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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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칼럼100%
  • “혐한시위 우려땐 공공장소 이용 불허” 가와사키市, 日서 처음 사전봉쇄 조치

    코리아타운이 있는 일본 수도권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헤이트스피치(혐한 시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공원 등 공공시설 이용을 사전에 원천 봉쇄하는 내용의 지침을 9일 공표했다. 혐한 시위에 대한 사전규제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내년 3월부터 공원이나 공민관 등의 사용 신청을 받았을 때 ‘부당한 차별적 언동이 발생할 우려가 객관적인 사실에 비춰 구체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조건부 허가나 불허,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 집회 신청자의 지금까지 활동과 인터넷 게시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혐한 시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 집회 자체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감안해 집회를 불허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때는 제3 기관에 자문하도록 했다. 공업도시인 가와사키에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 모인 코리아타운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혐한 시위대의 집중적인 타깃이 돼 왔다. 혐한 시위대는 한동안 역 앞에서 시위를 하다 2015년 말부터 2차례 코리아타운 진입을 시도했고,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길에 드러누워 진입을 막았다. 또 서명운동을 벌이며 노력한 끝에 지난해 5월 말 혐한 시위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6월 초 혐한 세력이 법 제정에도 다시 시위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포위해 무산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강연회 등의 형태로 유사한 활동을 해 왔다. 제정된 법은 지자체가 헤이트스피치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법무성에서 헤이트스피치로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오사카(大阪)시는 지난해 7월부터 혐한 시위를 한 사람의 이름을 공표하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 대처여서 한계가 있었다. 가와사키의 이번 조치는 혐한 시위가 열릴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자치단체로 확산될 경우 혐한세력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헤이트스피치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보다 근원적으로 차별을 없애기 위한 폭넓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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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日언론 “한미 정상, 생각 차이 못감춰”

    일본 언론은 7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8일 “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생각의 차이는 감출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싼 이견 등을 예로 들며 “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이 100% 함께 있다’고 했지만 한미 관계는 그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 수위가 낮아진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과격한 단어 대신 ‘협상 테이블’을 언급하며 누그러뜨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로켓맨 등 과거의 선동적인 발언을 반복하지 않고 낙관적인 어조를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 수사를 자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에 대해서는 ‘관련국들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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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한일 사이에 불을 붙이려는 이들

    지난달 28일 일본 교토 우지 강변에선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 제막식이 열렸다. 시인이 대학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은 곳이다. 일본 시민단체가 12년 동안 노력한 성과여서 많은 한일 시민이 참석해 축하했다. 행사 전 사진을 찍는데 한 중년 남성이 “어디서 왔느냐”고 했다. 한국 기자라고 하자 경찰이라면서 “반대 세력을 조심하라”고 했다. 정치적 행사도 아닌데 반대 세력이라니, 언뜻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잠시 후 청바지를 입은 중년 남성 한 명이 건들거리며 등장했다. 덩치가 큰 대여섯이 그를 호위했다. 처음 들어보는 신문사 완장이 보였다. 현장에 긴장이 감돌았다. 주최 측이 행사 동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등 예민했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우익 진영은 윤동주 시비 건립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고 했다. 시인이 한국 이름을 빼앗기고, 한국어로 시를 쓰다 잡혀간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요즘은 한국 관련 비석 하나 세우기도 쉽지 않구나 싶어 씁쓸했다. 비석 소동은 한국에서도 있었다. 오쿠 시게하루(奧茂治)라는 전직 자위관이 올봄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 있는 강제징용 ‘사죄비’를 밤사이 ‘위령비’로 무단 교체한 것이다. 그는 경찰에서 비석을 세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2000년 사망)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증언이 허위인 만큼 비문도 거짓이라고 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그를 여러 번 인터뷰했고, 그를 ‘영웅적’이라고 평가하는 독자 의견을 소개했다. 오쿠는 어떤 인물일까. 최근 발간된 진보 주간지에 따르면 그는 위안부 관련 우익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4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를 왜곡 보도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업으로 삼다시피 한 인물이다. 일본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 휘발성 높은 이슈를 찾아 불을 붙이고 주목을 끌려 한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혐한’이 유행처럼 번진 탓에 금전적으로도 득이다. 오쿠만 해도 8월 말까지 후원금 약 4500만 원을 모았다. 그렇더라도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이들이 원하는 바다. 오쿠는 법정에서 주목을 끌려고 스스로 한국에 돌아와 붙잡혔다. 하지만 한일 주류 언론이 무시해 원하는 효과를 못 냈다. 시비 제막식에 온 우익들도 시민 수백 명이 마음을 합쳐 아리랑을 부르자 기세에 눌려 조용히 있다가 갔다. 