 어린 시절부터 학원 가라는 독촉만 당한다면 일찍 지치게 된다”며 “부모가 할 일은 평생 자산이 되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암기→시험으로 진행되는 사교육 시스템은 더욱 문제라고 했다. 빽빽하게 짜인 학원 시간표는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말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창의성은 생기지 않는다”며 “무얼 배웠다면 혼자 응용하고 실수도 해보면서 ‘나만의 배움’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아이들이 엉뚱한 소리를 해도, 남들보다 느려 보여도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하지 않고 귀 기울여야 한다”며 “아이의 내면을 탐구하는 부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87%가 과도한 사교육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79%는 과도한 사교육 때문에 이상 증상을 호소한 학생을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10월 31일∼11월 3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서면 및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이 학생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아이들의 ‘마음의 병’을 유발하는 과도한 사교육이란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장시간 선행학습’을 뜻한다. 이상 증상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초등학생이 43%를 차지해 중학생 40.3%를 앞질렀다. 취학 연령 이전 유아는 7.9%를 차지해 고등학생(8.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교육을 받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면서 이상 증상 발생 시기가 상대적으로 입시 부담이 덜한 초등생으로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평균 22개월이면 사교육이 시작된다. 만 2세는 주당 평균 2.6회(하루 평균 1시간 9분), 만 5세는 평균 5.2회(하루 평균 2시간 55분) 사교육을 받았다. 설문조사에서 전문의의 88%는 ‘과도한 사교육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응답자 중 서울의 학원 밀집 지역(강남, 노원, 서초, 양천 등 4개 구)의 병·의원 전문의 10명은 모두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 증상 진료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개 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 전문의(41명)의 73%, 서울 외 지역 전문의(49명) 79%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에 비해 높았다. 사교육과 학생 정신건강 사이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수치다.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교육으로 인한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임상 보고가 늘고 있고, 병원을 찾는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만 5세 어린이가 구구단을 외우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초등 2학년생은 며칠이면 외울 수 있다. 어릴수록 시험으로 구구단 성적을 매기는 일이 불필요한 이유다. 영유아는 각각 다른 속도로 발달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없다. 여기서 과도한 사교육이란 5세에게 구구단을 강요하는 것처럼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데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 진행하는 선행학습을 뜻한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영유아가 신체적, 사회적 활동 없이 인지 발달에만 매달리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에 진력하는 부모를 탓할 수만은 없다. 부모에겐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자녀가 ‘특목고→명문대’ 코스에 올라타도록 도우려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전문의들은 아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다른 아이가 하니까…’란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 등 학원 밀집지역 부작용 더 커 서울의 학원 밀집지역인 강남 노원 서초 양천 4개 구의 병·의원 전문의들은 전원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증상 진료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이번 설문을 진행하다 보니 지역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며 “지역사회에서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지면 부모는 결국 동조하게 되고,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교육으로 인한 이상증상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 79명의 응답(복수 응답 2개까지 허용)을 분석했더니 학생들이 보이는 주요 증상으로는 ‘우울’(33.1%)이 가장 많았다. 이어 ‘반항’(30.1%), ‘불안’(24.7%) 순이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때리거나 밥을 굶기는 물리적 학대는 아니지만 학습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언어적 학대가 일어난다”며 “‘세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부모로부터 지지가 아닌 비난만 받다 보면 아이들에게 심리적 취약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받은 진단명은 ‘우울장애’(38.3%)가 가장 많았고 ‘불안장애’(22.8%), ‘적대적 반항장애’(15.5%),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10.7%) 순이었다. 불안장애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많이 나타난다. 