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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과 채권단이 다시 만난 것은 물류대란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제대로 된 ‘위기대응 시나리오’도 없이 국내 1위 해운사를 덜컥 법정관리행으로 보내면서 비난의 화살이 정부뿐만 아니라 한진그룹과 채권단 모두를 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한진그룹은 물류대란 최소화를 위한 추가 자금 투입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의 이번 재협상 시도를 놓고 책임 회피를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물류대란으로 인한 수출 피해는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채권단 한진그룹 3자가 각자 한 발짝씩 양보해 빠른 결정이 나올 수 있기를 수출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한진그룹 추가 압박한 금융당국 5일 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운항 선박 128척 중 79척(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18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집계한 비정상 운항 선박 수는 전날 집계한 68척보다 11척 늘어났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항만 당국이 입·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작업을 거부해서다. 수출입 루트의 한 축이 무너진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선박 79척에 실린 컨테이너 30만 개 중 11% 정도가 국내 화주들의 화물로 파악된다. 물류대란을 가늠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진그룹 ‘책임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과 대주주(조양호 회장)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담보로 하는 것 등 대주주와 회사가 책임진다는 원칙하에서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손으로 산은 찾아간 한진그룹 금융당국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이상균 대한항공 대표이사(부사장)가 KDB산업은행을 찾아갔다. 금융업계와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의 마지막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법정관리 신청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에서는 더 이상 낼 돈이 없으니 채권단이 조금 더 부담해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진해운 선박 운항 차질의 원인이 되는 하역비, 운반비, 용선료 등을 채권단이 우선 해결해 달라는 요구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이 해외 항만, 하역업체, 선주 등에 지불해야 할 대금은 약 6500억 원에 이르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만도 20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한진해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오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가는 것은 원칙적인 수순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직전까지 화주들의 제품을 실어 보내고 ‘대마불사’론을 고집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앞에 놓인 운명은… 이 대표이사는 이날 “법원에서 한진해운의 회생을 결정한다면 자구안에서 제시한 5000억 원(대한항공 유상증자 4000억 원+조양호 회장 및 계열사 지원 1000억 원)을 댈 테니 채권단도 신규자금 50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 및 채권단은 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채권단이 최종 거부했던 자구안을 다시 수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한진해운은 이미 국제 해운동맹에서도 퇴출돼 회생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한진그룹은 “6일 다시 산은과 얘기할 것”이라며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해외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한진해운 회생절차 승인 결정과 함께 ‘스테이오더(Stay Order·압류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이로써 강제집행의 위험 없이 일본 운항이 가능해졌다. 한진해운은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뉴어크 파산법원에도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 법원이 6일 심리를 열어 파산보호를 받아들이면 북미 항로가 주력인 한진해운으로서는 바다에 떠 있는 선박 상당수가 압류 위험을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은 이번 주 내로 캐나다, 독일, 영국 등 10여 개국 법원에 추가로 파산보호를 신청할 방침이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박창규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진)이 3, 4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비즈니스회의(B20 서밋)’에 국내 재계 대표로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G20 정상 및 20개국 주요 기업인과 국제기구 대표 등 800여 명이 자리했다. 4, 5일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B20 서밋은 ‘혁신적, 역동적, 상호 연계적, 포용적 세계경제’를 목표로 한 정책건의서를 마련했다. G20 정상회의에 전달된 이 건의서에는 △글로벌 경제성장 촉진 △효과적 경제·금융 거버넌스 △국제무역투자 강화 △포용적 성장 등 4개 분야 20개 정책이 담겼다. 특히 원활한 글로벌 무역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최근 심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G20 통상장관회의 정례화 추진을 권고하고 올해 말까지 G20 전체 회원국이 ‘WTO 무역원활화조약(TFA)’ 비준 및 이행을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TFA는 WTO 전체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89개국이 비준했다. G20 회원국 중에서 아직 비준을 받지 않은 나라는 6개국이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전경련은 B20을 비롯한 다양한 양자 간, 다자 간 국제회의를 활용해 보호무역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정부의 뒤늦은 정책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가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국제적 관심을 끄는 물류대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피해 추산은 물론이고 대응책 마련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한진해운 선박의 절반이 멈춰서면서 정부가 4일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확산 일로의 물류대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차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던 해운업계는 정부의 안이한 뒷북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쇼핑시즌을 앞두고 발생할 수출업체의 피해는 하반기 실물경제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신청 4일 만에 범정부 대책반 꾸려 이날 오후까지 한진해운 선박 중 각국 항만에서 입출항을 거부당했거나 가압류된 선박은 전체 운항 중인 141척 가운데 절반 정도(48.2%)인 68척으로 늘어났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9개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범(汎)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4일 만이다. 그만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을 과소평가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법정관리에 앞서 해운업계는 피해 규모를 최대 17조 원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구체적인 피해 규모도 추산하지 않았다. 