요는 불필요하게 이들의 목소리를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한일 시민사회가 손잡고 화해 분위기로 이들을 압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마지막 말을 담은 책을 읽다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였던 그는 죽기 직전 세계 평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본인 프로듀서와 의사의 도움으로 잃었던 목소리를 되찾은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을 언급했다. 히노하라 이사장은 말년에 배재철의 열성적인 후원자가 돼 함께 전국을 누비며 토크 콘서트를 했다. 그는 “콘서트 현장은 매번 눈물과 기립박수로 하나가 된다. 그걸 보며 세계 평화가 언젠가 실현될 거라고 확신하게 됐다. 상대의 나라를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이 한 명씩 늘면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그의 확신을 부러워하면서 일단 나부터 한 명씩 그런 사람을 늘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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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아베, 한반도 유사시 美군사행동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군사행동을 논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미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일 정상은 6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신문은 “두 정상이 5, 6일 일련의 회담에서 북한 정세를 둘러싼 유사시 대응을 상정해 미국이 취할 군사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일본 정부 내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소수이며 논의의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공식 회의 석상에서가 아니라 소수의 비공식 접촉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회담 전 이미 언론에 “미국의 군사행동을 상정한 논의는 회담에서 화제가 되더라도 일본 측에서 일절 공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아시아 순방에 앞서 3일 인터뷰를 갖고 “군사적 노력 가능성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 토픽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후 ‘한반도 유사시 주한 일본인 피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만 했을 뿐 대북 군사행동 전반을 논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신문은 일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수면 아래서 이미 미일이 유사시 주한 일본인 피란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발표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2월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공동 성명 대신 양국 정부가 각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측 발표에는 무역 이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무역 적자에 대한 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배포한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의 시정 등이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적극적으로 대일 무역 적자를 줄이라고 했는지 여부가 다른 것이다. 주일 미군 문제에 대한 언급도 달랐다. 일본 측 발표문에는 이후 아베 총리가 “(미군에 의한) 사건 사고 등에 대해 지역의 우려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오키나와(沖繩)현 미군 수송헬기 추락 등 잇따른 사고와 관련된 발언이다. 반면 미국 측 발표에는 이 부분이 없었다. 2박 3일 동안 ‘브로맨스’(남자들 간 친밀한 관계)라고 불릴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지만 민감한 이슈에서 이견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 ‘이즈모’를 시찰하려다 막판에 무산됐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의 강력함을 과시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즈모 시찰을 추진했다. 하지만 모항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까지 가기는 일정상 어려웠다. 방위성은 관저의 의향에 따라 도쿄에 배를 가져오려 했지만 이번에는 시내 다리와 충돌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부랴부랴 외곽의 목재 부두를 수배했지만 일정상 성사되지 않았다. 2년 전 취역한 이즈모(1만9500t)는 갑판 길이 248m, 최대 폭 38m로 헬기 9대를 실을 수 있다. 사실상 항공모함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중국 핵심 전력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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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日王에 목례만… ‘오바마 90도 인사’ 비판 의식

    6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왕궁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차에서 내려 현관에 나와 있던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뵐 수 있어서 큰 영광”이라며 “현재 미일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말했다. 일왕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에게 90도로 인사했다가 보수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악수와 목례로 인사했다. 일왕은 면담을 마치고 현관까지 트럼프 내외를 배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를 하면서 왼손으로 일왕 내외의 오른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후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의 영빈관으로 향했다. 이어 두 정상은 점심을 같이 먹고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규모를 기존에 알려진 2만8500여 명이 아닌 3만3000명이라고 말했다. 주일미군 규모가 5만여 명에 이른다고 설명하면서 주한미군을 더불어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설명한 것. 멜라니아 여사와 아키에(昭惠) 여사는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 서예를 체험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평(平)’을, 아키에 여사가 ‘화(和)’를 쓴 후 함께 들어 ‘평화(平和)’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30분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와 그 가족 17명을 만나 “(납북자들의) 귀국을 위해 아베 총리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요코타 씨의 모친 사키에(早紀江·81) 씨는 이날 가족사진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구명을 요청했다. 요코타 씨는 납북자 문제의 상징이며 15일로 실종된 지 40년이 된다. 저녁에는 영빈관에서 아베 총리 주최 만찬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일본 개그맨 겸 DJ 피코타로도 초대돼 분위기를 띄웠다. 메뉴로는 고급 쇠고기인 사가규(佐賀牛) 스테이크 등이 나왔다. 