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김선미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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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미 기자입니다.

kimsunmi@donga.com

취재분야

2026-02-10~2026-03-12
문화 일반64%
여행17%
문학/출판7%
미술3%
패션3%
칼럼3%
경제일반3%
  • 클럽하우스 민주주의[횡설수설/김선미]

    ‘이런 신세계가 있나.’ 지난 주말 무렵부터 체험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내에 본격 상륙한 음성 전용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 얘기다. 한 지인은 클럽하우스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떠올린다. ‘예전 아마추어 무선통신이 이런 분위기 아니었을까. 아직은 누가 인사를 하면 화들짝 놀라서 나가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 로한 세스가 지난해 3월 개발한 음성 앱이다. 그런데 1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게임스톱 주가와 관련해 이 앱에 참여해 토론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아직은 아이폰 운영체계에서만 가능하다 보니 중고 아이폰 거래가 늘어났을 정도다. 이 앱에서 금기 이슈 토론이 활발해지자 중국 당국은 이 앱의 접속을 막기까지 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려면 일단 기존 가입자로부터 받은 모바일 초대장 또는 지인의 수락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엔 직접 방을 만들어 청취자 중 일부를 발표자로 선정해 대화를 이끌거나 또는 다른 방에 청취자로 참여해 손 모양 버튼을 눌러 발언권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유명 인사들이 만든 방에도 영어 등 외국어로 참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 분야 종사자가 초기에 몰려 관련 내용의 대화방이 많다가 최근엔 취미, 성대모사 방도 생겼다. 카카오톡 대화방의 음성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방 저 방에서 음성 대화가 진행되니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 같다. 클럽하우스의 세계에는 말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 듣다가 조용히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다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비싼 콘퍼런스에 가서 듣던 고급 정보를 침대에 누워 공짜로 편하게 듣고 격의 없이 질문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앱 대표 이미지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용자 얼굴 사진으로 주기적으로 바뀐다. 요즘 세대가 원하는 참여, 연결, 평등, 성장, 레트로 감성이 다 들어 있다. ▷그중 최고는 코로나로 인해 대화에 목말랐던 세계인들을 목소리로 연결시킨 점이다. 사용자들은 “사람의 목소리 질감이 이토록 매력적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말로 잘 풀어내는 실력자가 힘을 갖는다. 고유한 콘텐츠가 있고 영어까지 잘하면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고수를 가려내지만 선동가의 육성에 여론몰이 장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트위터는 ‘조리돌림’(다수에게 공개해 수치심을 주는 처벌), 텔레그램은 N번방 사건의 불명예를 낳았다. ‘클럽하우스 민주주의’의 향배는 사용자가 얼마나 스스로 정보 감별 능력을 키우는지에 달렸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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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리와 halmoni[횡설수설/김선미]

    녹음이 우거진 시냇가. 어린 손자 데이빗이 할머니와 걷는다.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와 뿌린 미나리 씨가 알아서 잘 자라 밭을 이루었다. “데이빗아, 미나리는 잡초처럼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미나리를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김치에도 넣어 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아이고, 바람 분다. 미나리가 고맙습니다, 땡큐 베리 머치 절하네.”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 이야기다. 배우 윤여정(74)이 연기한 할머니는 깡촌에 정착한 딸과 사위를 도우러 한국에서 왔다. 상아색 원피스를 입고 와서는 고춧가루와 멸치를 풀어낸다. 감격한 딸이 울자 말한다. “야, 또 울어? 멸치 때문에 울어?” 한사코 안 받겠다는 딸에게 돈 봉투도 쥐여 준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43)은 자전적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손자는 한국에 가 본 적도 없으면서 처음 만난 할머니에게서 한국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노랫말이 TV에서 흘러나오자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한다. “네 엄마 아빠 한국에서 누가 노래만 시키면 서로 두 눈에서 꿀물을 뚝뚝 흘리면서 저 노래만 불렀다.” 그랬나, 하는 딸에게 말한다. “여기 오더니 다 까먹었구나.”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이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미나리는 결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뉘앙스로 가득한 영화”라고 한다. ▷할머니는 쿠키는 못 만들어도 화투는 가르친다. 손자가 물가의 뱀을 쫓으려 하자 삶의 지혜도 알려준다. “보이는 게 나아.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한 거란다.” 딱 윤여정이다. 인생의 굴곡을 이겨내고 두려움 없이 도전해 온, 주인공만 고집하지 않으니 자유로운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보여주는 그의 글로벌 감각과 공감능력은 젊은층으로부터 존경받는다. ‘윤여정표 쿨함’의 비결은 부단한 자기 단련이다. ▷골든글로브 측은 영어대사 비중이 적다며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리고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하지 않았다. 미나리는 이민 세대인 부모가 집에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미국의 속살을 다룬 ‘미국인 감독과 미국 자본에 의해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다.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halmoni’(할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한다. 미나리는 뿌리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큰 울림을 준다. “미나리, 할머니, 땡큐 베리 머치!”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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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제국호텔의 변신[횡설수설/김선미]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에 리히터 규모 7.9의 간토대지진이 일어났다. 하코네산에서 도쿄 도심에 이르기까지 화염이 몰아쳤다. 그런데 살아남은 건물이 있었다. 메이지 시대인 1890년 설립됐다가 바로 이날 새 건물로 문을 연 제국호텔이다. 대지진을 견뎌내고 이재민 구제 장소로 활용되면서 이 호텔과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일본 문화를 흠모했던 라이트는 서구식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당시의 도쿄에 일본 전통가옥 형태로 이 호텔을 지어 ‘일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각국의 주요 정·재계 인사들이 이 호텔을 찾았다. 배우 메릴린 먼로도 신혼여행을 왔다. 1970년엔 지금의 17층 고층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고쿄(皇居·일왕의 거처)가 내려다보이는 객실, 일왕 가족이 사용하는 펜트하우스, 로비의 대형 이케바나(生花·꽃꽂이), 아리타(有田) 도자기와 기모노를 파는 지하 아케이드까지 모든 게 ‘일본식 럭셔리’다. ▷간토대지진에도 끄떡없던 제국호텔이 코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제국호텔은 이달 1일부터 서비스 아파트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호텔 가동률이 10%대로 급락해 ‘호텔만이 가능한’ 신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전체 객실의 10%인 99개 객실을 아파트처럼 개조해 임대료를 받는 형태다. 30박 기준으로 30m²(약 9평) 객실은 36만 엔(약 380만 원), 50m²(15평)는 60만 엔(640만 원)이다. 룸서비스 식사와 세탁 서비스도 각각 월 6만 엔(63만 원)과 3만 엔(31만 원)에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은 무료다. ▷도쿄 부도심의 주거지는 평당 월세가 1만 엔(약 11만 원) 정도다. 그런데 도심 한복판의 제국호텔이 돈만 내면 호텔을 집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월세 임대시장에 호텔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서비스 경쟁력도 쟁쟁하다. 일본 뷔페식당의 원조가 제국호텔의 ‘임피리얼 바이킹’(1958년)이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도 영화 ‘코드명 J’에서 “셔츠를 세탁하고 싶다. 가능하면 도쿄 제국호텔에서”라고 했을 정도다. ▷국내 호텔업계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2019년 67%대이던 호텔 객실 이용률이 20%대로 떨어졌다. 서울 강남의 첫 특급호텔이던 40년 역사의 5성급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도 곧 헐린다. 3, 4성급의 경영난은 말할 것도 없다. 해외여행 못 하고, 5명 이상 밤 9시 이후 못 모이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뭘까. 이 질문에서부터 ‘호텔만이 가능한’ 신사업이 나올 것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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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횡설수설/김선미]