또 법정관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위기 대응 시나리오’조차 짜두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첫 비상대책회의를 연 것은 법정관리가 신청되고 나서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수출 전선에 대혼란을 불러올 결정에 앞서 정부가 부처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지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업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금융논리에만 치우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채권단 관계자는 “(수요 침체로) 화물은 적고 선박은 공급 과잉 상태”라며 물류대란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채권단의 미묘한 입장 변화 해수부는 이날 한진해운을 통해 43개국 법원에 선박에 대한 즉시 압류금지(스테이오더·Stay Order)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테이오더 결정은 1, 2주가 걸리고 중국 파나마 등 주요 거래 국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대상선의 대체선박 13척(미주 4개 노선, 유럽 8개 노선)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멈춰선 선박 68척의 20%도 되지 않는다. 선박을 구하기 어려워 빨라야 나흘 뒤인 8일에나 출항이 가능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지의 한진해운 선박까지 가는 시일이 상당 기간 소요되고 도착하더라도 당장 컨테이너를 옮겨 싣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한진해운이 용선료와 하역 운반비 등 미지불금을 내야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밀린 대금에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무(無)지원 원칙’을 고수하던 금융당국도 한진그룹에 대한 조건부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내비쳤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선박 입출항, 하역 등과 관련해 연체한 대금 일부를 먼저 납부하고 추가 담보를 제공한다면 채권단도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미 우량 자산을 다 팔아서 무엇을 추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서는 한진그룹도 이번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데 일정 부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 성수기 앞두고 속 타는 수출업계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로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쇼핑시즌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11월 네 번째 금요일)를 앞두고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진 점은 치명적이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사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 걱정”이라며 “블랙프라이데이 등 프로모션들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미국 소매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국소매연합(NRF)이 미 정부에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6, 7일 뉴욕 뉴저지와 미 서부 해안 항만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기로 하면서 국제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영국 해운사인 ‘조디악’이 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한진해운을 상대로 받지 못한 307억 달러의 용선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임수·이호재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2년 반 동안 추진해 온 포스코 내 비(非)주력 사업부문 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임기 말까지 포스코 구조조정 목표치의 8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31일 태국 방콕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3월 취임하면서 맡은 임무는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사업 구조조정 건수가 지금까지 149건으로 전체 목표치의 60%를 넘겼고 임기가 끝날 때(내년 3월)면 8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그동안은 사업을 정리해서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해 왔는데 앞으로는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리튬, 니켈, 타이타늄 등 새로운 사업으로 포스코의 미래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권 회장은 “유럽, 일본의 철강 구조조정 역사를 보더라도 하드코일을 사와 압연, 열연, 냉연강판 등을 만들던 업체들이 고로업체들에 흡수되는 방향으로 갔다”며 “우리도 그렇게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로 업체들이 특수강 등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구축한 반면 쇳물을 만들 능력이 없는 중소 하(下)공정 철강업체들은 공급 과잉 상황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방콕=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31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라용 주 쁠루악댕 지구 아마타시티 산업단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타나삭 빠띠마쁘라꼰 태국 외교안보 부총리를 포함한 포스코 및 태국 정부 관계자, 현지 고객사 임직원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스코의 동남아시아 첫 자동차강판 공장인 태국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 현장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용 강판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포스코는 이 공장을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진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이 공장은 연산 45만 t 규모다. 권 회장은 환영사에서 “태국은 지난해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허브 국가이자 명실상부한 동남아 자동차 생산기지”라며 “포스코는 CGL 준공을 계기로 태국에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융아연도금강판은 자동차용 강판 중에서도 고급재로 꼽힌다. 2014년 9월 착공한 태국 CGL에는 2년간 총 3억 달러(약 3360억 원)가 투입됐다. 포스코는 여기서 생산되는 용융아연도금강판을 태국 내 전문가공센터(POSCO-TBPC)로 보낸 뒤 현지에 있는 도요타, 닛산, 포드 등의 글로벌 자동차 및 부품업체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태국에 CGL을 세운 것은 성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191만 대로 세계 12위였다. 동남아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태국 자동차산업은 AEC 회원국 간 무관세화,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산업 육성정책 등에 힘입어 2020년 연산 28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내 CGL은 일본 JFE와 신일철주금이 각각 2013년 세운 40만 t, 36만 t 규모의 공장 2곳뿐이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태국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국 철강업체들의 진출도 빨랐다. 포스코는 그러나 태국 자동차강판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데다 기술경쟁력도 갖춰 조기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남 광양시의 CGL 6곳에서 연간 251만 t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멕시코(2곳), 중국, 인도 등에 이어 태국에 다섯 번째 CGL을 준공하면서 생산능력이 225만 t으로 늘어났다. 내년 6월 완공하는 광양 제7 CGL(연산 50만 t), 중국 충칭(重慶)강철과의 합작을 추진 중인 여섯 번째 해외 CGL(연산 45만 t)까지 포함하면 총 571만 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포스코는 이에 용융아연도금강판을 포함한 국내외 전체 자동차강판 생산량이 지난해 870만 t에서 올해는 900만 t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강판 수요의 약 10%에 해당한다. 