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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기억에 남을 환자. 의사라면 그런 ‘인생 환자’가 한 명씩은 꼭 있다. 정규하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39)는 레지던트 때 주치의를 맡았던 한 살배기 뇌경색 환자를 떠올렸다. 응급실로 실려 왔을 때 그 아이의 뇌는 이미 절반이 막혀 있었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기에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했다. 급기야 마취제를 강력하게 써서 일시적으로 모든 대사를 중단시켰다 재가동하는 ‘코마 치료’까지 시행했다. 생사를 넘나든 일주일이었다. 그 기간 내내 정 교수는 아이의 곁을 지켰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성인도 견디기 힘든 그 치료를 아이는 견뎌냈다.》 이후 몇 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2년이 지났다.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병실로 걸어 들어왔다. 마비 증세도 보이지 않았다. 정 교수는 “그때의 풍경이 선하다. 그저 살아주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현재는 뇌종양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아이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뇌종양은 끈질기게 치료해야 하는 병” 정 교수는 고교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한 후로는 뇌 과학에 빠졌다. 신경외과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생 환자 스토리는 뇌경색 치료 과정에서 탄생했지만, 그 이후 정 교수는 뇌종양을 전공으로 삼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뇌종양은 생존율이 40∼50%로 낮은 질병이다. 재발률도 5∼10%로 높은 편이다.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는 양성과 악성 뇌종양으로 나눈다. 양성 뇌종양은 일단 암은 아니다. 대부분 천천히 자란다. 아예 자라지 않을 수도 있어 일단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수술이 용이한 부위라면 수술로 1차 치료를 끝내기도 한다. 다만 양성이라 하더라도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하기도 한다. 일부 양성 종양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양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생겼다면 악성만큼이나 위험하다. 이 경우 악성에 준하는 치료를 한다. 악성 종양이라면 당장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암 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곧바로 시행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머리를 열 수도 있고, 코로 내시경을 삽입할 수도 있으며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한다. 종양이 있는 부위에 따라 수술 방법도 다양하다. 때로는 수술 도중에 환자를 깨워 반응을 살피는가 하면 뇌파 분석을 병행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뇌종양은 몸에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판정을 받으면 굳게 마음먹고, 끈질기게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병이 꽤 진행된 환자와 가족이 얼마나 더 사느냐고 물어올 때가 가장 괴롭다. 하지만 의사로서 최대한 노력할 테니 환자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빛 이용해 동시에 진단-치료 기술 개발”정 교수는 “뇌종양 치료의 국제 가이드라인은 ‘최대 안전 절제’다”라고 말했다. 뇌종양이 의심되면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절제하라는 뜻. 정 교수는 “이게 쉽지 않다.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뇌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려면 뇌를 많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암을 잡으려면 수술 부위를 넓혀야 한다. 이 경우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정 교수는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레지던트를 마친 후 KAIST 의과학대학원에 편입했다. 4년 동안 뇌종양 연구를 한 후 이학 박사가 됐다. 주로 나노 약물과 빛을 이용한 치료법을 연구했다. 그로부터 10년. 정 교수는 외부 기관과 함께 ‘빛을 이용한 동시 진단-치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빛으로 뇌종양을 진단하는 기술은 2010년대 중반에 국내에 도입돼 일부 병원이 시행 중이다. 원리는 이렇다. 우선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한다. 특정 파장의 빛을 뇌 부위에 쬐면 그 약물이 반응해 암세포를 형광물질처럼 빛나게 한다. 주변 조직에 흩뿌려진 작은 암 조직들도 빛난다. 이 원리를 더 발전시키면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특정 파장을 찾아내 쬐면 된다. 아직까지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정 교수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암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약물 외에도 첨단 광학 기술이 필요하다. 두 가지 모두 정 교수가 KAIST에서 연구한 분야다. 정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현재 동물실험 단계다. 실제 임상에 적용된다면 진단과 치료, 모든 분야에서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언제 임상 적용이 가능할까. 정 교수가 말했다. “10년. 빠듯하지만 그 안에 시스템을 반드시 가동시키겠습니다.”▼ 멍 때리기와 새로운 도전으로 뇌에 적절한 휴식과 활력 줘야 ▼정 교수가 조언하는 뇌건강 관리법 뇌종양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따라서 뇌종양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예방법은 없다. 뇌의 어느 부위에 종양이 생기느냐에 따라 신체에 나타나는 증세도 다양하다. 종양이 시력중추를 누르면 시력이 떨어진다. 언어중추를 누르면 말이 어눌해진다. 운동중추를 누르면 운동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중추를 누르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식이다. 증세만으로 자가 진단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6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는 게 힌트라면 힌트다. 결국 60세 이후에 갑자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하고, 이후 뇌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아무런 예방법이 없는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뇌를 충분히 쉬게 하고, 뇌 건강을 챙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의학자들 사이에 나온다. 정규하 고려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가급적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이른바 ‘멍 때리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하루에 5분 정도는 반드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의자에 앉은 채로, 혹은 샤워하는 도중 눈을 감은 상태로 가만히 있는 식이다. 그 다음에 기지개를 켜면 훨씬 뇌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정 교수는 “이런 식의 이완 작용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뇌를 쉬게 해 줬으면 자극하는 것 또한 정 교수가 추천하는 방법. 정 교수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했다.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즐긴다면 가끔은 평소에 관심이 없던 분야의 기사를 굳이 찾아서 읽는 것도 좋다. 생소함이 자극이 된다는 것. 음식을 먹을 때도 늘 먹던 것 말고 가끔은 새로운 것을 먹을 것을 정 교수는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42)는 전립샘암 분야에서 ‘유망주’로 꼽힌다. 하지만 조 교수는 “원래 이쪽 의사가 꿈이 아니었다”며 “예기치 않게 미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과정을 밟는다. 이후 전공을 택해 레지던트 생활을 한다. 조 교수가 마음에 담았던 전공은 비뇨의학이 아니었다. 인턴 마지막 달, 아버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짧은 머뭇거림 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전립샘암이란다.” 명색이 의사인데 전립샘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뭘 해야 하나. 조 교수는 기꺼이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비뇨의학을 선택했고, 전립샘암 연구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러 조 교수는 유망주가 됐다.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좋다. 수술이 잘됐고 암 세포도 사라졌다. 지금은 추적 관찰 중이다. ○호르몬 치료 후 수술로 효과 높여전립샘암이 생기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을 잡아먹고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립샘특이항원(PSA)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있으면 증가한다. 보통 PSA 수치가 4 이상(단위는 ng/mL)이면 암을 의심한다. 초기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주변 장기에 침투했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르면 1, 2기의 경우 전립샘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혹은 4기 이후로는 방사선 치료나 호르몬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주로 한다. 조 교수는 이 표준 치료 지침을 종종 따르지 않는다. 3기와 4기 환자들에게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 충남 천안에 사는 6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는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PSA 수치는 74였다. 검사해 보니 3기와 4기 사이의 전립샘암이었다. 정낭은 물론이고 직장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뼈로 전이가 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 교수는 먼저 고용량의 항호르몬제를 투입했다. 한 달 후 PSA 수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춰 9개월 동안 투입했다. PSA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달 PSA 수치가 0.6으로 높아졌다. 조 교수는 PSA 수치가 반등하는 이 시기를 수술할 타이밍으로 규정한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비뇨의학계에는 이 치료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결과가 썩 좋지 않아 항암 치료와 2차 호르몬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강행’한다. 조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단 몇 개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환자에게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급적 항암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치료하고 싶다. 호르몬제만 쓰면 무기력감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뭐든지 도전하는 ‘좌충우돌’형 의사요즘에는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많다. 조 교수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샘을 적출할 때 방법이 좀 다르다. 대부분 의사는 전립샘 적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접 장기인 방광을 밑으로 내린다. 조 교수는 방광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 밑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한다. 시야 확보도 더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전립샘암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소변이 새는 것인데, 방광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이처럼 자기만의 치료법을 늘 개발한다. 비뇨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외부 7개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벤처도 운영한다. 그 벤처 기업에서 전립샘 적출 후 나타나는 부작용인 발기부전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 시제품이 나오며 2022년에는 진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남성 피임기구도 개발 중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의사이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과학자”라고 말했다.▼ 조 교수가 권하는 전립샘암 예방법 ▼올리브유에 데친 토마토 섭취를… 골반근육 강화 케겔운동도 도움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매주 4회 이상 새벽에 수영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달째 수영장에 가질 못했다. 대면 접촉이 적은 필라테스를 배워볼 참이다. 필라테스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이런 일상적 운동이 전립샘 건강에 좋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추가로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데쳐 먹을 것을 권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의 조합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케겔 운동도 권했다. 케겔 운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성도 마찬가지로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며 실제로 전립샘 적출 수술 전후에도 케겔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케겔 운동은 서서 해도 되고, 앉아서 해도 되며, 누워서 해도 된다. 복부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괄약근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누워서 하는 경우를 보자.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다. 이어 배를 들어올리면서 괄약근 주변을 수축하고 내려놓으면서 이완한다. 5초 수축하고 5초 이완하며, 총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그래도 전립샘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직계에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확률은 5배 높아진다. 검진할 때 반드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42)는 전립샘암 분야에서 ‘유망주’로 꼽힌다. 하지만 조 교수는 “원래 이쪽 의사가 꿈이 아니었다”며 “예기치 않게 미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과정을 밟는다. 이후 전공을 택해 레지던트 생활을 한다. 조 교수가 마음에 담았던 전공은 비뇨의학이 아니었다. 인턴 마지막 달, 아버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짧은 머뭇거림 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전립샘암이란다.” 명색이 의사인데 전립샘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뭘 해야 하나. 조 교수는 기꺼이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비뇨의학을 선택했고, 전립샘암 연구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러 조 교수는 유망주가 됐다.