    100kg이 넘는 소아용 인공심장 기계에 의지해 살아가던 다섯 살 현우(가명)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고홍준 군(사망 당시 아홉 살)으로부터 진짜 심장을 이식받았다. 병실 침대에서만 살아야 했던 현우에게 새 삶이 생겼다. 홍준이는 현우에게만 장기를 준 게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뜨면서 심장, 간, 폐, 신장 두 개, 각막 두 개 등 일곱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기획연재보도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은 국내 장기기증의 현황을 다룬다. 국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를 서로 알 수 없게 하지만 동아일보는 공익적 목적일 경우 정보공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관련법을 활용해 취재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알아선 안 되지만 삶을 나눈 홍준이와 현우…. 현우 가족은 “기사를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심장을 받은 현우와 가족의 큰 기쁨이야 충분히 상상이 된다. 다만 어린 아들의 일부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하늘로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뜬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그들은 큰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취재진이 홍준이 것이었던 현우의 건강한 심장 박동 동영상과 심전도 그래프를 보여주자 홍준이 아버지는 오열했다고 한다. “현우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 해도 될까요. 세월이 흐르면 이제 몇 학년이 되는구나, 이 계절엔 소풍도 가겠구나 떠올릴게요.” ▷국내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지 20년. 여전히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478명에 그쳤다.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했다고 하면 마치 깨어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것처럼 잘못 인식돼 괜한 오해를 받기 일쑤다. 장기기증 유가족에게 정부가 장제비를 지급하는 걸 두고 ‘장기를 팔았다’란 비난도 한다. 윤리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자 기념공원을 건립해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들과 가족에게 사회적 존경을 담자고 제안한다. 장기기증은 명예로운 일이라는 걸 미래 세대가 알게 하자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 ‘삶’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장기이식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지만 보석 같은 눈과 심장을 사랑의 선물로 주고 떠나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있다. 그들의 사랑이 새 육신들에 심어져 생명의 샘처럼 솟아 흐른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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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쌀 구독시대[횡설수설/김선미]