포스코는 2018년 자동차강판 생산 1000만 t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회장은 “현재 자동차는 몇 안 되는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며 “포스코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가급 강재’(cm²당 10t의 무게를 견디는 초고강도 강재)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쁠루악댕=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지을 ‘디데이(D-day)’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KDB산업은행은 30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한진해운 자율협약(9월 4일 종료) 연장과 신규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유동성 부족분 ‘3000억 원+α(플러스알파)’ 지원 주체를 놓고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은 해외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상환유예 동의 사실을 새로 공개하면서 생존을 위한 ‘최후변론’에 나섰다. 한국 해운업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해운업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조 원의 자금 지원을 한 조선업과 형평성에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채권금융기관 사이에서도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3000억 원 아끼려다 17조 원 손실” 한진그룹은 28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위기에 대한 입장자료’를 내고 “27일 독일 HSH 노르트방크,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등이 산업은행 보증 없이도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동의하겠다고 알려왔다”며 “이들의 상환유예만으로도 1280억 원의 자금 조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추가 필요자금을 산정할 때 이미 ‘선박금융 유예’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당장 달라지는 건 없지만, 한진해운으로서는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진그룹은 또 난항을 겪어오던 최대 선주사 시스팬과의 용선료 조정 협상에서도 ‘산업은행의 경영 정상화 동의’를 조건으로 합의를 마무리했다고 공개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25일 제출한 4000억 원 추가 투입 자구안은 한진그룹이 조달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최악의 상황은 피해 한진해운만은 생존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이날 “한진해운의 청산은 매년 17조 원의 손실과 2300여 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또 금융기관 차입금 8800억 원을 포함해 국내 채권 3조200억 원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선주협회는 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하면 5∼10%의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국제 해운시장에서도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며 “개별 회사가 아닌 국가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선에 비해 채권단 위험이 적은 해운 한진해운이나 선주협회는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면서 대우조선해양(4조2000억 원), STX조선해양(4조 원), 성동조선해양(2조5000억 원) 등 조선업계가 이미 10조 원 이상을 지원받았다는 ‘전력’을 내세웠다. 그러나 채권단은 “조선과 해운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고 일축하고 있다. 조선과 해운업종에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근거는 우선 자금 수혜 대상이 달라서다. 국내에 사업장을 둔 대우조선에 자금을 지원하면 4만2000명의 직원과 협력업체들의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직원이 1400여 명뿐이다. 채권단은 신규 지원 자금의 대부분이 해외 선주들의 주머니만 채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두 산업의 전혀 다른 여신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은 조선업체가 계약을 수주하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준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단이 선주들에게 RG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 반면 해운업체의 경우 통상 전체 차입금 중 은행권 차입금 비중이 30% 안팎이다. 28일 현재 한진해운에 대한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산은 666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200억 원가량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이미 한진해운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놓아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2월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그룹 통합 사회공헌 체계 구축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그룹의 성장과 더불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4대 사회공헌사업(4대 무브)에서 ‘자립 지원형 일자리 창출(드림무브)’, ‘그룹 특성 활용(넥스트무브)’을 추가했다. 드림무브는 청년 및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을 돕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청년 사회적기업가 발굴과 육성을 돕는 현대차의 ‘H-온드림 오디션’, 예비 사회적기업가를 대상으로 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하는 ‘서초 창의 허브’ 등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이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넥스트무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기술, 서비스, 인프라를 더욱 폭넓게 활용하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고철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영세 종사자에게 환원하는 현대제철의 ‘H-리사이클 센터’, 공작기계 설비를 활용해 혁신적 상품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현대위아의 ‘프로토타입 개발 센터’ 등 신규 사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기존 4대 무브도 확대한다. ‘이지무브’는 장애인 대상 이동편의 사업에서 교통약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사업으로, ‘세이프무브’는 교통안전 문화 정착에서 교통, 재난, 생활 등 사회안전문화 정착 사업으로 범위를 넓힌다. ‘그린무브’는 환경보전 사업에서 환경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 사업으로, ‘해피무브’는 자원봉사 활동 사업에서 임직원 및 고객 참여 사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사회공헌 사업은 전 계열사가 참여해 수립한 것으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을 위해 실현 가능한 목표와 실행 방안을 함께 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시작된 현대차의 ‘기프트카 캠페인’은 저소득층 이웃의 성공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지난해 시즌6까지 총 216대의 차량을 사회 곳곳에 전달했다.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향상시키는 기아차의 ‘초록여행’ 사업은 2012년 6월 출범했다.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올해 4월 누적 2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여행거리는 지구 25바퀴가 넘는 100만 km를 돌파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두산은 ‘이웃과 더불어 삶’을 실천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산 봉사의 날‘은 전 세계 임직원이 한날 시에 각 사업장 인근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행사다. 2014년 10월 처음 시행한 뒤 올해 4월까지 네 번의 행사를 거치며 두산 고유의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의 20개국 임직원 800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가구 만들기, 소외 계층 방문, 지역 환경 정화 등을 진행했다. 