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좋다. 수술이 잘됐고 암 세포도 사라졌다. 지금은 추적 관찰 중이다. ● 호르몬 치료 후 수술로 효과 높여 전립샘암이 생기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을 잡아먹고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립샘특이항원(PSA)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있으면 증가한다. 보통 PSA 수치가 4 이상(단위는 ng/mL)이면 암을 의심한다. 초기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주변 장기에 침투했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르면 1, 2기의 경우 전립샘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혹은 4기 이후로는 방사선 치료나 호르몬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주로 한다. 조 교수는 이 표준 치료 지침을 종종 따르지 않는다. 3기와 4기 환자들에게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 충남 천안에 사는 6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는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PSA 수치는 74였다. 검사해 보니 3기와 4기 사이의 전립샘암이었다. 정낭은 물론이고 직장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뼈로 전이가 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 교수는 먼저 고용량의 항호르몬제를 투입했다. 한 달 후 PSA 수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춰 9개월 동안 투입했다. PSA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달 PSA 수치가 0.6으로 높아졌다. 조 교수는 PSA 수치가 반등하는 이 시기를 수술할 타이밍으로 규정한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비뇨의학계에는 이 치료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결과가 썩 좋지 않아 항암 치료와 2차 호르몬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강행’한다. 조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단 몇 개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환자에게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급적 항암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치료하고 싶다. 호르몬제만 쓰면 무기력감이나 탈모와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뭐든지 도전하는 ‘좌충우돌’형 의사 요즘에는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많다. 조 교수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샘을 적출할 때 방법이 좀 다르다. 대부분 의사는 전립샘 적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접 장기인 방광을 밑으로 내린다. 조 교수는 방광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 밑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한다. 시야 확보도 더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전립샘암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소변이 새는 것인데, 방광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이처럼 자기만의 치료법을 늘 개발한다. 비뇨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외부 7개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벤처도 운영한다. 그 벤처 기업에서 전립샘 적출 후 나타나는 부작용인 발기부전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 시제품이 나오며 2022년에는 진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남성 피임기구도 개발 중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의사이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과학자”라고 말했다.▼ 조정기 교수가 권하는 전립샘암 예방법은? ▼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매주 4회 이상 새벽에 수영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달째 수영장에 가질 못했다. 대면 접촉이 적은 필라테스를 배워볼 참이다. 필라테스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이런 일상적 운동이 전립샘 건강에 좋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추가로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데쳐 먹을 것을 권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의 조합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케겔 운동도 권했다. 케겔 운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성도 마찬가지로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며 실제로 전립샘 적출 수술 전후에도 케겔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케겔 운동은 서서 해도 되고, 앉아서 해도 되며, 누워서 해도 된다. 복부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괄약근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누워서 하는 경우를 보자.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다. 이어 배를 들어올리면서 괄약근 주변을 수축하고 내려놓으면서 이완한다. 5초 수축하고 5초 이완하며, 총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그래도 전립샘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직계에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확률은 5배 높아진다. 검진할 때 반드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인 암이다. 5년 생존율은 2017년 기준으로 76.5%. 꽤 높다. 정기 검진이 일등공신이다. 암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 1기 환자만 집계한다면 5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물론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영역이 ‘수술 후 관리’다.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율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병원과 의사가 늘고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46)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환자 삶의 질 개선이 핵심” 김 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할까.’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요즘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3cm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다만 이 경우 동시에 투입된 수술 도구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고안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오른쪽 상단 10cm 지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뚫고, 그곳에 미세 겸자(수술용 집게)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 수술 시간이 많이 단축됐고 환자의 통증도 줄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편하게 해야 결과도 좋고 환자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 위를 뭉텅 잘라내는 게 옳을까, 조금은 힘들더라도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게 옳을까. 김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기능 보존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유문(幽門) 부위를 살려내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배출 지연’ 부작용이 가끔 발생한다. 그때마다 약물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수술할 때 보톡스를 투입해봤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이미 받아 놓았다. 수술 후에 음식물을 평소처럼 잘 소화하고 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배출돼도 문제, 너무 더디게 배출돼도 문제다. 이 경우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대한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수술 전 금식 기간을 줄이고, 수술할 때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덜 쓰며, 수술이 끝나면 재활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그 결과 입원 기간이 1주일 이상에서 5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굵직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연구 계획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가족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의사”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며 김 교수를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조카 부부가 모두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조카 부부의 ‘강력 추천’으로 김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이가 상당히 많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다. 김 교수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일대일 대응하는 ‘사후 서비스’다. 4개월여 전, 한밤중에 김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은 지방의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괜찮은 것이냐”고 물었다. 수술 부작용을 염려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몇 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일단 가까운 병원부터 가라”고 조언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A 씨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김 교수가 전화를 걸었다. 그 환자의 목소리가 밝았다. “괜찮아졌어요.” 사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김 교수에겐 흔하다.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기꺼이 답한다. 김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대답만 듣고도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 이 소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같은 지역에 살던 B 씨를 김 교수에게 데리고 왔다. B 씨는 위암 초기였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걸렸다. 김 교수는 지방에 내려가면 가까운 병원에서 염증 수치를 꼭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답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굽거나 짠 음식 No! 항산화 기능 채소 Yes! ▼김 교수가 말하는 ‘위암 예방법’ 이른바 ‘암의 가족력’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위암은 어떨까.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이 있다. 다만 유전이 가족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생긴 것이다.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누군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같이 먹게 된다. 게다가 그 식습관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위암 가족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김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암 작용을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항산화 작용을 유발하며 항암 효과를 내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회식 풍경을 떠올려 보자. 숯불 위에 쇠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진다. 불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리고 푹 절인 마늘과 쌈장을 얹는다. 소주 한잔을 마신 뒤 푸짐하게 한입 가득. 이런 회식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낙제점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단백질이 변형돼 암 유발 물질이 발생한다. 짠 양념을 얹으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한다.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기는 삶거나 찐다.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물질이 많은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매운맛은 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 음식이 대체로 짜다. 그러니 순한 양념이 좋다. 햄, 소시지, 가공육 캔 음식도 위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급적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위축성 위염이 있다면 매년 검진을 하는 ‘성의’를 갖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추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인 암이다. 5년 생존율은 2017년 기준으로 76.5%. 꽤 높다. 정기 검진이 일등공신이다. 암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 1기 환자만 집계한다면 5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물론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영역이 ‘수술 후 관리’다.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율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병원과 의사가 늘고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46)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 “환자 삶의 질 개선이 핵심”김 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할까.’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요즘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3㎝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다만 이 경우 동시에 투입된 수술 도구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고안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오른쪽 상단 10㎝ 지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뚫고, 그곳에 미세 겸자(수술용 집게)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 수술 시간이 많이 단축됐고 환자의 통증도 줄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편하게 해야 결과도 좋고 환자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 위를 뭉텅 잘라내는 게 옳을까, 조금은 힘들더라도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게 옳을까. 