    ‘새로 지은 밥을 강된장과 함께 부드럽게 찐 호박잎에 싸 먹으면 밥이 마냥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움의 끝에 도달한 것처럼 흐뭇하고 나른해진다. 그까짓 맛이라는 것, 고작 혀끝에 불과한 것이 이리도 집요한 그리움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고 박완서 작가의 딸 호원숙 작가의 신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중에서) ▷호 작가가 지은 밥을 상상해 본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밥알이 탱탱한 쌀밥 아니었을까. 흰 눈이 장독대 위에 내려앉듯 밥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새하얀 쌀밥…. 쌀은 한민족의 집념이다. 카레이스키들은 본래 아열대 기후에서 가능한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중앙아시아의 동토까지 확장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쌀 경작지(5000년 전 신석기시대)가 2012년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되기도 했으니 우리의 ‘밥심’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밥에 고깃국’은 최고의 호사였다. 조선시대에 쌀이 귀해 왕족이나 이씨 양반들만 먹는다 해서 쌀밥을 이밥으로 불렀다. 하지만 살 만해지면서 쌀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흉으로 몰려서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역대 최저인 57.7kg으로 40년 전 소비량(132.4kg)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950년대 550cc이던 밥공기 크기도 요즘엔 300cc 정도로 줄었다. ▷잘나가다 수난을 겪던 쌀에 반전이 일어났다. 국산 ‘명품 쌀’ 덕분이다. 쌀 소비는 줄었지만 고급 쌀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밥을 자주 먹다 보니 ‘밥맛’이 중요해졌다. 이젠 양 대신 질이다. 국내 한 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명품 쌀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쌀 품종과 도정 방법을 고르면 월 2회 정기 배송해준다. 아홉 종류의 쌀을 소량씩 담는 ‘쌀 샘플러 세트’도 나왔다. 백화점 업계에서 꽃 구독은 있어도 쌀 구독 서비스는 처음이다. 정기적인 구독은 일회성 배달보다 브랜드 충성심을 요구한다. ▷명품 쌀에는 명품 전략을 쓸 수 있다. 쌀은 와인처럼 테루아르(재배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맛있는 쌀’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를 열 수 있겠다.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라벨에 넣는 프랑스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처럼 예술과의 콜라보는 어떨까. ‘쌀쌀쌀’ 하는 흥겨운 K팝도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눈 덮인 고택에서 뜨뜻한 쌀밥 먹기는 해외여행을 대체할 코로나 힐링 여행상품이 될 것이다. 돌밥(돌아서면 밥 짓기)하느라 힘겹지만 집밥에는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명품 쌀을 구독하는 재미에 돌밥 스트레스가 날아갔으면 좋겠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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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오를 언덕[횡설수설/김선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스타를 낳았다. 자신이 직접 쓴 축시를 낭독한 22세의 어맨다 고먼이다. 그가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은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노예의 후손인 말라깽이 흑인 소녀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도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다가 그를 위한 시를 낭송합니다. (중략)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 ▷그를 미 역대 최연소 축시 낭독 시인으로 발탁한 건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다.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고먼은 2017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청년 계관시인에 선정돼 의회도서관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30여 년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이민자나 소외 계층에 영어를 가르쳐 온 ‘바이든 박사(바이든 여사)’가 당시의 영상을 보고 이번에 그에게 축시 집필과 낭송을 요청했다. ▷아버지 없이 자란 고먼은 8세 때부터 시를 썼다.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는 집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했기 때문에 쌍둥이 자매인 개브리엘과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자랐다. 그런데 그는 바이든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청각장애로 말을 더듬었다. 얼마 전까지도 ‘R’ 발음이 어려워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뮤지컬 ‘해밀턴’의 ‘Aaron Burr, Sir’ 노래를 연습하며 장애를 극복했다. ▷취임식 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시 낭독 전에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나는 흑인 작가들의 딸이야. 우리를 옭아맨 사슬을 끊은, 세상을 바꾼 자유 투쟁자들의 자손이야. 두려워하지 마.” 그 말을 듣던 앤더슨 쿠퍼 앵커는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말했다. “당신은 대단해요.” 고먼은 장애는 약점이 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시인의 꿈은 공동체가 도왔다. 14세 때 ‘WriteGirl’이라는 비영리 단체에 가입해 글쓰기를 배운 게 지금의 고먼을 있게 했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걸 나누기 위해 2016년 ‘하나의 펜 하나의 페이지(One Pen One Page)’라는 글쓰기 비영리 기관을 세워 미래세대를 키우고 있다. ‘우리가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고, 스스로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고먼은 빛이 되었다. 2036년 미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그의 요즘 꿈은 ‘내가 쓰는 시가 미국의 통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언덕을 넘고 우리가 함께 오를 언덕을 알려준 그의 꿈을 응원한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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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록의 백악관[횡설수설/김선미]

    블랙록(Black Rock)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산이 7조8000억 달러(약 8580조 원). 이보다 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진 국가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블랙록이라는 회사명은 스티븐 슈워츠먼이 1985년 세운 사모펀드그룹 ‘블랙스톤’에서 유래했다. 공동창업자였던 래리 핑크는 1988년 분사하면서 블랙스톤과 비슷한 ‘검은 조약돌’과 ‘검은 바위’를 고민하다가 ‘블랙록’으로 최종 결정했다. ▷20일 출범한 조 에 자리 잡았다. 역대 최연소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된 브라이언 디스(43)는 블랙록의 지속가능투자 최고책임자 출신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오른팔인 재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월리 아데예모는 핑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자문인 마이크 파일도 이 회사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와 백악관 간 회전문 인사의 중심이었던 골드만삭스의 시대가 가고 블랙록이 왔다”고 평했다. 수많은 정부 인사들을 배출해 ‘거버먼트(정부) 삭스’라고도 불리던 골드만삭스였다. 설립된 지 불과 33년 된 블랙록은 152년 역사의 골드만삭스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성장해 왔다.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내걸고 투자했다. 블랙록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은 요즘 자본시장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란 말로 통용된다.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성격의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2년 전 기업의 봉사 대상을 주주에서 경제 이해당사자로 확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높게 요구되는 가운데 블랙록은 특히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투자를 강조한다. 마침 NEC 수장을 맡은 디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채택 때 미국의 기후변화 특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탈퇴했던 이 협약에 바이든 대통령은 재가입을 약속한 상태다. ▷환경과 통합을 내세우는 블랙록의 경영 방침은 미 민주당의 정치 기조와도 일치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 평판을 공유하고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과도 통한다. 블랙록은 펀드별 ESG 점수와 탄소발자국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친환경’ 기치를 내건 백악관과 블랙록은 앞으로 한 몸처럼 움직일 공산이 크다. 탄소배출 기업은 투자 받기 어려워지고 수출규제의 압박은 커질 것이다. 검은 바위(블랙록)를 들인 흰 집(백악관)은 저 멀리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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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붙’ 글 도둑[횡설수설/김선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미국의 실존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73)을 소재로 했다. 1960년대 미국 연방수사국(FBI)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른 범죄자 중 최연소였던 그는 각종 전문직으로 위장하며 사기극을 펼쳤다.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로 변신했다. ▷국내 한 문학작품 도용 사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다. 김민정 씨가 그제 SNS에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자신의 단편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더구나 그가 도둑맞은 글은 지난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도 제보로 알게 됐다고 한다. 백마문화상은 명지대 대학신문이 여는 공모전으로, 그는 당시 서울대 학생 신분으로 지원했다. ▷이 글이 올라오자 SNS의 집단지성이 ‘글 도둑’ A 씨를 곧바로 색출해냈다. 그는 지난해 7월 김 씨의 ‘뿌리’를 베껴내 받은 포천38문학상 상패와 책 본문 사진도 페이스북 전체공개로 올려놨다. “난 작가도 소설가도 아닌데…”라는 설명과 함께. 특이한 점은 페이스북의 프로필이었다. 직장 소개가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2021 정책기자단 등 무려 25개였다. 혹시나 싶어 문체부에 확인하니 이 기자단은 지난해 말 모집 공고를 내고 이달 20일에나 선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란다. ▷A 씨와 통화해 보니 의외로 순순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누가 쓴지도 모르는 인터넷의 글을 그냥 공모전에 냈다고 한다. 금전적으로 쫓기다 보니 상금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원작자인 김 씨는 A 씨가 남의 저작물을 페이스북에 전시함으로써 자신이 아닌 남의 인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며 리플리 증후군(허구의 삶을 만들어놓고 사실인 양 인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어제 한 방송에 나와 말했다. ▷문학계는 문학의 순수성이 능멸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에 빠졌다. 문학에서는 단 한 줄의 독창적 표현만 훔쳐도 표절인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베끼는 걸 상상도 못 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마추어 공모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심사위원들이 주요 작품 이외의 모든 글을 다 읽어 표절을 가려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술논문은 디지털 처리돼 있어 표절검사기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지만, 문학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는 글만 공개하니 확인이 어렵다. 문학의 도용과 표절을 자동으로 잡아내려면 먼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잡아야 하는 건 어쩌면 ‘프랭크’보다 훨씬 더 잡기 어려운 ‘복붙(복사해 붙이기)’ 시대의 글 도둑이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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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무줄 김영란법[횡설수설/김선미]