외무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색 실로 만든 식탁보를, 멜라니아 여사에게는 주석 팔찌를, 앞서 일본을 찾았던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에게는 화장 붓 세트를 선물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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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전엔 ‘미슐랭 스시’로 오바마 마음 얻어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듬해 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며 우익 본색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실망스럽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고 이후 미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애가 탄 아베 총리는 2014년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그가 스시(초밥)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쿄 긴자(銀座)의 미슐랭 별 셋 스시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듬해에는 남편을 두고 일본을 방문한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국빈급으로 대접했다. 그 결과 2015년 4월 현직 총리로는 최초로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이 성사됐고,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멋진(awesome) 나라”, “아시아 재균형 노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first, last, and throughout)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또 ‘통절한 반성(deep remorse)’을 언급하며 자세를 낮춰 미국인들의 마음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일본의 전통 시 ‘하이쿠(俳句)’를 읊었다. 이후 미일 관계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아베 총리는 12월 진주만을 방문하며 역사적 화해와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을 세계에 과시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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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어떤 독재자도 美 과소평가 말라”

    “미국은 하늘에서, 바다에서, 육지에서, 우주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5일 아시아 순방 첫 나라인 일본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마자 도쿄(東京)도에 있는 요코타(橫田) 공군기지 격납고에서 마중을 나온 미군들에게 “어떤 국가, 어떤 독재자도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올해 8∼10월 동남아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났을 때 동남아시아 정상들에게 “일본이 요격했어야 했다.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교도통신이 5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내 인터뷰에서 ‘순방 기간 중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곧 알게 될 것이다.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 기간에도 북한에 대해 강한 표현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는 “북핵은 미국과 전 세계에 큰 문제고 우리는 북핵문제가 풀리기를 바란다”며 “지난 25년간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는 매우 달라진 접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순방을 떠나기 전 ‘풀 메저’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중국과 소련의 독재자와 만났던 것처럼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을 고려해 봤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는 것에 확실히 열려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누구와도 대좌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지켜볼 것이다. (예단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내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해 “그들은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근면하며 따뜻하다”면서 “세계가 정말로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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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머리 9개, 뼈 240조각… 日 엽기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살 희망자를 찾은 뒤 ‘같이 죽자’고 유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2개월 동안 9명을 살해한 연쇄살인 용의자가 일본에서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의자의 집에서는 시신 9구의 머리와 240여 개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전날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座間)시의 원룸에서 용의자 시라이시 다카히로(白石隆浩·27)를 체포했다. 시라이시는 현 거주지로 이사 온 8월 22일부터 두 달 동안 10대 4명, 20대 5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 1명, 여성 8명이다. 그는 수사에서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들을 알게 됐으며 처음 만난 날 모두 살해했다”며 “범행 동기는 돈을 뺏고 성폭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살해한 후에는 욕실에서 시체를 해체했으며 머리와 뼈를 아이스박스와 대형 수납상자에 고양이 배설물 처리용 모래 등과 함께 넣어 보관했다. 그는 “내장 등은 쓰레기로 버렸지만, 뼈는 발각될까 봐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언론에 “얼마 전부터 집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범행은 경찰이 지난달 24일 “여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남성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실종된 여성은 트위터에 “죽고 싶은데 혼자서는 무섭다”는 글을 남겼고, 시라이시는 “함께 죽자”며 여성을 유인해 살해했다. 경찰은 시라이시가 다른 피해자들도 동반 자살을 위장해 유인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용의자는 신주쿠(新宿) 유흥가에 여성을 소개하는 일을 했으며 올해 2월 성매매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돼 집행유예 6개월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버지에게 “살아 있어도 의미가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범죄심리학자의 발언을 인용해 “단기간에 9번이나 살인을 반복한 것은 과거에 예가 없다. SNS의 보급으로 범죄자가 자살 희망자를 간단히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전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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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방한 1주일 앞두고 韓中 합의 발표