김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기능 보존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유문(幽門) 부위를 살려내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배출 지연’ 부작용이 가끔 발생한다. 그때마다 약물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수술할 때 보톡스를 투입해봤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이미 받아 놓았다. 수술 후에 음식물을 평소처럼 잘 소화하고 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배출돼도 문제, 너무 더디게 배출돼도 문제다. 이 경우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대한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수술 전 금식 기간을 줄이고, 수술할 때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덜 쓰며, 수술이 끝나면 재활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그 결과 입원 기간이 1주일 이상에서 5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굵직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연구 계획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가족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의사”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며 김 교수를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조카 부부가 모두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조카 부부의 ‘강력 추천’으로 김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이가 상당히 많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다. 김 교수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일대일 대응하는 ‘사후 서비스’다. 4개월여 전, 한밤중에 김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은 지방의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괜찮은 것이냐”고 물었다. 수술 부작용을 염려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몇 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일단 가까운 병원부터 가라”고 조언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A 씨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김 교수가 전화를 걸었다. 그 환자의 목소리가 밝았다. “괜찮아졌어요.” 사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김 교수에겐 흔하다.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기꺼이 답한다. 김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대답만 듣고도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 이 소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같은 지역에 살던 B 씨를 김 교수에게 데리고 왔다. B 씨는 위암 초기였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걸렸다. 김 교수는 지방에 내려가면 가까운 병원에서 염증 수치를 꼭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답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 있지만, 유전이 큰 요소는 아냐” ▼ 이른바 ‘암의 가족력’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위암은 어떨까.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이 있다. 다만 유전이 가족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생긴 것이다.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누군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같이 먹게 된다. 게다가 그 식습관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위암 가족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김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암 작용을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항산화 작용을 유발하며 항암 효과를 내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회식 풍경을 떠올려 보자. 숯불 위에 쇠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진다. 불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리고 푹 절인 마늘과 쌈장을 얹는다. 소주 한잔을 마신 뒤 푸짐하게 한입 가득. 이런 회식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낙제점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단백질이 변형돼 암 유발 물질이 발생한다. 짠 양념을 얹으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한다.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기는 삶거나 찐다.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물질이 많은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매운맛은 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 음식이 대체로 짜다. 그러니 순한 양념이 좋다. 햄, 소시지, 가공육 캔 음식도 위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급적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위축성 위염이 있다면 매년 검진을 하는 ‘성의’를 갖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추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골수는 피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골수에 문제가 생길 때 혈액암이 발생한다.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백혈병 등이 대표적이다. 악성 림프종은 매년 6000여 명, 다발성 골수종은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39)는 악성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베스트 닥터’다. 대부분의 베스트 닥터가 40대 중반 이후지만 고 교수는 마흔 살이 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30대 초반에 서울대 의대 교수가 됐다. 전형적인 ‘천재 유형’인가 싶은데, 괴짜 냄새도 솔솔 풍긴다. 2013년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사법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의사로서 사람을 고치는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실제 규칙과 철학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1차 시험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2차 시험 준비는 하지 않았다. 고 교수는 “원하는 것을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본업인 의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의대에 입학한 후로 줄곧 과학과 의학이 접목된 분야를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진료과가 혈액종양내과였다. 신약 항암제야말로 과학의 집약체라 여겼던 것. 실제로 혈액암 분야에서는 외과적 수술보다는 첨단 항암제로 치료할 때가 많다. ● “악성 림프종 5년 새 생존율 80%로 높일 것”악성 림프종 치료는 어떻게 할까. 고 교수는 3년 전의 40대 소방관 사례를 들려줬다. 우선 강력한 항암제를 투입했다. 골수의 병든 세포를 모두 ‘청소’하기 위해서다. 이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항암제 투입과 조혈모세포 이식을 병행하는 치료법은 가장 널리 쓰이면서도 강력하다. 다만 항암제 용량이 높아 환자의 고통이 큰 게 단점이다. 이 소방관은 현재 사실상의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다. 고 교수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악성 림프종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두 종류의 신약을 병행 투입하는 새로운 치료법인데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다.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났고 일부는 암 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악성 림프종의 완치율은 60%를 조금 상회한다. 고 교수는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도 속속 나오고 있어 완치율이 5년 이내에 8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말기 혈액암 환자도 충분히 오래 생존”60대 초반의 다발성 골수종 환자 A 씨를 치료하기 시작한 건 2012년이었다. 항암 치료가 효과를 보는 것 같더니 4년 만에 재발했다. 원래 썼던 약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고 교수는 A 씨에게 적합한 신약을 찾아냈다. 마침 새로 개발돼 임상 시험 중인 약 중에 A 씨에게 딱 맞는 게 있었다. 2년 후 A 씨의 암이 도졌다. 이후 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고 교수는 신약 리스트를 뒤졌고, A 씨에게 적합한 약을 찾아냈다. 다시 1년의 평화. 그 이후로 재발과 신약 찾기가 반복됐다. 요즘 A 씨는 이 신약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발성 골수종은 이처럼 재발이 잦다. 3, 4회는 기본이고 5회 이상 재발하는 사례도 꽤 있다. 고 교수는 “신약으로 교체하면서 생존 기간을 5년, 10년으로 늘리고 있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말기에도 사실상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을 “신약의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병”이라고 했다. ● 첨단 치료법 속속 등장혈액암 분야에서 최근 ‘세포 치료’가 외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면역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 세포를 잡아먹도록 하는 방법. 연구 결과 환자 모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이미 환자 치료에 도입한 상태. 국내에서는 다발성 골수종의 경우 이르면 올해 9월, 나머지 혈액암은 내년 임상 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교수는 혈액암과 관련한 병원 내 바이오벤처도 만들었다. 5년 전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논문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논문에 따르면 암 초기 혹은 암에 걸리기 직전의 혈액에서 돌연변이 백혈구가 검출된다. 이 백혈구가 혈액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돌연변이 백혈구를 찾아내 제거하면 암 발병 전 단계에서 혈액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생각이다. 혈액 검사만 하면 이 백혈구를 찾아낼 수 있다. 고 교수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인구의 10%에서 이런 돌연변이 백혈구가 발견된다. 이와 관련한 동물 실험을 올해 안으로 진행한다.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 교수가 말하는 혈액암 예방법 ▼“비타민C 섭취 늘리고 규칙적 생활 바람직… 유해환경 노출은 피해야”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원인조차 가늠이 되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 그러니 의사들은 원칙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유산소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하라.” 그래도 뭔가 새로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최근 주목을 받았던 혈액암 예방법 일부를 소개한다. 첫째,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한다.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은 3년 전부터 ‘셀’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실렸다. 논문의 요지는 고용량의 비타민C를 투입하면 혈액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백혈구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에서 이 사실을 입증했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고 교수는 “임상 시험까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비타민C의 부작용이 크지 않아 환자들에게도 섭취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밤낮이 자주 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암 발생을 막는 유전자들이 있다. 사람마다 이 유전자의 생체 리듬은 조금씩 다르다. 이를테면 이 유전자가 밤에 활동을 많이 하다 낮에 둔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고 교수는 “밤낮이 자주 바뀌면 이 생체 리듬이 깨져 혈액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셋째,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고 교수는 “혈액암 환자의 10% 정도가 유해 환경에 노출됐거나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유해 환경에 노출된 직업이라면 적극 검진을 받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조기 발견은 무척 중요하다. 대체로 다발성 골수종은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악성 림프종은 젊은 시기에도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 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림프절에서 멍울이 만져진다면 악성 림프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언제 개발될까. 어떤 제약사는 이미 임상 1상을 끝내고 2상에 돌입했다거나, 머잖아 임상 3상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놀라운 속도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라 전 세계가 달려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모든 신약의 개발 속도가 이처럼 ‘속전속결’은 아니다. 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된다. 먼저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며 안전성이 입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임상 시험은 1∼3상으로 나누는데, 신약으로 나오기 전의 최종 대규모 임상 시험이 3상이다. 항암제 임상 시험은 ‘효과 좋은 약’을 바라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망’이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임상 시험에 적극 참여한다.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41)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인데, 좀 유별난 편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국내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폐암 치료제 임상 시험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것. 홍 교수는 매년 평균 110개 이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23개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3상이 44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홍 교수의 전공은 폐암. 당연히 폐암 임상 시험이 110개(89%)로 압도적으로 많다. 