    음악가 노영심 씨가 1998년 펴낸 ‘노영心의 선물’이란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자신의 음식 토크쇼 첫 회에 당시 김수환 추기경(2009년 작고)을 초대하면서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한 끝에 베이즐(바질) 식물을 선물했다. 추기경은 방송 말미에 말했다. “향기로운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베이즐처럼 말이죠.” 선물하는 사람의 정성 담긴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받는 사람에게 잘 전달된다. ▷정부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공직자 등에게 줄 수 있는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격 한도를 한시적으로나마 올리면 지친 농어민들에게 소중한 단비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국한우협회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내 10만 한우 농가를 대표해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추석 때에도 이들 품목의 선물 상한액을 20만 원으로 잠시 올린 바 있다. 그 결과 농수축산물 선물 매출이 전년 추석 대비 7% 늘고 10만∼20만 원대 선물이 10% 늘었다고 한다. 유통업계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소 풀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번 설 선물세트에 프리미엄 한우와 굴비 물량을 20∼30% 늘려 내놓았다. ▷우리나라 선물 가격에 상한선이 매겨진 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시행되면서부터다.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정하면서 농수축산물에 대해서는 10만 원까지 허용하다가 작년부터 20만 원 명절 상한선이 깜짝 등판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여해 온 법이지만 결국 공직자가 더 비싼 선물을 받게 되니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도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건 법 신뢰도 흔들리게 한다. 상한액을 현실화하거나 명절 예외조항을 두면 어떨까. 이 법에서 농수축산물 항목을 아예 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코로나가 ‘선물 인심’은 키웠다고 한다. 만남이 어려워지니 다들 선물이라도 두둑하게 보내는 것이다. 생일과 경조사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간편하게 챙길 수 있는 세상이다. ‘노영心의 선물’ 책 제목 앞에는 ‘오래된 사랑의 습관’이라는 부제가 있다. 어쩌다 평범한 사랑의 습관(선물)마저 가격의 저울 위에 달게 됐는지…. 격무에 지친 어느 날 귀가해 보니 배달돼 있는 친구의 꽃다발, 거기에 담긴 응원하는 마음을 10만 원, 20만 원으로 가격 매길 수 있나. 그 사람이 어떤 순간에 힘든지, 언제 환하게 웃는지 살펴보는 선물의 마음을 되새겨봤으면 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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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샹젤리제 정원∼[횡설수설/김선미]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프랑스 샹송 ‘샹젤리제’의 후렴구다. 그 다음 노랫말은 이렇다. ‘해가 뜨거나 비가 오거나, 대낮이거나 한밤이거나, 샹젤리제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이 다 있습니다.’ ‘오(Aux) 샹젤리제’는 ‘샹젤리제에’란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흥겨운 노랫가락에 취해 ‘오’를 감탄사로 착각하지만….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에서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2km, 폭 70m의 세계적 관광거리다. 카페, 극장, 럭셔리 상점들이 즐비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다 있는’ 거리로 통했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7월 14일)에 육해공 군인들이 행진하고,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대회는 피날레 경주를 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화려한 불꽃놀이는 말할 것도 없다. ▷샹젤리제 거리는 최근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낙원이라는 의미의 엘리제를 따와 ‘엘리제의 밭’이란 뜻이지만 더 이상 낙원의 영예를 누리지 못한다. 소비와 오염의 중심지라는 오명에 더해 테러, 노란조끼 시위, 파업, 코로나19로 유례없이 상처받고 쓸쓸한 광경이다. 집회와 코로나로 시련을 겪은 서울 광화문광장과 비슷한 점이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샹젤리제 거리를 ‘특별한 정원’으로 바꾸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공원이 아니라 정원(프랑스어로 jardin)이다. 수백 그루의 나무 터널을 만들겠다니 듣기만 해도 설렌다. 그런데 이 계획은 시(市)가 독단적으로 정한 게 아니다. 2년 전 사회·문화계 인사들이 결성한 ‘샹젤리제 위원회’에서 시민 9만6000명의 의견을 들어 만든 계획을 시장이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해 2026년까지 임기인 이달고 시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일단 콩코르드 광장 일대를 정원으로 바꾸고 나머지 구간은 2030년까지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한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광화문광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온갖 반대 여론에도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무작정 앞으로 돌격 중이다. 공사의 재원은 800억 원의 혈세다. 파리의 샹젤리제는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주는 특별한 정원’으로 바뀐다는데, 서울시민 1만2115명과 소통했다는 광화문광장 변화 콘셉트는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이다. ‘샹젤리제’ 노래에서는 낯선 남녀가 하룻밤 만에 연인이 되고 새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십 년 후 나무가 울창한 샹젤리제 정원에서는 사람이든 새든 더 많이 사랑을 노래할 것 같다. 오 샹젤리제 정원∼.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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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 한파[횡설수설/김선미]