과학고에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다른 아이가 공부할까 봐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다 공황발작을 일으킨 A 양 같은 경우다.○ 아이의 말 착각하는 부모들 치료 방법으로는 ‘부모 교육 또는 상담을 권했다’(36.2%)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교육 시간 및 횟수를 줄이도록 했다’(27.6%), ‘아이 상담 또는 심리 치료를 했다’(26.4%), ‘약물을 처방했다’(9.2%) 순이었다. 결국 치료 방법의 핵심은 부모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다. 부모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 빈도를 조절하기 쉽지 않다. 초등 3학년생인 B 군은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틱 증상이 심해져 진료를 받았다. 만 5세부터 사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매년 학원 수를 늘려 왔다. B 군 엄마는 “좋아하는 과목만 시켰다”고 말했지만 아이 마음은 달랐다. 김 교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엄마를 비롯해 주변의 칭찬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부모는 ‘공부를 좋아한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이런 지시적 부모와 순응적 아이의 관계는 비극으로 끝나기 쉽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내용이 어려워지고 꾸중 들을 일만 남아서다. 정서적, 언어적 학대가 심한 체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 교수는 “사교육이 아이 두뇌에 과도한 자극을 주고 정보를 과잉 입력하면 아이는 쉬고 싶어 엄마를 피하게 된다”며 “이런 불안정한 애착관계는 아이의 뇌 발달과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아이는 단순한 놀이로 행복할 수 있고 이런 행복한 기억이 차곡차곡 쌓일 때 심리적으로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아픈 안타까운 사례들도 전했다. 중고교 시절 줄곧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고교 3학년생 C 군은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안 보겠다고 선언했다. C 군은 “내가 대학에 가봤자 ‘저 사람들(부모)’ 자존감 올려주는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옷 한 벌 안 사 입고 학원을 보냈던 엄마는 우울증에, 밤마다 집을 나가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는 불면증에 걸리면서 가족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1일 연가·조퇴 투쟁’을 포함한 대정부 총력 투쟁을 공식 선언했다. 교육현장에선 교사의 권익을 위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철회·교원평가제 및 성과급 폐지) 3대 교육적폐 청산을 위해 그동안 20차례 넘도록 정부와 접촉해 왔지만 적폐 청산 의지와 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6~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4일 연가·조퇴 투쟁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79.1%가 참여해 찬성 76.9%로 가결됐다. 전교조가 조합원 총투표로 연가 투쟁을 결정한 것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한 2015년 4월 연가 투쟁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경남 지역 한 초교의 A 교장은 “학교에선 대체 강사를 구하거나, 수업을 조정해야 하므로 교사가 학기 중에 연차를 쓰는 일은 드물다”며 “이번 연가 투쟁의 명분이 학생들의 학습권보다 앞서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연가 투쟁을 불법행위로 규정해 엄청 대처를 강조했던 교육부는 어정쩡한 태도다. 이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원 평창군 횡계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탈퇴 교사들이 주축이 된 ‘광주교사노조’가 이달 중 출범한다. 지난해 서울교사노조에 이어 전교조 가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인 광주에서 새 교사 노조가 탄생함에 따라 탈(脫)전교조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최근 전교조를 탈퇴하고 광주교사노조 결성을 추진한 박삼원 광주 정광중 교사는 1일 “광주교사노조는 교육현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교사와 학생을 존중하는 전문직 노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정책실장과 사무처장을 지낸 박 교사는 “2030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교사가 아니라 노조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사안에 따라 전교조와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현재 광주교사 100여 명이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집행부의 비민주적 의사 결정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은형 전국교사노조연맹 추진위원장은 “전교조 집행부에서 방침이 결정되면 각 지부는 따라야 하다 보니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는 교사들의 불만이 있다”며 “교사노조연맹은 서울과 광주를 시작으로 지역별 학교별(유초중고교) 등의 노조를 만들어 ‘유연한 연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 추진위원회는 서울 광주 등 지역노조뿐 아니라 유치원교사, 초등교사 노조를 순차적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한편 전교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10월 말까지 법외노조 철회 등을 결단하라고 호소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전교조는 6∼8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24일 연가투쟁을 벌이는 등 총력투쟁을 할 계획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