미국 임직원들은 지역 아동을 위한 기부 및 방문 봉사 활동을 했고, 영국 등 유럽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시설 개선과 장애인 시설 보수가 이뤄졌다. 2012년 시작한 두산의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간 여행자’는 지난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선정한 ‘국민 행복에 기여한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청소년들은 사진을 매개로 주변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소외 계층 청소년 366명이 지원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성동구에 ‘시간 여행자 오픈 스튜디오’를 개관하기도 했다. 두산의 해외 사업장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2006년 캄보디아 정수 설비 지원, 2012년 베트남 안빈 섬 해수 담수화 설비 기증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에는 공작기계 기술학교를 열어 머시닝센터와 터닝센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소외 지역 어린이 교육을 위한 희망소학교는 2001∼2012년 26곳이 설립됐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SK해운과 해외 자회사가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세금 420억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올 2월부터 SK해운과 싱가포르 소재 자회사인 SK B&T를 상대로 2010~2014 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최근 법인세와 가산세 등 총 420억원을 추징했다. 추징액은 SK해운 369억원, SK B&T 51억원이다. 국세청은 두 회사 사이에 사업권 거래가 적정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세금을 추징했다. SK해운은 2012년 SK B&T에 벙커링(바다에 떠 있는 어선이나 상선 등에 연료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권과 관련 설비 일체를 팔았다. 국세청은 SK해운이 당시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양도 차익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적게 냈다고 봤다. 하지만 SK해운은 제3의 기관으로부터 가치를 평가받아 양도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K 측은 조세 불복 절차와 함께 소송을 검토 중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같은 처지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02년 대우자동차를 샀다. 둘 다 외국 자본을 대주주로 둔 국내 공장이 됐다. 자동차 자체 개발 역량을 갖고 있었지만 두 회사의 기능은 점차 ‘한국 내 생산기지’로 무게중심이 옮아갔다. 글로벌 본사에서 생산물량을 할당해 주지 않으면 회사가 존립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생산량이 조금이라도 줄면 곧바로 ‘철수설’이 불거지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시장 규모는 183만 대로 세계 10위다.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이 시장의 70%를 가져가고 있다. 결국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내수가 아닌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GM과 르노의 다른 해외 생산기지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우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GM과 르노의 글로벌 본사는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생산기지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품질, 생산원가, 운송비용 등을 따져 최적의 비율로 물량을 배분한다. 이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편이었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보다 국내 평균 연봉이 오히려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생산기지가 높은 품질을 보장하더라도 전체적인 생산성 측면에서 그다지 유리할 게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한국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독 노사 갈등에 대해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유다. 르노삼성 노조는 ‘상생’을 택했다. 지난해 7월 르노삼성 노사가 이뤄낸 ‘노사 대타협’은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르노삼성의 노조도 과거에는 임금 상승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여러 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갈등은 결국 노조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체험했다. ‘일하면서 협상하자’는 원칙이 그래서 생겼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곧바로 닛산 로그의 추가 증산으로 노조의 결단에 화답했다. 한국GM 노조의 행보는 좀 다르다. 지난해 6000억 원의 영업적자에 당기순손실만 1조 원을 낸 회사를 상대로 임금을 올려달라며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르노삼성이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물량을 따오는 동안 한국GM은 임팔라 생산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에 빼앗겼다. 온전히 노조 리스크 때문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 역시 한국GM이나 르노삼성과 다른 처지라 보긴 힘들다. 해외 공장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근로자들의 일거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상생과 반목 사이, 선택은 노조의 몫이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평소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은 김모 씨(38)는 최근 롯데렌터카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장기 렌트할까 생각 중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고장이 날 때 불편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거리 가족 여행을 갈 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전기차 구매 결정을 망설이게 한 요소였다. 롯데렌터카의 ‘전기차 장기 렌터카’는 36개월 이상 60개월 미만의 계약 기간 중 고객이 원하는 전기차를 장기로 빌리고 계약 종료 시 타던 차량을 인수 또는 반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롯데렌터카만의 차별화된 차량 관리 서비스와 장거리 이동을 위한 단기 렌터카 지원 등으로 기존 전기차 이용의 단점을 보완했다. 본인의 차량 운영 방식 및 원하는 정비 서비스 범위에 따라 ‘프리미엄’과 ‘이코노미’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를 매일 출퇴근 및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고객에겐 프리미엄 상품이 제격이다. 고급형 차량 관리 서비스와 무제한 정비 대차 서비스를 제공해 차량 정비 부담을 줄였다. 충전에 대한 고민으로 전기차를 이용해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은 제주도를 포함한 롯데렌터카 지점에서 단기 렌터카 무료 이용권(24시간)을 매년 6회씩 쓸 수 있다. 이코노미 상품은 전기차를 ‘세컨드 카’로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알뜰형 정비 서비스와 연간 3회의 단기 렌터카 무료 이용권이 제공된다. 이 외에도 단기 렌터카 상시 50% 할인(내륙), 주유 및 레저, 롯데그룹 계열사 제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롯데렌터카 전기차 장기 렌터카로 36개월 계약 시 프리미엄 상품은 월 34만 원대, 이코노미 상품은 월 29만 원대에 이용 할 수 있다(선납금 15%, 제주도 기준).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목표는 복합연비 기준 L당 20km로 잡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부산 해운대구를 왕복하는 일정, 대구를 중간 경유지로 삼았다. 이 차량의 공식 연료소비효율은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L당 각각 15.8km, 18.6km, 복합연비는 17.0km라고 했다.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여겼다. 다만 경제속도를 억지로 지킨다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일부러 밟지 않는 등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드만 ‘스포츠’ ‘컴포트’ ‘뉴트럴’ ‘에코’ 4가지 중 에코를 끝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dCi와의 동행이 시작됐다. 시작은 위기였다. 경기 북부 쪽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 중부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기 전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연휴를 맞아 떠나는 차량이 많은 탓이었을 거다. 