    1960, 70년대 겨울철, 우리나라 가옥들은 대부분 웃풍이 거셌다.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매섭게 찬 기운이 스며들었다. 초저녁부터 군불로 달군 아랫목에 밥그릇을 묻고, 밤에는 온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웃풍은 센데 바닥의 온기는 이불이 가두니 밤에 마시려고 머리맡에 두고 잔 냉수 위에는 살얼음이 꼈다. ‘가난한 날의 한파’가 남긴 추억이다. ▷35년 만에 한반도에 가장 추운 날씨가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어제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1986년 1월 5일 영하 19.2도 다음으로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돼 강원 영서와 산지는 영하 25도 이하까지 떨어졌다. 제주에까지 대설특보가 내려 시간당 5cm 내외의 강한 눈이 내렸다. 추위가 이어져 한강은 이번 주말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지점이 얼긴 했지만 서울 한강대교 제2교각과 4교각 사이 100m 구역이 얼어야 공식적인 ‘한강 결빙’이다. ▷이례적인 거센 한파는 북극에서 온 것이다. 북극 주변 냉기를 둘러싸는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느슨해지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인 ‘라니냐’(엘니뇨의 반대)도 한 이유다. 1955년 처음 관측된 라니냐는 올해가 15번째다. 북극이 따뜻해져 얼음이 녹아내릴수록 한반도는 추워지는 온난화의 역설이다. ▷한파로 폭설이 내리면서 ‘겨울왕국’이 됐다. 아파트 단지들마다 온 동네 아이들이 뛰어나와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화 겨울왕국의 “같이 눈사람 만들래?”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난방이 잘되는 고층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는 ‘웃풍’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한파가 닥쳐도 집 안에서 얇은 옷만 입고 지낸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 실제로 우리나라 겨울 평균 온도는 웃풍과 아궁이가 있던 옛날보다 1.5도 올랐다. ▷북극 한파는 반짝 히트상품도 낳았다. 눈을 오리, 하트 등의 모양으로 찍어내는 플라스틱 집게틀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이 틀을 사용해 만든 일곱 개의 ‘오리 눈사람’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그 인기에 불을 붙였다. 한파도 시대마다 세대마다 다른 추억을 낳는다. 다만 추운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들을 둘러보는 온정이 필요하다. 집 나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식구를 생각해 아랫목에 밥그릇 하나 정도 따로 묻어두었던 그 옛날 어머니의 마음 같은…. 폭설 같은 악천후에는 배달음식을 자제하자는 요즘 시민들의 자발적 다짐도 고맙다. 추우니까 사랑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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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입은 순자 씨[횡설수설/김선미]

    주한 미군이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릴린 순자 스트리클런드는 두 살 때 서울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늘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부모는 그에게 당부했다. “순자야, 우리가 살면서 갖지 못한 기회를 네가 얻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옳은 것을 위해 싸우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약자를 위해라.” 순자는 좌절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치어리더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보험회사,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다 경영학석사(MBA) 학위도 취득했다. ▷세월이 흘러 그 ‘순자’가 한복을 입고 3일(현지 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17대 연방하원 개원식에 섰다. 순자, 곧 스트리클런드 의원(59)은 붉은색 저고리와 보라색 치마를 입고 취임 선서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무채색 정장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소수인종의 설움을 극복하고 워싱턴 터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이번에 미국의 첫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 3명 중 한 명이 됐다. ▷정치인의 패션은 강력한 메시지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늘 민속의상을 입었다. 유력 정치가문의 딸들이었지만 ‘남성들의 리그’에서 치열해야 했던 그들은 민속의상을 통해 남녀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한복을 택했다.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트위터에 썼다. ▷한복은 그냥 민속의상이 아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패션 중 하나다. K팝과 한국 드라마 덕분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과 ‘대취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도 한복이 나온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재미(在美) 한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K컬처에 설레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뿌리’를 알리려 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저력을 한복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순자’는 일종의 ‘흙수저’였다. 그는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끈 어머니의 인내와 강인함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의 당부대로 세상의 흙수저들에게 교육과 기회를 넓히는 일들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호흡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여성 참정권을 획득한 100년 만에 여성 부통령과 사상 최대의 여성 의회 당선인을 배출한 미국에서 한복 입은 순자 씨가 ‘열린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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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줌으로 학교 갑니다[횡설수설/김선미]

    지난해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원년’을 보낸 이 땅의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는 위로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부모가 허둥지둥 마련해준 디지털 도구 앞에 앉은 학생들은 친구들 이름을 익히기도 전에 낯선 ‘줌(ZOOM·화상회의 서비스)’부터 접했다. 엄마들은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느라 지쳤고, 교사들은 매번 등교 일정이 바뀌어 수업 준비에 애를 먹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한 공립 초등학교 1학년은 입학식도 못 한 채 홀수 반 짝수 반, 그것도 홀수 번 짝수 번으로 나뉘어 등교하느라 1학기엔 고작 열흘 남짓, 2학기엔 한 달 반 정도 등교를 했다. 학교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옆자리 친구와 대화도 하면 안 됐다. 마스크 교육을 하도 잘 받아 친구네 놀러 가서도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는다는 아이, 선생님 몰래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몇 마디 나눴다고 기뻐하는 아이…. 코로나 학교 풍경이었다. ▷코로나 직후부터 발 빠르게 줌 수업을 한 학교와 교사도 있지만, 디지털 습득 수준이 낮은 교사들은 2학기가 돼서야 줌을 활용했다. 줌은 각 교사의 수업 역량을 낱낱이 드러내며 학력 격차를 초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7월 서울시내 교사 13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8.4명이 “원격수업으로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9명은 “대면수업이 (원격보다) 낫다”고 했다.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얘기다. 아이의 줌 수업을 돌봐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들의 마음은 까맣게 탄다. ▷어제 동아일보 새해특집 ‘코로나 사피엔스―학교가 달라진다’는 교실 대신 줌으로 등교하는 요즘 학생들을 ‘줌 세대’로 명명하면서 그들의 소외감에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오랫동안 ‘학교는 곧 교실’이었다. 하얀 실내화, 칠판과 급훈 액자, 그림과 화분이 있는…. 그러나 줌 세대는 교실이란 공간을 코로나에 빼앗겼다. 이래서는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친밀감을 갖기 어렵다. 아이들의 대인관계도 걱정이 된다. 교사가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는 맞춤 교육과 마음 살핌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학교는 달라지고 있다. 줌 세대가 배우는 방식, 세상과 연결돼 소통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참에 학교를 다시 들여다보고 교육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교사는 지루한 강의를 잊어라. 학생들이 자기주도형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 방식,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찾아라. 코로나는 배움과 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학교와 교사를 무한경쟁의 시대로 이끌었다. 열린 공교육의 판도라 상자 속엔 희망이 남아 있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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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이 뭐예요[횡설수설/김선미]