홍 교수가 임상 시험에 이토록 ‘집착’하는 까닭이 뭘까. ○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을” 폐암은 대체로 발견이 늦다.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같은 경우 90% 정도의 환자가 1기와 2기에 발견된다. 국가 암 검진 사업 등이 조기 발견에 적잖은 도움을 줬다. 반면 폐암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4기에 발견된다. 폐암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말기에 해당하는 4기 폐암 환자는 대체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암 치료가 중요해진다. 다만, 효과가 좋다는 항암제일수록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림의 떡’인 면역항암제도 많다. 이럴 때 임상 시험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6년 4월, 70대 남성이 홍 교수를 찾아왔다. 그 남성 또한 4기 폐암 환자. 효과가 좋다는 면역항암제는 워낙 고가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홍 교수는 환자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로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고가의 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환자는 동의했다. 그 후 2년 동안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무상으로 약을 공급받았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폐암 덩어리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홍 교수는 “모든 환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 극적 효과를 보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은 길게는 5년 동안 이어진다. 참여 환자들은 약 외에도 영상 검사까지 무료로 받는다. 교통비를 ‘보너스’로 받기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할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1억∼2억 원의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가계 재정을 짓누르는 막대한 진료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인 셈. 이런 점 때문에도 홍 교수는 환자들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한다. 현재 홍 교수 환자의 30∼40% 정도가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와 병행 투여할 때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를 알아보려면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 외로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료 현장에서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런 임상 시험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마다 시행하는 임상 시험이 다르고, 그때그때 대상자의 조건이 다르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주치의에게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 “임상 시험이 잘돼야 의료 강국”암 환자들은 효과가 좋다는 약 혹은 신약 후보 물질이 나오면 “꼭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나, 바로 투입할 수 없나”라고 묻는다. 그럴 수 없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한두 명이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그것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과학적인 근거를 객관적으로 찾아내고 정립하는 과정이 임상 시험이란 이야기다. 홍 교수가 종양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폐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 항암제라고 생각했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에 취업해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업무를 담당한 것. 1년 만에 병원의 요청으로 복귀했지만, 그 업무만큼은 놓지 않았다. 홍 교수는 지금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항암제 임상 시험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국내 의사들은 글로벌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었다. 다만 주도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홍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임상 시험의 디자인(설계) 작업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중에 결과 데이터까지 직접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 시험도 적잖게 시행되고 있다. 한국 의료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지금 당장 담배 끊고 유산소 운동 하세요” ▼홍 교수가 말하는 ‘폐암 막는 법’ “폐 건강을 지키고 싶다고요? 그럼 딱 한 가지만 우선 실천하세요. 바로 금연입니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확실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금연이 폐암은 물론이고 다른 폐 질환을 막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 홍 교수에 따르면 흡연자의 10% 정도는 폐암에 걸린다. 오래 담배를 피웠다면 이 확률은 20%로 높아진다. 금연해도 당장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금연하고 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금연하고 1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금연 이전보다 80∼90% 떨어진다. 15년 이상 금연해도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병 비율은 여전히 10% 정도 높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간접흡연은 성인이 된 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많다. 흡연의 폐해는 이처럼 끈질기고 독하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금연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홍 교수는 “그 경우 현재 발생하는 폐암의 85%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흡연력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서 정기적으로 폐 CT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금연이 대표적인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유산소 운동은 대표적인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홍 교수는 폐 건강을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추천했다. 셋째, 홍 교수는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권했다. 예방 접종을 해 두면 100% 감염을 막지는 못하지만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 홍 교수는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두 종류의 접종이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언제 개발될까. 어떤 제약사는 이미 임상 1상을 끝내고 2상에 돌입했다거나, 머잖아 임상 3상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놀라운 속도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라 전 세계가 달려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모든 신약의 개발 속도가 이처럼 ‘속전속결’은 아니다. 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된다. 먼저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며 안전성이 입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임상 시험은 1~3상으로 나누는데, 신약으로 나오기 전의 최종 대규모 임상 시험이 3상이다. 항암제 임상 시험은 ‘효과 좋은 약’을 바라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망’이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임상 시험에 적극 참여한다.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41)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인데, 좀 유별난 편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글로벌 폐암 치료제 임상 시험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것. 홍 교수는 매년 평균 110개 이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23개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3상이 44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홍 교수의 전공은 폐암. 당연히 폐암 임상 시험이 110개(89%)로 압도적으로 많다. 홍 교수가 임상 시험에 이토록 ‘집착’하는 까닭이 뭘까. ●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을” 폐암은 대체로 발견이 늦다.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같은 경우 90% 정도의 환자가 1기와 2기에 발견된다. 국가 암 검진 사업 등이 조기 발견에 적잖은 도움을 줬다. 반면 폐암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4기에 발견된다. 폐암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말기에 해당하는 4기 폐암 환자는 대체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암 치료가 중요해진다. 다만, 효과가 좋다는 항암제일수록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림의 떡’인 면역항암제도 많다. 이럴 때 임상 시험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6년 4월, 70대 남성이 홍 교수를 찾아왔다. 그 남성 또한 4기 폐암 환자. 효과가 좋다는 면역항암제는 워낙 고가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홍 교수는 환자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로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고가의 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환자는 동의했다. 그 후 2년 동안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무상으로 약을 공급받았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폐암 덩어리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홍 교수는 “모든 환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 극적 효과를 보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은 길게는 5년 동안 이어진다. 참여 환자들은 약 외에도 영상 검사까지 무료로 받는다. 교통비를 ‘보너스’로 받기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할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1억~2억 원의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가계 재정을 짓누르는 막대한 진료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인 셈. 이런 점 때문에도 홍 교수는 환자들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한다. 현재 홍 교수 환자의 30~40% 정도가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와 병행 투여할 때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를 알아보려면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 외로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료 현장에서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런 임상 시험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마다 시행하는 임상 시험이 다르고, 그때그때 대상자의 조건이 다르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주치의에게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 “임상 시험이 잘돼야 의료 강국” 암 환자들은 효과가 좋다는 약 혹은 신약 후보 물질이 나오면 “꼭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나, 바로 투입할 수 없나”라고 묻는다. 그럴 수 없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한두 명이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그것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과학적인 근거를 객관적으로 찾아내고 정립하는 과정이 임상 시험이란 이야기다. 홍 교수가 종양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폐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 항암제라고 생각했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에 취업해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업무를 담당한 것. 1년 만에 병원의 요청으로 복귀했지만, 그 업무만큼은 놓지 않았다. 홍 교수는 지금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항암제 임상 시험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국내 의사들은 글로벌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었다. 다만 주도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홍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임상 시험의 디자인(설계) 작업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중에 결과 데이터까지 직접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 시험도 적잖게 시행되고 있다. 한국 의료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폐 건강 지키고 싶다면 ‘이렇게’ ▼ “폐 건강을 지키고 싶다고요? 그럼 딱 한 가지만 우선 실천하세요. 바로 금연입니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확실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금연이 폐암은 물론이고 다른 폐 질환을 막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 홍 교수에 따르면 흡연자의 10% 정도는 폐암에 걸린다. 오래 담배를 피웠다면 이 확률은 20%로 높아진다. 금연해도 당장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금연하고 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금연하고 1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금연 이전보다 80~90% 떨어진다. 15년 이상 금연해도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병 비율은 여전히 10% 정도 높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간접흡연은 성인이 된 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많다. 흡연의 폐해는 이처럼 끈질기고 독하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금연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홍 교수는 “그 경우 현재 발생하는 폐암의 85%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흡연력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서 정기적으로 폐 CT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금연이 대표적인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유산소 운동은 대표적인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홍 교수는 폐 건강을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추천했다. 