    31일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7, 8일)을 일주일 앞두고 나왔다. 합의문 내용에는 “중국 측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한 중국 정부 입장과 우려를 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 항목 모두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협상) 중간에 내용을 전달하는 등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합의문 발표 하루 전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북핵 제재 동참 등에 따라 이번 합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한중 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북핵 대응에 대한 미중 간 간극이 커지면 한국이 다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 MD 강화와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100%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미일 동맹의 강함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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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수륙기동단’ 신설 오키나와 배치

    일본 방위성이 일본판 해병대인 ‘수륙기동단’을 최남단 오키나와(沖繩)현 미군기지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이 31일 전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유사 시 즉시 병력을 투입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방위성은 이미 내년 3월 2100명 규모의 수륙기동단을 신설하고 이를 나가사키(長崎)현 아이노우라(相浦) 주둔지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노우라에는 사령부 외에도 2개의 연대가 배치된다. 그런데 2020년 이후에 발족할 600명 규모의 세 번째 연대는 아이노우라 주둔지나 인근 규슈(九州) 지역이 아닌 오키나와 중부의 미군기지 ‘캠프 핸슨’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일 정부가 (최근)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의 일부가 주일미군 재편에 따라 괌으로 이전한 후 수륙기동연대 하나를 캠프 핸슨에 배치하는 기본 방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는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국방담당 장관(2+2) 회담 후 공동 발표에서 이미 “난세이(南西) 제도(규슈 남단과 대만 사이 섬들)를 포함해 자위대의 태세를 강화하고 미군기지의 공동 사용을 촉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두고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이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항모 랴오닝함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宮古)섬 사이의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전투기와 구축함이 같은 루트로 오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만약의 사태가 생길 경우 700km가량 떨어진 규슈에서 출동하는 것보다 오키나와에서 출동해야 조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 수륙기동단 배치는 미군기지 부담을 줄이겠다는 약속에 역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 현지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수륙기동단은 미국 해병대를 모델로 새로 만들어졌다. 외딴섬이 외국에 점령될 경우 전투기와 호위함의 지원을 받으며 수륙양용차와 보트 등을 이용해 상륙, 탈환작전을 벌이는 역할을 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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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방해에…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좌절

    한국을 비롯한 중국, 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단체가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실패했다.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일본 정부의 방해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를 통해 우리 측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에서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 등에 대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은 위안부가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로 일본의 우익 단체에서 신청한 것이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실태를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744건으로 구성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분담금 납부를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등재 저지에 나섰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가량을 차지한다. 일본의 방해는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 제13차 회의까지 이어졌다. IAC는 당초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일본의 공세에 시달린 IAC는 등재 심사를 보류하는 권고안을 유네스코에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내년도부터 시행 예정인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에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됐다. (등재 신청을 주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연대위는 31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다른 나라들과도 연대해 일본 정부가 자행한 유네스코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기록물과 같이 등재를 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3건이 추가로 등재되면서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은 16건으로 늘어났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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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방일 트럼프에 ‘대북 선택지’ 발언 지지 표명 예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기간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방침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29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 가능성을 포함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직접 언급할 계획이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회담뿐 아니라 회담 후 열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지 발언을 높이 평가한다는 발언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직접 지지 발언을 해 신뢰관계를 