첫 1시간 주행 동안의 연비는 L당 16km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중부고속도로는 많이 비워져 있었다. 연비가 쭉쭉 올라갈수록 자신감도 업. 8.7인치 풀 터치 인터페이스도 조금씩 조작해 봤다. 시트를 선택하니 안마 기능이 나온다. 그다지 시원한 것 같진 않지만 최고 강도인 ‘5’까지 올리니 그래도 제법 근육을 압박하는 느낌이 난다. 워낙 더운 날씨지만 냉방병 걱정에 에어컨을 수시로 조절해야 했다. 풀 터치 인터페이스가 디자인은 좋은데 적응이 될 때까지는 주행 중 조작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특히 100km 이상의 속도가 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인터페이스 우측의 볼륨 조절 표시 ‘+’ ‘-’를 찾기란 쉬운 미션이라고 할 순 없었다. 다시 연비 얘기로 돌아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지나 대구에 도착했을 때까지의 평균 연비는 L당 19.4km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목표 달성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부산에 도착하면서부터 다시 일이 꼬였다. 부산 시내로 접어들면서 꽉 막힌 도로에 갇히자 닿을 듯 말 듯하던 L당 20km 고지는 점차 멀어져갔다. 오토스타트 기능은 다소 고개가 갸우뚱했다. 정차 중일 때 꺼진 시동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도 않았는데 다시 켜지는 경우가 여러 번이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크게 거슬리지 않으면서 금방 알아차릴 만큼 ‘딱 알맞은’ 경고음이 마음에 들었다. 핸들 떨림 같은 것보다 소리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여하튼 부산 해운대구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스코어는 19.1km/L. 아직 실망하기는 일렀다. 애초 왕복하기로 했으니까. 연료 계기반을 보니 가득 채워 출발한 연료 중 절반은 남은 듯했다. 추가 주유 없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단 뜻이다. 돌아오는 길은 훨씬 순탄했다. 막히는 길도 많지 않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속도를 끌어올릴 이유도 없었다.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지나 올림픽도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뒤 에코 모드에서 계기반에 나오는 연비가 20.0km/L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시속 100∼120km로 달리는 고속도로보다 70∼80km 정도의 도심고속화도로가 연비에는 더욱 유리한 듯했다. 최종 스코어는 20.4km/L로 목표 성공. 925.2km를 달리는 동안 결국 주유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같은 SM6지만 1.5L급으로 다운사이징한 디젤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훌륭한 연료소비효율이다. 최고출력(110마력), 최대토크(25.5kg·m) 모두 기본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 그래도 1000km 가까이 달리는 동안 도심의 언덕이나 고속도로 고속주행 구간에서 힘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이만하면 패밀리 세단으로 더 바랄 게 무엇이겠는가.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고민은 ‘펀(Fun)’이다. 자동차 생산 규모와 품질 측면에서 톱클래스 반열에 올랐지만 제2의 성장통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독일 고성능 자동차의 전유물로 여겨진 펀 드라이빙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운전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고루 갖춰져야 하는 법. 현대차는 최근 조금씩 그 결과물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엔트리 카’의 반란 현대차가 4월 출시한 ‘아반떼 스포츠’는 출시와 동시에 젊은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반떼 스포츠는 주로 생애 첫 차로 선택하는 ‘엔트리 카’급에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주행성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다양한 내외관 튜닝 패키지를 내놓고 개성과 스포티한 감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모델에 적용된 감마 1.6L급 터보 직분사(T-GDi) 엔진은 2.4L급 일반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첨단 터보엔진 기술 덕분에 일반적인 주행 환경인 엔진 저속회전 구간(1500∼4500rpm)에서 과거 3L급 엔진에 버금가는 27.0kg·m의 토크를 내뿜는다.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는 기존 자동변속기보다 동력전달 효율이 높고 빠른 가속이 가능해 운전 재미를 높인다. 다이내믹한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스포츠 버킷 시트도 만족도가 높다. 스포츠 모델 전용 계기반, 센터페이샤 주요 부위의 카본 무늬 소재 등은 일종의 ‘보너스’. 전국 29개의 현대차 시승센터에는 아반떼 스포츠를 시승하기 위한 고객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반떼 전체 계약 중 아반떼 스포츠의 비중은 5%에 가깝다.패밀리 세단의 일탈 현대차가 국민차 ‘쏘나타’에 고성능 가솔린 터보엔진을 처음 탑재한 것은 2011년 7월. 최고출력이 271마력에 달하는 2.0L급 터보엔진을 ‘YF쏘나타’의 심장으로 넣었다. 현대차는 당시 일상에서는 가족을 위한 무난한 패밀리카를, 일상을 벗어나면 강력한 성능을 원하는 고객을 겨냥해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 반가량 지난 지난해 2월 현대차는 신형 ‘LF쏘나타’를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인 두 번째 터보 모델을 선보였다. 이 차의 2.0L T-GDi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6kg·m로 첫 쏘나타 터보보다 최고 출력은 약간 낮아졌지만 실용영역의 힘과 연료소비효율은 더 높아졌다. 최대토크 영역을 기존의 1750rpm에서 1350rpm으로 크게 낮춰 일상적인 주행 시에도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LF쏘나타 2.0 터보 모델은 일반 2.0 가솔린 모델에 비해 10∼20% 비싸지만 전체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등 첨단 사양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은 순수한 운전의 재미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고성능차 브랜드 론칭 현대차는 이런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조만간 고성능차 브랜드 ‘N’을 공식 론칭할 계획이다. N은 현대차의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가 위치한 경기 화성시 남양읍과 극한의 차량 레이싱 코스이자 현대차 주행성능 테스트센터가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머리글자(N)를 딴 것이다. 올 하반기(7∼12월) 출시를 앞둔 신형 i30(코드네임 PD)는 N 브랜드의 유전자를 보유한 모델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성능차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해치백 시장에서도 고성능차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지기로 한 것이다. 신형 i30는 현재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성능 차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지속해 고객에게 운전 본연의 재미를 안겨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1∼6월) 신입사원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인턴 경력’을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에도 자기소개서에 인턴 경력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었지만 조금 더 강조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인턴 경력을, 5곳은 공모전 참여 유무를 채용 시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현대차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하반기(7∼12월) 대기업 신입공채 시즌에서는 이런 채용 기준 변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인턴 경력과 공모전 참가는 ‘필수’ 2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고용노동부가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가장 많이 늘어난 입사지원서 항목은 ‘인턴 경력’이었다. 이 항목을 지원서에 포함시킨 기업 비중은 지난해 38.3%에서 올해 60.6%로 크게 뛰었다. 특히 1000명 이상 대기업 중 68.8%가 인턴 경력 유무를 평가 요소에 넣었다. 