    ‘꿈이 뭐예요?’ 지난해 4월 1일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독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에 내건 현수막, 일민미술관 옥상 전광판을 통해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불과 다섯 글자로 이뤄졌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커다란 글씨로 접하게 되면 이 질문의 무게가 꽤 묵직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잊고 살았던 꿈을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도 있지만, 지금 발 디딘 현실이 힘겨워 꿈을 품는 것조차 사치스럽다는 청년도 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다들 ‘꿈동이’ ‘꿈아기’ ‘꿈나무’로 자랐건만…. 꿈은 시기 질투로 깨지기 쉬우니 입 밖에 내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어제 동아일보는 새해 특집 기사로 ‘꿈이 뭐예요?―각계 22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실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가족과 친구, 동료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국민 모두가 이를 꼭 되찾길 기원한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청년들의 기회가 많은 나라, 젊은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하는 환경,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는 혁신 기업가들의 천국, 팬들의 함성이 가득한 경기장, 학교 운동장을 채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놀랍게도 한결같았다.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더 나은 미래’와 ‘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꿈들이었다.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고 새해를 맞는 평범한 우리의 안부 인사도 바뀌었다. 예전에 오갔던 “부자 되세요” 같은 ‘입신양명(立身揚名)’형 인사말은 우스갯소리로도 보기 어려워졌다. 새해엔 건강하자고, 어려운 곳을 돌아보자고 따뜻한 말들을 나눈다. 다들 나라 걱정, 세계 걱정을 한다. 하긴 내가 아무리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남이 안 하면 소용이 없다. 후진국을 챙기지 않으면 선진국도 위험하다. 그래서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2021년 화두로 이타주의를 꼽았다. 남을 위해야 내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고 이웃과 미래 세대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새해는 조금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꿈의 다른 말은 희망이다. 꿈이 없으면 앞으로 밝게 나아갈 수가 없다.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꿈은 다행히도 시기 질투로 깨지는 꿈이 아니다. 남을 보살피면서 얻는 행복감은 이기적인 행복감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꿈만 꿀 것인가, 꿈을 이뤄낼 것인가. 작가 리처드 바크는 ‘갈매기의 꿈’에서 ‘오늘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당신은 꿈을 위한 작은 변화를 시작했나요.’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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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 음모론[횡설수설/김선미]