강화하고 굳건한 미일 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양국 정상이 대북 제재 이행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미국이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재확인하는 등 확대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회담 내용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맞이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두 정상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개그맨 겸 DJ 피코 다로를 만나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피코 다로는 지난해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 동영상이 히트하면서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일 때 연간 700억 달러(약 78조8000억 원)에 이르는 대일 무역적자의 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수행하는 방안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정부가 일본에 자동차 비관세 장벽, 미국산 냉동 쇠고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의약품 가격제도 등의 재검토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환경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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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외교차관협의회서 한국에 대북 독자 제재 촉구”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북 독자 제재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한미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회의 때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한국 정부가 독자 제재를 한다면, 꼭 미국과 함께 발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 한국의 독자 제재에 기대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존 한국 정부의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는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약 90억 원)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됐다. 설리번 부장관은 임 차관에게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시점인 점을 고려해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신문은 “미국 정부 내에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한국의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독자제재) 발언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 재무부는 27일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당시 외교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미국의 각종 노력과 함께,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논평만 발표했을 뿐 한국의 독자제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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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강변 하늘 우러러본 韓日 150명

    “우리는 과거에 저지른 어리석은 역사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모였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봤던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봅시다.” 28일 오전 11시 일본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 우지강변. 하야세 가즈토(早瀨和人) 우지교회 목사의 말에 현장에 모인 시민 150여 명이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까지도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이어 시인의 조카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가 비석에 새겨진 시 ‘새로운 길’을 낭독했다. 이날 이곳에선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 제막식이 열렸다.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건립되는 것으로 일본 내에서는 세 번째 비석이다. 높이 2m, 폭 1.4m인데 일본과 한반도의 화강암이 윤동주를 상징하는 원통을 떠받치는 형태로 제작됐다. 윤 교수는 “큰아버지(윤동주)도 추억의 장소에 시비가 세워진 걸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43년 초여름 도시샤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하던 시인은 징병을 피해 귀국을 결심했고, 학우들은 그를 위해 우지강변에서 야외 송별회를 열고 아마가세쓰리(天ヶ瀨吊り) 다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인은 송별회 직후인 7월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 1년 반 뒤 옥사했다. 시인의 마지막 사진은 1990년대 중반 NHK와 KBS가 공동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윤 시인의 학우였던 기타지마 마리코(北島萬里子) 씨의 앨범에서 발견됐다. 기타지마 씨의 증언에 따르면 윤 시인은 ‘마지막이니 노래를 한 곡 불러 달라’는 학우들의 요청을 받고 쑥스러워하다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이번에 비석을 세운 자리는 아리랑을 불렀던 강변 근처다. 사진에 얽힌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기념비 건립 움직임이 일었다. 2005년 시민단체가 결성됐고, 2007년 각계의 모금으로 비석 제작까지 마쳤으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10년 동안 건립을 미뤄왔는데, 이번에 시즈가와(志津川)구에서 구 소유 땅에 건립을 허가했다.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 대표는 “시인이 청춘의 빛나는 순간을 보낸 이곳에 비석을 세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윤동주의 모교 연세대를 대표해 참석한 백영서 문과대학장은 “감격스럽다. 인간의 존엄과 세계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3월 기념비 건립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를 보고 대한해협을 건너온 중학생도 있었다. 경북 구미시 광평중 3학년인 박희원 군은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는데 기사를 읽고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해 용돈을 모아 아버지, 동생과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나자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시민들은 인근 교회로 자리를 옮겨 윤 시인의 서시, 자화상 등을 낭독하고 공연을 하며 시인을 기렸다. NHK PD 재직 시절 마지막 사진을 발굴했던 다고 기치로(多胡吉郞·61) 씨는 행사 후 기자와 만나 “비석이 세워진 것은 한마디로 감개무량한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에도 윤동주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그는 최근 ‘생명의 시인 윤동주’라는 책을 냈다. 현재 일본에는 윤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의 도시샤대와 당시 하숙집이 있던 자리(현 교토조형예술대)에 비석이 있다. 이 중 이번에 건립되는 우지 기념비가 가장 크며, 대학 교내가 아닌 장소에 처음 세워진 것이다. 우지=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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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격자가 車검사… 품질 데이터 조작… 日, 무너지는 ‘모노즈쿠리’