신입사원 채용 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복수 응답) 순위에서도 자격증(54.9%), 학력(34.8%)에 이어 인턴 경력(28.0%)이 3번째에 올랐다. ‘공모전 경험’을 묻는 기업 비중도 31.5%로 지난해 21.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임직원 50∼299명의 기업들 중 28.5%만 공모전 참여 여부를 적도록 한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은 50.0%가 이 항목을 평가했다. 최근 재계에서 ‘탈(脫)스펙’ 전형이 확산되자 기업들이 인턴 및 공모전 경력을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공모전이 기업들의 주요 평가 대상이 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 및 정부 공공기관이 운영한 공모전은 2151개로 2013년의 1083개보다 약 2배로 늘어났다.○ 불필요한 항목 사라진다 실제 직무 연관성과 동떨어진 항목들은 입사지원서에서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본적, 키·몸무게, 혈액형을 묻는 기업들의 비중은 각각 9.1%, 13.7%, 10.3%로 지난해의 13.8%, 24.5%, 20.5%에서 눈에 띄게 줄었다. 가족관계를 묻는 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78.8%)을 유지하고 있지만 작년(84.4%)보다는 다소 감소했다. 어학점수와 어학연수 항목은 기업들 중 각각 49.4%와 37.5%만 입사지원서에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해 50.7%, 37.5%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대부분 기업(94.0%)이 학력 항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직무 중심 채용 기준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점을 묻는 기업은 전체의 60.2%로 지난해(53.6%)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아직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학력과 학점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청년 구직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별 채용 특징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기존 4.5점 만점에 3.0 이상을 요구하던 학점 제한을 폐지했다. 면접에서도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2013년부터는 인문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스펙과 상관없는 채용 절차를 진행해 오고 있다. SCSA 참가자는 6개월간 채용 내정자 신분으로 삼성전자나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교육을 수료한 뒤 해당 기업에 입사한다. 현대차 입사 희망자들은 25, 26일 이틀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잡페어’(채용박람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 인사팀 직원들에게서는 채용 관련 정보를, 실무부서 직원들로부터는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K그룹 입사 희망자들은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바이킹 챌린지’ 전형을 염두에 둘 만하다. 학력 및 나이 제한 없이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드러나는 경험에 대해 15분간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준비하면 된다. LG그룹은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 주제로 해외를 다녀온 뒤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뒤 우수자에게는 인턴 또는 정규직 입사 기회를 준다. 한화그룹은 2014년 하반기 6주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연수를 받도록 하는 ‘HMP(한화 멤버십 프로그램)’를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연수 기간에 그룹의 주요 사업과 연관된 주제로 디자인, 마케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CJ그룹 채용의 특징은 인사팀뿐만 아니라 인력 충원을 필요로 하는 부서 직원들이 직접 선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원자의 실질적 직무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공공사업본부장은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직원을 선발한 기업들은 신입 직원의 업무성과 향상은 물론이고 조기 이직률을 낮추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곽도영 기자}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20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 한 성악가가 스페인 가곡 ‘그라나다’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곧이어 이탈리아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이어졌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길거리 클래식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공연 도중 자유롭게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가던 길을 멈추고 클래식을 즐기는 ‘입석 관객’도 많았다. 국내 유일의 ‘버스킹 성악가’ 노희섭 인씨엠예술단 단장(46·사진)의 200회째 길거리 공연이었다. 노 단장은 “평소에는 혼자 공연하지만 오늘은 200회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동료가 도와주러 나왔다”며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서 500회, 1000회까지도 계속 거리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성악 관련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늦깎이 성악가다. 단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지로 부모를 설득해 삼수 만에 성악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97년 말 단돈 200만 원을 들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것부터가 그랬다.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단원(2003∼2012년)으로 활동하던 2006년에는 클래식 공연전문단체 인씨엠예술단을 창단했다. 예술단은 2009년까지 매년 여름 서울 강서구 방화근린공원에서 ‘한여름 밤의 페스티벌’이라는 대규모 야외 무료 공연을 펼쳤다. 노 단장은 2012년 세종문화회관 오페라단을 떠나 인씨엠예술단에 전념하기에 이른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했다. 후원 기업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무료 공연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모두가 지쳐갈 때쯤 그는 스피커 하나를 들고 홀로 거리로 나섰다. “돈이 들지 않아서”였다. 2013년 7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야외무대에서 그의 첫 공연이 열렸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초기 영등포에서의 공연을 꼽았다. “노숙인 한 명이 무려 4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제 노래를 들으시더군요. 그러더니 박스를 팔아 벌었다는 전 재산 2000원을 후원함에 넣으시는 거예요.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맙다’면서. 그때 그분의 행복한 표정은 지금까지 제가 버텨온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권오준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사진)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중국산 철강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가 강력하게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16’에 참석해 “미국 등 주요 철강국들이 수입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는 것은 8억 t이 넘는 글로벌 과잉 설비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은 올해만 15건이 새로 피소됐고 이런 통상 압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철강협회와 대한금속재료학회가 함께 개최한 이 행사는 한국철강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중국은 2020년까지 1억5000만 t의 설비 감축을 발표하고 철강사 간 인수합병(M&A)를 꾸준히 추진해 온 일본도 구조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산업도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제시한 대응 방안은 ‘구조개혁’과 ‘통상 대응력 강화’였다. 