셋째, 홍 교수는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권했다. 예방 접종을 해 두면 100% 감염을 막지는 못하지만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 홍 교수는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두 종류의 접종이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깡 열풍’으로 인해 농심 새우깡이 더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새우깡이 ‘1일 1깡’의 패러디 소재로 떠오르면서다. 그 덕분에 최근 한 달간 새우깡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농심 측은 “이처럼 새우깡이 ‘깡’ 열풍을 탈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국민스낵’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농심에 따르면 새우깡은 요즘도 연간 약 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새우깡은 1971년 탄생했다. 당시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선 농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소금구이 맛을 제품의 콘셉트로 삼았다. 이 새우의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 실제 생새우를 갈아 넣었다.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cm 크기의 생새우 4, 5마리가 들어간다. 새우깡은 조리 방법도 여느 스낵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과자는 기름에 튀겨 만들지만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만든다.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 대분이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새우깡은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첫해 생산량은 20만6000박스였지만, 그 다음 해는 20배가 넘는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농심은 새우깡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트렌드에 맞춰 수시로 변화를 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을 10여 차례 바꾼 게 대표적이다. 출시 43년째인 2014년에는 패키지 변화 외에도 생새우 함량을 7.9%에서 8.5%로 높이기도 했다. 농심은 “이달 들어 6년 만에 또다시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을 ‘젊게’ 바꿨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다. 이 교수 친구의 친척 의사 한 명이 직장암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그 환자 또한 의사이니만큼 ‘베스트 닥터’에 대한 정보도 많을 터. 그 환자가 고른 의사 또한 이 교수였다. 그 환자는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옮겨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 수술-수술 후 케어 모두 잘하는 베스트 닥터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이 교수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이 교수만의 탁월한 수술법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 대장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법이 똑같을 만큼 표준화돼 있다는 것. 다만 ‘수술 실력’만큼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는 의사 주변의 ‘전문가’만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모든 종류의 수술에 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90% 정도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나머지 10%의 환자는 개복 수술을 한다. 대장암의 경우 로봇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탓이다. 다만 직장암 중 난도가 높을 경우 로봇 수술을 종종 시행한다. 한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수술 실력은 외과 의사의 첫째 자질로 꼽힌다. 하지만 메스로만 ‘자웅’을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 교수는 “요즘 외과 의사는 수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암 덩어리만 잘라내면 외과적 치료는 끝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분야가 외과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치료 영역이 된 것. 이 교수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려면 수술 말고도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장암 수술 환자 조기 회복 프로그램 가동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 면역력을 높이는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 이 교수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염증과 관련한 논문만 수십 편을 냈을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공식적으로 2017년 모든 대장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술 6∼8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술 시작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먹는다. 이렇게 영양을 공급하면 수술 후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수술로 인한 염증 반응도 약화시켜 회복도 빨라진다. 수술 후에도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고, 다음 날이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다. 동시에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15분 이상 걷기, 30분 이상 침대 밖에서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그 결과 퇴원도 빨라진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7일 후 퇴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3∼5일 후 퇴원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염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초기 수술 환자 중 어떤 이는 재발하고 어떤 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 수술 전과 수술 후, 항암 치료 후로 환자를 분류해 분석 중이다.▼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확률 크게 줄이죠” ▼이 교수가 말하는 ‘슬기로운 장 건강 개선법’ 유산균이 장(腸)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다면 유산균을 섭취할 당시에만 효과를 보다가 그것을 끊으면 몇 주 이내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릴때 식습관이 장의 건강 좌우결국 유산균 효과를 보려면 장 속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 장 내부에 터전을 못 잡는 환경은 1,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 속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장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식습관이 잘못되면 없던 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늘 강조한다. 이미 어른이 된 후 식습관을 고쳐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교수는 “물론이다”며 지금부터라도 따라 해야 할 식습관 세 가지를 제시했다. ○ 고기는 충분히, 음식은 골고루첫째,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소박한 식사를 추천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은 없다.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둘째, 고기 섭취를 충분히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교수는 “절반만 맞다”며 “건강한 요리법을 지킨다면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채소를 함께 먹어주면 고기 섭취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식품첨가제 많은 음식 피해야셋째, 가려야 할 음식이 있다. 식품첨가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나 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나쁜 균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병 확률은 높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라도 식습관을 고치면 ‘대장암 DNA’의 작동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젊다고 과신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다. 이 교수 친구의 친척 의사 한 명이 직장암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그 환자 또한 의사이니만큼 ‘베스트 닥터’에 대한 정보도 많을 터. 그 환자가 고른 의사 또한 이 교수였다. 그 환자는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옮겨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 수술-수술 후 케어 모두 잘하는 베스트 닥터 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이 교수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이 교수만의 탁월한 수술법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 대장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법이 똑같을 만큼 표준화돼 있다는 것. 다만 ‘수술 실력’만큼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는 의사 주변의 ‘전문가’만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모든 종류의 수술에 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90% 정도는 복강경으로 진행한다. 나머지 10%의 환자는 개복 수술을 한다. 대장암의 경우 로봇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탓이다. 다만 직장암 중 난도가 높을 경우 로봇 수술을 종종 시행한다. 한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수술 실력은 외과 의사의 첫째 자질로 꼽힌다. 하지만 메스로만 ‘자웅’을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 교수는 “요즘 외과 의사는 수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암 덩어리만 잘라내면 외과적 치료는 끝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 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분야가 외과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치료 영역이 된 것. 이 교수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려면 수술 말고도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장암 수술 환자 조기 회복 프로그램 가동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 면역력을 높이는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 이 교수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염증과 관련한 논문만 수십 편을 냈을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공식적으로 2017년 모든 대장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술 6~8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술 시작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먹는다. 이렇게 영양을 공급하면 수술 후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수술로 인한 염증 반응도 약화시켜 회복도 빨라진다. 수술 후에도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고, 다음 날이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다. 동시에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15분 이상 걷기, 30분 이상 침대 밖에서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그 결과 퇴원도 빨라진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7일 후 퇴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3~5일 후 퇴원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염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초기 수술 환자 중 어떤 이는 재발하고 어떤 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 수술 전과 수술 후, 항암 치료 후로 환자를 분류해 분석 중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유산균이 장(腸)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다면 유산균을 섭취할 당시에만 효과를 보다가 그것을 끊으면 몇 주 이내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산균 효과를 보려면 장 속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 장 내부에 터전을 못 잡는 환경은 1,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 속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장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식습관이 잘못되면 없던 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늘 강조한다. 이미 어른이 된 후 식습관을 고쳐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교수는 “물론이다”며 지금부터라도 따라 해야 할 식습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소박한 식사를 추천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은 없다.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둘째, 고기 섭취를 충분히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 교수는 “절반만 맞다”며 “건강한 요리법을 지킨다면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건강한 고기 요리라고 해서 복잡하지도 않다. 반드시 채소만 곁들이면 된다. 채소를 함께 먹어주면 고기 섭취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셋째, 가려야 할 음식이 있다. 식품첨가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나 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나쁜 균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식습관의 파급 효과는 상당히 크다. 이 교수는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병 확률은 높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라도 식습관을 고치면 ‘대장암 DNA’의 작동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 문제 등으로 인해 대장암에 걸리는 연령대가 종전의 50대 이후에서 40대로 많이 낮춰졌다. 젊다고 과신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48·여)를 찾아왔다. 박 교수는 유방암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그 환자는 이미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재발했고, 뇌까지 전이돼 있었다. 