    “저희 회사가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造り·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일본 제조업 문화)의 불안요소가 됐다는 것이 수치스럽습니다.” 27일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의 스바루 본사. 요시나가 야스유키(吉永泰之) 사장이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요시나가 사장은 이날 군마(群馬)현 공장에서 30년 넘게 무자격 직원에게 완성차 검사를 맡겼다는 사실을 발표한 뒤 “사내에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25만5000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법적으로 자동차 업체가 만든 차량은 자격을 갖춘 직원이 실시하는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 출하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을 믿고 안전검사를 대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스바루는 무자격 직원에게 검사를 맡겼고, 정규 검사원의 도장을 빌려줘 대신 찍게 했다. 요시나가 사장은 “대대로 그렇게 해 왔다.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스바루의 수법은 이달 7일 무자격자 완성차 검사 사실을 밝혔던 닛산과 같았다. 닛산은 국내 공장 6곳 모두에서 무자격자가 출하 전 검사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자 전 공장에서 내수용 출하를 2주 동안 중단했다. 리콜 대상 차량도 120만 대로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닛산의 내부 조사에서 1979년 이후 무자격자 검사가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잘못된 관행이 40년 가까이 지속된 것이다. 자동차 분야뿐만이 아니다. 고베제강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의 제품이 기준에 미달함에도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 통과시켜 온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납품한 제품은 안전성이 생명인 항공기, 자동차, 로켓, 고속철 등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커졌다. 고베제강은 26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4건의 품질 조작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인정했다. 지금까지 품질 조작 제품을 납품한 곳이 525곳에 달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보잉 등이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 법무부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국제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연이어 스캔들이 터지는 배경에 ‘경영진과 현장의 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진의 대담한 혁신 대신 ‘가이젠(改善)’이라는 명목으로 현장의 비용 절감 및 납기 준수만을 독촉해 온 일본식 경영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다. 한편 스캔들에 휩싸인 기업들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연도 화제다. 고베제강은 아베 총리가 유일하게 근무한 기업이며, 스바루의 요시나가 사장은 아베 총리의 대학 동기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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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새 헌법 시행”… 중의원 80%가 개헌 지지, 여론은 反 45%-贊 3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06년 첫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필생의 과업’인 개헌을 준비했다. 국민투표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을 만들고 ‘2010년 개헌’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정권을 내놓았다. 2012년 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로는 더욱 신중하게 개헌 문제를 다뤘다. 2013년 ‘2단계 개헌론’을 제기했다. 반대가 심한 헌법 9조(전쟁과 무력행사 금지)에 앞서 헌법 96조를 먼저 개정해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꼼수’, ‘사기’라는 비판을 받고 발을 뺐다. 개헌의 문턱이 높다는 걸 깨닫고 나선 평화헌법의 실질적 무력화에 주력했다. 2014년 7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헌법 해석을 바꿨다. 이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새 안보법을 통과시키며 헌법 9조 무력화를 시도했다. 헌법 9조는 무력행사를 금지한 1항과 전력(戰力) 보유 및 교전권 행사를 금지한 2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별도의 조항을 만들어 자위대 보유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생각이다. 한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아베 총리는 올 5월 헌법기념일 70주년을 맞아 “2020년에 새 헌법을 실시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개헌의 포문을 열었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개헌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개헌안 발의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야당에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가 개헌에 찬성한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치면 중의원 내 개헌 세력이 80%나 된다. 하지만 개헌 항목에 대해선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 공명당은 9조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고, 희망의당은 ‘9조를 포함해 논의하자’는 쪽이다. 개헌을 위해선 중·참의원의 헌법심사회(과반수)와 본회의(3분의 2 이상)를 통과한 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 사이엔 9조 개헌에 반대가 많다는 점이 변수다. 아사히신문의 총선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반대(45%)가 찬성(36%)을 앞질렀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내각 총사퇴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개헌안 발의에 앞서 상당 기간 국민 여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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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장기집권 굳힌 아베 총리… 정치적 뿌리-후원단체 살펴보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마구치(山口)에 뿌리를 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조부는 중의원 의원을 지낸 아베 간(安倍寬)이고 외조부는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외종조부는 1964∼1972년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다. 