권 회장은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으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며 “기업 스스로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체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글로벌 철강 무역 대전(大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관이 합심해 사전 통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노조의 다른 선택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두 완성차 업체의 현실이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노사 대타협을 이룬 르노삼성자동차는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를 증산하며 잔업 및 특근 연장과 생산직 증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한 한국GM은 노조의 빈번한 부분파업 탓에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으며 손해를 키우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3일 “올해 닛산 로그 생산 목표치는 11만8000대였지만 닛산 측 요청으로 약 2만 대가 많은 13만7000대를 생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공장의 노조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측의 신뢰가 커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총생산량은 25만여 대로 2013년(13만 대)의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측은 노조와 함께 생산량 증대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2교대제 근무는 유지하되 평일 1시간씩의 잔업과 주말 특근을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에 따라서는 생산직원 증원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해 한국GM은 올 초 세운 목표치마저 채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11일부터 이날까지 8일간 부분파업을 했고 임금 및 단체협상이 끝날 때까지 잔업과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약 9000대에 이른다는 것이 한국GM의 설명이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본 것은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달부터 총 13일간 부분파업을 단행하면서 이 회사는 6만2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매출액 기준 손해액은 약 1조4000억 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공장의 경우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순이익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수시로 파업하는 것은 생산성을 약화시켜 회사와 근로자를 모두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은택 기자}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낸 한국GM이 이달 들어 노조 파업으로 말리부 등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갈등 속에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신 싱가포르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수뇌부를 만나는 ‘원정 투쟁’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는 11일 이후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여름휴가 일주일을 감안하면 이번 달 들어 평일 정상 근무를 한 날은 사흘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이번 노조 파업으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 규모가 9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말리부, 스파크 등 인기 차종의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국GM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관계자는 “부평 2공장의 경우 신형 말리부의 인기로 자연스럽게 잔업과 특근이 많아졌는데 이번 파업으로 다시 한번 공장 정상화가 멀어졌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 10% 달성 목표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GM 부평 2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3만 대이지만 지난해 생산된 차량은 6만5000여 대에 불과해 가동률이 50%에 그쳤다. 고임금과 노사 갈등 등의 영향으로 부평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는데도 노조 지도부는 GM해외영업본부(GMI)에 국내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생산량 감축→생산량 증대를 요구하는 파업→실적 부진→생산량 추가 감축’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또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5만2050원 인상, 통상 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안도 거부했다. 한국GM 노조 지도부는 임단협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이유로 21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스테펀 저코비 GMI 사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번 출장의 목적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측은 “이번 만남에서 특정 협상 안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임단협 와중에 노조가 글로벌 본사 경영진과 직접 접촉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립 법인인 한국GM의 노사 협상 문제를 GM 본사에 전달하려는 것은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 배라 GM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일 방한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하고 부평공장을 방문한다. 방한 전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GM 노사 문제와 관련해 배라 회장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노사 함께 잘나가는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는 다음 달 1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QM6를 출시한다. 르노삼성은 22일 시작한 QM6 사전 예약에서 하루 만에 2057대가 판매됐다고 23일 밝혔다. 3월 SM6를 출시한 르노삼성이 한 해에 두 개의 신차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가 안정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400명 가까운 연구개발(R&D) 및 사무직 인력을 충원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4년 닛산 로그를 생산하면서 부산공장의 경쟁력과 품질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며 “이는 신차 SM6와 QM6의 양산 공정에도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를 생산하기 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연간 생산 대수가 2010년 27만 대에서 2013년 13만 대로 반 토막이 났고 2011∼2012년 4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2014년 9월 로그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르노삼성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임금피크제 도입, 호봉제 폐지, 통상임금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은 무분규 노사 합의는 ‘화룡점정’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서는 부산공장 노조 리스크에 대한 마지막 의구심을 지웠고 이는 로그 증산으로 이어졌다. 당초 연간 8만 대씩 5년간 생산키로 했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목표치 대비 48%가 많은 11만8000대였다. 