박 교수도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박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정부 지원을 받고 진행하는 암 정밀의료사업단(K마스터)의 실무 책임자다. 암 정밀의료는 유전자를 활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이 사업의 실무 책임자답게 박 교수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최적의 약을 찾아내 투여했다. 뇌로 전이됐던 암이 사라졌다. 아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꽤나 낙관적이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 환자들 사이에 박 교수는 ‘약 박사’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의 특징이며 세세한 부작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지식을 책에서만 얻은 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체득했다. 박 교수 또한 항암제를 먹었으며, 재발까지 경험한 암 환자다. 의대 본과 2학년 시절인 1993년, 세부 전공을 결정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암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수술에 생사가 달려 있었다. 5년 생존율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암 치료의 미래를 종양학에서 찾기로 했다. 지금의 진료과를 택한 배경이다. 1년 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암 판정을 받았다. 암의 종류를 밝히지 않은 박 교수는 “다소 공격적이고 5년 생존율도 비교적 낮은 암”이라고만 언급했다. 박 교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뜻인가”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도 아닌데, 1년 전 선택한 전공이 자신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분야였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다. 2000년경에는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재발했다. 그래도 박 교수는 씩씩하게 투병 중이다. “암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어요.” 박 교수는 그 자신이 암과 싸우고 있기에 암 환자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박 교수는 진료실에서 그 흔한 차도 마시지 않는다. 맹물만 먹는다. 이 또한 환자의 심리를 의식해서다. “암 환자들은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아요. 내가 특정 차를 마시면 그 차가 몸에 좋을 거라 지레짐작해서 그 차를 마셔요. 그러니 아무 차나 마실 수 없죠.” ○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환자의 처지에서 암을 들여다보면서 재발과 전이가 가장 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환자는 재발하지 않고 오래 사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았는데 재발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종양백신’에 주목했다. 2004년 박 교수는 미국의 종양백신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갔다. 2년의 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뒤 현재까지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는다. 예방 접종을 하면 중증 독감으로 악화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이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종식도 결국에는 백신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암에 적용한 것이 종양백신이다. 종양백신은 어떻게 작용할까. 먼저 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주사로 투여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과 싸우기 위해 T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생긴다. 단백질이 ‘항원’, T세포가 ‘항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암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늘림으로써 암을 죽이거나 재발을 막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는 이와 좀 달라서, ‘지친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과 싸우도록 하는 원리다. 종양백신은 항암제의 부작용인 독성도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셈인데, 현재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주로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만 사용되는 점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은 좋아 보인다. 일단 미국에서는 여러 암에 쓸 수 있도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 또한 국내 바이오 벤처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 중이며 올 하반기(7∼12월)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종양백신이 성공하면 다른 암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지난해 6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48·여)를 찾아왔다. 박 교수는 유방암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그 환자는 이미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재발했고, 뇌로 전이까지 돼 있었다. 박 교수도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박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정부 지원을 받고 진행하는 암 정밀의료 사업단(K-마스터)의 실무 책임자다. 암 정밀의료는 유전자를 활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이 사업의 실무 책임자답게 박 교수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최적의 약을 찾아내 투여했다. 뇌로 전이됐던 암이 사라졌다. 아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꽤나 낙관적이다. ●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 환자들 사이에 박 교수는 ‘약 박사’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의 특징이며 세세한 부작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지식을 책에서만 얻은 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체득했다. 박 교수 또한 항암제를 먹었으며, 재발까지 경험한 암 환자다. 의대 본과 2학년 시절인 1993년, 세부 전공을 결정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암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수술에 생사가 달렸다. 5년 생존율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암 치료의 미래를 종양학에서 찾기로 했다. 지금의 진료과를 택한 배경이다. 1년 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암 판정을 받았다. 암의 종류를 밝히지 않은 박 교수는 “다소 공격적이고 5년 생존율도 비교적 낮은 암”이라고만 언급했다. 박 교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뜻인가?”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도 아닌데, 1년 전 선택한 전공이 자신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분야였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2000년경에는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재발했다. 그래도 박 교수는 씩씩하게 투병 중이다. “암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어요.” 박 교수는 그 자신이 암과 싸우고 있기에 암 환자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박 교수는 진료실에서 그 흔한 차도 마시지 않는다. 맹물만 먹는다. 이 또한 환자의 심리를 의식해서다. “암 환자들은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아요. 내가 특정 차를 마시면 그 차가 몸에 좋을 거라 지레짐작해서 그 차를 마셔요. 그러니 아무 차나 마실 수 없죠.” ●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 환자의 처지에서 암을 들여다보니 재발과 전이가 가장 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환자는 재발하지 않고 오래 사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았는데 재발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종양백신’에 주목했다. 2004년 박 교수는 미국의 종양백신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갔다. 2년의 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뒤 현재까지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한다. 예방 접종을 하면 중증 독감으로 악화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이치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종식도 결국에는 백신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암에 적용한 것이 종양백신이다. 종양백신은 어떻게 작용할까. 먼저 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주사로 투입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과 싸우기 위해 T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발생한다. 단백질이 ‘항원’, T세포가 ‘항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암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늘림으로써 암을 죽이거나 재발을 막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는 이와 좀 달라서, ‘지친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과 싸우도록 하는 원리다. 종양백신은 항암제의 부작용인 독성도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셈인데, 현재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주로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만 사용되는 점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은 좋아 보인다. 일단 미국에서는 여러 암에 쓸 수 있도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 또한 국내 바이오 벤처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 중이며 올 하반기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종양 백신이 성공하면 다른 암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암 판정을 받으면 환자의 대부분은 극심한 공포에 빠진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바로 이 공포심부터 극복해야 치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병을 고치는 의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잖게 투병 의지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암 투병 중이기도 한 박 교수에게 ‘슬기로운 환자 생활’을 들어봤다. 박 교수는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①현재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하라 박 교수는 “슬기로운 투병의 첫 번째 단계는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투병 의지가 강해지고,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교수는 “암 뿐 아니라 모든 중증 질환에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좋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암 환자들을 보면, 가족을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직장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을수록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②가족과의 소통-리셋 노력해야 환자 홀로 암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가 이끌고 가족 혹은 지인이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박 교수는 환자 진료를 할 때에도 가급적 가족을 동반하도록 한다. 박 교수는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암 치료에 정말 좋은 약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생을 리셋(reset)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음 관리가 중요하단다. 예민할수록 암에 걸리기도 쉽고, 암 환자들 또한 실제로 예민하다. 박 교수는 “화를 줄이고 일과 돈 욕심을 줄여야 암의 재발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③적절한 체중 유지와 운동이 필수 암 재발을 막는 비법을 묻는 환자들에게 박 교수는 “그런 특효약은 없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 운동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방암과 같은 여성 암의 경우 대사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반드시 적절한 운동을 해 줘야 한다. 운동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환자가 적잖다. 박 교수는 “굳이 헬스클럽에서 전문적 트레이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매일 언제든 할 수 있는 운동을 구체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산책을 한다. 몇 년 전부터 휴대폰에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체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매일 평균 9800보를 걸었다. 박 교수는 “반짝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B형 바이러스 간염을 막고 술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 간암 환자의 75% 정도가 만성 B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다. 이어 C형 바이러스 간염(8%), 음주(7%)의 순이다. 결국 B형과 C형 간염의 항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C형 간염의 백신은 아직 없는 상태. B형 간염은 2, 3회 접종하면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모든 접종을 끝내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사와 상의해 다음 조치를 결정하는 게 좋다. 간암 환자의 상당수가 간경변(간경화) 증세를 보인다. 간경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을 막아야 한다. 특히 이런 질병이 있다면 알코올이 간을 손상시키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송 교수는 “술을 끊는 게 좋다. 최소한 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자신이 있더라도 과음은 피해야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음주량을 미리 정해 놓는, 이른바 ‘계획적 음주’를 송 교수는 권했다. 간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떨까. 송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은 후 병이 악화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단다. 송 교수부터가 건강기능식품에 손을 대지 않는다. 