또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1894년 경복궁 기습 점령의 주역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1850∼1926)가 고조부이고 아버지는 ‘정계의 황태자’라 불린 외무대신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다. 아베 총리는 태생부터 정치이념까지 메이지(明治) 유신의 발상지 조슈(長州·현재의 야마구치)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조슈 출신들은 메이지 유신은 물론이고 침략전쟁으로 치달은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왔다. 야마구치가 배출한 총리만 해도 초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서 아베까지, 8명에 이른다(표 참조).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 막부 타도 활동으로 29세에 처형당한 그는 1857년 야마구치현 하기(萩)에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열고 불과 1년여 만에 9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등 일부 제자들은 2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은 살아남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아베 총리와 부친의 이름에 공통되게 들어간 ‘신(晋)’은 다카스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征韓論)의 주창자로 근대 일본우익 사상의 창시자라 할 수 있다. 그가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은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해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홋카이도 개척과 오키나와 영토화, 조선의 식민지화, 만주 대만 필리핀의 영유 등 일본이 밖으로 뻗어나갈 것을 주장했다. 메이지 유신의 귀결이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 뒤에는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아베 총리는 5월 3일 자신의 ‘2020년 새 헌법 시행’ 구상을 밝힐 때도 일본회의 관련 행사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개헌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활동이 불가결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3만8000여 명의 회원과 전국 지부를 거느린 일본회의는 물밑에서 개헌론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태는 좌익에 반발해 학원 정상화 운동을 펼치던 우파 종교단체 소속 학생들로 1997년에 결성됐다. 수십 년간 ‘풀뿌리 운동’을 지속한 끝에 지금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만 280명이나 되는 단체로 성장했다. 각료 상당수가 일본회의 소속인 아베 내각에 대해 ‘일본회의 내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본회의는 개헌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개헌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회의의 최종 목표가 일왕을 중심으로 국가신도주의를 표방한 ‘메이지 헌법’의 복원이라고 보고 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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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한국에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제안”

    18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 일본 측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추진하려 했지만 한국 측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한미일 3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일 ACSA 체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시종 일관돼 있다”고 말했다. ACSA는 탄약을 비롯해 식량과 물, 연료, 식료품 등 물자와 운동 등의 서비스를 상호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이다. 한국군이 탄약이 떨어졌을 경우 인근 자위대 기지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식이다. 양국은 2012년 6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과 ACSA 체결을 함께 추진했으나 밀실 논란에 시달리다가 무산됐다. 스기야마 차관의 발언은 지난해 GSOMIA가 체결된 만큼 이어 ACSA 체결도 추진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회의에서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신문은 “한국 측은 비공식 협의에서 ‘안보협력은 중요하지만 ACSA 체결은 당분간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외교·국방 당국자 사이에선 한일 ACSA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GSOMIA에 이어 ACSA까지 체결하는 것은 향후 자위대가 한국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 호주 캐나다와 연계해 한국에 있는 자국민을 외부로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위대 항공기를 이용하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자위대에 대한 한국의 저항감이 강하다”면서 “연합의 일원으로 참가하면 동의를 얻기 쉽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지면 주한 일본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하고 민항기를 이용해 귀국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대사관 관계자, 공무원, 기업의 주재원 등은 마지막까지 한국에 있어야 하는 만큼 막판에 자위대기를 투입해 이들을 데려오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미국 호주 캐나다와의 협력을 위해 이 나라들이 국민을 대피시킬 때 일본을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은 장기 체류자와 단기 방문자를 합쳐 5만7000명에 이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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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미슐랭 라멘집