    지난 크리스마스 새벽(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주도 내슈빌에서 캠핑용 차량이 폭발했다. 시내 한복판이 화염에 휩싸이고, 차에 타고 있던 용의자는 숨졌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 건물 앞이었다. 이 폭발로 테네시와 인근까지 통신이 마비됐다가 겨우 복구됐다. 인명 피해가 거의 없어 테러 시도는 아닌 듯했다. ▷당국은 이 차량의 주인인 앤서니 퀸 워너(63)가 자폭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정보기술(IT) 업계 기술직이었던 그가 5세대(G) 이동통신 음모론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5G 기지국에 대한 방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던 이 지역에서는 통신사 습격을 노리는 모방 범죄가 잇따를까 경계 태세다. ▷이 음모론은 5G 통신망이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통신탑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이 기술이 우리 일상을 감시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음모론을 낳고 키운 건 8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올해 1월 트위터에는 “중국 우한에 5G 기지국이 5000개 이상 있고 2021년까지 5만 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코로나19는 단순한 질병일까, 아니면 5G와 관련돼 있을까”란 글이 등장했다. 이 음모론 추종자들이 많은 유럽은 4, 5월 그야말로 ‘불타는 봄’을 보냈다. SNS에서 대동단결한 이들이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통신탑을 불 질렀다. 폐허가 된 현장에는 ‘5G를 중단하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음모론에 대해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한다. 각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도 나서서 가짜 뉴스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추종자들은 귀를 닫는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며 그들의 믿음을 강화한다. 여기에 대중스타와 인플루언서까지 가세하면 그 폭발력은 괴물처럼 커진다. 미국의 한 정보통신업계 분석가는 “워너 씨가 정말로 ‘5G가 날 감시한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내 치아에 송수신 칩을 넣었다’는 전형적 편집증의 2020년 버전”이라고 말했다. ▷SNS 세상에서는 스스로 설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세상을 본다. 가족과 친구가 하는 말이라면 경계의 시선도 거둬버린다. 정파적 사안에서는 집단 광기가 차량을 집어삼킬 듯 활활 타오른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날개를 단 ‘카더라 통신’은 정교한 팩트 체크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대중의 뇌와 마음에 박힌 가짜 뉴스는 빼내기가 어렵다.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누구나 ‘차에서 자폭한 테네시의 워너 씨’가 되지 말란 법이 없어 무섭고 슬프다.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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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100년을 향한 꿈 푸른 하늘 저 높이 ‘훨훨’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와 손잡고 ‘한국의 새: 동아백년 파랑새’를 1일 선보였다.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을 표방하는 동아일보의 철학을 투영해 기획한 유리 새 오브제다. 지난해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과 협업해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을 밝게 물들인 ‘한국의 색’을 시작으로 올해 ‘한국의 상(床)’ ‘한국의 향’에 이은 창간 100주년 아트 프로젝트의 완결판이 ‘한국의 새’다.○ 동아백년 파랑새가 탄생되기까지 동아일보는 새로운 100년의 꿈과 희망을 전달할 매개체로 파랑새를 선택했다. 파랑새는 동아일보가 100년 동안 도전하며 신문을 만들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이었다. 1963∼1967년 동아일보의 취재용 경비행기 이름이 ‘파랑새’였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공중촬영을 했다. 1980년 한국인이 조정해 최초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요트 이름도 파랑새호였다.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진행된 20대 젊은 청년 두 명의 항해였다. 동아일보는 새로운 100년의 도전과 꿈을 파랑새로 형상화하기 위한 협업 파트너로 이딸라를 선택했다. 1881년 설립돼 139년 역사를 지닌 이딸라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다. 특히 유리공예의 대가 오이바 토이카(Oiva Toikka·1931∼2019)가 이끌어온 ‘버드 바이 토이카(Bird by Toikka)’ 시리즈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의 형상에 담아내는 세계적 제품이다. 지난해 4월 토이카가 타계하자 그의 가족들이 동아백년 파랑새를 디자인했다. 백두산 천지, 푸른빛의 하늘 등 한국의 자연에서 영감을 끌어낸 뒤 유리공방에서 장인들이 한 숨 한 숨 불어 만들었다. 300개 한정 제작한 동아백년 파랑새는 투명한 머리와 맑은 파란색의 몸체, 진한 파란색의 날개와 꼬리를 갖췄다. 몸통 밑에는 ‘동아백년’이라는 한글 각인과 시리얼 넘버를 새겼다. 이딸라 측은 “오랜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와 이딸라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공유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파랑새 동아일보는 출판사 ‘열린책들’과 손잡고 동아백년 파랑새를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로 형상화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파랑새가 소소한 행복을 주는 이야기이다. 20개국에 출간된 ‘반 고흐’를 그린 네덜란드 그래픽노블 작가 바바라 스톡이 그렸다. 스톡은 “사람들에게 영감, 명상, 철학, 힐링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는 파랑새는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동아백년 파랑새가 한국인에게 희망을 물어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달부터 ‘파랑새의 여행’ 시리즈를 연재한다. 지치는 일상에서 소소한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을 동아백년 파랑새와 함께 찾아가 소개하는 코너다. 겉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일상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친구 같은 파랑새, 지속 가능한 행복을 주는 파랑새를 차례로 소개하려고 한다. 동아백년 파랑새는 공식 홈페이지, 동아일보 100주년 인스타그램 계정(@colorsofkorea), QR코드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김선미 kimsunmi@donga.com·손가인 기자}

    •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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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100년의 행복, 동아 백년 파랑새

    한국의 새는 동아일보가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Iittala)’와 손잡고 기획해 핀란드에서 300개 유리 새를 한정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새의 이름은 ‘동아백년 파랑새’입니다. 동아일보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소망을 우리 사회 곳곳에 전하기 위해 동아백년 파랑새를 제작했습니다. 1881년 설립돼 139년 역사를 지닌 이딸라와 협업해 장수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함을 형상화했습니다. 동아백년 파랑새의 투명한 푸른빛은 백두산 천지 등 한국의 자연에서 따왔습니다. 파랑새는 과거 동아일보의 취재용 경비행기(1963~1967년)와 요트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경비행기 파랑새호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현장에서 공중촬영을 하고, 긴급한 뉴스를 실은 신문을 재빨리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창간 60주년인 1980년에는 요트 파랑새호가 스물 여덟살 두 젊은이를 태우고 태평양을 횡단하기도 했습니다. 동아백년 파랑새는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를 비롯해 일민미술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등의 장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백년 파랑새가 사회 곳곳에 행복과 희망을 전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판사 ‘열린책들’과 협업해 ‘동아백년 파랑새’를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형식을 취한 예술장르)로 형상화했다. 국내를 포함해 20개국에 출판된 그래픽노블 ‘반 고흐’를 그린 네델란드 작가 바바라 스톡이 그렸다. 20대 취업준비생, 30대 회사원, 40대 워킹맘, 50대 택시운전사 등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 동아백년 파랑새가 소소한 행복을 전하는 순간들을 그려냈다. 지칠 때 힘이 돼 주는 투명한 날갯짓의 동아백년 파랑새는 새로운 100년의 행복을 전한다. ‘당신의 오늘을 치유해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손가인기자 gain@donga.com}

    •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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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 100년의 향기 ‘한국의 향: 1920℃’ 선보여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100년의 향기를 담은 ‘한국의 향: 1920℃’를 선보인다. ‘1920℃’는 동아일보와 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회사인 코스맥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업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오랜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동아일보의 노력과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K뷰티를 결합한 향 제품이다. ‘1920℃’는 송연묵(소나무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든 한국 전통의 먹)을 재현해 특허출원한 한국의 묵향으로, 100년의 향기와 지조 있는 선비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동아일보는 1920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청년의 온도, 열정의 온도를 ‘1920℃’로 설정해 향 제품의 이름을 지었다. 향수(50mL·오 드 퍼퓸)와 디퓨저(135mL)로 구성돼 있으며, 순백색 향수 캡과 디퓨저 용기는 한국도자기가 제작했다. 31일부터 동아미디어센터 ‘한국의 상’에 전시되며 4월 8일부터 채널A 오티티닷컴, 쿠팡 등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가 시작된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말까지 프랑스 미술가 다니엘 뷔렌과 함께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을 컬러풀하게 바꾼 ‘한국의 색’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국내 도예가 이헌정 씨가 제작한 ‘한국의 상’을 사옥 로비에 설치하고 젊은 작가들과 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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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현대화 내건 김예지 대표 “근대복식 알아보려 옛신문 수없이 찾아봐”