송 교수는 “하루 세 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하루 세 끼 제대로, 절제하면서 먹는 것이 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건강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건강 유전자’가 갑자기 좋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게 건강 유전자를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이란다. 송 교수는 “현대는 결핍이 아닌, 과잉의 시대”라며 “야식부터 끊어야 한다. 각종 영양제나 수명을 늘려 준다는 약을 먹으면서 과식하면 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매일 야근을 하지만 야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배가 고픈데 어떻게 참을까. 송 교수는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며 웃었다. 추가로 운동 한두 가지를 권했다. 다만 죽기 살기로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송 교수는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그 운동량도 만만찮다고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충남 천안에 있는 단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석배 교수(49·사진)는 비(非)수도권 대학병원에서 간암 분야의 ‘유망주’로 꼽힌다. 현재 이 병원의 건강증진센터 실장인 김 교수는 간암과 지방간 등 소화기 분야의 내과적 치료를 주로 한다. 대한간학회에서 의료정책위원, 학술위원 등을 두루 맡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노인 검진 분야 간 질환 전문기술분과 위원으로도 두 차례 활동했다. 간 절제나 이식은 대표적인 외과적 치료다. 내과 치료는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를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여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고주파를 이용해 암 부위를 비수술 요법으로 절제하거나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는 색전술 등 여러 치료법도 활용된다. 김 교수는 간암 환자를 치료할 때 ‘의학 외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한다. 무슨 뜻일까. 김 교수는 “알코올성 간경변을 동반한 간암 환자가 많은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상황에 맞춰 소득이 적으면 가급적 비싸지 않은 치료법을, 가족이 외면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치료 효과가 크다는 것.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간 수치’를 항상 체크하라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며 “술을 마시거나 비만이 다소 있어 지방간이 있다 해도 간 수치가 정상이면 대부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50대 이후 나이가 들면 간 수치가 정상이어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간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 의사가 퇴근 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콜’이 온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단다. 의사는 식사 도중 병원으로 달려간다. 이런 장면,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49)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퇴근 자체를 하지 않는다. 병원 연구실에서 새벽까지 연구를 하거나 학회 업무를 보다가 소파에서 눈을 붙인다. 집에는 토요일이 돼야 간다. 그나마 하루다. 일요일에는 병원으로 돌아온다. 가족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송 교수는 “15년이 넘은 습관이라 그런지 가족도 이해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집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2004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에 합류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갔다고 한다. ○ “환자 생존하는 게 최고의 보상”송 교수는 간암과 간 이식 분야에서 떠오르는 명의로 꼽힌다. 환자의 절반이 간암 환자다. 이 중 절반은 간경변(간경화)도 심하다. 간 절제나 이식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수술 능력’이 베스트 닥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이유다. 9년 전 한 여성이 송 교수를 찾았다. 출산 후에도 부른 배가 가라앉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간암이란다. 암 세포가 혈관을 압박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미 폐로 전이돼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송 교수는 그래도 수술을 결정했다. 우선 간의 일부를 잘라냈다. 이어 협진에 참여한 내과 의사가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송 교수는 수술 전에 그 환자와 약속했다. “갓난아기가 성장해 장가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수술은 잘됐고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그 환자의 아기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간이 담즙을 만들지 못하거나 배출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간 손상이 시작된다. ‘담즙정체증’이란 희귀병이다. 15년 전 한 소녀가 이 병에 걸려 간 이식을 받았다. 불운이 겹쳤다. 그로부터 10년 후 병이 재발해 간을 다시 이식받아야 했다. 환자의 가족은 많이 지쳐 있었다. 막대한 수술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했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차에 송 교수가 나섰다. 가족을 먼저 설득했다. 병원 안팎으로 복지 기금을 물색했다.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을 수 있는 천운까지 생겼다. 덕분에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얼마 전 송 교수는 서른이 된 이 환자로부터 잘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송 교수가 왜 편한 집을 놔두고 고생을 사서 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 때문이다. 위중한 상황이 생겼을 때 즉각 대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 송 교수는 “환자가 생존하는 게 보상이다. 이게 의사의 숙명이니 앞으로도 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 ○ “혈액형 일치하지 않는 이식 수술의 대가”송 교수에 따르면 1996년 무렵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혈액 부적합 간 이식’ 수술이 처음 시행됐다. 당시 6세의 여자아이가 간의 일부를 이식받았는데,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어린 나이라 면역 시스템이 확립돼 있지 않았고, 그 덕분에 외부 장기를 잘 받아들였던 것. 하지만 이후에 시행된 다른 간 이식 수술의 경우 1년 생존율이 50∼60%다. 서울아산병원은 간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이후 혈액 부적합 간 이식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송 교수는 2008년 11월 본격적으로 간 이식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올 1월까지 서울아산병원은 660건의 혈액 부적합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기록이다. 이 수술의 상당수를 송 교수가 지휘했다. 수술 후 1년 생존율도 약 98%로 높아졌다. 송 교수는 “수술 직후 사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최근 환자들만 상대로 조사하면 5년 생존율도 9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의 스승은 간 이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이승규 교수다. 송 교수는 이 교수를 포함한 스승 세대를 ‘맨땅’에서 치료법을 찾아내고 정착시킨 개척자로 평가했다. 송 교수와 같은 제자 세대의 역할은 무엇일까. 송 교수는 “불가능한 수술이 더 이상 없게 하는 것, 수술 후 생존율을 높이는 것,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요즘 면역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인체가 이식된 간을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로 인식해 거부할 때가 있다. 이를 면역거부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부작용을 막으려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는 신장과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비용도 만만찮다. 환자에 따라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식된 간을 받아들이는 이런 현상을 ‘면역관용’이라고 한다. 송 교수는 이 면역관용을 의도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방법을 찾는다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면역 기능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도 가능해진다. 2018년 송 교수는 유전자 변형 쥐를 대상으로 이 연구에 돌입했다. 사람의 간세포를 쥐에게 투입한 뒤 면역학적 변화를 살피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은 언제 가능할까. 송 교수는 “10년 이내에 될 것으로 본다. 내 의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 의사가 퇴근 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콜’이 온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단다. 의사는 식사 도중 병원으로 달려간다. 이런 장면,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49)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퇴근 자체를 하지 않는다. 병원 연구실에서 새벽까지 연구를 하거나 학회 업무를 보다가 소파에서 눈을 붙인다. 집에는 토요일이 돼야 간다. 그나마 하루다. 일요일에는 병원으로 돌아온다. 가족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송 교수는 “15년이 넘은 습관이라 그런지 가족도 이해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집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2004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에 합류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갔다고 한다. ● “환자 생존하는 게 최고의 보상” 송 교수는 간암과 간 이식 분야에서 떠오르는 명의로 꼽힌다. 환자의 절반이 간암 환자다. 이 중 절반은 간경변(간경화)도 심하다. 간 절제나 이식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수술 능력’이 베스트 닥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이유다. 9년 전 한 여성이 송 교수를 찾았다. 출산 후에도 부른 배가 가라앉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간암이란다. 암 세포가 혈관을 압박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미 폐로 전이돼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송 교수는 그래도 수술을 결정했다. 우선 간의 일부를 잘라냈다. 이어 협진에 참여한 내과 의사가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송 교수는 수술 전에 그 환자와 약속했다. “갓난아기가 성장해 장가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수술은 잘 됐고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그 환자의 아기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간이 담즙을 만들지 못하거나 배출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간 손상이 시작된다. ‘담즙정체증’이란 희귀병이다. 15년 전 한 소녀가 이 병에 걸려 간 이식을 받았다. 불운이 겹쳤다. 그로부터 10년 후 병이 재발해 간을 다시 이식받아야 했다. 환자의 가족은 많이 지쳐 있었다. 막대한 수술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했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차에 송 교수가 나섰다. 가족을 먼저 설득했다. 병원 안팎으로 복지 기금을 물색했다.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을 수 있는 천운까지 생겼다. 덕분에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얼마 전 송 교수는 서른이 된 이 환자로부터 잘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송 교수가 왜 편한 집을 놔두고 고생을 사서 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 때문이다. 위중한 상황이 생겼을 때 즉각 대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 송 교수는 “환자가 생존하는 게 보상이다. 이게 의사의 숙명이니 앞으로도 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 ● “혈액형 일치하지 않는 이식 수술의 대가” 송 교수에 따르면 1996년 무렵 서울아산병원에서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혈액 부적합 간 이식’ 수술이 처음 시행됐다. 당시 6세의 여자 아이가 간의 일부를 이식받았는데,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어린 나이라 면역 시스템이 확립돼 있지 않았고, 그 덕분에 외부 장기를 잘 받아들였던 것. 하지만 이후에 시행된 다른 간 이식 수술의 경우 1년 생존율이 50~60%다. 서울아산병원은 간 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이후 혈액 부적합 간 이식 성공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송 교수는 2008년 11월 본격적으로 간 이식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 때부터 올 1월까지 서울아산병원은 660건의 혈액 부적합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기록이다. 이 수술의 상당수를 송 교수가 지휘했다. 수술 후 1년 생존율도 약 98%로 높아졌다. 송 교수는 “수술 직후 사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최근 환자들만 상대로 조사하면 5년 생존율도 9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의 스승은 간 이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이승규 교수다. 송 교수는 이 교수를 포함한 스승 세대를 ‘맨땅’에서 치료법을 찾아내고 정착시킨 개척자로 평가했다. 송 교수와 같은 제자 세대의 역할은 무엇일까. 송 교수는 “불가능한 수술이 더 이상 없게 하는 것, 수술 후 생존율을 높이는 것,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요즘 면역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인체가 이식된 간을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로 인식해 거부할 때가 있다. 이를 면역거부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부작용을 막으려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는 신장과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비용도 만만찮다. 환자에 따라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식된 간을 받아들이는 이런 현상을 ‘면역관용’이라고 한다. 송 교수는 이 면역관용을 의도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방법을 찾는다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면역 기능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도 가능해진다. 2018년 송 교수는 유전자 변형 쥐를 대상으로 이 연구에 돌입했다. 사람의 간세포를 쥐에게 투입한 뒤 면역학적 변화를 살피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은 언제 가능할까. 송 교수는 “10년 이내에 될 것으로 본다. 