    “오전 11시에 다시 오세요.”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반. 문을 열자 주인이 무심히 대기표를 건넸다. 근처 커피숍에서 신문을 보다 오전 11시에 가자 열댓 명이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한 시간 더 줄을 서 기다렸다. 지난주 갑자기 쉬게 된 날, 가보고 싶던 도쿄(東京) 스가모(巢鴨)역 인근 라멘(라면)집을 찾았다. 라멘 팬의 성지로 꼽히는 ‘쓰타(조·담쟁이덩굴)’. 세계 최고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가 115년 역사에서 처음 별을 준 일본 라멘집이다. 2년 연속 별을 받았지만 주인은 카운터 9석뿐인 식당을 1석도 늘리지 않았다. 1000엔(약 1만 원) 안팎으로 미슐랭 스타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대표 메뉴인 ‘쇼유(간장) 소바’에 반숙 계란을 추가했다. 가격은 1100엔(약 1만1000원). 라멘치고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국물을 먹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감칠맛에 향긋함이 더해진 절묘한 밸런스. 육수에는 와카야마(和歌山)현 삼나무통에서 2년 숙성한 간장 등 3종류의 간장을 블렌딩했고 명품 토종닭 3종에 조개 다시마 야채 등으로 풍미를 더했다고 했다. 그 위에 최고급 이탈리아산 송로버섯(트러플) 오일을 뿌렸다. 레드와인에 절인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잡내가 전혀 안 났다. 명품 밀가루 3종을 혼합해 만들었다는 면도 탄력과 강도가 적당했다. 반숙 계란은 아오모리(靑森) 토종닭의 유정란이었다. 테이블 위엔 일본 라멘 식당에 흔히 놓인 마늘 후추 등 양념이 전혀 없었다. 최적의 상태로 서빙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혼신의 한 그릇’이라는 메뉴판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다. 원목 테이블로 장식된 실내에는 재즈 음악이 잔잔히 흘렀다. 그저 라면 한 그릇일 뿐인데,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 오니시 유키(大西祐貴) 씨의 블로그 제목은 ‘생애 라멘과의 단판 승부’다. 의류회사를 다니다 5년 전 식당을 차린 그는 “라멘이야말로 일본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신념으로 메뉴 개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평론가들이 ‘예술품에 가깝다’고 경탄하는 한 그릇의 라멘을 완성했다. 그의 바람대로 쓰타는 싱가포르, 대만에 지점을 내며 세계에 일본 라멘을 알리고 있다. 근대화 시기 차이나타운에서 유래했다는 라멘은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중음식 중 하나다. 쇼유 미소(된장) 시오(소금) 돈코쓰 등 종류도 다양하고 소스에 찍어 먹는 쓰케멘, 기름장에 비벼 먹는 아부라소바 등 먹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지역마다 특색을 갖춘 라멘이 있다. 전후 끼니를 때우는 싸구려 음식으로 보급했지만 장인정신을 갖고 매달린 이들은 라멘을 제대로 된 요리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라멘의 신’으로 불렸던 야마기시 가즈오(山岸一雄) 다이쇼켄 창업자는 부인을 잃고 다리를 절면서도 “라멘은 내 인생 전부”라며 70대까지 주방에 섰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미슐랭 별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미슐랭 가이드 일본판에는 라멘 섹션이 별도로 있다. 올해 판에는 쓰타를 포함해 두 곳이 별을 달았고 미슐랭 예비군이라고 할 ‘비브 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27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에서 라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한국인의 솔 푸드인 떡볶이, 수제비, 칼국수가 일본 라멘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식당을 나오면서 인생을 걸고 만드는 이들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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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방겸영 언론사 영향력, 동아-조선-매경-중앙 順

    동아미디어그룹이 2016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에서 신방겸영 언론사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계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또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 계열보다도 여론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 매체를 합산한 ‘2016년 뉴스이용창구 기준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 결과 동아미디어그룹은 전체 4위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를 제외하면 KBS에 이어 전체 2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 채널A, 동아닷컴 등을 포함한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이 7.1%로 신방겸영 언론사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선닷컴을 소유한 조선일보 계열의 여론영향력은 6.9%로 5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 계열은 2014년 9.0%를 기록했으나 2년 만에 2.1%포인트 하락했다. 매일경제 계열은 5.0%로 7위, 중앙일보 계열은 4.6%로 10위에 머물렀다. 지상파 방송인 KBS계열은 16.2%로 전체 2위를 차지했고, MBC계열은 6.7%로 6위, SBS계열은 4.7%로 9위를 차지했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21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게이오-연세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2016년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이날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을 위한 새 알고리즘 개발’을 주제로 한국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다. 윤 교수는 세미나에서 “동아일보의 경우 종이신문과 케이블TV, 웹사이트 등 다양한 출구로 유통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통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연구들이 조선일보가 영향력 면에서 넘버 원 신문이라고 하지만, 신문 케이블TV 인터넷 등 뉴스의 모든 유통경로를 전수조사할 경우 동아일보의 영향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동아미디어그룹 여론영향력이 높게 나온 것은 채널A의 여론영향력이 TV조선, JTBC 등 다른 종편 채널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매체합산 여론영향력을 계산할 때는 TV 보도프로의 영향력(시청률, 보도시간 등 기준)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다는 설명이다. 한편 2016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1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20.8%)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2015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18.1%로 KBS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이후로 점유율 격차를 더 늘렸다. 다음도 9.3%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윤 교수는 도쿄 학술대회에서 “네이버가 여론영향력 1위를 바탕으로 광고시장에서도 7000여 개의 신문(인터넷 포함)과 지상파방송 3사를 더한 것보다 큰 비율을 먹어치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에서 뉴스 유통이 늘어나면서 눈길을 끌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나 센세이셔널 뉴스, 편파적인 뉴스가 양산돼 퀄리티 저널리즘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포털 사이트는 뉴스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주장하지만 여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이라며 “흥미나 상업주의가 아닌 공공의 이익에 기반을 둔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2010년 출범한 정부 위원회로 매년 여론영향력 점유율을 조사해 3년에 한 번씩 공식 보고서를 낸다. 윤 교수는 2013년부터 3년간 제2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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