닛산은 여기에서 또 일본 규슈(九州) 공장 생산 물량 중 2만 대를 부산공장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송병무 르노삼성 인사본부장(전무)은 “글로벌 본사에서는 전 세계 생산기지 중 가장 생산성이 높고 리스크가 작은 곳에 물량을 더 줄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노사 관계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생산량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올해에도 원활한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노조의 요구안을 놓고 본교섭 및 실무협상을 진행해 왔고 회사 측도 이르면 이번 주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송 본부장은 “지난해 노사 대타협을 이룰 당시부터 ‘중대한 시기에 생산라인만큼은 멈추지 말자’는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며 “올해도 ‘일을 하면서 협상한다’는 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만큼 곧 타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로그를 포함한 전체 차종 생산량이 25만 대에 이르고 내년에는 정점을 찍었던 2010년 실적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부활은 부산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그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는 87개. 이들의 총매출액은 지난해 9000억 원에서 올해는 1조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경기 안산시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올해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회사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1 거래처 B사가 부도를 맞은 것. B사는 대기업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로 코스닥에도 상장돼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B사가 과잉 투자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추측만으로 거래를 끊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A사는 B사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 5억5600만 원의 80%인 4억4500만 원을 이 보험금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22일 중소기업청과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매출채권보험 총 누적 인수금액은 다음 달이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한 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의 최대 8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매출의 대부분이 외상이어서 거래사가 부도를 내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면 연쇄 부도 우려가 크다는 데서 착안한 공적 보장제도다. 2004년 최초 도입된 이 보험은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매출채권보험 누적 인수금액은 2013년(56조2435억 원) 50조 원을 넘어선 뒤 빠르게 늘어나 올해 6월 현재 96조7301억 원에 이른다. 연간 인수금액은 2013년 13조2000억 원으로 처음 10조 원 이상을 기록한 후 2014년 15조2000억 원, 지난해 16조2000억 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현재 추세로 볼 때 다음 달 100조 원대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예비 가입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다음 달부터 최고 보험한도를 3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리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협동조합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협약보험’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12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을 방문한 기업들에도 매출채권보험 가입을 안내할 방침이다. 금융기관 협약보험은 각 기관이 기업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추천해 보험료 할인과 대출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 및 상품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중소, 중견기업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보험은 신용보증기금의 전국 10개 신용보험센터 및 106개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상담 문의는 콜센터(1588-6565)에서 가능하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그동안 국내 제조업은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이나 소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가장 큰 수익 모델이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이나 인도 등 후발국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일본도 과거에 똑같이 겪었던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선진국들과 달리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원천기술 산업을 미리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 외국 업체만 배불려 삼성전자가 2014년 8월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의 외부 소재를 금속(메탈)으로 바꾸기로 최종 결정한 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일본 산업용 장비 제조업체 화낙이었다.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에 공작기계 수치제어장치(CNC) 2만 대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국내 CNC 업체를 알아봤지만 갤럭시S6에 필요한 품질을 맞출 수 없었다. 여기에다 갤럭시S6 시판 일정도 촉박해 삼성전자는 화낙에 시장 거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낙은 제조업이 중심인 한국에 삼성전자 외에도 많은 고객을 두고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장비 세계 1위인 화낙은 한국 내 스마트공장 확산으로 급격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소재 분야도 마찬가지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들이 2차전지 배터리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핵심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크다. KDB산업은행이 2014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은 음극재(2%), 분리막(37%), 양극재(57%), 전해액(75%) 수준이다. 이 수치는 현재까지도 큰 변동이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기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재 핵심 기술은 선진국 대비 30∼40% 수준”이라며 “주요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2차전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일본 업체에 대한 종속도는 높아진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투자-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서야 부품, 소재, 장비 산업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는 없다. 하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면 선진국과의 간격을 어느 정도 좁힐 순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포스코는 ‘소재보국(素材報國)’을 목표로 2010년 2차전지 핵심소재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아르헨티나에 리튬 추출 공장을 착공했다. 음극재 관련 계열사 포스코켐텍은 7월 공장을 증설했다. 재계에서는 부품 및 장비 산업이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꾸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은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히든 챔피언이 많아 연구개발(R&D) 저변이 넓지만 한국은 R&D 투자가 소수의 대기업 위주로 집중돼 부품 및 소재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중견기업이 R&D를 하는 데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처럼 기술 수준이 높은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부품, 소재, 장비업계는 투자 여력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위주여서 해외 기업 M&A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관련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과 함께 M&A에 나서면 ‘윈윈’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