    앞코가 봉긋 솟아오른 구두들이 돌 위에 맵시 있게 진열돼 있었다. 언뜻 고무신인가 했는데 부드러운 가죽신이었다. 분명 한국적인 느낌인데 서양의 발레슈즈 같기도 했다. “이렇게 앞부분이 툭 튀어나온 게 저희 브랜드의 방향성이죠. 죽어가는 전통을 살리겠다는 의지예요.” 당차면서도 신나게 설명하는 RIU & VIU(리우앤비우)의 김예지 대표(32). RIU & VIU는 한국 전통의상에서 받은 영감을 동시대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해 김 대표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신진 패션 브랜드다. 김 대표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 마련한 ‘한국의 상(床)’ 프로젝트에 선정된 첫 독자 신청 전시의 주인공이다. 23∼31일 ‘한국의 상’에 전시되는 RIU & VIU의 구두들은 조선시대 양갓집 부인들이 신은 당혜(唐鞋)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6가지 색상의 구두에 12가지 색상의 구두끈을 조합해 ‘나만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다. “서울 국악중고교를 나와 이화여대 국악과를 다니며 의류학을 복수전공했어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 보니 제가 어려서부터 국악을 하며 입었던 한복이었어요.” 그는 한복의 현대화를 파고들면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전통복식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에 도전했다. 두려움은 없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남이 시키는 걸 하는 게 답답해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문제는 자본금이었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스마트 2030 사업’을 통해 2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흐를 유(流)와 VIEW(‘보다’는 뜻)를 결합해 ‘시간의 흐름 안에서 우리의 관점을 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8월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복 현대화를 이끌 젊은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2019 한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창업가가 된 지 불과 3개월. RIU & VIU는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을 통해 벌써부터 음악가, 디자이너 등의 팬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전통이 지속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도전해 여러 스타일이 생겨야 해요. 근대 복식문화를 전공하면서 동아일보 옛 신문을 수도 없이 찾아봤죠. 지난 100년간의 기록을 통해 연구한 것을 앞으로 100년 동안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제 목표예요. 동아일보 100년을 통해 치열했던 기록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한국의 상 프로젝트 ::누구나 올리고 싶은 물건에 대한 스토리를 써서 동아일보(new100@donga.com)로 지원하면 선정된 물건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개방형 프로젝트.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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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100년 향해 펼쳐진 순백의 평원… 이야기를 채워주세요

    혹자는 ‘이 상(床)이 무엇인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희는 동아일보의 100번째 생일상을 꽤 고심했습니다. 뜨겁거나 아니면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해 여름 내내 상을 보러 다녔습니다. 고목으로 만든 상, 대리석으로 만든 상…. 좀 더 특별한 상이었으면 해서 ‘아트 퍼니처’란 영역을 개척해 온 도예가 한 분에게 말씀드렸죠. “100년의 의미를 담는 물건들을 올리려는 상을 찾는데요.” 여러 상들이 ‘한국의 상’ 최종 낙점을 경합하던 무렵, 이 도예가는 스케치를 보내왔습니다. 순백(純白)의 상. 길이가 3m에 이르는 하얀색 도자기 상판은 눈 덮인 평원 또는 호수 같았습니다. 그는 조선 백자의 순수미를 담은 이 상이 동아일보의 미래 비전을 널리 펼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를 향한 동아일보의 도약을 염원하면서 상 위에는 황금빛 구(球)를 올리고, 지난 100년의 업적은 조선시대 서민의 애환이 담긴 분청사기 기법의 의자로 형상화했습니다. 상의 이름은 ‘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 입니다. 이 상과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믿습니다. 저희는 생명력과 가능성의 공간, 전통을 딛고 미래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공간, 으스대지 않는 협업의 공간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희의 바람을 읽어내고 멋진 상으로 구현한 분이 도예가 이헌정(53·사진)입니다. 서울 청계천 정조대왕반차도 도자벽화(2005년)를 제작하는 등 도예, 조각,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의 상상력이 100년의 시간과 만났습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상을 만든 그는 “상이 크다보니 건조와 굽기 과정에서 섬세한 보살핌이 요구돼 마치 거대한 아기를 돌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궁금해지실 겁니다. 이 상에선 무슨 일이 펼쳐질 것인지. 동아일보는 ‘즐거운 내일의 100년’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세계무대를 향해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청년 작가들과 우리의 100년을 젊은 감각으로 해석한 오브제들을 선보이겠습니다. 중견 작가들과는 세대 간 화합을 구현하겠습니다. 상에 오붓하게 둘러앉아 작가들과 만나는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합니다. 동아일보는 이 상을 동아일보의 브랜드 쇼룸이자,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개방형 아트 플랫폼으로 쓰려 합니다. 이 상은 동아일보 구독자나 자신의 창작물을 알리고 싶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상에 올리고 싶은 물건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써서 e메일로 지원해 주시면 선별해 전시로 옮겨보겠습니다. 선정된 물건과 사연은 동아일보 지면과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합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3월부터 프랑스 현대미술 거장 다니엘 뷔렌과 손잡고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아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는 이 아트의 제목이 ‘한국의 색’이죠. 100주년인 새해부터는 한국의 아름다운 품격을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한국의 상’ ‘한국의 새’ ‘한국의 향’으로 이어지는 새해 동아일보 3대 아트 프로젝트의 첫 탄이 ‘한국의 상’ 입니다. ‘내일을 담는 100년의 상’을 만든 이헌정 도예가는 자신의 예술적 행로를 ‘여정(journey)’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동아일보도 새로운 100년을 만들 가치 있는 길을 찾아 나섭니다. 이 도예가는 말합니다. “전통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켜온 동아일보의 내일을 향한 도전이 쉽지 않겠지만 객관적인 냉정한 칼날 같은 균형 위에서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 새로운 여정에 제가 소박한 상을 만들어 응원합니다.” 풍성한 상차림은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상 프로젝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즐거운 미래’를 저희와 함께 차려보시지 않을래요?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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