내 의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말했다. ▼ 송 교수가 제안하는 간 건강법▼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B형 바이러스 간염을 막고 술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 간암 환자의 75% 정도가 만성 B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다. 이어 C형 바이러스 간염(8%), 음주(7%)의 순이다. 결국 B형과 C형 간염의 항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C형 간염의 백신은 아직 없는 상태. B형 간염은 2, 3회 접종하면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모든 접종을 끝내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사와 상의해 다음 조치를 결정하는 게 좋다. 간암 환자의 상당수가 간경변(간경화) 증세를 보인다. 간경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을 막아야 한다. 특히 이런 질병이 있다면 알코올이 간을 손상시키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송 교수는 “술을 끊는 게 좋다. 최소한 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자신이 있더라도 과음은 피해야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음주량을 미리 정해 놓는, 이른바 ‘계획적 음주’를 송 교수는 권했다. 간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떨까. 송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은 후 병이 악화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단다. 송 교수부터가 건강기능식품에 손을 대지 않는다. 송 교수는 “하루 세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하루 세끼 제대로, 절제하면서 먹는 것이 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건강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건강 유전자’가 갑자기 좋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게 건강 유전자를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이란다. 송 교수는 “현대는 결핍이 아닌, 과잉의 시대”라며 “야식부터 끊어야 한다. 각종 영양제나 수명을 늘려준다는 약을 먹으면서 과식하면 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매일 야근을 하지만 야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픈데 어떻게 참을까. 송 교수는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며 웃었다. 추가로 운동 한두 가지를 권했다. 다만 죽기 살기로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송 교수는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그 운동량도 만만찮다고 한다. ▼ ‘비 수도권 베스트닥터’ 천안 단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석배 교수 ▼충남 천안에 있는 단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석배 교수(49)는 비(非)수도권 대학병원에서 간암 분야의 ‘유망주’로 꼽힌다. 현재 이 병원의 건강증진센터 실장인 김 교수는 간암과 지방간 등 소화기 분야의 내과적 치료를 주로 한다. 대한간학회에서 의료정책위원, 학술위원 등을 두루 맡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노인 검진 분야 간 질환 전문기술분과 위원으로도 두 차례 활동했다. 간 절제나 이식은 대표적인 외과적 치료다. 내과 치료는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를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여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고주파를 이용해 암 부위를 비 수술요법으로 절제하거나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는 색전술 등 여러 치료법도 활용된다. 김 교수는 간암 환자를 치료할 때 ‘의학 외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한다. 무슨 뜻일까. 김 교수는 “알코올성 간경변을 동반한 간암 환자가 많은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가족들에게 외면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상황에 맞춰, 소득이 적으면 가급적 비싸지 않은 치료법을, 가족이 외면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치료 효과가 크다는 것.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간수치’를 항상 체크하라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며 “술을 마시거나 비만이 다소 있어 지방간이 있다 해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대부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50대 이후 나이가 들면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간초음파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한국야쿠르트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룩 킬팻 다이어트’를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의 특허 유산균 ‘HY7601’과 ‘KY1032’를 조합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로 만들었으며 이중제형(캡슐+액상) 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캡슐에 담은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인체 적용시험을 통해 체중, 체질량지수(BMI), 피하지방면적, 체지방률, 체지방량, 총지방면적 등 6개 지표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는 것. 여기에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넣었다. 자일로올리고당 900mg을 사용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로 인해 다이어트로 소홀해질 수 있는 장(腸) 건강까지 한 번 더 챙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제품 제형에도 신경 썼다는 설명. 특허 유산균을 담은 캡슐은 위산에 녹지 않는 특수 코팅을 적용해 장내 생존율을 높였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마케팅부문 상무는 “하루 한 병의 룩 킬팻 다이어트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체지방은 물론 장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룩’은 한국야쿠르트가 2004년 선보인 다이어트 브랜드다. 출시 두 달 만에 400만 병 이상 판매돼 화제를 부른 바 있다. 온라인 몰 ‘하이프레시’를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전달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의대에 입학한 뒤 대학교수가 되기까지는 15년 내외의 기간이 필요하다. 30대 중반 무렵 교수가 된다. 하지만 ‘신입’ 딱지를 떼는 데 다시 수년이 걸린다. 40대 이후가 되면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대학병원의 중추 역할을 하지만, 명망 있고 노련한 스승의 그늘에 가려질 때도 있다. 각 대학병원의 추천을 받아 ‘떠오르는 명의(名醫)’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췌장암은 가장 치료하기 힘든 암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년 생존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통계에서 처음으로 12%를 기록했다. 다만 가장 악성이면서, 가장 환자가 많은 ‘췌관선암’의 5년 생존율은 9% 정도에 불과하다. 이 최악의 암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까. 췌장암 분야에서 주목받는 박준성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50)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박 교수는 췌장암 관련 발표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힘을 줘 말한다. “Double Survival by 2030.” 2030년까지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0% 이상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이다.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 “췌장암 바이오마커 개발” 췌장암 분야의 1세대 의사들은 수술 기법을 향상시켰고, 어느 정도 안정화를 이뤄냈다. 2세대 의사인 박 교수는 이런 토양 위에서 두 가지에 집중한다. 첫째, 수술 이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둘째, 과학 기술을 활용해 췌장암의 근본 치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외과 의사의 ‘본업’인 수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박 교수가 △암의 징후를 조기에 찾아내는 ‘바이오마커’의 개발 △환자 맞춤형 항암제 찾기 등 내과 영역으로 뛰어든 이유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췌장암과 관련해 80여 편의 굵직한 논문을 발표했다. 바이오마커는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바이오마커만 잘 활용하면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암의 전이 속도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러 대학병원과 바이오 기업이 췌장암 바이오마커 개발에 뛰어들었다. 박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록슬2(LOXL2)’란 단백질에 주목한다. 박 교수는 “이 물질은 평소에는 문제가 없는데 췌장암이 생기면 악화하는 성질이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에 걸리면 이 물질이 암을 빨리 전이시키고 면역치료를 방해하며 항암제 내성도 생기게 한다. 따라서 이 물질을 잘 컨트롤하면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 박 교수는 “현재 동물실험을 끝냈으며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항암제의 치료 효과도 환자마다 다르다.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찾는다면 치료 효과가 높아지지만 이게 쉽지 않다. 박 교수는 ‘오가노이드’라는 미니 장기(臟器)를 만들어 최적의 항암제를 찾는다. 이것은 암 환자의 암 조직을 떼어내 만든 인공 장기인데, 여기에 여러 항암제를 직접 테스트한다. 이런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항암제를 찾아낼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췌장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췌장암, 재발 낮추는 게 관건 췌장암의 경우 수술이 잘됐다 하더라도 국소 재발률이 20∼30%에 이른다. 이 재발률을 낮추는 것 또한 췌장암 전문의들의 큰 숙제다. 박 교수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도했다. 그 결과 일단은 성공적이다. 합병증과 국소 재발률이 모두 줄었다. 특히 국소 재발률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재발하더라도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6∼8개월에서 1, 2년으로 늦춰졌다. 박 교수는 “치료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암 조직이 크면 예전에는 수술을 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먼저 항암 치료를 해서 암 조직을 줄인 후 수술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재발률을 낮춘다. 재발률을 낮추려면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수술 후 관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무엇보다 영양 상태를 개선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환자의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 의료적인 측면에만 신경을 썼다”며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환자의 영양 상태가 생존율과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주목한 것은 식용 곤충이었다. 2014년부터 병원 내 영양팀과 함께 ‘갈색거저리’라는 식용 곤충을 연구했다. 이 곤충의 g당 영양가를 평가해 보니 쇠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았다. 박 교수는 이 곤충을 환자 영양식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분말로 만들어 환자에게 공급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더란다. ○ 매년 트레킹, 평소에는 ‘일상의 건강학’ 박 교수는 매년 안나푸르나 같은 해외의 유명 트레킹 코스를 찾는다. 2015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 3, 4일의 휴가를 미리 낸다. 공식 일정이 끝나면 배낭을 메고 끝없이 걷는다. 머리와 마음 모두를 비우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업무와 디지털 기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면 편안해진다. 때로는 나 자신을 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레킹은 박 교수에게 일종의 마음 비우는 의식이다. 머리를 비우고 산을 내려오면 몇 개월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힘’이 생긴단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트레킹으로 일상의 건강까지 챙길 수는 없다. 그의 건강 습관은 예기치 않게 만들어졌다. 전공의 시절, 점심을 먹으면 졸음이 밀려왔다. 수술실에서 졸기까지 했다. 이러다 무슨 일 나겠다. 그렇게 생각한 후로 점심을 끊어버렸다. 이 습관이 현재의 소식(小食)으로 이어졌다. 아침에는 오트밀이나 빵, 과일 등을 조금 먹는다. 점심 식사는 건너뛴다. 너무 허기져 못 참을 경우에만 우유나 미숫가루, 달걀 등을 먹는다. 그렇다고 해서 저녁을 거하게 먹지도 않는다. 국물을 가급적 먹지 않는 것도 훌륭한 식습관이다. 삼계탕이나 설렁탕 같은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가끔 먹게 되더라도 그릇을 비운 적은 없다. 국물을 줄이면 지방과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담배는 예전에 끊었고, 술은 한두 잔으로 끝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셈. 건강을 지키려면 신체 활동도 필수적이다. 다만 업무량이 많아서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는 쉽지 않다. 이 또한 일상생활에서 해법을 찾았다. 우선 많이 걸으려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다. 시간만 나면 무조건 걷는다. 이때 최대한 빨리 걷는다. 다소 급한 성격 때문에 빨라진 걸음이지만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속보를 하는 효과가 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한국야쿠르트가 자체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원료를 B2B 방식으로 판매한다. 이 원료는 ‘락토바실러스 복합물’로, 해당 균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지방 감소에 도움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원료로 인증받았다. 한국야쿠르트는 다이어트 보조 식품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복합물을 공급한다. 원료 공급뿐만 아니라 자체 신제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이 원료를, 특허받은 유산균 ‘KY1032’와 ‘HY7601’을 조합해 만들었다. 전국에서 수집한 김치류에서 분리한 한국형 유산균이다. 2002년 연구를 시작했으며 17년 동안 3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현재 6종의 개별인정원료와 24종의 특허받은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다. B2B 사업을 통해 외국산 유산균 원료 수입 대체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산균 원료 공급으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장은 “한국야쿠르트 연구진은 4500여 개 균주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을 발굴해 왔다. 이제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